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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마트 가전·가구로 꾸민 집 구경오세요

    이마트 가전·가구로 꾸민 집 구경오세요

    이마트가 글로벌 여행 플랫폼 에어비앤비와 손잡고 이마트의 인테리어 관련 상품을 선보이는 콘셉트하우스를 운영한다. 이마트는 다음달 4일까지 약 2주 동안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서 일종의 쇼룸 역할을 하는 ‘이마트 하우스’를 운영한다고 15일 밝혔다. 이마트 하우스는 거실과 주방, 방, 서재로 이뤄진 약 66㎡ 규모의 공간으로, 이마트에서 실제 판매하는 가구, 가전, 생활용품 등으로 꾸몄다. 주방에는 ‘노브랜드’의 전자레인지와 ‘러빙홈’의 식기가 놓여 있고, 침실에는 ‘샤이릴라’의 쿠션이, 화장대에는 ‘센텐스’의 헤어 오일이 각각 비치돼 있는 식이다. 노브랜드 등은 모두 이마트의 자체브랜드(PB)다. 생활 공간에 이마트의 상품을 적용해 실용성을 강조하고 인테리어에 관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기 위한 취지다. 실제 인테리어 활용법을 보여 주기 위해 기존에 에어비앤비 숙소로 운영되던 곳을 활용했다는 설명이다. 이마트 하우스는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후 2~6시에 신청자에 한해 공개된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특파원 생생 리포트] 실화 영화로 고발한 ‘의료현실’…대륙을 울리다

    [특파원 생생 리포트] 실화 영화로 고발한 ‘의료현실’…대륙을 울리다

    영화 ‘나는 약신이 아니다’ 흥행 돌풍 복제약 밀수로 가난한 환자 도와 감동중국의 의료현실을 생생하게 담은 실화 영화 ‘나는 약의 신이 아니다’(我不是藥神)가 대륙을 울리고 있다. 지난 6일 개봉한 ‘나는 약의 신이 아니다’는 나흘간 사전 개봉에서만 1억 1500만 위안(약 193억원)의 흥행 수익을 올리며 중국 전역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기적이고 평범한 남성이 이웃의 아픔에 눈을 뜨면서 의도하지 않은 시민 영웅이 된다는 내용 때문에 한국 영화 ‘변호인’이나 ‘택시운전사’가 주는 감동을 받았다는 평이 적지 않다. 융거(勇哥)라 불리는 주인공은 상하이에서 인도산 오일이나 약재를 파는 상점을 운영하는 남성이다. 아내로부터 이혼당하고 아픈 아버지의 병원비도 제대로 못 내던 용거에게 한 백혈병 환자가 인도산 복제약을 사 달라고 제안한다. 한국에서도 비싼 약값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스위스 제약회사 노바티스가 개발한 골수암 치료제 ‘글리벡’의 복제약이 인도에서 개발된 것이다. 하루에 한 알만 먹어도 만성 골수성 백혈병(CML)을 치료할 수 있는 글리벡의 가격은 한 병에 2만 위안(약 335만원)이지만 인도 복제약은 5000위안에 불과하다. 융거는 제약회사의 로비로 중국에서 불법으로 규정된 인도 복제약 밀수 제안을 처음에는 거부하지만 아버지의 치료비를 마련하고자 인도로 떠난다. 화물선의 음식 자재 보관창고에 실려 밀수된 기적의 암 치료제를 판매하기 위해 백혈병 환자인 신부, 딸이 백혈병을 앓는 엄마 스트리퍼, 도축공장에서 일하는 20살 청년 등이 뭉친다. 하지만 융거는 끊임없이 죄어오는 경찰의 위협에 결국 인도 복제약 판매 경로를 다른 가짜약 판매상에게 넘기고 만다. 1년 뒤 같이 복제약을 팔았던 동료가 오른 약값을 견디지 못해 죽음에 이르자 융거는 이번에는 한 병에 500위안에 암 치료제를 판매한다. 비밀리에 팔았지만 제약회사와 경찰의 추적에 융거는 체포되고 감옥으로 향하는 그에게 수많은 백혈병 환자들이 감사를 전한다. 죽었던 동료들이 나타나 마스크를 벗고 융거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장면에서 극장 안의 관객들은 숨죽여 눈물을 흘린다. 영화에서 융거는 백혈병 환자가 아니지만 실화의 주인공 루융은 2002년 34살의 나이에 백혈병 진단을 받는다. 글리벡 약값을 대다가 파산 상태에 이른 루는 인도 복제약 ‘비낫’을 직접 복용하고 메신저를 통해 수백 명의 환자들에게도 도움을 준다. 2015년 위조약을 조장한 혐의로 체포된 루는 1000명 이상의 청원 덕에 결국 기소가 면제된다. 루는 영화 개봉 행사에 참석해 “돈을 벌고자 약을 수입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영화를 통해 잘 전해졌다”며 “2015년 이후 중국 의약 시장도 많은 변화가 생겼고 현재는 글리벡이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됐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 영화시장에서는 ‘전랑2’, ‘홍해행동’ 등과 같은 애국심을 조장하는 영화들이 각광받았지만 실화에 기반한 ‘나는 약의 신이 아니다’는 관객과 평단 모두의 호평을 받으며 흥행 1위를 달리고 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엄마의 요리 비결, 알고보니 냉동식품…8세 딸의 폭로

    엄마의 요리 비결, 알고보니 냉동식품…8세 딸의 폭로

    초등학생들이 무심결에 내뱉는 말들은 때때로 어른들에게 유용한 조언이 되기도 한다. 최근 한 8살 딸의 솔직한 발언이 엄마의 허를 찔러 화제가 되고 있다. 9일 일본 온라인 매체 소라뉴스에 따르면, 일본의 한 트위터 사용자 미쿠(@__mi__ku__)가 2학년 딸이 학교 수업 중에 쓴 ‘엄마의 새우 필라프’라는 제목의 글을 지난 3일 공개했다. 필라프는 쌀이나 으깬 밀 같은 곡식을 오일과 버터로 볶다가 육수에 조리한 음식이다. 글에서 딸은 “우리 가족의 자랑거리는 엄마의 맛있는 요리다. 엄마가 만드는 가장 맛잇는 음식은 새우 필라프다. 엄마가 새우 필라프를 만드는 날이 가장 설렌다”며 운을 띄웠다. 이어 “엄마에게 필라프를 만들 때 비결을 물었다. 엄마가 전자레인지를 사용하는 것 같아서다. 새우 필라프 포장 상자 뒷면에는 ‘요리시, 서서히 데우시오’라고 적혀 있었다”며 엄마의 '요리 비법'을 숨김없이 설명했다. 딸은 지금껏 새우 필라프가 집에서 엄마가 직접 만든 음식이 아닌 데워서 곧바로 먹는 냉동식품이었음을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 딸의 글을 본 엄마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새우 필라프에 대한 딸의 넘치는 애정을 느낀 동시에 딸이 간편한 반조리 식품을 늘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렸다니,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고 밝혔다. 한편 해당 글은 트위터에서만 16만 7000건 이상의 ‘좋아요’를 받었다. 네티즌들은 “요즘에는 냉동 식품들이 잘나온다. 그 중에서 새우필라프가 확실히 맛있긴 하다”라거나 “아이가 너무 귀엽다. 전철에서 글을 읽고 웃음이 터졌다”는 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사진=트위터, 재패니스 라이스 닷컴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에쓰오일 청년 푸드트럭 1억 후원

    에쓰오일 청년 푸드트럭 1억 후원

    에쓰오일은 9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물빛광장에서 ‘청년 푸드트럭 유류비 전달식’을 갖고 민간 공익재단인 ‘함께 일하는 재단’에 후원금 1억원을 전달했다. 이 후원금은 에쓰오일이 실업난 해소와 청년층 일자리 창출을 취지로 올해 새로 추진하는 청년 푸드트럭 유류비 지원 사업에 쓰인다. ‘함께 일하는 재단’은 만 39세 미만의 전국 푸드트럭 창업자 중 총 40개 팀에 각각 200만원 상당의 주유 상품권을 지급한다. 알 감디(오른쪽) 에쓰오일 최고경영자(CEO)는 “적은 자본금과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목표를 향해 열정적으로 매진하는 청년 사업가들의 꿈을 응원하고 존경을 표한다”면서 “지금 여러분들이 흘리는 땀과 눈물이 좋은 결실을 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후원하겠다”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제주서 꿈을 요리하는 청년 셰프들

    제주서 꿈을 요리하는 청년 셰프들

    ‘청년의 꿈을 요리합니다.’외식업 창업을 꿈꾸는 예비 청년 창업자들이 자신의 꿈을 요리하는 청년식당이 서귀포 제주올레 여행자센터 1층에서 성업 중이다. 청년식당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후원하고, 사단법인 제주올레와 오요리아시아가 함께하는 청년 일자리 만들기 프로젝트다. 9일 제주올레에 따르면 지난 5월 선발된 1기 5팀 7명의 청년 셰프들은 ‘글 쓰는 요리사’로 유명한 박찬일 셰프의 메뉴 개발 캠프를 비롯, 각계의 전문가로부터 식당 창업에 필요한 전문 교육을 받았다. 이들은 지난 2일부터 자신의 요리를 판매하고 고객 의견을 듣는 실전을 펼치고 있다. 이미 요리의 꿈을 위해 몇년간 갈고닦아 온 실력들이 있어, 청년식당에서 선보이는 요리의 맛은 프로급이다. 7월의 청년 셰프는 식당 창업을 위해 5년을 준비하고 소박한 1인 식당을 꿈꾸며 제주로 온 박경민(37)씨와 부산 평정을 꿈꾸며 창업의 한 수를 배우기 위해 제주로 달려온 부산 사나이 이민세(29)씨다. 이들이 자신을 꿈을 담아 빚어낸 요리는 제주 바다에서 건져 올린 신선한 해물로 만든 ‘제주바다 냉모밀’, 제주산 돼지고기와 베이컨을 겹겹이 쌓은 육즙이 가득한 ‘훈제 육지버거’, 제주 해초 오일에 훈연한 닭다리 살을 얹은 ‘해초 오일 파스타’ 등이다. 박씨는 “제주에서 1인 식당을 운영하는 게 꿈이며 청년식당 실전과 경험을 통해 제주에서 꿈을 이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이미 푸드트럭을 구해 놨고, 청년식당 실전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박미정 제주올레 비지니스 실장은 “청년식당은 매일 준비한 재료가 동나 버린다”며 “8월 중 내 식당 창업 프로젝트 2기 청년 셰프 참가자를 모집한다”고 말했다. 글 사진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친환경 소재·의약품… ‘안동의 대마’는 미래 산업이다

    의료용 대마 합법화 포럼 연계 대마산업진흥원 유치도 노력 최근 시한부 뇌종양 환자인 아들(4세)의 치료를 위해 어머니가 해외직구로 대마 오일을 손에 넣었다가 구속됐다. 경북 안동시가 안동포 원료인 대마(大麻) 산업 육성을 위해 5개년 종합계획 용역을 이달 안으로 발주하는 한편 의료용 대마 합법화를 꾀하기로 했다고 5일 밝혔다. 용역은 안동을 대표하는 특산물인 안동포와 친환경 산업소재로 불리는 마 산업 육성, 재배 농가 등의 지원을 위한 전반적이고도 구체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실시된다. 지난 2월 ‘안동시 안동포 및 대마 산업 육성·지원 조례’를 제정해 공포한 데 근거를 뒀다. 대마 산업 육성 조례 제정은 전국에서 처음이다. 또 대마 관련 대학교수, 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다음달 국회에서 개최하는 의료용 대마 합법화를 위한 포럼과 연계할 계획이다. 관련 법제화를 마치게 되면 경북바이오산업단지, 우수한약재유통지원센터 등을 기반으로 안동이 대마 산업의 메카로 부상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현재 국회에는 신창현(더불어민주당 의왕·과천) 의원이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대마 사용을 허용하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놓은 상태다. 대마 오일의 주성분은 환각효과가 없는 칸나비디올(CBD)이며 미국, 캐나다, 독일 등 해외에서는 이미 임상시험을 거쳐 뇌전증, 자폐증, 치매 등 뇌질환과 신경질환 효능을 입증한 것으로 학계에선 주장한다. 안동시는 이와 함께 경북도에서 설립을 꾀하는 ‘한국대마산업진흥원’(가칭)의 안동 유치에도 힘을 쏟기로 했다. 안동에선 대마 재배면적이 10여년 전 30㏊에 이르던 게 이젠 0.7㏊로 급감해 겨우 명맥만 유지하는 실정이다. 시 관계자는 “올해 말쯤 대마 산업 육성 5개년 종합 계획을 수립하면 내년부터 사업을 본격 추진할 수 있게 된다”면서 “앞으로 안동의 대마를 활용해 섬유, 의약품, 생활용품, 건축자재, 화장품을 생산하는 신성장 산업으로 육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마를 활용한 시장 규모는 미국에서만 2020년 134억 달러(약 1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대마 산업화에 따른 경제적 효과로 2020년엔 2500억 달러(약 280조원)를 내다본다. 국내에선 대마를 소지만 해도 걸리지만 외국에서는 산업으로 발전시켜 엄청난 수익을 거둔다는 게 업계 논리다. 지금까지는 대마 가운데 안동포를 만드는 데 필요한 줄기(대)를 빼고 나머지 잎이나 꽃 등은 소각했다. 대마 수확철이면 관련 부서 공무원이 현장에 나와 감독을 한다. 새순보다 환각 수준은 덜하지만 다 자란 대마 잎으로도 대마초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마 꽃과 잎에서 얻을 수 있는 4000여가지 귀한 성분을 소각할 게 아니라 철저히 통제, 관리하고 의료용으로 활용하면 관련 산업 활성화와 더불어 안동포의 명맥도 잇게 된다는 이야기다. 안동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이호준의 시간여행] 오일장에서 만나는 추억

    [이호준의 시간여행] 오일장에서 만나는 추억

    지방에 갈 때마다 날짜만 맞으면 무조건 5일장에 들른다. 내게 5일장은 여전히 고향을 상징하는 깃발이고 잃어버린 보물창고다. 그곳에서는 상품만 파는 게 아니라 추억도 판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오래 잊고 있었던 것들을 발견할 땐 반가운 마음에 괜스레 울컥하기도 한다. 대체 저런 걸 누가 살까 싶은데도, 노인들은 신문지만 한 전을 펴놓고 앉아 손님을 기다린다.그 노인을 만난 건 경기도 어느 읍의 오일장에서였다. 자료를 구할 만한 행사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는데 영 마음에 차지 않았다. 그래서 읍내 구경이나 하자는 심사로 행사장을 빠져나왔다. 운이 좋았던지 마침 장날이었다.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구경하다 튀김도 사 먹고 싸구려 옷도 한 벌 샀다. 그렇게 흘러간 시간을 뒤지고 다니던 끝에, 길가에 작은 전을 펼쳐 놓은 노인을 보았다. 장터에도 진입하지 못하는 ‘잡상인’인 셈이었다. 전을 폈으니 파는 물건들인 게 분명한데 상품이 너무 초라하여 가격을 묻기도 민망했다. 잡곡 몇 가지에서부터 오그라든 시금치까지 그날 아침 집에서 동원할 수 있는 건 모두 이고 나온 모양인데도 그리 볼품이 없었다. 정작 내 눈길을 잡은 건 잡곡이나 채소가 아니었다. 볏짚으로 엮은 달걀 꾸러미에 시선을 온통 빼앗기고 말았다. 아! 대체 얼마 만에 보는 달걀 꾸러미인지…. 시골에서야 아직 드물지 않은 물건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래전 도시에 편입된 나로서는 뜻밖의 물건을 만난 셈이었다. 노인 앞에 쪼그리고 앉아 얼마냐고 물었더니 반색하며 3000원이라고 대답했다. 놓아 먹인 토종닭이 낳은 알이니 몸에도 좋다고 입에 침이 말랐다. 손님은 꾸러미에 반하고 파는 사람은 달걀을 자랑하는 ‘동상이몽’이 이루어진 셈이었다. 한 꾸러미에 3000원이면 하나에 300원인 셈이다. 달걀 값이 폭락했다는 뉴스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비싸다고 손사래를 칠지 모르지만, 내게는 조금도 비싸 보이지 않았다. 누가 뺏을세라 얼른 돈을 치렀다. 운도 좋지, 우연히 들른 장터에서 달걀 꾸러미를 만나다니. 튼튼한 계란판이 넘치는 세상에 아직도 이런 게 있다니…. 초등학교 2, 3학년쯤이었을 것이다. 반 아이 하나가 학교 우물에 빠진 적이 있었는데, 담임 선생님이 깊은 곳까지 들어가 건져 올렸다. 다음날 그 아이의 어머니가 선생님께 고맙다고 가져온 선물이 달걀 한 꾸러미였다. 지금으로 보면 좀 생뚱맞아 보일지 몰라도 가난한 집에서 달걀 10개는 그리 쉽게 내놓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때만 해도 달걀은 현금 대우를 받았다. 아이들이 학용품을 사야 하거나 미술 준비가 필요할 때 어머니는 돈 대신 달걀을 쥐여주었다. 평소에 쌀독 깊은 곳에 하나 둘씩 모았다가 열 개, 스무 개가 차면 꾸러미로 만들어 돈을 사거나 필요한 물건으로 바꾸었다. 우물에 빠진 아이의 집에서 가져온 것도 그렇게 아끼고 아껴 모았던 달걀이었을 것이다. 집에서 가장 귀중한 것을 자식의 목숨을 구해준 선생님께 드리고 싶었을 것이다. 5일장에서 만난 노인과 달걀 꾸러미 위에 반백 년 전의 교실 풍경이 겹쳐졌다. 별 일도 아닌데 참 이상했다. 시야가 자꾸 흐려졌다. 그 시간 이후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이 모두 거짓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조금도 자라지 않은 아이 하나가 거기 서 있었다. 노인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선 뒤에도 마음은 내내 장터로 뒷걸음질치고 있었다.
  • [기업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가방으로 부활한 에어백·시트… 대기업 러브콜 받는 착한 벤처

    [기업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가방으로 부활한 에어백·시트… 대기업 러브콜 받는 착한 벤처

    지난 6월 29일 오후 3시. 경기 고양시 토당동의 모어댄 사무실. 165㎡(약 50평) 규모의 공간에 들어서자 강동현 모어댄 제품개발팀 과장이 폐자동차에서 막 수거한 가죽 시트를 물세척하기 위해 공업용 세탁기에 집어넣고 있었다. 일반 가죽은 물세척이 안 되지만 차량용 시트가죽은 방수가 잘돼 있어서 오염물 세척이 가능하다. 코코넛 오일과 레몬, 베이킹 소다, 구연산 등 친환경 소재들을 섞으면 손상도 없다고 강 과장은 설명했다.다음 과정은 건조. 열풍으로 말리면 가죽이 쪼그라들기 때문에 냉풍건조기로 무려 18시간이나 한약 다리는 정성으로 조심조심 말린다. 이후 구김이 간 가죽들을 공업용 다리미로 스팀을 줘서 핀다. 다음 단계는 가죽들을 검은색, 베이지색 등 색깔별, 크기별, 두께별로 분류하는 일이다. 안그래도 빳빳한 새 가죽 냄새가 사무실 안에 묘하게 퍼져 있었다. 강 과장은 구분된 가죽들에 왁스를 입힌다. ‘때 빼고 광낸’ 가죽은 비로소 철 형틀 앞에 놓인다. 강 과장이 가죽 한 장을 틀 아래에 놓고 ‘쿵’ 찍어 누르자 가죽이 네모난 일정 형태로 잘려나왔다. 이런 기본 형태들을 오려붙여 지갑과 가방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디자인은 사무실 직원들이 모여 같이 만든단다. 이후 전문적으로 가방을 재단하는 명품 가방 업체에 제작을 맡긴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가방 장인들이 손으로 한 땀 한 땀 가방을 만든다. 사무실 곳곳에는 가죽 시트 샘플로 만든 각종 가방과 액세서리가 2m 높이로 가득 쌓여 있었다. 한쪽에는 회색, 흰색, 하늘색 등 파스텔 톤의 에어백도 보였다. 이 고운 색의 에어백들은 가볍고 산뜻한 여름용 가방 소재로 쓰인다. 자투리 가죽도 다시 재활용한다. 재료 준비 2개월, 가방 생산 2개월. 하나의 백팩을 만들기 위해 이렇게 4개월이 걸린다. 한 달에 평균 1000개 정도 판매된다. 2015년 6월 5일, 환경의 날에 설립된 주식회사 모어댄은 요새 핫한 대표적 사회적 기업이다. 폐차에서 수거한 시트와 안전벨트 등을 활용해 가방, 지갑 등을 만드는 업사이클링 업체다. 창업 2년 만인 지난해 모어댄은 3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고, 올해는 지난달 기준 이미 지난해 매출액의 두 배에 달할 정도로 급성장 중이다. 이에 따라 올 매출 목표를 10억원으로 늘려 잡았다. 3차례 홈쇼핑에서도 완판 행진을 이어 갔다.컨티뉴 가방은 연간 400만t의 매립 폐기물을 절감하고 가방 1개당 1642ℓ의 물을 아낄 수 있다는 게 모어댄의 설명이다. 가죽을 만들기 위해 소 한 마리를 키우지 않아도 되고 가죽을 벗겨냈을 때 피나 살점을 세척해야 할 필요가 없어서다. 이렇게 쓰레기 매립장에 묻혔을 차량 폐기물이 사무실 직원과 가방 장인의 손을 거쳐 질 좋고 저렴하며 환경친화적인 가죽 백팩 및 지갑 브랜드 ‘컨티뉴’(Continew)로 재탄생한다. 모어댄을 설립한 최이현(37) 대표는 영국 유학 시절 창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자동차 사고를 계기로 폐차 시에 버려지는 가죽 활용을 고민하다가 이를 비즈니스로 연결했다. 그는 “정말 아끼던 차가 있었는데 주차해 놓은 사이 누군가 뒤에서 심하게 받고 도망을 가 폐차해야 할 상황이었다”며 “너무 아까워서 차량 시트를 뜯어와 집에서 소파처럼 사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디자인을 공부하던 친구들이 이걸 보고는 ‘가죽이 정말 좋다’며 다른 걸 만들어 보라고 해서 그때 가방을 만들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컨티뉴 백팩의 가격은 20만원대. 다소 비싼 가격 때문에 ‘재료를 무료로 구하는데 왜 이렇게 비싸게 파냐’란 비판도 받는다. 이런 비판 뒤에는 그동안 소비자들이 업사이클링 제품의 품질에 실망했기 때문이라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고온과 습기에 강하고, 내구성이 뛰어난 컨티뉴 제품은 품질만큼은 어디서나 인정받는다고 최 대표는 강조한다. 모어댄은 이렇게 자원 재활용을 통해 환경개선에 기여하고, 제품에 디자인과 기능성을 더해 소비자들이 ‘착한 소비’를 할 수 있게 하겠다며 사회적 기업으로 출발했다. 창업 때 SK이노베이션 지원을 받았다. 지난해 11월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이 모어댄의 컨티뉴 가방을 착용한 것이 알려지자 주문량이 크게 늘었다. 지난 3월에는 SK를 방문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모어댄 가방을 구매한 후 판매량이 급증하기도 했다. 모어댄은 2017년에는 LG소셜캠퍼스의 금융지원 사업에 선정됐고, 현대자동차의 사회적기업 육성 프로그램인 ‘H-온드림 오디션’에 선정돼 현대다이모스를 통해 폐차 가죽을 제공받고 있다.강 과장은 “SK는 사람에 대해서 관심을 줬는데, 일 자체에서 발생되는 사회적 가치와 북한이탈주민, 경력단절 여성 등의 고용 창출을 좋게 봐줬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의 경우는 모어댄의 스토리가 자동차에서 시작하니까 저희와 협업을 위해 많은 관심을 가졌고, LG는 폐가죽을 활용해 물을 아끼는 회사의 환경적인 측면에 높은 점수를 주고 지원을 시작했다. 3개의 대기업에 다른 메시지가 있는 셈이다. 즉, SK는 모어댄의 사회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을 높이 샀고, LG는 폐가죽을 활용하는 환경 측면에서 점수를 줬으며, 현대차는 자동차를 활용하는 모어댄의 비즈니스에 공감을 해서 지원에 나선 것이다. 최 대표는 대기업과 좋은 관계를 맺은 요인으로 SK와의 첫 관계를 꼽았다. 그는 “SK와 관계를 이어가다 보니까 현대차나 LG에서도 검증을 받은 팀이라 안전하다고 여기고 후속적으로 지원해 줬다”면서 “한 회사와 관계를 잘 맺으면, 그다음 회사는 더 쉽게 관계를 맺게 된다. 많은 혜택을 기대하기보다는 하나를 잘 이어가는 게 더 생산성이 좋다”고 설명했다. 모어댄의 최종 목표는 글로벌 시장 진출이다. 가죽 폐기물로 인한 고민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올해 말 독일과 영국에 법인을 만들고, 수출도 조금씩 시작할 계획이다. 이르면 7월 제주공항 면세점에서 판매를 시작하고, 올해 안에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팝업 스토어를 열 계획이다. 최 대표는 “트럭용 방수 천막을 활용해 가방 등을 만드는 스위스의 프라이탁을 넘어서 친환경적이고 질 좋은 제품을 제공하는 착한 기업이 성공한다는 공식이 통하도록 명실상부한 글로벌 패션 기업으로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사진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그래픽 김예원 기자 yean811@seoul.co.kr
  • 김정은, 신의주화장품공장 시찰…부인 리설주도 동행

    김정은, 신의주화장품공장 시찰…부인 리설주도 동행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안북도 신도군을 찾은 데 이어 신의주를 방문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일 “김정은 동지께서 리설주 여사와 함께 신의주 화장품공장을 현지지도하시었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도 이날 1, 2면을 할애해 사진 약 20장과 함께 화장품공장 시찰 소식을 전했다. 전날 북중 합작 개발지인 황금평 경제특구가 속한 평안북도 신도군에 이어 이날 신의주화장품공장 방문까지 이틀 연속 중국과 인접한 지역에 대한 시찰활동을 공개한 것이다. 신의주 화장품공장은 1949년 설립된 북한 최초의 화장품 생산기지다. 북한에서는 최대 규모의 화장품공장으로, ‘봄향기’라는 브랜드 제품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신의주 화장품공장에서 이미 거둔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더 높은 목표를 향하여 계속 비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생산공정에서 손노동을 완전히 없애고 공업화하기 위한 현대화사업”을 강조하는 한편 “평양 시내에 신의주 화장품공장에서 생산하는 ‘봄향기’ 화장품을 전문 판매하는 상점을 건설하라”고 지시했다. 이틀 연속 공개된 김 위원장의 행보는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6월 12일)과 세 번째 중국 방문(6월 19∼20일) 이후 첫 국내 활동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신의주 역시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시절인 지난 2002년 지정된 경제특구라는 점에서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잇따른 방중으로 북중관계가 한층 밀접해진 가운데 이번 방문이 북중 경제협력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시찰에는 전날 신도군 시찰 때와 달리 리설주 여사가 동행한 점도 눈길을 끈다. 또 안정수·황병서·한광상·김성남·조용원·오일정·황영철 등 노동당 중앙위원회 간부들이 수행했다고 북한 매체들은 전했다. 이 가운데 오일정은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이자 전 노동당 군사부장으로, 북한 매체가 오일정의 이름을 언급한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약 1년 만이다. 아울러 중국통인 김성남 노동당 국제부 제1부부장이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를 이틀 연속 수행한 점 역시 이번 시찰이 중국과 경제협력을 염두에 두고 이뤄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셋업 슈트’ 입고 간지남 돼볼까

    ‘셋업 슈트’ 입고 간지남 돼볼까

    지난해 가을·겨울 시즌 브랜드 리뉴얼을 선포했던 빨질레리는 올 시즌 ‘이탈리안 모던 컨템포러리’ 브랜드 ‘랍 빨질레리’(LAB PAL ZILERI)로 다시 태어났다. 이는 남성복 기성 클래식 슈트 시장이 지속적으로 축소되는 가운데 컨템포러리 시장 및 라이프 스타일, 멀티형 컨템포러리(동시대의·현대의) 브랜드가 확대되는 트렌드가 계속되는 데 따른 것이라는 게 빨질레리 관계자의 설명이다.랍 빨질레리는 35~49세까지의 ‘뉴 포티’(New Forty·유행을 추구하는 40대) 고객군을 타깃으로 감도 있는 캐주얼 착장 중심 브랜드로 탈바꿈했다. 특히 캐주얼 상품 비중을 80% 이상으로 구성하고 이탈리아 감성의 컬러·핏을 토대로 재킷과 이너, 팬츠 코디 상품을 확대했다. 빨질레리 상품 대비 가격을 70% 수준으로 책정해 가성비도 챙겼다. 새롭게 론칭한 랍 빨질레리가 이번 시즌 선보인 상품은 면, 울, 시어서커 소재의 혼방과 활동성을 높인 다양한 스타일의 ‘셋업 슈트’(Set up Suit·재킷과 팬츠를 따로 매치해 활용할 수 있는 슈트)다. 최소한의 격식은 갖추고 활동성과 편한 착장감으로 모든 상황에서 유연하게 스타일링이 가능하도록 디자인했다. 셋업 슈트는 일반적인 정장과 다르게 재킷과 팬츠를 함께 활용하거나 따로 매칭할 수 있어 출근복은 물론 퇴근 후에도 활용이 가능한 멀티 캐주얼 아이템이다. 셋업 슈트와 함께 코디해서 멋 낼 수 있는 이너류를 활용하면 세련되고 창의적인 스타일링을 할 수 있다. 특히 파스텔 핑크, 밝은 베이지, 그린 등의 컬러를 바탕으로 기장·소재감을 다르게 매치하고 아우터와 아우터, 이너 안에 이너 등의 레이어드(Layered·여러 겹을 겹쳐 입는 것) 스타일을 연출하면 개성 있는 룩이 완성된다. 랍 빨질레리는 파스텔 핑크, 옐로우, 라이트 베이지, 그린 등의 컬러를 중심으로 밝고 낙천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며 30~40대 소비자에게 주목받고 있다. 패션 센스를 중요시하고, 화려한 컬러에 대한 관여도가 높아지면서 컬러풀한 슈트는 물론 재킷, 팬츠, 셔츠 등에도 트렌드 컬러를 적용하고 있다. 이밖에 랍 빨질레리는 가죽 소재를 활용한 블루종, 보머재킷, 아우터 등도 출시했다. 엉덩이를 덮는 길이의 라이트 베이지 스탠드 컬러 사파리는 수가공의 오일 브러시 작업으로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빨질레리 관계자는 “브랜드 리뉴얼을 통해 차별화된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상품으로 뉴 포티 고객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캐주얼리즘이 확대되고 옷을 잘 입고 싶어 하는 남성들이 늘어남에 따라 랍 빨질레리에 대한 소비자 관여도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 “가짜 석유 꼼짝 마”… 즉석에서 판별

    “가짜 석유 꼼짝 마”… 즉석에서 판별

    현대오일뱅크 ‘모바일 랩’이 출동한다. 현대오일뱅크가 주유소 현장에서 실시간 석유제품 품질을 검사할 수 있는 ‘모바일 랩’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1t 트럭을 개조한 콤팩트 크기의 ‘모바일 랩’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의 품질과 양을 측정할 수 있는 9가지 최신 실험장비를 갖춘 이동식 품질검사소다. 많은 장비를 탑재해 다양한 검사를 할 수 있고, 크기를 소형화해 기동성을 높였다. 현재 경쟁사나 관련 기관에서 운영하고 있는 검사 차량은 크기가 크거나 소수의 장비만 실을 수 있어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현대오일뱅크는 중부와 남부권역에 모바일 랩을 각각 한 대씩 배치해 전국 주유소에 서비스할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는 모바일 랩 운영으로 소비자 만족도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석유제품은 위험물로 취급돼 품질 불만 업무를 처리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됐다. 영업 담당자가 현장을 직접 방문해 샘플을 채취하고 배송해야 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검사 결과를 받아보는데 4~5일의 시간이 걸렸다. 모바일 랩은 이런 대기 시간을 대폭 줄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품질관리 전문가가 즉석에서 샘플을 채취하고 바로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2~3시간 안에 검사결과를 알게 된다. 원하는 고객은 검사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고 자세한 분석 결과를 전문가에게서 들을 수 있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 [문화마당] 두꺼비는 느릿느릿 걷는다/정종홍 작가

    [문화마당] 두꺼비는 느릿느릿 걷는다/정종홍 작가

    새벽. 이슬 젖은 풀숲에 두꺼비 한 마리가 느릿느릿 걸었다. 눈꺼풀을 끔뻑끔뻑. “곧 장마지려나 보다.” 습한 곳에 사는 두꺼비는 장마를 마중 나온다고 어머니는 어린 아들에게 자연의 섭리를 일러주셨다. 장마 전까지는 일을 마쳐야 한다. 엉겁결에 떠 맡은 풀베기 작업. 며칠째 들기만도 버거운 예초기를 짊어 메고 ‘낑낑’ 씨름이다. 새벽 선잠 깨면 밤새 누가 모질게 때린 듯 삭신이 쑤셨고 끼니때마다 젓가락 든 손이 벌벌 떨렸다.풀베기 작업에도 필수 안전장비를 갖춘다. 안전화를 신고 무릎과 정강이뼈를 감싸고 발등을 덮는 보호대를 차고 안면보호구를 쓴다. 손바닥에 오목한 쿠션이 붙은 진동 방지 장갑을 낀다. 연료는 휘발유에 엔진오일을 5:1 비율로 섞는다. 첫날은 나일론 줄로 평지에 붙은 이끼 찌꺼기 따위를 긁었다. 튀는 잔돌이 매섭게 몸을 때렸고 서툰 손은 바닥을 자꾸 쳤다. 밑을 때리면 줄이 풀리는 구조였기에 줄 한 통을 거의 다 소모했고 결국 엉켜 부품을 망쳐 버렸다. ‘내일은 이도날을 써야 한다.’ 밤새 두려움에 잠을 설쳤다. 깡! 첫 울림. 그 충격이 전한 전율은 컸다. 커다란 바위를 피하려다 풀숲에 숨은 낮은 고목을 때렸다. 굵고 딱딱한 나무는 쇠와 부딪친 소리를 냈다. ‘찌잉’ 번개 치듯 전해지는 충격에 머리가 쭈뼛 섰다. 공포였다. 최대한 낮게 지면 가까이 날을 붙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두려움을 극복해야 했다. 무서워 멀찍이 물러서 높게 날을 치면 하나 마나 한 헛수고다. 멀리서 보면 내가 깎은 자리는 단박에 티가 난다. ‘두 번 손 타게 하지 마라. 다시 깎는 게 더 어렵다.’ 더뎌도 꼼꼼히 온 신경을 곧추세워 공포에 다가서야 했다. 이도날은 양날검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돈다. 날질은 왼 방향이 정석이다. 이도날은 날카롭고 빠르지만 위험하다. 요리사가 칼이 무서워 멈칫하거나 튀김 솥에 다가서지 못하면 베이거나 화상을 입듯 맞서지 않고 피하기만 하면 나아가지 못한다. 제자리걸음은 과감한 포기보다 조직에 더 큰 해를 끼친다. 모른다고 질문하는 용기가 섣부른 아는 체보다 더 안전한 결과를 낳는다. 사람이란 어찌나 얄팍한 존재인지 조금 익숙해졌다 싶으면 다 안다 자만한다. 점차 작업 속도에 욕심이 붙는다. 처음엔 바위 때리던 소리가 점차 친근해진다. ‘깡! 깡!’ 때리던 부딪침은 ‘따당, 따당’ 마찰로 접촉하고 ‘그르렁 그렁’ 긁어 주다 이젠 ‘웅웅’ 돌에 달라붙어 대화한다. 어느새 바위는 말끔한 자태를 드러낸다. 만족한 결과에 도취하면 팔에 힘이 빠져도 알아채지 못한다. 비탈진 경사를 딛고 풀을 베는 것은 두 배의 수고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돌이 많은 험지는 작업 속도를 늦추고 신경을 곤두서게 한다. 바짝 긴장해 집중하니 실수가 없어 풀 벤 자리도 곱다. 두렵지 않고 익숙하다 싶어 자만하면 헛손질을 한다. 뎅겅뎅겅 어린 나무를 잘라 버린다. 분명 저긴 벌레가 숨었고 두꺼비가 웅크렸다 싶어도 날을 멈추지 않고 쓱쓱 지나친다. 나의 자만에 귀한 생명이 꺾였다. 사람이 보기 좋은 경관을 위한 풀베기 작업이 끝날 무렵 우린 드러난 나무 벤치에 앉았다. 벌레와 두꺼비가 살던 풀숲 자리에 덩그러니 벤치가 있었다. 종아리와 팔뚝엔 튄 잔돌이 할퀸 자국이 새겼고 저린 통증이 배었다. 내가 깎은 자리에 고개 숙인 나리꽃 한 송이가 도도하게 피었다. 차마 베지 못해 남긴 꽃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허허벌판에 드문드문 나리꽃이 껑충 솟았다. 나리꽃 붉음은 석양에 물들고 우리들 가슴에는 서늘한 바람이 닿는다. 벌레와 두꺼비는 느릿느릿 걷는다.
  • 에쓰오일, 순직 해경 자녀에 장학금

    에쓰오일, 순직 해경 자녀에 장학금

    에쓰오일은 27일 인천 송도 중부지방해양경찰청에서 해양경찰청, 한국사회복지협의회와 함께 ‘2018 순직 해양경찰 유자녀 장학금 전달식’을 열고 26명에게 장학금 5000만원을 전달했다. 왼쪽부터 박찬현 중부지방해양경찰청장, 김광남 에쓰오일 상무, 설정곤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사무총장. 에쓰오일 제공
  • [서울광장] 경총, 몰락한 전경련의 전철을 밟으려 하나/오일만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경총, 몰락한 전경련의 전철을 밟으려 하나/오일만 편집국 부국장

    재계를 대표했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몰락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순실 국정농단’의 수금 창구 역할이 드러나면서 전경련의 위상은 급격하게 떨어졌다. 국가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기대했던 국민들은 부당한 권력에 기대 재벌들의 사적 이익에 앞장선 전경련에 등을 돌렸다. 1961년 창립 이후 숱한 부침을 겪었지만 이번처럼 국민적 지탄을 받아 본 전례는 없었다.이런 상황에서 전경련의 대타로 나선 경영자총연맹(경총)에서 최근 의미 있는 사건이 진행 중이다. 바로 송영중 경총 부회장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이다. 그는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대한 국회 논의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경총 내부에서 자진 사퇴의 압력을 받고 있다. 재계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입장에서 반대편인 노동계의 손을 들어 줬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얼핏 들으면 일리가 있지만 찬찬히 이번 파문을 들여다보면 복잡한 내부 갈등이 촘촘히 얽혀 있다. 14년간 지속된 전임자 ‘김영배 체제’의 경총 사무국과 회원사 중심으로 운영 방향을 개혁하려는 송 부회장 간의 반목이 큰 몫을 했다. 삼성노조 와해 사건에 연루된 경총 내부 인사의 변호사비 지원 문제 등 회계 처리의 불투명성과 내부 임원의 무단 대표 등기 등을 둘러싼 잡음 등이 증폭된 측면도 있다. 시곗바늘을 지난 4월로 돌려 보면 진실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다. 경총 회장단은 지난 4월 6일 “노사 문제에 경륜과 식견이 높으며 고용과 복지 문제에도 밝은 송영중 석좌교수가 경총 상임부회장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는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경총 회장단이 밝힌 대로 송 부회장은 2002년 청와대 노사관계비서관으로 주 5일제 근무 도입과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등 근로기준법 정부안을 만들었던 주인공이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임금 근로시간 제도 개선과 고용서비스 선진화에 대한 노사정 합의를 이끌어 냈다. 그를 노사 간 당면 현안을 풀어 갈 적임자로 본 것이다. 도화선이 된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둘러싼 논란도 마찬가지다. 송 부회장은 국회에서 법이 통과돼도 노조가 있는 기업은 다시 임단협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경총 회장단의 일원인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이 “산입 범위 조정 문제를 최저임금위원회로 돌려보내자고 한 것은 옳은 결정이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임단협 과정에서 노조의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가 노사 분규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측면이 크다. 당시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노동계의 편에 섰다는 역풍이 불자 송 부회장에게 ‘친노동’ 딱지를 붙여 책임을 전가했다는 분석이다. 과거에도 노사 합의 없는 노동법 개정은 숱한 분란을 일으켰다. 1996년 노동법 파동이 대표적이다. 정리해고 도입 등 노사 간 첨예한 사안을 일방적으로 국회에서 처리했다가 노동계의 격렬한 반발로 YS(김영삼) 정권 몰락의 도화선이 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1998년 IMF 사태 직후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정리해고를 도입한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송 부회장은 다음달 3일 총회에서 진퇴가 결정된다. 현재로선 그의 퇴진 가능성이 높지만 경총의 앞날을 위해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친재계를 표방한 이명박ㆍ박근혜 정권에서는 권력의 일방적 지원으로 노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경총이 이익단체임에는 틀림없지만 기업의 공공재적 성격을 감안하면 의사회 등 일반의 이익단체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공공복리와 공정경제를 열망하는 시대의 흐름을 외면하고 과거 권위주의적 산업화 시대의 운영체제를 답습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 지난해 경총이 일자리 대책을 놓고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다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사회적 양극화를 만든 당사자”라고 경고를 받고 급격하게 위상이 추락한 전례도 있다. 자본주의는 노사가 서로 인정할 때 가장 높은 효율을 발휘하는 제도다. 어느 한쪽의 탐욕이 커지면 서로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전락한다. 경총 스스로 이런 이분법적인 제로섬 게임을 단절하고 시대정신에 걸맞은 공존의 길을 걸어야 한다. oilman@seoul.co.kr
  • 강남 “타이어 펑크에 당황하지 마세요”

    서울 강남구는 26일부터 자동차 정비와 관리 요령을 배우는 ‘강남 자동차 문화교실’을 운영한다고 25일 밝혔다. 강남구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시범운영을 마쳤는데 참가자에게서 높은 호응을 얻어 올해엔 상·하반기 1회씩 실시하기로 했다”며 “자동차를 점검·관리하는 기본 요령부터 차량의 갑작스러운 고장 등 비상 상황 때 운전자 스스로 응급조치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귀띔했다. 교육은 이론과 실습으로 구성된다. 이론은 26~27일 구청 제2별관 아카데미 교육장에서, 실습은 28~29일 한국교통안전공단 강남자동차검사소에서 각각 오전 10시부터 2시간 진행된다. 구 관계자는 “이론 수업에선 자동차 구조 및 일반상식·올바른 운전예절 등을 배우고 실습에선 주요 장치기능을 실제로 보면서 설명을 듣고 오일 및 공기압 체크 등을 직접 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고 말했다. 참여 희망 주민은 구 주차관리과에 방문 또는 전화(3423-6464)로 신청하면 된다. 30명을 모집하며 여성 및 초보 운전자를 우대한다. 수강료는 받지 않는다. 윤두현 주차관리과장은 “자동차 문화교실은 기본적인 관리요령을 익히고 사전점검을 생활화해 비상시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라며 “운영 결과에 따라 횟수와 인원 등을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구는 추석 명절 구민들의 안전한 귀성을 위해 올해도 9월쯤 구청 방문 자동차를 대상으로 ‘한가위맞이 자동차 무상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정유업계, 신사업 모델로 주유소 무한확장

    정유업계, 신사업 모델로 주유소 무한확장

    SK·GS 공동 택배서비스 실시‘홈픽’ 개인 간 거래 방식 전문 경쟁사 인프라 공유 새수익 창출 에쓰오일, KT와 스마트형 구축 현대, 미래형 복합스테이션 첫선정유업계가 주유소를 활용한 ‘신사업 찾기’에 한창이다. 4차 산업혁명의 정보통신기술(ICT)을 포화 상태에 이른 주유소와 결합해 새 비즈니스 모델의 플랫폼으로 삼고 있다. 수소·전기·태양광 등 대체 연료 공급은 물론, 물류 기지, 스타트업 지원, 커넥티드카 커머스까지 주유소가 영역을 무한확장하고 있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20일 두 회사의 전국 주유소 네트워크를 공동 활용하는 택배 서비스를 이달 서울에서 시범 실시한 뒤, 오는 9월 전국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홈픽’이라는 이름의 서비스로, 현재 주된 택배 방식인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가 아니라 ‘C2C’(개인 간 거래) 전문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개인이 택배를 부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문제점을 개선해 온라인과 주유소, 택배업체를 직접 연결했다. 네이버, 카카오톡, CJ대한통운 애플리케이션, 홈픽 홈페이지를 통해 택배를 접수하면, 스타트업인 집하업체가 1시간 이내에 고객을 직접 방문하고, 물품을 거점 주유소로 옮긴 뒤 CJ대한통운이 배송지까지 운송하는 흐름이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에너지 분야 1·2위를 다투는 경쟁업계가 핵심 인프라를 공유하며 시너지를 찾겠다는 것”이라면서 “주유소 입장에서도 유류 판매, 세차에서 벗어나 공간 활용을 통해 새로운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두 회사는 이어 전국 주유소를 기반으로 한 물류 허브화 등 신규 사업 모델도 검토할 계획이다. 업계 3위인 에쓰오일은 커넥티드카 커머스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KT와 ‘스마트 주유소’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KT의 커넥티드카 솔루션을 주유소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적용해, 실물카드 없이 차량 인식만으로 자동 결제가 가능해진 전망이다. 현대오일뱅크는 미래형 주유소 계획을 내놨다. 휘발유, 경유, LPG에 수소, 전기 등 대체 연료까지 한 곳에서 채울 수 있는 국내 1호 복합에너지스테이션을 이달 중 오픈한다. 차량용 연료 전 품종을 한 곳에서 판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 관계자는 “황금알 사업으로 인식됐던 주유소가 공급 과잉, 과다 경쟁으로 한계에 부딪친 상황에서, 수익성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한 에너지 업계의 다양한 시도가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는 올해 기준 1만 1000여곳으로, 해마다 100여곳이 문을 닫는 추세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왕과의 산책… 경남 함안 ‘아라가야’ 고분군

    왕과의 산책… 경남 함안 ‘아라가야’ 고분군

    ‘아라가야’라는 이름 앞에 목소리가 작아지고 어깨가 움츠러듭니다. 우리 역사의 한 부분인데도 우리는 아라가야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교과서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나라, 1500년 전 경남 함안을 중심으로 창원, 진주, 의령 땅의 일부를 차지했던 나라, 철기 기술이 발달해 ‘철의 왕국’이라 불렸던 나라, 간결한 선의 토기에 불꽃무늬 구멍을 낸 나라…. 함안에는 아라가야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아라가야의 왕들이 잠든 말이산 고분군이 있기 때문이지요. 아득한 옛날에는 고개를 들어 눈도 마주칠 수 없었을 왕의 곁을 걷는 일이, 2018년에는 너무나 쉽습니다. 낮은 언덕을 설렁설렁 올라 산책로를 따라가기만 하면 길을 안내하듯 고분이 줄줄이 나타나거든요. 연둣빛 고분 곁을 걸으며 알려진 것보다 알려지지 않은 것이 더 많은 왕국, 아라가야를 만나러 갑니다.아라가야의 숨결 품은 함안박물관 가야는 기원을 전후한 삼한 시대부터 신라에 멸망하는 6세기 중반까지 500여년 동안 낙동강 남쪽과 서쪽 일대에 있던 나라들이었다. 나라‘들’이라고 한 건 가야가 금관가야, 대가야, 소가야, 아라가야 등 여러 개의 나라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중 토기와 철기를 만드는 기술이 뛰어났던 아라가야는 독자적인 문화를 만들었고, 다른 가야국이 ‘형님의 나라’라고 칭할 만큼 가야를 대표하는 나라였다. 아라가야가 터를 잡은 곳은 지금의 함안이었다. 북쪽에 낙동강과 남강이, 남쪽에 진동만이 있으니 내륙과 바다로 진출하기 유리했다. 아라가야의 고도, 함안에서 1500년의 세월을 거슬러 낯설기만 한 옛 나라에 발을 들여놓는다.말이산 고분군에서 옛 가야의 왕과 귀족을 ‘알현’하기 전에 먼저 아라가야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예의다. 이를 위해 함안박물관으로 향한다. 박물관 구경 뒤에는 뒷길을 통해 말이산 고분군으로 바로 오를 수 있으니 동선도 효율적이다. 박물관은 선사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함안의 역사뿐 아니라 아라가야의 다채로운 유물을 전시한다. 1시간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는 아담한 규모다. 2층 전시실은 다섯 구역으로 나뉜다. 함안의 역사를 시대별로 정리한 제1전시실, 함안의 시기별 무덤 형태를 모형으로 보여 주는 제2전시실, 아라가야 멸망 후 함안의 역사와 문화재를 살펴볼 수 있는 제4, 5전시실 등도 볼만하지만 발길이 가장 오래 머무는 곳은 제3전시실이다. 불꽃무늬 토기, 수레바퀴 모양 토기, 새 모양 장식 미늘쇠, 말 갑옷 등 말이산 고분군에서 출토된 유물을 한데 모아 놓았다. 불꽃무늬 토기는 아라가야의 상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라가야 사람들은 불꽃무늬를 좋아했다. 토기 다리에도 동그라미와 세모를 합쳐 불꽃을 형상화한 무늬를 뚫어 장식했다. 토기는 영남 지역은 물론 고대 일본의 중심지였던 긴키지역에서도 출토돼 당시 아라가야가 왜와 교류했음을 보여 준다. 밝은 회백색 토기는 무심히 빚은 양 담백하다. 대번 눈을 사로잡는 화려함은 적지만 계속 보아도 질리지 않는 은은한 멋이 있다. 말을 탄 무사 조형물에서 눈여겨봐야 할 건 무사보다 말이다. 말 갑옷은 아라가야가 철을 다루는 솜씨가 뛰어났음을 보여 준다. 1992년 우리나라 최초로 완전한 형태로 출토된 말 갑옷은 총 900장 이상의 작은 철판을 가죽끈으로 연결해 만들었단다. 아라가야의 용맹한 무사들은 말에게 물고기 비늘처럼 번쩍거리는 갑옷을 입히고 전쟁터로 달려나갔으리라.말이산 고분군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박물관 건물 뒤로 이어진 길을 따라가면 말이산 고분군(사적 제515호)이다. 해발 68m밖에 되지 않는 낮은 언덕은 뒷동산을 산책하는 것처럼 경사가 완만하다. 말이산(末伊山)은 ‘머리산’의 소리음을 한자로 표기한 것으로 ‘우두머리의 산’ 즉 ‘왕의 무덤이 있는 산’이라는 뜻이다. 뜻이 참 잘 들어맞는다. 함안군이 번호를 붙여 관리 중인 고분은 37기지만 발굴되지 않은 고분까지 더하면 1000기 이상의 고분이 있다. 토기, 철기, 장신구 등 고분군에서 쏟아져 나온 유물만 해도 9500여점에 이른다(2016년 기준). 그야말로 아라가야의 역사가 담긴 타임캡슐이다. 고분군은 201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됐으며, 김해·고령의 가야 고분군과 함께 2020년 최종 등재를 목표로 하고 있다.아라가야의 고분은 시대에 따라 형태가 다양하다. 그중 덧널무덤과 구덩식돌덧널무덤에서 많은 양의 유물이 출토됐다. 덧널무덤은 구덩이 안에 나무로 만든 덧널을 넣은 무덤을, 구덩식돌덧널무덤은 구덩이를 파고 돌로 네 벽을 쌓은 뒤 시신과 껴묻거리를 묻고 널따란 뚜껑 돌을 덮은 무덤을 말한다. 37기의 고분을 전부 둘러보기는 힘들다. 1호분부터 13호분까지는 산책로가 이어지지만 14호분부터는 길이 나 있지 않아 험하다. 대형 고분은 북쪽에서 남쪽으로 뻗은 주능선과 서쪽으로 이어지는 가지능선 정상에 몰려 있는데, 산책로를 따라가면 고분 대부분을 둘러볼 수 있다. 유난히 위엄이 넘치는 고분은 규모가 가장 큰 4호분이다. 2, 3호분 사이의 샛길로 올라가면 높이가 아파트 3층과 맞먹는 초대형 고분을 내려다볼 수 있다. 4호분 맞은편에는 파란 천막으로 덮인 고분이 있다. 지난 5월 둥근고리큰칼과 덩이쇠 등의 유물이 출토된 5-1호분이다. 아라가야의 역사는 여전히 새로 쓰이는 중이다. 쉬어가기에 으뜸인 고분은 9, 10호분이다. 산책로에 서면 고분 너머로 함안 읍내가 어우러진 풍경이 한눈에 담긴다. 왕들의 무덤과 우뚝 선 고층 빌딩이 조우하니, 이때 고분의 둥근 선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선처럼 보인다. 9호분 옆의 팔을 늘어뜨린 소나무는 초여름의 훗훗한 볕을 피할 수 있는 그늘이 된다. 나무 옆 벤치는 한숨 돌리며 쉬어가기에 더할 나위 없다. 아라가야의 역사를 차치하고라도 말이산 고분군은 근사한 산책로다. 산 위에 두둥실 솟은 연둣빛 고분들이 풍경에 깊이를 더한다. 고분의 둥그스름한 곡선과 산책로의 직선이 중첩되니 걷는 길도 심심하지 않다. 느리게 걷고 고요히 둘러보기, 고분군 산책의 미덕은 여기에 있다. 아라가야 왕들이 영면에 들어 있다는 걸 알기라도 하는 걸까. 산책로는 소란스럽지 않다. 초여름 바람이 고분에 무성한 수풀을 스치더니 여행자의 머리를 훑고 지난다. 바람 한 자락에 1500년 전 가야국의 왕과 연결된 느낌, 사뭇 오묘하다. 고분군에는 그늘이 적어 여름에는 양산이나 모자를 챙기는 것이 좋다.얼큰한 함안 한우국밥 드셔보세요 열심히 걸었으니 빈속을 채울 시간이다. 북촌리에 있는 한우국밥촌은 말이산 고분군에서 차로 10분 거리다. 사실 ‘국밥촌’이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함읍우체국 맞은편에는 달랑 세 곳의 국밥집이 여행객을 맞는다. 세 곳뿐이라고 만만히 보아선 안 된다. 국밥집을 말할 때 함안 오일장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만큼 역사가 깊기 때문이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함안 오일장은 큰 시장이었다. 함안 사람들과 봇짐을 멘 장사꾼들이 장에서 물건을 사고판 뒤 약속이라도 한 듯 모여든 곳이 장터 국밥집이었다. 세월이 흐르며 오일장은 자취를 감췄지만 국밥집에서 옛 장터의 정겨움을 추억하기에는 모자람이 없다. 국밥촌에서 가장 오래된 곳은 대구식당이다. 2대에 걸쳐 50년째 운영하며 함안 국밥의 명맥을 이어 간다. 함안 국밥은 얼큰한 소고기국밥이다. 한우사골, 양지, 사태 등을 넣고 3~4시간 동안 육수를 뽀얗게 우린다. 여기에 두툼한 소고기 사태, 뭉텅뭉텅 썬 선지, 콩나물, 무 등을 넣고 푸욱 끓여낸다. 얼핏 보면 육개장과 비슷하지만 맛은 훨씬 담백하다. 빨간 국물은 조선간장으로 간을 해 구수하다. ■ 여행수첩(지역번호 055) →가는 길:중부내륙고속도로 칠원분기점에서 ‘진주, 함안’ 방면으로 우회전한 후 남해고속도로를 따라간다. 함안톨게이트를 통과해 함안 나들목 삼거리에서 함안 방면으로 우회전한 뒤 함안대로를 따라가면 함안박물관이다. →맛집:한우국밥촌에는 대구식당(583-4026) 한성식당(584-3503) 시장한우국밥(583-5858)이 있다. 자매식당(582-4593)은 오곡 돌솥밥, 모둠생선구이, 다양한 밑반찬을 한 상에 푸짐하게 차려낸다. 황포냉면(582-2097)은 잘게 자른 육전에 계란 지단과 오이를 고명으로 올린 진주식 냉면을 판다. →잘 곳:함안버스터미널 근처에 숙박업소가 몰려 있다. 애플모텔(585-1515)은 함안시외버스터미널에서 가깝다. 함안군청 맞은편의 더문모텔(583-3838)은 공중위생서비스평가 최우수등급을 받았으며, JM모텔(583-5898) 역시 아늑하고 깨끗한 시설을 갖췄다. 글 이수린(유니에스 여행작가) 사진 김상곤(라운드테이블)
  • ‘버디 전쟁’ 끝에… 이승현 우승

    ‘버디 전쟁’ 끝에… 이승현 우승

    ‘퍼귀’(퍼트 귀신) 이승현(27)이 뜨거운 ‘버디싸움’ 끝에 통산 7번째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정상에 올라섰다.이승현은 10일 제주 엘리시안 컨트리클럽(파72)에서 끝난 KLPGA 투어 에쓰오일 챔피언십 3라운드에서 8타를 줄인 최종합계 17언더파 199타로 우승했다. 이정은(22)을 3타 차로 따돌린 이승현은 지난해 하이트진로챔피언십을 제패한 이후 7개월 만에 우승을 신고하며 투어 개인 통산 우승 횟수를 7회로 늘렸다. 상금 1억 4000만원을 받아 상금랭킹도 5위(2억 6837만원)로 올라선 이승현은 사흘 내내 단 한 개의 보기도 없이 버디 17개를 쓸어 담았다. ‘노보기 우승’은 KLPGA 투어 역대 다섯 번째다. 별명 그대로 ‘퍼귀’의 명성을 새삼 증명한 대회였다. 그는 데뷔 이후 지금까지 퍼트 순위에서 한 번도 4위 밖으로 밀린 적이 없었다. 2013년에는 1위에 올랐고 지난해에는 2위. 특히 7m 이상의 먼 거리에서 홀에 떨구는 중장거리 퍼트는 갤러리의 함성을 이끌어내는 ‘전매특허’였다. 공동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이승현은 2번홀 1.5m 남짓한 버디로 포문을 연 이승현은 6번홀(이상 파4)까지 5개홀 연속 버디를 포함, 전반 홀에서만 6타를 줄였다. 후반에도 2개를 더 솎아낸 뒤 12번홀(파3) 13m나 되는, 먼 거리의 퍼트 한 방을 터뜨리면서 역시 버디로 맞불을 놓으며 추격전을 펼친 조정민(24), 이정은(22)을 따돌렸다.경남 남해군 사우스케이프 오너스클럽(파72·7183야드)에서 끝난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먼싱웨어 매치플레이 결승에서는 국가대표 출신 김민휘(26)가 우승했다. 현정협(35)과 팽팽한 ‘올스퀘어’ 승부를 펼치다 마지막 18번홀에서 파를 낚아 보기로 돌아선 상대를 따돌리고 1홀차로 짜릿하게 정상에 섰다. 2012년 10월 신한동해오픈 이후 5년 8개월 만의 우승이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기업 보는 눈 바꿔야 국가 경제 산다] “환경 운동이 마케팅 활동”… 소비자가 키운 착한 기업

    [기업 보는 눈 바꿔야 국가 경제 산다] “환경 운동이 마케팅 활동”… 소비자가 키운 착한 기업

    “기업의 윤리적 활동의 궁극적인 목표는 고객에게 잘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믿는 가치를 구현하는 것이 돼야 합니다. 매력적인 제품을 제공하는 동시에 소비 행위에 자긍심을 부여하면 고객은 스스로 찾아오게 돼 있지요.” 지난 4월 26일 영국 남부 도싯주의 항구도시 풀에 있는 ‘러쉬’ 1호점에서 만난 공동창업자 로웨나 버드(59·여)와 윤리 담당자 사이먼 콘스탄틴(37)은 입을 모아 “투명성과 일관성이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 열쇠”라고 거듭 강조했다. 영국의 화장품 전문 브랜드 러쉬는 천연 재료를 사용하고 광고나 과대 포장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는 업체로 잘 알려져 있다. 각각의 제품마다 제작한 담당자의 이름과 얼굴 그림이 부착된 ‘상품 제작 실명제’로도 유명하다. 1995년 풀 지방의 작은 화장품 회사로 출발해 지난해 기준 전 세계 50여개국에 932개 매장을 갖춘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섰다.러쉬는 여느 기업과 달리 마케팅 전담 부서가 없다. 대신 윤리 캠페인팀이 환경 보호, 동물실험 반대, 각종 인권운동 등 사회공헌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이들 분야와 관련해서는 시민사회단체와 비슷한 수준의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이다.일례로 러쉬는 최근 국제적인 환경 비영리단체 SOS(Sumatran Orangutan Society)와 손잡고 오랑우탄의 주요 서식지인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열대우림 복원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쳐 좋은 반응을 얻었다. 수마트라는 음식, 화장품 등 다양한 상품에 원료로 들어가는 팜유의 주된 생산지다. 그러나 대규모 팜 농장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열대우림이 훼손돼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게 러쉬 측의 설명이다. 러쉬는 팜오일을 사용하지 않은 샴푸 바 ‘SOS 수마트라’를 선보이고, 판매금 전액을 기금으로 마련해 약 50㏊(약 15만평)의 농장 부지를 구입, 삼림을 복원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 밖에도 고객들이 일상적인 구매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캠페인도 시행하고 있다. ‘블랙팟 재활용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러쉬의 검은색 플라스틱 화장품 용기인 블랙팟 5개를 모아서 매장에 가져온 고객에게는 마스크팩 정품 1개를 증정해 자연스럽게 ‘착한 소비’를 유도하는 활동이다. 이렇게 전 세계에서 모아진 화장품 용기는 100% 재활용돼 새로운 블랙팟으로 재탄생한다. 러쉬의 제품 용기가 검은색인 이유도 검은색 플라스틱이 유일하게 재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러쉬의 브랜드 이미지가 형성되고 홍보도 이뤄진다. 특히 과거와 같은 기업의 일방향적 홍보보다 온라인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소비자의 자발적인 입소문이 효과적인 홍보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는 최근에는 러쉬의 이러한 활동이 단순히 윤리적인 측면을 넘어서서 경제적 효용의 측면에서도 유의미하다는 분석이다.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들이고도 효과적으로 브랜딩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효과는 수치로도 입증됐다. 지난해 회계연도(2016년 7월~2017년 6월) 기준 러쉬의 글로벌 매출은 9억 4143만 파운드(약 1조 3463억원)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9.3% 성장했다. 2016년에도 7억 2812만 파운드(약 1조 412억원)로 전년 대비 25.5% 성장하는 등 꾸준히 두 자릿수의 성장세를 이어 오고 있다. 그러나 로웨나와 사이먼은 러쉬의 사회적 활동이 브랜드 이미지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마케팅 수단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는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러쉬 창립 초기부터 마케팅에 예산을 쏟는 대신 품질 개발과 윤리 활동에 더 많은 투자를 하기로 결정했고, 이 같은 지향점이 소비자들의 인정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고객 확보라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러쉬는 자사의 각종 사회공헌 활동을 지칭할 때 일반적인 기업 용어인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대신 ‘윤리적 실행력’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사이먼은 이에 대해 “일반적으로 기업이 하는 CSR 활동이 CSR 전담 부서에서의 업무일 뿐 기업의 경영활동과는 별개로 움직이는 것과 달리 윤리적 실행력은 기업의 전 부서에서 공통적으로 작동하는 원리라는 것이 차이”라고 설명했다. 러쉬가 진행하는 캠페인 등 대외적 활동뿐 아니라 원료를 수급하고 상품을 생산해 판매하는 모든 과정이 ‘윤리적 실행력’에 포함된다는 것이다.그는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이윤 추구 과정에서 다소 비윤리적인 부분이 있어도 더욱 적극적인 사회공헌 활동이나 기부로 그걸 상쇄할 수 있다고 착각하기 쉽지만, 소비자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서 “CSR 활동과 이윤추구 활동이 단절되면 사람들은 기업의 진정성을 의심하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이 거금을 들여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데도 사람들이 ‘보여주기식 요식 행위’라고 불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사이먼은 “많은 기업들이 마케팅에는 돈을 쏟아부으면서 윤리적 활동을 하는 데에는 인색하다”면서 “윤리적 활동을 ‘부수적인 숙제’로 인식하는 순간 비용만 지출할 뿐 큰 효과를 보지 못하는 비경제적 활동이 되고 만다. 반면 자기가 진정 옳다고 믿는 가치에 투자하면 소비자들 스스로가 진심을 알아봐 주기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러쉬는 몇 년 전 자신들의 가치관을 지키기 위해 전 세계 화장품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중국 시장 진출을 포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수입 화장품이 현지에서 판매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동물 실험을 거쳐야 한다는 중국의 규정을 따를 수 없었던 까닭이다.로웨나는 “화장품업계 종사자의 입장에서 중국이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매력적인 시장인 것은 맞지만, 동물 실험과 관련한 중국의 정책이 변화하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진출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당장의 이익을 위해 그동안 고수해 온 철학을 포기하면, 러쉬의 가치관에 공감해 상품을 구매해 온 소비자들에게 외면을 받아 장기적으로는 타격을 입는다는 설명이다. 그는 “기업의 목표는 이윤 창출이 맞지만, 모든 행위를 비용절감과 이익 극대화의 기준에서만 판단하면 단기적으로는 이윤을 낼 수 있어도 결국에는 성장의 한계에 부딪치는 순간이 온다”고 힘주어 말했다. 풀(영국) 글 사진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韓정부 ‘대우 일렉’ ISD 패소…이란기업에 730억 지급 판정

    부처 합동 긴급회의… 대응 논의 우리 정부가 외국 기업이 제기한 ‘투자자·국가간소송’(ISD)에서 처음으로 졌다. 7일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국제 중재판정부는 전날 우리 정부를 상대로 ISD 소송을 낸 이란 기업 다야니에 730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앞서 자산관리공사(캠코)는 2010년 대우일렉트로닉스(이하 대우일렉)를 파는 과정에서 다야니가 대주주인 엔텍합과 매매 계약을 맺은 뒤 인수금액의 10%인 578억원을 보증금으로 받았다. 하지만 캠코는 2011년 5월 계약을 해지했다. 당시에는 엔텍합이 대금 지급 기일을 넘겨 계약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엔텍합은 우리 법원에 매각 절차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기각을 결정했다. 결국 다야니는 2015년 ‘한국 정부가 한·이란 투자보장협정(BIT)상 공정·공평한 대우 원칙을 위반했다’며 보증금과 이자 등 935억원을 반환하라는 취지로 우리 정부를 상대로 국제 중재를 제기했다. 정부는 이번 판정 결과에 대해 관계 부처 합동으로 긴급 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우리 정부가 외국 기업으로부터 ISD 소송을 당한 것은 총 3건이다. 첫 번째 ISD는 론스타가 2012년 11월 한·벨기에 BIT 등을 근거로 5조원대 ISD를 제기한 사건이다. 론스타는 2007년 HSBC에 외환은행을 팔려 했지만 우리 정부가 승인을 내리지 않아 매각이 무산됐다. 결국 2012년 하나금융지주에 넘겼지만 매각 지연으로 가격이 떨어진 것에 대한 배상을 요구했다. 론스타는 또 자회사를 통해 서울 스타타워(현 강남파이낸스센터)를 사고 팔면서 차익을 봤는데 한국 정부가 세금을 부과하자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올해 안에 최종 결정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 ISD는 아부다비 국영석유투자회사 IPIC 자회사 하노칼이 2015년 5월에 낸 소송이다. 하노칼은 1999년 현대오일뱅크 주식 50%를 사들인 뒤 2010년 현대중공업에 1조 8000억원에 팔았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가 세금을 물리자 과세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듬해 하노칼이 ISD를 취하해 마무리됐다. 여기에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며 ISD를 추진하고 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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