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옥탑방
    2026-01-23
    검색기록 지우기
  • 성범죄
    2026-01-23
    검색기록 지우기
  • 쌍방울
    2026-01-23
    검색기록 지우기
  • 나상현
    2026-01-23
    검색기록 지우기
  • 임종룡
    2026-01-23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882
  • 7년 전 남겨진 쪽지문 ‘신림동 발바리’ 잡혔다

    지문을 남기지 않기 위해 고무장갑을 끼고 여성을 성폭행하는 등 서울 관악구 일대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신림동 발바리’가 7년 전 현장에 남긴 쪽지문 때문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1일 옥탑방이나 반지하 방에 혼자 사는 여성을 노려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전모(39)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전씨는 2006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여름철 창문이나 현관문이 열려 있는 여성 혼자 사는 집에 들어가 “나를 정면으로 쳐다보면 죽여버리겠다”면서 흉기로 자고 있던 여성을 위협하고 12차례에 걸쳐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씨는 지문을 남기지 않기 위해 피해자 주방에 있던 고무장갑을 끼고 성폭행하기도 했으며 유리 창문을 깨고 집안으로 들어간 경우에는 박스테이프를 붙여 소음을 줄이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경찰은 전씨가 주로 오전 2~3시쯤 여성이 무방비 상태인 시간대를 골라 범행을 저질렀으며 2004년부터 자신이 살고 있던 동네의 골목길 구조를 잘 알고 있어 도주하기 쉬울 것이라는 생각에 상습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미제로 남을 것 같았던 전씨의 범행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DNA분석 기술이 발달하면서 꼬리가 잡혔다. 경찰은 7년 전인 2006년 범행 현장 외벽에 남은 지문을 찾아냈으나 모양이 완전하지 않은 쪽지문인 탓에 분석이 쉽지 않아 수사를 진전시키지 못하다 분석기술의 발달로 지난해 지문의 주인이 전씨라는 것을 확인했다. 용의 선상에 올랐던 전씨의 DNA를 채취해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한 경찰은 미제 성폭행 사건 5건의 범인과 전씨의 DNA가 일치한다는 결과를 통보받고 전씨를 긴급 체포했다. 경찰 관계자는 “자신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도록 흉기로 위협하고 현장에 증거물을 남기지 않는 등 치밀함을 보인데다 평범한 이웃이어서 오랫동안 의심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전씨는 낮엔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한식당 주방장으로 근무하며 평범한 생활을 해왔으며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술 한잔 마시고 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전씨가 자백한 범행 12건 가운데 아직 DNA가 일치되지 않은 7건에 대한 혐의를 확인하고 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보고 싶던 그 연극 ‘만원이면 OK’

    보고 싶던 그 연극 ‘만원이면 OK’

    서울 대학로 등지에서 인기리에 공연된 연극을 경기 성남시 분당 성남아트센터에서 1만원에 볼 수 있도록 한 ‘연극만원(滿員)’ 시리즈가 4월부터 격월로 막을 올린다. 4월 6~7일에는 김명곤 연출의 ‘아버지’가 관객을 만난다. 미국 극작가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을 현재 한국 상황으로 치환했다. 88만원 세대, 노인 세대의 방황, 소시민과 사회의 관계 등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도 자본주의 사회를 견뎌 온 가장과 가족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배우 이순재가 이 시대의 아버지를 연기한다. 두 번째 작품은 황재헌이 연출한 ‘그와 그녀의 목요일’(6월 14~16일)이다. 결혼을 제외한 ‘가능한 모든 남녀의 일’을 다 해 본 저명한 역사학 교수 정민과 은퇴한 국제 분쟁 전문기자 연옥이 매주 목요일에 만나 과거부터 지금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던 감정의 실타래를 풀어낸다. 마리 카르디날의 소설 ‘샤를과 룰라의 목요일’이 원작이다. 애증과 오해, 화해로 이어지는 남녀의 심리 변화가 공감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하다. 배우 배종옥, 조재현, 정재은, 정웅인 등이 열연한다. 8월에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바보빅터’(박승걸 연출, 4~5일)가 무대에 오른다. 주위가 산만하고 말을 더듬어 바보라고 놀림당하는 빅터가 친구 로라를 통해 잠재된 재능을 발견하는 이야기다. ‘가장 위대한 진실은 당신 자신’이라고 말한다. 민준호 연출의 ‘너와 함께라면’(10월 8~10일)과 문아영 연출의 ‘옥탑방 고양이’(12월 6~8일)도 준비돼 있다. ‘너와 함께라면’은 일본의 스타 극작가이자 연출가 미타니 고키의 작품이 원작이다. 평화롭던 가정에 큰딸과 40세 연상의 남자 친구가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포복절도 소동극이다. ‘옥탑방 고양이’는 이중 계약으로 한 집에 살게 된 남녀의 달콤한 로맨스를 그렸다. 지난해 인터넷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에서 관객 평점 9.6점을 받은 인기작이다. (031)783-8000.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봄맞이 ‘문화여행’ 떠나볼까? 화제작 3편 눈길

    봄맞이 ‘문화여행’ 떠나볼까? 화제작 3편 눈길

    부쩍 따뜻해진 날씨에 그간 미뤄둔 문화여행을 떠나는 관객이 늘고 있다. 뮤지컬과 연극, 음악극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들은 관객들에게 색다른 봄놀이 요소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봄을 맞은 제주도의 풍광을 그대로 담아낸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는 유채꽃 배경과 폭포수가 흐르는 무대로 관객들이 마치 제주도에 있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살짜기 옵서예’는 죽은 아내에게 지조를 지키려는 배비장과 진실한 사랑을 꿈꾸는 천하일색의 기생 애랑의 애정 줄다리기를 그린 고전소설 ‘배비장전’을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탄탄한 연기력과 뛰어난 노래실력을 인정받은 명실 공히 국내 최고의 뮤지컬 스타 최재웅과 홍광호, 김선영이 캐스팅 돼 기대를 모은 바 있으며, 한국적 정서를 담은 오케스트라의 음악과 세련된 무대의상 등이 관객들의 눈과 기를 사로잡고 있다. 뮤티컬 ‘살짜기 옵서예’는 오는 31일까지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마치 유럽 곳곳을 누비는 듯한 설레는 느낌을 주는 공연도 있다. 음악극 ‘유럽블로그’는 사진 한 장 달랑 들고 여행을 시작한 ‘동욱’과 5년째 유럽 장기여행중인 ‘종일’, 유럽에서 만나 여행 동반자가 된 ‘석호’ 세 남자의 유럽여행기다. ‘유럽블로그’에 출연하는 김수로는 든든한 가이드이자 맏형인 여행가 ‘종일’ 역으로 분해 관객에게 특유의 웃음을 선사한다. 특히 공연 내내 무대에 흐르는 영상과 사진은 배우들이 직접 유럽에서 촬영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생생함을 준다. 음악극 ‘유럽블로그’는 오는 5월 31일까지 대학로문화공간 필링 1관에서 관객과 만난다. 우리내 고단한 서울살이를 녹여낸 힐링 뮤지컬 ‘빨래’ 역시 관객들의 관심을 꾸준히 받고 있다. 빨랫줄이 이러저리 얽힌 서울의 한 옥탑방을 무대로 펼쳐지는 ‘빨래’는 직장생활의 애환과 이웃간의 정(情)을 소재로 관객들의 공감대와 눈물을 이끌어내며 대한민국 대표 힐링 뮤지컬로 자리 잡았다. 이주 노동자 ‘슬롱고’와 강원도에서 상경한 ‘나영이’를 중심으로 고단한 서울살이를 그린 ‘빨래’는 지난 해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대본 일부가 실리는 등 의미있는 성과를 이뤄낸 작품이다. 오는 9월 29일까지 대학로 아트윈 씨어터 2관에서 관객과 만난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공연리뷰] 뮤지컬 ‘완득이’

    [공연리뷰] 뮤지컬 ‘완득이’

    열여덟살 완득이는 “신체조건, 욱하는 성질, 주변 환경, 어디 하나 조폭으로서 모자람이 없는” 고등학생이다. 카바레에서 일했던 키작은 아버지, 말은 조금 어눌해도 춤 하나는 기막히게 추는 민구 삼촌과 살고 있다. 비좁은 완득이네 옥탑방 맞은편에, 이 세상에서 사라졌으면 하는 담임선생 ‘똥주’가 산다. 집을 나간 엄마는 알고 보니 베트남 사람이다. 사회적 통념으로 불쌍하기 그지없는 이 청소년이 어머니 사랑을 느끼고 방황에 종지부를 찍는다는 매우 교육적이다. 여기에, “새끼야”, “×불놈” 같은 욕지거리가 난무하고 “공부하지 말라니까! 세상은 특별한 놈 두어 명이 끌고 가는 거야. (중략)나머지는 그저 인구수 채우는 기능밖에 없어”라며 속쓰린 현실도 내뱉으면서, 마냥 착하지만은 않게, 명랑쾌활한 이야기를 끌어간다. 베스트셀러 소설 ‘완득이’(김려령 지음) 얘기다. 2011년 영화로 만들어져 누적관객 531만명을 동원한 흥행작이다. 그런 작품을 뮤지컬로 만든 것은, 모험이거나 자신감이다. 뮤지컬 ‘완득이’(연출 윤호진)는 후자일 듯하다. 소설·영화와는 다른 확실한 개성을 녹였다. 신명과 유머다. 영화의 감동을 기대한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겠다. 완득이가 베트남 어머니(양소민·임선애)를 만나 모정을 느끼고, 킥복싱을 배우면서 방황을 이겨내는 모습은 영화와 같다. 그런데 애써 눈물 콧물 짜지는 않는다. 대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공연을 만들자는 의도가 더 강해 보인다. 시작이 강렬하다. 링 위에 쓰러진 완득이를 무대 정면에 세웠다. 대(大)자로 매달린 완득이(한지상·정원영)가, 소설과 영화의 공통분모라 할 만한, ‘간절한 기도’를 올린다. “제발, 제발, 똥주 좀 죽여주세요!” 이어 신나는 노래와 춤판이 펼쳐진다. 완득이의 학교 친구들이 영화에는 별로 드러나지 않지만, 뮤지컬에서는 비중 있게 나오면서 흥을 돋운다. 소설에는 있지만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는 미술시간도 살렸다. 밀레의 ‘이삭 줍는 사람들’을 싸움의 기술로 절묘하게 빗대 풀어낸다. 완득이 아버지(임진웅)와 민구 삼촌(윤길·오석원)이 스타킹을 파는 장면에서는 온갖 대중가요와 트로트를 뒤섞고 날렵한 춤사위를 선보이며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물론 압권은 하나님(이정수)이다. 완득이가 그토록 찾던 하나님이 모습을 드러낸다. 천사들과 함께 래퍼가 되고, 교회 십자가 아래서 완득이와 윤하의 데이트를 엿들으면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 달동네 골목과 옥탑방, 어설픈 외국어 간판, 낡은 셔터 등으로 꾸민 무대 세트도 극의 분위기를 살린다. 아기자기하고 정감 있는 무대에서 펼쳐지는 따뜻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는다면, 이 작품에 만족할 만하다. 3월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연건동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 3만~5만원. (02)2250-5900.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전자발찌 살인전과자 아래층 여성 성폭행

    전자발찌를 찬 살인 전과자가 같은 건물 아래층에 사는 중국인 여대생을 성폭행했다. 주거 제한 지역을 벗어나지 않으면 범행을 모니터링할 수 없는 전자발찌 시스템의 맹점이 또다시 드러났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같은 다세대 주택에 사는 여성 A씨를 성폭행한 김모(32)씨를 주거침입강간 혐의로 구속했다고 12일 밝혔다. 광진구 화양동의 옥탑방에 사는 김씨는 지난 8일 오후 10시쯤 “건물 주인이니 문을 열어 달라”고 A씨를 속여 집 안으로 침입, 성폭행했다. 김씨는 살인 혐의로 1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지난해 8월 만기 출소를 10개월 남기고 가석방됐다. 출소 후 충남 지역에서 살다가 지난달 서울의 한 인쇄소에 취직했고 옥탑방에 세 들었다. 성폭행 전과가 없어 신상정보 공개 대상은 아니었지만 전자발찌 부착 관리 대상자로 지정돼 보호관찰을 받고 있었다. 경찰은 “범행 당시에도 전자발찌를 차고 있었지만 거주 지역을 벗어나지 않아 보호관찰소에서는 범행 여부를 알 수 없었다”고 밝혔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가난에 갇힌 배움…내일이 없다

    가난에 갇힌 배움…내일이 없다

    홀어머니. 월급 100만원. 급식 지원받았지만 부끄러워 밥 다 먹지도 못했다. 환란 때 어머니 실직. 미래가 없었다. 고교 자퇴 시도. 선생님 만류. 그래 대학 가서 이 가난 끊자. 비싼 등록금. 어머니 사업 실패. 대학은 내 자리가 아니었다. 대학 중퇴. 기술도 없다. 어머니와 따로 생활. 서울을 떠났다. 내 꿈 삼킨 가난. 자식에게 물려줘야 하나. 장형철(29·가명)씨의 기억 속에 아버지는 없었다. 경기 시흥시의 2칸짜리 반지하방에서 어머니는 그와 누나를 키웠다. 어머니가 공장에서 받아 오는 월급은 100만원이 조금 넘었다. 그는 학교 급식 지원을 받았다. 부끄러움에 밥을 다 먹지 못하는 날도 있었다. 1998년 외환 위기의 그림자가 그의 집에도 드리웠다. “1998년 외환 위기로 어머니가 다니던 공장에서 쫓겨나면서 파출부나 청소부 일을 하셨다”면서 “‘공부를 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학교를 계속 다녀야 하나’ 고민을 했다”고 그는 당시를 회상했다. 중학교 2학년 15살 소년에게도 외환 위기는 혹독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자퇴서를 냈다. 학교가 답답하고 미래도 보이지 않았다. 공장에 다니는 동네 형들을 보면서 저렇게 살지는 말아야지, 다짐에 다짐을 거듭했지만 그 외에 길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담임교사는 “그래도 고등학교는 졸업해야 한다”며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선생님의 설득에 다시 학교로 간 그는 교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공부를 시작했지만 기초가 없었다. 수학 공식은 그에게 외계어였다. 장씨는 “부끄러웠지만 동네에서 공부를 잘하는 여자 후배에게 중학교 수학부터 배웠다”고 털어놓았다. 공부 머리가 있었기 때문인지 성적은 생각보다 잘 올랐다. 고등학교 2학년 때는 반에서 5등을 한 적도 있다. 2003년 그는 대학에 합격했다. 사범대는 못 가고 대신 한신대 사회복지학과에 들어갔다. 대학을 졸업해 직장을 구하면 지긋지긋한 가난과도 결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학과의 인연은 짧았다. 장씨는 “지금처럼 등록금 대출 이자가 싸지 않았다. 싼 게 5%대였고 높은 것은 6%였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1학년 때 등록금 대출 500만원을 받고 2학년이 되자 군대를 갔다. 군대를 다녀오면 뭔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가 군대에 간 동안 어머니는 빚을 내서 경기 부천시에 식당을 차렸다. 아들 대학 공부를 시키려고 모험을 한 것이다. 하지만 카드 사태 등으로 경기가 나빠지면서 빚만 늘었다. 2006년 그가 제대했을 때 어머니는 2000만원의 빚을 지고 있었다. 등록금 대출 500만원도 여전했다. 설상가상으로 어머니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어머니는 개인파산 절차를 밟았고 그는 학교 대신 일터로 나갔다. 대학 1학년 중퇴자를 찾는 곳은 없었다. 거기다 인문계라 기술도 없었다. 장씨는 “한달에 130만원 정도를 받으면서 공장에서 일을 했는데 그나마 잔업과 특근을 계속해야 했다”면서 “다시 공부를 해 볼까 했지만 생계를 유지하기에도 바빴다”고 털어놨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어머니를 부양한 장씨는 이후 어머니와 따로 생활하고 있다. 그는 서울 구로구의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20만원짜리 옥탑방에 살다가 지난해 제주도로 혼자 이사를 갔다. 서울에서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장씨는 “없는 사람이 살기에는 지방이 더 낫다는 생각도 들고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인생이 나아지지 않는 서울이 싫었다”고 전했다. 그는 자신과 같은 친구가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 “조금만 더 사회적으로 지원을 해 줬더라면 선생님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지금도 한다. 나 같은 사람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의 마지막 바람이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마이 리틀 히어로’서 따뜻한 감동 전하는 세 배우를 만나다

    ‘마이 리틀 히어로’서 따뜻한 감동 전하는 세 배우를 만나다

    피부색이 다른 천재 소년과 삼류 음악감독이 불가능할 것 같았던 뮤지컬 오디션에 도전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 ‘마이 리틀 히어로’. 사회적 편견에 맞서 자신의 꿈을 이루는 소년 영광(지대한)과 그 아이로 인해 이기적이고 속물근성이 가득했던 유일한(김래원)의 변해 가는 모습을 통해 감동을 안겨준다. 김래원(32)의 4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실제로 다문화 가정의 소년인 지대한(왼쪽·12), 황용연(오른쪽·13)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해피 바이러스 전하는 배우 될래요” 편견 맞서 꿈 이루는 소년役 지대한, 축구 국가대표 꿈꾸는 소년役 황용연 영화를 보고 나면 아이들의 순수한 눈망울과 천진한 미소를 잊을 수 없게 된다. 바로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주인공 영광 역을 맡은 지대한과 영광의 매니저를 자처하는 친구 성준 역의 황용연이다. 스리랑카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지대한은 몇 개월에 걸친 전국 오디션 끝에 발탁됐다. 800여명의 아이들을 만난 감독은 처음 지대한을 봤을 때의 강렬한 느낌을 잊을 수 없어 연기 경험이 전혀 없는데도 영광 역에 전격 발탁했다. 지대한은 처음으로 영화에 출연한 소감에 대해 “그냥 재밌을 것 같아서 영화에 출연했다. 엄마가 영화 주인공이 됐다니까 잘하라고 하면서 무척 좋아하셨다. 영화는 재미있는데 (스크린에) 내가 나오면 왠지 모르게 부끄러워진다”면서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극중 영광은 노래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소년으로 뛰어난 춤 실력까지 선보인다. 지대한은 영광 역에 낙점된 뒤 1년여 동안 꾸준히 트레이닝을 받았다. 스트레칭과 근력 운동을 병행해 난이도 높은 동작도 무리 없이 성공했다. “노래할 때 호흡이나 소리 크기 연습을 많이 하고 춤출 때는 턴하는 연습을 많이 했어요. 힘든 점도 많았는데 (김)래원 형이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개그콘서트’의 유행어도 해주고 함께 게임도 하면서 긴장을 많이 풀어줬어요.” ‘과속스캔들’ 같은 코미디 영화를 좋아한다는 지대한은 “연기하는 것도 재밌었고 연예인 형들이랑 만나는 것도 좋았다. 영화에 함께 출연한 (이)광수형이 관객 100만명이 넘으면 학교에 오겠다고 했는데 친구들이 정말이냐고 자꾸 물어본다”면서 웃었다. 한국인 아버지와 아프리카 가나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황용연은 KBS 다큐 프로그램 ‘인간극장’에 출연해 관심을 받았다. 장래 희망이 영화배우인 황용연은 축구 국가대표를 꿈꾸는 인물을 맡아 밝고 코믹한 연기로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냥 배우가 멋있어서 되고 싶었어요.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여진구와 한가인을 좋아해요. 연기를 잘하는 것 같아서요. 사실 카메라만 있으면 어색해져요. 없으면 잘되는데…(웃음). 아직 부족하지만 꿈의 계단에 올라왔다는 것이 기뻐요.”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누나, 동생과 함께 살고 있는 황용연은 처음 영화 관계자들이 찾아와 출연을 제의했을 때 거절했다. 혹시 자기 때문에 영화를 망칠까 봐 걱정돼서다. 하지만 어려운 눈물 연기도 곧잘 해내며 촬영을 무사히 마쳤다. 피부색이 달라서 어려운 점은 없느냐고 물었더니 “가끔 영어 수업 시간에 틀어주는 비디오 테이프에 흑인이 나오면 애들이 놀리곤 했었는데 그때마다 선생님이 아이들을 혼내 주셨다”고 말했다. 어려운 질문에도 씩씩하게 답하던 황용연은 부모님 이야기를 하자 얼굴이 어두워졌다. “저희끼리 밥도 해먹고 청소도 하는데 그 점이 좀 힘들어요. 특히 생일 때 엄마 아빠 생각이 많이 나요. 하지만 목사님이 잘 돌봐주셔서 감사해요. 앞으로 사람들에게 해피 바이러스를 전해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아이들 빛내주며 나도 힐링” 음악감독으로 스크린 복귀한 김래원 처음에 김래원이 이 영화의 주인공을 한다고 했을 때 다소 의아했다. 멜로 영화에 어울릴 것 같은 그가 여배우가 아닌 소년과 호흡을 맞추는 휴먼 드라마에 출연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자신이 오랫동안 꿈꿔 왔던 이야기라고 말했다. “20대 후반에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죽음을 앞두고도 아이가 편안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용감한 아버지를 보고 지금까지 본 어떤 남자보다 멋있고 강인한 모습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물론 아이에게 포커스가 많이 맞춰지는 부분도 있지만 영광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는 일한의 이야기가 따뜻하고 심플해 너무 마음에 들었죠.” 군 제대 직후 SBS 드라마 ‘천일의 약속’에 출연했던 그는 “남자 주인공의 순애보라고 알고 출연했는데 생각했던 것과 좀 다르고 내가 연기적인 면에서 할 수 있는 부분도 많지 않아 이번 영화에서 그 목마름을 채웠다”면서 “내가 어색하더라도 영광의 감정이 더 돋보이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아이가 제대로 살아야 나도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997년 청소년 드라마 ‘나’로 데뷔한 뒤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 등을 통해 청춘 스타로 인기를 누린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첫발을 내딛는 대한이의 좋은 연기 선생이 되어줬다. “저도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 어떤 눌림 같은 것이 있었는데 대한이도 연기가 설정되어 있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간 배웠던 것을 깨끗이 밀어내고 대한이가 최대한 카메라 앞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했죠. 아이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면서 가슴으로 느껴지지 않으면 대사를 하지 않아도 좋다고 이야기해 줬어요” 그는 실제로 피아노와 지휘를 배우며 음악감독 일한 역을 준비했다. 맨해튼 음악학교 출신임을 내세운 허세 가득한 일한은 대형 작품을 망치고 아동 뮤지컬을 전전하며 재기를 꿈꾸는 인물로 자신을 홍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영광을 맡아 오디션에 나서게 된다. 그도 일한처럼 성공에 대한 욕심이 가득했던 시절이 있었을까. “10대 때 오디션에 무수히 떨어지며 더 열심히 하려 했던 시절이 있었죠. 20대 때는 정말 독하게 앞만 보고 달려온 것 같아요. 고집도 무척 셌고요. 하지만 이제는 그동안 다져진 기본기를 바탕으로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저만의 것을 담으려고 노력할 생각입니다. 적어도 1년에 한편은 나중에 제 아이들에게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영화를 하고 싶어요.” 그는 마지막으로 다문화 가정을 다룬 이번 영화가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영화 속에도 나오지만 다문화 가정이 이해를 받아야 하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속 일한은 처음에 피부색이 다른 아이들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지만, 저는 아이들과 연기를 하면서 단 한번도 그런 생각을 가져 본 적이 없어요. 아이들이 정말 밝고 귀여웠거든요. 다만 영화가 개봉되면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다가 또 그것 때문에 외롭고 상처받을까 봐 걱정이 됩니다. 아이들이 주변 사람의 사랑을 감사하게 받고 혹시 어려움이 닥쳐도 잘 이겨내는 친구들로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넝쿨당? 해품달? 추적자? 누가 웃을까

    넝쿨당? 해품달? 추적자? 누가 웃을까

    ‘연말 시상식의 꽃’인 각 방송사의 연기대상 시상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한 해의 드라마를 결산하고 안방극장을 수놓았던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연기대상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다. 하지만, 해마다 변별력 없는 나눠먹기식 공동 수상으로 ‘집안 잔치’라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올해 연기대상은 30일 MBC가 김재원·손담비의 진행으로 포문을 열고 31일 윤여정·유준상이 진행을 맡은 KBS와 이동욱·정려원이 MC로 나서는 SBS가 맞불 경쟁을 펼친다. 주말극의 초강세 속에 미니시리즈에서도 선전한 KBS는 쟁쟁한 대상 후보감들이 많다. 드라마 전체 시청률 1위를 기록한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김남주는 여주인공 차윤희 역으로 열연해 ‘국민 며느리’라는 별명을 얻으며 유력한 대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 방영 중인 주말극 ‘내 딸 서영이’의 타이틀롤을 맡은 이보영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KBS는 올해 젊은 남자 배우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주원은 주말극 ‘오작교 형제들’에 이어 미니시리즈 ‘각시탈’의 남자 주인공으로 연타석 홈런을 쳤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에서 강마루 역으로 열연하며 치열한 수목극 시장을 1위로 이끈 송중기도 빼놓을 수 없다. 올해 상반기 드라마 ‘해를 품은 달’로 자존심을 지킨 MBC는 신드롬을 일으킨 주역인 김수현을 비롯해 한가인, 정일우 등 출연진의 대거 수상이 예상된다. 시청률 면에서 성과를 거둔 ‘빛과 그림자’의 안재욱도 대상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다. 막판 뒷심을 발휘한 주말 드라마 ‘메이퀸’의 주인공 한지혜, 김재원도 비중있는 상을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월화극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마의’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남녀 주인공 조승우와 이요원이 수상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예측도 있다. 의학 드라마로서 배우들의 연기가 깊은 인상을 남긴 월화극 ‘골든 타임’의 이성민도, 이선균과 시청률 면에서 선전한 주말극 ‘신들의 만찬’의 이상우, 성유리 등도 빼놓을 수 없다. SBS는 화제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청률이 다소 저조했다. 그러나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 연기파 배우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TV판 ‘부러진 화살’로 인기를 모은 드라마 ‘추적자’의 손현주와 김상중, ‘샐러리맨 초한지’의 이범수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올해 드라마 시청률 10위에 유일하게 오른 SBS 주말극 ‘신사의 품격’ 출연자들의 대거 수상이 예상된다. 꽃중년 4인방 장동건, 김민종, 김수로, 이종혁이 대표적이다. ’패션왕‘의 유아인과 이제훈, ‘옥탑방 왕세자’의 박유천 등의 수상 여부도 관심을 모은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이은주 기자의 컬처K] 드라마에 이모·고모가 사라진 이유

    배우들에 대한 드라마 출연료 미지급 문제가 방송계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중견 연기자들에게도 적잖은 타격이 미치고 있다. 한때 실력파 중견 연기자들은 안정된 수입원이 보장되는 인기 ‘보직’이었지만 이제는 갈수록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해져 울상을 짓는 연기자가 늘고 있다. 이른바 ‘퐁당퐁당’ 캐스팅이 대표적인 경우다. 주로 주인공의 부모나 친척 역으로 등장하는 중견 연기자들은 제작비 부족으로 1회부터 연속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1회, 7회, 13회 등으로 ‘퐁당퐁당’ 비연속적으로 출연하고 있다. 때문에 주인공의 이모나 고모 역할 등 관계 인물들이 등장하는 장면이 줄어들고 주인공 위주의 전개가 늘고 있다. 부득이한 경우 특별 출연이나 카메오로 충당하기도 한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중견 연기자들에게도 연차와 연기력에 따라 출연료 등급이 있는데, 한 장면만 나오더라도 회당 출연료를 전부 지급해야 한다.”면서 “제작비 절감 차원에서 중견 연기자를 여럿 쓰는 것보다 오히려 많은 출연료를 투입한 배우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중견 연기자들의 입지가 좁아진 이유 중 하나는 여전히 고공행진하고 있는 톱스타들의 출연료 때문이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미니시리즈의 최소 제작비는 2억 5000만~4억원인데 최근 주연배우의 출연료 비중이 제작비의 50%까지 차지하면서 중견 연기자의 ‘퐁당퐁당’ 캐스팅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지상파는 물론 케이블, 종편사까지 드라마를 제작하면서 드라마 수는 늘어났지만 비용을 긴축하기 위해 효과가 확실한 연기력을 지닌 중견 연기자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졌다. 이는 중견 배우들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으로 이어져 겹치기 출연이 늘어나는 이유가 되고 있다. 한진희는 SBS 주말극 ‘청담동 앨리스’, MBC 수목극 ‘보고싶다’와 일일극 ‘오자룡이 간다’ 등에 동시 출연 중이고 송옥숙도 MBC ‘보고싶다’, KBS ‘내 딸 서영이’를 비롯해 KBS ‘각시탈’, SBS ‘옥탑방 왕세자’ 등 올해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전노민도 KBS ‘각시탈’, SBS ‘추적자’와 ‘다섯 손가락’에 연이어 출연했다. 이 때문에 방송계에서는 뮤지컬이나 연극 쪽에서 발굴되던 신선한 명품 조연들의 출연이 많이 줄었다. 오히려 영화계에서는 멀티 주연 영화가 늘고 관객층이 30~50대로 확대되면서 흥행의 변수가 되는 중견 연기자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광해, 왕이 된 남자’와 ‘26년’을 비롯해 올해 5편의 영화에 출연한 장광(60)이 대표적이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제작비가 확보된 뒤 촬영하는 영화에 비해 드라마는 제작비의 부족으로 중견 연기자들을 축소해 전반적인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면서 “일부 배우들의 겹치기 출연이 잦아질 경우 시청자들에게 혼선을 줄 수 있고 신비감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rin@seoul.co.kr
  • 내집 갖고 결혼 10년새 12%P 늘어… 왜?

    내집 갖고 결혼 10년새 12%P 늘어… 왜?

    # 대기업에 근무하는 서른두 살 P씨는 여교사 J씨를 지난해 초 만나 같은 해 12월 결혼했다. 두 사람은 집 문제로 고민하다 다소 무리해 집을 장만했다. 2년마다 전셋값 인상을 걱정하느니 부담이 되더라도 집을 사 놓고 집값 상승을 노리는 게 낫겠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P씨가 저축한 돈 6000만원에 J씨가 3000만원을 보태고 P씨 부모가 6000만원을 얹었다. 부족한 자금 1억 5000만원은 은행에서 빌려 경기도에 31평형 아파트를 마련했다. # 35세 회계사인 노총각 J씨는 지난 1월에 결혼식을 올렸다. 8살 어린 디자이너 E씨를 결혼정보회사의 소개로 만나 8개월 열애 끝에 결혼에 성공했다. J씨는 자신이 1억 2000만원을 부담하고 나머지 4억원은 은퇴한 부모에게 손을 벌렸다. J씨의 부모는 노후 수단으로 갖고 있던 상가 사무실을 처분해 아들의 신혼집 장만에 썼다. 집을 갖고 출발하는 신혼부부가 최근 10년 사이 12.5% 포인트 늘었다. 서울신문이 결혼정보업체 선우와 함께 지난해 결혼한 신혼부부 323쌍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쌍 중 4쌍(40.9%)은 집을 산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530쌍 조사)에는 자가 마련 비율이 28.4%에 그쳤다. ‘단칸방에서 출발하는 신접살림’이란 말이 점차 옛말이 돼 가고 있는 것이다. 선우는 2년 주기로 같은 조사를 하고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집값 가운데 은행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별로 오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2001년 8.1%에서 2011년 9.8%로 1.7% 포인트 증가에 그쳤다. 유성열(한국결혼문화연구소장) 백석대 교수는 “부모 등 가족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는 방증”이라면서 “신접살림에서도 부의 대물림이 심화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이 중에는 노후를 저당 잡혀 자녀의 집 장만을 돕는 부모 세대도 적지 않다고 유 교수는 지적했다. 부모에게 손을 벌리는 자녀들이 늘면서 노후자금 등을 무리해 넘긴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신혼부부부터 은퇴부부에 이르기까지 부익부 빈익빈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유 교수는 우려했다. 신혼집 평수도 10년 사이 22.2㎡(6.6평) 넓어졌다. 2001년 73㎡(22.1평)였던 주택 평수는 2011년 95㎡(28.7평)가 됐다. 전세난 심화로 매번 골머리를 썩느니 저금리 때 싸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사 놓자는 심리가 반영된 결과라고 선우 측은 분석했다. 여성의 사회적 역할이 강화됐지만 집은 여전히 남성의 몫이었다. 남자가 신혼집을 마련한다는 응답이 2001년 87.4%에서 2011년 91.3%로 되레 늘었다. 유 교수는 “이제 반지하나 옥탑방에서 시작한다는 말은 옛말이 됐다.”면서 “부모 세대의 허리를 휘게 만드는 결혼이나 집은 남자가 장만해야 한다는 가부장적 고정관념을 깨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사는 2001년 530쌍, 2003년 308쌍, 2005년 285쌍, 2007년 321쌍, 2009년 356쌍 등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가족과 단절 가장 고통… 세상서 사라지고 싶었다”

    “가족과 단절 가장 고통… 세상서 사라지고 싶었다”

    “사람들이 나를 피할 때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었어.” 두열(34)이 어렵게 입을 뗀다. 두열과 옥탑방에 함께 사는 열살 위의 가브리엘은 묵묵히 그 이야기를 듣는다. 두 사람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인이다. 흔히 말하는 ‘에이즈 환자’다. 이들은 지난 9월 DMZ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최우수 한국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고유정·노은지 감독의 ‘옥탑방 열기’에 주연으로 나왔다. 2일 인터뷰를 위해 만난 두열과 가브리엘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영화의 제목처럼 우리가 사는 옥탑방이 사회적으로 고립된 감염인의 현실을 상징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 에이즈의 날’이었다. 언제부턴가 에이즈가 치명적인 불치병은 아니라는 사실이 일반에 많이 알려졌지만 감염인들에 대한 냉대와 차별은 여전하다. 에이즈는 일상생활을 통해서는 감염되지 않는다. 직접적인 성관계나 감염된 혈액의 수혈, 마약 주사기 공동 사용 등 감염경로는 극히 제한돼 있다. 두열은 “가장 어려운 것은 가족과의 단절이었다.”면서 “가족에게 고백하는 것보다 숨어 사는 게 낫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가 한때 스스로를 자책하며 치료 자체를 포기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대한에이즈예방협회의 상담실적에 따르면 올 10월 말 기준으로 전체 상담 2만 3268건 중 가장 많은 상담이 이루어진 것은 ‘우울·불안·강박·공포·감염노출 우려 등’(8647건·37.1%)의 심리적 문제였다. ‘초기 및 말기 증상 등’(7422건·31.8%)의 병리적 상담보다 많았다. 가브리엘은 “사회적 관계의 단절로 알코올 중독 등에 빠지는 환자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들은 병원에서도 차별을 받는다. 1차 병원에서는 감기나 충치 치료 같은 간단한 진료도 받기 어려워 대학 병원 등 3차 병원을 통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그러나 일부 3차 병원에서도 이들을 꺼려 지난해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에이즈 환자에 대한 수술을 거부하는 것은 차별”이라며 개선을 권고했다. 에이즈 환자들은 죽어도 염을 해주겠는 곳이 없어 종교단체 등 쉼터 관계자들이 직접 염을 한다. 두열은 옥탑방을 나와 홀로 서기를 준비하고 있다. 인권단체 ‘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의 대표로 활동 중인 가브리엘은 2009년 HIV 치료제 ‘푸제온’의 공급을 거부해온 다국적 제약회사 로슈로부터 무상공급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 가브리엘이 옥탑방에서 푸제온 상자에 키우는 상추가 이들의 건강함을 방증한다. “가브리엘처럼 손 내밀어 주는 사람이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삶을 포기하지는 않을 텐데….” 사회의 밀침 대신 끌어안음을 바라는 두열의 말이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경기 신도시 다가구 옥탑방 합법화 추진 ‘시끌’

    경기 신도시 다가구 옥탑방 합법화 추진 ‘시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다가구주택에 대한 층수 및 가구 수 제한 완화를 추진해 ‘불법 주택 양성화’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16일 경기 고양시 등에 따르면 일산, 분당, 중동, 산본, 평촌 등 1기 신도시 지역 다가구주택은 지역별로 3~4층을 초과할 수 없고 허용 가구 수도 4~6가구를 넘을 수 없다. 그러나 원룸 등으로 임대하기 위해 건축주들이 층수를 위반하거나 가구 수를 초과해 짓는 사례가 많다. 일산신도시의 경우 4935가구 중 27%가량이 가구 수를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다. 건물주들은 수차례 이행강제금 부과 등의 행정처분을 받자 가구 수 및 층수 제한 규정의 완화를 요구해왔다. 국토해양부는 전국적으로 이 같은 민원이 잇따르고 소규모 주택이 부족해지자 지난해 5월 ‘건설경기 연착륙 및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택지개발지구 내 단독주택용지의 가구 수 제한 규정 폐지 및 층수 제한 완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지침을 발표했다. 이미 준공된 1기 신도시 지역에서는 실정에 맞게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남양주시는 지난해 11월 별내신도시 이주자 택지의 경우 5가구 180%에서 7가구 200%로 확대했고, 고양 삼송신도시에서는 지난 9월부터 점포겸용 단독주택용지에 상가주택을 신축할 경우 당초 3층에 3가구에서 4층에 7가구까지 지을 수 있게 됐다. 성남, 고양 등 이미 10여년 전에 택지개발이 끝난 1기 신도시 지역도 관련기관 및 부서와 협의를 하고 있다. 협의 결과 성남(분당)과 부천(중동)은 완화가 ‘불가’하다는 입장이고, 군포(산본)와 안양(평촌)은 검토 중이다. 또 고양(일산)은 주차장 부족 등을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2014년에 추진하는 15개 택지개발지구에 대한 도시계획재정비 때 대책을 마련해 2015년쯤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선 지자체와 해당 지역 주민들은 “부족한 소형 주택 공급으로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돕고 지난 20년 가까이 불법건축으로 행정처분을 받아온 건축주들의 부담을 덜어 줄 수 있게 돼 다행”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경기도 관계자와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층수 및 가구 수를 완화하면 주거환경이 악화될 뿐 아니라,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 부담이 뒤따르고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상봉기자 hsb@seoul.co.kr
  • 朴, 의정부까지 KTX 연장… 옥탑방·반지하방 양성화 검토

    朴, 의정부까지 KTX 연장… 옥탑방·반지하방 양성화 검토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현재 건설 중인 수도권 고속철도(KTX) ‘평택~수서’ 구간을 ‘평택~수서~의정부’ 구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개발 공약으로 검토하고 있다. 또 무허가 건물 양성화 방안을 비롯해 다음 달 종료되는 취득세 감면 연장안, 재건축·재개발의 기부채납 비율 완화 등 부동산 규제에 관한 일부 손질도 논의되고 있다. 새누리당 서울시당 선거대책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서울시 4대 공약’을 국민행복추진위원회를 거쳐 박 후보에게 전달했다. 박 후보가 이 가운데 어떤 것을 실제 대선 공약으로 채택할지 주목된다. KTX 의정부 구간 연장 사업은 사실상 서울·수도권 지역의 유일한 개발 공약이다. 기존 수서~평택 구간(총 61.1㎞) 사업에 30㎞를 더 연장하는 사업으로, 서울·수도권 동북부 지역 570만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새누리당은 예측하고 있다. 사업비는 총 2조 5100억원, 연간 운영비는 504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와 관련, 국토해양부에 수도권 KTX 시발역과 종착역을 기존 수서역이 아닌 삼성역과 서울 강북권 등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공식 건의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장기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음 달 완료되는 한시적인 취득세 감면 조치도 일정 기간 더 늘리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워낙 침체돼 있어 취득세 감면 조치를 이어가야 한다는 뜻에서다. 문제는 중앙정부가 취득세 감면 조치로 줄어든 지방 재정 수입을 채워 줘야 한다는 점이다. 복지 재원으로 나갈 곳은 많고, 증세를 언급할 상황은 아니어서 고민거리다. 또 서민들의 표심을 겨냥해 옥탑방과 반지하방 등 소규모 무허가 건물을 합법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상업용이 아닌 주거용 건물이어야 하며 소방과 안전 등에 영향이 없는 건물로 제한을 둘 예정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15일 “‘특정 건축물 정리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일부 무허가 건물을 양성화하는 방안”이라면서 “서민들의 주거 안정에 도움을 주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규제 완화 조치도 박 후보 공약에 일부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재개발·재건축사업 추진 시 용적률과 고도 제한, 기부채납 비율 등에서 규제가 과도해 손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울시당 관계자는 “기존 기부채납 비율이 20%였다면 이를 17% 정도로 낮추거나 사업자의 공공시설 부담이 많아지면 그에 상응하는 용적률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박 후보는 오전 제2연평해전과 천안함 사건의 희생자 유족들과 만나 “우리 영토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지켜내는 데 있어 어정쩡하게 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걸린 안보 문제는 한 치의 소홀함도 없도록 최우선 가치로 두겠다.”고 밝혔다. 오후에는 송파구 서울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2 전국보육인대회’에 참석해 보육 교사의 처우 개선을 약속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흔하지 않은 안동 그 소소한 맛과 멋

    흔하지 않은 안동 그 소소한 맛과 멋

    흔하지 않은 안동 그 소소한 맛과 멋 경상북도 안동에 다녀왔다. 안동 하면 즉각적으로 따라붙는 하회마을은 들르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지거나 비교적 새로 생긴 곳들을 주로 둘러봤다. 한국을 대표하는 양반 마을을 논외로 하더라도 안동에는 볼거리가 쏠쏠했다. 물론 퇴계 이황을 배향하는 도산서원을 찾아 선생의 덕을 추모하는 것은 잊지 않았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노중훈 1 신세동 벽화 마을. 생기 없던 마을은 3년 전 벽화가 그려지기 시작하면서 한결 밝아졌다 2 벽화 마을 초입의 마싯타 카페. 원래 구멍가게가 있던 자리에 두 달 전 문을 열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벽화로 거듭난 마을 점심 무렵, 안동에 도착했다. 허기를 느낄 정도는 아니었지만 속이 출출했다. 어디를 가나 배꼽시계는 근면하고 성실했다. 안동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시장인 구시장에 들어섰다. 서문 부근에 찜닭 전문 식당들이 많았다. 그중 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일하는 분이 ‘순한 맛, 보통 맛, 매운맛’ 중 하나를 고르라고 했다. 매운맛을 먹고 싶었으나 “정말 맵다”는 아주머니의 반응에 보통 맛을 주문했다. 조언 한 가지. 매운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매운맛을 시켜야 한다. 보통 맛은 입속의 점막을 자극하지 않는다. 토막 난 닭고기와 당면, 감자 등이 수북하게 쌓인 접시가 상에 올랐다. 매콤하고 달콤하고 간간한 찜닭은 익숙한 맛이었고, 익숙해서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었다. 구시장에서 신세동까지 걸었다. 신세동은 안동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지만 오랫동안 세월의 적막을 경험해야 했다. 택시조차 들어가기를 꺼려하는 달동네였다. 변화는 3년 전 찾아왔다. 안동대 출신의 예술팀이 마을에 벽화를 그리고 조형물을 설치한 것이다. 처음에 데면데면하던 주민들도 마음을 열고 ‘마을 꾸미기’에 동참했다. 그 결과 신세동은 화사한 얼굴로 거듭났다. 몇몇 주민은 벽화의 모델이 되어 주었다. ‘복덩이 할머니’로 불린다는 김화순 할머니와 손자, 그리고 옆집 여자아이가 옥탑방 건물 벽면의 대형 초상화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왼쪽 골목으로 접어들면 철가방을 든 채 오토바이를 타고 있는 동네 중국집 배달원이 담벼락에 그려져 있다. 오르막길의 흰색 담장에서는 중년 혹은 초로의 사내가 얼굴에 은은한 미소를 띠고 있다. 동네에서 마주친 한 어르신께 “할머니 얼굴은 왜 없어요?‘라고 여쭈자 ”저기 아래로 내려가서 모퉁이를 돌면 내 얼굴도 볼 수 있다“며 수줍어하셨다. 벽화 마을 초입, 그러니까 동부초등학교 바로 앞에는 손바닥만한 카페가 자리했다.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인도풍의 그림부터가 범상치 않았다. 이곳은 원래 30여 년간 구멍가게가 있었던 자리라고 한다. 범상치 않은 외모의 카페 주인은 과자나 라면 등을 올려놓던 가게 선반을 그대로 남겨두었다. 여기에 자신이 갖고 있던 소품들과 추억의 물건들을 적절하게 배치했다. 그랬더니 창업에 드는 비용이 150만원에 불과했다. 게다가 월세는 겨우 10만원이다. 하지만 제일 부러웠던 것은 그의 눈썰미와 인테리어 감각, 그리고 여유로운 삶의 태도였다. 마을 구경을 마치고 다시 시내로 돌아와 땀도 식히고 다리쉬임도 할 겸 맘모스제과의 문을 열어젖혔다. 맘모스는 지난해 미슐랭 가이드가 별 세 개를 부여하면서 새삼 화제를 모았지만 이미 40년 가까이 안동 시민들의 ‘궁금한 입’을 책임졌던 전통의 빵집이다. 세월의 흐름과 사람들의 기호에 복속하지 않을 수 없었겠지만 생각보다 세련된 외부 모습과 내부 분위기는 좀 아쉽기도 했다. 단팥빵, 블루베리 파이, 맘모스 빵 등을 사서 한 입씩 베어 물었더니 까까머리 중학교 시절, 같은 반 친구의 부모님이 운영하던 동네 제과점의 풍경이 떠올랐다. 제과점을 나올 때 마음속에 따뜻한 물이 차올랐다. 학문의 길이 막히면 길을 걸었다 도산서원은 학창 시절 단골 시험 문제였다. 출제자들은 도산서원이 세워진 내력과 사액서원으로서의 의의, 퇴계 이황의 발자취 등을 무던히도 물어봤던 것 같다. 문화해설사의 꼼꼼한 설명을 길라잡이 삼아 도산사원의 안팎을 차분하게 들여다보았다. 강당인 전교당, 기숙사인 농운정사, 서고인 광명실, 한석봉이 썼다는 편액, 퇴계가 유난히 아꼈다는 매화나무 등은 시간 여행을 위한 매개물이었다. 도산서원은 익숙했지만 예던길은 낯설었다. 예던길은 퇴계가 도산서원과 청량산을 오가면서 걸었다는 오솔길이다. 강변을 끼고 있는 개인 소유의 땅에 접근할 수 없어서 길은 현재 온전하지가 않다. 길의 허리가 뚝 끊긴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강을 돌아가는 산길을 새로 놓았지만 예전 강변길의 운치를 따라잡을 수는 없을 것이다. 어쨌든 퇴계는 학문의 이치를 구하다 ‘생각의 길’이 막힐 때마다 예던길을 소요했다고 한다. 후학 양성에 진력했던 성리학의 대가는 일평생 자문자답을 멈추지 않았다. 하루해가 저물었다. 밤이 찾아오면 더욱 아름다워진다는 월영교로 차를 몰았다. 안동댐 아래 물길을 가로지르는 다리는 교각은 콘크리트로, 상판은 나무로 되어 있었다. 다리가 수면에 비치는 모습이 나름 운치 있었다. 사람들은 다리 중간쯤에 놓인 팔각 정자 월영정에서 살랑바람을 맞았다. 그날 밤 영월교의 낭만을 더욱 북돋워 줄 밤안개는 끝내 피지 않았다. 저녁 식사는 문어숙회로 갈음했다. 문어 내장이 별도로 제공됐다. ‘먹물 맛’이 고소했다. 울진 후포항에서 올라온 쫀득쫀득한 문어를 적당하게 썰어 소주 몇 잔과 함께 입 안에 털어 넣었다. 이튿날 아침, 안동에 산재한 다양한 박물관 가운데 산림과학박물관을 노크했다. 문패에 걸맞게 나무와 숲, 생태계에 관한 자료들이 꼼꼼하게 전시돼 있었다. 화요일 오전, 박물관은 적막했다. 거대한 박물관을 온전히 소유하고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묘했다. 박물관 주변을 산책했다. 탐방로가 잘 조성돼 있었다. 이름 모를 나무들과 야생화들에게 눈인사를 건넸다. 연못은 물낯이 보이지 않을 만큼 수많은 연잎을 들쓰고 있었다. 성곡동의 온뜨레피움은 열대식물과 허브의 천국이었다. 아이들을 위한 체험 공간이 마련돼 있어 가족 단위 나들이객에게 적합해 보였다. 안동을 떠나기 전 운흥동의 갈비 골목에서 늦은 점심을 해결했다. 생갈비의 맛도 준수했지만 고기를 다 먹을 즈음 나오는 두 가지의 찌개가 인상적이었다. 갈비뼈에 김치와 감자를 넣고 끓여낸 갈비김치찌개와 우거지를 듬뿍 넣은 된장찌개는 ‘고기 먹은 후 냉면’이라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전혀 생각나지 않게 해주었다. 김치찌개는 달착지근한 반면 된장찌개는 구수하고 시원했다. 밥 한 공기 반을 후딱 해치웠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 내내 배가 든든했다. 1 매표소에서 도산서원으로 이어진 길 2 아이들이 창밖을 내다보는 신세동의 벽화 3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별 세 개를 받아 화제를 모았던 맘모스제과 4 간고등어, 헛제삿밥과 더불어 안동이 자랑하는 구시장의 찜닭 5 운흥동 갈비 골목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ravie info 찾아가기 중앙고속도로 서안동 IC를 이용하면 된다. 서울 출발을 기준으로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먹거리 안동찜닭을 먹은 곳은 구시장의 위생찜닭(054-852-7411)이다. 2~3인용 2만5,000원, 4~5인용 3만8,000원. 옥동의 오렌지향기(054-852-3559)는 문어숙회와 굴, 두 가지 메뉴만을 취급한다. 굴은 겨울철에만 내놓는다. 문어는 간장과 고추장, 두 가지 소스에 찍어 먹는다. 2만3,000원. 운흥동에 자리한 백조숯불갈비(054-859-4988)의 생갈비는 1인분에 1만9,000원. 밑반찬도 정갈하다. 숙박 안동호반자연휴양림(054-855-8687)을 추천한다. 한옥과 초가집 형태의 숙박 시설에 종갓집, 처갓집 등의 이름이 붙어 있다. 방 세 개가 있는 처갓집은 비수기 기준으로 1박에 6만원이다. 각 방마다 화장실이 딸려 있어 편리하다. 주변 환경도 고즈넉하다. * 9월28일부터 10월7일까지 탈춤공원과 하회마을 일대에서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www.maskdance.com)이 열린다. 세계 각국의 탈춤 공연을 비롯해 다채로운 체험 행사가 곁들여진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주말 영화]

    [주말 영화]

    ●벅스 라이프(EBS 일요일 오후 2시 30분) 발명가 개미 플릭은 전통을 중시하는 개미 왕국에 살면서 언제나 듣지도 보지도 못한 것만 만들어 낸다. 그나마도 실패작으로 끝나니 다른 개미들의 비웃음만 살 뿐이다. 이번에도 탈곡기를 만들어 개미 왕국의 수확량 증대에 기여해 보려 했으나 오히려 다른 개미들이 애써 모아 놓은 곡식 더미를 몽땅 물속에 빠뜨리고 만다. 매년 추수철이면 호퍼가 이끄는 메뚜기 떼가 몰려와서 개미들이 열심히 모아 놓은 곡식의 대부분을 진탕 먹어치우곤 했다. 힘세고 날렵한 메뚜기들의 위협에 개미들은 곡식을 꼬박꼬박 상납해 왔다. 그런 그들에게 줄 곡식을 플릭이 몽땅 잃어버린 것이다. 게다가 호퍼의 신경을 긁는 바람에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며, 마지막 잎이 떨어지기 전까지 예년의 두 배에 달하는 식량을 모아 놓으라는 호퍼의 명령이 떨어진다. 한편 여왕 계승을 앞둔 아타 공주는 말썽쟁이 플릭이 차라리 없는 게 도와주는 거라 생각하여 개미 왕국 너머 메뚜기들을 물리칠 전사 벌레를 찾아오라고 명령을 내린다. ●부산국제영화제 특선 독립영화관-슈퍼스타(KBS1 토요일 밤 12시 55분) 내일의 슈퍼스타를 꿈꾸는 두 남자의 못 말리는 2박 3일이 시작된다. 별 볼일 없는 옥탑방 백수 진수는 4년째 영화감독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 그간 두 편의 작품이 캐스팅과 투자 단계에서 무산되었고, 이제 막 세 번째 시나리오를 탈고한 후 투자 결정이라는 고단한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조감독 시절 현장에서 만나 친구가 된 건달전문 단역 배우 태욱이 진수를 찾아온다. 그는 어울리지도 않는 블랙 세단을 타고 와 우리도 영화인이니 부산국제영화제에 가자고 제안하고, 진수는 태욱의 강권에 못 이겨 부산으로 향한다. 하지만 모처럼만의 가벼운 설렘과 흥분도 잠시. 상황은 자꾸만 꼬여 가고, 씁쓸한 해프닝이 2박 3일 동안 연속적으로 펼쳐진다. ●스텔스(OBS 토요일 밤 11시 25분) 가까운 미래, 개인이 아닌 국가를 목표로 한 국제테러 방지를 위해 극비리에 무기개발에 착수했던 국방부. 관제센터의 통제가 불가능할 경우 스스로의 감정과 판단에 의해 독자적인 임무 수행이 가능한 인공지능 시스템 개발에 성공한다. 새로운 무인전폭기 스텔스가 실전 배치되자 최정예 스텔스 파일럿 부대가 헨리, 벤, 카라로 구성되면서 어느 때보다 심한 긴장감에 휩싸인다. 한편 악천후 속 극비 임무를 수행하던 스텔스기는 돌발상황을 겪은 이후 점차 통제 불가능한 상태에 빠져든다. 인간에 대한 의심으로 정비조차 거부하던 스텔스는 급기야 독자적인 상황판단으로 목표를 정하고 무차별 폭격을 감행한다. 그렇게 아군에서 가장 강력한 적으로 변해버린 스텔스기를 상대로 최정예 3인 편대의 처절한 저항이 펼쳐지는데….
  • [29일 TV 하이라이트]

    ●상상친구 꾸메푸메(KBS1 오후 1시 10분) 똔또는 축구 시합 중 젤루의 예쁜 신발을 보며 부러워한다. 그렇지만 좋은 신발을 신어도 축구를 잘 못하는 젤루에 비해 똔또는 조금 닳은 신발로도 충분히 축구를 잘하고 있다. 하지만 골대 앞에서 골을 넣으려는 순간 그만 신발을 골대에 넣어 버리고 만 똔또. 이일로 젤루처럼 좋은 신발을 신고 싶다고 소원을 비는데…. ●내 딸 서영이(KBS2 밤 7시 55분) 병원에서 상우를 기다리며 졸고 있던 호정은 갑자기 나타난 상우에게 허둥지둥 마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상우는 그런 호정의 진심을 들은 척도 않고 면박만 준다. 그렇게 상우에게 거절당한 호정은 다음 날 도저히 다시 상우를 찾아갈 용기가 나지 않고, 자기도 모르게 삼재가 있는 옥탑방으로 발걸음을 향하게 된다. ●무한도전(MBC 오후 6시 25분) 추석을 맞이해 ‘무한상사’가 돌아왔다. 꼰대 유 부장이 날리는 유머에 대해 부하 직원들이 대처하는 자세는 ‘웃기지 않아도 무조건 웃어라’다. ‘무한상사’는 하반기를 맞이해 신입 사원을 모집한다. 5명의 신입 사원 중 뽑힐 자는 단 1명. 그중 신입 사원으로 뽑힌 빅뱅의 지드래곤(권지용)의 혹독한 신입 사원 생활기가 펼쳐진다. ●퀵 1, 2부(KBS2 밤 10시 25분) 스피드 마니아인 퀵서비스맨 기수. 어느 날 생방송 시간에 쫓겨 퀵서비스를 이용하는 아이돌 아롬을 태우고 가던 중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의문의 목소리는 헬멧에 폭탄이 장착돼 있다는 경고와 함께 30분 내 폭탄 배달 미션을 완수하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기수는 폭탄과 아롬을 태우고 사상 초유의 쾌속 질주를 시작한다. ●EBS 장학퀴즈(EBS 오후 6시) 이번 주는 ‘영화학 개론’으로 시네마 데이트를 함께한다. 대중이 사랑하는 예술 영화 흑백 무성영화 속 찰리 채플린부터 3D 영화의 나비족까지. 영화 역사에는 어떤 이야기와 상식들이 들어 있을까. 한국 최초의 상설 영화관 ‘단성사’에서 상영된 숱한 걸작들부터 현재 1000만 관객 시대를 열기까지 영화 속 숨은 주역들을 만나 본다. ●전기현의 씨네뮤직(OBS 밤 10시 25분) 한가위를 맞아 고향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사연을 그린 영화와 주제음악에 대해 소개한다. 앤디 테넌트 감독의 ‘스위트 알라바마’를 시작으로 ‘욜’ 등 총 5편의 영화와 음악에 대해 알아본다. 한편 카피라이터 윤수정과 함께하는 토크 코너에서는 사랑, 일생 이야기가 담긴 영화 ‘집으로 가는 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 생수는 학교정수기… 식권은 묶음할인… 교재는 헌책으로

    생수는 학교정수기… 식권은 묶음할인… 교재는 헌책으로

    #.숙명여자대학교 언론정보학과에 재학 중인 이모(23)씨는 주거비를 절약하고자 지난 6월부터 2평(6.6㎡)짜리 옥탑방에서 친구와 함께 살고 있다. 보증금 500만원은 친구가 냈고, 이씨는 월세 40만원 중 25만원을 부담하고 있다. 이씨는 생수 사먹는 돈조차 아까워 1.5ℓ 빈 페트병을 이용, 매일 학교 정수기에서 물을 떠 와 마시곤 한다. 지난 폭염 때에는 냉방비를 줄이려고 친구와 함께 창문을 아예 떼어놓고 지내기도 했다. 해마다 오르는 등록금과 고물가의 영향으로 주머니 사정이 더 어려워진 대학생들이 ‘반값 생활비’ 실현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새 학기 전공 서적을 헌책으로 사거나 월세를 절약하기 위해 친구들과 쪽방에서 동거하는 등 빠듯한 생활비를 더 줄이기 위한 방법에 팔을 걷어붙인 것. 2학기 개강이 이어진 9월 첫 주, 서울 각 대학 총학생회는 앞다퉈 중고 전공책을 거래하는 ‘벼룩시장’을 마련했다. 숙대는 지난 10일부터 학생회관에서 중고 책 장터를 운영 중이다. 학생들로부터 접수된 350권의 헌책 가운데 첫날 오전에만 280권가량이 팔렸다. 전혜진 부총학생회장은 11일 “한 학기당 이수하는 학점에 해당하는 전공책을 새것으로 사려면 수십만원의 돈이 들지만, 중고 전공책은 새책 가격의 절반 가격인 경우가 많아 학생들의 반응이 뜨겁다.”고 말했다. 연세대학교 총학생회도 단과대 학생회 등과 연계해 지난주 오픈마켓이라는 이름으로 중고 전공책 장터를 열었다. 400권가량의 헌책이 판매됐다. 오프라인 중고 전공서적 장터를 운영하지 않는 대학의 학생들은 온라인 중고 서적 쇼핑몰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전국 5개의 중고책 오프라인 서점과 온라인 중고 서점을 운영 중인 알라딘에 따르면 지난달 중고 서적 코너의 대학교재 판매율은 2010년 같은 기간 대비 5.6배 증가했다. 생활비 절약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대학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연대는 개강 한 달 전 대학가 이사철을 맞아 매년 2월과 7월, 이른바 ‘무빙위크’(moving week)를 진행하고 있다. 무빙위크란 학교 기숙사나 인근에서 자취나 하숙을 하는 학생들 가운데 혼자 이사하기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1t 트럭을 이용, 학생들이 이사를 도와주는 일종의 ‘이사 품앗이’ 활동이다. 이외에도 연대 총학생회는 학생 식당을 이용하는 학생들을 위해 식권을 미리 구매하면 일정 금액 할인해 주는 제도도 실행하고 있다. 김정은·명희진기자 kimje@seoul.co.kr
  • SBS ‘뿌리깊은 나무’ 서울드라마어워즈 대상

    SBS ‘뿌리깊은 나무’가 30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열린 ‘서울드라마어워즈 2012’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최우수 작품상은 시리얼·시리즈 부문에서 KBS 2TV ‘공주의 남자’가 받았다. 단편 부문에서는 독일 ‘홈비디오’(Home Video), 미니시리즈 부문에서는 영국 ‘그레이트 엑스팩테이션스’(Great Expectations)가 각각 수상했다. 남자 연기자상은 ‘홈비디오’의 요나스 나이, 여자 연기자상은 독일 ‘하나스디시전’의 크리스티네 노이바워에게 돌아갔다. 총 5개 부문으로 구성된 한류 드라마 부문에서는 ‘옥탑방 왕세자’가 최우수 작품상을 거머쥐었고, 우수 작품상은 ‘더킹 투하츠’에 돌아갔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촬영명소’ 종로, 관광명소로 키운다

    ‘촬영명소’ 종로, 관광명소로 키운다

    2002년 드라마 ‘겨울연가’부터 최근 ‘신사의 품격’까지 종로구가 TV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 각광받고 있다. 구는 지역 주민과 연계해 상권 활성화 전략을 가동하고 각종 관광상품을 개발하는 데 힘을 쏟기로 결정했다. 27일 종로구에 따르면 미국 할리우드에서 투자한 최초의 한국 영화 ‘런닝맨’에 지역 내 대표적 상업 거리인 관철동에서의 추격신이 담겼다. 구는 최근 원활한 영화 촬영을 위해 차량 통제와 주차 등의 행정 조치를 적극 지원했고 지역 상인회인 관철동 번영회도 현수막을 내거는 등 촬영에 힘을 실었다. 영화는 내년에 개봉된다. 첫사랑의 아련한 감성으로 올해 400만명의 관객 몰이에 성공한 영화 ‘건축학개론’에는 누하동의 한옥마을과 창신동의 골목길 등이 담겨 올가을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을 예정이다. 2007년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을 촬영했던 부암동의 산모퉁이 카페는 방문객들의 요청으로 갤러리와 카페를 겸한 공간으로 변신해 운영되고 있다. 부암동은 ‘제2의 삼청동’으로 불릴 만큼 아기자기한 소규모 카페들이 많이 생겨나 촬영 명소라는 점을 활용해 관광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대표적인 공간이 됐다. 최근 시청률 20%를 넘나들며 시청자에게 사랑을 받았던 ‘신사의 품격’의 촬영 장소인 원서동의 건축사무소 ‘공간’ 사옥은 이미 구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이 밖에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 ‘더킹’ 등에서 한양도성 성곽이 등장해 외국 관광객의 발길까지 이끌고 있다. 과거 대표적인 관광 명소는 북촌 한옥마을의 중앙고등학교로, 한류 열풍의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겨울연가’가 촬영된 곳이다. 이곳은 지금도 여전히 많은 일본 관광객이 찾고 있어 학교 앞 문구점이 연예인 사진을 파는 기념품 가게처럼 보이는 아이러니한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겨울연가 방영 후 북촌 한옥마을은 종로의 대표적 관광 명소로 부각돼 드라마 ‘개인의 취향’,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 등에도 등장했다. 김영종 구청장은 “최근 한류에 힘입어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TV 드라마나 영화 속 촬영지를 둘러보러 우리나라를 찾고 있는 만큼 주변의 관광 인프라와 연계한 각종 테마관광 코스와 체험 상품을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밝고 명랑한 건 유치해서 극사실 애니메이션 만듭니다…‘창’ 감독 연상호

    밝고 명랑한 건 유치해서 극사실 애니메이션 만듭니다…‘창’ 감독 연상호

    학원폭력을 통해 우리 사회의 계급문제를 건드린 19금(禁) 잔혹 스릴러 ‘돼지의 왕’(①)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최대 화제작이었다. 1억 5000만원의 저예산에 한 번, 실사영화가 아닌 애니메이션이란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 넷팩(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 한국영화감독조합상, 무비콜라주상을 휩쓸었다. 지난 5월 프랑스 칸영화제 감독주간에도 초청받았다. 한국 장편애니메이션으로는 처음. 이후 시드니영화제와 뉴욕 아시안필름 페스티벌을 찍고, 지난 9일 몬트리올 판타지아영화제에서 애니메이션 부문상인 사토시 콘 어워드를 수상했다. 첫 장편임을 감안하면 믿기지 않는 성과다. 여권에 출입국 도장 잉크가 마를 사이도 없을 텐데 연상호(34) 감독은 중편 애니메이션 ‘창’(②)을 뚝딱 만들었다. 오는 23·26일 CINDI(시네마디지털서울)영화제에서 공개되는 ‘창’은 최전방 철책근무를 서는 군부대에서의 구타사건을 다뤘다. 동시에 사이비 종교를 다룬 두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사이비’(③)의 대본을 끝냈다. ‘돼지의 왕’을 본 관객이라면 두 작품 모두 연상호답다며 고개를 끄덕일 것. 할리우드나 일본, 한국 애니메이션 어디에도 없던 소재를 어떤 실사영화보다 사실적인 터치로 표현하는 연 감독을 지난 16일 서울 명동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다짜고짜 일벌레 아니냐고 물었다. 그는 “무리를 해서라도 쉬지 않고 일을 맡아야 회사(스튜디오 다다쇼)가 굴러간다.”며 웃었다. “‘돼지의 왕’을 끝내고서 ‘사이비’까지 몇 달이 남더라. 예전에 내가 글을 쓰고 (‘습지 생태보고서’의) 최규석 작가가 그림을 그려 옴니버스 인권만화책에 실었던 ‘창’을 떠올렸다.”고 설명했다. 29분짜리 ‘창’은 자전적 이야기다. 군기가 ‘빡센’ 최전방 철책근무 부대에 ‘관심사병’ 홍영수 이병이 들어온다. 어느 날 홍 이병이 잔머리를 굴려 군장을 꾸린 사실이 적발돼 분대 전체가 얼차려를 받는다. 분대장 정철민 병장은 홧김에 구타를 하고, 홍 이병은 자살을 시도한다. 정 병장은 연 감독의 과거다. “제대 한 달 전까지 구보 인솔하고 군가 똑바로 안 부른다고 윽박지르고 그랬다. 그런데 고문관 이등병이 들어오면서 틀어졌다. 아무것도 안 하려던 친구에게 폭력이 가해졌고, 얼마 뒤 이등병은 자살을 기도했다. 그때 비로소 내가 틀릴 수도 있겠구나 싶더라.” # 최전방 철책, 구타, 자살시도… 선이 틀릴 수 있다는 걸 알리려고 관객은 피해자에게 연민을 느끼기 마련. 하지만 ‘창’은 반대다. 군대에 다녀온 남성관객이라면 자신도 모르게 정 병장에게 공감할지도 모른다. 연 감독은 “기존에 인권을 말하는 방식에 불만이 있었다. 가해자·피해자의 이분법적 구도가 싫었다. 거대 조직 혹은 시스템 속에서 가해자도, 피해자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때론 모두가 피해자”라고 말했다. 이어 “보통 인권 영화를 보는 사람은 자신은 착하다고 착각한다. 그런 면을 뒤집어 보고 싶었다. 당신이 가해자일 수도 있다고, 또 관객이 가해자가 되는 기분을 느껴 보게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그 사건으로 연 감독은 보름 동안 군 감옥에 갔다. 그는 “뒤늦게 후회했다. 조직 논리에 파묻힌 내가 선이라고 생각한 게 틀릴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또 조직에 충성한다고 해서 개인을 보호해 주지 않는다는 것도 깨달았다.”고 말했다. 군대(‘창’)와 학교(‘돼지의 왕’)란 배경은 다르다. 하지만 계급(혹은 권력)과 폭력, 먹이사슬의 하부구조인 약자끼리의 반목 등 감독의 주제의식은 여전하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권선징악이 명확한 구조보다는 옳고, 그름의 경계가 불분명한 딜레마 상황에 끌렸다.”면서 “밝고 명랑한 애니메이션은 유치하다고 생각했다. 하록선장(‘은하철도 999’에 나오는 애꾸눈 선장)의 극장판 ‘아르카디호의 비밀’이나 ‘에어리어88’, ‘아키라’, ‘공각기동대’ 같은 작품을 좋아했다.”며 웃었다. # 박찬욱·봉준호 정도가 아니면 파리 목숨… 아직은 실사보다 애니가 좋아 어린 시절부터 애니메이션의 꿈을 키웠지만 정작 대학에서는 서양화를 전공했다. 하지만 전공은 뒷전. 2학년 때 “‘야메’(뒷거래)로 (애니메이션 제작용) 프로그램을 익혀 가면서” 옥탑방과 친구 집 차고 등을 전전하며 습작을 했다. 데뷔작인 클레이(점토) 애니메이션 ‘D의 과대망상을 치료하는 병원에서 막 치료를 끝낸 환자가 보는 창밖 풍경’은 이처럼 가내수공업 방식으로 만들었다. 졸업 후 1년쯤 월급쟁이 애니메이터로 일하다 2004년 애니메이션 창작집단 스튜디오 다다쇼를 설립했다. ‘돼지의 왕’의 성공으로 9억원짜리 프로젝트가 된 ‘사이비’는 연상호 감독의 필모그래피에 또 하나의 방점을 찍을지도 모른다. “‘돼지의 왕’은 (표현수위가) 센 작품이란 생각을 안 했다. 하지만 ‘사이비’는 내가 봐도 세다. 잔혹한 진실을 일깨우는 쓰레기 같은 남자와 현실을 호도한 채 점점 나아질 거라고 거짓말을 하는 목사가 대립한다. 어떤 쪽에 감정을 이입할지 관객들이 헷갈릴 거다. 심지어 정의가 이기는데 그 결말을 받아들이기 당혹스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애니메이션의 약점으로 곧잘 스토리텔링(이야기)의 부재가 꼽힌다. 하지만 연 감독 작품은 실사로 더 어울린다는 평가를 들을 만큼 서사가 탄탄하다. 그는 “실사영화를 찍자는 제안도 받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박찬욱·봉준호 감독 정도가 아니면 영화 한 편을 온전히 통제하는 게 불가능하다. 애니메이션에는 대체할 수 있는 감독이 많지 않으니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지만, 내가 지금 실사영화를 찍는다면 투자·제작자에 휘둘리는 파리 목숨 신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애니메이션이 좋다. 실사로는 표현할 수 없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 감독이 꿈꾸는 큰 그림이 궁금했다. “(일본 만화가) 이토 준지의 작품 같은 공포·좀비물 등 장르영화를 하고 싶다. 사회파 감독으로 이미지가 굳을까 걱정이다. 소재를 제한받을 수도 있다. 지금도 내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같은 작품을 한다면 투자·제작자들은 ‘연상호가 변했어? 왜 그런 걸 해’라고 나올 텐데 그건 싫다는 얘기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