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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奧地에 예술의 향기가 솔솔…

    경춘국도변에 막 피어오르기 시작한 코스모스가 가을을 알리는 지난29일.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마석우리 심석종합고등학교는 ‘작은소동’으로 아침 일찍부터 술렁거렸다. 개교이래 처음으로 서울서 관현악단이 찾아온다는 소식에 교사와 학생들은 강당을 청소한다,음향시설을 설치한다 땀방울 송송 맺혀가며분주했다. 점심시간을 조금 넘긴 오후 2시쯤 전세 관광버스 한대가 교정으로 미끄러지듯 들어왔다.피크닉이라도 온 듯 티셔츠,반바지 차림의 낯선이들이 내리자 학생들은 오늘 일어날 ‘특별한 일’이 그제서야 실감난다는 표정이었다.금발의 외국인 연주자와 덩치 큰 악기들을 보며이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을 반짝였다. 전교생이 1,150여명으로 시골학교치고는 규모가 제법 큰 이 학교를뒤흔든 이벤트는 바로 서울팝스오케스트라의 ‘산따라 물따라 음악회’.문화관광부 역점사업인 ‘찾아가는 문화활동 2000’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마련한 이번 음악회는 대한매일이 공동주최한다.문화오지를찾아 무료음악회를 들려주며 문화의 향기를 나누겠다는게 행사의취지다. 수업이 끝난 오후 3시30분,강당은 연주복으로 말끔히 차려입은 관현악단 36명과 학생들의 열기로 가득했다.초반의 소란스러움은 요한 슈트라우스 ‘레데츠키 행진곡’이 연주되자 이내 수그러들기 시작했다.비제의 ‘카르멘 서곡’등 정통 클래식부터 대중가요 ‘아빠의 청춘’‘제이에게’,영화주제곡 등을 넘나들며 10여곡을 연주하자 학생들은 낯설어하면서도 연신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2학년생 박대우 군은“TV에서는 몇번 봤지만 진짜 관현악단은 처음 본다”며 사뭇 신기하다는 표정이다. 그러나 익숙치 않은 분위기 탓인지,지휘자 하성호씨가 교향악단을 지휘해볼 기회를 주겠다며 지원자를 받아도 요즘 아이들답지 않게 쑥스러워했다.결국 남학생 1명을 강제 지명해야 했다. 서울서 1시간 거리인 화도읍 마석우리는 인근 묵현리에 ‘천마산스키장’이 위치해 시골이라 부르면 섭섭할 정도지만,문화의 혜택은 거의 받지 못하는게 현실이다. 공연이 끝난 후 교사들은 땀에 흠뻑 젖은 채 한숨 돌리고 있는 지휘자 하씨를 찾아와 “이런 소중한 체험을 갖게 해줘서 고맙다.앞으로도 기회를 자주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지휘자 하씨는 “음악을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 언제든 달려가겠다”고 약속하며 다음 공연장소인 진접읍사무소로 떠나기 위해 부랴부랴 짐을 챙겼다. 29일 마석에서의 첫공연을 필두로 ‘산따라 물따라 음악회’는 김포,파주,춘천,진주시 등 5개지역의 읍,면소재지 15곳을 순회하며 10월 16일까지 연주회를 개최할 예정이다.이밖에도 ‘찾아가는 문화활동 2000’프로젝트에는 민간예술단체 43곳 등 총 50개 단체가 참가해 연극,무용,인형극 등 1,000여회의 공연을 일반인들을 위해 펼치고 있다. 올해 9월로 창단 12년을 맞는 서울팝스.그동안 고궁,길거리,교도소등을 가리지 않고 매년 250여회의 연주회를 열어온 관록탓일까.70여명의 단원들은 절반씩 번갈아 가며 ‘산넘고 물건너’문화 오지를 찾아나서는 이번 순회공연이 낯설지 않을 뿐더러 도리어 신난다는 표정이다. 마석 허윤주기자 rara@
  • 헝가리 지휘자 게오르그 솔티 추모특집

    케이블채널 예술·영화TV(채널37)는 다음달 5,6,12일 오후 7시 세차례에 걸쳐 헝가리 출신 지휘자 게오르그 솔티(97년 작고)를 추모하는3부작 특집을 방송한다. 1912년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난 솔티는 2차 대전이 터지자 스위스 취리히로 망명해 피아니스트로 활동했다.이후 40∼60년대에 뮌헨 오페라,잘츠부르크 페스티벌,,영국 코벤트 가든 로열 오페라 등에서 음악감독으로 활약하며 명성을 쌓았다.특히 69년부터 91년까지 시카고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로 활동하며 말러 교향곡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이번 3부작에서는 60년대말 남독일 방송교향악단과 연습하는 젊은 솔티의 모습을 볼 수 있다.영국 코벤트 가든 로열 오페라에서 공연한 ‘라 트라비아타’,그가 음악을 맡았던 영화 ‘안나 카레니나’의하이라이트,다큐멘터리 등도 소개된다. 장택동기자
  • 오페라 ‘황진이’ 중국서 화려한 개막

    [베이징 김규환특파원] 한국 오페라 ‘황진이’가 24일 중국 대륙에서 화려한 막을 올렸다.한국 오페라가 중국 무대에 오르기는 92년 한·중수교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베이징(北京)시내 세기극원 1,700여석의 자리를 꽉 메운 이번 공연도중 황진이가 중국의 대표적인 시인인 당나라시대 이백(李白)의 ‘장진주(將進酒)’를 읊자 문화적 공감대를 얻은 중국 관객들은 중국의 전통가극인 경극(京劇)을 관람하는 것처럼 빠져들었다.특히 이날공연에는 쩡젠후이(曾建徽) 전인대 외사위원회 주임 등 고위급 관리들도 대거 참석,한국 문화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한·중수교 8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공연은 중국 예술가들도 함께 참여,수교의 의미를 한층 높였다.한국측에서는 지난해 국내 초연 때 황진이를 노래한 소프라노 김영미와 김유섬을 비롯,메조소프라노 김정희,바리톤 유승공,테너 임산,베이스 김명지,한국 예술종합학교 합창단 등 170명이 참가했다.중국측에서는 우리나라의 국립오페라단에 해당하는 중앙가극원 오케스트라가 반주를 맡고베이징무용학원 무용단이 출연,한중 예술인들간의 정신적 교감도 가졌다. 앞서 중국의 언론들은 ‘한국판 나비부인 황진이의 베이징 공연’이라는 기사를 통해 ‘새로운 동양형 오페라’의 진수를 선보일 것이라며 이번 공연은 한·중 문화교류에 큰 획을 긋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khkim@
  • 北교향악단 4차례 서울공연 결산

    분단 50년만에 서울땅을 밟은 북한 조선국립교향악단 일행이 20일부터 22일까지 네 차례의 서울 공연을 모두 마쳤다. 이번 연주회는 우선 음악적으로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북한 클래식음악의 진면모를 가늠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주 각별한 의미를 갖는 무대였다.전반적으로 연주역량은 ‘상당’했다는 평가다.비록 몇개 안됐지만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4번등 서양 고전 레퍼토리를 통해 원숙한 기량과 유려한 선율을 확인할 수 있었다.또 허광수(남성저음) 리영욱(남성고음)등 남자 성악의 경우 풍부한 성량과 탄탄한 기교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민족적 정서를 살리면서도 현대성을 가미하려는 노력은 단연 돋보였다.오케스트라는 목관,금관의 기존 악기 외에 개량민속악기인 ‘죽관악기’파트를 두는 독특한 편성을 보여주었다.고음저대(개량 대금),중음저대,저대,장새납(개량 태평소)등 ‘죽관악기’는 특히 이번 연주회의 대종을 이뤘던 창작곡들에서 빛을 발해 서양악기와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민족음악’의 오묘한 색채를 더했다.창작관현악곡‘아리랑’의 도입부와 끝부분의 저대 선율은 백미였다.‘풍년가’‘그리운 강남’처럼 소박하고 흥겨운 선곡은 ‘인민들이 좋아하고 즐겨부를수 있는’북한 음악의 실체를 엿보게 했다. 물론 호기심 차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지만 관객들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합동연주를 마친 연주자가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도 공연이 끝난 객석에서는 ‘나의 살던 고향’과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그칠줄 모르고 불려졌다.음악을 통한 겨레의 화합,예술의 힘이 실감되는 순간이었다. 북한음악이 우리 음악계에 남긴것은 무엇이었을까.전문가들은 대중속으로 한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북한 교향악단의 노력은 분명 본받아야 할 부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실 남한에서 클래식은 소수 마니아가 즐기는 귀족취향으로 치부돼왔다.클래식이 지나치게 전문 아카데미즘으로 흐르다보니 일반청중을 소외시키고 대중적 기반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음악평론가 한상우씨는 “북한교향악단이 민족적 색채 짙은 창작 관현악에 많은 애정을 쏟는 모습은 남한 음악인들에게 우리도 보통시민들을 위한 창작음악에 힘써야겠다는 자극을 알게모르게 주었을 것”이라고 평했다. “전통음악과 서양음악을 막론하고 ‘자기 것’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우리 음악계가 반성해야 한다”는 지적(지휘자 박태영,북한 평양음악무용대학에서 87∼90년 유학)도 있다. 북한이 완전개방해 문화교류가 더욱 활발해지게 될 경우 그들의 독창적인 ‘민족음악’이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엇갈린다.“민족정서에 맞는 친근한 북한 창작음악은 그동안 클래식에 소외됐던 층 등을 중심으로 상당한 수요가 있을 것”(평론가 탁계석씨)이라는 낙관론과 “정통클래식의 도도한 흐름속에 묻히고 말 지엽적 해프닝”이라는 비관론이 팽팽하다. 어쨌든 이번 음악회를 통해 분단 50년 동안 형성된 남북한의 음악적특색이 확연히 드러난 만큼 음악 분야에서도 창조적 화합 노력이 필요해진 것 만큼은 분명하다.국립국악원 이윤경 연구사의 말은 그에대한 한 답변이 될 수 있다. “한발 앞선 북한의 개량악기는 취할 점이 많다.그러나 우리는 수천년간 내려온 전통 국악의 원형을 보존했다는 우리만의 강점이 있다. 전통을 지키려는 노력과,전통을 새롭게 창조하려는 노력이 서로 만나면 엄청난 상승작용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허윤주기자 rara@
  • 조선국립교향악단 공연을 보고

    남북이 갈라진 지 55년 만에 북한의 교향악단을 만난 것은 특별한감회였다. 북한의 교향악단은 전통적인 서양 고전음악보다는 북한 인민들을 위한 독특한 작품들을 주로 연주해온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조선국립교향악단의 내한공연에서 특히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서곡과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4번의 4악장,그리고 남성저음(베이스)독창에서 보여준 고전 레퍼토리의 연주력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20일 밤 KBS홀에서 가진 첫날 공연은 김병화가 지휘하는 조선국립교향악단의 관현악곡 ‘아리랑’으로 시작되었다.아리랑은 남북한이 모두 즐겨부르는 우리의 대표적인 민요로 이를 관현악으로 만든 것인데 단소,젓대(개량 대금),장새납 등 전통악기를 포함시켜 독특한 한국적 분위기를 창출하고 있었다. 이번 공연에서 협연을 맡은 여성고음 리향숙과 남성저음 허광수,그리고 바이올린 연주자 정현희는 상당한 수준의 연주를 들려주었고 특히 허광수가 부른 세비야의 이발사 중 아리아는 세련된 매너와 볼륨있는 베이스의 강렬한 울림이 청중들을 감동시켰다.우리의 관심이었던 이들의 발성은 정통적인 벨칸토창법을 쓰고 있었으며 이들 실력이라면 남한의 오페라공연에 주역을 맡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4번의 4악장을 비롯한 관현악작품들의 연주수준은 높은 편이었고 전통악기의 사용도 나름대로의 공감력이 있어북한의 음악이 어떤 모습으로 발전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었다. 우리가 그동안 사회주의 국가들의 관현악연주에서 느꼈던 찬란하고힘이 있는 금관악기의 효과적인 사용이 조선국립교향악단의 연주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었는데 마지막곡 ‘청산벌에 풍년이 왔네’는 우리의 민요 ‘풍년가’를 주제로 한 것으로 관악기군과 타악기가 어울려 청중을 흥분시켜 주었다.전체적인 레퍼토리가 남한과는 차이가 있으나 이들이 연주하는 동안 북한교향악단이라는 생각은 별로들지 않았다. 조선국립교향악단의 내한공연은 음악예술이야말로 국경이나 체제,혹은 어떤 장벽도 허물 수 있는 가장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하게 했다. 오케스트라는 물론 예술 전반에 걸쳐적극적인 교류가 이루어져 남북화합과 통일의 길을 위한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 韓 相 宇 음악평론가
  • 北 국립교향악단의 특징

    20∼22일 남한서 역사적인 데뷔무대를 갖는 북한국립교향악단은 어떤 음악을 하고 있으며 연주 수준은 어느정도일까. 분단 50년의 벽은 클래식음악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는지 북한관현악단의 편성이나 연주 레퍼토리는 우리의 ‘정통 클래식’기준으로 보면 생소한 점이 많다. 북한 국립교향악단의 편성은 장새납,젓대,개량대금 등 개량민속악기와 양악기를 적절히 조화시킨 ‘배합 관현악단’으로 이번에 서울에온 상임지휘자 김병화가 개발에 공이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북한의 개량 민속악기들은 탁하고 흐린 '쐐소리'를 없애 청아하고고운 음색을 내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인민대중이 좋아하고 잘아는 곡을 교향악으로 만들어야 한다’는김일성 주석의 교시에 따라 선율이 쉬우면서도 완성도 높은 작품을연주하는데 주력한다.국내창작곡과 서양작품을 7대3정도로 섞는 것이 관례다. 이번 공연도 창작곡 위주로 짜여있다.바이올린 협주곡 ‘사향가’는 정사인 작곡의 노래 ‘내 고향을 이별하고’주제에 의한 협주곡.관현악곡으로는 ‘아리랑’(최성환작곡),‘그리운 강남’(안기영 작곡)‘그네뛰는 처녀’(김윤붕 작곡)를 연주한다.‘그리운 강남’은 ‘정이월 다가고 삼월이라네,강남갔던 제비가 돌아오면은…’으로 시작하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노래가 바탕이다. 북한은 성악의 발성법도 우리와는 다르다.지난 70년 “깊은 정서없이 소리를 힘주어 내지르기만 한다”는 김정일국방위원장의 비판에따라 ‘목소리를 인위적으로 과장하지 말고 쉽게,유순하고 곱게’내는 새로운 발성법을 채택하고 있다. 재일동포 출신으로 지난 87∼90년 평양음악무용대학서 유학했던 박태영씨(서울시청소년교향악단 단장 겸 지휘자)는 북한국립교향악단의 연주실력이 상당하다고 귀띔한다.‘50년대 거장 므라빈스키가 지휘하던 시절의 레닌그라드필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 또한 지난 4월 평양의 봄 축전에 초청돼 협연하고 돌아온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에 따르면 연습량도 엄청나 북한 창작곡은 악보를 거의 외우다시피 연주할 정도라고 한다.창작음악에 별 관심을 기울이지않는 남쪽 오케스트라와 크게 다른 점이다. 허윤주기자 **
  • 문화스냅-2000 여름/ 록 페스티벌 열기

    지난 12일 창원시 종합운동장. 폭염이 퍼붓는 운동장 한복판에서 한무리의 젊은이들이 뒤엉켜 구르고 뛰고 소리지르느라 창원벌이 요란하다.간간이 소방호스로 물이 객석에 뿌려진다.온 몸이 땀에 젖어 그야말로 ‘물에 빠진 생쥐’꼴이지만 이들은 록 리듬에 맞춰 이날 밤 11시까지 10시간 가량 시간관념을 잃고 젊음을 불태우느라 여념이 없다. 포항에서 달려온 주부도 있고 대구에서 김밥을 싸들고 온 고딩(고등학생을 가리키는 은어)도 있고 서울에서 딸이 좋아하는 일본 뮤지션을 보기 위해 손잡고 내려온 40대 부인도 있었다.모두 자신이 좋아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 지난달에는 소요 록스티벌과 부산 국제록페스티벌이 열기 속에 펼쳐졌다.기대가 컸던 제1회 대한민국 록페스티벌과 2회째를 맞은 트라이포트 록페스티벌은 돌연 취소돼 우리는 정녕 미국의 우드스톡이나 일본의 후지 같은 록페스티벌을 가질 수 없는가 탄식을 하게 만들긴 했다.성급한 이들은 한국 록의 죽음을 거론하기도 한다. 그러나 ‘포에버 피스 2000’ 공연은 살인적 더위와 부족한홍보,지리적 한계 때문에 관객은 적었지만 그 열기는 한국 록의 앞날을 확신해도 좋을 만큼 뜨거웠다. ?7월 록페스티벌 지난달 광안리해수욕장에서 열린 부산 국제록페스티벌은 일본의 남성 5인조 그룹인 ‘시얌 샤이드’와 3인조 여성그룹 ‘미사일 걸 스쿠트’ 외에 5개국 19개팀과 국내 인디밴드 12개팀이 참가했다.7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부산지역 록팬들의 갈증을 해소해줬다.내년에는 국고 5억원을 지원받아 모두 17억원의 예산을 투입,국제적 음악축제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소요 록페스티벌 또한 지역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진 1회 대회를 올해도 이어갔다는 점에서 반길만 하다.특히 인디밴드나 메이저밴드 외에도 고교생이나 아마추어 밴드들의 등용문 역할을 해냄으로써 록 발전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취소된 두개의 록페스티벌 기획사도 빠른 시일안에 조그만 규모로나마 다시 개최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포에버피스 2000 이경미(17·창덕여고 1년)양.일본의 전설적인 비주얼록그룹 X-저팬의 보컬리스트였던 토시를 만날 수 있다는 일념 하나로 고속버스로 6시간 거리의 창원에 달려왔다. 팬클럽 ‘T.Z’회원 30여명을 모아 여관에서 칼잠을 지새며 이틀의공연을 빠짐없이 지켜봤다.“꿈만 같아요.어제 한끼도 못먹었습니다. 저에겐 ‘신’(神)과 같은 존재인 토시를 만날 수 있다니…”마산에서 달려운 김경욱군은 “군대가기 전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기위해” 이곳을 찾았단다.바리케이드 위에 발을 올리고 뒤로 한바퀴돌아 관중들의 머리위에 넘어지는 ‘서핑’에 열중한다.‘보디가드’ 아저씨들의 제지를 못 본체 하며. 그의 말.“정말 기분 째지게 좋은데,안전은 나도 나름대로 신경쓰며즐기고 있는데 자꾸 말리는 저 아저씨 너무 미워.한대 때려주고 싶어.”“하참,얘네들 체력도 참 대단하데이.”근처 아파트촌에서 ‘마실다니듯’ 나온 한 중년 신사는 혀를 끌끌찬다.이런 팬들이,그리고 무더위속에서도 웃통을 벗어제끼며 연주에열중하는 뮤지션들이 록의 앞날을 버팀목처럼 버텨주고 있는 것이다. ?고군분투 ‘록’앨범 이 여름 우리의 록밴드들은 댄스와 힙합그룹의 기세에 눌리고 음반시장의 축소라는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앨범을 발표하고 있다. 판매량은 잘해야 3만∼5만을 오르내리고 어떤 경우 3000장 안쪽에 그치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열심이다. 이달 ‘귀곡(鬼哭)메탈’이란 새로운 장르를 창시한 레이니 선의 2집 ‘유감’을 시작으로,크리스천 음악에 프로그레시브록을 혼융시켰다는 평을 듣는 예레미가 오케스트라와 공동작업을 하는 등의 화려한사운드로 꾸민 3집 ’플라잉 오브 이글’을,롤러코스터가 1집을 훨씬 뛰어넘는 음악성으로 단단히 무장한 2집 ‘일상다반사’를,퍼니파우더가 풍자와 익살이 가득 담긴 가사를 경쾌한 리듬과 적절히 비벼놓은 ‘더 그레이티스트 히츠’를 내놓았다.다소 낯선 다양한 장르가선보이고 있는 것. 하지만 이들이 더 많은 대중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잡기란 쉽지 않은 일.방송의 외면탓. 그러나 “우리의 음악을 조금이라도 아는 이들이 있는 한” 그들은좁은 공간에서 최선을 다해 연주한다.개런티는 ‘입에 풀칠’할 정도로 매니저 등을 대동한4인조 밴드의 경우 점심값에 교통비 제하면남는 게 없지만 그래도 ‘쨍하고 해뜰날 돌아올거야’를 외치며 오늘도 무대에 오른다. 글·사진 창원 임병선기자 bsnim@. * 록 축제가 성공하려면. 이틀걸려 22시간동안 진행된 ‘포에버 피스 2000’ 록페스티벌을 전량 녹화한 케이블채널 NTV(채널 19)의 홍수현 PD가 한국 록문화와 축제문화에 대한 글을 보내왔다.NTV는 오는 22일과 24일밤 자정,음악채널 KMTV(채널 43)는 24일 자정과 31일 밤10시 각각 2시간 분량으로편집한 실황을 녹화방영한다. [편집자 주]한국에서 록페스티벌이 성공하려면 어떤 요건이 충족되어야 하는가. 일반 사람들은 록을 단지 시끄러운 음악으로 알고있다.거친 랩과 알아들을 수 없는 가사,과격한 율동,그 모습에 열광하는 청소년들. 방송에서는 물론 레코드점에서도 록 음악은 들을 수 없고 찾을 수 없다. 적지 않은 록페스티벌들이 기획됐다가 공연 며칠 전 취소된다.좋은취지의 공연들이 관객의 외면으로 썰렁하게 끝나기 일쑤다. 한국에는 공연과 함께 놀 수 있는 부대시설이없다.공연에만 집중하는 관객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아직도 록 음악이 생소한 이들을끌어들일 만한 이벤트와 부대시설이 구비됐으면 한다. 한국에서는 CD판매가 저조하다.공연장에서만 즐기고,자신이 좋아하는 그룹들의 공연만을 관람한 뒤 등을 돌리고 만다. 모두 자신이 좋아하는 곡들을 짜깁기 해서 듣고 있다.이건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뀌길 기다리는 방법 외에는 대안이 없다. 한 밴드가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우리 음악이 시끄럽지만 자꾸 듣게되면 우리들의 음악도 귀에 익을 것이다.”댄스와 발라드가 우리 주변에 익숙해진 것은 방송의 힘이다.듣고 싶든 듣고 싶지 않든 그 음악들은 우리 주변에 늘상 자리잡고 있다.그렇기 때문에 듣기 좋은 음악처럼 느껴지는 것이다.방송에서만이라도균일하게 음악을 내보내야 한다. 국민적인 축제가 없어 노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것도 한 요인이다. 브라질의 삼바,미국의 독립기념일 등등 그들 국민들이 1년내내 손꼽아 기다리는 축제가 있다.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우리 국민들이 1년에 1주일 아무 일도 않고즐길 수 있는 축제가 자리잡히면 사람들에게 록축제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홍수현 NTV 프로듀서 518316429@hanmail.net
  • [문화도시 문화거리](5)젊음·낭만의 도시 천안

    사람은 물따라 길따라 산다.천안도 까마득한 옛날부터 길 위에 자연스레 사람들이 모여들어 도시를 이룬 곳이다.서울에서 삼남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잡은 천안 사람들은 그곳에서 ‘천안삼거리 흐응∼ 능수야 버들은 흥∼ ……’을 부르며 ‘하늘 아래 가장 편한 곳(天下大安)’임을 노래로 보여주었고 일제시대에는 유관순 열사와 임정 초대주석 이동녕 선생을 배출,매서운 맛을 보여 주었다. 해방 이후에는 철도 갱생회를 통해 열차에서 판매된 호두과자가 천안의 명물이 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신라시대의 고찰이 있는 광덕산에 오르면 바람결에 부딪치는 광덕사의 풍경소리가 잠시나마 세속을 잊게 한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천안은 이처럼 고즈넉한 향수의 도시였다. 하지만 지금은 이것만으로 천안을 다 알았다고 할 수 없다. 낭만과 젊음이 넘치는 문화도시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거리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마다 생동감이 넘친다.인구 40만의 도시로서는 많다 싶은 3곳의 문화원과 시민회관,문예회관,아라리오공원등을 중심으로 예술과 문화가 시민과 호흡을 함께 한다. 천안 문화 대중화에 앞장서 오고 있는 유근덕(柳根德) 아라리오화랑관장(40)은 “천안을 변화시킨 중요한 요인은 무엇보다 옛 정서와 현대문화예술의 결합”이라고 말한다. 온고지신(溫故知新)정신이 오늘의 천안문화를 일궈냈음을 강조하는대목이다. 천안 문화의 특징 가운데 또 하나는 일방적인 관(官)주도 문화가 아니라 민·관이 함께 이루어 낸 합작품이라는 데 있다. 이들 양자의 노력은 천안을 공원·수련장·회관·문화원·화랑 등이 잘 구비된 입체적 문화예술공간으로 바꿔 놓았다. 아라리오조각공원은 천안종합터미널 광장 1,800여평에 마련된 예술공간으로 ‘조각광장’과 ‘푸른 조각공원’으로 잘 단장돼 있다. 이 공원에는 우리나라를 비롯 프랑스·미국인들의 작품 63점이 전시돼 있으며 하루평균 500명∼600명 정도가 이곳을 찾는다. 한달에 한두번 정도 이곳에 온다는 고교 국어교사 임계묵(林桂默·39)씨는 “지저분하고 스쳐가는 곳이라는 기존 터미널의 부정적 이미지가 공원조성으로 완전히 씻어졌다”고 말한다.천안대로 네거리에서 아라리오조각공원까지 600m구간에 조성돼 있는 문화의 거리도 도심속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곳곳에 파고라·어린이놀이터·농구대·조각품(암각화) 등이 놓여있다. 아리리오화랑은 예술인은 물론 시민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곳으로 조각·동양화·서양화 등 각종 예술작품을 전시한다. “천안지역 예술인 뿐만 아니라 서울과 대전 등 대도시에서 활동하는 작가들도 작품을 걸고 있다”고 유 관장은 귀뜸한다. 전시장은 20평에 불과하지만 판화작품만 전시하는 이채판화화랑과서화 상설전시관인 서화전시관도 천안의 자랑이다. 연중 각종 작품이 이들 전시관에 빠짐없이 걸려 있는 것만 봐도 문화예술에 대한 예술인과 시민들의 열정을 쉽게 알 수 있다. 천안시도 시민회관 이외 문예회관,천안문화원과 성환문화원,아우내문화원 등을 통해 수년전부터 문화진흥책을 열심히 펴고 있다. “천안문예회관은 최신 조명시설과 무대시설,음향시설을 갖춰 각종예술단체와 대학으로부터 대관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임경환(林儆煥) 천안문예회관장(44)은 소개했다. 문예회관은 대공연장(760석),소공연장(240석),전시실(198㎡),회의실(198㎡),오케스트라 연습실(172㎡),분장실 등을 갖추고 있다. 천안은 또 예술에 축제를 더해 21세기형 문화축제도시로 거듭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이근영(李根永) 천안시장은 “10여년전부터 열리고 있는 천안삼거리문화제는 범시민 향토축제로 자리잡았으며 지역 문화예술발전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문화제는 매년 10월 전후에 열리며 천안인의 행렬 이외에 30여종목을 천안삼거리공원과 시민회관 등지에서 펼친다. 천안시는 오는 9월 개최 예정인 ‘천안의 자랑음식축제’가 먹거리와 볼거리가 있는 도시로 자리매김하는데 큰 도움이 돼주길 바라고있다. 천안시는 이와 함께 2001년 문화인프라 구축사업에 52억원을들여 박물관과 조각공원,문예회관 유물전시실건립도 계획하고 있다. 대전 최용규기자 ykchoi@. 사진 손원천기자 angler@. [이렇게 가꿉시다] “지역 정체성 살리는문화인프라 구축을”. 국토의 중심부에 위치한 사통팔달의 교통의 요충지로,그리고 전통과문화,교육의 도시로서 면모를 가진 천안시는 전국 40개의 도농복합도시중 그 전형으로서의 위상을 가진다.수도권의 배후를 지원하며 충남 서부지역의 관문인 천안은 서해안 시대 중추 거점 도시의 하나로급속도로 팽창되고 있다.신규 주거단지의 조성 등 도심 변두리의 확장과 개발로 그 어느 때보다도 분주하다.게다가 2001년 전국체전 개최지로서 각종 도시 이미지 개선 작업도 추진 중에 있다. 천안은 14개의 대학을 소유한 교육의 도시이며 인구 40만의 전통적인 문화도시이다.천안의 대표적인 현대적 도심 문화시설로는 종합터미널 광장 1,800여 평에 조성되어 있는 아라리오 조각공원을 들 수 있는데,이곳은 의식있는 민간 화랑이 시민들의 정서함양과 문화적 향수기회 확대를 위해 조성한 공간으로서 세계적인 조각가인 아르망의 작품으로부터 국내외 유수 작가들의 작품 60여 점이 설치되어 있다.조각공원은 이를 통해 시민들의 휴식과 여유의 공간을 제공한다. 또한 아라리오 조각공원으로부터 천안대로 사거리까지 600미터 구간의 3,000여 평에 달하는 문화의 거리는 서울의 대학로처럼 주로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대표적인 문화공간이다. 천안은 도심개발에 있어 문화적 배려와 도시의 새로운 이미지 구축을 위한 노력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급속한 개발과정에서 산업자본주의 논리에 편승한 무분별한 개발과 그 결과로 초래될 지역문화 정체성의 상실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다. 그 정체성을 견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역문화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구축해내는 일이 필요한데,천안시가 21세기 과제로 추진중인 영상문화복합단지와 테크노파크 조성 사업을 종합적인 문화인프라 구축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또한 이를 구현할 때 전통문화와현대문화를 다양하게 접목시켜 천안만이 가지는 지역적 특성을 살리고자하는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국내 유일의 유리조형연구소와 같은 지역의 교육 및 연구시설이 가진 특장을 살린 문화산업시설 기반의 조성도 지역문화의 정체성을 구현하는 효율적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金 瓚 東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미술회관팀장
  • EMI ‘한국의 거장시리즈’ 정경화 장영주 장한나…

    한국을 빛낸 세계적 연주자들의 음악을 담은 시리즈 음반이 나왔다. EMI의 ‘한국의 거장 시리즈’.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장영주,첼리스트 장한나,피아니스트 백혜선과 백건우,그리고 정트리오 등 EMI 소속 음악가들의 기존 연주곡가운데 발췌,각각 CD 2장에 담아낸 6개의 시리즈 음반이다. 그 가운데 정경화는 텐슈테트 지휘의 로얄콘서트헤보와 협연한 베토벤의 ‘협주곡 라장조’와 리카르도 무티의 필라델피아오케스트라와함께 연주한 드보르작의 ‘협주곡 가단조’ 등을 한 데 담아냈다. 또 장영주는 차이코프스키의 ‘협주곡 라장조’(런던심포니,콜린 데이비스 지휘)와 파가니니의 ‘협주곡 제1번 라장조’(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볼프강 자발리쉬)등을,장한나는 로스트로포비치 지휘의 런던심포니와 녹음한 차이코프스키의 ‘로코코변주곡’과 생상스의 ‘첼로협주곡 제1번 가단조’ 등을 실었다.백혜선은 EMI 발표음반인 1집 ‘데뷔’와 2집 ‘사랑의 인사’ 중에서 멘델스존의 ‘무언가’와엘가의 ‘사랑의 인사’ 등으로 음반을 엮었다. 리스트의‘메피스토 왈츠 제1번’과 풀랑크,드뷔시 등의 다양한 선율을 담은 백건우,베토벤의 ‘트리오 5번 유령’과 차이코프스키의‘위대한 예술가의 추억’ 등을 실은 정트리오의 앨범은 이전 발표음반을 다시 내놓은 것이다.
  • 볼쇼이 오페라 서울 공연

    러시아 볼쇼이오페라단이 본토의 화려한 무대를 통째로 한국에 옮겨온다. 25∼27일 오후 7시30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지는 차이코프스키 오페라 ‘스페이드 여왕’.한국-러시아 수교 10주년 기념공연으로 기획됐다.볼쇼이의 이번 방문은 지난 89년 오페라 ‘보리스 고두노프’이후 두번째다. 볼쇼이 한국공연단은 지휘자 마르크 에름레르(68)를 포함해 오페라주역가수 23명,볼쇼이오케스트라 71명 등 250여명에 달하는 초대형규모다.총 15톤에 달하는 무대장비와 의상,소품등도 모스크바에서 공수된다. 차이코프스키 오페라 ‘스페이드여왕’은 ‘예브게니 오네긴’과 함께 볼쇼이가 가장 아끼는 레퍼토리이자 전세계 오페라 팬들의 사랑을받는 인기오페라 중의 하나다. 차이코프스키가 44일 만에 작품을 완성했다는 오페라 ‘스페이드 여왕’은 푸슈킨 원작으로 차이코프스키의 동생 모데스트가 대본을 썼다.차이코프스키는 동생에게 쓴 편지에서 “만약 내가 저지른 실수가없다면 이작품은 진정한 최고의 작품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작품배경은 18세기 말 페테르스부르크.원작은 19세기지만 무대와 의상을 좀 더 화려하게 하기 위해 바꾸었다.줄거리는 러시아인들에게보드카 만큼이나 친근한 도박을 매개로 이어진다. 게르만과 리자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 리자의 할머니 백작부인은 한때 장안에 소문난 도박꾼으로 승리의 비밀을 알고 있다. 게르만은 백작부인 방에 숨어 들어가 게임의 비밀을 알려달라고 협박한다.백작부인은 공포에 질려 숨을 거두고 마침 목격한 리자는 당신이 노린 건사랑이 아니라 도박의 비밀이었냐며 절망한다.죄책감에 시달리는 게르만앞에 백작부인의 망령이 나타나 리자와의 결혼을 전제로 비밀을알려준다. 그러나 게르만의 마음은 도박판에만 가 있고 상심한 리자는 강물에몸을 던진다.승승장구하던 게르만의 마지막 도박상대는 과거의 연적인 에레츠키 공작.마지막 카드 ‘에이스’로 승부를 노리는 그에게주어진 카드는 ‘스페이드 퀸’.이 카드 한장에서 게르만은 백작부인의 망령을 보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리자 역에 소프라노 마리아 가브릴로바와 이리나 루브소바,테너 게르만 역에 비탈리 타라스첸코와 레프 쿠즈네트소프 등 러시아 국민배우와 볼쇼이 주역가수들이 대거 출연한다. 한편 28일에는 10여곡의 주옥같은 아리아를 모은 ‘오페라 갈라콘서트’가 열린다.차이코프스키 ‘예브게니 오네긴’중 ‘렌스키의 아리아’푸치니 오페라 ‘라보엠’중 ‘미미의 오페라’등이 볼쇼이오케스트라의 유려하고도 박력 넘치는 반주와 함께 선사된다. 볼쇼이극장은 1776년 최초 건립이후 2차례나 화재로 붕괴됐다 재건돼 오늘날의 위용을 유지하고 있다.최근에는 국가적 경제위기로 재정난에 시달려 유네스코가 ‘볼쇼이극장 돕기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허윤주기자 rara@
  • “신나는 음악 들으며 무더위를 잊으세요”

    올 여름 막바지 무더위에 지친 시민들을 시원하게 해줄 다채로운 강변축제가 열린다. 서울 마포구(구청장 盧承煥)는 12일 저녁 6시30분 한강시민공원 망원지구에서 ‘한여름밤 강변축제’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11일 밝혔다. 서울 풍물단의 길놀이로 막을 열 축제에는 모던팝스오케스트라와 테너 김정욱·소프라노 경미숙씨 등이 출연한다.아울러 구 여성합창단,인기 듀엣 ‘해바라기’ 등의 공연 등이 이어질 예정이다. 특히 세계적인 퍼포먼스로 자리잡은 ‘난타’도 공연된다.이와 함께 화제의영화 ‘비천무’도 상영할 계획이다. 문창동기자
  • 경기 문예회관 ‘청소년을 위한 무대’

    경기도립예술단은 여름방학을 맞아 13일부터 18일까지 ‘청소년을 위한 여름 예술여행’무대를 펼친다. 무용단과 국악단,연극단,팝스오케스트라로 구성된 경기도립예술단은 연극,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여 청소년들이 문화예술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도립극단은 13·15일 오후 4시와 14일 오후 7시30분 경기도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3차례에 걸쳐 연극 ‘영원한 제국’을 공연한다.이인화씨의 원작소설을 각색한 영원한 제국은 조선시대 정조가 시해되기 직전 주인공이 겪는하루동안의 꿈같은 사건을 극적으로 꾸민 작품으로 빠르게 변하는 무대장치와 현대적 감각의 음악이 특징이다. 경기도립무용단이 16일 오후 7시30분 문예회관 대공연장에서 공연하는 ‘청소년을 위한 우리춤 여행’도 다채로운 작품으로 관심을 끈다.무용단은 이번공연에서 조선시대 궁중의상의 화려함과 우아한 자태를 맛볼 수 있는 ‘태평무’와 우리 악기 장고에 안무를 곁들인 장고춤,한국무용의 대표춤인 부채춤,승무에다 창작 현대무용까지 선보일 예정이다. 또 도립팝스오케스트라는 18일 오후 7시30분 문예회관 대공연장에서 청소년과 함께하는 영화음악 공연을 펼친다.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여주인공인이소정씨 등 인기가수와 성악가 등이 나와 ‘알라딘’ ‘플래툰’ ‘황태자의 첫사랑’ ‘물망초’ 등 유명 영화음악을 들려준다. 이밖에 도립국악단은 17일 오후 7시30분 문예회관 대공연장에서 ‘청소년을위한 우리음악 여행’ 무대를 마련할 예정이다.(031)230-3242.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
  • 세계적 소프라노 에디트 마티스 내한공연

    인간의 자유를 향한 집념을 그린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주인공이 간수들몰래 문을 걸어잠그고 들려준 아리아를 기억하는가. 꽉 막힌 감옥 한가운데로 울려퍼지며 죄수들의 영혼을 한줄기 바람처럼 씻어준 그 노래(모차르트‘피가로의 결혼’중 이중창)의 주인공이 한국에 온다. 세계적 소프라노 에디트 마티스가 16일 오후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부천필 오케스트라와 함께 내한공연을 연다.96년에 이어 2번째다. 이번 연주회는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말러 교향곡 전곡을 4년간 10회에걸쳐 연주하는 ‘말러 시리즈’의 세번째 무대다.예술의전당이 공동기획한‘말러시리즈’는 세기말의 혼돈속에서 인간 삶의 영원한 테마인 사랑과 죽음,부활을 노래한 작곡가 말러의 교향곡 10곡을 완주하는 야심찬 시도다. 이번에 연주할 교향곡 제4번 ‘천상의 삶’은 2번,3번과 함께 ‘소년의 이상한 뿔피리’3부작을 이룬다.동화 ‘어린이의 마술피리’에서 유래된 이 작품은 심포니와 성악의 아름다운 화음으로 인간의 사랑과 죽음을 진지하게 담아낸다. 어머니가 음식을 구하러 나간 사이 배고픔에 신음하다 숨을 거둔 어린이가 가난,병마,굶주림이 없는 천상의 세계에서 보고 느끼는 절대적 평온을노래한다는 내용이다. 마티스는 경쾌하고 천진난만하게 천상의 세계를 묘사하는 4악장 독창부분을부른다. 예술의전당측은 “지난 5월 교향곡 2번 ‘부활’공연에 이어 3번 ‘사랑이내게 말하는 것’이 열릴 차례지만 세계적 소프라노 마티스의 바쁜 일정탓에불가피하게 순서가 바뀌었다. 청아하면서 절제된 음색의 마티스는 이 노래의적임자”라고 설명했다. 바흐,모차르트,말러 작품 등의 해석에서 세계 최정상급으로 평가받는 마티스는 62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현역소프라노로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춤추라,기뻐하라,행복한 넋이여’라는 뜻의 모차르트 교회음악 ‘엑슐타테 유빌라테’도 들려준다.(02)580-1300 허윤주기자 rara@
  • ‘비엔나 왈츠 오케스트라’ 10·13일 공연

    비엔나 정통의 왈츠를 들려줍니다. ‘왈츠의 황제’ 요한 스트라우스의 곡을 가장 잘 연주한다는 ‘비엔나 왈츠 오케스트라’가 10일 서울 영산아트홀,1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잇달아 내한공연을 갖는다.(02)582-4131지난 90년 설립후 매년 세계 각국을 돌며 1백여 회의 왈츠 공연을 펼치는 세계에서 유일한 왈츠 전문오케스트라다. ‘봄의 소리 왈츠’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 등 일반인에게 친숙한 요한 스트라우스 작품들을 연주한다.발레단도 함께 내한해‘안넨 폴카’ ‘남국의 장미’등 6곡은 무용공연을 곁들인다. 왈츠는 4분의 3박자로 빙빙 돌아가며 추는 춤을 위한 연주곡.특히 요한 스트라우스의 왈츠는 경쾌하면서도 화려한 선율로 오랜 세월동안 변함없는 대중적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이번 공연의 지휘는 동양인으론 최초로 비엔나 왈츠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로 임명된 노태철씨가 맡아 눈길을 모은다. 부산출신의 노씨는 독일 뷔르츠부르크 음악학교와 오스트리아 린츠 음악학교를 졸업하고 94년 하이든 챔버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를 거쳐 98년부터 빈왈츠 오케스트라에 몸담아 오고 있다. 허윤주기자
  • ‘투 월드즈’ 홍보차 내한 그루신·릿나워

    컨템포러리 재즈계의 제왕으로 추앙받는 피아니스트 데이브 그루신과 최고의기타 테크니션 리 릿나워가 힘을 합해 만든 새 앨범 ‘투 월드즈’를 홍보하기 위해 지난 4일 우리나라를 찾았다. 이번 앨범은 얼마전까지 퓨전재즈에 열중하던 두 사람이 정통 클래식 넘버들을 편곡해 녹음했고 젊은 바이올리니스트 길 샤함과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플루티스트 제임스 워커,첼리스트 줄리안 로이드 웨버 등이 게스트로 참여해더욱 주목받고 있다. 기자회견에 앞서 이들은 쇼케이스(소수의 관객들에게 앨범 수록곡들을 간단히 들려주는 행사)를 갖고 릿나워 자작곡인 ‘라 그리마’(눈물)와 스페인의기타 거장 세고비아를 추앙하기 위해 모레나 토로바가 만든 ‘소나티나’,스페인 무곡 중 ‘칸시온’ 세곡을 들려주었다.다음은 일문일답. ●앨범의 성격에 대해 혼동할 수도 있겠는데. (그루신)재즈 연주자들이 만든 클래식 앨범으로 봐달라.가급적 클래식 어법에 충실하려고 노력했지만 재즈적 아이디어가 묻어날 수도 있다.그런 흔적이클래식을 잘 모르는 일반인이 클래식에 쉽게 다가서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클래식 기타를 연주하는 데 힘들지 않았나. (릿나워)인간의 목소리에 가장 가깝고 심금을 울릴 수 있는 악기이며 모든연주실력의 바탕이 된다고 믿기 때문에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다. ●내한공연 계획은. (릿나워)현재 얘기가 오가는 단계다.이 앨범의 느낌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선25인조 오케스트라와 다양한 게스트들을 동원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다. 미국에선 2개 도시에서 콘서트를 개최할 계획이다. ●컨템포러리 재즈의 향후 전망은. (그루신)사람들이 너무 편한 음악만을 쫓고 있다.‘엘리베이터 뮤직’(엘리베이터 탈 때 흘러나오는 단순하고 단조로운 음악을 비아냥대는 말)이 유행하는 것을 보고 걱정도 된다.그러나 항상 그랬듯 선도적인 뮤지션들이 좋은방향으로 이끌어나갈 것을 확신한다. 임병선기자
  • 음악/ ‘아시안 유스’ 내한공연‘보자르 트리오’ 협연

    아시아의 쟁쟁한 음악영재들로 구성된 ‘아시안 유스 오케스트라’가 3년만에 내한한다. 울산대 개교 3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연주회는 10일 울산 현대예술관 공연에 이어 12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140명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아시아 11개 국가중에서 뽑힌 15∼25세의 음악도들.매년 열리는 오디션에는 1,500여명이 몰려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선발된 단원들은 6∼7주동안 리허설캠프와 투어연주 등 강도높은 연습을 거쳐 화음을 맞춘다.특히 올해는 한국학생 18명이 오디션을 통과,‘창단이래 최다’를 기록해 더욱 뜻깊은 무대가 될 듯하다. 내한공연에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이 멤버로 활동하는 세계 정상급 실내악단 ‘보자르 트리오’가 협연한다.(02)598-8277허윤주기자 rara@
  • [황석영의 맛따라 추억따라](10) 낯선 땅에서

    *짜고..맵고..투박하고..'경상도 맛'은 원색적. 공양 법회에 참례하지 않고 부엌에 달린 찬방에서 보살님들과 밥을 먹으면더욱 격식없이 이것 저것 해먹을 수가 있어서 좋았다.두부를 만들 때에도 삶은 콩을 맷돌에 가는 일을 도우면 따로 순두부 찌개를 해먹었고 독상을 받는 큰스님들 밥상을 준비할 제 갖가지 특식을 얻어 먹곤 했다. 내가 특히 맛있다고 기억하는 건 여러 가지 푸성귀로 싸먹는 쌈밥들이다.상추 쌈이야 늘 먹던 것이니까 아예 말할 것도 없고 너푼너푼하게 잘 자란 곰취 잎에 된장 쌈을 해서 먹는 맛은 그 싱그러움이며 쌉쌀한 뒷맛이 그만이다.나중에 백두산 갔다가 양념장을 쳐서 싸먹던 야생 곰취의 맛은 잊을 수가없다.아예 밥을 참기름과 깨소금에 잘 버무려서 한입만큼의 주먹밥을 만들어,살짝 데친 취 잎으로 싸서 김밥처럼 한덩이씩 먹는 맛도 좋다.도토리나무잎을 데쳐서 싸먹기도 하고 깻잎을 쑥갓과 어울려서 고추장 넣어 싸먹기도한다.생 다시마를 데쳐서 향그런 쑥갓과 더불어 싸먹는다.뒤란의 호박잎을따다가 껍질을 대충 벗기고 찜통에 살짝 쪄서 풀기만 죽여서,마늘을 얇게 썰어 곁들여서 막된장을 넣어 싸먹는다.배추나 양배추 쌈은 여름날 집에서도흔히 해먹던 것이고,특이한 것은 고구마잎도 쌈밥을 해먹을 수 있다.이것은잎을 끓는 물에 아주 삶아낸다. 조금 쓴 맛이지만 머위 잎도 먹을만 하다.잎을 데쳐 내는데 쌈장과 함께 풋고추 쑹덩쑹덩 썰어낸 것과 곁들여 싸먹으면 쌉쌀하고 매운 맛이 어우러진다.근대는 적당히 자란 것은 나물이나 국을 끓여 먹지만 웃자란 잎들은 역시끓는 물에 슬쩍 데쳐서 싸먹어도 좋다.아욱도 마찬가지다. 하루는 큰스님의 심부름으로 오래간만에 부산 시내에 나갔다.신부님이나 스님이 대개 어슷비슷한데 아마 군인들도 마찬가지일테지만 외출 나와서 세상과 만나는 방법에 두 가지가 있다.하나는 영화 구경을 하는 일이고 자장면을 사먹는 일이 그 두 번째다.호주머니가 가벼운 탓도 있겠지만 아무도 동행한 사람이 없이 혼자라 그 두 가지 일 외에는 별로 할 일도 없는 셈이다. 내 기억으로는 ‘오케스트라의 소녀’라는 흑백 영화였는데,늙어서 일자리를 잃은 노인 악사들로 교향악단을 꾸린 소녀가 실제 인물로 출연하는 스토콥스키를 찾아가 지휘를 부탁하고 드디어 화려하게 데뷔한다는 내용이었다.영화를 보고 눈부신 극장 앞 광장으로 몰려 나오는데 인파 속에서 내 얼굴을아는 이를 만났다.큰 자형의 가까운 친구되는 이였다.그는 내 승복 차림을보고 놀라서 손을 잡으며 물었다.너 어느 절에 있느냐,느이 어머니가 지금눈물로 세월을 보내신다,집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겠느냐,한꺼번에 묻는 것이었다.나는 부산 근방에 있다고 겨우 둘러대고는 달아나듯이 그이와 헤어졌다. 그런 일이 있은 뒤 한 보름 되었을까.그날도 아침을 먹고나서 법당에 걸레질을 하고 있는데 한 스님이 나를 불렀다.누가 나를 찾아왔다는 것이다.산문을 나서고 오솔길을 지나 절집 어구에 상가가 늘어선 곳까지 나가 보았다.바로 앞쪽에 기념품 상가가 있었는데 그 앞에서 이쪽을 향하고 서있는 여자가 보였다. 멀리서도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사람이라고 여기고 가까이 다가가는데 자세히 보니 모친이었다.어머니는 대뜸 내 손을 잡고 눈물바람이었다. 그렇게 되어서 산문을 나선 그 길로 어머니를 따라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부산 국제시장 들러서 사복과 모자 하나를 사서 승복 벗어버리고 옷을 갈아입었다.부산역 앞에서 기차를 기다리다 거의 일 년만에 불고기 백반을 먹었는데 맛이 있다기 보다는 누린내 같은 고기 냄새가 역했던 것 같다.아마도그동안 풀과 푸성귀로 오감이 바뀌었던 모양이었다. 나중에 들었지만 어머니는 자형 친구로부터 승려가 된 나를 부산에서 보았다는 말을 듣고,부산에 당장 내려와 어느 곳에 무슨 절이 있는지 수소문하여한군데씩 찾아 다녔다고 한다.드디어 범어사에서 광덕 스님을 만나게 된 어머니가 아들을 만나게 해달라고 사정했는데 그이는 냉정하게 거절하더라는것이다. 이미 출가한 사람이라 아무리 모친이라 하여도 만날 수 없습니다. 저는 홀어미이고 아들이라고는 그것만 믿고 살아왔습니다.비록 제가 기독교인이지만 예수님이나 부처님이나 가엾은 일에 대하여는 다 같겠지요.제 아들을 돌려주십시오. 어머니가 그렇게 울며불며 사정을 하니 광덕 스님은 한참이나 묵묵히 앉았다가 제안을 하더라는 것이다. 그러면 한번 만나는 보세요.아들이 어머니를 따라가면 어머니 자식이 될 것이오 만약에 절로 돌아오면 부처님 자식이니 다시는 찾지 마십시오. 그랬는데 나는 어머니를 보자마자 두 말할 것 없이 손 잡고 따라서 집으로돌아왔으니 속세의 아들로 되돌아온 셈이다.이제는 모친이나 광덕 스님이나이 세상에 계시지 않는데 나는 시방 누구의 자식인고. 나와 경상도 땅의 인연은 어려서 전쟁 시절에 대구로 피난 가서 소학교 다니던 데서부터 시작하여 나중에 군대생활까지 보내게 되었다. 경상도의 음식을 들라면 우선 짜고 맵고 투박하며 원색적이란 느낌이 든다. 그래도 다른 지방에서는 맛볼 수 없는 것들이 더러 있다. 부산에 갔을 적에 이른 아침에 아낙네들이 ‘재칫국 사이소!’를 외치며 창밖을 지나는 소리에 잠이 깼다.재첩 조개를 넣고 소금으로 간하여 끓여낸 국은 개운하고 속풀이에 좋았다.요즈음 점심참에 먹기 좋지만 우뭇가사리 묵을 채썰어서 콩가루와 갖은 양념을 치고 식초 섞은 냉국을 부어서 먹는 우무냉국도 속이 씨원해진다.대구의 따로국밥은 예전에는 대구탕이라고 불러서 생선 대구탕과 혼동이 될 정도로 유명했다.연변에서 수십년만에 귀국했던 소설가 김학철 노인도 친지에게 옛날식으로 대구탕이 먹고싶다고 했다가 생선 대구탕 집으로 안내하는 바람에 낭패를 보았다는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부산의 고래고기 회나 포항 지방의 과메기는 술꾼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과메기는예전에는 청어를 썼지만 요새는 청어가 드물어져서 꽁치로 대신한다.꽁치를바닷바람에 꾸득꾸득하게 말려서 그대로 찢어 먹는데 길게 찢어 돌돌 말아서 초장에 찍어 먹는다.전에는 그물에 걸리면 재수 없다고 그대로 바다에 버리던 생선이었는데 요즘에 와서 맛을 내게된 것 두 가지가 있으니 쥐치와 아구가 그것이다.그중에서도 아구는 아구찜이라는 독특한 마산 요리가 개발되어값 비싼 생선이 되어 버렸다.아구찜은 콩나물과 미더덕이라는 멍게 비슷한갯벌 생물과 만나야만 완성이 된다.매운 양념에 톡톡 씹히면서 터지는 미더덕과 뼈다귀채로 씹는 아구 맛이 입맛을 확 돌게한다.경상도의 막장은 찌개로 좋고 집장은 가지 무 오이 장아찌를 함께 담그기에 좋다.골짠지는 다른고장의 무말랭이 장아찌 비슷한데 무말랭이와 고춧잎을 검은 깨와 강엿과 갖은 양념에 매콤 달콤하게 무쳐서 항아리에 담가 두고 겨우내 땅 속에 묻어두었다가 늦봄에 꺼내 먹는다. 황석영.
  • 30일 세종문화회관 ‘칸초네와 영화음악의 밤’

    한여름밤의 열기를 식히는 ‘칸초네와 영화음악의 밤’이 30일 오후3시30분,7시30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한우리예술기획사가 주최하는 ‘칸초네와 영화음악의 밤’은 매년 여름철에열리는 기획공연으로 올해로 6회째를 맞는다. 이번 공연에는 소프라노 유미숙,메조소프라노 추희명,테너 신동호 등 정상급성악가 11명이 함께 한다. 이탈리아의 대표적 칸초네 ‘오 솔레미오’‘무정한 마음’‘라 스파뇨라’등과 함께 ‘티파니에서 아침을’‘포기와 베스’등 우리에게 친숙한 영화 주제곡도 들려준다. 그동안 피아노,챔버오케스트라 반주로 조촐하게 이루어져왔으나 올해는 조성규씨가 지휘하는 프라임 필하모닉오케스트라 협연으로 화려한 무대를 연출할계획이다. 허윤주기자 rara@
  • [문화도시 문화거리](2)’新신명’을 여는 전주

    대사습놀이가 펼쳐지는 5월의 전주를 찾는 사람은 인상적인 경험을 한다.대사습은 최고의 판소리 명창을 배출해온 ‘광대’들의 경연대회.시김새 좋은소리꾼이 무대에 오르면 구경꾼들도 덩달아 추임새로 흥을 돋운다.추임새는여간한 공력을 쌓지않으면 장단을 타기가 쉽지 않은 일.그러나 소리판이 벌어진 곳이 전주이고,더구나 대사습놀이라면 청중이 수천명이라도 ‘좋지’‘얼씨구’‘잘한다’는 추임새에 흐트러짐이 없다.소리의 내력을 분별할 수있을 정도의 ‘귀명창’들이 소리판을 가득 채우고 있으니,장원이 누구이고차상이 누구인지는 객석에 흐르는 분위기만 읽으면 짐작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주는 그런 곳이다.시내에 들어설 때부터 고풍스런 ‘호남제일문’이 손님을 맞고,전주부성의 남대문인 ‘풍남문’과 ‘전주객사’,태조의 영정을 모신 ‘경기전’ 등 조선시대 건축물들이 당당하다.교동과 풍남동의 한옥지구를 둘러보노라면 전통을 존중하는 이곳 사람들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전주가 대표적 전통문화도시로 각인된 것은 이렇게 옛 건물들이 아취를 불러일으키는데다,대사습이나 부채에 담긴 풍류에서 나타나듯 가슴으로 이어온생활문화예술이 더해졌기 때문이겠지.예향(藝鄕)으로 불리고 싶어하는 도시는 적지않지만 이처럼 문화적 전통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기는 쉽지않겠어. 이런 생각을 하며 콩나물과 미나리·청포묵 등 ‘전주팔미(全州八味)’가 들어간 비빔밥이나 콩나물국밥에 과하주나 모주 한잔을 곁들이면 어느덧 전주는 떠나고 싶지 않은 도시가 되어있다. 그러나 문화적 전통이란 옛모습을 고집스럽게 잇는 것 만으로는 결코 확대재생산되지 않는다는 것을 전주사람들은 깨닫고 있는 듯 하다. 지난 4월 ‘전주국제영화제’를 시작한 데 이어 내년 ‘전주세계소리축제’에 앞서 오는 10월 ‘프레 페스티벌’를 여는 등 전통을 바탕으로 한 현대적 문화예술에 힘을 기울이는 것도 이런 문제의식이 낳은 결과일 것이다.판소리나 산조의 명창·명인들이 선배로 부터 물려받은 더늠을 가다듬는 노력을거듭하여 대표적 공연예술로 자리잡게 한 것 처럼 물려받은 전통을 시대적상황에 맞게 새롭게 재창조하여 새로운 문화전통을 만들어보겠다는 뜻이 읽혀진다. ‘영화도시’로 발돋움하려는 전주의 노력은 결코 허장성세가 아니다.전주에서는 1940년대 후반부터 1950년대 초반까지 모두 15편의 영화가 만들어졌다. ‘피아골’은 1950년대의 화제작이었고,‘선화공주’는 한국 최초의 컬러영화였다.고인이 된 명배우 최무룡과 허장강도 전주영화로 영화계에 데뷔했을만큼 한국영화의 중심지였다.호남평야에서 비롯된 경제력을 바탕으로 시인·묵객·명인·명창의 든든한 후원자였던 지역유지들이 해방에서 전쟁으로 이어진 혼돈 속에서도 영화라는 새로운 예술장르에 창작 공간을 제공하는 노력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영화도시 전주’가 아직까지는 다소 생경하게 들린다면,‘소리축제’는 매우 친숙하게 다가온다.그러나 친숙한 만큼 진부하게 들릴 수 있는 ‘소리’와 ‘전주’의 이미지를 이 축제를 통해 확실하게 바꾸어놓겠다는 것이 이곳 사람들의 생각인 듯 하다. 여기서 ‘소리’는 그동안 처럼 ‘한국적’이라는 경계에 머무르지 않는다. ‘우리 소리의 세계화’라는 구호를 내걸었지만 결코 우리 것의 우수성만을강조하는 방식이 아니라 세계를 받아들이는 쌍방통행식이다.올 가을 예비행사의 프로그램은 ▲한국음악의 변천을 담은 ‘소리역사를 찾아서’ ▲한중일 전통음악의 명인 ▲정명훈이 지휘하는 이탈리아의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 초청공연 등이다.소리축제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짐작할 수 있을 듯 하다. 이미지를 바꾸기 위한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최근 전주시는 교동의‘전통문화지역’에 세울 쌈지박물관 4곳의 설계안을 공모했다.쌈지박물관은 부채와 한지·자수·전통술을 각각 주제로 한 전문박물관.그런데 응모작 가운데 ‘무늬만 전통적’인 한옥지붕은 모두 탈락시켰다.한때는 공중전화박스에도 한옥지붕을 씌웠던 전주.이제는 전통문화도시로 가꾸려면 어떻게해야하는지를 누구보다 잘 깨닫고 있기에 앞날을 기대해 보아도 좋을 것 같다. 전주 서동철기자. [이렇게 가꿉시다] “문화사업 연계 지역 정체성 표출 긴요”. 전주에 가면 칠규(七竅)가 만족스럽다.맛갈스런 음식이 입을,소리예술이 귀를 즐겁게 해준다.사계절 축제와 볼거리가 즐비해 눈을 감동시키고,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는 코마저 즐거움을 느낀다.아마도 전주는 얼굴위의 일곱구멍을 모두 감동시키는 ‘칠규감동 문화전략’을 펼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개발연대 내내 한켠에 밀려나 있었던 전주는 사실상 ‘박제된 문화도시’였다.이제 문화시대에 들어서면서 문화를 지역발전의 견인차로 삼아 ‘생동하는 문화도시’로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한옥과 음식이 대표하던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현대의 창조적 문화예술이 함께꿈틀댄다.지역이 지닌 다양한 컨텐츠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영화나 게임같은 문화산업에도 관심을갖고있다.대사습놀이 현장에서 볼 수 있듯이,시민이라면 누구나 한자락씩 흥얼거리는 이지역 특유의 ‘소리’는 지역선도 예술(leading art)의 역할을한다.컨벤션 산업에 대한 지원방안을 마련하여 여론주도층에 대한 지역이미지 확산을 꾀하는 것도 색다른 접근이다.다시말해서 전통과 현대가 조화된편안하고 쾌적한 도시로 발전해가고 있는 것이다.자전거타기의 보급이 상징적으로 이를 잘 나타내준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부터이다.우선 단기간 내에 펼쳐놓았던 문화예술 사업들을 일맥상통하게 연결시켜 전주의 개성과 독창성을 표현할 수 있을 것인가가 관건이다.문화산업도 이제까지의 관심차원에서 벗어나 지역 실질소득 창출과 경제활성화로 연결시킬 수 있는 세부전략이 준비되어야 한다.연중 볼거리를 제공하는 외부지향적인 행사가 산만하지 않은지 챙겨보고,지역문화 정체성을 살릴 수 있도록 전개시켜야 한다. 자치시대의 부산물이랄 수 있는 행정권 단위의 문화사업 전개로 인한 인근지역과의 사회심리적 격차를 좁혀,전라문화권 차원의 문화를 이끄는 맡형 역할을 잘 해내고 자치단체간 문화협동의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소리를 산업화하는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컨벤션산업을 예술과 접목시켜 자연관광지컨벤션산업과 차별화시키는 문화중심적 컨벤션산업 전략을 구상해봄직 하다. 추진주체인 시장과 도지사의 리더십과 문화마인드는 타 지역의 모범이 되지만,지속적 추진을 위해 조례화를 소홀히하지 말아야 한다.재정출연을 통해문화재단을 만들어야 안정성과 지속성을 보장할 수 있다.아울러 지역문화의주체인 시민들이 참여하고,문화단체와의 문화협동 폭을 넓히는 참여적 문화활동이 활발히 전개되어야 참된 문화도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시민들이생활가까이에서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정책당국이 해야 할 일은 이제부터 더 많아질 것으로 생각된다. 이흥재 한국문화정책개발원 연구실장
  • 정동극장 ‘청소년 음악회’

    서울 정동극장은 ‘2000 여름방학 청소년 음악회’를 오는 25일부터 8월 20일까지 이 극장에서 마련한다. 첫 무대는 ‘탁계석과 함께 하는 재미 있는 음악 산책’(25일∼8월 4일).정동극장 전속 성악단체인 이솔리스티가 출연,주요 오페라 아리아와 가곡, 뮤지컬, 대중가요들을 선보인다. 음악평론가 탁계석이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춘 곡 해설과 감상법 설명을 곁들인다. 이어 ‘하성호와 함께 하는 재미있는 팝과 클래식으로의 여행’(8월 5∼20일)에선 하성호가 지휘하는 서울팝스오케스트라가 출연한다. 청소년들에게 익숙한 팝 뮤직과 댄스그룹 클론의 최신곡 ‘초련’등 대중가요들을 새롭게 편곡해 들려준다.공연시간 오후 2시.월요일 공연은 없다.(02)773-8960. 허윤주기자 r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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