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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형주의 세상 속 수학] 분쟁과 수학

    [박형주의 세상 속 수학] 분쟁과 수학

    인류 역사를 들여다보면 부족 간의 작은 분쟁부터 세계 전쟁까지 크고 작은 분쟁이 많이 등장한다. 당연히 과학은 군사와 밀접한 관계를 가져왔고 수학도 예외는 아니다. 기원전 3세기에 알렉산드리아와 시라쿠사에서 활동했던 아르키메데스는 아테네 시대의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전통에서 벗어나 반사경을 이용해 적의 군함을 불태웠고 돌을 날리는 기계를 발명했다.스코틀랜드의 마지막 여왕인 메리 여왕은 영국 왕위 경쟁자였던 엘리자베스 여왕에 의해 구금된 상태에서 결국은 반란 모의 혐의로 처형된 비극적인 사람이다. 그를 지지하며 세력을 규합하던 배빙턴과 암호화된 서신을 교환했는데, 이걸 엘리자베스 여왕 측에서 입수하고 해독에 성공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암호론은 수학의 한 분야로 여겨지는데, 2차 세계대전 중에 앨런 튜링이 독일군의 에니그마 암호를 풀어서 전쟁의 향방을 바꾼 예가 자주 언급된다. 아인슈타인은 시공간을 다루는 특수상대성이론을 제안했는데, 이 이론의 유명한 결과물인 E=mc2는 질량이 에너지로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인류 문명을 영원히 비가역적으로 바꾸어 놓은 방정식이다. 무거운 원자핵에 큰 충격을 주면 가벼운 원자핵들로 갈라지는 핵분열 과정에서 일부 질량이 사라진다. 그러니까 무게 100인 원자핵이 무게 49짜리 두 개로 갈라지면서 사라진 무게 2가 무시무시한 에너지로 바뀌어 나온다. 반대로 가벼운 두 원자핵이 고온에서 합쳐져서 무거운 원자핵이 되는 핵융합에서도 사라진 일부 질량이 에너지로 바뀌어 나온다. 핵융합을 위해 필요한 엄청난 고온과 고압을 만들기 위해 핵분열 폭탄을 먼저 터트리는 방식을 쓰는데, 그래서 핵융합 무기를 열원자핵 무기라고 부른다. 수소폭탄이다. 인류 최초의 핵분열탄을 만들어 낸 맨해튼 프로젝트의 책임자는 물리학자 오펜하이머였고, 그 팀에는 물리학자 에드워드 텔러와 수학자 폰 노이만도 있었다. 세 사람은 개발 과정에서 상당히 다른 면모를 보였고 대량파괴 무기가 현실화된 이후의 행보도 매우 다르다. 문학적 재능을 보인 오펜하이머는 고전에 심취했고 산스크리트어 원어로 힌두 경전 바가바드기타를 읽고 암송하는 수준이었다. 인류의 첫 핵실험을 보고 나서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에 관해 깊은 번민에 사로잡혔고, 전쟁 후에 반전 평화운동에 참여했지만 평탄치 않은 여생을 보냈으며 비극적인 가족사가 알려지기도 했다. 텔러와 가까웠던 노벨상 수상자 페르미는 맨해튼 프로젝트가 시작되기도 전에 ‘핵분열에 의해 유도되는 핵융합’ 개념을 제안했다. 여기에 몰두한 텔러 탓에 오늘날 사용되는 수소폭탄은 모두 텔러울람 설계의 변형으로 불린다. 1952년에 처음 실험에 성공한 수소폭탄은 액체 중수소 연료를 사용하는 바람에 무게가 70톤이 넘었고 TNT 1000만톤이 넘는, 즉 나가사키 원폭의 450배 이상의 파괴력을 보였다. 비행기나 미사일에 탑재하기 위해서는 경량화가 필수인데, 1960년대 고체 연료를 사용한 모델은 0.3톤 정도로 소형화됐다. 노이만은 수학의 전 분야에서 성취를 보인 천재 중의 천재였다. 맨해튼 프로젝트 및 수소폭탄 개발 과정에서 수학적 모델링을 맡았고, 컴퓨터를 개발해 복잡한 계산도 해냈다. 나치의 유대인 핍박을 경험한 탓에 전쟁 억지력의 필요에 공감했기 때문이지만, 같은 처지에서 평화운동에 뛰어들었던 아인슈타인과 대비된다. 줄기세포와 관련한 윤리 논쟁이나 독자적 판단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에 대한 우려에서도 보듯이 과학의 가치중립성과 양면성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 소원 들어주는 ‘별똥별’…혹시, 속삭임도 들어봤니?

    소원 들어주는 ‘별똥별’…혹시, 속삭임도 들어봤니?

    별똥별 떨어질 때 금속성 소리 단순 환청 아닌 극저주파 진동 “전자기파·대기 마찰 현상 때문” ‘음파 전환’ 가설이 가장 설득력 日은 인공 별똥별 프로젝트 진행“별똥별이 떨어지는 순간에/ 내가 너를 생각하는 줄/ 넌 모르지/ 떨어지는 별똥별을 바라보는 순간에/ 내가 너의 눈물을 생각하는 줄/ 넌 모르지 /내가 너의 눈물이 되어 떨어지는 줄/ 넌 모르지” (정호승 시인의 ‘별똥별’) 별똥별(유성)은 각종 문학작품이나 예술작품에서 다양하게 쓰인다. 시인 정호승은 별똥별이 떨어질 때 ‘너’를 그리고, 알퐁스 도데는 소설 ‘별’에서 유성으로 순수한 사랑을 지킨다. 별똥별은 혜성이나 소행성에서 떨어져 나온 잔해인 유성체가 지구 중력에 이끌려 들어오면서 대기와 마찰로 불타는 현상이다. 별똥별을 보면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속설이 있다. 하지만 유성체가 빛을 내는 시간은 0.01초~수 초에 불과하다. 소원을 빌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때문에 유성들이 비처럼 쏟아지는 유성우를 기다리는 이들도 있다. 지난 1월 3일 밤에는 ‘사분의자리 유성우’가 쏟아지는 장관이 벌어지기도 했다.유성은 지구가 탄생하면서부터 시작된 우주현상이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은 비밀을 품고 있다. ‘유성 음악’(music of the meteors)이 대표적이다. 유성 음악은 유성이 하늘을 지나갈 때 ‘쉬익’ 하고 나는 금속성 소리를 말한다. 수십㎞ 상공에서 나온 빛은 수천분의1초 만에 관측자가 볼 수 있지만 소리의 속도는 빛보다 느리기 때문에 유성이 지나간 한참 후에야 소리를 듣는 것이 물리학적으로 맞다. 이 때문에 유성이 지나가는 동시에 들리는 소리는 단순한 ‘환청’으로 치부됐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호주 과학자들은 유성 소리가 ‘전자음향 효과’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성이 떨어지면서 지나가는 궤적에는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뿐만 아니라 극저주파가 함께 발생한다. 극저주파가 지표 근처에 있는 가느다란 철사, 솔잎, 머리카락 등을 진동시키는데, 극저주파 속도는 빛의 속도와 비슷해 극저주파가 일으킨 소리가 유성의 움직임과 거의 동시에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지난 2월에는 미국 샌디아 국립연구소와 체코 국립과학원 천문학연구소 공동연구팀이 유성 소리에 대한 연구결과를 기초과학 및 공학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발표했다. 이들은 유성에서 나오는 가시광선이 머리카락이나 안경, 침엽수 잎 등을 가열시켜 열(熱) 진동을 일으키고 음파를 만든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들의 가설은 유성의 빛이 ‘슈퍼 보름달’보다 밝아야 가능하다는 반론에 부딪혔다. 최근 또 다른 연구가 나왔다. 미국 코넬대 전자컴퓨터공학부 마이클 켈리 교수와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지구과학과 콜린 프라이스 교수 공동연구팀은 유성의 음악은 극지방에서 볼 수 있는 오로라처럼 전자기파와 대기의 마찰 현상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를 냈다. 이는 물리학 분야 국제학술지 ‘지오피지컬 리서치 레터’ 9일자에 실렸다. 유성은 지구 대기와 부딪치면서 주변 공기를 이온화시켜 무겁고 양전하를 띤 이온과 음전하를 띤 전자로 분리시킨다. 이온은 유성을 따라 움직이고 전자는 지구 자기장에 끌려간다. 이 과정에서 전자가 음파로 전환된다는 설명이다. 음파의 주파수는 유성의 크기와 낙하 속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도 연구진은 가정했다. 미국 보스턴대 천문학자 미어스 오펜하이머 박사를 비롯한 연구자들은 “프라이스와 켈리 박사의 가설은 유성의 소리에 대한 가장 합리적 가설”이라면서도 “유성이 내는 소리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분석했다. 유성 음악의 원인을 파악하기도 전에 인공 유성이 세상에 나올 수도 있다. 일본의 우주벤처기업 ‘ALE’과 도호쿠대, 도쿄메트로폴리탄대 등 5개 대학 공동연구팀은 6년 전부터 인공위성을 활용해 지구 상공에 인공 별똥별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상 80㎞ 상공에 있는 인공위성에서 작은 알갱이를 분사하면 이것들이 대기권으로 들어와 고속 낙하하면서 불타 ‘별똥별 쇼’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내년에 인공 별똥별 발사용 소형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고 2019년에 인공 별똥별 쇼를 처음 선보일 예정이다. 계획이 성공하면 2020년 도쿄 올림픽 개막식 때도 별똥별 쇼를 볼 수 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59.60캐럿 ‘핑크 다이아’ 경매…최소 670억원 예상

    59.60캐럿 ‘핑크 다이아’ 경매…최소 670억원 예상

    영롱한 핑크빛을 발하는 다이아몬드가 경매에 나오며 세계 최고가 경신이 점쳐지고 있다. 최근 경매회사 소더비 측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이아몬드인 '핑크스타'(Pink Star)가 다음달 4일(현지시간) 홍콩에서 열리는 경매에 출품된다고 밝혔다. 화제의 핑크스타는 채굴 당시부터 유명세를 얻었던 다이아몬드다. 지난 1999년 아프리카에서 132.5캐럿의 원석으로 채굴된 핑크스타는 이후 정밀한 세공 과정을 거쳐 59.60캐럿의 아름다운 다이아몬드로 재탄생했다.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것은 지난 2013년 소더비 경매에 출품되면서다. 당시 핑크스타는 치열한 경쟁 끝에 다이아몬드 사상 최고가인 무려 8300만 달러(약 928억원)에 낙찰됐다. 그러나 낙찰자인 뉴욕의 세공사 아이작 울프가 돈을 입금하지 않아 결국 판매와 기록은 없던 일이 됐으며 현재까지 소더비가 계속 보관해왔다. 소더비 주얼리 부문 대표인 데이비드 바넷은 "핑크스타는 내부 결점이 없고 타원형 형태로 선명한 핑크빛을 띤 최고의 희귀 보석"이라면서 "다이아몬드 판매 역사상 최고가를 기록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더비 측은 핑크스타의 예상 낙찰가를 6000만 달러(약 670억원)로 추정했으나 경매 특성상 이보다 더 높은 가격에 판매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경매 역사상 최고가에 팔린 다이아몬드는 지난해 5월 크리스티 경매에 출품된 '오펜하이머 블루’로 당시 5750만 달러(약 643억원)에 낙찰됐다.   사진=AP 연합뉴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주말 영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EBS1 일요일 오후 2시 15분) 스웨덴 작가 요나스 요나손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다. 원작은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탁월하게 묶어냈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스웨덴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100년을 살며 현대사의 주요 사건마다 본의 아니게 끼어들어 역사의 흐름을 바꿔 놓았던 알란은 요양원에서 말년을 보내는 처지다. 100세 생일을 맞아 요양원을 뛰쳐나온 알란은 갱단의 돈 가방을 우연히 떠맡게 되며 한바탕 소동에 휩쓸린다. 알란이 자신의 인생을 되짚어가는 과정에서 스탈린, 아인슈타인, 오펜하이머, 트루먼, 레이건 등 역사적 인물을 만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극중에선 다양한 연령대의 알란이 등장하는 데 스웨덴의 유명 배우 로베르토 구스타프손을 비롯한 여러 명이 연기했다. 지난해 말 후속편이 나왔다. 2013년작. ■폴리스 스토리 2(OBS 토요일 밤 10시 10분) ‘폴리스 스토리’는 청룽(成龍)이 출연한 수많은 작품 중에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시리즈다. 1985년부터 2013년까지 모두 6편이 만들어졌다. 홍콩 영화가 1960~70년대 무협물에서 현대물로 옮겨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 대표적인 작품이다. 매 작품 대역 없이 펼치는 청룽의 스턴트 액션이 혀를 내두르게 한다. 빼어난 무술 실력을 지닌 경찰관 진가구가 악전고투 끝에 악당을 물리친다는 게 기본 줄거리다. 3편까지는 장만위(張曼玉)가 여자 친구로 나와 코믹 연기를 선보였다. 5, 6편은 웃음기를 덜어낸 정극이다.
  • “트럼프, 첫 反과학적 대통령”… 짐싸는 외국인 인재들

    이민자에 강경·과학엔 무관심 뇌연구 등 기초연구 지원 줄 듯 “전 세계 과학연구에 재앙 될 것” “트럼프는 역사상 첫 반과학적 대통령(the first anti-science president)이 될 것이며, 그에 따른 결과는 놀라울 정도로 매우 심각할 것이다.” 기업인이자 리얼리티쇼 진행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9일 새벽(현지시간)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지구촌의 많은 과학자가 충격과 불안감에 휩싸였다. 과학자들은 대통령 선거운동이 벌어졌던 18개월 동안 트럼프는 과학계와 어떤 접촉도 갖지 않았고 과학 이슈에 대해서도 무관심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적 과학저널 양대 산맥인 ‘네이처’와 ‘사이언스’도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자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과학계의 이런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미국 내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과학과 연구, 교육은 물론 지구의 미래를 고려했을 때도 트럼프 대통령은 최악의 상황”이라는 반응이 팽배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자들은 트럼프가 선거 기간 “무슬림이 미국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겠다”, “멕시코 국경에 벽을 쌓겠다”는 등 이민자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표시한 데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현재 미국 과학계를 떠받치고 있는 것은 재능 있는 외국인 과학자들인데 트럼프의 이민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이들이 미국 내 연구기관이나 대학에서 연구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세포생물학회 공공정책 분과의 케빈 윌슨 박사는 “트럼프의 당선이 미국행에 관심 있는 유능한 외국 과학자들에게 찬물을 끼얹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걱정했다. 에머리대에서 환경과학을 연구하는 머리 러드 박사도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본국인 캐나다로 돌아갈 생각”이라며 “과학계에서는 이미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경우 기초과학에 대한 예산은 물론 범정부적 지원이 줄어들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는 뇌 연구를 위한 ‘브레인 이니셔티브’, 유인 화성탐사,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프로젝트, 친환경 에너지 개발 등 굵직굵직한 연구계획을 발표하는 등 과학연구에 적극적이었다. 반면 트럼프는 선거 기간 내내 놀라울 정도로 과학 분야에 대한 언급이 없었으며, 현재 진행 중인 주요 과학 프로젝트에 대한 폄하만 있었다고 네이처와 사이언스는 지적했다. 트럼프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는 ‘중국의 거짓말’이라며 클린에너지 정책을 폐기하고 석유, 석탄 같은 화석연료의 지속적 사용을 강조하는 한편 파리 기후협약 탈퇴를 주장해 왔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지구 저궤도에서 활동하는 군수기지’라는 표현을 쓰면서 현재 유인 화성탐사나 심우주 탐사 같은 기초연구보다는 상업적 우주산업의 역할 확대를 언급하기도 했다. 마이클 오펜하이머 프린스턴대 교수는 “트럼프의 당선은 생물학을 비롯한 기초과학과 기후변화, 우주탐사 분야 지원 등 미국 내 문제가 아니라 전 지구적인 과학연구에 악영향을 미치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와우! 과학] 지구는 새로운 지질시대에 접어들었나?

    [와우! 과학] 지구는 새로운 지질시대에 접어들었나?

    과연 지구는 새로운 지질시대에 접어든 것일까? 최근 영미권 출신의 지질학자들로 구성된 인류세 워킹그룹(Working Group on the Anthropocene·AWG)이 1950년께를 새로운 인류세(人類世)의 시작으로 주장하고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다소 낯선 용어인 인류세는 지난 2000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네덜란드 화학자 폴 크뤼천이 처음 제안한 용어로 새로운 지질시대를 일컫는 개념이다. 지구 탄생 이래 현재 우리는 신생대 제4기인 ‘홀로세’(Holocene)에 살고 있다. 약 1만 2000년 전에 시작된 홀로세(충족세)는 오늘날까지 이어져 현세라고도 불린다. 그러나 AWG 등 일부 학자들은 산업화로 자연환경이 파괴되며 지구가 급격히 변했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새로운 인류세를 주장하고 있다. AWG가 1950년께를 인류세의 시작으로 규정한 것은 1945년 7월 16일이 기점이다. 이날 인류는 사상 처음으로 핵실험을 벌였다. 당시 미국은 ‘맨해튼 프로젝트’라는 암호명 아래 뉴멕시코 북부 사막에서 핵실험을 성공시켰다. 이 프로젝트의 연구 책임자인 존 오펜하이머 박사가 “이제 나는 가장 큰 파괴자가 됐다”며 한탄했다는 사실은 지금도 어록처럼 전해 내려오고 있다. 이 핵실험으로 ‘버섯 구름’은 4만 피트 상공까지 치솟았고 방사능 입자는 적도까지 퍼졌으며 160㎞ 밖에서도 충격파가 감지될 만큼 지구는 큰 ‘상처’를 입었다. 이후 한 달도 안돼 미국은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해 수많은 인명과 자연을 파괴했다. 여기에 산업화로 야기된 대기오염, 이산화탄소 증가, 빠른 동식물 멸종, 닭 등 가금류 확산, 넘치는 플라스틱 등도 AWG가 주장하는 새로운 지질시대를 알리는 유력한 증거들이다. 결과적으로 지구를 망가뜨려 새로운 지질시대를 연 주범이 바로 인간인 셈. AWG 회장이자 레스터대 지질학부 얀 잘라시에비치 교수는 "지질 경계(geological boundary)를 명확하게 규정지을 수는 없다”면서도 "인류가 지구의 환경을 파괴한 기준으로 보면 핵실험 이후가 가장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간 생산된 수많은 플라스틱 역시 지구를 덮고있으며 바다 생태계도 위협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많은 지질학자들은 인류세라는 지질시대 개념에는 공감하고 있으나 그 시점은 조금씩 다르다. 인류세를 주장한 크뤼천 등 일부학자들은 지구 대기의 변화를 기준으로 산업혁명을 그 시작점으로 삼기도 한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0.001% 다이아’ 오펜하이머 블루, 세계 최고가 등극…685억원 낙찰

    ‘0.001% 다이아’ 오펜하이머 블루, 세계 최고가 등극…685억원 낙찰

    세계에서 가장 비싼 다이아몬드라는 타이틀이 마침내 바뀌었다. 세계 다이아몬드산업 거물 필립 오펜하이머가 소유해 ‘오펜하이머 블루’라고 불리고 있는 이 블루 다이아몬드가 18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크리스티 경매에서 5683만7000스위스프랑(약 685억원)에 낙찰돼 보석 경매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홍콩의 부동산 재벌 조셉 라우에게 4840만 달러(약 569억 원)에 팔린 블루 다이아몬드 ‘블루 문’이 최고가 타이틀을 내주게 된 것이다. 오펜하이머 블루는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다이아몬드 중 0.1%에 불과한 푸른색을 띨 뿐만 아니라 그중에서도 상위 1%에 해당하는 ‘팬시 비비드’(FV) 등급에 해당하는 최고등급의 품질을 갖고 있다. 즉, 0.001%로 극히 진귀한 다이아몬드인 셈이다. 특히 그 중량은 14.62캐럿(2.924g)에 달해 지금까지 경매에 나온 블루 다이아몬드 가운데 가장 크다. 이번 경매를 주관한 크리스티는 경매 전 낙찰 예상가를 3800만~4500만 스위스프랑(약 458억~542억 원)으로 책정했다. 그런데 입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낙찰가는 1100만 스위스프랑 정도가 더 치솟은 것이다. 이날 경매 하이라이트인 오펜하이머 블루에 관한 입찰이 시작된 뒤 두 명의 전화 입찰자가 20분 동안에 걸쳐 치열한 입찰 경쟁을 벌였고, 그중 한 명에게 결국 낙찰됐다. 행운을 거머쥔 낙찰자의 신원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번 경매를 주관한 크리스티 보석류 담당 팀장 라훌 카다키아는 “47년간 크리스티에서 일하면서 이런 희귀하고 가치 있는 다이아몬드의 경매를 맡아본 것은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사진=제네바·AP=연합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유일무이’ 최고등급 핑크 다이아, 370억원 사상최고가 낙찰

    ‘유일무이’ 최고등급 핑크 다이아, 370억원 사상최고가 낙찰

    경매에 나온 최고등급 핑크 다이아몬드 가운데 가장 큰 ‘유니크 핑크’(Unique Pink)가 우리 돈으로 370억 원이 넘는 거액에 낙찰됐다. 세계적인 경매업체 소더비는 17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경매에 출품된 15.38캐럿 팬시 비비드(FV) 등급 핑크 다이아몬드가 3080만 스위스프랑(약 370억8900만원)에 낙찰됐다고 밝혔다. 여기서 15.38캐럿은 3.076g을 의미하며, 팬시 비비드(FV) 등급은 유색 다이아몬드 등급 가운데 색과 투명도에서 최상급에 해당한다. 우리 말로 ‘유일무이한 분홍색’이라는 별칭이 붙은 이 다이아몬드는 지금까지 경매에 출품된 최고 등급의 핑크 다이아몬드 중 가장 크다. 세계적인 보석감정기관 미국보석감정협회(GIA)로부터 극히 희귀하고 특출한 다이아몬드라고 평가받았다는 것이 소더비 측의 설명이다. 국내에서는 물방울 모양이라고도 불리는 화려한 곡선미를 자랑하는 ‘페어컷’(서양 배 모양)으로 세공된 이 다이아몬드는 경매 전 낙찰 예상가가 2800만~3800만 달러(약 330억~448억원)로 예상됐다. 경매 하이라이트였던 이 다이아몬드는 경매 하우스에 모인 약 150명의 참가자를 앞에 두고 익명의 참가자 2명이 전화로 입찰 경쟁을 벌였고, 결국 아시아 지역에서 참가한 한 개인 수집가에게 낙찰됐다. 핑크 다이아몬드 경매 최고가는 2010년 제네바에서 런던 귀금속 상인 로렌스 그래프에게 4600만 달러(당시 약 523억원)에 낙찰된 24.78캐럿 핑크 다이아몬드 ‘그래프 핑크’(Graff Pink)다. 그래프 핑크는 팬시 비비드(FV) 등급보다 한 단계 아래인 팬시 인텐스(FI) 등급이지만 ‘유니크 핑크’보다 중량이 1.5배 이상 무거운 것도 낙찰가에 영향을 준 듯하다. 이 외에도 이날 소더비 경매에서는 7.32캐럿 블루 다이아몬드가 1710만 달러(약 201억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한편 이번 소더비 경매 다음 날에는 라이벌 업체 크리스티가 역시 제네바에서 블루 다이아몬드를 내놓는다. ‘오펜하이머 블루’(Oppenheimer Blue)로 명명된 이 다이아몬드는 14.62캐럿으로 최대 낙찰 예상가는 4500만 달러(약 530억원)다. 사진=제네바·AP=연합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美·蘇 수소폭탄 도발 또 다른 전쟁의 시작

    美·蘇 수소폭탄 도발 또 다른 전쟁의 시작

    수소폭탄 만들기/리처드 로즈 지음/정병선 옮김/사이언스 북스/1160쪽/5만원 1945년 8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두 발의 원자폭탄으로 제2차 세계대전은 종결됐다. 그러나 그것은 끝인 동시에 시작이었다.1945년과 1950년 사이 미국과 소련은 동맹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 이면에선 치열하게 원자폭탄에서 수소폭탄으로 이어지는 핵무기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미국과 소련의 긴장과 갈등은 서서히 고조되고 과학자, 군인, 정치가들은 전쟁과 동맹이 뒤엉킨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리게 된다. ‘수소 폭탄 만들기’는 원폭 투하로 2차 대전이 종결된 후 수소폭탄과 새로운 전쟁을 준비하는 시기를 그렸다. 원자폭탄이 탄생해 일본에 투하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원자폭탄 만들기’(1986)로 퓰리처상을 받은 바 있는 리처드 로즈가 1000여건의 문헌과 육성 증언을 바탕으로 실감 나게 재구성했다. 책은 히로시마 원폭 투하 50년이던 1995년 출간돼 타임지 선정 올해의 책 베스트 1위에 올랐을 만큼 화제가 됐었다. 책에 따르면 수소폭탄은 20세기 후반 미국과 소련을 둘러싸고 벌어진 정치, 과학, 군사적 사안들이 충돌·분열·융합해 태어난 결과물이다. 강경파, 매파 정치가와 군인들은 적대국이 할 수 있는 일에 대비해 전쟁 계획을 짰고 과학자들은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폭탄 개발에 뛰어들었다. 로버트 오펜하이머, 닐스 보어, 이고리 쿠르차토프 등 스타 과학자들과 트루먼, 스탈린, 흐루쇼프, 존 F 케네디, 이승만 등 정치가들이 고민과 고뇌, 공포와 광기, 이데올로기와 지혜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했는지가 실명으로 그려진다. 당시 활발하게 진행된 러시아의 첩보 활동과 원폭 개발에 얽힌 숨은 얘기도 다루면서 이제껏 알려지지 않았던 수많은 사실도 폭로했다. 1947년 4월 냉전이 개시됐을 때 미국에는 사용 가능한 원자폭탄이 1개도 없었다는 것, 소련은 1960년까지 미국의 핵폭탄을 이용한 전략 폭격을 막을 방법이 전혀 없었다는 것,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8월 트루먼은 미군의 합동참모본부로 하여금 9개의 원자폭탄을 괌으로 보내 한반도 또는 중국을 핵공격할 수도 있는 상황에 대비토록 했다는 것 등이다. 로즈는 “핵무기는 국가 주권을 제한해 국제사회의 폭력을 줄이는 바로 그 순간에 역설적이게도 그런 주권을 위협하면서 동시에 보호했다”고 말한다. 이 미묘한 균형 틈새를 뚫고 핵 기술은 확산됐다. 중국, 인도, 파키스탄,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어 북한까지 핵무기를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북한이 지난 1월 수소폭탄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상황에서 책을 통해 되돌아보게 되는 역사의 진실들은 무척이나 의미심장하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15캐럿 ‘핑크 다이아몬드’ 경매…낙찰예상가 440억원 훌쩍

    15캐럿 ‘핑크 다이아몬드’ 경매…낙찰예상가 440억원 훌쩍

    이번에는 영롱한 핑크색을 자랑하는 타원형 다이아몬드가 경매에 나온다. 최근 세계적인 경매업체 소더비는 15.38캐럿의 핑크 다이아몬드가 다음달 경매에 나와 최대 3800만 달러(약 441억원)에 낙찰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유일무이한 핑크'(Unique Pink)라는 별칭이 붙은 이 다이아몬드는 과거 경매에 출품된 핑크색 다이아몬드 중에서 가장 크다. 세계적 보석감정기관인 미국보석감정협회(Gemological Institute of America)에서 극히 희귀하고 특출한 다이아몬드라고 평가받았다는 것이 소더비 측의 설명. 소더비 국제 보석 부문 회장 데이비드 베넷은 "이 다이아몬드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아름답다"면서 "색깔과 크기가 너무나 독특해 소장 가치가 높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역대 최고가 핑크 다이아몬드 경매기록은 지난 2010년 제네바에서 낙찰된 24.78캐럿 다이아몬드로 당시 4600만 달러에 팔렸다.   한편 소더비가 핑크 다이아몬드를 경매에 부치는 다음날 라이벌 업체인 크리스티 역시 제네바에서 블루 다이아몬드를 내놓는다. ‘오펜하이머 블루’(Oppenheimer Blue)로 명명된 이 다이아몬드는 14.62캐럿으로 최대 낙찰 예상가는 4500만 달러(522억원)다. 사진=게티이미지/멀티비츠 이미지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14캐럿 희귀 ‘블루 다이아몬드’ 경매…예상가 500억 훌쩍

    세계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블루 다이아몬드가 경매에 나온다. 최근 미국 CNBC등 외신은 오는 5월 18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14.62캐럿 블루 다이아몬드가 경매에 나와 3500~4500만 달러(약 403~518억원) 사이에 낙찰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보도했다. ‘오펜하이머 블루’(Oppenheimer Blue)로 명명된 이 다이아몬드는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다이아몬드의 0.1%에 불과한 푸른색을 띠고 있으며, 이 중에서도 상위 1%에 해당하는 품질을 자랑한다. 특히 14.62캐럿에 달하는 오펜하이머는 지금까지 경매에 나온 블루 다이아몬드 중 가장 큰다. 오펜하이머 블루라는 명칭은 1800년대 후반 설립된 영국의 다이아몬드 브랜드의 전 경영권자이자 이 다이아몬드의 주인이었던 필립 오펜하이머의 이름을 본 딴 것이다. 평소 오펜하이머는 그 어떤 다이아몬드도 소유하지 않았지만, 유독 이 다이아몬드만은 완벽한 빛깔과 흠집이 전혀 없는 완벽한 표면 등을 이유로 이를 보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매를 주관하는 크리스티 보석류 담당 팀장 라훌 카다키아는 “47년간 크리스티에서 일하면서 이런 희귀하고 가치 있는 다이아몬드의 경매를 맡아본 것은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비싼 다이아몬드의 기록은 12.03캐럿의 ‘블루문 다이아몬드’가 가지고 있다. 지난 해 스위스 제네바 소더비 경매에서 팔린 이 다이아몬드는 홍콩 억만장자가 그의 7살 된 딸을 위해 사들인 것으로, 낙찰가는 4840만 달러(약 560억 원)에 달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상위 1% 희귀 블루 다이아몬드 경매…예상가 515억원

    상위 1% 희귀 블루 다이아몬드 경매…예상가 515억원

    세계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블루 다이아몬드가 경매에 나온다. 예상 낙찰 가격은 무려 515억 원이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지난달 31일자 보도에 따르면 ‘오펜하이머 블루’라는 이름의 이 다이아몬드는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다이아몬드의 0.1%에 불과한 푸른색을 띠고 있으며, 이 중에서도 상위 1%에 해당하는 품질을 자랑한다. 14.62캐럿에 달하는 이것은 지금까지 경매에 나온 블루 다이아몬드 중 가장 큰 것이다. ‘오펜하이머 블루’라는 명칭은 1800년대 후반 설립된 영국의 다이아몬드 브랜드의 전 경영권자이자 이 다이아몬드의 주인이었던 필립 오펜하이머의 이름을 본 딴 것이다. 평소 오펜하이머는 그 어떤 다이아몬드도 소유하지 않았지만, 유독 이 다이아몬드만은 완벽한 빛깔과 흠집이 전혀 없는 완벽한 표면 등을 이유로 이를 보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에서 가장 완벽하고 큰 희귀 블루 다이아몬드의 경매는 세계적인 경매전문업체인 크리스티가 맡는다. 크리스티 보석류 경매 전문가는 데일리메일과 한 인터뷰에서 “47년간 크리스티에서 일하면서 이런 희귀하고 가치 있는 다이아몬드의 경매를 맡아본 것은 처음이다. 가장 큰 행운을 얻었다”면서 “현재 예상 낙찰가는 최대 4500만 달러(약 515억 원)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경매는 오는 5월 18일, 스위스 제네바의 한 호텔에서 열릴 예정이다. 한편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비싼 다이아몬드의 기록은 12.03캐럿의 ‘블루문 다이아몬드’가 가지고 있다. 지난 해 스위스 제네바 소더비 경매에서 팔린 이 다이아몬드는 홍콩 억만장자가 그의 7살 된 딸을 위해 사들인 것으로, 낙찰가는 4840만 달러(약 560억 원)에 달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월드경매+] ‘515억원’ 희귀 블루 다이아몬드 경매

    [월드경매+] ‘515억원’ 희귀 블루 다이아몬드 경매

    세계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블루 다이아몬드가 경매에 나온다. 예상 낙찰 가격은 무려 515억 원이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지난달 31일자 보도에 따르면 ‘오펜하이머 블루’라는 이름의 이 다이아몬드는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다이아몬드의 0.1%에 불과한 푸른색을 띠고 있으며, 이 중에서도 상위 1%에 해당하는 품질을 자랑한다. 14.62캐럿에 달하는 이것은 지금까지 경매에 나온 블루 다이아몬드 중 가장 큰 것이다. ‘오펜하이머 블루’라는 명칭은 1800년대 후반 설립된 영국의 다이아몬드 브랜드의 전 경영권자이자 이 다이아몬드의 주인이었던 필립 오펜하이머의 이름을 본 딴 것이다. 평소 오펜하이머는 그 어떤 다이아몬드도 소유하지 않았지만, 유독 이 다이아몬드만은 완벽한 빛깔과 흠집이 전혀 없는 완벽한 표면 등을 이유로 이를 보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에서 가장 완벽하고 큰 희귀 블루 다이아몬드의 경매는 세계적인 경매전문업체인 크리스티가 맡는다. 크리스티 보석류 경매 전문가는 데일리메일과 한 인터뷰에서 “47년간 크리스티에서 일하면서 이런 희귀하고 가치 있는 다이아몬드의 경매를 맡아본 것은 처음이다. 가장 큰 행운을 얻었다”면서 “현재 예상 낙찰가는 최대 4500만 달러(약 515억 원)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경매는 오는 5월 18일, 스위스 제네바의 한 호텔에서 열릴 예정이다. 한편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비싼 다이아몬드의 기록은 12.03캐럿의 ‘블루문 다이아몬드’가 가지고 있다. 지난 해 스위스 제네바 소더비 경매에서 팔린 이 다이아몬드는 홍콩 억만장자가 그의 7살 된 딸을 위해 사들인 것으로, 낙찰가는 4840만 달러(약 560억 원)에 달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물보다 싼 기름’ 저유가의 공포 ‘세븐 시스터스’ 시대 다시 오나

    ‘물보다 싼 기름’ 저유가의 공포 ‘세븐 시스터스’ 시대 다시 오나

    ‘물보다 싼 기름’이라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로 끝없이 추락하는 국제 유가의 실질 가격이 1980년대 중반부터 20년 가까이 지속된 장기 저유가시대 수준까지 내려앉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세븐 시스터스’(7 sisters·7대 메이저 석유회사)가 국제 유가를 좌지우지했던 1920~70년대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세븐 시스터스는 세계 7대 메이저 석유회사를 일컫는 말이다. 극단적인 저유가가 지속될 경우 국내 금융시장은 ‘오일 머니’ 철수에 따른 충격이 불가피하고 석유류 가격 하락 등에 따른 디플레이션 우려도 커질 수밖에 없다. 14일 ‘오일의 공포’ 공동 저자 손지우 SK증권 연구위원의 도움으로 명목유가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연도별 실질유가를 분석한 결과 최근 국제 유가는 198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중반까지 지속된 장기 저유가 시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추락했다. 1985년 배럴당 60.6달러(이하 실질유가)였던 국제 유가는 이듬해 사우디아라비아의 대규모 증산 탓에 31.2달러로 반 토막 났다. 이후 국제 유가는 2005년 브릭스(BRICS·브라질 등 신흥 경제 5개국)의 소비량 급증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기 전까지 대부분 20달러 후반에서 30달러 초반의 실질 가격을 형성했다. 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0.48달러로 거래를 마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와 비슷한 수준이다. JP모건과 스탠다드차타드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은 최근 국제 유가가 10달러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192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석유 파동이 오기 전까지 50년간 지속된 ‘세븐 시스터스 시대’의 실질유가 수준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석유왕’ 록펠러의 후예인 스탠더드오일뉴저지(현 엑손모빌) 등 세븐 시스터스는 1928년 현상유지협정을 통해 카르텔을 형성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부상하기 전까지 국제 유가를 결정하며 막대한 부를 쌓았다. 1928년 16.2달러였던 실질유가는 1973년까지 꾸준히 10~20달러를 유지하며 거의 변동하지 않았다. 국제 유가가 2~3년 전처럼 100달러를 웃도는 현상은 이제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미국 투자 자문 기관 ‘오펜하이머앤드컴퍼니’의 애널리스트 퍼델 가이트는 국제 유가의 새로운 기준(new-normal)이 배럴당 65~75달러라고 분석했다. 손 연구위원은 “유가가 어디까지 떨어질지보다는 저유가가 언제까지 지속될지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과거 사례를 참조하면 10년 이상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침묵을 깨고 마주하라 그날의 역사적 진실을

    침묵을 깨고 마주하라 그날의 역사적 진실을

    A는 길가에 핀 들꽃 앞에 발걸음을 멈춰 바라보며 꽃향기를 맡을 줄 아는 사람이다. 집에서 기르는 다친 오리에게 “많이 아프지? 미안해”라고 손주에게 말하도록 가르치는 시골 마을의 순박해 보이는 촌부다. 자신이 믿는 신에게 늘 기도를 올리며 경건한 삶을 유지한다. 다만 50년 전 ‘그 사건’에 대한 질문 앞에선 다른 사람이 된다. 때로는 껄껄대며 신나게 그 추억을 재연하기도 하고, 때로는 눈동자가 흔들리고 목청이 높아진다. B는 안경사다. 마을을 다니며 눈이 나쁜 노인들에게 안경을 맞춰 준다. 그는 ‘그 사건’으로 형 ‘람리’가 죽은 뒤에 태어났다. ‘그 사건’의 충격과 공포는 아버지의 기억을 과거로 돌려놨고, 어머니는 늘 형을 그리워했다. 그는 얼굴도 보지 못한 형의 죽음에 대해 의문과 슬픔, 분노를 품고 살아왔다. 그렇지만 가슴속 감정을 드러내기보다는 억누르는 데 더욱 익숙하다. 50년 전 군인이었거나 ‘프레만’으로 명명되던 마을의 폭력배였던 A는 중씰한 늙은이가 됐거나 더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A는 한 사람만을 가리키지는 않는다. 현재 시장이고, 주지사고, 정부의 장차관이고, 신문 발행인이고, 학교 교사다. B-람리의 동생 ‘아디’-는 A를 찾아다니면서 안경을 맞추고 시력을 교정해 주며 ‘그 사건’의 진실에 대해 묻는다.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의 다큐영화 ‘침묵의 시선’이 다루고 있는 ‘그 사건’은 인도네시아에서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정권이 1965년 10월 반공을 명분으로 100만명을 학살한 사건이다. 노동조합원, 소작농 협동조합원, 지식인, 화교 등이 학살의 주된 대상이었다. 람리는 그때 같은 마을 사람들에게 무참히 죽임을 당했다. 하지만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인도네시아에는 여전히 대학살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는 논리만 있을 뿐이다. 가해자의 처벌 혹은 사과 등은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다. 피해자의 가족들로서는 사실관계에 대해 궁금증을 품는 것 자체가 결연한 용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낯설지 않은, 기시감 가득한 풍경이다. 우리 역사에서도 친일파가 반공투사로 포장돼 숱한 악행을 정당화하며 기득권을 유지해 왔고, 피해자는 빨갱이로 몰릴까 두려워 피해 사실조차 쉬쉬하며 숨죽여 흐느껴 왔다. 1950년대 3만명이 학살된 제주도가 그랬고 경남 거창, 충북 영동군 노근리, 강화 교동도, 전남 구례, 경북 경산 등 전국 각지에서 반공을 이유로 민간인 학살이 자행됐다. 진실의 일단이 밝혀진 건 십수년 전 일이었다. 1980년 광주에서 시민들에게 총을 쏘라고 명령한 자가 누구인지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채다. 오펜하이머 감독은 같은 사건을 다뤘던 전작 ‘액트 오브 킬링’으로 전 세계 국제영화제에서 70여개 상을 수상했다. ‘침묵의 시선’ 역시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 등 5개 부문을 휩쓴 것을 비롯해 40여개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했다. 전작이 뒤틀린 역사 뒤에 남겨진 인간들의 윤리 가치 체계가 어떻게 전복될 수 있는지를 그로테스크한 판타지를 섞어서 보여 줬다면, ‘침묵의 시선’은 폭력이 남긴 깊은 흔적을 대면하는 각기 다른 모습을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한다. 영화는 가해자들의 형해화한 도덕에 주목한다. 그때 목을 어떻게 졸랐고, 칼을 어떻게 찔렀는지 말하다가 “그런데 왜 자꾸 그런 것을 묻지?”라며 피해자를 빤히 쳐다본다. 그리고 그저 묻어 두라는 얘기를 이내 이어 간다. “100만명이 죽었지만 그렇게 큰 죄는 아니라고 생각해”, “공산주의자는 죽일 수밖에 없었지”, “지금이 그때라면 자네는 무슨 일을 당했을지 몰라”, “지난 일은 잊어요. 그때를 교훈 삼아 잘 지내면 되죠” 등등. 피해자들 역시 진실과 마주 보는 것을 애써 외면한다. 사유는 다르다. 그들의 뒤에는 각각 청산되지 않은 역사에 대한 믿음이 있거나 여전한 공포가 남아 있다. 개봉을 앞두고 지난주 방한한 오펜하이머 감독은 관객과의 대화에서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며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지겹다거나 그만하라고 하지 말고 내 작품을 계기로 계속해서 질문하고 진실에 대해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가 모두 끝난 뒤 엔딩크레디트에 표기된 조연출, 공동 제작, 촬영, 장소 협조 등 제작 관련 스태프들의 이름은 거의 대부분이 ‘익명’(anonymous)이다. 공포는 현재진행형이다. 3일 개봉. 15세 관람가.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반공’이란 명분아래 100만명이 학살된 사건의 진실은?

    ‘반공’이란 명분아래 100만명이 학살된 사건의 진실은?

    A는 길가에 핀 들꽃 앞에 발걸음을 멈춰 바라보며 꽃향기를 맡을 줄 아는 사람이다. 집에서 기르는 다친 오리에게 “많이 아프지? 미안해”라고 손주에게 말하도록 가르치는 시골 마을의 순박해 보이는 촌부다. 자신이 믿는 신에게 늘 기도를 올리며 경건한 삶을 유지한다. 다만 50년 전 ‘그 사건’에 대한 질문 앞에선 다른 사람이 된다. 때로는 껄껄대며 신나게 그 추억을 재연하기도 하고, 때로는 눈동자가 흔들리고 목청이 높아진다. B는 안경사다. 마을을 다니며 눈이 나쁜 노인들에게 안경을 맞춰준다. 그는 ‘그 사건’으로 형 ‘람리’가 죽은 뒤에 태어났다. ‘그 사건’의 충격과 공포는 아버지의 기억을 과거로 돌려놨고, 어머니는 늘 형을 그리워했다. 그는 얼굴도 보지 못한 형의 죽음에 대한 의문과 슬픔, 분노를 품고 살아왔다. 그렇지만 가슴 속 감정을 드러내기보다는 억누르는 데 더욱 익숙하다. 50년 전 군인이었거나 ‘프레만’으로 명명되던 마을의 폭력배였던 A는 중씰한 늙은이가 됐거나 더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A는 한 사람만을 가리키지는 않는다. 현재 시장이고, 주지사고, 정부의 장·차관이고, 신문 발행인이고, 학교 교사다. B-람리의 동생 ‘아디’-는 A를 찾아다니며 안경을 맞추고 시력을 교정해주며 ‘그 사건’의 진실에 대해 묻는다.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의 다큐영화 ‘침묵의 시선’이 다루고 있는 ‘그 사건’은 인도네시아에서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정권이 1965년 10월 반공을 명분으로 100만명을 학살한 사건이다. 노동조합원, 소작농 협동조합원, 지식인, 화교 등이 학살의 주된 대상이었다. 람리는 그때 같은 마을사람들에게 무참히 죽음을 당했다. 하지만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인도네시아에서는 여전히 대학살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는 논리만 있을 뿐이다. 가해자의 처벌 혹은 사과 등은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다. 피해자의 가족들로서는 사실 관계에 대한 궁금증을 품는 것 자체가 결연한 용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낯설지 않은, 기시감 가득한 풍경이다. 우리 역사에서도 친일파가 반공투사로 포장돼 숱한 악행을 정당화하며 기득권을 유지해왔고, 피해자는 빨갱이로 몰릴까 두려둬 피해사실조차 쉬쉬하며 숨죽여 흐느껴왔다. 1950년대 3만명이 학살된 제주도가 그랬고, 경남 거창, 충북 영동군 노근리, 강화 교동도, 전남 구례, 경북 경산 등 전국 각지에서 반공을 이유로 민간인 학살이 자행됐다. 진실의 일단이 밝혀진 건 십 수년 전 일이었다. 1980년 광주에서 시민들에게 총을 쏘라고 명령한 자가 누구인지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채다. 오펜하이머 감독은 같은 사건을 다뤘던 전작 ‘액트 오브 킬링’으로 전세계 국제영화제에서 70여개 상을 수상했다. ‘침묵의 시선’ 역시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 등 5개 부문을 휩쓴 것을 비롯해 40여개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했다. 전작이 뒤틀린 역사 뒤에 남겨진 인간들의 윤리 가치 체계가 어떻게 전복될 수 있는지를 그로테스크한 판타지를 섞어서 보여줬다면, ‘침묵의 시선’은 폭력이 남긴 깊은 흔적을 대면하는 각기 다른 모습을 좀더 구체적으로 얘기한다. 영화는 가해자들의 형해화한 도덕에 주목한다. 그때 목을 어떻게 졸랐고, 칼을 어떻게 찔렀는지 말하다가 “그런데 왜 자꾸 그런 것을 묻지?”라면서 피해자를 빤히 쳐다본다. 그리고 그저 묻어두라는 얘기를 이내 이어간다. “100만명이 죽었지만 그렇게 큰 죄는 아니라고 생각해.”, “공산주의자는 죽일 수밖에 없었지.”, “지금이 그때라면 자네는 무슨 일을 당했을지 몰라.”, “지난 일은 잊어요. 그때를 교훈삼아 잘 지내면 되죠.” 등등. 피해자들 역시 진실과 마주보는 것을 애써 외면한다. 사유는 다르다. 그들의 뒤에는 각각 청산되지 않은 역사에 대한 믿음이 있거나 여전한 공포가 남아 있다. 개봉을 앞두고 지난주 방한한 오펜하이머 감독은 관객과의 대화에서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면서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지겹다거나 그만하라고 하지 말고 내 작품을 계기로 계속해서 질문하고 진실에 대해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가 모두 끝난 뒤 엔딩크레디트에 표기된 조연출, 공동제작, 촬영, 장소협조 등 제작 관련 스태프들의 이름은 거의 대부분이 ‘익명(anonymous)’이다. 공포는 현재진행형이다. 3일 개봉. 15세 관람가.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고독, 70년…20세기 시대 아픔 다룬 ‘사람사는 영화제’

    고독, 70년…20세기 시대 아픔 다룬 ‘사람사는 영화제’

    광복 70주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을 맞아 ‘70년의 고독’을 주제로 삼은 ‘제2회 사람사는세상 영화축제’가 열린다. 24일부터 28일까지 닷새 동안 서울극장에서 열리는 영화제는 한국은 물론 인도네시아, 러시아, 영국 등 여러 지역에서 벌어진 20세기 현대사 속 각종 참혹한 사건들과 그에 대한 영화적 해법을 다루고 있다. 초청 부문에서 선보이는 ‘침묵의 시선’, ‘1945년의 시대정신’, ‘레드툼’, ‘텐저린즈’ 등 11편의 작품은 하나같이 시대의 아픔과 갈등의 양상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다. 적당히 뭉뚱그리지도, 어설픈 치유와 화해를 택하지도 않았다. 때로는 가해자의 눈높이에서, 때로는 피해자의 처절한 기억 속에서 흩뿌린 선혈과 학살의 장면, 땅속 깊이 묻혀 버린 백골더미를 환기시킨다. 개막작 ‘침묵의 시선(사진 위)’부터 만만치 않다.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이 새로 내놓은 작품이다. 그는 1965년 인도네시아에서 100만명을 학살한 군부쿠데타를 가해자의 입장에서 그려낸 다큐영화 ‘액트 오브 킬링’으로 지난해 전 세계에서 70개 이상의 영화상을 휩쓸었다. ‘악의 평범성’에 대한 영화적 고발이었다. ‘침묵의 시선’은 1965년 대학살로 형을 잃은 ‘아디’가 형을 죽인 사람들을 찾아가 인터뷰를 진행한다.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등 5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다음달 3일 개봉을 앞두고 영화제를 먼저 찾았다. 특히 임권택 감독의 영화 ‘짝코’(아래·1980)는 엄혹한 시대적 한계 속에서 만들어졌음에도 그가 왜 세계적 거장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유감 없이 보여 주는 작품이다. ‘공동경비구역 JSA’, ‘태극기 휘날리며’ 등 뒷세대의 작품들은 모두 그의 문제의식으로부터 비롯된 영화들이다. 당시 ‘대종상 우수반공영화상’을 받았다는 사실이 역설적이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 신작 ‘침묵의 시선’ 메인 예고편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 신작 ‘침묵의 시선’ 메인 예고편

    영화 ‘액트 오브 킬링’으로 전 세계 70개 이상의 영화상을 휩쓴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이 신작 ‘침묵의 시선’으로 다시 국내 관객을 찾는다. ‘액트 오브 킬링’은 1965년 인도네시아에서 비밀리에 벌어진 100만 명 규모의 대학살이라는 비극적 사건에서, 실제 학살의 가해자들이 직접 살인을 재연해낸 충격의 다큐멘터리다. 이 작품은 학살의 가해자들이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 당시 상황을 재현한다는 독특한 구성으로 세계 유수의 영화제를 휩쓸며 화제가 됐다. ‘액트 오브 킬링’이 대학살의 가해자가 직접 살인을 재연한 것과 달리 ‘침묵의 시선’은 희생자의 시점으로 돌아가 주인공이 가해자들을 찾아다니는 것으로 구성됐다. 대학살로 형을 잃은 ‘아디’가 형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가해자들을 차례로 만나며 펼쳐지는 이 이야기는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이 그리는 ‘인도네시아 학살 사건’ 시리즈의 연작이다. 최근 공개된 메인 예고편에는 아름다우면서도 고요한 이미지와 달리 가슴 깊은 곳을 자극하는 강렬하고 서늘한 긴장감은 이야기를 지켜보게 될 예비관객의 몰입을 높인다. 예고편에 등장하는 주인공 아디의 “어머니, 아들을 죽인 사람들과 한동네에 사시는 기분이 어떠세요?”라는 날카로운 질문을 비롯해 대학살의 가해자가 던지는 “지금이 군부 독재 시절이었다면 자네 무슨 일을 당했을지 몰라”, “과거의 일을 자꾸 문제 삼으면, 또 그렇게 될 거요”와 같은 뻔뻔한 대사는 평화로운 시골 풍경과 어우러져 기묘하면서도 섬뜩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액트 오브 킬링’에 이어 ‘침묵의 시선’으로 인도네시아 대학살의 민 낯을 고발하고자 했던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액트 오브 킬링’이 과거 어떤 학살이 자행되었는지를 밝혀내는 역할을 했다면, ‘침묵의 시선’은 학살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학살의 가해자들이 여전히 전권과 세력을 거머쥐는 환경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그러한 환경 속에서 사랑하는 가족과 친척을 잃은 사람들이 침묵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인지를 보여주고 있다”며 이제는 우리 역사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걷어내 진실을 밝히고 화해를 촉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는 9월 3일 국내 개봉된다. 사진 영상=엣나인필름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재계 인맥 대해부 (4부)뜨고 지는 기업&기업인 동부그룹] 김회장 “뛰어난 인재 수혈은 그룹의 에너지”…‘순혈주의’ 매몰되지 않고 외부 인재 영입

    [재계 인맥 대해부 (4부)뜨고 지는 기업&기업인 동부그룹] 김회장 “뛰어난 인재 수혈은 그룹의 에너지”…‘순혈주의’ 매몰되지 않고 외부 인재 영입

    “오늘날 미국을 세계 최강대국으로 만든 에너지원은 이민 정책이다. 아인슈타인, 오펜하이머 같은 이들처럼 뛰어난 인재들을 받아들여 마음껏 능력을 발휘하도록 했다. 그런 점에서 외부 인재 수혈은 동부그룹의 에너지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순혈주의’에 매몰되지 않고 출신 불문의 외부 인재 영입에 적극 나서기로 유명하다. 그룹이 성장하는 시점이던 1995년 사장단회의에서 김 회장이 언급한 외부 인재 중용 방침도 이 같은 그의 경영스타일을 잘 보여 준다. 김 회장의 지론처럼 동부그룹은 적극적인 외부 인재 영입으로 많게는 37년 전부터 적게는 1년 안에 동부에 합류한 최고경영자(CEO)들이 포진해 있다. 현재 김 회장과 함께 동부그룹을 가장 오래 지키고 있는 인물은 곽제동 ㈜동부 부회장이다. 한국은행 출신의 곽 부회장은 1978년 동부건설에 입사하면서 재무를 맡아 온 재무통이다. 곽 부회장은 이후 1989년부터 동부증권과 화재, 생명 등 금융 계열사를 거쳐 2010년 동부정밀화학 대표이사로 선임되며 CEO에 올랐다. 이어 2010년부터 동부CNI(현 ㈜동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지난 3월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공로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김하중 동부저축은행 부회장은 국내 저축은행의 최장수 CEO로도 유명하다. 한일은행 출신의 김 부회장은 1982년 국민투자금융(현 동부증권) 부장으로 동부그룹에 합류한 이후 1992년부터 동부저축은행에서만 20년 넘게 근무하고 있다. 이재형 동부라이텍 부회장은 삼성 출신이다. 삼성물산 미주총괄 부사장을 지내던 이 부회장은 2010년 동부정밀화학 전자재료사업담당 사장을 거쳐 동부라이텍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최진균 동부대우전자 부회장은 가장 최근에 합류한 CEO다. 역시 삼성 출신인 최 부회장은 삼성전자 부사장까지 지내다 2013년 동부그룹이 옛 대우전자인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한 후 2014년 영입됐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1945년 7월 16일’ 지구에 새 지질시대 시작됐다”

    “’1945년 7월 16일’ 지구에 새 지질시대 시작됐다”

    "지구는 지난 '1945년 7월 16일' 새로운 '지질시대'에 접어들었다" 최근 영미권 출신의 지질학자들이 '1945년 7월 16일'을 새로운 인류세(人類世)의 시작일로 주장하고 나서 관심을 끌고있다. 인류세는 지난 2000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폴 크뤼천이 처음 제안한 용어로 새로운 지질시대 개념이다. 지구 탄생이래 현재 우리는 신생대 제4기인 '충적세'(Holocene)에 살고 있지만 일부 학자들은 산업화로 자연환경이 파괴되며 지구가 급격히 변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이후 크뤼천의 주장은 많은 학자들 사이에서 공감을 얻었으나 아직 학문적으로 공식 인정받은 것은 아니다. 이번에 다시 논의가 시작된 것은 영국 레스터대학 등 26명의 지질 학자들이 '인류세'를 학문적인 공식적 시대로 규정짓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왜 1945년 7월 16일이 그 시작일이 됐을까? 바로 이날 인류는 처음으로 핵실험을 벌였다. 당시 미국은 '맨해튼 프로젝트'라는 암호명 아래 뉴멕시코 북부 사막에서 핵실험을 성공시켰다. 이 프로젝트의 연구 책임자인 존 오펜하이머 박사가 "이제 나는 가장 큰 파괴자가 됐다" 며 한탄했다는 사실은 지금도 어록처럼 전해내려 오고 있다. 이 핵실험으로 '버섯 구름'은 4만 피트 상공까지 치솟았고 방사능 입자는 적도까지 퍼졌으며 160㎞ 밖에서도 충격파가 감지될 만큼 지구는 큰 '상처'를 입었다. 이후 한달도 안돼 미국은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해 수많은 인명과 자연을 파괴했다. 이번 논의를 이끌고 있는 레스터대 지질학부 얀 잘라시에비치 교수는 "이날을 '지질 경계'(geological boundary)처럼 명확하게 규정지을 수는 없다" 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교수는 "핵실험과 핵폭탄 투하 이후 지구의 방사능 수치는 급격히 상승했다" 면서 "인류가 지구의 환경을 파괴한 기준으로 이날 만큼 적절한 날은 없을 것" 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많은 지질학자들은 인류세라는 지질 시대 개념에는 공감하고 있으나 그 시점은 조금씩 다르다. 인류세를 주장한 크뤼천 등 일부학자들은 지구 대기의 변화를 기준으로 산업혁명을 그 시작점으로 삼기도 한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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