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윤 성균관대 교수 “”독립기념관 예산·사업 독립을””
지난 82년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파동을 계기로 민족·역사교육을 위해 국민성금을 모아 87년 개관한 독립기념관(관장 박유철)이 정부의 무관심과 과도한 인력·예산감축 등으로 인한 위상·역할축소로 제기능을 다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장세윤 성균관대 연구교수는 최근 한국민족운동사학회가간행한 ‘한국민족운동사연구’ 제27집에 기고한 ‘독립기념관의 자료수집 현황과 과제’라는 글에서 “국민적 사회교육기관인 독립기념관이 설립초기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못한채 극도로 위상이 축소됐다”고 지적했다.장 교수는 독립기념관 개관전부터 지난해까지 15년간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장 교수에 따르면,독립기념관은 120만평의 부지와 세계적규모의 전시관 등 하드웨어는 국제적이나,자료수집·관리·전시 및 연구,대중화 작업 등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극도로 빈약하다는 것이다.이중 장 교수가 가장 크게 지적하는부분은 전문인력 부족이다.개관 당시 연구직은 정원 171명중 32명에 이르렀으나 그동안 8차례의 직제개편,구조조정으로 현재는 8명(독립운동사연구소4,전시부3,교육사업추진단1)뿐이다.독립기념관의 한 관계자는 “구조조정 얘기가 나올때마다 연구소 폐쇄나 연구인력 축소가 제일 먼저 나온다”고 말했다.
예산축소도 큰 문제로 지적됐다.87년 개관 당시에는 자료수집비로 1억2,000여만원이 책정돼 있었으나,해마다 줄어 98년의 경우 1,960만원으로 연간 2,000∼3,000만원대 정도다.장 교수는 자신이 재직하고 있는 성균관대 박물관의 99년도 유물구입비가 1억7,500만원이었다고 소개했다.한 현직연구원은 “규모는 국제적으로 세워놓고도 당국은 독립기념관을 마치 천안소재 지방기관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면서“‘적자’ 운운하며 일반관공서식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기념관에 대한 안목이 부족한 탓”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웃 일본의 경우 지난 70년대 세계화 추진과정에서도쿄와 오사카에 국립역사민속박물관,세계민족학박물관을각각 건립하면서 직원의 절반 이상을 연구인력으로 구성하고, 지속적인 자료수집과 연구활동으로 학술적 성과는 물론일반국민 교육에도 큰 성과를 거둬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독립기념관의 경우 조직이 점차 관료화된데다 전문인력·예산부족으로 자료수집은 물론 소장자료에대한 정리(내용파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한 예로87년 개관 당시 4만3,412점이던 소장자료가 개관 13년이 지난 작년말 현재 6만9,020점에 그치고 있다.소장자료중 독립운동가들의 수기·일기류 100여점은 아직 정리조차 제대로하지못한 상태다.
장 교수는 “현재의 인력·예산상태로는 기념관이 제기능을 다하기 어렵다”며 “위상제고와 함께 예산·사업계획편성의 자율권 확보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한 역사학자는 “독립기념관은 국민통합적 기능을 가진 국가차원의 교육·전시기관인만큼 전문인력 주도의 문화공간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운현기자 jwh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