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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 토리노동계올림픽] 노메달 ‘日파만파’

    일본 열도가 꽁꽁 얼어붙었다. 토리노동계올림픽이 6일째로 접어들었지만 동계종목 강국 일본이 금메달은커녕 단 1개의 동메달도 수확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일본은 1976년 인스부르크대회 이후 30년 만에 ‘노메달의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 것. 1956년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올림픽에서 아시아 최초로 메달을 따냈던 강국 일본은 80레이크플레시드대회 이후 7개 대회 연속 메달을 거른 적이 없다. 꾸준한 투자와 장기적인 선수육성으로 스피드와 피겨스케이팅, 스키점프에서 초강세를 보여 왔다. 이번 대회에선 5개 이상의 메달을 자신했다. 하지만 첫 단추부터 묘하게 뒤틀렸다. 지난 12일 스키점프 K90에 출전한 베테랑 하라다 마사히코가 몸무게에 비해 너무 긴 스키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어이없이 실격당했다.14일 오벌린고토 경기장은 악몽, 그 자체였다. 금메달을 노렸던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오이카와 유야가 4위로 선전했을 뿐, 세계기록 보유자인 가토 조지는 6위, 나가노와 솔트레이크시티에서 각각 금, 은을 따냈던 ‘국민 영웅’ 시미즈 히로야스는 18위로 추락했다.15일 여자 500m에선 노장 오카자키 토모미가 예상 밖의 역주를 했지만,0.05초 차이로 4위에 그쳐 메달 사냥에 또 실패했다. 주력 종목이 초반에 몰려 있던 일본으로선 22일과 24일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 모든 것을 걸었다. 세계랭킹 ‘톱5’안에 드는 안도 미키(2위), 아라카와 시즈카(3위), 스구리 후미에(5위)가 총출동, 노메달의 악령을 떨친다는 각오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요리조리 명사와 함께] 웅진코웨이 박용선 사장

    [요리조리 명사와 함께] 웅진코웨이 박용선 사장

    일주일에 적어도 두번은 집에서 요리하는 웅진코웨이 박용선 사장. 공격 경영으로 주목받는 만큼이나 요리에서도 깐깐하고 깨끗한 솜씨로 실력발휘(?)해 보는 이를 놀라게 한다. 그가 즐겨하는 요리는 김치찌개와 비빔국수. 앞치마 두르고 정성껏 손놀림하는 동작에서 소탈하면서도 활기 넘치는 경영인의 모습이 엿보인다. ●노하우·정성만큼은 전문요리사 “같은 재료를 사용해 음식을 만들더라도 맛이 다 다르잖아요. 경영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방식으로 경영하는가에 따라 회사가 달라집니다.” ‘정수기’와 ‘비데’로 유명한 웅진코웨이의 박용선(49) 대표이사 사장. 일주일에 적어도 두번은 집에서 요리를 직접 할 만큼 관심이 높다. 박 사장의 자택은 서울 종로구 평창동. 바쁜 일정 때문에 자택 대신 평소 업무차 자주 드나드는 논현동 부엌가구 전시장인 ‘뷔셀 갤러리’에서 만났다. 손수 앞치마를 두르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요리와 경영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어려운지를 물어봤다. “물론 경영이 더 어렵지요.”라는 답변이 돌아온다.“요리는 맛이 없으면 다시 하면 되지만 경영을 잘못하면 돌이킬 수 없지 않으냐.”고 했다. 박 사장은 평사원에서 CEO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 현재 웅진그룹내에서 최장수 CEO로 손꼽힐 정도로 잘나가지만 여전히 경영은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요리가 쉬운 것은 아니란다. 지난 주말 가족들을 위해 갈치튀김을 하다가 살짝 덴 손가락을 보여준다. 갈치 살이 너무 통통해 뒤집다가 젓가락을 놓쳤다는 것. 즐기는 요리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마추어 수준을 넘어선 듯하다. 나름대로 익힌 노하우와 정성이 전문 요리사 못지않다. 김치찌개를 끓일 때도 아이들에게 국멸치를 넣을지 아니면 돼지목살을 넣을지 물어볼 정도. “김치찌개의 포인트는 김치속에 양념이 제대로 밸 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 물을 한번에 붓지 말고 조금씩 부어 센불에 바짝 졸인 다음 다시 물을 부어야 해요.”. 그가 즐기는 계란찜도 단순하지 않다. 달걀의 부드러운 맛을 내기 위해 달걀을 젓가락으로 휘젓지 않고, 대신 가는 채에 몇차례 계란을 밭쳐낸 다음 젓가락으로 휘젓는 것이 그의 독특한 계란찜 만들기다. 비빔국수를 하더라도 탄력있게 국수를 삶아내는 것이 맛있게 하는 비결이라고 귀띔해준다. 반드시 센불에서 삶아야 한다는 것도 강조사항이다. 제대로 삶아졌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국수가락의 투명도를 보고 판단하는데 그것도 ‘감’으로 알아본다고 했다. 이런 노하우는 어디서 얻었을까. 박 사장은 외부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만나면 어떻게 만들었는지 비법을 물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젓갈, 고추장 등 맛있는 밑반찬은 그냥 지나치지 못해 그냥 얻어오기도 하고 사오기도 한다. ●부엌가구 시장에 도전장 지난해 부엌가구 시장에 뛰어 들면서 더욱 요리와 가까워졌다. 정수기, 비데, 공기청정기 시장에서 업계 선두주자로 굳히는 것도 모자라 시스템 키친 브랜드 ‘뷔셀’로 웅진코웨이의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정수기를 비롯해, 식기 세척기, 김치냉장고, 쌀 저장고, 잔반처리기 등을 효율적으로 배치해 주방공간을 넓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부엌가구 전망에 대해 “내구성이 강한 유럽산 자재를 사용하고 세련된 디자인, 철저한 고객관리로 다른 업체와의 차별화를 하면 올해 업계 2위는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외환위기의 여파로 어려웠던 1998년에 회사경영을 맡았다. 이때 소비자들이 비싼 정수기를 쉽게 살 수 없는 사정을 감안해 정수기를 빌려주고 매달 일정액을 받는 ‘렌털 마케팅’과 서비스 전문가 ‘코디’제도를 도입해 회사를 성장시켰다. 그는 스스로 ‘푼수떼기’라로 말할 정도로 소탈한 성격이다. 평소 직원들과 호프데이도 갖고 폐광 정선에도 같이 여행가는 등 ‘스킨십 경영’을 통해 직원들의 사기 살리기에도 열심이다. 투명하고 공정한 판단, 긍정적인 사고, 열정적인 실천을 강조한 ‘맑고, 밝고, 그리고 붉게’가 그의 경영철학이다. 글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사진 강성남기자 snk@seoul.co.kr ■ 프로필 ▲1957년 출생 ▲홍익대 경영학과, 한양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94년 8월 웅진미디어 관리이사 ▲96년 4월 웅진그룹 종합감사실장 ▲98년 2월 웅진코웨이개발㈜ 대표이사 ▲2005년 5월∼현재 웅진코웨이 사장 ■ CEO의 맛자랑 (1) 쇠고기 송이산적 재료 쇠고기채끝살 150g, 새송이 3개, 중파2대, 잣 약간. 양념장:간장 3큰술, 육수 또는 물 4큰술, 설탕 1큰술, 미림 2작은술, 향신즙 2작은술, 다진마늘 2작은술, 참기름, 깨소금. 만드는 법 (1)쇠고기, 새송이, 중파를 같은 길이로 썰어 꼬챙이에 예쁘게 끼운다.(2)양념장에 10분 이상 잰 후 팬에 굽는다.(3)다진 잣을 뿌린다. (2) 비빔국수 재료 초고추장 소스, 고추장 4∼5큰술, 식초 2큰술, 설탕 1큰술, 다진마늘 1큰술, 간장 1/2큰술, 통깨 1/2큰술, 참기름 1큰술, 사이다 1/2큰술. 국수 위에 얹는 야채:깻잎, 상추, 오이, 당근, 청·홍고추 등(같은 크기로 채 썬다). 삶은 달걀 1/2 등분, 소면 300g 만드는 법 (1)끓는 물에 소면을 펼쳐 넣는다.(2)물이 끓어오르면 찬물 한번 붓는다.(3)찬물 붓는 과정 한번 더 반복한다.(4)체에 건져서 찬물에 여러번 헹군다.(5)차가운 국수 만들 때는 마지막에 얼음물로 헹구면 더 좋다. (3) 김치찌개 재료 배추김치 1/4포기, 돼지목살 150g(고춧가루 2큰술, 다진마늘 1작은술, 다진생강 1/2작은술, 청주 1작은술로 양념한다.) 두부 100g, 양파 1/4개, 대파 적당량, 다진마늘 약간, 물 4컵, 식용유 2큰술, 청·홍고추 약간씩(고명) 만드는 법 (1)냄비에 기름 두르고 김치, 돼지고기를 볶다가 물 붓고 푹 끓인다.(2)김치가 부드러워지면 나머지 재료 넣고 좀 더 끓인다. ◆ 좋아하는 단골 맛집은요 (1)미성옥(서울 명동):설렁탕을 좋아하는데 국물이 맑고 맛이 깔끔해 젊은 시절부터 계속 다니는 설렁탕 전문점이다. 이 집에 오면 설렁탕과 함께 꼭 수육 한접시를 시킨다. 깍두기도 맛있다. 특히 김치 국물이 시원해 설렁탕에 넣어서 먹으면 개운해서 좋다.(02)776-1795. (2)양미옥(서울 을지로3가):양곱창 집인 이곳의 양은 깔끔하고 독특한 양념을 사용해 자주 들르는 곳 중의 하나다. 육질이 부드럽고 냄새가 없어 소주에 먹으면 그만이어서 술한잔 생각나면 이곳을 찾는다.(02)2275-8837. (3)진동횟집(서울 잠원동):회, 세코시, 전어가 유명한 집이다. 양념장이 독특해서 전어 및 세코시와 함께 먹을 때 맛의 진미를 느낄 수 있다.(02)544-2179.
  • 반신불수의 서예가 유희강씨

    반신불수의 서예가 유희강씨

    왼손으로 붓글씨를 쓰는 서예가가 탄생했다. 그것도 태어날 때부터의 왼손잡이는 아닌 인물이 바른 손의 기능이 마비되자 집념을 왼손에 옮겨 불사조 처럼 되살아 난 것이다. 사람의 의욕은 끝없는 가능성을 안고 있다고 무언 중에 말해 주고 있는 것 같다. 재기 불능이라던 중풍을 집념으로 이기고 첫작품 劍如 柳熙綱(검여 유희강•59•서울 영등포구 화곡동 61의99 주택207호)씨는 딸 小英(소영•23•홍익대미대 동양화과 졸) 양의 부축을 받아 아침 저녁 뜰을 거닐면서 생각에 잠기곤 한다. 창백한 얼굴. 쇠약해서 바람이 불면 날려갈듯한 몸이다. 한쪽 편을 못 쓰는 조각 난 몸에 뜰의 분홍장미들 보다 더 뜨거운 것이 꿈틀거리고 있음을 짐작할 사람은 몇명이나 될까? 왼손으로 붓글씨를 써서 다시 세상에 나가겠다는 꿈틀거림이 그것이다. 그 의지의 싸움에서 그는 일단 승리했다. 6월 20일부터 25일까지 서울 국립공보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서예가협회 전시회」에 다른 서예가와 함께 씨의 작품 1점도 나란히 출품되었다. 원래 바른 손으로 붓을 잡던 씨가 중풍인 몸을 채찍질해서 왼 손으로 써낸 작품이다. 세상은 그를 재기불능이라고 평했다. 그는 작년 9월7일 동양화가 霽堂 裵廉(제당 배렴)씨의 장례식에 참례한 뒤 집에 돌아오자 뇌일혈로 쓰러졌었다. 다행히 큰일이 나지는 않았지만 죽음의 선고와 같은 증상에 빠졌다. 몸의 오른 쪽 부분을 못 쓰게 된 것이다. 고요히 잊혀져 가는 인물로 처졌다. 세상은 그 재능을 아까와 했고 그 기골있는 붓글씨에 다시 접할 수 없게 되었음을 안타까와 했다. 그는 우리나라 서예가로서는 드물게 젊을 때 淸國(청국)에 건너가 上海(상해)미술학교에서 서양화와 서예를 공부했다. 서양화로 출발해서 서예로 전향했다. 처음엔 한字를 써도 떨려 그만 붓을 놓아버리더니 제2회 國展(국전) 때 서양화부와 서예부에 동시에 출품한 뒤로는 서예 하나에만 전념, 특히 大朝(대조)시대의 隸書體(예서체)에 있어서 독특한 경지를 이룩해 왔고 해마다 海印寺(해인사)의 숲 우거진 계곡에서 붓글씨를 닦고 갈았다. 1955년 이후로는 國展 서예부 심사위원을 연임해 왔다. 그의 글씨를 평자는 꿋꿋하고 근엄한 힘이 응결된 서예양식이라고 했다. 또 어떤 평자는 천진절벽에 홀로 꽂힌 마른 향나무를 둔한 도끼로 마구 찍어 우틀두틀한 자국을 내었는데 그윽함을 느끼게 하는 필력- 이라고도 비유했다. 幽玄美(유현미)가 있다고도 했다. 왼손으로 쓴 글씨가 옛날의 기골을 가지게 될 것인가에 대해 세상은 상당한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이다. 줄곧 병시중을 들어 온 딸 小英양은 『아버지가 낱말도 많이 잊으시고 글뜻도 모르시게 된 것이 많은데 차차 연습을 거듭할수록 필법이 옛날과 닮아 가신다』고 신기해 하고 있다. 『글씨도 옛날에 닮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요즘 화곡동 자택에서 小英양의 부축을 받으면서 서울시내 모 한의에게 매일 침을 맞으러 다닐 정도는 회복이 되었다. 안마사의 치료도 받고 있다. 그러한 사이사이에 매일 30분씩 화선지 2분의 1절 크기의 종이 5장에다가 왼손으로 연습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잔 글씨 쓰기부터 시작했다. 그것을 두 서너 글자만 써도 팔 다리가 떨려서 그만 붓을 놓아 버리기를 열흘 이상이나 거듭했다. 더욱이 창립에 참여한 한국서예가협회의 전시회를 목전에 두고 의욕을 불태웠을 것임에 틀림이 없다. 제자들의 작품전서 자극 이튿날 紙墨(지묵) 가져오라고 그는 별로 말이 없다. 말이 없는 것이 아니라 말을 아직도 제대로 하지를 못한다. 입은 낱말을 분명히 소리내기는 한다. 그런데 여러 낱말들이 연결이 되지 않는다. 낱말이 온전한「센텐스」를 이루지 못해 듣는 이에게 뜻이 전달되지 않는다. 겨우 기동을 시작했다고는 하지만 몸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연습시간이 오면-대체로 하오이지만- 그는 병상에서 상반신을 도움받아 일으켜 세운다. 그 앞에 책상과 종이가 놓여진다. 그는 왼 손에 붓을 들고 글씨를 써 나간다. 그러다가 지치면 누워 버린다. 연습을 시작한 것은 금년 4월부터였으니 3개월 남짓한 짧은 기간에 출품작을 제작해 낸 셈이다. 4월부터 연습을 시작한 것도 우연한 일이 아닌 듯 하다. 4월1일~7일 사이의 1주일 간 상업은행 화랑에서는 금년들어 최초의 서예전시회가 열렸었다. 그것이 劍如書院展(검여서원전)이었다. 문하생들이 자기들만의 힘으로 전시회를 연 것이었다. 오랫동안(7개월간) 스승의 직접지도를 받지는 못했지만 그런대로 제자들 끼리 부지런히 공부해왔다는 증거들이었다. 이 때 출품작은 모두 40점이었다. 바퀴의자에 실려 회장에 나타난 그는 제자들의 부축으로 방명록 제1호로 자기 이름을 적었다. 그에 앞서 왼손에 가위를 쥐고 간신히 회장의「테이프」를 끊는 늙은 서예가의 모습은 보는 이의 가슴을 뭉클케 했다. 小英양 얘기로는 劍如는 그다음 날인 2일 하오에 딸을 병실에 불러 몸을 붙들어 일으키게 하고 글씨쓰는 시늉을 하면서 붓과 종이를 청했다. 그의 서숙 劍如書院(서울 안국동)에서는 그가 건강했을 때와 다름없이 제자들이 모여 스승없는 精進(정진)에 몰두하고 있다. 한편 그 스승은 스승대로 반신불수의 몸을 움직여 한국서예사상 최초인 右手(우수)에서 左手書(좌수서)에로의 기적을 창조해내고 있다. 그는 언젠가 가까운 동연배의 서예가에게 淸나라에서 글씨 배웠을 때의 경험을 말한 일이 있다. 왼손글씨 없지는 않아도 중풍 이기는 名筆은 처음 『그 스승이 가르치는 방법을 가만히 보았더니 제자들에게 일일이 지도를 하지는 않았다. 제자들 스스로가 자기 것을 개척해 나가는 것을 옆에서 지켜 보고만 있었다. 그러면서도 말없는 지도를 하였다』 그 기풍이 劍如의 제자들에게도 배어 스승없이 서예전을 열어 스승을 격려했고 그 역시 홀로 새 경지를 헤쳐 여는데 집념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 왼손글씨의 전통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시골의 사당에는 左手書라는 단서가 찍힌 현판이 걸린 곳이 여러군데 있다. 그러나 그 左手書는 원래가 왼손잡이의 글씨 아니면 바른 손도 쓰면서 餘技(여기)삼아 왼손을 움직여 본 글씨들이다. 劍如의 경우와 같이 처음에는 바른 손으로 높은 봉우리를 이룩한 뒤 더욱이 환갑을 1년 앞두고 그 손의 기능을 잃어서 붓을 다시 왼손에 고쳐 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서예사상 처음 있는 일을 그 병상에서 묵묵히 쌓아 올리고 있다. [ 선데이서울 69년 6/22 제2권 25호 통권 제39호 ]
  • 피로 얼룩진 선거

    카리브해의 소국 아이티 대선 투표가 4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치는 유혈 사태 속에 7일(현지시간) 종료됐다.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한 투표소에선 유권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2명이 깔려 죽는 사고가 발생했다. 북부 그로스 모르네 지역에서는 한 유권자가 경찰관과 시비를 벌이다 총에 맞아 사망하자 군중들이 이 경찰관을 폭행, 숨지게 했다. 유권자들끼리 난투극을 벌여 수십명이 다치기도 했다. 군부 쿠데타로 반미 성향의 장 메르트랑 아리스티드 대통령이 축출된 지 2년 만에 실시된 이날 선거는 유엔 평화유지군 9400명과 경찰 6000명의 삼엄한 경계 속에 치러졌다. 이번 선거의 최대 관심사는 남아공에 망명해 있는 아리스티드 전 대통령 추종세력의 재기 여부다. 여론조사에서 줄곧 선두를 지킨 르네 프레발(63) 전 대통령은 아리스티드의 충실한 계승자를 자부하고 있다. 군부세력을 결집, 아리스티드 축출 쿠데타를 주도했던 귀 필립(37)이 얼마나 프레발을 추격할지가 관심거리다. 무려 33명이 출마한 이번 선거는 당선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다음달 19일 결선투표를 통해 당선자를 확정한다. 하지만 선거 결과에 반발해 대규모 소요가 벌어질 개연성은 여전하다.8일 치러진 네팔 지방선거도 결국 피로 얼룩졌다. 정부군과 공산반군의 충돌 속에 투표율마저 저조해 정정은 끝모를 혼란으로 치닫고 있다. 이날 반군은 선거사무소 등 12곳의 관공서에 폭탄 공격을 가했으며, 정부도 30여명의 시위 정치인을 체포했다. 사흘 동안 여당 후보 2명 등 모두 9명이 반군에 살해됐다. 로이터 통신은 반군의 공격을 두려워한 후보자들의 출마 기피로 4000여개 의석 가운데 2200개 이상에서 후보가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나머지 선거구도 삼엄한 경계 속에 투표가 진행됐지만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유권자를 찾기는 힘들었다.7개 야당연합과 마오이즘을 추종하는 반군은 이번 선거가 지난해 2월 친위쿠데타로 집권한 기아넨드라 국왕의 철권 통치를 강화할 것이라며 투표 불참과 총파업을 선언했다. 또 투표하는 유권자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위협해 왔다. 심지어 여당 소속 후보조차 선거운동 기간에 출마를 포기했으며, 남은 후보들도 군부가 제공한 안전가옥에서 생활하고 있다.이세영 박정경기자 sylee@seoul.co.kr
  • [CEO칼럼] 각오 몇가지/안용찬 애경 사장

    [CEO칼럼] 각오 몇가지/안용찬 애경 사장

    새로운 해를 맞으면 늘 ‘새해 각오’를 정해 정성 들여 문구를 쓰고 책상 앞에 붙여둔다. 새로운 각오도 있고 해마다 같은 각오도 있지만, 지난 설 연휴에도 새해 각오를 정했다. 책상 앞에 붙여둔 새해 각오 몇 가지만 소개해본다.‘범사에 감사하자.’가 첫번째다. 각오 리스트에 단골로 오르는 항목이다. 힘들 때마다 이 말을 떠올리면 마음이 편해진다. 산책을 매우 좋아하는 편이다. 지난해에는 허리 디스크 증세가 있어 서너달 동안 산책조차 못한 적이 있었다. 가장 즐기는 산책을 못 하게 되니 걸을 수 있다는 자체가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요즈음도 산책을 할 때면 그저 감사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곤 한다. 특히 날이 풀리는 봄을 기다리며 마음껏 산책할 생각에 미리부터 신이 난다. 맑은 기운과 파란 하늘을 벗삼아 즐기는 산책 때면 청명한 하늘을 볼 수 있는 건강한 눈을 가졌음에 늘 감사한다. 이런 생각들은 불혹 이후에 느끼는 감정들이다. 더 젊었을 당시에 이미 가질 수 있었던 이 귀중한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을 느꼈더라면 삶이 더 풍요로웠을 텐데…. 각오 리스트 두 번째 항목은 ‘말은 적게 하고, 많이 듣고, 실천에 힘쓰자.’이다. 역설적이지만 나를 지적하는 각오이다. 많이 들으려고 노력하다 보면 말수가 적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회사에서도 말이 많은 직원보다는 묵묵히 자기 일을 해내는 직원이 믿음직해 보인다. 말이 많으면 실행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회사원이나 정치인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다음 각오는 ‘천천히 마시고 먹자.’이다. 워낙 식탐이 있어서 빨리 먹고 빨리 마시는 경향이 있다. 수년 전 손님 접대하는 자리에서 아내에게 핀잔을 들은 적이 있다. 손님 모셔놓고 다른 사람들은 회를 한 조각씩 천천히 집어 먹는데 나만 젓가락으로 한번에 두세점씩 집어먹어 창피했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 아내는 불고기 먹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 이유를 듣고나서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불고기집에 가면 고기가 반쯤 익을라치면 죄다 집어가 씹지도 않고 꿀꺽 삼켜대는 통에 아내는 손도 못 대고 있다가 이제 다 먹었으면 나가자고 하니 정말 기가 막혔다는 것이다. 평소에 와인을 즐기는 편인데 올해는 와인에 더 심취해서 천천히 마시는 습관을 길러야겠다. 와인이야말로 조금씩 입안에 넣어 향도 즐기고 맛도 음미하는 대표적인 ‘슬로 식품’인 까닭이다. 또 의사에게 살을 빼야 한다고 경고를 받은 바 있는데, 천천히 먹고 마시는 것이 다이어트에도 좋다고 하니 꼭 실천하고 싶은 항목이다. 마지막 각오는 ‘현재에 집중하고 즐기자.’이다. 생각이 과거나 미래로 흐르다 보면 일의 능률은 안 오르고 골치만 아프기 쉽다. 과거나 미래의 생각은 대부분 집착이나 걱정이다. 지금 하는 일에 집중하다 보면 확실히 일의 능률도 오르고 재미도 있다. 가장 실천하기 힘든 각오가 바로 이것이다. 왜냐하면 생각이란 존재는 도대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제어불능이기 때문이다. 어느 책에서는 조용히 호흡에 온 신경을 집중하면 호흡이 고르게 되면서 현재에 집중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다고 하는데 그리 쉽지만은 않다. 덧붙이자면 한번에 한가지 생각이나 일만 하면 일의 능률이 많이 오른다. 물론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한번에 두세 가지 일을 하면서도 능률이 오르겠지만 내 경우에는 한번에 하나만 집중하면 피로하지 않으면서 생산성이 한층 오르는 것을 경험했다. 책상 앞에 붙여놓은 새해 각오를 집안 곳곳에 붙여두고, 차안에도 붙여 반이라도 달성해야겠다. 안용찬 애경 사장
  • ‘생활속 문화공간’ 지하철

    ‘생활속 문화공간’ 지하철

    지하철은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닙니다. 생활속 문화공간입니다. 하루평균 632만명이 드나들며 재즈에 취하고 명화에 흠뻑 빠집니다. 자치구 현장민원실을 찾으면 인터넷과 책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지요. 이색 결혼식장으로 깜짝 변신하기도 한답니다 30년간 지하철이 진화를 거듭하는 동안 우리는 제자리 걸음을 했는지도 모릅니다. 휴대전화 벨소리와 통화소리가 끊이질 않고, 의자 위를 뛰어다니는 아이들도 자주 만납니다. 내리기도 전에 몸을 밀치며 먼저 타려는 승객들로 눈살을 찌푸릴 때도 있습니다. 지하철 마니아들은 우리 지하철 수준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뉴질랜드는 개찰구에서 표를 확인해 번거롭고, 프랑스 파리는 문을 직접 열고 닫아야 해서 내릴 역을 지나치기 쉽답니다. 중국은 덜컹거리고 소음이 심하고요. 문화공간으로 거듭난 지하철, 올해는 문화시민답게 이용해 봅시다. 해질 무렵 한강철교위를 질주하는 열차의 모습에서 고단한 삶의 희망을 읽어 봅니다. 글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녹사평역에서 행복한 새출발 이색적인 결혼식을 꿈꾼다면 6호선 녹사평역으로 달려가 보자. 국내 유일의 지하철 결혼식장이 그 곳에 있다.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도수현 부역장은 “교통이 편리하고, 엘리베이터·에스컬레이터 시설이 완벽해 장애인에게 더없이 좋은 예식장”이라고 자랑했다. 서울시 건축상 동상을 받은 곳이라 볼거리도 다양하다. 녹사평의 특징은 자연광이 지하 5층까지 오롯이 비추는 원통형 구조라는 점이다. 천장이 돔형(지름 12m)이라 은은한 빛이 하루 종일 역사를 감돈다. 지하 1층과 2층을 잇는 계단을 유리로 만들어 바닥까지 반짝인다. 햇빛 만큼이나 화사한 신부가 아버지의 손을 잡고 에스컬레이터를 탄다. 웃음을 머금은 신랑에게 내려가는 길이다. 층마다 매단 청사초롱이 분위기를 한껏 띄운다.182인치 대형 멀티비전에선 신랑, 신부의 성장 모습이 상영된다. 결혼식장은 에스컬레이터를 가운데로 둔 원형이다. 규모가 1520㎡(460평)라 출장 뷔페를 부르면 식장 반대편에서 식사도 할 수 있다. 평소엔 갤러리로 활용되는 터라 하객들은 삼삼오오 모여 그림도 감상할 수 있다. 폐백실, 신랑·신부대기실도 모두 공짜다. 역사를 꾸미는 비용은 이벤트 회사와 따로 계약을 맺어야 한다. 녹사평의 또다른 볼거리는 이색 벽화다. 작가 최범진·안혜경씨가 색상 유리로 만든 ‘교렴(轎簾)’과 ‘상생(相生)’은 빛과 색을 조화시킨 작품이다. 교렴은 전통적인 조각보의 느낌을 살렸고, 상생은 손을 맞잡아 새로운 화합을 표현했다. 덕분에 영화,TV,CF, 뮤직비디오, 각종 잡지의 단골 촬영장소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말아톤’‘와일드키드’ 등이 대표적 작품이다. ■ 50여곳선 흥겨운 공연활동 24일 오후 6시, 지하철 7호선 이수역 공연장. 록밴드 ‘아수라’가 서태지와 아이들의 ‘교실이데아’를 부르고 있다. 보컬의 목소리가 역사를 뒤흔들고, 연주자는 시린 손을 털어가며 기타와 드럼을 두드린다. 찬 바람이 지하 1층에 자리한 공연장까지 그대로 불어왔다. 퇴근길 시민들이 공연장 앞에 멈췄다. 락밴드의 화려한 음악과 몸짓에 눈길을 빼앗긴 탓이다. 여중생들은 ‘보컬이 꽃미남’이라며 연신 플래시를 터트렸다. 회사원 박영석(35)씨는 “대학 축제 때 이후로 록밴드 공연을 본 적이 없다.”면서 “오랜만이라 신기하고 재밌다.”고 했다. 그러나 이봉학(71) 할아버지는 “시끄러워 정신이 하나도 없다.”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같은 날 오후 1시30분 4호선 동대문운동장역. 자신을 ‘산해’라고 소개한 안중신씨가 통기타를 치며 고 김광석씨의 노래 ‘일어나’를 부르고 있다. 하모니카 연주까지 이어지자 탄성이 나왔다. 박수를 친 관객들은 1000원짜리를 꺼내 기타 케이스에 집어넣었다.2004년 10월부터 지하철에서 공연하는 안씨는 “노래가 끝날 때까지 멈춰서서 감상하는 시민들이 참 고맙다.”면서 “지하철 공연은 관객과 직접 호흡하는 문화공간”이라고 말했다. 지하철에서는 포크송, 남미민속음악, 록밴드, 응원퍼레이드, 섹스폰 연주 등 다양한 공연이 매일 펼쳐진다. 주말에는 더욱 다채롭다. 사단법인 서울지하철문화연구원 등이 오디션을 통해 뽑은 예술가들이 지하철 50여곳에서 활동한다. 서울메트로(www.seoulmetro.co.kr)와 도시철도공사(www.seoulmetro.co.kr)에서 공연자와 공연장소·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 곳곳에 미술품 상설전시장 지하철역이 갤러리로 거듭났다. 벽화에 더해 미술품을 전시하는 공간이 곳곳에 생겼다. 대표적인 곳이 3호선 경복궁역 지하 1층에 자리한 서울메트로미술관.400평 규모로 전시면의 크기는 가로 4m, 세로 2m. 전시관은 1,2관으로 나뉘어 있고, 중간에는 출입문을 설치해 미술품 도난을 방지한다. 24일 찾은 미술관에선 ‘서울체신청 100주년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다. 공간 전체가 화강암으로 이뤄져 웅장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천장과 측면에 달린 조명이 은은하게 작품을 비췄다.CCTV와 함께 공익근무요원이 전시장 주변을 맴돌며 도난을 방지하고 있었다. 사진을 감상하던 주부 이정녀(49)씨는 “편지를 써놓고 우편 배달부를 애타게 기다리던 옛 생각이 떠오른다.”면서 “전시장 덕분에 누군가를 기다릴 때도 짜증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지하철 전시장이 일상생활을 여유롭게 해준다는 얘기다. 딸 이소희(8)양과 함께 방문한 직장인 김인수(여·36)씨도 전시장이 만족스럽다고 했다.“바빠서 아이와 문화생활을 즐기기 쉽지 않는데 지하철 갤러리는 오가며 자주 찾게 된다.”면서 “다양한 미술품이 많이, 자주 전시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볼륨을 높인 TV 소리가 아쉬웠다. 서울시내 교통정보를 들으며 미술품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다. 4호선 혜화역에 위치한 혜화전시관은 아기자기하다.1층 대합실에 유리담장으로 구분해 조성한 57평 규모.50여점을 전시할 수 있다. 5호선 마포, 광화문역,6호선 녹사평역,7호선 이수역,8호선 몽촌토성역 등에도 상설전시장이 있다. ■ 지하철에도 지름길 있다 ‘2호선을 타고 한번에 갈까? 중간에 4호선으로 갈아탈까?’ 지하철 노선이 얽혀있다보니 목적지를 향해 출발하기 전에 지하철 노선도를 보며 고민에 빠질 때가 종종 있다. 좋은 방법은 경험자들로부터 도움말을 듣는 일이다. 이마저도 안된다면 서울메트로(www.seoulmetro.co.kr)와 도시철도공사(www.seoulmetro.co.kr)의 홈페이지를 검색하면 환승 시간까지 계산해 최단 거리를 알려준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경험담이 최고다. 서울의 ‘동서남북’에 살며 시청 인근 도심으로 출근하는 회사원 4명으로부터 생생한 지하철의 지름길을 들어봤다. ●목동에서 시청까지 서울 서쪽 양천구 목동에 사는 조모(38)씨는 갈아타기가 귀찮아 5호선을 이용, 광화문역에서 내렸다. 그러나 요즘에는 신길역에서 1호선으로 갈아타고 시청역에서 내린다. 직장이 시청 인근이어서 지하철에서 내려 걷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출퇴근 시간이 5∼10분정도 빠른데다 요금도 100원 저렴하다. 목동에서 시청까지 가는 방법은 모두 3가지.(1)목동∼광화문까지 5호선을 타는 방법.(2)목동∼신길(1호선)∼시청 (3)목동∼영등포구청(2호선)∼을지로 입구. 시청을 기준으로 광화문, 시청역은 지하철 맨 앞칸, 을지로역은 맨 뒤칸에 타야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노원역에서 시청까지 서울 북쪽 노원구 상계동에서 사는 이모(43)씨.4호선 노원역에서 출근을 시작한다. 그리고 환승노선에 따라 길이 2가지로 갈린다. (1)노원역∼동대문역(1호선)∼시청역과 (2)노원역→동대문운동장역(2호선)→을지로입구역 (1)코스와 (2)코스의 경우 승차시간은 45분 정도로 비슷하다. 다만,(1)코스는 동대문역에서 환승거리가 길다. 게다가 혼잡하다.(2)코스는 동대문운동장의 환승거리가 짧지만 을지로역에서 시청 인근 회사까지 좀 긴 편이다. 전체적으로 (2)코스가 2∼3분 빠르다. 이씨는 4호선 노원역 신문판매대에서 한 칸 뒤쪽에서 탄다. 동대문운동장역에서 내리면 에스컬레이터가 바로 앞에 있다.2호선 동대문운동장역에서는 전철 진행방향 가장 앞쪽에서 타면 을지로입구역 계단과 만난다. ●방배역에서 시청까지 서울 남쪽 서초구 방배동에 사는 회사원 박모(30)씨는 2호선 방배역∼사당역(4호선)∼서울역(1호선)∼시청역으로 다녔다. 시간은 36분.2호선 방배역∼시청역 코스보다 13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동료직원 고모(29)씨에게 을지로입구역에서 내리라는 권유를 받았다. 하차한 뒤 역사 밖으로 나오는 거리가 절반 정도로 짧다는 것이다. 그의 지적은 맞았다. 방배역에선 여섯번째 칸, 첫번째 문에서, 사당역에서 맨 앞 칸에서 타면 갈아탈 때 가장 빠르다. 특히 환승자가 많은 사당역에선 인파의 앞 부분에 서야 편하다. ●오금동에서 시청까지 이모(31)씨가 서울 동쪽 송파구 오금동에서 시청까지 오는 방법은 2가지다.(1)버스∼잠실역(2호선)∼을지로입구역 (2)방이역(5호선)∼광화문역이다. 이씨는 첫 번째 방법을 선호한다. 집 앞에서 버스를 타고 잠실역까지는 20여분, 지하철로 잠실역에서 을지로입구역까지는 28분 걸린다. 방이역에서 광화문역까지는 36분 소요된다. 그러나 집에서 방이역까지는 13분, 광화문역에서 시청까지는 10분을 걸어야 한다. 을지로입구역에서 시청까지는 도보로 5분이면 충분하다. 출퇴근시간의 지하철 배차간격도 2호선은 2∼3분인 반면 5호선은 5∼6분이다. 모두 감안하면 첫번째 방법이 두번째보다 5∼10분 정도 덜 걸리는 셈이다. 더구나 5호선이 2호선보다 더 붐빈다. 시청을 향한다면 2호선이나 5호선 모두 앞쪽에 타는 게 좋다. 서울시청팀종합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명당’ 잡으면 10분을 아낀다 지하철에도 ‘베스트 포지션’이 있다.‘아는 사람들’은 이런 자리만 골라탄다. 바로 환승역과 가장 빨리 연결될 수 있는 열차 위치다. 어떤 문으로 내리느냐에 따라 목적지 도착 시간이 짧게는 3분에서 길게는 10분까지도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바쁜 출근 시간에 10분은 하루를 좌우할 만큼 가치있다. 당신의 황금같은 10분을 위해 서울인이 베스트 포지션을 공개한다. 지하철 1호선이나 3∼8호선을 이용하다가 2호선으로 갈아탄다면 열차 앞쪽이나 끝쪽이 베스트 좌석이다. 시청역에서 1호선 인천·천안행을 탔다가 2호선으로 갈아타려면 열차의 첫번째 칸 첫번째 문에서 내리면 좋다.2호선 환승구와 맞닿아 있는 곳이다. 반대로 의정부북부행에서 2호선으로 가려면 열차 마지막칸 마지막문 앞에 서면 된다. 지하철 4호선을 이용, 동대문운동장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탈 때도 열차의 맨 앞 또는 가장 끝부분이 베스트 좌석이다. 사당행 4호선에서 2호선으로 갈아탈 때는 열차 마지막칸 마지막 문이, 오이도행 4호선에서는 첫번째 열차 첫번째 문이 빠르다. 신도림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려면 승강장 중간쯤에서 탑승해야 한다.1호선 인천행 열차를 타고 신도림에서 2호선으로 바꾸어 타려면 뒤에서 네번째 칸 두번째 문, 의정부북부행에서 갈아타려면 네번째 칸 네번째 문을 이용하면 빠르다. 지하철 3개선이 한꺼번에 있는 종로3가역과 왕십리역은 매우 혼잡하고 환승구간이 길기 때문에 베스트 포지션을 알아두면 특히 유용하다.1호선 종로3가역에서 3호선이나 5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서는 무조건 여섯번째 칸 첫번째 문앞에 서는 것이 좋다. 반면 3호선 종로3가 역에서 1호선으로 빨리 갈아탈 수 있는 베스트 포지션은 다소 복잡하다.3호선 수서행 열차에서 1호선 인천·병점행 열차로 빨리 갈아타려면 첫번째 열차 첫번째 문을,1호선 청량리행 열차에 타기 위해서는 두번째 열차 두번째 문을 이용하는 것이 빠르다. 반대로 3호선 대화행 열차에서 인천·병점행 1호선을 타려면 가장 마지막 열차 마지막 문을,1호선 청량리행에 타려면 아홉번째 열차 두번째 문을 이용하는 것이 빠르다. 지하철 5호선 상일동·마천행 열차를 타고 종로3가역에서 1·3호선으로 갈아타려면 열차 맨 앞칸에 타는 것이 좋다. 반대로 방화행 열차에서 1·3호선으로 바꾸어 타려면 맨 마지막 열차 마지막 문을 이용하면 가장 빠르다. ■ 1호선 동묘앞역 안전·편리 최우수 지난해 12월21일 개통된 1호선 동묘앞역은 새로운 개념의 역사다. 이용이 편리하면서도 안전하게 설계됐다. 우선 기능실을 지상으로 올려 지하를 말끔히 정리했다. 그래서 6호선까지 환승거리가 45m에 불과하다. 에스컬레이터 16대와 엘리베이터 8대, 장애인 전용 게이트를 만들어 장애우, 노약자가 불편 없이 지하철을 이용한다. 승강장 바로 옆에 화장실을 배치한 것도 작은 배려다. 개찰구도 승강장과 맞붙어 오가기 편하다. 안전시설은 정교하다. 승강장과 대합실을 불연소재를 마감하고, 계단 부근에 제연수막을 설치해 유독가스의 확산을 막았다. 승객대피 유도등과 더불어 시각장애인 음성안내기를 마련해 비상시를 대비했다. 화재가 발생하면 엘리베이터가 자동으로 차단된다. 불이 위층으로 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밖에도 스크린도어를 설치하고, 승강장을 2배로 넓혔다. 종합화상감시시스템을 도입해 역무실에 CCTV 48개를 한꺼번에 보며 승강장을 관리한다. 문철현 역장은 “동묘앞역은 ‘안전하고 편리한 지하철’을 말 그대로 실천한 새로운 역사”라고 강조했다. 역사의 또 다른 변화는 화장실에서 시작된다.4호선 숙대입구역와 삼각지역이 깨끗한 화장실로 명성을 얻자 서울메트로 강경호 사장이 1∼4호선 전 역사의 화장실을 바꾸도록 지시했다. 24일 삼각지 화장실 입구. 무가지와 잡지책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여자화장실에는 화장대와 아동용변기, 기저귀대, 숙녀용 비데가 마련돼 있다. 책을 읽을 수 있는 독서대까지 눈에 띈다. 겨울이라 화분은 역무실로 옮겼지만 작은 화분과 시계가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화장실 개선을 주도한 삼각지 영업사업소 황춘자 소장은 “화장실이 깔끔해져 기분까지 상쾌해 졌다는 시민을 자주 만난다.”면서 “작은 변화가 큰 기쁨을 준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 하루 632만명, 한해 22억명 수송 연간 22억명을 수송하는 서울지하철은 서울의 핵심 교통수단이다. 규모면에서 세계 3∼4위를 다툴 정도로 선진 지하철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서울메트로(1∼4호선)와 도시철도공사(5∼8호선)에서 운영하는 서울지하철은 1974년 8월15일 1호선이 개통한 이래 30여년 동안 양적·질적인 팽창을 거듭했다. 알고 타면 더 유익한 지하철에는 재미있는 통계가 살아 숨쉬고 있다. 수송인원은 하루평균 632만명을 수송, 연간 22억명에 이른다. 이는 하루 32만명에 불과하던 30년전에 비해 무려 27배가 늘어난 것이다. 서울지하철은 모스크바 33억명과 도쿄 26억명에 이어 세계 3위다. 영업거리는 286.9㎞로 30년전 7.8㎞에 비해 36배나 늘어났다. 이는 런던 415㎞, 뉴욕 368㎞, 도쿄 292㎞에 이어 세계 4위다. 서울지하철 역사는 30년전 9개 역사에서 1∼4호선 117개,5∼8호선 158개 등 모두 265개 역사로 29배 증가했다. 전동차량 수도 60량에서 3505량으로 59배 증가했다.2호선 본선과 1·3·4호선은 편성당 10량이다.5·6·7호선은 8량,8호선은 6량으로 구성돼 있다.2호선 지선인 성수∼신설동 구간은 편성당 4량이며, 신도림∼까치산역 구간은 6량이다. 한량의 길이는 20m로 내구연한 25년이 지나면 폐차시킬 수 있다. 지하철 1량의 탑승정원은 160명이지만 최고 400명까지 탈 수 있다. 최고 운행속도는 1∼4호선이 시속 110㎞이며,5∼8호선은 80㎞다. 가장 깊은 역은 8호선 산성역으로 지하 60m에 위치하고 있다. 가장 짧은 역간 길이는 5호선 행당∼왕십리 구간으로 552m이며, 가장 긴 곳은 3호선 삼송∼원당 구간으로 5㎞에 이른다. 전철은 평택∼성환 구간이 9.4㎞다. 지하철역 중 가장 많은 출입구를 가진 역사는 1·3·5호선이 교차하는 종로 3가역으로 출입구가 16개나 된다. 역무원 수는 4139명이다. 서울메트로 2380명, 도시철도공사 1759명이다. 하루 수익금만도 31억여원에 이른다. 1∼4호선의 전력사용량은 연간 8억 8000㎾, 한달 7360만㎾로 연간 655억원으로 한달 평균 55억원이 전기료로 들어간다. 이는 서울시 전체 전력사용량의 2.7%이며, 인구 14만여명이 거주하는 김포시나 구리시 전체가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규모다. 지하철 1㎞를 운행하는 데 1998원 정도가 소요되는데 전기료로만 운임수익의 약 10%가 쓰여진다. 지하철 전기는 71%가 전동차 운행, 전동차 내부조명, 에어컨 가동 등에 쓰이며, 나머지는 역사조명과 에스컬레이터, 환기시설 가동 등에 사용된다. 2005년 지하철 1∼4호선의 유실물은 하루평균 74건, 연간 2만 6846건으로 한해 접수된 유실물의 70.2%인 1만 8850건이 본인에게 인계됐다. 유실물 중에는 가방이 전체 28.9%인 7773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휴대전화와 MP3 등 전자제품이 12.3%(3305건), 의류 11.1%(2981건) 등의 순이었다. 현금도 7.9%(2145건)로 액수로 따지면 3억원에 달했다. 지하철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량은 5∼8호선의 경우 하루 15t에 이르는데 연간 5475t의 쓰레기가 나오고 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지하로 들어간 구청 민원서비스 지하철 현장민원실의 대민 서비스가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강남·서초·노원·동작·양천구청 등 25개 구청에서 운영중인 지하철 현장민원실에서는 각종 민원서류 발급 뿐만 아니라 도서 대여, 인터넷 이용, 휴게실, 공부방, 어학강의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표적인 서비스는 민원서류 발급. 직장인들이 50여개 역사에 있는 현장민원실이나 무인민원발급기에서 주민등록등초본 등 일선 동사무소에서 발급되는 대부분의 민원서류를 발급받을 수 있다. 운영시간은 구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오전 8시에서 오후 8시까지 운영된다. 양천구청(구청장 추재엽)은 양천구청역과 신정네거리역, 목동역 등 3곳에 민원서비스와 함께 도서대여점을 운영한다. 하루 민원처리 건수는 하루 평균 100∼200건 정도로 이용객의 대부분이 출퇴근 직장인들이다. 역별로 2000여권의 도서를 배치해 무료도 대여해 주고 있다. 특히 차별화된 구청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역사내에 도서방, 문화의집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노원구청(구청장 이기재)은 지하철 7호선 마들역에 ‘문화의집’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어학강의와 문화교실, 어린이 놀이방, 인터넷 이용시설, 휴게실 등을 제공, 구민들이 주말에도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하루 평균 100∼120명이 이용한다. 공부방에는 지하철 이용객은 물론 시험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즐겨 찾는다. 컴퓨터 교실과 노래교실, 서양화교실, 한문교실, 서예교실 등 13개 강좌가 매일 개설돼 운영되고 있다. ■ 지하철 타고 고궁여행 “진분홍 연꽃을 물에 띄우고, 금으로 장식한 배로 봉래궁(蓬萊宮)에 이르니, 무릉도원(武陵桃源)이 따로 없네.” 영화 ‘왕의 남자’에서 연산군이 경복궁 경회루에서 풍류를 즐기는 모습을 당시 기록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지금은 연꽃도, 금으로 장식한 배도, 봉래궁도 없지만 조선시대 왕들이 노닐던 장소만은 그대로 남아 있다. 지하철 티켓 한 장이면 그 곳들을 손쉽게 갈 수 있다. 서울시내에서 역사여행을 떠날 수 있는 지하철역 주변의 명소를 소개한다. ●조선시대 왕들의 풍류 경복궁(3호선 경복궁역 5번 출구,5호선 광화문역 2번 출구)은 1395년 태조 이성계가 건축한 조선시대 정궁(正宮). 광화문의 해태조각상, 근정전의 기단에 조각된 방위신상, 경회루 다리 및 영제교의 석교에 설치된 석조조각물 등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조각 미술품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경회루 방지(方池)는 왕과 왕비가 생활하는 침전의 서쪽과 연결됐으며 잔치도 하고 뱃놀이도 즐기며 때로는 외교사절을 영접하던 곳이다. 규모는 남북 113m, 동서 128m에 이른다. 1506년 연산군 시대 기록을 보면, 방지 서쪽에는 만세산(萬歲山)을 만들어 화려한 꽃을 심고 금·은·비단으로 장식한 봉래궁(蓬萊宮), 일궁(日宮), 월궁(月宮) 등 작은 궁궐을 만들었다. 왕은 황용주(黃龍舟)라는 작은 배를 타고 만세산(萬歲山)을 오고 갔으며, 때로는 비단꽃을 물 위에 띄우고 촛불을 켜고 향을 피워 밤이 낮같이 밝을 정도로 장관을 이루기도 했다. 통합요금권 3000원(성인 기준) 한 장이면 경복궁뿐만 아니라 조선시대 서민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국립민속박물관·조선 왕실의 유물 4만여점이 전시된 국립고궁박물관도 함께 둘러 볼 수 있다. ●왕이 거닐던 정원 둘러볼까 창덕궁(5호선 종로3가역 6번 출구,3호선 안국역 3번 출구)은 1405년 태종이 경복궁의 이궁(離宮)으로 지었다. 경복궁 주요건물이 일직선상으로 놓여있다면, 창덕궁은 산자락을 따라 건물들을 골짜기에 안기도록 배치했다. 지형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정자·연못·담장·다리 등을 설치해 자연과 인공의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창덕궁은 현재 남아 있는 궁궐 가운데 가장 보존이 잘 돼 있고 자연과 잘 어우러진다는 점에서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언어권별로 정해진 시간에 입장할 수 있기 때문에 정문인 돈화문 앞에서 일정 시간 동안 기다렸다가 들어갈 수 있다. 창덕궁 건너편의 종묘(1·3·5호선 종로3가역 8·11번 출구)는 조선왕조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를 봉안한 사당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도심 속에 숲으로 둘러싸여 엄숙하면서도 한적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돌담길 걸으며 문화의 향기 덕수궁(1호선 시청역 3번 출구,2호선 시청역 12번 출구)은 최초의 서양식 건물인 석조전이 있는 곳으로 구한말 수많은 시련의 역사를 간직한 궁이다. 아관파천의 장소였던 옛 러시아공사관과 을사조약이 체결된 중명전은 대한제국의 기운을 느끼게 한다. 국중유물전시관과 덕수궁미술관이 있으며, 대한문에서는 월요일을 빼고 매일 수문장 교대의식이 열린다. 덕수궁 돌담길 건너편의 서울시립미술관도 볼거리다. 현재 ‘마티스와 불멸의 색채화가들전(3월 5일까지)’‘박노수 기증 작품전(2월 19일까지)’‘천경자 상설전’이 열리고 있다. 남정 박노수(藍丁 朴魯壽)는 한국화단의 대표적인 원로작가로 남정의 작품세계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풍경 등을 모티브 삼아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한 실험도 선보이고 있다.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올라가면 서울역사박물관(5호선 서대문역 4번출구·5호선 광화문역 7번 출구)이 나온다. 선사 시대부터 현대까지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정리하여 보여 주는 대표적인 도시 역사박물관이다. 특히 조선시대의 과학·생활·놀이 문화 등을 자세히 엿볼 수 있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주간 물가 동향] 설 연휴 ‘끝’…주요 농산물 하락세

    [주간 물가 동향] 설 연휴 ‘끝’…주요 농산물 하락세

    설이 끝나자 주요 농산물 값이 줄줄이 내리고 있다. 생산량이 적은 백오이 등 몇 개 품목만 여전히 강세다. 1일 서울 양재동 농협 하나로마트에 따르면 설 이후 농수축산물의 거래가 줄면서 채소, 과일 모두 떨어지고 있다. 채소부문 이준용 바이어는 “백오이 등은 여전히 가격이 강세인 품목도 물량 출하가 예상돼 시세는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다만 추위로 품질이 떨어지는 물량이 많이 등급에 따른 시세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배추(포기)는 해남과 진도 지역의 월동 배추가 출하되고 있는 데다 거래가 뜸해져 전주보다 190원 내린 2360원에 팔렸다. 무(개)는 전북과 제주지역의 무 출하량이 증가해 전주보다 290원(23.5%) 내린 940원에, 대파(단)는 전주보다 820원(42%) 내린 1130원에 거래되고 있다. 상추(100g·500원), 감자(1㎏·1340원)의 가격도 소비가 부진해 전주보다 내렸다. 반면 애호박(개)과 백오이(개)는 전주보다 크게 올랐다. 애호박은 전주보다 60원 오른 1650원, 백오이는 전주보다 300원(50%) 오른 900원이다. 주요 과일 값도 일제히 떨어졌다. 사과(5㎏,170개, 후지)는 전주보다 1000원 내린 2만 2500원. 배(7.5㎏, 신고,10개)도 1400원 내린 2만 8500원이다. 제철을 맞은 감귤(10㎏)도 1000원 내린 2만 4900원. 설 명절동안 물량이 소진된 고기 값은 전주와 비슷하거나 조금 올랐다. 돼지고기 삼겹살(100g)·목심(100g)은 산지 물량 부족현상이 지속되면서 전주와 같은 1730원·1580원이다. 닭고기(851g)는 260원 올라 4220원이며, 한우 등심·안심·양지·갈비도 모두 전주와 같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임진강 장마루마을 전원도시로

    민통선과 임진강 인접 파주 장마루마을이 자연환경을 보존하면서 소득기반을 갖추는 서구형 농촌인 ‘어메니티(전원도시·amenity)’로 개발된다. 파주시는 31일 파주 장마루 권역(파평면 장파리·금파리·늘노리)이 농림부의 올 농촌마을종합개발계획에 따라 농촌 특유의 자연환경과 전원풍경, 지역 공동체 문화·유적을 간직하면서 생활환경정비와 소득기반을 확충하고, 관광 인프라를 구축하는 ‘어메니티 농촌’을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파주 장마루 권역은 서울에서 불과 1시간 거리에 있으나 민통선·임진강과 접해 군사시설보호구역과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여 개발압력에서 벗어난 청정지역이다. 총 1107가구 중 527가구가 파주장단콩, 개성인삼, 쌀, 참게, 감자·오이등의 농수산물을 생산하는 농·어가이다. 임진강변의 특이 지질이 형성한 적벽, 파평산, 늘노천 등 청정자연환경을 갖췄고 파평 윤씨의 본고장으로 파산서원이 있다. 올해부터 오는 2010년까지 66억여원이 투입돼 ▲장파리 테마거리 ▲적벽캠프 ▲황복, 참게잡이 체험장 ▲늘노천 수변 휴식 및 생태체험공간 ▲파산서원 연계 전통문화 체험과 농촌문화체험 공간이 시설된다. 또 ▲담장정비 ▲가로수식재 ▲친환경용수로 설치와 ▲노인복지 시설 리모델링 사업 등이 추진된다. 시 관계자는 “장마루 권역은 앞으로 ‘지역주민이 살고 싶고, 도시민이 찾고 싶은 농촌마을’로 탈바꿈해 농촌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어메니티(amenity)란 장소나 건물·기후 등의 쾌적함이나 오락·편의시설 등을 뜻한다. 자연경관을 해치지 않고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농촌의 모든 경제적 자원을 지칭하는 친환경적 전원도시를 일컫는다.서유럽이 이런 농촌 어메니티를 농촌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정해 농촌정책에 반영했고, 어촌개발이나 각종 경제분야에 활용되면서 지금은 ‘어촌 어메니티’‘도시 어메니티’ 등 쾌적함과 만족감을 주는 모든 요소들을 함축하는 의미로 쓰인다. 파주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 [씨줄날줄] 횟집정치/오풍연 논설위원

    정치인에게 ‘낙선’은 생지옥과 다를 바 없다. 하루아침에 부와 명예를 잃기 때문이다. 선거공영제를 실시해 비용이 크게 줄었다고 하지만 빚 안 지면 그나마 다행이다. 이후 백수 생활로 접어들게 된다. 자칭, 타칭 ‘전백련(전국백수연합)’ 회장·고문을 내세우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소득원이 없다 보니 경제 형편도 어려워진다. 그러나 이들에게 정치는 마약과 같아 정당생활을 그만둘 수 없는 처지다. 재·보선이 없을 땐 4년간 인고(忍苦)의 세월을 보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도 1996년 15대 총선에 낙선한 뒤 이듬해 하로동선(夏爐冬扇)이라는 음식점을 열었다. 여기에는 꼬마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고배를 든 유인태·김원웅·홍기훈·원혜영씨가 같은 배를 탔다. 이철·박계동씨도 주주로 참여했다. 십시일반 돈을 보태 동업을 했던 것이다. 이 음식점은 ‘여름화로·겨울부채’란 뜻풀이 때문에 유명세를 치렀다. 별 볼일 없던 정치인 몇몇이 모여 때를 기다린다며 권토중래(捲土重來)를 꿈꾸던 결사체였던 것이다. 하지만 얼마 안 가 문을 닫고 말았다.5년 뒤 노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만큼 당초 뜻은 이룬 셈이다. 현 여권 인사들의 정치자금줄이었던 권노갑씨도 식당을 했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원은 2000년 8·30 전당대회 때 권씨로부터 2000만원을 받았다고 고해성사한 적이 있다. 지금 당권을 놓고 김 의원과 격전을 벌이고 있는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은 당시 같은 지원을 받고도 함구했다. 이에 권씨는 “집사람이 운영하는 음식점 두 곳(돈가스, 비빔밥집)에서 나온 돈과 곗돈으로 모은 현금, 오래 전부터 친지들이 도와준 돈이 포함돼 있다.”고 무마를 시도했다. 누가 보기에도 궁색했지만 그는 이를 일관되게 주장했다. 노 대통령과 오래 인연을 맺어온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횟집을 낸다고 한다. 전주(錢主)가 따로 있을 뿐만 아니라 청와대에서 5분, 정부중앙청사에선 3분 정도 거리여서 궁금증이 커질 수밖에 없다. 청와대 사직 후 특별한 수입원이 없는데다, 해본 것도 횟집밖에 없어 고육지책으로 궁리해 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곧이곧대로 해석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횟집정치’가 성행할 판이다. 오이밭에서는 신발 끈을 매지 말라고 했다. 오풍연 논설위원 poongynn@seoul.co.kr
  • [주간 물가 동향] 제수용 과일 강세 여전…채소값은 안정세

    [주간 물가 동향] 제수용 과일 강세 여전…채소값은 안정세

    이번 주에는 ‘틈새 과일’을 노려보자. 설을 앞두고 제수용 과일의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사이, 토마토 등의 가격은 떨어졌다. 17일 농협 하나로클럽 양재점에 따르면 과일 소비가 사과·배 등 설 제수용으로 집중되면서 출하량이 꾸준한 토마토(100g)의 수요가 감소해 전주보다 30원 내린 240원에 거래됐다. 감귤(10㎏)도 산지 출하량이 증가해 전주보다 600원 내린 2만 5900원에 거래됐다. 제수용 과일은 여전히 강세다. 사과(5㎏, 후지,17개)는 전주보다 2600원 오른 2만 3500원이다. 배(7.5㎏, 신고,10개)는 반입량은 약간 줄었지만 아직 남아있는 물량이 있어 전주보다 600원 내린 2만 9900원에 판매됐다. 단감(5㎏,20개)은 전주와 같은 1만 6900원. 채소 값은 안정세를 찾고 있지만 몇몇 품목은 여전히 비싸다. 애호박(개)과 백오이(개)는 추위 때문에 물량이 여전히 부족해 전주보다 각각 390원(32.5%),50원(9%) 오른 1590원·6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배추와 대파는 값이 조금 내렸지만, 지난해보다는 비싸다. 전주보다 280원·130원 내린 2270원·1950원으로, 지난해보다 두 배 정도 비싼 수준이다. 돼지고기 값은 오르고, 닭고기는 내렸다. 돼지고기 삼겹살(100g)·목심(100g)은 산지 출하두수 감소로 2주 연속으로 값이 올라 100g당 각각 10원씩 오른 1730원·1580원에 거래됐다. 반면 닭고기(851g)는 물량 증가로 전주보다 160원 내린 4570원에 판매됐다. 한우는 지난주와 같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2집이 맛있대] 서울 서초동 ‘HARUE’

    [2집이 맛있대] 서울 서초동 ‘HARUE’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앞에 위치한 ‘HARUE’(하루에)는 식사와 디저트는 물론 커피 맛까지 환상의 콤비를 이루는 레스토랑이다. 캐주얼한 분위기인데도 결코 가볍지 않으면서도 아늑하고 편안하다. 언제, 누구랑 찾아와도 결코 접대에 소홀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특히 멋진 공연을 보러 예술의전당을 찾았다면 꼭 잊지 말고 들러볼 만한 곳이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있는 아이템은 샌드위치와 햄버거 스테이크. 햄과 양파, 아메리칸 치즈가 어울린 새콤달콤한 맛의 ‘이탈리안 햄 치즈샌드위치’, 베이컨과 계란, 양상추, 토마토가 얹혀진 ‘B·E·L·T샌드위치’, 햄 사이로 흘러내리는 모차렐라 치즈의 맛을 즐길 수 있는 ‘햄 치즈 파니니 샌드위치’ 등 7가지의 샌드위치를 골라 먹을 수 있다. 네 조각의 샌드위치를 먹고 나면 든든하다. 큰 접시에 샌드위치와 양배추 샐러드, 오이·고추 피클이 한 세트로 같이 나온다. 위에 달콤하고 부드러운 하야시 소스를 뿌린 햄버거 스테이크는 나이와 관계없이 누구나 좋아하는 메뉴. 큼직한 햄버거 스테이크도 맛있거니와 하얀 밥에 떡하니 얹혀 나오는 계란 프라이 한 개에 여유를 느낀다. 점심시간에는 햄버거스테이크, 샌드위치, 파스타 중 하나를 고르면 음료와 함께 9900원에 먹을 수 있다. 정말 이 집에서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이 디저트. 어떤 이들은 환상적인 디저트 때문에 이곳을 찾기도 한다. 달콤한 토스트를 생크림에 찍어 먹는 ‘버터 슈거 토스트’ 하나 시켜놓고 여럿이 나눠 먹으면 절로 정이 샘솟는다. 설탕이 솔솔 뿌려진 토스트를 생크림에 콕 찍어 먹는 맛이란 최고임을 보여준다. 특히 막 구워낸 바삭바삭한 와플을 먹고 나면 마음 가득 행복해진다. 와플 위에 아이스크림을 올릴지, 과일을 올릴지는 자기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사실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좋아하는 것이 와플. 강기택 사장은 “하루에 두번 장을 본다. 한결같은 맛을 유지하는 것은 손맛이라기보다 질좋고 신선한 재료를 아끼지 않고 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겨울 패션 고수 되는법

    겨울 패션 고수 되는법

    여름 멋쟁이는 떠 죽고, 겨울 멋쟁이는 얼어 죽는다고? 천만에. 여우같은 요즘 멋쟁이들은 추위에 떨지 않는다. 기능성 속옷과 예쁜 타이츠로 따뜻하면서 날씬하게 겨울을 난다. 유행을 따르면서도 개성있는 스타일로 소화하는 요령까지 꿰고 있다. 나만의 멋진 스타일을 뽐내면서 남은 겨울을 멋스럽고 신나게 즐겨보자. ■ 자외선·건조함 관리하면 미스 & 미스터 뷰티다 매서운 찬바람에, 또는 신나게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동안 우리 피부는 힘을 잃는다. 흰 눈에 반사된 자외선까지 합세해 피부를 괴롭히는 겨울철에 세심하게 피부 관리를 해야 한다. # 자외선 차단은 더욱 꼼꼼히 온통 흰 눈으로 덮인 스키장에서는 자외선 차단제를 얇게 2∼3번 덧발라 주는 게 좋다. 또 보습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로션, 크림은 평소 사용하는 양보다 1.5배 정도는 많이 바른다. 특히 피부가 연한 눈가와 입술에는 더욱 신경써서 바른다. 가능하면 고글, 모자, 마스크 등으로 피부가 노출되는 부위를 최소화하는 것도 좋다. 클렌징 제품을 이용해 철저히 세안을 한 후에는 스팀타월로 찬바람을 맞아 화끈거리는 피부를 진정시킨다. 열을 내리고 미백효과가 있는 감자나 오이, 키위 등으로 팩을 만들어 피부에 영양을 준다. # 피부미남, 겨울 버티기 ‘미스터 뷰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제는 남성도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때다. 고운 피부도 남성의 멋을 더한다. 스킨·로션 단계 이후에 아이 크림, 보습 크림, 미백 에센스 등을 추가해보자. 화진화장품의 ‘이시오에 프라임 포 맨 에센스’는 피지가 많은 남성 피부의 번들거림을 잡고, 맥아·녹차 추출물로 탄력을 되찾아준다. 입큰(IPKN)의 ‘맨 화이트’는 모공이 넓은 남성들의 피부를 위한 미백라인. 칙칙해진 피부의 독소정화뿐 아니라 피지조절, 화이트닝까지 3단계로 관리한다. 이밖에 태평양의 ‘오딧세이 선라이즈 쿨 아이’, 애경의 눈가 보습팩 ‘포튠 듀얼 이펙트 아이패치’, 비오템의 ‘이드라 데톡스 옴므 O2 아이크림’ 등 다양한 남성 전용 화장품을 이용해도 좋다. 하얗게 튼 입술과 손등은 남성을 초라하게 한다. 항상 립크림이나 립밤, 핸드크림을 챙겨 수시로 바른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도움말 및 사진제공 : 비비안·태평양·애경·G마켓> ■ 내복도 이젠 필수 패션 반소매 니트에도 감쪽같이 입을 수 있는 얇고 짧은 길이의 내복이나, 치마 안에 입어도 보이지 않는 반바지 형태의 타이츠까지 다양한 겨울철 속옷으로 멋과 보온을 모두 잡아보자. # 반소매,7부 내복으로 안 보이게 올 겨울 내복은 촉감이 부드럽고 몸의 움직임도 한결 편해졌다. 반소매 니트에도 감쪽같이 입을 수 있는 얇고 짧은 소매의 내복이나, 치마나 유행하는 크롭트 팬츠 속에 입어도 보이지 않는 반바지 형태까지 나왔다. 원단을 잘 택하면 활동하기도 편하고 옷맵시도 흐트러뜨리지 않는다. 면 원단은 원단의 수가 높을수록 실이 얇고 섬유가 부드러워진다. 리오셀 원단은 실크같이 부드럽고 포근한 촉감을 내면서도 내구성이 좋다. 한 겹으로 열을 보존하는 기능이 있는 발열 원단을 쓴 내복도 가볍고 따뜻하다. # 스커트 속에는 거들 겸 내복 보온 효과를 내주면서도 체형 보정 기능을 겸하는 거들도 나와있다. 일반 거들처럼 배는 눌러주고, 힙업 효과를 내는 등 보정 기능을 갖고 있다. 원단 안쪽에 얇게 융 처리를 해 부드럽고 포근한 착용감을 내게 한 점이 특징이다. 답답하고 뚱뚱해보인다고 내복 입기를 꺼리는 젊은 남성에게는 남성용 타이츠가 좋다. 신축성이 좋아 몸에 잘 밀착되는 스판 소재나 너도밤나무에서 추출한 천연섬유인 모달 원단은 활동이 편하다. # 타이츠로 보온과 패션의 포인트 추운 날씨에도 치마를 입고 싶은 여성에게는 패션 스타킹이 좋다. 일반 스타킹보다 두꺼운 타이츠는 보온성과 함께 패션성을 제공해 여성의 필수 패션 소품이다. 면사를 신축성있게 짜 만든 면 타이츠는 보온성이 더욱 뛰어나고 도톰해 시각적으로도 따뜻하다. 울 타이츠는 울 특유의 포근하고 캐주얼한 느낌을 낸다. 화려한 겉옷과 부츠에 매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색상에, 줄무늬 하트무늬 등 문양을 넣거나 다른 실과 함께 짜 섹시한 느낌을 준다. 특히 올 겨울에는 거들 기능이 첨가된 타이츠도 나와 거들을 따로 입지 않아도 스커트 속 몸매를 날씬하게 다듬을 수 있다. ■ 송지미씨가 말하는 동대문 알뜰 쇼핑 노하우 자신만의 개성을 잘 살린 사람을 보면 ‘어디서 저런 옷을 샀을까….’라는 궁금증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송지미(29·패션 프리랜서)씨. 그는 저렴한 쇼핑몰을 종횡무진 누비며 그의 스타일을 만들어낸다. 그의 동대문 쇼핑에 동행해 겨울철 알뜰 멋내기 노하우를 들췄다. # 돌고, 돌고, 또 돈다 그처럼 하려면 밥을 든든히 먹어야겠다. 동대문 쇼핑몰의 여성복 코너 2∼3개층을 모두 빠른 걸음으로 돌아다닌다. 하지만 손에 들리는 건 없다. 가격만 슬쩍 물어본다. 안 그래도 빠른 걸음인데 “늦겠다.”라며 서둘러 간다. 목적지는 건너편 허름하고 층별로 구분도 제대로 안된 동대문운동장 근처의 쇼핑몰이다. 조명 아래 디스플레이된 물건이 아닌 ‘세일’이라고 적힌 빼곡한 행거 사이를 헤집는다. 건너편과 비슷한 스타일의 옷인데 가격은 훨씬 싸다. # 내 스타일을 아는 것도 고수의 길 대형 쇼핑몰과 도매시장을 빠른 걸음으로 돌면서도 수많은 옷들 중에 관심을 갖는 아이템을 속속 골라낸다. 스스로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고 그에 따른 쇼핑 노하우도 찾았다.“전체적으로 여성스러우면서도 귀여운 스타일만 골라내요. 사람들이 가장 잘 어울린다고 하는 ‘나름의 이미지’를 구축한 거죠. 다른 스타일을 많이 시도해 봤지만 모두 내게 어울리지 않았거든요.”동대문 쇼핑몰에서 찾은 아이템이 마음에 들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면 일단은 ‘작전상 후퇴’한다. 그리고 인터넷 쇼핑몰을 헤맨다. 가장 가까운 스타일을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손품을 많이 팔아야 하지만 거의 절반 값에 살 수도 있단다. ■ 동대문 패션 완전정복 5원칙 발품을 조금이라도 덜 팔고 싶다면 다음을 명심하라. 1.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자. 얼굴형, 체형,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하면 어떤 아이템, 어떤 유행에도 ‘나다운 것’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2. 다양한 컬러의 옷을 구비하자. 사람들은 보통 좋아하는 색상의 옷을 다양한 디자인으로 갖고 있다. 이보다는 좋아하는 스타일을 다양한 색상으로 갖추면 훨씬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3. 액세서리를 적극 활용하자. 빠르게 변하는 유행에 따라 의상을 구비하는 것은 경제적, 정신적으로 큰 부담이다. 차라리 상대적으로 저렴한 모자, 벨트, 가방 등의 액세서리를 다양하게 확보해보자.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준 패션은 멋진 자기 표현이 된다. 4. 단골매장을 만들자. 주로 쇼핑을 하는 곳에 단골매장을 둔다. 백화점과 아웃렛에서는 신상품이나 인기상품, 세일 등의 정보를 빠르게 얻을 수 있고 의류상가에서는 할인이 가능해 알찬 쇼핑을 할 수 있다. 5. 과감해지자. 트렌드에 휘말리지 말고, 그것을 응용한다. 내가 트렌드를 만들어 나간다는 자신감을 갖고 남들과 다른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해보자. ■ 모자쓰GO~ 멋스럽GO~ 따뜻하GO~ 모자는 요즘 같은 겨울철 방한용으로도 필수다. 전체적인 분위기와 색상에 맞는 스타일의 모자를 쓰면 더욱 멋스러운 연출이 된다. # 풀온(Pull-on) 편하게 머리에 뒤집어 쓸 수 있는 대표적인 보온용 니트모자다. 더운 여름에도 얇은 풀온은 남성에게 사랑받는 아이템이다. 올 겨울에는 작은 챙이 달린 스타일((1)·(2))이 인기. 길게 늘어지는 디자인((3))은 보드복에, 기본형((4))은 힙합의상에 더욱 멋스럽다. 챙 부분을 귀쪽에 오도록 쓰면 귀엽다. # 헌팅캡(Hunting cap) 한국인의 두상에 가장 잘 어울리는 디자인. 다양한 컬러와 가죽·울·코듀로이 등 폭넓은 소재로 패션 소품으로 손색이 없다. 세련된 정장부터 발랄하고 화려한 캐주얼까지 모든 스타일을 커버할수 있다. # 트랩퍼(Trapper) 올 겨울 부쩍 눈에 띄는 아이템 중 하나. 챙을 만들고, 귀 덮개를 올리거나 내려 갖가지 모양으로 연출할 수 있다. 다소 과장된 것이 오히려 더 큰 매력으로 다가오는 소품.((5)) # 베레모 여성스러우면서 귀여운 이미지를 200% 표현한다.1990년도 중반부터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울, 앙고라 소재가 가장 사랑받는다. ■ 도움말 캉골 마케팅팀 서희정 과장
  • 女大앞 ‘피임약’ 광고

    女大앞 ‘피임약’ 광고

    피임약 「붐」이 한창이다. 서대문의 어느 女大 앞 약국 「쇼·윈도」엔 커다란 피임약 광고가 나붙어 오가는 여대생들을 「겁주고」있다. 「오랄·필」(경구피임제)은 말하자면 근대화 「액세서리」-. 그것의 소비량은 그나라 경제 수준과 정비례한다는 망측스런 얘기도 있다. 69년의 한국은 가위 피임약의 해. 5종의 피임약이 한꺼번에 쏟아져나와 약가(藥街)의 판매경쟁 또한 치열하다. 피임약 홍수의 수원(水原)을 찾아보니-. 「킨제이·리포트」에 의하면 사람은 일생동안 평균 5천5백회의 「섹스」를 경험한다. 이 가운데 신의 섭리대로 생식을 위해 바치는 작업은 단 50회. 전체의 99%는 「목적의 사용」이라는 결론이다. 가족계획이라는 이름으로 실천되는 피임은 말하자면 이 99%를 보다 완벽하게 수행하기 위한 것. 피임 수단도 놀라게 발전했다. ■ 「피임약 시대」開幕 큰 명원 산부인과엔 요즘 혼인신고의 「잉크」조차 채 안말랐을 신부 초년생들이 찾아 온다. 임신상담, 육아상담이 아니라 그들중의 얼마는 아예 단산(斷産)상담을 하러 와 담당 의사를 놀라게 한다. 『「섹스」를 원해요. 아이는 싫습니다 』- 이것이 현대 「이브」들의 귀여운 절규. 61년부터 우리나라에선 가족계획이란 이름으로 「루프」가 대대적으로 부인들에게 공급되었다. 「루프」는 대체적으로 확실하고 안전한 피임수단이긴 하지만 삽입후 갖게되는 이물감, 출혈등의 부작용으로 그 성가(聲價)가 날로 쇠퇴일로를 걷게 되었다. 이의 「바통」을 이은게 먹는 피임약. 시판되는「아나보라」, 「린디올」, 「오소로붐」, 「오브랄」외에 관수(官需)로 공급되는「오이기논」을 합쳐 모두 5종의 피임약이 각축전을 벌이고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피임약은 63년 7월에 들어온 「아나보라」가 효시 - 당시는 20정짜리였다. 67년에 「오소노붐」, 「린디올」이 들어오고 또 금년에 「오브랄」이 들어 옴으로써 한국에 있어서의 「피임약시대」는 이제 막을 올린 느낌이다. 면세 수입되는 「아나보라」, 「오브랄」, 「오소노붐」, 「린디올」의 월간 공급량은 15만「사이클」. 각 보건소를 통해서 정부가 공급하는 「오이기논」의 금년 공급목표가 32만명분이니 우리나라 전체 가임여성 3백만명의 6분의1 이 금년에 피임약을 먹게되는 셈이다. ■ 시끄러운 부작용(副作用) 논쟁 최근에 도착한 외지는 각종 피임약의 부작용 논쟁을 크게 보도하고 있다. 「오랄·필」이 효과면에서 1백%의 적중율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부작용 또한 전혀 없질 않아 말썽이 되고 있다. 피임약의 부작용은 일반적으로 복용 1~3개월 사이에 나타나는 임신초기증세. 부작용 발생율은 천체의 20~30%. 치명적인 부작용은 피가 엉기는 혈전기(血展氣) 이다. 건강 「뉴스·위크」에 의하면 피임약 복요아 10만명중 10명에게서 이 형전증이 발견되어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이밖에 간기능 장애, 발암성등의 부작용이 보고도고 있으나 그리 심각한 정도는 못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 오히려 먹는 피임약은 그 피임효과에 있어 거의 1백%의 정확성을 가지고있어「오랄·필」 인구는 세계적으로 해마다 늘어가고 있다. ▷피임 실패율을 방법별로 보면- ▷권주법 = 40% ▷월경주기 이용 = 35% ▷중절법 = 16% ▷「콘돔」= 15% ▷「루프」= 3% ▷경구피임제 = 1% 결국 많은 부작용 논쟁속에서도 경구 피임제는 지금까지 개발된 피임수단중에서 가장 이상적인 것이라는 점에서 명인좌「名人座」는 좀체로 흔들릴 줄 모르고 있는것. ■ 개발 경쟁 새 피임약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막을 횡단하는 낙타가 새끼를 낳지 못하도록 둥근 자갈을 낙타의 자궁속에 넣었다는 유명한 얘기가 있다. 중국에서는 피임을 원해서 성교후 올챙이를 먹는 풍습이 있었고, 피임약으로 소나무 껍질이나 돌, 가죽, 5배자(培子)등을 사용했다는 얘기가 史記에 쓰여져 있다. 먹는 피임약으로 처음 개발된 것은 1958년에 타온 「에노비드」. 61년에 본격적으로 시판되기 시작하면서 이어 「아나보라」가 나왔다. 지금까지 개발된 피임약은 크게나눠 「콤비네이션」과 「시켄시얼」의 2종.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5종의 피임제는 전부 「콤비네이션」으로 이것은 난포, 황체 「호르몬」을 배합시킨 것이다. 「시켄시얼」은 15일은 난포 「호르몬」, 나머지 7일은 황체「호르몬」을 투여시키는 것으로 부작용이 적은 대신 피임효과면에서는 「콤비네이션」보다 다소 떨어지고 있다. 학자에 따라서는 피임약을 3세대로 구분하는 사람이 있다. 황체「호르몬」함유량이 4㎎ 이상이던 60년 초반기를 1세대, 2㎎~3㎎이던 65년 전후를 2세대·그리고 천연황체「호르몬」함유량을 1㎎이하로 떨어뜨린 것을 3세대로 보고있다. 「오이기논」과 최근 시판 도기 시작한「오브랄」이 3세대의 것.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아나보라」가 전체 시장의 70~80%를 점유하고 있다. 정확·간편·안전을 「캐치·플레이즈」로 하는 피임약은 부작용 외에도 여러가지 먹는데 있어서의 불편한 점이 있다. 서독 「쉐링」회사에서는 SH560호라는 피임 주사제를 개발하고 있는데 이것은 1회주사로 1개월간 피임 효과를 볼 수 있는 것. 또 미국의 어느 회사에서는 「모닝·아프터·필」이라는 난포 「호르몬」제제를 개발하고 있는ㄷ 이것은 성교후 약을 투여해 수정란의 배란을 방지하는 것이다. 이밖에 남자가 먹으면 1개월간 정자 생산이 중지되는 새로운 남성용 피임약이 미국 「업존」과 「멜크」회사에서 연구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沈尙煥교수는 경구 피임약을 복용하기전 반드시 전문의사와 상담을 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피임약의 부작용은 대단찮은 것이지만 당뇨병·간장병·정맥류·자궁근종·신장병·심장병환자에게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 沈교수의 의견. [ 선데이서울 69년 5/18 제2권 20호 통권 제34호 ]
  • 생각하는 영농 ‘대박 조건’

    생각하는 영농 ‘대박 조건’

    ‘농업, 거꾸로 보면 대박이 보인다!’ ‘어머나’의 가수 장윤정. 트로트가 기성세대의 전유물이라는 고정 관념을 깨며 성공을 일궈냈다.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과 적극적인 틈새시장 공략이 잘 맞아 떨어진 결과다. 이같은 ‘블루오션’(경쟁이 없는 미개척 시장) 전략은 시장개방과 무역장벽 등 어려운 여건에 처한 요즘 한국 농업인들에게도 좋은 교과서가 된다. 농림부와 재정경제부가 3일 발간한 책 ‘농자천하지대박’(농촌정보문화센터 펴냄)은 ‘농업계 블루오션’ 전략을 담고 있다. 기업형 농업(농기업) 경영을 하는 10곳의 경영혁신 사례를 통해 성공의 비밀을 소개한다. 과연 ‘대박’과 쪽박’을 가르는 기준을 뭘까. ●발상의 전환, 블루 오션을 찾아라 ㈜감나루(대표 백성준)는 현지에서 생산되는 감을 재료로 한 ‘천연 아이스 홍시’를 개발했다. 떫은 맛 때문에 선호하지 않는 과일로 취급받던 감을 아이스크림 시장에 진출시키는 발상의 전환을 꾀한 것.‘탈삽기술‘(떫은맛 제거 기술)을 이용,300원짜리 감을 3000원짜리로 고급화해 결실을 거두고 있다. 지난해에는 매출액 16억원에 5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신기술과 전문지식을 활용하라 ‘원예전문가’ 5명으로 구성된 ㈜제주종묘(대표 김태훈)는 차별화된 기술력을 통한 농법으로 성공 신화를 썼다. 김 대표는 21세기 세계 농업의 경쟁은 결국 ‘종자’에서 시작될 것으로 봤다. 식량 자급률이 30%인 국내 사정을 감안할 때, 신품종 개발은 식량 안보 차원에서 중요성이 크다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에 끊임 없이 지역 특성에 맞는 새품종 개발에 매진, 씨감자에 이어 당근의 새 품종 개발에 성공했다. ㈜허브 아일랜드(대표 임옥)는 농업과 문화를 접목시켰다.‘웰빙’시대의 흐름에 맞게 허브를 삶의 모든 분야에 적용,‘음식과 휴식’이라는 토털 문화체험 상품으로 개발했다. 직원들이 허브가공, 꽃꽂이, 세공 관련 28개 자격증을 습득, 해당 기술을 허브 관련 상품 개발에 적용,2000여종의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장인정신과 경영마인드의 만남 ㈜건강나라(대표 한경희)와 ㈜바이오이숍(대표 이영춘)은 수십년의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성공 경영을 일궈냈다. 15년의 다양한 채소 ‘양액재배’(토양 없이 작물 재배) 경험을 바탕으로 ‘새싹 채소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했다. 특히 특급호텔과 최고급 백화점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해, 상위소득 1% 계층을 겨냥하는 명품 이미지를 구축했다. 바이오이숍은 45년간의 도라지 연구와 15년간의 농사실험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통상 3년인 도라지의 수명을 21년으로 연장한 장생도라지재배에 성공했다. ●생산·유통·판매과정의 수직 계열화 닭고기 브랜드의 선두인 ㈜하림(대표 김홍국·이문용)은 코스닥 등록기업이다. 양계장으로 시작해 육계산업을 선도하는 핵심기업으로 성장했다. 성공 요인은 체계적이고 철저한 계열화와 수직통합, 사육과 가공, 판매를 동시에 운영하는 통합경영 시스템을 도입해 안정적인 생산시스템을 마련했다. 이같은 시스템을 통해 200여가지의 신선육 제품과 180여가지의 육가공제품을 개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막을 수 없다면 손 잡아라 전남 해남군의 ㈜참다래유통사업단(대표 정운천)은 농산물 시장개방을 앞둔 우리 농가에서 벤치마킹할 만한 대상이다. 세계적 명성의 뉴질랜드산 키위를 누르고 성공적으로 국내시장을 지켜낸 이 회사의 성공 전략은 ‘제품 특화’다. 외국 기업과 손잡고 ‘키위’라는 외국산 농산물을 ‘참다래’라는 국산 과일로 바꿨다. 또 구황작물에 지나지 않던 고구마를 고급화해 건강 다이어트 식품으로 특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소비자와 직접 만나라 ㈜해드림(대표 이종우)은 인터넷 쌀가게의 원조다. 온라인에 쌀가게를 개설,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유통구조를 구축했다. 주문후 24시간 안에 배송하는 ‘신선한 쌀’이라는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로 20% 이상의 가격 상승효과를 얻었다. 지난 1990년 이천양동조합으로 출발, 현재 국내 돼지고기 생산의 15%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한 ‘도드람’(조합장 진길부,CEO 원종섭)은 사료·양돈·가공의 계열화 전략을 썼다. 개별화된 농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대규모 경영체를 구성했다. ‘도드람 포크’라는 공동 브랜드로 출하, 경비를 절감하고 판매망을 확충,228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거대 조합으로 성장했다. ㈜학사농장(대표 강용)도 소비자와의 직접 만남을 시도했다. 유통업체에 판매장을 개설해 직접 판매하고, 유통전문회사 ‘유기데이’를 통해 대형 할인점을 중심으로 유기농산물을 판매하는 등 안정적인 유통채널을 확보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유령’ 작가의 진실/조연정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유령’ 작가의 진실/조연정

    삶은 살아가는 것이지, 이야기하는 게 아니거든 -‘부넝숴(不能說)’ 중에서 ●편집자주:원고의 각주는 편의상 모두 본문 안에 삽입했습니다. 1. 형식에서 정서로, 혹은 인식에서 믿음으로 김연수는 똑똑하고 성실한 작가다. 이것은 물론 그의 작품이 증명해 주는 바다. 이미 첫 장편 ‘7번 국도’의 하이퍼텍스트적 글쓰기에서 그것이 예고되었고,‘굳빠이, 이상’에서는 그의 ‘좌뇌’가 승한 글쓰기가 과도하다 싶을 만치 절정을 이뤘으며, 최근의 ‘나는 유령작가입니다’에서는 논픽션적 자료의 편집으로 픽션을 제작하는 방식의 글쓰기(이에 대해서는 김연수 심진경 류보선의 좌담 ‘작가-되기, 혹은 사라진 매개자 찾기’, 문학동네 2005년 가을호 참고)가 일가를 이뤘다고 할 만하다. 새로운 소재와 생생한 묘사라는 ‘발로 쓰는’ 글쓰기가 유행하는 가운데, 김연수는 그 나름 ‘읽고 쓰는’ 글쓰기의 장을 적극적으로 열고 있다고나 할까? 예컨대,‘공야장 도서관 음모 사건’의 보르헤스식 모티프에서 ‘연애인 것을 깨닫자마자’에 나오는 경성제대 이어철 박사의 ‘냉수를 마셔라’라는 자료에 이르기까지, 또 휘트먼의 시에서 한시에 이르기까지 그의 레퍼런스는 실로 화려하다. 때문에 그의 작품은 비록 대중적이지 않을지는 몰라도 읽을 만하다. 읽을 만하다는 것은 그 자료적 풍부함과 형식적 공들임이 해석의 욕망을 자극한다는 말이다. 비슷한 시기에 등단한 김영하나 백민석이 “이런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라는 소재적 새로움을 문단에 던져줄 때, 김연수는 “이런 식으로도 이야기할 수 있다”라는 형식적 새로움을 마련해 주고 있다. 그는 자칭 “현학적인 문학근본주의자”인 것이다. 더불어 김연수는 시대적 상처와 유관한 작가다. 첫 단편집 ‘스무 살’의 ‘구국의 꽃, 성승경’에서 투신하는 학생 운동가라든지,‘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의 ‘첫사랑’에서 수배자의 고백이라든지,‘그 상처가 칼날의 생김새를 닮듯’의 배경이 되는 광주항쟁과 지역감정의 문제라든지, 이처럼 80년대적 상황과 사회적 투쟁의 상처는 89학번 김연수에 의해 소설 안으로 계속해서 호출된다.“세대의식과 소설가적 자의식을 맞세우며 자신의 소설적 지평을 지속적으로 갱신했다.”는 평가는 그래서 나온 것이다. 물론 김연수가 등단했던 1990년도는 집단의식보다는 ‘나’가 문단의 화두였다. 한편에서는 윤대녕, 신경숙이 ‘나’를 돌아보며 내면으로 침잠할 때, 다른 한편에서는 김영하가 그 ‘나’를 파괴하겠다며 나르시스트의 ‘거울’을 부수고 있었고, 백민석의 주인공들이 엽기적인 행각을 서슴지 않았으며, 여러 문화적 코드들이 혼종된 작품들도 마구 쏟아져 나왔다. 억눌렸(렀)던 개인의 욕망이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고, 왜곡된 방식으로 사회의 모순된 구조가 드러났으며, 그 와중에 대사회적인 투쟁이나 고민은 이미 유행지난 옷가지처럼 옷장 깊숙이 처박힌 애물단지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김연수의 주인공들은, 학생운동의 과잉진압으로 죽은 ‘성승경’의 동생 ‘승진’이 죽은 누나의 원피스를 입고 유령처럼 밤거리를 헤매듯, 그 유행지난 옷가지들을 자꾸 꺼내서 입어본다. 그는 자칭 “80년대에 가까운 작가”이기도 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 옷은 역시 유행에 걸맞지 않는 터라, 더불어 이 부채의식이라 할 만한 것에 짓눌려 있기에 작가의 상상력의 궤적이 너무나 크고 그의 지적 발랄함이 너무나 경쾌한지라 “김연수에게 문학적 글쓰기는, 자신의 진실을 고통스럽게 토로하는 것보다는 상상력을 통해 세계를 재구성하는 쪽에 훨씬 더 가까이 있다.”(서영채,‘유토피아 없이 사는 법’, 문학동네 2002년봄,p328)라는 지적이 폭넓은 공감을 얻기도 했다. 김연수 식 예의 그 경쾌한 글쓰기는 ‘사랑이라니, 선영아’라는 재치있는 연애소설에서 그 빛을 발하고, 결국 ‘나는 유령작가입니다’에서 편집자, 주석가, 번역가로서의 그의 재구성 능력이 우연과 필연, 진실과 거짓에 관한 통찰까지 얻음으로써 한층 업그레이드된다. 이렇게 본다면 김연수에게 80년대적 상황 혹은 세대 감각, 그리고 그의 작품들을 관통하고 있는 다소 우울한 정서의 문제는 작가가 초지일관하고 있는 형식적 구성력에의 관심, 또 그에 값하는 작가의 능력에 의해 묻혀 버리게 된다. 따라서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에서 징후적으로 등장하는 시대적 배경들과 그 소설집 전체를 관통하는 고독과 비애의 정서는 “이 소설만큼은 연필로 쓰기로 결심했다.”라는 작가의 고백과 함께, 김연수의 작품 목록에서 특이한 것으로서만 간주될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집의 독특함 혹은 이질성에 대한 평가는 뒤이어 나온 ‘유령작가’의 형식적 강렬함에서 더 힘을 얻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최근 장편 연재를 시작한 ‘모두인 동시에 하나인’(문학동네,2005년 겨울호)에서 김연수는 다시 80년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끌고 오면서 전후 한국 현대사를 거론하고, 그러면서 인간의 문제에 집중하고 있어서 흥미롭다. 그렇다면 김연수는 어디로 가려는 것일까? 이쯤 되면, 김연수의 ‘변전’(김형중),‘기획력’(심진경), 혹은 ‘문턱 넘기’(김연수)는 여전히 한쪽에는 세대의식, 한쪽에는 작가의식을 놓고 그 양극 사이를 진동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아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연수 소설에서 ‘모두인 동시에 하나인’ 것은 무엇일까? 이 글은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한다. 여기서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김연수는 애초에 인간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작가라는 것이다. 그가 유지해 왔고 벌써 정점에 도달한 듯 보이는 포스트모던적 글쓰기나 불가지론적인 사고에는 세계에 대한 냉철한 인식의 차원을 넘어서는 그 무엇이 있다. 그의 세계인식이 “그러므로 진실은 없다.”는 냉소나 허무주의가 되지 않고,“진실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도 바로 인간에 대한 끝없는 관심 때문일 텐데, 그것은 어떤 ‘정서’의 집약을 통해 스며 나오기도 하고,‘의지’ 혹은 ‘믿음’으로 실천되기도 한다.“아프지 말아라, 너무 아파하지 말아라”(‘노란 연등 드높이 내걸고’,‘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문학동네,2003,p.194. 이하 본문에서 이 책을 인용할 경우 1:페이지수)라는 식의 위로와 “나도 어디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보기로 했다”(‘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나는 유령작가입니다´, 창작과 비평사,2005,p.28. 이하 본문에서 이 책을 인용할 경우 2:페이지수)라는 의지 같은 것들이 김연수를 해체적 허무주의자라는 평가로부터 지켜낸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그 한복판에 항상 ‘언어’에 대한 고민이 놓인다는 점이다. 소설집의 제목에 ‘작가’라는 말을 대놓고 쓸 만큼, 또 작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 목록이 다수에 해당할 만큼 그에게 언어의 운용은 중요하다. 김연수 소설의 인물들이 흔히 무엇을 쓰거나 말하거나 읽고 있다는 사실도 그 증거가 된다. 따라서 우리는 그의 언어 수행 행위를 바탕으로 해서, 김연수만의 진정성과 고민의 내용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다음과 같은 질문들에 답하는 과정으로 이 글은 쓰여진다. 그의 형식적 기발함과 재치와 성실성에 묻혀 버린 김연수의 진정성은 무엇이고, 그가 멈추지 않는 질문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는 그 질문을 지금껏 어떻게, 어디까지 해결했나? 2. 기억으로 말할 수 없는 것, 말로 기억할 수 없는 것-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작가가 그렇듯 ‘나는 유령작가입니다’의 인물들은 끊임없이 말하거나 쓴다. 김병익이 지적했듯,‘나는 유령작가입니다’의 작품들은 이제 무엇에 대해 쓰기 시작하겠다는 말을 먼저 밝히는 것으로 서두를 뗀다.(김병익,‘(해설)말해질 수 없는 삶을 위하여’, 위의 책)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의 ‘나’는 스스로는 인식하지 못한 채 혼잣말을 계속하고, 그의 이혼한 아내는 꿈꾼 것을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다.‘부넝숴’와 ‘이렇게 한낮 속에 서 있다’의 화자는 아예 독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한편 ‘거짓된 마음의 역사’는 일방적인 편지 형식이며,‘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의 ‘그’는 세상과 단절된 채, 여자 친구의 자살 원인을 알기 위해 ‘소설’을 쓴다. 유서에 자신에 대한 단 한 줄의 언급도 남겨 놓지 않은 여자친구에게 자신의 존재는 도대체 무엇이었고,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기는 한 것일까라는 처절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그는 ‘너’의 흔적을 그리고 ‘우리’의 흔적을 더듬는다. 문제는, 그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혼잣말이며,“사랑한다고 해서 한 인간의 꿈 속까지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며,“삶은 살아가는 것이지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며, 편지에는 답장이 없다는 것이며, 소설 속의 인과관계 안에서는 어떤 진실도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그들의 언어는 장애를 지니고 있다. 말은 할수록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은 새였을까, 네즈미’에서처럼 단어 몇 개로밖에 소통할 수 없는 말하기가 더 단호하고 정확하게 들릴 수 있다. 그렇다면 결국 계속해서 말을 하고 글을 쓴다는 것은 허무한 일인가. 그래도, 여하튼, 침묵은 비겁하다. 그래서 인물들은 말해질 수 없는 것을 또 말하고 쓴다. 전작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의 인물들도 그랬다. 그렇지만 그들은 타인과 소통할 수 없음에 대해서는 무신경하다. 아니 그 점에 대해서는 일부러 외면하고 있다고 말하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왜일까? ‘첫사랑’의 ‘나’는 수배중이다. 자수할 시간이 임박한 상황에서 ‘내’가 마지막으로 하는 일은 첫사랑 ‘정인’에게 편지를 쓰는 일이다. 그 편지 내용이란 건 거창할 게 없다. 삶의 기로에 서 있는 사람에게 역설적으로 아주 사소한 기억들이 떠올려지듯 ‘나’는 어린 시절의 몇 가지 사건을 떠올리고 그에 대해 고해성사를 해나간다. 자신의 관심이 무시당하자 정인의 뺨을 때린 일, 혜지누나에게 화풀이하듯 “남의 잔에 술이나 따르는 더러운 년이 일식은 무슨 일식”(1:114)이냐며 결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일 등을 얘기한다. 그런 고백의 사이사이에 “판문점 도끼만행사건”,“데프콘 발동”,“직선제 개헌”과 같은 정치적 사건들을 무심히 끼워 넣는다. 그런데 그 편지는 단지 자신의 지난날을 정리하고 “아름다운 것을 보고 망쳐버리는 동물은 사람뿐이야.”(1:114)라는 뒤늦은 뉘우침을 고백하기 위한 것이었을까? 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누군가에게 이런 얘기를 남겨야만 한다는 초조한 마음”(1:98)에 사로잡혀 편지를 쓰고 있다는 사실이며, 따라서 특별히 그 대상이 ‘정인’이어야 할 것도 없다는 점이다.‘정인’의 주소는 짐 정리를 하다 우연히 발견되었고, 정인에 대한 기억도 따라서 우연히 떠올려 졌을뿐이다. 결국 고백을 들어줘야 할 그 ‘누군가’는 바로 자기 자신이다. 그는 지난날의 기억을 되짚어가며 스스로를 용서하고 위로하는 과정이 필요했을 뿐이다.“너를 다치게 하지도 않으면서 너를 놓치지도 않는 방법을”(1:105) 연구하던 어린 시절의 ‘나’는 이제 “나를 다치게 하지도 않으면서 너를 놓치지도 않는 방법”이 바로 자기 안에 머물기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까닭 없는 슬픔과 한없는 기쁨과 막연한 불안감이 하늘을 떠도는 먼지 알갱이처럼 내 안에서 서로 섞여서 하나의 거대한 원으로 바뀌는 동안, 조금씩 둥근 원이 태양 속으로 밀려들기 시작했지. 눈물 방울처럼 검은 유리판에 새겨진 그 아름다운 노란빛. 언젠가 보았던 너의, 또 혜지누나의 눈물 맺힌 눈동자처럼 한쪽 부분부터 흔들리는 그 둥근 빛. 그러나 결코 부서지거나 망가지지 않을 그 소중한 동그라미. 무한히 수축됐다가 다시 온 우주로 퍼져나가는 그 노란 물결.(1:118) 이 소설집 전체를 관통하는 이미지를 둥근 노란빛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 이미지는 이 작품에서 특히 일식을 보는 장면에서 두드러진다. 아버지를 따라 나간 시위에서 처음 본 ‘펄럭거리는 노란빛’, 어린 시절 나를 사로잡았던 그 노란빛,‘나’는 그게 꿈이었고,‘사랑’이었다고 정의 내리고 이제 일식을 보면서 자기 자신을 용서한다. 그렇지만 검은 유리판을 통해서만 볼 수 있고, 태양에 의해 완벽하게 가려진 그 노란빛은 꿈도 사랑도 아니다. 어쩌면 꿈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실재(real)를 가리고 있는 환상일지도 모른다. 어둠 속에서 예쁘던 반딧불이 실은 끔찍한 벌레에 다름 아니었듯 말이다. 이렇게 ‘나’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내 안에서 사랑하고 내 안에서 꿈꾸고 그렇게 자신을 스스로 용서하고 있는 것이다. ‘하늘의 끝, 땅의 귀퉁이’에서 ‘게이코’는 어떤가. 이 작품에서도 편지는 중요한 모티프다.‘태식’과 ‘김씨’가 크리스마스 날 케이크 판 돈을 갖고 사라진 게이코를 찾으러 가는 데는, 게이코가 받았던 펜팔 편지가 중요한 단서가 된다. 게이코의 아버지는 월남 가서 실종됐고, 엄마는 자살을 했고, 따라서 그녀는 ‘천애고아’나 다름이 없다. 그래서,‘엄마’라는 단어 대신 ‘모친’이라는 단어를 쓰는,“하루에 열 마디 이상을 하지 않고”,“말한다고 해도 더듬기 일쑤”(1:29)인 ‘게이코/경자’는 ‘서유진’이라는 이름으로 ‘수잔’에게 펜팔 편지를 쓴다. 답장도 받았고 게이코는 얼굴도 모르는 그 누군가와 서로 소통하는 듯 보이지만, 그 답장은 ‘게이코/경자’에게 온 것이 아니며,‘게이코’가 만들어낸 또 다른 나인 ‘유진’에게 온 것일 뿐이다. 그런데 그녀가 편지에 털어놓는 이야기란,“펜팔 가이드”의 예문대로, 자신은 다니지 않는 학교 얘기, 자신은 가본 적 없는 캠핑 얘기일 뿐이다. 학교와 캠핑, 날씨에 대한 안부를 묻는 것 등이 ‘게이코’ 또래가 누려야 할 삶의 전형이어야 하는 것이다. 말더듬이 게이코는 지구의 반대편에 있는 ‘수잔’에게 일지라도 자신이 그런 삶과는 거리가 먼 빵집에서 일하는 말더듬이 고아라는 것을 이야기할 리 없다. 아니 어쩌면 언어의 장벽 때문에 자기의 이야기를 완벽하게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수잔’을 대화 상대로 택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녀가 말을 더듬는다는 것도 말하기 싫다는 무의식적인 의지의 표명일 수 있듯이 말이다. 그렇다면 ‘게이코’는 왜 편지를 쓸까. 그 편지 역시 ‘첫사랑’의 편지처럼 타인에게 자신을 이해받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녀는 빵집에서 여전히 빵처럼 둥근 그 노란 빛 아래서 편지를 쓰면서, 그렇게 자기를 원하는 방식대로 꾸며내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러나 그런 식으로라면 그녀가 빵집 창문에 다 못 쓰고 간 ‘New Year‘는 결코 오지 않을 것이다. 편지를 쓰지만 여전히 자기 안에 머물러 있듯, 게이코의 행방의 단서가 되었던 편지는 당연하게도, 그녀가 간 곳을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다. 이처럼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의 인물들에게 쓰는 행위는 적극적으로 소통하지 않으려는 행위이며, 결국 상처를 견디는 방식이다. 그들은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상처가 될 만한 것들을 차단한다. 단지 각자의 기억을 더듬고 각자의 이야기를 할 뿐이다. 이처럼 그들의 쓰기/말하기/읽기는 자기 충족적이다. ‘리기다소나무숲에 갔다가’의 삼촌과 도라꾸 아저씨가 끊임없이 ‘만담’을 하는 것도 ‘나’의 궁금증에 답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 치유의 과정에 가깝다. 카페 여자와 딴 살림을 차렸다가 그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자살 소동으로 시내를 떠들썩하게 했던 삼촌은 내 “인간 연구”의 대상이다. 나는 왜 “인간 연구”에 골몰할까? 대학 1학년 때 분신 장면을 목격한 나는 “죽을 게 뻔한 길인 줄 알면서 걸어갈 수밖에 없는 심정”(1:151)이 무엇일까 라는 숭고한 질문에 대해 생각하고, 그런 질문은 삼촌에게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여하튼 삼촌에게 “물망초 여자 진짜로 사랑했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즉 내 질문에 대한 답은 애초에 삼촌으로부터 나올 수 없다. 삼촌 역시 ‘나’에게 답하고 있다는 자의식 없이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떠든다. 그들 사이에는 질문과 답의 형식이 있기는 하지만 진정한 소통은 없다. 삼촌은 넋두리를 늘어놓듯 자신의 로맨스를 말하기 시작하고, 도라꾸 아저씨는 옆에서 “하이고, 조카 듣는데 창피하지도 않나? 뭔 사설이 그래 기나?” 라는 식의 추임새를 넣어 준다. 가히 ‘만담’ 수준이지만, 혼잣말에 가깝다. 이 ‘만담’ 속에서 나는 삼촌을 이해했고, 삼촌은 공감을 얻었을까? 이해는 앎에서 오는 것만은 아니다. 앎이 이해와 치유의 첫 걸음일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이해받는 것과 이해하는 것이 다 무슨 소용일까? 삼촌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미 그 길은 가지 않은 길이고, 여전히 삼촌은 ‘리기다소나무 숲’ 안에서만, 혹은 자신 안에서만, 지난 날 부르던 로버트 프로스트의 ‘더 로드 낫 테이큰’을 읊조리는 수밖에 없는 것을. 삼촌과 도라꾸 아저씨가 ‘만담’을 하는 동안,‘노란 연등 드높이 내걸고’의 ‘봉우’는 그야말로 시답지 않은 ‘농담’을 만들어 내고 있다. 전국낙서문학회 지역지부에서 ‘나대로’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봉우에게 삶이란 ‘만반의 준비는? 5천. 평생동지는? 12월 22일’ 따위의 말장난으로만 파악할 수 있는 것에 불과했다. 방위 근무를 마치고 돌아와서는 주간지의 독자페이지에 이런저런 낙서를 지어서 투고하는 일에 열을 올리면서 봉우에게 삶은 더더욱 우스꽝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봉우가 만든 최고의 낙서는 바로 ‘인생이란? 픽션에 불과하다’였다. 어두운 산길을 걸어가는 자신의 망상이 빚어낸 허상과 직면하니 그야말로 인생은 픽션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1:192) 뱃 속에서 죽은 아이를 위해, 자신의 상처를 달래기 위해 절에 들어가 아이의 배냇저고리를 만드는 ‘예정’은 “시답지 않은 주간지에 아무 짝에나 소용없는 낙서 따위나 투고하는”(1:197) 봉우에게 세상을 모르는 ‘멍청이’,‘어릿광대’라고 소리친다. 봉우는 그야말로 상처와 대면하는 것이 두려워 ‘나대로’ 그 상처를 외면하고 살았던 것이며, 그 외면의 방식이 바로 ‘낙서질’이었던 것이다.“아기가 죽으면서 봉우의 마음속에서도 뭔가가 죽어나갔고” “그 자리가 아프지 않을 수 없었지만”(1:198) 봉우는 낙서질을 통해 아픔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고 있었다. 그러나 피하는 일이 상책일 수는 없다. 예기치 못하는 순간 자기를 보호하던 그 ‘노란 빛’은 꺼져버릴 수도 있고,‘리기다소나무 숲’에서 넋두리만 늘어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봉우 역시 “자기만은 어두운 산길에 혼자 버려지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믿었지만” 산에서 길을 잃고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낀다. 프로이트 식으로 말한다면 봉우의 그 두려움은 세상과 단절된 느낌이고,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불괘 감정으로서의 불안(불안과 증상에 대한 논의는,S. 프로이트,‘억압, 증상, 그리고 불안’,‘정신병리학의 문제들´, 열린책들,2003)에 다름 아닐 텐데, 그 불안은 ‘나대로’의 낙서라는 증상을 극복하고 상처와 맞설 때 비로소 해결될 수 있다. 예정이 자기 안의 ‘노란빛’을 밖으로 드높이 내걸 듯, 혹은 게이코가 빵집을 나와 어디론가 첫걸음을 내딛듯 말이다. 그렇게 했을 때 “노란 꽃잎 가장자리가 흐려지면서 노란색과 초록색과 진회색이 서로 경계도 없이 뒤엉켜”(1:181) 버리듯,“꼭꼭 막아둔 마음의 가장자리도 그렇게 풀리게” 된다. 이제 자기 밖으로 나와 그렇게 풀린 ‘노란빛’은 ‘첫사랑’에서와 달리,‘사랑’도 될 수 있고,‘꿈’도 될 수 있고 뭐든 될 수 있다. 최소한 그럴 가능성은 있다. 이처럼 증상과의 타협에서, 증상에의 만족에서 나오는 첫걸음이 도달해야 하는 것은 결국에 “병에 걸리는 원인을 제거하는 일”(1:229)이며, 이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대비책”이다. 그 원인을 밝히는 일이 어떤 위험을 동반하든 그 알 수 없는 세계 속으로 들어가 보는 일이 필요하고, 그것이 비로소 윤리적인 행위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그들의 상처, 그 병의 원인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도출된다. 상처는 분명 어떤 ‘좌절’에서 기인할 텐데, 일단 우리는 각각의 서사 속에 끼워져 있는 시대적 배경들을 통해 그 상처가 밖으로부터 투사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한 경향이 가장 두드러지는 작품은 ‘그 상처가 칼날의 생김새를 닮듯’이며, 이 작품은 일가족의 이야기라는 점에서도 특이하다. 물론 여기에서도 쓰기와 말하기에 값하는 ‘읽기’를 통한 상처치유의 행위가 지속된다. 전라도 출신 아버지가 시대에 무기력했던 자신을 용서하고 그 시대 자체를 용서하는 방식은 바로 ‘신문 스크랩’이다. 그리고 ‘내’가 그 초라한 아버지에게 다가가는 방식도 아버지의 그 신문 스크랩 ‘읽기’이다. 오렌지빛 가로등 불빛에 기대 나는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천천히, 붙여 놓은 기사를 읽었다.(중략)다 읽은 뒤에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글자와 글자 사이, 문단과 문단 사이, 생각과 생각 사이를 읽었다. 아무리 읽어도 나는 알 수가 없었다. 아버지는 그 여름 내내 도서관 한쪽에 앉아서 도대체 무엇을 읽었던 것일까? 누구를 용서했던 것일까? 파도와 파도 사이, 바람과 바람 사이, 달빛과 달빛 사이 이런저런 생각이 오갔다.(1:65∼66) 주목할 점은 이 작품에서만큼은 읽기의 방식이 자족적이고 자위적인 행위에 그치지 않고 소통을 위한 매개가 된다는 점이다. 물론 아버지는 여전히 자기 안에 머문 채로 그 상처를 짓누르고 있지만, 그 ‘신문 스크랩’은 ‘나’로 하여금 초라한 자신의 아버지에게 다가가려는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아버지의 신문 스크랩을 아무리 읽어도 그 아버지의 마음에 가 닿을 수는 없지만 여하튼 나는 “고작 딸이 집을 나갔다고 눈물을 흘리는” 아버지를 조금은 이해할 듯하고, 아버지에게 묻고 싶은 게 생기고, 전화를 하기로 마음먹는 것이다.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에서 전적으로 회상에 의존한 작품은 ‘뉴욕제과점’이라는 자전소설 밖에 없다고 작가가 밝혔듯, 우리는 이 소설집을 단순히 회상 형식을 통해 잃어버린 과거의 기억을 더듬는 ‘추억의 보고서’ 또는 ‘반성의 기록’(정선태,‘(해설)빵집 불빛에 기대 연필로 그린 기억의 풍경화’,‘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문학동네,2003,p.295)으로 읽을 수 없다. 그 속에는 분명,‘언어’에 대한 작가의 관심과 통찰이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스며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작가가 ‘언어’의 불가능성, 즉 언어 자체로는 어떤 진실에도 가 닿을 수 없고, 소통은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해묵은 해체적 사고를 재확인하고 있는 것은 아니리라. 가라타니 고진에 따르면, 언어와 비극은 반복될 수 없는 일회성의 성격을 지녔다는 점에서, 즉 구조로 회수될 수 없는 다수성과 사건성이라는 점에서 서로 관련된다. 비극적 인식이란 바로 그러한 언어 안에 놓인 인간 조건을 발견하는 일이며, 이처럼 다시는 반복할 수 없다는 언어에 의한 고통은 인간이 결코 ‘아이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마르크스의 비유로 확인된다.(가라타니 고진,‘언어와 비극’, 조영일 역, 도서출판b,2004,pp65∼86)그런데 고진은 ‘아이’가 단지 비유가 아니며, 아이는 이미 어른 이상으로 인생을 알고 있는 존재, 어떤 순수한 비애와 부조리감을 깨닫고 있는 존재라고 말한다. 이런 논의에 기댄다면,‘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의 전편을 감도는 슬픔과 비애의 정서는 충만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 혹은 잃어버린 기억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반복될 수 없는 ‘기억’, 반복될 수 없는 ‘언어’적 조건과 관련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김연수는 “기억이나 회상을 기본적으로 불신”하며 “글쓰는 순간만의 진실”(김연수 외 좌담, 앞의 글,p.81)을 믿는다고 말했다. 애초에 우리가 ‘기억’해 낼 것은 없고 ‘언어’로 표현해야 할 것도 없고, 믿을 수 있는 것은 순간 순간의 진실일 뿐이라는 말인 듯싶다. 그 일회적인 언어에 의존하여 쓰고 말하고 읽음으로써 자신의 상처 안에 거주하는 방식으로는 상처가 완벽히 치유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작가는 말해주고 있다. 이는 “삶은 살아가는 것이지,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는”(2:61) ‘나는 유령작가입니다’의 세계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3. 말해질 수 없는 것을 넘어서는 몇 가지 방식-‘나는 유령작가입니다’ 그렇다면 다시 최근작 ‘모두인 동시에 하나인’으로 돌아가 보자. 이 소설에서 화자인 ‘나’의 할아버지는 죽기 전 두 개의 글을 쓰고, 하나의 글만 남겨둔다. 남겨둔 글은 “世上萬事 一場春夢 돌아보매 無常ㅎ구나”로 시작되는 203행의 대서사시로서,“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태평양전쟁, 한국전쟁,4·19,5·16 등 한국 현대사의 최중심지를 관통해온” 한 남자의 생애를 담은 것이다. 물론 겉으로 드러난 그 한 남자의 생애는 또래의 다른 남자의 생애와 크게 다르지 않아, 그 서사시는 한 인간의 내밀한 역사를 다룬 것이라기보다는 시대의 역사를 다룬 시라고 봄이 정확하다. 할아버지는 그 역사를 증명하는 ‘한 남자’일 뿐인 것이다.“할아버지의 또 다른 글은 누구도 읽어보지 못했다.” 할아버지는 죽기 전 자신과 관련된 모든 것을 불태우면서 그 다른 글 역시 태워버렸다. 그 글에는 서사시에서 볼 수 없는 다른 것이 들어 있을 테고, 그것은 인간의 가장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일 테니 다른 사람은 엿볼 수 없는 게 당연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4·4조의 정형적인 형식처럼 그 서사시가 어떤 일관되고 형식적인 구조에 속하는 추상화된 개인의 삶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면, 불태워진 할아버지의 그 비망록은 여전히 ‘언어’로서도 ‘기억’으로서도 도달할 수 없는 개개인의 진실을 의미한다.“한 개인의 진실이란 깊은 밤, 잠자리에 누워 아무도 몰래 끼적이는 비망록에나 겨우 씌어질 뿐이고”,“서로 살을 비비며 살아가는 부부라고 하더라도 옆에 누운 사람의 비망록을 들여다보지는 못하는 것이니” 할아버지의 그 두 글 사이의 거리는 엄연한 것이고,‘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에서 인과관계의 구조로 엮어진 ‘그’의 소설이 현실(reality)과도, 실재(the real)와도 멀어진 거리와 같다. 실재와 구성화된 그것 사이의 거리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에서 지도에서 비워진 행로로 상징된다. 일년 전 이혼한 아내와 우연히 재회한 ‘나’는 아내를 따라 인사동 거리를 걷는다. 아니 함께 걸었다기보다는 아내를 따라 걸었던 것인데, 그 ‘길’은 한 개인의 진실로 들어가기 위한 끝없는 여정을 뜻한다. 꿈 얘기를 좋아하는 아내는 애초에 그런 소통의 의지를 지니고 있었지만, 꿈따위는 잠에서 깬 다음 바로 잊어버리는 사람이었던 ‘나’는 그런 아내의 의지조차도 간파하지 못했던 것이다. 깨달음은 언제나 사후적으로 찾아오는 것이라, 그는 이제 그 아내의 진실, 아니 그녀와 자신의 진실을 알아보기 위해 지적도를 사고 그날을 행로를 그려 본다. 하지만 기억의 행로는 언제나 불완전한 것이고, 지형도가 아닌 ‘지적도’일지라도 그것은 실재의 ‘유사물(le semblant)’일 뿐이므로, 그 유사물 속에서는 모방된 진실만을 볼 수 있을 뿐이다. 바디우(Alain Badiou)에 따르면 진리는 언제나 특수한 상황의 진리(S. 지젝,‘진리의 정치, 혹은 성 바울의 독자로서의 알랭 바디우’,「까다로운 주체」, 이성민 역, 도서출판b,2005,pp.208∼218)이다. 하나로 이어진 선 안에서는 그 다양한 상황의 진리들은 모두 지워져 있을 수밖에 없다. 서로 연결될 수 없음에도 그어지는 그 많은 선들은 다 무슨 의미일까? 역사의 인과관계가, 혹은 지나간 일들의 진실이 도중에 사소하고 우연적이고 꾸불꾸불한 과정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단숨에 긋는, 그런 선과 같은 것이라면, 우리가 그날 걸어간 복잡하고 우연에 가까운 행로의 의미는 무엇일까?(2:19) 따라서 ‘나’의 생각이 미치는 지점은 모든 삶의 행로는 우연이고, 그 안에서 진리는 발견될 수 없고, 나의 불행도 그저 불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삶의 우연성을 인식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우연에 가까운 행로의 의미를 따져 묻는다. 그리고는, 결국엔,“오랜 시간이 흐르고 하면 지금의 우연한 일들도 모두 필연이 된다”(2:28)는 정답을 얻어낸다.“우리가 만난 것도, 헤어진 것도, 그날 길 잃은 아이들처럼 골목길을 한 없이 걸어다녔던 일들도 필연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그게 거대한 ‘농담’일 수는 있지만 자신에게 일어난 우연을 필연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나’는 윤리적 행위의 첫 발을 내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바디우는 ‘사건에의 충실성’이라는 말로 윤리를 설명한다.(A 바디우,‘윤리학-악에 대한 의식에 관한 에세이’, 이종영 역, 동문선,2001)그가 정의하는 ‘사건’이란 인식 범위 밖에서 발생하며,‘공식적’ 상황이 ‘억압’했던 것을 가시적이게 만드는, 언제나 어떤 특수한 상황의 진리이다. 따라서 사건에의 충실성이란 사건의 견지에서 ‘인식’의 영역을 횡단하고, 그 속으로 개입하고, 사건의 기호를 찾는 지속적 노력을 가리킨다.(이하 한 단락의 내용은 S. 지젝의 앞의 글을 참조하여 정리한 것임) 지젝의 해석에 따르면, 이러한 바디우의 논의는 “범역적 우연성이라는 조건 속에서 (보편적) 진리의 소생”을 문제 삼는다는 점에서, 실재 사물과의 모든 열정적 조우가 환영일 뿐이라는 해체주의적 사고와 대립된다. 요컨대, 후근대적 해체주의자들이 비관주의의 한계 내에 머물러 있을 때, 바디우는 “기적은 실로 일어난다.”는 전적으로 정당한 사유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영원성과 불멸성에 대한 이와 같은 바디우의 추구는 물론 개별적인 상황, 다양성의 상황의 전제로 하는 열린 개념이다. 다소 길게 인용된 바디우의 논의를 따라,‘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에서 결국 내가 삶의 모든 길은 우연이고 진실은 알 수 없다는 회의주의에 빠지지 않고 “결코 질문을 멈추지 않을 작정이었다. 나도 어디 버틸 수 있을 때까지 한번 버텨보기로 했으니까.”라고 말하는 것을 ‘진리’를 위한 행위이고,‘사건에의 충실성’을 담지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자기 안에 머무는 회피나, 삶은 우연에 불과하다는 회의에 빠지지 않고 한 개인의 진실, 혹은 삶의 진실에 가 닿으려는 ‘행위(act)’를 시작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 태도는 분명, 자기 안의 둥근 노란빛에 의지하여 자폐적으로 말하고, 쓰고, 읽던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속 인물들의 태도와는 차별되는 모습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에서 ‘그’가 쓴 소설의 첫 문장이 “패배는 내 안에서 온다. 여기에 패배는 없다.”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그들은 패배주의자가 아니라, 고투하고 있는 인물들임에 분명하다. 그 고투의 방식을 몇 가지 단계로 분류해 보자. 첫 번째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에서와 같이 진실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끝없이 질문하고 소통에의 의지를 표명하는 방식이다.‘그것은 새였을까, 네즈미’에서 세영과 네즈미가 지도를 보고 찾아간 길이 잘못 된 길이었지만, 세영이 “돌아갈 수 없어, 네즈미. 우린 계속 가야 해”라고 말하는 것도 이 첫 번째 방식 안에서 설명된다. 잘못 들어선 길이 “공로가 아니라 사유지”라는 것도 상징적이다. 구조화되지 않은 상황의 진리, 혹은 개개인의 사적인 비망록을 들여다 보는 일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미인 것이다. 두 번째는 ‘말’이 아닌 ‘몸’으로 다가가는 방식이다.‘부넝숴’를 한번 보자. 지평리 전투에 투입되었던 중공군 ‘나’는 들판을 가득 메운 매화꽃잎들처럼 지평리를 가득 메우고 있던 전사자들 틈에서 한 조선인 여성 구호원에게 구조된다. 그들을 실어 나르던 트럭이 전복되고 그 둘은 외딴 농가에 고립된다. 날짜가 어떻게 가는 줄도 모르고, 먹을 것도 없고, 죽음을 지척에 둔 상황에서 그들은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그들이 한 일은 두 가지이다. 몸을 섞거나 시를 읊거나. 지금도 잊혀지지 않아. 그때의 일은. 살아 있다는 건 그토록 부끄럽고도 황홀하고도, 무엇보다도 아픈 일이더군. 아프다는게. 소리를 지를 수 있다는 게.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게 그 순간만큼 기뻤던 적이 없었어. 그래서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는데도 계속하라고 채근할 수밖에 없었던 거야. 우리는 쉬지 않고 몸을 섞었어. 죽음이 지척이었으니까.(2:71) 그들은 살아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죽음과도 같은 아픔을 느끼면서 몸을 섞는다. 이 장면은 그야말로 ‘고통 속의 향유(jouissance)’를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만하고 그 향유의 끝장을 보는 ‘죽음충동’을 보여준다고 할 만하다. 그들은 그렇게 “몇 번이나 해가 뜨고 저물었는지, 몇 번이나 달이 둥글어졌다가 다시 여위어졌는지”(2:75)도 모른 채, 수색대가 왔다가 그들이 죽었다고 생각하고 그냥 돌아가는 것을 “죽어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의식만 살아서 지켜보고 있는지”(2:75)도 모른 채 죽음과 삶의 경계를 넘나든다. 결국 ‘그녀’는 죽고 ‘‘나’는 살아남는다. 살아남은 ‘나’는 이제 점쟁이가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라캉이 ‘죽음 충동’과 관련하여 ‘두 죽음 사이의 영역’(위의 책,pp.251~265)이라고 말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닌가. 라캉에 따르면 그곳은 상징적인 것과 실재적인 것 사이의 영역으로서 존재의 질서 너머에 있는 유령적 환영의 영역이다. 그곳은 ‘죽음 너머의 삶’이 갑작스레 출현한 장소이고, 상징화되지 않는 ‘불가분의 잔여’이기 때문에 기괴하고 공포스럽다. 예컨대, 그 형상은 운명을 이행한 이후의 오이디푸스, 즉 ‘과도하게 인간적’이고 ‘더 이상 인간이 아닌’ 자, 어떤 인간적 법칙들이나 고려 사항에도 묶여지지 않는 존재에서 찾을 수 있다.‘그녀’의 피를 1000그램이나 수혈받고 죽음의 경계를 넘은 ‘나’는 이 ‘산죽은-파괴불가능한’ 유령적 대상과도 같다. 운명을 보아버린 ‘나’는 이제,“도저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야기”,“세상에서 믿기 어려운 얘기”(2:77) 속에 진실이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산죽은’ 존재인 것이다. 이와 같은 두 번째 방식, 온몸으로 인간을 사랑하는 방식이 성공적이라면 그 순간 상징적 질서로 편입되는 어떠한 ‘언어’도 소용 없게 된다. 그렇다고 그 방식이 성공했는가. 그 둘이 함께 ‘몸’을 통해 ‘유사-죽음’을 경험했더라도, 여하튼 현재 ‘그녀’와 ‘나’ 사이에는 역설적으로 ‘죽음’이라는 경계가 놓여 있지 않는가? 여기서 굳이 라캉의 ‘성관계는 없다’는 공식을 끌어올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세 번째로 취할 수 있는 방식은 무엇일까? 그것은 타인의 행위를 아예 그대로 반복하는 것이다. 설령 그게 죽음일지라도. 그것은 소통에의 ‘의지’를 드디어 ‘실천’으로 관철하는 일이며, 반복될 수 없는 ‘언어’의 한계,‘기억’의 한계,‘몸’의 한계를 극복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그것은 새였을까, 네즈미’의 세영이 5년 동안 한결같이 사랑했던 남편에게 자신이 절대로 이해 못하는 다른 삶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그것을 이해하는, 아니 극복하는 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어떤 식이냐 하면, 가장 가까운 사람을 배신하는 사람의 기분이 어떤 것인지 알기 위해 언니의 동거남,‘네즈미’와 섹스를 하는 방식이다. 네즈미에게 “다른 사람의 모든 것을 이해하려고 드는” 세영의 방식이 “무모한 열정”으로 보이지만, 세영의 그 무모한 열정은 끝장까지 간다. 자동차 사고로 남편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2시간 동안 울기만 했던 세영, 그렇게 다른 삶이 있었던 남편의 죽음을 방조했던, 아니 어떤 행동(action)도 하지 않음으로써 적극적으로 행위(act)했던 세영은 결국 ‘자살’한다.(정신분석은 행동과 행위를 분리한다. 행위는 그것의 담지자(행위자)를 근본적으로 변형시키다는 점에서 행동과 다르다. 행위 이후에 나는 ‘전과 동일하지 않다’. 행위 속에서 주체는 무화되고 뒤어이 다시 태어난다는 점에서, 라캉은 ‘자살’을 모든 (‘성공적’) 행위의 전형으로 파악한다. 알렌카 주판치치,‘실재의 윤리’, 이성민 역, 도서출판b,2004,p.133∼134) 세영의 방식이 극단적이고 무모하다면,‘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의 ‘그’는 어떠한가. 이 작품에는 소통 불가능성과 그 불가능을 넘어서는 시도와 그 결론이 모두 담겨 있다. 그것은 “사랑의 모든 국면을 다 경험”함으로써,“심지어 죽음까지”도 경험함으로써만 가능한 결론이다. 여자 친구가 마지막으로 읽은 ‘왕오천축국전’을 읽고 나서도,‘소설’ 쓰기를 통해서도 애인을 이해할 수 없었던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다. 첫째, 그녀와 자신의 삶에,“어떤 진실도, 상상도, 이해도 없는”(2:151) 가장 합당한 주석을 달며, 그저 “짐작을 하며”,“그 사이를 원래 그대로 틈으로 남겨두고 살아가는 일”(2:143)이거나, 둘째,“지도에서 비워진” 그 곳으로 직접 가보는 일이다.‘그’는 두 번째 방법을 선택한다. 그것이 “서로를 속이는 것도, 속는 것도 없는” “인간에게 누구나 있는 어두운 구멍”(2:43)을 들여다보는 유일한 방법인 것이다. 그것은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의 인물들이 ‘아직 가지 않은 길’이고,‘의지’의 방식을 택한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의 ‘나’가 ‘결국 가야하는 길’이고,‘부넝숴’의 ‘나’가 ‘덜/더 가버린 길’이다. 당연히,‘그’가 낭가파르바트 정상을 향해 가는 것은, 이처럼 ‘몸’으로도 ‘언어’로도 이해 불가능한 그녀를 이해하는, 아니 자신의 진실을 이해하는 마지막 방법이다. 그는 자신과 함께 걸어가는 검은 그림자의 친구와 농담을 주고받으며 껄껄거린다. 여기인가? 아니, 저기. 조금 더. 어디? 저기. 바로 저기. 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 바로 저기. 문장이 끝나는 곳에서 나타나는 모든 꿈들의 케른, 더 이상 이해하지 못할 바가 없는 수정의 니르바나, 이로써 모든 여행이 끝나는 세계의 끝.(2:154) 그곳을 설명할 수 있는 말은 많다. 현실과 꿈이 뒤섞인 공간, 육체의 한계를 넘어선 공간, 어떤 논리도 거부하는 공간, 죽음을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는 공간 등등. 그러나 어떤 말도 소용없을지 모른다. 그곳은 가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 ‘실재’와 대면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현실의 힘으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용기’이다. 그 길을 가는 ‘그’에게는, 그가 고등학교 시절부터 노트를 사면 항상 옮겨 적던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용기다. 아주 기이하고도 독특하고 불가해한 것들을 마주할 용기”(2:111)라는 릴케의 문장이 떠올랐을 것이다. 용기는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삶의 진실에 도달하고자 하는 자에게 그 용기를 갖는 일은 의무이다. 낭가파르바트 등반은 원정대장이 역설한 바대로 “분명히 의의가 아니라 임무”(2:117)인 것이다.“그 꿈이 제아무리 압도적이라고 해도 원정대는 그곳을 ‘정복’해야만 한다.” 불가능한 것을 자신의 ‘의무’로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오로지 ‘의무’ 때문에 ‘행위’한다는 점에서 ‘그’는 분명 윤리적 주체(‘의무’와 윤리적 행위의 관계에 대해서는, 위의 책,5장 참고)이다. 4. 진실은 어디에,“대뇌와 성기 사이”(김연수,‘모두인 동시에 하나인’, 문학동네 2005년 겨울,p.158)그 어디쯤 ‘유령작가’라는 말에 대해 말들이 많았다. 김연수는 그 의미가 ‘대필작가’ 쯤이 된다고 말했고, 대부분의 논자들은 그 안에서 작가적 자의식을 찾아냈다.‘유령’이라는 말에 방점을 찍어보면 어떨까? 이 글을 마무리 하면서 우리는 김연수의 최근 두 소설집을 이렇게 정리하고 싶다. 죽음을 넘어선 그 어떤 영역을 살펴보고 ‘유령’이 되어버린 작가가,‘아직’ 언어와 기억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아이’에 머물고 있는 상처받은 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고 말이다.“아프면 그 아픔을 고스란히 다 느끼라고. 아픈데도 아프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왜 그런 거짓말을 하는가 하면 죽기 싫어서다. 그래서 눈물은 조롱거리가 되고 아픔은 비난받고 두려움은 무시되며 믿음은 당연하다고 여긴다.”(2:117). 우울은 도덕적 쇠약함이며, 죄라고 라캉이 말했던가? ‘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의 ‘그’가 위와 같은 말에 의지하여 낭가파르바트로 갔듯이 우리도 각자가 넘어야 할 산 하나쯤은 마음 속에 있을 것이고, 그 산을 넘기 위한 ‘용기’를 지녀야 한다. 그것의 우리의 ‘의무’이다. 그렇지만 ‘죽음’이 윤리적 행위의 전형이라며, 그 죽음을 통해서만 우리는 타자의 진실, 나의 진실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렇다면 현실의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김연수는 이런 질문을 던져준다. 현실에서 이해는 필연적으로 오해가 되고, 살 부비는 부부 사이에서조차 서로의 마음 속 비망록을 들여다 보는 일이 불가능하다면 해결은 한 가지다. 그 “대뇌와 성기 사이” 그 어디쯤에 있을 ‘마음’으로 진실을 그저 믿는 것이다. 김연수의 세계인식과 작가의식은 이제 ‘인간’에 대한 관심으로 모아지고 있는 듯 보인다. 결국 “모든 사람은 단 한 사람”이라는 보르헤스의 말을 인용하면서 말이다(위의 책,p.121)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제 어떻게 들려줄지 ‘모두인 동시에 하나인’의 장편 연재가 기대된다. <끝> ■ 당선소감 “조금은 자신 갖고 내목소리 낼수 있을것” 글쓰기는 나에게 공포다. 학교에서 몇 개월째 학부생들의 리포트 상담을 하고 있지만 난 과연 내가 누군가에게 글쓰기에 관하여 조언을 해 줄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에 대해 항상 회의적이다. 여전히 나는 무엇을 써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안절부절 못하고, 하얀 모니터 앞에서 머릿속까지 하얗게 비워지곤 하는 걸…. 그렇지만 여하튼 읽는 일은 행복하고, 쓰는 일은 나에게 작은 희열을 맛보게 해준다. 그래서 그 일들을 멈출 수가 없다. 혼자 품고 있던 그 공포와 행복 사이에 용기를 채워 준 이번 당선이 정말 기적 같다. 여전히 막막하고 두렵지만, 이제 조금은 자신을 갖고 내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리고 그 목소리가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와 온전히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한다. 턱없이 부족한 글이라 몹시 부끄럽다. 앞으로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스스로 열심히 공부하시는 모습만으로도 더없이 많은 것을 일깨워 주시는 신범순 지도교수님과 국문과의 모든 은사님들께도 깊이 감사드린다. 꽃비 내리는 자하연을 몇 번이고 함께 맞이했던 1동의 동료, 선·후배들의 자극에도 빚진 바 크다. 함께 공부하던 그 시절이 마냥 그립다. 그리고 나이 서른을 앞에 두고서도 여전히 철없고 무심한 자식을 믿어 주시는 부모님과 가족들께도 감사의 말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어렸을 적부터, 성실히 읽고 쓰는 일을 너무도 당연한 일상으로 여기게끔 해주신 아버지께 감사드린다. 좋은 글로 보답하겠노라고 다짐해 본다. ●약력 ▲1977년 서울 출생 ▲서울대 국문과 박사과정 수료 ■ 심사평 “‘글쓰는 순간이 진실’ 작가의 본질 파헤쳐” 응모작 총 20편은 작가론이 대부분이었고, 김현론을 비롯한 문학사적인 쟁점을 다룬 게 3편 있었다. 작가론 중에는 시인·소설론이 거의 반반씩이었다. 아마 최근 신춘문예 평론의 주류가 작가론으로 정착된 느낌이다. 특히 전후문학 세대는 말할 것도 없고,4·19세대 작가론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오늘의 작가론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그중 시선을 끈 글은 ‘말하기와 글쓰기의 행복한 공간-김현론’(김윤정),‘몸의 형이상학, 모성적 관능과 타자없는 육체 사이-김선우론’(함돈균),‘속도에 저항하는 시의 모험-김기택론’(강영준)‘‘틈’을 바라보는 시선-배수아 소설을 중심으로’(김나영),‘고독의 의무, 소설의 의무-윤성희 소설집 ‘거기, 당신?’론’(이은주),‘‘유령’작가의 진실-김연수의 최근작을 중심으로’(조연정) 등이었다. 김현론은 정직한 글쓰기의 자세를 보여준 진솔한 비평적 자세가 돋보였으나 개인적인 체험에 너무 함몰된 점이 아쉬웠다. 김선우론은 인문학적인 거시적 시각으로 시인에 접근하면서 미세한 현대적 환상과 성담론을 분석한 점이 돋보였으나 일반론적인 해설위주에 그쳐서 아쉬웠다. 김기택론은 성실한 독법이긴 하나 해설론에 그친 한계가 있었다. 배수아론은 라캉의 틈 이론을 중심으로 작품을 분석하려 했으나 결론이 너무 조급해 보였다. 최종적으로 윤성희론과 김연수론은 우위를 다툴 정도였다. 윤성희론은 반 루카치적인 소설론을 전개한 점이 시선을 끌었지만 문장력이 치밀하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쉬웠다. 김연수론은 탈구조주의적인 이론의 틀에 너무 얽매인 느낌이 있으나 기억이나 회상을 불신하고 글쓰기의 순간만이 진실이라는 이 작가의 본질을 정확하게 파헤친 점이 높이 평가되었다. 김윤식 임헌영
  • 김치 美서 판매 급증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에서 한국 농산물의 판매가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1일 김치가 조류인플루엔자(AI)의 예방과 치료에 효능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에서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의 한국 슈퍼마켓 ‘H마트’의 경우 지난해 한 봉지에 7.99달러인 김치의 판매량이 2004년보다 55%나 늘었으며, 미 동부 지역에 김치를 공급하는 뉴욕의 한 회사는 20%의 판매증가율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특히 서울대 강사욱 교수팀이 조류인플루엔자에 감염된 닭 13마리에 김치추출액을 주입한 결과 11마리가 회복됐다는 연구 성과가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면서 외국인들이 김치의 효능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일 주미 한국대사관이 개최한 김치 시식회에는 300여명의 외국인이 참석, 기대보다 큰 성황을 이뤘다. 주미대사관의 김재수 농무관은 “그동안 미국과의 농산물 교역에서는 개방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수입을 막는 데 치중했지만 최근에는 우리 농산물의 미국 수출액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면서 “수입개방은 위기라는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우리 농산물과 식품을 세계시장에 본격적으로 수출하는 기회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농산물의 미국 수출액은 지난 2000년 1억 460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2004년에는 2억 8500만달러로 증가했다. 또 2005년 10월 현재까지의 대미 농산물 수출액은 2억 1900만달러다. 미국 정부는 지난 2003년 한국산 단감의 수입을 허용한 데 이어 2004년에는 호박, 수박, 오이, 포도의 수입을 허용했고, 지난 29일에는 한국산 파프리카의 미국 수출을 허용하는 규정안을 관보에 게재했다.dawn@seoul.co.kr
  • [사설] 반성할 이는 황 교수 만이 아니다

    황우석 교수 파문에서 우리는 ‘빨리빨리’와 결과지상주의로 상징되는 한국병의 실체를 똑똑히 목도한다. 조작된 신화에 열광하며 지난 수년간 한 치의 의심도 허용치 않았던 우리 사회의 바닥을 똑똑히 확인한다. 황우석 개인을 넘어 정부와 정치권, 언론, 학계 등 우리 사회 전체가 짊어져야 할 과오이며, 함께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먼저 황 교수의 일탈을 제대로 감시 못한 언론의 책임을 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 조작 의혹이 제기된 뒤에도 대다수 언론은 진실에 접근하려하기보다는 사회 분위기에 편승, 패를 지어 국민을 편가르는 우를 범했다. 국민에게 머리 숙여 사죄할 일이다. 그나마 논문조작 의혹을 처음 제기한 MBC PD수첩은 강압취재 논란과 별개로 진실 규명의 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자체 검증을 소홀히 한 서울대와 과학계 역시 책임을 면키 어렵다. 몇몇 소장학자들의 문제제기가 있기는 했으나 황 교수의 위세에 눌려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해 온 것이 현실이다. 학위와 자리를 고리로 비판을 불허하는, 교수와 제자간의 도제 연구풍토도 이번 기회에 되돌아봐야 한다. 총체적 책임은 정부와 정치권이 져야 할 것이다. 수백억원의 과감한 지원을 결국 ‘묻지마 지원’으로 만든, 검증 시스템 마비의 책임을 져야 한다. 그동안 황 교수의 후견인을 자처하며 공을 다투던, 그 많은 고위관료와 정치인들은 지금 다 어디로 갔나. 청와대는 최종 조사결과를 지켜보겠다고 했으나 그럴 일이 아니다. 박기영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과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 오명 과학기술 부총리를 비롯해 핵심 관련자들은 즉각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 대대적 감사와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도 추진돼야 한다. 재기의 희망은 그 뒤에 있다.
  • [주간 물가 동향] 상추 43% 치솟아 100g당 600원

    [주간 물가 동향] 상추 43% 치솟아 100g당 600원

    연말을 앞두고 육류 소비가 증가하면서 닭고기·돼지고기값이 오르고 있다. 배추·상추·감귤값도 상승세에 있는데 이는 눈과 추위 때문으로 분석된다. 22일 농협 하나로 클럽 양재점에 따르면 배추는 호남지방의 폭설로 출하작업이 어려워지면서 지난주보다 380원 오른 2930원에 거래되고 있다. 특히 냉해 피해도 속출해 배추값은 당분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대파와 무는 매기 부진으로 10원·50원씩 내린 2450원,1430원에 각각 거래되고 있다. 상추(100g)도 추위로 출하량이 감소한 데다 연말을 맞아 쌈채소류 소비가 증가해 180원(42.8%) 오른 600원, 감자(1㎏)는 200원 오른 2300원의 시세를 각각 유지하고 있다. 고구마(1㎏)는 시장내 잔여 물량이 많아 지난주보다 40원 내린 2280원에 거래되고 있다. 애호박과 백오이는 추운 날씨로 생산량이 감소했으나 매기부진으로 시세는 지난주와 비슷해 각각 1050원,600원의 시세를 보이고 있다. 사과(5㎏, 후지)는 지난주와 같은 1만 8500원에, 배(7.5㎏, 신고)는 3000원이 내린 2만 1900원에 각각 거래되고 있다. 단감(5㎏)은 1만 3500원, 감귤(5㎏)은 2만 2500원, 토마토(100g)는 250원의 시세를 각각 보이고 있다. 육류의 경우 전반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다. 돼지고기 삼겹살(100g)과 목심(100g)은 50원,30원씩 올라 각각 1700원,1550원의 시세를 보이고 있다. 닭고기(851g)도 추운 날씨로 생산량이 감소한 데다 연말 수요 증가로 340원이 오른 422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갈비(100g) 5980원 등 한우값은 같은 가격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블로그요리 X-mas 특선] 온가족 모두 골뱅이 만세

    [블로그요리 X-mas 특선] 온가족 모두 골뱅이 만세

    우리집 식구들이 모이는 날에는 꼭 집어넣는 메뉴중 하나가 골뱅이 무침과 소면이랍니다. 물론 술안주로도 일품이지만 매콤하고 새콤한 소스에 비벼 먹는 소면과 야채, 골뱅이의 만남은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돌아요.  입맛 돌아오게 하는 밥반찬으로도 손색이 없답니다. 같이 만들어 보실래요? 재료:골뱅이 큰 캔 하나, 양배추잎 4장, 양파 1/2개, 당근 1/3개, 밤 5개 , 오이 1/2개, 홍고추·풋고추·대파 채 썬 것, 소면 적당량, 양념장(고추장 3큰술, 고춧가루 2큰술, 생강가루 1/2작은술, 흑설탕 2작은술, 설탕 1큰술 반, 간장 1큰술, 물엿 1큰술, 식초 3큰술, 연겨자 1작은술, 마늘 1큰술, 깨소금, 참기름 약간) 입맛에 따라 고춧가루나 식초, 설탕량은 가감하셔도 좋아요. 연겨자를 조금 넣으면 훨씬 더 감칠맛이 난답니다. 만드는 법:(1)골뱅이는 캔을 따서 국물을 따라 버리고 체에 밭습니다.(2)야채류는 어슷썰기를 하여 다른 야채들과 비슷한 크기와 길이로 썰어 놓고요.(3)소면은 끓는 물에 삶아서 차가운 물에 헹구어 물기를 빼줍니다.(4)준비된 양념장 재료로 양념장을 만들어 놓아주세요.(5)양념장에 소면을 제외한 모든 재료를 넣어 양념장이 골고루 배도록 무쳐준 다음, 준비된 접시 바닥에 채쳐놓은 대파를 깔고 골뱅이 무침을 얹은 후 삶아 놓은 소면을 돌돌 말아 보기 좋게 담아주시면 됩니다. Tip 먹음직스럽게 담으려면 접시는 큰 접시로 준비하세요. 소면과 함께 섞어 먹기에도 큰 접시가 편하답니다. 미애의 요리일기(blog.naver.com/kim06166)
  • 올 겨울농사 포기 농가 늘어

    한파와 기름값 폭등으로 겨울농사를 포기하는 농가들이 늘고 있다. 20일 경북 안동시에 따르면 예년에 비해 일찍 찾아온 한파가 지속되고 있는데다가 난방비 부담이 커지자 농가들이 작물재배를 포기하고 있다. 풍천면 광덕과 기산리의 경우 180농가 가운데 올해 겨울농사를 하는 농가는 8가구에 불과한 실정이다. 오이 시설재배를 하는 권대근(46·안동시 풍천면 기산리)씨는 “기름값이 너무 뛰어 더 이상 겨울농사로 수지를 맞출 수가 없다.”며 “기름값 부담 때문에 난방온도를 낮추지만 수확량이 줄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일부 농가에서는 난방비를 줄이기 위해 연탄보일러를 보조 난방기구로 사용하거나 여러겹의 커튼을 설치하고 있으나 한파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이 마을에서는 올 들어 심모(48)씨 등 4농가가 난방비를 감당하기 못해 겨울농사를 포기한 상태다. 안동시 관계자는 “300평 규모의 하우스에 기온을 1도 올리는 데 통상 400∼500ℓ의 기름이 더 소요된다. 외부 기온이 1도 떨어지면 농가는 하루에만 수십만원의 기름값을 더 부담해야 한다.”며 겨울농사 포기이유를 설명했다. 풍천면 관계자는 “겨울농사를 포기하는 농가들이 점차 늘어 광덕과 기산리 일대 180농가 가운데 올해 겨울농사를 하는 농가는 8가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군위군에서는 난방유 값 급등으로 아예 겨울농사를 한 달 정도 늦추고 있다. 군위읍에서 오이농사를 짓는 박모(54)씨는 “한겨울 난방비를 감당할 수 없어 내년 1월 하순쯤 종자를 파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안동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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