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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여곡절 15년만에 처녀시집 재출간 김신용 시인 “세상에 버려진 모든 것을 사랑해야죠”

    14살부터 부랑아·넝마주이·지게꾼 전전 살아남기 위해 감옥 선택… ‘별 다섯' 기록 商道 벗어난 출판사서 88년 낸 시집 ‘死藏' 그는 세상에 버려진 사람들,이를테면 부랑자,범죄자까지도 사랑해야 하는 부채를 스스로 짊어진 시인이다.“나는 버려진 모든 것들을 사랑해야 했다.”며 ‘버려진 모든 것들’에 아낌없이 시(詩)의 온기를 나누는 그 시인을 사람들은 ‘어둠의 시인’이라고 불렀다.그러나 그는 스스로를 ‘어두운 곳을 밝히고 싶은 시인’이라고 말한다.최근에 그의 운명처럼 기구한 시집 ‘버려진 사람들’(천년의 시작 펴냄)을 펴낸 김신용(58) 시인은 잃은 자식을 다시 얻은 듯 기뻐했다.목소리는 맑았으며,얼굴 어디에도 어둠의 흔적은 없었다.그의 기쁨을 이해하기 위해서는,그를 조금은 알아야 한다. 그는 1945년 부산에서 해방둥이로 태어났다.그러나 그의 태어남은 결코 축복이 아니었다.14살때 아버지를 잃고 부랑의 길에 들어선 그가 무작정 상경,맨 처음 맞닥뜨린 것은 ‘목숨을 저울질하는 굶주림과 추위’였다.어려운 시절,아무도 그의삶을 연민하지 않았고 결국 그는 장발장처럼 막다른 선택을 해야 했다.희망은 없었지만 살아남기 위해 감방을 택한 그는 그렇게 ‘마빡’에 ‘별’(전과)을 다섯개나 달았다.‘골방,어둠 서성이는 뚜쟁이들의 거리를 몸 허물며 스며들던/양동의 날들/뼈 앙상한 지게,그 가난의 쇠창살에 갖혀/넝마의 바람속,부랑의 머리칼 풀어헤친 잡풀의 길을 따라/뿌리없는 알몸이 떠난다./가다 밥 한 덩이가 목말라,추위 칼날 막아주는 벽이 더 그리워/囚番(수번)으로 다시 이름짓고 일년 징역 보따리에 태아처럼 싸여…’(移監) 젊은 시절 그는 넝마주이,부랑자와 서울역앞 양동 매음굴의 양아치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다.나이 스물 다섯에야 ‘구걸의 삶’대신 ‘노동’을 알았지만 그래봐야 서울역 지게꾼이었다.피를 팔거나 그마저 어려우면 정관수술로 굶주림을 해결해야 했다.‘피 600원,정관수술 800원’의 제 살을 허문 대가는 그에게 복음 같은 것이었다.‘그 여름,허기의 채혈병 속으로 빠져 나가버린 생의 피톨들/시든 혈관 속을 다시 흐르게 하고 싶어,단돈 팔백원의수수료를 얻으려고/정관 수술대에 누운 내 텅빈 스물 두살의 알몸,’(작은 告白錄).결국 그는 두번의 정관수술 끝에 생식기능을 잃었고,그런 절망을 시로 그려내기 시작했다.그가 시인이 된 것은 지난 88년.당시 고려원이 발행하던 잡지 ‘현대시사상’ 주간이던 최승호 시인을 우연찮게 만나 첫 시집 ‘버려진 사람들’이 세상에 나오게 됐다.그가 비로소 ‘날품팔이지게꾼부랑자쪼록꾼뚜쟁이시라이꾼날라리똥치꼬지꾼’(양동시편2-뼉다귀집)의 사슬에서 벗어난 순간이었다. 그러나 출판사가 인지없이 시집을 유통시킨 것에 항의하다가 “그러면 네 시집,더는 안팔겠다.”는 출판사측의 기막힌 통고 한마디에 그는 분신같은 ‘처녀시집’을 잃고 살아야 했다.그랬다가 15년 만에 그 시집을 고스란히 재출간하게 된 것이다.이 시집이 ‘기구한 운명’인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한사코 ‘사랑’을 말한다.“내 삶과 나를 에워싼 모든 것에 대한 사랑이 없었다면 아마 이 세상에 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누군들 그만큼 사랑에 목마른 세월을 살았을까.어려서부터 문학에의 꿈을 가졌으나 삶은 그에게 문학이라는 이름의 호사를 허락하지 않았고,그런 가운데 심신이 피폐해진 그가 마지막으로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은 시뿐이었다.그의 사랑은 이렇게 절박한 것이었고 절박한 만큼 또 진정했다. 평론가 이숭원은 이렇게 말했다.“소외된 사람들의 삶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동질적 공감에 바탕을 두고 있기에 여타의 구호적인 사랑의 시편들과는 궤를 달리한다.또 그의 사랑은 버려진 사람들의 내면 속에 끈끈하게 이어지며 발현되는 자생적인 것이기에 외부에서 유입된 이념적 사랑과도 구별된다.”며 “그가 극한상황에서도 밝은 사랑과 눈부신 감성의 눈길을 그대로 지녀왔다는 것이 차라리 눈물겹다.”고. 어쩌면 ‘박노해보다 더 박노해 같은’ 그의 꿈은 이렇게 시로 몸통을 드러낸다.‘그래,개나 돼지로 태어날 걸,잘못했어/뿌리가 없어 이 산천 버려져 떠돌다가/목사슬 이끄는 대로 꼬리 흔들며 따라가며/시래기국 선 밥도 황홀히 받아먹고/축사에서 달콤히 잠들 수 있도록/거추장스런 사람의 얼굴 벗을 수만 있다면/하늘 올올이 철조망에 찢겨도 좋으련만/부랑은 왜 날개 만드는 법을 알게 했는지 몰라’(어느 행려병자의 노래). 심재억기자 jeshim@
  • [길섶에서] 모닥불

    아직 불 옆이 좋은 계절이다.모닥불을 피워놓고 엉덩이부터 언 몸을 녹이는 노점상들이 자주 눈에 띈다.여름 밤,바닷가의 모닥불 정취와는 다르지만,나름의 분위기는 있다. 이따금 나무더미 속에서 터져나오는 ‘따 딱 딱’ 하는 소리가 온기를 더해 준다.박자 소리로 들리기도 하면서. 모닥불 인연을 노래해 인기를 끌었던 가수가 있었다.“모닥불 피워놓고 마주 앉아서 …/인생은 연기 속에 재를 남기고/말없이 사라지는 모닥불 같은 것….” 어느 영화에서 무인도에 표류한 주인공(톰 행크스)이 불을 ‘만들던’ 모습이 오버랩됐다. 판대기에 올려 놓은 나뭇가지를 손바닥으로 돌리다 손바닥이 문드러져 미치도록 화를 냈다가,다시 문지르는 방법으로 마침내 불을 만들어 모닥불을 지피곤 대견해하는 장면.웃음을 터뜨리다가 숙연해지던 기억이 난다. 누구나 한번쯤 며칠 만이라도 문명과 동떨어져 살아 보면,주위의 모든 것에 대한 고마움과 그리움이 사무칠 것이다. 불에도 이럴진대,인간의 정(情)에 있어서야. 이건영 논설위원
  • 성석제 掌篇소설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내 인생은 순간(瞬間)이라는 돌로 쌓은 성벽이다.어느 돌은 매끈하고 어느 돌은 편편하다.굴러내린 돌,금 간 돌,자갈이 되고 만 돌도 있다.아래쪽의 넓적하고 큰 돌은 오래 된 것들이고 그것들이 없었다면 위쪽의 벽돌들 모양이 우스꽝스러웠을 것이다.” 소설을 일컬어 “직격(直擊)이 아니라 비유”라고 말하면서도 ‘우스꽝스러움’을 경계하는 그는 새 소설집의 ‘작가 후기’를 이렇게 맺고 있다.“원근에서 기다려 주시는 분들,고맙습니다,언제나.” 이처럼 그의 말은 격식의 틀에 갇히기 십상인 인사까지도 능청스러운 해학으로 맛을 들이고 있다.어찌 보면 유랑극단의 변설 같기도 하고,어찌 보면 오만 같기도 한 인사를,그러나 결코 밉지 않게 건넬 줄 아는 이.바로 소설가 성석제(43)다. 지난해 동인문학상 수상작인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의 작가 성석제가 새 장편(掌篇)소설집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문학동네)을 펴냈다.‘좀 이르다’ 싶게 아주 짧은 소설들을 묶어 낸 걸 보면 작심하고 자신의 문학세계를 드러내 보이겠다는 자신만만한 의도가 읽힌다.그럴 수 있다고 여겨지는 것은,절륜한 입담과 필력이 이미 문단의 공인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책 속의 작품 ‘경운기 주정차 금지 위반’에서는 ‘또다른 황만근’인 장씨를 만날 수 있다.그가 왜 다른 이름의 황만근인가 하면 펑크난 바퀴며 물 새는 지붕,펌프와 보일러는 물론 생전 몰아본 적이 없는 자동차까지 못 고치는 게 없으면서도 결정적으로 자신의 술버릇을 못 고치기 때문이다.작가는 이런 상황을 ‘못 고치는 게 거의 없는’이라고 묘사한다. ‘경운기…’의 압권은 냉각수를 얻으러 파출소로 들어갔다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경찰의 치명적인 과실’로 의사소통에 실패한 장씨가 돼지똥 냄새를 풍기는 고장난 경운기를 하필 신임 소장이 부임한 파출소 정문에다 세워두고 그만 술에 취해버린 대목이다. 화가 난 파출소장은 다음날 장씨에게 대한민국 최초로 ‘경운기 주정차 금지 위반’ 딱지를 발급하고,장씨는 앙갚음이라도 하듯 고장난 경운기를 무조건 파출소 앞에 세워 결국 ‘우리 면 최고의 술꾼’이라는 영예를 얻는다. 이작품은 그의 대표작이 돼버린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가 어떻게 창작됐는지를 설명해 주는 작가수첩일 뿐 아니라 콧김만으로 경운기를 고친다든가,상대가 누구든 경운기를 세워두고 쫓아가 인사를 한다는 등 ‘성석제 풍’의 내력을 알게 해주는 텍스트이기도 하다. 또 다른 작품 ‘찬양’에서는 여성의 놀라운 태생적 적응력을 배배 꽈보인다.초등학교 시절 그가 우연찮게 써준 동시로 장원을 차지한,눈이 예쁜 한 여학생의 ‘사는 법’이 문제가 됐다.그가 어른이 된 어느날 ‘수상 경력이 화려한 여류 시인’으로부터 인사 메일을 받는다는 이 짧은 작품 속에는 비트가 강한 웃음을 버무려 넣었다. 이렇듯 성석제는 그를 둘러싼 모든 것을 웃음으로 해석한다.작품집에서 다뤄지는 불쾌하거나 때로는 가슴 아프고 더러는 낯선 사건들이,성석제라는 필터를 거치면 유쾌하거나 비장한 웃음 혹은 자글자글한 개그형 웃음으로 윤색돼 달라진 모습을 드러낸다. 오죽했으면 시인 이문재가 그의 글을 두고 ‘위험한 폭발물’이라고 했을까.이씨는 이렇게 말했다.“이폭발물은 독자의 눈길이 가닿는 순간,째깍째깍 초침이 돌아간다.언제,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성석제의 농익은 입담과 재치 뒤편에서는 항상 따뜻한 사람의 온기가 묻어 난다는 점이다. 심재억기자 jeshim@
  • 원주 밥상공동체 ‘연탄은행’ 개장 노인등 불우이웃들에 무료공급

    “연탄 한장으로 어려운 이웃들에게 사랑의 온기를 나눠 줍시다.” 자활 노숙자들의 쉼터인 강원도 원주밥상공동체(대표 허기복 목사)가 한겨울 생활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연탄은행’을 잇달아 개장,한겨울 추위를 녹이고 있다. 밥상공동체는 지난달 16일 원주시 일산동 밥상공동체 건물 옆에 첫 연탄은행을 개장한 데 이어 17일 학성동 학성성당 앞에 연탄은행 2호점의 문을 열고 사랑의 온기를 전달한다고 16일 밝혔다. 연탄은행 2호점 개장식에는 연수교육 마지막 과정인 사회봉사를 밥상공동체에서 하기로 결정한 S그룹 신입사원 27명이 참가,500장의 연탄을 6가구에 배달한다. 현재 연탄은행 1호점에는 매일 100∼200장의 연탄이 꼬박꼬박 비치돼 생활이 어려운 이웃이나 영세 독거노인,쪽방 거주자 등 50여명이 1∼2장씩 무료로 가져가고 있다. 개설된 연탄은행은 24시간 개방되고 있으며 한쪽에는 이들이 연탄을 쉽게 들고 갈 수 있도록 비닐봉투와 후원자들이 직접 만든 운반용 새끼를 비치해 놓았다. 사랑의 연탄은행은 이달초 한 독지가가 “연탄창고를 만들어 24시간 어려운 이웃들에게 연탄을 제공하면 좋겠다.”며 1000장을 기증하면서 문을 열게 됐다.현재 20명의 후원자가 연탄은행을 통해 사랑의 온기를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연탄 후원은 1장에 220원,100장에 2만 2000원을 은행을 통해 입금하면 된다.접수창구는 계좌번호 기업은행 128-033777-01-197,예금주 밥상공동체다. 허 목사는 “늙고 병든 몸으로 생활마저 어려운 저소득층 주민들이 추운 겨울을 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며 “어려운 이웃들에게 사랑의 온기가 지속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일반인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원주 조한종기자 bell21@
  • [길섶에서]어머니

    출근길에 한강을 내려다본다.어저께까지 햇살에 푸른 빛으로 출렁이던 강물이 하얗게 멈춘 채 얼어붙었다. 며칠 새 추위가 계속되고 있다.주위가 꽁꽁 얼어붙어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길모퉁이 군밤장수의 훈훈한 온기나,포장마차의 불빛도 어느 정도 추워야 낭만이지,너무 추우니 서글퍼 보인다. 깜깜한 새벽.훈련소 기상 나팔과 함께 군화끈을 매고 막사를 나설 때 몰아치던 살을 에는 바람.그럴 때면 왜 머릿속에는 항상 어머니가 떠올랐을까.가스 보일러도,세탁기도,목욕탕도 없던 시절.하루도 빠짐없이 새벽에 일어나 연탄불을 갈고,세숫물을 데우고,밥을 짓던 어머니의 모습.어머니가 있는 한 우리는 추울 필요가 없었다.하지만 그 때는 어머니가 얼마나 추웠을까 하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못했다. 누구에게나 어머니는 가장 따뜻한 존재일 것이다.그래서 이제는 젊지 않은 자식도 춥고 어려울 때면 제일 먼저 어머니가 그리워지는가 보다.세상의 어머니들,따뜻하게 지내세요. 김경홍 논설위원
  • 겨울철 점검 요령/장거리주행전 부동액 꼭 확인

    겨울철에는 서행 운전 못지 않게 자동차 관리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특히 장거리 주행 전에는 부동액이나 스노우체인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우선 부동액 상태를 면밀히 체크할 필요가 있다.부동액이 떨어지거나 부족하면 부품의 동파 위험과 주행 중 과열의 원인이 된다.부동액은 5년 혹은 10만㎞ 정도 사용할 수 있다. 엔진 누수를 막는 것도 중요하다.엔진실 안쪽의 고무류를 고정시키는 조임쇠가 제기능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노후 차량은 다른 차량보다 엔진온도가 늦게 중앙으로 올라오거나 주행시 온도게이지가 내려갈 경우 정온기를 교환하는 게 좋다.히터바람이 약하게 들어오면 실내공기 필터를 갈아줘야 한다.6만㎞ 이상 주행 차량은 엔진부조를 일으키기 쉽다. 디젤차량은 수분분리기에 고인 물을 제거하고 연료를 가득 채우면 온도차에 의한 수분생성을 줄일 수 있다.LPG(액화석유가스)차량은 기화기에 생성된불순물인 타르를 한 달에 한번 정도 제거해 줘야 한다.유리세정액은 겨울철전용으로 바꾸고 윈도우 브러시 파열여부를 검검해야 한다.동절기 안전운행을 위해서는 겨울용 타이어와 체인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겨울에는 날씨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마찰면이 넓고 골이 깊은 겨울용 타이어로 교환하는 게 좋다.4바퀴 모두 바꾸면 좋지만 여의치않으면 구동역할을 하는 바퀴 2개만이라도 교체해야 한다. 현대자동차 고객지원팀 이광표 차장
  • [굄돌] 문고판을 아시나요

    학창시절,내가 가장 아끼는 책 가운데 하나가 ‘삼중당 문고’였다.1970∼80년대 중·고교를 다닌 사람이라면 누구나 문고판에 대한 특별한 정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며칠 전 책장을 정리하다 겉표지가 벗겨진 누런색의 삼중당 문고 한 권을 발견했다.결혼 초기만 해도 수십 권을 소중하게 간직했지만,세월이 흐르면서 관심 밖으로 벗어났다.그동안 서너 차례 이사를 하면서 하나 둘 없어지고 용케도 이 한권만 살아남은 것이다. 삼중당 문고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순전히 고등학교 미술 방학숙제 때문이었다.명화를 스크랩해서 제출하는 숙제에 서양미술 작품으로 꾸며진 삼중당문고 겉표지는 안성맞춤이었다. 이를 계기로 삼중당 문고는 숙제의 차원을 넘어 새로운 세상으로 빠져 들어가는 문이 되었다.추리의 세계는 물론,문학·철학·역사까지 교실 밖의 새로운 세계로 넘나들 수 있었다.책을 넘기면 깨알처럼 박혀 있는 작은 활자들은 금방이라도 말을 걸며,여러 세상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주었다. 요즘은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도 문고를 읽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없다.다양성을 중요시하는 일본이나 미국·유럽 등지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문고판을 애독하지만,우리에게는 먼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여러 출판사가 문고판 부활을 시도해 왔지만,번번이 실패했다고 한다.고급스러운 책에 익숙해진 독자들이 문고판에는 눈길을 주지 않고,이윤이 많은 책을 선호하는 서점의 입장에서도 남는 게 별로 없다는 이유로 문고판을 멀리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일률적인 책(대다수의 책이 가로 152㎝,세로 224㎝의 신국판이다)의 형태에 맞춘 서점의 서가 어느 곳에도 문고판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찬 바람이 부는 늦가을이면,막 쪄낸 찐빵처럼 세상 사람들의 따뜻한 온기를 그대로 전해 주던 ‘삼중당 문고’가 더욱 그리워진다. 박철준 (뜨인돌출판사 부사장)
  • [2002 길섶에서] 청둥오리

    경기도 분당의 후미진 곳에 자리잡은 율동호수공원.야트막한 산 모퉁이를 타고 내비치는 햇살에서 온기마저 느껴지지 않는 저녁 무렵,청둥오리 3마리가 서로 멀찌감치 떨어져 호수에 몸을 담근 채 졸고 있다.멀리서도 초록빛이 감도는 흑갈색 깃털과 하얀 목테가 또렷하다. 겨울철새 도래지인 충남 서산의 천수만에는 겨울 초엽에 들어서야 수만 마리가 무리를 지어 날아든다는데,이 녀석들은 벌써 시베리아 보금자리에서 쫓겨난 것일까.어쩌면 유난히 호수의 얼음이 두껍게 얼었던 지난 겨울 얼음 속에 몸을 파묻고 모진 한파를 견뎠던 놈들일지도 모르겠다. 행여나 얼어죽지 않았을까 조바심하는 마음으로 안타깝게 바라보던 인간들에게 자신들의 건재함으로 알리기 위해 한발 먼저 달려온 듯하다.사람들의 눈이 자주 머무는,야산의 단풍을 유난히 투명하게 담아내는 곳에 자리잡은 품새에서 녀석들의 뿌듯한 자부심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올 겨울 칼날 같은 바람에 온몸을 맡긴 채 눈덮인 호수를 지키는 녀석들의 모습이 눈에 어른거린다. 우득정 논설위원
  • [대~한민국 24시] 대구 팔공산 갓바위 부처/합격 점지…자식 점지…전국의 母情 ‘북적’

    대구 팔공산은 이제 막 불이 붙기 시작했다.동봉과 서봉에서 떠밀려온 붉은 파도들이 계곡과 계곡 사이를 넘실거리며 한바탕 단풍 도배질이 한창이다.팔공산이 물들면 이땅의 어머니들은 속이 바삭바삭 타 들어간다.자녀들의 합격을 기원하는 간절한 모정(母情)이 붉게 물든 팔공산을 덧칠한다.대학이 뭐기에….‘정성스레 기도하면 한가지 소원만은 반드시 들어준다.’는 팔공산 갓바위 부처. 언제부턴가 한입 건너 두입으로 소문이 퍼지면서 갓바위는 요즘 코앞에 다가온 수능시험 때문에 전국에서 몰려든 기도객들로 24시간 북적인다.바야흐르 입시대목을 만난 셈이다.쌀쌀해진 날씨도 이들을 막지는 못한다. 22일 낮 12시 경북 경산시 와촌면 대한리 갓바위 주차장.평일인데도 부산과 울산,경남 번호판을 단 관광버스가 빼곡히 들어 차 있다.서울,인천,경기,광주 번호판도 군데군데 보인다. “보살님들 4시까지는 꼭 내려 오셔야 합니다.” 관광버스 기사의 당부를 듣는 둥 마는 둥 버스에서 쏟아져내린 40∼50대 아주머니들이 총총걸음으로 산행을 재촉한다.서울에서 왔다는 50대 아주머니는 “새벽 6시에 출발했는데 기도를 마치고 돌아가면 밤 12시쯤 될 것”이라면서 “부모들이야 이젠 해줄 거라곤 기도밖에 더 있겠느냐.”며 등산화 끈을 조여맸다. 부산에 산다는 40대 아주머니는 “오늘은 밤샘기도를 하기 위해 왔다.”면서 두손을 합장한 채 갓바위를 향해 연신 허리를 굽혔다. 이들을 내려 놓은 관광버스 기사들은 서둘러 문을 걸어 잠근 채 낮잠을 청한다. 산에서 왔다는 버스기사는 “이달부터 입시가 끝나는 내년 초까지 갓바위는 손님 걱정 안하는 황금노선”이라면서 “차비는 왕복 1만원”이라고 말했다. 이제 막 물 들기 시작한 단풍숲을 헤치며 제법 가파른 돌 계단길을 따라 산행을 시작한 지 40여분 남짓.등산로 군데군데에는 ‘합격엿을 판다.’는 상인들이 대목을 노리고 진을 치고 있다. 이윽고 해발 850m 갓바위(冠峰)정상.사방 탁 트인 시야와 함께 하늘을 받치고 있는 듯한 모습의 장대한 돌부처가 눈앞에 나타난다.머리에 판석이 올려져 있어 마치 갓을 쓴 모습을 하고 있다 해서 흔히 갓바위부처님이라 불리는 관봉석조여래좌상(冠峰石造如來坐像·보물 제431호). 산행에 숨이 가쁜 기도객들은 서둘러 정성스레 들고온 공양미를 불전 앞에 쏟아내고 가만히 자리를 잡는다.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옷깃을 여미고 이내 기도는 시작된다. “약사여래불…약사여래불….” 백팔배는 기본인 듯하고 백팔배를 끝낸 기도객들은 다소곳이 앉아 눈을 감은 채 부지런히 염주알을 굴린다.아예 지난밤을 하얗게 새운 사람들도 있다. 포항에서 왔다는 50대 아주머니는 “높은 점수만 받을 수 있다면 밤샘기도가 대수냐.”면서 “제발 제 실력만 발휘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빌었다.”고 말했다. “탁탁탁탁…….수능시험 고득점 대입합격 축원 발원 울산시 태화동 김○○,대구시 지산동 박△△,부산시 대연동 이××,서울시 상계동 최○○….” 목탁소리와 함께 스님의 대입합격 축원 기도가 시작되면 이들의 기도는 더욱 간절해진다.두손을 합장한 채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며 절하는 기도객들의 얼굴에는 간절함을 넘어 비장함까지 엿보인다. 지성이면 감천이라했던가.가히 돌부처의 마음을 움직이고도 남을 듯한 정성이다. 시험을 앞둔 손자녀석을 위해 기도하러 왔다는 백발의 한 할머니는 “마음으로부터 정성을 쏟아야만 부처님 귀에 들어간다.”며 돌부처를 향해 연신머리를 조아렸다. 한쪽에서는 이미 기도를 마친 인파가 우르르 산을 내려가고 한쪽에서는 다시 기도객들이 갓바위로 빼곡히 얼굴을 내민다.단풍을 찾아 산에 오른 등산객들은 우두커니 서서 마치 구경거리라도 생긴 듯 이들의 기도하는 모습을 쳐다본다. 참배를 마친 기도객들은 갓바위 아래 선본사 식당에서 밥 한공기와 시래기국 한그릇으로 허기를 채우고 하산을 재촉한다. 선본사의 한 스님은 “휴일에는 하루 쌀 서너가마 양의 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찾아드는 기도객수만큼 시줏돈도 많을 거라는 물음에 “요즘 서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서인지 시주가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갓바위를 관리하고 있는 선본사는 조계종단의 직영 사찰로 종단의 주요 돈줄이라는 건 다 알려진 사실이다.대구시내에서 왔다는 40대 한 등산객은 “밀려드는사람들 좀 보이소.아마 시줏돈이 일년에 수백억원은 족히 될거요.”라고 거들었다.이 소리를 듣고 있던 스님은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은 채 “갓바위는 우리나라 서민불교의 상징”이라고만 답했다. 이맘때면 입시 기도객들이 갓바위 방문객의 주를 이루지만,정치인 등 다른 소망을 쏟아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광주에서 왔다는 30대 주부는 “아들 낳으려면 갓바위에 한번 가보라고 해 단풍구경도 할 겸 가벼운 마음으로 왔다.”며 얼굴을 붉혔다. 대구시내에서 식당을 한다는 50대 남자는 “대구사람들은 뭐 일 좀 안풀리면 한번쯤 갓바위를 찾는 거 아닙니까.”라며 “장사가 요즘 영 신통치 않아 마음도 다잡을 겸 찾아왔다.”고 말했다. 퇴직사우들끼리 등산을 왔다는 60대 남자는 “갓바위에 갔다 온 다음날은 고스톱도 기가 막히게 잘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뉘엿뉘엿 온기를 잃은 가을 햇살이 서산에 걸치면 갓바위에는 냉기가 스물스물 올라오고 이내 어둠이 찾아든다.기도객들은 가지고 온 두툼한 외투를 서둘러 걸치고 기도터 주변에는 야간 기도객을 위해 전등불이 하나둘 불을 밝힌다.멀리 대구시내 야경이 가물가물 눈에 들어온다.산사에는 가을밤이 시작되지만 기도객들의 행렬은 밤이 새도록 끝날 줄 모른다. 22일 밤 10시 경산시 와촌면 갓바위 가는 길.갓바위로 올라가는 도로변 식당들은 환하게 불을 밝힌 채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촌두부,칼국수,파전,동동주,닭백숙…. ○○촌두부집 주인은 “입시철이 시작되면 밤 손님이 많아 대부분의 식당이 새벽까지 문을 열어 놓는다.”고 말했다. 즐비한 식당들 뒤편으로 ○○고시원이라는 큰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갓바위부처가 영험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갓바위 가는 길목에 몇년사이에 방이 20∼30개나 달린 대형 고시원이 2개나 들어섰다. 바위 주차장은 밤에도 낮처럼 승용차와 관광버스 차량들이 즐비하고 야간산행에 나서는 무리들로 붐빈다.등산로를 따라 설치된 가로등이 환하게 산길을 비추고 버스에서 내린 기도객들이 하나둘 차가운 밤공기 속으로 사라진다.갓바위는 밀려드는 올빼미 기도객들로 불야성이다. “약사여래불…약사여래불….” 기도객의 염원 속에 밤바람에 꺼질세라 불전 앞 유리속에 갇힌 촛불은 더욱 빛을 발하고 어둠 속으로 향내가 짙게 퍼져 나간다. 대구시내에서 왔다는 40대 부부는 “큰 아들이 입시를 앞두고 있어 퇴근후 종종 찾아와 기도한다.”면서 “시험은 다가오는데 부모라는 게 그저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한쪽에서는 온몸에 모포를 덮어쓴 채 밤샘기도를 준비하고 참배를 끝낸 기도객들은 못내 아쉬운 듯 천천히 발길을 돌린다. 불상 대신에 갓바위부처의 사진을 모셔놓은 기도터 아래 법당에서도 찬바람을 피해 모인 기도객들의 백팔배가 한창이다. 대전에서 왔다는 30대 남자는 “사실 소원을 들어줄 것이라고 믿고 이곳을찾는 사람이 그리 많겠습니까.”라고 반문하며 “그저 간절히 기원하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여기저기서 휴대전화 소리도 간간이 들린다. “독서실 갔다 왔니.엄마 철야기도하러 왔는데 새벽에 갈거다.책 좀 보고 자거라….” 가을밤은 깊어가지만 자녀들을 향한 간절한 모정은 더욱 용맹정진이다. 그러나 정작 갓바위 돌부처는 낮이고 밤이고 아무런 말이 없다.뉘집 딸은 합격시키고 뉘집 아들은 떨어뜨린단 말인가. 대구 황경근기자 kkhwang@
  • ‘정란숙 개인전’ 28일까지 - 실물보다 더 사실적인 광주리

    미술에서 ‘재현’이란 사람이나 장소 또는 사물을 그대로 모사하는 것을 말한다.그렇게 정의할 때 서양화가 정란숙(46)의 그림은 진정한 의미에서 ‘재현적’이라 할 수 있다.재현적인 그림이 ‘저평가’되는 우리 현실에서도 그는 흔들림 없이 자신의 극사실적인 예술세계를 추구하고 있다.대나 싸리로 만든 광주리,수 놓은 반짇고리,색조각보 같은 전통적인 생활소품들이 그가 즐겨 그리는 대상이다. 22일부터 28일까지 서울 태평로 서울갤러리에서 열리는 ‘정란숙 개인전’은 그가 신앙처럼 추구해온 재현예술의 세계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이번 전시에서도 그는 섬세한 스타일리스트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눈에 띄는 작품은 역시 광주리 그림.직조기가 한올 한올 색실을 엮어짜듯 촘촘한 대오리를 하나 하나 세필로 그려낸 그림은 사실보다 더 사실적이다.그것은 눈속임 기법의 산물이 아니다.그렇기에 ‘복제의 미학’안에 가둬둘 수 없다. ‘대바구니 작가’라는 하나의 이미지로 굳어지는 것을 경계하는 그는 새로운 현대적 조형의 세계를 꿈꾼다. 한 예로 이번에 내놓은 신작 ‘하모니(율)’를 보면 작가의 미세한 회화적 변모 양상을 엿볼 수 있다.같은 형태의 광주리를 화폭 테두리까지 가득 채운 이 그림은,화면에 중심적인 구도를 설정하지 않고 전체를 균질하게 표현하는 ‘전면회화’(allover painting)의 양상을 보인다.이제 그는 단순한 재현의 세계를 넘어 공간을 장악하고자 한다. 그의 작품을 두고 혹자는 유년의 고향을 떠올린다.넉넉한 대지의 품에 안긴듯 편해지고 은근한 생명의 온기를 느낀다.미술을 모르는 사람도 쉽게 다가가 푸근한 정을 나누게 하는 광주리 그림,그 미술언어의 핵심은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그리움이다.그의 그림을 볼수록 그런 마음이 새록새록 되살아난다.(02)2000-9738. 김종면기자 jmkim@
  • [사설] 기부문화 제도적 뒷받침을

    지난주 팔순의 실향민 강태원옹이 전재산 270억원을 이웃돕기에 써달라며 쾌척한 데 이어 역시 팔순인 이전우옹이 20여년간 남모르게 꾸준히 장학금을 지원한 사실이 밝혀져 뜨거운 감동을 주고 있다.평생 자전거를 타고 다닐만큼 근검절약하며 돈을 모아,장학금을 내놓은 이옹은 수혜자 100여명이 20주년 행사를 갖는 바람에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고 한다.‘나와 가족’만을 위하는 각박한 세태 속에서 이런 ‘아름다운 기부자’들을 발견할 때마다 아직은 살맛나는 세상이구나 하고 박수를 보내게 된다. 그러나 많은 사회봉사단체들에 따르면 이런 기부행위는 개인이건 기업이건 대체로 자신들의 도덕적 판단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미국이나 영국 등 서구사회처럼 기부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제도가 미비돼 있다는 지적인 것이다.따라서 한푼두푼 어렵게 모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이즈음,기부문화 정착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기부자에 대한 세제혜택을 늘리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복지부는 기부할 때 법인세 5%,개인 소득세 10%를 감면해주게 돼있는 것을 각각 10,20%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차제에 미국의 소득세 50%나 일본의 25%에 못지않게 실질적인 세제혜택이 될수 있도록 감면폭을 더욱 늘려야 한다고 본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면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넘어서면 개인이나 기업들이 사회공헌에 크게 관심을 쏟게 된다고 한다.올해 말이면 우리의 국민소득은 다시 1만달러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따라서 서둘러 기부문화와 관련된 제도를 손질해 놓아야 한다.건전한 기부문화가 뿌리내릴 때 우리 사회의 미래는 따뜻한 온기가 감돌게 될 것이다.
  • 한반도 기상이변 왜 오나/ 온난화로 생긴 中대륙 고온기단탓

    최근 몇년간 한반도에는 장마기간에 비가 거의 오지 않다가 장마가 끝난 뒤 국지성 호우가 내리는 ‘2차 장마’현상이 뚜렷하다.올해에는 장마기간 강수량의 1.6배가 넘는 비가 ‘2차 장마’기간에 쏟아졌다.‘가을 장마’라고도 불리는 ‘2차 장마’는 최근 심화되고 있는 지구 온난화 때문에 발생한다는 분석이다.일부 기상학자는 ‘장마 이후 호우’ 현상이 자주 발생하자 아예 ‘장마’라는 용어 대신 ‘여름 우기’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을장마 원인과 대책 ◆2차 장마 원인- 기상청은 98년 이후 강화되고 있는 ‘2차 장마’현상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중국 내륙지역의 지면온도 상승’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한다. 7월 이후 지면이 가열되면서 몽골을 중심으로 중국 북부내륙 지역에 형성된 상층 고압대가 기류의 동서 이동을 억제하고 남북간 열교환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이 고압대는 남쪽의 더운 공기를 북쪽으로 옮기고,북쪽의 차가운 공기를 고기압의 동쪽에 위치한 동아시아 지역으로 강하게 끌어내리는 역할을 한다. 중국 내륙의 고온경향이 지속되면서 장마기간에는 중국에서 접근하는 따뜻하고 건조한 대륙 기단의 영향으로 장맛비가 소강상태를 보인다. 그러나 북태평양 고기압의 확장으로 수증기의 양이 늘어나는 7월 하순 이후에는 북쪽에서 찬공기가 내려와 우리나라 부근의 기층이 불안정해지면서 국지성 호우가 자주 내린다는 것이다. 기상청은 “지구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장마 뒤 호우가 발생하는 여름철 기후 형태가 앞으로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피해와 여파- 중앙재해대책본부에 따르면 올여름 장기간의 호우로 16명이 숨지거나 실종되고 8172억 3500만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계속되는 비로 전국 대부분의 유명 피서지는 ‘개점 휴업’상태였고,일사량 부족 등으로 농작물 피해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빙과 등 여름상품을 판매하는 업체도 울상이었다.하지만 비 때문에 외출을 삼가는 시민들로 백화점 매출액은 다소 줄어든 반면 홈쇼핑 업체나 습기제거제 등 장마 관련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상대적으로 호황을 누렸다. ◆2차 장마 대책-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의 최인영(63) 부대표는 “건축할 때 환경 및 교통영향평가와 함께 재난영향평가도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습침수지역에서 건축을 하거나 신도시를 개발할 때는 우선 재해방지시설부터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상습 침수지역이었던 서울 영등포구 목동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배수펌프시설을 제대로 갖추게 돼 수해가 사라졌다.”면서“개인이 배수시설을 다 갖출 수는 없으므로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말했다. 집중호우로 인해 쉽사리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취약지역을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재해위험구역으로 지정하는 작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재해위험구역은 전국적으로 경기도 시흥 1곳에 지나지 않는다.재해위험구역에서는 지하에 건축을 할 수 없고,벽돌 대신 반드시 콘크리트를 사용해야 하는데 지역주민들이 이러한 건축물 규제에 심하게 반발하기 때문이다. ◆업계 동향- 산업계는 8월 들어 무더위 대신 집중 호우가 계속되자 가을 신상품을 앞당겨 출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LG패션측은 “최근 들어 8월초 가을 신제품을 내놓고 시장 분위기를 파악한 뒤 8월 중순부터 물량을 집중적으로 풀고 있다.”면서 “올해에는 신제품 출하시기가 더욱 빨라졌다.”고 밝혔다. 빙과업체는 여름철 기온이 예년보다 내려가면서 시원한 청량제품보다 유지방이 많은 맛 위주의 고급 아이스크림을 예년보다 일찍 내놓고 있다. 기업들은 기상이변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지만,장기 기상을 예측하기 힘들다는 점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상청은 “일기예보의 예측기간이 일주일 이상 늘어나면 실제와 상당히 달라지며,2주일 이상 내다보는 날씨 예상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기상청 예보관실의 이우진 박사는 “기상이변 시대에는 예보의 불확실성을 정량적으로 산정하고 이를 활용하는 능력이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창수기자 geo@ ■지구촌 곳곳 기상재해/ 中 三峽댐 건설 기상이변 부추겨 과거 20년동안 엘니뇨다 라니냐다말들은 많았지만 올 여름만큼 기상이변이 집중적으로 지구촌을 할퀴고 상처를 낸 적은 일찍이 없었다. 2주일 이상 계속 퍼부은 호우로 다뉴브강과 엘베강이 범람,프라하와 드레스덴 등 중세 문화유적을 간직한 도시들이 잇따라 침수됐고 화학공장의 침수로 독성물질 오염 우려가 유럽에 만연돼 있다. 4개국 정상과 유럽연합 집행위가 힘을 합쳐 홍수방지 기금 창설을 논의할 정도로 이번 홍수는 유럽 대륙에 충격을 던졌다. 싼샤(三峽)댐 건설로 양쯔강을 ‘합리적으로’ 관리하려던 중국 당국의 원대한 계획은 오히려 기상이변을 재촉해 중국 2대 담수호인 둥팅(洞庭)호의 범람 위기로 후베이(湖北)성과 후난(湖南)성 주민 수천만명이 피난 짐을 풀지 못하고 있다. 인도와 방글라데시,네팔 역시 홍수와 산사태 등으로 피해를 입어 동남아시아에서만 이달들어 1000명 가까이 희생됐다. 인도와 파키스탄 등 서남아시아에는 가뭄으로 200만마리 이상의 가축이 폐사했다. BBC방송은 최근 남아시아에 폭우와 가뭄 등 기상이변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시아의 갈색구름’때문이라고 보도했다.갖가지 오염물질이 뒤섞여 있는 이 구름은 목재나 가축 배설물을 사용하는 난방,산불,매연 등에 의해 생긴 것으로 기상학자들은 보고 있다.사하라 사막 이남 남아프리카 지역은 극심한 가뭄으로 350만명이 굶주릴 위기에 처해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있다. 올 초 모스크바에는 때아닌 겨울비가 내렸고 서남부 흑해 연안에는 홍수와 해일이 덮쳐 5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남반구도 예외는 아니어서 칠레는 이달 초 엄청난 한파와 폭설로 인해 도로가 끊기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이같은 기상이변으로 인해 ‘기후변동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은 향후 100년동안 지구 평균기온은 1.5∼6도 상승,해수면은 지금보다 14∼80㎝ 올라갈 것으로 우려했다. 임병선기자 bsnim@ ■권원태 기상청 기후연구실장/ “온실가스등 감축 온난화 방지해야” “내년 여름에도 비가 많이 올지는 알 수 없습니다.하지만 앞으로 10년 뒤평균 기온이 오를 것은 확실합니다.” 기상청에서 여성 ‘장마 박사’로 통하는 권원태(47·사진) 기후연구실장은 최근 몇년간의 날씨 경향이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예단하기는 힘들다고 강조했다.기후변화 시나리오 등을 연구하고 있는 권 실장은 “앞으로 수년동안 강수량 추이는 기후 예측 모델마다 다르게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같은 기후예측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최근 세계적인 기상재해와 이에 따른 피해의 주범으로 지구 온난화와 엘니뇨가 지목되는 것만은 명확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1950∼60년대에는 열흘씩 계속 비가 오는 전형적인 장마날씨가 뚜렷해 빨래를 말리기 힘들 정도였는데 요즘 장마기간에는 비가 예전처럼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구온난화와 엘니뇨간 상관관계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페루 앞바다의 수온이 높아지는 엘니뇨 현상은 16세기부터 발생한 자연 현상인 반면 지구온난화는 인간에 의한 대기오염 등이 원인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권 실장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온이 계속 상승하고 있으며,이에 따른 기상이변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페루에서는 엘니뇨가 발생해 비가 많이 오자 건조한 날씨에서 자라는 목화 대신 밭벼를 심어 농작물 생산량이 줄어드는 것을 막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유엔 산하 기후변화 정부간 회의(IPCC) 보고서에 따르면 이산화탄소농도가 높아지면 집중호우가 잦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면서 “온실가스 감축을 규정한 기후변화협약의 실천지침인 교토의정서가 곧 정식으로 발효되면 우리나라도 적극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차원에서는 아직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할 의무가 없지만,기업들은 ‘선진형 온실가스 감축경영’으로 전환하는 등 미리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창수기자
  • 15일 개봉 “오아시스”- 장애인과 건달의 낯선 사랑이야기

    ‘초록 물고기’‘박하사탕’을 연출한 이창동감독의 새 영화 ‘오아시스’(제작 이스트필름·15일 개봉)는 감독의 표현대로라면 “아주 찐한 멜로”다.18세 이상 등급이 될 성애물이란 얘기가 아니다.가진 거라곤 ‘반쪽도 안되는’초라한 남녀가 세상을 다 품고도 남을 푸짐한 사랑을 주고 받는,조금은 낯선 사랑이야기다. 한겨울에 반팔셔츠를 입고 거리를 서성대는 남자는 첫눈에도 문제가 좀 있어 보인다.교도소를 나온 첫날부터 넉살좋게 무전취식하다 다시 철창신세를 질 뻔한 홍종두(설경구).무슨 맘에서였을까. 자신의 뺑소니 사고로 죽은 피해자의 집을 찾아가고 그곳에서 뇌성마비를 앓는 피해자의 딸 한공주(문소리)를 만난다.그런데 사지가 뒤틀린 여자를 보는 종두의 시선에는,어찌 된 영문인지 처음부터 온기가 스며 있다. 전과 3범인 사회부적응자와 장애인의 사랑.드라마의 골간만 짚어본다면 이렇게 무질러 표현할 수도 있겠다.하지만 얼마 안가 그것이 위험한 선입견이었음을 깨닫게 된다.둘의 사랑은 억척스럽기는 커녕 물흐르듯 자연스럽고 유쾌한 구석까지 엿보인다. 공주의 명의를 빌려 장애인용 새 아파트로 오빠 부부가 이사가 버리자 종두는 낡은 아파트에 혼자 남은 공주가 안쓰럽다.“이만하면 이쁜 얼굴이야.”“발도 예쁘네.”휠체어 없이는 한발짝도 운신할 수 없는 중증 장애인인 공주에게 종두의 장난섞인 몇마디는 ‘원기소’같다.여느 연인들처럼 밤늦은 전화데이트를 시작하더니 어느새 음식점에서 문전박대를 당하고 자장면을 시켜먹으면서도 즐거운 사이가 돼 있다. 온전치 못한 남녀의 사랑에 얼마나 고비가 많을까를 걱정하던 관객들에게 영화는 이즈음 안도의 한숨을 쉬게 만든다.감독은 “전과자와 장애인의 사랑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사랑의 판타지가 삶을 끌어가는 데 얼마나 멋진 동력이 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영화에는 실제로 판타지가 펼쳐지곤 한다.육체적 장애를 사랑의 걸림돌로 느낄 때마다 공주는 온전한 육체의 안온한 상황을 애타게 꿈꾸고 상상한다. 삶의 간절한 판타지를 은유하는 제목 ‘오아시스’는 공주의 방에 걸린 양탄자 그림이기도하다.영화는 화끈한 러브신 없이도 얼마든 ‘찐한 멜로’가될 수 있음을 자랑한다.그림에 비치는 나무 그림자가 무섭다는 여자를 위해 한밤중에 생나무가지를 잘라내는 남자,그에게 라디오 볼륨을 높여 화답하는 여자는 현실에 없을 사람들만 같다. 큼지막한 감상포인트로 설경구의 여유있는 넉살 연기를 빼놓을 수 없다.콧소리 섞어 “∼하걸랑요.”식의 익살맞은 대사를 구사하는 그의 변신은 팬들에겐 충분히 유쾌하다. 그러나 들인 공력에 비해 빛이 나지 않는 기술상의 허점도 보인다.공주의 환상을 재현하고자 세트를 통째로 태국으로 옮겨 찍은 장면,청계고가도로를 최초로 통제하며 찍은 종두의 구애 장면 등은 어설프다.제5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 ‘베네치아 59' 진출작. 황수정기자 sjh@
  • 알아두세요/ 왜 가족(Family)일까요

    ‘아버지,어머니,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Father and Mother,I love you)’의 각단어의 첫 글자를 합성한 것입니다. 아무리 사람 사는 방식이 달라진다 해도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삶의 온기를 불어넣어 준다는 사실은 영원히 변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 산업생산 회복세 뚜렷

    산업생산의 회복세가 뚜렷해지고 있다.대부분 업종의 생산이 늘고 있는 것이다.그러나 불투명한 요인을 경계하는소리도 여전하고 섬유 등 일부 업종은 아직 경기의 온기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업종별 엇갈린 명암=4월중 생산 증가는 자동차·기계장비·통신기기 등이 주도했다.특히 자동차 생산은 승용차특별소비세 인하에 따른 소비심리로 전월 10.2%에서 16.7%로 크게 늘었다.기계장비 생산 증가율도 8.7%에서 14.0%로 높아졌다.4월부터 보조금 지급이 중단된 휴대폰 등의 음향·통신기기는 전월 28.2% 증가에서 14.7% 증가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산업의 대들보 역할을 했다.그러나 섬유(-3.7%),석유정제(-12.3%),화물선·특수선박 등 기타운송장비(-7.3%) 등은 1년전에 비해 생산이 감소했다. ▲내수업종의 강세 예상=산업자원부는 2분기 이후 거의 모든 업종이 생산·판매에서 활황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전자·통신 등 IT(정보기술)·자동차 등 내수중심 업종은 안정적인 상승세를 타는 반면 수출주력 산업은 미국 경기회복과 국제유가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반도체는국제가격의 반등여부,철강은 미국과의 무역마찰이 각각 문제다.섬유 등 일부 업종은 당분간 급격한 회복세를 보이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4월중 설비투자는 전년동월대비2.1% 증가에 그쳤다.당초 정부 예상치에 훨씬 못미치는 수치다. ▲전문가 전망=산업연구원 고동수 연구위원은 “산업생산이 상승세에 접어들었지만 아직 기업들은 국내외 불확실성 때문에 추이를 관망하는 느낌”이라면서 “좀더 시간이흘러야 기업들이 확실한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말했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연구위원은 “회복속도는 조절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건설 등 내수부분은 둔화될 조짐이 있다.”고 말했다.그는 이어 “경기동행지수를 보면 변화가 없어 과열조짐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현재 생산·수출이 높아지면서 낙관론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수출·환율 등 불확실한 요인들이 아직 많아 정확한 판단을 하려면 올 2분기는 지나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
  • 대한매일 제정 10회 공초문학상 수상 시인 김종해

    잔 鍾,바다 海.김종해(61) 시인의 시는 작은 술잔에 채운 큰 바다와 같다.짧은 시이지만 시행 하나하나에 세상 사는 이야기를 모두 담고 싶다는 시인의 소망은 운명처럼 그의 이름에 새겨져 있다. 지난 시집 ‘별똥별’을 낸 뒤 7년만에 빛을 본 “뜸을들일 대로 들여 푹 익은 뒤 뽑아낸” 시집 ‘풀’.지난해출간된 이 시집 속에 담긴 시 ‘풀’과 ‘풀·2’로 김씨는 올해 제10회 공초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제가 공초문학상을 받게 되다니 뜻밖입니다.공초는 허무와 허무의 극복을 노래한 시인인 반면,제 시는 훨씬 서정적이고 현실세계에 밀착해 있죠.특히 이번 시집은 물기가 많고 부드럽고 함축적이고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시를 담았습니다.” 소감 대신 자신의 시세계를 늘어 놓는 시인의 모습엔 문단 인생 40년이라는 녹록하지 않은 삶의 무게가 느껴진다.김씨는 지난 63년 ‘자유문학’에 발표된 시 ‘저녁’으로 문단에 데뷔했다.현대시의 두 거목 박목월,조지훈 시인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6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內亂’(내란)이 당선되기도 했다.그로부터 40년.세상도 변했고 시인도 변했다. “낙엽이내린다.우산을들고/제왕은운다헤맨다.검은비각에어리이는/제왕의깊은밤에낙엽은내리고…” 65년작 ‘內亂’은 제목 그대로 내면의식의 분열을 드러낸 작품이다.하지만 70년대 유신독재를 거치면서 그의 시에는 현실 인식과 삶에 대한 치열함이 들어온다.77년 발표된 장편 서사시 ‘천노,일어서다’는 우리 역사상 최초의 민권운동가인노비 만적의 이야기를 통해 이 땅의 학대받는 모든 민중을 환유,은유했다. 80년대 후반부터 그는 자연의 서정성으로 회귀한다.그 결정체가 이번 시집 ‘풀’에 고스란히 담겼다.하지만 “표현이 곱고 부드럽다고 해서 시적 치열함이 덜하다고 판단할 수 없다.”는 서평을 쓴 신경림 시인의 지적대로,그곳엔 더 넓은 세상을 향한 울림이 존재한다.그가 70년대 소외받는 민중에게 느꼈던 애정을,이제는 모든 살아있는 존재에 쏟았다.치열함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지평을 넓혔다. “내가 뿌린 씨앗들이 한여름 텃밭에서 자란다/새로입적한 나의 가족들이다/상추 고추… 등의/이름 앞에 김씨 성을 달아준다/김상추·김고추…/잡초의 이름 앞에도 김씨성을 달아준다” 그가 이번 시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 가운데 하나라는 ‘텃밭’은 직접 뒤뜰에서 소채를 가꾸며느낀 시심을 표현한 것이다.이순의 시인이 삶의 항해 끝에 다다른 넉넉함과 소박함이 따뜻한 웃음을 짓게 한다. 이번 수상작 ‘풀’에 대한 해석을 부탁했다.“식물성 같은 부드러움을 담은 시입니다.사람이 갖고 있는 강성(强性)에 회의를 느끼고 자연으로 돌아가고자 한 마음을 형상화한 것이죠.모든 탐욕적인 것에서 벗어나 식물적 단순성과맑고 투명한 세계로 잠입하고 싶었습니다.” 그렇다고 이번 시집의 시가 모두 자연을 노래하는 것은아니다.그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현실 인식이 튀어나온다.”며 남북정상회담의 감동을 담은 ‘유월의 녹슨 철조망은 유월에 걷는다’란 시를 읽어 주었다.“‘민족’을어깨에 지고/‘통일’을 등짐진/두 지도자가 더없이 소중하고 자랑스럽다…” 그에게 ‘시’란 과연 무엇일까.“난해한 시는 현대시에서는 이상의 ‘오감도’로 족합니다.시란 우선 쉽게 이해가 될 수 있어야 독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요.너무 어려운 것은 수수께끼나 암호에 지나지 않습니다.물론 그 ‘쉬움’은 시인의 고뇌 끝에 나온 것이어야 하죠.” 그의시는 정말 쉽게 읽히면서도,한 땀 한 땀 자수를 놓듯 정성과 고민이 녹아있다. 김씨는 시를 쓰는 것 못지 않게 좋은 문학작품을 소개하는 데도 공을 들인다.출판사를 23년째 운영하면서 시집만230여종을 출간했다.‘현대시’동인으로 활동하면서 젊은작가를 발굴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내면의식의 분열에서 세상에 대한 치열함까지,먼 길을 돌아 이제 자연의 고향에 안식을 구하는 그가 마지막 짐을풀 곳은 어디일까.과작(寡作)인 탓에 그의 다음 작품이 언제쯤 나올지는 모르겠지만,사회와 삶과 자연의 변화를 온몸으로 감지하고 시름 속에서 건져낼 보석을 다시 만나고싶다. 김소연기자 purple@ ■대한매일 제정 공초문학상 수상작 풀 사람들이 하는 일을 하지 않으려고 풀이 되어 엎드렸다 풀이 되니까 하늘은 하늘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햇살은 햇살대로 내 몸 속으로 들어와 풀이 되었다 나는 어젯밤 또 풀을 낳았다 풀·2 풀이 몸을 풀고 있다 바람 속으로 자궁을 비워가는 저 하찮은 것의 뿌리털 끝에 지구라는 혹성이 달려 있다 사람들이 지상地上을 잠시 빌어 쓰는 것보다 더 오랜 시간을 풀은 흙을 품고 있다 바람 속에서 풀이 몸을 풀고 있다 ■김종해 연보 ▲1941년 부산 출생 ▲1963년 ‘자유문학’에 시 ‘저녁’으로 등단 ▲196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내란’ 당선 ▲1966년 첫 시집 ‘인간의 악기’(서구출판사) 출간,‘현대시’동인 가입 ▲1971년 제2시집 ‘신의 열쇠’(한국시인협회) 출간,대통령 선거 ‘문학인선거참관단’으로 참여 ▲1974년 자유실천문인협의회 창립 발기위원 ▲1979년 제3시집 ‘왜 아니 오시나요’(문학예술사) 출간,문학세계사 창립 ▲1983년 장편 서사시 ‘천노,일어서다’(서문당)로 제28회 현대문학상 수상 ▲1985년 연작시집 ‘항해일지’(문학세계사)로 한국문학작가상 수상 ▲1986년 대한출판문화협회 이사 역임 ▲1990년 제5시집 ‘바람부는 날은 지하철을 타고’(문학세계사) 출간 ▲1991년 시선집 ‘무인도를 위하여’(미래사) 출간 ▲1992년 유공출판인 문공부장관 표창 ▲1995년 제7시집 ‘별똥별’(문학세계사)로 한국시협상수상 ▲2001년 제8시집 ‘풀’(문학세계사) 출간 ■심사평-개인·집단간 화해미학 서정적 묘사 수상자 김종해 시인은 40여년의 시력(詩歷)을 지닌 시인이다.그런 만큼 그의 시적 대응은 굴신자재(屈伸自在)의도저한 경지와 폭을 지니고 있다. 특히 수상작으로 결정한 ‘풀’과 ‘풀·2’는 아직도 우리 시가 자유롭지 못한 ‘개인’과 ‘집단’의 수용 미학을 훌륭하게 성취한 완성도를 보이고 있어 그 가치의 한전범(典範)을 이룩했다고 할 수 있다. 이들 시의 마지막 행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풀’은 “나는 어젯밤 또 풀을 낳았다.”로 ‘풀·2’는 “풀이 몸을 풀고 있다.”로 각각 끝나고 있다.여기에는 내가 풀이 되고 풀이 내가 되는 개인과 집단의 소통,화해가있다.에고의 초탈과 극복이 있다.‘풀’을 종속 개념으로부터 풀어내고 있다.개체가 전체가 되고 있으며,전체가 개체가 되고 있음의 이 생산 형국에서 우리는 해방과 자유라는 놀라운 실체를 만날 수 있다.이것은 단순 전위가 아니라 발견이며 놀라움이며 견자(見者)라는 시인으로서의 본성이다. 아울러 여기에 시인은 ‘짧은’시 형식을 통해 풀이의 늘어짐 그 이완을 막고 있고,또 다른 시편들을 통해서는 생명의 관능성과 우주적 황홀을 시로 구체화,오늘의 우리 시들이 지적 통제에 경도한 나머지 잃고 있는 순수 서정의감동의 공간을 제시하고 있다. “하늘을 들어가는 길을 몰라/하늘 바깥에서 노숙하는 텃새”(‘텃새’),“찰나 속에 스치는/황홀한 우주의 블랙홀을/오늘도 잡았다”(‘열쇠’),“이 별을 떠나기 전에/내가 할 일은 오직 사랑밖에 없다”(‘고별’) 등의 시구를보라. 심사위원 정진규(현대시학 주간)
  • [사라지는 것을 찾아] 솜틀집

    몽실몽실 포근한 목화솜 이불 한채만 있으면 온가족이 따뜻한 겨울을 나던 시절이 있었다. 20∼30년전만 해도 지금보다 겨울이 유난스레 추웠고 겨우살이 옷가지도 부실했던 탓에 한겨울 솜이불의 쓰임새는 그만큼 절대적이었다.연탄이나 장작을 연료로 사용하던 때라낮에도 아랫목에는 항상 온기를 간직하는 솜이불이 깔려있곤 했다. 우리 할아버지 세대만 해도 한겨울에 솜으로 누빈 옷을 입고 솜버선을 신고 겨울을 났으니 솜은 곧 생활의 일부였던셈이다.이렇듯 솜의 쓰임새가 많다 보니 그 시절에는 시골마을 어귀에까지 ‘솜틀집’이 눈에 띄었다. 요즘에는 전기로 솜틀을 돌리고 있지만 10여년전만 해도 발로 밟아 솜통을 돌리며 품을 팔아야만 하는 중노동이었다.손으로 일일이 솜을 얇게 뜯어 솜틀의 톱니에 고르게 물리고이를 돌려 포근하고 도톰한 솜을 만들어냈다.사정이 이렇다보니 당시에는 올이 뻣뻣한 화학솜보다 부드러운 목화솜만을 대상으로 했다. 그러나 기계가 좋아진 요즘에는 실크솜이나 캐시밀론,양모등 화학솜을 포함해 다양한 솜을 다룰 수 있게 된 것이 다른 점이다. 솜을 트는 과정에서 예나 지금이나 뿌옇게 피어나는 먼지가 곤혹스럽지만 그래도 요즘에는 집진기 등에 의존해 어느정도 해결해 오고 있다. 솜틀집은 이렇게 만들어진 솜을 이용해 각종 이불을 만들어내는 곳이기도 하다.어머니 세대만 해도 결혼을 앞둔 신부집에서는 원앙 금침을 만드는 데 최고의 정성을 쏟았다.일명핫이불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혼수이불의 정도에 따라 신부집 가풍이 신랑집 동네 아낙네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기 때문이다. 이보다 앏은 차렵이불은 봄·가을용으로 사용하던 이불의대명사다.요즘에는 화학솜을 주로 누벼서 사용하고 있다.여름용으로는 가장 가벼운 누비이불이 제격이었다. 딱딱해진 솜은 모아서 보료를 만들기도 한다.이불을 만들때 옛날에는 솜을 고르게 펴고 뭉치지 않게 대바늘(큰바늘)로듬성듬성 이곳저곳을 누빈 다음 시침바늘(작은바늘)로 꼼꼼하게 꿰맸다. 골목마다 있던 솜틀집은 하나 둘 사라지고 시골에서 솜이불 한채라도 틀려면 도회지 솜틀집을 물어물어 찾아가야 할 판이다. 강원도 춘천시에서 15년째 솜틀집(중앙솜틀집)을 운영하고있는 홍연호(55·여)씨는 “10여년전까지만 해도 일손이 모자라 종업원까지 두고 밤을 새워가며 일을 했는데 요즘에는혼자해도 쉬는 날이 더 많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최근들어 대도시에는 아파트를 중심으로 솜틀집들이 조금씩 다시 생겨나고 있어 흥미롭다.대도시 아파트주변에 알뜰주부들이 늘고 있기 때문일까. 서울 노원솜틀집 주인 김경주(45·여)씨는 “신세대들은 전문 대리점을 찾아 이불을 구입하지만 아직 알뜰주부들은 그래도 우리의 솜틀집에서 만든 이불을 더 좋아한다.”며 솜틀집 이불을 예찬했다. 조한종기자 bell21@
  • 연세대 기여입학제 본격 여론몰이

    연세대가 교육부와 일부 대학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여우대제를 도입하기 위한 여론 조성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연세대(총장 金雨植)는 8일부터 25일까지 4차례에 걸쳐 10개 중앙일간지와 2개 경제지 등에 기여우대제를 홍보하는내용의 광고를 낼 계획이라고 7일 밝혔다.광고에는 수억원대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대는 학교,학부모,일부 시민단체로 구성된 ‘기여금관리 위원회’를 만들어 ‘기부자 명의의 계좌로 들어온기금을 투명하게 운영하겠다.’는 내용의 후속 광고도 내보낼 계획이다. 이영표기자 tomcat@
  • 정겨운 ‘추억 여행’ 인터넷속으로

    며칠 있으면 설날을 맞는다.어릴 때의 명절 풍경 속에는잊을 수 없는 것들이 많다.그 가운데에는 장독대,곳간,처마,마루,큰 솥뚜껑 같은 것들도 있다. 요즘엔 다 만나기 어려운 것들이다. 의식주 세 테마로 인터넷의 추억 풍경을 들여다 본다. (편집자 주). ■아름다운 한복문화 한자리에. ▲털고무신부터 한복까지=아버지를 기다리는 밥상 위에 다소곳이 올라 있던 보자기.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한국자수박물관'(korea.insights.co.kr/korean/pojagi/)에 가보면 소박한 인정이 느껴지는 보자기를 만날 수 있다. 보자기는 여인들의 혼수 품목 중 하나로 이불을 싸는 이불보,예단이나 혼수를 싸는 혼수보,밥상을 덮는 상보 등 헤아릴수 없이 종류가 많다.허동화 관장은 “물건을 포장할 때 복도 함께 들어 간다는 믿음이 담겨져 어느 물건보다 정성이깃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주변에 이런 보자기처럼 아련한 추억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들은 의외로 많다.털고무신이나 장화,호빵 모자 같은 것들이다.이런 것들은 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인터넷에는 우리가 잊고 있는 과거의 옷과 장신구들을 보여주는 기행 사이트들이 많다.‘21세기 박물관'(www.museum21.org/folk-48.htm)은 과거의 복식 문화를 사이버 갤러리 안에모아 놓았다. 그 가운데 우리 옷의 대표 격인 한복은 인기를 많이 모으고있다.그러나 전통 한복부터 실용 한복까지 관심은 높아졌지만,제대로 한복을 입는다는 것이 힘들다는 의견이 끊이지 않는다. 이럴 때는 전통인형작가 이승옥(36) 씨의 ‘석란전통인형'(www.ahakorea.co.kr),고종건씨의 홈페이지(myhome.edunet4u.net/~hongil/)가 안성맞춤이다.이들 사이트는 설과 같은 고유명절 속의 아름다운 의복 문화를 둘러볼 수 있는 보고나 다름없다. 하지만 전통 의복과 과거의 향수를 불러 모으는 갖가지 소지품들을 온전히 감상하기도 전에 전자상거래 상품으로 치부되는 것은 아쉽다. ■불량식품 종합세트도 팔아. ▲추억의 음식 여행=학교 난롯불에 구워 먹던 ‘쫀디기',손바닥으로 비벼 하나하나 빼먹었던 ‘아폴로'.추억의 먹거리가되살아나고 있다.코 묻은 동전으로 사먹을 수 있었던 쫄쫄이,호박꿀,맛기차콘,월드컵,씨씨 등 이른바 불량식품들도 다시 돌아왔다. 불량식품 판매 사이트 ‘쫀디기몰'(www.zondigi.com)은 이들식품을 맛있게 먹는 비법(?)을 소개하고 있다.심지어 “건강 해친다고 못 먹게 해 더 감칠맛이 났다.”는 회고담도 쏟아진다.‘엔토크'(entalk.co.kr),‘언더몰'(undermall.co.kr) 등에선 아예 20∼25종의 불량식품 종합세트까지 팔고 있다. 또 학창 시절 도시락 반찬으로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것들을 소개하는 곳도 나왔다.‘오키의 잊혀져 간 것들'(myhome.naver.com/okyjjang)은 지난 30년간의 도시락 변천사를 정리했다.이 사이트에는 소시지,깍두기,멸치조림,콩조림,계란 등도시락 반찬 이야기가 구수하게 배어 있다. 한 네티즌은 “아직도 도시락 반찬통 한 귀퉁이에 담겨있던소시지를 생각하면 마음이 설렌다.”며 먹거리 추억 여행에나선다.이밖에 ‘1980년대'(b612kh.dive-studio.net)는 네티즌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1980년대 먹거리에 관련된 글만 모아 뒀다. 한편 고유의 먹거리를 되살리려는 노력이 계속돼 눈길을 끈다.특히 과거의 전통식품을찾는 동호회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대표적인 경우가 ‘청국장닷컴'(chungkookjang.com).최근패스트푸드 음식과 외식 산업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어머니의 손맛을 읊는 일은 또다른 감동을 선사해준다. ■한옥의 모든것 미학으로 승화. ▲“아랫목에서 몸 녹이세요”=문 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이매서운 계절.아랫목 이불 밑으로 언 몸을 넣으면 발 언저리엔 밥 공기 하나가 닿는다.그 따뜻한 밥그릇에 따뜻한 사랑까지 느꼈던 시골집 아랫목은 이제 보일러와 라디에이터에밀려 사라졌다. 하지만 요사이 전통적인 주거 환경을 재조명하는 이들이 늘고 있어 아랫목도 덩달아 떴다.남대문에서 전남 송광사 미륵전까지 내로라하는 전통 건축물을 보수한 목수 신영훈(67)씨의 ‘사이버 한옥문화원'(www.hanok.org)이 대표적인 예이다. 여기서는 전통 한옥을 3D애니메이션으로 재구성하여 절기마다 다른 태양 방향과 각도까지 계산한 전통 처마,한국인의평균신장과 눈 높이를 가늠해서 설계한 방과 지붕 등 한옥의 모든 것을 미학으로 격상시킨다. 한편 황토집,귀틀집 등 나무와 흙과 같이 친환경적인 전통가옥은 신용만 씨의 사이트(home.hanmir.com/~wamo/)에서,전통 사찰은 ‘아즈의 홈페이지'(azcul.zotta.net)에서 만나볼수 있다. 이들 사이트에선 마당 깊은 집과 장독대 위를 배회하던 고추 잠자리,마루,옛날 부엌과 세간들,재래식 화장실 등 아련한유년의 집 풍경들을 고루고루 선사한다. 그러나 전통 가옥에 관한 인기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한옥에서 거주하는 인구는 줄고 있다.서울시(hanok.seoul.go.kr)가 벌이는 한옥 지원 사업은 잘 알려지지도 않은 데다 실적도저조한 편이다. 마지막 양반 마을인 서울시 북촌의 전통 가옥은 15년전에 비하면 그 절반인 850여동만 남았다.우리가 가슴으로 느꼈던아랫목의 온기는 정녕 어디에서 느낄 수 있을까.고향의 아랫목은 그대로인지 귀경하는 이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허원 전효순 유영규 kdaily.com기자 whoami@
  • 11살 피아니스트 서형민군 뉴욕필 ‘영 아티스트’에 뽑혀

    한국의 영재 피아니스트 서형민군(11)이 3일(한국시간) 미국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로부터 영재 아티스트에 뽑히는 영광을 안았다. 뉴욕필은 해마다 ‘영 아티스트 선발대회’를 통해 18세 이하의음악 영재 1∼3명을 선발,지원을 해왔다.지난해 8월부터 메네스콘서바토리 예비학교에서 유학중인 서군은 예선을 거쳐 올라온기악 전분야의 음악영재 120명과 실력을 겨룬 끝에 상임지휘자쿠르트 마주어등의 격찬을 받으며 영 아티스트 3명중 1명에 뽑혔다. 서군은 오는 10일 뉴욕 링컨센터 에버리 피셔홀에서 마주어 지휘의 뉴욕필과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제2번을 협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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