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레미 리프킨 사회평론가/미 네이션지 기고(해외논단)
◎정보화시대 실업문제 어떻게 해결할까/자동화 가속… 시장·정부의 고용주역할 한계/환경단체 등 「시민 섹터」가 고용창출 나서야
전 산업의 자동화추세로 인한 실직·고용문제가 이미 여러나라에서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일의 종말,시장이후 시대의 여명」이란 책을 쓴 미국의 사회평론가 제레미 리프킨은 「공민단체의 촉진」을 이의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미 진보적 주간지 「네이션」에 실린 그의 「정보화시대의 공민사회」를 요약한다.
세계는 지금 정보화 혁명의 신기술들로 인해 「노동,일」의 의미가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제조업 분야를 중심으로 급속하게 사람들을 대신하고 있는 컴퓨터,로봇,첨단통신술 등의 신기술은 공학적,경제적 변화를 초래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궁극적으로 정치나 국민의 의미에 관한 기성관념을 근본부터 흔들 것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 30년 사이 제조업 인구가 전 취업자의 33%에서 17%로 줄어들었다.그러고도 제조업 총생산량은 증가일로를 걸으면서 제조업 세계최강의 위치를 줄곧 유지해 왔다.미국내에서 제조업 일자리가 자꾸 줄어들자 이를 값싼 해외노동시장,외국의 경쟁력 탓으로 돌리는 게 지난 80년대의 일관된 풍조였다.그러나 최근들어 경제학자들부터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다.저명한 폴 크루그먼(스탠포드대),로버트 로런스(하버드대)교수는 『산업시대에선 자동화 때문에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지난 50·60년대 한때 풍미했던 견해가 외국 경쟁력 때문에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현재의 일반적인 생각보다 진실에 더 가까워 보인다』고 광범위한 자료를 근거로 주장하고 있다.
자동화신기술은 인간노동력에 대한 필요를 감소시켜 앞으로 10년내 미국 제조업 종사자는 12% 밑으로 떨어질 것이며 20 20년에는 전 세계를 통틀어 단 2%만이 공장에서 일을 할 것이다.공장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은 서비스 분야에서 새 직장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경제학자들과 정치가들은 이제까지 생각해 왔다.그러나 지금 서비스 분야도 자동화가 차근차근 진행되면서 이곳 역시 일자리수를 줄이고 있다.이처럼 제조업,서비스가 같이 자동화하자 정보 초고속도로등 최첨단 지식산업에 대규모 새 일자리 창출의 기대가 모아졌다.그러나 지식산업은 본래가 엘리트분야여서 첨단기술 도래로 일자리를 잃은 수백만명을 수용하기에는 너무도 좁은 산업이다.실상 대량노동력에서 소수정예 고용으로의 변동이 기존 산업시대와 새 정보화시대의 일을 구별짓는 징표인 것이다.
그러면 갈수록 자동화되는 세계경제 추세에서 노동력이 필요없거나 쓸모가 축소되는 수백만명의 근로자는 어디로 가야 하고,국가는 이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주당 근무시간 줄이기,교대근무제 등이 고안되고 있으나 미봉책에 불과하다.선진국에서조차 경제적 위기가 생기면 으레 민간기업 중심의 시장과 정부등 두곳을 유일한 해결사로 쳐다보기 마련이었다.그러나 현재 시장경제는 영구고용의 보장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으며 정부도 마지막으로 기댈 고용주로서의 전통적 역할에서 후퇴하고 있다.이제 처음으로 돌아가 사회를 다시 보아야 한다.
미국 예를 들자면 정치가들은 정부와 시장이 양극단에 있는 스펙트럼으로 미국 전체를 분할하는 버릇이있다.그러나 시장,정부 및 공민(시빌)의 세발로 된 정족으로서 사회를 생각하는 것이 보다 정확한 것이다.첫째발은 시장 자본을,둘째발은 공공 자본을,그리고 세째발은 사회적 자본을 창출한다.이 3개발중 가장 오래되고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덜 인식된 것이 제3의 섹터(분야),공민 분야다.
미국의 경우 지난 2백여년에 걸쳐 이 섹터는 아메리카의 공통적 경험을 일구는데 커다란 일을 했다.초중 및 대학교,병원,사회봉사조직,우애친목회,여성클럽,청소년조직,민권운동기구,사회정의단체,보존·환경단체,동물애호단체,연극장,오케스트라,미술관,도서관,박물관,시민협회,공동단체개발기구,마을협의회,의용소방대,자치순찰대 등이 모두 제3섹터에 속한다.이 비영리조직은 지금 1백40만개에 달하며 총 자산합계가 5천억달러(한국GDP 4천억달러)를 웃돈다.세계에서 G7에 속한 일곱나라만이 이들의 지출 총액보다 많은 국내총생산액을 기록할 따름이다.비영리 공민단체는 이미 미국내총생산액의 6% 이상을 점하고 있으며 전 취업자의 10.5%에게 일자리를 주고 있다.나아가 이 공민분야에 수백만의 새 일자리를 창출할 조건은 충분히 갖춰져 있다.새 하이테크의 시장경제가 산출하는 부의 일정분에 세금을 매겨 이를 비영리단체에 돌리면 되는데 이때 생기는 일자리는 결코 실직자를 억지로 고용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어느 분야보다 양질의 일터인 것이 바로 이 섹터에서 긴요한 사회적 자본이 산출,축적되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자본주의 국가에서 정치는 시장과 정부 사이에 적당한 균형잡기라고 말할 수 있다.지금까지의 양자 구도에 제3의 요인이 가세하면 이때의 삼자간 균형잡기 정치는 양극단 모델의 현 정치와는 상당히 다를 것이다.제3의 공민섹터에 참가하는 국민은 공동사회 봉사와 사회적 자본 창출의 중요성에 대한 신념을 공유하고 있어 이 공통의 가치관이 공동의 목표로까지 승화될 경우 분명 정치지도를 다시 그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