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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남북관계 악화 속 서해5도, 안보 넘어 평화를 꿈꾼다

    [르포] 남북관계 악화 속 서해5도, 안보 넘어 평화를 꿈꾼다

    인천에서 대청도로 가는 쾌속선을 탄 17일은 개성연락사무소 폭파 다음날이었다. 서해5도 중에서도 북한과 가장 가까이 붙어 있는 남북 긴장의 최전선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정작 대청도와 백령도는 외지인들의 값싼 호기심을 철저히 ‘배신’했다. 주민들은 여느때와 다름없이 고기를 잡으러 다니고 식당은 정상영업이다. 백령도에서 방문한 한 치킨집은 밀려드는 배달 주문으로 눈코뜰새 없었다. 정작 불안에 떠는건 외지인들이었다. 이경주 인하대 ‘평화와 법 센터’ 소장은 “남북긴장이 높아질 때마다 외신에서 ‘서울이 불안하다’는 뉴스를 내보낼때 우리가 느끼는 황당함과 하나도 다를게 없는 모습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서해5도만의 위험 감지법...중국어선의 역설 당초 인하대 평화와 법 센터와 함께 2박3일 일정으로 대청도·백령도를 방문하기로 한 건 한국전쟁 70년을 맞아 서해5도를 평화의 바다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상상력을 모색해 보자는 취지였다.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남북간 긴장이 이렇게 높아질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방문 며칠 전부터 상황이 급변했다. 2010년 연평도 포격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일행 가운데 4명은 출발 하루전에 일정을 취소했다. 대청도와 백령도 어민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긴장 속 서해5도”에서 더 멀어졌다. 대청도 어민들이 계속 강조한건 4년째 꽃게가 제대로 안잡혀 힘들다, 어장확대가 필요하다, 중국어선 불법조업을 막아달라, 그리고 8월 시행을 앞둔 어선안전조업법에 대한 분노였다. 김영호 대청도 어촌계장은 “당장 꽃게잡이가 안되어 빌어먹게 생겼는데 개성공단 얘기는 먼 얘기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백령도 어민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얼핏 무심한듯 둔감한듯 보이는 건 주민들이 자포자기했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갖가지 전쟁위기와 불안 속에서도 묵묵히 버티며 살아온 주민들은 외지인들은 쉽게 느끼기 힘든 그들만의 위험수준 평가법이 있다. 허선규 인천해양도서연구소장은 “남북간에 뭔가 큰 일이 일어난다 싶을때는 어김없이 중국 어선이 사라진다”면서 “서해5도 주민들은 중국어선에 불만이 많으면서도 막상 중국어선이 보이지 않으면 불안해 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에게 중국어선은 원흉인 동시에 경고등 구실도 하는 역설적인 존재인 셈이다. 대청도에서 만난 김형도 옹진군의원은 “주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내색은 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접경지역에서 살아온 영향이 있다”고 귀띔했다. 남편을 따라 대청도로 이사온지 22년차라는 류석자씨는 “서해5도 주민들은 총알받이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다”면서 “개성연락사무소 폭파 뉴스가 나오자 시아버지가 ‘애미야 언제 피난갈지 모르니까 밥 많이 해놔라’ 그러시더라”고 밝혔다. 서해5도 주민들은 지난 70년간 외풍에 시달렸다. 북쪽에서 불어오기도 하지만 서울과 인천시, 때론 옹진군에서 불어오는 일도 다반사다. 2007년 10·4공동선언이 서해 평화협력지대를 합의하고, 2018년 4월 판문점선언에서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실제적인 대책”을 세우기로 했다지만 훈풍보단 삭풍이 더 많았다.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과 2012년 대선 당시 ‘NLL포기 논란’은 외풍에 시달리는 서해5도를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연평도 포격은 백령도와 대청도에도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 대청도 농여해변은 바위와 자갈만 남아있었다. 대청도에서 문화해설사로 활동하는 김옥자씨는 “농여해변은 우리 대청도에서도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곳이었다”면서 “해변에 군사시설 공사를 하고 나서부터 그 많던 모래가 다 쓸려나갔다”고 안타까워했다. 백령도는 산봉우리보다 높게 솟은 군사시설과 콘크리트로 섬을 둘러친 참호가 눈살을 찌뿌리게 한다. 안보 불안은 곧 생계 걱정  주민들에게 ‘안보’란 정확히 ’생계’와 반비례 관계다. 안보가 사람들 입에서 오르내리면 당장 생업에 제약을 받는다. 특히 NLL과 중국어선 문제만큼 평화가 곧 경제라는 걸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도 없다. 남과 북이 긴장과 갈등 속에 시간만 보내는 사이 황금어장은 20여년 전부터 중국어선에 거덜 나고 있었다. 특히 4년째 꽃게가 제대로 안잡히는 대청도 어민들은 “중국어선이 꽃게 싹쓸이하고 갖가지 쓰레기를 무단투기하니 꽃게가 남아나겠느냐”고 호소했다.  박삼용 인천해경 대청파출소장은 “중국어선이 한창 몰려올 때는 섬 하나가 바다를 떠다니는 것 같았다”면서 “중국어선 한 척에서 홍어만 10톤을 압수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신현일 인천해경 백령파출소장은 “우리가 출동하면 NLL 북쪽으로, 북측에서 출동하면 NLL 남쪽으로 도망가기 때문에 단속 자체가 쉽지 않다”면서 “중국어선들을 눈앞에서 지켜봐야 하는 어민들로선 불만이 안 생길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평화와 생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방법은 없을까. 일각에서는 남북 간 긴장 완화뿐 아니라 중국어선의 남획을 막을 수 있다는 차원에서 남북 공동어로구역을 고민하고 있다. 이석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홍해(요르단-이스라엘), 통킹만(베트남-중국), 북해(아일랜드-영국) 등 국가간 합의를 통해 평화수역을 만든 사례가 여럿 있다”면서 “지금 같은 때일수록 과감한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태헌 백령도 선주협회장은 “백령도와 장산곶 사이에 남북공동어로구역이 생기면 중국어선이 들어오는 길목을 막을 수다. 현재 백령도 북쪽으로는 해안에서 800m 바깥으론 조업을 못하도록 돼 있는데 어장이 확대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대청도 어민 역시 “야간조업을 못하는 바람에 손해를 많이 본다”면서 “남북간에 사이가 좋아지면 어장확대도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백령도에서 인천으로 가는 여객선을 타기 전에 짬을 내서 두무진을 방문했다. 기암괴석으로 유명한 이 곳에선 한반도에서 중국과 가장 가깝다는 장산곶이 보인다. 두무진에서 장산곶은 16㎞밖에 안된다. 그에 비해 대청도와 인천은 직선거리로 170㎞나 된다. 육지까지 거리만 놓고 보면 제주도나 울릉도보다도 더 멀다. 얄궂게도 인천시 옹진군에 속한 대청도와 30㎞밖에 안되는 북한땅은 황해남도 옹진군이다. 70년을 안보에 포획된 이 섬이 평화를 위한 전진기지로 거듭날 수 있을까. 판문점선언 자체가 2년만에 폐기될지 모른다는 불안이 흐르는 와중에 해경 관계자한테서 들었던 “오늘도 중국 어선이 보여서 다행”이라는 역설을 곱씹는다. 대청도·백령도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日 여자농구 러브콜 다시 받은 ‘한국 1호’ 여성 감독

    日 여자농구 러브콜 다시 받은 ‘한국 1호’ 여성 감독

    李감독 시절 이후 우승 못한 명문팀 “우선 베스트4에 들어가는 게 목표…日 생활 유종의 미 거두면 큰 영광”한국 여자프로농구 최초의 여성 사령탑이었던 이옥자(68) 전 구리 KDB생명(현 부산 BNK) 감독이 15년 만에 일본여자농구(WJBL) 샹송화장품의 지휘봉을 다시 잡았다.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줄 알았던, 고희(古稀)를 목전에 둔 그를 코트가 다시 불러낸 까닭은 무엇일까. 샹송화장품은 지난 2일 이 감독을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2019~20시즌 전체 12개 팀 가운데 6위에 그친 샹송화장품은 지난달 계약이 종료된 정해일 감독의 후임을 물색해 왔다. 샹송화장품은 전일본선수권 10회 우승, WJBL(전신 W리그 포함) 16회 우승을 자랑하는 일본 여자농구의 전통 명문이지만 이 감독 시절인 2004~05시즌, 2005~06시즌 2시즌 연속 우승을 마지막으로 우승 트로피가 없다. 따라서 이 감독의 재선임은 과거의 화려했던 영광 재현에 대한 열망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이 감독 본인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인사(人事)였음을 토로했다. 그는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제안을 받고 처음에는 놀랐다”며 “하지만 일본에서의 생활이 샹송에서부터 시작됐다. 샹송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다면 큰 영광이라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전력이 열세이지만 잠재력을 가진 선수가 많다. 우선 베스트4에 들어가고 싶다”며 15년 전 못지않은 열정을 분출했다. 이 감독은 1970년대 한국 여자농구의 간판 가드였다. 숭의여고와 상업은행, 샹송화장품 등에서 뛰었으며 국가대표로 1974년 테헤란 아시안게임 은메달을 땄다. 샹송화장품에서 선수 겸 코치로 활약하다 1979년 유니폼을 벗은 뒤 신용보증기금 코치, 숭의여고 감독, 용인대 감독을 거쳐 다시 일본으로 건너갔다. 2001년부터 3년간 후지쓰 사령탑에 선임돼 WJBL 1부 리그 최초의 여성 사령탑에 올랐던 이 감독은 이후 샹송화장품의 지휘봉을 잡고 팀을 리그 정상으로 이끌었다. 당시 하은주가 샹송화장품에서 뛰었다. 2006~07년 한국 국가대표팀 코치를 맡으며 한국으로 돌아온 이 감독은 2012년 KDB생명 지휘봉을 잡았다. 1998년 출범한 한국 여자프로농구의 첫 여성 감독이었다. 1982년 박신자 감독이 신용보증기금을 지휘했지만 실업팀이었다. 그러나 성적 부진으로 한 시즌 만에 자진 사퇴하며 국내 첫 여성 농구 감독으로서 짧은 커리어를 남긴 이 감독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WJBL 아이신을 지휘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우승이여 다시 한 번’ 이옥자 감독, 고희 앞두고 日샹송과 15년 만의 재회

    ’우승이여 다시 한 번’ 이옥자 감독, 고희 앞두고 日샹송과 15년 만의 재회

    2000년대 중반 샹송 지휘하며 일본 여자농구 2시즌 연속 우승이 감독 떠난 이후 리그 우승 경험못한 샹송 이 감독에 ‘러브콜’일본 여성 1부리그에 이어 한국 여자프로농구 첫 女감독 기록한국 여자프로농구 최초의 여성 사령탑이었던 이옥자(68) 전 구리 KDB생명(현 부산 BNK) 감독이 15년 만에 일본여자농구(WJBL) 샹송화장품 지휘봉을 다시 잡았다.샹송화장품은 2일 구단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이 감독을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2019~20시즌 전체 12개 팀 가운데 6위에 그친 샹송화장품은 지난달 계약이 종료된 정해일 감독의 후임을 물색해 왔다. 샹송화장품은 전일본선수권 10회 우승, WJBL(전신 W리그 포함) 16회 우승을 자랑하는 일본 여자농구의 전통 명문이지만 이 감독 시절인 2004~05시즌, 2005~06시즌 연속 우승을 마지막으로 우승 트로피가 없다. 이 감독의 선임은 영광 재현에 대한 열망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이 감독은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제안을 받고 처음에는 놀랐다”면서 “하지만 일본에서의 생활이 샹송에서부터 시작되었고, 샹송애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다면 큰 영광이라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전력이 열세이지만 잠재력을 가진 선수가 많다. 우선 베스트4에 들어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1970년대 한국 여자농구의 간판 가드였다. 숭의여고와 상업은행, 샹송화장품 등에서 뛰었으며 국가대표로 1974년 테헤란 아시안게임 은메달을 땄다. 샹송화장품에서 선수 겸 코치로 활약하다 1979년 유니폼을 벗은 뒤 신용보증기금 코치, 숭의여고 감독, 용인대 감독을 거쳐 다시 일본으로 건너갔다. 2001년부터 3년간 후지쓰 사령탑에 선임돼 WJBL 1부 리그 최초의 여성 사령탑에 올랐던 이 감독은 이후 샹송화장품의 지휘봉을 잡고 팀을 리그 정상으로 이끌었다. 당시 하은주가 샹송화장품에서 뛰었다. 2006~07년 한국 국가대표팀 코치를 맡으며 한국으로 돌아온 이 감독은 2012년 KDB생명 지휘봉을 잡았다. 1998년 출범한 한국 여자프로농구의 첫 여성 감독이었다. 1982년 박신자 감독이 신용보증기금을 지휘했지만 실업팀이었다. 그러나 성적 부진으로 한 시즌 만에 자진 사퇴하며 국내 첫 여성 농구 감독으로서 짧은 커리어를 남긴 이 감독은 2014~16년 WJBL 아이신을 지휘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부고]

    ●민영철씨 별세 민은경·민선아·민선영씨 부친상 이규필(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최판균(금융감독원 생명보험검사국 수석검사역)·고영근(동원에프엔비 유가공본부 제주지점장)씨 장인상 24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6일 (02)3010-2294 ●김옥자씨 별세 강인숙·강지숙·강원숙·강진일(KB손보 고객센터장)·강미나씨 모친상 김영섭(사업)·박순녕(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 부장)·김민승(바른몸한의원 원장)씨 장모상 정지영(약사)씨 시모상 23일 분당서울대병원, 발인 25일 오전 9시 (031)787-1501
  • [부고] 이정세씨 별세, 박순녕씨 장모상, 최판균씨 장인상

    ●이정세(전 경향신문 편집국 부국장)씨 별세, 이연호(영화 프로듀서)씨 부친상, 이영준(전 대주건설 대표)씨 형님상, 23일 오전 11시 30분, 일산백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 발인 25일 오전 10시. 031-910-7444 ●김옥자씨 별세, 강인숙·강지숙·강원숙씨·강진일(KB손보 고객센터장)·강미나씨 모친상, 김영섭(사업)·박순녕(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 부장)·김민승(바른몸한의원 원장)씨 장모상, 정지영(약사)씨 시모상, 23일 오후 5시30분, 분당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 발인 25일 오전 9시. 031-787-1501 ●민영철씨 별세, 민은경·민선아·민선영씨 부친상, 이규필(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최판균(금융감독원 생명보험검사국 수석검사역)·고영근(동원에프엔비 유가공본부 제주지점장)씨 장인상, 24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4호실, 발인 26일. 02-3010-2294
  • ‘센 캐’로 돌아온 전도연… “봉 감독님한테 사심(?) 있어요”

    ‘센 캐’로 돌아온 전도연… “봉 감독님한테 사심(?) 있어요”

    태연하게 살인까지 하는 ‘연희’ 맡아 “아카데미 보다가 놀라 ‘악’ 소리 질러 봉준호 감독과 새로운 작업 하고싶어”우리에게 배우 전도연(47)의 연기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밀양’(2007)과 최근작 ‘생일’(2018)에서는 아이를 잃은 엄마, ‘너는 내 운명’(2005)의 다방 종업원, ‘스캔들’(2003)의 ‘열녀’까지 다종다양한 연기를 그만의 방식으로 소화해 냈다. ‘밀양’으로는 한국 배우 최초로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새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개봉에 부쳐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한국 영화 ‘기생충’의 승전보 여운이 가시지 않은 터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축하한다는 말도 안 나오더라고요. 너무 놀라워서.”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며 ‘악’ 소리를 질렀다는 그는 이어 말했다. “모든 배우와 감독들한테 문이 하나 열린 거죠. 그것에 대한 기대와 꿈, 희망이 모두에게 있을 거예요.” 거액의 돈 가방을 놓고 쫓고 쫓기는 이들의 아귀다툼을 그린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전도연은 과거를 지우고 새 인생을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연희 역을 맡았다. ‘전도연’ 이름을 보고 영화 관람을 선택한 이들은 한동안 갸웃할 듯도 하다. 영화 중반부까지 그가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극중 태영(정우성 분)의 사라진 연인으로 이름만 오르내리다 강렬하게 등장한다. 다른 인물들에 비해 이전 삶의 궤적도 잘 보이지 않는다. “지금 보이는 연희가 곧 과거의 연희일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녀가 저지르는 모든 것들이 처음이 아닌, 과거에도 그렇게 살아왔던 거죠.” 전도연의 과거 필모그래피에 비춰 봐도 연희는 독특한 지점이 있다. 돈 가방을 손에 쥐기 위해 살인도 마다 않는 연희는 그의 전매 특허인 내면 연기에 기댄다기보다는 장르적인 쾌감이 큰 캐릭터다. 살인을 하면서도 표정은 태연한 연희다. “딱히 감정 이입도 안 하고, 상황을 즐겼던 거 같아요. 연희가 놓인 상황이 아닌, 그런 연희를 연기하는 제 자신을 즐겼어요.” 스포일러가 될까 더 상세히 말할 순 없지만, 사람을 더 잘 죽이기 위해(?) 몸을 트는 전도연의 모습을 보고 김용훈 감독은 “연희스러워서 재밌다”면서 매우 만족해했다. 그가 연희를 선택한 데는 그간 사연 많은 인물, 무거운 소재, 심각한 내면 연기를 해온 데 대한 반작용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그런 것들로 돌아갈 수 있고, 피할 수 있으면 피하기도 하겠지만 다양한 장르를 하고 싶다”는 바람을 꺼낸 전도연은 데뷔 30년을 맞은 올해도 다양한 시도를 한다. 항공재난을 소재로 한 한재림 감독의 영화 ‘비상선언’에 송강호·이병헌과 함께 출연을 결심한 것도 같은 이유다. “블록버스터에 전도연이 나온다는 건 의외의 캐스팅이죠. 그런 영화엔 큰 캐릭터가 없잖아요. 사건이 중심이고요. 저한테도 이런 작품이 들어오는구나 싶어서 신기했어요.” 함께 작업해 보지 않은 감독들과 새로운 작업에 도전해 보고픈 욕망도 크다. 봉준호 감독도 1순위다. 봉 감독은 영화 ‘옥자’를 준비할 때 만난 일이 있다. 미팅 제안에 ‘옥자’에 출연하는 건가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영화 ‘하녀’에 같이 출연했던 아역 배우(안서현 분) 얘길 듣고 싶었던 거였다. “감독님이 사심 없이 ‘언젠가 작품하자’고 하더라. 난 사심이 있는데”라며 예의 기분 좋은 눈웃음을 지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박물관 건립은 제가 죽은 후에…” 또 빵 터뜨린 봉준호

    “박물관 건립은 제가 죽은 후에…” 또 빵 터뜨린 봉준호

    동시대 얘기라 폭발력 가진 거라 짐작 팀워크로 오스카 열정 게릴라전 펼쳐 마틴 스코세이지 ‘조금만 쉬라’며 편지 “여기서 제작발표회를 한 지가 1년이 돼 가려고 합니다. 영화가 긴 생명력을 가지고 세계 이곳저곳을 다니다가 마침내 다시 여기 오게 돼서 기쁩니다. 참, 기분이 묘하네요.”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기자들과 만난 봉준호 감독은 지난해 4월 같은 곳에서 열린 ‘기생충’ 제작발표회를 회상하며 말문을 열었다. 영화는 그사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데 이어 비영어권 영화 최초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과 함께 4관왕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이날 대단원의 마무리를 위해 ‘기생충’의 주역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봉 감독을 비롯해 제작자인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 배우 송강호·이선균·조여정·이정은·장혜진·박명훈·박소담,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감독이다.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오스카 캠페인을 결산하며 봉 감독은 “열정으로 뛴 게릴라전”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는 “저와 강호 선배님이 코피를 흘릴 일이 많았다”며 “정확하게 세어 보진 않았지만 인터뷰 600회 이상, 관객과의 대화 100회 이상”이라고 밝혔다. 로스앤젤레스(LA) 시내 한복판의 거대한 광고판, 잡지 등에 전면 광고를 내보내는 거대 스튜디오에 대항해 “아이디어로 똘똘 뭉친 북미 배급사 네온, CJ, 바른손, 배우들 팀워크로 물량의 열세를 커버했다”는 것이다.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1999) 이후 꾸준히 빈부 격차를 소재로 삼았던 봉 감독은 유독 ‘기생충’이 전 세계적 반향을 얻은 것에 대해 나름의 답변을 내놨다. 괴물이 활보하거나(‘괴물’·2006), 미래 기차가 나오는(‘설국열차’·2013) SF적인 이야기가 많았다면 이번엔 “동시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얘기를 배우들의 앙상블로 표현해 더 폭발력을 가진 게 아닌가 짐작해 봤다”고 말했다. ‘번아웃’을 염려하는 질문에는 “2017년 ‘옥자’가 끝났을 때 이미 번아웃 판정을 받았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이날 아침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에게서 날아온 편지 내용을 소개했다. “마지막 문장에 ‘그동안 수고했고, 좀 쉬어라. 대신 조금만 쉬어라. 나도 그렇고 다들 차기작을 기다리니까’라고 쓰셨어요. 감사하고 기뻤습니다.” 정치권의 생가 보전, 박물관 건립 등의 논의에 대해서는 “제가 죽은 후에 해 주셨으면…”이라고 답해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최근 나오는 ‘포스트봉준호법’ 등 영화법 개정 논의에는 “1980~1990년대 큰 붐을 이뤘던 홍콩영화가 어떻게 쇠퇴해 갔는지에 대한 기억을 (우리는) 선명하게 갖고 있다”며 “워낙 많은 재능(독립영화)이 이곳저곳에서 꽃피고 있기 때문에 (영화) 산업과의 기분 좋은 충돌이 일어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봉준호 “마틴 스콜세지 감독, 시상식 후 편지 줬다”(기생충 기자회견)

    봉준호 “마틴 스콜세지 감독, 시상식 후 편지 줬다”(기생충 기자회견)

    ‘기생충’ 봉준호 감독이 마틴 스콜세지 감독에게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 편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1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제작 바른손이엔에이) 기자회견에는 봉준호 감독, 배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박명훈, 곽신애 바른손이엔에이 대표,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감독이 참석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미국 CNN, 뉴욕타임스, 영국 BBC, 가디언즈, 로이터 동신 주요매체를 포함해 일본, 미국, 홍콩, 중국, 싱가포르, 그리고 유럽 매체 등 외신 38개를 포함, 총 500여 명의 취재진이 모였다. 봉준호 감독은 “오늘 아침에 마틴 스콜세지 감독님의 편지를 받았다. 저로선 영광이었다. 개인적인 내용이라 다 말하긴 뭐하지만 ‘수고했고 좀 쉬라’고 하더라. 그런데 ‘조금만 쉬어라. 나도 그렇고 차기작을 기다리니 조금만 쉬고 빨리 일하라’고 하시더라”고 웃으며 말했다. 앞서 봉준호 감독은 9일(현지시각) 미국 LA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받았을 때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말을 언급하며 그에게 존경을 표해 큰 박수를 받은 바 있다.2015년부터 ‘기생충’ 프로젝트를 시작한 봉준호 감독은 “‘옥자’ 끝나고 번아웃 판정을 받았지만 ‘기생충’을 하고 싶어서 없는 기세를 긁어모아 작품을 찍었고, 촬영 기간보다 긴 오스카 캠페인을 마치고 마침내 편안해지고 끝이 난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고 전했다. 이어 “곽신애 대표와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이 2015년 초였다. 긴 세월인데 행복한 마무리가 되는 것 같아서 기쁘다”라며 “노동을 정말 많이 한 것은 사실이라 쉬어볼까 생각 중인데 마틴 스콜세지 감독님이 오래 쉬진 말라고 하셔서 조금만 쉬어야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송강호는 “지난 6개월간 최고 예술가들과 호흡하고 대화를 나누고, 작품을 함께 봤다. 내가 아니라 타인들이 얼마나 위대한지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저 자신이 작아지는 느낌이었고, 그만큼 위대한 예술가를 통해 많은 것을 느꼈다”고 벅찬 감동을 전했다. 이선균 또한 “너무 벅찼다. 4개 부문 상을 받고 보니까 아카데미가 큰 선을 넘은 것 같았다. 편견 없이 우리 영화를 좋아하고 응원해주신 아카데미 회원들에게 감사하다”면서 “영어 공부를 해야겠다는 동기부여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곽신애 대표는 “처음 오스카에게 가서 작품상까지 받았는데, 작품상은 한 개인이라기보다 이 작품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린 모든 분에게 영광과 기쁨이 되는 상”이라고 강조했다.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네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한국영화 최초로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제77회 글로브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제73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 장편상을 수상해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 영화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인 역사를 썼다. 올해 아카데미에서 최다 수상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작품상 수상은 비(非)영어 영화로는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다. 또한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가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까지 석권한 것은 ‘잃어버린 주말’(감독 빌리 와이더·1946), ‘마티’(감독 델버트 맨·1955) 이후 ‘기생충’이 세 번째다. 또 봉준호 감독은 아시아 감독으로는 ‘브로큰백 마운틴’(2006) 이안 감독 이후 처음으로 역대 두 번째 수상자가 됐다. 또한 ‘기생충’은 아시아 영화로는 아카데미 최초로 ‘각본상’을 수상했다. 더불어 비영어 영화로는 아카데미 역사상 6번째 각본상을 수상하게 됐다. 지금까지 각본상을 받은 비영어 영화는 ‘그녀에게’(2002) 이후 18년 만이다. 국제영화상 역시 아시아 영화로는 ‘와호장룡’(2001)이후 19년 만에 수상을 하게 됐다. 아카데미 수상 후 ‘기생충’은 박스오피스 수입이 크게 증가하는 ‘오스카 효과 ’를 누리고 있기도 하다. 지난 주말 ‘기생충’은 북미 극장가에서 550만 달러(한화 65억원) 입장권 판매 수익을 거뒀다. 전 주말과 비교해 234% 증가했다. ‘기생충’은 아카데미 수상 이후 7일간 북미에서만 104억원을 벌어들였고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 판매 수익도 늘어 1905억을 기록했다. 국내 일부 극장에서도 아카데미 수상을 기념해 ‘기생충’을 재개봉했다. 현재까지 누적관객수 1025만 1245명을 동원했다. 또한 ‘기생충 : 흑백판’도 26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기생충’ 국내외서 증식 중…재개봉 열풍으로 외국서도 흥행몰이

    ‘기생충’ 국내외서 증식 중…재개봉 열풍으로 외국서도 흥행몰이

    지난 10일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4관왕을 받은 봉준호 영화 ‘기생충’이 국내외에서 인기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 재개봉하고, 봉 감독 전작들마저 재조명되는 등 ‘아카데미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아카데미 수상 직후 국내에서 재개봉한 ‘기생충’은 개봉 스크린 수가 10일 73개에서 11일 109개, 12일 132개로 늘었다. 이에 비례해 좌석판매율도 11.9%에서 25.8%, 36.8%로 껑충 뛰었다. 좌석판매율 36.8%는 현재 개봉 영화 가운데 가장 높다. 10일 기준 1010만 300여명이었던 누적관객수는 12일 1012만 1300여명을 돌파했다. 박스오피스 순위도 9위에서 11·12일 이틀 연속 5위를 차지했다. 특히, 실시간 예매율이 3위여서 당분간 ‘기생충’ 바람이 계속 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오는 26일에는 흑백판이 개봉하며 인기를 이어갈 예정이다. 북미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북미에서 첫선을 보인 ‘기생충’은 개봉 123일 만인 지난 10일 아카데미 주요 부문 수상 소식과 함께 북미 박스오피스 ‘톱5’에 진입했다.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기생충’은 시상식 다음 날인 10일 50만 1222달러(5억 9000만원) 매출을 올렸다. 아카데미 시상식 전날보다 15.6%, 전주보다 무려 213.3%나 늘어난 액수다. 박스오피스 순위도 12위에서 4위로 껑충 뛰었다. 미국 개봉 후 가장 높은 순위다.CGV LA에서는 지난 11일 하루 동안 좌석점유율이 80.0%, 2호점인 CGV 부에나 파크에서는 50.4%를 기록하며 아카데미 수상 효과를 입증했다. 두 지점은 ‘기생충’ 상영 회차를 늘리고 있다. 영국에선 개봉 첫 주말인 7~9일 약 140만 파운드(21억 4300만원)를 벌어들여 4위로 출발했다. 영국에서 개봉한 외국어 영화 오프닝 성적으로는 역대 최고다. 일본에서도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 3위에 올랐다. ‘기생충’ 일본 내 누적 매출이 현재 약 16억엔(171억원)에 이른다. 이미 개봉한 나라에서도 재개봉으로 관객을 다시 부른다. CJ ENM 베트남 법인은 오는 17일 베트남 62개 CGV 베트남 극장에서 영화를 다시 상영한다. 앞서 지난해 6월 첫선을 보인 ‘기생충’은 역대 베트남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 가운데 가장 많은 관객을 모았다. 이밖에 터키가 7일 29개 CGV 극장에서 재개봉했다. CGV 측은 “기생충 좌석판매율이 다른 영화 대비 9% 포인트 정도 높고, 온라인 예매율도 전체 영화 평균 예매율 대비 두 배 정도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11일 30개 CGV 인도네시아 극장에서 재개봉한 ‘기생충’은 당일 CGV 인도네시아 무비차트 3위, 12일 1위로 올라섰다. CGV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좌석판매율이 32%에 이를 정도로 높다. 재개봉을 포함하면 누적 관객이 5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봉 감독의 전작들을 재조명하는 움직임도 있다.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 토마토는 봉 감독 전체 영화를 ‘토마토미터’(영화평점) 순위로 살펴보는 글을 실었다. ‘기생충’이 99%로 최고평점을 받았고, ‘마더’(96%), ‘설국열차’(95%), ‘괴물’(93%), ‘살인의 추억’(90%), ‘옥자’(86%), 외국 합작 옴니버스 영화 ‘도쿄!’(76%) 등 순이었다. 뉴욕타임스는 봉 감독 전작들을 소개하며 “봉 감독이 자신의 영화를 한 가지 범주에 넣는 것을 끊임없이 거부해왔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봉 감독의 일곱 장편 영화는 모두 스트리밍 해서 볼 수 있다”고 썼다. 한편, ‘기생충’ 북미 배급사 네온은 봉 감독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데 큰 공을 세운 ‘살인의 추억’을 북미에서 재개봉하겠다고 밝혔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봉준호 아내는 작가, 아들은 봉효민 감독…객석에서 ‘눈물’

    봉준호 아내는 작가, 아들은 봉효민 감독…객석에서 ‘눈물’

    봉준호 감독의 아내와 아들이 아카데미 시상식 객석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공개되며 주목받고 있다. 미국 LA 타임스는 지난 10일(한국시각) 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이 작품상 수상작으로 호명되자 펑펑 눈물을 흘리는 봉준호 감독 아내 정선영 씨와 아들 봉효민 씨의 모습을 포착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 배우진이 무대 근처 앞쪽의 객석에 자리한 가운데, 그의 아내와 아들은 미국 배급사인 네온 관계자 등과 함께 객석 1층 뒤편에 자리를 잡았다. 작품상 시상자로 나선 배우 제인 폰다가 “수상작은 기생충”이라고 발표하자 봉준호 감독의 아내와 아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섰고 서로 부둥켜 앉으며 기쁨을 나눴다. 시상식이 끝난 뒤 봉준호 감독이 아내를 끌어안으며 감격을 나누는 모습도 포착됐다.이날 작품상을 비롯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까지 4관왕의 쾌거를 이룬 봉준호 감독은 처음으로 각본상을 받고 “시나리오를 쓴다는 게 사실 고독하고 외로운 작업”이라며 “언제나 많은 영감을 주는 아내에게 감사하다”고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이후 봉준호 감독의 아내에게도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봉준호 감독의 아내는 시나리오 작가 출신의 정선영 씨. 봉 감독의 초기 단편영화 ‘지리멸렬’(1994)에 편집 스태프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살인의 추억’ 성공 전까지 생활고 겪었던 봉준호 감독 부부 두 사람은 1995년 결혼했다. 부부는 봉 감독이 영화 ‘살인의 추억’(2003)을 찍기 전까지 수입이 적어 생활고를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봉 감독은 과거 인터뷰에서 아내와의 만남에 대해 “대학교 영화동아리에서 영화광인 아내를 만났다”며 “아내는 나의 첫 번째 독자였다. 대본을 완성하고 그녀에게 보여줄 때마다 너무 두려웠다”고 고백했다. 아내 정씨는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남편의 영화 활동을 지지해줬다. 대학 동기에게 쌀을 얻어먹었다고 밝힌 봉 감독은 “1998년에 아내에게 올 한 해 1년만 달라고 했다. 1년 치 생활비 모아둔 돈이 있으니 1년만 나는 올인하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아내가 ‘좋다. 못 먹어도 고’라고 답했다”고 밝혔다.이후 봉 감독은 2000년 ‘플란다스의 개’로 장편 데뷔해 2003년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살인의 추억’으로 처음 대중적인 성공을 거뒀다. 이후 ‘괴물’ 등이 연이어 성공하며 흥행이 보장된 스타 감독 반열에 올랐다. 아버지와 같은 길 걷는 아들 봉효민 감독 봉 감독과 정씨 사이에는 아들 봉효민 씨가 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영화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2017년 YG엔터테인먼트 자회사 YG케이플러스의 웹무비 프로젝트 에피소드 중 하나인 ‘결혼식’을 연출했고 ‘1987’ ‘골든슬럼버’ ‘PMC:더벙커’ ‘옥자’ ‘리얼’ 등에 참여했다. 봉 감독의 아들이라는 데에서 오는 불가피한 후광이나 오해를 피하기 위해 성을 제외한 ‘효민’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오스카 4관왕 숟가락 얹기?…대구에 봉준호박물관 건립

    오스카 4관왕 숟가락 얹기?…대구에 봉준호박물관 건립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11일 “대구신청사 옆 두류공원에 ‘봉준호 영화박물관’을 건립해 대구신청사와 함께 세계적인 영화테마 관광메카로 만들겠다”고 나섰다. 강 의원은 “봉준호 감독은 1969년 대구에서 태어나 저의 이웃 동네에서 학교를 다녔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봉준호 영화박물관 건립을 제안하면서 “이탈리아 토리노에는 국립영화박물관이 있어 예술산업도시로 명성이 높다”며 “대구가 봉준호 감독의 고향인 만큼 아카데미 수상을 계기로 영화박물관을 설립해 영화를 문화예술 도시 대구의 아이콘으로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구는 국회의원 출신 고(故) 강신성일 배우와 가수 김광석, BTS 멤버인 뷔, 슈가 등 걸출한 문화예술인을 배출했다고 설명했다. 대구의 문화테마관광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김광석 거리는 그의 삶과 노래를 주제로 한 다양한 벽화와 작품으로 재탄생시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으며, 대구 두류공원에서는 매년 7월 대구포크페스티벌도 열린다고 강조했다. 봉 감독은 지난 2017년 영화 ‘옥자’ 개봉 당시 대구 만경관의 관객인사에서 어릴적 대구에서의 추억을 언급하며, “앞산 케이블카도 타고, 수성못에서 스케이트도 탔다. 어릴 때 만경관과 아카데미 극장에서 ‘로보트 태권브이’ 영화를 봤던 기억도 있다”며 감회를 밝히기도 했다. 봉 감독은 3학년까지 대구 남도초등학교를 다닌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후 서울 잠실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는 지난 2006년 영화 ‘괴물’의 제작보고회에서 한강 다리 위의 괴물을 목격한 경험담에 대한 질문에 “그 에피소드가 티저 예고편에서 알려져셔 감독이 고등학교 때 본드 흡입한 거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던데 그런 적은 없고 난 착실한 모범생이었다”며 “살던 집이 잠실 장미아파트라 잠실대교 방향이 방 창문으로 보였는데 고등학교 때 창밖을 보며 멍하게 있는 시간이 많아 검은색 물체가 수직 방향으로 올라가다가 퐁 하고 한강으로 떨어지는 걸 분명히 봤다”고 말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흔쾌히 제작 수락한 곽신애 대표… 뉘앙스 묘미 살린 번역가 파켓

    흔쾌히 제작 수락한 곽신애 대표… 뉘앙스 묘미 살린 번역가 파켓

    영화 ‘기생충’이 거둔 쾌거의 일등 공신은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 등 출연 배우들이지만 스크린 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물심양면 힘을 보탠 숨은 조력자들의 공로도 빼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 ‘기생충’이 세상에 나오고, 해외에서 주목받기까지 여성 제작자의 공이 컸다. 제작사인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는 2015년 봉 감독이 건넨 15쪽짜리 시놉시스를 보고 흔쾌히 제작을 수락했다. 1990년대 영화전문잡지 ‘키노’ 창간 멤버 출신인 곽 대표는 영화사 LJ필름, 신씨네 등에서 마케팅 업무와 프로듀서를 거쳐 2015년 바른손이앤에이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후 강동원 주연 영화 ‘가려진 시간’(2016)과 ‘희생부활자’(2017·공동제작)를 제작했다. 영화 ‘친구’의 곽경택 감독이 오빠이고, ‘은교’의 정지우 감독이 남편이다.봉 감독과 함께 아시아계 최초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한 한진원 작가는 ‘기생충’이 첫 시나리오 작품이다. ‘옥자’(2017)의 연출부로 봉 감독과 처음 만난 한 작가는 3개월 동안 반지하방이 많은 동네의 사진을 찍고 가정부·운전기사 인터뷰 등 사전 취재를 했다. 극중 기택(송강호 분)의 대사인 “38선 아래로는 골목까지 훤합니다”, “이것은 일종의 동행이다”와 기우(최우식 분)의 대사 “실전은 기세야 기세”가 한 작가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독도는 우리 땅’을 개사해 화제를 낳았던 ‘제시카송’의 일부도 한 작가가 썼다.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제작된 ‘기생충’이 국제영화상을 넘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까지 거머쥘 수 있었던 데는 봉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1인치의 장벽”인 자막의 한계를 허문 다시 파켓의 번역이 한몫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에서 20년 넘게 자막 번역과 영화평론가로 활동해 온 파켓은 극중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어 끓인 ‘짜파구리’를 라면과 우동을 합친 ‘람동’으로, 송강호의 대사에 등장하는 ‘서울대 문서위조학과’를 ‘옥스퍼드대’로 바꾸는 등 외국 관객이 이해하기 쉬운 표현과 뉘앙스를 제대로 구현했다.각종 해외 시상식과 행사장에서 봉 감독의 재치 있는 화술을 센스 있게 통역한 최성재(샤론 최)씨도 단연 눈길을 끈다. 칸영화제 때부터 활약한 그는 봉 감독이 “언어의 아바타”라고 칭송했을 정도로 ‘봉테일’의 말맛을 그대로 살려 통역해 왔다. 한국 국적으로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그는 직접 영화를 연출한 경험이 있어 봉 감독의 영화 작업에 대한 이해가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소심했던 영화광… 특유의 유머·사회 풍자로 거장 반열에 오르다

    소심했던 영화광… 특유의 유머·사회 풍자로 거장 반열에 오르다

    “저는 12살 나이에 영화감독이 되기로 마음먹었던, 되게 소심하고 어리숙한 영화광이었습니다. 이 트로피를 이렇게 손에 만지게 될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지난해 5월 프랑스 칸국제영화제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최고 상인 황금종려상을 손에 쥔 봉준호 감독은 자신의 유년기를 이렇게 회상했다. 칸영화제는 봉 감독과 한국 영화 100년의 정점이 아닌, 새로운 역사를 쓰는 출발점이었다. 봉 감독과 ‘기생충’은 이때를 시작으로 올해 미국작가조합상(WGA) 각본상, 할리우드 비평가협회 공로상, 샌타바버라 국제영화제 감독상,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과 외국어영화상,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까지 휩쓸며 지난 91년간 한국 영화에는 문을 열지 않았던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기대감을 높였다. 그리고 10일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과 감독상, 국제극영화상, 각본상까지 거머쥐며 한국 영화는 물론 전 세계 영화사를 썼다. 그의 언변에 담긴 유머와 휴머니즘은 매번 날카로운 사회 인식을 만나 명작을 완성해 냈다. 일곱 번째 장편 ‘기생충’ 역시 빈익빈 부익부, 계층 문제와 같은 보편적 사회문제를 독특한 방식으로 녹여 내면서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았다. 1988년 연세대 사회학과로 진학한 봉 감독은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하면서 ‘노란문’이라는 학내 영화 동아리를 만들어 첫 단편영화 ‘백색인’을 연출했다. 그가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졸업 작품으로 선보인 ‘지리멸렬’은 그의 냉소와 촌철살인의 시작이다. 교수, 기자, 검사 등 사회 지도층 인사의 이면에 숨겨진 졸렬함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이 작품은 1994년 밴쿠버영화제와 홍콩영화제에 초청되며 그의 연출력을 알렸다.2000년 ‘플란다스의 개’로 홍콩영화제 국제영화비평가상과 뮌헨영화제 신인감독상을 받으며 상업영화계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그의 이름을 제대로 각인시킨 건 2003년 ‘살인의 추억’이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당시 5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영화계에서 봉 감독의 입지를 넓혀 줬고, 이후 봉 감독은 ‘괴물’(2006), ‘마더’(2009), ‘설국열차’(2013), ‘옥자’(2017) 등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그의 영화마다 담긴 날카로운 시선과 사회 풍자는 ‘봉준호 장르’라는 독보적인 색깔을 창조했다. 범죄와 미스터리, 스릴러, 공포 등 장르를 넘나들면서도 코믹적인 요소도 빠지지 않는, 그야말로 하나의 새로운 장르다. 그는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한 강박적 성향이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는데, 그 강박증은 매 작품 치밀하고 디테일이 살아 있는 시나리오와 설정으로 표출됐다. 그는 시나리오 속 배경과 인물, 카메라 앵글과 움직임 등을 그림으로 구현한 촬영용 대본인 콘티를 직접 그려 제작진과 배우들에게 장면을 알려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썩 좋아하지 않다는 별칭 ‘봉테일’(봉준호+디테일)로 불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의 예술가적 기질은 선대부터 타고 흘렀다. 봉 감독은 1969년 대구에서 2남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외할아버지는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과 ‘천변풍경’ 등을 쓴 소설가 구보 박태원, 아버지는 한국디자이너협의회 이사장 등을 지낸 1세대 그래픽 디자이너 봉상균씨다. 봉 감독의 누나 지희씨는 연성대 패션산업과 교수, 형 준수씨는 서울대 영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봉 감독의 아들 효민씨도 2017년 YG케이플러스의 웹무비 ‘결혼식’을 연출하며 영화감독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아버지 후광을 지우고 자신만의 창작 활동을 위해 성을 쓰지 않은 채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말수가 적고 만화영화 ‘로보트 태권브이’에 열광했던 ‘충무로 키드’는 이제 세계 영화계의 대스타가 됐다. 7개월에 걸친 오스카 캠페인을 거치며 이미 할리우드 유명 인사가 됐고, ‘봉 하이브’(Bong hive·봉 감독 열성 팬덤)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할리우드 거물급 인사들이 벌떼(hive)처럼 몰려 그의 팬임을 자처하는 모습은 이제 익숙하다. 봉 감독이 “쿠엔틴 형”이라고 부르는 쿠엔틴 타란티노(‘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 감독을 비롯해 타이카 와이티티(‘조조 래빗’), 라이언 존슨(‘나이브스 아웃’), 애덤 매케이(‘바이스’) 등 유명 감독이 봉 감독을 향해 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소심했던 영화광…날카로운 시선·풍자로 ‘봉준호 장르’ 창조

    소심했던 영화광…날카로운 시선·풍자로 ‘봉준호 장르’ 창조

    대학시절 첫 단편영화 ‘백색인’ 연출 2000년 ‘플란다스의 개’ 첫 장편 데뷔 살인의 추억·괴물·설국열차 등 선봬 ‘봉준호 장르’ 독보적 색깔 영화 창조“저는 12살 나이에 영화감독이 되기로 마음먹었던, 되게 소심하고 어리숙한 영화광이었습니다. 이 트로피를 이렇게 손에 만지게 될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지난해 5월 프랑스 칸국제영화제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최고 상인 황금종려상을 손에 쥔 봉준호 감독은 자신의 유년기를 이렇게 회상했다. 칸영화제는 봉 감독과 한국영화 100년의 정점이 아닌, 새로운 역사를 쓰는 출발점이었다. 봉 감독과 ‘기생충’은 이때를 시작으로 올해 미국작가조합상(WGA) 각본상, 할리우드 비평가협회 공로상, 산타바바라 국제 영화제 감독상,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과 외국어영화상,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까지 휩쓸며 지난 91년간 한국 영화에는 문을 열지 않았던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기대감을 높였다. 그리고 10일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과 감독상, 국제극영화상, 각본상까지 거머쥐며 한국영화는 물론 전 세계 영화사를 썼다.9일(현지시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 수상자로 호명돼 세 번째 시상대에 오를 때는 줄곧 달변이던 봉 감독도 벅차오르는 감격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영화 공부할 때 항상 가슴에 새겼던 말이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객석을 바라보며 말했다. “바로 함께 감독상(‘아이리시맨’) 후보에 올랐던 ‘우상’ 마틴 스코세이지가 한 말입니다.” 영어로 통역되는 순간 시상식장엔 갈채가 퍼졌고, 모두 기립하며 스코세이지에게 경의를 표했다. 이어 봉 감독은 “같이 후보에 올라온 토드 필립스나 샘 멘데스 모두 너무 존경하는 멋진 감독들”이라며 “이 트로피를 오스카 쪽에서 허락한다면 텍사스 전기톱으로 5개로 나누고 싶은 느낌”이라고 말해 또다시 큰 박수를 이끌어냈다. 그의 언변에 담긴 유머와 휴머니즘은 날카로운 사회 인식을 만나 명작을 완성해냈다. 7번째 장편 ‘기생충’ 역시 역시 빈익빈 부익부, 계층 문제와 같은 보편적 사회 문제를 독특한 방식으로 녹여내면서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았다. 1988년 연세대 사회학과로 진학한 봉 감독은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하면서 ‘노란문’이라는 학내 영화 동아리를 만들어 첫 단편영화 ‘백색인’을 연출했다. 그가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졸업작품으로 선보인 ‘지리멸렬’은 그의 냉소와 촌철살인의 시작이다. 교수, 기자, 검사 등 사회 지도층 인사의 이면에 숨겨진 졸렬함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이 작품은, 1994년 벤쿠버 영화제와 홍콩영화제에 초청되며 그의 연출력을 알렸다. 2000년 ‘플란다스의 개’로 홍콩영화제 국제영화비평가상과 뮌헨영화제 신인감독상을 받으며 상업영화계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그의 이름을 제대로 각인시킨 건 2003년 ‘살인의 추억’이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당시 5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영화계에서 봉 감독의 입지를 넓혀줬고, 이후 봉 감독은 ‘괴물’(2006), ‘마더’(2009), ‘설국열차’(2013), ‘옥자’(2017) 등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그의 영화마다 담긴 날카로운 시선과 사회 풍자는 ‘봉준호 장르’라는 독보적인 색깔을 창조했다. 범죄와 미스터리, 스릴러, 공포 등 장르를 넘나들면서도 코믹적인 요소도 빠지지 않는, 그야말로 하나의 새로운 장르다. 그는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한 강박적 성향이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는데, 그 강박증은 매 작품 치밀하고 디테일이 살아있는 시나리오와 설정으로 표출됐다. 그는 시나리오 속 배경과 인물, 카메라 앵글과 움직임 등을 그림으로 구현한 촬영용 대본인 콘티를 직접 그려 제작진과 배우들에게 장면을 알려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썩 좋아하지 않다는 별칭 ‘봉테일’(봉준호+디테일)로 불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의 예술가적 기질은 선대부터 타고 흘렀다. 봉 감독은 1969년 대구에서 2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외할아버지는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과 ‘천변풍경’ 등을 쓴 소설가 구보 박태원, 아버지는 한국디자이너협의회 이사장 등을 지낸 1세대 그래픽 디자이너 봉상균씨다. 봉 감독의 누나 지희씨는 연성대 패션산업과 교수, 형 준수씨는 서울대 영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봉 감독의 아들 효민씨도 2017년 YG케이플러스의 웹무비 ‘결혼식’을 연출하며 영화감독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아버지 후광을 지우고 자신만의 창작활동을 위해 성을 쓰지 않은 채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말수가 적고 만화영화 ‘로보트 태권브이’에 열광했던 ‘충무로 키드’는 이제 세계 영화계의 대스타가 됐다. 7개월에 걸친 오스카 캠페인을 거치며 이미 할리우드 유명인사가 됐고, ‘봉 하이브(Bong hive· 봉 감독 열성 팬덤)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할리우드 거물급 인사들이 벌떼(hive)처럼 몰려 그의 팬임을 자처하는 모습은 이제 익숙하다. 봉 감독이 “쿠엔틴 형”이라고 부르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를 비롯해 타이카 와이티티(‘조조 래빗’), 라이언 존슨(‘나이브스 아웃’), 애덤 매케이(‘바이스’) 등 유명 감독이 봉 감독을 향해 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봉준호 “1인치 장벽 허물어져… 할리우드 진출? 다 계획이 있다”

    봉준호 “1인치 장벽 허물어져… 할리우드 진출? 다 계획이 있다”

    “칸에서 시작된 긴 여정 행복하게 마무리” 서울 도심·런던 배경 차기작 2편 준비 중 송강호 “20년 봉준호 리얼리즘의 완성작” 이선균 “오스카 선 넘어” 조여정 “최고 생일”“제가 1인치 장벽 얘기를 했지만, 때늦은 소감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유튜브 스트리밍이나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이미 모두가 연결돼 있습니다. 이제는 외국어 영화가 이런 상을 받는 게 ‘사건’으로 취급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은 9일(현지시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직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할리우드 돌비극장 인터뷰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날 거둔 쾌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어 LA 시내 런던 웨스트 할리우드 호텔에서 열린 한국 취재진 대상 간담회에서는 “당황스럽다.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며 “칸영화제에서 시작된 긴 여정이 행복하게 마무리된다고 생각한다”며 오스카 4관왕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봉 감독은 빈부격차, 계급갈등 등 한국의 사회상을 다룬 영화 ‘기생충이’ 보편성을 획득한 이유에 대해 “전작인 ‘옥자’는 한국과 미국 프로덕션이 합쳐진 것이었지만, ‘기생충’은 가장 한국적인 것들로 가득 차서 오히려 가장 넓게 전 세계를 매료시킬 수 있었던 것”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아카데미는 로컬 영화상”이라는 이전 발언에 대한 질문에는 “국제극영화상을 받을 때 수상 소감을 통해 간접적으로 밝혔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제목이 바뀐 상을 처음 받아 영광이고, 오스카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 지지하고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기에 ‘기생충’도 이 시상식에 공헌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할리우드 진출 계획을 묻자 ‘기생충’ 속 명대사 “계획이 있다”를 인용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일은 해야 하고 20년 동안 계속 일해 왔다”며 “오스카와 칸영화제에서 상을 받기 전에 계속 준비하던 게 있고, 그걸 계속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봉 감독은 차기작으로 서울 도심에서 벌어지는 공포 상황에 대한 한국어 영화와 2016년 런던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어 영화 두 편을 준비 중이다. ‘봉준호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배우 송강호는 이날 간담회에서 “‘기생충’이라는 영화가 20년 봉준호 리얼리즘의 완성 지점에 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봉 감독의 영화에 다시 출연하는데 “다섯 번째는 확신을 못 하겠다. (기택 역을 하면서) 너무 힘들었다”며 “다음에는 박 사장 역(이선균 분)이라면 생각해 보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선균은 “저희가 넘지 못할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는데, 끝나고 보니 오스카가 선을 넘은 것 같다”고 기쁨을 전했다. 시상식 당일 생일을 맞은 조여정이 “배우로서 최고의 생일이었다. 몰래카메라 같이 믿어지지 않았다”며 환하게 웃자 송강호는 “저는 내일이 음력 생일”이라고 거들었다. 봉 감독과 함께 작품상을 수상한 제작자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는 “1개 트로피만 받아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4개 부문을 받아서 한국 분위기가 어떨지 상상을 못 하겠다”면서 “투표해서 작품상을 받는다는 것은 전 세계 영화에 어떤 변화, 영향을 미치는 시작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가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봉준호 “1인치 장벽 허물어져…할리우드 진출? 다 계획이 있다”

    봉준호 “1인치 장벽 허물어져…할리우드 진출? 다 계획이 있다”

    “제가 1인치 장벽 얘기를 했지만, 때늦은 소감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유튜브 스트리밍이나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이미 모두가 연결돼 있습니다. 이제는 외국어 영화가 이런 상을 받는 게 ‘사건’으로 취급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은 9일(현지시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직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할리우드 돌비극장 인터뷰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날 거둔 쾌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어 LA 시내 런던 웨스트 할리우드 호텔에서 열린 한국 취재진 대상 간담회에서는 “당황스럽다.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며 “칸영화제에서 시작된 긴 여정이 행복하게 마무리된다고 생각한다”며 오스카 4관왕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봉 감독은 빈부격차, 계급갈등 등 한국의 사회상을 다룬 영화 ‘기생충이’ 보편성을 획득한 이유에 대해 “전작인 ‘옥자’는 한국과 미국 프로덕션이 합쳐진 것이었지만, ‘기생충’은 가장 한국적인 것들로 가득 차서 오히려 가장 넓게 전 세계를 매료시킬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는 답변을 내놨다. “아카데미는 로컬 영화상”이라는 이전 발언에 대한 질문에는 “국제극영화상을 받을 때 수상 소감을 통해 간접적으로 밝혔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제목이 바뀐 상을 처음 받아 영광이고, 오스카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 지지하고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기에 ‘기생충’도 이 시상식에 공헌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할리우드 진출 계획을 묻자 ‘기생충’ 속 명대사 “계획이 있다”를 인용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일은 해야 하고 20년 동안 계속 일해 왔다”며 “오스카와 칸영화제에서 상을 받기 전에 계속 준비하던 게 있고, 그걸 계속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봉 감독은 차기작으로 서울 도심에서 벌어지는 공포 상황에 대한 한국어 영화와 2016년 런던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어 영화 두 편을 준비 중이다. ‘봉준호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배우 송강호는 이날 간담회에서 “‘기생충’이라는 영화가 20년 봉준호 리얼리즘의 완성 지점에 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봉 감독의 영화에 다시 출연하는데 “다섯 번째는 확신을 못 하겠다. (기택 역을 하면서) 너무 힘들었다”며 “다음에는 박 사장 역(이선균 분)이라면 생각해 보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선균은 “저희가 넘지 못할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는데, 끝나고 보니 오스카가 선을 넘은 것 같다”고 기쁨을 전했다. 시상식 당일 생일을 맞은 조여정이 “배우로서 최고의 생일이었다. 몰래카메라 같이 믿어지지 않았다”며 환하게 웃자 송강호는 “저는 내일이 음력 생일”이라고 거들었다. 봉 감독과 함께 작품상을 수상한 제작자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는 “1개 트로피만 받아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4개 부문을 받아서 한국 분위기가 어떨지 상상을 못 하겠다”면서 “투표해서 (우리가) 작품상을 받는다는 것은 전 세계 영화에 어떤 변화, 영향을 미치는 시작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가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르포] 2030, 총선 떴다! “청년, 칼 갈고 나왔다”

    [르포] 2030, 총선 떴다! “청년, 칼 갈고 나왔다”

    ‘청년 정치’가 21대 총선의 화두지만 정계에서 청년 정치인을 두고는 뒷말이 무성하다. ‘정치 문법을 모른다’, ‘조직력이 없다’는 등의 얘기다. 그나마 정당에서 내놓는 청년 정치인조차 ‘마케팅용’이란 비판이 나온다. 이런 기성정치 풍토에서 20대 국회의원 당선 평균 나이 55.5세. 30대 의원은 단 3명. 청년 비례대표조차 찾아보기 힘든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지역구를 뛰는 젊은 후보는 더 귀하디 귀하다. 서울신문은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정의당에 당적을 두고 21대 총선에서 각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진 간 큰 청년들의 총선 준비 현장을 찾아갔다. 추구하는 가치는 달라도 이들이 행동으로 보여준 메시지는 같았다. “깨끗하고 성실한 청년 정치, 이미 우린 충분히 준비됐다.” 세상도 변했다. 청년 정치인이 뜨는 지역 현장마다 ‘젊은 정치’를 둔 토론이 펼쳐졌다. 결론은 “이제 젊은 일꾼이 필요하다”였다. 낡은 구태 정치는 지쳤다. 새 판이 필요하다. 2020년 이제 ‘청년 정치’의 시대가 왔다. ●총선에 ‘90년대생 온다’…젊지만 경험多·열정甲 “너무 이르게 선거 나온 거 아니냐? 어유 젊다.” “무슨 소리, 나이 들어 나오는 인간들 말만 많고 일 안 해. 젊어야 힘쓰지.” “맞아, 팍팍 밀어줄게 이왕 나온 거 끝장 봐야지!” 전국에 비가 내린 지난 7일 정오쯤 경기 김포시 김포5일장 포장마차 테이블 앉아 점심을 먹던 중년 남성들 사이에서는 한바탕 설전이 일었다. 자유한국당 박진호(30) 예비후보가 인사를 돌자 밥상머리에 ‘정치인의 나이’가 화제로 오른 것이다. 격론 끝에 이들이 “일 잘하는 젊은 친구들이 나서야 한다”고 결론 내자 옆 테이블 손님들까지 맞장구를 쳤다. 한국당 김포갑 당협위원장으로 3년째 일하며 이미 지역 사정에 빠삭한 박 후보는 요일별로 지역을 나눠 매주 최소 한 번씩은 각 동을 샅샅이 훑는다. 시민들을 대하는 기술도 남다르다. 이른바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진다)다. 대화를 원하는 시민에겐 친밀하게, 반대로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들에겐 차분하고 빠르게 인사한다. 과일를 팔던 상인은 “이 사람 열심히 하는 거 잘 안다. 우리 밴드(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미 소문 쫙 돌았다”며 웃어 보였다. 박 후보는 ‘바닥 정치’부터 시작했다. 2014년 대학 졸업 직후 한국당 김포시당에 입당했고 2018년 최연소 당협위원장으로 선출됐다. 돈이 없어 단체문자도 많이 못 보냈지만 기성 정치인들이 대행사에 수백만원을 주고 만든 홍보 영상보다 친한 후배 밥 사주고 만든 그의 영상이 더 먹혔다고 한다. 그는 “현장을 뛰면 의외로 이젠 젊은 사람이 할 때 됐다며 반응이 굉장히 좋다”고 전했다. 청년의 무기로는 추진력과 청렴함, 체력, 성실성 등을 꼽았다. 그는 “청년이 약자임을 내세울 필요가 없다”며 “당마다 오랫동안 정치를 공부하고 지역에서 죽어라 뛴 준비된 젊은 정치인들이 많이 있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현재 정계에는 고위 관직을 거쳤거나 크게 성공한 분들이 계시지만, 정보가 넘쳐나고 이해관계가 다변화된 시대에 그분들이 일반 시민들의 마음을 헤아리기 쉽지 않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저같이 평범한 청년이 오히려 더 시민들을 살뜰히 챙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 드리겠다”고 했다. ●그가 나타나면 ‘썰戰’…30대에도 ‘훈련된 정치인’ “다른 사람들한테 빚진 게 없으니 좀 더 소신껏 정치를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젊은정치’를 내세운 더불어민주당 대전동구 장철민(38) 예비후보가 지난 6일 오후 자원봉사자들이 모인 대전의 한 식당에 나타나자 ‘청년정치’에 찬성한다는 박용석(62)씨가 “나이 든 사람들이 진 빚이 80%라면, 젊은 사람들은 10% 밖에 안 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박씨의 말을 시작으로 식당에 있던 충청도 60~70대 어르신들이 목소리를 높이며 ‘청년정치’ 주제로 토론을 이어가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박씨를 말을 가장 먼저 이어받은 국경혜(68·여)씨는 “고루한 사람들 말고 신선하고 진보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젊은 사람이 국회에 가야 뭐라도 바뀐다”고 말했다. 그러자 옆 자리에서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 있던 이옥자(73·여)씨가 “젊은 사람 한 명이 간다고 바뀌는 게 있느냐. 나이보다는 정책을 봐야 한다”고 반론을 펼쳤다. 이씨를 마주 보고 있던 최명열(63)씨는 “한 명이 들어가서 변화가 생기면 모두 시도하면서 소신 있는 젊은 정치인들이 많아지지 않겠느냐”고 했다. 장 후보는 싫지 않은 표정으로 이 모습을 지켜봤다.이날 장 후보가 들린 곳은 경로당, 자원봉사모임, 구청 노래교실, 중앙시장 등 대부분 고령층이 있는 곳이었다. 그의 선거운동을 돕는 정근모 사무장은 “원래 민주당 후보는 경로당에서 인사하기도 어려운데, 장 후보는 젊어서 인기가 좋다”며 웃었다. 실제 이날 장 후보가 동산경로당에서 “젊은 사람이 한 번 해보려고 한다”며 가까이 다가가자 20여명의 할머니들이 손자를 보듯 “이쁘다”며 박수를 보냈다. 중앙시장에서 요구르트를 판매하던 박모(65·여)씨도 ”젊은 사람이 동구를 이끌어 가야한다”며 응원했다. 경로당과 자원봉사모임에서 만난 정치에 관심이 많은 이들은 장 후보에게 아침 뉴스 이야기를 넌지시 꺼냈다. 주형철 청와대 전 경제보좌관이 이날 사의를 표명하고 장 후보가 준비 중인 대전동구 출마가 유력하다는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장 후보의 휴대전화도 이날따라 자주 울렸다. 그때마다 장 후보는 “예상했던 일이고, 확정되더라도 경선을 해서 이기고 올라가면 된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는 나이에 맞지 않게 침착했다. 그도 “선거를 한 두 번 해본 게 아니다”고 했다. 실제 그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홍영표 의원의 7급 비서로 시작해 7년 만에 2급 정책조정실장까지 올라간 ‘정치 엘리트’이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청년세대를 대변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는 “다른 이의 삶을 살지 않더라도 어려운 부분을 잘 발견하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찾는 것이 훈련된 정치인이 하는 일이다”면서 “젊은 정치인들이 국회에 들어가 새로운 문제의식과 관점을 던질 수 있으면 그 자체로 정치과정이 풍성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옥탑방 살지만…대의를 위해서라면! 아직 동이 트지 않은 7일 오전 6시 30분 서울 중랑 갑 선거구에 출마할 예정인 예비후보 김지수(26) 중랑갑 위원장은 지하철 7호선 면목역 입구에서 유권자들에게 명함을 건네기 바빴다. 정의당 특유의 노란색 패딩 점퍼를 입은 앳된 얼굴의 김 위원장은 연신 시민들을 향해 “처음 뵙겠습니다. 김지수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등의 인사를 건넸다. 선거캠프 사정이 넉넉찮은 탓에 출근길 인사에 나올 수 있는 사람은 예비후보인 김 위원장과 선거캠프 사무장을 맡고 있는 김난희 씨뿐이다. 오전 8시를 넘어 출근이 한 창이 시간대가 다가오자 한 명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사람들이 쏟아져 내려온다. 출근 인파가 늘수록 명함을 뽑아드는 김 위원장의 손놀림도 더 빨라진다. 너무 일찍 나와서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 사무장은 “정치인이 힘들어야죠. 대의를 위해서라면”이라고 말하면서 웃었다. 김 위원장이 명함을 건넸을 때 받아 든 사람은 많아야 열명 중 한 명이었다. 대부분은 무표정한 채로 지나가거나 “난 그 당 아닌데요”라고 손사래를 쳤다. 버려진 명함을 보면 안타깝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 위원장은 “그래도 받아주신 분 중 일부는 명함을 살펴보기도 한다”면서 “첫술에 배부를 수 없지 않나”고 말했다.만 26세의 김 위원장은 이번이 첫 출마다. 피선거권을 갓 부여받은 총선은 물론이고 지방선거 경험도 없다. 게다가 모아둔 것 없는 20대로 출마하려니 금전적 부담도 만만찮다. 그는 “중앙당의 지원금과 후원금이 주된 재원이다. 20대에 옥탑방에 세들어 살면서 번듯한 자산 도 없어 재정적인 부담을 느낀다”고 말했다. 만 26세 어린 나이지만 김 위원장은 ‘준비된 후보’라고 스스로를 평한다. 김 위원장은 대학에서 뮤지컬을 전공하다 자퇴했다. 그는 “예술가가 아니라 직접 변화를 만드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의당 청년 정치인 양성 프로그램인 ‘진보정치 4.0 아카데미’를 시작으로, 당 정책위 당직자, 당 청년 부대변인 등의 활동을 고루 거쳤다. 김 위원장은 “고되더라도 지역에서 작은 변화를 하나씩 만들고 싶었다”면서 “지난 7월 당직 선거에 출마해 중랑구 지역위원장으로 정치를 시작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6시30분부터 9시까지 2시간 넘는 아침인사를 끝내고 김 위원장과 김 사무장은 인사차 시장에 들렀다. 떡집, 과일가게, 튀김가게 등을 한 시간 남짓 돈 후에야 인근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할 수 있었다. 김 위원장은 아침식사를 하러 들어온 해장국집에서도 점원과 손님에게 인사를 건네면서 ‘얼굴 알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출마하고자 하는 의지와 실제로 출마를 할 수 있는 ‘여건’ 사이에 간극이 크다고 토로했다. 그는 “출마의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일찍부터 활동하며 정당정치의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모든 정당에서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포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대전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서울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릴리 콜린스, 봉준호 ‘골든글로브’ 수상 축하 “휼륭한 감독”

    릴리 콜린스, 봉준호 ‘골든글로브’ 수상 축하 “휼륭한 감독”

    할리우드 배우 릴리 콜린스가 봉준호 감독의 골든글로브 수상을 축하했다. 릴리 콜린스는 7일 개인 SNS에 봉준호 감독, 배우 스티븐 연과 칸 영화제에서 찍힌 사진을 게재했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에 출연했던 릴리 콜린스는 “훌륭한 사람 봉준호 감독의 골든글로브 수상을 축하한다”며 “감독님과 ‘옥자’에서 같이 작업하고 칸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편 봉준호 감독은 영화 ‘기생충’으로 제77회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LA타임스는 [봉준호의 ‘기생충’ 첫 한국 영화 수상작으로 골든글로브 역사를 쓰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적 소재의 계층 스릴러인 이 영화는 ‘#봉하이브(hive·벌집)’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사진 = 서울신문DB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인사] 울산시교육청, 농림축산식품부, 국토교통부, 한국전력

    ■ 울산시교육청 ◇ 3급 승진 △ 울주도서관장 김광수 ◇ 4급 승진 △ 울산시의회 교육전문위원 한영제 △ 안전총괄과장 소영호 △ 교육연구정보원 정보지원부장 김동주 △ 교육시설과장 류종도 ◇ 4급 전보 △ 감사관실 김명환 △ 학생교육문화회관장 김옥자 △ 교육파견 박주정 △ 〃 박종화 ◇ 5급 승진 △ 대현고 백혜미 △ 무거고 강병길 △ 문현고 김기종 △ 범서고 강민성 △ 울산과학고 박미영 △ 울산미용예술고 조윤성 △ 울산애니원고 김봉겸 △ 대송고 최현희 △ 방어진고 김태형 △ 울산행복학교 김인숙 △ 울주도서관 윤경자 △ 교육시설과 신진곤 △ 교육시설과 한성기 ◇ 5급 전보 △공보담당관실 임은주 △ 교육협력담당관실 김덕순 △ 정책관실 한미화 △ 초등교육과 강현철 △ 유아특수교육과 박명자 △ 미래교육과 최명란 △ 체육예술건강과 정금숙 △ 재정복지과 안난희 △ 교육여건개선과 김경희 △ 교육연구정보원 박상무 △ 〃 김기현 △ 교육연수원 이준형 △ 교육수련원 강병옥 △ 울산과학관 성헌준 △ 학생교육문화회관 성대권 △ 강북지원청 이덕규 △ 〃 박재식 △ 〃 서봉희 △ 〃 박형관 △ 강남지원청 서찬임 △ 〃 정임철 △ 〃 홍일 △ 〃 강미영 △ 〃 김재규 △ 총무과 이춘재 △ 교육연구정보원 주정규 △ 남부도서관 김성숙 △ 교육파견 김은연 △ 〃 이경희 ■ 농림축산식품부 ◇ 실장급 승진 △ 차관보 조재호 ◇ 국장급 전보 △ 농촌정책국장 김인중 △ 농업정책국장 김정희 △ 식량정책관 박수진 △ 식품산업정책관 김종구 △ 유통소비정책관 권재한 △ 농식품공무원교육원장 김덕호 ■ 국토교통부 ◇ 국장급 전보 △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광역교통운영국장 지종철 ■ 한국전력 ◇ 1(가)직급 이동 <서울본부> △ 전력관리처장 이정원 △ 동대문중랑지사장 이건구 △ 서대문은평지사장 전석주 △ 강북성북지사장 김용배 △ 광진성동지사장 한상태 △ 마포용산지사장 김완호 △ 노원도봉지사장 문형일 <남서울본부> △ 강서양천지사장 허태헌 △ 관악동작지사장 김필선 △ 강남지사장 안규선 <인천본부> △ 전력관리처장 박갑호 △ 남인천지사장 이형근 △ 부천지사장 정희문 △ 김포지사장 위극 <경기북부본부> △ 고양지사장 박성철 △ 파주지사장 서규석 <경기본부> △ 전력관리처장 김태익 △ 안산지사장 정치교 △ 성남지사장 김태암 △ 오산지사장 윤상천 △ 서용인지사장 서재영 <강원본부> △ 강릉특별지사장 김준호 △ 원주지사장 권태호 <충북본부> △ 동청주지사장 윤철호 <대전세종충남본부> △ 전력관리처장 박종명 △ 대덕유성지사장 조재형 <전북본부> △ 익산지사장 김광중 <광주전남본부> △ 전력관리처장 심정운 △ 여수지사장 김종선 <대구본부> △ 전력관리처장 김세경 △ 경주지사장 권욱 △ 남대구지사장 전시식 △ 서대구지사장 김정환 <부산울산본부> △ 전력관리처장 이기탁 △ 울산지사장 서철수 △ 동래지사장 황상호 △ 남부산지사장 김영광 <경남본부> △ 전력관리처장 한경남 △ 진주지사장 정만길 <전력연구원> △ 부원장 이정빈 △ 연구전략실장 김태균 △ 신재생에너지연구소장 이준신 △ 디지털솔루션연구소장 최승환 △ 기후환경연구소장 유영성 △ 발전기술연구소장 송기욱 △ 차세대송변전 연구소장 강지원 △ 기초전력연구센터장 장정범
  • 세월호 다룬 ‘부재의 기억’, 아카데미 단편 다큐 예비후보

    세월호 다룬 ‘부재의 기억’, 아카데미 단편 다큐 예비후보

    세월호 참사를 다룬 한국 영화 ‘부재의 기억’이 제92회 아카데미상 단편 다큐멘터리 예비후보로 선정됐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국제극영화상과 주제가상 부문에 이름을 올린데 이은 쾌거다. 18일 아카데미상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16일(현지시간) 발표된 단편 다큐멘터리 예비 후보에 이승준(사진) 감독의 ‘부재의 기억’(In the absence)이 포함됐다.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 단편 다큐멘터리 예비후보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보인다. 봉 감독의 전작 ‘옥자’가 제90회 시각효과상과 음악상 예비후보에,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제91회 외국어영화상 예비후보에 올라갔으나 본선 진출에는 실패했다. ‘부재의 기억’은 세월호 참사를 당시의 현장 영상과 통화 기록을 중심으로 조명, 국가의 부재에 질문을 던지는 다큐멘터리다. 상영 시간은 29분이다. 이승준 감독은 탈북민의 실상을 밝힌 다큐멘터리 ‘그림자꽃’으로 올해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최우수한국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 감독은 18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미국의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과정에서 영화를 함께 만든 세월호 유가족분들이 많이 응원해주셨다”며 “그 성원에 보답하고 있는 것 같아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단편 다큐멘터리 예비후보에는 ‘부재의 기억’을 포함해 ‘애프터 마리아’, ‘파이어 인 파라다이스’, ‘고스트 오브 슈가랜드’ 등 10편이 올랐다. 최종 후보는 내년 1월 13일에 발표되며, 시상식은 2월에 열린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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