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실태와 정화대책 점검(심층취재)
◎마산 앞바다 다시 죽어간다/해저서 독성물질까지 검출… 수질 더 악화/하수처리장 용량 부족… 하루 12만t 방류/경남도·시 “99년까지 하수처리장 확충… 방식도 변경”
『내고향 남쪽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노산 이은상은 고향인 마산 앞바다를 그리며 「가고파」를 노래했다.그 무대가 됐던 마산 앞바다는 그로부터 40여년이 지나면서 죽음의 바다로 변했다.눈이 시리도록 푸르던 물색은 검붉게 변했고,하얀 갈매기는 중금속에 오염돼 신음하고 있으며,이곳 명물 「꼬시래기」는 돌아오지 않고 있다.전국의 연안중 가장 심각하게 오염된 마산앞바다를 살리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회생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정부는 마산만 오염방지를 위해 국내 유일의 연안하수종말처리장의 건설과 함께 88년부터 마산만 준설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한때 개선되던 수질은 시간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마산만 오염의 실태와 원인·문제점·대책등을 진단해 본다.
▷실태◁
16일 마산시와 창원시 경계인 봉암교밑에서 만난 최상길씨(58·마산시 봉암동)는『마산수출자유지역과 창원공단이 조성되기전인 70년대초까지만 해도 물이 맑아 이곳에서 꼬시래기와 도다리등을 낚아 회쳐 먹었다』며 『특히 간조때는 창원천 하구에서 바지락을 주웠다』고 지난 시절을 회상했다.
그러나 지금 창원시내를 가로지르는 남천을 흐르는 물은 창원공단을 거치면서 먹물같이 변한채 창원천과 합류,마산만으로 유입된다.
○공단거쳐 오수로
하늘에서 바라본 마산만과 진해만이 맞닿은 창원군 구산면 옥계리 앞바다는 바다색깔이 주변과 확연하게 구분된다.주변은 푸른데 반해 이 일대는 검은 색을 띠고 있다.올들어 가동된 마산·창원하수처리장의 방류구가 이곳 해저에 설치됐기 때문이다.이곳으로 나오는 방류수의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은 무려 1백㎛.마산시가 최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방류수가 희석된 부근 바닷물의 수질은 COD 25∼30㎛이나 되는 것으로 밝혀져 마산만 수질개선을 위해 건설된 하수처리장이 오히려 오염을 부채질하고 있음을 알수있다.
어민 강종호씨(46·창원군 구산면 )는 『마산만이 오염됐다고는 하지만지난해까지 이곳에 그물을 놓아 짭짤한 수입을 올렸다』며 『하수처리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된 지난 봄부터는 고기가 잡히지 않을 뿐만아니라 심한 악취까지 난다』고 말했다.
○악취까지 코 찔러
낙동강환경관리청이 지난 8월 조사한 마산만의 수질은 COD 7.4ppm으로 해수 3등급 기준 4.0ppm을 훨씬 초과하고 있다.같은 시기 남해연안중 비교적 오염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인근 진해만 2.4ppm,행암만 2.6ppm,옥포만 1.7ppm,온산만 2.8ppm,울산만 2.0ppm등과 비교해 볼때 오염정도가 어느정도인지 쉽게 알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마산만 밑바닥에서 독성유해물질인 PCB와 다이옥신이 검출돼 충격을 주고 있다.이들 화학물질은 체내에 축적되면 암을 유발하고 기형아를 출산하는등 유독물질이다.
경남대 환경연구소 민병윤교수(47·농학박사·환경보호학과)팀이 지난해 마산만의 퇴적층을 조사한 결과 염소유기화합물인 PCB의 경우 해역에 따라 최소 0.008ppm에서 최고 0.15ppm까지,그리고 고엽제 원료인 다이옥신은0.0012∼0.0153ppm까지 검출됐다.특히 이 해역에서 채집된 담치에서 0.033ppm,전어 0.091ppm이 검출됐고 마산만에서 서식하는 괭이갈매기에서는 무려 11.36ppm이나 조사돼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민교수는 『PCB와 다이옥신은 중금속과 함께 미량이라도 인체에 치명적인 해를 끼치기 때문에 미량이라도 검출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원인◁
쪽빛 물색을 자랑하던 마산앞바다가 물고기조차 사라져버린 죽음의 바다로 변하게 된 근본원인은 해수이동이 원활하지 못한 반폐쇄성 내만이라는 특성 때문이다.70년대초 창원공단과 마산수출자유지역이 조성되면서 산업폐수와 생활하수가 정화되지 않은채 대량으로 유입되고 있다.또한 창원시 귀산동 석교마을과 마산시 덕동 막개동이 마주 보고있는 만 입구를 진해시 모도가 가로막고 있어 오염을 가중시킨다.이런 지형상 특성 때문에 오염된 바닷물이 먼 바다로 나가지 못하고 만내에서 맴돌게 돼 결국 자정력을 잃고 마는 것이다.
○3등급 물도 안돼
▷문제점◁
정부가 마산만을 살리기 위해 1천억원이상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있는 것은 당국의 정책자체에 많은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건설부는 마산만의 수질보전과 쾌적한 도시환경조성을 목적으로 마산·창원하수처리장을 건설했다.지난 84년 사업비 7백84억원으로 착공된 하수처리장 건설공사는 당초 5개년사업이었지만 예산부족을 이유로 9년만인 지난해 완공됐다.공사기간이 거의 갑절로 늘어난 셈이다.
설계당시 창원·마산지역에서 발생된 오·폐수는 하루 20만t이었다.완공예정일로 잡았던 지난 89년의 오·폐수 발생량을 25만t으로 추정,처리용량을 28만t으로 잡았다.그러나 현재 이 지역의 인구는 80만명으로 늘었으며,폐수발생량도 하루 40만t에 달하고 있어 풀가동하더라도 매일 12만t은 그대로 방류해야될 형편이다.
○환경정책에 문제
그러나 실제로는 25만t이라는 엄청난 양의 폐수가 정화되지 않고 마산만으로 흘러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마산시내의 오수관로중 44%가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게다가 신항매립지에 부설된 관로가 지반침하로 균열돼 상당량의 폐수가 바다로 스며들어 하수처리장에 유입되는 오·폐수는 15만여t에 불과한 실정이다.그나마 하수처리시설이 침전식으로 설계돼 있어 처리된 38%도 COD 1백ppm으로 방류되므로 수질개선에는 전혀 도움이 안된다.
마산시는 지난 88년 창원공단과 마산수출자유지역에서 배출된 산업폐수가 퇴적,마산만의 수질을 오염시킨다고 보고 오니준설사업에 착수했다.준설사업은 국비 1백99억4천2백만원과 시비 88억2천4백만원등 2백87억6천6백만원의 사업비를 투입,올해까지 퇴적오니 2백11만1천t을 준설할 계획이다.
○단속인력도 부족
준설사업기간동안 낙동강환경관리청이 조사한 마산만의 수질은 사업착수 연도인 88년 COD 4.7ppm,89년 7.0ppm,90년 5.4ppm,91년 4.3ppm을 기록,여전히 해수 3등급 기준을 넘었다.92년 3.3ppm으로 떨어져 봉암교근처에서 물고기가 잡히는등 개선될 기미를 보였다.그러나 93년 4.0ppm으로 다시 상승,3급수를 겨우 유지하다 올들어 급격히 악화됐다.지난 2월 4.1ppm,5월 8.1ppm,6월 9.8ppm까지 치솟아 준설이전보다 오히려 수질이 악화돼 예산만 낭비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성용덕 마산시하수과장은 『지난 여름 가뭄과 무더위로 수질이 다소 악화됐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체적으로는 상당히 개선됐다』며 『준설사업의 효과는 사업이 마무리된후 2∼3년이 지나야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대책◁
마산만을 살리기 위해서는 하수처리장 시설을 완벽하게 갖추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경남도와 마산시는 올해부터 6백20억원의 사업비로 오는 99년까지 처리능력을 하루 50만t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처리방식도 현재의 침전식에서 활성오니법으로 바꾸며 방류수의 수질도 COD 20ppm까지 끌어내릴 복안이다.도와 시가 하수처리장 증설사업을 추진하면서 용역기관에 의뢰한 「생분해 모형실험」의 용역기간은 신중하게 결정돼야 한다.선진국의 경우,대개 3년정도 실험을 거쳐 하수처리방식을 결정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배출업소 지도단속권은 시·군으로 이관돼야 한다.지난 연초 낙동강 상수원 오염사고이후 지도단속권이 환경처로 이관됐으나 인력부족등으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주기적인 연안청소작업도 실시해야 한다.그리고 무엇보다 마산항 활성화를 위한 개발계획을 수립할 경우 관계당국은 철저한 검토끝에 결정하고,환경영향평가에 따른 적극적인 오염방지대책을 세워야 한다.
아울러 마산만 살리기 범시민운동도 끊임없이 추진돼야 한다.생활하수를 줄이고 합성세제 덜쓰기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야 마산만이 살아나고 떠났던 물고기들이 다시 찾아올 것으로 환경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 의견/문병윤교수/바다밑 유독물질 조속히 제거해야/PCB 등 분해 잘 안되고 인체잔류성은 강해/조류·어패류 등 생태계에 영향 최소화 노력을
인간과 생물은 처해있는 환경에 의존하며 산다.지구표면의 약 71%는 바닷물로 덮여 있으며,이러한 바다는 생물권을 구성하는 중요한 공간의 하나이고 인간과 생물을 유지하게 하며 자원을 공급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사정은 좁은 국토에 부존자원이 제한돼 있는 반면,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라는 점에서 해양의 중요성은 더욱 절실하다.폭발적인 인구의 증가와 산업활동에 의한 오염물질들은 궁극적으로 모두 해양으로 모이게 된다.따라서 해양은 오염물질에 의해 날이 갈수록 오염되고 있으며,특정 해역은 이미 그 정화능력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특히 마산만의 경우 해수의 유동이 적은 반폐쇄성 해역이어서 수질이 악화되기 쉬운 지역이다.또 마산·창원이 공업적지인 관계로 지난 70∼74년사이 마산수출자유지역과 창원공단이 조성되어 인구는 급격히 증가하고 도시화되었다.산업활동및 해상활동이 활발해짐에 따라 생활하수·산업폐수·해상폐기물등이 대량 배출되고 오염물질이 적절히 처리되지 않은채 마산만에 유입돼 전국최고의 오염농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보다 충격적인 사실은 이 일대 해역이 PCB와 다이옥신같은 특정유해물질에 오염돼 있다는 사실이다.이들 유해물질은 인간이 만들어낸 화학물질중 최고의 독성을 함유하고 있는데다 난분해성으로 잔류성이 강하다.따라서 일단 체내에 축적되면 배출되지 않으며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일본을 예로들면 지난 73년 6월 수산청이 어류에 PCB오염이 심하다고 하여 외획규제를 함으로써 물고기 파동이 발생,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된바 있다.이에 일본정부는 같은 해에 PCB대책위원회를 구성했고 이듬해인 74년에는 이를 특정화학물질로 지정했다.이어 78년부터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대기·수질등의 무기적 환경및 어패류와 조류등에 대해 PCB와 다이옥신의 오염도를 전국적으로 조사해 인간을 포함한 생물체및 생태계에 미치는 나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마산만 주위는 지난 72년 일본에서 폐쇄된 PCB사용 공장들이 마산수출자유지역으로 모여들기 시작했으며 또 창원지역에도 대단위 공단이 형성돼 현재 마산만 해저의 PCB 오염농도는 지난 75년 일본에서 가장 심각하게 오염됐던 오사카만의 해저농도와 비슷한 수준에 달하고 있다.
특히 마산만 해저의 PCB농도는 지역에 따라 오염물질이 여러 종류여서 오염분포도 다양한 것으로 조사됐다.한편 마산만에서 서식하는 어패류및 야생조류에서도 고농도의 PCB와 다이옥신이 검출됐다.
현재 이들 독성물질에 의한 오염은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으며,마산·창원시민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치리라 예상되고 있다.이에대한 정확하고 철저한 현황조사가 시급히 요구된다.
결국 우리가 생활하는 이 지역이 안전하게 살수 있는 지역인지 다시 한번 점검해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