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지도자론
지도자는 지휘를 하기 위해 있는 것이다.군부대의 지휘관,오케스트라의 지휘자,기업의 CEO,부처의 장관,정당의 지도자 등이 다 지도자라고 할 수 있다.조직의 성격과 분야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도자의 직분은 앞서 나가고 지휘하고 명령하는데 그 본질이 있을 것이다.
많은 구미 사람들은 지휘관직을 즐겼다(enjoy)고 회고하고 있는데 그 즐김의 핵심은 역시 지휘하고 명령하고 그것이 옳았고 좋은 결과를 얻었음을 확인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많은 지도자는 민주주의 시대인 오늘날 대개는 지휘받는 사람들(피치자)에 의해 선출되든가 동의되든가 적어도 암묵적으로 수긍돼야 참된 지도력을 행사할 수 있다.선출되는 경우에는 후보자의 생각,정책,비전과 철학이 제시·검증돼야 하고,그 정직함이나 성격이 검증돼야 하고,그리고 어떠한 인상(image)을 주느냐 등 많은 기준에 의해 심판받게 돼있다.아이디어와 정책,인격,그리고 인상,이 세가지가 판단의 기준이 되고 있다.
요즘은 인터넷 시대가 되어 후보자는 끊임없이 검증 당하고 비판을 받는다.후보자는 침묵할 수가 없다.말을 하는 후보자는 정직하게 말하지 아니하면 인격의 문제가 제기된다.따라서 사물을 판단하고 아는 것만큼 정직한 사람이냐가 똑같이 중요한 지도자의 덕목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정직한 지도자,정직한 사회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기본이다.이것이 법치주의(rule of law)의 기본이기 때문이다.오늘날 나라의 선진 정도,성장역량을 평가하는 기준 척도의 하나가 신뢰(trust)가 돼있음은 우리가 다 아는 일이다.민주사회에서 범죄행위만큼 그것을 호도하는 행위를 큰 범죄로 보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지휘하고 명령하기에 앞서 결정이 있어야 한다.결정을 혼자 하느냐,토론과 협의를 통하여 하느냐가 크게 보면 제왕적이냐 민주적이냐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지휘관은 사회자가 되어 직접 토론을 주도하고 참여해야 한다.CEO는 이사회를,장관은 국장회의를,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토론에는 동료 중의 수장(chief among colleagues)으로 직접 참여해야 한다.어떠한 안건에 관해 얼마나 정직하고 깊이 있게 토론하는가가그 회사,부처그리고 나라의 품격과 성장을 결정하는 요인이 된다고 믿는다.이들 회의가 바로 조직의 최고 결정기관이 돼야 한다.그 외의 다른 기관에 결정권이 주어져서는 아니된다.
토론을 통해서만 바르고 실제적인 결정에 도달할 수 있으며 또한 안팎으로 넓은 지지기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국내사회에서나 국제사회에서나 제왕(帝王)은 무너지기 마련이고 민주적 지도자는 성장,번창하기 마련이다.그래서 국제사회에서도 우방을 확보하기 위해 그리고 우방의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외교의 핵심과제라고 말할 수 있다.
싱가포르 리콴유 총리의 나라건설 얘기는 태반이 이러한 결정의 과정,그리고 토론에 관한 것임을 그의 회고록을 통해 알 수 있다.우리나라는 이러한 토론의 관행을 아직 확실히 세우지 못하고 있다.밀실에서,비공식 채널에서 많은 결정이 이루어지고 누가 결정의 최고기관인지가 분명하지 않을 때가 많다.많은 지도자가 측근들의 포로가 되고 만다고 슐츠 전 미국 국무장관은 회고하고 있다.
한마디로 아이디어와 정책,인격 그리고 이미지만큼이나 정책결정의 과정과 방식,즉 조직운영의 스타일이 훌륭한 지도자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돼야 한다고 본다.지도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고 환경과 훈련에 의해 성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다.그것이 인류의 깨달음이고 역사의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그래서 지도자는 세습되지 아니하고 선출되는 것이다.이것이 바로 민주주의이고 인본주의라고 생각한다.
어떠한 환경과 훈련이 훌륭한 지도자를 만드는가.순환논리이지만 정직한 사회,인간존중을 가르치는 교육이 훌륭한 지도자를 낳는다.우리나라는 지금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는가.논리를 제쳐두고 우선 훌륭한 지도자,사표가 될 지도자가 각 분야에서 많이 나올 것을 기대한다.
홍순영 전 외교통상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