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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아파트거래 75% 급감… 가격도 약세로

    서울 아파트거래 75% 급감… 가격도 약세로

    정부가 ‘3·22 주택거래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지 한달이 지났다. 정부의 설익은 대책 발표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주택시장은 오히려 침체가 깊어지고 있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부활됐지만 취득세 감면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 후속조치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부 정책에 불신이 커지면서 거래가 급격히 줄어드는 등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3·22 대책의 영향을 덜 받은 지방 주택 시장은 온기를 찾고 있다. 또 계절적 수요 감소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던 전셋값은 고개를 숙인 상태다. 하지만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이 없으며 올가을 제2의 전세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주택 거래요. 정부 3·22대책 이후 한달 동안 한 건도 없어요. 우리도 먹고는 살아야 하는데….”라며 서울 목동 M중개소 관계자는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20일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4월 서울지역 아파트 거래량은 506건으로 하루 평균 25.3건에 머물고 있다. 지난달 하루 거래량 113.4건에 비해 4분의1로 줄었다. 서울시 전체 25개 구 가운데 거래량이 10건 미만인 곳이 전체의 절반에 달했으며 강북·용산·종로구는 20일간 거래가 5건도 안됐다. 거래가 줄면서 아파트값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또 경기도와 인천시 등 수도권 아파트값도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계속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유는 단 하나다. 채찍만 있고 ‘당근’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3·22 대책으로 DTI 일몰이란 ‘채찍’과 취득세 감면, 분양가상한제 폐지란 ‘당근’을 동시에 내놨다. 하지만 지난 1일부터 DTI 일몰은 바로 시행됐지만 나머지 당근 정책은 표류했다. 취득세 50% 감면은 한달여간 정부와 정치권, 지방자치단체까지 시행 여부와 시기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다가 최근에 합의를 했다. 그동안 부동산시장은 싸늘하게 식었다. 또 이번 임시국회에서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한 분양가상한제 폐지 처리가 사실상 물 건너 갔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정책을 믿고 ‘분양가상한제 폐지 이전에 내집을 마련해야 한다’고 대대적인 광고를 했는데 이러다가 과대광고로 ‘고소’ 당할까 두렵다.”면서 “제발 정부가 개입하지 않고 시장의 원리대로 움직일 수 있게 가만히 놓아두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이사는 “3·22대책으로 DTI 규제가 부활하면서 시장이 바로 위축됐다.”면서 “대안으로 제시된 취득세 감면 등의 조치가 뒤따르지 않으면 주택시장 침체는 장기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을 전세대란을 막기 위해선 지금부터 대책 마련에 들어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연구소장은 “이사수요가 줄어 강남 3구와 목동 등은 전셋값이 하향안정세로 접어들었지만 아직도 강서, 강북, 도봉 등 서울 변두리지역과 수도권의 전셋값은 강보합세”라면서 “가을 이사철 수요가 몰리면 전세대란이 재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열린세상] 내 마음속 장애/이민규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교수

    [열린세상] 내 마음속 장애/이민규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교수

    귀가 먹먹해졌다. 예고 없이 들이닥친 돌발성 난청이다. 주말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의 주인공처럼 청각장애를 숨기려다 보니 온몸이 굳어져 한 주를 힘들게 보냈다. 하지만 들리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육신의 장애만큼 심각한 것은 커뮤니케이션의 단절에서 오는 마음의 장애이다. 올 들어 연속적으로 발생한 대학생들의 자살사건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정신적 장애의 심각함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국제보건기구(WHO) 통계에 따르면 106개 조사 국가 가운데 한국의 자살비율이 가장 높다. 하루 평균 35명이 자살한다는 다른 통계도 있다. 그만큼 한국 사회는 지구상의 어느 나라보다 자살 유혹이 높은 환경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급속한 산업화로 인한 ‘빨리빨리’ 경쟁문화와 단 한번의 실수와 패자 부활도 용납하지 않는 경직된 사회 분위기 탓이다. 소통의 단절이다. 자살한 대학생들은 죽음을 앞두고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다’거나 ‘세상에 홀로 남겨졌을 뿐’이라고 자아커뮤니케이션을 했을지 모른다. 안타까운 점은 최근 발생하고 있는 자살사건에 대한 한국 사회의 시선이다. 우리는 이 문제를 개인적 차원의 정신적인 장애로만 생각할 뿐, 사회적인 문제로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자살 예방은 개인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세상 무엇보다도 귀중한 생명을 살려야 하는 사회적 문제이기도 하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 대학(MIT)에는 3일간의 주말 휴식을 만끽하는 ‘자살의 날’(Suicide Day) 행사가 있다. 학교 차원에서 마련한 다양한 학업 스트레스 극복 프로그램들 가운데 하나이다. 중앙대 경영경제대학은 인성교육에 초점을 맞춘 ‘참 세미나’를 통해 교수와 학생 사이에 커뮤니케이션을 극대화하는 전공필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는 1,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후푸산(HUFSAN) 포트폴리오’ 일대일 상담과목을 개설하고 있다. 모든 전임교수가 2회 이상 일대일로 학생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소통의 회복이다. 이러한 대학들의 아름다운 시도가 학업과 취업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좋은 안내자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자살예방은 대학만이 고민해야 할 문제는 아니다. 초·중·고를 한데 묶는 자살예방 교육프로그램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대학생의 자살이 초·중·고 시절부터 잉태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 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해 동안 초등학생 3명과 중학생 53명, 고등학생 90명 등 전국적으로 청소년 146명이 자살했다고 한다. 실제로 자살을 시도하거나 생각한 청소년은 이보다 더 많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초·중·고에서부터 자살 예방교육과 ‘기 살리기’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 입시교육에 치중하는 한국의 교육계는 청소년들이 건강한 자기정체성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교육계 전체가 자아정체성 확립과 자신감의 문제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에 온 것 같다. 자살 문제가 불거지는 것은 우리 교육에서 위기극복 능력을 심어주지 못했음을 방증한다. 특히 각 가정에서 생명을 중요시하는 자살예방 교육은 더욱 절실하다. ‘한 아이가 잘 자라려면 온 동네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오래전 안타까운 제자의 죽음을 접하면서 이 같은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졸업준비위원장이었던 제자는 리더십이 출중했다. 졸업 후 방송분야에 진출해 넓은 세상을 거머쥘 포부를 지녔다. 위원장으로서 열정을 다해 일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기금을 잘못 관리하면서 회계에 문제가 생겼다. 업자들의 협박은 도를 넘었다. 의지할 곳 없다고 생각한 제자는 자취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단돈 몇 백만원과 고귀한 목숨을 맞바꾸었다. 한줌의 재로 변한 유골을 학교 뒷산에 올라 뿌릴 때 몸을 만지듯 제자의 따뜻한 온기를 느끼면서 자책감에 휩싸였다. 제자와 더욱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했어야 했는데, 그의 아픔을 들어주기 위해 낮은 자세로 한 걸음 가까이 가도록 노력했어야 했는데.
  • 백두산 화산 협의 南北 29일 개최

    백두산 화산문제 논의를 위한 남북 민간 전문가 간 협의가 오는 29일 우리 측 지역인 경기도 문산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열린다. 통일부는 24일 “북측이 백두산 화산활동과 관련한 우리 측 수정제의에 동의한다는 지진국장 명의의 통지문을 우리 기상청장 앞으로 오늘 보내왔다.”고 밝혔다. 북측은 통지문에서 화산연구소 부소장을 비롯해 대표 3명, 수행원 2명 등을 내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 화산연구소는 민간으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우리 측 민간 전문가들 가운데 5명 이하로 대표단을 선정해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남북 간 민간협의가 천안함·연평도 사건 이후 경색된 남북관계에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북측의 뜻이 백두산 화산 문제에 대한 협의는 물론, 이를 계기로 남북대화를 하자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통일부도 백두산 민간 협의가 원만하게 진행될 경우 당국 간 회담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배제하고 있지 않고 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참조기 동해서도 발견

    참조기 동해서도 발견

    남해와 서해안에서 주로 잡히던 참조기가 동해안에서 잡혀 심각한 기후변화를 대변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는 올 2월부터 지난 20일까지 삼척·울진 인근 해역에서 자원조사를 실시하던 중 참조기 1마리와 덕대(병어류) 2마리를 각각 채집했다고 24일 밝혔다. 연구소는 참조기와 덕대가 동해 중부해역에서 발견된 것은 기존의 서식 해역 범위를 벗어난,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채집된 참조기의 몸길이는 16.5㎝로 1994년쯤 경북 월성과 부산 인근에서 14마리가 채집됐다는 보고는 있었으나 표층 수온 8.5~9도의 저수온기에 동해 중부해역에서 채집된 보고는 없었다. 또 고려병어로도 불리는 덕대는 21.9~24㎝ 크기의 병어과 어종으로남·서해 및 동중국해에 분포하며 동해안에서 채집된 것은 처음이다. 박종화 동해수산연구소 자원환경과장은 “제주도 및 남해 해역에 주로 서식하는 아열대성 어류 중에서 최근 2년새 동해 중북부 해역으로 북상한 것으로 관찰된 어종은 23종에 달한다.”며 “이들 두 어종이 동해안에서 잡힌 것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연근해 생태계의 변화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릉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박명재 세상 추임새] 춘래불사춘, 그들에게 진정 봄이 오게 하라

    [박명재 세상 추임새] 춘래불사춘, 그들에게 진정 봄이 오게 하라

    자연은 이제 완연한 봄이다. 산과 강·들의 온갖 꽃과 나무들 그리고 땅속의 갖가지 생명들이 탄생과 부활의 소생을 시작하고 있다. 봄을 찬미하고 노래한 시인과 문인들이 참으로 많지만 삼봉(三峯) 정도전(鄭道傳)이 “봄이란 봄의 출생이며, 여름은 봄의 성장이며, 가을은 봄의 성숙이며, 겨울은 봄의 갈무리(收藏)이다.”라고 말한 것만큼 봄의 계절적 의미를 잘 압축해서 표현한 것이 없을 것 같다. 그렇다. 봄은 자연 속에 싹이 움트고 꽃이 피는 생명과 향기의 계절이다. 동시에 우리 인간들에게는 고난의 겨울을 이기고 새로운 시작과 출발 그리고 전진과 성장의 아름답고 행복한 희망과 꿈을 주는 계절이다. ‘낡은 말뚝도 봄이 돌아오면 푸른빛이 되기를 희망한다.’라는 핀란드의 속담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그런데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와도 봄 같지 않은 우울하고 답답한 마음 탓에 이 땅의 아름답고 약동하는 봄의 기운과 희망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진정한 봄을 느끼게 될 때 이 땅의 봄은 완전한 자연의 봄, 참다운 인간의 봄이 될 것이다. 먼저, 지난 겨울 내내 구제역과 폭설, 가축 전염병 등으로 한없는 실의와 좌절에 빠져 있는 농어민, 축산 농가들이 하루빨리 시름을 털고 재기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정책과 완벽한 후속 대책이 지속적이고 효율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경제논리와 축산주권 이론이 부딪치는 혼선과 정책의 갈등을 하루빨리 수습하고 그들의 얼어붙은 가슴에 희망의 봄 강물이 다시 흐르게 하여야 한다. 매몰된 가축의 침출수가 겨우내 얼었다 녹아 흐르는 강물에 스며들어 우리의 산하를 더럽히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와 완벽한 대책이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졸업과 함께 대학을 떠나 사회 속으로 취업의 문을 찾아 나서는 젊은이들에게 최대한 일자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청년 실업대책이 효율성 있게 추진되기 바란다. 봄을 가장 강렬하게 느끼고 받아들여야 할 이 땅의 젊은이들이 얼음 두께보다 더한 무거운 가슴과 답답함, 막막함으로 이 봄을 맞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청년들을 위한 취업정보, 취업지도, 취업알선 등 청년 일자리 창출에 사활을 다해 우리 젊은이들이 희망과 꿈을 실은 봄의 전령사가 되게 하여야 한다. 봄은 누가 뭐래도 무릇 젊은이들의 계절이기 때문이다. 셋째, 북한의 못된 만행으로 자식과 가족, 삶의 터전을 잃고 겨울보다 더 혹독한 시련과 고통을 겪고 있는 천안함 유족과 연평도 주민들에게 재기와 새 출발의 기운을 북돋아 그들의 가슴에 봄의 온기를 느끼도록 해야 한다. 이 땅을 수호하고 지킨 자랑스러운 호국 용사로서, 접적지역의 용감한 국민으로서 그들에게 정부의 각종 지원 정책 못지않게 진정어린 국민들의 존경과 감사, 고마움을 느낄 때 그들의 가슴에 남아 있는 통한의 잔설이 조금씩 녹아내릴 것이다. 끝으로 7000만 대한민국 국민 전체와 삼천리 금수강산 전 국토에 봄의 햇살이 구석구석 골고루 비치기 위해서는 우선 경색된 여야 관계가 원활하게 작동되어 산적한 국정현안과 민생대책이 효율성 있게 추진되고, 좌초한 남북관계에 대화와 타협의 물꼬가 터져 더 이상의 포격과 폭침 그리고 핵전쟁의 위험이 사라져 평화와 공존의 남북관계가 이루어져야만 진정 이 땅에 완전한 봄, 진정한 봄이 오게 될 것이다. 어디 그들뿐이랴. 혹한과 폭설 못지않은 사회의 높은 벽과 단절에 응어리진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 고통받는 이들의 가슴에도 진정 봄이 오게 될 때, 우리의 산천에 버들잎은 제대로 가지마다 푸르고(楊柳絲絲綠) 복숭아꽃 또한 제대로 송이송이 붉게(桃花點點紅) 피어나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올해는 이 땅에 봄이 와도 봄이 온 것 같지 않다는 춘래불사춘이 아닌, 봄이 오니 진정 봄 같다는 춘래여진춘(春來如眞春)이 되었으면 한다.
  • 1만7천명 중 대한민국 ‘최고 집배원’에 뽑힌 권병우씨

    1만7천명 중 대한민국 ‘최고 집배원’에 뽑힌 권병우씨

     “딸 있으면 정말 사위 삼고 싶죠.”  인천 문학동 달동네에서 혼자 사는 노인들은 권병우(43·남인천우체국) 집배원을 가족보다 더 가족처럼 생각한다. 말벗이 없는 노인들을 언제나 찾아 보살펴 주기 때문이다. 그는 이 일을 4년째 하고 있다.  권씨는 17일 강원 강릉에서 열린 ‘우정사업본부 2010년 우편연도대상’에서 전국 1만7000여 집배원 중 최고인 ‘집배원 대상’을 받았다. 19년간의 집배원 생활 중 가장 기쁜 순간이었다. 이 상은 우수한 우체국과 봉사정신이 투철한 집배원을 뽑는 행사다.  권씨는 “큰 도움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기쁘다.”며 수상 소감을 대신했다. 이어 “형편이 어려워 힘들게 사시는 분들을 직접 보면 누구나 그냥 지나치지는 못했을 것”이라며 과분해 하기도 했다.  권씨가 혼자 사는 성모(75) 할머니에게 관심을 가진 것은 5년 전이다. 성 할머니는 눈이 잘 안보이고 귀도 잘 들리지 않아 끼니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있었다. 집도 외진 곳에 있고 자식도 자주 찾지 않았다. 권씨는 “우편물을 갖고 찾으면 밥과 김치만으로 식사를 하실 때가 많았다.”면서 “안 되겠다 싶어 대신 장을 보고 김치도 갖다드렸는데 이렇게 큰 상을 받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우편물이 없을 때도 성 할머니 집에 들러 연탄가스가 새지는 않는지, 전기는 제대로 들어오는지를 살핀다. 권씨가 전기도 되고 방안에 온기를 주는 연탄도 된다는 셈이다.  지난 겨울 어느 날 밤새 폭설로 화장실이 무너졌다. 권씨는 다음 날 일찍 성 할머니댁을 찾았다. 곧바로 나무 자재를 사서 화장실을 다시 만들었다.  권씨가 돌보는 할머니는 10명이 더 된다. 배달하는 틈틈이 안부를 묻고 말벗도 된다. 배달 물량이 아무리 많아도 이 일은 하루 일과가 됐다. 이를 두고 권씨는 “조금 늦게 퇴근하더라도 잠시라도 들러 봐야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권씨의 홀로 사는 할머니와의 인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는 동료 집배원들과 함께 ‘하늘꿈 봉사단’을 만들었다. 소년소녀가장도 찾는다. 최근엔 파지를 주워 생활하는 할머니의 집을 찾아 창틀도 새로 바꾸고 지붕도 고치고 도배도 해드렸다. 이젠 그의 아내도 이 일을 함께 한다.  지난 2005년엔 한 아이의 생명도 구했다. 장난감이 목에 걸린 아이를 오토바이 우편물 적재함에 실어 병원으로 달렸다.  그의 별명은 ‘멋쟁이’다. 늘 집배원 제복에 하얀 셔츠와 넥타이를 멋스럽게 입어 붙여졌다. 권씨는 “단정한 모습으로 배달하면 받는 사람이 기분이 좋아질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면서 “국민들이 나를 웃게 만들기 때문에 앞으로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대상에 이은 금상에 김신석(담양), 민병철(정선남면) 집배원이, 은상에 김동섭(구미), 변기주(남원아영), 강성식(대전), 동상에 박용성(여수), 이종호(서울관악), 최기석(안성죽산), 박수정(서울강남) 집배원이 선정됐다. 이들에겐 장관상과 함께 대상 150만원, 금상 100만원, 은상 50만원, 동상 30만원의 포상금도 주어졌다.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씨줄날줄] 커피/이춘규 논설위원

    “커피의 본능은 유혹. 진한 향기는 와인보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은 키스보다 황홀하다.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거우며 사랑처럼 달콤하다.” 18~19세기 프랑스 성직자이자 정치가, 외교관이었던 탈레랑의 커피 예찬이다. 탈레랑의 도움을 받았던 영웅 나폴레옹은 “내게 정신을 차리게 하는 것은 진한 커피, 아주 진한 커피이다. 커피는 내게 온기를 주고, 특이한 힘과 쾌락과 그리고 쾌락이 동반된 고통을 불러일으킨다.”고 평가했다. 미국 링컨 대통령도 빼놓을 수 없는 커피예찬론자. 커피는 종류가 무수하다. 중남미, 동남아, 아프리카와 인도, 예멘, 중국 등지의 1000만㏊ 농장에서 150억 그루의 커피나무가 재배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커피에 포함된 카페인은 흥분효과가 있다. 사향고양이가 커피원두를 먹은 뒤 생산되는 사향커피는 최고급. 사향고양이가 자연산인지 사육된 것인지, 먹은 열매가 어떤 것인지 등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국내 유명호텔에서 한잔에 3만원이 넘는다. 인간은 유사 이전부터 야생 커피를 먹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라비카’는 원산지 에티오피아에서 옛날부터 식용으로 이용했다고 전해진다. 현재와 같은 커피는 13세기 아랍세계에서 등장했다. 처음 일부의 성직자만이 마셨다. 15세기에 들어서야 일반주민의 음용이 정식으로 인정받았다. 유럽에는 16세기, 북미에는 1668년에야 전해졌다. 우리나라에는 1830년대 프랑스 신부들이 전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1919년 이후 명동과 종로 등지에 일본인들이 운영하는 커피집이 생겨났다. 우리나라에서 커피전문점이 포화상태라는 말이 수년이나 됐지만 현재도 커피전문점 출점 경쟁은 치열하다. 국내 최초로 500호점 시대를 연 카페베네의 김선권 대표는 출점 경쟁이 뜨겁던 지난해 2월 사석에서 “저는 강남대로를 걸을 땐 가끔 눈을 감고 싶습니다. 많은 커피전문점들을 바라보면 겁이 나서 말이죠.”라고 말했다. 실제 강남대로변은 무수한 커피전문점이 우후죽순의 기세로 늘었다. 커피 열풍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 수입된 커피는 11만 7000t, 4억 1598만 달러어치로 사상 최대 규모다. 2009년 수입 금액에 비해 33.8% 늘었다. 커피 한잔에 커피가 약 10g 들어간다고 볼 때 지난해 성인 1명이 커피 312잔을 마신 셈. 고급커피 수요가 크게 늘었다. 특히 외국계 커피전문점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미국산 원두 10g(1잔 분량)의 세전 수입 원가는 123원으로 나타나 3000~4000원인 시중가의 적정선 논란이 뜨겁다.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 경기 지자체 “수돗물 걱정 마세요”

    경기 지자체 “수돗물 걱정 마세요”

    “수돗물 안심하고 마셔도 좋습니다.” 경기·인천 지역 지방자치단체들이 각 가정에 공급되는 수돗물의 품질 향상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23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수원시는 수돗물에서 이물질이나 악취가 날 경우 보상해주는 ‘불량 수돗물 애프터서비스제’를 시행한다. 불량 수돗물 민원이 접수될 경우 담당 공무원은 즉시 현장에 출동, 수질검사와 함께 옥내외 급수관에 대한 점검을 벌이게 된다. 점검 결과 옥내 배관이 불량할 경우 80만원 이내에서 개량사업비의 50%를 지원하고 옥외 급수관에서 이상이 있으면 즉시 교체공사를 벌인다. 시는 이와 함께 상수도 유수율을 2014년까지 88.8%로 높이기 위해 올해부터 도로내 급수관 6개를 통합하기로 했다. 김포시는 공무원들은 물론 시민들이 수돗물을 그대로 마실 수 있도록 하는 등 수돗물 인식 개선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청사 내 시장 부속실과 민원인 출입이 잦은 시민봉사과, 종합민원과 등에 수돗물을 여과없이 가열 또는 냉각하는 기능만 갖춘 냉온기를 설치했다. 이전에는 여과장치가 있는 정수기를 사용했다. 안산시는 일반 가정과 음식점을 대상으로 다음 달부터 수돗물 품질인증제를 실시한다. 상하수도사업소 직원이 수질검사를 원하는 가정을 직접 방문해 탁도 등 12개 항목별로 수질을 검사하고 나서 결과를 알려주는 제도다. 한명애 시 정수과장은 “깨끗한 수돗물을 생산하는 것 못잖게 시민에게 신뢰를 주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수돗물 품질인증제를 도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부천시도 최고 품질의 수돗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는 방침에 따라 올해부터 수돗물 검사항목을 220개에서 240개로 늘리고 10㎞의 노후 상수도관을 교체하기로 했다. 또 수돗물 검사항목을 확대해 최고 수준의 수돗물을 생산하고 생산·관리의 국제 규격(SO 17025)을 도입, 수질의 신뢰도를 높이기로 했다. 국내 자치단체 가운데 240개 항목에 걸쳐 수돗물 검사를 하는 곳은 극히 드물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열린세상] 당신도 영웅입니다/강형기 충북대 지방자치학 교수

    [열린세상] 당신도 영웅입니다/강형기 충북대 지방자치학 교수

    영하 17도의 겨울밤은 매섭도록 추웠습니다. 오금마저 저리게 하는 산마루 고갯길의 삭풍 속에 꺼질 듯 살아날 듯 깜박이는 모닥불 옆에 언 발을 동동 구르는 공무원이 있었습니다. 구제역을 막아야 한다며 날밤을 지새운 지 하루이틀이 아니지만 그의 마음은 온통 동료 생각뿐입니다. 구제역을 막으려고 애쓰다 순직한 동료를 생각했던 것입니다. 공무원은 세상의 어려움에 온몸으로 대응해야 할 공복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들의 노고를 기억해 주지 않는 세상 인심이 야속하기도 합니다. 천안함의 용사들처럼 영웅이라는 이름으로 장례를 치르고 기억되길 기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면서도 무언가 서러운 마음 감출 길이 없습니다. “열심히 일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때로는 내가 왜 이렇게 열심히 일해야 하는지 자문해 보면 제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이러한 자신을 격려할 무언가 좋은 방법이 없겠습니까?” 때로는 스스로의 의지에 고무되기도 하지만, 열심히 일할수록 오히려 공허감을 느껴야 하는 공직자들의 하소연입니다. 저는 그러한 하소연을 들을 때마다 다음과 같이 대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것은 결국 당신의 업(業)이라고 생각하는 길밖에는 방도가 없습니다. 그러나 자탄하지 마십시오. 당신은 아름답고 위대한 사람입니다.’ 업이란 무엇입니까? 업이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자신의 성격이며 숙명입니다. 다른 사람이 이해하지 못해도, 알아주지 않아도, 자기 스스로가 바보처럼 느껴진다 할지라도 자기 자신과의 대화에서 자신이 납득하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면, 그 명령에 정직히 따라가야만 하는 바로 그것이 업인 것입니다. 오늘날과 같은 세상에서는 마을을 지키거나 봉사활동 등을 하는 것은 결국 소수자의 업무가 되어 버립니다. 우리 사회의 행복은 결국 소수자의 희생으로 담보되고 있는 것이지요. 어려운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공직자의 길도 마찬가지입니다. 스스로 업을 자각하고 실천하는 양심적인 공무원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안심하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공직자들께 부탁드립니다. 여러분! 여러분들은 무엇보다도 공무원으로서의 업을 생각해야 합니다. 시대의 소명이 무엇인지를 읽고 자신의 업이 무엇인가를 깨달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업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업이라는 것은 결국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이란 스스로의 인생에 동기를 부여하지 않고서는 직무와 직장에 전념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인생의 보람은 일생 동안 얼마만큼 다른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고 그 파문을 넓혀 가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업의 법칙입니다. 업의 법칙이란 다른 사람들과 어떤 상호 작용을 하면 그에 들어간 힘만큼을 되돌려 받는다는 법칙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행복을 주면 행복을 되돌려 받고, 슬픔을 주면 슬픔을 되돌려 받는다는 것입니다. 천안함과 연평도에만 영웅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키우고 존중해야 할 영웅과 카리스마는 청와대와 국회처럼 높은 곳에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면서기 영웅, 청소부 영웅, 운전사 영웅, 농사 영웅 등 다양한 영역에서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현장의 영웅들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는 또 하나의 소중한 과업이 있습니다. 보다 낮은 곳에서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영웅들을 발굴하고 키우며 또 스스로 영웅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회가 알아주지 않는다면 우리가 힘을 합쳐 영웅을 알아주는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미래는 스스로의 가슴에 씨를 뿌리고 그 정열로 파문을 일으키는 현장의 영웅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그들은 ‘불씨’와도 같은 사람입니다. 그의 옆에 있으면 불꽃이 번져 오고 열기가 전달되는 느낌을 받습니다. 주위를 향하여 뜨거운 온기를 보내고 지역과 이웃의 일을 나의 일처럼 생각하고 실천하는 사람을 만들어 나갑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영웅의 온기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전선에만 영웅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세상을 위하여 애쓰는 당신도 영웅입니다.
  • 1박2일과 음악의 만남…윤종신, ‘디렉터스 컷2’서 입담 과시

    1박2일과 음악의 만남…윤종신, ‘디렉터스 컷2’서 입담 과시

    음악 마니아들의 열혈 사수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Mnet(엠넷)의 정통 음악 프로그램인 ‘디렉터스 컷’ 시즌2가 화려한 쇼케이스와 함께 돌아온다. ‘디렉터스 컷’ 시즌2 격인 ‘디렉터스 컷- 거리의 악사’는 즉흥적으로 떠난 여행길에서 우리나라 역대 최고의 히트곡들을 2011년 버전으로 재탄생시키는 ‘뮤직 히치하이킹’ 콘셉트로 업그레이드 됐다. 특히 시즌1의 터주대감이자 내로라하는 실력파 싱어송라이터인 윤종신·하림이 다시 입을 맞춘다. 이들은 여행 지역별 맞춤형 게스트와 함께 전국을 돌며 과거의 명곡을 현재의 감성에 맞춘 새로운 노래로 만들어 낼 계획이다. 또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진솔한 이야기도 함께 풀어내며 따뜻한 삶의 온기를 전한다. 특히 지난 해 18.1%의 시청률 대박을 터뜨린 ‘슈퍼스타K2’의 방영 시간(금요일 11시)를 그대로 이어받은 만큼 안팎으로 기대를 톡톡히 모으고 있다는 후문. 이에 앞서 ‘디렉터스 컷-거리의 악사’는 오는 11일 금요일 오후 3시 서울역 광장에서 특별한 런칭 쇼케이스를 개최한다. 이날 쇼케이스에는 MC인 윤종신과 하림 외에도 기타리스트 조정치가 참석해 시민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디렉터스 컷-거리의 악사’는 오는 11일 첫 방송되며, 매주 금요일 밤 11시에 Mnet에서 만날 수 있다. 사진=엠넷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연예인 평균수입 직장인에 뒤졌다

    탤런트.배우.가수.모델 등 연예인의 평균 수입이 직장인에 뒤진 것으로 5일 파악됐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연예인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2만1천817명이 부가가치세 면세사업자 사업장 신고현황을 통해 신고한 수입금액은 총 5천453억8천800만원으로 한해동안 1인당 평균 2천499만원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8년 연예인의 평균 수입 2천851만원(신고인원 2만1천619명,수입신고총액 6천163억8천300만원)보다 352만원,12.3%나 줄어든 것이다.  반면에 2009년 직장인(1천429만5천명)의 평균 연봉은 전년의 2천510만원보다 약간 늘었난 2천530만원으로 집계됐다.  2008년과 2009년을 단순비교하면 직장인과 연예인의 위치가 역전되면서 연예인의 평균수입이 직장인에게 간발의 차로 뒤진 것이다.  2009년에 한국 경제가 금융위기로부터 서서히 회복되면서 직장인들은 크지는 않지만 그 혜택을 볼 수 있었던 반면 아랫목과 윗목의 차이처럼 연예인들에겐 아직 ‘온기’가 전해지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연예인 중에서도 탤런트.배우 등이 여전히 가수나 모델보다는 사정이 크게 나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에 따르면 2009년 탤런트.배우 등(1만1천972명)의 평균 수입은 3천300만원으로 일반 직장인 평균 연봉을 웃돌았고 가수(3천617명)는 2천500만원으로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모델(6천228명)은 1천만원밖에 되지 않아 직장인에 크게 못미쳤다.  하지만 가수나 모델에 비해 상대적으로 처우가 괜찮았던 탤런트.배우 등이 더 세찬 ‘금융위기 후폭풍’을 맞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가수의 경우 평균 수입이 2008년(2천600만원)에 비해 3.8% 줄어들고 모델(1천100만원)도 9% 감소했으나 탤런트.배우 등의 평균수입은 2008년(3천800만원)에 비해 13.2%나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 “명절엔 나눔의 손길 더 절실해요”

    “명절엔 나눔의 손길 더 절실해요”

    29일 정오 무렵의 한가로운 점심시간. 서울 체부동 시각중복·중증장애아동 생활시설 라파엘의 집에는 온기가 넘쳐났다. 밝은 웃음소리와 함께 “자, 한 숟가락만 더~” 하며 어르고 달래는 소리까지 더해져 한바탕 시끌벅적 소동이 벌어졌다. 맛있는 음식 냄새까지 더해져 분위기는 더 포근했다. 이곳에서는 명진(13)군과 아버지 전수호(43)씨, 어머니 석주혜(41)씨 등 가족 3명이 장애 아동 4명에게 밥을 먹여 주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 명진이와 아버지 전씨는 뇌병변과 시각·청각·언어장애 등을 앓고 있는 시몬(14)이와 도연(15)이의 식사를 도왔다. 석씨 역시 뇌병변과 지적장애 등을 가진 성영(15·여)이에게 밥을 먹여 주고 있었다. 정확한 의사표현이 어려운 데다 몸을 잘 가누지 못하는 장애아동들에게 밥을 먹이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아이들은 국물이 뜨겁거나 목에 메일 때면 격하게 고개를 좌우로 흔들거나 몸을 비틀어댔다. 특히 시몬이는 명진이가 떠먹여 주는 밥 숟가락을 거부하며 큰 소리를 질러댔다. 결국 식사를 끝까지 마치지 못했다. 다소 지친 표정의 명진이는 “그래도 밥은 다 먹어야 할 텐데….”라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석씨는 성영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잘 먹어야 안 아프지. 잘 먹는다.”라며 얼렀다. 40여분에 걸친 점심식사가 끝나고 나서야 명진이네 가족은 잠시나마 허리를 펼 수 있었다. 명진이의 이마엔 송글송글 땀도 맺혔다. 가족들은 서로 마주 보며 환하게 웃었다. 전씨는 명진이를 바라보며 “방학이라 요새 늦잠을 좀 자더니 오늘은 일찍 나와 봉사도 하고 기특하다.”고 등을 두드렸다. 명진이네 가족은 다가온 설 연휴를 앞두고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명진이네 가족이 라파엘의 집을 찾은 것은 이번이 세 번째지만 인연이 깊은 곳이다. 아버지 전씨는 이곳에서 대학 시절 친구들과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이제는 명진이까지 온 가족이 함께 봉사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여름방학 때는 대기업에 근무하는 아버지가 해외출장 중이라 명진이와 어머니만 두 차례 이곳을 찾았다. 명진군은 “나눔의 손길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아동들이 우리 주변에 너무 많다.”면서 “가족이 함께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이 너무 즐겁고 보람된다.”고 말하고는 활짝 웃었다. 글 사진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구미·남양주시 ‘3회 섬김이 대상’ 수상

    구미·남양주시 ‘3회 섬김이 대상’ 수상

    이명박 대통령은 1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3회 섬김이 대상’ 수상자를 표창하고 오찬을 함께 했다. ‘섬김이 대상’은 고질적인 민원이나 기업 애로를 해결하는 등 일선에서 묵묵히 국민을 섬기는 공직자들을 발굴해 포상하는 제도다. 현 정부 들어처음으로 시행됐다. 올해는 경북 구미시와 경기 남양주시가 기관표창을 수상했다. 경기 이천시청 김재홍(6급)씨 등 2명이 훈장을, 광주 광산구 임곡동 주민센터 최영현(6급)씨 등 3명이 포장을, 강원도청 박일수(5급)씨 등 15명이 대통령 표창을 각각 받았다. 김재홍씨는 추가적인 환경오염이 생기지 않는데도 기존 규제에 묶여 공장 증설이 어려운 상황에서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관계 부처와 주민들을 설득, 1500억원 규모의 공장 증설을 이끌어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최영현씨는 임대주택 사기를 당한 세입자 800여 가구의 문제에 발벗고 나서 중개업자의 위법행위를 입증해 주고, 공인중개사협회로부터 배상을 받을 수 있게 해 줬다. 이 대통령은 “오늘 상을 받은 공직자들이 표상이 되어 다른 공직자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기 바란다.”면서 “우리가 세계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기업이 세계 기업을 상대로 해서 이겨야 하고 공직자들은 그 나라 공직자보다 더 열심히 일해야 우리가 앞서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앙에서 만든 좋은 정책을 집행하는 것은 오늘 참석한 일선 행정 담당 공무원들”이라고 격려했다. 참석자 중 한명이 대통령의 격려가 “너무 감동적이며 힘이 난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공무원들도 격려해 주면 힘이 난다고 했듯이 국민들도 격려를 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위로하면 어렵더라도 힘이 날 것”이라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기가 나아지는 온기가 서민계층에까지 퍼져나갈 수 있도록 함께 애쓰자.”고 말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문화마당]다문화를 생각하는 시간/신동호 시인

    [문화마당]다문화를 생각하는 시간/신동호 시인

    추위가 매섭다. 이른 아침 지하철을 타러 가는 짧은 거리, 벌써 이부자리에 남기고 온 온기가 그립다. ‘이런 추위 속으로 옛 인류들은 어떻게 걸어갔던 것일까.’ 어깨 위로 내려앉은 한기에 몸서리치며 지하철역으로 달려간다. 끊임없이, 제도화되고 안정된 삶 속에서도 이동하는 사람들. 그들의 틈에 섞여 몸 안의 세포들이 출렁인다. 참으로 신기하다. 매번 같은 시간의 지하철임에도 모르는 사람들뿐이다. 등과 등이 부딪치며 그래도 우리는 함께 간다. 온풍이 하늘 가득한 초원에서 어느 날 북쪽으로 발길을 옮겼을 인류의 조상 누군가를 생각하는 동안 지하철은 종착역에 멈춰 섰다. 그는 왜 추운 곳으로 갔을까? 인천으로 가는 1호선 환승역에서 동남아인들의 낯선 언어가 들린다. 한국의 겨울바람에 조금은 익숙해진 모양이다. 하얀 입김을 내면서 방향을 잘 잡아 줄을 선다. 이 땅은 과연 저들에게 고향을 떠나올 만큼 평등하게 기회를 주고 있는지 궁금했다. 저들은 왜 투명한 바다와 낙천적인 문화의 공간을 떠났을까? 어린 시절 나는 미군 부대가 주둔한 소도시에 살았다. 초등학교 교실 한 반에는 늘 한두명의 혼혈친구가 있었고 그들은 한 학년을 마치기도 전에 전학을 갔다. 멀리 아버지의 나라로 갔다는 주장이 있었고 다른 도시의 부대로 떠났다는 소문도 있었다. 아무튼 남아 있는 꼬마들의 근거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주소를 받아뒀거나 집에 놀러 가봤거나 하는 아이들은 없었다. 친구가 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고 너무도 낯선 얼굴이었다. 철들어 생각해보면 아쉽지 않은 것도 아니다. 그들도 그저 철부지들에 불과했을 터인데, 얘기를 나눠본 기억조차 없다. 대제국 몽골의 힘은 문화의 평등한 수용이었다고 한다. 칭기즈칸의 궁궐에는 터번을 쓴 총리가 있었고 다른 언어들이 뒤섞여 재주와 능력의 상승작용을 일으켰다. 미국 뉴욕이 가진 창조의 힘 또한 다양한 인종들이 가진 문화의 흡수력에 있다. 유대인들의 가게에서 철저하게 정리된 전자제품을 사고 태국인의 가게에서 매운 해산물요리를 먹는 동안 뉴요커들은 배척보다는 수용에 익숙해진다. 뉴욕이 신진 아티스트들의 천국인 이유는 이런 까닭이다. 새로운 사회를 여는 창조적 문화는 융합 속에서 탄생한다. 대학로에서 만나는 몽골 사람들의 좌판, 배를 채우러 온 인도인들 틈에 혼자 앉아 카레를 먹는 아가씨, 차이나타운과 중국인들의 축제, 필리핀 아내와 베트남 엄마. 조금은 익숙해진 이런 풍경들에 좀 더 마음을 열고 가까이 다가갈 일이다. 날씨가 추우니까 소외된 이웃에 관심을 가지라고? 아니다. 기회를 찾아 우리에게 온 그들을 평등하게 대하라고? 아니다. 어쩌면 우리 사회에 많아진 이주민들과 다문화가정은 우리들의 기회를 의미하는지 모른다. 오랫동안 문을 꼭꼭 닫아놓고 살던 우리들에게 다양한 문화와의 만남을 주는 것도 그들이요, 그런 문화와의 충돌을 통해 새로운 의식을 제공해주는 이들도 그들이다. 평화와 공존이란 이념교육이 아니라 일상을 통해 훈련되는 것이 아닐까. 대륙 사이를 오가는 교통수단과 더불어 세계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사람들이 만나는 속도 또한 빨라졌다. 그러나 환경에 적응하고 문화에 익숙해지는 시간은 아마도 걷는 속도에 맞춰져 있었을 터, 나와 그들이 ‘우리’가 되는 시간은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문득 다가와 있을 것이다. 다문화가정의 소녀가 한국을 대표하는 아티스트가 되고, 인도 자이나교의 비폭력과 힌두교의 다양성을 배운 소년이 노벨평화상을 받고, 이맘때 신춘문예를 통해 시인이 된 베트남 엄마에게 감격의 심사평을 들려주는 대가들…. 춥다. 1호선이 좀 늦다. 사람이 그리워진다. 가족이 멀리 있고, 친구들조차 곁에 없다면 그가 누구든 나는 그와 함께 온기를 나눠야 살 수 있다. 추운 곳으로 발길을 옮긴 인류의 조상 덕분에 우리들에게 그리움이 생겼는지 모르겠다. 동남아 청년과 눈인사를 나눴다. 내 마음을 읽었는지 춥지 않다는 듯 고개를 젓는다.
  • 그의 토속 소재 서양화엔 은근한 웃음이…

    그의 토속 소재 서양화엔 은근한 웃음이…

    해와 달, 가족, 나무, 새, 소 같은 토속적 소재를 서양적 화법으로 소화해낸 화가. 큰 규모의 그림을 그리기보다 자그마한 화폭에다 밀도 높은 그림을 남기길 원한 화가. 오직 화폭 앞에서 진실해지기 위해 서울대 교수직도 내다버린 채 술을 벗삼아 좁디좁은 화실에 스스로를 가둔 화가. 갤러리현대와 장욱진미술문화재단은 서양 유화에 한국적 요소를 섞어 넣은 고(故) 장욱진(1917~1990) 화백의 20주기를 맞아 14일부터 유화작품 등 모두 70여점을 전시하는 대규모 회고전을 연다. 초기작인 ‘마을’(1947년작)에서부터 숨지던 해 죽음을 예감하듯 예전과 달리 하얗게 텅빈 집을 그려둔 ‘밤과 노인’(1990년작)에 이르기까지, 미묘하게 변화했던 작품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그는 토속적인 색채에서 출발해 순수추상적 경향을 실험하다 수묵화나 민화 등 전통 회화적인 요소를 끌어오기도 했다. 작품세계를 웅변하는 작품은 역시 1951년작 ‘자화상’. 전쟁통이라 제대로 된 캔버스도 구하지 못해 조그만 갱지 위에 그린 이 그림에서 화백은 자신을 멋드러진 연미복 차림에다 우산까지 갖춰 든 신사로 표현했지만, 이 인물을 전형적인 한국의 시골길에다 배치했다. 서양화를 배운 이가 한국적으로 작업해 나간다는 것이 어쩌면 이처럼 어색한 일일 수 있겠으나 그래도 강아지와 새가 나를 알아보고 뒤따르니 그 아니 즐겁겠는가, 라는 선언이자 스스로에 대한 독려다. 멀리 번화한 거리를 배경으로 나무 그늘 아래 편안히 팔베개를 하고 누운 1957년작 ‘수하’(樹下) 역시 ‘남들이 뭐라건 나에게는 나무 그늘 하나면 족하다.’고 말하는 작품이다. 이런 담담한 여유를 품고 있었던 장 화백이었기에 그의 작품에서는 은근한 웃음이 묻어나온다. ‘가족도’(1973년작)를 보면 해와 산과 새와 나무가 있고 집이 있는데, 오른쪽 초가집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4명의 가족 모습이 익살맞다. 마치 대처에 바람 쐬러 나온 듯한 일가족의 어설픈 기념사진 같다. 그 아래 드리워진 빨간 그림자는 그 집의 온기를 드러내는 듯하다. 전체적으로 형태를 단순화하고, 집이나 다른 사물을 그릴 때 옆모습으로 그리되 위에서 내려다본 것처럼 내용을 채워 나가는 모습들이 이채롭다. 몇몇 작품에서는 상형문자 수준으로 대상을 압축하는 것도 눈에 띈다. ‘소’(1953년작), ‘반월’(1988년작), ‘나무’(1988년작) 등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되는 작품도 있다. 성은진 갤러리현대 팀장은 “장 화백은 유화 작가 가운데 작품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에 속하는데 이는 골똘한 명상 끝에 밑그림 없이 좁은 화폭에다 붓 한획 한획에 의미를 담아 그리는 작업 스타일 때문”이라면서 “다른 작품도 마찬가지겠지만 느긋하게 그림을 보면서 철학적인 맛을 느끼며 여유와 멋스러움을 유추해 보면 그림의 참맛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장 화백은 비교적 작품이 잘 관리된 작가로 꼽힌다. 가난한 화가 대신 생계를 책임져야 했음에도 “나는 남편의 지팡이요, 그이는 나의 눈”이라며 남편의 작품에다 번호를 매기고 사진까지 찍어뒀던 부인 이순경(91)씨 덕택이다. 덕분에 이번 전시를 계기로 영문판 화집 ‘장욱진’(마로니에북스 펴냄)까지 나왔다. 화백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상도 있고, 말년 작업실이었던 경기 용인의 화실도 복원했다. 오는 21일 오후 2시에는 맏딸이자 장욱진미술문화재단 이사인 장경수씨가 직접 작품을 설명하는 시간도 갖는다. 다음달 27일까지. (02)2287-3500. 관람료 3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송파구민 기부 릴레이 ‘훈훈한 감동’

    송파구민 기부 릴레이 ‘훈훈한 감동’

    올겨울 동장군의 기세가 유난히 매섭다. 하지만 송파구의 날들은 따뜻하다. 소외된 이웃과 정을 나누는 ‘기부 바이러스’ 덕분이다. 비단 거액을 내놓는 큰손 기부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네 서민들이 피땀흘려 모은 한푼 두푼의 온기(溫氣) 덕택이다. 이들은 “없어 본 사람들이 더 잘 안다.”고 입을 모은다. 동갑내기 토끼띠 부부 정성수·김승명(35)씨. 아들의 돌잔치를 치르고 남은 축의금 100만원을 선뜻 내놓았다. 사회복지사를 하던 정씨가 최근 이직한 터라 넉넉지 않은 살림이지만 자신보다 어려운 이들을 생각할 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겸손해했다. 김씨는 “심장병 아이를 돕기 위해 300만원을 모으려 했는데 쉽지 않아 더 늦기 전에 가까운 이웃을 돕고 싶어 동참했다. 우리 아이도 어려운 사람들을 생각하며 살았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정씨 부부는 앞으로도 매월 10만원씩 불우 이웃들을 위한 성금을 모을 예정이다. 기부인 명단에는 부인과 함께 노점을 하는 송기석(62)씨도 있다. 종이박스를 모아 매달 10만원씩 주민센터에 기부했다. 한사코 이름 밝히기를 거부했던 송씨는 “박스를 모아도 약속한 10만원을 채우지 못할 땐 개인 용돈도 보탠 적이 있다.”면서 “어려웠던 과거를 떠올리면 어려운 이웃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더 절실해진다.”고 털어놓았다. 오금동 백토경로당과 어르신들도 불편한 몸으로 1년간 폐지를 모아 저축한 돈 20만원을 기탁하기도 했다. 벌써 4년째다. 아이들이라고 빠질 수 없다. 영동일고교 1학년 4반 학생들은 학급 환경미화 평가 시상금과 바자회 수익금 등 1년 동안 모은 학급기금 22만 5000원을 내놓았다. 치킨·피자 회식의 유혹(?)을 과감히 뿌리치고 내린 결정이었다. 주양숙 담임 교사는 “한창 먹성이 좋을 때라 다른 반에서 파티를 하는 걸 보면 동요하는 듯도 싶지만, 도움 받을 사람을 생각해 보자고 말했더니 아이들 모두가 고개를 끄덕여 줬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학원차 운전기사들도 함께했다. 송파, 강동, 강남 일대의 기사들로 구성된 자원봉사단체 ‘느티나무후원회’는 저소득주민을 위한 겨울 비상식량으로 100만원 상당의 라면 50박스를 기탁했다. 2006년 창단된 후원회 130명의 회원들이 매월 1만원씩 적립금을 모아 사랑나눔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김성택 송파구 복지정책과장은 “지금까지 ‘희망 2011 따뜻한 겨울 보내기사업’을 통해 8억 2500만원의 성품·성금이 모금됐다. 사랑의 릴레이는 다음 달 말까지 계속될 것”이라면서 “힘들수록 이웃을 보듬으며 살아가려는 훈훈한 마음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정책과 2147-2680.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부산의 ‘산토리니’ 골목길 일일 투어

    부산의 ‘산토리니’ 골목길 일일 투어

    골목길엔 중독성이 있는 듯합니다. 뭐 볼 게 있을까 싶으면서도, 이름깨나 날리는 골목길이라면 불원천리 찾아가 걷게 됩니다. 필경 ‘지지고 볶으며’ 사는 동안 골목길에 켜켜이 쌓여진, 요즘은 쉬 보기 어려워진 사람의 온기를 좇는 여정이기 때문이겠지요. 부산 사하구 감천2동 문화마을은 그런 곳입니다. 레고 블록처럼 수많은 집들이 오종종히 붙어 있는데, 여간 이국적이지 않습니다. 골목길은 여전히 남루합니다. 하지만 오가는 주민들의 표정과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진 듯합니다. 그것은 곧 골목길 어귀마다 희망이 움트고 있다는 것과 맥이 통하겠지요. 이어 보수동 헌책방 골목에 들러 옛것들의 향기에 취해도 좋겠습니다. 여기에 최근 개통된 거가대교까지 돌아 본다면 모자람 없는 부산 여행이 될 겁니다. ●문화마을-美路가 迷路처럼 펼쳐진 곳 산동네에 부는 겨울 바람이 아이들 웃음소리를 실어 나른다. 웃음소리는 골목길 여기저기 부딪치고 굽이치며 넓게 퍼져 나간다. 감천2동 문화마을의 한낮 풍경이다. 울긋불긋 단장한 마을은 무척 이국적이다. 옥녀봉과 천마산 사이 비탈면을 따라 원색 페인트를 곱게 칠한 사각형 집들이 오종종히 붙어 있다. 하나같이 지붕 낮은 집들이다. 집집마다 옥상에 원통 모양의 파란 물통을 이었다. 사각형과 원통형이 적당히 어우러지며 절묘한 구도를 이룬다. 부산의 산토리니, 마추픽추 등으로 불리는 이유다. 장난감 블록들이 모여 있는 것 같다 해서 레고마을이란 별명도 얻었다. 가까이 들여다보면 여느 골목길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고된 삶의 흔적이 켜켜이 쌓였다. 사람이 떠난 집들도 250여채나 된다. 홍보전시관 ‘하늘마루’ 관계자는 문화마을 전체 건물이 4500여채 된다고 했다. 대략 5% 정도가 빈집인 셈이다. 감천2동 문화마을의 유래에 대해서는 1950년대 초 한국전쟁 피란민들이 몰려 들어 생겼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사하구청이 펴낸 ‘사하구지’는 “신흥종교인 태극도를 믿는 사람들 4000여명이 모여 집단촌을 이룬 마을”이라 적고 있다. 인근 주민들이 문화마을은 잘 모르지만 ‘태극도마을’이라면 고개를 주억거리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을 거치며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것을 제외하면 마을은 당시 모습 그대로다. ‘골목길 투어’는 산복도로 위 하늘마루를 들머리 삼는 게 좋다. 2009년 ‘꿈을 꾸는 부산의 마추픽추’와 지난해 ‘미로미로프로젝트’ 등을 통해 다양한 조형물들이 산복도로 주변에 설치됐기 때문이다. 위에서 아래로 훑어 내려가는데, 지번을 따라 골목을 차례로 돌아볼 생각은 버리시라. 그저 막연히 헤맨다고 생각하는 게 마음 편하다. 골목길은 길다. 그리고 비좁다. 사람 하나 겨우 지나갈 정도다. 행여 맞은 편에서 사람이라도 온다면, 영락없이 ‘외나무 다리’가 된다. 서로의 숨결마저 맞닿을 것 같은 이런 골목에서 가벼운 눈인사 없이 지나치는 게 되레 어려운 일일 게다. 문을 열면 곧 골목인 탓에, 골목길은 곧 마당이고, 놀이터이며, 거실이다. 골목길은 ‘ㄹ’자 형태로 이어져 있다. 끝이 있을까 싶다. 신기하게도 골목길은 막힌 곳 없이 서로를 잇고 있다. 이 골목은 저 골목의 입구이자 출구다. 골목 마다 예쁜 이정표와 조형물들을 설치해 뒀다. ‘서울 사투리’를 써서 그런지 외지인에 대한 주민들의 응대가 따스하다. 이름이 알려지면서 제법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다녀갔기 때문이다. 예전엔 주민들과 여행객 사이에 싸움이 빚어지기 일쑤였다. 그러나 골목길을 한 바퀴 돌다 보면, 주민들의 따스함이 금방 전해져 온다. 골목길 계단 모서리를 눈여겨 보시라. 각진 부분을 깎아 둥글게 만들었다. 필경 누군가를 향한 배려일 터다. 골목길 투어는 2시간이면 넉넉하다. 다소 된비알도 있지만, 그리 품이 드는 편은 아니다. 전망 포인트는 감정초등학교와 하늘마루, 나라사랑교회 등이 꼽힌다. 다시 산복도로에 선다. 멀리 사하구쪽 바다가 보인다. 말 그대로 ‘오션뷰’다. 어디 여기뿐일까. 장독대나 옥상, 어디건 마찬가지다. 햇살도 넉넉하다. 뒤편 산자락으로 해가 질 때까지 꼬박 볕이 든다. 문화마을은 겨울 햇살이 참 좋다. ●보수동-헌책들이 뿜는 세월의 향기 내친 걸음, 보수동 책방골목까지 둘러 보는 게 좋겠다. 문화마을에서 30분 남짓 자박자박 걸으면 닿는다. 가는 길에 한국전쟁 당시 이승만 전 대통령의 관저로 사용됐던 임시수도기념관이나 동아대 부민캠퍼스 내 정부청사 건물 등 유적지와 만나는 것도 쏠쏠한 재미를 안겨준다. 보수동은 1960~70년대 부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한번쯤 기웃거렸을 추억의 골목. ‘보수동’이란 이름만큼이나 ‘케케묵은’ 향기가 풍기는 곳이다. 최근 KBS 예능프로그램 ‘1박2일’에 소개되면서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보수동 책방골목(www.bosubook.com)은 1950년대 초, 그러니까 당시 미군들이 보고 난 잡지와 학생들의 참고서 등을 몇몇 헌 책방들이 모아 팔면서 형성됐다고 전해진다. 이후 부산에 각 대학의 분교가 들어서고 피란민들이 헌책을 내다 팔면서 급격히 책방도 늘었다. 책방의 규모는 다양하다. ‘전문분야’도 다르다. 헌책은 상태가 좋을 경우 반값 정도, 싼 것들은 2000~3000원에도 살 수 있다. 신간도 20% 안팎 할인된다. 지난해 12월엔 8층짜리 ‘책방골목 문화관’도 들어섰다. 책박물관과 북카페 등으로 꾸며져 쉬어가기 맞춤하다. 남포동 국제시장 입구 대청로 사거리 건너편을 보면 보수동 방향으로 난 사선골목이 보인다. 골목 입구에 책모양 이정표가 걸려있어 찾기 어렵지 않다. 남포동 PIFF광장에서도 걸어서 15분 정도 걸린다. ●거가대교-풍경화 속을 달리다 오래된 것들의 눅진 향기를 훌훌 털고 싶다면 거가대교로 갈 일이다. 지난해 12월 개통되면서 부산의 새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곳. ‘산 넘어 산’에 견줘 ‘다리 건너 다리’라고 해도 좋을 만한 풍경들이 늘어서 있다. 끝없이 이어지는 교량, 부산 신항만 등의 거대한 풍경과 거제도의 넉넉한 섬 풍경이 다리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것이 놀랍다. 거가대교는 부산 가덕도와 경남 거제 장목면을 교량과 해저터널로 잇는다. 길이는 8.2㎞. 정확히는 바다 위를 달리는 구간이 4.5㎞, 바닷속을 달리는 구간이 3.7㎞다. 사장교 부분이 거가대교, 바다 밑 터널 부분은 가덕해저터널이지만, 보통 두 구간을 합쳐 거가대교라 부른다. 거가대교를 타려면 우선 부산 녹산공단에서 가덕도를 잇는 가덕대교에 올라야 한다. 1.6㎞의 가덕대교와 눌차도, 가덕터널(1410m) 등을 줄줄이 지나면 요금소다. 통행료 1만원을 내고 요금소를 나서면 곧 가덕휴게소다. 휴게소 전망대에 서면 가덕해저터널 입구와 거가대교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장쾌한 풍경이다. 거대함을 숭배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입이 벌어질 만한 규모와 조형미를 동시에 갖췄다. 휴게소 한 켠엔 거가대교의 모든 것을 담은 전시관도 마련해 뒀다. 휴게소를 나서면 가덕해저터널이다. 길이 180m, 무게 4만 5000t짜리 콘크리트 박스(함체) 18개를 바닷속에서 이어 만들었다는 곳. 최대 수심 48m의 바닷속을 지난다. 하지만 워낙 깔끔하게, 그리고 ‘터널스럽게’ 조성돼 있어 바다를 지나고 있다는 느낌이 외려 반감된다. 해저터널 벽면에 인근 바닷속 풍경 등을 그려두면 살풍경하다는 느낌은 다소 지울 수 있지 않을까. 해저터널을 나와 중죽터널을 지나면 2주탑 사장교다. 교량의 중간 지점이 부산과 경남의 경계다. 여기서 저도를 관통하는 저도터널을 통과해 거가대교 3주탑 사장교를 지나면 거제시 장목면이다. 장목면에서는 상유마을부터 둘러 보는 게 좋겠다. 고즈넉한 마을 풍경도 좋고, 다리 바로 아래에서 거대한 거가대교를 바라보는 맛도 각별하다. 거가대교에서 상유마을로 향하는 램프로 빠지면 된다. 상유마을 초입 언덕엔 거가대교를 한 눈에 굽어볼 수 있는 전망대도 조성돼 있다. 글 사진 부산·거제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가는 길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경부고속도로→대구부산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백양터널요금소→태종대·수정터널 방면 고가도로→수정터널→좌천삼거리→부민사거리→토성동역→감천2동 문화마을. 감정초등학교 아래 공용주차장이 넓게 조성돼 있다. 하늘마루 (070)4219-5556. ▲맛집 보수동책방골목 안에 ‘30년 전통’을 자랑하는 ‘우진스넥’이 있다. 고로케와 도넛, 팥빵 등을 파는 분식집으로, 지역 신문에 크게 소개될 만큼 명물로 통한다. ▲기타 문화마을 지도는 하늘마루와 마을안내소에 비치돼 있다. 스탬프 6개를 모두 찍어 올 경우 하늘마루에서 무료 사진인화 서비스를 해준다.
  • [길섶에서] 100세 시대/김종면 논설위원

    인간은 아무리 늙어도 심장이 뛰고 피가 돈다. 신체나이가 청년인 파파노인도 있다. 100세 시대가 곧 다가온다니 장수만세를 부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살아지는 대로 사는 오래된 육체란 구차할 뿐. 건강한 정신이 똬리를 틀어야 온전한 노년의 삶을 살아낼 수 있다. 오늘 한 토막 뉴스가 나를 우울하게 한다. 노인 남성 열명 중 한명이 ‘봄’을 산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배꼽 아래 검은 꽃’ 핀 노인이 크게 늘었다는 건 이미 구문이다. 본능 앞에 두손 드는 인간이란 얼마나 얄궂은 존재인가. 인생의 깔딱고개를 어떻게 넘어야 할까. 많은 이들이 고령화사회, 아니 고령사회를 말하지만 오래 사는 사람만 오래 산다. 여전히 대문 밖이 저승이다. 죽음을 기억하라. 왜 우리 사회에 이렇게 노인의 성(性)이 넘치는가. 세상에 누군가 있어 함께 온기를 나누며 늙어갈 수만 있다면…. 그대가 있어 한세상 잘 살다 갑니다, 그 정도 얘기하고 떠날 수 있으면 행복 아닌가. 비우면 채워지고 버리면 얻는다. 텅빈 충만으로 가는 길이다. 김종면 논설위원 jmkim@seoul.co.kr
  • MB, 3일 신년 특별연설… 올 정국운영 방향은

    이명박 대통령이 3일 2011년 국정운영 방향을 국민들에게 밝힌다. 오전 10시부터 20여분간 TV와 라디오·인터넷으로 생방송되는 신년 특별연설을 통해서다. 집권 4년차를 맞는 이명박 정부의 핵심화두는 ‘안보’와 ‘경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천안함폭침 사건과 연평도 사태로 국가 안보의 중요성은 절실해졌다. 때문에 이 대통령은 안보의 필요성과 국방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하면서 남북 관계에 대한 메시지를 내놓을 예정이다. 남북관계가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북한이 이례적으로 신년공동사설에서 유화적인 메시지를 내놓은 상황이라 이 대통령이 어떤 화답을 할지도 주목된다. 경제문제는 안보와 함께 또 다른 축이다. 이 대통령은 우선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6%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선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그러면서 올해도 ‘일기가성’(一氣呵成·호기를 놓치지 않고 빈틈없이 일을 처리함)의 자세로 국운융성의 기회를 반드시 살리자고 당부할 것으로 전해졌다. 또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자유무역협정(FTA)을 본격화해 세계 일류 선진국가로 나아가겠다는 비전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친서민 실용정책이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미소금융과 햇살론,보금자리주택,‘든든학자금’ 같은 구체적인 정책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핵심 국정기조로 잡은 공정사회 구현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으로 전해졌다. 또 2011년 한 해의 목표를 ‘일하는 정부’로 잡고 경제분야에서는 ‘5 % 성장과 3% 물가안정’을 슬로건으로 제시한 만큼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도 지속할 예정이다. 특히 성장보다는 서민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무엇보다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신년 연설에서 “상반기엔 비상경제체제를 끝내고 하반기에는 서민들도 경제 회복의 온기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경제위기에서는 벗어났지만 체감물가가 여전히 높기 때문에 서민들이 경기 회복을 피부로 느끼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때문에 올해는 서민들이 생활현장에서 직접 느낄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친(親) 서민정책이 더 많이 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비스산업을 중심으로 서민층과 특히 젊은 층을 위한 좋은 일자리 창출방안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올 한 해는 특히 정국 현안을 둘러싸고는 걸림돌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당장 보수·친정부 성향의 매체로만 선정된 종편·보도채널과 관련한 반발이 만만치 않다. 야당과 시민단체뿐 아니라 국민들 사이에서도 이를 둘러싼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기 때문에 국정운영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연말 개각으로 바뀐 감사원장과 국무위원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쉽지 않아 보인다. 오랜 시간 인사검증을 거쳤고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다고 청와대는 자신하고 있지만 청문회 과정에서 새로운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하면 새해 벽두부터 정국 주도권을 야권에 빼앗길 수밖에 없다. 특히 임기말로 접어들면서 그동안 물밑에서 잠복했던 악재들이 잇따라 터지면서 레임덕(권력누수현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지금 국정지지도가 40%를 훌쩍 넘지만 이젠 나빠질 일만 남았고 상황에 따라 언제든 급락할 수 있다.”면서 “이달말부터 가시화할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와 오는 4월 재·보선 등 만만한 일정이 하나도 없어 올 한 해도 정국을 낙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신년사설] 신묘년엔 따뜻한 대한민국을 만들자

    신묘년의 첫 아침을 맞는 마음이 새롭다. 지난해 피원조국에서 원조수여국으로 국격 상승, G20 서울 회의의 성공적 개최 등 많은 성과를 거뒀다. 반면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사태 등 어려움도 극심했기에 감회가 남다르다. 비록 올해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럴수록 희망을 일구는 자세가 긴요함을 새삼 느낀다. 올해 우리는 지난 세월을 다시 한번 돌아볼 계기를 맞았다. 1962년 시작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50년 전인 1961년쯤 사실상 확정됐기 때문이다. 당시 우리의 여건은 열악하다는 말로도 부족할 지경이었다. 1960년 국내총생산(GDP)은 20억 달러로 1인당 GNI는 고작 79달러였다. 초근목피의 시절은 상전벽해로 달라졌다. 1차 경제개발이 끝난 1966년에는 36억 달러에 125달러로 그해 성장률은 무려 12.2%에 이르렀다. 1980년 -1.5%, 98년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 때 -9.8%의 역성장을 기록한 것 외에 줄기차게 성장가도를 달렸다. IMF에서 올해 말 한국의 국내총생산이 꿈의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볼 정도가 됐다. 50년 전에 비해 경제규모는 무려 450배, 1인당 소득은 250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그럼에도 우리를 위협하는 요인은 한층 많아지고 있다. 주변국인 중국은 지난해 4조 9847억 달러의 국내총생산(IMF 자료)을 기록했다. 200년 만에 세계 중심으로 위치를 되찾고 있다. 도광양회의 시대를 접고 사실상 팍스 차이나를 선언, 돌돌핍인의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100년 전부터 강대국의 반열에 오른 일본은 경제규모가 2008년 4조 3000억달러(OECD 자료)에 이른다. 중국과 한국을 비교하면 1995년 중국 경제는 한국보다 1.5배가 컸으나 15년 만에 6배로 격차를 벌렸다. 일본은 1968년 독일을 제친 이후 40년가량 세계 2위 경제대국 자리를 지켰으나 중국에 근소한 차로 밀려났다. 지역에서 한 국가세력의 굴기는 필연적으로 불안정성을 초래한다. 한국이 안주해서는 안 될 이유를 경제규모의 변모상이 알려준다. 한국은 과연 새롭게 제기되는 도전에 대처할 준비가 돼 있는가. 걱정스럽다. 경제당국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재정의 상반기 조기집행 방침을 천명했다. 경제 여건이 녹록지 않음을 시사한다. 특히 무상급식 등 이념색채가 짙은 정책이 백화제방해 세대 간, 지역 간, 계층 간 갈등의 수위가 한층 높아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2012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진영 간 대치상태가 더욱 첨예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폭력 등으로 세계적으로 망신을 산 국회이지만 상태가 개선될 조짐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인터넷의 폐해 역시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현실이 힘들다고 소 닭보듯 지켜만 보고 있을 수는 결코 없다. 우리는 저력을 되살리고 불살라야 한다. 위험이 닥칠수록, 어려움에 직면할수록 힘을 내고 에너지를 모아 새로운 국가발전의 장을 열었던 저력을 발휘할 시점이다. 먼저 국민 개개인이 상호 이해에 바탕을 둔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 지난해 하반기 박칼린의 조율을 통한 리더십에 쏟아진 관심을 보면 국민들이 원하는 리더십의 형태를 가늠할 수 있다. 1인의 상의하달 방식에서 벗어나 구성원이 서로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며 다양한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아름다움을 연출하는 리더십을 국민은 바란다. 이런 리더십을 바탕으로 서민을 따뜻이 보듬되, 공정한 원칙을 세워 적절하게 경쟁할 때 국가적 에너지가 재충전될 것이다. 특히 복지의 방향을 분명히 해야 한다. 국가의 복지정책은 모든 국민들에게 예산을 골고루 나눠주는 게 능사는 아닐 것이다. 국가 공동체의 건강성을 확보하고 실패와 좌절에서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는 복지여야 한다. 복지를 무차별로 늘리면 그 짐은 전부 우리들의 자식들이 짊어진다. 나중에 원망 듣는 부모가 되려는가. 그리고 모처럼 전국적 규모의 선거가 없는 올해는 국가의 기틀을 다지는 기회가 돼야 한다. 내년 총선·대선 등 선거의 전초전으로 소용돌이가 일지 않도록 각 정치적 주체의 절제가 필요하다. 미구에 닥칠 숱한 도전을 극복하고 새로운 발전의 장을 열기 위해 서울신문은 좀 더 따뜻한 나라, 서로를 아끼는 사회를 신년 화두로 던진다. 지난해 높아진 국제적 위상을 현실적인 국력상승으로 이끌어야 한다. 4강의 틈바구니에서 국가의 생존을 담보하기 위해 국력이 한 단계 신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민의 단합이 절실하다. 온기를 나눠 상생과 도약을 이룸으로써 2011년을 후대에 희망을 복원한 한해로 기록되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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