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세계박람회 CEO 유치전/ “경제효과 월드컵 2배” 재계 총출동
재계가 2010년 세계박람회 여수 유치를 위해 막판 총력전에 나섰다.
세계박람회유치위원회 위원장인 정몽구(鄭夢九) 회장의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을 비롯해 삼성,SK,한화,두산,포스코 등 대기업 총수와 최고경영자들이 잇따라 해외 무대로 나가 세몰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세계박람회가 갖는 의미를 누구보다 잘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박람회는 지구촌 최대의 축제로 불리는 월드컵에 버금가는 행사다.경제적 효과는 월드컵의 2배에 이르며 ‘세계박람회 개최국이 곧 경제대국’이라는 상징적 의미까지 지니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손병두(孫炳斗) 부회장은 “세계박람회 유치는 선진국 진입을 위한 초석”이라며 “재계에는 ‘국제 무대에서 세계박람회 개최국 기업’이라는 자긍심을 갖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사활 건 유치활동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이 세계박람회유치위원장을 맡고 있기 때문에 어느 기업보다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정 회장은 물론 유인균(柳仁均) INI스틸 회장,박정인(朴正仁) 현대모비스 회장,이계안(李啓安) 현대캐피탈 회장 등 주요 계열사 회장단이 수시로 해외를 돌며 세계박람회 유치에 정열을 쏟고 있다.
정 회장의 경우 지난 2년동안 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방문한 국가가 30곳을 웃돈다.
세계박람회기구(BIE) 사무국이 있는 프랑스는 물론이고 벨기에·독일 등 유럽과 주요 ‘표밭’인 중남미·동남아시아 등 세계 전역을 누볐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외국 출장에 따른 비행기 마일리지가 16만㎞에 달한다.지구를 무려 4바퀴나 돈 셈이다.
정 회장은 한ㆍ일 월드컵과 부산아시안게임 기간에도 우리나라를 방문한 각국 정상과 외교책임자 등을 찾아다니며 한국에 대한 지지를 당부하는 열정을 보였다.
지난 2월 중미 벨리세에서 열린 제13차 카리콤 정상회의 때는 계열사 회장단을 모두 이끌고 현지로 달려갔다.10개국 정상급 인사와 6개국 외무장관이 한자리에 모인 행사로 유치 활동을 벌이기에 그보다 좋은 기회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정 회장은 지난달 22일 인도를 거쳐 보름이 넘도록 동남아 각국을 누비며 막바지 유치활동에 정열을 불사르고있다.
◆대기업·경제단체도 적극적
현대·기아차차그룹뿐 아니라 삼성,SK,한화,포스코 등 대기업과 경제단체의 회장단도 유치활동에 발벗고 나섰다.
김승연(金升淵) 한화 회장은 한ㆍ미교류협회장 자격으로 세계 무대를 누비고 있다.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한 경제통상대사에 임명될 정도로 적극적이다.최근에는 선대 회장 때부터 교류가 깊었던 그리스와 헝가리를 방문해 지지를 당부하기도 했다.
손길승(孫吉丞) SK 회장도 세계박람회 유치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용성(朴容晟)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6월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아랍에미리트·레바논·예멘 등 중동 3개국을 방문한 데 이어 지난 3일 트리니다드토바고·세인트 루시아·아이티 등 중미 3개국을 방문,막바지 ‘표밭갈이’에 힘을 보탰다.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은 지난 11일부터 7일간의 일정으로 포르투갈과 프랑스 등 유럽 각지를 돌며 조르주 페르난두 브랑쿠 삼바이우 포르투갈 대통령,랑세 메흐 프랑스 경제재무부 장관 등 각국 정·재계 인사들을 만나 유치활동을 벌이고있다.
◆다국적 기업들도 가세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들도 세계박람회 유치에 동참하고 있다.
한국외국기업협회는 지난 8일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주한 다국적기업 최고경영자와 임직원을 대상으로 ‘세계박람회 여수 유치 설명회’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필립스전자·야후코리아·인텔코리아 등 1500개 회원사와 다국적 투자기업이 참여했다.독일·이탈리아·스페인·캐나다·스위스·프랑스·영국·네덜란드 등 세계박람회기구 회원국 기업의 임직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협회 관계자는 “세계박람회는 월드컵에 이어 한국의 국가브랜드를 다시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박람회 유치를 위해 온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전광삼기자 hisam@
■표문수 SK텔레콤 사장 “IT기술 향연장 되도록 지원”
SK텔레콤은 서울 월드컵,부산 아시안게임 등 두차례의 국제경기에서 앞선 최신 IT(정보통신) 서비스로 세계인의 눈을 사로 잡았다.회사 이름은 이제 웬만한 국가에는 다 알려져 있을 정도가 됐다.
SK텔레콤은 ‘2010년 여수 세계박람회’ 유치와 관련,외부적으로는 활동이 두드러지지 않다.그러나 개최국의 최종 선정일이 임박하면서 SK그룹 차원의 지원 전략에 맞춰 해외망을 가동 중이다.
표문수(表文洙·49) 사장은 “그룹차원에서 세계 박람회 유치활동을 돕기 위해 해외 지점망을 통한 경쟁 상대국의 유치전략 및 각국의 분위기 등 정보를 집중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치에 성공하면 최근 국내에서 열린 어떤 다른 국제대회보다도 첨단 IT의 경연장이 될 것”이라면서 “유치 이후에는 이동통신업계 선두주자로서 8년여동안 첨단 IT기술 및 서비스를 개발,세계박람회가 ‘IT 향연장’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또 박람회 공식 파트너로 참여할 의향도 있음을 내비쳤다.
표 사장은 “특히 세계 박람회의 전시 내용이 해양뿐 아니라 산업기술과 문화 등 다양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고, 대회 기간이 다른 대회와 달리 6개월 정도여서 첨단 이통서비스 상품을 세계에 홍보할 수 있는 최고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밝혔다.
그러나 “유치 경쟁도시인 중국 상하이 등과 박빙의 경쟁을 벌이는 등 개최지가 확정 안돼 아직 구체적인 프로젝트는 마련하지 않고 있다,”면서 “국내 유치가 확정되면 곧바로 전담팀을 만들어 분야별로 준비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기홍기자 hong@
■외국 사례로 본 대회 효과
세계박람회 개최가 해당 지역과 국가 발전에 미치는 영향은 분야별로 다양하다.
세계박람회는 개최 기간이 6개월 가량이나 되고 수천만명의 관람객이 방문한다는 점에서 개최준비 및 사후 활용단계에서 해당지역의 급속한 발전과 개최 국가의 국제 인지도 상승에 따른 유·무형의 부가적인 효과가 있다.
세계박람회유치위원회의 ‘외국의 세계박람회 개최에 따른 경제효과 분석’에 따르면 박람회 개최의 덕을 톡톡히 본 대표적인 곳이 프랑스 파리다.1855년부터 1900년까지 5차례 열렸으며,이 기간에 프랑스를 세계적인 관광·예술·패션·문화의 중심지로 각인시켰다.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파리의 에펠탑이 1889년의 세계박람회를 위해 세워진 임시 구조물임을 감안한다면 박람회가 프랑스 발전에 미친 영향이 얼마나 컸는지를 짐작케 한다.
3차례의 세계박람회를 개최한 일본의 경우는 1970년의 오사카박람회가 의미있는 행사였다.오사카박람회는 약 6000만명이 관람한 역대 최대 규모의 행사 중의 하나로,오사카를 중심으로 관서지방의 경제·사회·문화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시 일본은 패전국가라는 이미지를 씻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진입하기 위해 급속한 경제성장에 걸맞는 일본의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심어줄 필요가 있었다.이 때 개최한 오사카박람회는 일본이 지닌 산업기술,특히 하이테크 분야의 기술력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였다.일본이 국제사회에서 선진국으로 공인받는 계기가 된 셈이다.
1986년의 밴쿠버박람회도 캐나다의 동서 발전에 적잖은 기여를 했다.80년대 중반까지 공업발전이 동·중부에 집중돼 서부지역은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었다.당시 서부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는 홍콩의 중국반환(1997년)을 앞두고 아시아계 이민과 투자자본의 유치가 필수적인 과제였다.
밴쿠버박람회는 이같은 지역적 발전방향과 연계돼 ‘움직이는 세계,가까운세계 (World in Motion - World in Touch)’를 주제로 열려 대성공을 거뒀다.2200만여명의 관람객이 방문했고,37억여달러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얻은 것으로 집계됐다.그 뒤 소도시에 불과했던 밴쿠버는 아시아 지역의 투자자본과 교역량이 크게 늘면서 태평양의 관문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주병철기자 bcj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