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오웰
    2026-08-20
    검색기록 지우기
  • 전시관
    2026-08-20
    검색기록 지우기
  • 산재보험
    2026-08-20
    검색기록 지우기
  • 블루보틀
    2026-08-20
    검색기록 지우기
  • 도로정비
    2026-08-20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78
  • [현실로 다가온 ‘마이너리티 리포트’] (3) CCTV 500여만대 ‘감시사회’ 런던

    [현실로 다가온 ‘마이너리티 리포트’] (3) CCTV 500여만대 ‘감시사회’ 런던

    # 오전 8시. 제인은 여느 때처럼 출근을 하려고 집을 나섰다. 집 근처 빅토리아역에서 지하철을 탄 뒤 코벤트가든역에서 내렸다. 역 근처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산 뒤 100m쯤 걸어 회사에 도착했다. 점심은 동료와 회사 주변에서 간단하게 해결하고 거래처 사람을 만나려고 서둘러 회사를 나섰다. 퇴근길에 병원에 들러 독감 주사를 맞은 제인은 친구를 만나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집에 돌아오니 오후 9시. 제인은 과연 오늘 하루 얼마나 많은 감시자들과 마주쳤을까. 정답은 300번이다. ‘신사의 나라’라는 영국은 세계에서 감시가 가장 일상화된 나라다. 곳곳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된 탓에 ‘빅브러더(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거대한 감시자)가 지켜본다’는 얘기도 공공연하게 나돈다. 영국 사생활 보호단체인 ‘빅브러더워치’에 따르면 영국에는 최대 600만대의 CCTV가 설치·운용 중인 것으로 추산된다. 영국 인구가 6300여만명이니 인구 10.6명당 1대의 CCTV가 설치된 셈이다. 영국 인권단체들은 통상 런던에서 하루를 보내면 300번가량 CCTV에 노출된다고 말한다. 실제 취재 과정에서 런던의 도심 거리는 물론, 주택가 골목 곳곳에서 CCTV를 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어딜 가나 ‘CCTV 작동중’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어 새삼 CCTV의 천국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대니얼 네스비트 빅브러더워치 연구원은 최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파리 경찰이 시내에 설치·사용하는 CCTV가 330대밖에 안 된다고 하는데 이것만 봐도 런던에 얼마나 많은 CCTV가 있는지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보안산업협회(BSIA)의 지난해 7월 보고서에 따르면 총 590만대의 CCTV가 학교, 병원, 요양원 등 75만여곳을 포함해 영국 전역에 설치돼 있다. 특히 공립학교에 29만 1000~37만 3000대, 사립학교 3만~5만대, 식당 5만 3000~15만 9000대, 병원·보건소 8만~15만 9000대가 설치돼 있다. CCTV는 ‘양날의 칼’이다. 옹호하는 측은 테러와 강력범죄 등 반사회적 행위를 예방하고 차단하려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미국 사회가 2001년 9·11테러 이후 범죄예측시스템 도입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듯 영국도 2005년 7월 런던 지하철·버스 자살폭탄 테러로 7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후 CCTV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하지만 CCTV의 범죄 억제 효과는 영국에서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CCTV의 무분별한 설치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와 학자들은 인과관계가 불명확하다고 반발한다. CCTV가 설치된 지역의 범죄율은 표면적으로 감소할지는 모르지만, 설치되지 않은 지역으로 범죄가 옮겨갈 뿐이라고 주장한다. 네스비트 연구원은 “2008~2012년 4년간 CCTV를 설치하는 데 5억 1500만 파운드(약 8790억원)가 들었다”며 “불필요한 CCTV를 설치하는 것보다 경찰 인력을 더 투입하거나 차라리 거리에 가로등을 많이 설치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빅브러더워치 측은 또한 CCTV의 확대에는 ‘꼼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2008~2013년 5년간 각 지방정부로부터 취합한 자료를 바탕으로 최소 71개 지역에서 시민 안전보다 교통위반 범칙금 등 수익을 올리려고 CCTV를 설치했다고 주장한다. 해당 지방정부가 5년간 교통범칙금으로 거둬들인 금액만 3억 1201만 파운드(약 5391억원)에 이른다. 네스비트 연구원은 “영국 시민들은 언제 어디에서나 누군가에게 감시를 당하고 있다는 두려움이 크지만, 그보다는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CCTV에 쏟아붓는 사실에 더 불만을 느낀다”고 말했다. CCTV의 사생활 침해 논란도 진행형이다. 최근 런던경찰국(MPS)이 ‘입는 카메라’를 시범 사용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MPS는 지난 5월 미국의 테이저인터내셔널이 개발한 경찰 전용 카메라 ‘액슨 바디’를 도입해 3만여명의 경찰이 1년간 써보도록 했다. 경찰 선글라스와 제복 등에 부착되는 액슨 바디는 주변 밝기와 상관없이 연속 12시간 촬영이 가능하다. 채증이 일상화되는 셈이다. CCTV 설치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NO CCTV’의 대변인 찰스 파리어는 “얼굴을 인식하고 사람 움직임을 감지하는 등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CCTV는 용의자뿐 아니라 모든 시민들의 움직임을 모조리 저장하는데,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경찰과 정책 입안자들은 사생활을 단순히 개인정보 보호 정도로만 인식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사생활이란 ‘혼자 있게 내버려두는 권리’를 말한다”며 “국가는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은 사람들의 삶에 함부로 침입할 수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파리어 대변인은 특히 CCTV를 비롯한 감시 카메라가 지역사회를 구조적으로 붕괴시킨다고 비판했다. 그는 “감시 카메라는 개인의 두려움을 증폭시키고 이웃 간 믿음과 신뢰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공동체 의식을 약화시킨다”며 “이웃들이 직접 만나 교류하고 자연스럽게 거리를 두고 스스로 경계할 수 있는 감각을 망가뜨렸다”고 말했다. 런던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문화마당] 역사 기억의 독점/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문화마당] 역사 기억의 독점/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역사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을 우리는 흔히 과거의 진짜 사실로 믿는 경향이 있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원 사료(史料)일지라도, 그것이 과거의 특정 상황을 있었던 그대로 보여 주지는 않는다. 텍스트로 바뀌는 순간부터 그것은 이미 일정한 프리즘을 거쳐 가공된 기록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개인의 과거 경험을 반추하는 방법도 다를 바 없다. 청소년 때 겪은 어떤 경험을 20~30년이 지난 지금 나는 얼마나 사실 그대로 기억하며, 얼마나 객관적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고 있는가? 골목길에서 불량배에게 잡혀 몇 대 맞고 풀려난 우울한 경험임에도 세월이 흘러 부모가 돼서는 불량배들과 4대1로 싸워 이겼다는 무용담으로 조작해 자식에게 전달한 적은 없는가? 과거의 경험에 대한 인간의 기억은 이렇듯 불완전하며, 심지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자기 좋은 식으로 편집해 기억한다. 이런 기억 장치가 없다면 우리 인간은 엄청난 정신적 상처에 눌려 미쳐 버리고 말 것이다. 개인의 기억조차 이럴진대 수백·수천만 명이 집단을 이루어 ‘역사’라는 이름으로 기억하는 것들을 정말 100% 사실로 믿는다면 순진하다 못해 바보스러울 수도 있다. 한 예로 17세기에 조선이 전개한 ‘나선정벌’의 실상을 보자. 나선정벌이란 17세기 중반 북만주로 남하하는 러시아(나선)를 저지하려던 청나라의 출병 요구에 따라 조선군이 송화강과 흑룡강 유역으로 두 차례 출정한 사건이다. 교과서에서는 대개 조선군이 러시아 지휘관 스테파노프를 전사시키고 승리했음을 강조하지만, 이는 교묘하게 조작된 기억이다. 오랑캐 청나라에게 당한 수치를 씻자는 취지의 북벌운동이 절정을 이룰 즈음에 조선은 청나라의 명령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청과 러시아의 전투에 ‘끌려 나갔다’. 북벌의 대상인 청나라를 상대로 싸우기는커녕 오히려 그 청나라 오랑캐 장수의 지휘를 받아 전투에 임한 조선군은 심각한 정신적 공황을 겪었다. 2차 원정군 사령관 신유(申瀏)가 전투에서 승리하고 개선하면서도 마음이 천근만근이었던 이유는 바로 이런 문제 때문이었다. 또한 신유가 병으로 죽었을 때 조문객들 중 어느 누구도 만사(輓詞)나 행장(行狀)에서 그의 전공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공적을 다소 부풀려 과장하기 마련인 만사에서 있는 공적조차 함구한 사실은 나선정벌 얘기를 꺼내지 않는 것이 망자에 대한 예의라는 분위기가 당시에 절대적이었음을 시사한다. 그런데 18세기에 접어들면서 나선정벌에 대한 우울한 기억은 국가 차원에서 장쾌한 승리로 편집된다. 북벌운동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나선정벌을 북벌운동의 가시적인 성과로 둔갑시킨 것이다. 나선정벌 경험이 우울했던 이유는 청나라의 존재 때문이었는데, 이제 나선정벌의 기억에서 청나라를 지워 버림으로써 나선정벌은 처음부터 조선의 필요에 따라 조선이 스스로 군사를 일으켜 북쪽 오랑캐를 쳐부순, 말 그대로 북벌(北伐)의 승리로 뒤바뀐 것이다. 역사 기억은 하나일 수 없으며, 하나이어서도 안 된다. 특히 국가가 독점하는 역사 기억은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다. 최근 유신의 망령처럼 되살아나는 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움직임은 국민의 머릿속 기억까지 국가가 일방적으로 통제하고 특정 기억을 독점적으로 주입시키려는 것으로, 심각한 시대착오이자 일종의 폭력이다. 학창 시절 읽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이 문득 뇌리를 스친다.
  • ‘품격있는 삶’ 위해 존엄을 고민하다

    ‘품격있는 삶’ 위해 존엄을 고민하다

    삶의 격/페터 비에리 지음/문항심 옮김/은행나무/468쪽/1만 6000원 삶의 격은 존엄성 문제와 바로 연결된다. 내가 나를 대하면서, 타인을 대하면서, 또 타인이 나를 대하면서 드러나는 존엄성의 문제야말로 품격 있는 삶의 고갱이다. 인간의 존엄은 근대 이후 천부의 권리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존엄이 훼손되는 사례는 삶의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군대에 보낸 자식 또는 수학여행에 보낸 아이들이 주검으로 돌아왔음에도 어떻게,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없을 때 당사자는 물론 주변 사람들의 존엄은 극도로 절멸된다. 또 좀 덜 가난한 가족이 더 가난한 가족을 부양해 다 같이 가난하게 만들거나 등급을 매기는 장애인 복지정책 등도 존엄성을 훼손, 모멸감을 느끼게 한다. 독일의 철학자이자 ‘리스본행 야간열차’ 작가인 저자는 정신·물질적 위기를 겪고 있는 ‘지금, 여기’에 인간의 존엄이야말로 가장 절실한 개념이라고 설파한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 아서 밀러의 희곡 ‘샐러리맨의 죽음’, 영화 ‘밤의 열기 속으로’ 등 다양한 문학과 영화 속 등장인물과 주제의식을 예시로 존엄성의 관점과 현실 속 갈등을 설명한다. 철학적 사변이 아니면서 구체적인 논증으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도 편안히 사색할 수 있도록 인도한다. 개인과 개인의 존엄이 충돌할 때, 개인과 집단의 존엄이 충돌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논쟁적 과제들을 제시한다. 인간의 존엄은 천부적이지만, 이미 결정된 것이 아니라 열려 있음을 깨닫게 해 준다. 또 자기를 존중하고 타인을 존중하며 진실을 향해 용기 있게 나아갈 때 얻어 내는 것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사이버 사찰 논란] 우윤근 “사이버 사찰 국조·청문회 검토”

    새정치민주연합이 16일 모바일 메신저인 다음카카오톡 등에 대한 사이버 사찰 논란과 관련, 국정조사와 청문회 실시 의사를 내보이는 등 강력 대응 방침을 밝혔다. 국정감사가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맹탕으로 흐르는 상황에서 사생활과 관련된 ‘국민적 이슈’를 부각시켜 정부·여당을 몰아세우려는 의도로 읽힌다.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사이버 사찰의 실상을 철저하게 파악하고 반드시 정부의 책임을 묻겠다”며 “필요하다면 국정조사와 청문회 등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우 대표는 “새정치연합은 국민의 존엄과 자유를 위협하는 박근혜 정부의 사이버 사찰에 대해 단호하고도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거론하기도 했다. 매스미디어를 통한 사회적 감시체제와 억압의 위협성을 경고하는 소설을 언급하며 ‘박근혜 정권’에서 현실화할 수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국내 모바일 메신저 대신 해외에 서버를 둔 텔레그램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는 현상과 관련해 우 대표는 “이제 사이버 이중국적 취득은 정부의 검열과 감시를 피하기 위한 대한민국 국민의 불가피한 선택이 되고 있다”면서 “지금 외신들도 경쟁하듯 이번 사태를 보도하고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나라라며 박근혜 정부를 연일 비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새정치연합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통신 검열 진상조사위원장으로 우상호 의원을 지명한 가운데 곧 위원 구성을 마무리하고 진상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새누리당은 야당의 주장을 ‘정치공세’로 돌리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특히 ‘사찰’, ‘검열’이라는 표현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을 이해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수십년 전부터 강력범죄 수사 시 감청 영장에 따라 통신 제한 조치를 해 오던 것을 야당은 마치 새로운 사건이 터진 것처럼 언급하면서 국민에게 불안감을 심어 주고 있다”며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정부나 여당을 공격해 정치적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허위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사물인터넷·공유 경제, 인류미래 바꾼다

    사물인터넷·공유 경제, 인류미래 바꾼다

    세계의 석학으로 추앙받는 두 거장은 닮지 않은 듯 닮았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유대계 러시아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난 노엄 촘스키(86) MIT대 석좌교수는 저명한 히브리어 연구자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언어학자의 길을 걷는다. 반면 앨빈 토플러 이후 손꼽히는 미래학자인 제러미 리프킨(69)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콜로라도 덴버에서 출생해 할리우드 배우 출신인 기업가 아버지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했다. 17년의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펜실베이니아대 동문이며, 무엇보다 세상에 끊임없이 화두를 던진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나눈다. 한계비용 제로 사회/제러미 리프킨 지음/안진환 옮김/민음사/584쪽/2만 5000원 리프킨은 신작 ‘한계비용 제로 사회’에서 “자본주의는 한계에 이르렀고 곧 종말할 것”이라 선언한다. 300년 넘게 물과 공기처럼 인류와 뒤섞여 살아온 자본주의에 대한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아예 2050년이란 시점까지 못박았다. 그때쯤 ‘사물인터넷’과 ‘공유경제’의 부상이 자본주의를 완전히 주변부로 밀어낼 것이란 예언이다. 촉매역할을 할 사물인터넷은 한마디로 지능형 네트워크다. 센서를 통해 온도조절장치는 물론 TV, 세탁기, 컴퓨터 등을 실시간으로 읽어내고 통제한다. 소비자의 행동을 빅데이터화해 미리 어떤 제품을 생산할지 알려주는 식이다. 패러다임 변화의 동력은 아이러니하게도 고도의 자본주의 발달이다. 자본주의를 지탱해온 기업들이 낳은 혁신활동으로 ‘한계비용’(재화나 서비스를 한 단위 더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추가 비용)을 제로 수준으로 떨어뜨리다가 결국 이윤 없는 장사를 벌여야 할 처지에 놓인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사례는 이미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인류의 3분의1은 휴대전화와 컴퓨터를 이용해 네크워크화된 세상에서 소비자인 동시에 생산자(프로슈머)로 살고 있다. 거주지와 직장의 일부를 발전소로 개조해 태양열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거둬들이고, 10만명이 넘는 사람들은 3D프린팅으로 손쉽게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 쓰고 있다. 모두 한계비용 제로사회의 도래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어찌 보면 앞선 저서인 ‘소유의 종말’, ‘노동의 종말’과 잇닿은 듯 보이지만 1900년대 초 오스카르 랑게 시카고대 교수가 포착해낸 “인류를 위한 자본주의가 어느 시점이 지나면 인류의 진보를 막는 족쇄로 작용할 것”이란 의문과 궤를 같이한다. 리프킨은 선사시대 혹은 봉건시대 꽃피웠던 공유경제의 재도래에 대해 “나눌수록 풍요로워진다”고 주장한다. 자본주의 경제보다 훨씬 더 오랜 기간 존재하며 유효성을 검증받은 덕분이다. 카셰어링이나 에어비앤비 같은 공유 서비스들이 불러올 협력적 공유사회는 소유권보다 접근권을 선호하는 세대의 주도로 결국 인류의 역사를 바꿔놓을 것이란 전망이다. “공산주의의 유령이 배회하고 있다”는 칼 마르크스의 섬뜩한 주장과 대비되는 장밋빛 낙관은 기술결정론적 사고를 배경으로 한다. 촘스키, 은밀한 그러나 잔혹한/노엄 촘스키·안드레 블첵 지음/권기대 옮김/베가북스/288쪽/1만 5000원 촘스키는 신간 ‘촘스키, 은밀한 그러나 잔혹한’에서 미래보다 현재에 논의를 집중한다. 인류의 근대사를 피로 물들인 서구의 탐욕과 살육, 그리고 은폐를 적나라하게 고발하며 이를 바로잡아야 희망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책은 언론인 안드레 블첵과의 대담형식으로 꾸며졌다. 촘스키는 2010년 이후 프랑스 정부의 집시 추방과 체코 정부의 집시 격리정책을 1930년대 나치의 유대인 정책과 닮은꼴이라 지적한다. 또 폴 포트 치하의 악랄한 학살은 부각되는 반면 서구가 동남아와 라틴아메리카에서 저질렀던 대학살은 은폐되는 것은 주도적인 서구 문화가 이를 자비로운 행위로 교묘하게 포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피지배지의 엘리트들이 지금도 당시 서구 통치와 교육의 향취에 젖어 있을 만큼 집단세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촘스키가 추산하는 제2차 세계대전 후 신식민주의로 목숨을 잃은 ‘비인간들’은 5500만명에 이른다. 서구가 일으킨 전쟁, 친서방 군사쿠데타, 기타 분쟁들 탓이다. 소설가 조지 오웰이 처음 언급한 비인간은 서구와 일부 아시아의 부국 밖에 거주하는 인류를 일컫는다. 일찍이 한국 사회 역동성에 주목해온 그는 최근 세월호 참사로 딸을 잃은 김영오씨에게 격려 편지를 보내 반체제 지식인의 면모를 각인시키기도 했다. 촘스키는 “우리는 언제나 선택할 수 있다. 무언가를 행하거나,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라며 변화를 위한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부동산 플러스]

    [부동산 플러스]

    수원 아이파크시티 4차 1596가구 분양 현대산업개발이 경기 수원시 ‘아이파크시티 4차’아파트(조감도)를 분양한다. 1596가구에 이르는 대규모 단지다. 59㎡ 1079가구, 74㎡ 427가구, 84㎡ 90가구 등 중소형만 들어선다. 7000가구에 이르는 도시개발사업으로 진행되는 아파트다. 삼성전자가 가까워 임대 수요도 풍부하다. 2.5㎞에 이르는 자연형 하천을 따라 산책로와 17만㎡짜리 근린공원도 조성된다. 1호선 세류역이 걸어서 8분 거리다. 분당선 매탄권선역을 이용해 서울 강남, 경기 분당에 접근하기도 쉽다. 2016년 8월 입주 예정. 84㎡ 기준 3.3㎡당 분양가는 1170만원이다. (031)232-1700. 위례자이 아파트 중대형 517가구 분양 GS건설은 위례신도시에서 ‘위례자이’아파트(조감도)를 분양한다. 101㎡ 260가구, 113㎡ 122가구, 121㎡ 114가구, 124㎡ 12가구, 125㎡ 3가구, 131㎡ 2가구 등 중대형 아파트 517가구다. 지하철 8호선 복정역과 신설 예정인 8호선 우남역, 경전철 위례중앙역(가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중심 상업시설인 ‘트랜짓몰’과도 가깝다. 단지 앞에 수변공원이 조성된다. 피트니스센터, 골프연습장 등의 편의시설도 들어선다. 판상형 설계, 남향 위주로 배치했다. 2016년 하반기 입주 예정. 1644-4277. e편한 서산예천 아파트 936가구 분양 대림산업은 충남 서산시 예천동에서 ‘e편한세상 서산예천’아파트(조감도)를 분양한다. 59㎡ 479가구, 84㎡ 457가구 등 936가구다. 대산석유화학단지, 서산바이오웰빙특구, 서산오토밸리, 서산테크노밸리 등 대규모 산업단지가 있어 주택 수요가 많은 지역이다. 주방과 거실의 창호를 일직선상에 배치한 맞통풍 구조로 설계했다. 자녀 방의 크기를 확대해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1층은 천장 높이를 일반 아파트보다 30㎝ 높인 2.6m로 설계했다. 게스트하우스도 갖췄다. 2016년 11월 입주 예정. (041)681-9100. 원주혁신 중흥S-클래스 프라디움 850가구 중흥종합건설은 강원 원주혁신도시에서 ‘원주혁신 중흥S-클래스 프라디움’아파트(조감도)를 분양한다. 84~131㎡짜리 850가구다. 한국관광공사, 국립공원관리공단, 국민건강보험공단, 대한적십자사 등 13개 공공기관이 이전해 주택 수요가 풍부한 곳이다. 치악산국립공원과 혁신도시 수변공원이 단지와 가깝고 근린공원과 원주천 산책로로 이어진다. 커뮤니티시설에는 유아풀을 포함한 실내 수영장과 피트니스센터, 실내골프연습장, 연회장, 보육실, 어린이도서관 등이 들어선다. 2017년 초 입주 예정. 1644-5331.
  • 당신, 찍혔어

    당신, 찍혔어

    공연음란 혐의를 딱 잡아떼던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이 두 손을 든 건 제주시 이도2동 일대 거리와 상가 건물 등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 그의 지난 12일 밤 행적이 낱낱이 찍혔기 때문이다. 그 많은 CCTV에 고스란히 찍히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김 전 지검장은 밤늦도록 상가 건물 등을 배회했고, 대로변에서 ‘못된 짓’까지 서슴없이 벌이다 결국 나락으로 떨어졌다. CCTV가 범인 검거의 ‘일등 공신’이 되긴 했지만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일거수일투족이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는 점은 영 개운치 않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국가 권력이 개인을 감시하던 ‘텔레스크린’을 떠올리게 한다. 410만~590만대(2013년 기준)로 추정되는 영국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많은 CCTV(450만~500만대)가 작동하는 ‘감시사회’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24일 서울신문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와 함께 서울의 대표적인 상업·업무지구인 강남대로(강남구)와 지하철 1·2호선 시청역(중구) 일대, 주거 지역인 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관악구 봉천동)과 시흥 4동(금천구) 등 4곳의 CCTV 현황을 분석한 결과 평균 14.2m에 한대꼴로 설치돼 있었고, 보행자들은 5.5초(성인 남성 걸음 2.8㎧ 기준)에 한번씩 찍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에서 유동인구가 많은 곳 중 하나인 강남대로는 9.3m(620m 구간 67대)에 한대꼴이었고 3.3초에 한번씩 CCTV에 노출됐다. 시청역 일대는 5.3초(15m)에 한번, 원룸이 많은 낙성대역 부근도 5.5초(15.2m)에 한번씩 찍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CTV도 대폭 증가됐다. 인권위가 2010년 낙성대역의 같은 구간(500m)을 조사했을 당시 20대에 불과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33대가 포착됐다. 인권위 박성훈 조사관은 “프라이버시 보호 대책이 전무한 상태에서 감시만 강화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범죄에 대한 심리적 억제 효과와 증거 확보의 유용성은 분명하다”면서도 “교차로와 대로 등 공공 안전이 우선시되는 곳에만 제한적으로 CCTV를 설치해 사생활 침해 우려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글로벌 시대] 올라!, 부에노스아이레스/이에스더 아리랑국제방송 글로벌전략 팀장

    [글로벌 시대] 올라!, 부에노스아이레스/이에스더 아리랑국제방송 글로벌전략 팀장

    지구 반 바퀴를 돌아야 갈 수 있는 먼 나라, 애잔한 반도네온 연주로 시작되는 탱고, 축구 영웅 마라도나와 메시, 빈곤층의 기수였던 에바 페론, 그리고 프란치스코 교황…. 아르헨티나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7년 전 나를 압도했던 탱고 공연은 ‘Don’t cry for me, Argentina’ 합창 속에 아르헨티나 국기가 펼쳐지며 격한 감동 속에 막을 내렸다. 국가 브랜드 이미지의 힘을 제대로 경험한 순간이었다. 아르헨티나 사람들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국의 이미지는 어떤 것일까. 내가 만나본 사람들이 떠올린 것은 태권도, 분단, 영화감독 김기덕 정도였던 것 같다. 아시아라면 중국과 일본을 먼저 떠올리는 현실에서 한국이 독창적 문화와 역사를 갖고 있음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한국에 관심을 가지려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이런 기억이 남아 있는 중남미에 최근 한류 바람이 불고 있다니 참 반갑다. 아르헨티나는 유럽 문화의 전통이 강한 나라로 그동안 한류의 사각지대로 평가받던 곳이다. 그런데 3~4년 사이에 K팝 열풍이 불면서 한류 팬이 1만명을 넘어섰고, 한류 팬클럽도 90개 넘게 생겨났다니 아르헨티나 사람들에게 한류가 새로운 한국의 이미지로 자리 잡을 것이란 기대를 갖기에 충분하다. 한국처럼 혈연 중심 문화가 강한 라틴아메리카는 가족 관계를 테마로 하는 드라마 ‘텔레노벨라’(Telenovela)가 고정 시청률 50%를 넘을 만큼 절대적 인기를 얻고 있는 곳이다. 한국 드라마는 텔레노벨라와 유사하지만 가족애와 어른에 대한 존경을 담아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중남미 국가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 콘텐츠 애호가들은 소셜네트워트서비스(SNS)에 팬클럽을 만들어 정보를 공유하는가 하면 남미 통합 K팝 행사를 갖기도 하면서 한류 열기를 확산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한류가 마니아층에 국한된 일시적 현상에 머물지 않도록 새로운 지평을 열려는 시도도 눈에 띈다. 지난달,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한국 미디어 아트 작품 전시회가 열렸다. 올해는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이 1984년 위성 텔레비전 쇼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전 세계에 선보인 지 30년이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해 젊은 작가들이 참여해 백남준이 세계 미디어 아트에 끼친 영향을 고찰하고 아르헨티나에 선보인다는 취지다. 아르헨티나 한국문화원이 기획한 ‘K-Culture 4중주 프로젝트’의 하나라는데, K팝 외에 클래식 음악, 미술, 영화로 분야를 넓혀 맞춤형 한류를 확산하려는 기획이다. 남미에서 백남준의 작품을 직접 감상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아서 현지 미술계의 반응이 좋다고 한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사람들은 흔히 ‘스페인어로 말하고, 프랑스인처럼 살며, 영국인이 되기 원하는 이탈리아 사람‘으로 정의된다. 그만큼 유럽 편향적 정체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국의 문화예술과의 만남이 어떤 영향을 줄지, 의도한 대로 한류 확산의 결과를 낳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한류를 라틴아메리카에 널리 퍼뜨리고 싶다면, 우리가 먼저 그들의 문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가 품고자 하는 만큼만 그들도 우리의 손을 맞잡는 것이 세상 이치다. 서로 다른 문화의 경험이 삶을 풍요롭게 하고 세상에 대한 이해를 넓힌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미국을 비롯해 북중미에 편중된 관심을 라틴아메리카와도 나누면 좋겠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던진 메시지처럼 ‘평화와 우정을 나누며 사는 세상, 장벽을 극복하고 분열을 치유하며 폭력과 편견을 거부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의 문화적 세계관을 확장해 봄직하다.
  • [기고] 빅브러더와 금연파파라치/이상묵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기고] 빅브러더와 금연파파라치/이상묵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소설가 조지 오웰은 ‘1984’를 통해 ‘빅브러더’의 존재를 얘기한다. ‘빅브러더’는 정보 독점과 감시로 사회를 통제하는 권력을 말한다. 실제 현대사회에는 곳곳에 감시 장치들이 존재한다. 골목이나 도로에 설치된 각종 폐쇄회로(CC)TV가 대표적이고, 휴대전화, 신용카드, 교통카드 등도 감시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그런데 시민들은 오히려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이 감시 장치들을 반긴다. 왜냐하면 감시에 대한 불쾌감보다는 안전에 대한 욕구가 더 크기 때문이다. 지그문트 바우만과 데이비드 라이언이 저술한 ‘친애하는 빅브러더’에서는 이 같은 사람들의 반응을 편리·안전·돌봄 등 국가와 기업의 서비스를 받기 위해 자신의 신상정보와 행동 궤적을 자발적으로 노출시키며 감시에 대한 도덕적 의문을 품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이는 곧 프라이버시에 대한 자유의 유예 혹은 포기라는 도덕적 무감각으로 이어진다고 꼬집었다. 최근에는 ‘빅브러더’보다 더 집요한 작은 감시자 ‘스몰브러더스’까지 가세하고 나섰다. 김난도 교수 등이 함께 펴낸 ‘트렌드 코리아 2014’에서는 정보통신 기술이 발전하면서 평범한 집단 속에 숨어서 타인을 엿보는 사람들, 즉 ‘스몰브러더스’의 역습이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된 현대인들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나 서로를 감시할 수 있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이를 활용해 ‘신고포상금 제도’를 만들어 감시 사각지대를 해소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가 활성화되면서 문제점도 그만큼 많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1월 경찰은 전국의 약국을 대상으로 돈을 뜯어낸 파파라치 일당을 검거했다. 일명 ‘약파라치’로 불리는 이들은 약사가 아닌 일반 종업원에게 약을 팔게 한 후 약사법 위반의 약점을 잡는 수법을 사용했다. 이들은 신고포상금보다 공갈로 돈을 뜯는 게 더 큰 이익이라는 계산에서 갈취범으로 돌변했던 것이다. 법정 보조금 상한선을 초과하여 지급하는 휴대전화 판매점을 신고하는 ‘폰파라치’와 택시 승차거부를 신고하는 ‘카파라치’도 있다. 이 제도들 역시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범행에 악용될 수 있다. 보건당국은 최근 ‘금연지도원’을 활용해 흡연 단속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금연구역에서 흡연 행위를 감시하고 적발하는 활동을 하고, 실내 흡연실 설치와 운영 상황을 점검하는 역할도 한다. 그래서 금연구역에서만큼은 담배연기를 피해갈 수 있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성숙한 사회의 기본적 가치인 자유와 신뢰에 맡기기보다는 ‘금연 파파라치’와 같은 감시와 적발 시스템에 의존하는 정책에 상당한 거부감이 드는 것은 왜일까? 어디선가 누군가의 흡연을 감시하는 이들은 빅브러더가 고용한 ‘스몰브러더스’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씁쓸한 마음이 앞선다. 물론 사회 질서유지와 범죄 예방 등을 위한 감시 시스템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에 앞서 자율에 기반한 신뢰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성숙한 시민의식을 키워 나가려는 노력들이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 행여 정책당국이 우리 국민을 신뢰의 대상이 아닌 통제와 감시 대상으로만 인식하고 있지는 않은지 우려스럽다.
  • 소득 불평등·계급 격차… 우리 시대 ‘잔혹한 민낯’

    소득 불평등·계급 격차… 우리 시대 ‘잔혹한 민낯’

    재미 작가 이창래(49)는 새 장편 ‘만조의 바다 위에서’(On such a full sea)에서 미래의 미국 사회를 재건축했다. 숨 쉴 수 없는 공기와 마실 수 없는 물, 황무지로 시작하는 소설 속 미국은 상중하 계층으로 분리돼 살아가는 계급사회다. 하지만 이야기로 걸어 들어갈수록 소설은 소득 불평등과 계급 격차 등 결국 우리 시대의 잔혹한 민낯을 벗겨낸 신비로운 우화임이 드러난다.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 세 살 때 미국으로 이민 간 그는 프린스턴대 문예창작과 교수를 지내며 발표한 다섯 편의 장편으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한국계 미국 작가다. 특히 지난 1월 이번 소설이 출간된 직후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영미권 언론들은 코맥 매카시, 조지 오웰, 올더스 헉슬리 등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으로 이름난 작가 군단에 그의 이름을 추가했다. 소설 속 미래 사회는 엘리트층이 사는 차터, 차터 지역에 댈 먹을거리를 키우고 생산하는 B-모어, 버려진 하층민이 살아가는 ‘자치주’, 이렇게 세 곳으로 나뉜다. 상류층 생활의 집약판을 보여주는 차터에선 전염병으로 사육이 금지된 애완동물 대신 애완인간들을 취미로 키운다. B-모어에선 차터 사람들이 시키는 일만 하며 먹고사는 것에 자위한다. 전기에 하수도 시설마저 열악한 무정부 상태의 판자촌, 자치주는 영화 ‘설국열차’ 속 ‘꼬리칸’을 연상케 하는 비참한 삶이 이어진다. 삶의 질은 극과 극이지만 세 지역 모두 ‘C-질환’에 대한 공포에 짓눌려 있다는 점은 같다. 다만 먼저 죽고 나중에 죽는다는 것뿐이다. 소설은 차터 사람들이 먹을 물고기를 키우는 중국계 잠수부 소녀 판으로부터 출발한다. 헌신적이고 균형감각을 갖춘 인물로, 서사를 이끌어가는 일인칭 복수 시점인 ‘우리’의 영웅으로 묘사되는 판은 담으로 둘러쳐진 계급사회를 박차고 상하를 모두 오가는 모험에 나선다. 계기는 C-질환에 면역성을 가진 것으로 판명 난 남자 친구 레그의 행방불명. 차터의 제약회사에서 연구 대상이 됐을 가능성이 큰 레그를 찾아 자치주와 차터를 오가는 소녀의 대담하고 기묘한 모험이 소설의 골격을 이룬다. 각 사회에서 직면하는 죽음의 위기와 배신, 소중한 인연과의 만남 등으로 짜인 서사는 치밀한 조직감과 사회에 대한 날 선 시선으로 묵직한 울림을 준다. 가상의 미래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한쪽에선 무감각해질 정도로 넘치고 한쪽에선 턱없이 부족한 음식, 교육, 의료, 고용 등의 문제는 우리 현실과 데칼코마니처럼 꼭 닮았다. ‘미래의 우화’를 이끌어가는 작가의 문체는 추레하고 잔혹한 풍경마저 서정적이라는 착각을 일게 할 정도로 표현이 아름답고 묘사가 생생하다. B-모어 사람들을 총칭하는 ‘우리’라는 일인칭 복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도 특징이다. “공동체에 관한 이야기를 설화처럼 쓰려 했다”는 게 작가의 의도다. 최고급 제품과 음식, 서비스가 차고 넘쳐도 무료하고 불행한 차터, 차터가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한 B-모어, 죽음이 일상이 된 자치주. 미래의 공동체는 어느 곳 하나 기댈 곳도 희망을 품을 곳도 없다. 하지만 작가는 오직 ‘사랑’을 찾아 위험의 행로를 감행하는 주인공을 통해, 그리고 셰익스피어가 쓴 ‘줄리어스 시저’의 한 대목으로 우리를 응원한다. ‘인간사에도 조수간만의 차가 있는 법/밀물을 타면 행운을 붙잡을 수 있지만/놓치면 우리의 인생 항로는 불행의 얕은 여울에 부딪쳐/또 다른 불행을 맞이하게 되겠지/지금 우린 만조의 바다 위에 떠 있소/지금 이 조류를 타지 않으면/우리의 시도는 분명 실패하고 말 거요.’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백남준이 본 미래… 지금 우리 사는 세상이 됐다

    백남준이 본 미래… 지금 우리 사는 세상이 됐다

    1984년 1월 1일 정오. 정적을 깬 TV 화면에선 춤추는 여인과 어지러운 특수효과가 혼재했다. 이어 요염한 여인의 입술에서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란 전자체 글씨가 자막처럼 퍼졌다. 전파가 끊겼다 연결되기를 5분여. 백남준(1932~2006)의 위성쇼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미국을 비롯해 독일과 프랑스, 한국의 시청자 2500여만명을 동시에 사로잡았다. 이 위성쇼는 방송사인 WNET(미국)과 FR3(프랑스)가 진행을 맡아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파리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공연들을 쌍방향으로 생중계했다. 백남준과 함께 ‘플럭서스’(기성예술을 부정하는 급진 단체)를 이끌던 존 케이지, 요제프 보이스를 비롯해 이브 몽탕, 머스 커닝엄, 앨런 긴즈버그, 샬럿 무어먼, 피터 가브리엘, 벤 보티에 등 내로라하는 예술인 100여명의 퍼포먼스는 단박에 눈길을 모았다. 우주 요들송, 브레이크 댄스, 패션쇼 등으로 이어진 즉흥 공연들은 무려 58분간 화면에서 명멸하다 사라졌다. 퍼포먼스는 1948년 발표된 조지 오웰(1903~1950)의 소설 ‘1984’에 대한 한 세대 뒤의 화답이었다. ‘빅 브러더’가 미디어를 통해 감시·통제하는 암울한 미래상이 “너무 앞서 갔다”고 튕기는 삐딱한 오마주요, “오웰의 예견이 절반만 맞았다”는 백남준의 일침이었다. 배경에는 미디어 기술의 진보가 인류에게 새로운 희망을 열어 줄 것이란 믿음이 자리했다. ●“작가 뜻도 모르고 위성중계 고르지 않다는 자막 덧붙여” 이를 방영한 KBS의 책임 프로듀서였던 이태행 백남준문화재단 상임이사는 “(도입부) 미디어의 불통을 표현하기 위해 블랭크와 노이즈를 삽입한 작가의 뜻도 모른 채 위성중계가 고르지 않다는 자막을 덧붙였다. 지금 생각하면 쓴웃음만 날 따름”이라고 회고했다. 폭압적인 전두환 정권 시절 이 쇼는 단순히 ‘첨단과학과 예술의 만남’으로 포장돼 국내에 소개됐고, 이름도 생소한 오웰의 소설 ‘1984’는 스테디셀러가 됐다. 그로부터 30년.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지금까지 다양한 분석이 이어지는 문제작으로 평가받는다. 거대 권력에 대한 문제 제기, 첨단 기술과 예술의 융합, 국적·장르를 초월한 전 지구적 소통을 실현한 덕분이다. 한 세대가 흘렀지만 국내에선 예술가 백남준을 둘러싼 해석이 더 다양해졌다. 그간 백남준의 작가적 성공과 업적을 놓고 친일 자본가 집안이란 배경, 일본·독일에서의 성장기를 내세워 폄훼하던 부정적 시각과 천재 예술가로 찬양만 하던 긍정적 시각이 엇갈려 왔다. ●“빅데이터·스마트폰 등 수십년 뒤 등장한 요소 작품에 녹아” 최근 백남준을 미래 미디어 환경을 예측한 미디어학자로 보는 견해가 눈에 띈다. 이수영 백남준아트센터 큐레이터는 “백남준이 록펠러재단의 아트 프로그램 디렉터로 일할 때 ‘후기산업사회를 위한 미디어 기획’이란 보고서를 썼다”며 “1974년 발간된 논문에서 17년 뒤 구체화된 인터넷을 ‘일렉트로닉 슈퍼 하이웨이’란 단어로 지칭하는 등 현대사회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담겨 있었다”고 설명했다. 백남준은 생전 “예술가의 역할은 미래를 사유하는 것”이라며 종종 3000년대를 언급하곤 했다. 그는 ‘문학은 책이 아니다’(1989년)란 설치미술에서 TV로 만든 소파와 샹들리에, 시계 등을 선보였다. 또 ‘최초의 휴대용 TV’(1973년) 작품은 오늘날 스마트폰을 연상시킨다. 박만우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빅데이터, 스마트폰, SNS 등을 연상시키는 요소들이 작품 속에 등장하곤 했다”고 말했다. “예술이란 반이 사기”라고 말한 백남준의 비디오아트가 기성 질서에 대한 도전인 동시에 인간의 정서를 예리하게 포착한 심리학적 고찰이란 해석도 나온다. 황병기 백남준문화재단 이사장은 “그가 보여 준 통찰과 혜안, 미래에 대한 비전은 그대로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됐다”고 평가했다. WNET의 위성쇼 총괄 프로듀서였던 캐럴 브란덴버그는 “(백남준은) 가치관이 명확한 평화주의자였고 통찰력이 넘쳤다”고 재단 측에 밝혔다. ●“신세 꼭 갚는 의리남” “가치관 명확한 평화주의자” 인간적 면모를 떠올리는 이들도 많다. 20여년 지기인 천호선 전 쌈지길 대표는 “신세를 지면 꼭 갚던 의리남”으로 기억했다. 1981년 뉴욕에서 처음 만난 백남준이 독일에서 교육받아 사회주의적 색채가 강했다고도 했다. 작가 김구림은 1980년대 중반 뉴욕에서 매년 크리스마스 이브를 백남준과 함께 보냈다고 회상했다. “굉장히 인간적이었는데, 하루는 ‘김 선생, 그림은 어떻게 그려야 하느냐’고 허물없이 물어 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미술평론가인 김동일 대구가톨릭대 프란치스코칼리지 조교수는 “(백남준은) 당대 예술의 장에서 다양한 사회적 자원을 미학적 실천을 중심으로 조직해 냄으로써 기존 상징 자본의 분포를 재편하고자 했고, 결국 승리한 장내 투쟁자”라고 해석했다. 늘 변두리에 머물며 과격한 일탈이 아닌 정교하게 조직된 실천만을 행했고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예술혼을 이어 갔다는 것이다. 다만 엘리트 중심의 닫힌 예술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탈목적론적 다중’을 유의미한 예술적 주체로 끌어들이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B급에서 A급이 되다

    B급에서 A급이 되다

    백남준을 ‘B급 문화’의 전도사로 평가하는 목소리도 있다. 무대에서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때려 부수거나 넥타이를 자르던 그를 당시 사회는 ‘비디오 예술의 선구자’가 아니라 ‘기행을 일삼는 B급 예술인’으로 치부하는 시각이 더 많았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본질은 그대로더라도 시대에 따라 문화적 가치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뜻한다”고 해석했다. 올해는 ‘굿모닝 미스터 오웰’ 방영 30주년, 지난 20일은 백남준 탄생 82주년이었다. 때를 같이해 미술계와 서점가에선 회고 열기가 뜨겁다. 백남준문화재단은 ‘굿모닝 미스터 오웰’의 방송 큐시트(연출계획표)와 국내외 기사, 방송 직후 백남준의 서신 등을 모아 ‘굿모닝 미스터 오웰 1984+30’을 발간했다. 독일 만화 작가인 빌리 블뢰스의 ‘전자 예술의 전사 백남준’도 번역·출간됐다. 올 12월에는 영화진흥공사 지원으로 백남준의 초기 퍼포먼스를 담은 15분 분량의 3D 영화도 선보일 예정이다. 아울러 재단 측은 오는 9월 30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나의 예술적 고향: 라인란트의 백남준’전을 이어 간다. 독일에서 활동한 1960∼1970년대의 친필 기록과 서신, 신문, 사진, 영상자료 등 60여점이 나왔다. 뒤셀도르프에서 뮌헨에 이르는 ‘라인란트’는 백남준의 예술적 고향이다. 경기 용인의 백남준아트센터는 11월 16일까지 ‘굿모닝 미스터 오웰 2014’를 전시한다. 폴 게린, 송상희 등 국내외 작가 17개 팀이 위성쇼 방영 30주년을 맞아 한자리에 모였다. 동영상 ‘굿모닝 미스터 오웰’과 관련 자료 외에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미술적 시각들이 반영됐다. 김홍희 서울시립미술관장과 천호선 전 쌈지길 대표 부부도 백남준의 생일을 즈음해 오랜 인연을 맺어 온 고인을 기억하는 미술서인 ‘큐레이터는 작가를 먹고 산다’와 ‘내 생의 한 획, 백남준’(이상 눈빛출판)을 각각 펴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정보사회는 감시사회의 또 다른 이름

    정보사회는 감시사회의 또 다른 이름

    감시사회로의 유혹/데이비드 라이언 지음/이광조 옮김/후마니타스/336쪽/1만 7000원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은 대부분 불편하고, 때론 섬뜩하다. 그러나 현대사회의 개인은 감시에서 벗어날 수 없다. 도처에 널린 폐쇄회로(CC)TV, 교통카드, 인터넷 쇼핑 등 생활의 거의 모든 것은 ‘감시’와 직결돼 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억압이나 통제만으로 해석하지는 않는다. 안전과 사회질서, 편리 등 긍정적인 개념으로도 풀이한다. 감시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사회학자 데이비드 라이언은 “관리와 통제를 위해 커뮤니케이션과 정보기술에 의존하는 모든 사회는 감시사회”라고 정의하면서 사회 변화와 기술 발전에 따라 감시를 새롭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예컨대 정보사회는 감시사회의 다른 이름일 수밖에 없다. 인터넷 쇼핑을 위해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직원임을 확인하는 출입증을 찍고 사무실을 오간다. 교통법규를 위반한 차량을 CCTV로 교차확인해 벌금을 물리는 행태는 정보사회의 일면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경찰국가라고 판단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범죄를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여긴다. 감시에 대한 ‘원칙 있는 자각’이 필요하다는 역설을 담은 책이 2001년에 출간한 ‘감시사회:일상 들여다보기’(Surveillance Society: Monitoring Everyday Life)이다. ‘감시사회로의 유혹’은 그 책의 번역본이다. ‘감시’에 관한 그의 저서 가운데 비교적 초기 단계에 놓인 것이지만, 현대에 적용해도 무리가 없다. 저자가 바라본 감시사회는 조지 오웰이 전체주의가 극대화한 사회를 가정하고 쓴 소설 ‘1984’의 팬옵티콘(panopticon·원형감옥)이 아니다. 이동성, 속도, 안전, 소비자 자유를 선호하는 사회에서 질서를 유지하고 조율하는 중요한 수단으로서 감시가 존재한다. ‘감시 능력의 확장’은 근대성의 한 측면이다. 자본주의와 국민국가는 ‘독립적 개인’을 탄생시켰고, 민주적 질서에 동참시켰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개개인에 대한 정보 축적이 쉬워지면서 통제도 편리해졌다. 감시사회의 부정적 측면은 단순히 사적 공간을 침범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런 정보들이 유출되거나, 사람을 분류하고 필요에 따라 배제하기도 하는 수단이 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감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회에 속해 있는 한 감시 자체를 반대하기보다 사회정의와 개인의 존엄성에 잠재적 위협이 되는지를 놓고 감시를 바라볼 것을 주문하면서 ‘감시 윤리’에 대한 메시지를 던진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한반도 평화 염원하던 거장의 지휘 이젠 하늘무대서…

    한반도 평화 염원하던 거장의 지휘 이젠 하늘무대서…

    “예술과 예술가는 공공 영역에서 폭넓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믿어 왔습니다. 때문에 예술과 예술가는 비정치적이고 무당파적이며 특정 의제에서 자유로워야 합니다. 북한 방문은 사람들과 문화를 평화적인 교감이 일어나는 공동의 장으로 불러모으려는 것입니다.” 2008년 뉴욕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방북 연주회를 연다는 계획에 미국 내 인권단체들은 반발 시위에 나섰다. 당시 뉴욕필 수장이던 지휘자 로린 마젤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해 공연이 한반도 변화에 작은 보탬이 되리란 소망을 피력했다. 그해 겨울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연주된 뉴욕필의 ‘아리랑’은 평화의 메시지를 담아 전 세계로 생중계됐다. 첼리스트 장한나의 스승으로, 한국과의 인연이 각별한 세계적인 지휘자 로린 마젤이 13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캐슬턴 자택에서 폐렴 합병증으로 숨을 거뒀다. 84세. 그는 최근까지도 2009년부터 자신의 농장에서 열어온 클래식·오페라 음악 축제 ‘캐슬턴 페스티벌’ 리허설 작업을 해 왔다. 하지만 건강이 악화되면서 당초 지난달 28일 개막행사로 예정됐던 오페라 ‘나비부인’ 지휘를 하지 못하고 공연 전 연설만 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들이 전했다. 현대 클래식을 주도한 거장 마젤은 뮌헨필하모닉, 베를린라디오심포니, 클리블랜드오케스트라 등 200여개의 오케스트라를 이끌며 7000회가 넘는 콘서트, 오페라 공연을 지휘했다. 녹음한 음반만 해도 베토벤, 브루크너, 말러, 브람스 등 300여개가 넘는다. 1930년 프랑스 파리 근교 뇌이쉬르센에서 성악가인 아버지와 피아니스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때부터 ‘음악 신동’으로 이름을 알렸다. 7세 때부터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운 그는 9세 때 뉴욕 세계박람회에서 인터라켄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유명해졌다. 30세였던 1960년에는 미국인 최초로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의 지휘자로 초청됐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를 토대로 한 오페라를 쓰는 등 작곡가로도 활동했다. 거장 지휘자 가운데 그처럼 한국을 자주 찾은 이도 드물다. 2004·2006·2008년에는 뉴욕필과 함께, 지난해에는 뮌헨필, 시카고심포니와 함께 내한했다. 장한나의 지휘 스승으로 유명한 그는 2010년에는 장한나가 지휘자로 데뷔한 성남아트센터의 ‘장한나의 앱솔루트 클래식’ 무대에 멘토로 참석해 제자를 격려하기도 했다. 장한나는 당시 공연을 앞둔 간담회에서 “지휘대에 서는 것은 나를 내세우기 위한 게 아니라 음악을 섬기기 위해서라는 사실을 스승(마젤)에게서 배웠다”고 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씨줄날줄] SNS상의 감정 전이/정기홍 논설위원

    거리에 따라 감정의 전이도가 달라진다는 개념이 있다. 심리학자들이 ‘거리와 감정 관계’로 정의하며 더러 활용한다. 이에 따르면 45㎝까지는 육감을 느끼는 ‘부부·연인 간의 거리’이고 45~75㎝는 ‘친구 간의 대화 간격’이다. 120~360㎝는 ‘사교적 거리’이지만 ‘일방이 전달하는 거리’로도 규정한다. 업무상 대화하는 거리가 여기에 속한다. 공연무대는 관객과 750㎝ 이상을 유지하는 것이 좋은데 그 이하면 배우가 불안해진다고 한다. ‘대인거리’라는 것도 있다. 동물이 일정거리를 유지한다는 ‘개체거리’를 사람에게 적용한 개념이다. 남자화장실 소변기와 공원 벤치를 다소 떨어져 선택하는 경우가 이 같은 의식에서 비롯된다. 거리의 개념이 무시되는 온라인상에서도 이 같은 감정 전이는 오프라인과 별반 다르지 않다. 싸이월드의 ‘1촌 맺기’ 등 온라인상에서의 ‘친구 맺기’도 오프라인의 거리 개념이 원용되는 사례다. 끊임없이 접촉하고 관계를 맺어야 하는 게 인간의 숙명이다. 심리적으로 언제나 연결되고 소속돼 있어야 안정감을 갖는다. 이는 인간의 ‘어울림의 욕구’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귐의 과정에서는 긍정과 부정의 감성이 쏟아진다. 개개인의 온갖 감성이 버무려져 있다. 멋진 여행지를 공유하지만 한편으론 카카오톡 등에서 친구로 등록하게 하고 ‘왕따’를 시키는 것은 이 범주다. ‘페이스북 우울증’이니 ‘누락의 공포’니 하는 것은 부정적 현상들이다. 고립됨을 두려워하는 인간 본성이 생산해 낸 초연결사회의 그림자다. 페이스북이 최근 ‘서로 간 접촉 없이도 네트워크를 통해 감정이 전염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고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자사 서비스인 ‘뉴스피드’에서 긍정 글을 적게 접한 이용자는 긍정적인 것을 더 적게, 부정적인 글을 더 많이 쓴 경향이 있었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69만명 조사 대상자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아 윤리적 논란에 휩싸였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 나오는 전체주의 정부 행태와 다를 게 없다는 비난을 받는다. 페북은 이전에도 이용자 몰래 담벼락 게시물을 개방하는가 하면 친구 목록을 모든 웹에 공개한 전력이 있다. 연구 결과를 미래 서비스 전략으로 보기엔 내용이 너무 싱겁다. 페북은 논란이 일자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사과했다. 창업자 저커버그는 언제나 페북은 사회학과 연계된 기업이라고 강조해 왔다. 친구 맺기가 “멋진 악수와 같다”는 그의 말에 시장에서는 ‘무어의 법칙’(메모리 용량이 18개월마다 두 배 증가)과 비교하며 ‘저커버그의 법칙’이라 불렀다. 이용자가 상시접속에 몰입한 사이에 정보를 악용한다면 문제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 ‘빅브러더’ 표현까지 통제한 인권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정보집중으로 말미암은 사생활 침해를 뜻하는 ‘빅브러더’라는 표현을 인권위 보고서에서 사용하지 말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 인권위에 따르면 유영하 인권위원은 지난 1일 열린 상임위원회에서 주민등록번호제도 개선 권고안을 공개 심의하던 중 사무처 직원에게 “공적인 보고서에 ‘빅브러더’라는 표현을 쓴 것은 부적절하다”며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사무처는 보고서에서 공공기관이 법령을 근거로 많은 양의 개인정보를 보관·활용하고 있어 남용 우려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빅브러더’에 빗대어 표현했다. ‘빅브러더’는 정보를 독점해 사회를 통제하는 국가·사회 권력을 뜻하는 말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서 처음 등장한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유 위원은 주민등록제도 개선 권고안을 보고받은 뒤 “국가기관이 기본 자료를 축적하는 것은 기본적인 의무이며 정보 유출 문제는 대부분 민간 부문에서 발생했다”면서 “공공보다는 민간 부문의 정보 관리 체제 정비가 더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발언이 알려지자 인권위 안팎에서는 보편적 표현까지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지나친 통제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빅브러더는 흔히 쓰는 용어인데 사무처가 주민등록제도 개선의 취지를 설명하면서 이 단어를 사용한 것이 왜 부적절한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英, 야후 화상채팅 훔쳐 봤다

    영국 정보당국이 범죄에 연루되지도 않은 야후 사용자들의 화상채팅 영상을 대량으로 수집한 사실이 폭로됐다. 수집된 이미지 중에는 성적인 장면도 다수 포함돼, 심각한 사생활 침해 문제가 제기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7일(현지시간) 정보통신본부(GCHQ)가 ‘시신경’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야후 사용자들의 웹캠 영상을 가로채 저장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자국 작가인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언급하면서 “‘시신경’ 프로그램을 보면 소설 속 감시장치인 ‘텔레스크린’이 떠올라 소름이 끼친다”고 비판했다. 신문의 보도는 전 미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한 GCHQ의 2008~2010년 문서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가디언은 GCHQ가 2008년 6개월 동안에만 세계 곳곳의 사용자 180만명의 영상을 모았다고 전했다. ‘시신경’은 GCHQ의 자료에 있는 사람의 얼굴을 인식해 외부 인터넷 공간에서 표적을 찾아내는 실험을 하기 위해 사용됐다. 이 프로그램은 범죄 용의자나 무고한 시민의 영상을 가리지 않고 수집했다. 특히 수집된 영상 중 3~11%에는 사용자의 알몸이 담겨 있는 것으로 나타나 사생활 침해의 심각성을 더했다. 야후는 “‘시신경’에 관한 어떤 사전 정보도 받지 못했다”면서 “사용자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수준의 사생활 침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 국가안보국(NSA)과 업무 공조를 하고 있는 GCHQ는 ‘시신경’ 프로그램의 제작에도 NSA의 기술적 지원을 받았다. GCHQ는 가디언의 문제제기에 대해 “정보보안 문제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것이 오랜 정책”이라면서도 “우리의 모든 업무는 엄격한 규칙과 법의 테두리 안에서 허가를 받고 진행된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극악 범죄 보고도 식사에 몰입하는 현대인

    극악 범죄 보고도 식사에 몰입하는 현대인

    탈감정사회/스테판 G. 메스트로비치 지음/박형신 옮김 한울아카데미/365쪽/3만 6000원 잔인한 살인범의 극악한 범죄 현장을 보도하는 TV 뉴스를 보면서 아무렇지 않게 저녁식사를 하는 사람들. 천인공노할 폭력사태를 그저 먼 발치에서 바라보기만 하고 있는 사람들. 흔히 인간은 이성과 감정의 동물이라고 한다. 하지만 현대인은 그 이성·감정과는 달리 실제 대응의 행위에선 소극적이다. 그 괴리의 현상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탈감정사회’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감정과 실제 행위의 철저한 격리가 만연한 현대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알기 쉽게 풀어낸 사회평론서이다. 미국에서 이름난 전쟁범죄 연구가인 저자가 해석하는 ‘탈감정사회’는 종전 사회학자들이 보편적으로 인식해 왔던 것과는 조금 달라 눈길을 끈다. 지성화되고 조작되고 대량생산된 기계적 감정이 지배하는 사회가 바로 요즘의 ‘탈감정사회’다. 지금의 ‘탈감정사회’를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 연결시켜 해부하는 과정이 흥미롭다. ‘1984년’에 드러난 사상 통제와 조작은 오늘날 감정 조작이라는 형태로 바뀌었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정치와 문화산업에 의해 조작되고 기계적으로 변형된 감정은 나의 분노와 나의 연민이 아닌 가짜 감정에 불과하다. ‘분노하면서도 단죄하지 못하는’ 현대인들의 성향은 바로 거기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감정이 행위의 실천적 동력이 되지 못하는 하나의 사치품이라는 주장은 1990년대 보스니아 내전과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인 O J 심슨 재판의 사례로 모아진다. 보스니아 내전에선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지만 내전을 중단시킬 어떠한 실제적인 행동이 없었다. 그런가 하면 O J 심슨 재판에선 인종차별주의라는 ‘탈감정적’ 가치 탓에 사람을 죽인 심슨에게 면죄부를 안겨 주었다. 저자는 지금의 ‘탈감정사회’는 사상 통제와 조작 측면에서 조지 오웰이 소설 ‘1984년’에서 그렸던 것보다 훨씬 더 악화됐다고 본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고 역설한다. “탈감정주의로부터 탈출하는 첫걸음은 거기에 문제가 있음을 깨닫는 것이며 그 깨달음은 머리뿐만 아니라 가슴속에서도 일어나야 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경제동맹으로 시작된 EU, 정치·사회에까지 악영향… 유로존 해체가 유일한 답”

    “경제동맹으로 시작된 EU, 정치·사회에까지 악영향… 유로존 해체가 유일한 답”

    현재의 유럽연합(EU)에 열렬하게 갈채를 보내거나 성과에 기뻐할 사람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회의론자들이 큰 힘을 얻고 있고, 앞으로 상황은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큽니다. 내년에 치러지는 유럽선거에서 EU에 심각한 위기가 온다고 해도 놀랄 일이 아니라는 얘기죠.” 세계적인 경제·국제관계학 석학이자 ‘탈세계화’ 진영의 대표 주자인 자크 사피르(59) 파리고등사회과학연구원(EHESS) 교수는 마스트리흐트 조약 발효 20주년을 앞두고 지난 29일(현지시간)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경제 동맹으로 시작된 EU의 근본적 맹점들이 정치, 사회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단계에 이르렀다”면서 “개혁된 형태로라도 EU를 지키고 싶다면, 유로화를 버리고 유로존을 해체하는 것이 유일한 답”이라고 진단했다. →EU가 본격적인 하나의 유럽을 표방한 지 20년이 흘렀다. -20년이라는 시간은 새로운 체제에 대해 대략적인 평가를 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정치인들은 EU가 유럽 대륙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는 보호장치였다고 말한다. 하지만 1914년 프랑스와 독일은 상호 핵심무역국이었지만,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벌어졌다. 엄밀히 말하면 EU가 유럽대륙에 평화를 가져온 것이 아니라, 평화가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가져온 것이다. 대의명분이 단순한 정치적 도구라는 점을 인식하면 다른 점들이 보인다. 하나의 유럽이라지만, 프랑스와 독일은 끊임없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고 북유럽과 남유럽의 갈등은 점차 심화되고 있다. EU에 한 발만 담그고 있는 영국은 유럽보다 미국과의 관계를 우선시한다. ‘평화’를 표방한 EU는 자신의 뒷마당에서 벌어졌던 유고슬라비아 내전조차 제대로 종식시키지 못했다. 현시점에서 EU는 분명 실패작이다. →EU가 저성장으로 신음하던 유럽대륙에 긍정적인 경제적 효과를 가져온 것은 사실 아닌가. -EU는 1950년대 이후 꾸준히 ‘공동 시장’의 성공을 이어갔다. 하지만 유럽의 경제적 성과 대부분은 EU 이전에 이뤄진 것들이다. 기본적으로 유럽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경쟁을 통해 발전해 왔으며, 통합되면 통합될수록 이 같은 창의력과 생산성은 떨어진다. 안정만을 목표로 한 유로화는 경제 활력을 갉아먹었다. EU 내에서 유로화를 사용하는 국가들은 1999년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모든 국가 중에서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한마디로 경쟁력이 없다는 얘기다. →EU의 경제적 실패가 사회·정치적 불안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해 왔다. -경제가 고착 상태에 빠지면 사회 체제 전체가 비판의 대상이 된다. 경제에서 시작됐는데, 경제가 망가지니 정작 중요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20년간 회원국들은 임금과 사회적 혜택을 축소하기 위해 앞다퉈 경쟁하고 있고, 사회적 편익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규제 완화는 공공사업의 해체로 이어져 소외 계층을 돌보는 국가의 의무마저 막았다. 철도 사고 등 각종 안전사고가 급증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본다. →EU가 역할을 확대하면 회원국 간 입장을 더 효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 EU집행위원회의 생각이다. -1980년대 프랑스 동부는 탄광업과 관련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었다. 프랑스 정부는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해 해결했고, 국민들은 ‘국가적 문제’라고 여겼기에 이를 전혀 문제 삼지 않았다. 하지만 이 같은 논리를 EU에 적용해 보자. 독일은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등 남부 유럽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어도 10년간 독일 국내총생산(GDP)의 8~10%를 지출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독일 경제 자체가 흔들린다. 자국의 상황이라면 어렵더라도 받아들이겠지만 EU 차원에서는 반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각국이 안고 있는 경제적 불균형을 누구나 알고 있는데, 이 같은 불균형 해소를 위한 메커니즘조차 없는 것이 EU다. →회원국들 사이에서 EU 탈퇴 움직임이나 국가 간 갈등이 드러나고 있다. -1900년 이후 부유한 북부 유럽과 빈곤한 남부 유럽의 대립이 지금처럼 첨예했던 적은 없었다. 독일은 EU를 통해 남부 유럽의 혜택을 빨아들였고, 독일이 부유해지는 만큼 다른 국가들은 빈곤해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체제의 사소한 결함은 항상 그 결함보다 훨씬 더 큰 문제로 이어진다. 경제위기 심화, 실업 증가, 일자리 부족, 공공사업 부족으로 인한 이민자 소외 등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들의 원인을 찾아 올라가면 유로화와 EU로 귀결된다. EU에 반발하는 움직임을 단순히 ‘인종주의’ ‘극단주의’로 폄훼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반EU 움직임의 중심에는 EU 체제에서 태어나 성장한 젊은 세대가 있다. 과거에 대한 향수나 보수화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것이다. 내년 유럽선거는 20년 EU 역사에서 가장 큰 위기가 될 것이다. →EU와 유로화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그렇다면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 답인가. -어렵겠지만 빠를수록 좋다고 확신한다. 지역 통합이라는 생각 자체는 여전히 진행할 가치가 있다. 하지만 국권은 매우 신중히 존중돼야 한다. 국민국가는 역사적으로 이뤄진 산물이고, 경제적 혜택을 위해 단기적으로 재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역 블록’은 엄밀히 말하면 조지 오웰이 ‘1984’에서 얘기했던 전체주의의 개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치학적으로 보면 EU는 자신의 이익을 대변해 주는 정치인을 뽑는 대의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까지 무너뜨리고 있다. 파리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자크 사피르 교수는 1954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났다. 파리10대학을 거쳐 1996년부터 파리고등사회과학연구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98년 러시아 경제의 붕괴 양상과 진행과정을 정확하게 예측하면서 학계의 스타로 떠올랐다. 사회변동과 제도, 규칙의 역할 연구에서 두각을 나타내 왔다.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탈세계화’ 진영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저서로 ‘제국은 무너졌다’ ‘경제학자는 민주주의의 반대자인가’ 등의 베스트셀러가 있다. 2001년 금융경제 분야 최고 권위의 ‘튀고르상’을 수상했다.
  • 2014 첫 수시 논술은 어땠나

    지난 28일 건국대, 상명대, 한국항공대를 시작으로 2014학년도 수시모집 논술고사가 본격적으로 실시됐다. 서울시립대, 이화여대, 한양대, 홍익대 등이 모의 논술고사에서 수학문항만 출제하는 식으로 눈에 띄는 변화를 예고한 가운데 치러진 첫 논술시험이다. 건국대 등 3개 대학을 통해 2014학년도 논술고사의 특징을 확인하고 앞으로 남은 대학들의 출제방향을 예상해보자. 건국대는 2014학년도 신입학 수시1차모집 논술우수자전형의 논술고사를 지난 9월 28~29일 이틀간 서울 광진구 화양동 서울캠퍼스 488개 고사장에서 인문사회계Ⅰ, 인문사회계Ⅱ와 자연계로 나눠 실시했다. 총 2만 4406명의 지원자가 몰렸고 평균 경쟁률은 지난해 36.50대1보다 높은 42.82대1을 나타냈다. 올해 논술우수자전형의 모집 인원을 지난해 500명에서 570명으로 확대했음에도 경쟁률이 상승해 지원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건국대 논술고사의 가장 큰 변화는 자연계 응시문제수를 기존 3문제에서 2개 문제로 축소했다는 점이다. 지난해까지는 수학+생물, 수학+화학, 수학+물리 등 3개 문제를 제시했지만 올해부터는 학과별 지정 1개 문제를 제외한 나머지 2개 문제 중 학생 본인이 1개 문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도 고등학교 1, 2학년 생명과학, 화학, 물리 교과과정(2009년 개정 기준)에 나오는 기초 과학 지식과 관련된 다양한 제시문을 제공하고 지문에 담겨 있는 과학적인 원리와 현상을 이해한 후 논리적인 설명이 가능한지를 봤다. 인문사회계열Ⅰ시험에서는 ‘언어와 사고’를 주제로 측정조사표를 제외한 3개의 지문을 고교 국어생활 교과서와 수험생들에게 익숙한 조지오웰의 작품 ‘1984’에서 출제했다. 경영대학과 상경계열 학생들이 응시한 인문사회계열Ⅱ 논술고사에서도 ‘소유’를 주제로 고교 문학 교과서에 나오는 ‘우리는 결국 한 형제들이다’, ‘차마설’(借馬設)과 존 로크의 ‘시민정부’, 고교 경제 교과서에 나오는 재화의 ‘시장균형가격’에 관한 인용문 등을 통해 소유에 대한 근현대의 핵심적인 개념인 사적 소유권 개념을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지 보려고 했다. 상명대 수시 인문계열 논술고사는 일본의 역사왜곡과 역사 인식에 대한 제시문을 비교, 요약하고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하라는 문제가 출제됐다. 한국항공대 수시 논술은 계열별로 인문사회계열, 이학계열, 공학계열로 시험을 치른 결과 이학계열이 상당히 어려웠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수학적 귀납법 증명, 최대값 구하기, 인문 논술로 표와 제시문을 활용해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문항이 출제됐다. 이후에 대학별로 오는 3일 성신여대, 5일 연세대, 동국대, 홍익대, 6일엔 인하대, 홍익대 등이 수시1차 모집 논술전형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