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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딸’ 이소미, 제주 바람 타고 2연승

    ‘바람의 딸’ 이소미, 제주 바람 타고 2연승

    이 정도면 ‘바람의 딸’이라고 불러야 할까. 낮고 강한 아이언샷을 자랑하는 이소미(23)가 거센 제주도의 바람을 뚫고 2주 연속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우승을 차지했다. 이소미는 6일 제주시 엘리시안 제주 컨트리클럽(파72·6711야드)에서 열린 KLPGA 투어 에쓰오일 챔피언십(총상금 8억원) 대회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5개, 보기 2개로 5언더파 67타를 쳤다. 최종 합계 10언더파 278타를 기록한 이소미는 생애 첫 우승을 노리는 나희원(28)과 연장전을 치렀다. 18번(파5) 홀에서 진행된 첫 번째 연장전은 세 번째 샷에서 승부가 갈렸다. 나희원의 세 번째 샷은 경사를 타고 흘러내려 홀 컵과의 거리가 14.5m로 멀어졌다. 반면 이소미의 세 번째 샷은 홀 컵에 바짝 붙으며 희비가 갈렸다. 이소미는 13번(파4) 홀에서 그림 같은 샷 이글에 성공하며 당시 선두이던 나희원을 1타 차이로 추격한 뒤 역전승을 일궈냈다. 이소미는 지난주 제주 서귀포시에서 열린 KLPGA 투어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 이어 2주 연속 제주도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섬 대회에서의 강점을 드러냈다. 낮고 강한 아이언샷을 보유한 이소미는 KLPGA 5승 중 3승을 제주에서 따냈다. 또 올 시즌 제주에서 치러진 4차례 대회에서 우승 2회, 준우승 1회와 8위를 기록했다. 투어 첫 우승에 도전한 나희원은 마지막 18번 홀에서 5m 버디 찬스를 살리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2016년부터 KLPGA 정규투어에서 활약한 나희원은 이번 대회가 150번째 대회다. 3위는 최종 합계 9언더파 279타를 친 김희지(21)가 차지했고, 오지현(26)은 8언더파 280타로 단독 4위가 됐다. 한편 박민지는 이번 대회 결과로 올 시즌 상금왕 타이틀을 차지하게 됐다. 박민지는 최종 합계 3오버파 291타로 공동 35위에 올랐다. 하지만 상금 1위 경쟁을 하던 김수지도 1오버파 289타를 기록, 26위로 부진하면서 남은 대회에 상관없이 상금 1위를 확정 지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박민지는 “이번 대회 30위권이라 우울하게 집에 가려고 했는데, 상금왕 확정이라는 얘기를 들으니 기분이 오묘하다”며 “2년 연속 상금왕을 차지해 영광스럽다. 선수로서 큰 행복과 뿌듯함, 자부심을 가질 만한 결과”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투어 6년 차인데 해마다 줄어드는 비거리 등이 해결할 과제”라면서 “저도 사람이기 때문에 계속 잘하는 상황에 동기부여가 쉽지 않다”고 고민도 털어놨다.
  • ‘이태원 참사’ 우즈벡 희생자 빠른 송환 위해 운구비 선납한 업체

    ‘이태원 참사’ 우즈벡 희생자 빠른 송환 위해 운구비 선납한 업체

    이태원 참사로 숨진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유학생을 고국으로 하루빨리 송환하기 위해 시신처리 업체와 고인이 재학 중이던 대학이 팔을 걷고 나섰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정부의 지원책이 나오기 전 업체와 대학 측이 송환 비용을 선납했던 것이다. 6일 A 시신 처리·송환 업체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후 4시쯤 우즈베키스탄 대사관으로부터 ‘이태원 참사로 숨진 우즈베키스탄 희생자 B씨의 시신을 빨리 고국으로 보내야 한다’는 의뢰를 받았다. 이슬람 문화권인 우즈베키스탄은 사망 후 사흘 안에 장례를 치르기 때문에 시신 송환이 시급하다는 요청이었다. 그러나 당시는 참사 직후여서 외국인 희생자에 대한 정부 지원책이 나오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업체 측은 B씨가 생전에 다니던 인천대학교와 협의해 수백만원에 달하는 시신 송환비를 전액 부담하기로 했다. 대학교 행정 절차만 열흘 넘게 걸릴 것으로 예상되자 업체는 지난달 31일 장례비와 비행기값 등 900여만원을 미리 납부했다. 덕분에 B씨의 시신은 지난 1일 오전 11시 비행기에 실려 고국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었다. 업체 대표인 의학박사 황규성(50)씨는 “의뢰가 들어 온 다음 날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숨 가쁘게 시신 처리와 서류 준비 작업을 했다”면서 “채 피워보지도 못하고 숨진 고인을 고국으로 빨리 보내드려야겠다는 생각이었고, 비용도 부담이 아니라 선납만 했을 뿐”이라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인천대 측은 행정 절차가 마무리된 지난 4일 이 업체에 비용 전액을 지불한 상태다. 외교부가 외국인 사망자에게 주는 지원금은 추후 인천대에 지급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이번 참사로 인한 외국인 사망자에게 내국인과 똑같이 장례비 최대 1500만원, 구호금 20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 24년 연재…1세대 웹툰작가 정훈, 백혈병으로 세상 떠나

    24년 연재…1세대 웹툰작가 정훈, 백혈병으로 세상 떠나

    “늘 독자들 마음속에서 묵묵히, 그 자리에서 만화를 그리고 있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1996년부터 2020년까지 영화 잡지 ‘씨네21’에 만화를 연재한 1세대 웹툰 작가 정훈(50)씨가 5일 백혈병 투병 중 눈을 감았다. 이날 유족은 고인이 오전 10시44분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에서 백혈병 투병 중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1972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창원고를 졸업한 뒤 대원씨아이 신인만화가 응모전에서 단편 ‘리모코니스트’로 입상하며 데뷔했다. 1995년 만화 잡지 ‘영챔프’가 주관한 제2회 신인 만화 공모전에서 수상했고, 1996∼1997년 영챔프에 만화 ‘트러블 삼국지’를 연재했다. 1996년 씨네21에 대표작 ‘정훈이 만화’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10년을 넘겨 연재하다 잠시 중단하자 독자들의 항의가 빗발쳐 다시 그렸을 정도로 화제를 불렀다. 2021년 말 감기 증상으로 동네의원을 찾았다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서 가장 밥 많이 먹는 환자’로 말하며 씩씩하게 투병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왔지만 끝내 우리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빈소 계명대 동산병원 백합원 5호실, 발인 7일 낮 12시30분이다.
  • 87년생 한국계 폴 킴 전 대위 우크라전에서 전사

    87년생 한국계 폴 킴 전 대위 우크라전에서 전사

    우크라이나 전쟁에 자원병으로 참전한 한국계 전직 미군 장교가 전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정부 산하 전략통신정보보안센터(CSCIS)는 3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폴 리 킴(Paul Lee Kim) 전 미군 대위가 지난달 5일 남부 미콜라이우주 해방을 위한 전투에서 숨졌다고 알렸다. CSCIS에 따르면 킴 전 대위는 미군 제82공수여단 소속 등으로 12년간 복무한 후 전역했으며, 지난 8월 우크라이나의 외국인 의용병 부대 ‘국토방위군 국제여단(국제여단)’에 합류했다. CSCIS는 그의 전사 경위에 대해 “킴 전 대위에게 치명적이었던 그날, (미콜라이우주) 테르노비포디에서 유독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다. 전사들이 러시아군 12명을 사로잡았고, 격분한 침략자들이 대규모 포격을 퍼부었다. 적군의 포격에서 킴 전 대위와 다른 우크라이나 병사가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이어 CSCIS는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웅이 됐다”고 말했다. 킴 전 대위가 전사한 날은 그의 35번째 생일 이틀 전이었다. 국제여단은 킴 전 대위를 기리기 위해 그의 소속 부대 이름을 ‘팀 킬로’로 명명했다. ‘킬로’는 그의 식별부호(콜사인)였다. 그의 시신은 키이우를 거쳐 고향은 미국 텍사스로 옮겨졌으며, 4일 텍사스의 그린우드 채플에서 장례미사가 거행된다. 1987년 미국 텍사스 어빙에서 태어난 킴 전 대위는 오클라호마 대학을 졸업했으며, 유족으로는 부모님과 형제 한 명이 있다. 부고문은 “그는 여행과 역사와 문화에 대해 배우고 가르치는 일에 열심이었고 미식가였다. 그는 이타적이었고 항상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우선시했다. 그는 오클라호마 축구, 아빠의 농담, 말장난, 그리고 그의 친구와 가족을 사랑했다. 폴은 헌신적인 가톨릭 신자였으며 교회 공동체에서 열심히 활동했다”고 표현하며 그를 기렸다.우크라 호소에 달려간 외인부대 킴 전 대위를 포함, 러시아군의 침략에 맞서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참전한 외국인들이 최근 우크라이나군 ‘국제군단’에서 싸우다 숨졌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숨진 이들의 구체적인 인적 사항에 대해선 입을 닫았다. 미 해군 정보부에서 복무했던 맬컴 낸스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실상이 과거 미국이 일으켰던 아프가니스탄 전쟁(개전 시점·2001)이나 이라크 전쟁(2003)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미군이 전쟁 초기 압도적인 무력으로 무력화했던 이라크군이나 아프간군과 달리 “러시아군은 막강한 화력으로 모든 것을 갖춘 군대여서 당신들은 사냥감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투 환경은 전사와 부상이 속출하는 등 매우 가혹한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적지 않은 국가에서 전투경험이 있는 많은 이들이 우크라이나의 호소에 응했다. 우크라이나군 소속 국제군단의 규모에 대해선 알려진 게 없지만, 최소 몇 천명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군단의 대변인은 “전투 경험이 있고 신체 조건이 참전할 수 있는 자 등만 가려내 합류를 허용했다”며 “많은 지원자가 탈락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탈락한 이들 중 일부는 다른 방식으로 전투에 참여할 방안을 모색하며 전선을 떠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전병주 서울시의원 “교원연구비 차등지급, 하루 빨리 개정돼야”

    전병주 서울시의원 “교원연구비 차등지급, 하루 빨리 개정돼야”

    서울특별시의희 전병주 의원(더불어민주당·광진1)은 지난 3일 서울특별시의회 제315회 정례회 제2차 교육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교원연구비 차등지급에 대해 지적했다. 교원연구비는 실제로 교사로 재직하면서 수업을 연구하는 것에 대한 수당으로써 출산휴가, 병가, 연수 등의 사유로 장기간 학교에서 근무하지 않을 경우에는 교원연구비를 지급하지 않는다. 교원연구비 지급의 법률적 근거는 교원지위법이며 동법 시행령 제9조2항에 “연구비 지원기준 등에 필요한 사항은 교육감이 교육부장관과 협의하여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근거해 만들어진 교육부 훈령에 따르면 유·초등 교원 중 교감은 75,000원, 교감은 65,000원, 수석교사와 보직교사는 60,000원 교사 재직기간 5년이상은 55,000원 5년미만은 70,000원으로 책정돼있다. 중등교원은 교장·교감·수석교사·보직교사는 모두 60,000원, 교사 재직기간 5년이상은 60,000원, 5년미만은 75,000원으로 책정돼있다. 교원단체에서는 이와 같은 차등지급은 올바르지 않은 처사라며 통일된 금액인 75,000원으로 인상해주길 바라고 있다. 현재 전국 시도교육청 교원연구비 현황을 보면, 교육부 훈령과 동일한 곳은 서울을 포함한 13곳으로 나타났으며 교육부 훈령과 일부 다른곳은 경기, 전북, 제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전 의원은 “교육부 훈령과 일부 다른 곳은 훈령에 규정된 내용보다 낮은 금액을 제공하고 있다. 낮은 곳은 협의해주고 충남같이 높은 곳은 협의해주지 않으면서 원상복구 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 서울시교육청도 하루속히 교원들의 요구처럼 교원연구비 차등지급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교육부와 신속히 협의하길 바란다”고 했다.
  • 아산 경찰수사연수원 생활관서 30대 경찰관 숨진 채 발견

    아산 경찰수사연수원 생활관서 30대 경찰관 숨진 채 발견

    4일 오전 8시 55분께 충남 아산의 경찰수사연수원 생활관에서 30대 경찰관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인천경찰청 수업에 들어오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동료 연수생이 A씨를 생활관에서 발견해 신고했다. A씨는 인천경찰청 소속으로 경찰수사연수원에서 교육을 받고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타살 및 범죄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A씨의 사인을 조사중”이라고 말했다.
  • 김원중 서울시의원 “세종문화회관, 현장 중심·수입원 확보 최우선 입찰방식으로 개선돼야”

    김원중 서울시의원 “세종문화회관, 현장 중심·수입원 확보 최우선 입찰방식으로 개선돼야”

    서울특별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원중 부위원장(성북2·국민의힘)은 지난 2일 제315회 서울시의회 정례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세종문화회관 행정사무감사에서 낙찰 여부에만 연연하는 세종문화회관의 입찰방식을 지적했다. 세종문화회관 내 레스토랑 카페 편의시설 임대사업의 경우 다수 사례에서 최초 입찰가 대비 약 66~76% 가까이 감소한 금액에 낙찰되고 있었다. 세종문화회관의 베이커리 카페의 경우 입찰 조건을 변경하면서까지 실시한 15회의 입찰공고 끝에 최초 입찰가 약 1억 6천 8백만원이었으나 최종적으로 5천 7백만원에 낙찰돼 약 66% 정도 감소하였으며, 세종라운지 베이커리 카페의 경우 최초 입찰가 약 9억 4천만원에서 약 2억 3천만원으로 약 76% 정도 감소했다. 또한, 세종문화회관 내 2층 레스토랑의 경우에는 약 8억 7천만원인 최초 입찰가에서 현재 10회의 입찰공고를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고 낙찰자가 나오지 않는 등 세종문화회관의 임대수익은 저조한 상황이다. 김 부위원장은 광화문광장이 개장됐고 방문객들이 많아짐에 따라 세종문화회관의 입점 매장의 매출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낙찰가가 높아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낮은 금액으로 낙찰되는 부분을 지적하면서, 입찰공고 시 세종문화회관의 주변 환경 여건이 고려되지 않은 채로 도면 중심으로 자료가 제공되는 부분이 주요 원인일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이에 세종문회회관 안호상 사장은 입찰에 참여하는 업체들의 경우 광화문광장 개장 부분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대답했으며, 낙찰가가 낮은 주요 원인으로 세종문화회관의 너무 높게 책정된 공시지가를 꼽았다. 김 부위원장은 “입찰 과정에서 입찰 업체가 세종문화회관을 직접 방문하는 기회를 제공해 관련 시설들을 둘러보고 주변 경관 등 자신들의 영업환경을 판단하게 할 수 있는 현장 중심적 및 수입원 확보 최우선의 입찰방식”의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 관악구, ‘장애인 재난안전 종합대책’ 마련해 장애인 사고 ‘제로’ 도전

    관악구, ‘장애인 재난안전 종합대책’ 마련해 장애인 사고 ‘제로’ 도전

    서울 관악구가 각종 재난·안전사고로부터 장애인의 안전을 강화하도록 장애인 재난안전 종합 대책을 마련하고 더 촘촘하고 탄탄한 안전망 구축에 나선다. 관악구 등록 장애인은 2022년 10월 기준 2만 182명으로 관악구 전체 인구의 4.1%이며 지층 거주 장애인은 1097명으로 전체 장애인의 5.4%다. 특히 저소득 장애인들이 지층 거주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재난대응에 더 취약하다. ‘장애’라는 신체적·사회적 취약성과 최근 기상예측의 불확실성이 더해짐에 따라 구는 체계적인 재난안전 대책과 시스템 마련 필요성을 인식하고 ‘장애인 재난안전사고 제로(zero)화’를 목표로 ‘장애인 재난안전 종합 대책’을 마련했다. 먼저 중증 장애인을 대상으로 ‘AI 응급안전 알림 서비스’를 실시, 장애인 가정에 화재감지기·활동량 감지기·응급호출기 등을 설치해 응급상황 발생 시 신속히 대피하고 관할 소방서에 신고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을 마련한다. 침수에 취약한 지층 거주 장애인 가구에는 비상시 쉽게 탈출할 수 있는 개폐식 방범창을 설치해 주고, 공무원 등을 1대1로 매칭해 신속히 구조될 수 있도록 돌봄 서비스를 강화한다. 또 장애인 가족 등 주변인에게는 ‘맞춤형 재난 안전 가이드’를 제공해 재난대응 역량을 강화해 나간다. 이외에도 구는 지난 3월부터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유일하게 장애인의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받아 관할소방서와 업무협약을 맺고 거주지·연령·장애 유형 등 구조에 필요한 정보를 시스템으로 구축해 데이터베이스(DB)를 공유하는 ‘피난 약자 안전구조 DB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구는 재난에 취약한 홀몸, 고령, 중증 장애인을 우선 대상으로 연 4000건씩, 2026년까지 DB 구축 완료를 목표로, 장애인들의 신청을 독려해 관내 전 장애인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DB 구축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로써 소방서 등 유관기관을 비롯해 안전관리과, 치수과 등 기능부서와의 긴밀한 협조로 재난 발생 시 장애인의 신속하고 안전한 ‘대피’와 ‘구조’를 함께 돕는 ‘투 트랙(two-track) 전략’으로 접근해 장애인의 안전을 책임진다.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재난이 장애인들에게 더 가혹하고 불평등하게 다가오지 않도록 장애인 안전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며 “앞으로도 장애인이 각종 재난과 사고로부터 안심할 수 있도록 더 촘촘하고 탄탄한 안전망을 구축하여 안전 사각지대를 해소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한국 경찰에 실망, 책임져야”…미국인 희생자의 父 분노[이태원 참사]

    “한국 경찰에 실망, 책임져야”…미국인 희생자의 父 분노[이태원 참사]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희생된 미국인 2명 중 한 명의 아버지가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 내용이 공개됐다. 한국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하던 스티브 블레시(20)는 참사 당일 친구들과 함께 이태원을 찾았다가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절망적인 소식을 접한 블레시의 아버지 스티브(62)는 2일(이하 현지시간) 애틀란다 지역 언론인 ‘애틀란타 저널-컨스티튜션’과 한 인터뷰에서 “‘(참사 당시) 외출해 있는 것을 알고 있다. 조심하고 사랑한다’고 문자 메시지를 남겼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이후 미국 대사관으로부터 아들이 숨졌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내 아들과 또 다른 미국인이 끔찍한 죽음을 맞았다”면서 “한국 경찰에 완전히 실망했다. 그들은 자신의 일을 하지 않았다. 책임을 져야 한다”고 분노를 토해냈다.그는 1일 AP통신과 한 인터뷰에서도 “코로나19 규제가 완화된 후 대규모 군중이 이태원에 몰릴 것으로 예상된 상됭에서, 한국 경찰은 군중 관리를 위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면서 “내 생각에 (이번 참사는) 피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블레시의 시신은 아직 한국에 안치돼 있다. 그의 아버지는 서울에 직접 오지 않고 대사관을 통해 화장한 아들의 유해를 미국으로 송환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블레시의 아버지는 “사람들이 내게 아들의 시신을 찾으러 서울에 갈 생각이 있냐고 묻지만, 나는 그럴 생각이 없다. 서울에 가면 (분노를 참지 못해) 감옥에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아들은 우정을 소중히 여겼고, 누구에게나 훌륭한 친구였다”면서 “나의 삶은 계속 이어지겠지만, 결코 이전과 같진 않을 것”이라며 참담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외신 "절대적으로 피할 수 있는 일이었다" 비난 쏟아내 한편 이번 참사로 희생된 사망자 156명 중 외국인은 총 26명이다. 국가별 외국인 사망자는 이란 5명, 중국 4명, 러시아 4명, 미국 2명, 일본 2명, 프랑스·호주·노르웨이·오스트리아·베트남·태국·카자흐스탄·우즈벡·스리랑카 각 1명씩이다. 외신은 연일 이번 참사가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일이었다며 한국 정부를 비난하는 보도를 쏟아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군중 관리 전문가들을 인용, “절대적으로 피할 수 있는 것이었다”, “어떤 한국 정부 기관도 이태원에서 1년 중 가장 바쁜 날 밤에 숨진 이들을 전적으로 책임질 준비가 돼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AFP통신은 “티켓이 없는 공개 모임인 핼러윈 행사이지만 당국은 과밀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상황을 관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당국의 사전 준비 부족을 문제 삼기도 했다. 영국 가디언도 용산구가 핼러윈 행사를 관리할 계획을 내놓긴 했지만, 코로나19 방역, 술집 식당의 안전 점검, 쓰레기 관리, 마약 단속 정책만 있었을 뿐, 이곳에 집결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파를 어떻게 통제할 지는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열린세상] 누구도 현장을 비난할 자격 없다/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열린세상] 누구도 현장을 비난할 자격 없다/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길어진 재판이 퇴근 시간 즈음 끝났다. 오후부터 폭설이 내렸고 한 달 안에 태어날 아기가 뱃속에 있었기에, 조심조심 교대역으로 향했다. 눈 쌓인 도로가 얼기 시작했기에, 지상교통 퇴근은 어렵겠다 싶은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지하철을 타기 위해 내려가고 있었다. 집에 가는 지하철이 도착하는 플랫폼은 양방향 차량이 중앙 플랫폼 하나를 쓰는 곳이었다. 빽빽한 사람들 틈을 뚫고 타야 할 방향으로 천천히 이동하는데, 공교롭게도 양방향 지하철이 동시에 도착했다. 활짝 열린 양쪽 문으로부터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플랫폼으로 내려오는 계단 쪽 사람들은 막 도착한 그 지하철들을 타기 위해 사력을 다해 내려오고 있었다. 사람에 치여 아까부터 숨 쉬는 것이 퍽 답답했는데, 갑자기 세게 짓눌리며 온몸이 터질 듯 아팠다. 살려 달라 소리는커녕 숨도 잘 안 쉬어졌고, 본능적으로 남산만 한 배를 꽁꽁 감싼 채 눈물만 뚝뚝 흘렸다. 마침 옆 남성이 내 배를 쳐다보더니 흠칫 놀라며 ‘밀지 마세요! 여기 임신부 있어요!’ 목 터져라 소리를 질렀다. 사람들이 약간 길을 터 주자 그는 힘차게 나를 밀어 문이 막 닫히는 지하철에 넣어 주었다. 가까스로 탄 후에도 놀람과 아픔, 고마움에 눈물이 멈추지 않는데 ‘아까 넘어져서 밟힌 할머니랑 아주머니 어떡하냐’며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불과 몇 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때 뱃속 아이가 둘째였는지 셋째였는지도 가물가물해졌지만, 수많은 인생이 순식간에 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던 그날의 감각은 아직도 생생하다. 지난달 말,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발생한 참사로 300명 넘는 사람이 숨지거나 다쳤다. 대통령은 국가애도기간과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했고 장관, 시장, 경찰청장이 사과했다. 특별수사본부는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나섰다. 물론 필요한 일이지만, 정작 책임져야 할 수뇌부에게 면죄부를 주고 현장에서 피땀 흘린 사람들의 노고가 폄훼되지 않게끔 안전조치를 강화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함은 당연하다. 사건 당일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마주한 인간군상은 다양했다. 구급차로 시체를 나르는데 옆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무리를 본 사람, 심폐소생술을 멈추고 망연한 자신을 무심히 지나치며 시체사진을 찍는 모습에 몸서리가 쳐졌다는 사람도 있지만, 한 명이라도 더 살려 보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사람들을 난간으로 밀어 올려준 사람, 다친 딸을 업고 뛰어가는 아버지를 차에 태워 끝까지 도와준 사람도 있었다. 언론이나 소셜미디어에 비쳐지는 단면들을 압도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그 단면만 보고 왜 거길 갔냐며 조롱하고, 옆에 있었으니 2차 가해자라며 함부로 단정 짓는 목소리들이 있다. 이렇게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평가하는 심리의 바닥에는 ‘나는 저러한 불행을 겪지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을 얻기 위한 옹졸함이 자리한다. 저 사람은 피해를 당할 만한 이유가 있고, 그에 비해 자신은 사리분별을 잘하기 때문에 세상의 불행이나 고난을 적절히 통제해 나갈 수 있다고 선을 긋는다. 세상은 몹시 복잡다단하기에 개인이 눈앞의 불확실성을 일일이 예측하거나 대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함에도, 이로 인한 불안감을 줄이고자 손쉽게 피해자를 비난하는 것이다. 오랜만에 맘 편히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을 많은 사람들이 돌아오지 못하는 길을 떠났다. 책임질 사람에게 제대로 책임을 묻되, 피해자와 현장의 사람들에게는 비난도 평가도 삼가자. 온 마음으로 위로하고 추모해야 할 때이다.
  • ‘혹’ 왕따 마다가스카르 청년 ‘K인술’로 새 삶

    ‘혹’ 왕따 마다가스카르 청년 ‘K인술’로 새 삶

    입안에 생긴 얼굴 크기만 한 거대 종양 때문에 따돌림받던 마다가스카르의 한 청년이 한국에서 수술을 받고 새로운 삶을 얻게 됐다. 서울아산병원은 마다가스카르 오지의 열악한 의료 환경 탓에 15㎝ 이상의 종양을 방치해 온 플란지(22)가 최근 한국에서 거대세포육아종 제거 수술과 아래턱 재건 및 입술 주변 연조직 성형술을 성공적으로 받았다고 3일 전했다. 회복한 플란지는 5일 귀국을 앞두고 있다. 플란지에게 거대 종양이 생긴 건 8살 때 뽑은 어금니 탓이다. 발치가 잘못돼 어금니 쪽에 염증이 생겼지만 제때 치료하지 못하고 10년간 방치했다. 작았던 염증은 거대세포육아종으로 진행되며 점차 커졌다. 이 질환은 100만명당 한 명에게서 발병한다고 알려진 희귀질환이다. 초기에는 약물로 쉽게 치료할 수 있지만, 플란지의 경우 오랜 기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종양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만큼 거대해졌다. 음식을 먹는 것은 물론 대화도 힘들었고, 종양을 만지거나 부딪히면 출혈이 발생해 일상생활이 어려웠다. 친구들의 놀림으로 플란지는 학교까지 중퇴했다. 이런 플란지에게 도움을 준 사람은 마다가스카르에서 의료 봉사활동을 하는 이재훈 의사다. 수술할 수 있는 한국의 의료기관을 수소문해 아산병원에 도움을 요청했고, 이 병원 성형외과 최종우 교수팀이 이비인후과와 협진해 수술했다. 치료 비용은 전액 아산사회복지재단과 아산병원에서 지원했다. 플란지는 “평생 혹을 달고 살아야 한다는 좌절감뿐이었는데 처음 꿈이 생겼다”며 “선교사가 돼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 정치는 나를 소모시키고 책은 나를 축적시켜 준다[김언호의 서재탐험]

    정치는 나를 소모시키고 책은 나를 축적시켜 준다[김언호의 서재탐험]

    나는 저술가 유시민의 책 ‘어떻게 살 것인가’를 좋아한다. 그 자신의 생각과 삶의 자세를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사유의 자서전 같기도 하다. 훗날 누군가가 ‘유시민 연구’를 하려면 많이 논의되고 인용되는 책일 것이다.“이 책을 쓰면서 나는, 오래 덮어두었던 내 자신의 내면을 직시할 기회를 가졌고 그것을 드러낼 용기를 냈다. 정치적 올바름을 위해 감추거나 꾸미는 습관과 결별했다. 내 자신의 욕망을 더 긍정적으로 대하게 되었다. 마음이 내는 소리를 들었다. 삶을 얽어맸던 관념의 속박을 풀어버렸다.” 유시민은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사회과학도다. 독일 유학을 가서도 경제학을 공부했다. 그러나 그는 ‘사회철학자’다. 사회현상·인간현상을 치열하게 탐구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가 읽는 책, 그가 써내는 책들은 기본적으로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주제와 연계되어 있다. 그의 책 ‘국가란 무엇인가’, ‘나의 한국현대사’, ‘거꾸로 읽는 세계사’, ‘청춘의 독서’, ‘역사의 역사’도 사실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서 살 것인가로 “나는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떻게 죽는 것이 좋은가. 의미 있는 삶, 성공하는 인생의 비결은 무엇인가. 품격 있는 인생, 행복한 삶에는 어떤 것이 필요한가. 이 질문들은 독립한 인격체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뿐만 아니라 인생의 마지막 페이지를 이미 예감한 중년들도 피해 갈 수 없는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단풍이 붉게 물드는 만추, 그의 서초동 연구실을 찾았다. ‘어떻게 살 것인가’가 그와 내가 나눈 대화의 주제였다. “당초엔 책 제목을 ‘어떻게 죽을 것인가’로 정하고 초고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2012년 말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다시 썼습니다. 책 이름도 ‘어떻게 살 것인가’로 바꿨습니다.” ●한국 언론은 중세신학과 같아 -글 쓸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진부해지지 말자고 합니다. 진부한 이야기는 싫습니다. 새롭게, 보다 창조적인 주제를 써보자 합니다.” -유 선생이 지금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는 주제는 무엇입니까. “이른바 인문학이라는 것이 진리와 진리 아닌 것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 같은 것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모두들 인문학, 인문학이라고 외치지만, 우리의 삶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저는 인문학의 위기라고 진단합니다.” -오늘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현실적인 문제는 이른바 ‘언론’이 아닌가 합니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소설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가 제기하는 문제의식을 말하고 싶습니다. 종교개혁가 장 칼뱅의 종교적 도그마를 다룬 소설인데, 종교개혁 한다면서 그와 맞서는 세르베투스를 불태워 죽입니다. 츠바이크는 이 소설에서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는 관용의 문제를 제기합니다. 오늘의 한국 언론의 담론 수준은 중세신학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종교재판 하듯이 단죄하고 침 뱉지 않습니까. 내 생각 내 논리를 무조건 옳다고 주장·주창합니다. 그 어떤 의심도 해 보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 언론인은 생각하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대로 생각하고 판단해 버립니다.” -한 정치인이 전직 대통령을 총살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막말을 합니다. 이런 정치현실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개인 김문수는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경생리학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지요. 그러나 그런 발언이 생각도 비판도 없이 그대로 보도됩니다. 끔찍합니다.” 유시민은 1987년 스물여덟 살에, 최루탄 가루가 날리는 거리에서 낮을 보내고, 구로공단 근처의 ‘벌집’ 자취방에 돌아와 밤새 글을 썼다. 그것이 베스트셀러 ‘거꾸로 읽는 세계사’였다. 그 책에서 세기말 프랑스에서 일어난 ‘드레퓌스 사건’을 다루었다. 우파 언론이 극우 정치세력과 한통속이 되어 유대인 포병대위 드레퓌스를 간첩으로 몰아가는 집단 히스테리를 분석했다. 정의로운 소설가 에밀 졸라가 ‘나는 고발한다’는 준엄한 글을 발표하는 등 양심적인 정치인·지식인들이 궐기해 승리해 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는 언론의 범죄적 행태를 보게 된다. 프랑스 국민은 드레퓌스 사건을 겪으면서 인권과 언론의 가치를 새삼 체득하게 된다. 이 시대의 우리 언론은 드레퓌스 사건을 보도하던 그 시대의 언론과 다를까. 유시민은 언론다운 언론에 대해 다시 썼다. 2009년에 출간한 ‘청춘의 독서’에서 언론의 본능과 본성을 비판한다. 1980년 초반에 기획된 ‘한길세계문학’의 한 권인 하인리히 뵐의 다큐에세이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는 현시대의 잘못된 언론을 고발한다. 그러나 독일의 문제작가 뵐이 분석하는 독일 언론의 상황에 비해, 오늘의 한국 언론은 오히려 더 심각한 지경이 아닌가. “그대는 신문 헤드라인을 진실이라고 믿습니까? 아니요, 믿지 않습니다. 헤드라인을 진실로 믿어도 되는 그런 좋은 신문을 집에서 구독해 보는 것이 내 간절한, 언제 이루어질지 모르는 내 소망입니다.”●문과 남자의 과학공부 진보주의자 유시민은 ‘진정한 보수주의자’이자 ‘아름다운 보수주의자’ 맹자를 좋아한다. “맹자는 ‘수오지심’(羞惡之心)을 의(義)의 핵심이라고 말하지요. 내 잘못에 대해서 부끄러워하고 타인의 잘못에 대해서 화를 낼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인데, 우리 언론은 수오지심이 없습니다. 김문수의 폭언과 막말에 화내는 언론이 없습니다.” -왜 책을 읽습니까. “세상에서 내가 좀 잘할 수 있는 일이 책 쓰는 일이라고 생각해서입니다. 내가 세상과 관계 맺는 나의 방식을 위해 글을 읽는다고 할까요.” -알릴레오북스는 왜 합니까. “함께 생각해 보자는 것입니다. 책 소개를 통해서 세상과 소통하고 사람들과 대화하자는 것이지요. 정치비평보다는 책을 이야기하는 일, 저자로부터 그 내용을 들어보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입니다.” -지난번 알릴레오북스에서 이오덕 선생의 ‘우리글 바로쓰기’를 이오덕 선생의 후배 교육자 이주영씨와 함께 토론하는 걸 보고 유시민 선생의 또 다른 면모를 보았습니다. “저는 우리말 우리글로 책 쓰는 사람입니다. 이 땅에서 글 읽고 책 쓰는 지식인들이라면 응당 아름다운 우리말 우리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오덕 선생의 책을 통해 저는 아름다운 우리말 우리글을 새롭게 발견합니다. 이오덕 선생은 책 읽고 책 쓰는 저의 영원한 스승입니다.” -요즘은 어떤 책을 쓰고 있습니까. “제가 읽은 과학책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과학공부를 해야 인문학 공부가 온전해질 수 있습니다. 인문학 하는 사람들 과학책 거의 읽지 않습니다. 과학을 토대로 하지 않는 인문학 공부는 위험하지요. 과학공부를 하지 않아서 여러 문제가 제기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지은 제목은 ‘문과 남자의 과학공부’입니다. 2009년 제가 50살이었습니다. 다윈 탄생 200주년이고 ‘종의 기원’ 출간 15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저는 그해 처음으로 과학교양서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종의 기원’,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생물학·뇌과학·우주론에 관한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놀랐습니다. 인문학 공부하면서 답이 없는 주제들이 많았습니다. 과학책은 정말 재미있습니다. 짜릿하고 감동적입니다. 생각이 달라집니다. 저의 인문학 주제와 독서에 대한 생각들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런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우리 인문학의 가장 큰 문제는 최근의 과학적 성과와 문제의식을 수용하지 못함에 있습니다. 지난 100여년의 눈부신 과학적 발전을 토대로 하고 있지 않은 전통적인 인문학이 문제입니다. 과학을 배척하고 무시하는 인문학이 그 위기의 근원입니다.” -인문학을 탐구하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권독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이기적 유전자’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브라이언 그린의 ‘엔드 오브 타임’, ‘맹자’와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권독하고 싶습니다.” -어떤 책을 읽었습니까. “최인훈의 ‘광장’과 박경리의 ‘토지’, 황석영의 소설들,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 소스타인 베블런의 ‘유한계급론’을 읽었습니다. ‘토지’의 제1부는 열 번, 제2부는 일곱 번 정도 읽었습니다. ‘광장’도 열 번 이상 읽었습니다. ‘토지’는 다시 읽어도 언제나 좋습니다. 종합예술입니다. ‘자유론’도 열 번 이상 읽었습니다. 그러나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세 번이나 도전했지만 완독에 실패했습니다. 최명희의 ‘혼불’도 완독에 실패했습니다. 나의 독서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최근에 출간된 정지아의 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권위주의를 내려놓은 노 전 대통령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지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어떤 분이었습니까. “정말 매력 있는 분이었습니다. 법률가로서 실력 있었습니다. 대중적 언어 구사에 탁월했습니다. 정의감에 불탔습니다.” -대통령 시절엔 어땠습니까. “권위주의 같은 거 없었습니다. 대통령에게 무슨 이야기든지 할 수 있었습니다. 권력으로 사람을 대하지 않았습니다. 말과 논리로 싸웠습니다. 검사와의 대화도 그렇지 않았습니까. 대통령은 ‘받아 적는 거 하지 말자’고 했습니다. 원래 술도 잘 안 하셨지만, 대통령이 되면서는 와인 한 잔 하는 정도였습니다. 대통령이 취하면 안 되지 않습니까!” -노 전 대통령의 독서는 어떠했습니까. “제17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을 청와대에 초청했는데 제러미 리프킨의 ‘노동의 종말’을 한 권씩 선물했습니다. 당신의 독서력이 대단했지요. 환경 관련 도서들을 늘 읽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이 살아계셨더라면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퇴임 후의 대통령 문화에 새로운 시대가 열렸겠지요. “63세에 돌아가셨는데, 저술도 많이 하셨을 것이고 멋진 정치담론을 펼쳤겠지요. ‘어이, 유 선생! 나도 알릴레오북스에 한번 출연시켜 줘요’ 이렇게 말씀했을 겁니다.”●유시민과 정치, 뗄 수 없는 질문 -다시 정치에 나설 계획은 없나요. “저는 체질적으로 정치에 안 맞는 것 같습니다. 재미있게 정치를 하는 분들도 많지만, 제 경우 정치는 나를 소모시키는 것 같았어요. 그러나 책 읽기, 책 쓰기는 나를 축적시키는 것 같습니다. 막스 베버는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말했지요. 좋은 정치란 참으로 중요하지요. 저는 좋은 정치를 도와주는 책 읽기, 책 쓰기를 하고 싶습니다.” -좋은 정치는 우리들 개인의 문제가 아닐 것입니다. 더불어 함께하는 정치, 정의로운 정치가 좋은 정치일 것입니다. 유시민 선생의 책 쓰기, 책 읽기 운동은 대한민국의 좋은 정치를 위한 하나의 기초일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은, 다른 모든 국민 국가가 그런 것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바친 열정과 헌신, 눈물과 희생의 산물일 것입니다. 저는 대한민국이 더 훌륭한 국가, 더 좋은 정치가 구현되기를 소망합니다. 좋은 정치, 훌륭한 국가 없이 우리의 삶이 아름답게 구현될 수 없습니다.” 한길사·한길책박물관 대표
  • 美복권 39회 연속 1등 안나와…2조원대 당첨금 주인 누구

    美복권 39회 연속 1등 안나와…2조원대 당첨금 주인 누구

    당첨시 약 12억 달러(1조7000억 원)가 걸려 있던 미국 복권 ‘파워볼’의 1등 당첨자가 이번 주에도 나오지 않아, 다음번에 1등 당첨자가 나올 경우 미국 복권 사상 3번째로 높은 약 15억 달러(2조1000억 원)를 받게 된다고 파워볼 운영업체가 2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서 밝혔다. 파워볼 복권은 8월 3일부터 11월 2일까지 39회 연속으로 1등 당첨자가 나오지 않았다. 다음 추첨은 11월 5일에 이뤄질 예정이다. 이 복권은 숫자 선택식 게임으로 미국 50개 주 중 45개 주와 워싱턴 DC, 푸에르토리코, 미국령 버진아일랜드에서 팔린다.   파워볼 복권 한 게임을 2달러를 주고 했을 때 1등 당첨 확률을 수학적으로 계산하면 약 2억9220만 분의 1이다. 1등에 당첨되려면 ‘흰색 공’에 해당하는 숫자 1∼69 중 5개와 ‘빨간색 파워볼’ 숫자 1∼26 중 1개 등 6개 숫자가 모두 들어맞아야 한다. 주최측에 따르면 11월 5일 파워볼 추첨에서 1등 당첨자가 나온다면 15억 달러를 받을 수 있으며, 이는 미국 복권 역사상 3위, 파워볼 역사상 2위에 해당한다. 다만 이 액수는 29년에 걸쳐 분할 지급을 선택할 때의 지급액이며, 거의 모든 1등 당첨자들처럼 현금 일시불 지급을 택할 경우는 7억4590만 달러(1조632억원)가 된다. 미국 복권 역사상 1등 복금 최고 기록은 2016년 1월 13일 파워볼에서 나온 분할지급 기준 15억8640억 달러(2조2642억 원), 일시불 기준 9835만 달러(1조4036억 원)였다.
  • 스타트업 행사장 간 최태원 “소나기 내릴 땐 세차 권하지 않아”

    스타트업 행사장 간 최태원 “소나기 내릴 땐 세차 권하지 않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스타트업의 행사장을 찾아 선배 경영인으로서 현실적인 조언을 쏟아냈다. 최 회장은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한 생태계 조성을 강조하면서 이를 막고 있는 국내 규제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최 회장은 3일 오후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스파크랩 데모데이 엑스’ 행사에 참여해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기업 스파크랩의 공동대표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와 대담을 나눴다. 최 회장은 “스타트업이 활성화하기 위해선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어떻게 하면 좋은 생태계를 잘 만들 수 있을까. 소통과 데이터가 가장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어 “대한민국의 특징은 뭔가 생기면 자꾸 법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하지만 비즈니스는 법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서 “좋은 뜻으로 규제를 만들어도 새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려면 제약조건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그는 불확실한 거시경제로 스타트업들이 투자를 받기 힘든 현재 상황을 ‘소나기’에 비유하며 “소나기 내릴 때 세차를 하라고 권하진 않는다. 계획이 있다고 해도 소나기는 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또 “돈이 씨가 마르고 있는 상태에서 돈을 벌려면 (창업자의) 가치를 싸게 내놓아야 한다”면서 “그러기보다는 가능성을 탐색하며 내년 말까지 기다리는 것이 안전할 거 같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중 넷제로(탄소 순 배출량 0) 달성을 위해서는 원자력발전이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SK그룹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만든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업인 미국 테라파워에 3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최 회장은 “테라파워는 방사능 폐기물이 거의 나오지 않는 미니 원전(SMR)을 만들어 기존 원전과 구분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며 “원전은 상용화 여부를 떠나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벌 회장으로서의 삶’에 대한 질문에는 “드라마에서 재벌 회장들은 회사와 명예를 위해 어떤 일도 서슴지 않는데 드라마를 이 세상이라고 생각하지 말라”며 재치있게 답변했다.
  • 제9대 하남시의회 첫 시정질문…민선8기 핵심 공약 정조준

    제9대 하남시의회 첫 시정질문…민선8기 핵심 공약 정조준

    하남시의회(의장 강성삼)가 하남시를 대상으로 제9대 의회 첫 시정질문에 나선다. 하남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는 오는 10일까지 8일 간의 일정으로 제316회 임시회를 열어 주요 현안에 대한 시정질문을 실시하고 조례안 등을 처리한다고 3일 밝혔다. 오는 4일과 7일 양일간 예정된 시정질문에는 강성삼 의장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 9명이 발언대에 오른다.  특히 시정질문의 관전 포인트는 이현재 하남시장 공약에 대한 검증이다. 의원들은 공약의 이행 가능성과 타당성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질의 응답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10명의 의원 중 국민의힘 5석, 더불어민주당 5석으로 구성돼 있는 만큼 집행부를 향한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신도시 개발, 민선8기 공약, 인구정책, 기업유치, (가칭)수석대교 등 굵직한 지역 현안에 대해 질문하고 시장을 비롯한 관계공무원의 답변을 듣는다.  이밖에 하남시 옴부즈만 문제점 및 향후 활성화 방안, 원도심과 신도시 간 균형발전을 위한 신장로변 도시 재정비 계획, 공공체육시설 관리체계 방안 및 향후 인프라 확충 계획, 반려동물 관련 추진 계획, 기후위기 대응 관련 시책 추진현황, 풍산동 명칭변경 등 지역 현안에 대해 시정질문을 예고했다. 이어 오는 8일과 9일에는 자치행정위원회(위원장 정병용)와 도시건설위원회(위원장 금광연)를 열고 집행부 제출 안건 22건과 의원발의 9건 등 총 31건을 심사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임시회에서는 ▲하남시 보육교직원 권익 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안(박선미 의원) ▲하남시 생태계교란 생물 제거 촉진을 위한 조례안(박선미 의원) ▲하남시 치유농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최훈종 의원) ▲하남시 물놀이장 관리 및 운영 조례안(오지연 의원) 등 초선의원들이 대표 발의한 유의미한 조례안을 처리한다. 강 의장은 “제9대 의회 첫 시정질문을 통해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주요 시책을 날카롭게 평가하고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강 의장은 이태원 참사로 유명을 달리한 분들의 명복을 빌고 “다시는 이런 참담한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남시도 재난안전대책과 시스템을 촘촘하게 재정비하고 강화해야 할 것”이라며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일은 국가의 기본 책무임을 항상 유념해 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하남시정 및 의정발전에 기여한 도로관리과 서명윤 주무관, 도시농업과 반승현 주무관, 주택과 김혜인 주무관 3명이 ‘2022년 4분기 우수공무원’으로 선정, 표창을 받았다. 
  • ‘혹 달린 아이’ 놀림받던 마다가스카르 청년, 한국서 새 삶

    ‘혹 달린 아이’ 놀림받던 마다가스카르 청년, 한국서 새 삶

    입 안에 생긴 얼굴 크기만 한 거대 종양 때문에 따돌림받던 마다가스카르의 한 청년이 한국에서 새로운 삶을 얻게 됐다. 서울아산병원은 마다가스카르 오지의 열악한 의료 환경 탓에 15㎝ 이상의 종양을 방치해온 플란지(22)가 최근 한국에서 거대세포육아종을 제거하고 아래턱 재건과 입술 주변 연조직 성형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3일 전했다. 회복한 플란지는 오는 5일 귀국을 앞두고 있다. 플란지에게 거대 종양이 생긴 건 8살 때 뽑은 어금니 탓이다. 발치가 잘못돼 어금니 쪽에 염증이 생겼지만 제때 치료하지 못하고 10년간 방치했다. 작았던 염증은 거대세포육아종으로 진행되며 점차 커졌다. 이 질환은 100만명 당 한 명에게서 발병한다고 알려진 희귀질환이다. 초기에는 약물로 쉽게 치료할 수 있지만, 플란지의 경우 오랜 기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종양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만큼 거대해졌다. 음식을 먹는 것은 물론 대화도 힘들었고, 종양을 만지거나 부딪히면 출혈이 발생해 일상생활이 어려웠다. 친구들의 놀림으로 플란지는 학교까지 중퇴했다. 이런 플란지에게 도움을 준 사람은 마다가스카르에서 의료 봉사활동을 하는 이재훈 의사다. 수술할 수 있는 한국의 의료기관을 수소문해 아산병원에 도움을 요청했고, 이 병원 성형외과 최종우 교수팀이 이비인후과와 협진해 수술했다. 치료비용은 전액 아산사회복지재단과 아산병원에서 지원했다. 플란지는 “평생 혹을 달고 살아야 한다는 좌절감뿐이었는데, 처음 꿈이 생겼다”며 “선교사가 되어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 홍석천, 이태원 참사로 지인 잃었다

    홍석천, 이태원 참사로 지인 잃었다

    방송인 홍석천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애도를 표했다. 홍석천은 지난 2일 “어젯밤은 참 힘들었습니다. 알고 지내던 여동생이 친구와 참사 현장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하늘나라에 갔습니다”고 적었다. 이어 “장례식장에서 마지막 인사를 했습니다. 더 잘해줄걸. 더 자주 만날걸. 외동딸을 잃은 부모님은 잠시 정신을 잃으셨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용기를 내어 이태원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 들렀습니다”고 전했다. 홍석천은 “이십년 넘게 매일같이 다니던 길이었습니다. 한발 내딛기가 이렇게 힘들 줄 몰랐습니다. 기도하고 또 기도했습니다. 미안하고 또 미안했습니다. 죄스럽고 또 죄스러웠습니다. 하고픈 말 너무 많지만 할 수 있는 말은 얼마 없었습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저 희생자분들께 미안하단 말뿐입니다. 저와 같은 마음, 온 국민이 다 같으리라 믿습니다. 더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억울하게 희생된 분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겠습니다. 일도 하고 친구들과 밥을 먹고 운동하고 가족들에게 사랑한다는 전화해도 순간순간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유가족들 생각에 한없이 미안해집니다”고 전했다. 홍석천은 “참사 희생자분들을 오래오래 기억하며 살아갈 거 갔습니다 모두 하루하루 행복하게 건강하게 살아가길 기도해봅니다. 앞으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많이 고민하게 됩니다. #이태원참사 #이태원참사피해자를애도합니다”고 덧붙였다.
  • 수백년 경계한 ‘안전불감증’이 부른, 이태원 참사 [클로저]

    수백년 경계한 ‘안전불감증’이 부른, 이태원 참사 [클로저]

    국가 안전 신뢰 회복 절실세월이 흘러도 안전불감증은 경계의 대상 # 이태원 참사로 안전불감증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반복되는 역사를 통해 오늘을 살펴본다.2014년 4월 발생한 세월호 피해자들에 대해 전국민이 무력감을 호소했다. 아침 뉴스에서 중계되던 구조 소식은 오보였고, 골든타임을 넘겨 참담한 소식이 전해졌다. 무력감에 시달리는 시민들은 이후 수년동안 국가의 위기관리 시스템에 의문을 표했다. 8년 6개월이 흘러 2022년 10월 다시 한 번 위기관리 시스템에 대한 성찰의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핼러윈을 이틀 앞둔 지난달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일어난 참사는 SPC 끼임 사고, 광부들의 매몰 사고 등 참담한 소식에 이어 뉴스를 뒤덮었다. 경찰 내부망에는 이태원 파출소 경찰의 글이 올라왔다. 압사 우려 신고는 매년 있었고, 지휘부가 핼러윈 보름 전 질서 유지 목적의 기동대 지원 요청을 거절했다는 주장이다. 당일 야간 신고는 400건 이상으로 감당 불가능한 수준이었다고도 토로했다. 그가 적은 당일 야간 근무 인원은 10명 초반이다. 사고 당시 최초 신고자의 녹취록도 공개됐다. “압사당할 것 같아요. 통제 좀 해주세요.” 공개 후 비판의 화살은 경찰 지도부로 향했다. 용산구와 해밀톤 호텔 건축물대장에 따르면 사고 골목과 접한 호텔의 일부 공간은 불법 증축됐다. 유동인구가 많은 T자형 골목의 병목현상을 심화시킨 것이다. 안전불감증이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경찰의 통제 무시, 핼러윈 코스프레 당시 경찰복·간호사복을 입으면 안 된다는 규칙 무시, 인파 속에서 들렸다는 “밀어”라는 말 등이 그것이다. ● 구휼보다 예방에 방점사고 발생 예상, 나라서 관리 안전불감에 따른 사고를 경계하고자 하는 것은 조선시대에도 있던 일이다. “위전(位田)을 지급하고 나룻배를 책임지고 갖추도록 하였는데, 난리를 겪은 뒤 각 나루터의 위전들이 모조리 강가에 사는 사대부들에게 점유당하여 뱃사공들이 경작해 먹지 못합니다. 배가 매우 적고 또한 수리를 하지 않으므로 오고가는 여행자들이 다투어 건너는 즈음에 침몰하는 환란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효종 6년, 이 같은 말에 반드시 병자호란의 이전 숫자를 기준으로 나룻배를 엄격히 관리하라고 강조한다. 당시 나룻배는 백성들의 통행 수단이자 업의 통로였다. 이를 점유당하거나 다툼이 일어나면 사고가 일어나곤 했다. 이 때문에 관리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숙종 2년, 나룻배가 전복해 사람 21명이 익사했다는 기록도 존재한다. 대형 사고를 기록해 훗날 경계하도록 한 것이다. 정조24년, “각성의 중요한 길목에 있는 교량 및 나룻배들 가운데는 간혹 파괴된 것도 있어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지장을 주고 있으니, 이에 대해서는 지방관이 잘 조사하여 제때에 수리하도록 할 것이다”라는 기록도 존재한다. 고종은 나룻배를 수시로 검사해 견고하게 하라고 명하기도 했다. 이 개조 비용은 각 동리가 분배하도록 만들었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를 통해 애민 6조를 강조했다. 백성을 다스리는 대상일뿐 아니라 사랑해야 하는 대상이라고 역설한 것이다. 특히 애상을 통해 상사를 당한 이들을 보살펴야 한다고 했다. 상을 당한 이들은 부역을 면제하거나 관에서 장사를 치뤘다. 또한 사망자가 속출할 경우 관리가 직접 나서 사재를 출연해서라도 이를 막아야 했다. 나아가 재난을 미리 예방하는 것이 구휼보다 훨씬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당시 정약용은 그저 통치의 대상으로 백성을 바라보던 조정에 반감을 느껴 이 같이 저술했다. ● “왕 앞이라도 안전 관해서라면…” “언관의 직책을 가졌으니 종묘·사직의 안전과 위험에 관한 ‘중대한’ 일에 대하여 감히 입을 다물고 있을 수 없사옵고, 더구나 이제 바른말을 구하는 교서가 내렸으니, 삼가 어리석은 충심으로 천총을 번거롭게 할까 하옵니다. 그윽이 생각하옵건대, 예로부터 국가의 변란은 삼가는 데서 나오지 않고 항상 소홀하는 데서 일어납니다.” (태조 4년) 조선에서 ‘안전’이 처음 기록된 것은 태조 때의 일이다. 시스템으로 백성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주문이 최초로 기록된 것이다. 이 같은 읍소는 고려시대의 왕족을 정리하면 나온 것이지만, 조선의 강화를 위해 안전을 역설하고 있다는 점은 같다. 변고를 막으려면 왕업을 잊지 말라는 당부다.  당시 고려 왕가의 생존 소식으로 변방이 혼란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리 방비책을 세우지 않아 인명 피해가 생기지 않게 해달라는 당부였다. 국경의 백성들이 생명을 위협받지 않도록 관리를 철저히 해달라는 것이다. 한 시민은 지난 2일 서울광장 합동분향소를 찾아 “세월호 이후 바뀐 게 없다”고 토로했다. 직장인 앱 블라인드에는 현장에 통제를 위해 나가 전력을 다했던 경찰관들의 토로가 이어진다. 안전이 최우선이어야 한다는 다짐은 수백년을 거슬러 오늘까지 이어진다.
  • 이태원 달려간 시민 영웅들…“더 살리지 못했다” 죄책감

    이태원 달려간 시민 영웅들…“더 살리지 못했다” 죄책감

    “도와달라며, 살려달라며 소리치는 시민들의 손짓과 행동, 표정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이 살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이태원 사고 현장에 출동했던 30대 응급구조사가 구조 활동 이후 밤잠을 설치고 있다며 자책했다. 현장에서 최선을 다해 구조 활동을 펼친 경찰관도, 소방관도 그랬다. 네티즌들은 “최선을 다하셨으니 부디 죄책감은 덜어 놓으셨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이들을 위로했다. 응급구조사 A씨는 1일 ‘많이 못 살려드려 죄송합니다’란 제목의 글이 올려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던 지난달 29일 지인과 서울 외곽에서 놀다가 일찌감치 헤어져 집에 돌아온 그는 잠을 청하려던 때 동료의 전화를 받았다.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사고로 지원 요청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에 부리나케 달려간 A씨는 처참한 현장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인터넷으로 접한 것보다 훨씬 심각한 현장 상황에 A씨는 동분서주하며 응급구조를 진행했다. 구급대원은 심폐소생술을 끊임없이 진행했고, 경찰관은 심폐소생술 할 줄 아는 분은 도와 달라며 소리쳤다. 미군은 사고 수습을 본인 일처럼 발 벗고 나섰고, 일반 시민들도 통제에 나서며 도와달라고 외쳤다. A씨는 “통제를 전혀 따르지 않는 사람들, 수군거리며 촬영하는 사람들, 통제가 어려웠던 외국인들의 행동이 머릿속에 지워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A씨는 응급구조사 자격증을 취득 후 다양한 환자를 보면서도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없었지만 “이번 사건 이후 밤잠을 설치고 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사망자들 시신이 머리에서 맴돈다”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에 출동했던 한 경찰관 역시 “아비규환이었던 현장 상황, 사망자들 시신이 아직도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B씨는 “눈앞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한 분이라도 더 살리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살리지 못했다. (더) 살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시민에게 미안함을 전했다. B씨는 현장에서 고생한 경찰, 소방, 의료진을 비롯해 구조를 도운 시민에게 고맙다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애도를 표했다. B씨는 “마음이 무거운 밤”이라며 “안전한 사회를 위해 내일도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참사 현장을 지휘하던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역시 사상자 집계와 현장 수습 상황을 브리핑하며 손을 떨었다. 그는 사고현장 인근에서 소란을 피우는 일부 시민을 향해 “조용히 하라” “지금은 구호가 우선”이라고 외치며 최선을 다했다.먼저 미안해하고 자책한 건 시민들 전국 곳곳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수많은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방명록에는 ‘너무 마음이 아프다’ ‘더이상 아프지 말고 편히 쉬라’는 추모의 글이 남겨졌다. 사고 현장에서 구조대를 도와 심폐소생술을 함께 했던 생존자들 역시 자책과 미안한 마음을 지우지 못했다. 참사 현장에 있다가 구조된 생존자는 양쪽 다리 전체에 멍이 든 사진을 공개하며 “저는 구조돼 살아있긴 하지만, 같이 끼어있다 돌아가신 분이 너무 많아 죄송하고 마음이 너무 무겁다”라고 말했다. C씨는 “저도 제가 그날 이태원을 가서 이런 일을 당한 거 잘 알고 있다. 모든 게 다 제 탓”이라며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 단지 그날 같이 살아나오지 못한 피해자분들께 죄송스러운 마음뿐이다. 앞으로 감사하며 정말 착하게 살겠다”고 말했다.“트라우마 회복은 공동체 역할 매우 중요” 전문가들은 수백명이 숨지고 다친 이태원 참사로 인해 전 국민이 모두 심리적 불안과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다며, 공동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임상심리학회는 “트라우마 회복에는 공동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피해자들에 대한 비방이나 혐오 발언은 초기 안정화에 악영향을 끼치고, 트라우마 회복을 어렵게 한다”고 자제를 당부했다. 학회는 특히 고통 속에 있을 생존자들을 위해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고 심리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등 역할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의료진은 이태원 참사 현장에 있던 이들은 귀가했더라도 추가 진료를 받길 권고하고 있다. 압박으로 인한 골절 등 각종 외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신체 광범위하게 피멍이 든 경우 검사와 진료가 필수적이다. 손상된 근육이 대량으로 파괴되면서 신장에 급성 손상이 생기면, 신장 기능이 저하되고 혈뇨가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사고 영상 반복해서 보면 악영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의 의학학술단체인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사고 당시의 참혹한 영상과 사진이 SNS 등을 통해 일부 여과 없이 공유되고 있다”라며 “이러한 행위는 고인과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2차, 3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다수 국민에게 심리적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학회는 “우리 모두가 시민의식을 발휘해 추가적인 유포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라며 “현장 영상이나 뉴스를 과도하게 반복해서 보는 행동은 스스로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자제하는 것을 권한다”고 했다. 정부는 국가트라우마센터, 서울광역센터, 용산 등 기초센터로 이태원 사고 통합심리지원단을 구성해 상담에 나설 계획이다. 심리지원 대상자는 유가족 600여명과 부상자, 목격자 등 1000여명이다. 구조인력이나 목격자, 지인 등 간접적으로 사고를 경험한 사람도 트라우마가 나타날 수 있다. ‘이태원 참사’로 불안, 우울 등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는 분들은 정신건강위기상담전화(1577-0199)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다시 뿌리내린 도시, 미래에 숨을 불어넣다

    다시 뿌리내린 도시, 미래에 숨을 불어넣다

    결국 그 영화를 다시 꺼내 봐야 했다. 두 번 보기 꺼려졌던 영화, ‘지옥의 묵시록’이다. 마초적이고 영웅적인 결말을 원하는 단순 영화팬에게 ‘지옥의 묵시록’은 굉장한 충격이었다. 그 묵직한 영화의 배경이 된 공간을 다녀왔다. 베트남 남부 껀저와 ‘사이공’(공식 명칭은 호찌민)이다. 사이공이야 지금도 유명한 여행지이지만 껀저는 다르다. 어지간한 여행 책엔 나오지도 않는다. 베트남을 샅샅이 소개하는 책자에도 겨우 ‘원숭이섬’ 정도로 소개되는 게 고작이다. 관광객으로선 사실 가지 않을 이유가 더 많다. 한데 알려지지 않았을 뿐 껀저의 맹그로브숲은 꾸찌, 떠이닌과 더불어 베트남전쟁(1960~1975) 3대 국가전적지 중 하나다. 1960~70년대만 해도 네이팜탄과 고엽제가 난무하며 지옥도를 이뤘던 곳이다. 죽음의 땅이었던 맹그로브숲은 반세기 만에 생명력 넘치는 ‘호찌민의 허파’가 돼 돌아왔다. 대단한 볼거리는 없더라도 베트남의 어두운 역사를 되짚어 본다는 의미에서 찾아볼 이유는 충분하다.베트남은 프랑스, 미국, 중국 등 강대국과 싸워 이긴 나라다. ‘이겼다’고는 해도 완승을 거둔 건 아니다. 그저 ‘지지는 않았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1995년 베트남 정부가 발표한 베트남전쟁 사망자 통계에 따르면 북베트남과 베트콩 전사자는 110만명에 달했다. 이들과 맞서 싸운 남베트남군은 25만명, 미군은 약 5만 8300명의 사망자를 냈다. 남베트남 편에서 싸운 한국군도 4000명 이상 사망자를 냈다고 한다. 결국 미국과 남베트남의 압도적 화력에 맞선 북베트남이 몇 배의 피를 더 흘린 뒤 승리를 지켜낸 것이다. 양측의 민간인 사망자도 200만명에 이른다. 고엽제 등의 후유장애로 고생하는 이들은 아예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이 정도 피해 끝에 거둔 승리라면 ‘상처뿐인 영광’이라 불러야 하지 않을까. 아니면 그래도 ‘영광 뒤의 상처’로 이해해야 할까. ‘지옥의 묵시록’은 베트남전을 그린 영화다. 첫 개봉은 1979년이었지만 군부 정권이던 한국에선 상영이 금지돼 1988년에야 개봉됐다. 단테의 ‘신곡’처럼 이 영화도 광기의 지옥도를 단계별로 그려 낸다. 주인공이자 관찰자인 윌러드 대위(마틴 신 분)가 맹그로브 정글을 지나 캄보디아 국경 너머에 은거하는 커츠 대령(말런 브랜도 분)을 제거하러 가는 과정에서 마주한 전쟁의 공포와 광기가 주제다. 다만 ‘신곡’이 일곱 연옥을 지나 천국에 이르는 단계를 그렸다면 ‘지옥의 묵시록’은 야수의 시대로 역행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렸다는 게 다르다. 껀저는 사이공에서 50㎞ 정도 떨어진 섬이다. 저 유명한 ‘메콩 델타’ 유역 중 하나다. 전체 면적은 서울보다 다소 크다. 이 가운데 국가사적지로 지정된 곳은 ‘룽삭’(Rung sac)이라는 맹그로브 정글이다. 룽삭은 베트남전쟁 당시 ‘암살자의 숲’이라 불렸다고 한다. ‘삭’은 베트남어로 맹그로브 등 염생식물을 뜻한다. 그러니까 룽삭을 번역하면 맹그로브숲이 된다. 한데 미군과 남베트남군은 삭 자를 ‘삿’으로 이해했다고 한다. ‘삿’은 베트남어로 ‘암살자’다. 그래서 룽삭이 아닌 ‘암살자의 숲’ 룽삿으로 불렀다는 거다. 설령 룽삭으로 제대로 들었다 해도 맹그로브 정글에 짜증과 공포를 동시에 느꼈던 미군으로선 룽삿이라 불렀을 법하다. 룽삭의 면적은 약 200㎢다. 서울 여의도(2.9㎢)의 70배 정도 크기다. 발길 닿는 곳 대부분이 맹그로브 정글이라고 보면 틀림없다. 섬 곳곳에 최고급 요리 재료인 제비집을 얻기 위해 ‘제비 호텔’을 지어 놨다는데 아쉽게도 실제 볼 수는 없었다. 맹그로브숲은 고요하다. 맹그로브의 검은 뿌리 위로 싱그러운 초록 세상이 펼쳐져 있다. 불과 반세기 전만 해도 생명이 사라진 죽음의 땅이었다는 게 도무지 믿기지 않는 풍경이다. 맹그로브 나무는 바닷가에서 자라는 염생식물이다. 가장 큰 특징은 갈퀴 같은 뿌리다. 들물 때는 잠기고, 날물 때 드러난다. 치어, 게 등 작은 동물들에게 이 뿌리는 피난처이자 보육원이다. 인간에게 맹그로브숲은 고효율의 공기 정화 장치다. 탄소를 가두고 산소를 뿜어낸다. 이 일대를 ‘호찌민의 허파’라고 부르는 이유다. 온갖 폐수로 오염된 강물을 정화하는 역할도 한다니 ‘호찌민의 신장’이라 불러도 틀리지 않겠다. 베트콩은 1950년대 후반부터 룽삭을 근거지로 삼았다. 미군과 북베트남군에게도 이 지역은 전략 요충지였다. 사이공으로 전쟁 물자를 나르는 병참로였기 때문이다. 베트콩과 미군 등은 정글 속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안내판은 “1966년부터 1975년까지 베트콩 제10 특공연대(남베트남군에선 암호명 ‘T10’으로, 주민들은 ‘10부대’로 불렀다)가 대소 400번의 전투를 벌여 6000명이 넘는 미군과 (북베트남) 병사들을 제거했다”고 적고 있다. 수백 척의 함정과 헬리콥터도 수장시켰다. 베트콩의 피해도 커서 860여명이 사망했고, 그중 542명의 유골은 찾지 못했다고 한다. 이후 10부대는 ‘인민군의 영웅’이라는 칭호를 받았고, 일대는 국가사적지로 조성됐다. 반면 현지 지형에 어두운 미군에게 맹그로브숲은 악몽이었다. 덥고 습한 데다 맹그로브 뿌리 너머에서 베트콩이 유령처럼 공격해 왔다. 최선의 선택은 이 일대를 깨끗이 밀어 버리는 것. 고엽제로 맹그로브를 말려 죽이고, 네이팜탄으로 싸그리 태워 버렸다. 이제는 모든 전쟁 영화의 표준이 되다시피 한 ‘지옥의 묵시록’의 첫 장면, 그러니까 리하르트 바그너의 음악 ‘발퀴레의 기행’을 배경으로 UH1H 헬기가 어지러이 날고 정글 위로 거대한 화염이 솟구치는 장면은 이를 모티브로 탄생했다. 컴퓨터 그래픽이 없던 시절이라 당시 헬기, 네이팜탄 등이 모두 실제로 쓰였다고 한다. “난 아침의 네이팜 냄새가 좋아. 그 휘발유 냄새는…, 승리의 향기지”라던 킬고어 중령(로버트 듀발 분)의 섬뜩한 독백도 여기서 나왔다.전쟁통에 맹그로브숲에 기대 살던 게잡이원숭이 등 야생동물들도 자취를 감췄다. 숲이 온전히 옛 모습을 회복한 건 그로부터 30년 가까이 지난 뒤다. 다시 맹그로브 나무가 자라고 뿌리엔 게와 작은 물고기들이, 우듬지엔 원숭이들이 모여들었다. 2000년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에 등재됐다.맹그로브숲 깊은 곳에 베트콩 유격대 막사 등이 재현돼 있다. 추모탑, 베트콩 조형물 등도 조성됐다. 유적지 들머리에서 유격대 막사까지는 2㎞ 정도다. 목재 데크길이 조성돼 있긴 하지만 가급적 정글 보트를 타고 돌아보길 권한다. 들물 때 길이 끊기는 데다 게잡이원숭이들의 공격도 우려된다. 껀저가 ‘원숭이섬’으로 불리는 건 약 1만 5000마리에 달한다는 원숭이 때문이다. 현지인들은 이들을 ‘악동’으로 여긴다. 여행객의 모자, 안경 등을 훔치고 먹거리를 빼앗는다. 이 때문에 단체 여행객이 들어오면 관리인들이 새총, 맹견 등을 동원해 원숭이들을 쫓아낸다. 들머리엔 악어사도 있다. 악어 먹이주기 체험 등을 할 수 있다. 껀저에서 사이공강을 건너면 사이공(호찌민)이다. 두 도시를 잇는 건 페리다. 워낙 사람과 차량 통행량이 많은 곳이라 언제 가도 곧 출발하는 페리를 탈 수 있다. 사이공강은 온통 누런 흙탕물이다. ‘지옥의 묵시록’ 속 윌러드 대위도 이 강을 거슬러 캄보디아까지 올라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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