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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소속 마라토너 “떠돌이 생활 끝”

    이봉주(30) 등 ‘무소속 마라토너’들이 마침내 삼성에 새 둥지를 틀었다. 오인환 코치(42)와 이봉주,손문규(27),오정희(22·여) 등 충남 보령에서 전지훈련을 갖고 있던 무소속팀은 10일 오후 삼성스포츠단이 마련한 서울 석촌호수 근처 뉴스타호텔 임시 숙소로 옮겼다.오는 16일 로테르담마라톤에 출전하기 위해 네덜란드로 건너간 임상규 코치(45)와 권은주(25)는 귀국한 뒤 합류한다.이로써 지난해 10월 코오롱을 떠난 무소속 마라톤팀은 반년만에 ‘떠돌이 생활’을 끝냈다. 지난해 코오롱을 사직한 선수 8명 가운데 오성근과 제인모는 입대해 상무에서 뛰고 있으며 서옥연은 복귀했고 김수연은 영월군청에 입단했다. 삼성은선수들의 이적동의 문제와 관련,이달 안으로 코오롱과 접촉해 가능한 한 창단식 이전에 현안을 매듭지을 방침이다. 송한수기자 onekor@
  • 윤선숙·배해진 나고야 여자마라톤대회 기권

    윤선숙과 배해진(이상 서울시도시개발공사)이 2000 나고야여자국제마라톤대회에서 나란히 중도 기권해 시드니올림픽 티켓 확보에 실패했다. 윤선숙은 12일 낮 12시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42.195㎞풀코스에서 25㎞에서 발목인대 부상으로,이어 배해진도 29㎞에서 페이스난조로 레이스를 포기했다. 다카하시 나오코는 자신이 갖고 있는 아시아 최고기록(2시간21분47초)에 불과 32초 못미친 2시간22분19초로 우승을 차지했으며 2,3위는 도사 레이코(2시간24분36초)와 오미나미 다카미(2시간26분58초)에게 돌아갔다.일본은 9위까지 휩쓰는 호조를 보였다. 올림픽대표선발전을 겸한 이날 대회에서 두 국가대표가 올림픽 기준기록(2시간33분F) 통과는 커녕 완주도 하지 못함에 따라 3장의 시드니행 티켓 주인공은 19일 동아마라톤과 4월16일 로테르담마라톤에서 나올 공산이 커졌다.동아마라톤에는 지난해 코오롱을 이탈한 국가대표 오정희와 서옥연(코오롱),로테르담마라톤에는 간판스타 권은주가 각각 출전한다. 송한수기자
  • 냉전지대 DMZ ‘평화 생명마을’ 들어선다

    강원도 인제군 서화면 가전리 비무장지대(DMZ)와 민간인 통제구역 사이 47만1,000여평에 세계평화 생명운동을 전개할 ‘한국DMZ평화생명마을’이 건설된다. 강원도와 인제군은 24일 춘천 강원공영빌딩에서 오정희(吳貞嬉·소설가)씨등 10명의 평화생명마을 제안자들과 함께 국내외 NGO(비정부 민간기구)가 참여하는 평화생명마을을 건설한다고 밝혔다.이를 추진할 민간기구는 내년초설립된다. ‘DMZ평화생명마을’은 서화면 가전리 일대를 가전리·송노평 등 2개지구로 나눠 국·도비와 민간단체 기금 등 50억원이 확보되는대로 내년부터 기반공사에 들어가 2002년까지 모두 조성을 마친다. 가전리지구(27만2,000평)는 통나무길과 목책,관찰장소를 갖춘 생태·평화공원과 토종 동·식물 유전자보전 농장이 들어설 생명마을로 꾸며진다.50년동안 방치된 폐허 농경지에는 생태연구학습관을 건립,자연생태 복원과정 학습장으로 활용하고 농민들의 출입영농도 허용할 방침이다. 송노평지구(19만9,000평)에는 통나무길과 목책으로 가꿔진 생태·평화공원과 전적유물 수집 전시 및 영상홀로그래피 시설을 갖춘 소규모 평화박물관이 들어선다. 강원도 관계자는 “평화마을이 조성되면 국내외 NGO의 네크워크를 통해 지구상 유일한 냉전지대를 평화지대로 전환시키는 모델을 제시하게 된다”고말했다. 평화마을 공동제안자는 권근술(權根述·남북어린이 어깨동무 이사장) 김지하(金芝河·시인) 김진선(金振컴·강원도지사) 민병석(閔炳錫·전 유엔평화유지단 단장) 오정희(吳貞嬉·소설가) 유재천(劉載天·민족통합연구소장) 이삼열(李三悅·숭실대 교수) 이승호(李升浩·인제군수) 정성헌(鄭聖憲·남북강원도 교류협력기획 단장) 조형(趙馨·이화여대교수)씨등 10명이다. 춘천 조한종기자 hancho@
  • 이봉주 시드니 갈수있나

    한국마라톤의 기둥 이봉주는 어떻게 될까 -.지난 20일 코오롱에서 사직하는하는 바람에 졸지에 ‘실업자 신세’가 된 그의 앞날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내년 시드니올림픽에서 3회연속 메달을 노리는 한국의 꿈이 이봉주의 두발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상 없음’이라고 할 수 있다.지난달 초 왼발 부상이드러나 “이제 끝난 게 아니냐”는 우려를 사기도 했지만 새달이면 훈련을재개할 수 있을 만큼 회복됐고 특유의 오기도 살아 있어 건재한 편. 물론 몇가지 예상되는 걸림돌이 있긴 하다.가장 먼저 부닥칠 벽은 코오롱과의 법적관계 청산.93년말 코오롱에 입단해 올해로 6년째 근무한 그는 우선퇴직금을 포함한 금전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계약금과 이적동의서 등이 얽혀 있어 ‘피곤한 협상’을 거쳐야 하는 경우도 예상된다.그러나 본인은 “무엇보다 국민들에게 열심히 운동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운동에 전념할 뜻을 다지고 있고 코오롱에서도 선수들과의 법적 문제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현재로서는모든 과정이 그다지 힘들 것 같지는않다. 한편 대한체육회는 22일 이봉주를 비롯해 오정희 서옥연 권은주 등 4명의태릉선수촌에 입촌시키고 별도의 코치를 선임해 훈련에 자질이 없도록 해줄것을 대한육상연맹에 권고했다.육상연맹도 코오롱 소속이었던 남녀선수 전원을 특별관리하는 방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한수기자 onekor@
  • 프리뷰-내일 방영 K2TV TV문학관 ‘새’

    KBS2TV ‘TV문학관’이 1년남짓만에 부활해 30일 밤 10시10분 오정희의 원작소설 ‘새’(극본 박남준 연출 장형일)를 내보낸다. 꿈은 찬란하지만 현실은 처절한 남매의 이야기이다.아빠의 매질에 못이겨달아난 엄마,돌봐주던 외할머니마저 쓰러지자 친척집을 전전하던 남매는 다시 아버지를 만나 바다가 내려보이는 달동네의 단칸 셋방으로 이사온다.그곳에서는 천박한 새엄마 등 인간군상이 남매를 기다리고 있다.살인자인 포장마차 주인 정씨,동성연애중인 여성 부부,새를 키우는 트럭운전수 이씨,밤무대에서 트럼펫을 부는 김씨와 휠체어의 아내…. 새엄마가 집을 나간 이후 아버지도 떠나지만 동심을 잃어버린 소녀는 아버지를 붙잡지 않는다.이 소녀는 동생의 엄마이자 선생님.또 동생을 의지하지만 결국 남동생마저 죽고 만다.소녀는 동생이 죽자 “새가 되어 날아다니고 싶다”던 동생의 꿈을 이뤄주려 바닷가로 나가고,누나는 진짜 새가 된 동생의 환영을 만난다. 꿈이란 무엇인가.소중하고 아름다운 삶의 에너지이지만 실제로 꿈을 이루기에는 현실의 벽은너무 높고 가파르다.가난과 고독,소외… 이 드라마는 원작처럼 어둡고 절망적이다.어린 소녀의 무표정한 얼굴이 세상살이의 무게를 새삼 깨닫게 한다.장수혜와 유종원의 아역연기는 화면을 생동감있게 살려낸다.또 인간군상을 연기한 할머니 김지영과 정종준,정동환,방은희도 캐릭터를 잘 표현하고 있으며 TV드라마에서는 금기시된 남장여자로나와 동성부부의 남편역을 해낸 연운경의 몸을 던진 연기가 두드러진다. “새가 되고 싶다”는 구체화되지못한 꿈으로 버티지만 갈수록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어린 남매의 삶은 꿈을 잃어버린 오늘의 어른들을 울린다.부산에서 촬영한 어두운 도시와 바다의 영상,희끄무레하게 변해가는 하늘을 담은 화면은 남매의 불행한 삶을 그들의 것으로만 한정짓지 않는다.인생은 슬픔일까.주체할 수 없이 가벼운 여느 드라마와는 다르지만 너무 무겁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등신불’‘바닷가 소년’‘열녀문’‘불새’‘인간과 전장’ 등 옛 ‘TV문학관’을 연출한 장형일감독의 작품이다. 허남주기자
  • 55년 창간 독 계간문예지 「디 호렌」/한국문학 특집호 꾸며

    ◎황동규·이문열씨 등 문인 23명 작품 소개 지난 55년 창간된 독일의 유서깊은 계간문예지 「디 호렌」겨울호가 한국문학특집호로 꾸며진다.한국문예진흥원의 출판지원을 받아 발간된 이번호는 번역문학가 김미혜씨와 전 연세대 독문과 객원교수 실비아 브레젤의 기획으로 황동규·오규원·정현종·고은·신경림 등 시인 11명,오정희·이문구·이문열·이청준 등 작가 10명의 작품을 비롯,김병익의 평론,이강백의 희곡 등을 소개한다.
  • 임기우씨 평론집 「그늘에 대하여」

    ◎문학작품속의 「그늘」과 「주름」은 삶의 고통을 생명력으로 바꿀 힘/미당의 시는 불교정신과 거리 먼 「무갈등」/“거친육성이지만 박력 갖춘 비평세계”평 평론가 임우기씨가 「그늘」과 「주름」이라는 중심개념을 도입,지난 몇년간 꾸준히 써온 문학평론들을 단행본으로 묶어낸다.강출판사가 11월초 발간을 계획하고 있는 「그늘에 대하여」가 그것. 한데 묶인 7편은 지난 93년부터 문학지 등의 지면에 발표된 것으로 몇몇 글들은 상당한 화제와 논란을 불러왔다.「그늘」이라는 비평잣대를 내놓는데서 그치지 않고 4·19이후 우리 문단이 서구이론에 기댄 자유주의적 이성중심주의 세력에 의해 지배돼왔다는 점을 비판했기 때문이다. 95년 발표된 「예술에 있어서 그늘」이라는 글에 따르면 「그늘」이란 세속의 신산고초를 통과한 끝에 다다른 「가슴속의 한,무의식의 바닥을 어른거리는 상처」같은 것으로 문학작품에서 삶의 고통을 생명력으로 변형시키는 동력이다.이같은 그늘의 틈마다 「심리적 상처가 덧난 섬세한 자리」인 「주름」이 생겨 주름의변화가 무쌍할수록 그늘이 무성해진다는 것. 한의 정서를 독일 심리학자 융의 무의식 개념과 결합한듯한 「그늘」을 주창한 이 글은 한국현대문단에 큰 영향을 끼쳐온 문학과지성사의 문학관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이에 앞서 나온 「〈매개〉의 문법에서 〈교감〉의 문법으로」(93년) 역시 4·19세대 세계관을 대표하는 작가 김승옥의 소설문체비판을 통해 로고스 중심주의 문학의 해체를 시도한 글. 또 「미당시에 대하여」(94년)는 미당시에 대한 긍정적 재평가에 진보진영조차 가세하던 차에 십자포화를 퍼부었다는 점때문에 눈길을 끌었다.임씨는 미당의 시가 윤회,삼세인연 등 불교의 영향을 드러낸다지만 속세 중생들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진정한 불교정신과는 거리가 멀다면서 그늘이 드리워지지 않은 무갈등성의 세계라고 맹공했다. 이밖에 작가 박완서·오정희·이문구씨,시인 김지하·기형도·박용래·백무산씨 등의 작품세계도 임씨는 자신의 「그늘론」을 잣대로 분석해 보여주고 있다. 임씨가 한결같은 입장으로 최근 수년동안 써내려온 평론들을 모은 「그늘에…」는 거친 육성이지만 박력을 갖춘 비평세계를 보여준다.평론을 삶과 밀착된 자리에 놓으려는 임씨의 시도는 문학비평이 이론의 정교한 그물에 갇히는 것을 경계하는 신선한 해독제로도 읽힌다.하지만 비평의 방법들은 무수한 실제문학작품 분석을 통과하며 다듬어져야 설득력이 검증된다는 점에서 임씨의 평론작업이 보다 활기를 띠어야 한다는 것이 문단의 바람이다.〈손정숙 기자〉
  • 오정희씨,짧은 장편소설 「새」 출간

    ◎“열두살 소녀가 겪는 어려운 세상살이”/원고지 4백매 분량… 삶의 본질적인 어둠 탐사 삶의 어둠을 투시하는 단아한 단편에 주력해온 작가 오정희씨가 짧은 장편 「새」를 문학과 지성사에서 펴냈다.원고지 4백장 분량으로 본격장편이라기엔 어중간하지만 오씨가 서사성의 세계로 영역을 넓혀가는 징표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소설은 어린 소녀 우미를 내세워 그 의식세계를 1인칭으로 따라간다.엄마가 가출하자 남동생 우일이와 함께 외할머니댁,큰아버지댁을 떠돌던 아이는 어느날 아버지를 따라 「안집할머니」네 셋방으로 옮겨간다.셋집엔 이들 외에도 새를 키우며 사는 트럭운전사 이씨,공장에 다니는 동성연애자 문씨부부,외판원으로 떠도는 정씨,지붕에 고추를 널다 떨어져 반신불수가 된 주인집 연숙아줌마 등이 방 한칸씩 차지하고 살아간다. 이같은 설정이 얼핏 세태소설,풍속소설의 그것처럼 느껴지지만 「새」는 그와 정반대로 오씨가 「지긋지긋하게 걸어온 삶의 본질적인 어둠」을 탐사하는 길로 기울어진다. 이 소설에서 삶이란 근원적으로뿌리뽑힌 이들에게서 무언가를 거듭 박탈해가는 사악한 힘이다.외판원 정씨는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하는 통에 공소시효를 반년 남겨둔채 살인용의자임이 밝혀진다.불구의 연숙아줌마를 끔찍이 아끼던 남편 김씨는 트럼펫 연주하던 직장을 잃자 아내마저 버리고 떠난다.이같은 삶의 불모성은 우미의 경우 무엇보다 섬뜩하게 드러난다.그애는 학급아이들이 돌아가며 집에 초대하는 인형 「곰순이」를 데려다가 배를 가른다.「…(배속에는)심장도 허파도 위장도 창자도 없었다.더럽고 냄새나는 시커먼 헌 솜뭉치와 스펀지조각,자투리헝겊 따위가 빼곡 배를 채우고 있었다.…(다른 집에선)수영을 하고 햄버거를 먹고 피자를 먹었다구? 우일이와 나는 하하 웃었다.끄집어냈던 것들을 텅빈 뱃속에 다시 집어넣었다.굴러다니는 토막연필과 크레용도 밥상에 흘린 라면가닥도 넣었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동생도 죽은 뒤 아무 보호도 애정도 없는 곳에 홀로 팽개쳐진 열두살 우미에게 삶이란 「물을 삼키듯 쓴약을 삼키듯」 울음소리를 삼켜야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공포의 대상으로서의 삶,착란과 혼돈으로 이끄는 삶의 공간을 정확한 상징과 빈틈없이 정교한 구성에 담은 「새」는 오씨 작품세계에 독특한 새로움을 보태고 있다.〈손정숙 기자〉
  • 소설가 오정희(작가를 찾아:8)

    ◎“소설쓴지 30년… 원고지 두렵기는 처음 그대로…”/내느낌·체험으로만 글쓰는 나는 아마추어/하루 원고지 5∼6매가 고작… 많이 쓰면 밀도 떨어져/일상의 잔상들은 한순간에 피어나는 소설의 씨앗들/버려진 노인 등 변두리 인물통해 성의 어둠 조명 작가 오정희씨를 찾아 달리던 경춘가도 사위에는 여름더위가 아지랭이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빨랫줄처럼 빳빳하게 내리꽂히는 햇볕이 소양강 물줄기를 따라 들어찬 여관의 지붕이며 수초의 무더기들,구불구불 이어지는 아스팔트길을 삶아댔다.어느새 돌아온 들끓음과 소란의 계절.그렇건만 남춘천역을 등진 오씨의 11층 아파트는 적요롭기만 했다.맞바람치는 널찍한 공간을 먼지 하나 없이 정돈해놓고 오씨는 툭툭한 삼베저고리에 말끔히 화장한 모습으로 기자를 맞았다. 요즘 하루를 어떻게 보내느냐며 인사치레를 했다.그러자 대뜸 『하루종일 걱정에 묻혀 지낸다』는 「엄살」부터 건너왔다.『작품 주기로 한 곳은 많은데 글은 더디죠,계간지 원고 석달만 미뤄주면 명작이 나올 것만 같은데 막상 닥치고 보면여전히 제자리걸음….소설쓴 지 30년이 돼가도 원고지 두렵기는 처음 그대로지요』 최근 오씨는 지난해 발표한 단편 「새」를 중편으로 손질,막 문학과 지성사에 넘겼다.하지만 「작가세계」 「창작과 비평」 등 계간지와의 「닳고 닳은」 부채가 줄을 서 있다.『출판사와의 이런저런 원고약속을 제때 지켜본 적이 거의 없다』며 주눅들어하는 작가.『살림할 시간마저 탈탈 털어 책상앞에 붙어 살지만 하루 원고지 5∼6장이 고작』이라고 넋두리다.함부로 말을 널어걸지 못하는 천성은 단어 하나마다 무수한 망설임을 낳게 하지만 정제된 그의 언어에는 성급한 원고지 열장과 맞먹는 내밀한 울림이 출렁인다. 거북이붓을 미안해 하는 마련으로도 그는 『많이 쓰면 밀도가 떨어져요』,더 나아가 『나는 좀 많이 쓰면 안돼,나는 내가 잘 알아요』라고 재빨리 못박아버린다.이러니 그의 글을 받으려는 편집자들은 오래 끓여야 깊은 국맛이 우러나는 정갈한 한정식을 기다리는 여유를 배워야 할 것 같다. ○삼베저고리 정갈한 차림 겉으로는 너무나도 말끔하고 평온한일상.그러나 이면에선 삶의 어둠에 가장 적확한 한마디가 아니고는 허용하지 않는 엄정한 태도.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상반된 기질의 이 양립을 오씨는 『문학이 있어 나는 일상을 깊은 어둠에서 지켜내기 수월했다』고 나름으로 해석한다. 오씨의 작품은 많은 젊은 작가지망생을 한번씩 홀린다.몇해전 한 일간지 신춘문예 당선작이 오씨의 표절이라 해서 당선취소된 적이 있었는데 이때도 그 응모자는 오씨의 작품을 베끼며 습작하다 저도 모르게 그의 문장을 흉내냈다는 것이다. 그의 작품에는 뚜렷한 사건이나 아기자기한 디테일이 없다.거대한 사회적 함의를 품은 경우도 별로 없다.주인공은 거의 변두리에 팽개쳐진 인물이다.버려진 노인이나 아이,보잘것없는 주부가 대부분.그럼에도 그들은 한결같이 생의 깊숙한 무엇과 닿아 속으로 앓고 있다.무엇이 작가를 자꾸만 이런 속멍든 세계로 이끌까.또 그의 독자는 이 끔찍한 세계의 무엇에 그토록 번번이 끌려드는 것일까. ○작가지망생 습작용 인기 『제가 소설의 실마리를 잡는 것은 그냥 휙 지나치는잔상,이미지 같은 것들이에요.이것들이 물이 괴듯 마음속에 괴어 있다가 어느 순간 밖의 소재를 만나면서 소설이 눈뜨지요』 그 예로 오씨는 지난 84년 교환교수 남편을 따라 2년간의 미국살이끝에 도통 고갈됐다가 불시에 글샘이 뚫린 89년작 「파로호」를 든다. 『당시 뭔지 모를 답답하고 황량한 것이 가슴을 꼭 누르고 있었어요.그러다 평화의 댐 계획으로 물이 말라버린 파로호를 보러 가서 비로소 그 뭔지 모를 것을 어렴풋하게나마 호명할 수 있게 됐지요』 그래서 오씨는 자신의 글쓰기를 「씨뿌리기」에 비유한다. 『지난해말 「한국작가포럼」으로 프랑스에 다녀오고 올초엔 멕시코·페루 등 남미를 둘러봤어요.파리는 늙은 골동품 같았고 마야유적은 죽음에 대한 예감이며 인간의 본원적 회귀욕망에 대한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존재였어요.이런 외국체험을 날것 그대로 가져다 쓴다고 소설이 되지는 않겠지요.하지만 지구 저편 사람의 삶과 유적에서 받은 인상은 씨앗처럼 마음속에 떨어져 숨었다가 어느 순간 물을 만나듯 하나씩 되살아오를 거라믿어요』 문학이 상품이 돼버려 글쓰기도 생산이라는 요즘,많은 이가 장르를 넘나들며 팔방의 재능을 뽐낸다.하지만 오씨는 1년에 서너편의 단편을 「깎아」낸다.『예감도 아무 재능도 믿지 않는,내 소설쓰기는 완전한 수공업』이라는 그는 『작가는 문학을 살아야 한다』고 믿는다.그러면서도 『나는 내 느낌,내 체험이 아니면 못써요.내속에서 익은 것이 절로 흘러넘쳐야 해요.그러니까 나는 아마추어라고 생각돼요.직접 겪지 않은 것도 만들어 끄집어낼 만큼 깊어져야 진짜 프로인데』라며 우물거린다.『문학 말고는 아무것도 못하고 아무데도 시간을 뺏기기 싫다』는 오씨는 이제 우리 주변에 몇 남아 있지 않은 「장인」이다.이 속도의 시대에 보석처럼 더디게 깎아낸 작품을 들고 그는 사람을 홀리는 「장인」의 그물을 더 넓게 펼칠 것이다. ○1년에 단편 서너편 깎아 열아홉 겨울일기에 오씨는 「정결한 사랑,문학과 나 사이에 어떤 매개항도 두지 말 것.아름답고 힘 있는 문학을 살(생) 것」이라고 썼다.30년이 지난 지금도 『문학이란 나를 굉장히 매혹시켜요.작가로 출발했으니 다른 길은 없는 것 같애』라 되풀이하고 있다. 이 매혹을 만나려거든 곧바로 그의 책을 열어봐야 한다.그러면 아무렇지 않은 듯 건너온 우리 삶의 이면에 얼마나 섬뜩한 어둠이 도사리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된다.이 소름끼치는 어둠을 회피하지 않는 몇몇 독자만이 오씨 작품이 감춰둔 기이한 안식의 세계에 가 닿게 되리라. □연보 ▲47년 서울생 ▲충남 홍성군 홍주읍 홍주국민학교 입학(54) 인천 신흥국민학교로 전학(55) 신문연재소설부터 야담류까지 남독의 시작 ▲3학년때(56) 경기도내 백일장에서 「오늘 아침」이라는 산문으로 특선 ▲수송국민학교(59)·이화여중(60)·이화여고(63)·서라벌예대(66)입학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완구점 여인」당선(68) ▲강원대 신방과 교수가 될 박용수와 결혼(74) ▲대표작 단편 「번제」(70) 「봄날」(71) 「적요」(76) 「불의 강」(77) 「저녁의 게임」 「중국인 거리」(79년) 「유년의 뜰」 「어둠의 집」(80) 「별사」(81) 「동경」 「바람의 넋」(82) 「불망비」(83) 「불꽃놀이」(86) 「그림자밟기」(87) 「파로호」(89) 「옛우물」(94) 「새」(95) 장편동화 「송이야,문을 열면 아침이란다」(93)등 ▲이상문학상(79) 동인문학상(82)
  • 김민숙씨 서울신문 연재 「파도여,파도여」 단행본 출간

    ◎지천명 문턱서 쓴 파리에서의 기억/유학생들의 사랑·방황·솔직·담대하게 묘사 지난해 서울신문에 연재됐던 작가 김민숙씨(48)의 장편소설 「파도여,파도여」가 단행본으로 출간됐다.도서출판 고려원에서 「파리의 앵무새는 말을 배우지 않는다」로 제목을 바꿔달고 나와 문단의 주목을 끌고 있다. 파리 알레지아가 13번지를 주무대로 삼은 이 소설은 유학생들의 사랑과 방황,터질듯한 젊음을 다루고 있다.그런데 이같이 재기발랄한 세계를 거침없이 묘파하는 작가 김씨는 뜻밖에도 지천명을 코앞에 둔 중견.이젠 모든것이 어느만큼씩 시들할 연배인 김씨가 그려내는 연애담은 그러나 대담하고도 싱싱하다.타협과 절제를 모른채 세계와 맞서다 푸릇푸릇 피멍든 청춘의 통과의례가 섬뜩하리만큼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다. 시인 정해종씨는 『발랄한 현재형 단문,감각적인 묘사로 영화를 보듯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 작품의 특징이다.신세대작가들 못지않은 참신한 감각이 놀랍다』고 말한다. 실제로 작가는 『바하도 좋아하지만 우리집엔 서태지와 아이들의 판도많다』고 한다.지난 87년 회사도 때려치우고 파리에서 당차게 1년간 살다온 그 어룽거리는 당시의 기억을 뒤져 이 얘기를 빚어냈다. 소설속엔 무수한 인물이 명멸한다.완전한 한국인이거나 완전한 일본인이기를 바란 재일교포 에쓰코는 이도저도 못된채 미쳐버린다.열일곱쌍의 새들을 기르며 한없이 부드러운 여성성을 간직한 남자 히로시는 어머니의 바람기로 인한 상처를 숨기고 있다.테러가 난무하는 아랍에서 날아온 열혈청년과 사랑에 빠지는 브리기테,이국여성에게 곧잘 반하는 장­루이 등 개성있는 인물들도 등장한다.그리고 이들과 때로는 사랑을,때로는 미움을 나누지만 결코 마지막 한발짝까지 내딛지는 않는 한국인 화자 명화가 있다. 작가는 『에쓰코는 「인간관계속에서 정체성찾기」라는 이 작품의 주제를 표상하는 인물이고 히로시는 이전부터 꼭 그려보고 싶었던 남성상이다.에쓰코를 좀더 심하게 세상의 금밖으로 일탈하는 인물로 만들었어야 했는데 마음이 약해 그러지를 못했다.그런 반면 히로시를 그릴때는 글이 신나게 나갔다.이 인물을 통해남자답다고 세인들이 말하는 가치를 조롱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소설의 첫 몇회가 나가자 작가 오정희씨가 전화를 걸어 『히로시를 주인공으로 세우라』고 권하기도 했다.그만큼 히로시는 우리 소설사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독특한 개성과 문제성을 내장한 인물이었다. 소설을 연재하는 6개월간 작가는 파리에서 찍어온 사진으로 온통 벽을 도배해놓고 수도승처럼 칩거한채 글만 썼다.사람을 안만나려고 전화코드를 뽑아놓은 통에 자꾸 고장신고가 들어온다고 전화국에서 항의도 여러번 받았다.이제 작가는 오래전에 써두었던 또 다른 장편을 다듬으며 잠시 숨을 돌리고 있다. 문학평론가 김윤식씨(서울대 교수)는 『김씨는 「봉숭아꽃물」「시간을 위한 진혼곡」 등 빼어난 단편을 통해 이미 역량을 공인받았던 작가다.작가로서 수업의 의미가 더 큰 단편에 비해 독자에게 직접 심판받는 장편의 세계는 훨씬 냉혹하다.이 인정사정없는 정면승부에서 작가는 일단 순탄하게 점수를 따고 있는것 같다』고 평했다.
  • 신경숙「외딴방」/평론가 김사인·황도경씨 문예지통해 신씨 글 비평

    ◎엇갈린 평가 “눈길”/김씨­지난 상처 솔직하게 표현/황씨­아름답지만 현실성 결여 산업체 야간학교 여공시절 체험을 끄집어냄으로써 속살거리는 소녀 정도로 알았던 작가 신경숙을 달리 보게 만든 「외딴 방」.지난해 우리 소설 최대수확중 하나로 꼽힌 이 작품을 두고 두명의 평론가가 엇갈린 비평을 선보였다. 「문학동네」봄호에 실린 김사인씨의 「외딴방에 대한 몇개의 메모」와 「문학과 사회」봄호에 실린 황도경씨의 「으로 가는 글쓰기」가 그것.김씨가 현대문명의 가파른 속도와 신씨의 글쓰기를 견주며 「외딴방」에 적극적 의미부여를 하는데 반해 황씨는 꼼꼼히 읽은 작품에 세심한 비판을 가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문학동네」의 젊은 작가 특집으로 묶인 평론에서 김씨는 「절절함과 솔직성으로 가득찬 외딴 방」에서 작가는 「온몸으로 과거와 마주서」있다고 상찬하고 있다.이 작품을 비롯,신씨의 인기요인은 속도위주 산업화 시대에 「어머니의 무릎을 베고누워 위로받고자」 하는 내밀한 욕구를 채워준다는 점. 30대 소설가로 성장한 「나」의 심리와 고달펐던 10대에의 회상 사이에서 오락가락 하는 이 작품은 자칫 복잡하게 엉크러져 버릴 줄거리를 제3의 은밀한 의식이 따라붙어 잔가지를 정돈,진폭과 짜임새를 더했다는게 김씨의 분석이다.김씨는 신씨가 「진혼의 예를 갖춰 지나간 상처의 시절을 제사지내고 있다」며 「또다른 눈밝은 이들께서 이 천도제를 깊이 살펴 읽어주실 것」을 기대했다. 한편 황씨 역시 「외딴 방」의 뚜렷한 성과부터 짚어나간다.「외딴 방」이전의 신씨는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리움을 노래한데 반해 「외딴 방」이후엔 오히려 지워진 것들을 들춰 낸다는 것.글쓰기가 상처에서 꿈으로 도망치는 것이었다가 상처와 직면하는 수단으로 변한 점에서 「외딴 방」은 일단 작가 신씨에게 일대 전환의 계기라고 김씨는 평가했다. 하지만 황씨는 이같은 신씨의 작품이 어두운 현실을 거쳐 아름답지만 현실성없는 전설로 나간다며 비판한다.이점에서 전설을 거쳐 삭막한 현실에 이른 오정희씨의 「옛우물」과 대조적이라는 것.때문에 노동현장 등 지난 시대의 사회상이 주인공의 의식과 긴밀하게 연관되지 못한채 삽화로 머문 대목이 많다고 김씨는 꼬집고 있다.또한 희재언니와 창 등 주요 등장인물이 현실감없이 그려져있으며 희재언니의 죽음에 필연성이 결여돼 있다는 문제점도 제기하고 있다.이밖에 가난하지만 사랑을 많이 받은 「나」를 화자로 내세우는 바람에 글쓰기가 때론 어리광으로 비친다는 지적도 따랐다.
  • 김윤식씨 평론집 「김윤식의 소설읽기」 출간

    ◎94∼95년 발표된 작품·작가 대상/신선함·실험성 소설을 높이 평가 평론가 김윤식씨(59·서울대 국문과교수)의 신작 평론집 「김윤식의 소설읽기」가 열림원에서 나왔다.우리 문단에서 가장 두루 읽고 가장 왕성하게 쓰며 특유의 균형감각으로 넓은 영향력을 끼쳐온 김씨의 최근 비평들을 모았다.「90년대 중반에 빛난 작품들」이라는 부제에서도 볼수 있듯 육순을 눈앞에 둔 지금도 젊은 작가의 목소리에 귀를 활짝 열어두고 있는 비평가의 열정이 인상적으로 드러나 있다. 지은이의 말대로 이 책은 94∼95년에 소설을 쓴 거의 모든 작가를 망라하고 있다.윤후명,한승원,오정희,김원일,박완서,이청준 등 낡음을 벗으려는 중진들의 각고를 조명하는 한편 윤대녕,신경숙,구효서,김소진,공지영,김형경 등 다양한 작품세계를 낳은 젊은 작가 현상의 의미를 짚어본다.이를 통해 김씨가 그려내는 것은 샅샅이 훑은 우리 소설의 최신 지형도이다. 지은이가 여기서 좋은 소설의 조건으로 드는 것은 잘짜인 「모범답안」이 아니라 일상에 머무른 의식을 깨는 신선함,실험성 등.이에 따라 「자의식이란 약에 쓸래도 없는 (우리)소설계보」에서 공선옥의 「시비조로 달겨드는」 「위악적인 자세」는 전에 없던 특이함으로 읽히고 어설픈 한강의 문체는 관념세계 문턱에서 피흘리는 참신한 젊음의 소리로 다시 평가된다. 같은 맥락에서 지은이는 공선옥의 비문투의 문장을 「대체 어느 국적의 말투냐」라는 정통파의 있을법한 힐난으로부터 옹호한다.아름다운 문장은 국어를 살찌우는 순기능도 있지만 작가의 숨통을 죄는 억압장치로 작용할수도 있다는 것.이같은 지적은 동시에 「문법파괴적인」 지은이의 문체에 대한 해명도 겸한다.서정인의 작품 「붕어」를 얘기하며 지은이는 다음의 문장을 선보이고 있다.「어느 공동체나 어느 분야에서도 그러하겠지만 어떤 특정인의 이름만 나오면 그 분야가 바짝 긴장하게 되는 그런 이름이 있는 법.우리 소설판에서의 그런 이름은 바로 서정인.…그러니까 서씨의 경우 붕어가 아니라 메기나 가물치라도 아무 상관없는 일.…그의 솜씨만 가면 어떤 사물도 현상도 붕어스러워지게 마련.어째서 그러한가.이 물음 속에 천금의 무게가 실려 있지 않겠는가.그 붕어스러움부터 조금 볼까요」
  • 한국 문학 알리기와 번역/손정숙 문화부기자(오늘의 눈)

    지하철 버스를 비롯한 대중교통수단 파업이 시민들의 발을 꽁꽁 묶어 놓고 있는 프랑스 파리.이곳 퐁피두 센터에서는 지난달 30일 하오 「이방인」소설가 세명이 파리지앵들과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작가 오정희,이문열,최인호씨가 「레 벨제트랑제(아름다운 이방인.이곳 정부의 외국인 작가 소개 프로그램이름)」의 하나인 「작가와의 만남」에 초빙되어 이곳을 찾은것. 문화를 사랑하는 파리지앵들은 진지한 눈빛으로 작가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였고 1백석 남짓한 조촐한 행사장엔 때때로 웃음이 터졌다.같은날 이날코(INALCO·국립동양어대학)에서 먼저 열리기로 했던 작가와의 만남이 파업으로 취소된 터라 시운을 탓하고 있던 우리측은 길게 한숨을 돌렸다.호의섞인 문답으로 분위기가 무르익어갈 즈음,한 현지인이 손을 들었다.이곳에서 번역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도 읽었으며 한국문학에 관심깊다는 그가 제기한 것은 번역문제.『한국문학 불역이 특정인에게만 지나치게 치중돼 있다,번역도 독창적인 해석행위인데 한사람에게 너무 기대면 균형잡힌 소개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우려였다. 프랑스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곳은 동양어를 집중 교육하는 앞서의 이날코를 비롯,파리 7대학,보르도,르아브르,리옹대학등 몇군데가 있다.하지만 한국어 하나만으론 밥벌이가 되지 않아 학생들은 보통 두세가지를 복수전공한다.모랑주,비셰,기유모트등 이곳의 권위있는 한국어 학자들은 대개 고전이나 어학쪽에 편중해 있어 미묘한 뉘앙스를 전하는 현대문학 번역이 쉽질않다. 한국문학을 다른 문화권에 소개하는 번역 작업에는 한국인이 나서기 보다는 그 문화를 잘 아는 현지인이 훨씬 적격이다. 좋은 문학은 곧 좋은 문체로 된 문학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대통령조차 시를 왼다는 프랑스에 소개될때 문학의 문체를 결정하는 것은 원작이 아니라 번역이다. 그러나 우리 말을 외국어로 옮겨 전달해줄 번역자 양성은 제쳐둔채 노벨문학상을 말해온 게 우리의 현실이다.모처럼 소중한 한국문학행사가 펼쳐진 타국땅에서 제대로 된 번역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다가왔다.
  • 프랑스인들 한국문학에 높은 관심

    ◎불 국립도서센터 주관 「한국문학 포럼」 열려/최인훈씨 등 초청작가 13명 앞자리에/현지 출판인·문인들 “한국문학 본격소개 계기” 28일 하오(한국시간 29일 상오) 바스티유 오페라극장 올리비에 메시엥 홀에서 열린 「한국문학포럼」행사는 현지인들의 호기심과 관심속에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이날 행사장에는 전날 밤 이곳에 도착한 시인 고은 신경림 황동규씨,소설가 최인훈 김원일 박완서 오정희 윤흥길 이균영 이문열 조세희 최윤 한말숙씨 등 초청작가 13명이 앞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것을 비롯,자문위원을 맡은 문학평론가 김윤식 김치수 이선영 윤지관씨,한국문학의 번역소개에 앞장서온 파트릭 모뤼스 성대 교수등의 모습도 보였다. 프랑스측에서는 한국문학출판에 앞장선 악트쉬드 출판사 우베르 니센 사장과 베르트랑피 편집장을 비롯해 문학전문지 마가린 리테레르 기자 시몬느 아루스,시인 알랭 제오프르라 등이 자리를 같이 했다. 행사를 주관한 프랑스 국립도서센터의 장 세바스티앙 듀피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서로 다른 문화들간의 진정한 대화와 만남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된 문학포럼은 작품번역을 유도하고 독자층의 저변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아시아 대륙의 오랜 지혜로 성숙해 있고 고통과 해방의 역사를 극렬하게 체험한 한국문학의 대표적 문인들이 참석해준데 대해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답사에 나선 장선섭 주불대사는 『한국문학포럼은 다채로운 행사를 통해 한국인과 프랑스인간의 이해를 높일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한국문학 소개를 맡은 모뤼스 교수는 한국문학이 특성을 「비극성,짧은 형식,역사지향』으로 요약했다. 초청대상 인터뷰,자작소설·시낭독 등으로 꾸민 비디오가 불어자막과 함께 1시간여 상영됐는데 이 비디오에서 황동규시인은 『작곡가가 되려고 화성학을 공부했다가 자신이 음치라는 사실을 알고 음악을 포기하는 대신 가장 인접한 장르인 시를 선택했다』고 밝혔다.소설가 한말숙씨는 남편인 가야금 연주자 황병기씨 못지 않은 솜씨의 가야금 연주를 들려주어 인기를 모았다. 지난 70년대 한국에서 생활했으며 한국문학의 열렬한팬이라고 밝힌 한 프랑스인 신부는 『한국문학 특유의 색채를 섬세하게 드러내기엔 미흡했지만 이번 행사가 프랑스에 한국문학이 적극 소개되는 디딤돌 역할을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프랑스 문화성 산하 국립도서센터에서 외국문학의 실상을 국내에 소개하고 활발한 출판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펼치는 「외국문학포럼(레 벨레트랑제)」의 일환.지난 87년 브라질을 첫 대상으로 막을 열었으며 우리나라는 25번째 초청국가다. 우리문인들은 포럼기간 동안 파리시내 퐁피두 센터,국립도서센터,작가의 집,프랑스 펜클럽 등과 보르도,몽펠리에,엑상 프로방스,라로셀,에브레,페리줴,랭 등 지방도시 및 벨기에 브뤼셀을 돌며 토론회·시낭송회·작가와의 만남 등 총 25개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한국문학의 독창성」「한국문학에서의 여성의 위치」「문학과 참여」「서울문화 19 95」등의 주제로 열릴 토론회에서는 아니 에르노,이자벨 라캉 등 우리 귀에 익은 프랑스 현대작가들도 참여,양국간 문화적 이해를 위한 열띤 토론을 펼칠 예정이다. 본행사개막에 맞춰 삼성문화재단 후원으로 퐁피두센터와 주불문화원에서 한국어린이 그림책 및 원화전시회가,파리 기메박물관에서 한국문학작품 원작영화 11편이 총 22회에 걸쳐 상영돼 행사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 불 한국문학포럼 오늘 파리서 개막

    프랑스정부가 우리나라 대표작가 13명을 공식초청해 펼치는 「한국문학포럼」행사가 28일 하오(한국시간 29일 상오3시) 개막식을 갖고 10일간의 공식일정에 들어갔다. 파리 중심부에 위치한 바스티유오페라 대강당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시인 고은·신경림·황동규씨,소설가 김원일·박완서·오정희·윤흥길·이균영·이문렬·조세희·최윤·한말숙씨,극작가 최인훈씨 등을 비롯,프랑스 문화성 고위관계자,국립도서센터 임직원,조성장 주불한국문화원장,주한프랑스대사관 관계자,현지언론및 출판 관계자,한국 유학생이 참석,4백50여석규모의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필립 두스트 블라지 문화성장관을 대신한 장 세바스티앙 뒤피 국립도서센터 회장의 인사말로 막을 올린 이날 행사는 초청된 작가의 약력과 작품세계를 알리는 다큐멘터리 상영,식후 리셉션순으로 3시간남짓 이어졌다.
  • 중국서 한국 여작가 단편집 출간

    ◎사회과학원,강신재·박원서 등 10명의 18편 수록/국제교류재단 「코리아나」 수록 작품에 매료/남성작가·장편소설까지 번역출판할 계획 중국 사회과학원이 우리나라 여성작가들의 단편을 모은 「한국여작가작품선」을 발간,화제가 되고 있다.요즘 활동하는 작가 10명의 짧고도 개성있는 작품 18편을 골라 중국어로 옮긴 책이다. 우리나라 독자들 중엔 이 책 이름이 낯설지 않은 이들도 있을 것이다.지난 9월 북경에서 열린 유엔 세계여성회의에 참석한 손명순여사가 중국으로부터 책 한권을 받았다는 얘기가 신문에 보도된 적이 있었는데 이 책이 바로 그 책이다. 중국 사회과학원이 한국여성작가들과 인연을 맺은것은 지난 93년 겨울로 거슬러 올라간다.한국국제교류재단에서 5개국어로 발간하는 소식지 「코리아나」의 중국어판 번역을 맡으면서부터.우리나라 문화를 세계에 소개하는 홍보사절 노릇을 해온 이 잡지에 한두편씩 실린 여성작가의 단편소설을 접한 사회과학원 문헌정보센터 부주임 심의림씨는 깊은 인상을 받았다.북경대학 조선어학과를 나온 심씨는 오정희씨의 「별사」를 여러번 읽으며 한국여성작가의 단편집을 내리라고 결심했다. 막상 계획은 굳혔지만 자금이 문제였다.재정이 꽉 짜인 사회과학원의 지원을 기대하기란 힘들었다.한참 수소문하던 차에 한국현대중국연구회(이사장 김영국)라는 단체가 나섰다.중국 국가기관과 손잡고 세미나,단행본 출간을 통해 「한국알리기」와 「중국이해하기」를 시도하는 사단법인이었다.여기서 얻은 지원금에 번역자들이 사재를 보태 자금을 끌어모았다. 우여곡절끝에 번역에 착수한 것이 지난 6월초.이들은 단편집을 9월 2일 열리는 유엔 세계여성회의에 맞춰 선보이는게 뜻깊겠다고 의견을 모았다.마감시간에 맞추려 사회과학원,중앙연락부,중국국제여행사 등에서 일하는 북경대학 조선어학과 동문인 조습,한숙화,공영선 등 10여명이 석달간 밤낮없이 번역에 매달렸다.이 열성 덕에 책은 제날짜에 빛을 보게됐다. 수록된 작가는 강신재·구혜영·김영희·박완서·손장순·오정희·윤남경·이규희·최미나·한말숙 등.심씨는 지난 7월 한국을 찾아 이들 작가에게 일일이 「허가」를 얻었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1천부 비매품으로 낸 이 책을 여성대회에 참가한 중국대표단을 비롯,공공기관,도서관 등지에 증정했다.서울신문사에도 1부를 보내왔다.심씨는 본사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책을 한번 읽어본 사람들은 미묘한 심리를 섬세한 언어로 포착해내는 작품에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앞으로 남성작가와 장편까지 번역대상을 넓히고 싶지만 그 재원마련이 어렵다』고 안타까워 했다.
  • 국제교류재단 발행 계간 「코리아나」 가을호

    ◎「하근찬 문학」 세계에 소개/단편 「수난2대」·「흰종이 수염」2편 수록/선정위 “앞으로 신예작가로 적극 추천” 우리 문화를 해외에 알리는 데 앞장서온 계간지 「코리아나」 가을호가 최근 나왔다.한국국제교류재단(이사장 최창윤)이 발행하는 이 잡지는 영어·일어·스페인어·중국어·불어등 다섯가지 언어로 나와 세계 1백70 나라,2만2천 기관에 뿌려진다. 가을호는 특집인 「한국의상의 전통미­한복」과 함께 광주비엔날레,광복50주년기념 음악회 기사를 실었다.또 연재물인 「한국문학기행」에서는 작가 하근찬씨를 다뤘고,「문화지역탐방」에서는 송강 정철이 유배를 산 전남 담양을 소개했다.이 기사 가운데 「한국문학기행」 연재는 한국문학 세계화를 이끈다는 점에서 특히 관심을 끌고 있다. 「코리아나」에 우리 문학 소개란이 등장한 것은 93년 여름호부터.그동안 소설가로는 한말숙(작품은 장마)·황순원(두메)·이청준(눈길)·오정희(별사)·김동리(황토기·동구 앞 길)·서기원(마록열전 가운데 2·3·5편)·강신재(젊은 느티나무·달 오는산으로)씨가 소개됐다.시인으로는 서정주·구상씨의 작품세계와 대표작이 실렸다.소설은 단편 2∼3편이나 중편 하나,시는 5∼7편정도를 한번에 싣는다. 이번 가을호에 실린 하근찬씨의 작품세계 해설은 송희복교수(동국대 국문과)가 맡았고 수록작품 「수난 2대」와「흰 종이수염」 두편은 케빈 오룩교수(경희대 영문과)가 번역했다. 「한국문학기행」의 작가·작품선정은 예술원 문학분과위원회에서 하는데 보통 8∼10명정도를 한꺼번에 뽑아둔다.올 겨울호로 예정된 이문열씨(그 해 겨울)를 비롯,소설가 최인훈·박완서·김승옥·이문구·최윤·김주영·서정인·김원길·윤흥길·황석영씨등이 이미 선정돼 있다. 이처럼 많은 작가를 미리 고르는 까닭은 1∼2년 시간여유를 갖고 번역을 충실하게 하기 위해서.또 한국문학 번역가가 많지 않은 점도 이유의 하나로 꼽힌다.그동안 실린 작품은 오룩교수와 존 홀스타인교수(성균관대 영문과)·신현송교수(옥스퍼드대 경제학과)·데이비드 매칸(코넬대 아시아연구소장)씨등 10명이 돌아가며 우리말로 옮겼다. 선정위원회는 앞으로 중견작가만이 아니라 최근 화제작가도 소개해 한국문학의 흐름을 더 분명하게 보여줄 계획이다.
  • 「문학과 사회」 가을호작품에 몰두/소설가 오정희씨(작가와의 대화)

    ◎“문 닫아걸고 원고지와 씨름”/나는 굼뜬 작가… 조바심 치지만 하루 한장이 고작/「고통없이 쓴 글은 흉내」 박경리 선생 말은 큰 위안 「작가로서의 광기도 없고 특별한 삶을 살지도 못한다는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던 몇해전 박경리 선생님을 처음 뵈었어요. 외딴 곳에서 아무 걸릴 것없이 문학만 하는 것 같은 선생님이 너무 부러워 저처럼 가정의 울타리에 갇혀서야 무슨 큰 글을 쓰겠느냐고 투정을 부렸습니다. 선생님은 자신의 고단한 체험에서 우러나지 않은 글은 흉내고 관념일뿐 진짜 문학이 아니라고 저를 달래며 웃으시더군요」 삶의 속됨과 누추함을 가차없이 드러내면서도 이를 명징한 언어로 포현해 오히려 아름답게 느끼게끔 하는 작가 오정희씨(48).주부노릇 엄마노릇에 1년에 많아야 단편 세편으로 숨바꼭질하듯 독자와 만나온 그가 요즘 부쩍 바빠졌다. 계간 「문학과 사회」 가을호에 실을 작픔을 쓰느라 문고리를 걸어잠근채 한여름을 나고 있기대문. 또 멀잖아 그간 발표한 작픔들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창작집으로 묶여 나온다. 「글쓴답시고 훌쩍 어디 놀러도 못갈만큼 항상 마음죄며 살아요. 그러면서도 이리 더딘것을 보면 제가 굼뜬 작가인가 봐요」 최근 동료들이 두번이나 그의 작품세계를 집중 조명한 것도 그의 마음을 바쁘게 한다. 얼마전 나온 책 「오정희 문학앨범」(웅진출판사)은 그를 아끼는 문인들이 작품론과 작가론을 하나씩 내놓아 「오정희 문학」의 웅숭깊은 세계를 해부한 기획. 보석을 깎듯 글을 다듬고,단정하게 가족을 건사하면서도 웃사람에겐 너그러운 벗으로 살아온 삶의 여러 층위를 짐작케 해준다. 이 책엔 지인들이 쓴 연대기와 작품론,작가와의 사연을 담은 이경자·이제하씨의 글,그가 손수 고룬 산문 세편,또 「유년의 뜰」「동경」 「옛우물」 등 소설 세 편을 수록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흥미있는 글은 작가가 직접 밝힌 「소설쓰기,소설짓기」이다. 식구들이 집을 나선 아침 7시부터 하루를 써내려간 이 글엔 정확하고 아름다운 한줄을 위해 원고지칸과 피를 말리는 씨름을 해야 하는 작가의 생활이 드리워져 있다. 그것을 한없이 확장되는 희고 텅빈 종이앞에서 커피를 마셨다,집안을 치웠다 조바심을 치지만 하루에 원고지 한 장을 다 못채우는 언어 세공인의 운명이다. 또 계간 문예지 「작가세계」 여름호도 「오정희 특집」을 실어 그의 작품세계를 소개했다. 고교시절 「인생따위는 아무래도 좋다, 다만 책을 읽고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까지했던 그녀가 어떻게 반복되는 살림살이를 덤덤히 받아들이게 됐을까. 「젊은 날엔 본디 환상과 열정이 승한 법이지요, 하지만 이젠 지루하고 권태로운 일상이 구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라는 게 여유있게 웃는 작가의 대답이다.
  • 「순수문학」 외길 걸은 문단거인/타계한 김동리 선생의 문학과 생애

    ◎생명·인간성 탐구 중시… 문학의 도구화 반대/한국적 샤머니즘 담은 「무녀도」·「황토기」 남겨 17일 타계한 김동리(본명 김시종)씨는 한국 현대문학사에 길이 남을 소설들을 남긴 우리 문단의 거목이었다. 작가로서의 그는 60여년의 작품활동을 통해 1백여편에 이르는 중·단편소설을 남긴 빼어난 글쟁이였다.이른바 「순수주의」를 지향한 그의 소설들은 해방이후 우리 문학의 큰 줄기로 이어져 내렸다.뿐만 아니라 그는 참여주의 논객들과의 지속적인 논쟁을 통해 이같은 자신의 문학관을 적극 옹호한 이론가이기도 했다. 1913년 경북 경주에서 태어난 김동리씨가 처음 문단에 나온 것은 3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입선한 시 「백로」를 통해서였다.그러나 35년 중앙일보에 「화랑의 후예」,36년 동아일보에 「산화」 등 두편의 소설이 잇따라 당선되면서 그의 재능은 산문쪽으로 더욱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그의 문학적 지향은 30년대말 발표된 「무녀도」와 「황토기」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기독교신자인 아들과 갈등을 빚는 무당,가공할 힘을 지닌 장사의 사연을 다룬 이 단편들엔 한국적 샤머니즘과 신화의 세계에 대한 지은이의 본능적인 이끌림이 나타나 있다. 이무렵 그는 자신의 창작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할 평론작업을 병행하기 시작했다.문학의 사회·역사의식 회복을 촉구한 임화·유진오의 글에 맞서 「순수이의」(39년)「신세대의 정신」(40년) 등의 평론을 발표한것.이런 글에서 그는 『문학이란 본질적으로 개성적인 삶의 탐구여야 한다』며 정치나 이념에 종속되지 않는 순수문학이야말로 문학의 본령이라는 주장을 폈다. 휴머니즘에 바탕을 둔 이같은 순수문학 옹호는 그후 그의 창작에 일관되게 깔리는 철학적 기조가 된다.해방공간의 좌­우 논쟁,70년대말 순수­참여 논쟁 등을 거치면서 그는 문학의 도구화에 반대하고 생명과 인간성 탐구를 문학 고유의 역할로 여기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혔다.이때문에 리얼리즘 문학이 성했던 80년대엔 삶의 현실이나 인간의 역사를 외면하고 있다는 문단 한켠의 거센 비난에 맞닥뜨리기도 했다.그러나 그와 이념적으로 대척되는 지점에 놓인 시인 고은씨조차도『동리문학은 한국소설의 원점』이라고 평할 정도로 그의 탁월한 문학적 성취에 대해서는 이론이 없었다. 그는 한국문인협회장·예술원회장·서라벌예술대학(현 중앙대학교 예술대학)학장등을 거치면서 이념과 사상을 떠난 특유의 포용력으로 이른바 「김동리 사단」을 거느리는 문화예술계의 대부로 군림하기도 했다.장용학·손창섭·박경리·이범선·최일남·한말숙·정을병·이문구·서영은·문순태씨등이 그의 추천으로 문단에 나왔고 천승세·김원일·송상옥·유현종·오정희씨등이 서라벌예대 제자들이다. 문학과 삶의 동반자였던 부인 손소희씨가 작고한지 얼마 안된 지난 87년 30세 연하의 문단 제자 서영은씨(52)와 결혼해 화제를 불러 일으켰으나 90년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이념의 시대가 지나가고 90년대에 접어들어 동리문학의 짙은 문학성에 대한 재평가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그의 단편 대표선집이 나오고 연구논문들이 책으로 묶이는 가운데 민음사에서는 「김동리 문학전집」을 7월부터 2∼3차에 걸쳐 펴낼 예정이다.여기에는 장편「사반의 십자가」「을화」를 포함한 그의 모든 소설들과 문학평론,에세이들이 수록된다.한국 토속정서에서 인간의 보편적 구원문제로 확대돼온 그의 문학적 지평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이 책이 유작이 되는 셈이다. □연보 ▲1934년 조선일보 시 「백로」,35년 중앙일보 단편 「화랑의 후예」,36년 동아일보 단편 「산화」 각각 신춘문예당선. ▲36년 「무녀도」,39년 「황토기」,41년 「소년」발표후 8·15까지 침묵. ▲1946년 한국청년문학가협회 결성 초대회장,「윤회설」. ▲1949년 한국문학가협회 소설분과위원장,장편 「해방」. ▲1950년 문교부 예술위원,서울시 문화위원,「인간동의」 ▲1954년 예술원회원,「마리아의 회태」. ▲1955년 「흥남철수」「밀다원시대」「실존무」. ▲1957년 장편 「사반의 십자가」 ▲1961년 문인협회 부이사장 「등신불」. ▲1966년 「까치소리」「송추에서」「백설가」. ▲1967년 3·1문화상 수상,대표작선집 전 5권 간행. ▲1968년 국민훈장 동백장,중편「극락조」. ▲1971년 장편 「아도」. ▲1973년 중앙대 예술대학장 장편「삼국기」 수필집「사색과 인생」 ▲1974년 장편 「이곳에 던져지다」. ▲1978년 장편 「을화」 수필집 「취미와 인생」. ▲1981년 예술원회장. ▲1983년 5·16민족 문화상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예술원 원로 회원.시집 「패랭이꽃」. ▲1987년 장편 「자유의 역사」(59년 신문 연재작). ▲1990년 소설가 협회장.7월 30일 뇌졸증으로 쓰러짐. ◎한국문학의 영원한 큰별이시여…/고 김동리 선생 영전에/한승원 작가 이세상 그 어느 누구도 알 수 없고 선생님 혼자서만 아시는 그 깸없는 무상한 오랜 잠 주무시더니,그 잠 깨시기 바쁘게 선생님 어디로 떠나가시려 합니까.간밤 검은 구름장들 지붕머리 짓누른채 궂은비 흩뿌리고,그 습한 어둠속에서 허리 꼬며 강물 슬프게 앓아대고,북한산 지빠귀 한 마리 제 잠 설치게 하더니,신새벽의 푸른 빛살 속에서 선생님 떠나셨다는 소식을 접하였습니다. 고무줄처럼 잡아당기기도 하고 보석처럼 단단하게 앙금지게 해놓기도 하고,몇 천억겁을 찰나로 오그라들게 하기도 하고 그 찰나를 다시그 몇 만억겁으로 늘어나게 하기도 하는 혼자서만 아는 시간을 주무르고 노시다가 그 시간을 서리서리 호주머니에 넣으시고 가시는 거기가 어디입니까. 영화도 많았고 욕됨도 많았던 이 땅,이곳에서의 머무름은 얼마만한 잠시였습니까.이제 가시는 그곳은 「달」속의 달이와 「무녀도」의 을화가 있는 곳입니까.「황토기」와 「등신불」속의 그들이 살고 있는 그곳입니까. 30년 저쪽의 어느 늦은 가을날,저희들 문예창작과 학생들이 선생님을 모시고 뚝섬으로 소풍을 갔을 적에,저는 폭음을 하고 취한 척하고는 선생님께 건주정을 하였고,호래자식인 저를 유도하는 한 친구가 못됐다면서 모래밭에 내리 꽂았었습니다.이튿날 얼굴에 반창고 붙이고 찾아간 저에게 싱긋 웃으시며 어깨를 두들겨주시던 선생님의 그 인자스러운 동안을 저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속된 저로서는 지루하게만 느껴진 그 깸없는 신비한 잠을 주섬주섬 사려담고 문득 떠나가시는 선생님의 뒷모습이 제 가슴을 쓰라리게 하지만,저는 결코 슬퍼 울지 않습니다.이 밤,저는 북한산 위의 별들을 보고 있습니다.지금 선생님께서 이르게 되는 그곳은 선생님께서 신비롭게 형성해놓은 세계일터입니다.제가 쳐다보는 별처럼 떠있는 비가시적인 커다란 시공. 우리들의 우주안에서는 가는 것은 없고 오는 것만 있습니다.헤어지는 것은 헤어지는 것처럼 보일 뿐,사실은 긴긴 강의 하구에 잇닿은 바다에서 다시 만나 어우러지게 됩니다.그것을 굳게 믿는 저는 별로 오래지 않은 시간안의 즐거운 회후가 예정되어 있음도 믿습니다.선생님 그곳에 먼저 가셔서 큰 예술학과 하나 마련해놓고 계십시오. 저 선생님의 그 학교에 또 입학하겠습니다.선생님,명명한 그곳에서 편히 쉬십시오.
  • 문학성·번역·출판의 삼위일체 급선무(한국문화 세계화의 길:7)

    ◎한국어 능통한 외국 전문번역가 양성/작품 널리 보급할 유명 출판사 확보를/국제교류재단의 「코리아나」지 우수작품 세계화에 큰 기여 지난 93년 한국을 방문했던 미테랑 프랑스대통령은 귀국길에 비행기 안에서 읽겠다며 이문열 소설을 찾았다.마침 문화수행원으로 함께 내한했던 위베르 니센 악트쉬드출판사 사장에 의해 이문열의 불어판 소설인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과 「시인」이 미테랑대통령에게 전해졌다.이처럼 외국대통령이 한국작가의 이름을 친숙하게 언급하고 작품을 구해 읽은 사실은 우리소설의 세계성을 확인시켜 준 상징적 사례로 꼽힌다. ○미테랑 특별한 관심 90년대 들어 프랑스에서는 한국문학 붐이 일었으며 프랑스 문화부는 올해를 「한국문학의 해」로 정하기에 이르렀다.「한국문학의 해」는 1년동안 프랑스 전국을 순회하며 우리 문학과 문화를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행사로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80년대까지만 해도 거의 주목받지 못했던 한국문학이 이처럼 관심을 끌게 된 데에는 이문열·이청준 등의 소설의 성공적인 소개에 힘입은 바 크다. 프랑스의 악트쉬드출판사는 지난 89년이래 이문열 이청준 이균영 최윤 등 한국작가의 작품을 20권 가까이 번역출간했다.또다른 출판사인 필립피키에는 91년부터 오정희 김성동 김원일 윤흥길 등의 소설을 냈으며 벨퐁도 지난해 박경리의 「토지」를 출간했다.번역소개된 작품 대부분은 상업적 성공과 함께 현지 언론의 큰 관심을 모았다. ○이문열 작품에 찬사 『이청준의 「이어도」는 모호한 욕망이고 이국적인 신비이며,매혹적인 꿈이다.그 꿈은 너무 매력적이서 한국의 단편소설에 대해 말하는 것조차 두렵게 만들 정도이다』(「렉스프레스」) 『연애소설? 역사소설? 가족사? 서사시? 어둠에의 찬사? 박경리의 「토지」는 그 모든 것이다』(이날코대학 한국어과 앙드레 파브르교수) 특히 이문열에 대한 호의적인 평과 찬사는 대단했다.『이문열의 작품은 소설의 구조와 극적 전개에 있어 전범이 될 만하다』(「레볼루티옹」)『이문열의 소설은 짧은 이야기로도 문학의 높은 질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독특한 리듬과 톤을갖고 있다』(「라 리베르테 드 레」) 한국소설의 성공적인 프랑스 소개는 우리문화상품의 세계화와 관련해 시사해주는 바가 적지 않다.이는 우리의 신장된 국력을 바탕으로 질높은 문학작품,좋은 번역자,영향력 있는 현지출판사 등이 삼위일체가 되어 가능했던 것으로 우리문학작품도 세계적 수준이라는 자신감을 갖게 해주었다.또한 번역과 상품성에서 상대적으로 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시보다는 소설의 세계화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었다.아울러 진행되고 있는 번역소개사업들에 어렴풋하게나마 방향을 제시해주었다. 현재 문예진흥원을 비롯해 유네스코한국위원회,대산재단 등에서는 우리문학을 해외에 소개하는 사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문예진흥원은 지난 80년부터 94년까지 모두 92권의 해외번역출간을 지원했으며 초기 영·불·독어권에서 스페인·이탈리아·중국·러시아어권 등으로 진출국도 점차 다양화하고 있다.올해는 20권의 해외출간을 지원한다. 지난 64년부터 국내에선 처음으로 체계적인 해외번역출간을 지원했던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지난해까지 16권을 외국어로 번역출간했으며 올해 최윤소설 「회색눈사람」불어판,천상병시선 「귀천」영어판 등 4권을 출간할 계획이다.또한 93년부터 한국문학 해외번역출간을 지원해왔던 대한교육보험 출연의 대산재단도 지금까지 13권의 해외번역출판을 지원한데 이어 올해도 번역신청자를 모집하고 있다. 한편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우리문학을 해외에 소개하는 일에 적극 나서고 있어 관심을 끈다.국제교류재단은 세계 1백52개국에 2만부 이상 배포되는 한국문화예술 소개잡지 「코리아나」 93년 여름호부터 서정주 황순원 등 7명의 시인·작가의 시와 단편소설을 외국어로 번역,게재해온데 이어 올해도 서기원 강신재 하근찬 이문열의 소설을 차례로 게재할 예정이다.특히 올 봄호부터는 중편소설도 실을 수 있게 면수를 늘렸으며 기존의 영·중·일·스페인어판에 추가해 불어판도 발간키로 했다. 네이티브 스피커로 구성된 전문 번역진들이 1년여의 시간을 갖고 번역한 작품을 싣는 이 사업은 노벨상을 겨냥한 기초작업으로 한국문학 원전에 많은 사람들이 접할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같이 활발한 한국문학번역작업들은 우리문학의 세계화에 낙관적인 전망을 갖게하고 있다.그러나 우리소설이 문화상품으로서 세계시장에서 확고하게 자리를 잡으려면 개선할 점이 적지 않다.먼저 현지인 번역가에 의한 훌륭한 번역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이를 위해서는 한국어에 능통한 외국인번역가가 우리작품 번역만으로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제도가 확립되어야 한다.일본 고전 「원씨물어」를 번역한 영국인 아서 웨일리,「설국」을 번역한 미국인 에드워드 사이덴스티커는 일본문학의 세계화와 노벨상 수상에 크게 기여했는데 그들은 평생 일본문학 번역을 직업으로 삼을수 있었다. ○일 노벨상 번역의 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외국인 번역가들의 우리문학에 대한 열정과 자발적 참여이다. 이는 문학작품의 질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장편소설의 경우 형식적인 완결성과 구성상의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것이 외국출판관계자의 우리문학에 대한 지적이다.고려대 김화영교수는 『우리에게외국인이 심혈을 기울여 번역할만한 장편소설 다섯권을 쓴 작가가 과연 누가 있는가』라고 반문하고 『우리 작가들이 자신들의 작품은 좋지만 번역이 안돼서 외국에서 안 알아준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작품을 공들여쓰는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번역대상작품의 선정,현지출판사 섭외 등 행정처리 개선문제도 우리문학의 세계화를 위해 빠뜨릴 수 없는 대목이다.번역대상작품의 선정과 관련,소설가 이문열씨는 『성급하고 서투른 접근은 오히려 한국문학은 싸고 부실하다는 이미지만 심어줄 수 있다』면서 『국가적 차원에서 적절한 심의를 갖는 내부정리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대산재단의 곽효환씨는 『한국적 특수성을 강조한 작품보다는 인간의 구원과 권력문제 등 인류가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선호하는 것 같다』며 프랑스 출판계의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대 권영민 교수는 『출간된 작품을 널리 보급할 수 있는 유명 출판사를 확보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말했다.즉 우리소설을 국제 출판시장의 상업주의 구조속에 위치시켜 자생력을 갖게 해야만 한국문학의 세계화가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다. 한국문단의 염원인 노벨상 수상은 이런 모든 조건이 해결돼 한국소설의 세계화가 이루어진 다음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문학 번역의 권위/영 오룩 교수/“체계적 해외소개 노력 미흡”/“외교차원으로 접근해선 곤란/전문번역기관 설립 시급해요” 『한국소설의 해외번역소개는 가장 값진 보배를 세계인들과 나눈다는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해나가야 합니다』 한국문학 영어번역 부문에서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케빈 오룩 교수(경희대 영문과)는 『한국문학의 해외소개가 외국으로부터 한국을 인정받는다는 외교차원에서 부차적으로 다뤄지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아일랜드 더블린 출신으로 지난 64년 천주교신부로서 처음 한국에 온 오룩교수는 최인훈의 「광장」,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등의 소설과 한국시작품 1천여편을 영어로 번역,10여권의 책으로 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이어서 방학 때 밖에는 번역할 시간이 없어 안타깝습니다.번역기술을 전수하고 보조자와 함께 번역에 몰두할 수 있는 전문번역기관의 설립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오룩 교수는 『한국인들의 대부분이 한국문학을 외국에서 잘 알아주지 않는데 대해 불만의 목소리만 높이고 있을 뿐 한국문학 소개를 위한 체계적인 노력은 부족한 편』이라면서 『외국인과 교포들에게 번역된 작품을 손수 사서 보내주는 등 한국인들의 사소한 노력으로부터 한국문학의 세계화가 비롯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한국국제교류재단이 펴내는 「코리아나」잡지에 실릴 서기원씨의 소설「마록열전」의 영어번역을 마친 그는 『한국문학하면 흔히 현대문학만을 생각하기 쉬우나 고전과 현대문학을 동시에 번역·소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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