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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가 새달 3일 강동에 뜬다

    강동구는 다음 달 3일 ‘우리은행과 서울시향이 함께하는 우리동네 음악회’를 개최한다고 26일 밝혔다. 세계적 마에스트로 정명훈(60) 서울시향 예술감독의 지휘로 진행되는 음악회는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 전주곡과 사랑의 죽음, 베토벤 교향곡 제5번 ‘운명’이 연주된다. 오페라곡인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죽음을 뛰어넘는 사랑 이야기와 신비로운 음악이 어우러진 대작이다. 또 베토벤이 남긴 9개 교향곡 중 유명한 작품으로 평가받는 운명은 대중에게 널리 사랑받는 곡이다. 오병권 서울시립교향악단 공연기획 전문위원의 쉽고 재미있는 해설도 곁들여질 예정이다. 이번 음악회는 지난해 완공된 명성교회 새성전 본당에서 오후 7시 30분에 열린다. 공연은 무료이며 초등학생 이상이면 누구나 관람 가능하다. 사전 예약(좌석 지정 없음, 1~3층만 구분) 후 공연 당일 선착순 입장이다. 오는 29일 오전 10시부터 강동구청 홈페이지와 전화(02-3425-8585~9)로 신청 가능하다. 이해식 구청장은 “가족과 함께 수준 높은 오케스트라 연주를 감상하며 추억을 만들고 문화를 향유하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포용·배려심 품어야 좋은 리더 되죠”

    “포용·배려심 품어야 좋은 리더 되죠”

    재미교포 2세 바이올리니스트 데이비드 김(50)에게 붙어다니는 수식어는 15년째 변함없다. ‘세계 정상 오케스트라의 악장을 꿰찬 첫 한국계 연주자’라는 말이다. 1999년 미국의 ‘빅5’ 교향악단 가운데 하나인 필라델피아오케스트라의 악장에 뽑힌 그는 현재까지 악단을 대표하는 얼굴로 활약하고 있다. 악장 자리에서 유태계 바이올리니스트를 밀어낸 것은 필라델피아오케스트라 역사 100여년 만에 그가 처음이었다. 지난해부터는 미국 PBS방송이 미국 주요 오케스트라 수석 연주자들을 선발해 만든 올스타오케스트라의 악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2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마스터피스 시리즈 Ⅱ’ 연주회에서 KBS교향악단과 협연하는 그를 이메일 인터뷰로 미리 만났다. 세계 명문 오케스트라의 악장으로 군림하는 시간은 늘 꽃다발만 가득했던 것은 아니다. 그 자신, 밑바닥까지 가라앉았던 시간이 있었다고 했다. “악장으로 첫발을 내딛은 처음 7년간은 ‘나는 터프가이가 되어야 한다’, ‘보스가 되겠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했었어요. 단원들과 의견 충돌이 잦았고 불편한 순간들, 어색한 관계가 많을 수밖에 없었죠. 한마디로 최악의 시기였어요. 매일 아침 연습실에 들어갈 때마다 명치 끝이 아파올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그는 동료, 가족들의 도움으로 좋은 리더란 포용력과 배려심을 품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이젠 청중과 다양한 협연자, 지휘자, 동료들이 제게 불어넣어주는 용기 덕분에 끊임없이 감동받고 있습니다. 지난날의 경험이 저를 더 현명하고 겸손하게 만들어준 셈이죠.” 1963년 미국 일리노이주 카본데일에서 태어나 3살 때 바이올린을 처음 잡은 그는 8살 때 장영주, 이자크 펄먼 등을 키운 ‘바이올린계의 대모’ 도로시 딜레이를 사사했다. 줄리어드 음악원에서 학·석사를 마치고 1986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등에서 수상하며 솔리스트(독주자)로서도 탄탄한 입지를 쌓았다. 15년 전으로 시계바늘을 돌린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이따금 ‘세계를 여행하는 독주자의 인생이었으면 좋겠다’ 싶을 때도 있죠. 하지만 세계적으로도 유서 깊고 위대한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일원이라는 사실이 더 멋지다고 생각해요.” 사실상 미국인으로 살아왔지만 한국에서 공연을 할 때는 각별한 감정에 젖는다. 1996년에는 연세대에서 교환교수를 지내기도 했다. “미국에서 태어나긴 했어도 한국에서 연주할 때마다 뿌리를 느끼곤 해요. 그래서 세계 어느 나라에서보다 한국에서 연주하는 게 좋습니다. 한국 젊은 음악가들과의 작업이나 동대문 쇼핑도 즐겁고요(웃음).” 최근 빈심포니오케스트라에서는 플루트 수석인 최나경씨가 단원 투표에서 하차하는 일이 있었다. 최씨는 동양인 연주자에 대한 차별이 심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데이비드 김은 이에 대해 “내 경우에는 악단 내에서 인종 차별을 겪지 않았지만, 최나경의 오랜 친구로서 그가 이런 곤경을 겪었다는 사실이 슬프다. 이번 경험으로 더 강해질 거라 믿는다”고 했다. 명문 교향악단에 몸담고자 하는 국내 연주자들에게 선배로서 그가 건네는 조언에는 진심이 어려 있었다. “‘세상에 없는 것’을 무리하게 만들어 내느라 힘을 주기보단 기본에 충실하세요. 아름답고 따뜻한 소리, 견고한 리듬, 자연스러운 음악성을 지니고 있다면 충분히 앞설 수 있습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가슴 깊이 품고 있던 후배 양성의 꿈… 이제야 이뤘다”

    “가슴 깊이 품고 있던 후배 양성의 꿈… 이제야 이뤘다”

    “차세대 지휘자를 키워 내려던 오랜 꿈을 이뤘네요.”정명훈(60)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이 후배 양성에 직접 나선다. 다음 달 2일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열리는 ‘지휘 마스터 클래스’를 통해서다. 서울시향이 중장기 계획으로 추진 중인 전문 음악가 양성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해마다 진행될 예정이다. 2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내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기자들과 만난 정 감독은 “지휘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중요한 프로젝트”라며 “재능 있는 후배를 찾아 더 높은 수준으로 성장할 기회를 만들어주는 게 목적”이라고 밝혔다. 정 감독은 이번 마스터 클래스에서 신진 지휘자 6명에게 지휘 노하우를 전수할 생각이다. 서울시향과 공연한 적이 있거나 해외 객원 지휘자의 추천을 받은 이들로 선정됐다. 그는 이번 지휘자 교육이 ‘오디션’의 성격도 띤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정 감독은 “좋은 지휘자가 되려면 음악적 재능도 중요하지만 그게 아무리 출중해도 리더십과 인성이 갖춰지지 않으면 안 된다”며 “이를 두루 갖춘 사람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의 ‘마에스트로 정명훈’을 만든 것도 그가 젊은 시절 미국, 이탈리아 등에서 거친 마스터 클래스였다. 하지만 그는 진정한 지휘자로 자리 잡기는 결코 녹록지 않다고 강조했다. “지휘라는 게 처음 시작할 땐 쉽습니다. 팔만 올렸다 내렸다 하면 되니 다른 악기와 비교도 안 되는 것 같죠? 하지만 계속할수록 어려운 게 지휘예요. 지휘를 배우고 싶다는 사람에게 저는 늘 ‘1분 안에 완벽한 지휘 테크닉을 가르쳐줄 수 있다’고 하지만 그걸 30년은 반복해야 완벽한 경지에 이릅니다. 저 역시 최근까지도 스스로 ‘진짜 지휘자’가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꿈이 뭐냐는 물음에 정 감독은 늘 “없다”고 답해 왔다. “가장 사랑하는 일을 하며 꿈 안에서 사는 사람에게 어떻게 꿈이 있을 수 있겠느냐”는 게 그의 반문이었다. 그런 그에게도 이제는 꿈이 생겼다. 지난해 3월 프랑스 파리에서 북한 은하수관현악단과 프랑스의 라디오프랑스필하모니오케스트라의 합동공연을 지휘한 후 자라난 꿈이다. “지금은 정치적으로 막혀 있지만 남북한 음악가들이 한 무대에 서는 날을 고대합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주말에 뭐하지? 예술교육 신청하세요!

    주말에 뭐하지? 예술교육 신청하세요!

    “손에 쥐도 나고 물집도 잡혔지만 공연을 잘하고 싶어서 3일 캠프 동안 내내 놀지도 않고 연습했어요. 친구들이 서로 도운 덕분에 성공했고, 연주가 끝난 뒤 손뼉 치고 환호할 때에는 가슴이 찡해서 손의 아픔마저 사라졌어요. 이제 10월 공연을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할 거예요.”(이채원·춘천 석사초 6학년) “연주를 할 때마다 배우는 것은 아이들에겐 ‘제약’이 없다는 것입니다. 어른들이 흥미를 북돋아 주는데 스스로 못하겠다고 빼는 아이는 없습니다. 멋지게 연주를 끝낸 850명의 아이들은 아마 집에 돌아가서도 연주회를 몇 번씩 곱씹으며 다음에 더 멋진 공연을 하겠다고 더 큰 꿈을 꿀 것입니다.”(채은석 음악감독) 지난 12~15일 강원 평창에서 850명의 학교 오케스트라 단원이 모여 함께 연습한 뒤 합주한 ‘이음캠프’는 학교 밖 예술 교육의 가능성을 보여준 행사였다. 14일에는 850명이 객석 전체를 360도로 둘러싸고 자신이 맡은 파트를 연주하는 장관이 펼쳐졌다. 이음캠프를 기획한 문화예술교육진흥원 관계자는 “학교 오케스트라는 교과와 관계없어 보이지만, 개인적인 연마 뒤 합주하는 과정을 통해 끈기 있게 버티는 힘이나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조화를 이루는 방법 등을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학교 교육과는 다른 방식의 예술교육을 통해 끈기와 조화를 배울 수 있는 기회는 멀리 있지 않다. 진흥원은 2학기에 전국적으로 매주 토요일 예술교육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 500여 가지가 새로 마련된다고 밝혔다. 꿈다락 토요문화학교(toyo.arte.or.kr) 홈페이지에서 학년별, 지역별 프로그램을 확인해 프로그램 운영기관에 전화나 인터넷으로 신청할 수 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베를린필 오케스트라 입단이 꿈”

    “베를린필 오케스트라 입단이 꿈”

    “으… 피가 말랐어요. 순간적으로 ‘패닉’에 빠져들었죠.” 이제 막 소년티를 벗은 오보이스트 함경(20). 그는 지난 5월 4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베를린필하모닉아카데미에 입성하던 순간을 떠올리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원래 1, 2차 실기로만 한 명을 뽑는 거였어요. 1차에서 40명이었다가 2차에서 4명까지 걸러져서 당연히 그게 끝인 줄 알았죠. 그런데 심사위원들이 한참 회의하다 나오더니 3차도 하겠다는 거예요. 경합곡도 전혀 준비가 안 된 곡이었는데, 정말 가슴이 철렁했죠.” 예정에도 없던 3차에 올라간 후보자는 그와 중국인 연주자 2명. 경쟁자에게 악보까지 빌린 끝에 함경은 국내 관악기 연주자로는 2008년 플루티스트 김세현 이후 두 번째로 합격증을 거머쥐었다. 베를린필하모닉아카데미는 1972년 당시 베를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지휘자였던 카라얀이 만든 일종의 인턴십 프로그램. 2년간 베를린필의 각 파트 수석 연주자들에게 교육을 받고 객원 단원으로 활동할 기회를 얻는다. 현재 베를린필 단원 가운데 60%가 이곳 출신일 정도로 유럽 주요 오케스트라로 가는 ‘관문’ 역할을 해 왔다. “좋은 오케스트라로 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는 기회라 당연히 시험을 봐야겠다 싶었죠. 베를린필에 들어가는 게 꿈이냐고요? 당연하죠. 보통 베를린필에 들어가면 은퇴할 때까지 나오려는 사람이 없어서 자리가 날지는 모르겠어요(웃음).” 그는 지난 5월 말 이미 클라우디오 아바도 지휘 아래 베를린필에서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을 연주했다. 오는 11월 베를린필 내한 공연에도 합류할 예정이다. “기에 눌리는 느낌이랄까요. 첫 리허설을 하는데 음반을 듣는 듯한 착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 아카데미를 졸업한 사람들이 다른 오케스트라에서 적응을 못한대요. 귀가 너무 고급이 돼 버려서요(웃음).” 함경은 서울예고 1학년 재학 중에 독일로 유학, 15세의 나이로 독일 트로싱엔 국립음대에 입학했다. 현재는 베를린 한스아이슬러 음대에 재학 중인 그는 2009~2013년 다섯 차례에 걸쳐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올 4월 제1회 스위스 무리 국제 바순·오보에 콩쿠르에서는 1위뿐 아니라, 스위스 오보이스트 하인츠 홀리거가 선정한 작품 최고 해석상, 청중상 등 3개 상을 휩쓸었다. 콩쿠르 제패의 비결을 묻자 난처한 표정이 떠올랐다. “콩쿠르를 생각하면 저도 이걸 왜 해야 하나 싶고 떠올리기도 싫어요. 하지만 참가할 때만큼은 그 도시로 여행간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떠나요. 내 위치를 평가받고 다른 참가자들의 기량을 배울 기회라 여기면 심사위원들이 악평을 하든 호평을 하든 큰 부담이 없어요.” 11살 때부터 그가 쥐어 온 오보에는 극도로 까다로운 악기다. 매번 악기를 불 때마다 소리를 내는 부분인 리드를 깎아 최적의 상태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오보이스트가 뇌수술하는 의사 다음으로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직업이라는 말이 있대요. 오케스트라에서 오보이스트가 가장 스트레스가 많다는 얘기도 있구요. 리드 10개를 깎아도 쓸 수 있는 건 하나 정도거든요. 참 예민하고 솔직한 악기죠.” 이 솔직한 악기로 함경은 관객을 매료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오는 22일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한·중수교 21주년 기념 음악회’에서 중국 피아니스트 자란과 한 무대에 선다. 3만원. (02)6303-1977.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최나경 플루티스트, 빈 심포니 떠난다

    최나경 플루티스트, 빈 심포니 떠난다

    지난해 심사위원의 만장일치로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수석 플루티스트가 돼 화제를 모았던 최나경(30)이 수석 지위 유지를 묻는 단원 투표에서 탈락했다. 심포니를 떠나게 된 최나경이 단원들 사이에 인종차별과 성차별 등이 있었다고 주장해 논란이 예상된다. 최나경은 9일 영국의 유명 음악 평론가 노먼 레브레히트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그는 “나와 심포니 사이에 벌어진 일을 언급하게 돼 대단히 유감”이라면서 “외국인이자 동양인, 여성, 수석 연주자, 미국에서 산 것과 빈에서는 공부하지 않은 것 등 내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을 두고 단원들 사이에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적었다. 또 “나의 수석 지위를 두고 공식·비공식적 회의가 끊임없이 열리는 가운데 내가 모두에게 지나치게 친절하다는 점 등 아주 사소한 것들까지 계산적으로 보인다고 비판받아야 했다”면서 “113년의 심포니 역사상 수습 기간 이후 탈락한 사람은 수년 전 일본인 여성 악장 이후 내가 두 번째”라고 덧붙였다. 최나경은 최근 열린 단원 투표에서 찬성 47표, 반대 66표를 받아 재계약에 실패했다. 이에 대해 빈 심포니의 행정 감독인 요하네스 노이버트는 홈페이지에 보낸 글을 통해 “수습 기간 이후 재계약에 실패한 경우는 훨씬 더 많다”고 반박했다. 오스트리아 출신 수석 비올리스트와 독일 출신 더블베이시스트 등을 예로 든 그는 “최나경은 해고된 것이 아니다”면서 “투표에서 떨어지지 않았더라도 공석이 없었다면 자동으로 계약이 종료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악마의 악기’ 향한 그녀의 순정

    ‘악마의 악기’ 향한 그녀의 순정

    소녀는 셈이 빨랐다. 과학고를 거쳐 카이스트에 들어갔다. 수학자나 물리학자가 될 셈이었다. 하지만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그를 사로잡은 건 학교 밴드부. 수학이 아닌 음악에 홀린 여대생은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탱고 연주에 마음을 내주고 말았다. 아르헨티나에 사는 이모를 통해 반도네온을 손에 넣은 지 두 달 만에 학교를 그만뒀다. 악기를 둘러메고 홍대 거리로 나갔다. ‘탱고의 영혼’이라 불리는 네모난 주름상자를 열고 닫을 때마다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국내 정상의 반도네온 연주자 고상지(30)의 첫 출발이었다. “국내엔 반도네온 연주자가 드물기 때문에 한마디로 제가 ‘블루오션’을 판 거죠. (자퇴할 때는) 특별한 용기도 필요 없었고, 앞날에 대한 두려움도 없었어요. 오히려 음악을 못할까 봐 힘들었거든요.” 악기를 손에 쥔 이상 거칠 것이 없었다. 2006~2008년 3년간 3개월마다 2주씩 일본으로 날아가 반도네온 연주자 고마쓰 료타를 사사했다. 2009년에는 탱고의 심장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떠났다. 1940~1950년대 탱고의 전성기를 복원하기 위해 세워진 에밀리오 발카르세 오케스트라 학교에서 2년을 났다. 탱고 거장의 지휘에 맞춰 다국적 학생들과 함께 1학년 땐 연습에만, 2학년 땐 공연에만 매달렸다. 탱고의 거장들과 ‘아미고’(친구)로 어울린 꿈결 같은 시간이었다. “일본에서는 고마쓰 선생님의 제자들의 뛰어난 테크닉에 너무 우울했어요. 그런데 오히려 본토에서는 나보다 못하는 사람들도 반도네온을 켜니 열등감이 사라지더라고요.” 한국으로 돌아온 그가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린 건 아이러니하게도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무한도전’에서 정재형·정형돈이 부른 ‘순정마초’의 반주를 맡은 직후 부르는 곳이 폭주했다. “세션으로 떼돈을 벌었다고요? 방송 직후에는 세션을 하느라 월·화요일은 약속도 안 잡았을 정도로 바빴어요. 하지만 평소에 반도네온을 찾는 음악인은 정재형, 김동률씨 외엔 없어요.” 반도네온은 1800년대 중반 독일 교회에서 오르간 대용으로 만들어졌다가 아르헨티나 사창가로 흘러들어가 탱고 음악을 장악하는 주역이 됐다. ‘악마의 악기’라는 별칭처럼, 난해한 주법으로 악명 높다. 음계가 불규칙적으로 흩어져 있는 70여개의 단추형 건반을 누르고, 고음과 저음을 만들어내는 주름을 열고 닫으면서 소리가 빚어진다. 부에노스아이레스라는 낯선 땅에서 태어난 소리의 정서를 한국인인 고상지는 어떻게 이해하고 품었을까. “반도네온 소리를 특정한 형용사로 가두고 싶지 않아요. 애수에 젖고 음울하고 앙칼지고 무섭고 바보 같고 투박하고…. 이 모든 소리를 품고 있는데 한정 지을 수가 없죠. 제가 탱고에 매혹된 건 어릴 때부터 좋아해 온 일본 게임·애니메이션의 코드 진행, 반주법과 놀랍도록 닮아 있어서였어요. 앞으로도 이걸 뿌리로 한 탱고 음악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굳이 붙이면 ‘탱고에 빠진 오타쿠 뮤지션’이랄까요(웃음).” 요즘 올가을 내놓을 첫 앨범 작업에 공을 들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도네온 연주자에 머물지 않고 작곡가로 반경을 넓히겠다는 것. “반도네온으로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됐으니 이제 진짜 하고 싶은 걸 맘껏 해보고 싶어요. 온갖 정성을 들여 6곡을 만들어 놨는데 대중들이 원하는 탱고의 전형적인 느낌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어요.”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9월 카타르필하모닉 음악감독 맡는 첼리스트 장한나

    9월 카타르필하모닉 음악감독 맡는 첼리스트 장한나

    “지휘자로서의 삶이요? 우주로 나가서 날마다 새로운 행성을 발견하는 것 같아요. 그 많은 레퍼토리의 음표 하나하나 개수를 생각하면 은하계보다 더 많겠죠? 그걸 생각하면 너무도 행복해요.”(웃음) 지휘자로서의 삶이 이토록 벅차다는 장한나(31)가 오케스트라의 수장이 된다. 오는 9월 카타르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으로 취임한다. 2007년 제1회 국제관현악축제에서 지휘자로 데뷔한 지 6년 만이다. 취임에 앞서 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난 장한나는 “오케스트라가 자신만의 정체성을 가지면서도 음악적 가능성을 발휘해 세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창단 5년째인 카타르필하모닉은 카타르 왕실이 국가를 대표하는 교향악단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만든 신생 오케스트라다. “창단 당시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등 세계 10대 도시에서 단원 106명을 뽑았는데 수천명이 지원했을 정도로 경쟁률이 대단했더라고요. 실력으로 선발했기 때문에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어요.” 이집트, 그리스 출신 지휘자에 이어 세 번째로 지휘봉을 넘겨받은 장한나는 내후년 프로그램까지 다 짜 놨을 정도로 열심이다. “이제 1년에 110여일을 카타르에서 보내게 될 것”이라는 그는 “앞으론 첼리스트보다 지휘자에 비중을 더 많이 둘 것”이라고 못 박았다. “지휘자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더 많고 연주할 수 있는 곡도 훨씬 많으니까요. 7대3이냐고요? 그건 저도 모르죠.”(웃음) 그에게 롤 모델은 차고 넘친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레너드 번스타인, 귀도 칸텔리 이 3인의 지휘자는 롤 모델로 삼지 않을 수가 없죠. 특히 36살에 비행기 추락 사고로 세상을 떠난 칸텔리의 몇 장 안 되는 실황 음반을 들어 보면 ‘음악은 나이나 몸이 아니라 영혼으로 하는 것’이라는 전율이 느껴져요.” 장한나가 지휘자로서 발판을 다진 것은 2009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5년째를 맞은 성남아트센터의 ‘앱솔루트 클래식’(오는 17~31일)에서다. 음악감독으로 매년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 오케스트라를 이끌어 온 그는 후배 음악인들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믿음을 드러냈다. “‘앱솔루트 클래식’의 주인공은 제가 아니라 우리 단원들이에요. 여름마다 한달간 매일 8~10시간씩, 밤 12시까지 남아 치열하게 연습해 온 단원들의 열정과 패기가 있었기 때문에 오래 지속될 수 있었죠.” 5년간의 경험이 지휘자로 비상 중인 그에게 새겨준 교훈은 ‘진심은 통한다’는 것. “지휘자 데뷔 무대 때나 지금이나 제가 믿는 게 있다면 음악에서만큼은 ‘진심이 통한다’는 거예요. 한달을 함께한 단원들과 진한 여운으로 울면서 헤어지는 건 ‘음악의 힘’ 때문이죠. 음악을 통한 영혼과 영혼의 대화가 있다면 허물지 못할 장벽은 없어요.”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역경 딛고 ‘희망을 부르는 소프라노’ 이지연

    [김문이 만난사람] 역경 딛고 ‘희망을 부르는 소프라노’ 이지연

    어느 시인이 그랬다. 음악은 귀로 마시는 황홀한 술이라고. 인생살이에서 듣는 즐거움이 없다면 얼마나 삭막할까. 슬플 때나 괴로울 때나, 그립거나 보고 싶을 때 좋은 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한층 좋아지고 쌓인 스트레스도 시원하게 풀린다. 지친 귀를 즐겁게 해 주고 가라앉았던 에너지를 되살아나게 하는 것도 음악의 매력이다. 흔히 천상의 목소리라고 말한다. 영혼을 건드린다. 가슴속까지 후벼 파는 전율과 벅찬 감동이 있다. 소프라노, 여성(女聲)의 최고 성역이다. 그래서 잠자는 사물도 깨우는 최상의 악기라고 한다. 이런 경지에 오르기까지 타고난 음악성과 피나는 노력이 필요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소프라노 이지연(51)씨는 그동안 주로 미국과 유럽에서 활동해 와 국내 무대에는 비교적 덜 알려져 있다. 숙명여대 음대를 졸업한 뒤 미국 줄리아드음대(석사 과정)를 거쳐 제롬 하인스의 OMTI(오페라 전문과정)에서 오페라 수업을 받았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국제 콩쿠르에서 뉴욕 지역과 동부 지역 1위를 한 것을 계기로 뉴욕 링컨센터 앨리스툴리홀 무대에 섰으며 아티스트 인터내셔널 주최 오디션에서의 1위 수상을 계기로 1996년 카네기홀에서 독창회를 열었다. 이때 보기 드물게 매진 사례를 기록했고 청중들로부터 많은 환호와 기립박수를 받아 미국 무대에 강한 인상을 남기면서 호평받았다. 이를 관심 있게 지켜본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는 “이지연은 몽세라 카바예를 연상시키는 탁월한 미성과 테크닉을 가졌다”고 극찬했다. 뉴저지주 오페라 컴페티션에서 1위를 차지한 그를 가리켜 지휘자 알프레도 실리피니는 “벨칸토를 제대로 알고 노래하는 가수”라고 말했으며 미국의 대표적 오페라 전문지인 ‘오페라뉴스’는 ‘이지연의 나비부인은 깊은 이해와 저음부터 고음까지 균형 잡힌 소리와 연기력이 잘 조화돼 관중들의 영혼을 사로잡는다’고 소개했다. 이 밖에 미국 리치아 알바네세 주최 푸치니 콩쿠르 1위, 세르조 프란키 스칼라십 연속 4회 수상, 이탈리아 알타무라 카루소 국제 콩쿠르 금메달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스페인의 알리칸테에서 ‘라트라비아타’에 출연하는 등 유럽의 오페라 무대에도 진출했다. 그동안 독창회만 100회가 넘을 정도로 왕성하게 활동해 왔다. 오페라의 경우 ‘나비부인’ ‘춘희’ ‘리골레토’ ‘라보엠’ ‘안드레아 셰니에’ ‘투란도트’ ‘오델로’ ‘돈조반니’ 등에서 주역 가수로 활동했다. 이러한 국제 무대를 뒤로하고 2009년에 귀국한 그는 2011년 국내에서 첫 독창회를 가졌다. 이후 서울오페라단이 주최한 오페라 갈라콘서트와 대한민국 음악제, W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협연,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협연, KBS교향악단과 말러 8번 교향곡 협연,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피가로의 결혼’ 백작부인 역할 등으로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과거 줄리아드음대 재학 때부터 잠깐식 귀국해 ‘라보엠’ ‘카르멘’ ‘시몬 보카네그라’ 등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에겐 남다르고 빛나는 이력이 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학교를 그만두고 중학교와 고등학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마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숙명여대 입학과 졸업 때 수석을 차지했으며 음대 진학의 필수로 여기는 개인 레슨을 한번도 받지 않았다. 검정고시를 거친 뒤 어렵게 독학으로 줄리아드음대에까지 진출했다. 또한 세 살 아이를 둔 엄마가 된 뒤 미국으로 떠나 어릴 적 꿈을 이뤄냈으니 인간 승리라고 할 수 있다. 참으로 많은 삶의 변화와 고통 속에서도 결코 꿈을 잃지 않고 음악의 길로 혼자 외롭게 떠났던 것이다. 지난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노래 연습실에서 이씨를 만났다. 오는 9월 24일 서초동 IBK홀에서 열릴 자신의 독창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공연 얘기부터 나왔다. 1부는 가곡, 2부에서는 오페라 아리아 위주로 부를 예정이다. 아울러 “그동안 외국 무대에서의 큰 음악회를 주로 생각했는데 앞으로는 국내에서 작은 음악회도 자주 열겠다”면서 올해에는 두 번 정도 무대에 더 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외국에서의 활동에 대해 얘기하다가 플라시도 도밍고와의 인연을 잠시 떠올렸다. “줄리아드 마지막 학기 때 처음 만났는데 음악적으로 통하는 부분이 많아 친해졌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코치 등 유명한 사람, 좋은 사람을 소개해 준 고마운 분”이라고 했다. 또한 이씨에 대해 “음력이 풍부하고 밑에 깔려 있는 내면의 소리를 잘 표현해낼 만큼 흠잡을 데가 없다. 벨칸토 창법을 잘 구사한다”는 말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음악 하는 사람에겐 어떤 정신적 뒷받침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자신은 오로지 독학으로 음악을 하는 인생을 살아왔다고 말한다. “줄리아드음대는 초등학생 때부터의 꿈이었습니다. 예술감독으로 활동한 큰오빠가 대구에 있는 경북대 사대부고에 다닐 때 하루는 ‘지연아 너는 커서 무엇이 될래’라고 물어봤습니다. 저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대답했지요. 그러자 오빠는 줄리아드음대를 가야 한다고 말하더군요. 그 이후 줄리아드는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고 반드시 줄리아드에 진학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 대구에서 살았다. 초등학생 때 아버지에게 가야금을 선물받아 일찍 국악에 눈을 떴다. 중학생 시절에는 서울에서 열리는 각종 대회에 나가 상을 휩쓸다시피 할 만큼 뛰어난 재능을 과시했다. 중학교 입학 당시 선화여중에 합격했으나 아버지가 종교재단 학교보다 일반 중학교를 선택하도록 해 대구에 있는 신명여중에 들어갔다. 그러다 중2 때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는 바람에 서울로 집을 옮겼다. 고생은 이때부터였다.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져 각자 먹고사는 일을 해결해야 했다. 그는 가야금을 계속하려면 레슨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가야금을 그만두고 대신 레슨이 필요없는 성악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이 무렵 라디오를 통해 성악을 자주 들었다. 또한 수소문 끝에 남산 근처의 한 음악원을 찾아가 성악을 배우겠다면서 레슨비가 없으니 대신 청소나 심부름 일을 하겠다고 자청했다. 여기에서 만난 노래 선생의 주선으로 검정고시학원에 다녔다. 열심히 공부했다. 3개월 만에 중학 과정을 통과했다. 이어 서울예고에 진학하려고 면접시험을 봤다. “우리 학교에서는 아직 검정고시로 입학한 학생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 고교 진학을 포기했다. 합격한다 해도 집안 형편 때문에 다닐 처지가 아니었다. 할 수 없이 1년을 더 독학으로 공부했다. 이때 그는 결핵을 앓아 고생을 많이 했다. 또 영등포와 해방촌 등지로 1년에 10번 이상 이사를 다닐 정도로 힘든 시간을 이겨내야 했다. 당시는 대학에 복수 지원을 할 수 있었으나 원서 비용을 아끼려고 숙명여대 한 곳에만 원서를 내고 수석으로 입학하게 된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1학년 때부터 아이들을 가르쳤습니다. 학비를 제 스스로 벌어야 했거든요. 때로는 장학금으로도 충당하고, 그렇게 바쁘게 보냈습니다. 대학 4학년 2학기 때는 윤학원 선생님이 지휘하는 대우합창단에 들어가 솔리스트로 활동했는데 그제야 비로소 조금 여유가 생기더군요.” 이때 동아일보 주최 동아 콩쿠르 2위 입상과 조선일보 주최 신인음악회 출연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1989년 대우합창단이 해체되고 결혼해 아이를 키우느라 잠시 주춤했던 음악 공부를 다시 시작한다. 1993년 12월 세 살 된 아이를 두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하지만 줄리아드음대 교수의 레슨 없이는 쉽게 입학할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감에 빠졌다. 또 레슨을 받아도 1~2년은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무작정 응시해도 2회 이상 탈락하면 응시 자격마저 없어진다는 말에 더욱 그랬다. 포기하기는 억울한 일, 줄리아드음대 교수에게 일단 테스트나 받아 보기로 했다. 그때 다행스럽게도 “너는 톱(Top)이다”라는 말을 듣고 자신을 다시 얻었다. 9월 학기를 앞두고 남녀 한명씩 선발하는 1994년 5월 입학시험에 응시했고 과제로 준 10곡을 부르자 심사위원들로부터 만장일치의 박수를 받으며 당당히 합격했다. 재학 중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디션에서 뉴욕 지역과 동부 지역 1위를 하는 등 학교 밖의 활동으로 교수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집이 아무리 추워도, 먹을 것이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더라도 항상 최고의 성악가가 되는 것을 생각하며 견뎌냈습니다. 이런 꿈을 갖고 자라던 시절의 유일한 음악 선생을 꼽으라면 FM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지나고 보니 소리는 끊임없이 배고파야 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앞으로의 꿈에 대해서는 “스스로 만족할 만큼 완벽할 때까지 노래하는 것이며 좋은 소리를 갖고 있는 아이들을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선임기자 km@seoul.co.kr ■ 성악가 이지연은 1962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중학교 2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로 중학교와 고등학교 과정을 마쳤다. 숙명여대 음악대학을 수석으로 입학하고 수석으로 졸업했다. 줄리아드음악원 대학원을 졸업한 뒤 제롬 하인스의 OMTI(오페라 전문과정)에서 오페라 수업을 받았다. 줄리아드음대 재학 시절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국제 콩쿠르에서의 뉴욕 지역과 동부 지역 1위를 계기로 뉴욕의 링컨센터 앨리스툴리홀 무대에 섰다. 이어 아티스트 인터내셔널 주최 오디션에서 1위를 해 카네기홀에서 독창회를 가졌다. 그동안 미국과 유럽 무대에서 독창회를 100여회 했으며 수십편의 오페라에서 주역 가수로 활동했다. 주요 수상 경력으로는 동아일보 주최 동아 콩쿠르 2위, 미국 퀸스 오페라 컴페티션 1위, 미국 뉴저지주 오페라 국제 콩쿠르 1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컴페티션 동부 1위, 알타무라 카루소 국제 콩쿠르 에베스티냐니 금메달, 리치아 알바네세 주최 푸치니 콩쿠르 1위, 베르지모 오페라 컴페티션 2위, 세르조 프란키 스칼라십 연속 4회 수상 등이다. 오페라 ‘나비부인’ ‘춘희’ ‘리골레토’ ‘라보엠’ ‘투란도트’ ‘오델로’ ‘피가로의 결혼’ ‘돈조반니’ 등에서 주역 가수로 활동했다. 경희대와 선화예고에 출강했다.
  • [지방시대] 잘나가는 축제, 까닭 있다/안은주 제주올레 사무국장

    [지방시대] 잘나가는 축제, 까닭 있다/안은주 제주올레 사무국장

    지역 축제 가운데 외지인이 일부러 찾아가 즐기는 축제는 얼마나 될까. 이름만 다를 뿐 행사 내용은 별반 다르지 않고, 예산의 대부분이 유명 가수 초청이나 경품잔치 등에 사용되고 행사 내용은 초등학교 학예회 수준인 축제가 많지 않은가. 지역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기획하는 축제는 또 얼마나 되는가. 2008년 네덜란드 나이메헨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90여년째 열리는 걷기 축제에 참가했다. 4일 동안 적게는 120㎞에서 많게는 200㎞를 걷는 행사인데, 세계에서 5만명 이상이 참가하는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걷기 축제다. 행사 기간 내내 주민들은 전통 캔디나 오이·과일·샌드위치 등을 들고 나와 걷는 이에게 나눠 주는가 하면, 마을의 작은 밴드들은 길거리 공연으로 응원했다. 나이메헨 걷기 축제는 행사 운영자나 참가자만의 축제가 아니라 지역민 전체의 축제였다. 제주올레에서도 그런 축제를 꿈꾼다. 길 위에 사는 주민들이 길을 걸으러 온 여행자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 지역이 가진 다양한 자랑거리들을 집약해서 보여주고 체험하게 하는 축제, 그래서 매년 제주올레 걷기 축제를 즐기기 위해 제주도를, 제주올레를 일부러 찾게 하는 축제를 꿈꾼다. 제주올레 축제는 ‘놀멍 쉬멍’ 걸으며 제주의 자연과 문화, 제주의 음식과 사람들을 만나는 행사다. 아름다운 포구에서는 해녀들의 공연이, 숨겨진 아늑한 숲길에서는 클래식 오케스트라 연주가 펼쳐진다. 길이 지나가는 마을에서는 주민들이 정성껏 준비한 고유 음식들을 맛볼 수 있고, 마을 어린이들의 귀여운 오카리나 연주도 만난다. 2010년 제주올레 걷기 축제를 처음 준비할 때만 해도 대다수 마을 주민들의 관심사는 ‘마을에 지원되는 축제 예산이 얼마인가’였다. 물론 예산도 부족하지만, 제주올레는 물고기를 안겨주기보다 물고기 낚는 법을 주민들과 나누고 싶다. 그래서 ‘돈’ 대신 ‘공연 전문가’를 마을에 보낸다. 마을의 공연 동아리들을 세련되게 탈바꿈시키고, 요리 전문가를 보내 도보여행자들이 기꺼이 사먹고 싶어하는 그 마을만의 독특한 메뉴를 개발해 판매하게 한다. 축제 때 개발한 음식을 1년 내내 올레길에서 판매해 마을이 수익을 얻을 수 있게 하고 싶다. ‘공연비나 재료비도 안 주면서 무슨 축제를 하느냐’며 투덜거리던 주민들의 반응도 축제가 끝나면 달라진다. “우리 마을에서 수없이 많은 축제를 했지만, 이런 축제는 처음이다. 이렇게 많은 외지인들이 우리가 하는 공연, 우리가 만든 음식을 사먹기 위해 우리 마을을 일부러 찾고 행복해하는 모습은 처음 봤다”고 평가한다. 참가자들의 만족도도 높다. 제주관광학회에서 지난해 발표한 제주올레걷기축제 참가자 만족도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축제 참가자의 85%가 제주올레 걷기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제주도를 일부러 찾는다. 외국인 축제 참가자도 마찬가지다. 일본, 홍콩, 싱가포르, 중국 올레꾼들은 연초부터 축제 일정을 미리 알려달라고 조를 정도다. 올해도 10월 31일~11월 2일 제주올레 14, 15, 16코스에서 3일간 2013 제주올레 걷기 축제가 열린다.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지만, 제주올레 홈페이지(www.jejuolle.org)를 통해 사전 참가 신청을 하면 축제 프로그램을 더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
  • 초딩용 악기 삑삑 불고 있네… 날 키운 건 8할이 편견이죠

    초딩용 악기 삑삑 불고 있네… 날 키운 건 8할이 편견이죠

    ‘초등학교 때 누구나 삑삑댔던, 집집마다 한두 개쯤 굴러다닐 악기.’ 리코더리스트 권민석(28)을 키운 건 어쩌면 이 단단한 편견이었다. “어릴 때 리코더 한다 하면 친구들이 다 우습게 봤어요. ‘니가 리코더하면 나는 캐스터네츠 한다’면서요(웃음). 하지만 교실 앞에 나가서 불어보면 태도들이 싹 달라졌죠. 놀려대다가 막상 연주를 듣고 놀라워하는 아이들의 반응이 큰 자극이 됐어요.” 인문계고에서 서울대 작곡과에 들어간 그는 2006년 네덜란드 헤이그 왕립음악원으로 유학을 떠나며 전문 연주자의 길로 들어섰다. 유럽 음악계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불과 3년 뒤였다. 몬트리올 국제리코더콩쿠르(1위)와 런던 국제리코더콩쿠르(3위)에서 연이어 상을 휩쓴 것. 그가 부는 나무 리코더는 공장에서 찍어낸 플라스틱 리코더와 차원이 다르다. “보통 ‘회향목으로 해서 바로크 시대 스타일로, 00헤르츠 음역대로 만들어 주세요’라고 주문을 넣어요. 그러면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장인들이 손가락으로 짚는 구멍이나 라비움(소리 나는 부분) 등을 손수 뚫어 ‘작품’을 만들죠. 나무의 따스한 소리와 표현 범위가 풍부한 음색을 지닌 악기가 태어나는 순간이에요.” 이렇게 주문한 악기를 손에 쥐기까지 2~4년이 걸린다. 그가 소장한 리코더만 20여개, 가장 비싼 건 400여만원에 이른다. 리코더는 르네상스·바로크 시대에만 해도 바흐, 헨델 등 대가들이 따로 리코더를 위한 곡을 썼을 정도로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개량을 거듭한 플룻·클라리넷 등 다른 관악기에 밀려 오케스트라 편성에서 빠지면서 ‘박물관 유물’로 전락했다. 하지만 20세기 초 유럽의 고음악 복원 바람을 타고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주법이 단순하고 레퍼토리가 적다는 점은 그에게 ‘한계’가 아니라 ‘가능성’이 됐다. 홍대 클럽, 지하철 역사에서 공연하는 등 무대와 장르를 가리지 않는 ‘실험가’가 된 것도 그 때문이다. 몬트리올 콩쿠르에서 1위를 했을 때도 라디오헤드의 ‘파라노이드 안드로이드’를 불었다. 오는 25일 금호아트홀 연주회에서는 전자 이펙터를 동원, 세계 3대 기타리스트로 꼽히는 빌 프리셀에 영감을 받은 즉흥연주를 선보인다. “리코더는 날것 그대로 있어줘서 오히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해요. 하지만 ‘음악가는 피자를 최대한 따뜻하게 배달해야 하는 피자배달부’라는 정명훈 선생님의 말씀처럼, 저는 최대한 물러나 음악을 충실히 전하는 데 주력하려 해요.” 그는 세계적인 현대 작곡가 윤이상도 리코더를 위한 곡을 남겼다고 귀뜀했다. “윤이상 선생님이 생전에 한 인터뷰에서 ‘나는 리코더·클라리넷 곡은 쓰지 않았다. 악기로서의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하셨대요. 리코더 연주자 발터 판 하우베가 그 말에 발끈해서 1992년 본인의 음반을 보냈더니 선생님께서 작고 2년 전인 1993년 리코더를 위한 곡을 쓰셨어요. ‘어릴 적 들었던 단소·대금의 소리와 가장 가까운 게 리코더였다’면서요. 나무 악기인 리코더가 동양적인 사상을 풀어낸 선생님의 음악 스타일에 더 가까웠던 거죠.” 부침도 편견도 많은 악기가 ‘운명’이 되면서 음악과 세상을 보는 그의 눈은 더 깊어졌다. “리코더는 어찌 보면 약자이고 소수인 악기잖아요? 그래서 저도 모든 사람들이 가져야 할 기회와 평등에 대한 생각도 넓어지고 공부도 더 많이 하게 됐어요. 아직도 제가 리코더로 먹고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연주할 때가 가장 행복해요.”(웃음)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서울신문 ‘한여름밤의 콘서트’ 성황

    서울신문 ‘한여름밤의 콘서트’ 성황

    16일 오후 서울신문 주최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2013 한여름밤의 콘서트’에서 모스틀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오페라 ‘예브게니 오네긴’ 가운데 폴로네이즈를 연주하고 있다. 이날 행사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 내외를 비롯해 관객 2000여명이 객석을 가득 메운 가운데 성황리에 치러졌다. 1부에서는 러시아 피아니스트 페터 오브차로프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 전 악장을 들려주며 라흐마니노프 탄생 140주년을 기념했다. 2부에서는 ‘팔색조 테너’ 류정필과 소프라노 김수연이 유려한 음색으로 한국인이 사랑하는 오페라, 뮤지컬 등의 유명 레퍼토리를 잇따라 선사해 박수 갈채를 받았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 “복날에 희생당하는 동물 영혼 위로 반려견과 함께 무료콘서트 오세요”

    복날에 개와 소를 위한 특별한 잔치가 마련된다. 초복인 13일 오후 6시 경북 청도군 화양읍 야외음악당에서 열리는 ‘개나 소나 콘서트’가 바로 그것. 복달임을 위해 희생당하는 무수한 동물들의 영혼을 달래 주고 반려견에게 명품 음악을 들려준다는 취지로 개그맨이자 청도 주민인 전유성씨가 기획한 행사다. 올해로 다섯 번째다. 입장료가 없는 대신에 애완견을 동반하거나 애완견을 많이 데리고 오는 사람과 함께 입장하도록 했다. 이마저도 어렵다면 그냥 입장해도 무방하다. 소를 데리고 음악회를 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주최 측은 소싸움의 고장으로 유명한 청도 싸움소들을 주인과 함께 음악회에 참석하도록 했다. 올해 행사에는 서울과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관람객 1만명 정도가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익상이 지휘하는 72인조 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주옥 같은 연주로 무더운 초복의 밤을 식히게 된다. 개그우먼 정선희가 사회자로 나서 특유의 입담으로 공연을 이끌어 간다. ‘그건 너’,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로 유명한 가수 이장희가 출연해 근황과 히트곡을 들려준다. 또 재주꾼인 개그맨 임혁필은 대형 화면을 통해 샌드페인팅(모래그림)의 세계를 펼쳐 보이고 ‘빛의 화가’로 유명한 와사로 진페이는 어둠 속에서 손전등이나 특수한 장비로 빛을 표현해 그리는 ‘라이트 드로잉’을 선보인다. 주최 측이 행사 당일 공개할 ‘깜짝 게스트’는 기대되는 부분이다. 공연은 3시간 정도 이어진다. 청도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재즈에 젖으리

    재즈에 젖으리

    오는 10월에 열리는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의 얼리버드 1·2차 티켓이 지난달 각각 5분 만에 매진될 정도로 ‘재즈 열기’가 뜨겁다. “가을까지 기다리기 힘들다”고 아우성치는 재즈 팬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재즈의 본고장인 미국은 물론 개성 넘치는 유럽 출신 등 국내외 재즈 거장·신성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무대가 열린다. 재즈 마니아들에겐 오는 18일~8월 10일 LIG아트홀 서울 합정과 부산을 오가며 열리는 ‘재즈홀릭: 작가주의 재즈 앙상블’이 안성맞춤이다. 살아 있는 재즈 거장, 빌리 하트가 자신의 콰르텟을 이끌고 한국에 온다. 올해 일흔셋인 드러머 하트는 마일스 데이비스 등 재즈 역사책에 나오는 웬만한 당대의 전설들이 모두 곁에 뒀던 인물이다.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한 김현준 재즈 평론가는 “하트는 현재 재즈계의 가장 큰 스승으로, 최근 자신의 콰르텟과 함께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듯 제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반세기 이상 연주 생활을 하면서 전통 재즈부터 실험적인 작가주의 음악까지 모두 아우르는 그의 공력을 볼 수 있는 드문 기회”라고 말했다. 유럽 현대 재즈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도 마련돼 있다. 유럽에서 주로 활동하는 시몬 나바토브(러시아 피아니스트)와 닐스 보그람(독일 트롬보니스트), 톰 레이니(미국 드러머)의 서정적이면서도 치밀한 앙상블을 통해서다. 전주세계소리축제 음악감독인 박재천 작곡가와 SMFM 오케스트라는 가장 한국적인 재즈를 보여줄 태세다. 김 평론가의 말을 빌리면 ‘한국인이 재즈로 표현해낼 수 있는 가장 질펀한 살풀이’를 보여주는 이들의 에너지 넘치는 즉흥연주는 남다른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3만~5만원. 1544-3922. 유럽 재즈를 사랑하는 팬들에겐 9월 6~7일 ‘유러피언 재즈 페스티벌 2013’이 기다리고 있다. 재즈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1·2차 세계대전을 통해 유럽 전역으로 퍼지며 나라별로 독창적인 스타일로 뿌리를 내렸다. 이번 페스티벌은 노르웨이, 스웨덴, 영국, 프랑스, 스위스, 네덜란드,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유럽 8개국 출신의 음악가들의 다양한 음색을 만끽할 수 있다. 유럽 재즈 거장 엔리코 피에라눈치가 브래드 멜다우 트리오의 베이시스트 래리 그레나디어와 드러머 제프 발라드와 처음으로 협연한다. 나윤선의 공연 파트너로 유명한 스웨덴 기타리스트 울프 바케니우스는 스코틀랜드 기타리스트 마틴 테일러와 듀오 공연을 펼친다. ‘신이 내린 목소리’라 불리는 포르투갈 보컬 마리아 주앙도 만날 수 있다.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 4만~8만원. (02)941-1150. 한·미·일 재즈 연주자들의 궁합이 궁금한 팬들이라면 오는 15일 오디오가이 스튜디오에서 펼쳐지는 ‘스리 애로즈 위드 이부영’ 공연을 찾아볼 만하다. 윈턴 마살리스 밴드에서 활동했던 유일한 동양인, 일본 베이시스트 겐고 나카무라와 10년간 허비 행콕 밴드에서 드럼을 연주했던 미국 드러머 진 잭슨이 국내 뮤지션들과 호흡을 맞춘다. 보컬 이부영의 노련하고 감각적인 목소리가 얹혀진다. 3만~3만 5000원. (02)941-1150.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사고] 2013 서울신문 한여름 밤의 콘서트

    [사고] 2013 서울신문 한여름 밤의 콘서트

    서울신문사는 7월 1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2013 한여름 밤의 콘서트’를 개최합니다. 1부에서는 페터 오브차로프가 라흐마니노프의 서정적이면서도 웅장한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합니다. 2부에서는 테너 류정필, 소프라노 김수연, 남성중창단 유엔젤보이스가 한여름 밤의 낭만을 노래합니다. 더불어 박상현이 지휘하는 모스틀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더욱 화려한 무대를 꾸며 드릴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일시 2013년 7월 16일(화) 오후 8시 ●장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입장권 R석 15만원, S석 9만원, A석 6만원, B석 3만원 ●예매처 예술의전당, 인터파크, 티켓링크, YES24, 옥션 ●문의 서울신문사 문화사업부(02)2000-9752~5 ●협찬 KB금융그룹
  • ‘구로의 엘 시스테마’ 창단 공연… 브람스·모차르트를 놀래켜라!

    ‘구로의 엘 시스테마’로 불리는 구립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13일 오후 5시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첫선을 보인다. 지난해 12월 창단 뒤 첫 연주회를 갖는 것. 청소년 오케스트라는 저소득층 무료 음악 교육 프로그램인 ‘우리동네 오케스트라-구로’에서 활동하는 어린이, 청소년들이 프로그램 수료 뒤에도 지속적으로 연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우리동네 오케스트라는 문화예술의 혜택에서 소외된 아이들의 감수성을 계발하고 자존감을 심어주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를 벤치마킹했다. 빈민층 아이들을 위한 오케스트라 교육 시스템인 엘 시스테마는 미국 로스엔젤레스(LA) 필하모닉 상임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최연소 더블베이스 연주자 에딕슨 루이즈 등 세계적인 음악인을 배출하기도 했다. 우리동네 오케스트라는 구와 서울시, 서울시립교향악단이 2010년부터 운영해 왔다. 현재 90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올해 첫 수료자(초등학교 졸업생) 30명이 나올 예정이다. 구는 지난해 11월 공개 오디션을 통해 초중고생 24명을 청소년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선발했다. 올해 말 우리동네 오케스트라 수료생들을 추가로 영입할 계획이다. 이번 연주회에서 청소년 오케스트라는 6개월 동안 갈고 닦은 솜씨를 뽐낸다.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5번’ 모차르트의 ‘교향곡 40번 1악장’ 등 클래식부터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 테마 등 영화 음악까지 다양한 곡들을 준비했다. 구로구립소년소녀합창단, 성악가 유미자·장신권과 함께 꾸미는 무대가 하이라이트. 서울공연예술고 비보이팀 등의 축하 공연도 곁들여진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시론] 뮤지컬보다 재미있는 창극을 위하여/안호상 국립극장장

    [시론] 뮤지컬보다 재미있는 창극을 위하여/안호상 국립극장장

    새 정부가 문화융성을 4대 국정기조로 선포하면서 현재 약 5조원인 문화재정(국가재정의 1.47%)을 2017년까지 7조 8000억원, 즉 국가재정의 2%로 늘리겠다고 한다. 문화계 종사자들이 그토록 오랫동안 소망하던 일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한국의 대중문화가 유례 없는 세계적 호황을 누리며 문화의 파급효과에 대한 체감지수를 높이고 있으니 ‘문화융성’에 방점을 찍은 것은 무척 적절해 보인다. 반가운 소식에 대한 흥분과 기쁨은 잠시 접고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를 생각해 본다. 얼마 전 유럽 출장길에서 만난 한 여성을 잊을 수가 없다. 독일에서 폴란드로 넘어가는 완행기차 안. 금발의 한 젊은 여성이 옆자리에 앉는데, 손목에 ‘믿음’이라는 한글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폴란드에 오래 거주한 한국문화원 여직원의 말로는 요새 K팝의 인기 덕분에 그쪽 젊은이들 사이에서 한글 문신이 소위 ‘쿨’한 것으로 여겨져 유행이라고 한다. 우리도 서양문화에 열광하던 시절이 있었다. 영국이 낳은 세계적 가수 엘튼 존, 문워크의 마이클 잭슨, 지금도 화제의 중심인 마돈나, 섹시 디바 머라이어 캐리 등은 1970~1990년대 한국 젊은이들의 우상이었다. 그들의 음반은 구입 목록 1위였고, 운 좋게 공연 비디오라도 구하는 날에는 친구들을 초대해 함께 감상할 정도였다. 서양 대중문화에 대한 이러한 뜨거운 관심은 이후 발레나 오페라, 혹은 뮤지컬 등 소위 고급예술에 대한 관심으로 자연스럽게 확대되었다. 튀튀를 입은 발레리나가 동경의 대상이 되었고, 이해하지도 못하는 이탈리아어로 부르는 오페라를 감상하는 게 교양인의 필수코스처럼 여겨졌다. 그 나라에서는 상업적인 장르에 속하는 뮤지컬이 우리나라에서 고급 예술로 간주되는 분위기도 분명 존재했다. 나는 한국의 대중문화에 대한 지금의 열광이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한국 고급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것이라 확신한다. 지난 6월 14일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런던 공연은 이를 확인시켜 주었다. 국악기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인 국립국악관현악단이 해외문화홍보원이 주최하는 런던한국음악축제의 개막공연을 맡아 런던의 자부심인 바비칸센터 무대에 올랐다. 백발의 유럽인 약 1500명이 공연장을 찾았는데, 마지막 연주가 끝나자 객석은 정말 뜨겁게 달아올랐다. 두 팔을 어깨 위로 들며 열렬한 환호를 보내는가 하면, 기립한 관객도 많았다. 덕분에 국립국악관현악단은 두 번이나 앙코르를 해야 했다. 한국에 대한 일종의 ‘동경’까지도 느낄 수 있었다. K팝과 드라마, 예능프로그램 등 한국의 대중문화는 이미 쉽게 무너지지 않을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었다. 이제 그 다음을 원하는 세계인들을 염두에 둬야 한다. 영국은 뮤지컬, 중국은 경극, 일본은 가부키의 나라다. 우리도 한국 하면 떠오르는 창극·판소리를 육성해야 한다. 우리는 아직 마이크 없이 공연할 수 있는 국악, 창극 전용공연장도 하나 없다. 이런 인프라 구축은 기본이고 예술가 양성, 관객 저변 확대 등 우리 문화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기본부터 다시 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우리가 먼저 우리의 고급문화를 알고 즐길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 음악 시간에 서양음악만 접해온 기성세대가 국악을 사랑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지 모른다. 이런 문화적 비극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전통예술을 접하게 해야 한다. 전문가를 양성해 교과과정 중 어떻게 하면 전통예술을 재미있게 가르칠 수 있나 연구해야 한다. 요즘 초등학교에서 단소나 장구 등을 가르친다고 하니 다행이지만 단순한 연주를 넘어서는 교육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전통예술에 대한 시각을 혁신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 오감만족·힐링의 무대… 어린이·청소년 모십니다

    오감만족·힐링의 무대… 어린이·청소년 모십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겨냥한 ‘방학용 공연’은 늘 같은 레퍼토리다? 오산이다. ‘극장 출입 불가’인 0~3세 영유아들이 엄마·아빠 품에 안겨 볼 수 있는 체험 공연부터 오롯이 한 가족만을 위해 올려지는 인형극 극장, 학원 순례에 지친 청소년들을 어루만지고 감성을 길러주는 클래식까지. ‘오감만족’과 ‘힐링’을 동시에 충족시켜 주는 올 여름방학 어린이·청소년 공연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18~28일)는 ‘나비, 세계를 품다’라는 주제답게 독일, 네덜란드, 이탈리아, 스리랑카 등 세계 6개국 11개 극단의 재기발랄한 무대로 관객을 이끈다. 일본 가제노코큐슈 극단의 ‘까꿍! 삐.까.부’는 극장에 출입할 수 없는 만 0세부터 3세 영유아들이 마음껏 떠들어도 되는 드문 자리다. 또래 친구들과 동그랗게 무대에 둘러앉아 세 마리 새 삐, 까, 뿌의 아카펠라와 이야기, 율동을 접하며 신나게 놀 수 있다. ‘노란우산’은 한 가족만 들어갈 수 있는 작은 극장에서 펼쳐지는 7분짜리 인형극이다. 서로 무릎과 어깨를 맞대고 앉아 목각인형의 섬세하고도 정교한 연기를 즐길 수 있다. 몸으로 추억의 오락실 게임 ‘테트리스’를 보여주는 네덜란드 드 당세 무용단의 ‘테트리스’와 객석 중앙에 자리한 화가가 실시간으로 그린 그림 앞에서 배우와 관객이 마음껏 뛰어들어 노는 ‘종이창문’도 흥미롭다. 한국·독일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올려지는 개막작 ‘엘제 이야기’는 2차 세계대전 당시 8세 소녀 엘제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실화를 그렸다. 독일인들이 스스로 치부를 돌아본 작품으로, 어른들에게 오히려 ‘희망’을 건네준 엘제를 통해 아이들에게 ‘역사 바로 보기’를 자연스레 가르친다. 2만~3만원. (02)745-5862~3. 고양아람누리에서는 8월 9~10일 이틀간 유쾌한 해설을 곁들인 청소년 음악회를 마련했다. 9일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미술관 산책’에서는 러시아 대표 작곡가 무소륵스키의 피아노 모음곡 ‘전람회의 그림’을 음악 평론가 장일범의 소개로 들려준다. 무소륵스키와 화가 빅토르 하르트만의 우정이 어떻게 이 곡을 낳았는지, 10개의 그림과 함께 펼쳐 보인다. 10일 무대에서는 ‘춤추는 피아노의 봄여름가을겨울’에서 다른 시대, 다른 장르로 작곡된 피아졸라와 비발디의 사계를 번갈아 들으며 계절과 음악의 변화를 함께 느낄 수 있다. ‘슈퍼 마리오’ ‘앵그리 버드’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 음악도 클래식 선율로 들려준다. 고양어울림누리에서 올려지는 청소년 연극 ‘디 어더 플레이스’(The Other Place)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 간 소통의 부재로 발생하는 사건들을 4개월간 조사해 만든, 의미 깊은 무대다. 관객과 직접 대화하는 시간도 마련돼 있다. 1만 2000원. 1577-7766. 예술의전당에서는 가족오페라로 꾸준히 공연돼 오다 CJ토월극장의 리모델링으로 3년간 공백기를 가진 ‘투란도트’가 다시 무대에 오른다. 올해 공연에서는 다양한 피날레 넘버 중 알파노 첫 번째 버전이 아시아에서 초연된다. 푸치니의 제자인 알파노가 자신의 주관적 의견을 줄이고 푸치니가 계획한 스케치를 그대로 활용한 연주를 감상할 수 있다. 더욱 화려해진 무대와 감각적인 의상도 덤으로 즐길 수 있다. 3만~7만원. (02)580-1300. 어린이들의 자존감을 북돋우는 ‘힐링’용 연극과 뮤지컬도 기다린다. 극단 사다리의 창작 연극 ‘엄마가 모르는 친구’는 초등학교 4학년인 주인공이 다문화 가정 단짝 친구를 포용하는 과정을 그렸다. 다문화 친구를 대하는 올바른 태도와 자아정체성 형성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8월 1~25일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2만~3만원. (02)580-1809. 뮤지컬 ‘넌 특별하단다’는 잔뜩 주눅이 들어 위축된 어린이들에게 스스로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마술과 인형극 등 다양한 극적 장치로 일러주는 무대다. 9월 1일까지 서울 윤당아트홀. 1만~3만원. (02)766-6007.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사고] 2013 서울신문 한여름 밤의 콘서트

    [사고] 2013 서울신문 한여름 밤의 콘서트

    서울신문사는 7월 1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2013 한여름 밤의 콘서트’를 개최합니다. 1부에서는 페터 오브차로프가 라흐마니노프의 서정적이면서도 웅장한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합니다. 2부에서는 테너 류정필, 소프라노 김수연, 남성중창단 유엔젤보이스가 한여름 밤의 낭만을 노래합니다. 더불어 박상현이 지휘하는 모스틀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더욱 화려한 무대를 꾸며 드릴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일시 2013년 7월 16일(화) 오후 8시 ●장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입장권 R석 15만원, S석 9만원, A석 6만원, B석 3만원 ●예매처 예술의전당, 인터파크, 티켓링크, YES24, 옥션 ●문의 서울신문사 문화사업부(02)2000-9752~5 ●협찬 KB금융그룹
  • 와~ 내가 좋아하는 곡 다 있네

    와~ 내가 좋아하는 곡 다 있네

    한국인이 사랑하는 클래식과 오페라, 뮤지컬곡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크로스오버 무대가 펼쳐진다. 서울신문 주최로 오는 16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선보이는 ‘2013 한여름밤의 콘서트’다. 올해는 러시아의 마지막 낭만파 작곡가 라흐마니노프(1873~1943)가 탄생한 지 140주년이 되는 해. 이를 기념해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페터 오브차로프(오른쪽)가 완숙미 돋보이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 전 악장을 들려준다. 상명대 피아노과 교수로 재직 중인 오브차로프는 유려하면서도 힘 있는 연주로 객석을 사로잡는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영재음악원과 모차르테움 잘츠부르크 국립음대 출신인 그는 뮌헨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베테랑 연주자다. 2005년 베토벤 국제 콩쿠르 등 여러 콩쿠르에서 수상했다. 최근 가요를 클래식 감성으로 재해석한 음반을 내 화제를 모은 ‘팔색조 테너’ 류정필(왼쪽)도 무대에 합류한다. 풍부하면서도 깊은 음색을 지닌 류정필과 소프라노 김수연은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레퍼토리로 관객들을 만난다. 오페라 ‘라 트리비아타’의 ‘축배의 노래’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칸초네 ‘볼라레’, 멕시코 민중가요 ‘베사메 무초’, 뮤지컬 ‘오즈의 마법사’의 ‘오버 더 레인보’ 등 들을수록 감칠맛 나는 곡들을 선사한다. 클래식계에서 조용히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유엔젤 보이스’가 무대의 활기를 더한다. 2007년 창단된 유엔젤 보이스는 바리톤 2명, 테너 3명, 피아노 1명으로 이뤄진 보컬 그룹이다. 이들은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대성당의 시대’와 세계적인 프로듀서 데이비드 포스터의 곡으로 유명한 ‘기도’를 세련된 화음으로 엮어낸다. 박상현 지휘자가 이끄는 모스틀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반주를 맡는다. 3만~15만원. (02)2000-9751~5.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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