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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시대 희귀자료 월드컵 홍보 나선다

    조선시대 가파치가 만든 축구화,돼지오줌보 축구공,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남북단일팀 유니폼 등 한국축구 100여년 역사를 한눈에 보여줄 희귀 자료들이 2002월드컵축구대회 홍보에 나선다. 월드컵조직위원회(KOWOC)는 축구자료 수집가인 이재형씨(월간 ‘베스트 일레븐’ 홍보부장)가 소장하고 있는 수백점의희귀물품을 해외홍보관에 비치해 외국인들에게 한국축구 역사를 알리기로 했다.조직위는 1차로 오는 7월 콜롬비아에서열리는 코파아메리카컵대회 때부터 자료를 현지 홍보관에 전시할 예정이다. 자료 가운데 조선시대 축구화는 소가죽을 그대로 사용한데다 밑바닥의 스터디(일명 뽕)가 무쇠로 만들어져 눈길을 끈다.1910년대 사용한 돼지오줌보 공과 새끼줄을 똘똘 뭉쳐 만든 새끼줄 공,배구공 무늬의 소가죽 공 등도 축구공의 변천사를 말해주고 있다. 박해옥기자 hop@
  • 어린이 야뇨증, 애정·관심이 보약

    ‘어릴 적 이불과 요에 지도를 그려본 적이 있나요’ ‘오줌싸개’를 둔 엄마들이 자녀들의 야뇨증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국야뇨증 연구회가 운영하는 홈페이지(www.bedwetting.co.kr)에는 자녀의 야뇨증에 대한 엄마들의 고민을 반영하는생생한 글들이 수도 없이 올라 있다. “46개월 된 아이가 밤잠을 잘 때 아직까지 한번도 거르지않고 ‘쉬’를 합니다.잠을 깨워 오줌을 뉘여 보기도 하고매질도 하지만 별 효과가 없습니다” 답변도 실려 있다.“야뇨증이 틀림없으나 치료를 받기에는아직 이른 나이입니다.매질은 어린이에게 불안감을 주고 야뇨증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절대 해서는 안됩니다” 대한소아비뇨기과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5∼12세 남자 어린이의 16%,여자 어린이의 10%가 일년에 한번 이상 이불에오줌을 싼다. 이들 가운데 매일 오줌을 싸는 어린이는 3.1%이며 일주일에한번쯤이 9.8%이다. 문두건 고려대 안산병원 소아비뇨기과 교수가 최근 안산 일대의 유치원생,초등학생 692명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소아야뇨증 유병률(有病率)을 조사한 결과 22%인 154명의 어린이가야뇨증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섯명중 한 명이 야뇨증을앓고 있는 셈이다. 연령별로는 유치원생이 159명 가운데 42명(26%),초등학교 1∼3학년은 319명중 70명(22%),4∼6학년은214명중 42명(19.6%)이다. [사회 적응에 문제] 야뇨증이 있는 어린이들은 밤에 오줌을싼다는 두려움 때문에 또래들과 함께 캠프나 수련회를 가지못하는 등 단체 생활에 커다란 지장을 받는다.또 친척집 등에 가서 자는 것도 기피한다. 야뇨증 어린이는 또래 아동들로부터 놀림감이 되기도 한다. 최근 부산대 병원 조사에 따르면 야뇨증이 있는 초등학생의44%가 친구들로부터 놀림이나 따돌림을 받고 있다. 야뇨증 때문에 부모로 부터 호된 꾸지람을 받은 어린이들은주눅이 들어 기를 못펴는 복종적인 어린이가 되거나 반대로부모에 반항적인 어린이가 된다. 아이는 자신감을 잃어 생활 전반에 걸쳐 위축되고 소극적인성격이 되며 심하면 우울증까지 걸릴 수 있다. 특히 주간 요실금을 갖고 있는 어린이의 경우 문제가 더욱심각하다. [원인과 치료] 야뇨증 어린이는 밤에 잠을 잘 때 항이뇨호르몬 분비가 감소하는 경우가 많다.이때는 약물치료가 상당한효과를 본다.치료비는 한달에 5만∼6만원선. 문교수는 “부족한 만큼의 호르몬을 투여하는 방식으로 치료하는 약물요법은 즉시 효과가 나타나고 부작용도 거의 없어 장기처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동생이 태어나거나 유치원,초등학교 입학 등 갑작스런 환경의 변화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주된 원인인 야뇨증은 아이의심리상태에 주의와 관심을 기울이면 증세가 나아진다. 병원을 가지 않고 가정에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저녁식사후 음료수와 과일을 먹이지 않거나 한밤중에 깨워 소변을보게 하는 것이다.또 야뇨 차트를 만들어 스티커를 붙이는방법도 효과가 있다.즉 달력에 오줌을 싼 날은 빨간 스티커를 붙이고 그렇지 않은 날은 노란 스티커를 붙인다.오줌을조금 지린 날은 파란 스티커를 붙인다.오줌을 싸지 않은 날은 칭찬해주고 선물을 준다. 3∼5세의 어린이는 방광의 발육이 덜 돼 야뇨증이 오는 경우가 많으므로 “밥잘먹고 힘이 세지면 저절로 낫는다”고격려해 주는 방법도 좋다. 유상덕기자 youni@
  • 배뇨장애 치료 이렇게

    주부 N씨(40·경기도 파주시 금촌동)는 고속버스나 기차를못타본 지가 벌써 여러 해 됐다. 소변을 통 참지 못하기 때문이다.보통 소변을 본 뒤 2시간이내에 또 화장실을 가야 하고 잠을 자다가도 2∼3번 일어나야 한다.기침,재채기를 할 때마다 소변을 지리는 것도 큰 고민거리이다. 전립선 비대증을 앓고 있는 회사원 K씨(41·서울 성북구 안암동)는 늘 항문과 고환 사이가 묵직하면서 뻐근하다.오줌을누고 나면 뭔가 남아있는 듯해 불쾌한 기분이 든다. 오줌이 새나오거나 잘 나오지 않는 등 배뇨장애를 느끼는사람들의 고통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다. 대한배뇨장애 및 요실금학회가 최근 전국의 40대 이상 남녀2,000명을 대상으로 전화로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소변을자주보는 빈뇨가 9%, 소변이 마려우면 참지 못하는 절박뇨가19.8%, 소변을 보려고 화장실에 가기 전에 이미 속옷을 적시는 절박성 요실금이 14.3%,빈뇨와 절박뇨를 다 갖고 있는 경우가 8.4%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명수 울산의대 서울중앙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배뇨장애는 방관이 과민해발생하는 빈뇨·절박뇨·절박성 요실금과요도 주위의 근육이 약해 생기는 요실금,요로감염에 의한 빈뇨 등이 있다”면서 “남자보다 여자가 조금 많고 대도시에서 중소도시,읍면지역으로 내려갈수록 유병율이 증가한다”고 밝혔다. 이정구 고려대 안암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출산후 재채기를 하거나 웃을 때 자신도 모르게 오줌을 지리는 등 출산경험이 있는 여성 10명 가운데 4명쯤이 요실금 증상을 보이고있다”고 말했다. 이유식 성균관의대 삼성제일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전립선비대증이 있는 남성은 전립선이 방광 출구를 막아 오줌을 시원하게 볼 수 없다”면서 “전립선이 더 커져 방광이 탄력을잃기 전에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배뇨장애에는 약물치료,방광훈련,음식물조절,골반근육운동등 크게 4가지 치료방법이 활용된다. 이유식 교수는 “장애 증상에 따라 적절한 요법을 실시하면대개 6∼8주면 치료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정구 교수는 “요실금의 경우 최근 옷을 입은 상태로 체외에서 자기장 치료기를 이용해 고치는 방법도 도입됐다”면서 “치료기간은 약6주이고 비용은 50만원쯤 된다”고 말했다. 유상덕기자
  • 축산폐수 처리시설 민자유치

    환경부는 축산폐수 공공처리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민간투자를 적극유치하기로 했다.또 민간이 투자한 시설의 축산폐수 처리율에 따라운영비를 차등 지원하는 등 인센티브 제도도 적극적으로 도입하기로했다. 환경부는 영세 축산농가의 폐수를 처리하기 위해 지난 91년부터 3,391억원의 예산을 투입,전국 32개 시·군에 설치한 공공처리시설의 가동률이 30%를 밑돌고 있다는 조사결과에 따라 이같은 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조사에 따르면 가축의 똥과 오줌이 제대로 분리되지 않은 고농도 축산폐수가 처리시설에 유입돼 시설가동률이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환경부는 우선 올해 설치예정인 축산폐수 공공처리시설 7개중 1개를민자투자 방식으로 설치한 뒤 2년간의 시범운영 기간을 거쳐 하자가발생하지 않을 경우에만 사업비를 지급할 계획이다. 이도운기자 dawn@
  • 관가 화제의 인물/ 女權옹호 전도사 된 여성정책 담당관

    중앙부처 여성정책을 담당하는 한 남성 공무원이 여권(女權)을 옹호하는 책을 발간해 화제가 되고 있다. ‘서서 오줌누는 여자,치마 입는 남자’라는 제목으로 책을 낸 행정자치부 여성정책담당관실 정부효(鄭富孝·38) 사무관이 주인공. 그는 변하고 있는 여성상을 자신의 딸에게 설명해주고 싶은 아버지들과아직도 ‘여자가…’, 혹은 ‘남자가…’라며 성적 편견에서 못벗어나고 있는 남성들을 위해 이 책을 발간했다고 당당히 말한다. 정사무관은 책에서 남성중심 문화를 되돌아보고 여성 스스로도 사회주체로서 당당하게 제목소리와 역할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문하는 등다양한 여성문제와 여권신장에 관한 시대적 흐름을 정리했다.하지만무조건 여성편에 서서 그들을 두둔하지는 않았다. 그는 “여성운동이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페미니즘(Feminism)’에서 양성간의 신체적 차이를 인정하고 그것에 알맞은 역할을 요구하는‘피메일리즘(Femailism)’으로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사무관은 “사랑하는 딸과 아내,어머니를 위해 이 글을 썼다”면서 “21세기는 과연 여성의 시대가 될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질문에대한 명쾌한 해답을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최여경기자 kid@
  • 미당 서정주선생의 작품세계

    한국 현대 시사(詩史)에서 미당 서정주의 위치는 확고하다.만 스무살때인 1935년부터 60여년의 시작생활로 1,000편에 가까운 시를 쏟아낸 미당을, 후학인 고은은 “서정주는 하나의 정부(政府)”라고 말한바 있다.수많은 후배 시인들은 ‘한국시의 학교’와 같은 그의 시편을 열렬히 탐구했으며 생존시에 그를 ‘살아 있는 시신(詩神)’으로떠받드는 시 독자들도 부지기수였다. 그의 시는 대다수 현대시처럼 구조분석이나 기호해석을 시도할 필요없이 그대로 주욱 읽힌다.논리적으로 설명하고 분석하기 이전의 직관적인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며 그 직관은 한국인의 심성에 직통한다. 시어(詩語)도 우리 주변의 흔한 말들이며 후반에 갈수록 고향의 질펀한 남도 사투리가 아름답게 녹아 있다. “신라의 국선도와 불교의 윤회 전생,그리고 민간에 떠도는 온갖 설화를 에두르는 그의 시적 방황 또는 정신사적 편력은 한국인 심상의우주에 떠올라 있는 역사의 총체,생사관,이승과 저승을 한데 아우른다”고 시인이자 평론가인 장석주는 말한다.평론가 천이두는 미당을‘구도의 시인’이라고 한마디로 요약한다.미당의 시는 억눌린 정신의 아픔을 노래하는 관능적인 초기시에서부터 신화 정신과 불교적 달관에 이르는 다양한 편력을 거쳤다.이같은 다양한 시세계는 15권의시집 가운데 특히 ‘화사집(花蛇集)’‘귀촉도(歸蜀途)’‘서정주시선’‘신라초(新羅抄)’‘동천(冬天)’및 ‘질마재 신화’ 등 6권에순차적으로 잘 나타나 있다. ‘화사집’(1941년)을 통해 우리는 관능과 자의식 사이에서 방황하며갈등에 몸부림치고 고뇌하는 젊음의 모습을 본다고 평론가 천이두는설명한다. 이러한 방황과 갈등을 거쳐 그는 차츰 자아를 각성하게 되며,그것은 ‘고향의 사투리’즉 전통적 가락의 확인에로 나아가는 것이다.이러한 전통적 가락에의 확인은 시집 ‘귀촉도’(1948년)를 통해서 볼 수 있는데 조선(朝鮮)적인 한의 가락에로 이어지면서,고뇌를전통적인 가락으로 다스리려는 노력이 역력하다. 이어 ‘서정주시선’(1956년)의 시편들은 이러한 한을 극복하고 체념과 달관 속에 범속한 일상성을 포용하려는 노력의 산물들로 흔히 설명된다.그래서 현세긍정의 건강한 낙천적 가락이 빚어지는데 미당은여기에 머물지 않고 ‘신라초’(1960년)에서는 생명에의 근원적인 탐구 노력을 시작한다.이 노력은 신라의 불교적 세계 천착으로 이어지며 특히 불교적 윤회에 모든 것을 위치 지으려는 의지가 뚜렷하다.다음 시집 ‘동천’(1968년)에 이르면 이러한 불교적 윤회사상이 신라천착에서 벗어나 좀 더 보편적인 신앙의 체계를 이뤄,구도자로서의일정한 자세를 정립하기에 이르름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머무는 대신 미당은 한걸음 더나가 한국인의 의식 저변에 깔려 있는 신화적 원형을 천착하고자 한다.그의 고향 ‘질마재’의 설화적 공간에서 아름답게 개화한 50대 미당의 상상력은 파격적 산문시집 ‘질마재 신화’(1975년)를 낳았다.이 땅의 여느 농촌과 다를 바없는 한 마을을,한국인의 신화가 살아 숨쉬는 마을로 불멸화한 이 시집은 마을에 떠도는 간통 소문,오줌발 소리,죽어 해일이 되어 돌아온이야기 등 온갖 설화와 풍문을 신화이기도 하고 실재 뉴스이기도 한것처럼 뒤섞여 펼쳐보인다. 가끔 방언과토속어의 빈번한 사용 등 미당의 시어가 시적으로 일탈해 있다는 지적이 있으나 자세히 살펴보면 의도적이고 의식적인 시적계산의 결과일 수 있다고 평론가 황현산은 주의를 환기시킨다. 미당의 여러 시(詩)외적인 행적은 분명 비판의 여지가 있다.미당의시가 고뇌나 갈등없이 쉽게 절대 영원이나 초월의 세계로 나아가며그래서 진실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들린다.일부 평론가는,미당의 시는김소월과 만해 한용운, 그리고 조지훈과 김수영에 필적할 수 없다고까지 말한다. 그러나 “미당이 없는 한국 현대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강조하는 평론가 이남호의 말에 한국시 독자 대부분은 공감할 것이다. 김재영기자 kjykjy@. *自畵像.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 파뿌리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 주 서 있을 뿐이었다. 어매는 달을 두고 풋살구가 꼭 하나만 먹고 싶다 하였으나… 흙으로바람벽한 호롱불 밑에 손톱이 까만 에미의 아들. 갑오년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는 외할아버지의 숱 많은 머리털과 그크다란 눈이 나를 닮었다 한다.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더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진 않을란다. 찬란히 틔워오는 어느 아침에도 이마 우에 얹힌 시의 이슬에는 몇 방울의 피가 언제나 섞여 있어 볕이거나 그늘이거나 혓바닥 늘어트린 병든 수캐만냥 헐떡거리며 나는 왔다. (1935년). *上歌手의 노래. 질마재 상가수의 노랫소리는 답답하면 열두 발 상무를 젓고, 따분하면 어깨에 고깔 쓴 중을 세우고, 또 상여면 상여머리에 뙤약볕 같은놋쇠 요령을 흔들며, 이승과 저승에 뻗쳤습니다. 그렇지만, 그 소리를 안하는 어느 아침에 보니까 상가수는 뒷간 똥오줌 항아리에서 똥오줌 거름을 옮겨 내고 있었는데요.왜, 거, 있지않아, 하늘의 별과 달도 언제나 잘 비치는 우리네 똥오줌 항아리,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지붕도 앗세 작파해버린 우리네 그 참 재미있는똥오줌 항아리, 거길 明鏡으로 해 망건 밑에 염발질을 열심히 하고서 있었습니다.망건 밑으로 흘러내린 머리털을 망건 속으로 보기좋게밀어넣어 올리는 쇠뿔 염발질을 점잔하게 하고 있어요. 明鏡도 이만큼은 특별나고 기름져서 이승 저승에 두루 무성하던 그노랫소리는 나온 것 아닐까요? (1972년). * 미당 선생 연보. ■1915년 전북 고창 출생□29년 중앙고보 입학■35년 동국대 전신인 중앙불교전문학교 입학□3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김동리·오장환·이용희 등과 시전문지 ‘시인부락’동인 결성■41년 첫 시집 ‘화사집’출간□48년 제2시집 ‘귀촉도’출간■정부수립과 동시에 문교부 초대 예술과장□54년 예술원 초대·종신회원,서라벌예대 교수■61년 시집 ‘신라초’로 5·16문예상 본상 수상□72년 ‘서정주문학전집’(전5권) 출간■75년 시집 ‘질마재 신화’ 출간□77년 한국문인협회 이사장■82년 시집 ‘학이 울고 간 날들의 시’ 출간□83년 ‘미당 서정주 시전집’(전2권·91년 개정판)■97년 마지막 시집 ‘80 소년 떠돌이의 시’ 출간
  • 가볼만한 ‘겨울바다 겨울섬’ 울릉도

    울릉도는 아직 신비스러움이 남아 있는 억센 시골처녀 같았다. 제주도가 알 것 다 알아버린 마누라의 펑퍼짐한 엉덩이라면 울릉도는 일 많이 한 시골처녀의 손마디처럼 지형은 험했지만 골짜기를 흐르는 물은 맑고 풍부했다.포항에서 3시간 남짓 배를 타고 도착한 겨울 울릉도는 쓸쓸했다. 울릉도를 방문하는 연평균 20만명 정도의 관광객 가운데 반 이상은7,8월 휴가철에 울릉도를 찾는다.그러나 진정 바다를 아는 자는 겨울바다를 찾는다고 했다.호젓한 섬에서 갈매기를 벗삼아 떠오르는 태양 앞에서 새로운 한 해를 살아갈 기운을 얻고 돌아왔다. 도동항에 내리면 언덕배기에 자리잡은 마을의 풍경이 정겹게 느껴진다.울릉도에서 가장 큰 마을인 도동이란다.제일 높은 건물이 5층짜리 아파트로 야트막한 집들이 좁은 골목길을 따라 옹기종기 모여 있는모습이 옛 정취를 불러 일으킨다. 도로 경사가 심한데다 좁고 험하다 보니 택시는 갤로퍼였다.특히 해안에서 나리분지로 들어가는 태하령길은 12굽이를 돌 정도로 경사가급해 속옷에 오줌을 지릴 지경이다.울릉도 총각들이 처녀를 오토바이에 태워 이 길을 넘으면 “오빠,시키는대로 다 할께”하며 매달린다는 우스개소리도 있다. 울릉도가 안고 있는 또 하나의 섬 죽도는 마치 영화 ‘러브 어페어’에서 워렌 비티와 아네트 베닝이 사랑의 불꽃을 지핀 섬같다.35년째 죽도에 살고있는 ‘호수산장’ 주인 김길철씨(62) 가족 4명이 유일한 주민이다.초록색 뾰족지붕의 호수산장에 닭백숙을 예약해놓고섬 둘레를 따라 나있는 오솔길을 천천히 걸으면 30분 쯤 걸린다. 죽도라는 이름에 걸맞게 쭉 뻗은 대나무를 양쪽에 끼고 쪽빛 바다를 바라보며 흙길을 밟아 가노라면 두 발은 어느새 피안의 세계를 거닐고 있는 듯 하다.호젓한 산책로는 연인끼리 밀어를 속살거리거나,철학자인양 쓰잘 데 없는 공상에 빠지기 딱 알맞다. 호수산장 김씨가 내놓는 쫄깃한 닭살코기와 고구마처럼 달콤한 더덕이 어우러진 맛은 섬을 돌아보느라 출출해진 배를 즐겁게 하고도 남았다. 이 땅에서 눈이 가장 많이 오는 울릉도 겨울의 참맛은 성인봉. 묵고 있던 여관의 하얀 강아지 범돌이를 앞세우고 성인봉을 올랐다. 등산길은 4개가 있는데 도동에서 오르기 시작해 나리분지로 내려가면 성인봉의 모든 얼굴을 만날 수 있다.2시간30분 쯤 오르는 길이지만범돌이가 빨간 혀를 빼물고 할딱거릴 정도로 경사가 급하다. 울울창창한 대나무가 열병하듯 늘어선 산길의 하얀 신설(新雪) 위로 발자국을 콕콕 찍노라면 기분은 마냥 새로워진다.여기는 해발 984m정상.성인봉(聖人峯)이라 새겨진 비가 등산객을 맞는다.나리분지로내려가는 길에는 너무 높은 데라 일본인도 손을 못 댔다는 너도밤나무 원시림이 있다.밧줄을 잡고 원시림의 신비를 넘어 나리분지에 도착하면 ‘이런 평지가 숨어있었구나’하는 느낌이 드는 찰나 그 광활함에 입이 딱 벌어진다. 눈이 오면 꼼짝없이 갇혀버려 우데기,설피 등을 만들었던 나리동 사람들.긴긴 겨울을 보내며 입심도 늘어 ‘나리촌닭백숙’ 주인 아주머니와 달콤한 머루주를 앞에 놓고 이야기를 시작하면 술이 바닥나는줄 모른다. 울릉도는 우리나라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곳이기도 하다.도동약수공원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망향봉에 올라 수평선 위로 굼실굼실 떠오르는 시뻘건 해를 보면 내 몸 정수리에서도 기운이 솟아오른다. 밤새 바다를 밝히며 어화(漁火)를 연출했던 오징어잡이 배가 들어오면 신새벽의 항구에는 아주머니들이 앞다투어 몰려든다.먼저 자리잡고 일하는 사람에게 그날 일당이 나오기 때문이다.오징어를 할복하고 대나무에 꿰는 손이 찬 바닷바람에도 재빠르다. 싱싱한 항구의 생명력은 여행객에게도 스며들어 울릉도를 떠나오는뱃길에서는 멀미도 안 난다. 벌써 다 저문 2000년.울릉도에서 새해 첫날 떠오르는 해를 맞이하며 한 해의 각오를 다지는 것은 어떨까. 글 울릉도 윤창수기자 geo@. **울릉도 가는 길. ◆울릉도 가는 길=포항,동해,후포,속초 등에서 배가 뜨지만 겨울에는 경북 포항에서만 안정적으로 매일 울릉도행 배에 오를 수 있다.포항발 썬플라워호는 하루 한번,오전 10시에 출발한다.돌아오는 배는 오후 3시 출발.폭풍에 발이 묶이는 경우가 많으므로 여비를 두둑히 준비해야 한다.동해에서는 카타마란호가 비정기적으로 뜬다. 썬플라워호를 운행하는 대아여행사(02-514-6766)는 서울 지하철 3호선 신사역에서 밤 12시에 출발하는 전세버스를 포항까지 제공한다.포항 호미곶에서 일출도 감상할 수 있다. 죽도행 배는 도동항과 저동항에서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2시만마다 1편씩 뜬다.새해 첫날에는 오후 2시 독도를 둘러보는 배가 도동항에서 뜬다.왕복 3만7,000원. ●맛집=자생약초를 먹고 자란 약소불고기,오징어회,생선물회,홍합밥,따개비밥,명이나물 등 뭍에선 상상할 수 없는 맛이 기다리고 있다.쌀로 빚은 술 ‘東海’도 울릉도에서만 즐길 수 있어 좋다. 선창회식당(054-791-1148)에서 약소불고기와 함께 먹는 명이나물 맛은 쉽게 잊을 수 없다.나리촌닭백숙(054-791-6082)의 감자전과 머루주도 맛있다. 윤창수기자
  • 우리자연 안내서 2권

    어깨에 내리꽂히는 일상의 무게가 천근만근이라면? 보리밭길을 걸어가본다.땀 한말을 흘려야 한다는 보리타작 마당앞에서 생활의 짐쯤이야 초개처럼 가뿐해질지도 모른다. 안팎으로 스트레스받아 폭발 일보직전일때 솔숲사이로 숨어드는 것은 어떤가.송정(松亭;솔밭속 정자)에 기대앉아 송도(松濤;솔숲에 이는바람소리)에 몸을 맡기면 머리끝까지 치솟던 불기운이 송홧가루에 분분히 날아가버릴 터. 콘크리트 빌딩숲에 갇혀 하루하루 연명하는 당신에겐 꿈같은 얘기일지 모르겠다.하지만 책은 때로 꿈을 안방으로 끌어들이는 마법사.‘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농작물 백가지’(이철수 지음·이원규사진·현암사 펴냄)와 ‘소나무’(정동주 지음·거름 펴냄)는 아랫목에 배깔고 누워 우리 자연속을 한껏 거닐게끔 도와주는 안내자들이다. 제목만 보고 ‘…농작물 백가지’를 원예이론서 정도로 여기면 오산. 벼,보리에서 참깨,파,우엉,땅콩,아주까리까지 스물다섯종 농작물을꼭지삼아 풀어놓는 이야기는 고스란히 우리 민족의 논밭둑·부뚜막문화,삶의 자취에 대한기록으로 연결된다.아스라해져가는 농경민족풍속사의 복원인 셈. 첫장인 ‘벼’를 들춰보자.골수 미식(米食)권 민족은 쌀뜨물조차 버리는 법이 없다.초벌은 돼지몫,두번째는 시레기 국물용.어쩌다 밥에서 돌을 씹어도 할머니가 “장군감”이라고 추켜세우니 우물우물 씹어야 했다. 못살던 시절 먹거리 얘기엔 늘 궁기가 따라붙기 마련.‘보릿고개’그늘은 여기도 짙다.그렇지만 바라보는 눈길만은 비참하지 않다.보리숭늉도 못드신 어머니가 칭얼대는 아이에게 누룽지 한쪽 얼른 긁어주는 온기가 있고 이농사 저농사 죄다 잡쳤으되 씨뿌린지 일주일만에쏙 고개내미는 메밀밭의 해학도 있다. 지은이는 덕유산 자락에 터잡고 우리 작물을 재배중.보리엿 고는 정경,사카린에 삶은 감자,찬우물속에 풍덩 넣어둔 김장김치,사내들 오줌만 퇴비로 쓰는 고추밭 얘기 등엔 체험이 그대로 녹아있다. ‘소나무’는 우리민족 심성 밑바닥에 솔과의 유대감이 얼마나 뿌리깊은지를 주장한 예찬서이자 소나무 백과사전.솔과 같이한 한국인의생사가 그대로 책한권을 관통한다.소나무 집에서 솔갈비를 태워빚은송기떡을 먹고,솔껍질로 춘궁기를 이겨내온 한국인.밤엔 관솔불을 켜고 죽을때도 소나무관에 든다.시조를 읊조리고 세한도같은 그림을 칠때,정신과 예술세계까지 솔에 내줬다. 책은 솔에 얽힌 아름다운 말의 보물창고기도 하다.송단(松檀)은 솔이 서 있는 낮은 언덕,송영(松影)은 솔그림자,송창(松窓)은 소나무 비치는 창…. 사진작가 윤병삼이 국토 곳곳에서 담아낸 솔들은 우람하고,아름답고때로 신령스럽다.그 시원한 눈맛만으로도 피로감이 싹 가실듯. 손정숙기자 jssohn@
  • [굄돌] 아이와 뒹굴며

    아이 키우기는 아이가 누워 있을 때가 가장 손쉽다는 말이 실감난다. 자기 주장이 많아진 요즘은 정말 아이 밑에 들어가는 품이 많다.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데려오고 친구가 되어 놀아주고 목욕시키는 일,잠자다 깨어나면 오줌을 뉘는 일을 고정적으로 해야 하고,거의 매일 거기에 덧붙여지는 특별한 일들이 적지 않다.그러니 정작 나의 일들은 미뤄져 때늦게 내 일을 처리하느라 허둥댄다.나는 직무소홀의 낙인을찍히는 게 아닐까? 나는 학문의 경쟁에서 도태되는 것은 아닌가? 이런 걱정이 없을 수 없다. 그런데 내가 아무리 아이를 위해 긴 시간을 할애한다 하더라고 그것은 퇴근 이후의 시간일 따름이다.그런데도 나는 아이 때문에 직장 생활에 심각한 타격을 입지 않나 걱정하고 있다.해가 뜨면 논밭으로 나갔다가 땅거미가 찾아오면 집으로 돌아와 저녁밥을 지어 먹고 자식들과 한 방에 둘러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잠을 청하던 내 유년의 부모님이 떠오른다. 내가 그런 부모님과 함께 해와 달을 따라 살았던 날들의 기억을 나는 덮어두고 있었다. 불혹의나이가 지난 이제 좀 과격한 원칙론을 펴본다.퇴근 시각 이후 아이와 함께 느긋하게 보낼 수 없는 직장 생활은 문제되어야 한다고.자연의 순서와 질서를 어기는 그런 삶에는 과다한 욕심과 지나친 경쟁심이 그 바탕에 깔려 있으니,퇴근 시각이 지났는데도 직장에 남아일을 한다거나,퇴근 뒤에 직장 일로 사람을 만난다거나,직장의 일을집으로 가져와서 처리하는 행위는 근면함이나 성실함으로 칭찬받기보다는 욕심과 경쟁심 때문에 아이와 함께 지낼 길지 않은 시간을 갉아 먹는다는 이유로 질타되어야 한다고. 아이와 함께 얼마나 오랜 시간동안 느긋한 마음으로 지낼 수 있는가를 경험해보면 내가 욕심과 경쟁심에 어느정도 사로잡혀 있는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땅거미가 질 무렵 아이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와 동녘 산마루에 달이 뜨는 것을 보며 내 삶을 반성한다.그래,아이때문에 설사 내가 삶의 살벌한 경쟁에서 낙오자가 된다 하더라도 나는 소중한 시간 앞에 떳떳한 아버지다.아이와 뒹굴며 내 안의 욕심과경쟁심을 떨쳐내리라.그래서 진정 기쁜 마음으로 아이와 함께 뒹구리라. 이강옥 영남대 교수·국문학
  • 야생동식물 ‘寶庫’ 칠·갑·산

    ‘충남 알프스’로 불리는 청양군 칠갑산(해발 561m)이 희귀 동·식물이 잘 보존된 자연생태계의 보고인 것으로 확인됐다. 충남도는 지난해 7월부터 올 5월까지 조류전문가 백운기(白雲起·39)박사 등 국립중앙과학관 소속 연구원 4명과 함께 칠갑산일대의 야생 동·식물 서식실태를 조사한 결과 식물 670종, 곤충 139종, 조류76종, 어류 24종 등 총 909종이 관찰됐다고 3일 밝혔다. 우선 조류로 천연기념물인 원앙(제327호) 30∼40마리가 계곡과 산정상에서 금강까지 이어지는 청양읍 지천에서 겨울을 나고 있었고 맹금류인 붉은배새매(323호)와 황조롱이(323호) 등도 산 곳곳에 서식하고 있었다. 환경부가 보호 야생조류로 지정한 말똥가리(제19호)와 알락해오라기(3호)도 자주 관찰됐으며 쇠오리 등 오리류는 산 정상의인공호수인 천장호에서 집단 월동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식물로는 보호 야생식물인 천마(제15호·난초과)와 산작약(26호·미나리아재비과)이 군락을 이루고 있고 은방울꽃,매발톱꽃,깽깽이풀,금낭화,금새우란,범부채,심초롱,제비동자,노루오줌,개미취,앵초 등 희귀식물 20여종도 다수 자생하고 있다. 어류는 고유 특산어종인 각시붕어,칼납자루,중고기,참중고기,긴몰개,돌마자,참종개,눈동자개,자가사리,얼룩동사리 등 10종이 1급수의 맑은 물이 흐르는 장곡사 주변 지천과 계곡에 다수 서식하고 있다.또지천 곳곳에 반딧불이 서식지가 있다. 백 박사는 “야생 동·식물이 다수 서식하고 있는 칠갑산을 보호하기 위해 ‘자연생태계 보전지구’로 지정하거나 ‘휴식년제’를 도입하는 등 대책이 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청양 이천열기자 sky@
  • 한가위 祝詩/ 추석

    추석에는 교외선을 타자 자갈들이 일어서서 우는 이 나라의 시골길을 너와 지붕의 돌담길과 깨어진 비석을 미루나무가 서 있는 냇가,서낭당 버려진 무덤을 찾아서 추석에는 교외선을 타자 힘있게 흐르는 강물이 천리 강산을 달려와서 몇 평의 모래 밭을 만드는 것을 산에 마음 주며 네 자랐던 곳 서울서 기차를 타고 여섯 시간 하늘 가까이 내려오다 멈춘 동네 백로의 날갯짓과도 같이 때에 절고 한숨에 전 동네 오랜만에 저 빈 집 빨랫줄에도 기저귀 널리고 애기똥풀꽃이 피어 웃음소리 화안하구나 추석에는 교외선을 타자 황토와 자갈과 그리고 말오줌내 엎질러져 이따금 하얀 질경꽃들이 피어 흔들리는 길 천 년을 그렇게 살아온 나의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뒷모습… 우리들 흙 속에 바람 속에 잠들어 있는 그윽한 숨결을 찾아서 추석에는 교외선을 타자 남끝동 초록저고리 옥색치마의 한 주름에도 서러운 이 나라의 역사와 한숨이 배인 여인아 너와 나는 이슬 묻은 어느 산자락 항아리처럼 누워서 가을볕 아래 질펀히 흘러가는 저 모래톱이며 강물을 보자 추석에는 우리 다 함께 교외선을 타자 저 허공 위에 빗장구름 펄펄 날리며 도라지 풀 초롱꽃 더윗술 걸러 마시고 어느 여울물에 손발을 씻자 손발을 씻어 새 힘으로 뭉쳐서 돌아오자. 송수권. *한가위 祝詩·祝畵 작가. ◆축시 송수권 시인 송수권(宋秀權·60) 시인은 전남 고흥 출생으로순천사범학교와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1975년 월간 ‘문학사상’에 ‘산문(山門)에 기대어’외 4편으로 등단했으며 이후 시집 ‘산문에 기대어’ ‘꿈꾸는 섬’ ‘초록의 감옥’ ‘수저통에 비치는 노을’ 등을 발간했다.소월시 문학상,정지용 문학상,김달진 문학상 등을 수상.현재 순천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박대성 화백 소평(小平) 박대성(朴大成·55) 화백은 경북 청도에서 출생했으며 1974년 대만에서 첫 개인전을 연 뒤 1979년 ‘상림(霜林)’으로 제2회 중앙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했다.북한 화문(畵文)기행을 다녀왔으며 최근 가나아트센터에서 초대전을 열었다.동양회화에 대한 투철한 인식과 혁신적인 감각을 아우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대한포럼] 북으로 가는 사람들

    지난 달 30일 금강산 남북 적십자회담에서 비전향 장기수 전원을 9월초에송환할 수 있도록 추진하자는 데 남북이 합의했던 바로 그날,이들의 송환을추진해 오던 한 민간단체가 ‘북송희망 장기수 59명’의 명단을 발표했다.명단을 읽어본 독자들이라면 그들 대부분이 70대 이상의 고령자라는 사실에 새삼 놀랐을 것이다.80대가 13명,90대도 두사람이나 있었다.30년 넘게 감옥살이를 하면서도 끝까지 전향을 거부했다니 “사상과 이념이 도대체 뭔가?”,독자들은 잠시나마 깊이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 장기수 송환과 국군포로 문제 비전향 장기수 송환 문제는 그동안 북한에 억류중인 국군포로와 납북어부등의 송환 문제와 연계돼 있던 게 사실이다.이른바 ‘남북한 상호주의’가그 논리적 근거다.그러나 이제는 ‘장기수들을 먼저 보내주고,국군포로 등의 소환을 주장하자’는 쪽으로 여론이 바뀌고 있는 것 같다.한나라당의 의원연찬회에서 젊은 의원들이 ‘비전향장기수의 조건없는 북송’을 주장하는 상황이다.‘6·15남북 공동선언’의 위력이라고 할까? 이 문제에 관한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분단상황을 살고 있는 국민이라면 이렇게 느낄 것이다.“살아생전 고향에 가서 가족·친척들을 만나고 싶다”는남한 이산가족들의 염원이 절절하다면,“죽기전에 고향에 돌아가서 가족과친척들을 만나고 싶다”는 장기수들의 염원 또한 똑같이 절절한 것이라고.비전향 장기수 송환도 ‘이산가족 재결합’차원에서 받아들이면 된다. 정작 9월초 송환 추진 보도를 접한 당사자들은 “고향에 돌아갈 수 있게 됐다니,꿈만 같다”면서도 말을 아낀다고 한다.어찌 그러지 않겠는가.72년 ‘7·4공동성명’이래 ‘꿈이 꿈으로 끝난 일’이 한 두번이 아니었기 때문일것이다. 언론은 또한 ‘남과 북 모두에 혈육을 두고 있는 남한 출신 비전향 장기수들’의 고통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상봉의 기쁨’과 ‘헤어짐의 아픔’을겪고 있다는 것이다.“왜 북으로 가려느냐”는 형제자매들의 애절한 호소에,“멀지 않아 남북 자유왕래가 실현될 것’이라거나,“북으로 가는 것이 분단의 장벽을 허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남한에 두고 가는 가족들을 설득한다고 한다. *‘이산’강요하는 ‘분단’은 범죄다 남한 출신 비전향 장기수 얘기가 나올 때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정순택(80)노인이 그분이다.필자는 그분과는 일면식도 없고 다만 그분의 책 ‘보안관찰자의 꿈’을 읽었을 따름이다. 충북 진천이 고향으로 6·25 전에 월북한 정노인은 58년 남파될 당시 부인과 코흘리개 두 아들을 남겨 두었다.정노인은 남파 즉시 체포돼 31년 4개월의감옥살이 끝에 89년 12월 가석방됐다.정노인의 인생역정을 말하자는 게 아니다.그분이 쓴 책속에 공개한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를 읽고 느꼈던 그 절망감을 말하기 위해서다.북으로 보내는 편지는 각각 이렇게 끝을 맺고 있다. 지금쯤은 70이 넘었을 부인에게는 ‘내 사랑 두고 오고 당신 사랑 가지고 온 남편이…’.40대가 됐을 아들들에게는 ‘코 흘리고 오줌똥 싸던 너희들 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아비가…’.이보다 더 진한 가족들에 대한 사랑의 말이있을 수 있는가.사상과 이념을 떠나 이산은 비극이고 그같은 이산을 강요한분단은 그 본질에 있어 범죄다. ‘북으로 가는 사람들’의 뒤를 이어 북에 억류돼 있는 국군포로들과 납북인사들도 가족들 품으로 하루 빨리 돌아올 수 있기를 기원한다. [張潤煥 논설고문]yhc@
  • [지방자치5년 현주소와 문제점](1)행정의 개념이 바뀐다

    *'봉사행정 싹 틔우기'일단은 성공. ‘풀뿌리 민주주의’로 일컬어지는 민선 지방자치제도가 본격 도입된 지 1일로 만 5년을 맞았다.발아기를 거쳐 착근기에 접어든 우리의 지방자치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도록 5년동안 자치가 남긴 빛과 그림자를 조명,앞으로 지향해가야 할 길을 시리즈로 모색해본다. 우리의 지방자치는 여야간 정치적 타협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한데다 국민들의 자치에 대한 인식과 경험 부족,법령 등 제도적 기반의 미비,지역간의 극심한 불균형 등 제반 여건이 취약해 출발 당시부터 많은 우려를 낳았다.하지만 실험기에 불과한 짧은 기간동안 자치는 정치지형을 바꾸는 원동력으로 작용했고,관청과 행정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을 탈바꿈시켰으며,실제 일상생활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등 우리 사회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많은 부작용과 문제점을 낳고 있음에도 우리의 지방자치는 일단 성공적으로 싹을 틔웠다는 것이 중평이다. 5년동안 자치가 거둔 가장 큰 성과는 행정의 변화다.주민 위에 군림하고 주민을 통제하던 관치(官治)행정이 서비스 행정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관청의 문턱 낮추기부터 시작해 민원인 불편 없애기,소외계층 보살피기,지역경제 살찌우기,주민 삶의 질 높이기 등 주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모든 분야에 걸쳐 각 자치단체간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중앙집중의 폐해인 획일주의 행정을 불식시킨 점도 괄목할 만한 성과다.중앙정부의 일률적 지시·시달을 단순집행하던 행정은 이미 옛날이다.똑같은예산을 쓰더라도 이제는 지역사정,주민들의 경제수준·기호·성향 등에 따라 집행하는 내용이 천차만별이다. 이밖에도 자치가 남긴 공(功)은 다양하다.하지만 부작용과 폐해 또한 적지않아 자치의 뿌리내리기를 가로막고 있다. 단체장을 주민이 직접 뽑다 보니 봉사행정의 다른 한켠에서는 차기 선거를의식한 선심성·전시성 행정이 판을 치고 있고,정작 마땅히 해야 할 각종 단속은 표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기피하는 행정의 이완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건주의,업적주의에 집착한 무모한 사업들이 경쟁적으로 펼쳐지는 반면 쓰레기소각장,하수처리장,화장장 등이른바 혐오시설들에 관한한 내 지역만은안된다는 지역이기주의가 날로 심화되고 있다.지역발전과 세수 증대를 빌미로 개발에 열을 올려 오히려 지역을 황폐화시키는 자치지역도 한 둘이 아니다. 이같은 행정의 낭비와 무모한 사업경쟁으로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재정상태를 빈사상태로 몰아가 자치의 근간을 위협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지방분권의 이면에서는 단체장이 대체권력자가 되어 인사·사업에 전횡을 휘두르고 그 주변으로 지역의 이른바 유력자들이 몰려들어 패거리를 형성하는 토호 발호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도입 5년을 맞은 우리의 지방자치는 두 얼굴의 모습을 지닌채 아직은 과도기적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게다가 권한의 중앙집중도가 여전히 높고 교육과 치안분야가 제외돼 온전한 자치기능 발휘에는 미치지 못하고있다. 최병렬기자 choibl@. 지방자치가 시행된 지 만 5년.그동안 민원인을 대하는 공무원들의 태도는 몰라보게 달라졌다.행정 서비스도 눈에 띄게 향상됐다.전에는 민원인이 무엇을 물어봐도 대꾸도 없이 턱으로 응대하는 일이 많았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 일어나서 인사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일일이 따라다니며 민원을 원스톱으로처리해준다.수동적인 일처리에서 벗어나 주민들을 위해 능동적으로 움직인다.행정에 대한 애프터 서비스(After Service)는 물론 비포 서비스(Before Service)까지 등장했다.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민간기업의 친절도를 따라잡았다는 평가다. ◆행정서비스,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해외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다 돌아온 A씨는 동사무소에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주민등록과 운전면허 처리를 위해 제출해야 할 서류를 구비하는데 며칠 걸릴 것 같다고 하니 담당직원이 “휴가를 떠나는데…”라며 곤란한 표정을 짓더니 조금 있다가 그날 나와서 처리해 주겠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세상 많이 변했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행정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일선 행정기관의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각 행정기관들은 민원서비스를 향상시키는 기본은 친절행정에 있다고 보고대대적인 친절교육을 실시했다.항공사의 친절아카데미 강사를 초청,친절교육을 받는가 하면 아예 직원을 파견,친절교육을 받게 한 뒤 친절강사로 위촉하기도 했다. 대 시민 서비스 제고를 위한 아이디어 경쟁도 치열하다.타 자치단체의 우수시책은 즉시 벤치마킹한다. 등기소 업무인 등기부등본을 구청에서 발급해주는가 하면 민원인들의 편의를 위해 민원부서의 근무시간을 오전과 오후에 각 30분씩 연장하기도 한다. 직원용 통근버스를 이용,야간자율학습 등으로 밤늦게 귀가하는 여학생들을집에까지 데려다 주기도 한다. 또 민원실을 호텔 로비처럼 꾸며 민원인들이 아늑한 분위기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일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애프터 서비스 행정도 등장했다.민원인에게 전화로 민원처리중 불편사항 등을 물어 불만이 있을 경우 시정을 해주거나 처리해주는 제도다.특히 공무원의 잘못으로 다시 관청을 찾게 될 경우 1만원의 교통비나 전화카드 등을 주는 민원처리보상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비포 서비스도 있다.일부 자치단체는 여권의 만료기일을 미리 알려주는가하면 고교3년생들을 대상으로 학교를 돌며 병무행정에 대한 사전안내를 해준다. 벤처기업 및 중소기업을 위해 창업보육센터를 운영하는 곳도 많다.코스닥시장에서 지명도가 높은 인터넷 포털사이트회사 골드뱅크의 경우 처음 둥지를틀어 창업의 꿈을 이룬 곳은 다름아닌 서울 강동구가 마련한 창업보육센터였다. ◆공짜가 좋아/ 각 자치단체는 주민들을 위해 다양한 공짜서비스를 개발해내고 있다.일부 자치단체는 구청 및 각 동사무소에 인터넷폰 시스템을 설치,시외는 물론 국제전화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최근에는 무료 화상전화까지 등장했다.민원실에 자동안마기도 있다. 호적신고나 출생신고,혼인신고 장면 등을 사진으로 찍어 액자에 넣어 선물하기도 한다.드릴,만능사다리,파이프렌치 등 값비싼 생활공구를 무료로 빌려주는가 하면 장애인 재활용구도 공짜로 나눠준다.컴퓨터,어학 등의 무료강습은 물론 건축물 안전진단도 무료로 해준다. ◆장애인을 위한 편의/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도 몰라보게 달라졌다.장애인이 청사 앞에서 벨을 누르면 도우미가 즉시 뛰어나와 안내한다.점자로 된 청사 안내도를 비치하는가 하면 점자 블록도 설치해 놓았다.아예 장애인 전용창구를 마련,민원을 신속하게 처리해주기도 한다.휠체어에 탄 채 계단 등을쉽게 오르내릴 수 있는 전동 휠체어 리프트까지 등장했다. ◆주민을 위해선가,단체장을 위해선가 / 하지만 이러한 모든 것들이 결국 주민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차기 선거를 의식한 자치단체장의 선심성 행정이라는 비난도 만만찮다.인사고과 적용 등 자치단체장들의 쥐어짜기식 친절강요에마지못해 민원인들에게 기계적으로 친절하게 대하는 공무원도 많다. 주민들을 위한 이벤트를 자주 벌이다 보니 예산낭비도 비일비재하다.전임단체장들이 벌여놓았던 각종 사업들을 무시하고 새롭게 판을 벌이는 바람에중복투자도 많다. 친절의 이면에는 난개발,재정악화,토호와의 유착이 자라나고 있기도 하다. 결국 주민을 주인으로 섬기겠다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친절이 몸에 배지않으면 진정한 의미에서의 지방자치는 요원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김용수기자 dragon@. *자치단체 행정서비스 국민만족도 조사한다. 지방자치제실시 5년간 행정서비스의 질은 얼마나 좋아졌나. 궁금해할 사람이 많겠지만 정부는 아직 서비스의 개선 여부를 객관적으로설명할 만한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최근 나름대로 준비는 하고 있지만 이제 시작단계일 뿐이다. 행정자치부는 지난해부터 ‘행정헌장 서비스제’에 대한 평가를 시작했다. 자치단체별로 ‘이러이러한 것들을 하겠다’는 헌장을 만들어놓고 그 결과를 평가하는 것이다.올해 처음 그 결과가 나왔지만 비교대상이 없다.또한 행정서비스에 대한 총체적 평가는 측정하기 어렵다. 이와는 별도로 ‘지자체 평가’도 지난해 처음 시범실시했다.그렇지만 평가항목은 공공혁신,지역경제 활성화,주민안전관리부문 등 행정력 측정에만 집중됐다.역시 행정 서비스를 평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행자부는 올해 들어서야 국민만족도 조사를 계획중이다. 제도 도입 5년간 제대로 된 평가가 없었던 것은 정부가 그 필요성을 일찍깨닫지 못한 데도 원인이 있지만 자치단체들이 평가 자체를 싫어하기 때문이기도 하다.“선출직 단체장들이 운영하는 기관을 왜중앙정부가 평가하려 드느냐”는 게 자치단체장들의 기본인식이다.일종의 간섭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나쁜 평가점수나 순위가 공개되면 다음 선거에서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생각도 깔려 있다. 그러나 선출직 단체장은 국가로부터 특정지역의 행정을 위임받았기 때문에평가를 수용해야할 의무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지운기자 jj@. *C씨의 바뀐 행정 체험기. 서울 K구에 거주하는 C씨(45·관악구 신림3동)는 며칠전 평소보다 훨씬 이른 아침 6시30분쯤 집을 나섰다.그날은 자신의 사무실 건물 건축허가서를 접수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지하 1층,지상 4층에 연면적 250평 규모의 아담한 건물.부지 구입과 설계를 마치고 드디어 구청에 건축허가를 신청하기로 했다. 오전 9시,설계사무소 직원과 함께 구청으로 향하면서 마음을 다져먹었다.주변에서는 “건물 한번 짓고 나면 관청쪽으로는 오줌도 안 누게 된다”며 지레 겁부터 줘온 터였다.이런 저런 꼬투리를 잡는 것은 예사고 착공,중간검사,준공검사때 관련 공무원들에게 상납을 안 하면 건물을 못짓는다는 얘기도들었다. 각오를 했지만 막상 구청을 들어서려니 오금이 저렸다.뭔지는 몰라도 덜미를 잡힐 것같은 기분이었다. C씨의 생각은 처음부터 빗나갔다.살가운 도우미들의 안내며 꽃화분이 가지런한 민원실 분위기가 생각과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내심 “아니 언제 이렇게…”라는 생각이 들었다.예전처럼 고압적인 지시형 어투나 민원인의 실수를 꼬집는 신경질적인 응대도 없었다. 잔뜩 주눅들어 내민 설계도면과 건축허가서를 살펴본 직원이 웃으며 말했다.“이 건물은 건축과와 청소환경과,교통지도과,교통행정과와 관할 소방서를경유해야 하며 처리기간은 1주일입니다” “그럼 그쪽을 순서대로 거친뒤 와야 된다는 말씀입니까” “아닙니다.건축허가는 복합민원이므로 원스톱으로 처리해 드리겠습니다.1주일 후 건축과에착공신고를 하면 하루,이틀 후에 우편으로 착공계를 받을 수 있습니다.공사는 그 때 할 수 있습니다” 담당자의 말은 명쾌했다. 민원실을 나서는 C씨는 순간 도깨비에 홀린 기분이었다.“내가 일을 제대로 한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주머니에 넣어간 두툼한 돈봉투를 생각하니 부끄러운 마음도 없지 않았다. 기분좋게 회사로 돌아온 C씨는 구청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열어 이런 글을올렸다.‘구청장님,인터넷사업을 한다는 제가 행정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생각에 부끄러웠고,달라진 공직자들의 모습에서 내 건물보다 든든한 우리의 미래를 읽었습니다.친절한 행정서비스,정말 감사합니다’. 심재억기자 jeshim@
  • 佛 프랑크 장편소설 ‘보엠’

    시대를 막론하고 예술가에게는 한곳에 정박하는 속성이 없다.대상을 뾰족히정해놓은 것도 아니면서,끊임없이 뭔가를 찾아헤매는 이들이 그들이다.프랑스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단 프랑크의 장편소설 ‘보엠’(이끌리오)은이런 이해를 전제하고 읽으면 몰입하기가 훨씬 쉬운 책이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프랑스 몽마르트르와 몽파르나스를 누빈 예술가들의 삶과,사랑과,작품세계.곧이곧대로 부제를 붙인다면 ‘예술가들의 보헤미안 생활’쯤 되지 않을까. 책은 현대예술의 산실 몽마르트르를 구석구석 훑으며 만화경같은 이야기를펼친다.그 안에는,보석같은 작품세계를 일구는 데 번뜩이는 광기와 기행(奇行)을 빼놓지 않았던 얼굴들이 들어있다.피카소,아폴리네르,자코브,모딜리아니,브라크,마티스,브르통…. 이 ‘고상한 말썽꾼들’은 당대에는 거개가 뒷골목이나 서성거리는 무명이었다.자유와 관용,예술적 언표가 넘실대는 무대 몽마르트르에서 소설은 피카소를 주인공으로 잡았다.열아홉살에 프랑스를 찾은 스페인 청년화가를 축삼아현대예술의 상징인물들이 얼기설기 그물망을 친다. 시인 막스 자코브는 피카소에게 맏형 노릇을 했다.‘청색시대’ 이후 그림이 팔리자 않아 의기소침한피카소를 위해 그는 창고직원으로 일하며 물감을 사다날랐다. 저 유명한 ‘알코올’의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도 어느새 그들의 우정에 끼어든다.피카소의 화실은 모딜리아니,브라크 등 당대를 풍미한 화려한 이름들이 늘상 들락거린다. 상징주의,인상주의를 넘어 초현실주의까지 예술사조의 흐름을 연대기적으로보여주는 데서 책의 매력이 끝나냐 하면,그게 아니다.속살처럼 내밀해서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군침도는 예술가의 일화들이 촘촘하다.못말리는 질투심으로 연인 페르낭드를 가둬놓기까지 했던 피카소,영감을 얻으려 빵집 진열대위에다 오줌을 갈겼던 아폴리네르,복권사기극을 벌이던 조각가 마롤로…. ‘인물로 본 예술사’라 해도 좋을 만큼 거의 논픽션이다.예술사의 한 지점을 떼어내 이렇게까지 서정적으로 증언한 책은 흔치 않다.2·3권이 조만간나온다.박철화 옮김,값 1만원. 황수정기자
  • [굄돌] 젊은 부부의 농심,그리고 소망

    오륙년만에 경기도 양평의 꽤나 깊숙한 산골 마을에 위치한 젖소 목장을 다시 찾았다. 가끔씩 전화로 애로사항을 문의하던 목장 주인 내외가 올초부터는 사양 관리상의 각종 어려움을 토로하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이러저러한 여건 때문에 축산업을 그만두어야 할지모르겠다는 말까지 하여 그들을 만나보지 않을수 없었던 것이다. 그들을 만나 대충 그동안 일어났던 일들을 듣고 나서 축사에 매인 젖소들의개체검사를 해나가면서 일일이 기존의 기록들과 비교·검토했다. 소들을 접하다 보면 늘상 있는 일이지만 한 녀석이 먼저 대변을 쏟아내면축사 내에 있는 대부분의 젖소들이 따라서 “철썩철썩” 배설을 하게 된다. 그 바람에 소 뒤에서 직장검사를 하던 내 옷은 물론이거니와 옆에서 소꼬리를 잡아 젖히며 나를 도와 주던 여주인의 옷도 쇠똥으로 범벅이 되었다. 또한 “임신 2개월,우측 난소 종양,좌측 발육 부진……”이라는 나의 진단을 옆에서 열심히 받아 적던 남편의 옷도 온통 똥오줌 칠이 되었다. 하지만 그들 부부는 그것에 아랑곳하지 않았다.특히 젊은 여주인은 고운 얼굴과 예쁜 손이 그런 투박한 일과 어울리지 않아 보였지만 더러움이나 징그러움 따위를 전혀 개의치 않았다.그들 부부의 얼굴에는 오로지 자신들의 소에 대한 걱정과 경건함이 가득 차 있었다. “저희는 아직 30대 초반이고,오로지 농촌이 좋아서 이곳 시골로 내려와 흙과 소를 벗삼아 살아가고 있습니다.하지만 농사짓고 소를 키우며 살아가기가 이만저만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농촌은 갈수록 힘들어 집니다.선생님,저희가 이곳에서 계속 농사를 지으며살더라도 후회 없는 인생이 될 수 있을까요?” 과연 누가 이 물음에 명쾌한 대답을 줄 수 있겠는가! 농림부장관? 국회의원? 글쎄다.내가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란,“그럼요.반드시 보람을 느낄수 있을 겁니다.저도 두 분과 함께 살아가는 둥지가 되겠습니다”였다. 농촌은 우리모두의 정신적 고향이다.저들 젊은 부부의 애틋한 농심이 지속될수 있도록,그들의 소박한 소망이 이루어지도록 모두의 애정어린 관심을 한땀씩만 보여주면 좋겠다. 황 우 석 서울대 수의학 교수
  • 어린이날 동화/ 까르르 깔깔 까르르디오

    씨씨불 할머니는요,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씨앗들을 만드는 할머니예요. 채송화꽃이랑 사마귀랑 합쳐서 채사라귀 씨앗을 만든다든지,아니면 맨드라미 씨앗이랑 콩 씨앗,잠자리를 모두 합쳐서 맨콩자리 씨앗을 만든다든지 하는 거말이에요.땅속에 있는 씨씨불 공장에서 말이죠. 특히,어린이날이 되면 씨씨불 할머니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세상을 대표해서 가장 잘 웃는 개구쟁이 어린이들에게 재밌는 씨앗을 나눠준답니다. 어린이날 전날,씨씨불 할머니는 재밌는 씨앗을 나눠줄 어린이들 이름을 적으러 나왔습니다.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세상을 대표해서 웃으면서 까불고뛰어노는 개구쟁이 어린이들이 별로 없는 거예요.모두들 어디 갔나 찾아보니까,아휴∼ 컴퓨터 오락게임을 하거나 텔레비전을 보면서 집에만 있잖아요. 씨씨불 공장으로 돌아온 씨씨불 할머니는 재밌는 씨앗 만드는 마법의 책을뒤져보았습니다.새 천년의 첫 어린이날이니까, 특별히 아이들과 즐겁게 뛰어놀 수 있는 씨앗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바로 이거얏! 까르르디오!”씨씨불 할머니는 탱탱 자루를 메고 땅 위로 올라왔어요. 그리곤 뛰어놀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발바닥 때를 탱탱 자루에 모았죠.씨씨불할머니는 탱탱 자루에 아이들의 발바닥 때뿐만 아니라 그 아이들의 까르르깔깔∼ 웃는 웃음소리도 함께 담았어요.아참,이담에 이담에 커서 되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꿈도 빼먹지 않았지요. 씨씨불 할머니는 씨씨불 기계에 탱탱 자루에 있는 것들을 모두 넣었습니다. 아이들의 발바닥 때랑,까부는 웃음소리랑,부푼 꿈들이 씨씨불 기계 안에서막 섞였어요. “씨불씨불 씨씨불,씨불씨불 씨씨불∼ 얍!”주문을 외운 후,킁킁 코 바람도 두 번 불어넣었어요. 짜잔! 드디어 다 됐습니다.야구공만하게 생긴 까르르디오 씨앗이요.씨씨불할머니는 탱탱 자루에 까르르디오 씨앗을 모두 담았습니다. 다음날,어린이날이 되자 씨씨불 할머니는 세상을 대표하는 개구쟁이 아이들을 찾아다녔어요.진짜 개구쟁이 아이가 사는 집 문 앞에 까르르디오 씨앗을선물해 주려고요. 까르르디오 씨앗은 봄 햇살이 꼭 안아 주자 불쑥불쑥 커졌어요.처음엔 속속두 귀가나오더니 귀는 동그란 얼굴을 끌고 나오고 얼굴은 다시 몸을 끌고나왔죠. 까르르디오는 태어나자 뭐가 그렇게 좋은지 까르르 깔깔∼ 막 웃어댔어요.그리곤 이리저리 뛰어다녔습니다.그래요.까르르디오는 맑게 웃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희망과 놀고 싶어하는 마음속에서 태어났으니까 그럴 수밖에 없잖아요.씨씨불 할머니는 지금까지 만든 재밌는 씨앗 중에 까르르디오가 가장마음에 들었습니다. 까르르디오는 까르르 깔깔∼ 웃는 주인의 웃음소리를 먹고 자랍니다.만약 주인이 잘 웃지 많으면 굶어 죽을 수도 있어요.그리고 까르르디오가 태어나자마자 바라본 아이가 여자면 여자가 되는 거구요,남자면 까르르디오는 남자가되는 거예요. 바람 불면 귀가 바람개비처럼 뱅뱅 돌기도 하고,기분 좋으면 꼬리를 스프링처럼 말아서 스카이 콩콩을 타기도 해요.잠잘 땐 더 웃겨요.글쎄,귀가 아주커져서는 몸을 꼭 안고 자는 거 있죠.한밤중에 봤다간 하마터면 공인 줄 알고 뻥 찰 뻔할 거예요. 까르르디오 특기는 흙 속에 발 담그고 오줌싸기고,취미는 나비 날개 간질이기예요.아침마다 깨끗한 물 한 컵 머리에 부어주고,낮에는 얼음 두 개를 줘야 해요.몸무게는 7.5㎏,키는 발끝에서 귀 끝까지 93㎝예요. 자,어서 문을 한번 열어보세요.혹시,씨씨불 할머니가 주고 간 까르르디오 씨앗이 있나요? 에이∼ 없다고요.그렇담,내년엔 세상을 대표해서 가장 잘 웃는 개구쟁이 어린이가 되어 씨씨불 할머니의 선물을 꼭 받아보세요. ■이미옥 동화작가. ■약력=31세 한양여대 문예창작과·서울예대 광고창작과 졸업.98년 신춘문예 동시로 등단.99년 창작과비평사 주최 제 3회 좋은 어린이책 대상.장편동화‘가만있어도 웃는 눈’,동시집 ‘아빠 자전거에 우리 동네를 태우고’등.
  • 바이오벤처, 튀는 기술로 틈새 공략

    ‘튀는 기술로 승부한다.’ 생명공학 산업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독특한 사업 아이템으로 틈새 바이오시장을 공략하는 바이오벤처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주)단바이오텍은 단국대 동물자원학과를 비롯해 호서대,경상대 교수들과산업계의 ㈜이지바이오시스템이 참여한 산학협동의 생명공학 벤처기업.95년부터 달걀을 이용해 항체를 생산하는 연구를 해 온 김정우교수(단국대 동물자원학과)가 대표이사를 맡아 올 3·4분기 중 달걀에서 분리해 낸 항체를 상품화해 시판할 계획이다. 단바이오텍에 따르면 알을 낳을 수 있는 닭에 항원을 주입하면 항원을 주입받은 닭의 체내에 항체가 만들어지고 이 닭이 낳은 달걀의 난황에서 항체를분리,질병을 앓고 있는 가축에게 투여하면 치료가 된다.단바이오텍은 우선어린 돼지의 60% 이상에 발병,성장저해를 유발하는 대장균에 대한 항체를 생산할 계획이며 앞으로 살모넬라균 등 다양한 가축질병에 대한 항체를 생산할방침이다. 의학계의 비상한 관심 속에 지난 2월2일 창립주주총회를 갖고 출범한 (주)히스토스템은 가톨릭의과대학 한훈교수(면역유전학) 등 의과대학 교수들을중심으로 설립됐다.모두 가톨릭의대 조혈모(造血母) 정보은행의 핵심연구진들이다.이 회사의 핵심기술은 백혈병을 치료하기 위해 기증받은 골수에서 조혈모 세포를 분리하고,이것이 환자의 혈액타입과 일치하는지 않은지를 알아내는 조직적 합성항원(HLA) 형별검사법이다. 히스토스템 김태환사장은 “앞으로 병원,학회,백혈병어린이 후원회 등과 국내외 네트워크를 구축해 조혈모세포 공급원을 확대하고 유전자 조작을 통한조혈모세포 증폭 등의 핵심기술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바이오씨에스의 경우 98년 세계 최초로 생쥐오줌에서 사람조혈성장인자(hGM-CSF)를 생산하는데 성공한 가톨릭의과대학 김태윤박사(피부과)와 유재웅박사(실험동물연구실)를 주축으로 설립됐다.이 회사는 앞으로 이 인자를 소나돼지 등과 같은 대형동물에서 생산하는 방법을 연구할 예정이다. 함혜리기자 lotus@
  • 진정세로 돌아선 주가

    ‘일단 한숨 돌렸다.그러나 아직 어둠(Black)이 걷힌 건 아니다’. 18일 주식시장은 장초반 급등했던 주가가 시간이 갈수록 떨어지는 등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떨치지 못했다.정부는 연·기금의 주식 매입 등 증시안정책을 발표했지만,시장은 ‘언 발에 오줌누기’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투자자들은 올초 코스닥 폭락때 연·기금이 개입해 오히려 주가가 더 떨어진전례에서 ‘학습(學習)효과’를 얻은 듯했다. ●희망과 절망 사이/ 이날 가장 고무적인 수확은 외국인투자자들이 ‘셀(Sell) 코리아’로 돌아설지 모른다는 우려가 크게 해소됐다는 점이다.거래소시장에서 최근 3일 연속 대량 순매도를 보였던 외국인들은 이날 소폭이지만 순매수로 돌아섰다.특히 과거 외국인 본격 매도시기에는 원화 환율이 절하됐던것과 반대로 이날 환율은 오히려 절상돼,외국인들이 아직 주식 판 돈을 달러로 바꿔 미국으로 빼가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결국 최근의 외국인 매도세는 미 주가의 폭락 때문일 뿐,국내 증시 상황과는 큰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18일 투신권이 주식을 대거 매도한 것은 ‘기계적’인 행위로 볼 수있다.절반은 선물 관련 프로그램 매도물량,나머지는 손절매(Stop-Loss) 차원의 매도이기 때문.투신사들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내부적으로 20∼30%의 손절매 규정을 두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주식을 내다팔아야 하는 형편이다.현재투신권의 환매자금 마련용 매도물량은 5,000억원 정도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대신증권 나민호 투자정보팀장은 “투신권 매도세는 이달말까지 이어질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코스닥은 왜 떨어지나/ 아직 첨단기술주에 대한 거품론이 해소되지 않았기때문이다.이날 새벽 나스닥이 급등하긴 했지만 오른 종목(1,750)보다 내린종목(2,616) 수가 더 많고,그나마도 실적이 확인된 일부 대형주 위주로만 올라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었다.굿모닝증권 서준혁 애널리스트는“미국쪽에서 첨단주의 거품이 해소됐다는 분명한 분석이 나올 때까지는 코스닥이 계속 불안한 모습을 보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추가 폭락 가능성은 없나/ 상당부분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삼성증권 전상필애널리스트는 “미국의 경기호황이 꺾이지 않았다는 전망이 여전히 우위를차지하고 있어 IBM 등 우량기업의 실적이 속속 발표되면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미 주가가 안정을 보인다면 우리 경제의 펀더멘틀은 좋은 상황이기 때문에 국내 주가도 긍정적 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그러나 87년 10월미국의 1차 블랙 먼데이 이후 직전 고점을 탈환하는데 무려 2년 가량의 세월이 소요됐다는 점에서 본격 상승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란 시각도 있다. 김상연기자 carlos@
  • KBS2 ‘병원 24시-내 형은 다섯살’

    KBS-2TV를 통해 매주 수요일 밤10시55분 방송되는 ‘영상기록 병원24시’의시청률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제작진은 그 이유를 ‘냉혹할 만큼 정직한카메라’로 돌린다. 사실 TV를 갑갑한 일상에의 탈출수단으로 여기는 오늘의 시청자에게 ‘영상기록…’은 피해가고 싶고 ‘안 보면 더욱 마음 가벼울’ 프로그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지 모른다. 그러나 이 프로는 더이상 돌아볼 수 없을 만큼 비참한 현실에서 삶의 아름다움이 오히려 도드라진다는 진리를 시청자에게 선사한다. 15일 방영된 ‘내 형은 다섯살’은 5세 아이의 정신능력에 머무르고 있는 형 성민(20)을 보살펴주는 성락(17)의 눈을 통해 참다운 사랑과 희생의 가치를보여주었다. 몸은 청년이지만 좋아하는 음식을 보면 사달라고 떼쓰는 것이 영낙없는 아이인 형을 성락이는 고입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묵묵히 보살핀다.간질발작으로 형이 옷에 퍼지른 오줌과 구토물을 치우고 빨래를 하고 “한때는 왜 태어나서 나를 괴롭히냐고 원망도 했지만 형을 돌보는 게 나에게 주어진운명이라고 받아들였다”는 성락의 의젓한 모습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술로 소일하던 아버지가 사라진 것이나 한달 20여만원의 빠듯한 생활비도 그에겐 고통이 아니라 걸어야할 삶의 한 과정일 따름이었다. 자신을 병원에 데려간 데 대해 화가 난 형이 욕을 퍼붓고 막무가내로 집밖으로 나가겠다고 하자 성락은 끝내 주먹을 휘두르고 이내 자책의 눈물을 흘린다. 시청자들은 “오늘 천사를 보았습니다”(cho.kr)라고 갈채를 보내고 “편하게 사는 나의 삶을 안도하였는데 그런 내가 부끄러워졌다”(eune2882)는 자기 고백으로 이어졌다. “간질환자와 그 가족의 인권을 짓밟았다”고 질타하는 시선도 있지만 진실을 정직하게 드러낸 카메라는 형제에게 희망을 안겨줄 것으로 믿는다. 성민의 간질발작은 약물로 완치될 수 있지만 유전병인 다발성 신경초종은 치료가 불가능하다.지나치게 세상과 격리돼 살아온 게 병을 악화시켰다는 판단에 따라 병원측은 정신지체아 등에게 시행하는 직업재활훈련을 시킬 계획이다.성민 연락처 (0342)745-4654. 임병선기자 bsnim@
  • 초보 학부형 기초상식

    입학철이다.학부모에겐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아이가 마냥 대견하고 사랑스럽기만 하다.그러나 ‘공부는 잘 할까’‘따돌림은 당하지 않을까’등 걱정또한 적지 않다.취학기 아동의 건강한 학교생활을 위해 부모가 꼭 점검해야할 점들을 알아본다. ◆등교거부증=어떤 이유에서건 학교에 가기를 거부하는 것을 말한다.초등학생의 3∼4%,즉 한 학급에서 한두명 정도가 이런 증상을 나타낸다. 대부분 부모와 떨어지기 싫어하는 격리불안 장애가 원인.따라서 학교가는 것이 재미 있고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느끼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가족이 교실이나 운동장을 함께 돌아보고 학교에서 놀이도 하는 등 즐거운 시간을 갖게 하는 게 좋다. 초등학생이 된 자녀가 자랑스럽다고 자주 표현하고,학용품 등을 사러갈 때도 같이가서 아이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는 등 자신감을 심어주는 일이 중요하다.야단을 치면 오히려 정서불안이 심해져 역효과만 난다. ◆지나치게 산만하고 부산스러움=어려서부터 집중을 못하고 부산한 아이가있다.또 충동적이어서 기다리거나 참는 것을 잘 못한다.이런 증상은 정신의학적으로 ‘주의력 결핍 과잉운동 장애’라고 한다. 이런 아이가 지능이 꽤 높거나 똑똑한 경우가 많다.하지만 수업 시간에 40분씩 앉아 견딘다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인제대의대 상계백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전성일교수는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받게 하면 학교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학습장애= 지능은 정상인데도 듣기나 읽기 쓰기 셈하기 등 학습에 기본이되는 기술을 익히는 데 어려움이 있으면 학습장애일 수 있다.아무리 설명해도 암기를 못하는 경우,암산은 잘하는데 세로식이나 가로식으로 써주면 쉬운 덧셈·뺄셈도 못하는 경우,‘+,-,×’등 계산부호를 헛갈리는 경우,글자나단어를 거꾸로 쓰는 경우 등 다양한 증상을 나타낸다. 이럴 때 노력을 안한다고 야단치면 오히려 아이는 자신이 머리가 나쁘다고생각해 아예 의욕조차 잃어버릴 수 있다.따라서 조기에 발견해서 이를 극복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학습장애를 보이는 아이는 어릴 때부터 특징적인 문제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대표적인 것이 언어가 또래에 비해 상당히 늦는 사례.서울대어린이병원 학습장애클리닉 신민섭교수는 “읽기장애 아동의 90%정도가 입학전 언어발달이 늦었다는 보고가 있다”며 “따라서 3∼4세 이후까지 언어이해나 표현능력이 늦된다면 소아정신과나 언어치료 전문기관을 방문해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대인관계 부족=초등학교 1∼2학년 때는 공부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리기 힘들어 학교가기 싫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요즘은 특히 따돌림 등의 문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또래보다 몇살 어린 아이들과 주로 어울린다거나 자기 주장이 없는 아이,지나치게 자기 중심적이어서 양보를 모르는 아이,너무 눈치가 없고 자기표현능력이 부족한 아이 등은 친구관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원인은 인지발달 부족이나 언어장애,수줍음 등 타고난 기질적 문제,주의력결핍 과잉운동 장애 등 다양하다.어떤 경우에도 일차적 치료와 함께 사회성을길러주기 위해 인내를 가지고 구체적 상황에 따른 사회기술을 가르쳐야 한다. ◆야뇨증=초등학교 1년생의 10% 정도에서 야뇨증세가 나타난다.3세전부터 계속해 오줌을 가리지 못하는 1차성 야뇨증은 일단 소아과에서 발육상태를 체크해 봐야 한다.만약 호르몬 분비에 원인이 있다면 약물요법을 사용한다. 그러나 대소변을 가리던 아이가 다시 싸기 시작하는 2차성 야뇨증은 대부분심리적 요인으로 생긴다.동생이 생기거나 유치원·학교에 입한한 후 오줌을싸는 아이들이 여기 해당된다.부모간 갈등 등 가족내 심리적 어려움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럴 때는 꾸짖지 말고 다른 행동에 관심을 기울여 욕구가 채워지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또 야뇨 시간을 체크해 그 시간이 되면 아이를 깨워 오줌을 누이고,저녁께는 음료수와 과일 등을 많이 먹이지 않도록 한다. 고려대안암병원 소아과 박상희교수는 “청소년기 이전에 대부분 치유되지만아이가 기가 죽는 등 성장기 정신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므로 미리 개선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임창용기자 sdra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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