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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獨, 메르켈 후계자 못 찾으면… EU 리더십마저 흔들린다

    獨, 메르켈 후계자 못 찾으면… EU 리더십마저 흔들린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축제인 ‘로즈 먼데이’ 카니발 등 독일 유명 축제의 단골손님은 바로 ‘유럽의 거물’ 앙겔라 메르켈 총리다. 카니발 퍼레이드를 장식하는 기상천외한 각종 정치 풍자 조형물 가운데 메르켈 총리를 주제로 한 작품들은 빠짐없이 나오기 때문이다. 자녀와 같이 보기 민망한 스트립걸로 여성 정치인을 묘사한 조형물을 보면 우리나라의 정치 풍자물은 차라리 점잖다는 생각마저 든다. BBC는 최근 보도에서 “올해 카니발은 메르켈이 수치심을 견뎌야 할 마지막 축제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2021년에 임기를 마친 뒤 명예롭게 은퇴할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권 기독민주당에 닥친 연이은 위기로 메르켈의 ‘아름다운 퇴장’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극우에 치이고 좌파에 치이고 지난 2월 초 독일 정가는 튀링겐주 총리 선출 과정에서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몰표를 받아 총리가 탄생하며 발칵 뒤집혔다. 이 과정에서 기민당과 ‘신나치 정당’인 AfD가 한배를 탄 모습이 연출되며 메르켈 총리와 기민당 지도부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기성 정당들은 극우 정당과는 협력하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룰이 깨진 셈이 됐기 때문이다. 이에 책임을 지고 메르켈이 자신의 후임으로 직접 점찍었던 아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워 기민당 대표가 차기 총리 후보에 불출마할 뜻을 밝히며 다시 한번 독일 정가의 불확실성은 커졌다. 그동안 메르켈은 당권과 총리 권력을 분리시켜왔다. 이 같은 그의 방침이 크람프카렌바워의 당내 위상을 위축시켜온 가운데 AfD가 집권당의 권력구도까지 뒤흔들자 메르켈의 리더십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런 가운데 독일의 소도시 하나우에서 인종차별주의자의 총격사건이 벌어지며 독일 사회의 분위기는 한층 뒤숭숭해졌다.이 같은 소요 속에 같은 달 23일 치러진 함부르크 지방선거에서 기민당은 3위를 기록하며 다시 한번 충격을 받았다. 중도 좌파 성향의 사민당이 39%의 득표율로 1위를, 환경 정당인 녹색당은 2위(24.2%)를 차지하는 등 진보 진영이 크게 선전한 반면 기민당은 11.2%를 얻어 2차 세계대전 이래 최악의 성적표를 받게 됐다. AfD도 5% 지지를 넘지 못해 주의회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다. 외신들은 기후변화 이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진 것과 앞서 극우주의자의 총격 사건에 따른 위기감이 사민당과 녹색당을 지지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극우정치의 부상과 크람프카렌바워의 총리 불출마 선언, 극우 테러 사건, 함부르크 선거 패배 등 일련의 사건들은 기민당의 향후 노선을 놓고 깊은 고민에 빠지게 했다. 반이민 정서 등 독일을 비롯한 유럽사회의 우경화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중도·좌파정당들의 함부르크 선거 승리는 기민당에 정반대의 신호를 준 셈이 됐기 때문이다. 함부르크 지방선거는 올해 독일에서 유일하게 치러지는 선거라는 점에서 정치권으로서는 민심을 확인할 유일한 기회였다. 가디언은 함부르크 선거 결과를 보도하며 “메르켈의 그늘을 벗어나는 길이 중도 노선을 고수하는 것인지, ‘우클릭’을 하는 것인지 고심하고 있는 기민당에 (함부르크 같은) 도시 유권자들의 외면을 받은 결과는 또 다른 고민거리를 줬다”고 진단했다. ●조기 전대 카드로 위기 돌파할까 함부르크 선거 참패 이후 기민당은 당대표 선거 조기 개최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당초 8월쯤 개최하기로 했지만, 연이은 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4월 25일로 일정을 앞당긴 것이다. 현재 거론되는 후보군은 모두 중년 남성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일단 초반 판세는 아르민 라셰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NRW) 총리와 프리드리히 메르츠 전 기민당 원내대표 등이 선두에 선 모양새다. 라셰트 주총리는 메르켈 시대의 계승을 표방하는 중도·온건파 후보다. “메르켈 시대와 거리를 두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던 그는 출마선언을 하며 최근 총격사건을 의식한 듯 “독일 내 유대인과 이민자 공동체들이 느끼고 있는 두려움을 해결하는 것이 향후 기민당의 중심 임무가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실제 그의 난민 공약은 메르켈의 현 정책과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라셰트에 이어 곧바로 출마선언을 한 메르츠 전 원내대표는 메르켈 총리의 중도 행보에 반발해 돌아선 옛 기민당 지지자들을 되찾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밝힐 만큼 우파 성향이 강한 인사로 꼽힌다. 메르츠는 2018년 12월 당 대표 선거에서 메르켈이 지원한 크람프카렌바워에게 고배를 마신 바 있어 이번 선거를 통해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다. 오스카 니더마이어 베를린자유대 정치학 교수는 BBC에 “기민당을 지지하는 민초들은 메르츠를 선호하고 있으며, 현재 모든 여론조사에서도 그가 앞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반(反)메르켈파’로 유명한 노르베르트 뢰트겐 연방하원 외교외원장 등도 잠재적인 후보군으로 꼽힌다. 2009~2012년 환경부 장관을 지낸 그는 2012년 NRW 선거 패배의 책임을 물어 메르켈로부터 해임된 바 있다. 메르켈에 비판적인 인사이지만, 당 안팎의 지분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옌스 슈판 보건부 장관도 유력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혔지만, 그는 당권 경쟁에 나서지 않는 대신 라셰트를 지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실상 당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그는 대표직보다는 부대표직에 마음을 두고 있다는 후문이다. 라셰트와 메르츠 간 2파전 양상은 앞서 함부르크 선거 이후 제기됐던 당내 노선 투쟁의 대리전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18년간 기민당 대표를 지냈고, 15년째 총리로 독일을 이끌어온 메르켈 총리의 존재감을 당장 뛰어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EU) 전문매체 EU옵서버는 독일 측 관계자의 전언을 인용해 “유럽에 대한 차기 독일 정부의 영향력은 메르켈의 그것보다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독일이 살아야 유럽이 산다 더불어 메르켈과 기민당의 위기는 비단 독일 정치만의 위기가 아니다. 프랑스와 함께 EU의 양대 축을 맡고 있는 독일의 내부 문제는 주변 국가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독일은 올해 하반기부터 EU 순회의장국을 맡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후속 협상과 10년간 1조 유로(약 1조 3333억원)가 투입되는 기후대응정책인 ‘EU 그린딜’과 같은 의제를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다. 독일의 리더십 위기가 사실상 EU의 리더십까지 표류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가디언은 “독일 원로정치인들은 기민당 지도부가 오는 여름까지 현재 문제를 방치하면 EU의 업무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독일 정치의 위기로 프랑스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EU 내 영향력이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독일의 도움 없이 프랑스 혼자 EU의 난제들을 책임질 수 있다고 자신하기도 어렵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베를린의 ‘헤비급 파트너’(독일 총리)가 없다면 마크롱은 홀로 고군분투해야 할 것”이라며 “기민당의 부활과 메르켈의 훌륭한 후계자를 찾는 것은 독일뿐만 아니라 유럽 전체 입장에서도 필수적인 일”이라고 진단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장난감계 ‘기생충’” 아기상어 댄스, 유튜브 역대 조회수 2위

    “장난감계 ‘기생충’” 아기상어 댄스, 유튜브 역대 조회수 2위

    국내 교육 분야 스타트업 스마트스터디가 만든 동요 ‘상어가족’ 영상 ‘아기상어 댄스’ 영문 버전이 유튜브에 오른 모든 콘텐츠 중 두 번째로 많이 재생된 영상이 됐다. 2일 스마트스터디는 ‘아기상어 댄스’(Baby Shark Dance) 영문 버전 영상이 이날 오전 8시 기준 조회수 약 46억6천864만회로 역대 유튜브 최다 조회 영상 2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이 영상은 스마트스터디가 유아교육 콘텐츠 ‘핑크퐁’을 통해 내놓은 동요인 ‘상어 가족’을 어린이들이 등장해 영어로 노래부르며 율동하는 영상이다. 2016년 6월 공개된 뒤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율동을 따라 하는 영상을 찍어 온라인에 올리기도 했다. 상어가족은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에서 32위까지 오르고,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서 100위를 기록하며 음원 역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개최한 ‘베이비 샤크 라이브’ 뮤지컬 투어는 북미 33개 도시에서 9만3천명가량의 관객을 모았다. 올 상반기에도 북미 75개 도시에서 100회 공연을 앞둔다. 역대 유튜브 조회수 1위 영상은 래퍼 양키 대디가 피처링한 푸에르토리코 가수 루이스 폰시의 노래 ‘데스파시토’(Despacito) 뮤직비디오로, 이날 기준 66억4천991만여회가 재생됐다. 영국 팝 가수 에드 시런의 곡 ‘셰이프 오브 유’(Shape Of You)는 ‘아기상어 댄스’에 밀려 3위로 하락했다. 한편 지난 25일 스마트스터디에 따르면 핑크퐁 아기상어는 ‘올해의 장난감상’(Toy of The Year Award, TOTY)에서 ‘올해의 라이선스’(License of the Year)상과 ‘올해의 봉제 장난감’(Plush Toy of the Year)상을 받았다. 미국 장난감협회가 지난 2010년부터 열고 있는 이 시상식은 캐릭터·장난감 업계의 ‘오스카상’으로 일컬어질 만큼 북미에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폴란스키 세자르상 감독상 수상에 여배우들 우르르 퇴장

    폴란스키 세자르상 감독상 수상에 여배우들 우르르 퇴장

    아델레 하에넬을 비롯한 여러 여배우들이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살 플레옐 극장에서 열린 제45회 세자르상 시상식 도중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시상식장을 떠났다. 감독상에 ‘장교와 스파이(프랑스 제목은 J‘accuse)’를 연출한 로만 폴란스키(87) 감독의 대리 수상이 끝난 직후였다. 폴란드계 프랑스인인 폴란스키 감독은 소아성애자로 워낙 악명 높은 인물이다. 1977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열세 살 소녀를 법정 강간한 혐의로 미국 검찰에 유죄를 인정하다 감형 협상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 같자 이듬해 미국을 떠나 40년 가까이 도주 중이다. 그 뒤에도 숱한 성폭행 혐의로 기소됐다. 지금은 또 프랑스에 입국하면 미국으로 송환될까봐 그러지 못하고 있다. 그의 작품 ‘장교와 스파이’가 프랑스의 오스카로 통하는 세자르상 12개 부문에 후보로 천거되자 곧바로 논쟁이 벌어졌다. 프랑스의 자존심을 무너뜨린 사람에게 프랑스의 오스카를 시상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는 논리였다. 해서 세자르상 위원회 위원 전원이 이달 초 사퇴해 새로운 위원들을 뽑는 총회가 예정돼 있다. 19세기 프랑스군 장교 드레퓌스 재판을 다룬 이 작품은 이날 시상식에서 3관왕의 영예를 누렸다. 하지만 일찍이 폴란스키 감독은 프랑스에 건너오면 체포될 것이 뻔하다며 시상식에 불참한다고 밝혀왔고 제작진도 감독과 뜻을 같이했다. 그런데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하에넬은 어릴 적 다른 감독에 의해 성적 유린을 당한 경험을 토로했던 여배우다. 그녀는 식장을 떠나며 “수치!”라고 외쳤고, 이날 감독상 후보로 지명됐던 셀린 스키암마가 뒤를 따랐다. 여배우 겸 코미디언 플로렌스 포레스티가 이날 사회를 봤는데 한참을 무대에 돌아오지 않았다가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순간, 여배우들이 우르르 퇴장하자 주최측에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난감한 표정을 지어 보이기도 했다. 그녀 역시 나중에 인스타그램에다 검정 스크린에 “역겹네”라고 적힌 사진을 올렸다. 사실 시상식 몇 시간 전에는 프랭크 리에스터 프랑스 문화부 장관은 폴란스키가 감독상을 받게 되면 성적이거나 성폭력에 반대하는 우리의 입장에 비춰볼 때 “상징적으로 나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상식장 바깥에는 폴란스키의 수상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진을 치고 있었다. 마를렌 스키아파 프랑스 평등부 장관은 폴란스키 영화를 후보로 추천하는 일은 “여러 차례 강간을 저지른 남자의 영화를 모두가 기립해 박수를 보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자르 위원회는 상을 시상하는 데 있어 “도덕을 따져야 할 의무는 없다”며 후보 지명을 되돌리지 않았다. 폴란스키 자신은 지난해 12월 파리 마치와의 인터뷰를 통해 영화를 보이콧하려는 움직임으로부터 스스로를 떨어뜨려 놓으려 했다며 “오랜 세월 사람들은 날 괴물로 만들고 싶어했다. 난 모략에 익숙해졌고, 낯이 두꺼워져 껍질처럼 단단해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폴란스키의 영화는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했다. 두 달 뒤 프랑스 여배우 출신 발렌틴 모니에르는 열여덟 살이던 1975년 폴란스키로부터 “지독한 폭력”과 강간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모니에르는 영화 흥행에 분노해 폭로하기에 이르렀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이 영화는 지난해 말까지 프랑스 흥행 1위를 기록했고 여러 다른 유럽 국가들에서도 잘나갔다. 2017년에도 그가 심사위원장으로 위촉되자 한바탕 난리가 나 스스로 물러난 일이 있었다. 세자르 아카데미는 4680명의 영화 직업인으로 구성되는데 나이 지긋한 남성들이 지배하고 있어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비난을 들어왔다. 여성은 35%에 불과하며 회원이 되려면 두 명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 하며 5년 동안 세 편의 영화에 관여했어야 한다. 모든 회원은 정기 회비를 납부해야 하는데 올해는 4313명이었다. 회비를 내면 어떤 영화를 후보로 추천할지, 어떤 작품이 상을 받을지를 결정하는 비밀 온라인 투표권이 주어진다. 회원들은 크게 배우, 감독, 기술진으로 분류된다. 이 아카데미를 관장하는 위원회가 영화진흥협회(APC)로 47명으로 구성된다. 오스카나 영국영화아카데미(BAFTAS)와 달리 세자르 아카데미 회원들은 APC 지도부 선출에는 관여할 수가 없다. 한편 봉준호 감독은 이날 ‘기생충’으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전 세계에 부는 ‘짜파구리’ 열풍… 유통시장 넘어 숙박·외식업계로 확장

    전 세계에 부는 ‘짜파구리’ 열풍… 유통시장 넘어 숙박·외식업계로 확장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오스카상의 영예를 안으며 일상 곳곳에 ‘짜파구리’ 열풍이 불고 있다. 최근 대형마트에서부터 호텔, 온라인마켓, 해외 레스토랑까지 영역을 가리지 않고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을 축하하는 이벤트가 한창이다. 그 중 가장 핫한 소재는 단연 짜파구리다. 한 편의점에서는 짜파구리·한우 한정판 세트를 출시했고 호텔에서는 짜파구리를 룸서비스 메뉴로 선보였다. 이러한 짜파구리 인기는 침체된 경기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 오랜 경기불황에 중국발 코로나19 이슈까지 겹치면서 어느 때보다 소비심리가 위축되어 있는 요즘, 영화와 짜파구리의 인기가 소비자들을 다시 시장으로 불러내고 있는 것이다. 짜파구리 열풍은 대형마트를 넘어 호텔 스위트룸에서 프렌차이즈까지 무대를 가리지 않는다. 특히 최근 숙박업계엔 ‘짜파구리 호캉스’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여의도 글래드호텔’은 스위트 객실에서 부채살이 들어간 짜파구리를 룸서비스로 즐길 수 있는 ‘스위트 플렉스’ 패키지를, ‘여의도 메리어트호텔’은 짜파구리가 포함된 특별 패키지를 다음 달 31일까지 선보인다. 글래드 강남 코엑스센터의 ‘뷔페G’는 오는 29일까지 런치 또는 디너 방문 고객을 대상으로 채끝 짜파구리를 2인당 1개씩 제공한다. 외식업계도 마찬가지다. 서울 광화문에 있는 고급 한우 레스토랑 ‘한육감’ 디타워점은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을 기념해 지난 18일부터 ‘한우 채끝 짜파구리’ 판매에 들어갔다. 레스토랑 대표는 “2인분에 한우 채끝살 140g을 넣고 별도 볶음춘장과 트러플까지 더해 영화 속 상류층 입맛을 재현했다”며 “하루 20그릇 한정으로 3월 초까지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명 맥주 프렌차이즈 ‘역전할머니맥주’에서는 짜파구리가 인싸 메뉴로 등극했다. 이곳에서는 짜파구리에 어묵, 떡, 메추리알, 치즈 등을 넣은 퓨전요리 형태로 판매하고 있다. 또한 서울 중랑구의 한 전통시장에서 중식셰프 이연복 씨가 김정숙 여사에게 전수한 ‘대파 짜파구리’도 장안의 화제다. 그는 한우 채끝살 대신 돼지목살을 넣고 대파와 함께 볶는 것이 비법이라고 소개했다. 짜파구리 열풍은 최근 코로나19로 침체되어 있던 우리나라 경기에 모처럼 활력을 더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농심에 따르면 오스카 수상일인 지난 10일을 기준으로 11일부터 15일까지 짜파게티와 너구리 합산 매출은 전 주보다 약 55% 증가했다. 한국 영화 최초 오스카 4관왕이라는 쾌거에 소비자들은 화제가 된 짜파구리를 먹어보기 위해 직접 마트를 찾은 것이다. 실제로 한 대형마트에서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 후 3일간 짜파게티 매출액이 신라면을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사실 짜파구리는 소비자가 취향대로 제품을 요리해 먹는 ‘모디슈머’(Modify와 Consumer의 합성어) 열풍의 원조다. 모디슈머들은 라면뿐만 아니라 다양한 식품영역에서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짜파구리와 같은 소비 트렌드는 대중들이 자발적으로 찾는 재미와 즐거움이 핵심요소”라고 설명했다. 보다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소비자들은 구매를 일종의 게임으로 여기며 재미와 즐거움을 이용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소비 행태를 SNS를 통해 끊임없이 공유·모방하며 확대 재생산을 하기 때문에 기업의 매출은 물론 타산업과의 콜라보레이션, 해외시장 수출 등 다양한 경제 영역으로 확산된다는 분석이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 [이보희의 TMI] ‘기생충’도 못 피한 코로나 직격탄

    [이보희의 TMI] ‘기생충’도 못 피한 코로나 직격탄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으로 정부가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하면서 연예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각종 제작발표회와 공연이 취소되고 영화는 개봉을 미루고 있다. 세계적인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기자가 단 1명도 참석하지 않은 텅 빈 홀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지난 21일 정규 4집을 발매한 방탄소년단은 당초 24일 서울 코엑스에서 기자들을 만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 방식을 바꿨다. 국내외 기자들이 이메일로 전달한 질문을 사회자가 대신 묻고 답하는 식으로 진행된 방탄소년단의 기자간담회는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 22만명이 시청했다.한류를 이끄는 걸그룹 트와이스는 오는 3월 7일과 8일 예정됐던 콘서트를 취소했다. 월드투어 피날레 서울 공연이 예정돼 있었으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영국 출신 팝 가수 미카, 스톰지, 미국의 알앤비 가수 칼리드, 색소폰 연주가 케니 지 등의 내한공연도 연기됐다. 시청률 30%를 돌파하며 비지상파 시청률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 ‘미스터트롯’의 인기에도 제동이 걸렸다. 24일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스튜디오에서 방청객 약 500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결승전을 치를 예정이었지만, 당일에 녹화를 취소하는 결단을 내렸다. 결승 녹화는 코로나19 상황의 추이를 지켜본 후 진행될 예정이다. 녹화 여유분이 있어 이번 주 방송은 예정대로 나가지만 위기경보 ‘심각’ 단계가 장기화될 경우 결방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제한된 공간에 인구가 밀집돼 있는 장소를 기피하면서 극장가는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주말 극장 관객 수는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21~23일 주말 3일간 극장을 찾은 전체 관객은 약 70만명. 한 주 전 152만명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24일 하루 극장을 찾은 관객은 7만 7071명을 기록하며 16년 만에 처음으로 일일 관객 수가 8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극장업계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오스카’ 4관왕의 위업을 달성하고 26일 개봉을 확정했던 ‘기생충: 흑백판’(감독 봉준호)도 코로나19 여파를 피해갈 수 없었다. ‘기생충’ 배급사 측은 “내부 논의 끝에 개봉일을 부득이하게 연기하게 됐다”고 알렸다. 영화 ‘콜’(감독 이충현), ‘사냥의 시간’(감독 윤성현), ‘결백’(감독 박상현), 다큐멘터리 ‘밥정’(감독 박혜령)의 개봉도 줄줄이 연기됐다. 무려 전도연, 정우성이 출연하는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감독 김용훈)은 한 차례 개봉 연기 끝에 지난 19일 개봉했으나 주말 동안 약 22만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지난 25일에는 단 2만여명의 관객을 기록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boh2@seoul.co.kr
  • [열린세상] 기생충과 코로나19/하대청 광주과학기술원 기초교육학부 교수

    [열린세상] 기생충과 코로나19/하대청 광주과학기술원 기초교육학부 교수

    영화 ‘기생충’이 그동안 비영어권 영화에 배타적이었던 아카데미 오스카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에 흥분했다. 봉준호 감독의 치밀한 연출력에 탄복하면서도 특히 많은 이가 지적했듯 냄새를 영화의 중요한 모티브로 사용한 점에 눈길이 갔다. 대학생 시절 반지하방에 살아 본 나는 축축하게 습기 찬 곳에서 곰팡이와 박테리아가 만드는 특유의 냄새를 알고 있다. 당시 내 몸과 모든 옷에 배어들었던 그 냄새를 반지하방을 나온 뒤에도 한동안 잊지 못했다. 영화에서 묘사한 것처럼 부자와 가난한 자 사이에는 냄새라는 ‘선’이 있지만, 사실 정확히 말하면 이들과 함께 사는 비인간 생물들이 다른 것이다. 부자와 가난한 자는 서로 다른 미생물 생태계 속에 살아간다. 영화 ‘기생충’이 오스카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충분히 즐길 새도 없이, 코로나19로 명명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온 나라를 두려움으로 에워싸고 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악수도 없이 인사하는 것이 예의가 된 현실이 사뭇 낯설지만, 하루가 다르게 바이러스 확진환자가 늘고 사망자가 생기는 지금의 불안감을 생각하면 이 새로운 에티켓에 빨리 적응해야 할 듯하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서로 만나 인사하는 행위는 서로의 냄새를 맡고 서로에게 기생하고 있는 다른 종류의 곰팡이,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를 교환하는 일이었다. 서로 다른 생태계들이 만나서 각자의 미생물들을 주고받는 일이 만남이라는 작은 사건 속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인간들끼리만 미생물을 교환하는 것은 아니다. 에볼라, 지카, 사스, 조류 인플루엔자, 메르스, 코로나19 등 거의 해를 거르지 않고 이어지는 신종 감염병들은 인간이 다른 종들과 늘 상호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동시에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종의 경계가 견고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 준다. 가축이나 반려동물의 경우 오랫동안 인간이 길들여와서 안전할 뿐이고, 인간은 종의 경계를 넘어 다른 종들과 미생물을 교환해 왔다. 이런 점을 떠올리면 신종 감염병은 단지 중국인의 별난 식도락 문화 탓이 아니다. 인간이 주거지를 야생으로 계속 확장하면서 박쥐 등 야생동물로부터 변종 세균을 받아들인 결과인 것이다. 인간과 접촉이 드물었던 다른 종과의 만남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브라질에선 중국에 수출할 콩을 심을 경작지를 마련하려 아마존 밀림을 개간하고 있고 중국에선 산업용 희귀 광물을 채굴하려는 이들이 더 깊은 숲을 파헤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이 다른 종과 만나는 행위로 인간만 위험에 처한 것처럼 말하는 것은 엄청난 왜곡이다. 인류의 출현 이후 지구의 생물종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고 농업혁명을 거치며 동물과 식물 생태계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그 결과 지구에 사는 전체 동물량에서 야생동물은 3%일 뿐 나머지 97%는 인간과 인간이 키우는 가축이 차지한다. 나아가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인간의 삶은 지구에 사는 모든 종을 기후변화라는 가늠하기 어려운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인류세’(anthropocene)라는 지질학 용어가 이 시대를 정의하는 데 폭넓게 사용되는 것은 인간이라는 종이 다른 종들과 상호작용하면서 이 행성에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끼쳐 왔다는 자각에서 비롯됐다. 인간이라는 종이 지구시스템에 지워지지 않는 일들을 벌였고 그 결과 신종 감염병, 생물다양성 감소, 기상이변과 재난 등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들이 앞으로도 외국인 입국자를 감시하고 백신을 개발하는 것으로 해결될 수 있을까. 신종 감염병이 기상이변과 함께 또다시 닥치면 우리는 입국을 통제하고 모임과 행사를 취소하고 새로운 치료제가 개발되길 기다리면 될까. 영화 ‘기생충’에선 폭우가 가난한 가족의 반지하집만 침수시켰지만 기후변화로 빚어질 태풍, 홍수, 극단적 기상현상과 신종 감염병을 부자라고 피해갈 수 있을까. 설사 가난한 이들만 타격을 준다 해도 저렴한 노동력에 의존하는 글로벌 자본주의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소비가 이뤄지지 않는데 자본주의라고 온전할까. 우리의 삶은 지구시스템을 값싸게 이용하면서 다른 종과의 관계를 인간중심적으로 이해해왔다. 이제는 지구시스템에서 인간이라는 종이 벌이는 일들에 관심을 갖고 다른 종과의 새로운 관계 맺기를 상상해야 할 때이다.
  • BTS·‘기생충’도 못 피한 코로나19 직격탄 [이보희의 TMI]

    BTS·‘기생충’도 못 피한 코로나19 직격탄 [이보희의 TMI]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정부가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하면서 연예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각종 제작발표회와 공연이 취소되고 영화는 개봉을 미루고 있다. ●방탄소년단, 기자 없는 기자간담회 세계적인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기자가 단 1명도 참석하지 않은 텅 빈 홀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지난 21일 정규 4집을 발매한 방탄소년단은 당초 24일 서울 코엑스에서 기자들을 만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 방식을 바꿨다. 국내외 기자들이 이메일로 전달한 질문을 사회자가 대신 묻고 답하는 식으로 진행된 방탄소년단의 기자간담회는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 22만 명이 시청했다.●극장업계 ‘최대 위기’ 코로나19 확산으로 사람들이 많이 모인 장소를 기피하면서 극장가는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주말 극장 관객수는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21~23일 주말 3일간 극장을 찾은 전체 관객은 약 70만 명. 한 주 전 주말 152만 명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24일 하루 극장을 찾은 관객은 7만7천71명을 기록하며 16년 만에 처음으로 일일 관객 수가 8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극장업계가 1998년 멀티플렉스 도입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개봉을 앞둔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일을 연기하고 있다. ‘오스카’ 4관왕의 위업을 달성하고 26일 개봉을 확정했던 ‘기생충: 흑백판’(감독 봉준호)은 “코로나19 관련 위기경보가 심각으로 격상됨에 따라 내부 논의 끝에 개봉일을 부득이하게 연기하게 됐다”고 알렸다. 배우 박신혜, 전종서 주연의 영화 ‘콜’(감독 이충현) 또한 3월 중으로 개봉일을 잠정 연기했으며, 오는 26일 개봉 예정이던 영화 ‘사냥의 시간’(감독 윤성현)과 오는 3월 5일 개봉 예정이던 영화 ‘결백’(감독 박상현), 다큐멘터리 ‘밥정’(감독 박혜령)의 개봉도 연기됐다. 시사회와 극장 무대인사 등 관련 이벤트도 취소된 상황이다.   ●트와이스 콘서트 취소·내한공연도 줄줄이 연기 한류를 이끄는 걸그룹 트와이스도 오는 3월 7일과 8일 예정됐던 콘서트를 취소했다. 월드투어 피날레 서울 공연이 예정이었으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걸그룹 (여자)아이들 또한 4월 예정됐던 태국 방콕 콘서트를 연기했으며, 남성그룹 세븐틴도 오는 22일부터 가질 계획이던 월드투어를 취소했다. 영국 출신 팝 가수 미카, 스톰지, 미국의 알앤비 가수 칼리드, 색소폰연주가 케니 지 등 예정돼있던 내한공연도 줄줄이 연기를 알렸다.   ●‘미스터트롯’ 열풍에도 제동 시청률 30%를 돌파하며 비지상파 시청률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 ‘미스터트롯’은 24일 예정돼있던 결승 녹화를 취소했다. 이날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스튜디오에서 방청객 약 500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결승전을 치를 예정이었지만 당일에 취소하는 결단을 내린 것. 결승 녹화는 코로나19 상황 추이를 지켜본 후 진행될 예정이다. 녹화 여유분이 있어 금주 방송은 예정대로 나가지만 위기경보 ‘심각’ 단계가 장기화 될 경우, 결방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 이보희 기자의 TMI : ‘TV’, ‘MOVIE’와 연예계 ‘ISSUE’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히든 피겨스’의 어려운 계산 척척 해내던 캐서린 존슨 102세에

    ‘히든 피겨스’의 어려운 계산 척척 해내던 캐서린 존슨 102세에

    영화 ‘히든 피겨스’의 실제 주인공으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 수학자였던 캐서린 존슨이 102세를 일기로 하늘로 떠났다. NASA는 24일(현지시간) 트위터 계정에 부고를 올려 “인종적, 사회적 장벽을 깨부순 탁월한 유산을 남긴 그녀의 삶을 찬미한다”고 밝혔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고인은 NASA의 초기 우주 탐사 과정에 발사체와 지구 궤도를 계산해냈다. 그녀의 활약은 2016년에 아카데미상 후보로 추천된 영화에 잘 묘사돼 있다. 존슨은 미국 최초의 우주인 앨런 세파드의 우주 비행 때 로켓 발사 각도를 계산해낸 데 이어 1962년 존 글렌 전 상원의원의 지구 궤도 탐사 때 새 전자컴퓨터가 만들어낸 계산을 증명해내 글렌의 탐사를 가능하게 만들었고 이후 인류 최초의 달 탐사 때도 기여한 바가 작지 않았다. 당시 글렌이 “컴퓨터 못 믿겠으니 그녀에게 계산해보라고 하세요”라고 말했던 장면이 영화에도 나온다. NASA 행정가 짐 브리든스틴은 고인이 “우리 개척 시대의 지도자였다”며 “우리 나라를 우주의 경계로 넓히는 데 도움을 줬으며 여성과 유색인종으로서 보편적 인간이 우주를 탐험하게 만드는 데 큰 걸음을 내디뎠다”고 돌아봤다. 2015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 자유의메달을 받았는데 오바마 대통령은 국정연설 도중 미국의 탐험 정신을 언급하면서 그녀를 예로 들었다..1918년 웨스트버지니아주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고인은 어릴 적부터 숫자의 마력에 빠져들었다. “난 모든 것을 계산했다. 도로에 나갈 때까지 걸음 수, 교회까지 몇 걸음을 걷고, 내가 설거지하는 접시나 자기류 숫자까지, 셀 수 있는 모든 것은 세봤다.” 그녀는 워낙 공부를 잘해 열네 살 때 고교를 졸업했고 열여덟에 대학을 마쳤다. NASA는 그녀의 학문적 성취를 높게 평가하며 “치장하는 데나 정신이 빠져 8학년에 학업을 중단하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 사이에서 인상적인 학생이었다고 했다. 교사와 전업주부로 일한 뒤 존슨은 1953년 NASA의 전신인 국립우주인자문위원회(NACA)에 취업했다. 직장에서 그녀는 “컴퓨터”로 통했으며 초기 우주탐사의 로켓 발사 각도를 계산하는 임무를 맡았다. 미국과 옛소련의 우주개발 경쟁 때문에 존슨을 비롯한 아프리카계 미국인 동료들은 백인 동료들과 별도의 시설에서 일했고 화장실과 식사 공간도 달리 사용해야 했다. 그녀는 늘 입버릇처럼 일이 너무 바빠 평등하지 못한 대우를 받는 것을 걱정할 틈도 없었다고 되뇌었다. 존슨은 2008년 NASA 강연을 통해 “우리 아빠는 ‘네가 이 마을의 누구나처럼 착하게만 굴면 나아질 게 하나도 없단다’라고 저희를 훈육하셨어요. 열등감 따위는 1도 없었어요. 누구나처럼 착하게 굴었으면 나아질 게 없지요”라고 털어놓았다. NASA는 그녀를 “미국인의 영웅”이며 “개척사에 남긴 유산은 영원히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추모했다. 책 ‘히든 피겨스’를 쓴 마곳 리 셰털리는 트위터에 고인의 얘기를 쓸 수 있어 “일생의 영예였다”고 돌아보며 “그녀의 탁월함은 역사에서 또다른 #히든피겨스(hiddenfigures)를 알아보고 찬양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됐다. 신에 깃들길 캐서린 존슨”이라고 적었다. 힐러리 클린턴도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그녀의 계산이 미국인을 우주에, 지구궤도에, 그리고 종국에는 달을 걷게 하는 일을 도왔다”고 밝혔다. 영화에서 고인을 연기했던 타라지 P 헨슨은 2017년 오스카 시상식 때 함께 포즈를 취하기도 했는데 “똑똑함과 침착성, 영예와 아름다움을 세상과 함께 공유할 수 있어” 기뻤다면서 “당신이 어렵게 해내 모든 곳의 어린 소녀들이 달처럼 커다란 꿈을 품게 됐다. 당신의 유산은 영원할 것”이라고 트위터에 글을 남겼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영화에 입힌 강렬한 붓질 마음 흔드네

    영화에 입힌 강렬한 붓질 마음 흔드네

    ‘빈폴’ 포스터 “러시아 유화 같다” ‘작가 미상’ 강렬한 팬아트에 주목 ‘주디’ 젤위거 팬아트로 홍보 나서최근 개봉했거나 개봉을 앞둔 영화들이 별도 제작한 포스터나 영화팬들이 그린 그림(팬아트)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미술 작품을 활용한 이런 마케팅은 영화에 관한 관심을 높이고 관련 상품을 뜻하는 ‘굿즈’로 제작돼 소장욕을 자극한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영화 ‘빈폴’은 아트 유화 포스터 2점을 공개했다. 영화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1945년 레닌그라드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이야(빅토리아 미로시니첸코 분)가 전쟁에서 지원병으로 일하던 마샤(바실리사 페렐리지나 분)를 다시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공개한 포스터는 서 있는 이야의 전신과 마샤의 측면 얼굴을 유화로 그렸다. 질감이 느껴지는 묵직한 붓 터치에 “러시아 유화 작품을 보는 것 같다”는 반응이 많았다. 배급사 관계자는 “일반 포스터 종이보다 중량감 있는 종이를 활용해 포스터를 제작했다. 소장하길 원하는 관객들이 많아 메가박스 필름 소사이어티, CGV 아트하우스 굿즈 패키지 상영회 등에서 배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지난 20일 개봉한 영화 ‘작가 미상’도 주인공이 나온 실사 포스터 외에 별도 포스터를 내놨다. 영화는 2차 세계대전 전후 독일에서 화가 쿠르트 바르너트(톰 실링 분)가 엘리를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감독이 생존화가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으며 “3시간 넘는 상영시간 동안 명화 속을 산책하는 느낌”이라는 반응이 있을 정도로 빼어난 영상미를 자랑한다. 별도 포스터는 진분홍색 들판과 산, 연보랏빛 하늘, 그림자 같은 녹색 나무 사이로 달리는 쿠르트의 모습을 담았다. 개봉에 맞춰 실시한 ‘팬아트&캘리그라피 공모전’ 수상작도 함께 공개했다. 1등 수상작은 전쟁의 한복판에서 눈을 가리고 있는 어린 쿠르트를 강렬한 색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다음달 12일 개봉하는 영화 ‘주디’는 주연 러네이 젤위거가 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뒤 전 세계 팬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그림을 공개하며 홍보에 나섰다.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배우 주디 갈런드의 마지막 런던 콘서트를 담은 영화는 ‘젤위거가 주디 갈런드 그 자체’라는 호평을 받았다. 팬아트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순백의 드레스로 우아한 자태를 뽐낸 젤위거가 오스카 트로피를 손에 쥔 모습, 영화 속 주디가 트로피를 든 모습 등 간단한 삽화부터 세밀한 드로잉까지 다양하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여기는 남미] 정권 바뀐 아르헨서 생뚱맞은 ‘대통령궁 쓰레기’ 논란

    [여기는 남미] 정권 바뀐 아르헨서 생뚱맞은 ‘대통령궁 쓰레기’ 논란

    4년 만에 페론당 정권이 들어선 아르헨티나에서 생뚱맞은 '대통령궁 쓰레기'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2015~2019년 집권한 마우리시오 마크리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페르난도 데안드레이스는 최근 "대통령궁에 잔뜩 쌓여 있던 쓰레기를 보라"면서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일련의 사진을 공개했다. 정권 인수 직후인 2015년 12월에 찍어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고 자신이 보관했다는 사진을 보면 아르헨티나 대통령궁은 쓰레기통을 방불케 한다. 대통령집무실 바로 위층 사무실이라는 곳에는 의자와 상자, 테이블 등 사용하지 않는 집기와 가구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대통령궁 옥상은 상태가 더욱 심각하다. 허름한 동네 변두리에 주민들이 무단으로 쓰레기를 버리는 곳처럼 쓰레기가 수북하게 쌓여 있다. 엉성하게 전선을 연결한 뒤 뒷정리를 하지 않아 천장에서 전선들이 늘어져 있는 곳도 있다. 데안드레이스는 "12년 집권한 페론당으로부터 인수한 대통령궁의 상태는 안쓰러울 정도였다"면서 "마치 쓰레기 방치의 기념비 같았다"고 지적했다. 아르헨티나에선 최근 정권이 바뀌었다. 2003~2015년 12년간 집권한 페론당에 이어 정권을 잡은 마우리시오 마크리 정부가 지난해 12월 4년(2015~2019) 임기를 마치고 다시 페론당 정부가 들어섰다. 대통령궁을 놓고 먼저 싸움을 건 쪽은 페론당이다. 페론당 소속 상원의원 오스카르 파릴리는 퇴임한 마우리시오 마크리 전 대통령과 그의 비서실장 데안드레이스를 역사적 문화시설 훼손 혐의로 최근 고발했다. 아르헨티나 대통령궁은 1898년 완공된 유럽풍 2층 건물이다. 건물 내에는 완공 전인 1895년에 설치된 대리석 계단이 있었다. 마크리 정부는 이 계단을 철거하고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 파릴리 상원의원은 "역사적 의미를 가진 시설(계단)을 철거해 복구 불가능한 상태로 만든 건 문화유산을 훼손한 것과 같다"면서 마크리 전 대통령과 그의 비서실장 데안드레이스를 사법부에 고발했다. 데안드레이스가 2015년 마우리시오 마크리 정부 출범 직후 찍은 대통령궁 실내외 사진들을 공개한 건 이런 주장에 대한 반격이다. 그는 "(2003~2015년) 12년 동안 대통령궁에 쓰레기만 잔뜩 쌓아놨던 페론당이 황당한 공격을 하고 있다"면서 "이런 식으로 공격해 온다면 그때그때 맞받아주겠다"고 경고했다. 사진=데안드레이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씨줄날줄] 트럼프와 ‘기생충’/오일만 논설위원

    [씨줄날줄] 트럼프와 ‘기생충’/오일만 논설위원

    미국에서 때아닌 ‘기생충’ 논쟁이 한창이다. 최근 아카데미 4개 상을 휩쓴 한국 영화가 미 대선 와중에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유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거친 입’이 도화선이다. 그는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유세(현지시간 21일)에서 “그들(한국)은 무역과 관련해 우리를 죽이고 있다. 무역에서 우리를 때리고 빌어먹을(freaking) 영화로 아카데미상을 탔다”고 비판한 것이다. 속어까지 써가며 전날 콜로라도 스프링스 유세보다 비난 수위를 높였다. 트럼프는 콜로라도주 스프링스 유세에서 “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이 얼마나 형편없었느냐”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나 ‘선셋 대로’와 같은 미국 영화가 오스카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 집회 때마다 같은 레퍼토리를 반복해 왔던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도 ‘기생충’의 수상을 단골 메뉴로 꺼내 들 가능성이 있다. 원색적인 비난으로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선거 전략이다. 이번에도 문화 분야에 돈 계산에 기초한 ‘미국 우선주의’ 시각을 갖다붙였지만, 미국 내 역풍이 만만치 않다. 당장 미국 언론들이 발끈했다. CNN의 크리스 실리자 선임기자는 “다양한 관점을 존중하는 미국의 건국 원칙과 상충한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모린 다우드는 ‘미국의 기생충’이란 제목의 칼럼으로 ‘트럼프의 외국인 혐오적 영화 비판’을 문제 삼았다. 골든글로브상을 수상했던 미국 배우 벳 미들러는 트위터에 “백악관에 기생충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 더 화가 난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영화 ‘기생충’ 비판은 번지수가 틀렸다. 미국인들이 영화 ‘기생충’에 열광하는 이유는 빈부격차라는 전 세계적인 문제에 대한 공감이다. 미국 자존심의 상징인 아카데미상 4개를 변방으로 취급했던 한국 영화에 ‘양보’한 것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미국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백만장자가 탄생하지만 미국 서민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한때 제조업의 심장으로 불렸던 미국 중서부와 남부에서는 공동화 현상이 만연하고 실업자가 속출한다. 거리에는 ‘마약 중독자’만 늘어 가는 실정이다. 자본주의 심장부 미국은 지금 ‘샌더스 돌풍’에 휩싸여있다.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버니 샌더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네바다주 코커스(당원대회)에서 압승을 거두며 부동의 1위를 굳히는 중이다. ‘반(反)트럼프의 기수’로서 그는 공정과 정의가 사라진 미국식 민주주의의 개혁을 말하고 있다. 무분별한 트럼프 대통령의 ‘기생충’ 비판은 한국인에 대한 모독이자 빈부격차와 금권정치 혁파를 열망하는 미국인의 마음을 외면하는 처사다.
  • 새 앨범 낸 BTS “우리 음악은 장르가 BTS”

    새 앨범 낸 BTS “우리 음악은 장르가 BTS”

    지난 21일 정규 4집 앨범 ‘맵 오브 더 솔: 7’을 내놓은 방탄소년단이 그래미 어워즈를 주최하는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와의 인터뷰에서 “음악에 장르를 나누는 것은 점점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 음악은 장르가 BTS”라고 밝혔다. 22일(현지시간) 그래미닷컴 홈페이지에 공개된 인터뷰에서 멤버들은 앞으로 탐색하고 싶은 장르가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디지털 트랙까지 20곡이 수록된 새 앨범에는 힙합과 록, 팝,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가스펠 요소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울렀다. 발매와 동시에 세계 91개 지역 아이튠스 차트 1위를 휩쓸었고 21일 하루 265만장의 앨범이 팔려 방탄소년단 앨범 사상 최다 기록을 세웠다.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 4개 부문 수상에 대해서도 기뻐했다. 리더 RM은 “마치 우리가 그래미를 받은 기분이었고 ‘기생충’의 영예는 우리에게도 영광”이라며 “케이팝이나 한국 영화 이외 분야에도 한국에는 재능 있는 사람이 아주 많다”고 밝혔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백악관에 기생충이 산다”… ‘기생충’ 수상 비난 역풍 맞는 트럼프

    “백악관에 기생충이 산다”… ‘기생충’ 수상 비난 역풍 맞는 트럼프

    CNN “다양성 혹평은 반미국적 행위” 美언론·할리우드 일제히 비난 쏟아내‘미국 백악관에 기생충이 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연이틀 비판하자 미국 언론과 할리우드가 일제히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 배우 베트 미들러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이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을 불평했지만, 나는 ‘기생충이 백악관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더욱 화가 난다”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미들러는 1979년 영화 ‘더 로즈’에서 주인공 역할을 맡으면서 스타덤에 올랐고 그래미상과 골든글로브상도 여러 차례 수상한 배우다. CNN도 22일 트럼프의 기생충 저격에 대해 “다양성을 혹평하는 것은 반미국적 행위”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비전이 미국의 건국 이념과 상반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무시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근본적으로 ‘용광로’라는 점을 기억하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좋은 영화로 꼽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선셋 대로’에 대해 “두 영화의 주인공은 백인이었고, 두 영화의 감독도 백인이었다. 트럼프가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미국은 1940∼1950년대의 미국인가”라고 반문하면서 “백인을 제외한 다른 사람에게 두 영화가 보여 준 미국은 위대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 이어 21일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여러분도 알다시피 그들(한국)은 무역과 관련해 우리를 죽이고 있다. 우리를 무역으로 때리고 빌어먹을 영화(봉준호 감독의 기생충)로 아카데미상을 탔다”고 속어까지 동원해 기생충을 연이어 저격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의 저격과 상관없이 ‘기생충’은 21일 미국의 박스오피스 집계 사이트 모조에 따르면 북미 시장에서 4541만 달러(약 55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외국 영화 역대 흥행 4위에 오르는 등 흥행 열기를 이어 가고 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트럼프 또 “터무니없는 영화”, ‘기생충’ 북미 외국어영화 흥행 4위로

    트럼프 또 “터무니없는 영화”, ‘기생충’ 북미 외국어영화 흥행 4위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틀째 한국 영화 ‘기생충’을 공격해 간접 홍보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서부 유세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은 21일(이하 현지시간)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 집회를 갖고 “올해 영화가 하나 있었다. 그들은 최고의 영화라고 말했다. 그들은 한국에서 온 영화를 (수상작으로) 발표했다”며 “그래서 ‘내가 도대체 이게 다 뭐지’라고 말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 영화는 한국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한 뒤 “나는 한국과 매우 잘 지낸다”면서도 “그들은 그 영화가 최고의 외국 영화라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그들은 이제 그런 방식으로 한다. 나는 이해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치적 자랑으로 화제를 옮겼다가 다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같은 미국 영화가 상을 타길 바랐다면서 “아카데미 수상작은 한국에서 만든 영화이다. 나는 ‘도대체 이게 다 뭐지’라고 말했다”며 “나는 그들(한국)과 상대한다. 그들은 나를 좋아한다. 우리는 그들을 많이 돕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도 알다시피 그들은 무역과 관련해 우리를 죽이고 있다. 그러고 나서 그들은 무역에서 우리를 때리고 어처구니 없는(freaking) 영화로 아카데미 상을 탔다”고 공격했다. 관중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우리는 그 무역 합의를 다시 했다”고 덧붙였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에도 그는 콜로라도주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브로드무어 월드 아레나에서 유세를 갖던 중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이 얼마나 나빴나. 승자는 한국에서 온 영화”라고 ‘기생충’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한국과 무역에서 충분히 많은 문제를 갖고 있다”라며 “이런 일이 일어난 적이 있었나”라면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선셋 대로’ 등 1930~50년대 제작된 미국 영화들을 거론했다. 외국어 영화가 처음 오스카 작품상을 받은 것을 두고 한국과의 통상 문제를 걸고넘어지며 연일 애꿎은 분풀이를 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런 생트집에도 이 영화의 북미 시장 흥행 돌풍은 이어지고 있다. 어줍잖고 얼토당토 않은 그의 공격이 관심조차 없던 이들의 발길을 극장으로 이끌 수도 있다.  이날 미국의 박스오피스 집계사이트 모조에 따르면 이 영화는 북미 시장에서 4541만달러(약 5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로써 기생충은 북미에서 개봉한 외국어 영화 가운데 2016년 작품인 ‘사랑해 매기’(4450만달러)를 제치고 역대 흥행 4위에 올랐다. 이제 기생충을 앞선 외국어 영화는 ‘와호장룡’(1억 2810만달러), ‘인생은 아름다워’(5720만달러), ‘영웅’(5370만달러) 등 세 작품만 남았다.  기생충은 지난 주말부터 북미 시장 상영관을 2001개로 늘린 가운데 일반 영화관이 아닌 아이맥스 스크린을 통해서도 현지 관객을 만나게 된다. 미국 연예매체 할리우드 리포터에 따르면 아이맥스사는 이날부터 일주일 동안 ‘디지털 리마스터드’ 버전의 기생충을 아이맥스관 214곳(미국 200곳, 캐나다 14곳)에서 상영하기로 했다.  북미 이외 지역에서도 1억 5564만달러(약 1885억원)의 매출을 올려 글로벌 박스오피스는 2억 105만달러(약 2435억원)로 올라섰다.  미국 CNN의 크리스 실리자 선임기자는 이날 ‘근본적으로 미국적이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생충 비평’이라는 분석 기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을 축하하기보다 다양성을 혹평하는 것은 순전히 반미국적(anti-American)일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권자들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호소는 ‘우리는 미국이다, 우리가 최고다, 최고가 된 것에 대해 사과할 필요는 없다’는 발상에 터 잡고 있다”며 “하지만 그런 생각의 어두운 면은 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비전이 미국의 건국 원칙과 상충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신경 쓰지 않고 있다”며 “미국은 기본적으로 용광로이고, 다양성을 찬양하며, 언론의 자유와 다양한 관점을 장려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939년 작품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1950년 작품인 ‘선셋 대로’를 좋은 영화로 꼽은 것에 대해서도 실리자 선임기자는 반론을 제기했다. 그는 “두 영화의 주인공은 백인이었고, 두 영화의 감독도 백인이었다. 트럼프가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미국은 1940년∼1950년대의 미국인가”라고 되묻고 “백인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게 두 영화가 보여준 미국은 위대하지 않았다”고 단언했다.  미국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는 트위터에 “‘기생충’은 갑부들이 서민계층의 투쟁을 얼마나 의식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영화로, 두 시간 동안 자막을 읽어야 한다. 물론 트럼프는 그것을 싫어한다”고 꼬집었다. 이 영화의 미국 배급사 네온도 트위터에 글을 올려 “이해할 만하다. 그는 읽을 수가 없잖아”라고 꼬집었다. 외국 문화를 이해하는 노력을 하지 않으려는 트럼프 대통령을 비꼰 것이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조선신보, ‘기생충’ 오스카 수상 언급..“남조선 현실 드러내”

    조선신보, ‘기생충’ 오스카 수상 언급..“남조선 현실 드러내”

    조선신보가 21일 영화 ‘기생충’이 제 92회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4개 부문을 수상한 소식을 전했다. 재일본조선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매체로 분류된다. 조선신보는 21일 가십성 코너 ‘메아리’에 연재한 ‘두 편의 영화를 두고’에서 ‘기생충’과 ‘5.18 힌츠페터 스토리’를 언급하면서 “남조선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전했다. 기생충에 대해선 “아카데미상 중 가장 가치 있는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 4개 부문을 휩쓸었다”며 “남조선 최하층과 부유층의 상징적인 두 가족이 뒤엉켜 펼치는 희비극인데 봉준호 감독다운 작품”이라고 평했다. 이어 “한 줌의 대부자가 압도적 다수 민중을 지배하면서 잘 살고 지배층은 대중을 개나 돼지로 여기는 현실을 예술적으로 날카롭게 도려낸 명작”이라면서 “미국·백인 중심의 영화계, 그것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아카데미에서 종합 1위로 선정된 점과 인류가 직면한 빈부 차와 계급적 모순을 고발한 점은 특기할 만하다”고 했다. 매체는 봉 감독이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내용도 소개했다. 또 5.18 힌츠페터 스토리에 대해선 “힌츠페터 기자를 태워 서울부터 광주까지 2번 안내해준 사람을 주인공으로 그린 것이 ‘택시운전사’였다면 이번엔 이 기자와의 인터뷰와 그가 촬영한 생생한 자료들을 토대로 편집한 것으로 가치가 높다”고 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트럼프 “기생충은 외국어영화상으로 충분” 오스카 작품상 불만

    트럼프 “기생충은 외국어영화상으로 충분” 오스카 작품상 불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왕을 휩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미국 서부 유세를 진행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콜로라도주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브로드무어 월드 아레나에서 가진 유세에서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이 얼마나 나빴지? 승자는 한국에서 온 영화”라고 말했다고 폭스뉴스가 보도했다. 그는 “도대체 그게 다 뭐였지? 우리는 한국과 무역에서 충분히 많은 문제를 갖고 있다”라며 “더욱이 올해 최고의 영화상을 주나? 잘 됐나? 모르겠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와 같은 영화를 찾고 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선셋 대로’(Sunset Boulevard)는? 좋은 미국 영화가 너무 많다”고도 했다. 기생충의 미국 배급사인 네온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에 트위터를 통해 “이해할 만 하다. 그는 읽을 줄을 모른다”라고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카데미 시상식의 열혈 애청자로 매년 수상 결과에 대한 호불호를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USA투데이도 아카데미가 미국 영화를 선택했어야 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트럼프는 2018년 한국과 새 무역협정을 체결했지만, 주한미군의 한반도 주둔에 대해 한국이 미국에 더 많이 보상해야 한다고 말해왔다”고 지적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靑 찾은 봉준호 “축하·짜파구리 대접, 충격의 도가니”

    靑 찾은 봉준호 “축하·짜파구리 대접, 충격의 도가니”

    “영화가 보여준 사회의식에 깊이 공감” 봉 “대통령 연설이 시나리오급” 화답 金여사 “어려운 상인들 위해 대파 넣어”“제 아내가 헌정하는 ‘짜파구리’(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어서 끓인 라면·영화 ‘기생충’에서는 채끝살을 넣어 끓여 빈부격차를 보여 주는 소재로 등장)가 맛보기로 포함돼 있습니다. 유쾌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아카데미 4관왕을 휩쓴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 등 제작·출연진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영화 100년사에 새 역사를 쓰게 된 것도, 오스카에서 새 역사를 만들었다는 사실도 아주 자랑스럽다”면서 “오스카는 ‘(백인·남성·영어권 위주) 로컬 영화제’라는 비판이 있었는데, ‘기생충’이 빼어나고, 봉 감독이 탁월해서 비영어권 영화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최고 영화·감독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생충’이 보여 준 사회의식에 대해서 깊이 공감한다”며 “불평등이 하도 견고해 새로운 계급처럼 느껴질 정도가 됐고, 불평등 해소를 최고의 국정 목표로 삼고 있는데 속 시원하게 성과가 나타나지 않아 매우 애가 탄다”고 토로했다. 7분여간 이어진 대통령 인사말이 끝난 뒤 봉 감독이 “저나 송강호 선배 다 한 스피치(연설)한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인데 축하부터 ‘짜파구리’에 이르기까지 거의 시나리오 두 페이지”라며 “암기하신 것 같지는 않고 평소 체화된 주제 의식이 있으시기 때문에 줄줄줄 풀어내신 것 같은데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고 말해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오찬 중 ‘짜파구리’가 등장하자 김 여사는 “저도 계획이 있었다”(‘기생충’ 대사 차용)며 “어제 오후 내내 조합을 한 ‘짜파구리’”라고 말했다. 김 여사는 “코로나19 때문에 지역경제가 위축돼 재래시장에 가서 상인들도 위할 겸 대파를 샀다”면서 “이연복 셰프에게 ‘짜파구리’와 대파를 어떻게 접목할지를 들었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소고기 안심을 넣으면 느끼할 것 같아 돼지고기 목심을 썼다”며 “저의 계획은 대파였다. ‘대파 짜파구리’”라고 했다. 봉 감독이 “짜파구리를 한 번도 안 먹어 보고 시나리오를 썼는데 맛있다”고 하자 김 여사는 “대파 소비가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해 박수가 나왔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봉 감독과 다음 작품?… 썸타는 것처럼 얘기 중이죠”

    “봉 감독과 다음 작품?… 썸타는 것처럼 얘기 중이죠”

    “오스카는 아니어도 칸 경쟁 정도는 예상 감독상 받는 순간에 ‘작품상이다’ 생각 제가 ‘선 안 넘으면’ 차기작 할 걸로 기대”“제가 (시상식에) 올라가는 경우는 작품상이어야만 가능하잖아요. 그래서 ‘내가 올라갈 일이 있을까?’ 했었는데 감독상 받으시는 순간에 ‘작품상이다’ 생각했어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이 쓴 역사들 중 제작자인 곽신애(52) 바른손이앤에이 대표의 몫도 크다. 봉준호 감독과 함께 작품상을 수상한 곽 대표는 아카데미 작품상에 이름을 올린 첫 유색인종 여성 프로듀서다. 2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난 곽 대표는 “아직도 정리가 잘 안 된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가 2015년 4월 봉 감독이 건넨 15쪽짜리 시놉시스를 보고 “호박이 넝쿨째 들어온 것 같았다”고 표현한 얘기는 이미 많이 알려졌다. 곽 대표는 “오스카까지는 아니지만 칸(영화제) 경쟁부문 정도는 생각했다”고 말했다. “건드리고 있는 게 빈부 문제고 시놉시스도 웃기고 잘 읽혔어요. 재미나 주제 의식 면에서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카데미 시상식 직전 현지 반응을 본 곽 대표의 소감은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건 우리 영화지만 직접 표를 줄지는 모르겠다”였다. “상을 받는다면 세계 영화에 의미있는 자극이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정말 주다니…’ 싶었어요.” ‘기생충’의 오늘이 있기까지 어떤 기여를 했느냐는 질문에는 “감독님이 마음 불편하다고 느끼는 부분을 해결했다”며 자신을 낮췄다. 숨가쁜 여정을 이어 온 곽 대표의 다이어리에는 ‘기생충’의 국제영화제 수상 소식이 빽빽하게 담겼다. 곽 대표는 자신을 “영화를 하나의 예술로 생각하는 매체 출신”이라고 소개한다. 1990년대 영화전문잡지 ‘키노’ 창간 멤버인 그는 영화 마케팅 업무와 프로듀서를 거쳐 2015년 바른손이앤에이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후 엄태화 감독의 ‘가려진 시간’(2016)과 곽경택 감독의 ‘희생부활자’(2017·공동제작)를 제작했다. 곽 감독이 오빠이고, ‘은교’의 정지우 감독이 남편이다. “오빠 영화 ‘친구’를 보면서 ‘나는 못 만들 영화’라고 생각했어요.(웃음) 독립영화와 주류 영화의 경계에 있는 자기 색깔이 선명한 영화를 좋아해요.” 그러면서 곽 대표는 엄 감독과 함께 국내외 영화제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김보라 감독의 영화 ‘벌새’를 언급했다. 봉 감독과의 다음 작업에 대해서는 “하자, 안 하자 얘기한 적은 없지만 썸타는 것처럼 서로 얘기하고 있다”고 했다. “제가 ‘선을 안 넘으면’ 다음 한국 영화 정도는 하지 않을까. 하게 될 거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봉준호 “대통령 말씀 듣고 충격의 도가니 빠졌다”

    봉준호 “대통령 말씀 듣고 충격의 도가니 빠졌다”

    문 대통령 “불평등 해소 최고의 국정목표 금방금방 성과 나타나지 않아 매우 애탄다” “제 아내가 여러분에게 헌정하는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를 함께 끓인 라면·영화 ‘기생충’에서는 소고기 고급부위인 채끝살을 넣어 끓여 빈부격차를 보여주는 소재로 등장)가 맛보기로 포함돼 있습니다. 함께 유쾌한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문재인 대통령).” “바로 옆에서 대통령님 길게 말씀하시는 것 보면서 글 쓰는 사람으로서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습니다(봉준호 감독).”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왕을 휩쓴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제작진·출연진을 청와대로 초청해 특별한 오찬을 함께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영화 100년사에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 것도, 오스카에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는 사실도 아주 자랑스럽다”면서 “오스카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영화제이지만 봉 감독이 핵심을 찔렀다시피 ‘(백인·남성·영어권 위주) 로컬 영화제’라는 비판이 있었는데 ‘기생충’이 워낙 빼어나고 봉 감독이 탁월해서 비영화권 영화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최고 영화, 최고 감독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했다”고 말했다. 앞서 봉 감독이 지난해 10월 미국 매체 인터뷰에서 ‘지난 20년간 한국 영화가 한 번도 오스카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라는 질문에 “별로 큰일은 아니다. 오스카상은 그저 로컬(지역영화상)일 뿐”이라고 답한 것에 착안한 것이다.문 대통령은 ‘기생충’과 ‘방탄소년단’(BTS)을 비롯한 케이팝, 한국 드라마, 국제 음악콩쿠르 수상 등을 거론하며 “한국은 문화 전반에서 변방이 아닌 세계 중심부에 진입해 인정받는 문화가 됐다. 그런 특별한 자랑스러음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아직까지 우리 문화예술 산업 분야가 저변이 풍부하다거나 그렇게 말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문화예술계도 ‘기생충’이 보여준 것과 같은 불평등이 존재하고, 특히 영화 제작 현장에서나 제작·배급·상영 등 유통구조에 있어 불평등한 요소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생충’이 보여준 사회의식에 대해서 아주 깊이 공감을 한다”며 “전세계적 문제이긴 하지만, 불평등이 하도 견고해져서 마치 새로운 계급처럼 느껴질 정도가 됐고,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을 최고의 국정목표로 삼고 있는데, 반대도 많이 있기도 하고, 속시원하게 금방금방 성과가 나타나지 않아서 매우 애가 탄다”고 토로했다. 문 대통령은 표준 근로시간제, 주 52시간 등을 준수한 봉 감독과 제작사에 경의를 표한 뒤 “일없는 기간 영화 산업에 종사하는 분들의 복지가 잘되도록 노력하고, 영화 유통구조에서도 독과점을 막을 스크린 상한제가 빨리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영화산업 융성을 위해 영화 아카데미 지원을 늘리고, 확실히 지원할 것”이라며 “간섭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7분여간 이어진 대통령의 인사말이 끝나자 봉 감독은 “저나 송강호 선배 다 한 스피치(연설)한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인데 대통령이 작품 축하부터 한국 대중문화를 거쳐 영화산업 전반에 걸친 언급을 거쳐 결국 ‘짜파구리’에 이르기까지 말씀하신 게 거의 시나리오 2페이지다.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라고 말하자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어 “암기하신 것 같지는 않고 체화된 어떤 이슈에 대한 주제의식이 있기에 줄줄 풀어내신 것 같은데 많은 시상식을 갔지만 대사를 많이 외우는 배우들도 지금 말씀하신 것의 4분의 1 정도의 짧은 스피치도 프롬프터를 보면서 한다”며 “의식의 흐름인지, 조리 있게 정연한 논리 흐름과 완벽한 어휘를 선택하시면서 기승전결로 마무리하는 것을 보며 글쓰는 사람으로서 충격에 빠져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아내가 특별한 팬”이라고 말하자 김정숙 여사는 “남편과 영화를 봤다”고 거들었다. 주연배우 송강호씨는 문 대통령 부부에게 봉 감독이 쓴 각본집 2권을 선물로 증정했다. 오찬에는 봉 감독을 비롯해 제작자인 곽신애 바른손 E&A 대표, 한진원 작가 등 제작진 12명,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이선균 등 배우 10명,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문 대통령과 ‘짜파구리’ 오찬…봉준호 “충격의 도가니”

    문 대통령과 ‘짜파구리’ 오찬…봉준호 “충격의 도가니”

    봉준호 “대통령 7분 인사말 논리와 어휘 완벽”송강호 “대장정 마무리한 뜻깊은 자리 뭉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하며 국위선양한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 팀과 함께 청와대에 초청돼 문재인 대통령과 오찬 자리를 가졌다. 개봉 당시 김정숙 여사와 함께 ‘기생충’을 관람했던 문 대통령은 가장 먼저 아역배우인 정현준 군과 인사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자세를 낮춰 정현군 군과 인사하고 다른 배우들과도 일일이 악수를 했다. 문 대통령은 “꿈같은 일”이라며 축하의 말을 건넸고 봉 감독은 “배우, 스태프들과 함께 오게 돼 기쁘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아내가 특별한 팬”이라고 했고 김정숙 여사 역시 영화를 잘 봤다고 호응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영화 100년사에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 것도, 새로운 오스카 역사를 쓴 것도 아주 자랑스럽다. 오스카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고 최고 영화제지만 봉 감독이 핵심을 찔렀다시피 로컬 영화제라는 비판이 있었다”고 말했다.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그러나 기생충‘이 워낙 빼어나고 봉 감독이 워낙 탁월해 비영어권 영화라는 장벽을 무너뜨리고 최고 영화,최고의 감독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해 특별히 자랑스럽다”고 강조했다. 직접 각본을 쓰는 봉 감독은 문 대통령은 7분 인사말에 “글 쓰는 사람으로서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저나 송강호 씨나 모두 한 스피치한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인데 작품 축하부터 한국 대중문화, 영화산업 전반에 대한 언급을 거쳐 짜파구리에 이르기까지 말씀하신 게 거의 시나리오 두 페이지 분량”이라고 부연했다. 봉 감독은 “평소에 체화한 이슈에 대한 주제 의식이 있기에 풀어내신 것 같다. 많은 시상식을 갔지만 대사를 많이 외우는 배우들도 지금 말씀하신 것의 ¼ 정도의 짧은 스피치를 프롬프터를 보면서 한다”며 놀라워했다. 봉 감독은 “조리 있게 정연한 논리 흐름과 완벽한 어휘 선택으로 기승전결로 마무리하시는 것을 보니 저는 글 쓰는 사람으로서 놀랐다”고 말했다.이날 오찬 메뉴에는 ‘기생충’에 등장해 화제가 된 짜파구리가 포함됐다. 배우 송강호는 문 대통령 부부에게 봉 감독이 쓴 각본집 2권을 선물로 증정했다. 송강호는 “따뜻한 음식을 먹으면서 대장정의 마무리를 한다는 것이 특별하지 않나. 우리 모두 모인 게 오랜만이고 (기생충과 관련한) 공식행사가 오늘이 마지막인데 자연스레 뜻깊은 자리가 된 것 같아 더 뭉클한 감동이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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