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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스토리우스, 지옥에서 천국으로

    어이없는 충돌 사고로 무산될 뻔했던 ‘블레이드 러너’ 오스카 피스토리우스(남아프리카공화국)의 도전이 극적으로 이어지게 됐다. 9일 런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1600m 계주 예선. 피스토리우스가 포함된 남아공 계주팀은 레이스 도중 발생한 사고로 경기를 포기했다. 당초 남아공의 세 번째 주자로 뛸 예정이었던 피스토리우스는 옆 레인의 주자들이 모두 튀어 나간 뒤에도 한동안 정면 트랙을 바라보며 허망하게 서 있었다. 사고는 각 팀 두 번째 주자의 레이스에서 일어났다. 남아공의 오펜체 모가와네가 바통을 들고 뛰는 도중 빈센트 키이루(케냐)와 부딪혀 넘어졌다. 키이루는 다시 일어나서 달렸지만 모가와네는 왼쪽 어깨를 부여잡고는 필드에 쓰러져 고통스러워하다가 레이스가 모두 끝난 뒤에야 진행요원의 부축을 받으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결국 피스토리우스는 트랙을 달려보지도 못한 채 비장애인들과 뜀박질하려던 꿈을 접어야 했다. 그의 이번 런던올림픽 일정도 끝나는 순간이었다. 피스토리우스의 질주를 기대했던 관중들도 아쉬움의 탄성을 내질렀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뒤 남아공 대표팀에 극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케냐 선수가 트랙을 가로지르다 방해한 탓에 넘어졌다.”며 대표팀이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에 낸 제소가 받아들여진 것이다. IAAF 제소위원회는 남아공을 결선에 진출시키기로 했다. 제소위원회는 경기를 마치지 못한 선수나 팀에 대해서도 상위 라운드로 올릴 권한을 가지고 있다. 남자 1600m 계주 결선은 11일 새벽 5시 20분에 열린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부고] 영화 ‘스팅’·뮤지컬 ‘코러스 라인’ 작곡가 마빈 햄리시

    [부고] 영화 ‘스팅’·뮤지컬 ‘코러스 라인’ 작곡가 마빈 햄리시

    영화 ‘스팅’(1973)의 주제곡과 뮤지컬 ‘코러스 라인’(1985)을 만든 미국의 유명 작곡가 겸 지휘자 마빈 햄리시가 6일(현지시간) 미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지병으로 사망했다. 68세. 햄리시는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 ‘추억’, ‘소피의 선택’, ‘스타탄생’, ‘돈을 갖고 튀어라’, ‘세 남자와 아기 바구니’ 등 40여편의 할리우드 영화 음악을 만들었다. 또 ‘작별인사하는 아가씨’, ‘성공이라는 달콤한 향기’ 등 여러 편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작곡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의 대표작인 코러스라인은 1975년 초연 이후 현재까지도 최장기 공연기록이 깨지지 않고 있다. 그는 특히 3번의 아카데미상과 2번의 골든글로브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문화·예술계의 그랜드슬램으로 불리는 오스카, 그래미, 에미, 토니, 퓰리처 등 5개 상을 모두 받았다. 1944년 6월 뉴욕 맨해튼에서 태어난 햄리시는 아코디언 연주자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줄리아드 음대와 퀸스칼리지에서 피아노와 작곡을 배웠다. 그는 뉴욕필하모닉과 로열필하모닉관현악단, 런던교향악단 등의 지휘자로도 활동했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결선 못 가도 스타 인터뷰 2시간 걸려

    ‘올림픽의 꽃’ 육상 남자 400m 준결선이 열린 5일 오후(이하 현지시간) 런던 스트랫퍼드의 올림픽스타디움.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6·남아공)가 4번 레인 출발대에 섰다. 두 다리 없이 태어나 장애인 최초로 비장애인 올림픽에 출전하게 된 ‘블레이드 러너’다. 미소를 지으며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지만 긴장감이 역력했다. 출발 총성이 울렸다. 8명의 선수들은 터질 듯한 심장을 안고 내달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챔피언 키라니 제임스(20·그레나다)가 앞서기 시작했다. 스타트가 늦었던 피스토리우스는 보폭을 넓히며 막판 스퍼트했지만 격차는 그대로였다. 46초54, 8명 중 꼴찌. 4일 예선 기록이자 올해 최고기록이었던 45초44는 물론 자신의 최고인 45초07에도 한참 못 미쳤다. 망연자실하면서도 그는 관중에게 손 들어 인사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잠시 고요했던 지하의 믹스트존은 다시 전쟁터가 됐다. 그런데 기다린 지 30분이 넘어도 그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혹시 기록에 실망해 그대로 믹스트존을 빠져나간 게 아닐까.”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언제쯤 나오느냐고 진행요원에게 슬쩍 물어봤다. “한참 멀었어요. 예선 때도 경기가 끝나고 1시간은 있다가 나왔는 걸요. 기록은 안 좋아도 스타잖아요.”라고 그가 답했다. 지난해 대구에서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기자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해 준 모습이 떠올라 “피스토리우스는 정말 착한 것 같다.”고 했다. 그때 옆에 있던 한 여기자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그렇지도 않아요. 피스토리우스는 지금 ‘미디어 프렌들리’에 골몰한 거예요.” 사실, 그는 현재 나이키와 브리티시텔레콤(BT), 오클리, 티에리 뮈글러의 후원을 받고 있다. 경기 1시간이 지난 오후 9시 50분. 마침내 피스토리우스가 나왔다. 기자들이 몰려들었고, 마이크까지 설치됐다. 성적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내 목표는 준결승이었다. 올림픽 무대에 선 것만 해도 꿈만 같다.”면서 “남은 400m 계주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44초대는 언제쯤일까라는 질문에는 “내년에는 되지 않을까? 꼭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그가 선수 대기실에 들어간 건 경기가 끝난 지 2시간이 지난 오후 10시 30분이 넘어서였다. 꼴찌지만 그는 분명히 스타였다. 런던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올림픽서 스모를?…무려 218kg 유도 선수 화제

    올림픽서 스모를?…무려 218kg 유도 선수 화제

    ”자네 혹시 스모할 생각은 없나?” 이번 런던올림픽에 출전한 전체 선수 중 가장 체중이 무거운 선수가 경기에 출전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간) 유도 경기가 열린 런던 엑셀 노스 아레나 경기장에서 관객들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는 선수가 등장했다. 그는 바로 괌 유도 대표 선수인 리카르도 블라스 주니어(26). 남자유도 헤비급(100kg 이상)에 출전한 그의 몸무게는 무려 218kg에 이른다. 헤비급에 출전한 다른 경쟁 선수들에 비해서도 거의 2배나 되는 몸집. 이날 블라스는 기니 대표인 몸무게 135kg의 페시네트 케이타를 첫상대로 맞아 화려한(?) 기술로 한판승을 거두는데 성공했다. 상승세를 탄 블라스는 그러나 2회전에서 자신 몸무게의 반 밖에 안나가는 쿠바의 오스카 브레이소에게 패배해 쓸쓸히 짐을 챙겼다. 괌에서 ‘작은 ‘산(little mountain)이라 불리는 블라스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유도복을 입었으며 181kg으로 참가한 지난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1회전에 탈락했다. 당시 블라스는 “유도에서 사이즈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인터넷뉴스팀 
  • 타이타닉처럼 배 침몰시 가장 생존확률 높은 사람은?

    타이타닉처럼 배 침몰시 가장 생존확률 높은 사람은?

    ”여성 승객과 아이들 먼저 구조 보트로 옮겨 타세요!” 일반 승객들을 태운 배가 침몰할 때 정말 이 말처럼 선장은 침몰선과 함께 책임을 다하고 아이 및 여성들은 먼저 탈출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실제로 배가 침몰할 시 여성과 아이들 보다 남성과 선장 및 승무원들이 훨씬 생존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스웨덴 웁살라 대학 경제학 교수인 미카엘 엘린더와 오스카 에릭손은 타이타닉 처럼 배가 침몰할 때 선장과 승무원, 승객의 생존률을 비교한 논문을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852년 부터 2011년 까지 세계 30개국에서 일어난 해상사고를 분석한 조사에서 사고시 가장 생존확률이 높은 사람들은 다름아닌 선장과 승무원으로 드러났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체 탑승자 1만 5000명 중 승무원은 대략 60%, 선장은 40%, 남성 승객은 37%, 여성 승객은 27%, 어린이 승객은 15%가 침몰 사고시 살아남았다.  엘린더 교수는 “승무원들이 가장 많이 살아남는 것은 이같은 재난 사고에 대한 준비와 배에 익숙하기 때문일 것”이라며 “1차 대전 이후 남성과 여성의 생존률 차이가 점점 줄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또 “선장이 ‘여성과 아이들을 먼저 구조하라’라고 공표한 경우에도 여성들은 단지 7% 정도 생존확률이 더 늘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연구팀은 소위 영국의 ‘기사도 정신’에 대한 허구도 증명했다. 엘린더 교수는 “여러나라 중 영국선의 사고에서 여성 생존확률이 가장 낮아 그들의 기사도 정신은 허구” 라면서 “생명을 잃을 수 있는 극적 상황에서 인간의 본성이 나오기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학술지인 ‘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최신호에 게재됐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런던올림픽] 폴란드 외팔 탁구선수 감격 첫 승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라면 누구나 그렇듯 목표는 금메달이다.” 오른쪽 팔 없이 태어난 탁구선수가 올림픽 단식 경기에서 감격의 첫 승을 올렸다. 그것도 장애인 선수를 대상으로 하는 장애인 올림픽(패럴림픽)이 아니라 바로 이번 런던올림픽에서다. 인간 승리의 주인공은 나탈리아 파르티카(23·폴란드). 이번 올림픽에서 남아공 출신의 ‘블레이드 러너’ 오스카 피스토리우스와 함께 둘뿐인 장애인 선수 중 한 명이 일을 냈다. 파르티카는 29일 런던 액셀 노스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단식 예선에서 미에 스코프(26·덴마크)를 4-3으로 누르고 32강에 진출했다. 어릴 적부터 탁구 선수인 언니를 따라다녔고 7살 때 처음 탁구 라켓을 잡았다. 한쪽 팔이 불편했지만, 그랬기에 더욱 탁구에 매달렸다. 파르티카는 오른쪽 팔꿈치 끝으로 공을 피부 사이에 끼듯 쥐고 던지고, 라켓은 왼손에 쥐고 경기를 펼친다. 그녀는 2000년 시드니패럴림픽에 첫 출전한 뒤 2004년 아테네패럴림픽에서 처음 단식 정상에 올랐다. 2008년에는 패럴림픽뿐만 아니라 정식 국가대표로 인정받아 올림픽 단체전에도 참가했다. 탁구 역사상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동시 참가한 첫 선수로 기록됐다. 파르티카는 이날 스코프와의 첫 대결에서 세트 스코어 2-3으로 밀리다가 6, 7세트를 잇달아 따내 4-3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파르티카는 32강전에서 지금까지 두 차례 맞붙어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지에 리(네덜란드)와 겨루게 된다. 그녀는 앞서 대회조직위원회가 운영하는 정보시스템 ‘Info+’ 인터뷰를 통해 “베이징올림픽 이후 더 많은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고 응원해 줬다. 그 덕에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지를 얻었다.”고 말했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책꽂이]

    ●청춘일막(김현준 지음, 스토리인유 펴냄) 현재 대학생인 저자가 자신의 고등학교 시절과 입시 문제에 대한 단상을 정리해 뒀다. 화려하거나 거창한 얘기가 있다기보다 대한민국 수험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 봤을 법한 문제들을 담담한 문체로 다뤘다. 1만원. ●스물넷의 질주(오스카 피스토리우스·지아니 메를로 지음, 정미현 옮김, 작은씨앗 펴냄) 저자 이름이 낯익다 싶다. 양다리 절단 수술을 받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육상선수로 뛰는 저자의 감동적 인생 스토리를 담았다. 1만 3000원. ●신은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이브 파칼레 지음, 이세진 옮김, 해나무 펴냄) 무신론자이자 유물론자이며 생태철학자인 저자는 137억년에 걸친 생명의 역사를 서술하면서 우연에서 필연으로의 도약을 논한다. 2만 3000원. ●최초의 민주주의(폴 우드러프 지음, 이윤철 옮김, 돌베개 펴냄) 민주주의의 근원 고대 아테네 민주정을 둘러싼 7가지 이야기에서 민주정의 핵심을 뽑아낸 뒤 이를 어떻게 적용해 나갈는지 논의한다. 1만 7000원. ●독재자의 노래(민은기 등 지음, 한울 펴냄) 음악사연구회 소속 연구자들이 스탈린, 히틀러, 무솔리니, 김일성, 박정희 같은 독재자들이 어떻게 음악을 자신의 통치에 이용했는지 분석했다. 단순명료한 선율과 가사를 강조한 점이 눈에 띈다. 1만 8000원.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스티븐 달드리의 영화와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소설, 둘의 만남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달드리는 데뷔 이후 작품마다 소재를 달리하면서도 일관된 주제를 유지해 왔다. 그가 다루는 주제 중 하나는 세대가 다른 인물들이 맺는 관계를 통해 인물의 성장이나 사회의 바탕을 읽는 것이다. 사프란 포어는 전작 ‘모든 것이 밝혀졌다’에 이어, 각별한 감성을 지닌 젊은 세대가 우연히 습득한 열쇠로 앞 세대와 연결된다는 이야기를 또 한 번 창조했다. 그러므로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의 포스터는 하나의 이미지로 족하다. 소년의 경이로운 얼굴. 사프란 포어의 베스트셀러는 영화로 옮겨와 미국 평단의 환호를 들었다. 그 힘으로 올해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엄청나게 시끄럽고’는, 그러나 한국에서는 개봉되지 못하고 홈비디오로 직행하고 말았다. 오스카는 9·11 테러로 아빠를 잃었다. 친밀한 가장이었던 아빠가 죽자 엄마는 정신을 놓아버렸고, 소년은 엄마의 품에서 점점 멀어진다. 1년이 지난 후, 용기를 내 아빠의 방으로 다시 들어간 오스카는 물건을 뒤지다 열쇠가 든 봉투를 발견한다. 봉투에는 ‘블랙’이란 글자가 적혀 있었다. 열쇠가 아빠와의 행복했던 시간을 연장해 줄 마법의 도구라고 생각한 소년은 틈나는 대로 모험의 길을 떠난다. 뉴욕에서 블랙이란 이름을 가진 사람을 한 명씩 찾다 보면 언젠가 열쇠에 맞는 상자를 구하리란 믿음으로. 그런데 소년의 기대와 반대로 수많은 블랙들은 자기 이야기를 소년에게 들려줄 따름이다. 여기에 할머니 집에 세든 낯선 노인이 도움을 자청하면서 오스카의 뉴욕 모험은 더욱 흥미로워진다. 사프란 포어의 작품은 영화화하기에 쉽지 않은 상대다. 소재는 분명 역사의 한 지점에서 얻은 것인데, 그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종종 동화적인 면도 불사한다. 그 사이에서 적정한 선을 잘못 선택하면 영화가 길을 잃는다. ‘모든 것이 밝혀졌다’를 영화화한 ‘우크라이나에서 온 편지’의 경우, 못 만든 영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이미지밖에 남지 않은 것도 그런 까닭에서다. 게다가 사프란 포어가 끌어들이는 역사의 한 장이 그리 호락호락한 것도 아니다. 전작에서 한 청년이 2차대전과 유대인의 비극으로 진입한다면, 이번 작품의 주인공 소년은 9·11 테러에다 유대인의 슬픔까지 슬쩍 얹은 이야기의 중심에 선다. 소년은 인간의 증오가 낳은 거대한 역사 가운데로 난 길을 가야 하는 거다. 양 어깨에 놓인 무게를 버티기엔 소년과 영화의 힘이 부친다. 할리우드는 앞으로도 적지 않은 수의 9·11 테러 관련 영화를 만들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함으로써 자국의 역사가 안겨 준 숙제에 답한다고 여기리라. ‘엄청나게 시끄러운’은 그 비중에 상응하는 영화를 만든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방증한다. 특급배우들이 포진하고 일류 스태프들이 참여한 ‘엄청나게 시끄러운’이 감동적인 드라마의 결실을 거두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훈훈한 미담으로 마무리되는 영화는 9·11의 본질 가까이 도달하지는 못했다. 살아남은 사람이 귀 기울일 만한 말씀일지는 몰라도 피와 고통으로 얼룩진 역사 앞에선 순진한 문구에 불과해 보인다. 사실주의자 달드리는 무거운 짐을 실어 나르느라 온 힘을 다했으나 원작의 기발하고 아기자기한 면 이상을 전달하진 못했다. 요즘 들어 계속 헛발을 디디는 중인 그가 어서 본령을 되찾기를 바란다.
  • [2012 런던올림픽] 의족, 올림피아에 선다

    진정으로 장애인의 벽이 허물어졌다. ‘의족 스프린터’로 잘 알려진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6·남아프리카공화국)가 절단 장애 육상 선수로는 처음으로 일반 선수들이 출전하는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됐다. AP통신에 따르면 4일(한국시간) 남아공육상연맹이 피스토리우스를 육상 남자 1600m 계주에 출전할 대표 선수로 뽑았다고 긴급 타전했다. 이어 남아공육상경기연맹과 남아공올림픽위원회(SASCOC)가 피스토리우스를 남자 400m 출전 명단에도 포함시키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로써 피스토리우스는 절단 장애인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비장애인이 출전하는 올림픽에 나선다. 정강이뼈가 없이 태어나 11살 때 무릎 아래를 절단한 피스토리우스는 탄소 섬유 재질로 된 의족을 달고 경기에 나서 ‘블레이드 러너’로 불린다. 그는 지난달 29일 아프리카육상선수권대회 400m 결승에서 2위로 결승선을 끊었으나 올림픽 출전이 가능한 A기록(45초 30)에 불과 0.22초 뒤져 올림픽 출전 목표를 4년 뒤로 미룰 처지였다. 그러나 간절한 소망은 이뤄진다 했던가. SASCOC 터비 레디 위원장은 “육상연맹이 피스토리우스가 조건을 만족하지 못했지만 400m 출전 명단에 포함시켜 달라고 요청함에 따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3월 18일 남아공 국내 대회에서 45초 20을 기록해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정한 A기준기록(45초 30)을 넘어섰다. 앞서 지난해 7월 이탈리아 리그나노 사비아도로에서 열린 대회에서도 피스토리우스는 45초 07을 기록했다. 남아공육상경기연맹과 SASCOC는 올림픽 개막 3개월 전부터의 기록만을 인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피스토리우스는 대표팀으로 발탁되자 “오늘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다. 런던에서 열리는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모두 출전할 수 있게 됐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씨줄날줄] 화이트 해커/구본영 논설위원

    괴짜 컴퓨터 프로그래머 줄리언 어산지는 지난 2010년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 리크스’로 뉴스메이커가 됐다. 해킹 등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무차별 폭로해 전 세계 저명인사들이 식은 땀을 흘리게 하면서다. 이 과정에서 컴퓨터 보안의 중요성을 일깨운 것은 그의 역설적인 공적이다. 동전의 양면성일까. 해킹 기술도 어떤 자세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범죄 수단이 될 수도, 과학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이는 한때 세계 5대 해커 중의 한 명으로 꼽힌 케빈 미트닉의 인생유전에서도 입증된다. 그는 15세 때 공짜로 버스를 타기 위해 로스앤젤레스 시내버스 요금 결제 시스템을 해킹하면서 범죄 행각을 시작했다. 그렇게 해킹을 일삼던 미트닉은 과거 해커였던 컴퓨터 보안 전문가 쓰토무 시모무라의 전산망에 침입했다가 꼬리를 밟혔다. 이로 인해 5년 8개월간 교도소 신세를 진 뒤 현재 컴퓨터 보안 전문가 겸 강사로 활동 중이다. 2009년 미국 ABC 웹진에 의해 미트닉과 함께 5대 해커로 선정했던 다른 인물들의 인생 행로도 비슷하다. 모두 불법 해킹에서 손을 씻었다는 점에서다. 예컨대 웜 바이러스로 전세계 컴퓨터 6000대를 일시에 마비시켰던 로버트 모리스의 근황을 보자. 놀랍게도 MIT대 교수가 그의 현직이다. 어산지는 자서전에서 “사람은 맨얼굴로는 솔직히 말하지 않지만, 가면을 씌워주면 진실을 말한다.”는 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어록을 소개했다. 은밀한 해킹을 통한 정보 수집을 합리화하려는 심산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불법 해킹이 장려할 만한 행위일 순 없다. 그러나 천재 해커들의 프로그래밍 기술을 선용하면 정보산업 발전에 큰 기여를 할 수도 있다. 그런 맥락에서 지식경제부와 한국정보기술연구원이 추진한다는 ‘화이트 해커’ 선발 프로그램이 주목된다. 화이트 해커는 ‘선의의 목적을 가진 해커’를 가리킨다. 내로라하는 해킹 고수들 중에서 스마트폰 해킹사고에 대응하는 모바일 보안, 사이버 해킹과 물리적 산업 인프라에 타격을 입히려는 시도를 동시에 차단하는 융합 보안 등 6개 분야에서 6명을 뽑는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적 정보기술(IT) 강국이지만 보안 분야는 취약한 편이다. 반면 북한은 IT 인프라는 형편없지만 해커부대의 실력만은 위협적 수준이다. 북의 ‘붉은 해커’들이 우리의 군사시설과 원전 등 산업시설 교란을 겨냥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의 정예 ‘화이트 해커’들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우쭐’ 펠프스 ‘움찔’ 볼트

    ‘우쭐’ 펠프스 ‘움찔’ 볼트

    런던올림픽 개막을 25일 앞두고 스타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어떤 이는 최고의 컨디션을 뽐내며 금메달을 정조준하는가 하면, 어떤 이는 출전이 좌절돼 눈물을 짓기도 한다. 미국의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27)는 1일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올림픽 대표선발전 개인혼영 200m에서 맞수 라이언 록티(28)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며 생일을 자축했다. 펠프스는 이날 결선에서 1분54초84를 기록, 록티(1분54초93)를 0.09초차로 제치고 선발전 세 번째 맞대결에서 승리했다. 펠프스는 개인혼영 400m 결승에서는 록티에게 뒤져 2위로 출전 자격을 얻었지만 자유형 200m에 이어 개인혼영 200m에서도 록티를 제쳤다. 펠프스는 2일 접영 100m 결승에서 록티와 마지막 대결을 벌인다. 펠프스는 이번 대회 자유형 100m, 배영 200m는 출전을 포기했다. 최근 두 차례 올림픽에서 은메달만 거푸 땄던 미국의 육상스타 앨리슨 펠릭스(27)는 메달 색깔을 바꿀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펠릭스는 이날 오리건주 유진에서 열린 대표선발전 200m 결선에서 이 종목 역대 여섯 번째로 빠른 21초69로 우승했다. 개인 최고기록을 0.12초나 앞당긴 데다 팀 동료 사냐 리처즈 로스가 작성한 시즌 최고기록(22초09)을 0.6초나 단축하는 저력을 뽐냈다. 사상 첫 올림픽 출전을 노렸던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6·남아공)의 400m 출전 꿈은 일단 좌절됐다. 피스토리우스는 지난달 30일 베냉의 포트로노보에서 열린 아프리카 육상선수권대회 남자 400m 결선에서 45초52의 기록으로 2위를 차지했다. 런던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45초30의 A기준기록을 통과해야 하지만 0.22초 뒤처지고 말았다. 그러나 2일 발표되는 남아공의 1600m 계주팀 명단에 포함되면 런던올림픽 무대에 설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다. 마흔한 살에 네 번째 올림픽 무대에 출사표를 던진 재닛 에번스(미국)의 아름다운 도전 역시 실패로 돌아갔다. 에번스는 1일 미국 대표선발전 여자 자유형 800m 예선에서 9분01초59의 기록으로 3조 10명 중 9위, 전체 참가선수 65명 중 53위에 머물러 8명이 겨루는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영국의 태권도 스타로 남자 80㎏급 세계랭킹 1위인 에런 쿡(21)도 결국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게 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쿡은 영국올림픽위원회(BOA) 등과의 법적 다툼을 포기하기로 했다. 쿡은 “소송에 따른 큰 비용이 부담됐고 부모도 소송을 반대했다.”며 “조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은 내 태권도 인생의 정점일 수 있었다. 매우 비참한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영국태권도협회는 지난달 대표선발전에서 쿡 대신 세계랭킹 104위의 루탈로 무함마드(20)를 선발했다. 이번 대회 최고의 스타로 점쳐지는 우사인 볼트(26·자메이카) 역시 남자 육상 100m 2연패 가도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볼트는 지난달 30일 자메이카 킹스턴에서 열린 올림픽 대표선발전에서 개인 최고이자 세계기록인 9초58에 한참 못 미친 9초86에 그쳐 2위로 런던행 티켓을 따냈다. 1위는 지난해 대구 세계육상선수권에서 깜짝 우승한 요한 블레이크(23). 블레이크는 개인 최고기록을 0.07초나 앞당긴 9초75로 역대 네 번째 기록을 작성하며 런던에서의 뜨거운 대결을 예고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섹시한 한국춤 보신 적 있나요

    섹시한 한국춤 보신 적 있나요

    일상에서는 감정에 솔직한 귀여운 여인이다. 무대에서는 신기 어린 모습에 소름 끼치는 무녀가 된다. ‘솔(Soul) 해바라기’에서, ‘코리아 환타지’ 속 ‘기도’에서 그랬다. 때로는 위엄 넘치는 왕비로(‘명성황후’), 외롭고 한 많은 후궁으로(‘코리아 환타지’), 순수하면서도 애절한 규수로(‘춤, 춘향’) 거듭 변신한다. 16년간 국립무용단 수석무용수로 활동하면서 천의 얼굴을 보여 준 장현수(39)가 또 다른 모습을 끄집어낸다. 오는 27~29일 서울 남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올리는 ‘팜므파탈’에서다. 국립극장이 전속단체 예술인을 소개하고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국립극장 기획공연 시리즈로, 그가 6월의 주인공이다. 안무뿐 아니라 세트, 조명 등 무대 전반을, 그것도 대극장 공연으로 준비해야 하는 그에게 상황을 묻자 “구상대로 진행되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밝은 대답이 돌아온다. 그는 이미 ‘검은 꽃’, ‘사막의 붉은 달’, ‘춤놀이’ 등에서 안무 역량을 인정받았다. 이제 오랫동안 품었던, 대극장에서 내 작품을 올리고 싶다는 바람을 현실화하면 될 터. 물론 그게 가장 높은 관문이지만. “한 여인의 시간 여행이라는 흐름이 전체를 관통한다.”는 그는 “사랑스러운 소녀가 남성을 파멸로 이끄는 치명적인 아름다움의 팜므파탈로 변화하는 과정을 담았다.”면서 이야기를 술술 풀어냈다. 왜 ‘팜므파탈’일까. “무용극을 만들고 싶었고, 지금껏 드러내지 않았던 모습을 담길 원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도전과도 같은 무용극’이라는 접점에 팜므파탈의 이미지가 있었다. 공연은 총 3막으로, 그 안에 다양한 춤을 녹여냈다. 1막에서 신무용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다채로운 춤을 보여 준다. 살풀이와 물동이 춤, 탈춤의 일부분인 취바리 춤, 남녀의 솔로 춤, 여성의 관능미가 돋보이는 군무, 천도무 등이 녹아 있다. 3막은 무용극이다.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 ‘살로메’를 기초로 했다. 세례자 요한에게 사랑을 거절당하자 헤로데 왕을 부추겨 그를 죽이도록 한 내용이다. “타락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보여 주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는 그는 “이야기는 알기 쉽게 풀어가면서 한국적인 춤을 관능적이고 강렬한 안무로 구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무대가 독특하다. 요한을 감옥이 아니라 계단 위 수조에 가두고, 요한이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에서 계단에서 물이 흐르도록 했다. 계단에 앉은 살로메가 그 물을 맞으며 요한의 죽음을 깨닫고 광란의 춤을 춘다. 장현수가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이다.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1막)과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살로메’(3막)를 음악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1막과 3막을 이어주는 완충 역할로서 2막은 댄스컴퍼니 무이의 안무가 김성용이 준비한 현대무용이 들어간다. 장현수는 짐짓 비장한 표정으로 “어쩌면 평론가들이나 무용계 어르신들이 ‘저게 무슨 한국춤이냐’고 할지도 모를 일”이라고 했다. 그만큼 과감하게 그동안의 한국춤과 다른, 무엇인가를 보여 주려는 의지가 단단하다. “이번 공연은 일종의 시험대이기도 합니다. 제가 구상한 대로 나오면 희열을 느끼겠죠. 무엇보다도 그 희열이 관객에게도 전달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만점과 0점 사이 ‘홀리 모터스’

    만점과 0점 사이 ‘홀리 모터스’

    수수께끼의 사나이 오스카는 황혼에서 새벽까지 하나의 삶에서 또 다른 삶으로 옮겨다닌다. 대기업의 CEO에서 암살자, 거지, 광인, 가정적인 남자까지. 작품 속 배역을 연기하듯 하루 동안에도 전혀 다른 인생들을 살아낸다. 파리 곳곳을 훑고 다니는 오스카의 유일한 동반자는 셀린뿐. 셀린은 오스카가 각각의 배역(혹은 인생)에 걸맞은 모습으로 바뀌는 분장실이 달린 거대한 리무진을 몰고 다닌다. 동시에 하루에 9개의 인생을 살아내는 오스카의 비서 역할까지 한다. 프랑스 영화계의 총아였던 레오 카락스가 칸에 돌아온다는 소식은 많은 이들을 흥분시켰다. ‘홀리 모터스’는 ‘폴라X’ 이후 무려 13년 만에 선보이는 장편이다. ‘소년 소녀를 만나다’(1984), ‘나쁜 피’(1986), ‘퐁네프의 연인들’(1991) 등 문제작들을 쏟아내며 천재감독으로 불렸던 카락스도 어느새 52세가 됐다. 절망적인 사랑의 상처와 고통을 그려냈던 초기 작품과 달리 카락스는 삶에 대한 거대한 은유를 담아냈다. 삶이란(혹은 영화 창작이란) 끊임없이 가면이나 분장을 바꿔 가며 상황에 적응하는 것이라는 게 카락스의 생각인 듯하다.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된 22편 중 호불호가 이만큼 극명하게 엇갈린 작품도 없다. 스크린인터내셔널에서 평점 2점(4점 만점)을 받았다. 4점 만점을 준 평론가가 둘이지만, 0점을 준 매체도 있었다. 프랑스 내부의 평점을 취합하는 르 필름 프랑세에서는 15명 중 5명이 4점 만점을, 1명은 0점을 매겼다. 칸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45초30의 벽 앞에 선 블레이드 러너의 도전

    45초30의 벽 앞에 선 블레이드 러너의 도전

    ‘블레이드 러너’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6·남아공)의 아름다운 도전은 계속된다. 지난해 8월 장애인으로는 처음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출전, 잔잔한 감동을 안긴 그가 이제 런던올림픽이란 더 큰 목표를 향해 한 걸음을 뗀다. 피스토리우스는 다음 달 10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다이아몬드리그 아디다스 그랑프리 400m에 출전한다고 AP통신이 23일 전했다. 올림픽 본선 트랙을 밟으려면 다음 달 말까지 400m A기준기록(45초30)을 충족시켜야 하는데 마지막 도전에 나서는 것. 앞서 3일에는 오리건주 유진에서 벌어지는 다이아몬드 프리폰테인 클래식에서 몸을 푼다. 양쪽 무릎 아래가 없이 태어나 100% 탄소섬유로 만들어진 의족 ‘치타 플렉스 풋’을 신고 뛰는 피스토리우스는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에서는 맞수가 없는 절대 강자였다. 2004년 아테네패럴림픽 200m 금메달과 100m 동메달에 이어 2008년 베이징패럴림픽에서는 100·200·400m에서 금메달을 석권했다. 2007년부터 비장애인 대회에 출전하며 기량을 다져온 그의 당시 목표는 비장애인 올림픽 트랙을 달려보는 것이었다. 걸림돌은 의족이었다. IAAF가 “선수는 스프링이나 바퀴 등 도구의 도움을 받아서는 안 된다.”면서 그의 출전을 금지한 것. 피스토리우스는 이에 반발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설립한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소송을 제기해 끝내 “의족이 기록 향상에 이점이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없다.”는 판단을 받아냈다. 출전의 길이 열렸지만 이번에는 기록이 발목을 잡았다. 당시 400m A기준기록(45초 55)에 0.7초가 모자라 올림픽에 나서지 못한 것. 그 뒤에도 그는 굴하지 않고 런던올림픽을 목표로 더욱 열심히 훈련해 왔다. 지난해 대구에서는 400m 예선에서 45초39를 기록, 본선에 진출했다. 비장애인 틈바구니에서 밝은 표정으로 당당하게 내달리는 피스토리우스는 달구벌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그러나 준결선에서 46초19를 기록, 아쉽게 결선에 나서지 못했다. 이어 1600m계주 예선을 뛰고도 결선 트랙을 다른 동료에게 양보했다. 팀이 은메달을 차지하면서 피스토리우스 역시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 아디다스 그랑프리에서 5위에 그쳤던 피스토리우스는 23일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대회에서 첫 세계선수권 출전을 위한 좋은 경험을 했다. 올해 역시 이곳에서 올림픽으로 가기 위한 여정을 시작할 것”이라며 “나는 큰 경기에 강하고, 시즌이 지날수록 점점 기록이 단축되기 때문에 (기준기록 통과도) 자신 있다.”고 밝혔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몰려오는 전설, 설레는 음악 팬

    몰려오는 전설, 설레는 음악 팬

    ‘지름신’이 강림하기에 딱 좋은 때다. 5월에 내한 공연을 하는 굵직굵직한 외국 뮤지션만 10개 팀을 훌쩍 넘는다. 1961년 데뷔한 ‘보사노바의 제왕’ 세르지오 멘데스(71)부터 2004년 1집을 발표한 여성 싱어송라이터 레이철 야마가타(35)까지 세대를 넘나든다. 브라질과 미국, 영국, 일본 등 국적도 제각각이다. 록은 물론 재즈, 리듬앤드블루스(R&B), 솔, 포크 등 장르도 다양하다. 복고 열풍에 숟가락을 얹어보려는 얄팍한 공연 기획도 눈에 띄지만 어쨌든 전설을 만날 수 있다는 건 축복이다. ●‘보사노바 제왕’ 멘데스 등 록·R&B·포크 등 장르별 거장 방한 오는 8일 한국 팬과 만나는 최고참은 멘데스다. 그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건 1962년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열린 ‘보사노바 페스티벌’이다. 21세이던 멘데스는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 주앙 지우베르투, 지우베르투 지우, 스탠 게츠 등과 함께 뉴욕 재즈계에 브라질 열풍을 일으켰다. 추억을 뜯어 먹고 사는 건 그와 어울리지 않는다. 2006년에는 블랙 아이드 피스와 함께 자신의 명곡 ‘마스 케 나다’를 다시 녹음했고 지난해에는 애니메이션 ‘리오’의 음악감독을 맡는 등 여전히 현역이다. 1970~80년대 절규하는 목소리로 강호를 평정했던 보니 타일러는 12~13일 33년 만에 내한 공연을 한다.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리오 세이어, 맨하탄스와 함께 무대를 꾸민다. 1984년 빌보드 싱글차트 10주 연속 1위를 달리던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를 밀어낸 록발라드 ‘토탈 이클립스 오브 더 하트’, 댄스곡의 고전 ‘홀딩 아웃 포 어 히어로’, ‘이츠 하트에이크’를 라이브로 들어볼 기회다. ●‘슈퍼밴드’ EWF·재즈기타 벤슨, 서울재즈페스티벌 무대에 19~20일 열리는 서울재즈페스티벌 진용은 음악 팬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슈퍼밴드’란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42년 관록의 어스 윈드 앤드 파이어(EWF)가 눈에 띈다. 솔과 재즈, R&B, 펑크, 록을 넘나드는 고수들이 뭉친 EWF는 앨범 판매량만 9000만장에 이른다. 로큰롤 명예의 전당, 보컬 그룹 명예의 전당, 작곡가 명예의 전당에 모조리 이름을 올렸다. 완벽한 연주에 덧입혀진 필립 베일리의 팔세토 창법과 모리스 화이트의 테너 창법은 그들의 전매특허다. 같은 페스티벌에 출연하는 조지 벤슨에게 군침을 흘릴 관객도 줄을 섰다. ‘그레이티스트 러브 오브 올’ ‘나싱스 고너 체인지 마이 러브 포 유’ ‘디스 매스커레이드’를 애절하게 불러 젖히는 명가수이기 전에 벤슨은 재즈기타리스트로 먼저 이름을 얻었다. 2002년 그의 첫 내한 공연을 지켜본 많은 기타리스트가 감동과 좌절을 맛봤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1970년대를 풍미했던 칙 코리아가 이끄는 퓨전재즈 밴드 ‘리턴 투 포에버’에 불과 19세의 나이로 합류했던 천재 기타리스트 알디 메올라도 기대된다. 현란한, 때론 광폭한 속주 기타로 먼저 명성을 얻었지만 1980년대 들어 속주 속에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애상을 담았다. ●노엘 공연 이틀 모두 매진… 팝가수 야마가타 16일부터 전국 투어 영국 록음악의 아이콘 모리세이는 6일 한국을 찾는다. 1980년대에 짧지만 굵은 발자취를 남긴 4인조 밴드 더 스미스의 보컬과 작사를 담당했던 이가 모리세이다. 버브, 라디오 헤드, 블러, 킬러스 등 영국 밴드의 음악적 스승이자 오스카 와일드와 예이츠의 영향을 받은 시적인 가사로 ‘브릿팝의 셰익스피어’란 별명도 얻었다. 비틀스 이후 가장 성공한 영국 밴드라는 오아시스의 ‘대장’ 노엘 갤러거는 28~29일 공연한다. 솔로 가수 노엘에 대한 한국 팬의 기대치는 순식간에 이틀 공연 티켓을 모두 매진시켰다. 고소와 육탄전을 일삼던, 전 세계에서 가장 시끄러운 형제 음악인 노엘과 리엄 갤러거의 오아시스는 2009년 해체됐지만 팬들의 그리움은 더욱 커진 모양이다. 오아시스의 작사·작곡·편곡·보컬을 도맡았던 사람이 바로 노엘인 만큼 오아시스 팬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다. 지난 2월 내한 때 팬들이 티켓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른 사실을 알고 있는 레이철 야마가타는 팝가수로는 보기 드물게 전국 투어를 진행한다. 16~20일 대구와 대전, 서울, 부산에서 공연한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암흑물질’ 1분에 1개꼴 인체 충돌…영향은?

    암흑물질 검출 실험에서 인체에는 평균 1분에 1개의 암흑물질 입자가 충돌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25일 미국 내셔널지오그래픽뉴스가 전했다. 암흑물질은 빛에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은하 및 은하단 등에서 중력의 영향으로 관측되기 때문에 우주에는 이 수수께끼의 물질이 80% 이상 차지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금까지 암흑물질을 구성하는 입자가 특별히 정해진 바는 없으나 가장 유력한 후보는 윔프(WIMP·Weakly Interacting Massive Particles)라 불리는 입자 그룹이다. 윔프는 ‘일반 물질과 전자기적인 상호작용이 거의 없는 무거운 입자들’을 지칭한다.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중입자(바리온)라는 일반 물질에 대해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인체를 포함한 우주 대부분의 물질을 통과해 버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정한 질량을 가진 윔프는 때때로 원자핵과 충돌할 수 있으며 그 충돌은 지금까지의 생각보다 자주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 연구를 이끈 미시간대 미시간이론물리센터의 천체물리학자 캐서린 프리즈 교수는 “이전에는 윔프가 인체 내의 원자핵과 부딪힐 확률이 일생에 1번 정도로 생각했지만, 이번 연구 결과 1분마다 충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론에 의하면 윔프는 다른 물질과 마찬가지로 우주의 탄생인 빅뱅 당시 생성됐다. 일반 물질과는 거의 상호작용하지 않지만 윔프끼리 충돌하면 모두 소멸하고 모든 질량은 에너지로 변한다. 연구에 참여한 스웨덴 스톡홀름대 오스카클라인센터 연구원 크리스토퍼 세비지는 “우주가 (팽창한 뒤) 식을 때 (윔프는) 매우 광범위하게 퍼져 더이상 소멸하지 않고 단지 그 위치에 갇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험 모델을 따르면 현재 지구와 인류는 초당 수십억 개의 윔프 내에 빠져 있다. 게르마늄 결정 등의 특정 물질에 윔프가 충돌할 확률과 그 충돌에서 발생하는 에너지의 양에 따라 윔프를 검출하는 실험이 몇 가지 고안되고 있다. 이번 실험에서도 연구진은 이런 계산 방법을 이용해 여러 종류의 윔프 질량과 수를 조사해 그 입자가 인체에 많이 들어있는 원자핵과 얼마나 자주 상호작용할지를 추산했다. 이에 대해 세비지는 “계산 방법은 있지만 실제로 인체를 대상으로 실험할 수 는 없었다.”고 말했다. 추산 결과, 산소와 수소는 비교적 윔프와 충돌하기 쉬운 것으로 나타났다. 인체는 많은 물(H₂0)을 포함하기 때문에 윔프와 상호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600억 전자볼트(60GeV, 1GeV=양성자 1개의 질량에 갇혀있는 에너지)의 질량인 무거운 윔프는 몸무게 70kg의 인체에 포함되는 원자핵으로 매년 약 10개가 부딪힌다. 그런데 질량이 10~20GeV인 비교적 가벼운 윔프는 평균적인 인체의 원자핵에 매년 10만 개 단위로 충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상호작용이 약하다는 것은 윔프가 부딪혀도 인체에 큰 위험은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윔프끼리 충돌하면 소멸시 매우 큰 에너지 반응이 일어난다. 프리즈 교수는 “각각 양성자 100배의 질량을 가진 윔프끼리 충돌하면 양성자 질량의 200배 이상의 에너지가 발생한다. 이는 상당한 에너지”라고 말했다. 이어 “윔프가 인체 내에서 소멸하면 인체에 좋지 않으며 돌연변이의 원인이 될 수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9일 논문 초고 등록사이트 아카이브(arXiv.org)를 통해 공개된 이번 연구 결과는 물리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미국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도 게재될 예정이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올 9급 공무원 시험, 왜 그리 쉽게냈나 했더니

    올 9급 공무원 시험, 왜 그리 쉽게냈나 했더니

    지난 7일 전국 194개 시험장에서 국가직 9급 공채 필기시험이 치러졌다. 지원자 15만 7000여명 가운데 72%인 11만 3000여명이 응시했다. 지난해(73.3%)보다 조금 낮아진 72.0% 응시율이었다. 출제수준은 대체로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더 쉬웠다는 것이 수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내년부터 일부 시험과목이 선택과목으로 바뀌기 때문에, 출제 측이 문제유형·난이도에 변화를 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공무원단기학교(학원)와 함께 ‘인책형’ 문제지를 기준으로 과목별 주요 경향과 눈에 띄는 문제를 짚어봤다. 국어, 어문규정·어휘 문제 11개 출제 국어는 한자 독음이나 표기 등 한자 문제가 많이 출제되지 않았고, 수험생들이 까다로워하는 고전문학 작품이 한 문제도 출제되지 않아 난도가 낮았다는 평이다. 김영준 강사는 “기본서를 중심으로 착실히 준비했다면 2문제 이상 틀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역별로 어문 규정 7문항, 어휘 4문항이 출제되었고, 비문학은 5문항, 문학은 4문항이 출제되었다. 어문 규정에서는 9번이 대표적이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틀릴 수 있는 부분인데, ‘죄다’에 연결어미 ‘-어’를 연결하면 ‘죄여’가 아니라 ‘죄어’가 맞다. 10번의 사전 등재순서 역시 무조건 내는 문제로, 모음의 순서에서 ‘ㅘ-ㅙ-ㅚ’, ‘ㅝ-ㅞ-ㅟ’의 순서만 알면 풀 수 있다. 17번은 어휘 영역문제다. ①견마지로 ②읍참마속 ③풍수지탄 ④불치하문 등의 보기가 제시됐다. 보기②의 ‘조직의 발전을 위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감싸 안아줘요.’가 틀린 사용으로, 읍참마속은 ‘큰 목적을 위해 자기가 아끼는 사람을 버린다.’는 뜻으로 ‘감싸 안아’줄 때 사용할 수 없다. 13, 14번은 한용운의 ‘나룻배와 행인’, 김수영의 ‘눈’ 등 운문 문제다. 한용운, 정지용, 김소월, 백석, 신동엽, 김수영 등 출제 가능성이 큰 작품은 평소 잘 정리해 둬야 한다. 영어, 어휘수준 높아져 영어는 영역별로 어휘 4문항, 생활영어 2문항, 문법 및 영작 4문항, 독해 10문항으로 출제됐다. 어휘 수준이 높은 문제들도 눈에 띈다. 난이도는 평이했다. 1번은 complacent(자기만족의)라는 어휘의 뜻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유의어를 찾는 이 문제의 답은 ‘self-satisfied’다. 3번의 ‘pass on’, ‘snuff the candle’, ‘go aloft’ 등 ‘죽다.’는 뜻이 있는 숙어를 제시했다. 이들의 뜻을 물어 빈칸을 채우는 이 문제의 답은 ‘death’다. 8번 영작문제는 ‘with와 by’라는 전치사의 쓰임을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벽돌로 유리창을 깨다.’라고 하려면 ‘smash a window with a brick’이라고 해야 한다. 독해는 대체로 평이했으나, 오스카 와일드의 명언으로 시작, 빈칸을 추론하는 14번 문제는 비교적 어려운 문제로 꼽혔다. 한국사, 문화사·정치사 출제비중 높아 한국사는 주제별로는 고대 사회의 발전과 근대 사회의 태동 시기 부분에서, 분야별로는 문화사·정치사 부분에서 많이 출제됐다. 강민성 강사는 “이해만 하면 쉽게 풀 수 있는 문제가 대부분이었다.”고 평가했다. 10번 이동휘와 관련된 문제는 가장 어려운 문제로 꼽힌다. 보기 ③의 ‘대동보국단을 조직하고 진단이라는 잡지를 발간한 사람’은 박은식·신규식이다. 8번 다산 정약용 당시 농민들의 실태에 대한 문제로 최근 자주 출제되고 있다. 조선 후기에는 양반은 늘고 상민과 노비가 줄어들었다는 특징이 있다. 18번 조선후기 과학문화에 대한 문제는 실수를 유도하는 문제다. 보기 ②번 지석영은 종두법을 최초로 ‘소개’한 인물이 아니라 ‘실시’한 인물이다. 행정학, 정부 조직 관련 암기문제 3문제 행정학개론에서는 정부 조직이나 법과 관련한 문제가 예년보다 많았다. 정부 산하 기관의 조직도와 각 기관의 기능에 대한 암기 문제도 총 20문항 가운데 3문제나 출제됐다. 1번은 국무총리 소속기관이 아닌 것을 고르는 문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대통령 소속기관이다. 9번은 ‘공기업 평가’가 ‘국무총리실’이 아닌 ‘기획재정부’의 기능인 점을 알아야 풀 수 있다. 11번은 기구와 그 법적근거의 연결을 고르는 문제다. 보조사업평가단은 ‘지방공기업법’이 아닌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에 근거한 기구다. 4, 5, 12번 문제는 여러 이론에 대한 지식을 응용해야 풀 수 있는 문제다. 행정법, 판례 문제 80% 행정법총론은 이번에도 판례문제가 대다수인 80%정도 출제됐다. 12번은 2010년 개정된 ‘행정심판법’의 주요 개정 내용을 묻는 문제다. 이 법으로 행정심판위원회의 결정에 이의신청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15번은 행정형벌에 대한 문제다. 의료법 제87조의 규정을 예시로 들었다. 면허증 대여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고, 위반자의 고의 또는 과실이 있어야 행정형벌에 처할 수 있다. 전효진 강사는 “행정법총론의 기본 쟁점을 이해하고, 중요 법령의 조문과 판례를 숙지하는 것이 가장 좋은 공부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내년부터 9급 공무원 시험 선택과목으로 포함되는 사회·과학·수학 과목의 출제범위 및 해당되는 직렬을 오는 13일 발표할 예정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내년 9급 공무원 시험에 응시할 수험생들의 수험기간 등 편의를 고려해 대략적인 시험범위를 일찍 결정해 발표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오스카 품은 ‘철의 여인’ 뜨거운 눈물

    ‘철의 여인’의 메릴 스트리프가 제84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생애 3번째 오스카를 거머쥐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하이랜드센터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의 영예를 안은 그녀는 수상 직후 “앞으로 여기서 다시 수상을 못 할 것 같으니 모든 분께 감사의 말을 드리고 싶다. 내겐 정말 영광이다. 이렇게 기쁨을 누릴 수 있게 해 줘서 감사하다.”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스트리프 “세 번째이자 마지막 오스카” 무려 17번이나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연기파 여배우 메릴 스트리프는 “내게 가치 있는 기쁨을 주고 믿어준 남편 톤과 37년간 함께 일한 스타일리스트에게 감사한다.”면서 “함께 영화를 만들면서 누렸던 것에 대해 나의 친구분들 모두에게 가슴 깊이 우러나는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철의 여인’은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인 마거릿 대처의 삶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대처 역을 맡은 메릴 스트리프는 외모도 대처와 흡사할 뿐만 아니라 완벽한 연기를 선보여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내며일찌감치 유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돼 왔다. ●‘男조연상’ 82세 플러머 최고령 수상자에 ‘비기너스’의 크리스토퍼 플러머와 ‘헬프’의 옥타비아 스펜서가 각각 남녀 조연상을 안았다. 이는 한달 전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결과와도 일치했다. 두 명의 수상자가 발표되자 객석에서는 기립 박수로 화답했다. 특히 올해 82세인 플러머는 역대 아카데미 최고령 수상자로 기록됐다. ‘비기너스’에서 뒤늦게 게이임을 고백한 아버지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쳐 호평받았던 그는 수상 직후 “오스카가 나보다 2살 많을 뿐”이라며 “내 평생 오스카를 찾아다녔는데 이제야 나타나느냐.”며 감격적인 수상 소감을 밝혔다. 생애 첫 번째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스펜서는 “동료와 가족들에게 감사한다.”면서 눈물의 수상 소감을 전했다. 이어 “‘헬프’를 함께 찍었던 동료와 감독, 특히 제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어 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영화 ‘헬프’에서 주인집 화장실을 썼다는 황당한 이유로 쫓겨난 가정부 역을 맡아 열연한 그녀는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출연도 확정지어 국내 영화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각본상 부문에서 16번이나 후보에 올랐던 우디 앨런 감독은 ‘미드나잇 인 파리’로 또다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애니홀’(1977) ‘한나와 그 자매들’(1986)에 이어 세 번째다. 테런스 맬릭 감독과 더불어 아카데미 측과는 데면데면한 것으로 유명한 앨런은 이번에도 시상식에 불참했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머니볼’ ‘휴고’ ‘디 아이즈 오브 마치’ 등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둔 영화들이 어느 해보다 많아 올 아카데미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로 각색상이 꼽혔다. 알렉산더 페인 감독이 2005년 ‘사이드웨이’에 이어 ‘디센던트’로 두 번째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각색상’ 알렉산더 페인 감독 두 번째 영예 지난해 베를린영화제의 주요 부문을 석권했던 아스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는 이란 영화로는 처음으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장편애니메이션상은 고어 버빈스키의 ‘랭고’가 ‘쿵푸팬더 2’ ‘장화신은 고양이’ ‘치코와 리타’를 따돌렸다. 임일영·이은주기자 argus@seoul.co.kr ■ 영광의 얼굴 ▲작품상 아티스트 ▲감독상 미셸 하자나비시우스(아티스트) ▲남우주연상 장 뒤자르댕(아티스트) ▲여우주연상 메릴 스트리프(철의 여인) ▲각본상 우디 앨런(미드나잇 인 파리) ▲각색상 알렉산더 페인 외 2명(디센던트) ▲여우조연상 옥타비아 스펜서(헬프) ▲남우조연상 크리스토퍼 플러머(비기너스) ▲촬영상 로버트 리처드슨(휴고) ▲미술상 단테 페레티 외 1명(휴고) ▲의상상 마크 브리지스(아티스트) ▲분장상 마크 쿨리어 외 1명(철의 여인) ▲외국어영화상 아스가르 파르하디(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단편영화작품상 더 쇼어(테리 조지 외 1명) ▲편집상 커크 백스터 외 1명(밀레니엄) ▲음향편집상 필립 스톡턴 외 1명(휴고) ▲음향상 톰 플레이시먼 외 1명(휴고) ▲시각효과상 롭 레가토 외 3명(휴고) ▲장편다큐멘터리상 언디피티드(대니얼 린지 외 2명) ▲단편다큐멘터리상 세이빙 페이스(대니얼 준지 외 1명) ▲장편애니메이션상 랭고(고어 버빈스키) ▲단편애니메이션상 미스터 레스모어의 환상적인 책 여행(윌리엄 조이스 외 1명) ▲주제가상 브렛 메켄지(더 머펫) ▲음악상 루도빅 바우스(아티스트)
  • 佛 무성영화 ‘아티스트’ 오스카 휩쓴 까닭은

    佛 무성영화 ‘아티스트’ 오스카 휩쓴 까닭은

    26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할리우드&하이랜드센터에서 열린 제84회 아카데미시상식의 주인공은 흑백 무성영화 ‘아티스트’였다. 아카데미의 ‘빅5’(작품·감독·남우주연·여우주연·각본상) 중 알짜배기에 해당하는 작품상과 감독상(미셸 하자나비시우스), 남우주연상(장 뒤자르댕)을 거머쥐었다. 음악상, 의상상까지 더하면 5개 부문을 석권한 것. 지난해 11월 말 미국 개봉 당시 고작 4개 극장에 걸렸던 제작비 1500만 달러짜리 영화는 전 세계에서 7654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깜짝 흥행을 기록했다. 뒷심의 정체는 뭘까. 무성영화가 종언을 고하고 유성영화가 등장하는 1920년대 후반 무성영화 톱스타가 겪는 박탈과 새 희망을 그린 ‘아티스트’에는, 배우의 목소리도 없고 스타도 나오지 않는다. 컴퓨터그래픽(CG)과 3차원(3D) 영화에 익숙해진 지금의 관객에겐 낯설고 불편할 것이란 걱정이 있었다. 하지만 기우였다. 최근 할리우드에 불고 있는 ‘복고’, ‘향수’란 2대 코드와도 맞아떨어진 ‘아티스트’는 올 아카데미 11개 부문 후보에 오르고도 촬영상 등 기술 분야 5개 부문 수상에 그친 마틴 스코세이지의 ‘휴고’를 압도했다. 허를 찌른 ‘아티스트’의 습격이 생뚱맞을 건 없다. 선정에 참가하는 5765명 중 94%가 백인, 77%가 남성이며 평균 연령이 62세에 이를 만큼 아카데미 회원들은 편파적이고 보수적인 집단이다. 흑인, 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게 보이는 배타성에 대해 비난받자 근래 들어 색깔을 감췄다.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와 의식적으로 거리를 뒀다. 최근 작품상 수상작 중 ‘킹스 스피치’(2010), ‘슬럼독 밀리어네어’(2008)는 영국 영화다. ‘허트 로커’(2008)는 미국의 이라크 파병을 건드린 여성감독의 독립영화다. ‘아티스트’는 배급만 미국 회사(와인스타인컴퍼니)가 했을 뿐 감독과 주요 배우, 스태프 등은 대부분 프랑스 국적이다. 아카데미의 탈(脫)할리우드 행보를 보여 주는 데 안성맞춤인 셈이다. ‘아티스트’는 아카데미의 입맛에 들어맞는 주제의식까지 있다. 이 작품의 매력은 1세기 동안 ‘영화’라는 매체가 왜 그토록 많은 사랑을 받았는지를 집약적으로 보여 주는 데 있다. 첨단기술과 거대자본의 효과는 ‘양념’에 해당한다. 결국 이야기의 즐거움과 그 안에서 삶의 가치를 발견하는 과정이야말로 영화관을 찾는 목적일 텐데 이런 주제의식을 ‘아티스트’는 되새김질해 낸다. 아카데미와 무성영화의 인연도 흥미롭다. 유성영화가 등장한 2년 뒤인 1929년 출범한 아카데미시상식은 초기에 무성영화를 수상작에서 배제한 탓에 찰리 채플린 등 무성 영화인들의 반발을 샀다. 뒤늦게 흑백 무성영화 ‘아티스트’의 손을 들어 준 셈이다. 이용철 영화평론가는 “사실상 외국영화인 ‘아티스트’에 주요 부문 수상을 안긴 건 작품 자체의 가치도 있겠지만 유럽영화이면서도 미국영화를 가장 영화답게 보여 줬다는 측면을 노회한 아카데미 회원들이 높게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영화들이 놓치고 있던, 영화가 가장 순수했던 순간을 ‘아티스트’는 짚어냈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한국에서 개봉한 ‘아티스트’는 27일까지 4만 9000여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와이드릴리즈(대규모 개봉)의 승산이 없을 것으로 보고 예술영화관을 중심으로 소규모 개봉했기 때문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들을 준비가 잘돼 있어야 좋은 연주자”

    “들을 준비가 잘돼 있어야 좋은 연주자”

    어머니는 피아노 선생님, 아버지는 제법 유명한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였다. 그 피가 어디 가겠는가. 세 살 꼬마는 텔레비전에서 들은 멜로디를 피아노로 정확하게 재현해 냈다. 러시아 이르쿠츠크 시골에서 아버지 손에 이끌려 피아노를 배우던 소년은 15세가 되고서야 모스크바의 중앙특별음악학교에서 전문적인 수업을 들었다. 그리고 23세에 참가한 차이콥스키 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머쥐면서 단박에 클래식 종사자와 애호가의 귀를 사로잡았다. ●27일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와 협연 190㎝의 껑충한 키와 당당한 체구, 아무리 복잡하고 난해한 대목도 편안하고 능숙하게 처리해내는 초절기교의 소유자인 피아니스트 데니스 마추예프(38)의 얘기다. 오는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지휘하는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LSO)와 협연하는 마추예프를 이메일로 만났다. 강한 카리스마, 압도적인 파워와 기교로 객석을 녹아웃시키는 ‘슈퍼맨형’ 연주자 마추예프는 유독 한국과 인연이 깊다. 1995년 첫 내한 공연을 시작으로 9차례 무대에 올랐다. 10번째 한국 공연에서 마추예프는 “생각만 해도 심장이 요동친다.”는 러시아 작곡가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협주곡 3번을 들려준다. 그는 “(이 곡 연주는) 청중과 연주자 모두에게 영광스러운 일”이라면서 “서울 공연에서 클래식의 새로운 면모를 그려보게 될 테니 믿고 오시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는 남다른 재즈 사랑으로도 유명하다. 아이팟에는 재즈 피아니스트 오스카 피터슨(1925~2007)과 아트 테이텀(1909~1956)의 연주를 담아 놓고 듣는다고 한다. 그는 “클래식 음악이 내 아내라면, 재즈는 내 사랑”이라면서 “앙코르로 재즈곡을 연주하기 좋아한다. (이번 공연에서도) 기대해보라.”고 말했다. 음악가 집안에 태어나 엘리트 코스를 거친 그이지만 어린 시절에는 축구와 하키에 미쳤다. 피아니스트에게 치명적인 팔 골절도 세 차례 겪었다. “축구랑 하키는 웬만한 선수 실력은 됐다. 모스크바로 이사를 할 무렵 직접 하는 건 관뒀지만 경기를 보는 일은 여전히 날 흥분시킨다. 사실 클래식과 스포츠는 꽤나 비슷하다. 둘 다 수많은 경쟁 속에 있다.” 음악가지만 승부사 기질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클래식은 내 아내, 재즈는 내 사랑” 어린 음악도를 위한 조언을 부탁했더니 “어떻게 답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 내가 알았다면 책을 쓰지 않았을까.”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난 한 번도 연습을 많이 한다고 떠벌려 본 적이 없다. 물려받은 재능 덕이겠지만 피아노 앞에 두 시간 이상 앉아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겸손한 척하지 않는 게 외려 그답다. 또한 “훌륭한 연주자가 되는 비법은 없다. 다만 들을 준비가 돼 있다면 좋은 연주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마추예프는 전 세계에서 인기 있는 연주자 중 하나일 뿐 아니라 고향 이르쿠츠크의 바이칼 호수 별 축제와 모스크바의 크레센도 축제의 예술감독도 맡고 있다. 그는 “소련이 붕괴했을 때 이민을 권유하는 유혹이 많았다. 하지만 피아니스트 니콜라이 페트로프(1943~2011)는 ‘내 심장은 조국에 있고, 조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날 아프게 만든다’며 날 붙잡았다. 복잡한 일을 처리해야 하는 예술감독을 맡은 이유는 오로지 애국심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95년 첫 내한 공연… 10번째 무대 기대 한편 27일 공연에서 LSO는 차이콥스키의 ‘로미오와 줄리엣’ 서곡,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5번을 들려준다. 28일에는 쇼스타코비치의 바이올린협주곡 1번(사라 장 협연)과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6번 ‘비창’ 등을 연주한다. 6만~35만원. (02)599-5743.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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