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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센스 퀴즈 지하철역 편 ▶스포츠 경기 때마다 바빠지는 역은? 중계역. ▶새벽부터 빈 물통 든 사람들이 몰려드는 역은? 약수역. ▶역내 화장실에 항상 뜨거운 물이 나오는 역은? 온수역. ▶영화감독들이 초조하게 기다리는 역은?개봉역. ▶마라톤 선수들이 가장 좋아하는 역은? 월계역. ▶죽은 이들을 기리기 위해 지은 역은? 사당역. ▶장사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역은? 이문역. ▶맹자, 공자, 노자 등 성인들이 사는 역은?군자역. ▶이산가족의 꿈을 이룬 역은? 상봉역 ▶학교 가기 싫어하는 애들이 가장 좋아하는 역은? 방학역. ▶일이 산더미처럼 쌓인 역은? 일산역.
  • 1914.97…코스피 41일만에 1900선 돌파 배경

    1914.97…코스피 41일만에 1900선 돌파 배경

    코스피지수가 40여일 만에 1900선을 넘어섰다. 프랑스와 유럽재정안정기금(ESFS)의 신용등급 강등에도 지수는 3일 만에 50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지난해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때 주가가 급락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오히려 유럽 악재가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독일 및 국제통화기금(IMF)의 대책마련을 앞당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9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2.58포인트(1.19%) 오른 1914.97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515.70을 기록해 2.50포인트(0.49%) 상승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8일(1912.39) 이후 41일 만에 1900선을 넘어섰다. 유럽발 신용등급 악재로 자본 유출 우려가 있었던 외국인도 이날 708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 16일 프랑스 신용등급이 강등되면서 코스피지수는 1859.27까지 떨어졌지만 3일 만에 55.7포인트가 급등했다. 지난해 8월 5일 사상 처음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된 이후 6일간 225.16포인트가 급락한 것을 감안하면 큰 폭의 상승세다. 유럽발 악재가 이미 예견된 사안인 데다 시장에 충격을 주기보다 곪아 있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도록 독일 및 IMF 등을 압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독일과 포르투갈이 국채 발행에 성공한 점과 IMF가 유럽 재정위기 해결을 위해 50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재원 확충에 나서기로 한 점도 긍정적이다. 미국 주택시장지수가 4개월 연속 개선된 점도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이날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북한과 관련된 한국의 지정학적 위험은 중간(moderate) 수준으로, 한국 국가신용등급 추가 상향조정에 반드시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 기업들의 4분기 실적이 오는 25일부터 발표되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오온수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유럽 문제는 현재진행형이어서 19일(현지시간)로 예정된 미국 기업들의 실적 발표와 유럽의 국채발행 추이가 1월 증시의 방향성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서울7호선 인천 연장 2단계… 내년 6월 착공·2018년 완공

    서울지하철 7호선 인천 연장 1단계(온수역∼인천지하철 1호선 부평구청역) 사업이 오는 10월 개통 예정인 가운데 2단계(부평구청역∼인천도시철도 2호선 석남역) 연장사업이 내년 상반기 착공된다. 인천시는 내년 6월 부평구청∼석남동 간 3.94㎞, 정거장 2곳의 서울지하철 7호선 인천 연장 2단계 사업에 착공할 예정이라고 13일 밝혔다. 이 사업에는 국비 2593억원과 시비 1729억원 등 모두 4322억원이 투입된다. 시는 당초 부평구청∼청라경제자유구역을 잇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용역 결과 사업성이 떨어지는 데다 청라지구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사비 분담에 난색을 표명함에 따라 부평구청∼석남동 구간으로 축소했다. 시는 7월 기본설계를 마치고 실시설계를 거쳐 내년 6월 착공, 2018년 12월 개통한다는 일정을 마련했다. 부평구청∼석남동 간 추가 연장사업이 끝나면 서울지하철 7호선은 인천지하철 1호선에 이어 2호선과 환승체계를 갖춤으로써 주민들의 교통편의를 높이고 기존 경인전철의 혼잡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서울신문 2012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 홍루/김가경(본명 김숙희)

    [서울신문 2012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 홍루/김가경(본명 김숙희)

    소설 당선작 - 홍루/김가경(본명 김숙희) 녀석이 톱밥 속으로 숨어들었다. 녀석은 밀크셰이크처럼 어감이 달콤한 밀크스네이크 종이다. 먹이 줄 것과 따뜻하게 해 줄 것, 간단한 러시아 단어로 적어 놓은 메모지를 들여다보았다. 이반이 출항하기 전 남긴 글이다. 이반은 녀석의 등을 쓰다듬고 마지막 선물처럼 케이지를 앞에 내려놓았다. 한국 사람과 러시아 사람은 닮은 구석이 많아, 이반은 러시아 사람들도 개나 고양이, 새 같은 애완동물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뱀이라니, 나는 검정 바탕에 노랑, 빨강 줄무늬가 있는 이국의 낯선 뱀에게서 멀찍이 떨어졌다. 러시아에서 뱀은 집을 지키는 수호신과 같다고 생각해. 녀석을 보고 놀란 나에게 위로라도 하려는지 이반은 한국에도 그런 얘기가 있다는 걸 어디선가 들었다고 했다. 명자, 이반은 내 이름을 부르고 입으로 휘이휘이 휘파람 부는 흉내를 냈다. 그러면 집안이 텅 비게 돼, 녀석이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종종 휘파람을 불던 내게 이반은 러시아 속담을 빗대 말했다. 나는 멀찍이 녀석을 내려다보며 이반의 익살에 웃음을 내보였었다. 이반을 만난 것은 클럽 로즈에서였다. 로즈는 P시에서 속칭 텍사스촌으로 불리는 외국인 거리에 있었다. 예전에는 주로 미군들이 드나들었는데 미군이 철수하고 러시아 선원과 상인들이 주를 이루었다. 그날도 나는 로즈에서 맥주를 마시며 립스틱이 번지지 않았는지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때 젊은 러시아 청년 하나가 보드카를 들고 내 앞으로 다가왔다. 마담 장 앞에서 한국 얘기를 듣던 선원 중 하나였다. 술을 마실 때 거울을 보면 안 돼요, 아름다움까지 먹어버리거든요, 귓불에 입술을 갖다 대며 그가 속삭였다. 흔한 작업멘트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그의 나긋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반이라고 했다. 그는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처음 출발하는 곳이 고향이라고 말했다. 나는 시베리아 열차가 끝없이 달리는 드넓은 숲과 초원을 떠올렸다. 그에게 러브 오브 시베리아란 영화를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양손을 허공에 올려 내 얼굴을 길게 그려보였다. 그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왼쪽 손목에 새겨진 푸른색 돛이 펄럭였다. 그는 눈을 반짝이며 내가 여주인공과 닮았다고 했다. 나는 그가 그린 얼굴이 허공에 그대로 떠 있는 것처럼 시선을 옮기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러시아 사람과 첫 대면을 할 때 영화 이야기를 꺼낸다. 그러면 사람들은 영화 속 여주인공을 만난 것처럼 이국의 여자들에게 마음을 열었다. 하지만 이야기는 대개 영화 속 지명이나 주인공의 이름을 들먹이는 선에서 끝이 났다. 러시아말로도, 한국말로도 더 이상 대화를 나눌 수 없는 순간에 이르면 서로의 손을 잡았다. 그가 턱을 괴고 조용히 내 눈을 들여다보았다. 그의 눈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낯선 여행지처럼 나를 설레게 했다. 음악이 흘렀고, 클럽 로즈는 마치 떠나는 사람과 돌아오는 사람을 품고 있는 대합실 같았다. 그의 손목에 새겨진 푸른 돛 때문이었을까, 나는 문득 그라면 함께 여행을 떠나도 좋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 같이 여행을 떠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월요일만 아니라면 언제라도 좋아요, 월요일 여행은 불행하거든요, 러시아 속담이에요. 느닷없는 제안이었지만 그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나는 벽면에 붙은 러시아 달력을 바라보았다. 그날은 금요일이었고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우리는 마치 오래 전에 만난 사람처럼 손을 잡고 아무 손님도 잡지 못한 나타샤를 지나쳐 거리로 나왔다. 밤하늘에는 만국기가 꽃잎처럼 나풀거렸고 만국기의 행렬이 끝나는 곳에서 우리는 입을 맞추었다. 두 블록 떨어진 내 숙소로 걸어올 때까지 손을 놓지 않았다. 지금도 이반이 러시아 속담을 말하며 내 입술에 입을 맞출 것만 같다. 시계가 밤 아홉시를 넘겼다. 녀석은 원색의 몸을 감춘 채 아직 기척이 없다. 나는 열선을 펴서 케이지 크기만큼 접었다. 그 위에 타월을 깔고 케이지를 얹었다. 사람 옷 입히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판매원이 열선 까는 방법을 일러주었다. 겨울철, 스스로 온도 조절을 하지 못하는 녀석에게 열선은 생명줄과 다름없다고 했다. 녀석에게 25도의 체온으로 이국의 땅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어쩌면 불행일 수 있었다. 나는 콘센트에 코드를 꽂고 케이지에서 멀찍이 물러섰다. 거실의 불을 낮추고 이반이 남긴 메모지를 냉장고에 붙였다. 주방 창가로 가서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북향으로 나 있는 주방에서 밖을 보면 아래층에 있는 중국집 ‘홍루’의 뒤꼍이 훤히 보였다. 홍루 뒤꼍에 가로등 빛이 희미하게 새들었다. 쥐라도 쫓는지 고양이 한 마리가 쏜살같이 담자락을 타고 지나간다. 지난봄, 가게의 주인이 바뀌면서 홍루(紅樓)라는 간판이 내걸렸다. 홍루는 붉은 다락방이라는 뜻이지만 이곳에 사는 화교들은 늙은 기생의 방이라는 별칭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나는 변두리 사거리의 허름한 중국집 이름 홍루를 몇 번이고 되뇌었다. 거리는 스산할 정도로 빛이 꺼져 가고 휑하니 바람만 몰아 불었다. 멀리 텍사스 거리의 불빛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등 뒤로 손을 넘겨 자주색 민소매 드레스의 지퍼를 올렸다. 목선이 등 뒤로 깊게 파인 드레스였다. 이반을 만났을 때 이 드레스를 입었다. 이반이 긴 허리를 굽히고 마른 등에 입술을 댈 때면 나는 수줍은 소녀처럼 간지러움을 참아내곤 했다. 나는 거울을 보며 빨강 립스틱을 덧바르고 귓불 뒤에 향수를 뿌렸다. 구제를 구입해 수선한 밍크를 꺼내 걸치고 자투리로 만든 밍크 모자를 머리에 비스듬히 얹었다. 진주 귀걸이를 하고 장갑을 꼈다. 은색 스팽글이 촘촘하게 박힌 카우치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바람이 몹시 차가웠다. 텍사스촌에 접어들자 겨울 내내 공중에 걸려 있던 해진 만국기가 바람에 나풀댔다. 그 아래, 술에 취한 러시아 선원 두 명이 러시아 혁명가 스텐카 라진을 부르며 지나갔다. 나는 시애틀 노래주점을 지나고 캄차카 노래방을 지나 클럽 로즈로 걸음을 옮겼다. 로즈에는 러시아 민요인 백만 송이 장미가 흐르고 있었다. 낮고 고혹적인 중년 여가수의 목소리가 담배 연기와 흐린 불빛에 섞여 들었다. 손님이라고는 한국 선원 두 명과 러시아 선원 두 명이 전부였다. 마담 장이 표정 없이 내 쪽을 바라보았다. 나는 이반을 만났던 자리에 앉아 장갑을 벗어 테이블 위에 얹었다. 한국 선원과 함께 있던 나타샤가 다가와 서툰 한국어로 언니, 마셔? 라고 물었다. 나는 보드카와 러시아 닭 꼬치인 샤실릭을 시켰다. 담배를 피워 물고 천천히 로즈 안을 둘러보았다. 마담 장이 무료하게 하품을 해댔다. 필리핀에서 온 구잘은 러시아 선원과 섞여 백만 송이 장미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다. 음악이 끝날 무렵 나타샤가 보드카와 샤실릭을 내왔다. 나는 담배를 끄고 보드카를 한 잔 따랐다. 보드카를 한 모금 마시자 뜨거운 열기가 순식간에 목까지 치닿았다. 이반은 보드카를 마시는 순간이면 고향을 떠났다는 것도, 추운 바다 위를 떠돈다는 것도 모두 잊는다고 했다. 나는 열기가 되뿜어져 나오는 목을 진정시키기 위해 샤실릭 꼬치에서 닭 가슴살 한 점을 빼 마요네즈에 찍어 입에 넣었다. 내가 보드카를 마시기 시작한 것은 미군이 철수하고 나서였다. 러시아 선원들이 골목을 차지하고 거리의 젊은 여자들은 아메리칸 드림을 좇아 짐을 꾸려서 떠났다. 고작 러시아 선원의 비위나 맞추며 살지는 않을 거라고 했다. 마담 장도 미군을 따라 미국으로 갔던 여자였다. 나는 미군 대신 러시아 선원을, 맥주 대신 보드카를, 영어 대신 러시아어를 몸에 익혔다. 이 거리에 나타샤와 구잘이 찾아들었다. 나타샤는 러시아에서 발레리나였고 구잘은 필리핀에서 가수였다고 했다. 그렇게 누군가는 꿈을 찾아 이곳을 떠났고 또 누군가는 또 다른 꿈을 좇아 이곳으로 왔다. 하지만 텍사스촌으로 되돌아 온 사람들은 좀체 이 거리를 다시 벗어나지 못했다. 마담 장이 러시아 민요 대신 빠른 행진곡으로 음악을 바꾸었다. 선원들이 경쾌한 해군의 노래에 맞춰 무릎과 팔을 흔들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보드카 병이 순식간에 비어 갔다. 시계는 벌써 열한 시를 넘겼다. 한국 선원이 나타샤의 뺨을 비비며 등줄기를 훑었다. 선원 하나가 그녀의 치마 속으로 손을 넣는 순간 그녀가 마담 장에게 눈짓을 보냈다. 마담 장이 전화를 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러시아 아가씨가 클럽 안으로 들어왔다. 나이트클럽에서 춤을 추는 여자였다. 계산을 마친 그들이 클럽 안을 빠져 나갔다. 손님은 이제 러시아 선원만 남았다. 유난히 손님이 없는 밤이었다. 살집이 많은 러시아 선원 하나가 보드카를 마시며 계속 나를 주시했다. 눈이 마주치자 선원은 보드카 병을 쥐고 일행을 벗어나 내 쪽으로 걸어왔다. 구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비틀거리는 선원보다 구잘이 먼저 내 테이블 앞에 와 선다. 러시아 선원이 들으라는 듯 러시아말로 이번에도 손님을 채 가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말한다. 나는 담배를 피워 물었다. 선원이 멈칫거리는 사이 구잘이 밖으로 나갔다. 선원이 내 앞에 앉는다. 그는 잔에 보드카를 따르며 자신의 고향 이야기로 말을 건넸다. 나는 그에게 이반을 아느냐고 물었다. 그는 어깨를 추켜올리며 자신이 이반이라고 했다. 그리고 자주색 드레스가 마음에 든다며 슬쩍 어깨를 감싸 쥐었다. 해군의 노래가 끝나고 러시아 혁명가가 시작되었다. 구잘이 필리핀 친구와 함께 나타났다. 구잘의 친구가 러시아 선원의 팔을 꿰찼다. 멍청이! 저 언니 나이 많아, 주름 많아, 구잘이 선원에게 하는 말이 들려왔다. 구잘의 말에 선원이 내 앞에 앉은 선원에게 손짓을 보냈다. 동료가 만류하는 손짓을 무시하듯 선원이 지갑을 꺼내 보드카와 샤실릭 값의 두 배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지켜보고 있던 구잘이 거칠게 다가왔다. 언니 년 나빠! 그녀가 내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놀란 선원이 성급히 일어났다. 그리고 테이블의 돈을 챙겨 일행 쪽으로 가버렸다. 망할 년! 어린 년이! 마담 장이 구잘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언니 년, 나빠! 구잘이 악다구니 끝에 손을 풀었다. 그들이 모두 빠져나갔다. 샤실릭 꼬치가 꾸들꾸들 말라갔다. 러시아 혁명가가 끝나고 경쾌한 아코디언 연주와 함께 새로운 음악이 흘러나왔다. 유난히 손님이 없는 밤이었다. “이 짓도 이제 지긋지긋해, 러시아 년들을 한국 놈들에게 붙이고 필리핀 년들은 러시아 놈에게 붙이고, 이렇게 갈보 년들 불러대는 것도 신물이 난다구!” 그녀가 보드카를 마시며 넋두리를 해댔다. 쿨럭쿨럭, 천식 때문인지 잔기침이 뒤따랐다. “그래도 옛날에 이 바닥에서 명자, 하면 알아줬는데, 사내들을 홀리는 묘한 매력이 있었지, 그 시절에는 먹물 튄 년이 드문 때였으니…….” 그녀가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담배를 피워 물었다. 흐릿한 불빛을 타고 담배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거에 혹해서 사내놈들이 많이 찝쩍댔지…… 그때 한 놈 잡아 떠나지, 무슨 미련이 있다구…….” 그녀의 목소리는 무대 위에 홀로 앉은 재즈가수의 독백처럼 한없이 낮았다. “너나 나나, 진즉에 이 바닥을 떴어야 하는데……, 사나운 팔자는 이래도 저래도 막히니…….” 그녀는 마치 거울을 보듯 나를 보고 있었다. 손님은 더 이상 들지 않을 것이다. 나는 코트를 걸쳤다. 카우치 백을 열어 계산을 마치고 조용히 로즈를 나왔다. 홍루의 간판이 바람에 흔들거렸다. 나는 홍루 앞에서 머리를 손으로 빗어 넘기고 모자를 반듯하게 썼다. 보드카 때문인지 속에서 열이 올랐다. 어두운 계단을 지나 2층 현관문을 열었다. 녀석은 아직도 톱밥 속에 파묻혀 있다. 녀석에게 다가가 케이지 밑에 조심스럽게 손을 갖다 댔다. 따뜻했다. 월요일에 길을 떠나면 여행이 불행하게 된다고 했던 이반은 정작 월요일에 떠났다. 이반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건 단순히 그가 월요일에 떠났기 때문이리라. 나는 욕실로 들어가 화장을 지우고 드레스를 벗었다. 거울에 깡마른 몸이 드러났다. 이반이 명자, 라고 이름을 부른 뒤 커다란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그려 보이면 나는 러시아 회화 책을 뒤지듯 그가 허공에 그려낸 그림을 꼼꼼히 살폈다. 이반은 종종 그렇게 자신이 탈 배가 지나갈 곳을 손으로 그려 보여주었다. 그럴 때마다 이반의 손목에 새긴 푸른 돛이 허공에서 움직였다. 이반은 지금 어느 바다를 지나고 있을까, 나는 깡마른 몸에 샤워기의 물을 뿌렸다. 이른 아침, 잠에서 깬 것은 녀석 때문이었다. 문득 녀석에게 아무 것도 주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반이 떠나고 녀석을 제대로 본 적도 없다. 나는 가운을 걸치고 거실로 나갔다. 케이지에서 멀찍이 떨어져 톱밥 위를 보았다. 녀석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반이 떠나고 녀석은 줄곧 톱밥 속에 파묻혀 있는 것일까, 나는 케이지 안을 살폈다. 톱밥의 곡선이 흐트러짐 없이 처음 그대로였다. 나는 냉동실 문을 열고 이반이 사 놓은 먹이를 하나 꺼냈다. 먹이는 알루미늄 포장지에 싸여 있었다. 개수대에 따뜻한 물을 받아 포장된 먹이를 그대로 담갔다. 재스민 차를 우려내 창가로 간다. 눈이 흩날렸다. 홍루 지붕에는 엘피 가스통 4개와 물탱크, 남자의 것으로 보이는 작업복과 면장갑, 깨진 그릇이 나뒹굴었다. 그 낡은 지붕 아래 자장면과 짬뽕 옆으로 적힌, 익숙하나 한 번도 맛을 본 적 없는 횡서 끝자락의 낯선 메뉴를 떠올린다, 어쩌면 남자가 만들어 본 지 너무 오래되어 이제는 감조차 잃어버렸을지도 모를 그 메뉴 밑으로 삐뚤삐뚤하게 적힌 러시아 음식들. 흑빵과 함께 홍루의 남자는 육개장과 비슷한 쌀단까나 빈대떡과 비슷한 블린 같은 러시아 음식도 만들었다. 종종 러시아 사람들이 중국 음식 중에 끼어 있는 러시아 음식을 주문하였다. 눈이 내려앉는 홍루 뒤꼍에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가 등을 보이고 양파 껍질을 벗기기 시작한다. 내가 보는 것은 언제나 남자의 등이다. 남자는 마치 그림 속에 들어 있는 사람처럼 묵묵히 앉아 양파를 깠다. 넓은 고무 대야를 가랑이 사이에 끼우고 물에 붇고 있는 양파 껍질을 벗겨 낸다. 인조털이 달린 두툼한 점퍼에 가려진 남자의 양 옆 어깨가 끊임없이 움직인다. 나는 껍질과 뒤섞인 혼탁한 물에 한 쪽 손을 깊숙이 집어넣고 남은 양파 알을 찾는 남자의 기울어진 어깨를 본다. 언뜻언뜻 삐져나오는 남자의 붉고 물에 불은 손. 남자는 허리를 펴고 위를 올려다보는 법이 좀체 없다. 남자의 등 뒤로 살금살금 나타샤가 다가간다. 그녀는 고양이처럼 허리를 익살스럽게 굽히고 남자의 등 뒤에 몰래 다가섰다. 나타샤가 두 손으로 남자의 눈을 가린다. 남자가 양파 껍질이 묻은 젖은 손을 차마 나타샤 손에 포개지 못하고 주춤거렸다. 나타샤가 손을 풀었다. 나는 뒤돌아보고 멋쩍어하는 남자의 표정을 바라보며 식어가는 찻잔을 볼에 대고 눌렀다. 나타샤가 남자 앞에 턱을 괴고 앉는다. 분홍색 털 스웨터에 청바지를 입은 그녀의 모습이 클럽에서와는 달리 앳돼 보였다. 남자가 양파 껍질을 벗기는 일을 멈추었다. 나타샤가 일어서더니 뒤꿈치를 모으고 양발을 벌려 발레의 폴리에 자세를 취한다. 두 팔을 뻗어 머리 위로 올리고 천천히 발 앞굽을 세워 잔걸음으로 뒤꼍을 옮겨 다녔다. 한눈에 봐도 그녀가 백조의 동작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나타샤가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총총걸음으로 뒤꼍을 돌아 남자 앞에 섰다. 그녀가 숨을 쉴 때마다 동그랗게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나는 남자를 향해 웃고 있는 나타샤를 보며 식은 찻잔을 내려놓았다. 개수대에 던져놓은 녀석의 먹이가 녹았다. 먹이를 건져서 접시에 담고 알루미늄 포장지를 벗겨냈다. 손가락 한 마디를 좀 넘긴 연한 핑크색 먹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순간 나는 숨을 멈추고 뒤로 물러섰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끼 쥐가 녀석의 먹이라니. 처음 기지촌에 왔을 때처럼, 처음 러시아 선원을 만났을 때처럼 무섭고 낯설었다. 나는 숨을 가다듬었다. 집게로 새끼 쥐를 집어 올려 녀석에게로 갔다. 톱밥 위는 아직도 텅 비어 있었다. 케이지 뚜껑을 조심스럽게 열고 먹이를 내려놓았다. 휘파람을 분다. 녀석이 나타나기를 바라며 휘파람을 분다. 어릴 적 나는 늘 혼자였다. 혼자 있는 시간이면 아무도 없는 집 마루에 앉아 허공을 향해 휘파람을 불어대곤 했다. 설령 어른들의 말처럼 뱀이 나온다 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휘파람을 불면 곁에 누가 있는 것처럼 무서움이 가셨다. 이반의 말대로 휘파람을 불어서 집이 비었는지 집이 비어서 휘파람을 불었는지 지금도 알 수는 없었다. 나는 케이지에서 시선을 거두고 소파에 앉아 여행자를 위한 러시아 회화 책을 폈다. 90쪽 ‘거리’에서부터 120쪽 ‘모자 가게’까지는 이반이 떠나기 전 러시아어로 읽어주었다. 151쪽 기차여행 편을 한글로 따라 읽는다. ‘그제야 마구 쎄스츠 나 보예즈제?’ 어느 기차에 타야 합니까? 홍루 뒤꼍으로 함박눈이 쌓였다. 나는 눈을 밟으며 홍루로 갔다. 홍루에는 나타샤와 한국인 두 명만이 앉아 있었다. 주방 안으로 남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종업원에게 이반이 즐겨 먹었던 쌀단까와 흑빵을 주문했다. 종업원 대신 나타샤가 내 쪽을 힐금거리며 주방 입구로 갔다. 그리고 주방 안으로 고개를 들이밀고 주문을 받아 전해준다. 나는 낮은 선반 위에 펼쳐진 러시아 회화 책을 잠시 쳐다보았다. 남자도 틈틈이 회화 책을 뒤지며 러시아 말을 익히고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습관처럼 폴리에 자세로 발을 벌리고 서 있는 나타샤의 뒷모습이 왠지 서글퍼서 고개를 돌렸다. 쌀단까와 흑빵이 나왔다. 이반은 홍루의 쌀단까 맛이 고향의 맛과 같다고 했지만 홍루의 쌀단까 맛은 육개장과 별반 다름없는 맛이었다. 천천히 흑빵을 뜯어 입에 넣었다. 흑빵이 입안에서 거칠게 씹혔다. 나는 반쯤 뜯어 먹은 흑빵을 남기고 홍루를 나왔다. 케이지 안에 먹이가 그대로 있었다. 녀석이 처음부터 이곳에 있었나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케이지의 뚜껑을 열고 먼지떨이를 거꾸로 찔러 넣어 천천히 톱밥을 휘저었다. 녀석은 나타나지 않았다. 막대기로 커다랗게 원을 그은 뒤 안으로 조금씩 좁혀가며 톱밥을 감아 올렸다. 녀석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반이 곁에 있었다면 아마도 내가 휘파람을 불어 모든 게 텅 비어버린 거라고 말했을 것이다. 녀석은 어디로 간 것일까. 눈이 녹고 있었다. 녀석이 사라진 지 일주일째, 부두에 배가 들어왔다. 텍사스 거리는 러시아 선원들과 보따리 상인들로 붐볐다. 나는 클럽 문을 열었다. 로즈도 러시아 선원들로 북적였다. 여전히 러시아 음악 백학이 흘러나왔고 조명은 더 흐려 있었다. 나는 이반을 만났던, 거울이 걸린 자리에 앉았다. 장갑을 벗어 테이블 위에 올리고 카우치 백에서 담배를 꺼냈다. 언니 머? 구잘이 퉁명스럽게 물었다. 나는 보드카와 샤실릭을 주문했다. 마담 장이 새로운 선원들을 앞에 두고 예전 텍사스 거리에 몰려들었던 미군들의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다. 선원들이 이야기를 채근하듯 마담 장을 향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그 시절 마담 장의 사랑을 구하려는 한 미국 병사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털어 백만 송이 장미를 사다가 거리에 뿌렸노라고 말하자 선원들이 속았다는 듯 몸을 털며 허탈한 웃음을 웃었다. 러시아에 전해 내려오는 백만 송이 장미에 얽힌, 가난한 화가의 슬픈 사랑이야기란 것을 이내 알아챈 모양이었다. 마담 장은 배가 들어올 때마다 선원들을 앞에 두고 그렇게 이야기를 만들어 내곤 했다. 선원들은 이국의 낯선 이야기에 자신들 나라의 이야기가 섞여 든 것을 알아채자 긴장이 풀렸는지 보드카를 연거푸 마셨다. 마담 장이 의자를 돌려 몸을 반쯤 틀고 있는 러시아 선원들을 달래듯 두 손을 들어 허공을 다독였다. 선원들이 다시 마담 장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나타샤는 한국인 선원들 사이에 섞여 있었고 이미 취해 보였다. 한국인 선원이 길고 곧은 나타샤의 등줄기를 더듬어 내려가다 허리를 감싸 안고 일어섰다. 마담 장이 재빠르게 나타샤와 눈길을 주고받았다. 나타샤와 한국인 선원이 계산을 마치고 클럽 밖으로 나갔다. 홍루의 남자가 클럽에 들어선 것은 내가 두 번째 담배에 막 불을 붙일 때였다. 남자는 이곳이 처음인 듯 두리번거리며 자리를 찾아 앉았다. 다소 들뜬 표정으로 구잘에게 주문을 했다. 그의 테이블에 맥주와 마른안주가 올려졌다. 나는 보드카를 한 모금 마셨다. 마담 장이 음악을 바꿨다. 빠르고 경쾌한 음악이었다. 러시아 선원들이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한다. 러시아인들의 춤은 마치 목각 인형이 줄에 매달려 움직이는 것처럼 무릎과 팔이 절도 있게 꺾어졌다. 격렬하면서도 율동 사이사이에 강한 매듭이 있는 러시아 춤을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도 정신이 맑아졌다. 춤이 격렬하면 할수록 더 그랬다. 나는 선원들이 원무를 이뤄 추는 가팍을 보며 이반을 떠올렸다. 이반도 어디선가 함성을 지르며 저들처럼 가팍을 추고 있을까, 나는 보드카를 마시고 샤실릭을 한입 베어 물었다. 바에 앉아서 계속 몸을 흔들고 있던 마담 장이 그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육중한 그녀의 몸이 빠른 리듬에 맞춰 민첩하게 움직였다. 선원들의 함성이 추임새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이어졌다. 음악을 바꾸지 않는다면 그들의 춤은 자정까지 계속될 것이다. 구잘이 나타샤가 없는 빈자리를 대신하여 분주히 움직였다. 마담 장은 점점 술에 취하고 흥에 취해갔다. 가끔 이렇게 마담 장이 흥에 취해 선원들과 춤을 추면 그녀가 어김없이 해 오던 일, 러시아 아가씨를 한국 선원에게 붙이고 필리핀 아가씨를 러시아 선원에게 붙이는 일을 잊었다. 더불어 나의 존재도 잊었다. 그녀가 잊는 것은 단지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녀의 천식처럼 오래된 이 거리의 모든 것들, 그녀를 되돌아오게 만들었던 익숙한 모든 것들, 그녀의 생 모두를 잊을 것이었다. 이반의 말대로 휘파람을 불면 무언가 텅 비게 되는 것처럼 그녀도 텅 비어가는 것이리라. 원무에 끼어 점점 격렬하게 몸을 흔들 때마다 그녀가 한줌씩 사라지는 것 같았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기라도 할 듯 깡마른 손을 허공에 내밀었다. 홍루의 남자가 술을 마시기 시작한다. 남자는 무릎 사이에 손을 찔러 넣고 눈은 줄곧 나타샤를 찾았다. 나는 마지막 보드카를 입에 털어 넣었다. 남자가 취했는지 점점 고개를 떨궜다. 녀석은 어디로 갔을까, 나는 문득 잊고 있던 녀석을 떠올리며 휘파람을 불었다. 남자가 고개를 든다. 거짓말처럼 녀석을 찾은 것은 소파 밑에서였다. 환전소에 가기 위해 러시아 동전을 지갑에 넣는 중이었다. 소파 밑으로 굴러들어간 동전을 줍기 위해 허리를 굽혔다. 누렇게 바랜 벽지에 노랑 빨강 검정 색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녀석은 소파 안쪽 벽 틈에 일자로 붙어 있었다. 나는 잠시 숨을 멈추고 가만히 녀석을 지켜보았다. 녀석도 움직이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 주방으로 갔다. 냉장고에서 먹이를 꺼내 따뜻한 물에 담근 다음 물기를 닦아 소파 입구에 놓았다. 집게를 들고 소파 위에 웅크리고 앉아서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녀석이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움직이지 않고 숨을 삼켰다. 먹이 앞까지 조심스럽게 다가간 녀석이 고개를 들며 혀를 날름거렸다. 녀석의 여린 혀가 재빠르게 입속을 반복해서 드나들었다. 녀석이 먹이 앞으로 다가가 먹이를 덥석 무는 순간 집게로 녀석을 집어 케이지에 넣었다. 녀석의 입에는 삼키다 만 새끼 쥐의 여린 몸이 반쯤 물려 있었다. 로즈 앞에는 며칠째 클로즈라는 안내판만 달려 있었다. 겨울이면 도지는 마담 장의 천식 때문에 잠시 문을 닫았다고 했다. 나타샤도 가끔씩 목욕탕이나 환전소에서 마주치곤 했는데 언제부턴가 보이지 않았다. 들리는 소문에 한국 선원을 따라 이곳을 떠났다는 말도 있었고 임신을 해서 로즈에서 쫓겨났다는 소문도 있었다. 텍사스 거리는 다 해진 만국기를 걷어내는 상인들로 분주했다. 나는 만국기가 끝나는 곳에서 발길을 멈추었다. 이반을 처음 만났던 날, 이반의 달콤한 입술이 나의 입술에 닿던 순간, 나는 내 여행이 이대로 끝이 나길 간절히 바랐었다. 이반은 지금 어느 바다를 지나고 있을까? 나는 만국기가 걷히는 하늘을 바라보며 블라디보스토크 행 비행기표 판매소를 지나 환전소로 갔다. 마지막 남은 먹이를 녀석에게 넣어주었다. 녀석이 조심스럽게 먹이에 다가간다. 잠시 목을 추켜세우더니 슬그머니 방향을 틀었다. 또 먹이를 먹지 않을 모양이었다. 온수에 목욕을 시키면 좀 도움이 될 겁니다. 수의사는 전화로 간단하게 처방을 내렸다. 소화불량이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정상적으로 탈피를 하기 힘들어진다고도 했다. 대야에 온수를 받아 케이지 옆에 놓았다. 케이지 뚜껑을 열고 널브러지듯 몸을 길게 풀고 있는 녀석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나는 집게를 들다가 내려놓았다. 녀석의 외피에 손을 조심스럽게 갖다 댔다. 녀석의 차가운 체온이 손끝으로 전해졌다. 천천히 선을 그으며 머리 쪽으로 손가락을 옮겼다. 녀석의 입을 지나 턱쯤에 손가락이 닿았을 때 녀석이 감미로운 몸동작으로 손에 감겨든다. 소름인지 전율인지 무언가 몸속으로 울려들었다. 나는 녀석을 안듯 들어올려 온수에 담갔다. 녀석이 천천히 물속으로 스며든다. 나는 물끄러미 녀석을 보다가 물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미끄러지듯 내 손을 비켜나가는 녀석의 꽁무니를 따라가며 손을 저어 작은 물보라를 일으켰다. 녀석이 점점 생기를 찾은 듯 작은 원을 그리며 빠르게 움직였다. 잠시 뒤 작은 수건으로 민첩하게 손아귀를 벗어나는 녀석을 떠내 마른 수건을 깔아놓은 그릇에 옮겨 담았다. 녀석을 재빨리 수건 위에 굴린 뒤 케이지 안으로 털어 넣었다. 명자, 아주 잘했어, 이반이 보았더라면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나는 홍루를 지나고 로즈를 지나 도로 건너편에 있는 수족관으로 갔다. 파충류 먹이 있음. 간판 옆에 적힌 글씨를 확인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점원이 햄스터 케이지를 열다가 내 쪽을 본다. “뭘 드릴까요? 손님.” 점원이 케이지 안에서 햄스터를 꺼내며 물었다. “밀크스네이크 종인데……먹이 좀 사려고요.” 나는 나무토막을 기어오르는 비단뱀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한다. “뱀을 키운 지 오래되셨나 봐요. 처음 키우는 사람은 그렇게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거든요.” 점원이 손에 쥔 햄스터를 비단뱀에게 던져주며 말했다. “이렇게 한창 클 때는 녀석도 산 먹이를 찾아요, 그래야 탈피를 제대로 할 수 있거든요.” 나무막대를 기어오르던 녀석이 슬그머니 방향을 틀며 혀를 날름거렸다. 케이지에 던져진 햄스터가 꾸물꾸물했다. 움직임을 감지한 녀석도 먹이를 견준 채 꼼짝 하지 않다가 입을 벌리고 먹이를 물어 삼켰다. 나는 고개를 돌리며 점원에게 휘파람을 불면 뱀이 나온다는 말을 아느냐고 물었다. “그런 속담이 있었나요?” 점원은 손에 묻은 햄스터 털을 털어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손님, 냉동 쥐로 드릴까요?” 점원이 물었다. 나는 햄스터의 하얀 몸이 비단뱀의 입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점원은 케이지에서 꿈틀거리는 분홍색 새끼 햄스터 한 마리를 꺼냈다. “녀석들이 종종 냉동 먹이를 먹지 않는데…… 그건 아마도 탈피를 하려고 그럴 겁니다. 제대로 크고 있다는 증거죠.” 나는 점원에게서 새끼 햄스터를 받아 골목으로 돌아왔다. 날이 풀리고 있었다. 곧 부두에 배가 들어온다고 했다. 나는 문이 닫힌 로즈를 지나 홍루에 들러 쌀단까와 흑빵을 시켰다. 남자는 여전히 등을 보이고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다. 탁자 위에는 너덜너덜해진 러시아 회화 책과 비닐도 뜯지 않은 발레 슈즈가 올려져 있었다. 나는 흑빵을 뜯어 쌀단까에 적셔 먹었다. 맞은편 거울에 흑빵을 씹고 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밥을 먹을 때 거울을 보면 안돼요, 아름다움까지 먹어버리거든요, 이반이 내 귓불 뒤에 입술을 갖다 대며 속삭일 것 같았다. 홍루의 간판이 바람에 흔들거렸다.
  • [송년 커버스토리] 쪽방촌의 望年

    [송년 커버스토리] 쪽방촌의 望年

    서울성곽 아래 300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성북구 북정마을. 1960~70년대 마을 모습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는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독거노인들이 주로 살고 있다. 도로 건너편에는 ‘성북동 부촌’이 자리 잡고 있다. 서울성곽에 가려 햇빛이 잘 들지 않는 이 마을은 복지의 햇살 역시 들지 않고 있었다. 바늘귀 같은 취업난, 살인적 등록금, 수직상승하는 공공요금 등은 북정마을 사람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페인트 일을 하는 신모(50)씨는 최근 일감이 없어 집에서 노는 신세다. 큰아들은 군대에 갔고, 대학교 3학년인 작은아들은 학교를 쉬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등록금을 벌고 있다. “사정이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대출 이자를 줄여주는 것도 하나의 복지 혜택인데, 그런 것이 전혀 없으니 너무 힘이 듭니다.” 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 인근에도 고단한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자동차와 사람들이 바삐 오가는 대로변을 지나 골목길로 들어서자 3.3㎡(1평) 남짓한 쪽방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쪽방촌이 모습을 드러냈다. 주민 5~10명이 재래식 화장실 한 칸을 함께 사용하고 있었고, 여기저기서 악취가 코를 찔렀다. 강모(64·여)씨는 8년째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허리디스크를 앓는 강씨는 인근 식당에서 전화가 오면 일주일에 서너 번 설거지를 해주고 있다. 이렇게 해서 생기는 한 달 수입 20만원에서 15만원이 월세로 나간다. 끼니는 일하는 식당에서 해결하거나 복지관에서 나오는 쌀과 라면으로 때운다. 강씨는 복지제도의 혜택에서 소외됐다.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있을 법도 하지만 강씨는 “복지관에 물어봤는데 나이가 부족해 안 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정부는 ‘복지 확대’를 외치고 있지만 이들 빈곤층에는 남의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 북정마을에 사는 김모(60·여)씨는 26㎡(8평) 단칸방 하나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집에 난방시설은 전혀 없어 몇 겹의 이불을 뒤집어쓰고 지낼 수밖에 없다. 인천에 딸이 살고 있지만 그도 생활이 어려워 김씨를 도와주지 못하고 있다. 딸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에도 해당되지 않아 국가에서 제공하는 어떤 복지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김씨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된 자원봉사단체가 순간 온수기를 달아줘 겨우 따뜻한 물로 몸을 씻을 수 있게 됐다. 이웃 정모(87·여)씨 역시 딸이 3명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에서 제외됐다. 각자 형편이 어려워 정씨를 돌보지 못하고 있지만 하소연할 곳도 없다. 그나마 받는 노인연금수당은 병원에서 무릎과 허리 치료받는 데 들어가고, 남은 돈으로는 하루에 쓸 연탄 1장도 못 살 지경이다. 지난해에는 노인복지회관 같은 곳에서 반찬을 줘서 식비 부담을 줄였으나 올해는 그마저도 없어 이웃이 나눠준 김치를 먹고 살고 있다. 이들은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같은 복지제도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었다. 제도의 존재 자체를 모르거나, 안다 해도 신청 방법을 몰랐다. 동대문 쪽방촌에서 10년 넘게 살고 있는 김모(61)씨는 막일을 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겨울이 되자 일감이 뚝 끊겼다. 수입도 없는 데다 자녀도 없어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에 부합하지만 정작 김씨는 그런 제도가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정모(64·여)씨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가장 저렴한 50만원짜리 연탄보일러를 설치할 돈도 없어 연탄 난로로 난방을 하고 있다. 그마저도 연탄을 살 돈이 없어 한 자원봉사단체가 보태준 연탄 200장으로 버티고 있다. 정씨 역시 기초생활수급제가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신청하는 방법을 모르고 있었다. 정씨는 “동사무소에 가면 되는 것이냐. 내년이 되면 바로 신청하겠다.”면서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제도가 닿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손을 내미는 이들은 민간 봉사단체뿐이었다. 창신3동 언덕 위에 있는 판자촌에 홀로 사는 이모(94·여)씨는 노인연금 9만원 외에 그 어떤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다. 9.9㎡(3평) 방 하나와 조그마한 부엌이 있는 판잣집이 있다는 이유로 노인연금 외에 다른 수당을 받을 수 없는 처지다. 자원봉사단체인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고진광 이사는 “정부나 기관에서 생각하는 복지가 필요한 사람과 현장에서 보는 사람은 매우 다르다.”고 지적했다. 자식이나 쪽방 집이 있다고 해도 형편이 어려운 사람이 많은데 복지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 이사는 “현장을 가장 잘 아는 것은 실제 어려운 사람들을 만나보고 도와주는 봉사자들이다. 정부가 이들과 협력해 실태조사부터 다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아·김소라기자 jin@seoul.co.kr
  • [그린건설대상] 주택대상 - GS건설

    [그린건설대상] 주택대상 - GS건설

    내년 6월 입주를 앞두고 있는 서울 마포구 합정동 GS건설 ‘서교자이’는 현재 마감 공사가 한창이다. 준공까지 6개월 정도 남았지만 최고 39층 높이로 우뚝 솟은 서교자이는 이미 지역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서교자이는 29~39층 주상복합 3개동과 32층 업무동 1개 및 상업시설, 문화집회시설로 구성돼 있다. 모두 617가구가 들어선다. 지하철 2, 6호선의 합정역 출구와 바로 연결된 초역세권 단지로, 단지 안에 홈플러스 등 판매시설과 업무, 문화, 집회시설을 갖춘 대형복합단지로 개발된다. 주상복합 각 동에는 피트니스센터·게스트하우스·주민공동시설 등의 특화시설이 조성될 예정이다. 또한 단지 안에 7만 3696㎡ 규모의 복합 쇼핑몰과 할인점, 영화관, 공연장 등이 조성돼 원스톱 라이프가 가능하다. 상업 시설의 설계는 일본 도쿄 롯폰기힐스, 미국 라스베이거스 벨라지오 등 복합단지 설계로 유명한 미국 저디파트너십이 맡아 협곡형 스트리트 몰을 선보인다. 저층부 상업시설을 협곡 형태의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연결하도록 설계,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쇼핑, 문화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여기에 단지 내에 2980㎡의 공원과 3870㎡의 공지를 조성, 입주민과 방문객 모두가 쾌적한 환경을 만끽할 수 있는 ‘도심 속 정원’이 들어선다. 개방 지역에는 수(水) 공간을 마련, 삭막한 도심 속 오아시스와 같은 공간으로 조성한다. GS건설은 단지 내 공연장과 인근 녹지공원을 연계, ‘서교자이 웨스트밸리’를 새 쇼핑 거점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친환경 아이템도 다양하게 적용된다. ‘소형열병합발전시스템’은 도시가스 등의 연료로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하고, 이때 발생하는 배기가스의 폐열을 주민공동시설의 온수 생산에 활용하는 장치다. 가구 내에 환기 시스템인 ‘토털 에어 시스템’도 적용된다. 토털 에어 시스템은 욕실, 주방 등의 환기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 세대 내에 천정매입형 에어컨이 설치되어 넓은 실내공간 및 세련된 인테리어 연출이 가능하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인천, 발전소 온수로 제설 추진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온배수를 이용해 도로 제설작업을 하는 시스템이 도입된다. 11일 인천 서구에 따르면 지역 발전사인 ㈜포스코파워에서 1일 100만t씩 발생되는 온배수(자연상태 바닷물 16℃·염분농도 3.5%)로 눈이 올 때 제설작업용 염화칼슘과 함께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염화칼슘과 병행 사용 시 수분으로 인한 제설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나타나 올해부터는 강설 시 본격적으로 온배수 제설작업을 시행할 예정이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구로서도 명품 올레길 즐긴다

    구로구가 총 28.5㎞에 이르는 ‘명품 구로올레길’을 만든다. 구 관계자는 22일 “주민 걷기운동 생활화에 따라 보다 나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도록 2014년까지 조성한다.”고 밝혔다. 기존 길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끊긴 곳을 잇고, 걷기 불편한 곳을 다듬는 자연친화적 방식으로 진행된다. 올레길은 3개 유형이다. 산림형은 4개 코스다. 계남근린공원에서 고척근린공원을 잇는 철쭉 올레길 1.8㎞가 1코스, 와룡산에서 매봉산을 연결하는 4.8㎞가 2코스다. 2코스는 팥배나무 올레길, 지양산 올레길, 차돌바위 올레길, 온수 올레길로 세분화된다. 항동근린공원에서 수목원, 수목원에서 천왕산을 잇는 2.5㎞가 3코스다. 항동근린공원 올레길과 천왕산 올레길로 나뉜다. 개웅산 올레길 1.4㎞가 4코스다. 하천형은 3개 코스다. 거리공원까지 잇는 도림천 올레길 3.7㎞가 1코스, 신정교에서 안양교까지의 안양천 올레길 4.3㎞가 2코스, 안양교에서 개명교까지의 목감천 올레길 2.5㎞가 3코스다. 영서초등학교~신구로유수지를 연결하는 디지털길 5.2㎞가 도심형 1코스, 고척교~계남근린공원을 잇는 강서로길 2.3㎞가 도심형 2코스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사설] 이념에 물든 막말교사들 더 이상 방치 안된다

    파당적 이념과 천박한 막말이 버무려진 수업 내용을 녹음한 파일이 인터넷에 잇따라 올라오면서 중·고교 교육현장의 일그러진 실상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엊그제는 “각하는 수구꼴통의 전형”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을 비방하면서 반기업·반정부 정서를 부추긴 서울의 한 사립고 윤리교사의 강의내용이 인터넷에 올랐다. 교육당국은 학생들을 상대로 한 이 같은 교육 행태가 돌림병처럼 번지기 전에 적극 대응에 나서야 한다. 얼마 전 김포의 한 공립고교 역사교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 등을 무차별 공격하는 수업으로 물의를 빚었다. 이번에 논란이 된 윤리교사의 강의 내용을 보면 더욱 기가 찬다. 야권이나 전교조를 지지하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무조건 선(善)이고 여권 인사는 모두 악(惡)이라는 이분법적 정치관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헌법재판소 영감탱이’, ‘대법관 XX’ 등 육두문자도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무식해서 아군 적군 구별 못하고 엉뚱한 데 표를 준다.”며 여당을 지지하는 서민을 ‘돌대가리’라고 비하하기까지 했다. 아직 비판적 수용능력이 여물지 않은 고교생을 상대로 한, 균형감각을 상실한 의식화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냉·온수가 적절히 배합된 물로 씻어야 할 여린 피부에 한쪽 밸브를 잠가놓고 냉수와 온수 중 한 가지만 쏟아붓는 꼴이 아닌가. 오죽하면 수업을 들은 학생들이 녹음 파일을 인터넷에 올려 사회에 고발하는 방법을 택했겠는가. 우리는 특정 이념의 포로가 된 교사들이 교단의 절대다수를 점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또한 이들의 빗나간 가치관에 동의하지도 않는다.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가치관을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한 헌법정신에도 어긋난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정히 자신의 신념을 설파하고 실천하고 싶다면 교단을 떠나 자신의 이념에 맞는 정당에 가입해서 그 뜻을 펼치는 것이 옳다. 미래세대를 키우는 교단이 설익은 가치관을 일방주입하는 의식화의 제단으로 전락하는 일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교육당국은 더 늦기 전에 적절한 제어책을 강구하기 바란다.
  • [Weekly Health Issue] 사람 피부 완전재생 ‘ESS’ 세계 최초 개발

    화상은 전문적인 치료가 중요한 질환이다. 적절한 치료를 통해 흉을 최소화하거나 지지 않게 할 수 있지만, 잘못된 치료 때문에 감염이 발생해 상처를 쉽게 악화시킬 수도 있다. 그러므로 화상을 입으면 무엇보다 전문 치료역량을 갖춘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화상에 대한 일반적인 대처법은 없다고 보는 게 옳다. 대부분의 자가 대처가 상태를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옷을 벗기려다 진피까지 훼손시키거나 열을 식히겠다고 화상 부위에 얼음을 얹고 와 손상을 더 심각하게 하는 등 오히려 상태를 악화시키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이런저런 자가처치를 고민하기보다 한시라도 빨리 병원으로 이송하는 게 중요하다. 이런 화상은 대부분 부주의가 문제다. 한림대 한강성심병원에서 1998∼2001년 치료를 받은 환자 5688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10세 미만에서 화상 발생빈도가 31%로 가장 높았으며, 뜨거운 물이나 국물, 가정용 온수기, 커피포트 등에 의한 열탕화상이 가장 흔한 원인이었다. 또 중년층에서 발생한 전기화상의 경우 작업장에서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경우와 개인적인 방심 등이 주요 원인이었다. 일반적으로 화상, 화재라고 하면 가스폭발이나 우연, 사고 등을 떠올리지만 이런 통계에서 보듯 대부분 부주의가 문제임을 알 수 있다. 화상치료는 최근 10년 사이에 놀랄 만큼 발전했으며, 국내 화상 전문의료진의 수준은 세계 최고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전욱 교수는 “동종 피부이식술·상피세포 성장인자·섬유모세포 성장인자·생물학적 드레싱·동종 유래 배양 상피세포치료제·자기 유래 배양상피세포치료제 등이 국내에서 개발되어 임상에 도입되었다.”면서 “한강성심병원의 경우 사람의 피부를 완전히 재생시키는 ‘ESS’(Engineered Skin Substitute)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고 소개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인사]

    ■통일부 △남북회담본부 회담3과장 오대석 ■문화체육관광부 <국립민속박물관>△전시운영과장 기량△어린이박물관과장 이관호 ■법제처 ◇승진 △사회문화법제국 법제심의관 김의성 ■한국광물자원공사 △자원개발본부장 직무대리 공봉성△기술연구소장 〃 성유현 ■고려대 △사범대학장(교육대학원장 겸임) 이연숙 ■삼양홀딩스 ◇승진 <부사장>△운영그룹장(재경실장 겸임) 윤재엽<상무>△경영진단실장 서진웅<총괄>△SCM실장 문정근△경영지원〃 김광열◇전보△전략기획실장 엄태웅 ■삼양사 ◇신임 △대표이사 김정 문성환△사외이사 김유승 김진배△상임감사 목상균◇승진 <부사장>△식품BU장(삼양밀맥스 대표이사 겸임) 김명기<상무>△도매·실수요총괄 고영성△울산공장장 양종철<총괄>△사료BU장 이성우△관리총괄 송규훈 ■삼양바이오팜 △대표이사 곽철호 ■삼양제넥스 ◇승진 <상무>△진황도삼양제넥스식품유한공사 총경리 이태석<총괄>△판매총괄 송자량 ■삼남석유화학 ◇승진 <상무>△판매총괄 김선일 ■삼양EMS ◇승진 <상무>△대표이사 소인영 ■삼양웰푸드 △대표이사 보좌(경영지원팀 사무 겸임) 이영길 ■삼양엔텍 △대표이사(삼양사 이온수지BU장 겸임) 문현동◇승진 <상무>△기계사업팀장 남상헌
  • [글로벌 시대] 평창동계올림픽에 연료전지 선수촌을/고토 노부유키 홍익대 교양외국어학부 교수

    [글로벌 시대] 평창동계올림픽에 연료전지 선수촌을/고토 노부유키 홍익대 교양외국어학부 교수

    2018년 동계 올림픽이 평창에서 개최된다. 올림픽은 스포츠 제전이면서, 동시대 최첨단 기술의 전시회가 되기도 한다. 환경보호와 친환경 에너지가 이 시대의 주요 과제인 것은 틀림없으며, 베이징의 연료전지 버스 운행에 이어 내년 런던 올림픽에서의 연료전지 택시 등장이 보도되어 최근 올림픽은 친환경 에너지 기술의 쇼룸과 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된 제안으로서, 평창 올림픽에서는 연료전지 등의 친환경 에너지 기술을 조합한 열전공급 시스템에 의한 집합주택과 대규모 시설의 실용화를 전시해 보면 어떨까 싶다. 최신 친환경 에너지 기술에 의해 전력과 난방이 공급되는 선수촌이나 호텔 등의 건설이 그 예이다. ‘연료전지’는 가스, 등유, 알코올 등에서 추출한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가 화학반응에 의해 발전하는 시스템이며, ‘전지’라기보다 오히려 ‘발전기’다. 또 ‘열전공급 시스템’은 전기를 만든 후에 나오는 배열(排熱)을 난방이나 온수로 이용해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시스템이다. 연료전지의 열전공급 시스템은 전기를 사용하는 장소에서 발전하기 때문에 환경과 경관을 해치는 송전탑과 송전선이 필요하지 않다. 또한 질소산화물이나 유황산화물과 같은 유해물질을 거의 배출하지 않는 청정 발전 시스템이다. 연료전지 연구는 1979년에 설립된 캐나다의 밸러드 사를 선두주자로 구미에서 시작되어 일본 기업을 끌어들였고, 구미와 일본에서는 이미 뛰어난 기술이 많이 축적되었다. 미국의 GE, 독일의 지멘스 등 세계 일류의 중전기 기업은 이른 시기에 원전 사업에서 손을 떼고 연료전지를 비롯한 신에너지 사업 분야에 투자를 늘려 새로운 기술 개발과 실용화에 앞을 다투어 왔다. 일본의 중전·가전 기업이나 가스·석유회사가 이러한 신에너지 사업 분야에 참가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이었다. 원전을 제조하는 일본의 중전기 기업도 일본 정부와 국제적인 원자력 신디케이트가 주도하는 ‘원자력 발전 르네상스’라는 위선으로 가득 찬 명분에 동참하면서, 동시에 실제로 장래성이 있는 친환경 에너지 기술 개발에도 적극적이었다. 또한 일본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덕분에, 산업계가 신에너지의 기술 개발에 더욱더 주력하여 소비자 쪽에서도 기대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얼마 전 한국의 정전 사태는 대규모 발전소에 의한 중앙제어형 전력 공급 시스템의 취약성을 경고한 사건이며, 지역분산형 전력 공급 시스템의 구축이 향후 과제로 부각되었다. 그리고 연료전지는 친환경 에너지일 뿐만 아니라 지역분산형 전력 공급 시스템에 적합한 발전방식이다. 연료전지의 열전공급 시스템만으로는 충분한 전력을 얻을 수 없다면, 에너지 효율이 높고 유해물질 배출이 지극히 낮은 새로운 가스 화력 기술인 마이크로 가스 터빈이나 콘바인드 사이클 및 태양광 발전을 병용해도 좋을 것이다. 한국은 아파트나 빌라와 같은 밀집주택에 난방과 온수 설비가 당연히 갖춰져 있다. 또 목욕탕, 찜질방, 헬스장 등이 갖춰져 있는 빌딩도 많다. 이러한 주택이나 레저 시설에서 연료전지로 전력을 조달해 배열을 난방과 온수에 이용하면, 발생하는 에너지의 80%가 소비되고 환경으로는 20%의 열을 배출할 뿐이다. 이에 비해 원전에서는 발생하는 에너지의 30% 정도만을 전력으로 바꾸며, 나머지 70%의 배열을 바다에 배출하여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하고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또 매일 음식물 쓰레기가 넘쳐 흐르고 있는 사회의 병폐를 생각하면, 특히 음식물 쓰레기를 이용한 연료전지 주택이 일석이조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즉, 음식물 쓰레기에 미생물을 가해 메탄 가스를 발생시켜서 추출된 수소 가스로 발전하는 방식이다. 신에너지 기술 분야에서는 한국이 크게 뒤떨어져 있는 것 같다. 빨리빨리 정신을 최대한 발휘하여 실용화 모델을 평창 올림픽에 선 보이면 어떨까.
  • 먹는 샘물 맛 다양해진다

    국내에서도 프랑스의 페리에 같은 천연 탄산수나 고미네랄수, 알칼리 이온수 등 특색 있는 ‘먹는 샘물’(생수)이 생산될 전망이다. 환경부는 18일 국산 먹는 샘물의 국내외 시장 확대와 물 산업 육성을 목표로 먹는 샘물의 다원화·특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우선 특성화 방안으로 먹는 샘물의 수질 기준을 개선할 방침이다. 현재 국내 먹는 샘물은 ‘경도 500mg/ℓ, 수소이온농도 pH 5.8∼8.5, 맛은 소독 이외의 맛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획일적인 수질 기준을 적용받고 있다. 이 때문에 제품별 차별화는 물론 일반 수돗물과도 구분이 안 돼 외국의 먹는 샘물과의 경쟁에서 뒤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로 미국, 프랑스, 일본 등에서는 천연 광천수의 경도나 pH 기준이 없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수질 기준과 관련해 경도는 1200mg/ℓ, 수소이온 농도는 pH 5.8∼9.5로 변경하고, 맛과 관련한 기준을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환경부는 또 먹는 샘물의 탄산 첨가 기준을 개선해 천연 탄산수 생산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환경부 이러한 제한 규정 등을 개정해 소비자들이 기호에 따라 다양한 탄산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수출 증대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밖에 천연 광천수, 용천수 등 원수 특성과 처리 방법에 따른 표시 방법도 구체화할 계획이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구로·부천·광명 도시 인프라 함께 쓴다

    서울 구로구와 경기 부천·광명시가 도시기반 인프라를 함께 활용하는 데 뜻을 모았다. 이성 구로구청장과 김만수 부천시장, 양기대 광명시장은 10일 부천시청 소통마당에서 ‘공동발전 업무협약’을 체결해 광역행정의 기틀을 마련했다. 세 도시는 조선시대 행정구역상 시흥군에 속해 있었고, 지금도 도시의 경계를 맞대고 있는 ‘이웃사촌’이다. 세 도시는 이번 협약을 계기로 정책협의회를 구성해 협력 가능한 정책과 지역개발 방안을 함께 연구하기로 했다. 협약서에는 ▲경제·문화예술·체육·환경·청소·교통·복지 분야 등의 교류협력 방안 발굴 및 활성화 ▲지역발전을 위한 연구·조사 진행 때 긴밀한 정보교류 ▲상호 시설을 공동으로 이용하는 등 주민편의 확대 및 지역문제 적극 해결 ▲제조업, 첨단산업, 유통서비스업 등 상호 경제발전을 위한 다양한 노력 ▲KTX 광명역, 지하철 1호선과 7호선 연장 개통 등 광역교통망 추진 ▲실무협의회 진행 등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구로구 관계자는 “각 도시 체육시설, 문화시설, 기피시설, 공원 등의 인프라를 함께 활용하고 축제 등을 공동으로 개최하면 적은 예산을 투입하고도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공동발전을 위해 긴밀한 협조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내년에 7호선이 온수역에서 부천을 거쳐 연장되면 구와 광명시, 부천시가 지하철로 관통되고, 또 각종 도로망이 정비되면서 세 도시는 공동 생활권으로 더욱 밀접한 관계를 맺을 것으로 보인다. 세 도시의 인구 합산이 170만명에 육박해 서남부 지역의 광역행정 필요성도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구는 2000년 이미 광명시와 ‘환경빅딜’을 통해 구에서 발생하는 생활 쓰레기는 광명시 자원회수시설에서, 광명시에서 나오는 생활하수는 서남물재생센터(옛 가양하수처리장)에서 처리하기로 협정을 맺는 등 상생의 경험도 있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난방 등 아파트 원격관리 앱 대림산업 ‘스마트홈’ 상용화

    난방 등 아파트 원격관리 앱 대림산업 ‘스마트홈’ 상용화

    대림산업은 조명과 냉·난방 제어, 방범 기능을 가진 아파트 원격관리 애플리케이션 ‘스마트홈 ’을 상용화한다고 10일 밝혔다. 이날부터 청담 4차 e편한세상, 용산 e편한세상, 당진 송악 e편한세상 등에 적용된다. 스마트홈 애플리케이션은 주택과 관련된 사항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거주자들이 이를 통해 거실 조명의 점등 상태 등을 제어할 수 있다. 난방기기 온도 설정과 작동 제어 외에도 전기, 가스, 수도, 온수, 난방 등의 사용량을 확인해 다른 가구와 비교할 수 있다. 에너지 절약을 위한 데이터도 받을 수 있다. 태그를 붙인 가족 차량의 위치도 단지 내 폐쇄회로(CC)TV로 실시간 확인이 가능하다. 앱스토어 등에서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을 수 있다. 국내에선 GS건설 등 대형 건설사에서 일부 단지에 적용해 상용화시킨 바 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살인· 단순 사고?…日서 온수기물에 노인 사망 충격

    살인· 단순 사고?…日서 온수기물에 노인 사망 충격

    일본에서 한 요양시설의 20대 남자직원이 93세 노인에게 온수기 물의 온도도 확인하지 않은 채 강제로 물을 뿌려 심각한 화상을 입혀 결국 죽게 만든 사고가 뒤늦께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3일 일본 요미우리신문 등 현지 외신은 “시즈오카현 경찰은 시즈오카 시 시미즈 구 오리토의 요양시설 직원인 용의자 후지누마 유스케(26)를 상해치사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용의자 후지누마는 지난해 4월24일 오전 4시30분께 구내 노인요양시설 샤워실에서 남자 원생(당시 93세)에게 온수를 몇 분 동안 퍼부어 화상을 입게 하고 폐렴과 패혈증으로 사망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현장을 지나가던 직원이 샤워를 중지시킨 뒤 바로 병원 응급실로 이송시켰지만, 원생은 하반신 등에 심각한 화상을 입어 같은 해 5월5일 사망했다. 한편 용의자는 “단지 환자가 더러워 씻겨주려고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닛테레 뉴스 24 서울신문 나우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황석영 작가가 해병대 후배들에게…다시 전우를 생각한다

    황석영 작가가 해병대 후배들에게…다시 전우를 생각한다

    요즈음 해병대에서 일어난 몇 차례의 군기 사고에 대하여 너무도 뻔하고 상투적인 여론이 들끓는 것을 보며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나는 한국의 젊은이라면 누구나 겪어야 하는 병역의 의무를 해병대원으로 치러냈고 베트남 전쟁에까지 참전했던 노병으로서 이번 사태에 대하여 누구보다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원래가 해병대는 제국주의 시대에 자국의 영토를 벗어나서 바다 건너 다른 나라를 공략하던 시기에 조직된 군사 편제이다. 한국 해병대의 창설은 한국전쟁이 치열하던 와중에 낙동강 교두보에 몰리면서 인천 상륙작전을 준비하던 미군 사령부의 주도로 제주도에서 급조되었던 것이다. 이들 초기 기수의 해병 대부분이 4·3 항쟁을 겪고 살아남아 가족과 자신의 사상적 알리바이를 온몸으로 보여야 했던 제주도의 청년들이었던 것은 분단에서 비롯된 국군의 태생적 아픔을 상징적으로 안고 있었다고 생각된다. 지금도 유명한 ‘귀신 잡는 해병’이라는 말도 창설되자마자 부산 방어선을 위한 최초의 상륙작전이던 통영 작전을 취재한 미국 기자의 기사에서 시작되었고, 이후 베트남 전쟁에 이르기까지 한국 해병대는 한국군 내부에서는 독자적으로, 그러나 내용으로 보면 미국 해병대의 작전 편제 안에서 그 특수성을 견제 혹은 격려받으면서 성장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남베트남이나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의 경우를 보면 육·해·공 지휘 체계의 외곽에서 비정규적 작전권을 갖고 있던 해병대가 언제나 군사정변에 동원되었고 한국의 5·16 쿠데타에서도 역할은 비슷한 것이었다. 따라서 육군이 주도했던 당시의 군사정부는 해병대의 애매한 위치에 대하여 고민을 했던 흔적이 여러 가지 자료에 보인다. 베트남 전쟁 이후 한국 해병대는 해군의 지휘 체계에 들어가면서 예산·진급·작전 모든 면에서 그 독자성을 상실한다. 아무튼, 우리 군대의 아픔이었던 일제 군대의 잔재는 다른 무엇보다도 하급 병사들에게는 내무반에 뿌리 깊게 남아 있었다. 모든 병영 문화의 출발이 내무반에서 시작되기 마련이었다. 겉으로는 미 해병대 캠프에서 훈련받은 젊은 장교 하사관들이 병사들을 교육했지만 일본 육전대의 전통이 내면화되었다. 베트남에서 겪은 일이지만 미군은 전선에서 싸우는 병사 한명에게 거의 열 배에 가까운 군수, 병참, 화력 지원의 역량을 투입했다. 아무리 조건이 나쁜 하급 부대에서도 병사들은 따뜻한 식사와 온수 샤워를 할 수 있었다. ‘민주 군대’의 토대는 결국 경제적 역량이었던 셈이다. 전 국민이 보릿고개를 넘던 시절에 군대에서 밥이라도 먹였던 것은 만연한 부패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일이었고, 이른바 ‘빳다’를 맞고 기합을 받아도 견디어 내야만 하는 일이었다. 이제 나는 그야말로 ‘기수 열외’라는 생소한 용어에 당황한다. 해병대의 기수란 한 달에 한 번씩 자원한 젊은이들을 부대원으로 받아들이는 모병제의 다른 이름이다. 같은 시기에 입대한 젊은이끼리는 서로 ‘동기생’이라고 부른다. 병력의 최소 단위가 되는 소대에서 분대로 나뉘는 편제를 모르면 어째서 기수가 중요한지 이해할 수가 없다. 소대장 아래 분대장인 하사관들이 있고 일개 분대는 스무 명쯤 되며 이는 다시 화기를 중심으로 조장 사수 부사수 소총수로 내려간다. 병장이 부분대장쯤 되고 그 아래로 상등병과 일등병, 이등병이 제 역할을 한다는 얘기다. 기수는 이러한 편제를 맞추어 나가기에 알맞게 되어 있다. 베트남 전쟁터에서 작전을 나가는 모든 병사는 수통을 두 개씩 허리에 차고 나가도 절약해서 마시지 않으면 어느 때는 오후에 텅 비게 된다. 이때 누군가가 다른 병사에게 물 한 모금 먹자고 하면 계급의 상하를 막론하고 ‘내 피를 달라고 하라’는 핀잔을 듣는다. 그러나 동기생이 달라고 하면 하는 수 없이 내준다. 당시만 하여도 얼차려를 줄 때에도 상급자는 엄동설한에 병사들을 발가벗겨 구보를 시키면 자신도 발가벗었고 얼음물에 처박으려면 자신도 함께 처박혀서 구령을 붙였다. 기수란 체력이나 요령이 부족한 동료를 낙오시키고 내버리고 왔을 때 모든 동기생에게 책임을 묻는 그런 것이었다. 이런 일을 ‘전우애’라고 부른다. ‘기수 열외’란 언젠가부터 극단적인 경쟁을 당연하게 내세우는 우리네 학원의 청소년 문화가 되어버린 ‘왕따’가 병영에까지 스며들었다는 충격을 주는 용어이다. 누군가를 지목하여 병사 모두가 그를 묵살하거나 엄정하게 주어진 계급 따위를 무시하게 한다는 것은 내막적으로는 군기를 어지럽히는 일이다. 나는 이번 사태의 책임에 대하여 하급병사들에게만 엄중하게 묻는 것을 개탄한다. 사실 변죽을 울리면서 한참 동안 해병대의 유래와 특수성을 말했지만 내가 보기에 이는 일종의 ‘조직 피로’ 증후군이다. 천안함 이래 그리고 연평 포격 사건에 이르기까지 사건의 중심부에 있던 해병대를 온 사회와 정치권이 그리고 지휘 상층이 얼마나 쪼아댔을까. 만만한 게 뭐라고 하급 병사들이 겪는 스트레스와 압력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을 것이다. 미군식 ‘민주 군대’란 병사 개개인에 대한 막강한 지원 능력과 높은 ‘노임’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우리는 최소한 ‘이만큼 살게 되었으니’ 군대에 안 가면 거의 폐인이 되어 버릴 정도의 강압적 징병제를 책임질 만한 내무반을 창출해 낼 국가적 의무가 있다. 군기를 지키되 장군에서 이등병에 이르기까지 ‘전우’라는 너무도 당연한 생각이 뿌리를 내려야만 한다. 그리하여 자기 직책과 책임에 관한 것만 예외로 하고 모든 사사로운 특권을 철폐해야 한다. 소대장은 당번병을 없애고 자기 구두는 자기가 닦아야 하며 하사관 병장은 제 양말을 빨고 상등병은 자기 식기를 설거지하며 일등병 이등병은 근무 이외에 하인 노릇을 하지 않아야 한다. 지금도 우리가 ‘광주’를 말하며 당시의 신군부를 교훈으로 삼는 것은 ‘국민의 군대’는 정치권력의 사병(私兵)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거의 모든 대한민국 남자가 군대를 다녀왔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민간인이 버젓하게 군복을 입고 거리에 나와 특정한 정치적 집회에 동원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손자는 그의 유명한 저작인 병법에서 전쟁을 피치 못할 최후의 수단으로 규정하면서, 무엇보다도 우선 되어야 할 것은 국가와 백성의 평화를 지키는 것이 진정한 힘이라고 주장했다. 그렇게 본다면 전쟁과 군대는 국가를 위한 최후의 필요악이라는 말이 된다. ●황석영1943년 만주 출생. 고교 재학 중 단편 ‘입석 부근’으로 ‘사상계’ 신인문학상을 받았다. 1966년 해병대에 입대해 청룡부대 제2진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장편소설 ‘무기의 그늘’에 이때의 경험이 녹아 있다. 1969년 제대한 뒤 ‘객지’ ‘한씨연대기’ ‘삼포 가는 길’ ‘장길산’ 등을 잇따라 내놓았다. 1989년 방북 후 독일·미국 등지에서 머물다가 1993년 귀국해 5년여 복역했다. 지난달 신작 소설 ‘낯익은 세상’을 발표했다.
  • [특별기고]다시 전우를 생각하며

    [특별기고]다시 전우를 생각하며

     요즈음 해병대에서 일어난 몇 차례의 군기 사고에 대하여 너무도 뻔하고 상투적인 여론이 들끓는 것을 보며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나는 한국의 젊은이라면 누구나 겪어야 하는 병역의 의무를 해병대원으로 치러냈고 베트남 전쟁에까지 참전했던 노병으로서 이번 사태에 대하여 누구보다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원래가 해병대는 제국주의 시대에 자국의 영토를 벗어나서 바다 건너 다른 나라를 공략하던 시기에 조직된 군사 편제이다. 한국 해병대의 창설은 한국전쟁이 치열하던 와중에 낙동강 교두보에 몰리면서 인천 상륙작전을 준비하던 미군 사령부의 주도로 제주도에서 급조되었던 것이다. 이들 초기 기수의 해병 대부분이 4·3을 겪고 살아남아 가족과 자신의 사상적 알리바이를 온몸으로 보여야 했던 제주도의 청년들이었던 것은 분단에서 비롯된 국군의 태생적 아픔을 상징적으로 안고 있었다고 생각된다. 지금도 유명한 ‘귀신 잡는 해병’이라는 말도 창설되자마자 부산 방어선을 위한 최초의 상륙작전이던 통영 작전을 취재한 미국 기자의 기사에서 시작되었고, 이후 베트남 전쟁에 이르기까지 한국 해병대는 한국군 내부에서는 독자적으로 그러나 내용으로 보면 미국 해병대의 작전 편제 안에서 그 특수성을 견제 혹은 격려받으면서 성장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남베트남이나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의 경우를 보면 육해공 지휘 체계의 외곽에서 비정규적 작전권을 갖고 있던 해병대가 언제나 군사정변에 동원되었고 한국의 5·16 쿠데타에서도 역할은 비슷한 것이었다. 따라서 육군이 주도했던 당시의 군사정부는 해병대의 애매한 위치에 대하여 고민을 했던 흔적이 여러 가지 자료에 보인다. 베트남 전쟁 이후 한국 해병대는 해군의 지휘 체계에 들어가면서 예산 진급 작전의 모든 면에서 그 독자성을 상실한다.  아무튼, 우리 군대의 아픔이었던 일제 군대의 잔재는 다른 무엇보다도 하급 병사들에게는 내무반에 뿌리 깊게 남아 있었다. 모든 병영 문화의 출발이 내무반에서 시작되기 마련이었다. 겉으로는 미 해병대 캠프에서 훈련받은 젊은 장교 하사관들이 병사들을 교육했지만 일본 육전대의 전통이 내면화되었다. 베트남에서 겪은 일이지만 미군은 전선에서 싸우는 병사 하나에 거의 열 배에 가까운 군수 병참 화력 지원의 역량이 투입되는데 아무리 조건이 나쁜 하급 부대에서도 병사들은 따뜻한 식사와 온수 샤워를 할 수 있었다. ‘민주 군대’의 토대는 결국 경제적 역량이었던 셈이다. 전 국민이 보릿고개를 넘던 시절에 군대에서 밥이라도 먹였던 것은 만연한 부패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일이었고, 이른바 ‘빳다’를 맞고 기합을 받아도 견디어 내야만 하는 일이었다.  이제 나는 그야말로 ‘기수 열외’라는 생소한 용어에 당황한다. 해병대의 기수란 한 달에 한 번씩 자원한 젊은이들을 부대원으로 받아들이는 모병제의 다른 이름이다. 같은 시기에 입대한 젊은이끼리는 서로 ‘동기생’이라고 부른다. 병력의 최소 단위가 되는 소대에서 분대로 나뉘는 편제를 모르면 어째서 기수가 중요한지 이해할 수가 없다. 소대장 아래 분대장인 하사관들이 있고 일개 분대는 스무 명쯤 되며 이는 다시 화기를 중심으로 조장 사수 부사수 소총수로 내려간다. 병장이 부분대장쯤 되고 그 아래로 상등병과 일등병 이등병이 제 역할을 논다는 얘기다. 기수는 이러한 편제를 맞추어 나가기에 알맞게 되어 있다.  베트남 전쟁터에서 작전을 나가는 모든 병사는 수통을 두 개씩 허리에 차고 나가도 절약해서 마시지 않으면 어느 때는 오후에 텅 비게 된다. 이때 누군가가 다른 병사에게 물 한 모금 먹자고 하면 계급의 상하를 막론하고 ‘내 피를 달라고 하라’는 핀잔을 듣는다. 그러나 동기생이 달라고 하면 하는 수 없이 내준다. 당시만 하여도 얼차려를 줄 때에도 상급자는 엄동설한에 병사들을 발가벗겨 구보를 시키면 자신도 발가벗었고 얼음물에 처박으려면 자신도 함께 처박혀서 구령을 붙였다. 기수란 체력이나 요령이 부족한 동료를 낙오시키고 내버리고 왔을 때 모든 동기생에게 책임을 묻는 그런 것이었다. 이런 일을 ‘전우애’라고 부른다.   ‘기수 열외’란 언젠가부터 극단적인 경쟁을 당연하게 내세우는 우리네 학원의 청소년 문화가 되어버린 ‘왕따’가 병영에까지 스며들었다는 충격을 주는 용어이다. 누군가를 지목하여 병사 모두가 그를 묵살하거나 엄정하게 주어진 계급 따위를 무시하게 한다는 것은 내막적으로는 군기를 어지럽히는 일이다.  나는 이번 사태의 책임에 대하여 하급병사들에게만 엄중하게 묻는 것을 개탄한다. 사실 변죽을 울리면서 한참 동안 해병대의 유래와 특수성을 말했지만 내가 보기에 이는 일종의 ‘조직 피로’ 증후군이다. 천안함 이래 그리고 연평 포격 사건에 이르기까지 사건의 중심부에 있던 해병대를 온 사회와 정치권이 그리고 지휘 상층이 얼마나 쪼아댔을까. 만만한 게 뭐라고 하급 병사들이 겪는 스트레스와 압력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을 것이다. 미군식 ‘민주 군대’란 병사 개개인에 대한 막강한 지원 능력과 높은 ‘노임’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우리는 최소한 ‘이만큼 살게 되었으니’ 군대에 안 가면 거의 폐인이 되어 버릴 정도의 강압적 징병제를 책임질만한 내무반을 창출해낼 국가적 의무가 있다. 군기를 지키되 장군에서 이등병에 이르기까지 ‘전우’라는 너무도 당연한 생각이 뿌리를 내려야만 한다. 그리하여 자기 직책과 책임에 관한 것만 예외로 하고 모든 사사로운 특권을 철폐해야 한다. 소대장은 당번병을 없애고 자기 구두는 자기가 닦아야 하며 하사관 병장은 제 양말을 빨고 상등병은 자기 식기를 설거지하며 일등병 이등병은 근무 이외에 하인 노릇을 하지 않아야 한다.  지금도 우리가 ‘광주’를 말하며 당시의 신군부를 교훈으로 삼는 것은 ‘국민의 군대’는 정치권력의 사병(私兵)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거의 모든 대한민국 남자가 군대를 다녀왔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민간인이 버젓하게 군복을 입고 거리에 나와 특정한 정치적 집회에 동원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손자는 그의 유명한 저작인 병법에서 전쟁을 피치 못할 최후의 수단으로 규정하면서, 무엇보다도 우선 되어야 할 것은 국가와 백성의 평화를 지키는 것이 진정한 힘이라고 주장했다. 그렇게 본다면 전쟁과 군대는 국가를 위한 최후의 필요악이라는 말이 된다. 소설가 황석영
  • 자매도시로 여름휴가 가면 공짜가 ‘와르르~’

    자매도시로 여름휴가 가면 공짜가 ‘와르르~’

    주민들이 여름휴가를 알뜰하게 보낼 수 있도록 자치구마다 자매도시에 휴양소를 꾸린다. ●주소 기재된 신분증 제시해야  강서구는 강원 강릉시에 주민들을 위한 무료 하계휴양소를 다음 달 23일까지 운영한다고 11일 밝혔다. 강릉시와 함께 강릉시 연곡면 동덕리 연곡해변에 2100㎡의 야영장을 설치했다. 연곡해변은 70면의 무료 주차장과 유아용 풀장, 미끄럼시설, 비치발리볼장, 배드민턴장 등을 갖췄다. 강서구 주소가 기재된 신분증을 제시하면 강릉시에서 직영하는 관광지인 오죽헌 시립박물관과 대관령박물관, 통일공원, 함정전시관, 정동진 모래시계공원, 허균·허난설헌 기념관, 민간 운영 관광지인 선교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참소리박물관과 정동진 조각공원은 입장료 30%를 할인해 준다. 문의는 총무과 2600-6551.  중구는 다음 달 28일까지 자매도시인 강원 속초해수욕장에 ‘중구민을 위한 쉼터’를 운영한다. 해수욕장 행정봉사실 남쪽 빈터에 몽골텐트 3동과 바닥깔개, 냉온수기 등을 준비한다. 중구민은 30분에 1000원씩 받는 해수욕장 주차장과 샤워장, 탈의장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쉼터를 이용하려면 중구 주소가 기재된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을 속초해수욕장 행정봉사실에 제시해 무료 쿠폰을 받은 뒤 제시하면 된다. 속초해수욕장 행정봉사실 033-639-2665.  성북구는 다음 달 31일까지 자매결연 도시인 강원 삼척시에 수련원을 운영한다. 구는 한재밑해수욕장과 가까이 있는 삼척시 근덕면 상맹방리에 텐트 51동과 방갈로 29동을 설치했다. 설치된 텐트와 방갈로는 성인 4명이 이용할 수 있으며, 1가구당 1회(최대 2박3일)만 이용할 수 있다. 이용료는 1박에 3000원이다. 올해에는 9m² 공간에 데크를 설치해 개인 소유의 이동식텐트 3개를 칠 수 있게 했다. 취사도구와 침구류는 직접 준비해야 한다. 행정지원과 920-3105.  자매도시와 여름캠프를 마련하는 자치구도 있다. 서초구는 일본 자매도시인 도쿄도 스기나미(杉並)구와 서울에서 ‘한·일 청소년 교류 캠프’를 개최한다. 다음 달 22~25일 열리는 캠프에는 두 도시의 청소년들이 20명씩 참여해 남산 N서울타워, 남산한옥마을, 인사동·남이섬 등을 돌며 전통문화 체험으로 우의를 다진다. 여성가족과 2155-6711. ●서초·관악, 자매도시와 캠프 운영  관악구는 충남 서천에서 ‘초등학생 농·산촌 방학캠프’를 운영한다. 초등학교 3~6학년생 40명을 대상으로 다음 달 9~10일 농사체험과 갯벌체험, 전통놀이 등 도시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다양한 체험을 통해 자연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신청은 오는 15~21일 구청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구로구 스마트폰용 건강지도 제작

    구로구는 주민들이 운동시설 설치현황 등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을 활용, 체육시설을 검색할 수 있는 건강안내지도를 제작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에 제작된 지도는 지역에 있는 모든 체육시설, 운동기구 등에 대한 정보를 한데 모아놓은 것으로 QR코드를 입혔다는 게 특징이다. 예를 들어 고척근린공원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인식하면 구로구 건강생활(www.guro.go.kr/health) 홈페이지에 연결돼 사진으로 공원 위치도, 대중교통 이용방법, 주차장, 진입로 등 종합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지도에는 계남근린공원, 온수도시자연공원, 안양천, 구민체육센터 등 53개의 QR코드가 인쇄됐다. 구는 주민 건강관리를 돕는 운동시설과 편의시설 확충에도 노력할 계획이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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