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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크로드는 문명 통로… 동쪽 끝은 한반도”

    “실크로드는 문명 통로… 동쪽 끝은 한반도”

    실크로드와 문명교류에 관한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실크로드 사전’(창비)이 나왔다. 10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의 저서를 완성한 이는 정수일(79) 한국문명교류연구소장이다. ‘실크로드 사전’은 중국과 일본에도 있지만 정 소장이 엮고 쓴(편저) 사전은 표제어 1907개, 색인 8015개로 규모 면에서 그들을 압도할 뿐만 아니라 실크로드의 3대 간선인 오아시스로, 초원로, 해로를 망라해 내용에 있어서도 세계 최대의 ‘실크로드 사전’으로 꼽을 만하다. 정 소장은 5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까지 인류가 풀지 못한 전쟁 등의 갈등과 모순은 문명이란 공통분모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면서 “인류의 미래 비전인 문명교류학 확립이 내 연구의 최종 목표이고, ‘실크로드 사전’은 문명교류학 사전의 첫 단계”라고 말했다. ‘실크로드 사전’이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15년. ‘무함마드 깐수’란 이름의 대학 교수로 활동하던 그는 간첩 혐의로 수감생활을 하던 1998년 4월부터 2000년 형 집행정지로 출소할 때까지 약 2년 반 동안 편지지 앞뒷면과 도배지 등의 빈 공간에 실크로드의 기본개념을 정리했다. 자신의 구속으로 폐강된 실크로드학 강의를 옥중 편지형식으로 되살려 보려는 시도에서 비롯됐다. 그때 작성한 원고지 6000장 분량의 표제어 974개 항목은 출소 이후 펴낸 ‘실크로드학’과 ‘고대문명교류사’의 기초 자료로 활용됐다. 하지만 사전 출간은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 빛을 보지 못하다가 경상북도의 ‘코리아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지원을 받아 올 초부터 집필을 재개, 마침내 결실을 보게 됐다. 정 소장은 “중국은 해로를 인정하지 않는 데다 80% 이상이 중국 내 이야기이며, 일본은 가장 큰 규모의 사전도 표제어가 192개에 불과해 세계 전체를 아우르는 실크로드 사전으로는 미흡한 점이 있다”며 “이번 사전에서는 ‘왕오천축국전’ ‘지봉유설’ 등 우리 고전 속에 그려진 실크로드의 모습도 재현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실크로드 육로의 동쪽 끝을 한반도로 규정한 것은 이 사전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함께 출간된 도록 ‘실크로드(Silk Road)-육로편’은 경주에서 로마까지 실크로드 59개 도시를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중국 옌볜 출신으로 실크로드를 23차례나 답사한 정 소장은 “실크로드는 하나의 선으로 이뤄진 단순한 무역로가 아니라 그물 형태의 범지구적 문명 교류 통로”라면서 “지금까지 실크로드 3대 간선의 동쪽 끝이 중국이라는 진부한 통념을 깨고, 실크로드 상의 한반도란 역사적 위상을 사전 문자로 각인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미술작가 서바이벌 TV 오디션… “예술 대중화” vs “상업성 심화”

    미술작가 서바이벌 TV 오디션… “예술 대중화” vs “상업성 심화”

    미술작가도 TV 오디션으로 배출된다? 국내 처음으로 ‘현대미술을 이끌어갈 예술가를 가리겠다’는 TV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나올 예정이어서 미술계가 주목하고 있다. 미술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을 이끌어낼 것이란 긍정적인 기대가 있는 반면 한편에서는 프로그램의 기획 자체가 상업성에 치우친 한국미술의 구조적 병폐를 드러낸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논란을 불러일으킨 프로그램은 CJ E&M계열 케이블채널인 ‘스토리온’이 내년 3월 첫 방영을 목표로 추진하는 ‘아트 스타 코리아’. 제목부터 ‘슈퍼스타 K’를 연상시키는 이 프로그램은 지난달 31일까지 약 한 달간 회화, 조소, 조각, 설치미술, 사진, 비디오아트, 산업디자인 등의 분야에서 참가자 모집을 마쳤다. 제작진은 “미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크게 증가한 것에 착안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면서 “가능성과 개성으로 무장한 아티스트들의 다양한 모습을 조명하고 ‘서바이벌’이란 요소를 추가해 예술의 대중화를 꾀할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이를 위해 프로그램은 연령과 성별, 학력, 직업, 장르를 따지지 않는 것으로 참가 문턱을 낮췄다. 홈페이지에서는 아예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나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제작진이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우승자에게는 1억원의 상금과 국내 유수 갤러리에서의 개인전 기회, 국내외 레지던시 입주까지 지원할 계획이다. 프로그램을 둘러싼 상업성 논란은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교수, 평론가, 기획자, 큐레이터, 작가 등 전문 위원들의 심사로 희석시킬 복안이다. 현대미술을 소재로 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이미 영미권에서 ‘워크 오브 아트’(미 브라보TV), ‘스쿨 오브 사치’(BBC) 등이 방영돼 현지에서 큰 논란을 불러온 바 있다.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프로그램이어서 예비 작가들과 미술에 관심이 많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기대감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상업 갤러리의 전시와 자본·미디어를 통한 작품 노출 등에 치중하는 미술계의 씁쓸한 자화상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지적이 그것. 미술계 일각에서는 “외국과 창작여건이 여러 모로 다른 환경인 국내에서 미술을 상업적 테두리에 가두는 상업방송이 될 것”이란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형 포털사이트에선 “이젠 화가나 조각가도 TV오디션 프로그램이 만드는 시대”라는 글도 많다. 한 중견 큐레이터는 “기존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성적이 기대치를 밑돌자 미술 등 소재만 바꿔 오디션 열풍을 이어가려는 시도”라며 “예술적 완성도를 어떻게 평가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준모 미술평론가도 “이 프로그램은 과도하게 상업성에 치우친 국내 미술계 풍토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며 “마치 닭이 달걀을 낳듯 매주 작가들에게 작품 생산을 요구하고 이 작품을 놓고 평가한다면, 오랜 시간 고통을 딛고 작품을 만드는 숭고한 예술의 과정이 무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요 케이블 방송이 앞장서 미술을 경쟁구도에 놓는다는 비판도 있다. 반면 기존 미술계 풍토에 비판적 시각을 가진 젊은 미술가들은 프로그램이 참신하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술평론가는 “미대생들 사이에선 공모전 등 미술계의 기존 선발 방식이 폐쇄적이라는 의견이 이미 팽배하다”면서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하는 ‘올해의 작가상’조차 4명의 작가를 뽑아 일정기간 전시를 통해 우승자를 가리는 서바이벌 방식인데, 방송 프로그램을 탓할 게 있느냐”고 반박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열린세상] 도토리묵과 붉은 단풍/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열린세상] 도토리묵과 붉은 단풍/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가을의 끝자락이다. 내가 근무하는 대학 교정에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삼각숲’이 있다. 요즘 그곳에는 단풍이 한창이다. 바람에 우수수 떨어지는 붉은 단풍을 보니 “‘오매, 단풍 들것네’/장광에 골 붉은 감잎 날아오아/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매 단풍 들것네’”라는 영랑의 시가 떠오른다. 붉은 단풍과 하나가 되어 얼굴을 붉히는 누이의 청초한 모습에 절로 미소가 우러난다. 그런데 붉은 단풍이 2050년쯤이면 한반도에서 사라진단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밤 기온이 점차 오르면서 화사한 붉은빛의 단풍은 그 빛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온 산을 붉게 물들이는 단풍을 두고 만산홍엽(滿山紅葉)이라 했거늘, 머지않아 이 단어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 생각하니 가을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며칠 전, 삼각 숲에서 유치원생들이 도토리를 줍는 것을 보았다. 엄마가 도토리묵을 만들어 줄 테니 도토리를 주워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내가 다람쥐는 뭘 먹고 사느냐고 묻자 아이들은 ‘도토리요’라고 한다. 그럼 도토리를 다 주워가면 다람쥐는 뭘 먹느냐고 묻자, 아이들은 ‘몰라요’하면서 나를 흘낏 한 번 째려보고서는 저만치 가버린다. 자식에게 맛있는 도토리묵을 만들어주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다람쥐와도 공존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이 올바른 교육 아니겠는가. 환경 관련 학회에서 들은 강연 내용이 생각난다. 사람의 발 힘이 너무 세서 사람이 지나간 자리에는 풀 한 포기 자라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산을 보호하기 위해 등산로를 지정하고, 또 나무 산책로도 만든다는 것이었다. 내가 사는 마을 뒷산에 오를 때마다 지정된 등산로를 벗어나 걷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본다. 부득부득 등산로 아닌 길로, 나무 계단 옆길로 오른다. 그래서 푸릇한 산에 생채기가 나고 비가 오면 토사가 흘러내린다. 사람이 다람쥐, 산과 공존할 수는 없는 것일까. 하긴, 내 편 아니면 적이라는 생각이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더 이상 공존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사람과 자연, 보수와 진보,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가진 이와 가지지 못한 이, 힘 있는 이와 힘없는 이가 서로를 이해하고 상호 발전적인 관계를 맺을 수는 없는 것일까. 김원우의 소설 ‘산비탈에서 사랑을’을 보면 백두대간 종주와 남녀의 아름다운 사랑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주인공은 종주하면서 사람에 의해 도처에 훼손된 산을 보며 분노한다. 그러면서 산 아래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애인을 대하듯이 그렇게 산을 사랑하고, 그런 산과의 사랑을 통해 애인과의 사랑을 더 깊고 넓게 만들어 간다. 방현석의 소설 ‘랍스터를 먹는 시간’에는 베트남의 어느 시골길에서 차가 물소 떼에 가로막혀 지나가지 못하는 장면이 나온다. 베트남인은 원래 그 길을 만든 건 물소 떼라고 하면서, 인간이 어떻게 물소 떼에게 길을 비키라고 경적을 울릴 수 있느냐고 한다. 그리곤 물소 떼가 지나기를 하염없이 기다린다. 그 베트남인은 자연과 공존하는 삶을 생활에서 몸소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 ‘나’였다면 경적을 울리면서 난리를 쳤을 것이다. 나를 째려보던 아이들의 모습이 김영랑 시 속 누이의 모습에 겹쳐지는 것은 왜일까. 공존하는 법을 익히지 못한 아이들에게서 더 이상 청초한 누이의 모습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리라. 아니, 그 아이들에게서 공존의 미덕을 잃어버린 기성세대로서의 내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리라. 저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만들어 나갈 한국 사회를 떠올리니 그저 암담할 따름이다. 그리고 그 주범이 나 자신이라 생각하니 기성세대로서 그들에게 너무도 큰 죄를 짓는 것 같다. 경제적으로나 물질적으로 풍족한 삶을 누려야 인간으로서의 품격이 갖추어지는 것이 아니다. 도토리묵보다는 다람쥐를 생각하고, 자신만의 등산로를 만들기보다는 산을 애인처럼 사랑하고, 물소 떼가 만들어 놓은 길을 사람이 잠시 빌려 쓴다는 마음을 가질 때 인간으로서의 품격이 갖추어지는 것이다. 사회 내 대립과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첫 출발점이 바로 이 품격의 자리가 아니겠는가.
  • [10·30 재·보선 정치권 반응] 머쓱한 野 아전인수

    [10·30 재·보선 정치권 반응] 머쓱한 野 아전인수

    민주당은 31일 10·30 재·보궐선거 패배의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애썼다. 경기 화성과 경북 포항 두 곳에서 치러진 ‘초미니 선거’인 데다 전통적인 열세 지역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나아가 이번 선거결과가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 등과 관련한 대여 투쟁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민병두 민주당 전략홍보본부장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결과를 보면 결국 인지도 싸움이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민 본부장은 “선거 결과가 당에서 수차례 실시한 여론조사 추이와 비슷하게 나왔다”면서 “초미니 선거였던 데다 지역선거로 치러져서 지역 주민들이 지역개발에 대한 기대 때문에 신기루를 오아시스로 판단하게 한 지점이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당내 온건파는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 등의 정치 이슈를 위주로 한 최근 대여 투쟁과 함께 민생문제를 집중 부각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세제개편, 기초연금 문제 등을 다시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날 국감 대책에서 전병헌 원내대표는 세제개편 문제, 전셋값 고공행진, 전월세 대책 등 민생문제를 비판하면서 역공에 나섰다. 반면 강경파 의원들은 대여 투쟁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 당내 갈등도 예상된다. 한 초선 의원은 “이번 재·보선 결과를 국정원 문제와 연결하는 것은 무리”라면서 “대선 개입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 등 그동안 유지한 기조를 그대로 가져가는 게 맞다. 이것도 못하면 오히려 야당이 설 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 중국판 ‘아빠 어디가!’ 기자가 보니…

    중국판 ‘아빠 어디가!’ 기자가 보니…

    중국판 ‘아빠어디가’(爸爸去哪儿)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성동일 부자(父子), 이종혁 부자, 김성주 부자, 윤민수 부자, 송종국 부녀(父女)가 출연한 MBC의 간판예능인 ‘아빠 어디가’의 포맷을 정식으로 수입해 제작한 중국판 ‘아빠어디가’는 지난 11일 첫 방송에서 1.46%의 시청률로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이날 방송 배우 겸 가수인 린즈잉(임지령)부자, 전 다이빙 선수인 텐량 부녀, 감독 오아위에룬 부녀, 모델 장리앙 부자, 배우 궈타오부자 등이 출연해 난생 처음 아빠와 단둘이 떠나는 여정을 그렸다. 기자가 직접 본 중국판 ‘아빠어디가’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예상한 것처럼 한국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막형태와 효과음까지도 한국판 것을 그대로 가져다 쓰기도 했다. 하지만 1시간 30분 분량 전체를 세밀하게 들여다보니 중국판만의 남다른 특색이 엿보였다. ▲한국판과 다른 점 1. 역시 스케일 중국판 ‘아빠어디가’ 첫 회는 등장인물들의 소개와 함께 첫 여행을 준비하는 가족들의 집에서 시작됐다. 이들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수도 베이징 외곽에 있는 시골마을인 링수이춘(靈水村). 시골마을이라고는 하나 그 규모는 한국판과 사뭇 달랐다. ‘사합원’(쓰허위안, 四合院, 베이징의 전통적인 건축양식. ‘ㅁ’자 형태에 가운데에 마당을 두고 본채와 사랑채 등 4개 건물로 둘러싼 구조) 형식의 집들은 한국판 초기에 등장한 작고 아기자기한 초가집과 달리 역사와 전통을 고스란히 담은 ‘포스’가 느껴졌다. ‘가장 나쁜 집’의 수준도 달랐다. 나무판자 두 개로 이어진 재래식 화장실은 기본, 아이 손바닥보다 큰 거대한 ‘거미 시체’가 누워있는 집이 등장해 흉가를 연상케 하기도 했다. 작은 벌레에 놀라 울던 윤민수의 아들 윤후가, 혹은 초반 ‘불운의 상징’이었던 김성주의 아들 김민국이 이를 봤다면 충격과 울음으로 촬영이 중단될 수도 있을법한 수준의 집이었다. ▲다른 점 2. 아이들의 연령대 한국판 ‘아빠어디가’는 10세 김민국, 8세 성준, 윤후, 7세 송지아 이준수 등 비교적 다양하고 ‘높은’ 연령대의 아이들이 출연하지만 중국판은 대부분이 5세 전후다. 가장 나이가 많은 궈타오의 아들 샤오스토우는 2007년생으로 올해 6살. 나머지 아이들도 5세 2명, 4세 2명으로 전반적으로 어린 편이다. 때문에 분위기는 한국판 ‘아빠어디가’ 형제편과 사뭇 비슷하다. 김민국의 동생 김민율이 형·동생과 다른 귀여움으로 시청자들에게 어필한 것처럼 때 묻지 않고 순순한 모습이 화면 내내 이어진다. 한국판 아이들보다 떼를 쓰는 모습이나 우는 모습이 자주 비춰지는 것도 이 때문. 임지령의 아들 키미(4)가 흉가에 ‘당첨’되고 울음을 터뜨리자 아빠는 아들을 안고 ‘잘 지낼 수 있다’며 달랜다. 그러자 키미가 “하오”(好, 우리말로 ‘알았다’라는 뜻)라고 말하며 여전히 울먹이는 모습에서는 이미 훌쩍 커버린 한국판 아이들과는 또 다른 귀여움을 엿볼 수 있다. 이밖에도 배우, 운동선수, 방송인 등으로 구성된 한국판 아빠와 달리 중국판 아빠들은 감독과 모델 등이 추가돼 더욱 다양한 직업군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 들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어른들이 일명 ‘소황제’라 부르는 중국의 아이들을 통제하는 모습, ‘소황제’ 아이들끼리 공감대를 형성하고 또다른 ‘가족’으로 거듭나는 과정 등을 통해 우리와는 다른 중국의 교육문화와 가정환경 등을 엿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판 ‘아빠어디가’가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을 볼 수 있는 동시에 지나치게 호화로운 캠핑장비와 협찬 의상 등으로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지적을 받았던 만큼, 중국판이 이와 비슷한 논란을 비껴갈 수 있을지 역시 관심이 쏠린다.   한편 지난 18일 방송된 2회 시청률은 전편보다 0.21%포인트 상승한 1.67%를 기록하며 인기를 입증했다. 3회의 여정지는 사막으로 알려져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현지에서도 중국판 ‘아빠어디가’가 소위 대박이 날 것으로 예측하는 분위가 지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기자가 직접 본 중국판 ‘아빠어디가’…한국과 다른점?

    기자가 직접 본 중국판 ‘아빠어디가’…한국과 다른점?

    중국판 ‘아빠어디가’(爸爸去哪儿)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성동일 부자(父子), 이종혁 부자, 김성주 부자, 윤민수 부자, 송종국 부녀(父女)가 출연한 MBC의 간판예능인 ‘아빠 어디가’의 포맷을 정식으로 수입해 제작한 중국판 ‘아빠어디가’는 지난 11일 첫 방송에서 1.46%의 시청률로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이날 방송 배우 겸 가수인 린즈잉(임지령)부자, 전 다이빙 선수인 텐량 부녀, 감독 오아위에룬 부녀, 모델 장리앙 부자, 배우 궈타오부자 등이 출연해 난생 처음 아빠와 단둘이 떠나는 여정을 그렸다. 기자가 직접 본 중국판 ‘아빠어디가’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예상한 것처럼 한국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막형태와 효과음까지도 한국판 것을 그대로 가져다 쓰기도 했다. 하지만 1시간 30분 분량 전체를 세밀하게 들여다보니 중국판만의 남다른 특색이 엿보였다. ▲한국판과 다른 점 1. 역시 스케일 중국판 ‘아빠어디가’ 첫 회는 등장인물들의 소개와 함께 첫 여행을 준비하는 가족들의 집에서 시작됐다. 이들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수도 베이징 외곽에 있는 시골마을인 링수이춘(靈水村). 시골마을이라고는 하나 그 규모는 한국판과 사뭇 달랐다. ‘사합원’(쓰허위안, 四合院, 베이징의 전통적인 건축양식. ‘ㅁ’자 형태에 가운데에 마당을 두고 본채와 사랑채 등 4개 건물로 둘러싼 구조) 형식의 집들은 한국판 초기에 등장한 작고 아기자기한 초가집과 달리 역사와 전통을 고스란히 담은 ‘포스’가 느껴졌다. ‘가장 나쁜 집’의 수준도 달랐다. 나무판자 두 개로 이어진 재래식 화장실은 기본, 아이 손바닥보다 큰 거대한 ‘거미 시체’가 누워있는 집이 등장해 흉가를 연상케 하기도 했다. 작은 벌레에 놀라 울던 윤민수의 아들 윤후가, 혹은 초반 ‘불운의 상징’이었던 김성주의 아들 김민국이 이를 봤다면 충격과 울음으로 촬영이 중단될 수도 있을법한 수준의 집이었다. ▲다른 점 2. 아이들의 연령대 한국판 ‘아빠어디가’는 10세 김민국, 8세 성준, 윤후, 7세 송지아 이준수 등 비교적 다양하고 ‘높은’ 연령대의 아이들이 출연하지만 중국판은 대부분이 5세 전후다. 가장 나이가 많은 궈타오의 아들 샤오스토우는 2007년생으로 올해 6살. 나머지 아이들도 5세 2명, 4세 2명으로 전반적으로 어린 편이다. 때문에 분위기는 한국판 ‘아빠어디가’ 형제편과 사뭇 비슷하다. 김민국의 동생 김민율이 형·동생과 다른 귀여움으로 시청자들에게 어필한 것처럼 때 묻지 않고 순순한 모습이 화면 내내 이어진다. 한국판 아이들보다 떼를 쓰는 모습이나 우는 모습이 자주 비춰지는 것도 이 때문. 임지령의 아들 키미(4)가 흉가에 ‘당첨’되고 울음을 터뜨리자 아빠는 아들을 안고 ‘잘 지낼 수 있다’며 달랜다. 그러자 키미가 “하오”(好, 우리말로 ‘알았다’라는 뜻)라고 말하며 여전히 울먹이는 모습에서는 이미 훌쩍 커버린 한국판 아이들과는 또 다른 귀여움을 엿볼 수 있다. 이밖에도 배우, 운동선수, 방송인 등으로 구성된 한국판 아빠와 달리 중국판 아빠들은 감독과 모델 등이 추가돼 더욱 다양한 직업군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 들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어른들이 일명 ‘소황제’라 부르는 중국의 아이들을 통제하는 모습, ‘소황제’ 아이들끼리 공감대를 형성하고 또다른 ‘가족’으로 거듭나는 과정 등을 통해 우리와는 다른 중국의 교육문화와 가정환경 등을 엿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판 ‘아빠어디가’가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을 볼 수 있는 동시에 지나치게 호화로운 캠핑장비와 협찬 의상 등으로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지적을 받았던 만큼, 중국판이 이와 비슷한 논란을 비껴갈 수 있을지 역시 관심이 쏠린다.   한편 지난 18일 방송된 2회 시청률은 전편보다 0.21%포인트 상승한 1.67%를 기록하며 인기를 입증했다. 3회의 여정지는 사막으로 알려져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현지에서도 중국판 ‘아빠어디가’가 소위 대박이 날 것으로 예측하는 분위가 지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김일수 樂山樂水] 무엇이 참된 국민행복일까

    [김일수 樂山樂水] 무엇이 참된 국민행복일까

    낙엽 떨어지는 오솔길이 아니라도 좋다. 이 무렵 맑은 하늘과 마주하는 어느 곳에서나 일상인도 철학자가 될 수 있다.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처럼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삶이란 무엇이며, 개인과 공동체의 삶은 또 뭔가. 행복한 삶, 행복한 죽음에서처럼 도대체 행복이란 무엇을 말하는 걸까. 개인 또는 가족의 행복을 넘어 사회공동체의 행복은 무엇이며, 우리 시대의 목소리가 된 국민행복은 무엇이란 말인가. 지금 국정감사장은 행복한지 모르겠다. 또 기업들은 추수하는 들녘처럼 행복한가. 학생과 교사들은 학교에서, 근로자들은 일터에서, 군경은 그들의 임무에서 행복한가. 한때 갈등이 고조됐던 지역들은 지금 행복한가. 보통사람들이라면 행복이 무엇인지 정의하긴 힘들어도 그 게 어떤 의미인지는 알고 있을 것이다. 행복을 꿈꾸며 살아 온 일상에서 누적된 경험들을 통해서일 것이다. 간혹 천신만고 끝에 바라던 꿈이 이뤄졌을 때 행복을 얘기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결혼 후 몇 년이 지나 첫아이를 가슴에 품은 한 부부가 큰 행복에 겨워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류의 행복은 갈증을 추겨 주는 한 모금의 물과 같아서, 지나고 나면 또 다른 목마름이 찾아온다. 인생의 행복은 흔히 부귀영화, 건강, 성취욕에 연계된 것들이지만 어느 하나 장구한 것 없으니 그것을 잡으려는 치열한 생존경쟁이란 실로 바람을 잡으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의 추구는 포기할 수 없는 인권의 핵심이요, 기본권 중 기본권이다.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국가나 사회공동체라면 그 구성원들의 행복한 꿈 실현에 관심과 정성을 쏟아야 옳다. 문제는 무엇이 참된 행복이며, 그 행복의 조건은 무엇일까 하는 점이다. 오늘날 국민행복과 관련된 정책들은 주로 의식주와 건강 등 삶의 외부적 조건과 연관된 것들이다. 그것은 기껏 삶의 부피와 양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진정 추구해야 할 행복은 삶의 질과 직결된 것들이다. 물론 물질문명과 소비생활에 찌든 현대인들은 이 삶의 질조차 양적 크기로만 저울질하는 데 길들여 있다. 그러나 참된 삶의 질은 삶의 뿌리와 내면, 인간 심성의 속살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을 눈먼 소비주의는 알지 못한다. 근원적으로 인격의 정신적 즐거움은 선을 사모하는 마음, 진리를 기뻐하는 정신, 아름다움을 빚어내는 열정, 거룩함을 닮고자 하는 의지에서 비롯된다. 그러므로 삶의 공동체가 죄악으로 무너지고, 불의 때문에 파괴되며, 추함으로 갈등하고 더러움으로 타락할 때 실로 우리는 행복의 문 저밖에 버려진 셈이다. 물론 사회구조는 상당한 자생력과 자정 능력을 갖추고 있다. 전통과 윤리, 법제도와 보이지 않는 질서들까지도 우리네 삶을 고비마다 추슬러 주기 때문이다. 국가나 사회공동체의 틀은 어느 정도의 불법이나 일탈을 견딜 만큼 견고하다. 하지만 행복을 갉아 먹는 불의나 갈등이 범람하면 비록 우리네 국가적·사회적 삶 자체가 해체되는 건 아닐지라도 그 삶의 질은 형편없이 피폐해 버린다는 점이다. 만약 선과 진리, 미와 성결에 대한 각자의 의지와 상호 간의 신뢰가 약화하면 사회적 갈등과 불신은 깊어지고, 공동체적 삶은 온전함을 잃어버리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국민행복은 표면적으로 공표되는 통계수치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공동체 구성원 각자의 삶의 질과 그에 대한 현실적인 체감의 문제이다. 더 나아가 지금은 비록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지만, ‘겨울이 오면 봄도 머지않으리라’처럼 우리네 삶의 긍정적 미래전망에 대한 기대와 신뢰, 그리고 사랑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런 구체적인 신뢰와 사랑이 없다면 국민행복은 정치적인 신기루에 불과하다. 광야 같은 세상을 지나는 백성들에게 필요한 것은 예측 가능한 시공에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오아시스이지, 결코 바람을 잡는 것 같은 추상적 유토피아가 아니다.
  • 베트남 이주여성 김태희씨 ‘눈물의 백년가약’

    베트남 이주여성 김태희씨 ‘눈물의 백년가약’

    “낯선 외국에서 괄시나 받지 않을까, 늘 걱정하시는 어머니께 한국에서 당당히 카페 바리스타로 일하면서 이렇게 예쁜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하는 모습까지 보여드릴 수 있어 너무 기뻐요.”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인 김태희(본명 람티김태·27)씨는 1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합동결혼식에서 남편 강문수(42·중소기업 근무)씨의 팔짱을 꼭 끼고 웃으면서도 살짝 눈물을 내비쳤다. 결혼 8년 만에 7살짜리 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올리는 지각 결혼식이다. 김씨는 올해 오픈한 포스코 협동조합 카페오아시아를 통해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현재 포스코P&S에 위치한 카페오아시아에서 근무 중이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이날 다문화가족 합동결혼식에는 김씨를 포함해 5쌍의 결혼이주여성들이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미뤘던 순백의 꿈을 이뤘다. 이들은 강남구청 다문화지원센터의 결혼사연 공모를 통해 선정됐다. 결혼식은 물론 웨딩드레스 대여, 하객 피로연, 친정 부모 초청, 가족동반 신혼여행까지 모든 비용은 포스코와 강남구에서 지원했다. 결혼식을 마친 5쌍의 부부는 한국으로 초청된 친정 부모와 함께 2박 3일 일정으로 제주도 여행을 떠났다. 김경운 기자 kkwoon@seoul.co.kr
  • [글로벌 시대] 책의 힘으로/사사가세 유지 도쿄신문 서울지국장

    [글로벌 시대] 책의 힘으로/사사가세 유지 도쿄신문 서울지국장

    여기서 살아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서울시 관악구. 압구정처럼 멋진 가게가 줄지어 있는 것도 아니고 (실례!), 광화문에 있는 회사로 통근하는 데 편하지도 않지만, 이 동네에서는 책과 도서관의 힘으로 풍부한 인생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동네의 여기저기에 독특한 도서관이 있다. 골목 안쪽의 빌딩 2층에 있는 도서관 ‘책이랑 놀이랑’. 그 안에는 아이들의 힘찬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열람실에 놀이 도구가 있다. 방문했을 때는 엄마와 아이가 신문지를 이용해 재미있게 놀고 있었다. 아이도 엄마도 웃는 얼굴이 빛나고 있었다. 놀이 시간이 끝나면 책을 읽거나 빌려 간다고 한다. 입구에는 유모차가 몇 대 세워져 있었다. 아이들은 여기에 타고 엄마와 책 이야기를 하면서 돌아가는 것일까. 놀다가 지쳐서 그림책을 끌어안고 잠들어 버릴지도 모르겠다. 그런 사랑스러운 모습들이 떠오른다. 관악 문화관·도서관 1층에 있는 취직정보센터인 ‘잡 오아시스’에는 취직 정보와 관련한 도서들이 마련돼 있다. 체육센터 안이나 숲속에도 도서관이 있다. 2010년에 관악구 내에 5개였던 도서관이 무인 도서관까지 포함해 29개까지 늘었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도서관을’이라는 목표에 따라 내년 중에는 40여개가 될 예정이라고 한다. 어르신들의 자서전 제작 지원도 하고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을 존중하고, 지식이나 경험을 후세에 전하는 것을 돕고 있다고 한다. 유종필 관악구청장은 젊은 시절 읽은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의 한 구절이 지금까지도 마음에 남아 있다고 한다. ‘새는 알을 깨고 태어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도서관에 대한 기존 개념을 깨고, 새로운 발상의 도서관을 태어나게 한다. ‘인터넷 시대야말로 깊은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 책의 힘으로 구민의 생활을 풍요롭게 하고자 한다. 구청장과 직원들의 이런 모습은 마치 이야기책 속의 등장인물들 같다. 구청장의 이야기 중에는 미우라 아야코나 무라카미 하루키 등 일본 작가의 이름이나 작품들도 연이어 나오곤 했는데, 구청장뿐만 아니라 일본의 소설을 잘 알고 있는 한국인 지인이나 친구들이 적지 않다. 내가 열심히 읽었던 ‘료마가 간다’ 같은 장편소설도 독파해 함께 감상을 이야기하며 의기투합한 적도 있다. 내 경우는 어떤가. 일 때문에 신문이나 시사 잡지는 읽지만 소설을 읽기에는 한국어 실력이 부족하다. 일본어로 번역된 소설이라도 3년 전쯤에 한수산씨의 ‘까마귀’를 읽은 정도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계절은 가을, 독서의 계절이다. 두꺼운 책은 무리지만, 시에 도전해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주말에 ‘관악산 시 도서관’에 가 보았다. 여기도 폐쇄된 입산 티켓 판매소를 개조한 독특한 도서관들 중 하나다. 도전의 결과는 참패. 도서관은 아늑했지만, 단어의 의미가 함축된 시는 소설 이상으로 어려웠기 때문에 부랴부랴 밖으로 나와 버렸다. 이제 곧 한국 근무를 끝내고 귀국한다. 일본의 서점에서 번역된 한국 소설을 찾아보는 것으로 하자. 6년간의 한국 생활로 한국을 다 알았다고 생각하지 말고 책의 힘을 빌려 한국 친구들과의 공감대를 쌓아 올리기 위해….
  • 총상금 3억 2500만원 컬링 대회

    2018년 안방인 평창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을 목표로 착실히 기량을 쌓아가는 한국 컬링에 역대 최대 규모의 전국대회가 신설됐다. 대한컬링경기연맹은 1일 “신세계그룹의 후원을 받아 오는 4일부터 9일까지 경북 의성 컬링경기장에서 제1회 신세계-이마트 전국 컬링대회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초·중·고교는 물론 대학과 일반부까지 국내대회 사상 최대 규모인 48개 팀 500여명의 선수가 출전을 신청했다. 저변이 없다시피 한 컬링에 이번 대회는 ‘오아시스’다. 국내 대회 중 최초로 입상팀에 훈련 지원비를 주는데 남녀 대학·일반부에서 3위 이상 차지하면 각각 50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총 상금 규모는 무려 3억 2500만원에 달한다. ‘실탄’은 신세계그룹이 지원한다. 신세계는 지난해 컬링연맹과 후원 협약을 맺어 연맹 운영과 전국대회 개최를 돕고 우수한 팀에 훈련비를 내놓는 등 올림픽이 열리는 2018년까지 총 1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대회는 국내 유일의 전용경기장인 의성컬링장에서 치러지며, 권위 있는 국제대회와 같은 수준의 빙질과 시설을 갖췄다. 유망주들이 세계 수준의 얼음 위에서 기량을 펼치고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연맹은 이번 대회를 통해 컬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동계올림픽 메달의 꿈에도 다가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향후 외국 유명 팀을 초청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배우 설경구가 고른 설경구 대표영화는?

    CGV의 다양성영화 브랜드 무비꼴라쥬는 오는 17~23일 CGV 압구정, 24~30일에는 부산 CGV 센텀시티에서 배우 설경구의 대표작을 한데 모은 이달의 배우 기획전을 연다. 배우 설경구가 자신의 대표작을 직접 고른 영화들을 상영하는 자리다. 이준익 감독과 호흡을 맞춘 신작 ‘소원’(2013)을 비롯해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1999)과 ‘오아시스’(2002), 그리고 ‘강철중’이라는 형사 캐릭터를 창조해낸 ‘공공의 적’(2002) 등 초기 대표작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체중을 불려가며 연기한 ‘역도산’(2004), 부인 송윤아와 호흡을 맞춘 멜로물 ‘사랑을 놓치다’(2006), 깡패의 뜨거운 순정을 담은 ‘열혈남아’(2006) 등 모두 7편이 상영된다. 17일에는 설경구와 나우필름 이준동 대표가 함께하는 ‘박하사탕 시네마톡’도 마련된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소치올림픽 성화 우주서도 봉송한다

    2014소치동계올림픽을 밝힐 성화가 오는 29일(이하 현지시간) 고대 올림픽 발상지인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채화된다. 22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따르면 소치올림픽 성화 채화 행사가 29일 그리스 올림피아 헤라 신전에서 열린다. 이번 채화식은 지난 10일 자크 로게(벨기에)의 뒤를 이어 IOC 위원장으로 선출된 토마스 바흐(독일)가 IOC 수장 자격으로 처음 참석하는 공식 국외 방문 행사다. 첫 성화 봉송 주자의 영예는 그리스의 18세 알파인 스키 국가대표인 이오아니스 안토니우가 맡는다. 안토니우는 여사제로 분장한 포물면의 거울에 태양열을 모아 성화봉에 불을 붙이면 이를 건네 받아 러시아 소치로 향한 첫 걸음을 내딛는다. 성화는 그리스를 돌다가 다음 달 7일 러시아로 옮겨진다. 이후 내년 2월 7일 올림픽 개막 때까지 123일 동안 1만 4000여명의 손에 들려 2900여개 도시를 돈다. 거리만도 동계올림픽 사상 역대 최장 거리인 6만 5000㎞다. 러시아는 11월 초 올림픽 성화를 우주 화물선을 이용해 국제우주정거장까지 운송, 우주공간에서도 봉송 장면을 연출하는 특별한 계획까지 세워둔 것으로 알려졌다. 소치올림픽 조직위원회의 드미트리 체르니셴코 위원장은 “올림픽 성화 봉송은 가장 중요하고 황홀한 올림픽 행사 중 하나”라면서 “이를 통해 대회를 앞두고 흥분을 고조시키는 한편, 러시아 전역에 올림픽의 가치들을 확산시킬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병규 기자 cbk91065@seoul.co.kr
  • 새 단장한 마리오아울렛 패션타운으로 13일 개장

    새 단장한 마리오아울렛 패션타운으로 13일 개장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위치한 마리오아울렛이 재단장·확장 공사를 마치고 아시아 최대의 도심형 아울렛으로 13일 문을 연다. 마리오아울렛은 1관 리뉴얼과 지하 5층·지상 8층 규모의 신규 매장 건물 건립, 1∼3관 연결 작업을 모두 마치고 ‘마리오아울렛 패션타운’으로 새 출발한다고 12일 밝혔다. 마리오아울렛은 13만 2000㎡(약 3만 9000평)로 늘어난 영업장 면적에 명품관, 가구·생활용품 매장, 키즈 테마파크, 대형 전문 식당가 등을 갖췄다. 입점 브랜드 수는 600여개로 세계 최대 규모(16만㎡)로 평가받는 중국의 ‘칭푸 아웃렛’(250개 브랜드)보다 많다는 설명이다.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회장은 “가산동 부지를 매입한 지 15년 만에 세계 최대 규모의 초대형 도심형 아울렛 타운을 완성했다”며 “향후 가산동 아울렛 단지가 하루 평균 유동인구 100만명의 명동이나 동대문 못지않은 패션 쇼핑 메카로 발전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문소리의 재발견

    문소리의 재발견

    한창 흥행몰이 중인 코믹 첩보액션 ‘스파이’는 설경구를 보러 갔다가 문소리(39)를 재발견하고 나오는 영화다. 그만큼 문소리의 코미디 연기는 발군이다. 개봉 일주일 만에 120만 관객이 본 영화는 한가위 연휴에 ‘관상’과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영희(문소리) 역을 맡은 그는 남편 철수(설경구)가 최고의 첩보원인 줄 모른 채 남편을 구박하는 아줌마 캐릭터다. 영희는 때로는 억척스럽기도 하고 때론 귀엽다. 데뷔작 ‘박하사탕’을 시작으로 주로 저예산 영화나 문제작에서 선보였던 그의 심각한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최근 만난 그는 아이를 낳고 많은 것이 변했다고 털어놨다. “‘문소리 재발견’이 다소 늦어진 감이 있지만 원래 지루한 편은 아니에요(웃음). 사석에서는 명랑 쾌활하고 재밌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해요. 그런데 ‘오아시스’나 ‘바람난 가족’의 포스터를 지금 보면 죄다 표정 없는 모습들이긴 해요. 맨날 아기와 얼굴을 마주하다 보니 요즘은 늘 웃는 얼굴이에요. 주변에서도 인상이 더 부드러워졌다고들 하고요.” 일상의 풍경뿐만이 아니라 출연작의 색채도 바뀌었다. 그동안 이창동, 홍상수, 임상수 등 작가주의 감독의 영화에 꾸준히 출연했던 그다. 본격 코믹물은 처음이다. 그가 맡은 영희 역할은 기획 단계에서보다 비중이 커졌다. “(설)경구 선배가 이번엔 니가 웃겨야 영화가 잘된다. 맘대로 재미나게 연기하라며 팍팍 밀어줬어요. 배우들끼리 아무리 친해도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견제를 하기 마련인데, 우린 그런 거 없었어요. 경구 선배가 그렇게까지 팍팍 밀어줄 줄은 몰랐어요.” 경상도 사람들이 봐도 감쪽같이 완벽한 사투리를 구사한 것도 흥행 포인트가 됐다. 원래 부산 출신이기도 한 데다 억센 느낌을 주기 위해 사투리를 더 생생하게 살렸다. 극 초반 철수에게 바가지를 긁을 때 ‘오버 아닌가’ 내심 걱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워낙 무거운 역할을 많이 했으니 관객들이 (웃기는 연기를) 마냥 가볍게만 느끼지는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촬영하다가 웃음보가 터진 적도 있었다. 총탄이 비 오듯이 쏟아지는 신에서 최고의 스파이인 남편을 지켜준답시고 “정신 똑바로 차리라. 알겠나?” 했던 부분. 남편 철수의 머리를 때리는 장면에서 던진 애드리브였는데, 설경구가 도저히 웃음을 못 참아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고 한다. 태국에서 만나는 정체불명의 스파이 라이언을 연기한 다니엘 헤니와의 호흡도 즐거웠다. “얼굴이 잘생긴 건 말할 것도 없고, 태도는 정말 더 일품이었다. 소소한 일에도 칭찬을 잘해 주고 뭘 해도 그림 같았다”면서 아줌마 특유의 너스레를 풀어놓았다. 영화는 감독과 제목이 여러 번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개봉한 뒤에는 외화 ‘트루 라이즈’와 설정이 너무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 제작 과정에서 너무 심란할 때가 많았어요. 경구 선배에게 (영화를) 안 하면 안 되냐고 울면서 전화를 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내 상처를 줄이자고 다른 사람에게 폭탄을 안길 수 없다는 생각에 잘 마무리하자고 마음을 다잡았죠. 처음에 시나리오를 볼 때부터 ‘트루 라이즈’를 떠올리기는 했지만 20년 가까이 된 작품인 데다 일종의 오마주이자 패러디로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한국 부부의 정서를 담고 있어서 그 지점을 잘 살리면 재미있게 볼 수 있겠다 싶었죠.” 이번 작품을 계기로 그에게는 아줌마 팬들이 많이 생겼다. 생각지도 못한 ‘지원군’이 생긴 셈이다. “아줌마 팬들의 티켓 파워가 얼마나 센지 잘 아는데, 그분들과 어깨 걸고 함께 가고 싶어요(웃음).” 작품 세계에서만큼은 시들지 않는 여배우로 나이 들고 싶다는 그. “프랑스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처럼 60대에도 변함없이 예민한 감수성을 펼칠 수 있고, 할리우드 스타 메릴 스트리프처럼 장르를 가리지 않는 그릇이 큰 배우, 그런 여배우가 되고 싶지요.”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취업의 타는 목마름 양천구에서 풀어드립니다

    양천구가 취업에 목말라 있는 청년 구직자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양천구는 오는 12일 오후 2~5시 청년 취업준비생이 많이 찾는 양천도서관에서 도심 속 ‘일자리 오아시스’를 운영한다고 2일 밝혔다. 일자리 오아시스는 찾아가는 구직 서비스로 청년층이 많이 찾는 구립도서관을 직접 찾아가 취업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전문 강사와 직업 상담사가 청년 구직자들이 가장 필요한 취업테마 특강과 적성진단, 맞춤형 취업상담 등을 제공한다. 특히 중소기업중앙회와 대한상공회 등을 통해 우수 구인기업을 매칭함으로써 지역 청년 구직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할 예정이다. 특히 취업테마 특강으로 마련된 ‘이미지 메이킹강좌’는 이미지컨설팅협회 전문강사가 직접 맡아 개인의 이미지 개선과 표현능력 강화 등을 통해 면접비법을 알려준다. 참가 신청은 양천도서관(목5동)에 하면 된다. 당일 현장 참여도 가능하며, 사전에 접수하지 않은 청년들도 단 1회의 취업상담으로 양천구 일자리플러스센터에 등록돼 앞으로 원하는 직종에 대한 구인 정보와 교육훈련 정보 등을 지속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 전귀권 구청장 권한대행은 “취업난을 겪는 지역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취업전문 업체뿐 아니라 중소기업중앙회 등도 참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뉴칼레도니아 원시기록

    뉴칼레도니아 원시기록

    이 작은 섬나라에 ‘낙원’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소설1)과 드라마2)였다. 여행기자로서의 명명은 좀 달라야 한다는 부담감. 그러나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찬사는 이미 다 사용됐다. 검증만이 남았다. 1) <천국에 가장 가까운 섬> 일본 여류작가 모리무라 가쓰라가 1965년 출간한 소설로 우베아섬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우베아는 뉴칼레도니아 본섬에서 북동쪽으로 자리잡은 로와요떼 군도 중 하나다. 소설(영화화되기도 했다)의 유명세 덕택에 일본인들이 종종 찾아오지만 아직 개발의 손길을 덜 타서 파라디 우베아라는 이름의 호텔이 하나 있을 뿐이다. 2) <꽃보다 남자> 2009년 초 방영된 KBS 드라마로 뉴칼레도니아에서 촬영된 장면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켜 한국에 ‘프렌치 파라다이스’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이민호(구준표 역), 구혜선(금잔디 역), 김현중(윤지후 역), 김범(소이정 역), 김준(송우빈 역) 등이 이 드라마의 성공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프랑스 죄수들이 건설한 도시 누메아에는 현재 뉴칼레도니아 인구의 40%가 살고 있다 New Caledonian History 그들은 배를 타고 왔다 섬이란 묘한 곳이다. 그 은근한 고립감은 사람을 유혹하기도 하고, 또 숨 막히게 하기도 하므로. 뉴칼레도니아는 침묵 같은 섬이다. 한번 흘러들어간 이야기조차 다시 나오는 법이 없다. 여기서 영원히 머물러도 좋다고 생각해서였을 것이다. 그것이 낙원의 속성이므로. 그 섬에 죄수들을 보낸 이유 1864년 5월, 처음 이 섬에 도착한 프랑스 죄수들의 생각은 달랐다. 가장 가깝다는 대륙인 호주조차 1,000km 이상 떨어져 있는 고립무원의 섬이 그들에게 낙원으로 보일 리 없었다. 정치범, 관습범, 매춘부, 강제 추방자들은 지금도 비행기로 10시간이 넘게 걸리는 먼 거리를 몇 달간 배에 실려 항해한 끝에 남태평양의 작은 섬에 도착했다. 지금은 본섬인 라 그랑드 떼르와 하나로 연결된 누메섬이 당시 입도하는 죄수들이 건강검진을 받던 관문이었다. 이 섬의 원래 주인은 3,000년 전부터 살고 있었던 카낙족Kanak1)이었지만 뉴칼레도니아라는 이름을 붙여 준 것은 제임스 쿡(1728~1779) 선장이었다. 1774년 항해에서 자신의 고향이었던 스코틀랜드(옛 이름이 ‘칼레도니아’였다)를 연상시키는 섬을 발견하고 뉴칼레도니아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1853년 이 섬을 점령한 사람은 프랑스의 나폴레옹 3세였고 프랑스식 정식 명칭은 누벨칼레도니Nouvelle-Caledonie다. 수도 누메아Noumea를 프랑스처럼 만드는 과업은 죄수들의 몫이었다. 1864년 첫 이송 이후 22년 동안 2만1,000여 명의 프랑스 죄수들이 75회에 걸쳐 뉴칼레도니아에 실려 왔다. 98%의 남자, 2%의 여자(고아, 과부, 창녀, 알콜중독자 등)로 구성된 그들은 8년간의 의무 노동으로 항구와 도시를 건설했다. 우엔토로 언덕128m이나 F.O.L 전망대에 올라가면 당시에 지어진 ‘신식민지 스타일’, 혹은 ‘뉴트로피컬 스타일’ 건축물들이 알알이 섞여 있는 풍경이 촘촘하게 들어온다. 1877년 완공된 (현재의) 누메아 시립 박물관이나 1887년부터 10년 동안 건설한 생 조셉 성당2)도 그중 하나다. 형을 마친 사람 중 많은 인원이 섬에 남았다. 가족들의 여행 경비를 지원할 정도로 프랑스 정부의 지원이 적극적이었다. 누메아의 고아만Baie de L’Orphelinat에는 이름 그대로 고아원이 있었다. 이곳 출신들은 대부분 죄수들과 결혼하여 가정을 꾸렸다고 한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00만명 미군이 남긴 것 낙원이 따로 있겠나. 정 붙이고 살다 보면 낙원이지. 하지만 1853년 니켈3)이라는 노다지의 발견은 뉴칼레도니아를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만들었다. 땅속이 다 금고라서 이 ‘그레이 골드’를 그냥 꺼내 쓰기만 하면 된다. 그 수혜를 받는 뉴칼레도니아의 인구는 고작 25만여 명. 그래서 이 섬에는 치열한 경쟁이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인구의 15%가 20세 이하라서 섬은 여유로우면서도 활기차다. 이주민과 기독교도의 증가에 따라 식민 체제를 굳힌 이 섬에 낯선 신인류가 착륙한 것은 1942년이었다. 이후 4년 동안 15척의 군함을 타고 자그마치 100만명이 넘는 미군이 이 섬을 거쳐 간 이유는 뉴칼레도니아가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미군과 연합군의 태평양 사령부였기 때문이다. 전쟁이 끝나고 퇴군길에 미군은 들고 왔던 무기와 군함을 거두어 갔지만 초콜릿, 껌, 코카콜라, 비타민, 파이, 담배 등을 남겨 놓았다. 재즈와 클럽 문화도 남겨졌다. 별다른 나이트라이프가 없는 섬에서 클럽은 여행자들의 오아시스가 됐다. 해상에 방갈로처럼 떠 있는 레스토랑과 바 ‘르 루프Le Roof’는 젊은이와 여행자에게 지나치기 어려운 방앗간이라 주중에도 항상 붐비고 주말에는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멜라네시안4) 혼열인 듯 건강한 피부색을 지닌 여인의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미군들은 구매력이 높은 손님이기도 해서 뉴칼레도니아에 처음 상점이 생긴 것도 이 시기였다. 그린 파파야 사슴 구이, 생선 샐러드, 일데뺑의 달팽이 요리. 박쥐 스튜 등은 뉴칼레도니아에서 처음 맛보는 별미였다. 과일과 채소를 파는 상점들도 생겨났다. 모젤 항구Port Moselle 앞 아침 시장의 풍경 너머에 그런 스토리가 있었다니, 생선 한 마리도 예사롭지 않다. 와인, 치즈 등 프랑스 식문화의 영향도 분명하고 낯선 열대의 과일, 아시아 음식들, 그리고 마이크로네시안의 주식인 타로토란와 얌참마 등, 작은 시장 안에 뉴칼레도니아의 역사와 문화가 모두 섞여 있었다. 뉴칼레도니아는 이제 프랑스의 식민지가 아니라 자치령이다. 2차 세계대전 전후 가속화된 인종차별금지와 탈식민지화의 영향으로 1946년에는 시민권 권리 법규가 금지되었고 1957년에는 보통 선거권이 실행됐다. 1998년에는 누메아 조약을 통해 자치권을 확보했다. 그러나 경제적인 이점 때문에 실제로 완전 독립을 원하는 여론은 크지 않은 편. 하지만 낙원에도 만장일치란 없는 것인지, ‘선 경제자립, 후 독립’을 주장했던 카낙의 민족지도자 ‘장 마리 치바우Jean-Marie Tjibaou’는 1989년 극단주의자에게 암살당하고 말았다. 2014년과 2018년에 독립과 관련된 투표가 있을 예정이지만 찬성이 다수가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한다. 1) 카냑족 멜라네시안에 속하는 카냑족은 뉴칼레도니아 인구의 절반 이상이며 나머지는 유럽 혼열과 아시안, 폴리네시안 등이다. 하와이 말로 ‘사람’을 뜻하는 ‘카나카’에서 이름이 유래됐다. 전통의상인 뽀삐네popinee를 고수하며 아직도 짚으로 만든 지붕에 흙벽으로 이뤄진 전통 가옥 ‘꺄즈case’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있다. 2) 생 조셉 성당 꼬꼬디에 광장 근처 경사면에 우뚝 자리한 생 조셉 성당은 당시 남태평양 유일의 고딕성당이었다. 지금도 누메아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으며 소리 울림이 좋아 파리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이 공연을 한 적도 있다. 뉴칼레도니아 인구의 99%는 기독교이며 구교와 신교의 비중이 6:4 정도다. 3) 니켈 뉴칼레도니아는 캐나다, 러시아에 이어 세계 3번째 니켈 수출국으로, 전 세계 매장량의 25%, 생산량의 12%를 차지한다. 채광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초기에는 산에 불을 놓아서 오래도록 꺼지지 않으면 니켈광산이 있는 곳으로 추정했다. 가볍고 단단해서 동전의 원료로 사용되는데 한국에서는 수년 전 포스코가 진출해 광산개발사용권과 한국수출권을 획득했다. 4) 멜라네시안 멜라는 ‘검다’는 뜻으로, 원주민들이 피부색이 어두워서 붙여진 이름. 오스트리아 북동쪽으로 파푸아뉴기니, 비스마르크 제도, 솔로몬제도, 뉴헤브리디스, 바누아투, 피지 등이 멜라네시아Melanesia에 속한다. 서태평양 지역은 폴리네시아, 마이크로네시아, 멜라네시아로 구분되지만 그 기준은 그리 명확치 않다. New Caledonian Ecosystem 야떼를 여행하는 법 잠깐 사이였는데 일행을 놓쳤다. 좀 전까지 사람을 피해 일정한 거리를 두며 숨바꼭질을 하던 카구Cagou새들의 태도가 돌변했다. 상대가 수적으로 적다는 것을 파악하자마다 눈빛이 달라졌다. 빨간 눈동자로 레이저를 쏘듯 째려보며 포위망을 좁혀 왔다. 겁 없는 녀석들. 그러나 오싹한 기분. 뒤도 안 돌아보고 줄행랑을 쳐야 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지구상에서 오직 뉴칼레도니아에만 살고 있으며 국조로 보호받고 있는 카구새1)는 날지 못한다. 울음소리도 얄궂어서 마치 짖는 듯하다. 천적이 없어서 나는 기능이 퇴화할 정도로 태평성대를 누리던 카구 새들은 개와 고양이 등 뉴칼레도니아에 살지 않았던 외래종이 유입되면서 개체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현재는 400여 마리밖에 남지 않는 국제보호조류다. 놀라운 것은 카구새가 뉴칼레도니아에 사는 7,000여 가지 희귀 동식물 중 하나일 뿐이라는 점. 이 섬이 아니면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나무와 꽃들의 원조는 공룡 시대 이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간단히 말해 뉴칼레도니아는 생태적으로 시간이 멈춘 섬이다. 그 이유는 지리적 환경에 있다. 뉴칼레도니아는 뉴질랜드, 호주와 남극과 함께 곤드와나Gondwana 대륙에 속해 있다가 약 6,000만년 전에 뉴질랜드와 함께 떨어져 나왔다. 그후 오랜 시간 동안 서서히 가라앉아 2,300만년 전 즈음에는 대륙의 93%가 바다 밑으로 잠겨 버렸다. 그때 가장 높은 지대에 속했던 지역이 현재의 뉴칼레도니아와 뉴질랜드다. 오랜 시간 동안 극적인 지각변동과 기후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뉴칼레도니아는 여전히 공룡시대와 가장 유사한 생태계를 유지고 있다. ‘생물학적 노아의 방주’, ‘생태계의 엘로라도’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종 다양성에 있어서 아마존, 인도-말레이시아, 파푸아뉴기니, 마다가스카르에 이어 세계 5위로 꼽힌다. 그 원시의 자연은 멀리 있지도 않다. 누메아의 주택가에서는 마당의 정원수가 바오밥 나무다. 붉게 펄럭이는 꽃 때문에 불꽃나무라고 불리는 플레시아나도 흔한데 역시 마다가스카르에서 온 나무다. 공원의 절반 정도가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블루리버파크The River Blue Park라면 또 얼마나 많은 희귀종들을 보유하고 있겠는가. 수도 누메아에서 남동쪽으로 1시간 정도 차를 몰아 야떼Yate지역에 도착했다. 공룡보다 오래된 소나무 가이드 프랑소와 트랑Francois Tran씨는 생태학자이자 한번 들은 한국어 단어까지 정확하게 구사하는 비상한 기억력,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폭포수처럼 쏟아내는 어려운 설명들은 하나로 지루하지 않았다. 뉴칼레도니아의 생태계를 가장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적임자였다. 공원으로 진입하는 동안 프랑소와씨가 가장 열정적으로 설명한 것은 아로카리아Aroucaria 나무였다. 뉴칼레도니아의 대표 수종인 이 나무는 사실 족보를 거슬러 올라가기가 힘든 만큼 까마득한 소나무의 조상님이다. 2억5,000만년 전 중생대 초반에 나타났으니 공룡보다 오래 살아남은 셈. 공룡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촬영할 때 뉴칼레도니아를 찾아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아로카리아가 추운 날씨에 적응한 것이 지금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침엽수종의 소나무이고 더운 지방에서는 잎 모양이 넙적하고 부드러운 카오리 나무가 됐다. 그 잎 모양도 제각각이어서 현재 전 세계에는 19종의 아로카리아 나무가 남아있는데 그중 13종을 블루리버파크에서 볼 수 있다. 숲에서 직접 마주친 수령 1,000년 이상의 카오리 나무는 그 그늘의 폭조차 가늠하기 어려웠다. 높이 40m, 둘레 2.7m, 펼친 가지의 폭이 35m나 된다. 얼마 전에는 수령 700년 이상의 카오리나무 350그루가 새로 발견되기도 했다. 4,500년 넘게 살고 있다는 카오리 나무는 어떤 모습일지는 도무지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야떼는 열대림과 건조림2)이 섞여 있는 거대한 산림이다. 완주하려면 며칠씩 걸리는 트레킹 코스에 캠핑장, 호수, 연못, 폭포 등을 모두 포함한다. 그중에서 블루리버파크는 야떼 호수를 중심으로 9,000ha에 이르는 땅이다. 야떼Yate호수는 수력발전용 댐 건설로 생긴 담수 인공호수다. 호수에 잠긴 냐울리Niaouli3) 고사목은 물비늘을 뚫고 금방이라도 솟아오를 것 같았다. 오래 쳐다보기가 어려웠던 이유는 세기말적인 풍경이어서가 아니라 오후의 눈부신 은광 때문이었다. 드넓은 숲을 탐방하느라 점심 피크닉이 꽤나 늦어졌었다. 프랑소와씨가 만들어 온 새콤한 샐러드에 금방 구워낸 사슴고기, 멧돼지 소시지를 더하니 색다른 진수성찬이 차려졌다. 프랑스식인지, 원주민식인지 모르겠지만 이날의 점심은 2시간 가까이 충분한 휴식과 수다로 채워졌다. 우리와 계절이 반대인 뉴칼레도니아는 가을이 깊어지고 있었다. 지금쯤은 평균 기온 15~25℃ 사이의 겨울을 관통하고 있을 것이다. 뉴칼레도니아 사람들은 이런 환경을 ‘에버 스프링’이라고 부른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지만 뉴칼레도니아의 숲에는 분명 영원에 가까운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블루리버파크 | 위치 누메아에서 동쪽으로 45km 거리. 차로 45분 정도 소요된다. 개장 오전 7시~오후 5시(입장은 오후 2시까지 가능, 월요일 휴관) 입장료 400퍼시픽프랑 문의 687-43-61-24 가이드 투어 예약 칼레도니아 투어스 687-78-68-38 caledoniatours@lagoo.nc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카구새 몸 크기가 평균 55cm로 눈동자는 빨간 색이고 부리도 다리도 붉다. 수명이 30년 정도 되는 카구새는 1년에 1개의 알을 낳아 35일간 품은 후 부화시키는데 분가할 때까지 7~9년 정도를 가족 단위로 생활한다. 날지 못하는 대신 뛰는 속도가 상당히 빠르며 사람이 가까이 다가오면 한쪽 다리를 세워 바로 도망갈 자세를 취한 상태로 멈춰서 경계한다. 2) 냐울리 껍질이 하얗고 속살은 검어서 나무다멜라누까(블랙 & 화이트)라는 별칭이 있다. 껍질이 마치 종이처럼 벗겨지는데 불이 붙어도 겉만 타고 안은 잘 타지 않아서 목재로 잘 사용된다. 수액에 여러 가지 효능이 있어서 감기약이나 비누를 만들고, 사탕으로 먹기도 한다. 3) 열대림 vs 건조림 칼레도니아의 서쪽 해안지대, 한 해 강수량이 50cm~1m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400여 종 이상의 식물들이 살고 있다. 냐울리 나무는 대표적인 건조림 수종이다. 건조한 환경에 적응해서 자라는 키 작은 관목지대를 ‘마이닝 마키아Maquis miniers’라고 부른다. 반면 동쪽 해안의 한 해 강수량은 3~6m 정도라서 풍성한 열대우림을 이루고 있다. 이 중 82%가 고유종이다. New Caledonian Island 비오는 날의 일데뺑 일데뺑Ile des Pins으로 가는 에어칼레도니 비행기는 20분간 태평양 바다 위에 떠 있었다. 바케트를 닮았다는 본섬과 그 둘레로 푸른 띠를 그린 라군들, 그리고 작은 부속섬들을 감상하기 위해서였지만 날이 흐렸다. 뿌연 시야에 잡히는 것은 가물거리는 형상들뿐이었다. 그리고 흐린 날씨는 일데뺑 일정 내내 계속됐다. 부니 나무를 닮은 사람들 기대에 찼던 오로 자연풀장Baie d’Oro et Piscine Naturelle에 도착했을 때에는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얕은 수심, 투명한 물, 고운 모래사장, 앙증맞은 열대어 무리까지, 완벽한 스노클링 조건을 갖춘 오로 풀장이었지만 단 한 가지, 날씨가 받쳐주지 않았다. 수온이 뚝 떨어져 수영은 포기. 입고 온 비키니가 무색했다. 하지만 그런 날씨조차 자연의 일부가 아니던가. 쭉쭉 뻗은 아로카리아 나무의 결기도, 부드러운 모래사장을 숨기고 있는 오로만의 청정함도 그대로였다. 해가 없어도 열대어들은 열심히 빵을 먹기 위해 모여들었고, 사위는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게다가 아름다운 해변, 그 하나만을 기대하기에는 일데뺑은 의외로 큰 섬이었고 풍경은 여러 갈래다. 첫 갈래는 일데뺑의 남동부, 귀향자 수용소였다. 1871년 파리 코뮌이 실패로 끝난 후 쏟아진 정치범들, 알제리에서 일어난 까빌 반란 사건의 정치범 등 중범죄자들은 외딴 섬 안의 또 다른 외딴 섬인 일데뺑까지 보내져 수용소에서 생을 마쳤다. 규모가 꽤 컸던 이 수용소는 지금 폐허 위의 폐가로, 넝쿨에 휩싸여 있다. 시간의 옷을 입고, 숱한 이야기의 무대가 되었을 장소의 기운은 예사롭지 않았다. 수용소를 출발한 차가 쿠토 비치Baie de Kuto에서 카누메라 비치Baie de Kanumera로 연결되는 도로를 달릴 때였다.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졌다. 울창한 부니Bugny 나무가 드리운 그늘 터널이었다. 부니 나무는 영화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거대한 ‘엔트’처럼 금방이라도 어깨를 흔들며 걸어 다닐 것 같았다. 우락부락하지만 강하고 듬직한 모습. 바오 마을Vao Village에서 만난 카낙족의 모습은 부니 나무를 닮아 있었다. 어떤 경계도 느껴지지 않는 적당한 무관심, 그러나 건네는 인사를 따뜻하게 받아주는 온정. 그리고 호기심보다는 수줍음이 많은 아이들. 이 마을의 중심인 바오 성당은 1860년 죄수들에 의해 건립된 것으로 멀리서 보면 전면 입구의 파사드와 후면의 붉은 첨탑이 퍼즐처럼 겹쳐 스위스 산장처럼 아담해 보인다.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생 모리스 기념비는 온통 산호석과 전통장승, 꽃으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처음 가톨릭을 전파해 준 선교사들을 기리를 마음이 지극해 보였다. 바다거북과 함께 춤을! 일데뺑에서 다시 모터보트를 탔다. 마치 인형 속에 더 작은 인형이 줄줄이 나오는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처럼 작은 섬에서 또 작은 섬으로, 그리고 더 작은 섬으로 가는 중이다. 아직 정박할 만한 곳이 없는데 보트의 속도가 갑자기 느려졌다. 거북이의 등장이었다. 뉴칼레도니아의 바다에는 녹색 바다거북, 큰머리 거북, 붉은 바다거북 등이 살고 있다고 들었다. 배의 추격을 물리치고 도망가려는 거북이를 노칠세라 한 남자가 첨벙 물속으로 다이빙을 했다. 우리가 발견한 것이 거북이가 아니라 듀공dugong이었다면 그의 다이빙은 허락되지 않았을 것이다. 돌고래와 인어 전설의 기원이라는 듀공은 해초를 먹고 살기에 ‘바다의 소’라고 불리지만 몸길이가 3m나 된다니 말이다.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불리는 앵무조개1)도 뉴칼레도니아의 심해 속에 살고 있다. 30분쯤 지났을까, 갑자기 새하얀 모래사장이 등장했다. 마치 사막의 신기루를 만난 것처럼 반갑고 기이하나 한편으로는 현실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구심마저 솟구친다. 배에서 내려 모래섬 위에 발을 내딛고 나서야 비로소 이 새하얀 모래섬이 현실임을 실감케 된다. 지금 내가 내려선 곳이 바로 그 유명한 노깡위Nokanhui Island라는 황홀한 현실. 이 풍경을 가능케 한 것은 라군2)이었을 것이다. 폭이 55~78km밖에 되지 않고 길이는 500km에 이르는 뉴칼레도니아는 섬의 둘레를 따라 세상에서 두 번째로 긴 1,600km의 라군석호이 띠를 두르고 있다. 섬과 산호초 사이의 바다를 이르는 라군은 파도가 없어 항상 잔잔하다. 그리고 그 사이에 일데뺑과 로와요떼 군도에 속하는 리푸, 마레, 우베아섬 등의 작은 섬들이 자리잡고 있다. 산호가 잘 자랄 수 있는 조건은 따뜻한 수온과 풍부한 햇볕이다. 산호초가 많으면 물속에 산호공급이 활발해 수중생물에게도 살아가기 좋은 조건이 된다. 그래서 산소탱크를 메고 깊은 바다에 들어가지 않아도 뉴칼레도니아에서는 살아있는 바다를 한껏 느낄 수 있다. 앙증맞은 조개껍데기와 산호 조각을 모아서 손바닥 위에 굴리면 만화경을 보는 것처럼 변화무쌍하다. 그런 자잘한 재미를 만끽하지 않는다면 노깡위를 섭렵하는 산책은 채 20분도 걸리지 않는다. 그 산책을 잠시 방해했던 것은 트리코레예라고 불리는 무지개뱀Rainbow Snake이었다. 빠비용처럼 띠무늬를 지닌 이 바다뱀은 물속에서 유유히 헤엄치다 인기척에 놀라서 나무더미 사이로 몸을 숨겼다. 독이 있지만 입이 너무 작아서 사람을 물 수는 없다고 하니 두려워할 존재는 아니다. 마지막으로 손에 쥔 마트료시카 인형은 개인 소유인 메트르Maitre섬이었다. 파도를 헤치는 요트 항해 끝에 도착한 이 섬은 2004년 에스카파드 아일랜드 리조트Escapade Island Resort의 개장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뉴칼레도니아 유일의 수상 방갈로가 S자로 줄지어 선 풍경은 꿈꾸던 바다 위의 휴가를 현실로 재현한 느낌이다. 테라스에 설치된 계단의 마지막 스텝은 열대어가 유영하는 바다다. 비 오는 일데뺑 여행은 마치 그 마지막 계단에서 우뚝 멈춰 서 버린 듯한 느낌이었지만, 그것이 다시 뉴칼레도니아를 가고 싶게 만든 이유이기도 했다. 글·사진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뉴칼레도니아 관광청 www.new-caledonia.co.kr, 에어칼린 www.aircalin.co.kr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앵무조개 3억4,000만년 전부터 살았던 두족류 동물로 수심 150~600m의 심해에 살고 있다. 지름 20cm, 혹 9cm의 크기로 살아있는 화석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으며 갈색의 방사상 띠로 이루어진 껍질의 무늬가 앵무새의 부리를 닮았다고 해서 앵무조개라는 이름이 붙었다. 누메아 아쿠아리움에서 살아있는 앵무조개를 볼 수 있다. 2) 뉴칼레도니아 라군 세계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자랑하는 24,000㎢의 라군으로 2008년 7월에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폭이 좁게는 30km, 최대 200km까지 펼쳐진 곳도 있다. 둘레의 총 길이는 1,600km로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다음으로 길다. ▶travie info 항공편 2008년부터 에어칼린이 인천-누메아 사이를 주 2회(월, 토, 약 9시간 30분 소요) 운항하고 있다. 특히 최근의 기내 환경 업그레이드로 이코노미 좌석이 기존보다 15도 더 젖혀지며 손잡이도 자유자재로 조절이 가능해졌다. 개인별 최신 통합 리모콘뿐 아니라 USB 및 애플용 포트도 탑재했다. 이 밖에도 한국인 통역원이 탑승하고 있으며 기내식으로 김치를 제공하는 등 지역 맞춤형 서비스도 충실하다. 동계시즌인 10월30일부터는 수·일요일로 요일을 변경해 신혼여행객이 이용하기에 더 편리해질 예정이다. 문의 02-3708-8581 시차 한국보다 2시간 빠르다. 날씨 평균 기온 15~32도 사이의 초여름 날씨. 계절은 한국과 반대다. 화폐 퍼시픽프랑을 쓴다. 한국에서는 달러보다 유로화로 바꿔 가는 것이 유리한데 환전 수수료가 높으므로 웬만한 것은 카드로 결제하는 게 낫다. 물가는 유럽 수준.
  • [거대 시장 중국을 공략하다] KT

    [거대 시장 중국을 공략하다] KT

    KT는 내수 중심인 통신산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 사업 진출을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거대한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에 대해서는 현지 기업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시장 진출의 발판을 다지고 있다. KT는 중국 국영 통신업체인 차이나모바일과 2010년 11월 처음 협력 관계를 맺었다. 이석채 KT 회장과 왕젠저우 차이나모바일 회장은 양사의 앱스토어인 ‘올레마켓’과 ‘모바일마켓’에 대한 협력을 다짐했고, 이것이 양국의 사업자·개발자·고객을 위한 열린 생태계를 조성하는 첫걸음이 됐다. 이듬해에는 일본 NTT도코모와의 협력까지 이뤄져 한·중·일 공동 앱 마켓 ‘오아시스’가 구축됐다. 이로써 KT는 물론 국내 개발자들은 손쉽게 해외시장에 진출하게 됐다. 현재 차이나모바일의 모바일마켓에는 35개 KT 협력사의 애플리케이션 396개가 등록돼 있다. KT는 향후 콘텐츠, 미디어 등 ‘가상재화’ 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중국 내 영업 네트워크를 가진 옴니텔차이나의 지분 25%를 인수해 중국 모바일 콘텐츠 시장 진출의 첨병으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김홍진 KT G&E 부문 사장은 “옴니텔차이나와 협력해 추후 모바일TV, 클라우드 등 사업을 다각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충분하다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충분하다

    찜통더위에 기신거리는데 웬 뜬금없는 사막 얘기냐고? 걱정하지 마시라. 테마파크처럼 짜릿한 즐거움이 샘솟는 사막 얘기를 들려드릴 참이다. 한낮에도 태양만 얼굴을 내밀지 않으면 바닷가 모래사장에 선 것처럼 서늘한 바람이 불어대는 곳이다. 세상에, 그런 사막도 있냐고? 있다! 중국 베이징에서 자동차로 예닐곱 시간 걸리는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 수도인 후허하오터(呼和浩特). 그곳에서 다시 서쪽으로 서너 시간을 달리면 이집트나 외몽골의 고비사막과 진배없는 샹사완(响沙灣)에 다다른다. 주차장에서 바라보니 이게 무슨 사막이냐 싶었다. 네이멍구 제2의 도시 어얼둬쓰(鄂爾多斯·옛 오르도스)로 이동하며 설핏 봤던 옆모습이 되작여져 그랬다. 표를 끊고 리프트에 오른다. 만(灣)이라고 하는 이유를 알 만했다. 리프트 아래 150m는 될 법한 폭의 옛 하천을 굽어보며 사막에 들어선다. 원래 이곳은 몽골어로 활시위를 가리키는 쿠부치(庫布其) 사막의 일부로, 일종의 사막 테마파크로 조성됐다. 쿠부치 사막은 동서로 262㎞나 되며 면적은 1만 6000㎢로 중국에서 일곱 번째,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큰 사막이다. 삼사월 한반도 상공을 뒤덮는 황사의 40%가 쿠부치 등 네이멍구 사막들에서 날아오고 고비사막 것은 20%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모래가 들어가지 않도록 붉은색, 노란색, 푸른색 버선으로 신발째 감고 나니 영락없는 스머프인형들이다. 낑낑 오르는데 발로 어렵사리 감지되는 모랫바닥이 의외로 단단하다. 잘 미끄러지지 않으니 사방에서 재잘거림과 속살거림이 터져 나온다. 마치 사람들로 복닥대는 수도권의 놀이공원처럼. 아니나 다를까. 귓전을 때리는 노래를 따라 흥얼거리다 우리 노래 ‘여행을 떠나요’임을 알아챈다. 5분쯤 올랐을까. 사막 전경이 펼쳐지는데 눈이 시원해진다. 들머리에서 바라봤던 초라한 모습은 사라지고 사구(砂丘)들의 변주(變奏)가 이어지고 또 이어진다. 배처럼 생긴 자동차에 오른다. 40~50명쯤 올랐는데 속력을 내니 시원한 바람이 이마에 부딪힌다. 재잘거림은 이내 환호작약으로 바뀌었다. 사막이 이렇게 서늘하다니. 이렇게 달려도 되나 싶을 즈음, 차가 멈추고 컨베이어 벨트 위에 선 것처럼 사람들에 떠밀려 차를 빠져나온다. 이제 놀이시설을 본격적으로 즐길 차례. 기사가 운전하는 지프를 타고 엄청난 속도로 사구들을 헤집었다. 모래 바이크를 탄 뒤 마치 오아시스처럼 만들어 놓은 풀장에서 물장구를 치고 나니 허기가 밀려온다. 500명쯤 들어갈까 싶은 뷔페 식당 한쪽에 광활한 사막의 풍경을 즐기며 식사할 수 있는 테라스가 꾸며져 있다. 다음은 낙타 타기. 앞다리를 꿇었다가 사람이 엉덩이를 안장에 붙이자 일어서는데 앞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렸다가 순간 하늘에라도 닿을 듯 훅! 올라간다. 현기증이 날 정도. 초원에서 말을 탔을 때보다 훨씬 안락했다. 몇 발자국 뗐을까. 허겁지겁 점심을 챙긴 여행객들이 줄줄이 낙타 등에 올라 더욱 깊은 모래뻘로 향한다. 실크로드를 오가던 대상(隊商) 행렬처럼 꼬리를 문다. 가끔 불어오는 바람은 이곳이 사막이란 사실을 계속 가로젓게 만든다. 이곳의 7월 평균기온은 섭씨 18~24도. 사막에서도 그늘막 아래만 들어가면 선선해졌다. 10분쯤 걸었을까, 내리란다. 마음은 신장웨이우얼(新疆維吾爾) 자치구의 우루무치(烏魯木齊)를 지나 저 멀리 페르시아 언덕배기를 맴도는데…. 사막 열차에 올라 4시간 넘게 이어온 사막의 정경을 눈으로 다시 훑는다. ‘25시’의 작가 게오르규가 그랬다던가. ‘사막엔 인간의 욕망이나 호기심을 끌어당길 자연이나 인공의 사물들이 없기 때문에 영원을 관조하는 데 방해할 것이 없다’고. 하지만 사막화란 재앙을 테마파크로 꾸며 사람들의 욕망이나 호기심을 자본주의보다 더 철저하게 살피고 유도하고 돈을 받아내는 중국식 사회주의 논리가 철저히 투영돼 있었다. 그게 커다란 아쉬움이었다. 다음은 초원인데, 사막과 이렇게 닮은꼴인지 예전엔 미처 몰랐다. 샹사완은 1950년대만 해도 양들이 풀을 뜯던 곳이란다. 지구온난화가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가져오는지 놀랍기만 하다. 초원의 머지않은 미래가 사막이란 점을 깨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일망무제(一望無際)의 시라무런(希拉穆仁) 초원은 후허하오터에서 다이칭(大靑)산을 넘어 유채꽃과 해바라기가 만발한 평원 지대를 지나자 나왔다. 정말 시원(始源)으로부터 오는 듯한 바람이 계속 불어왔다. 관광객을 받는 게르(몽골의 이동식 집)촌으로 변모한 목초지들은 4㎞, 많게는 10㎞ 이상 서로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정말 아무것도 없다.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바람이 모든 여백을 메우고 그걸로 충분했다. 고비사막 아래의 이 동네도 몇십 년이 흐르면 샹사완처럼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밀려온다. 조선족 여성 가이드는 “2년 전만 해도 비가 오지 않아 멀리 보이는 초지 색깔이 누렇기만 했다. 올해는 비가 제법 와 그래도 이만큼의 푸른 때깔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올해 한반도 황사도 여느 해보다 심하지 않았다. 유럽과 다른 지역에 견줘 키가 작다는 몽골말을 탔다. 세 시간 정도 그야말로 가없는 목초지를 돌아다녔다. 석양을 등에 지고 다른 게르로 향할 때는 정말 서부영화에 등장하는 건맨들처럼, 아니면 고선지를 비롯한 옛 조상들의 기개가 가슴에 차오르는 자아도취에 빠졌다. 날이 흐려 그 멋지다는 노을은 구경하지 못했다. 또 주먹만 하다는 별들의 존재감도 확인하지 못했다. 하지만 게르 옆 풀밭에 누워 술잔 기울이며 휘영청 떠오른 보름달 빛을 조명 삼아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웠다. 밤 11시가 넘자 게르마다 쏘아올린 불꽃이 목초지와 하늘을 수놓았다. 시인 이육사처럼 ‘초인이 있어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던 광야의 밤이었다. 글 사진 후허하오터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가는 길:예전에는 베이징에서 비행기 갈아타고 후허하오터까지 간 다음 버스로 시라무런 초원이나 샹사완으로 향했다. 제주항공이 처음으로 지난 한 달 동안 주 2회 후허하오터 직항 전세기를 운항했다. 주요 여행사들이 베이징 경유나 직항편을 이용하는 4박6일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는데 가격 대비 만족도가 낮지 않다. 준5성급(실제로는 그 이하) 호텔에서 3박하고 양변기와 샤워기까지 갖춰진 게르에서 1박한다. 놀라울 정도로 날씨가 서늘해 6월부터 8월까지, 석 달 정도만 초원과 사막 여행을 할 수 있다. →칭기즈칸과 왕소군의 발자취:어얼둬쓰 도심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의 칭기즈칸 능은 꼭 찾을 만하다. 칭기즈칸이 서하(西夏) 정벌을 앞두고 이곳을 지나다 여기 묻힐 만하다는 내용의 시를 남겼다. 그런데 원정 도중 풍토병을 얻어 이듬해 세상을 떴고, 그를 묻을 장소를 물색하던 부하들이 이곳을 지나가는데 말들이 꿈쩍을 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생전에 그가 휘두르던 채찍을 묻었더니 그제야 말들이 움직였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몽골에선 시신을 해치는 것을 두려워해 봉분이나 묘비를 세우지 않아 그의 시신이 진짜 묻힌 장소는 알 수 없다고 했다. 후허하오터 근교에는 고대 중국의 4대 미녀 중 한 명인 왕소군(王昭君) 묘가 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봄이 왔으되 봄 같지 않다) 시구를 남긴 왕소군은 흉노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한나라 원제가 공주라고 속여 시집 보낸 궁녀인데 중국 정부는 민족 화합의 상징으로 영웅시하면서 묘역을 성역화했다. 이곳도 옷과 모자 등을 묻은 의관묘(衣冠墓)이며 실제 시신이 묻힌 곳은 추측만 무성하다. 바오터우(包頭)에서 멀지 않은 메이다이자오춘(美垈召村)은 한족과 몽골족, 티베트족의 생활양식과 건축 방식이 어우러진 독특한 곳이다.
  • [부고]

    ●최병택(LG 유플러스 부장)성욱(파라다이스그룹 상무)씨 부친상 장성태(전 국민카드 부사장)씨 장인상 최재환(문화체육관광부 사무관)씨 조부상 2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4일 오전 7시 (02)3010-2231 ●강두식(서울대 명예교수·전 호원대 총장)씨 별세 사욱(서울대 교수)사임(충청대 교수)사희(미국 디펜스 인스티튜트 교수)씨 부친상 채연석(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조호제(미국 산타클라라대 교수)씨 장인상 이정화(이화여대 독문학과 동창회장)씨 시부상 강현서(독일 뮌헨대 연구원)씨 조부상 1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5일 오전 7시 (02)3410-6917 ●박남건(메리츠종금증권 영업이사 상무)정건(자영업)필건(삼성생명 본부장)혜금(영재치과의원 원장)씨 부친상 2일 부산 해운대백병원, 발인 4일 오전 (051)711-1452 ●구태희(전 경인일보 사진기자)씨 모친상 2일 충북 충주의료원, 발인 4일 오전 8시 (043)871-0780 ●최동규(산업통상자원부 FTA정책관)씨 부친상 2일 서울성모병원, 발인 4일 오전 9시 30분 (02)2258-5940 ●변제호(금융위원회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 운용기획팀장)씨 부친상 2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4일 오전 9시 30분 (02)2227-7566 ●박기태(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 단장)종호(네오아이즈 이사)정아(롯데백화점 평촌점)씨 모친상 2일 서울의료원, 발인 4일 오전 9시 (02)2276-7671
  • 안내상 “설경구 잘 되니 배 아팠다” 언급에 묘한 관심

    안내상 “설경구 잘 되니 배 아팠다” 언급에 묘한 관심

    배우 안내상이 설경구를 질투했던 과거를 고백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30일 방송된 tvN ‘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에 출연한 안내상은 “설경구가 잘 되니 배가 아팠다”고 털어놨다. 이날 MC 백지연은 “설경구와 영화 ‘오아시스’를 작업했다. 연기 선배는 누구냐”라고 묻자 안내상은 “설경구가 선배”라고 답했다. 이어 안내상은 “(설경구와)형 동생하며 지내는 술 친구였다. 서로의 허점들을 다 안다”면서 “지금도 많이 챙겨주고 서로 잘됐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특히 “처음에는 설경구가 잘되는 게 배가 아팠다. 나는 고생하는데 자기들은 잘 나가니까 영화가 좀 망하라고 한 적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금전적으로 여유가 생기니 진심으로 박수쳐 줄 수 있게 됐다”고 솔직한 속마음을 털어놨다. 한편 이날 안내상은 봉준호 감독에게 배역을 부탁했다가 거절당한 사연도 밝히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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