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오사카
    2025-08-12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6,503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벽 속에 벽’ …제주, 안도 다다오 건축작품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벽 속에 벽’ …제주, 안도 다다오 건축작품

    “빛과 그늘이 함께하는 것이 인생이다. 건축 이야기에는 반드시 빛과 그늘이라는 두 측면이 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안도 다다오(安藤忠雄·75). 세계적이라는 말조차 무색할 정도인 동시대 최고의 건축가이자 일본 예술가이다. 전직 프로복서 출신, 오사카의 한 공업고등학교 졸업, 방황, 실패의 연속, 독학으로 건축학 입문이라는 그의 ‘그늘진’ 고생담은 동경대 건축과 교수, 세계적 건축가라는 한 편의 ‘빛나는’ 설화(說話)로 재탄생하였다. 서울의 랜드 마크,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를 설계한 자하 하디드(Zaha Hadid·1950~2016)가 2004년에 받아 그녀의 이름값을 드높인 상(賞)이 바로 ‘프리츠커 건축상(Pritzker Architecture Prize)이다. 흔히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우는 이 상을 안도 다다오는 이미 1995년에 받아 책상 한 켠에 얹어 두었으니 지금에서야 그의 실력을 평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터. 이토록 유명한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이 제주도에만 무려 3개나 자리 잡고 있다. 바람, 빛, 물, 콘크리트를 통해 제주의 풍광을 담고 있는 그의 건축철학을 만나보자. ● 제주의 바다를 품다-지니어스 로사이, 글래스 하우스 제주섬 아래켠 섭지코지에도 안도 다다오의 작품들이 있다. 바로 지니어스 로사이(Genius Loci), 글래스 하우스(Glass House)이다. “인간과 자연 공간의 합일점을 찾는 것, 그런 건축이 훌륭한 건축입니다. 섭지코지는 아주 매력적인 땅입니다.” 안도 다다오가 섭지코지에 그의 작품을 남기는 의도가 정확히 설명되는 표현이다. 바로 인간과 자연, 공간이 합쳐지는 하나의 명상 장소가 지니어스 로사이다. 이곳은 비록 규모는 크지 않지만 안도 다다오의 건축철학을 가장 잘 드러내는 공간이라고 평가된다. 여기에서 안도 다다오는 도시 생활에 지친 관람객들에계 자연과 호흡할 수 있는 고품격의 명상장소를 제공하고자 하였다. 지니어스 로사이라는 어원은 바로 ‘대지의 수호신’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대지의 평온한 속에서 인간의 영혼을 찾길 희망하는 그의 바람은 독특한 건축미로 구현된다. 지니어스 로사이에 들어서는 기분은 묘하다. 흡사 팀 버튼의 영화 속에서나 연출이 가능한 4차원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가득하다. 명상의 공간이다. 제주의 삼다(三多·돌, 바람, 여자)를 품듯 노출된 콘크리트 벽체와 길게 뻗은 보도 옆 현무암들, 그리고 쉼 없이 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제주의 물방울들은 기존의 건축에 대한 개념마저 흔들어 버린다. 입구의 차단벽과 연못을 통과해 현무암 사이 길을 걷다 보면, 꽃밭에서 뿜는 여러 빛을, 사각형의 억새밭 사이로 부는 바람과 만난다. 또한 좌우 콘크리트 벽체에서 쏟아지는 폭포 사이를 지나면, 작은 프레임을 통해 성산일출봉을 감상할 수도 있다. 실제 관람객들은 지니어스 로사이에서 안도 다다오의 콘크리트 벽이 뿜는 속내음이 인공적이 아니라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란다. 자연의 일부가 되어버린 콘크리트 쓰임새는 안도 다다오 건축의 지향점인 인간과 자연의 합일을 위한 훌륭한 도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높은 장벽을 뚫고 안으로 들어가면 건물 내부가 서로 서로 연결되어 공간이 닫힌 것이 아니라 뚫려 있고 열려 있다. 또한 하늘로 열린 벽체 기둥들은 온전한 자연의 빛을 건축물에 담아 낸다. 지니어스 로사이에는 총 3개의 전시관이 있다. 제 1전시관은 문경원 작가의 ‘Diary'. 나무의 생장과 소멸. 제 2전시관을 어제의 하늘-바닥에 비춰지는 어제의 하늘을 보며 지나간 시간에 대한 명상.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 3전시관은 오늘의 풍경-실시간 일출봉 풍경을 화면에 투사해서 보여준다. 지니어스 로사이를 뒤로 한 채 언덕을 올라가다보면, 멀리 정동항을 향해 두 팔을 벌린 형상의 글래스 하우스(Glass House)를 만난다. 이곳은 현재 1층은 지포(Zippo)뮤지엄, 2층은 레스토랑 민트(Mint)가 위치하여 제주 바다의 훌륭한 전망을 제공하는 상업적 건축물이다. 1층 바닥이 언덕 아래보다 3.6미터가 높은 곳에 위치해서 건물 내부를 입구에서 가늠할 수가 없다. 막상 입구에 도착하면 멀리 정동항과 성산 일출봉이 보이는 화려한 경치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건물의 정면은 뒷면과는 달리 콘크리트가 아닌 유리로만 마감되어 확 트인 공간감을 보여준다. 이는 정동항을 향해 손 벌린 기하학적인 평면으로 태양이 떠오를 때 해의 기운을 품는 모양을 드러낸다. ● 제주의 산(山)을 품다-본태 박물관 2012년 11월, 제주 산방산 기슭에 산과 바다를 한껏 품은 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본태박물관’, 불어로 ‘Bonte'의 뜻은 ’봉떼‘, 즉,’아름답다‘ 혹은 ’좋다‘의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한자로 ’본태(本態)‘는 ’본래의 형상, 아름다움, 본질‘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박물관 이름으로는 제격이다. 원래 박물관 터가 경사진 곳이지만 이곳을 다지지 않고 있는 그대로 놔둔 채 공간적인 조화를 꾀하고 있다. 또한 높은 콘크리트 벽체를 배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확 트인 공간감은 하늘 높이 뻗어 있다. 산방산 자락 하늬바람이 이곳에 늘상 머물렀다 가도록 바람 길도 터놓았다. 또한 콘크리트가 뼈대를 이루는 구조체이자 건물의 느낌을 자아내는 마감재이다 보니 당연히 불필요한 장식은 다 걷어낸 진솔한 공간과 빛을 통해 가늠되는 시간만이 온전히 드러나게 된다. 따라서 관람객들은 미술 작품 하나하나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였다. 본태박물관은 고(故)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부인인 이행자 본태박물관 고문이 수집한 생활 속 골동품과 소품들을 비롯하여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까지 아울러 전시하는 공간이다. 20세기 현대조각의 새로운 장을 연 안소니 카로(Anthony Caro·92)의 <물결Wave>, 대담한 색상과 특유의 ‘컷아웃 기법’으로 대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팝아트 조각가 데이비드 걸스타인(David Gerstein, 1944 ~ )의 <불타는 입술 Burning Lips >등이 전시되고 있다. 이 밖에도 피카소, 마티스와 더불어 가장 비중 있는 모더니스트 페르낭 레제(Fernand Leger·1881 ~ 1955)의 노동 연작 <건설노동자 Les constructeurs>,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1904~1989)의 <늘어진 시계 La Montre molle>등을 만나 볼 수 있다. 또한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과 안도 다다오의 특별 공간이 마련되어 백남준의 대표적인 작품들과 더불어 본태박물관 설계 변천 과정을 볼 수 있는 스터디 모형, 건축과정을 사진으로 모아둔 스틸컷이 전시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 모시조각보를 형상화한 스테인드 글라스가 있는 안도 다다오 <명상의 방>까지 본태박물관은 제주도를 넘어서 세계적인 예술 체험이 가능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제주 안도 다다오 건축물에 대한 10문 10답> - 아래 질문은 실제 독자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을 바탕으로 만든 10문 10답입니다.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인가요? -꼭 이라는 말을 쓸 필요는 없다. 그러나 건축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나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경우 많은 감동을 느낄 수 있다. 2. 이 공간을 추천해주고 싶은 사람은? -섭지코지를 방문한 관람객들. 제주도를 최소 3번 이상 방문한 경험을 지닌 관광객들. 건축학도. 3. 숙소 등의 시설환경에 괜찮은가요? -제주도이다. 휴가 계획을 미리 짜서 숙박 공간을 미리 정해 놓는 것이 제주 여행에서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다. 휴가철에 임박해서는 가격대가 천정을 뚫고 올라간다는 것은 상식이다. 4. 건축물들의 실제모습은? -지니어스 로사이의 경우 안도 다다오에 대한 이해 없이 들어갔다가는 난감해 할 수 있는 공간이다. 글래스 하우스는 바다 풍경이 멋지다. 이곳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기를 추천. 본태박물관은 제주도의 산길을 굽이굽이 돌아 찾아가야 한다. 고즈넉하다. 5. 특별히 주의해야 할 점은? -안도 다다오에 대한 이해 없이 접근하면 모든 체험이 고난으로 바뀔 수도 있다. 반드시 안도 다다오에 대한 기본적인 자료 조사와 공부는 필요하다. 6. 홈페이지 주소 및 도움되는 사이트 주소는? -지니어스로사이(https://www.phoenixisland.co.kr/pi/index) -글래스 하우스(https://www.phoenixisland.co.kr/pi/index) -본태 박물관(http://www.bontemuseum.com/) 7. 먹거리 정보와 식당 정보는? -유명한 식당을 찾는 것도 의미 있지만, 제주도민의 주거 공간에 있는 작은 식당을 추천한다. 굳이 이름나지 않는 곳이라면 더더욱 좋은 식당일 수도 있다. 8. 제주도에 가 볼만한 다른 건축 공간도 있나요? -포도호텔: 서귀포시 안덕면 산록남로 863. 064-793-7000 -방주교회: 서귀포시 안덕면 산록남로 762. 064-794-0611 -아고라: 서귀포시 섭지코지로 107, 1577-0069 -기적의 도서관: 제주시 동광로 12길 19. 064-738-3003 9. 이곳에서 꼭 추천하고픈 공간이나 체험은? -지니어스 로사이, 글래스 하우스에 대한 섭지코지 도슨트 건축투어(064-731-7791·1인당 2만원) 10. 총평 및 당부사항, 기타정보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을 제주도에서 만난다는 것은 대단한 행운이다. 다만, 안도 다다오 건축 미학에 대한 풍부한 이해와 상식을 가지고 만나야 제주도 여행이 역대급 경험으로 남을 수 있다.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원폭 71년… 美, 히로시마 한인 위령비 첫 참배

    원폭 71년… 美, 히로시마 한인 위령비 첫 참배

    한국인 2만명의 희생을 기린 히로시마 한국인 원폭 희생자배위령비에 미국 정부 대표가 원폭 투하 71년 만에 처음으로 참배하고 헌화를 했다. 지난 5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 평화공원 방문 시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를 따로 찾지 않은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앨런 그린버그 주오사카·고베 미국 총영사는 5일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앞에서 열린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제에 미국 정부 대표로 참석해 헌화를 했다. 미국 정부 인사가 한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헌화하고 위령제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로 47번째를 맞은 위령제에는 한국인 피폭자, 재일본대한민국민단(이하 민단) 히로시마 본부 관계자, 서장은 주히로시마 한국 총영사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최측근인 김원수 유엔 사무차장도 참석했다. 앨런 총영사는 이날 히로시마 한국 총영사관이 개최한 한국인 원폭 희생자 추도회에도 참석해 “사람이 태어날 때 누구도 국기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죽을 때 깃발을 갖고 가지 않는다”라며 “모두 인간이며 한 명 한 명의 목숨은 소중하다”라며 평화를 위해 힘을 모아 가자고 제언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인간처럼 스스로 움직이는 ‘휴머노이드’ 日서 개발

    인간처럼 스스로 움직이는 ‘휴머노이드’ 日서 개발

    인간을 쏙 빼닮은 로봇 개발에 집착하는 일본이 또 하나의 '작품'을 공개했다. 최근 도쿄 대학과 오사카 대학 공동연구팀은 사람의 표정과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휴머노이드(humanoid·인간의 신체와 유사한 모습을 한 로봇) '오르타'(オルタ·Alter)를 공개했다. 인간처럼 자연스러운 얼굴표정을 보여주는 오르타는 노래도 부르며 무작위적인 손동작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오르타의 가장 큰 장점은 개발자가 로봇의 동작을 제어하는 기존 휴머노이드와는 달리 오르타 스스로 동작을 결정해 움직인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개발자도 다음에 오르타가 어떤 움직임을 보일 지 알지 못한다. 이같은 능력의 비밀은 오르타에게 설치된 인간의 뇌와 척수의 반복패턴을 시뮬레이션한 운동발생 중추(Central Pattern Generator)와 신경 센서에 있다. 오르타는 설치된 5개의 센서로 현장의 분위기를 느끼고 자발적으로 몸이 반응하도록 설계돼 움직임 자체가 프로그램이 아닌 무작위적으로 이루어진다. 오사카 대학 이시구로 히로시 교수는 "오르타는 10분 간 마주 보고있어도 행동이 반복되지 않아 질리지 않는다"면서 "로봇이 생명을 가진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주제가 개발 배경"이라고 밝혔다. 곧 단순히 인간처럼 생긴 로봇을 넘어서 '생명다움'을 목표로 개발한 것이 오르타라는 설명. 히로시 교수는 "단순히 인간의 행동을 흉내내는 것이 아닌 카오스 이론에 근거해 복잡한 동작을 가능케 하는 것이 오르타의 개발 목적"이라면서 "궁극의 연구 과제는 생물과 구별되지 않은 인공생명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도쿄지사 유리천장 69년만에 깼다…‘여걸’ 고이케 당선(종합4보)

    日수도 첫 민선 여성수장 전국광역지자체 7번째 여성 지사 한국학교 부지임대 백지화 내걸어…자민당 지지 거부에 무소속 출마 아베 정권 지지 후보 큰 차이로 누르고 승리 31일 실시된 일본 수도 도쿄도(東京都) 지사 선거에서 유리 천장을 깨고 여성후보가 처음으로 당선됐다. NHK와 교도통신에 따르면 도쿄 지사 개표를 완료한 결과 무소속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64·여) 후보가 291만2천628표(득표율 44.5%)를 얻어 당선됐다. 집권 자민당과 연립여당인 공명당이 지지를 받아 출마한 마스다 히로야(增田寬也·65) 전 총무상은 179만3천453표(27.4%), 민진·공산·사민·생활당 등 4개 야당의 단일 후보로 출마한 도리고에 타로(鳥越俊太郞·76)씨는 134만6천103표(20.6%)를 얻는 데 그쳤다. 그는 지방자치법 시행에 따라 1947년 도쿄 지사를 선거로 뽑기 시작한 이후 9번째 지사이며 여성으로는 첫 도쿄 지사가 된다. 일본에서 여성이 광역자치단체의 지사로 선출된 것은 2000년에 오사카부(大阪府) 지사에 당선된 오타 후사에(太田房江)가 처음이었으며 고이케 당선자가 역대 7번째다. 현재 일본의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여성 수장은 다카하시 하루미(高橋はるみ) 홋카이도(北海道)지사와 요시무라 미에코(吉村美榮子) 야마가타(山形)현 지사 2명인데 고이케 당선자까지 3명으로 늘게 됐다. 고이케 당선자는 오랜 기간 몸담았던 자민당의 지지를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뒤 무소속 출마해 여권의 전폭적 지지를 받은 후보를 누르고 도쿄지사에 오르게 됐다. 수도의 지도자를 뽑는 선거에서 당이 지지한 후보가 패한 것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에 작지 않은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고이케 당선자는 31일 당선이 확실시된다는 보도 직후 기자회견에서 “여성 지사로서 여성 정책도 확실하게 추진하는 것이 결실이 있고 행복한 도쿄 실현으로 이어진다”고 첫 여성 지사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그는 중도 낙마한 전임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지사의 정치자금 문제를 검증하는 조직을 만들고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 서둘러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이케 당선자는 전임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지사가 도쿄 신주쿠의 구(舊) 도립고교 부지에 제2 한국학교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한국 정부에 유상대여하기로 한 것을 백지상태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고이케 당선자는 참의원 1선(임기 중 사퇴), 중의원 8선을 기록한 중견 정치인으로 방위상, 환경상, 오키나와·북방영토 담당상 등을 지냈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59.73%로 직전 도쿄 지사 선거인 2014년 2월(46.14%)보다 13.59% 포인트 높았다. 마스조에 지사의 중도 사임으로 차기 지사 선출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이 많아졌고 주요 세 후보가 열띤 경쟁을 벌임에 따라 투표율 자체가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합뉴스
  • [관광산업 발전 위한 릴레이 제언] 지역특화관광 콘텐츠개발과 지원강화/조용만 두타몰 대표

    [관광산업 발전 위한 릴레이 제언] 지역특화관광 콘텐츠개발과 지원강화/조용만 두타몰 대표

    1323만명. 2015년 한국에 입국한 외국인 관광객 수치다.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규모는 해마다 비약적으로 성장해 2000만명 방문 시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것을’ 즐기고 가느냐가 중요한 화두다. ‘다시’ 한국을 방문하고 싶은 이유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를 위해 두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지역별 인프라를 활용해 지역 특색에 맞는 관광 콘텐츠를 개발하여야 한다. 일례로 동대문의 경우 광장시장과 같은 전통시장과 현대적 대형 패션 쇼핑몰이 공존하고 있으며, 초현대적 문화시설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365일 내내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린다. 최근 오픈한 면세점에서는 한류 및 한국디자인을 소개하는 전시관을 열고, 한국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들을 입점시키는 등 외국인 관광객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콘텐츠들을 기획하여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두산그룹이 재원을 출연하여 출범하게 된 동대문미래창조재단은 주요 목적사업으로 동대문을 하나의 브랜드로 알리는 ‘동대문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 이렇듯 동대문은 동대문만이 가진 다양한 지역 인프라를 십분 활용하고 그에 맞는 관광 콘텐츠를 개발하여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로 자리잡고 있다. 둘째,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한 지역 지자체 및 정부기관의 지원이 강화되어야 한다. 현재 한국 관광의 주요 키워드는 ‘쇼핑’과 ‘한류’로, 이외의 다른 관광 요소에 대해서는 크게 알려진 바가 없다. 부산의 자갈치 시장과 야구장 응원 문화는 외국 관광객들의 눈에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하고 흥미로운 관광 요소가 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도쿄를 제외하고도 일본 제2의 도시 오사카, 눈 축제로 유명한 삿포로 등 독특한 지역색을 드러내며 외국인 관광객의 재방문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홋카이도 관광 캠페인은 JR그룹과 북해도관광진흥기구 등의 민간과 지자체가 협력하여 ‘홋카이도밖에 없는 새로운 여행의 발견’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성공적인 캠페인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이처럼 민간과 지자체의 협력을 통해 독특한 지역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국가 차원의 지역 관광 캠페인을 실행하고, 각 지역으로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교통 기반 시설을 정리하여 외국인 관광객들이 보다 쉽게 찾아올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 각 지역의 특색을 대표하는 관광 콘텐츠를 발굴하고, 민관이 적극 협력해 나간다면 머지않아 외국인 관광객, 아니 대한민국의 ‘민간 외교관 2000만명’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가족과 하와이 ‘힐링’ 나홀로 오사카 ‘뚜벅’

    가족과 하와이 ‘힐링’ 나홀로 오사카 ‘뚜벅’

    ‘여행의 달인’으로 불리는 항공사 승무원들이 꼽는 최고의 여행지는 어디일까. 21일 아시아나항공이 자사 승무원 21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고의 여행지로 하와이가 뽑혔다. ‘최고의 가족 휴가지’로 미국 하와이(1004명·46%)가 1위, 베트남 다낭(564명·26%)이 2위, 태국 푸껫(214명·10%)이 3위를 차지했다. ●알뜰 여행지 방콕·친구와 홍콩 꼽혀 하와이는 힐링을 위한 여행지 부문에서도 1위에 올랐다. 힐링을 위한 여행지로는 하와이에 이어 남태평양 섬 팔라우(275명·13%), 일본 오키나와(247명·11%)가 각각 2위와 3위로 선정됐다. 하와이는 올해 초 대한항공 승무원들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여름 추천 여행지, 겨울 추천 여행지, 배우자나 연인과 함께 가기 좋은 여행지에서 각각 1위로 꼽혔다. 또 ‘나 홀로 휴가족을 위한 여행지’ 부문에서는 일본 오사카가 1위(1173명·54%)를 차지했다. 파리(354명·16%)와 삿포로(227명·11%)가 뒤를 이었다. ‘알뜰하게 즐길 수 있는 여행지’로는 방콕(1042명·48%), 베트남 하노이(375명·17%), 대만 타이베이(350명·16%) 순으로 인기를 끌었다. ●웹·모바일 셀프체크 등 항공 이용 팁 친구와 함께 가기 좋은 여행지로는 840명(39%)의 선택을 받은 홍콩이 1위에 올랐다. 오사카(523명·24%)와 싱가포르(429명·20%)도 순위에 들었다. 대한항공은 휴가철 여행을 위한 9가지 항공 이용 팁을 공개했다. ▲웹·모바일 셀프체크 등을 통한 대기 시간 단축 ▲사전 좌석배정 서비스 이용 ▲기내 면세품 구입 테크닉 등이 포함됐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민단 70년] IMF 때 15억 달러 송금… 주일공관도 10곳 중 9곳 마련

    “많아야 10억엔 정도쯤 모일 거라고 생각해 약속했는데, 100억엔이 모여서 깜짝 놀랐다. 일본 정부가 큰 손실을 봤다. 허허허….” 1988년 다케시다 노부로 당시 일본 총리가 재일교포들의 서울올림픽 후원금 모금 결과를 확인한 뒤 이희건 당시 오사카 흥은 회장에게 농담처럼 건넨 말이다. 다케시다는 앞서 이 회장이 민단의 서울올림픽후원회장 자격으로 “재일 한국인들이 내는 서울올림픽 후원금을 면세로 해달라”는 부탁을 들어준 일을 이야기하며 너스레를 떤 것이었다. 모금액이 예상 외로 커지자 그는 일본 정부가 받아야 할 세금을 손해 봤다고 공치사를 한 것이었다.(홍성인 오사카민단 고문 회고) 이 기부금으로 올림픽회관, 올림픽 공원 내 체조경기장과 수영경기장, 테니스장, 미사리조정경기장 등이 지어졌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재일교포들은 15억 달러를 한국에 보냈고, 한국 국채 300억엔어치를 사들이며 모국 송금 운동을 벌였다. 1948년 런던올림픽 한국팀 후원, 1960년대 시작된 고향 발전 후원금 및 새마을운동 지원, 2002년 한·일월드컵 후원금…. 규모도 당시 한국에 천문학적인 액수이기도 했지만, 이국 땅의 설움 속에 모은 눈물 젖은 돈을 건네는 재일교포들의 눈과 마음은 늘 조국을 향했다. 1963년부터 1년 6개월 동안 한국에 반입된 재일교포 투자액은 1억 달러 이상으로 당시 연간 수출 총액 5400만 달러(1962년 기준)의 2배였다. 1963년 오사카 사카모토 방적의 서갑호 사장은 단 한번에 100만 달러를 한국으로 보내기도 했다. 1967년에 문을 연 한국 최초 수출공단인 구로공단(가산디지털단지)에 입주한 28개 업체 가운데 18개가 재일교포 기업이었다. 도쿄 중심 미나토구 미나미아자부의 주일 한국대사관, 오사카 최고 번화가인 니시 신사이바시의 오사카 총영사관 등 일본 내 한국 공관 10개 가운데 9개를 재일교포들이 마련해 줬다. “김치, 마늘 냄새 나는 조센징(한국인)에게 땅을 못 판다”는 현지인들의 방해와 고집을 힘으로 막고, 때로는 일부 동포의 일본인 부인 명의를 이용해 노른자위 땅을 매입해 영사관을 지어 모국에 기증했던 뒷이야기들도 있다.(오사카민단 박영철 부단장 회고) 대사관과 영사관까지 교포들이 모국에 마련해 준 예는 세계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교포들의 이런 뜨거운 마음을 모으고 연결해 왔던 배후에는 민단이라는 구심점이 있었다. 오사카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민단 70년] “야키니쿠·파친코로 버텼지만 자식들 귀화 못 막아”

    [민단 70년] “야키니쿠·파친코로 버텼지만 자식들 귀화 못 막아”

    “야키니쿠와 파친코.” 일본에 귀화하지 않고 버텨 온 재일교포들이 먹고살기 위해 시작했던 상징적이며 대표적인 두 업종이다. 야키니쿠, 구운 고기 음식점으로 호구를 챙겼고 파친코로 교포 재정의 근간을 마련했다. 재일교포를 받아 주는 일본 회사가 없었던 1980년대까지 재일교포들은 자영업에 뛰어들었다. 교토 지역 민단 활동과 한·일 문화교류 활동을 떠받쳐 온 왕청일(75) 민단 고문도 대학 졸업 후 부동산업으로 자산을 일궜다. 명문 리즈메이칸대를 나온 김준득(63) 민단 교토지방본부 사무국장은 “1970년대 초 대학을 졸업했을 때 입사를 받아 주는 곳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도쿄대, 교토대를 졸업한 재일동포 친구들 처지도 마찬가지였다. 사법시험에 붙고도 연수를 거절당해 변호사가 되는 길조차 막혔던 재일 한국인 2세 김경득씨가 천신만고의 투쟁 끝에 일본 대법원의 연수생 허가 판결을 받은 것이 1977년이었다. “귀화하면 좋은 직업을 얻을 수 있었을 텐데 귀화 생각은 안 해 봤냐”는 질문에 왕 고문과 김 국장은 “그런 생각은 떠올릴 수도 없었다”고 펄쩍 뛰었다. 귀화는 생각지도 못할 만큼 민족 정체성이 강렬했던 때였다. 도쿄의 한 금융인은 “1990년대 말까지는 담보가 있어도 일본 은행은 재일교포에게는 대출을 해 주지 않았다”면서 “차별과 제약 속에서 신용조합 등 재일 한인 금융기관들이 생겨나 은행 거래가 어려웠던 교포들의 젖줄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 지역 민단 간부는 “한국말을 한마디도 못 하면서도 차별 속에서 ‘나는 한국인’이라는 강한 자부심을 가졌던 참 특이한 민족주의가 우리 재일교포들에게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그들조차도 지금은 “자식들이 귀화하려 한다면 원하지는 않지만 ‘막는 것도 무리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역사적 특수성이 인정된 ‘특별영주권자’지만 재일교포는 선거권도, 지방참정권도 없고 공립학교 교사도 될 수 없다. 행정 차별은 줄었지만 무언의 압력과 압박은 남아 있다. 한 지역 민단 관계자는 “한국 이름으로 단원들에게 우편물을 보냈더니 몇몇이 ‘다음부터는 일본 이름으로 바꿔 써 달라. 이웃 사람이 내가 한국인이란 걸 알까 무섭고 싫다’는 요구가 돌아왔다”고 전했다. 교포들이 일본 이름을 대개 갖고 있는 것도 그들의 처지와 상황을 여실히 보여 준다. 교토·오사카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민단 70년] 지부 통합해 수익 내고 생활센터로 가까이… 변신 꾀하는 민단

    [민단 70년] 지부 통합해 수익 내고 생활센터로 가까이… 변신 꾀하는 민단

    올해로 창설 70주년 고희를 맞은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이 단원들의 고령화와 젊은 세대의 귀화 등 어려움속에서 새 길을 모색하고 있다. 민단 교토본부의 개혁실험과 내일을 가늠해봤다. 민단의 전국 48개 지방본부 가운데 하나인 교토본부에서는 지난달부터 단원으로 등록된 5000여 가구에 우편을 보내 단원 현황을 조사하고 있다. 연락이 끊어진 가구, 받고서도 회답하지 않는 가구 등 30년 만에 관할 지역 민단 가구와 구성원들에 대한 전수조사가 진행 중이다. 민단 교토본부 김형련 부국장은 20일 “우편 조사가 마무리되면 연락이 닿지 않는 단원 가정에 대한 개별 방문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하상태 단장은 “현황 조사를 바탕으로 단원들에 대한 접촉면을 넓히고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짜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수조사는 미래에 대한 위기감과 무관치 않다. 애국심과 열정으로 민단을 세우고 이끌던 핵심 주축 단원들이 고령화되고 활동 무대에서 사라져 가면서 텅 빈 자리가 커진 탓이다. 고령화와 단원 축소, 귀화자 증가와 젊은 세대의 참여 감소…. 고령화에 따른 위기다. “실무자는 70대, 고문 등 막후 인사는 80대, 60대는 젊은이”란 말이 나온다. 하 단장은 “시간이 많지 않다. 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조직과 기금이 쪼그라드는 상황에서 지금과는 달라져야 한다는 공감대 속에 교토본부는 새 길을 앞장서서 개척한다는 평이다. 하 단장은 ‘재정확보, 조직개편, 다가서는 생활센터’란 세 가지 목표를 내걸고 지부 통폐합과 수익성 건물 활용에 시동을 걸었다. 무코시의 오토쿠니 지부 건물을 수익 건물로 전환시켰고, 기존 지부 사무실과 행정 요원들은 교토 미나미지부에 합류시켰다. 교토본부 산하 13개 지부 가운데 자체 건물을 갖고 있는 곳은 12곳. 중장기적으로 이 건물들도 통합해 민단과 한국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발전시켜 나갈 생각도 있다. “선배들이 주머니를 털어 전국 곳곳에 민단을 위한 땅을 사고 공동 건물을 세워 놓았다. 이를 활용하면 재정적으로 큰 힘이 된다.” 하 단장의 꿈은 교토역 앞에 재일 한국인과 한국을 상징하는 랜드마크 건물을 짓는 것이다. 태극기가 휘날리는 ‘한국회관’ 안에 재일 한국인들이 모여 활동할 시설들을 만들고, 한국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전시장·공연장, 한국 관광 홍보 시설, 한국 특색의 음식·식품·상품점 등을 특화한다는 구상이다. 교토를 찾는 일본인과 외국인들이 찾아보고 싶어 하는 곳을 만들겠다는 바람이다. 지부마다 전문가들의 교포 대상 법률·생활 상담을 늘리고, 요가·체조·노래교실 등 취미·건강 프로그램도 활성화하고 있다. 하 단장은 “나도 50세가 넘어서야 뿌리에 대한 관심이 생겨 민단에 나오게 됐고, 느낌과 분위기가 같은 사람들과 친구가 되면서 민단에 빠져들었다”면서 “자연스럽게 민단을 찾게 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체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교토·오사카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전통음악연주가 김덕수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전통음악연주가 김덕수

    지난 15일 서울 사직동 언덕배기의 호젓한 곳에 자리한 광화문아트홀. 김덕수(64)는 그날 저녁 여의도에서 있을 공연을 앞두고 제자들 지도에 한창이었다. “안녕하십니까.” 무대에서 객석 쪽으로 사뿐사뿐 걸어나오며 건네는 그의 인사가 공연장을 쩌렁쩌렁 울렸다. 그가 소리에도 능하다는 사실이 비로소 생각났다. 그는 요즘 조급증이 든다고 했다. “어느덧 내년이면 교수 정년입니다. 우리 제자들을 위해 제가 뭔가를 좀더 남겨야 할텐데….” -“왜 아이를 광대로 키우려고 하세요. 그냥 보통 아이들처럼 살아가도록 해주자고요.” 1957년 가을 추석날 밤, 어머니와 아버지는 잠들어 있는 내 옆에서 대판 싸움을 벌이셨다. 할아버지의 대를 이어 남사당 예인이셨던 아버지는 자식들 중 한 명에게 ‘가업’을 물려주려 하셨고, 그 대상을 당신과 가장 닮아 있던 나로 점찍으셨다. 그 계획을 두고 아버지 편을 드는 사람은 집안에 아무도 없었지만, 그 고집을 꺾을 수 있는 사람 또한 아무도 없었다. -추석 다음날 아침, 나는 아버지 손을 잡고 대전의 집을 나서 조치원 난장으로 향했다. 남사당 공연에서 고깔 쓰고 무동 타며 꼭대기에서 재주 부리는 꼬마인 ‘새미’가 나의 첫 역할이었다. 전날 딱 2시간 연습한 게 전부였다. 다섯 살 아들이 당신 곁을 떠나 광대의 길로 떠나는 것을 어머니는 차마 바라보지 못하시다 대문을 막 나서는 순간 달려와 목도리를 정성껏 둘러주셨다. 어른이 될 때까지 모든 기억을 가져갈 수 있는 나이가 아니었지만 집을 떠나는, 좀더 정확히는 엄마를 떠나는 데 대한 두려움과 더 큰 세상 속으로 나아간다는 설렘 같은 것이 교차하며 마음이 요동쳤던 것만큼은 또렷이 머리에 남아 있다. -6·25 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아홉 남매 중 여섯 번째이자 아들로는 둘째로 태어난 나는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끼와 신명을 형제들 중에 가장 뚜렷하게 물려받았다. 어머니께서 과일 등을 파는 잡화상을 하셨는데 네 살 때부터 “사과가 싸요, 싸”하는 식으로 춤을 추며 큰소리로 호객을 해서 동네에서 일찌감치 유명했다고 한다. 그래서 아버지의 동료 남사당 어른들이 “덕수를 제대로 한번 키워보자”고 말들을 많이 하셨는데, 내가 1957년 추석 직후 갑자기 조치원 난장에서 데뷔하게 된 것도 명절을 쇠러 집에 오셨던 아저씨들이 아버지 옆에서 부채질을 한 결과였다. -남사당의 일과는 고됐다. 아침에 해 뜰 때 의상을 입으면 한밤중이 돼야 일이 파했다. 하지만 나는 힘든 줄을 몰랐다. 하루 종일 장구와 상모 같은 것들을 갖고 놀았는데 그저 좋을 뿐이었다. 누구에게 레슨을 받은 것도 아니고 보고 듣고 만진 것들이 모두 내 머릿속에서 융합돼 몸으로 말로 발현이 됐다. 얼마 후 나는 가(歌),무(舞),악(樂),극(劇)에다 ‘살판’이나 ‘땅재주’로 불린 곡예까지 통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남사당은 어떠한 곳에 얽매이지 않고 왕성하고 자유분방하게 다양한 레퍼토리를 갖고 서민과 함께 그들 속에서 애환을 달래주고 시대의식을 갖고 살아간 전문 예인 집단이다. 최고의 예인이 모여 있기 때문에 레퍼토리가 화려하고 다양했다. -어려서 내가 유명해진 직접적 계기는 일곱 살 때인 1959년 9월 동대문운동장에서 열린 전국농악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으면서부터였다. 당시에는 전국 팔도 대표들이 면 단위부터 예선을 거쳐 군 대표, 도 대표가 돼서 실력을 겨뤘는데 해마다 출전을 했다. 보통은 대전이 속한 충남 대표로 출전했지만, 경기 대표로 나간 적도 있었다. 그때는 도민증이란 게 있어서 그걸로 어느 도 출신인지를 확인했는데 어느 해 우승에 목이 마른 경기도 수뇌부에서 “충남의 김덕수에게 경기도민증을 줘서 우리 팀에 합류시키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들의 삼고초려에 못 이겨 그해 경기 대표 완장을 찼다. 물론 두둑이 용돈을 벌었다. -“나도 다른 애들처럼 엄마가 싸주는 도시락 갖고 평범하게 학교 다닐 거예요.” 1965년 친구들이 다들 중학교에 들어갈 때 나는 재수를 시작했다. 지역 명문인 대전중학교에 꼭 가고 싶었다. 초등학교는 6년 동안 전체 출석 일수가 300일도 안될 정도로 다니는 둥 마는 둥 했는데, 이젠 그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아버지는 초등학생 아들이 학교 교육을 너무 못 받는 게 걱정스러워 국어책이나 산수책을 들고 나를 틈틈이 지도했지만, 그걸로 대전중 입시를 통과하기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엄마의 도시락’은 내 팔자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집에서 중학교 시험 준비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그해 4월 말 어느 날 저녁 아버지가 나를 부르셨다. “서울 남산에 있는 국악예술학교(현재 국립전통예술중고) 교장 선생님을 만났다. 너 입학하면 정말 잘 키워주시겠단다.” -국악예술학교 입학과 동시에 재일교포 위문과 같은 해외 공연이 시작됐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국내를 유랑했지만, 중학교 때부터는 외국을 돌았다. 학교 소속으로도 나갔고 한국민속가무악예술단이나 리틀엔젤스 소속으로도 나갔다. 그중에서도 리틀엔젤스는 지도자 겸 단원으로 들어갔다. 나이가 많았지만, 무대에서는 어린이처럼 보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당시에는 그 또래가 만져보기 어려울 만큼 큰 액수를 월급으로 받았다. 리틀엔젤스의 경우 월 300달러를 줬다. 1960년대 중반 가치로 엄청난 금액이었다. 간장 한 통이 30원이던 때였다. -해외 공연이 마냥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 시절 한국은 다른 나라에서 보기엔 ‘전쟁의 나라’, ‘고아의 나라’였다. 공연장이라고 해서 그런 정서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그들에게 뭔가를 보여주기 위해 어린 나이에 더 이를 악물고 열심히 했다. 1968년 멕시코 올림픽에 즈음해 국립민속예술단이 결성된 후부터는 해외 공연이 더욱 늘었다. 국제 박람회나 해외 한국상품 전시회 등을 위해 일본이나 미국은 물론이고 아프리카, 중동, 중남미까지 각지를 누볐다. -“공연무대를 어떻게 만들어주면 좋겠니?” 당대의 건축가 김수근 선생님이셨다. 1970년 일본 오사카 엑스포에서 한국관의 설계를 맡은 선생님에게 나는 “실내이긴 하지만 마당 분위기로 만들어주시면 더욱 신명 나게 놀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고, 그때부터 선생님과의 깊은 인연이 시작됐다. 나중에 내가 ‘사물놀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첫선을 보인 곳도 선생님이 만드신 소극장 ‘공간사랑’이었다. 1983년에는 미국 뉴욕 맨해튼 록펠러재단의 ‘아시아소사이어티’ 공연에서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선생과 처음 만나 인연을 맺었다. 천경자 선생님이 1968년 카페 떼아뜨르를 열었을 때 개관 공연을 했던 것도 나였다. 그렇게 시대를 풍미했던 예술가들을 만나고 교류할 계기들을 가진 것은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나의 소중한 자산이었다. 그런 속에서 광대로서의 기질이 더욱 깊어지기도 했다. -“우리 학교의 이름으로 전통예술 공연을 해주십시오. 4년 전액 장학금을 드리겠습니다. 학과는 마음대로 선택하시면 됩니다.” 단국대의 제안을 받아들여 요업과에 71학번으로 입학했다. 전통예술 전공이 당시 단국대에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나는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도자기였다. 하지만 그건 내 적성이 아니었다. 그러다 2학년이 되자 학교 측과 갈등이 생겼다. “우리가 원할 때 활용하기 위해 장학금을 드리는 건데, 이렇게 학교에 붙어 있지를 않으면 의미가 없잖아요. 장학금 지급을 중단하겠습니다.” 사실 나는 대학 들어가서도 해외 공연을 다니느라 국내에 있는 날이 별로 없었다. 가뜩이나 학교 생활에 심드렁해 있던 터였는데, 학교 측 조치가 차라리 잘됐다 싶었다. -대학을 중퇴하고 이듬해 국악인 박귀희 선생님이 한국민속가무예술단 단장직을 나에게 물려주셨다. 우리 예술단 10명이 오대양 육대주를 돌며 무용, 연주, 농악 등 전통공연을 했다. 일본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지에서 2년여에 걸쳐 춘향전, 심청전 등 뮤지컬 공연도 했다. 나는 단장으로서 연출도 함께 맡았다. 우리 고전 스토리를 바탕으로 대본을 만들되 노래와 춤은 일본과 합작으로 구성했다. 우리 쪽에서는 영화배우 최은희씨와 김희갑씨 등이 공연에 참여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 전통예술에 위기가 찾아왔다. 서커스 등 다양한 외국문화와 TV 방송 프로그램, 스포츠 등이 확산되면서 과거에 비해 상품성이 크게 떨어진 것이다. 어르신 세대들이 갖은 노력을 했지만 대세를 돌이키기는 힘들었다. -이러다간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뭔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만들어낸 것이 사물놀이였다. 국악예술학교 2년 후배인 김용배(꽹과리)와 최태현(징), 이종대(북)와 뜻을 모았다. 그때까지 꽹과리, 장구, 북, 징의 4가지 필수 전통예술 타악기를 뜻하는 ‘사물악기’나 이를 다루는 사람을 뜻하는 ‘사물잽이’ 같은 말은 있었지만, ‘사물놀이’라는 명칭은 없었다. 우리 넷은 1978년 2월 공간사랑 공연장에서 웃다리 풍물가락으로 첫 연주를 했다. 미친 듯이 신명 나게 소리를 만들어냈다. 사람들의 반응은 반반으로 갈렸다. “놀랍다”라는 찬사와 “이단이다”라는 비난이 함께 쏟아졌다. 어느덧 사물놀이가 탄생한 지 곧 40주년이다. 그동안의 공연 횟수는 국내외 5500회에 이른다. -서양과 동양의 음악적 구조가 다르다. 서양이 직선적이라면 우리는 곡선적이다. 저쪽이 ‘템포’, 즉 리듬의 빠르기의 개념이라면 우리는 굿거리장단과 같은 ‘장단’의 개념이다. 그 속에 북방민족 계열의 신명과 남방민족 계열의 신명이 녹아 있다. 사물놀이는 그래서 다양한 음악과 어우러질 수 있다. 다양한 형태로 콘체르토(협주)를 했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로 빠르게 뻗어나갈 수 있었다. 서울시향과 처음으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오케스트라 콘체르토를 했고 그다음에 피아노, 실내악, 현악4중주, 브라스(금관) 등으로 협주 영역을 넓혔다. 재즈의 전설로 통하는 마일스 데이비스, 오넷 콜먼과도 협연했다. 세계에서 유명하다는 재즈나 로큰롤 축제에도 두루 참가했다. -요즘은 많은 시간을 전공 교재 만들기에 쏟아붓고 있다. 공연은 일회성에 그치지만 교육은 길이 남기 때문이다. 이론적인 것을 정립하는 게 지금의 나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도 연평균 70회 정도는 공연을 하고 있다. 내년은 나의 남사당패 데뷔 60년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희과 신설 2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가장 천시받던 연희를 아름다운 신명으로 체계적으로 가르칠 수 있도록 연희과를 만들었고, 그 결과 세계로 도약할 수 있는 훌륭한 전통예술 인재 양성의 기반이 되고 있다는 데 더없는 보람을 느낀다. 김태균 경제정책부장 windsea@seoul.co.kr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김덕수는…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음악 연주가다. ‘글로벌 광대’라고 불리는 걸 스스로 좋아한다. 다섯 살에 남사당 ‘새미’로 데뷔한 후 남사당패의 일원이 됐다. 일곱 살에 전국농악경연대회에서 ‘장구를 귀신같이 친다’는 평가를 받으며 대통령상을 받았다. 1978년 소극장 ‘공간사랑’에서 꽹과리, 징, 장구, 북만으로 구성된 전통 타악기 연주회를 갖고 이를 ‘사물놀이’라고 명명했다. 현재 사물놀이패 한울림의 예술감독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연희과 교수로 있다. ▲1952년 대전 출생 ▲대전 신흥초, 국악예술학교(중·고교), 단국대 요업공학과 중퇴 ▲후쿠오카아시아문화상, 은관문화 훈장 ▲대표곡 ‘어우름’, ‘길’, ‘덩더쿵’ 등 ▲음반 ‘난장-뉴호라이즌’, ‘김덕수 사물놀이 결정판’, ‘풍물 데뷔 40주년 기념 앨범-미스터 장고’ 등 ▲저서 ‘사물놀이 교착본 1, 2, 3’, ‘신명으로 세상을 두드리다’ 등
  • 최전선서 조총련과 맞섰지만…동포 줄면서 조국도 잊더군요

    최전선서 조총련과 맞섰지만…동포 줄면서 조국도 잊더군요

    일본 땅에서 교포의 권익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로서 모국과의 다리 역할을 해 온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이 올해로 창설 70주년을 맞았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와의 격렬한 노선 경쟁, 일본 사회의 차별시정 투쟁 등 민단 70년의 굴곡과 현재의 모습을 ‘재일교포의 요람’으로 불리는 오사카와 도쿄 등의 현지 취재를 통해 바라봤다. 민단은 1946년 10월 3일 도쿄 히비야 공회당에서 ‘재일본조선거류민단’이란 이름으로 결성됐다. 일본 땅에 설립됐던 ‘재일조선인연맹’(조련)이 북한 쪽으로 기울자 이에 반발한 이들이 뜻을 같이한 여러 단체들을 합쳐 민단을 세웠다. 창설 당시 일본에 남은 한국인은 64만 7000여명이었다.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1944년 재일 한국인은 193만 6843명까지 불어났다가 광복 후 귀국 대열에 끼지 못하고 남은 사람들이었다. 지난 19일 현재 민단 등록자는 33만명(8만 2091세대)으로 집계됐다. 도쿄의 중앙단과 전국 48개 지방본부, 276개 지부를 두고 있다. 이처럼 대단한 재외 국민 조직은 일본 말고는 없다. 그러나 세월의 풍화 속에 주역이 바뀌면서 민단도 흔들리고 있다. 전국적으로 70~80세의 고령이 이끄는 조직이 돼 버렸다. 젊은 세대는 얼굴도 내밀지 않고, 잦은 이사에 어디로 갔는지 파악조차 안되는 경우도 많다. 민단의 위상이 추락한 직접적인 원인 동포 수 감소에 있다. 귀화자까지 포함해 1995년부터 한 해 1만명 이상이 줄었고, 2011년 이후에도 한 해 8000~1만명이 감소했다. 1993년부터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많아졌다. 일본 법무성 통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귀화한 재일 한국인은 34만명으로 파악됐다. 1970~80년대에는 해마다 4000~5000명이 귀화하다가 1995~2005년에는 한 해 1만명이 넘게 귀화자가 급증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부금과 단원 회비도 줄고 있다. 단원 20만명이 활동하는 ‘민단의 고향’이란 오사카 등 긴키지방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민단 오사카 본부 관계자는 “수억·수천만엔의 뭉칫돈을 내놓으며 단합을 주도하던 지도자들도 사라져 가고, 지방 말단 지부와 산하 단체들도 슬그머니 없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1980년대까지는 재일 한국인들은 민단을 거쳐야 재외국민신고도 하고, 여권도 발급받을 수 있어서 조직 유지가 수월했다. 하지만 제도가 바뀐 뒤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자유민주주의를 내세우며 조총련과 대척점에서 팽팽하게 맞서던 활력도 시들해지고 있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당시 조총련과의 화합 정책 등이 진행됐지만 지금은 다시 조총련과 거리를 두고 있다. 한 원로 단원은 “대한민국 최전선에서 북한·조총련과 치열한 싸움을 해 왔던 것을 잊어버린 듯하다”며 섭섭해했다. 1959년부터 시작된 북송으로 10만 가까운 재일교포가 북한으로 속아서 넘어갈 때 국교도 없던 그 시기 민단은 시위를 벌이며 북송 저지에 안간힘을 썼다. “한국전쟁 때 642명의 재일 학도병들이 자유민주주의 편에서 참전, 135명이 산화한 것만으로도 민단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보여 준다”고 민단신문의 배철은 국장은 강조했다. 민단 중앙의 하정남 사무총장은 “모국에선 조총련은 잘 알면서 오히려 민단은 잘 모른다”며 “재일동포의 역사, 민단 역사를 역사책, 교과서에 넣어 주고 알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 총장은 “한·일 국교 정상화 뒤 특별영주권 신청 운동, 조총련계 동포 모국 방문 사업 등도 민단이 벌였고, 지난 5월 재일 한국인에 대한 혐한 발언인 ‘헤이트스피치 해소법’에 대한 일본 내 입법화도 민단 역할이 컸다”고 말했다. 도쿄·오사카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혐한 방지법 입법 성과… 귀화·영주권자도 받아들여야”

    “혐한 방지법 입법 성과… 귀화·영주권자도 받아들여야”

    민단학교 학생수, 조총련계 30% 정체성 유지 위해 4곳서 더 늘려 올해 창설 70돌이 된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이 현재 어떤 모습이며, 어떤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지난 19일 오공태(70) 민단 중앙본부 단장을 만나 들어 봤다. →민단이 현재 봉착한 위기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70년 넘게 흐르면서 2~3세대가 중심이 되는 등 구성원 변화가 크다. 한 해 한국 국적 출생자는 일본 전체에서 1000명도 채 되지 않는다. 과거에 비해 10분의1에서 15분의1로 줄었다. 젊은 세대 대다수는 일본 사람과 결혼하고 있다. 1985년 국적·호적법 개정으로 부모 가운데 한쪽이 일본 국적이면 그 자녀들은 일본 국적을 얻을 자격이 된다. 민단은 미래를 보고 활동 방침을 바꿔야 할 시점에 서 있다. →변화의 방향은. -재일 한국인들은 다양한 배경을 갖고 있다. 한국 국적의 특별영주자(재일교포), 영주권자, 국교 정상화 이후 1970년대 들어온 ‘뉴커머’…. 민단은 이제 여러 부류의 사람이 다 모일 수 있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 일본 국적자, 귀화한 이들도 다 포함하는 조직으로 탈바꿈하나는 것도 모색한다. →단장으로서 계획은. -정체성 유지를 가장 고민하고 있다. 차세대들이 정체성을 유지해 나가는 것, 본국과 어떤 식으로 연계성을 유지해 나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초·중·고 등 학교가 더 필요하다. 민단 계열의 민족학교는 도쿄한국학교와 오사카 건국·금강학교, 교토 국제학교 4곳뿐이다. 한국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앞서 국민의 정부 시기 등에는 민단이 조총련과 화해·공존을 모색했다. -“일본에서부터 먼저 통일을 시작하자”는 소리가 있지만 조총련하고 근본적으로 양립할 수 없었다. 그들이 실제로 전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조총련은 없어지지 않았고, 일본 정부의 제재에 엎드려 있을 뿐이다. →조총련이 건재하다는 건가. -조선 국적의 조총련은 3만 4000명만 남았다. 조총련 간부들이 핵심이다. 그러나 조총련 산하 조선학교를 다니는 학생수가 6000명이나 된다. 민단, 한국계 학교 학생수는 2100명에 불과하다. 조선학교를 다니는 사람의 70~80%는 한국 국적자다. 동창회를 하면 큰 숫자가 모이고 회비도 낸다. 한국인들이 조총련에 돈을 내고 지원하는 꼴이다. 한국 국적자인데…. →2012년 단장에 취임한 뒤 성과를 들면. -한국인 혐오 발언인 ‘헤이트스피치’에 제동을 거는 역할을 했다. 일본 정계의 다양한 이들을 만났고, 유엔에 대표단을 보내 관련 실상을 알렸다. 지난 5월 입법화를 성과로 꼽겠다. 집권 자민당은 외국인에게 선거권을 주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지난 5년 동안 악화된 한·일 관계로 인한 ‘혐한 함정’에서 빠져나오는데도 시간이 더 필요하다. →힘든 세월을 어떻게 버텨 냈나. -고생하는 아버지, 어머니의 등을 보고 자란 우리들은 한국인임을 한시도 잊을 수 없었다. 재일교포들이 다 (귀화해) 일본 사람이 된다면 우리 역사가 없어지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우리는 역사의 증인이다. 우리에게 “한국말도 못 해. 한국사람 아니다”라고 손가락질할 때가 제일 섭섭했다. 재일 동포들을 따뜻하게 보듬어 달라. 우리 역사의 소중한 부분이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이주의 문화 레시피]

    [이주의 문화 레시피]

    전시 ●한애규 개인전 일상에서 느끼는 여성, 모성의 삶을 긍정적으로 포착해 의미를 부여하는 작가가 지난 10년간 작업했던 작품을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여행이라는 이름의 사색의 시간’이란 제목으로 ‘침묵’, ‘반가사유상을 생각하다’(작품), ‘폐허에서’ 등 2005년 이후의 부조 및 입체 작품들이 전시된다. 9월 25일까지, 강원 춘천시 사북면 이상원미술관. (033)255-9001. ●최석호와 오사카 친구들 재일 설치미술가 최석호가 작품활동 중 만나 예술적 우정을 쌓은 일본 작가들과 함께 조각,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최 작가가 청주비엔날레에서 발표했던 높이 3m의 ‘장작’, 니타 요시오의 설치 작품 ‘달에서 가져온 생각’, 츠보타 마사유키의 미니멀한 나무 조각 ‘바람’ 등이 전시된다. 8월 27일까지, 경기 양평군 강상면 류미재 갤러리. (031)774-8868. 대중음악 ●백아연 콘서트 소곤소곤 두 번째 이야기 지난해 ‘이럴 거면 그러지 말지’에 이어 최근 신곡 ‘쏘쏘’로 음악 팬들의 큰 사랑을 받으며 오디션 스타에서 가수로 거듭나고 있는 JYP 소속 보컬리스트 백아연이 준비한 두 번째 단독 콘서트. 22일 오후 8시, 23일 오후 6시, 24일 오후 5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 KT&G 상상아트홀. 7만 7000원. (02)330-6212. ●최민수 36.5℃ 록 밴드 콘서트 2013년부터 뮤지션으로도 본격 활동하고 있는 관록의 배우 최민수가 자신이 보컬을 맡고 있는 샤먼 록 블루스 밴드 36.5℃와 함께 꾸미는 열정의 무대. 그는 36.5℃와 함께 정규 앨범 1장, 싱글 앨범 2장을 발표한 바 있다. 23일 오후 7시 30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마리아칼라스홀. 6만원. (02)558-4588. 연극·뮤지컬 ●가족 뮤지컬 ‘아빠! 사랑해요’ 아빠 토끼와 아기 토끼가 숲속에서 사계절을 함께 보내며 서로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아가고 표현하는 과정이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전 세계 37개 언어로 출간된 샘 맥브레트니의 베스트셀러 동화 ‘게스 하우 머치 아이러브 유’가 원작. 8월 28일까지, 서울 마포구 롯데카드 아트센터 아트스페이스, 2만 5000~3만 5000원. (02)2261-1393. ●연극 ‘둥지’ 70대 조부모와 30대 초반 손자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애지중지하던 손자가 갑자기 미국으로 가야 한다는 소식을 들은 할아버지·할머니가 손자를 해외로 보내지 않기 위해 펼치는 장가보내기 작전이 코믹하고 감동스럽게 전개된다. 31일까지, 서울 강남구 윤당아트홀 1관, 전석 4만원. (02)929-7452. 클래식·국악 ●김정희 비올라 독주회 지난해 7월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열린 귀국 독주회에서 큰 감동을 선사했던 비올리스트 김정희가 또 한 번 비올라의 아름다운 선율을 들고 관객들을 찾아온다. 막스 브루흐와 미하일 글린카,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명곡들로 비올라 연주의 진면목을 보여줄 예정. 20일 오후 8시,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 전석 2만원. (02)515-5123. ●2016 K-Music, 국악심포니를 꿈꾸다 국악기와 양악기로 편성된 세종국악심포니오케스트라가 창작 국악의 진수를 보여준다. 고려가요 ‘청산별곡’과 합창이 만나는 현대적 스타일의 ‘청산별곡’, 국악심포니와 합창을 위한 굿거리장단의 교성곡 등으로 구성된다. 24일 오후 4시, 북서울 꿈의숲 아트센터 콘서트홀. 5000~1만원. (02)595-8784.
  • 일본 아베 총리 최소 110조원대 규모 경제 대책 마련한다

    최근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최소 10조엔(약 110조원)대 경제 대책을 마련한다. 12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초고속 열차인 ‘리니어 주오신칸센’(中央新幹線)의 전선(全線·도쿄-오사카 구간) 개통(2045년 목표)을 최대 8년 앞당기는 방안을 거론하며 종합 경제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시하라 경제재정·재생담당상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따른 악영향이 일본에도 파급될 위험성이 있다”면서 “일본의 중소기업에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내수를 부양할 종합적이고 대담한 경제대책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종합경제대책의 규모가 최소 10조엔(약 111조 5000억원)에서 최대 20조엔에 달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경제대책 가운데 핵심은 아베 총리가 ‘미래에의 투자’라고 밝힌 공공사업이다. 리니어 주오신칸센은 물론 홋카이도(北海道)신칸센과 호쿠리쿠(北陸)신칸센 등의 정비 사업을 앞당겨 실시하고, 방일 외국인들을 겨냥한 크루즈선이 입항할 항만 정비에도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아베, 경제 띄운 뒤 살금살금 ‘2단계 개헌’ 몰이

    아베, 경제 띄운 뒤 살금살금 ‘2단계 개헌’ 몰이

    개헌파 의석 3분의2 이상 확보… 승리 직후 “대담한 경제정책”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 등 개헌 세력이 10일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 발의선(162석) 이상을 확보했다. 11일 개표 결과 자민·공명·오사카유신회·일본의 마음을 소중히 하는 당 등 개헌파 4개 정당은 이번 선거 대상인 121석 가운데 77석을 얻었다. 4개 정당은 참의원 전체 242석 가운데 이번 선거 대상이 아닌 기존 84석을 포함해 모두 161석을 갖게 됐다. 개헌 지지 무소속 4석을 더하면 개헌파 참의원 의석수는 165석으로 개헌안 발의 정족수인 전체의 3분의2(162석)를 넘어섰다. 아베 총리는 승리한 뒤 “내수를 뒷받침하기 위해 종합적이고 대담한 경제정책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12일 이시하라 노부테루 경제재생담당상에게 경제대책 준비를 지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가 9월 국회에 제출한 추경 규모는 최소 10조엔(약 112조 7000억원)에서 최대 20조엔(약 225조 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내수진작 ‘아베노믹스 재가동’을 통해 경기를 부양해 개헌을 추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교전권을 금지한 현행 ‘평화헌법’ 조항을 삭제한 개정안을 국회에서 발의해 국민투표에 부치려 하고 있다. 이를 추진하려는 개헌파와 막으려는 호헌파가 대결을 벌이면서 일본은 ‘전후 체제의 탈피’를 둘러싸고 전후 70년 만에 갈림길에 서게 됐다. 아베 총리는 2018년 9월 자민당 총재 임기 종료 전에 전쟁 및 무력사용을 금지한 현행 ‘평화헌법’ 9조의 조문을 고쳐 군대 보유와 전쟁 등 무력사용이 가능한 ‘보통국가’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해 왔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하프타임]

    男높이뛰기 우상혁 리우행 확정 우상혁(20·서천군청)이 10일 2016 오사카국제육상선수권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29를 넘어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 기준기록(2m29)에 턱걸이했다. 종전 개인 최고 기록(2m25)을 4㎝나 늘리며 리우 대회를 앞두고 마지막 열린 대회에서 자력으로 리우행 티켓을 손에 쥐었다. 이로써 한국육상은 따로 국가별 쿼터를 받아 출전 명단을 정하는 마라톤과 경보를 제외하고 이날 현재 김덕현(31)이 남자 멀리뛰기와 세단뛰기에, 김국영(25·이상 광주광역시청)이 남자 100m에 나서는 등 3명이 4개 종목에 출전한다. 안병훈·김경태 男골프 리우행 안병훈(25·세계랭킹 31위)과 김경태(30·42위)가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을 확정했다. 한국 남자 골프는 리우올림픽 출전권 2장이 배정돼 있는데 세계랭킹 순으로 2명이 올림픽에 나간다. 그동안 올림픽 출전 경쟁을 하던 왕정훈(21·73위)과 이수민(23·85위)이 지난 8일 열린 유럽프로골프(EPGA)투어 스코틀랜드 오픈에서 컷탈락하며 세계랭킹을 끌어올리지 못하면서 출전권이 안병훈과 김경태에게 돌아갔다.
  • 戰後 첫 헌법 개정 발판… ‘전쟁하는 일본’ 국민투표만 남았다

    戰後 첫 헌법 개정 발판… ‘전쟁하는 일본’ 국민투표만 남았다

    10일 실시된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개헌 세력이 헌법 개정 발의에 육박하는 등 압승을 이끈 것은 전후 70년의 일본 정치에 분수령적인 의미를 지닌다. 자민당 독주 속에서 국제 분쟁에 무력 사용을 금지한 현행 헌법을 고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우선 자민당은 연립여당 공명당과 함께 참의원 전체 242석 가운데 이번 선거의 개선의석(121)의 과반을 확보했고, 다른 개헌세력과 함께 국회의 개헌 발의선인 3분의2(162석) 확보를 눈앞에 두게 됐다. 집권 여당이 개헌을 지지하는 정당의 지원 속에서 현행 평화헌법을 고치기 위한 개헌 발의를 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날 밤 저녁 8시 NHK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베가 이끄는 자민당과 연립여당인 공명당, 개헌 정당인 오사카유신회, 일본의 마음을 소중히 하는 당 등 개헌 세력 4개 정당은 73~85석이 예상된다. 이에 따르면 개헌 세력은 비개선으로 84석을 확보한 가운데 157~173석이 예상된다. 3분의2를 넘은 것이다. 자민당 등 개헌세력은 하원 격인 중의원에서 이미 개헌 발의에 필요한 3분의2 의석을 확보하고 있어 참의원에서의 압승에 따라 중·참의원 등 국회의 개헌 발의 규정을 충족시키게 됐다. 민진당을 비롯해 공산·사민·생활 등 4개 주요 야당 등은 “아베 정권의 개헌을 저지하고 평화헌법을 지켜야 한다”고 호소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민진당 등 야 4당은 1명을 선출하는 32개 선거구에서 후보 단일화를 통해 승부를 걸었지만 상당수의 선거구에서 고전하며 자민당의 독주를 막지 못했다. 야당은 이번 선거가 개헌으로 가는 분수령적인 선거라는 점도 제대로 부각시키지 못했다. 국회에서 개헌발의가 이뤄지면 헌법 개정의 마지막 관문으로 국민투표가 남게 된다. 현재 국민여론은 반대가 대략 50~55% 선이어서 아베 정권의 집요한 국민 설득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이번 선거 유세에서 개헌을 강조하지 않는 전략을 썼다. 자민당의 지지율은 만족스럽지만, 개헌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이 강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최근 NHK 여론조사에서 ‘개헌할 필요 없다’는 의견이 34%로 ‘개헌해야 한다’는 27%보다 많았다. 아베 총리와 집권 자민당은 개헌을 정치적 숙원이라고 공언해 왔다. 태평양전쟁 패전 이후 이른바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현행 헌법 9조를 개정해 전쟁할 수 있는 ‘보통 국가’로 탈바꿈시키려고 해 왔다. 아베는 자신의 자민당 총재 임기인 2018년 9월 전에 현재의 평화헌법을 고치겠다는 일정을 강조해 왔다. 개헌파 4당도 구체적인 개헌 조문을 놓고 주장이 엇갈리고 있어 전쟁 가능한 국가로 가려는 아베 정권의 개헌은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번 선거는 2015년 10월 제3차 아베 내각 출범 이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국정선거로 자민당 총재인 아베 총리의 그간 국정운영 성과를 평가하는 의미가 컸다. 무기력한 야당에 대한 실망 속에서 안정을 희구하는 요인이 늘면서 집권 여당에 표를 몰아준 것으로 해석된다. 비전과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해 온 아베 정권에 대해 신임을 더 몰아준 셈이다. 아베 총리의 일본의 국제적 위상 증가와 비전 제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 등도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국제 안보·경제 환경에서 불확실성의 확대가 안정을 희구하는 보수적인 마음을 더 자극한 것으로도 보인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등 브렉시트로 인한 정치·경제적 충격, 중국의 해양 영유권 주장 및 공세적 민족주의 부각, 북한의 핵실험 및 미사일 실험 등도 안정에 더 힘을 실어주는 요소가 됐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1년 10개월의 기다림···박태환, 도핑 논란부터 리우行까지의 여정

    1년 10개월의 기다림···박태환, 도핑 논란부터 리우行까지의 여정

    전 국가대표 수영선수 박태환(27)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에 출전한다. 금지 약물 복용에 따른 선수자격 정지 징계 등을 받은 뒤로 1년 10개월 만에 다시 수영 국가대표 선수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8일 오후 박태환에게 한국 수영 국가대표 자격이 있다고 판결했다. 대한체육회 역시 CAS 발표가 나오자마자 “이사회 의결대로 박태환을 리우 올림픽 국가대표 엔트리에 포함해 국제수영연맹(FINA)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박태환은 2004년 아테네 대회부터 4회 연속 올림픽 출전에 성공했다. 박태환의 리우행은 순탄하지 않았다. 박태환은 2014년 9월 인천아시안게임 직후 받은 도핑 검사에서 테스토스테론 양성반응이 나왔고, FINA는 이를 같은해 10월 30일 박태환에게 통보했다. 인천아시안게임을 1개월여 앞둔 7월 말 박태환은 평소 건강 관리를 위해 다니던 병원에서 남성 갱년기 치료제인 ‘네비도‘ 주사제를 투여했다. 병원 의사 김모씨는 박태환에게 남성 호르몬 수치가 너무 낮다며 주사를 권했고, 박태환 본인과 매니저 모두 “반도핑기구에서 금지한 약물을 주사하면 안 된다”고 주의를 요구했다. 이에 의사 김씨는 박태환을 “테스토스테론은 체내에서 만들어지는 남성 호르몬이라 전혀 문제 될 게 없다”고 안심시킨 뒤 투약했지만, 도핑에 전혀 무지했던 김씨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다. 박태환 측은 도핑 양성반응이 나오자 김씨를 고소했다. 법정 공방 끝에 김씨가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박태환에게는 고의성이 없었다는 판결이 나왔다. 그렇지만 박태환은 국제수영연맹(FINA) 징계를 피할 수 없었다. 18개월 자격 정지와 함께 인천아시안게임 메달을 박탈당했다. 징계 기간에 박태환은 50m 레인의 훈련장을 구하지 못해 제대로 훈련도 하지 못했다. 지난해 6월에는 스승 노민상 감독이 지도하는 꿈나무 수영교실에 일반인 회원으로 등록해 2시간씩 훈련하는 고육책을 쓰기까지 했다. 박태환은 지난해 9월 이후 일본 오사카에서 개인 훈련을 소화했다. 해가 바뀌어 지난 3월 2일 FINA의 18개월 징계가 해제됐다. 박태환은 훈련이 어려운 국내 여건을 고려해 호주 전지훈련을 떠났고, 지난 4월 말 리우올림픽 국가대표 2차 선발전을 겸한 동아대회에 참가해 주 종목인 400m를 포함한 4개 종목에서 우승했다. 이때 박태환은 FINA가 정한 A기준기록을 4개 종목에서 모두 넘겨 올림픽 출전 자격을 획득했다. 하지만 대한체육회는 ‘도핑 위반으로 경기 단체로부터 징계받은 선수는 징계 해제로부터 3년 동안 국가대표로 선발할 수 없다’며 박태환을 대표로 선발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이에 박태환 측은 이미 18개월의 징계를 소화했는데 3년 동안 또 대표 선발을 금지하는 건 ‘이중처벌’이라며 맞섰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4월 6일 제1차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국가대표 선발 규정을 개정하지 않겠다고 발표했고, 박태환 측은 ‘관련 사실 인지일로부터 21일 이내에 중재신청을 해야 한다’는 조항에 따라 지난 4월 26일 CAS에 중재신청을 했다. 그러나 대한수영연맹관리위원회는 지난 5월 경영 대표를 선발하면서 박태환의 이름을 제외했다. 박태환 측은 마지막 수단으로 법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CAS 제소와는 별도로 지난달 23일 서울동부지법에 리우올림픽 출전 자격 판단에 관한 가처분 신청을 했다. 박태환의 리우행이 급물살을 탄 건 지난 1일 동부지법이 박태환 측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부터다. 재판부는 “(박태환은) 수영 국가대표 선발규정에 의한 결격 사유가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판결해 박태환에게 국가대표 법적 지위를 부여했다. 이에 대한체육회는 지난 4일 CAS 잠정 처분 결과에 따라 신속한 조처를 약속했고 8일 4차 이사회에서 이를 재확인했다. 마지막 남은 단계는 CAS 판결이었고, 이날 오후 CAS가 손을 들어주면서 박태환의 길었던 투쟁이 끝났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참의원선거 D-2 맥 못추는 3野… 결국 개헌으로 달려나가는 일본

    일본 참의원 선거를 3일 앞두고 민진당 등 일본 야당들은 일제히 전열을 재정비해 개헌 저지선 확보에 총력을 쏟았다고 도쿄신문 등 일본 언론이 7일 전했다. 민진당 오카다 가쓰야 대표, 공산당 시이 가즈오 위원장, 사민당 마타이치 세이지 간사장 등 야 3당 수뇌부는 6일 나가노시에서 나란히 연설하며 개헌 세력의 ‘3분의2’ 획득을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도쿄신문이 전했다 오카다 대표는 교전권을 부정한 헌법 9조의 수정을 담은 자민당 헌법 개정안 초안을 거론하며 “‘개헌 4당’이 3분의2를 얻으면 (개헌을) 하고야 만다”며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베 신조 총리가 추진하려는 헌법 개정은 참의원(상원)과 중의원(하원) 의석 3분의2 이상이 발의가 필요하다. 집권 연립여당인 자민·공명당과 오사카유신회, 일본의 마음을 소중히 하는 당 등 4개 정당은 개헌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시이 공산당 위원장도 “아베 개헌의 핵심은 (교전권 및 전력 보유를 부정한) 헌법 9조를 부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야당의 개헌 저지론 이슈화 노력에도 정작 헌법 개정은 크게 이슈로 부각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미우리 신문이 지난달 22일부터 지난 5일까지 트위터상에서 화제가 된 9개 주요 정책 언급 횟수를 분석한 결과, ‘경기·고용’이 가장 많은 271만 5000건이었다. 이어 헌법개정(160만 6000건), 외교·안전보장(144만건), 연금 등 사회보장(139만 8000건), 자녀양육 지원(102만건) 순이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개헌 4당의 의석수가 이번에 선거를 하지 않는 비개선 의석을 포함해 헌법 개정에 필요한 3분의2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이번 참의원 선거는 전체 242석 중 절반인 121석만 새로 뽑는다. 6년 임기의 참의원은 3년마다 전체 의원의 절반(121석)을 새로 선출한다. 신문은 현행 헌법을 지키자는 호헌파 야당인 민진당(비개선 17석)은 25~35석을 얻고, 공산당(8석)은 5~7석, 사민당(1석)은 최대 2석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문은 이미 이번 선거에서 뽑지 않는 65석을 보유한 자민당이 이번에 57석을 추가하면 단독과반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헌법 개정 발의가 가능한 3분의2 선인 162석 중 개헌파 4개 정당이 78석을 더 확보하면 된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브렉시트·방글라 테러로… 표심 자극하는 아베

    “새로운 위기에 대응한다.” “테러를 용납하지 않겠다.” 10일로 예정된 일본 참의원 선거를 닷새 앞두고 아베 신조 총리 등 집권 자민당은 국민 불안감으로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이탈 결정, 일본인 7명이 희생당한 방글라데시 다카 테러 등 대외 변수와 불안정을 선거 구호로 추가했다. 아베노믹스의 성과를 강조하는 틀 위에서 대외 불안요소와 안정을 자민당의 표심으로 연결지으려 하고 있다. “이 선거가 무엇을 묻고 있는가. 아이들의 미래를 자민·공명당에 맡길지를 정하는 선거다.” 아베 총리는 지난 4일 오이타 시내에서 가진 유세에서 이렇게 연설하면서 자신의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 실적 소개에 열을 올렸다. 야당이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해양진출 확대, 대외 경제의 불확실성 증가 등으로 국민 마음은 여권에 호의적으로 흐르고 있다. 대외 이슈로 국내 쟁점이 묻히면서 집권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분위기다. 집권 여당에 대한 적극적 지지라기보다는 소극적인 지지의 폭이 크다. 5일 공개된 산케이신문·FNN(후지뉴스네트워크) 공동조사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 등 개헌파가 개헌 발의에 필요한 의석수인 3분의2 이상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두 언론의 합동 전화조사와 이들 매체의 취재를 더한 판세 점검 결과, 연립 여당인 자민·공명당과 오사카유신회, ‘일본의 마음을 소중히 하는 당’ 등 4개 ‘개헌세력’은 전체 의석의 3분의2를 획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베 정권은 이미 중의원에서 연립여당인 자민·공명당만으로도 전체 의석의 3분의2 이상을 확보하고 있다.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도 개헌 가능한 의석수 확보가 목표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