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을 말한다] 日상인의 수백년 역사 탐방
일본은 오래된 가게인 ‘노포’(?)의 천국이다. 서기 578년에 백제인이 창업한 오사카의 건설회사 곤고구미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이다. 일본은 대기업도 강하지만, 중소기업은 더 강하며 수백년된 노포들은 더 강하다. 이러한 노포들이 만들어낸 상도는 오늘날 일본의 강소기업, 혹은 대기업들의 경영철학에 정신적인 밑받침이 되었다. 그 결과 세계적인 경기 불황 속에서 오히려 매출이 성장하는 강소기업들이 많다.
‘일본의 상도’는 1999~2009년까지 일본 현지 취재를 바탕으로 오늘날의 일본이 있게 한 구체적인 일본의 상도와 일본 상인의 역사를 담았다.
일본의 대표적인 상인은 그들이 뿌리 내린 지역에 따라 5대 상인으로 나뉜다. 400년 전통의 오사카 상인은 일본 경영의 신인 파나소닉의 창업주 마쓰시타 고노스케를 배출했고, 천년전통의 교토상인은 닌텐도, 교세라, 무라타 제작소 등 세계 최강의 강소기업을 키워 냈다.
또 모기장과 약, 칠기 밥그릇을 팔아 돈을 번 ‘일본의 개성상인’ 오미상인은 세계최대의 보험회사인 일본생명, 이토추상사, 세이부그룹 등을 만들었다.
일본 경제의 혼인 나고야상인은 도요타자동차, 신일본제철, 혼다자동차 외에 세계 최강의 부품기업인 덴소 등을 키웠고. 도쿄에서 100년 이상 장사해온 긴자상인은 소니와 화장품의 시세이도를 비롯, 긴자의 명품가게들 400 곳 이상을 탄생시켰다.
2009년 8월12일 일본의 도쿄상공리서치는 창업 100년을 넘는 기업이 전국에 2만 1066개사이며, 창업 1000년을 넘는 기업은 8개 회사라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렇게 장수 기업이 일본에 많은 이유는 일본식 경영이라는 독특한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책에는 ‘돈을 남기는 것은 하(下), 가게를 남기는 것은 중(中), 사람을 남기는 것은 상(上)’이라는 독특한 철학이 나온다. 돈만을 좇는 것은 죽은 목표라는 것이다.
서기 1000년도에 개업, 1000년 넘게 인절미 떡을 구워 팔아온 교토의 떡가게 이치와는 지금도 여전히 성업 중이다. 최고 품질의 쌀, 최고 품질의 비장탄 숯으로 이익을 손톱만큼 남기고 판다는 철학이 자신의 가게를 1000년 간 번영시켰다고 말했다. 일본에는 이런 가게들이 참 많다.
수백년 간 꿋꿋하게 최고의 상품을 만들어 내는 일본 노포의 상인들은 장사꾼의 모습이 아니라, 고객을 교주로 섬기는 수도자와 같다.
이 책은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가는 지름길이 무엇인지, 우리 기업들의 대안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참고서이고, 경제대국 일본의 정신과 문화를 배우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러 일본과 비즈니스를 하는 직장인, 기업인에게는 일본경영의 핵심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역할을 해줄 것이다.
홍하상 논픽션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