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 사회 분열과 대한민국 언론/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요즘 대한민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사회분열이다. 세계화 시대에 사회와 시민이 똘똘 뭉쳐 단결된 힘으로 세계 경제, 외교, 문화 등에서 생존의 경쟁을 벌여야 할 판에 내부 사회는 사분오열돼 있다. 분열을 의견의 다양성으로 치부할 만한 대목도 없진 않다. 그러나 우파니 좌파니 하는 구시대적 이념을 다투고, 여당과 야당과 같은 도식적으로 나뉜 정파적 싸움을 벌이고, 이제는 개신교니 불교니 하며 종교적 신경전을 전개하는 모습은 지금 대한민국 사회가 어디로 가는 것인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물론 작금의 심각한 사회 분열은 이명박 정부의 소통의 리더십의 부재에서 비롯된 바 크다. 대통령과 정부는 이렇다 할 실체도 없는 경제 살리기와 실용주의를 내세워 좌충우돌하며 경제와 외교, 사회를 헷갈리게 하면서 정권의 신뢰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간의 신뢰까지도 손상시키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이제 경제는 냉각을 넘어 위기로 빠져들고 있고, 사회갈등과 분열은 심각해져 가고, 대통령 지지도는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정권은 사회 통합의 여유를 가지지 못해 더욱 문제다.
이럴 때일수록 의견과 이념이 다르고, 정파가 다르고, 종교가 다르고,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약자인 사람들을 포용하는 것이 대승적 정치적 리더십이고, 그럼으로써 경제도 살고 사회도 살고, 정권도 사는 법이건만 안타깝게도 지금 집권층은 그런 작지만 큰 여유를 가지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선 자기편을 챙기고, 사회적 합의와 동의 절차도 없이 밀어붙이는 일이 많다 보니 사회 분열은 가속화된다.
그래서 지금 대한민국 사회는 위험한 사회분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인데, 분열을 봉합하고 사회 통합을 이룰 만한 해결주체가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통합의 제일 주체가 되어야 할 집권층이 정파주의에 빠져 있고, 소수당으로 전락한 야당은 자기 생존에 바쁘고, 시민세력도 보수와 진보적 정파로 나뉘어 다투느라 국가적 대의명분과 실리를 돌볼 겨를이 없다.
특히 정치권력과 시민을 매개하는 언론이 사회통합보다는 분열을 획책하는 악역을 맡고 있어 뼈아프다. 적지 않은 언론, 특히 시장에서 영향력 있는 언론들이 시민과 소통하기보다는 정치권력과 거래하면서 분파주의에 빠져들어 때로는 스스로 시민 위에 군림하는 권력이 되기도 한다. 여기에 언론의 선정주의는 사회 내 정파적 분열을 감정적 아귀다툼 수준으로까지 악화시키기도 한다.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진정한 이념적 우파와 좌파는 얼마나 될까. 그럼에도 스스로 보수 또는 진보 정파가 된 언론은 다른 정파 세력을 ‘좌파’ 또는 ‘우파’로 규정하고 불순세력 또는 반민족 세력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이런 분파적 언론보도 공간에서 대통령과 정부, 정당, 시민세력들도 자유롭지 못하여 다시 스스로 정파적 장벽을 만들면서 사회분열 쪽으로 가고 있다. 언론에 의해 좌파 또는 우파로 불리고 있는 줄도 모르는 시민들은 분열을 피해 무관심과 냉소의 영역을 걸어갈 뿐이다. 이렇게 대한민국의 국민적 통합 에너지는 정치적 리더십의 빈곤과 언론의 분파적 보도에 의해 소진되고 있다.
서울신문 8월30일자 백무현의 서울만평은 흑인인 버락 오바마를 민주당 대선 후보로 지명하는 미국사회가 ‘인종의 벽’까지 뛰어넘는 사이 대한민국 사회는 ‘우익인종’ ‘좌익인종’하며 서로 발본색원과 박멸을 외치고 있다고 꼬집고 있다. 같은 날 사설에서는 9월1일부터 시작되는 18대 국회 첫 정기국회를 앞두고 ‘이념 전쟁 대신 민생정치 펼쳐라’라고 쓰고 있다. 서울신문은 여러 가지 이유로 정파와 분파로부터 자유로운 편이다. 그럴수록 분열의 시대, 사회통합을 위한 언론의 역할에 더욱 충실해주기를 기대한다.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