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 문화거리](5)젊음·낭만의 도시 천안
사람은 물따라 길따라 산다.천안도 까마득한 옛날부터 길 위에 자연스레 사람들이 모여들어 도시를 이룬 곳이다.서울에서 삼남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잡은 천안 사람들은 그곳에서 ‘천안삼거리 흐응∼ 능수야 버들은 흥∼ ……’을 부르며 ‘하늘 아래 가장 편한 곳(天下大安)’임을 노래로 보여주었고 일제시대에는 유관순 열사와 임정 초대주석 이동녕 선생을 배출,매서운 맛을 보여 주었다.
해방 이후에는 철도 갱생회를 통해 열차에서 판매된 호두과자가 천안의 명물이 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신라시대의 고찰이 있는 광덕산에 오르면 바람결에 부딪치는 광덕사의 풍경소리가 잠시나마 세속을 잊게 한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천안은 이처럼 고즈넉한 향수의 도시였다. 하지만 지금은 이것만으로 천안을 다 알았다고 할 수 없다.
낭만과 젊음이 넘치는 문화도시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거리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마다 생동감이 넘친다.인구 40만의 도시로서는 많다 싶은 3곳의 문화원과 시민회관,문예회관,아라리오공원등을 중심으로 예술과 문화가 시민과 호흡을 함께 한다.
천안 문화 대중화에 앞장서 오고 있는 유근덕(柳根德) 아라리오화랑관장(40)은 “천안을 변화시킨 중요한 요인은 무엇보다 옛 정서와 현대문화예술의 결합”이라고 말한다.
온고지신(溫故知新)정신이 오늘의 천안문화를 일궈냈음을 강조하는대목이다.
천안 문화의 특징 가운데 또 하나는 일방적인 관(官)주도 문화가 아니라 민·관이 함께 이루어 낸 합작품이라는 데 있다.
이들 양자의 노력은 천안을 공원·수련장·회관·문화원·화랑 등이 잘 구비된 입체적 문화예술공간으로 바꿔 놓았다.
아라리오조각공원은 천안종합터미널 광장 1,800여평에 마련된 예술공간으로 ‘조각광장’과 ‘푸른 조각공원’으로 잘 단장돼 있다.
이 공원에는 우리나라를 비롯 프랑스·미국인들의 작품 63점이 전시돼 있으며 하루평균 500명∼600명 정도가 이곳을 찾는다.
한달에 한두번 정도 이곳에 온다는 고교 국어교사 임계묵(林桂默·39)씨는 “지저분하고 스쳐가는 곳이라는 기존 터미널의 부정적 이미지가 공원조성으로 완전히 씻어졌다”고 말한다.천안대로 네거리에서 아라리오조각공원까지 600m구간에 조성돼 있는 문화의 거리도 도심속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곳곳에 파고라·어린이놀이터·농구대·조각품(암각화) 등이 놓여있다.
아리리오화랑은 예술인은 물론 시민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곳으로 조각·동양화·서양화 등 각종 예술작품을 전시한다.
“천안지역 예술인 뿐만 아니라 서울과 대전 등 대도시에서 활동하는 작가들도 작품을 걸고 있다”고 유 관장은 귀뜸한다.
전시장은 20평에 불과하지만 판화작품만 전시하는 이채판화화랑과서화 상설전시관인 서화전시관도 천안의 자랑이다.
연중 각종 작품이 이들 전시관에 빠짐없이 걸려 있는 것만 봐도 문화예술에 대한 예술인과 시민들의 열정을 쉽게 알 수 있다.
천안시도 시민회관 이외 문예회관,천안문화원과 성환문화원,아우내문화원 등을 통해 수년전부터 문화진흥책을 열심히 펴고 있다.
“천안문예회관은 최신 조명시설과 무대시설,음향시설을 갖춰 각종예술단체와 대학으로부터 대관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임경환(林儆煥) 천안문예회관장(44)은 소개했다.
문예회관은 대공연장(760석),소공연장(240석),전시실(198㎡),회의실(198㎡),오케스트라 연습실(172㎡),분장실 등을 갖추고 있다.
천안은 또 예술에 축제를 더해 21세기형 문화축제도시로 거듭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이근영(李根永) 천안시장은 “10여년전부터 열리고 있는 천안삼거리문화제는 범시민 향토축제로 자리잡았으며 지역 문화예술발전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문화제는 매년 10월 전후에 열리며 천안인의 행렬 이외에 30여종목을 천안삼거리공원과 시민회관 등지에서 펼친다.
천안시는 오는 9월 개최 예정인 ‘천안의 자랑음식축제’가 먹거리와 볼거리가 있는 도시로 자리매김하는데 큰 도움이 돼주길 바라고있다. 천안시는 이와 함께 2001년 문화인프라 구축사업에 52억원을들여 박물관과 조각공원,문예회관 유물전시실건립도 계획하고 있다.
대전 최용규기자 ykchoi@.
사진 손원천기자 angler@.
[이렇게 가꿉시다] “지역 정체성 살리는문화인프라 구축을”.
국토의 중심부에 위치한 사통팔달의 교통의 요충지로,그리고 전통과문화,교육의 도시로서 면모를 가진 천안시는 전국 40개의 도농복합도시중 그 전형으로서의 위상을 가진다.수도권의 배후를 지원하며 충남 서부지역의 관문인 천안은 서해안 시대 중추 거점 도시의 하나로급속도로 팽창되고 있다.신규 주거단지의 조성 등 도심 변두리의 확장과 개발로 그 어느 때보다도 분주하다.게다가 2001년 전국체전 개최지로서 각종 도시 이미지 개선 작업도 추진 중에 있다.
천안은 14개의 대학을 소유한 교육의 도시이며 인구 40만의 전통적인 문화도시이다.천안의 대표적인 현대적 도심 문화시설로는 종합터미널 광장 1,800여 평에 조성되어 있는 아라리오 조각공원을 들 수 있는데,이곳은 의식있는 민간 화랑이 시민들의 정서함양과 문화적 향수기회 확대를 위해 조성한 공간으로서 세계적인 조각가인 아르망의 작품으로부터 국내외 유수 작가들의 작품 60여 점이 설치되어 있다.조각공원은 이를 통해 시민들의 휴식과 여유의 공간을 제공한다.
또한 아라리오 조각공원으로부터 천안대로 사거리까지 600미터 구간의 3,000여 평에 달하는 문화의 거리는 서울의 대학로처럼 주로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대표적인 문화공간이다.
천안은 도심개발에 있어 문화적 배려와 도시의 새로운 이미지 구축을 위한 노력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급속한 개발과정에서 산업자본주의 논리에 편승한 무분별한 개발과 그 결과로 초래될 지역문화 정체성의 상실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다.
그 정체성을 견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역문화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구축해내는 일이 필요한데,천안시가 21세기 과제로 추진중인 영상문화복합단지와 테크노파크 조성 사업을 종합적인 문화인프라 구축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또한 이를 구현할 때 전통문화와현대문화를 다양하게 접목시켜 천안만이 가지는 지역적 특성을 살리고자하는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국내 유일의 유리조형연구소와 같은 지역의 교육 및 연구시설이 가진 특장을 살린 문화산업시설 기반의 조성도 지역문화의 정체성을 구현하는 효율적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金 瓚 東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미술회관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