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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맛 에세이] 나만 아는 맛집

    음식 동네에 몇 년 뒹굴다보니 사람들은 절 보면 음식점을 소개하라고 합니다.열명이 회식을 하려는데 반찬많고 방이 있는 한식집을 소개해 달라거나 부모님 생신에 가족끼리 오붓하게 먹을 수 있는 분위기있는 집을 소개해 달라거나….그럼 세 집 정도를 얘기하죠.유명한 집,가격 대비 괜찮은 집,개인적으로 세 번 이상 가본 집,그렇게요. 나중에 다시 물어보면 반 이상은 가족회의 끝에 다른 집으로 갔다고 합니다.어르신이 단골로 다니시던 곳으로 갔다거나 일행중에 목소리 큰 사람이 우기는 곳으로.추천한 곳으로 갔다가 실패했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분도 계십니다.그날 손님이 너무 많았다거나 종업원들 얼굴이 퉁퉁 부어 있었다거나 음식이 입에 안맞았다거나….물론 개중에는 좋은 곳 추천해줘서 고맙다고 한턱 내겠다는 분들도 있죠. 정말로 찾는 사람 구미에 맞는 음식점을 추천하는 것이란 쉽지 않은 일이란 생각이 듭니다.그런데 쿠켄네트(www.cookand.net)에서 1:1 맛집 추천 서비스를 한다는 얘기를 듣고 ‘좋은 아이디어구나’했죠.그런데 담당자 이야기를 들어보니 의뢰인이 원하는 지역과 조건에 맞는 음식점을 찾아내려면 인원도 인원이고,고객이 OK할 때까지 서비스를 해야하므로 그것만큼 손 많이 가고 이윤 적은 일이 없더군요.그럼에도 쿠켄네트에서는 ‘바로바로 추천서비스’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몇 년째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음식점 추천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 사이에도 절대로 얘기 안해주는 집들이 있습니다.커피도 맛있고,호젓하고,친절한 데다 주차장까지 넓은 카페라든가 허름해도 주인의 손맛 좋고,얼굴 알아봐줘서 마치 친정 밥 먹는 것 같은 집이 그런 경우죠. 얼마 전에 어떤 분이 저를 마포의 허름한 음식점에 데려가시더군요.도로변의 집을 수리해서 음식점을 하는 곳인데 뜨아한 제 표정이 걸리는지 데려가신 분이 ‘그래도 맛은 있다.’며 안심시키시더군요.그런데 상에 김치,어리굴젓,멸치볶음이 놓이고,달걀말이,김치찌개,떡갈비가 나오는데….맛있는 것 앞에서 단순해지는 거 있죠.그날,밥 두 공기 먹었습니다. 문제는 그 집 상호와 위치,전화번호를 밝히기가 싫다는 겁니다.소개해주신 분 말대로 이 집은 생긴 지는 좀 됐는데 아직 여기저기 나가지 않아서 사람들이 몰리지 않는 곳입니다.인터넷에? 절대로 없더군요.입 소문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으니까요.4000원짜리 김치찌개 냄비 바닥을 긁으며 제 본분을 기꺼이 망각하기로 했습니다.여기까지 쓰고나니 담당 기자의 전화가 두려워지네요.마포구 대흥동에 있는 K식당입니다.ㅠ.ㅠ 신혜연 월간 favor 편집장
  • 대학 특집 / 중부권 ‘명문사학’ 꿈꾸는 대전대

    대전대가 ‘변신’하고 있다.지난달 28일 대전 용운동 대전대를 찾았을 때 학교 이곳 저곳은 개학을 맞은 학생들의 활기찬 발걸음과 웃음소리가 캠퍼스를 물들이고 있었다.대전대는 요즘 중부권의 명문 사학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변신’을 시작했다.한방병원으로만 알려진 이미지를 벗고 중부권의 최고 대학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다.종합캠퍼스 마스터플랜을 마련,총 1000억원을 들여 본격적인 실행에 들어갔다. 종합운동장이 자연 속의 휴식공간으로 바뀌고,지하 2층에 지상 7층의 복지문화관,800여명을 수용하는 제2기숙사,다목적 체육관 등이 새로 들어선다.대전 신시가지 지역인 둔산에는 제2캠퍼스가 마련돼 한방병원 연구시설과 사회교육센터가 자리잡게 된다. 대전대가 시설을 늘리는데만 신경을 쓰는 것은 아니다.대전에서는 유일하게 지난해와 올해 교육인적자원부가 선정하는 지방대 육성 재정지원대학으로 뽑혔다. 올해에는 교육부가 선정하는 특성화우수대학 지원사업대학으로 지정되기도 했다.하드웨어에 걸맞는 소프트웨어를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노력은 적지 않은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동남아 10개국 학생들을 처음으로 유치하는가 하면 미국과 캐나다,일본,중국,러시아 등 10개국 28개 대학과 자매결연을 맺었다.취업률도 지방대에서는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높다.2001년 71.39%인 취업률은 지난해 77.31%,올해 77.85%로 해마다 늘고 있다. ●학생 복지 46가지의 교내장학금과 21가지의 교외장학금 등 총 67개의 장학금을 운영하고 있다.전체 재학생의 30% 이상이 장학금 수혜를 받는다.장거리 통학하는 학생들의 가장 큰 걱정은 교통 문제와 기숙사.450명을 수용하는 기숙사에 공사 중인 제2기숙사가 완공되면 모두 1200여명의 학생들을 수용할 수 있게 된다. 교통편도 다음달 학교 정문 앞 동부간선도로가 개통되면 동대전IC(구 판암IC)에서 3분 거리로 서울과도 더욱 가까워지게 된다.청주 통학버스(유료)와 대전과 근교까지 무료로 운행하는 통학·셔틀버스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특색·이색학과 한의학과는 대전대의 자랑거리다.지난 81년 첫 인가를 받은 이후 대전한방병원(172병상)을 비롯해 대전둔산한방병원(100병상),천안한방병원(70병상),청주한방병원(85병상) 등 4개의 병원을 갖춘 명실상부한 중부권 한방의료의 요람으로 자리잡았다. 타이완 중국의약학원과 중국 요령중의학원 남경중의학원,호북중의학원 상해중의학대학 등과 자매결연을 맺어 인적·학술교류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것도 경쟁력의 발판이 되고 있다.특히 내년에 대전 대덕단지로 옮기는 국립한의학연구원과 본격적인 교류를 앞두고 있다. 올해 정시모집에서 처음 선발하는 군사학과는 총 60명(남 50명,여 10명)을 선발한다.우수한 장교를 양성하고 군사학의 체계적인 연구를 위해 육군과 협의를 거쳐 국내 처음으로 개설된 민간사관학교이다. 재학 4년 동안 전원 장학금을 받고,졸업하면 자동으로 장교 임관이 보장된다. 이밖에 세무회계정보학부와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뷰티건강학과,스포츠경호비서학 전공(체육학부) 등도 꾸준히 인기를 모으고 있다. 대전 김재천기자 patrick@ ■정미정 (문예창작과 00학번) 끝을 모르는 설렘의 정체.새내기시절 풋풋함으로 누렸던 캠퍼스의 낭만을 돌이킬 때마다 내 가슴 한쪽으로 느닷없이 찾아든다. 두꺼운 책을 가슴에 품고 교정 이곳저곳을 활보하다 팔이 저려 괜스레 책만 탓했던 그 때,질끈 눈 한 번 감고 오후 강의를 빼먹는 대신 팔각정에서 막걸리 한 사발 받아다 우리끼리 하던 수업.잊지 못할 추억의 페이지는 이렇게 한 장 한 장 채워져 간다. 캠퍼스 안에는 신선한 자유의 바람이 가득 불고 있다.내 것으로 ‘찜’하고 싶은 것들이 대학 생활 안에 사방으로 무수히 널려 있다는 것이다.과연 손가락에 잔뜩 침 바르고 내 것으로 재빨리 ‘찜’하고 싶어 견딜 수 없는 것들은 무엇일까. 먼저 수업을 ‘골라 듣는 재미’를 꼽을 수 있다.아이스크림도 그렇듯이 많은 것들 중에서 내가 골라 듣는 수업의 맛은 나를 자극시키기에 충분하다.대학 생활에서 놓칠 수 없는 그 두 번째는 특별한 만남인 동아리 활동이다. 스스로 한 걸음 나아간 특기적성교육이라고도 할 수 있는,말 그대로 주체할 수 없는 끼를 맘껏 발산하는 장을 마련해주는 곳이다.자신의 끼가 다발적으로 표출되길 바란다면 여러 동아리를 가입,마음껏 욕구를 충족시켜도 좋다. 내가 강력 추천하고픈 울트라 파워 ‘찜’은 바로 이것.자연의 경치를 즐기며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산책로.그야말로 으뜸이다.활기 넘치는 캠퍼스에서 잠깐 벗어나 산책로를 걸어보자.혼자 길을 따라 자연으로부터의 사색에 심취하여 걷다보면 온 몸이 맑아지는 상쾌함을 느낄 수 있다. 또 데이트 코스로도 그만이다.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은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원한다면,연인의 마음을 살짝 엿보고 싶을 때 이 산책로를 걸으면 마음도 함께 따라 걷게 되는 곳이다. 캠퍼스의 젊음은 언제나 도전하고 있다.어떤 것이든 무조건 부딪쳐 보는 도전정신.그 안에서 내가 찾지 못하던 ‘나’를 발견하고 이러한 과정의 연속을 통해 당당하고 아름다운 자아가 확립되어질 때 우리 스스로 가꾸어지는 것이다. 교내 곳곳에 있는 단풍나무는 붉은 빛을 곱게 차려입고,시퍼렇게 커 온 은행나무 또한 흥겨운 황혼의 잔치를 열 것이다. 교정으로 찾아드는 가을 속에서 잘 여물어진 나의 단단한 모습을 바라본다.바래져 가는 추억을 돌이켜보며 새내기들에게 길잡이를 해주는 선배의 몫에 다시 한번 가슴 설레본다. ■신극범 총장의 학교자랑 “능력과 소질을 얼마나 키워줄 수 있는지가 대학 선택의 기준이 돼야 합니다.” 대전대 신극범(사진·71) 총장은 대학 선택을 앞둔 수험생들에게 이렇게 강조한다.대학 선택의 기준이 일류니 이류니 하는 간판에서 벗어나 능력을 기를 수 있는 토양이 갖춰져 있느냐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충고였다.그는 이런 점에서 대전대를 ‘어깨펴고 나갈 수 있는 대학’으로 소개했다. 입학할 때는 시원찮게 생각하지만 졸업할 때는 자부심을 느낄 만큼 교육환경이 뛰어나다는 자랑이었다. 최근 1000억원을 투자해 조성하고 있는 디지털 캠퍼스도 지방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교육환경을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한방병원으로만 알려진 이미지에서 벗어나 서울에 가지 않고도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사례를 대전대에서 찾게 하겠다는 포부였다.고교 교사에서 대학 교수,총장,연구원,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등을 역임하며 40여년 이상 쌓아온 그의 경력을 반영하듯 신 총장은 모든 경험과 능력을 대전대에 거는 듯 했다.그는 “부모에게는 모든 아이들이 대통령감으로 보이는 것처럼 한 명 한 명 소중히 키워 인재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대전 김재천기자 ■수시2학기 모집요강 대전대(www.dju.ac.kr)는 올 수시 2학기 모집에서 학교장 추천,실업계고교 출신,지역담임교사 추천자,특정교과 우수자 특별전형 등 12개 전형에서 총 947명을 선발한다. 373명을 뽑는 학교장추천자 특별전형은 일반계 고교 졸업예정자 가운데 학교장의 추천을 받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한의과대에서는 간호학과(주간)에서만 5명을 모집한다.다단계 전형없이 학생부 60%와 면접 40%를 반영한다. 실업계고교 출신 특별전형은 실업계 고교 졸업(예정)자면 지원할 수 있고 출신 고교의 계열과도 관계없다.148명을 선발하며,학생부 성적만 100% 반영한다. 지역담임교사 추천자 특별전형은 대전 지역 일반계 고교 졸업예정자 가운데 담임교사의 추천을 받아 지원할 수 있다.특정교과우수자 특별전형은 대전대가 선택한 6과목 가운데 2과목 이상에서 성취도 ‘우’ 이상(간호학과는 ‘수’ 이상)을 받아야 한다.기초학문육성 특별전형은 국문학과,영상철학,한국문화사학,러시아어통역학과(이상 주간)와 산업·광고심리학과(주·야간) 지원자로 담임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취업자 특별전형에는 1년 이상(영농종사자와 자영업자는 2년,전직 경력자는 3년 이상) 취업 중이면 지원할 수 있다.특기자 특별전형은 4년제 대학이나 전국 규모의 경시대회에서 입상한 경력이 있어야 한다.단 한의예과는 한문(4년제 대학 주최 한문경시대회에서 3위 이내 입상 경력)·영어(토플 600점,CBT 250점,토익 900점 이상)·중국어(HSK 중급 8급 이상) 중 한 분야의 성적을 갖춰야 하며,최저학력기준은 수능 종합 1등급이다.원서접수 기간은 16∼19일까지이며,인터넷으로는 15일부터 접수한다.
  • 양구 파로호 나들이 / 넓디넓은 호수 백로와 나

    피서철마다 앞다투어 남으로,동으로 내달린다.이럴 때 상대적으로 한가로운 북으로 발길을 돌려보면 오히려 때묻지 않은 자연 속에서 오붓한 피서를 즐길 수 있다.남한 최북단 호수인 파로호를 품고 있는 청정지역인 강원도 양구를 찾았다.지금 파로호는 많이 야위었다.예년같으면 장마뒤라 물이 그득해야 하건만 평화의 댐 공사를 위해 물을 계속 빼고 있기 때문.그래도 새파란 파로호 물빛이 어디 가랴. ●우리나라 대표적 백로 서식지 양구읍에서 403번 도로를 타고 월명리쪽으로 차를 몰았다.월명리에 닿기전 양구읍 동수리 일대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백로 서식지.군데군데 호수와 논밭 위로 10여마리씩 떼지어 노는 모습을 보노라니 야윈 호수 때문에 섭섭해졌던 마음이 한결 푸근해진다. 파로호 중류에 해당하는 월명리 일대에도 호수 가장자리를 따라 물빠진 흔적이 층층이 나있다.낚시 좌대를 대여하는 업소에 들려 “물이 많이 빠져 물반 고기반이겠군요.”하니 “오히려 고기가 잘 안잡힌다.”고 한다. 수위가 낮아 좌대 놓기도 불편하다고.그래선지 낚시하는 사람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이럴땐 오히려 전망 좋은 곳에 앉아 시원하게 펼쳐진 호수경치나 구경하는게 최고다.음식 손님을 받기 위해 지은 원두막에 앉으니 파로호 중류가 한눈에 들어온다.낚싯배 한척 보이지 않는 호수가 약간 을씨년스럽기는 하지만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사색을 즐기기엔 그만. 출출함이 느껴진다.기왕이면 파로호에서 나오는 것을 먹어보자.흔히 먹는 매운탕 말고 뭐 특별한게 없을까.낚시점과 음식점을 겸한 ‘월명낚시’((033-482-2385)주인 아저씨가 붕어찜을 권한다. 손님도 별로 없는 것 같은 데 30여분이나 지나 음식이 나온다.냄비속엔 시래기,감자,대파 등 10여가지의 야채가 두껍게 깔려 있고,그 위에 손바닥만한 붕어 너댓마리가 먹음직스럽게 익어 있다.야채와 고기가 충분히 익어야 제맛이 난다나.음식이 늦을 만도 하다.마늘,생강을 많이 넣어선지 비린내가 전혀 안나고,맛이 담백하다.1인분에 1만원.붕어가 싫으면 메기찜(1만원)을 먹으면 된다. ●열목어 노니는 두타연에 발도 담그고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싶다면양구 북단의 두타연으로 가자.민통선 위 방산면 건솔리의 수입천 지류인 이곳은 유수량은 많지 않지만 천연기념물인 열목어의 국내 최대 서식지.10m 높이의 폭포 아래 형성된 옥빛 소(沼) 옆으로 20m 길이의 바위가 병풍처럼 두르고 있다.민통선을 통과하려면 출입 2일전까지 양구군청을 통해 군부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양구읍 정림리는 한국의 서민적 정서를 질박하게 표현했던 박수근 화백이 태어난 곳.그는 과감한 생략과 단순한 구도,투박한 질감이 느껴지는 마티에르 기법을 통해 한국의 서민적 정서를 진솔하게 표현했다. ●박수근 화백 자취 그득한 미술관도 가볼까 양구군은 2001년 생가터에 ‘박수근미술관’을 세워 운영하고 있다.200여평의 미술관엔 박수근의 체취가 묻어 있는 유품과 스케치,드로잉과 같은 습작품,판화,삽화 등을 감상할 수 있다.그의 작품의 진면목을 살필 수 있는 유채화는 ‘앉아있는 두 남자’와 ‘빈 수레’ 두 작품밖에 없어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입장료 어른 1000원,어린이 500원.월요일 휴관.(033)480-2656.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에 나섰다면 양구선사박물관에 들러 태고로의 시간여행에 나서보자.양구읍 하리에 자리잡은 박물관엔 파로호 상류 상무룡리 일대에서 발견된 신·구석기 및 청동기 유물중 650여점이 전시돼 있다. 87년 발굴당시에 선사시대의 문화와 사람들의 이동경로를 알 수 있게 해주는 흑요석 250여점을 비롯,구석기인의 불씨 사용을 입증하는 발화석,찍개,주먹도끼,사냥돌,밀개,돌날,북방식 고인돌 등 4000여점이 나왔다. 박물관 야외엔 파로호 일대 수몰로 인한 훼손을 막기 위해 고인돌을 옮겨 공원을 조성해 놓았다.박물관에 미리 연락하면 고인돌 운반,석기제작,움집 야영 등 선사생활 체험도 가능하다.관람료 어른 1000원,어린이 500원.월요일 휴관.(033)480-2677. 양구까지는 46번 국도를 타고 춘천을 거쳐 가거나 44번 국도를 이용해 홍천,인제(신남)를 경유하면 닿는다.각각 3시간 정도 소요.서울 동서울터미널에서 양구시외버스터미널(033-481-3456)까지 하루 11회,상봉동터미널에선 양구행 버스가 8회 출발한다.양구읍에 세종호텔(033-481-2443) 1곳이 있으며,고려여관(033-481-2746),낙원여관(033-481-3114) 등 여관 30여곳이 운영중이다.문의 양구군 관광안내소(033-480-2675). 양구 글·사진 임창용기자 sdargon@
  • 세계인 - 우리는 이렇게 산다 / 中 슈퍼마켓시대 활짝

    중국에 ‘유통혁명’의 물결이 거세게 일고 있다.고도 경제성장 덕에 중국 주민들의 소득이 높아지면서 대도시를 중심으로 슈퍼마켓 체인점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베이징의 가구당 연평균 구매력은 지난 91년 4893위안(73만원)에서 11년만인 2002년 말 12만 8145위안(1920만원)으로 26배나 늘었다. 물가인상 요인을 감안해도 10배 가까이 높아진 수치다.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중산층들이 보다 쾌적한 서구식 쇼핑 환경을 중시하는 것도 유통혁명에 불을 지핀 주요한 이유로 꼽힌다.중국인들은 슈퍼 체인점을 차오스(超市·슈퍼시장)라 부른다.월마트,자러푸(家樂福) 등 대형 할인매장이나 징커룽(京客隆) 등 일반 슈퍼마켓을 통틀어 차오스로 통한다.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오후 6시,국제전시장(國際展覽中心) 동쪽에 위치한 베이징의 대표적 대형 할인매장인 자러푸는 사람들로 가득찬다.섭씨 38도를 오르내리는 바깥 날씨와 달리 매장 내부는 에어컨 덕에 쾌적한 쇼핑이 가능하다. 1층은 생필품과 식료품 코너로 선반 위에 물건들이 넘쳐난다.2층 가전·신발·의류 매장은 20∼30% 할인가격(特價)으로 판매하는 여름 상품전이 한창이다.매장에는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계층들이 눈에 띄었지만 20∼30대의 젊은 남녀들이 주력을 이루는 분위기다. ●깔끔한 매장 분위기로 젊은 고객 흡수 2층 의류매장에서 만난 20대 팡자오칭(方昭淸)은 “물건이 많아 선택의 폭이 넓고 널찍한 매장이 마음에 들어 일주일에 세번 정도 이곳을 찾는다.”며 “가격도 생각보다 비싸지 않은 것 같다.”고 자러푸의 장점을 늘어놓았다. 의류 코너의 한 판매원은 “20대 아가씨들을 겨냥한 경품 서비스 때문에 최근 들어 소비력을 갖춘 신세대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귀띔했다.20,30대 초반의 부부들이 다정하게 쇼핑하는 모습도 제법 많아졌다.남편과 함께 쇼핑을 나온 장샤오화(張小華·29)는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서로 시간이 없지만 가끔 오붓하게 데이트를 겸해 물건을 사는 재미도 괜찮다.”고 웃는다. 위생적이고 질좋은 상품을 안심하고 고를 수 있는 장점도 있다.50대의 지후이민(吉慧敏·여)은 “재래식 시장에서 파는 생선이나 육류는 특히 여름에는 비위생적”이라며 “다른 생필품들도 품질이 좋아 우리 가족 모두가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1층 매장의 어류·육류·과일 코너는 저녁장을 보려는 사람들로 훨씬 소란스럽다.마오쩌둥(毛澤東) 시대에 확립된 ‘남녀평등’ 때문인지 남자들이 장바구니를 든 모습은 이곳에서는 아주 흔한 일이다.상하이 등 남쪽보다는 덜하지만 베이징에서도 남자들이 요리하고 빨래하는 것은 이제 뉴스 거리도 못된다. 쉬위안빈(徐元斌)은 “외국계 회사에 근무하는 아내가 당직이라 내가 아이들에게 저녁을 차려줘야 한다.”며 “가격 흥정 없이 정찰제로 원하는 물건을 마음껏 살 수 있는 것도 슈퍼시장의 좋은 점”이라고 예찬론을 폈다. ●장바구니 든 남성들 북적 자러푸 상품구입부에 근무하는 장융즈(張永志)는 “최고급 상품을 가장 싼 가격에 판매한다는 것이 자러푸의 경영방침”이라며 “식료품의 경우 당일 새벽에 가장 싱싱한 물건을 구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네 슈퍼마켓은 서민층이,자러푸 등은 중산층들이 주로 애용한다.베이징최대 번화가인 왕푸징(王府井)에 밀집된 고급 백화점들은 주로 고급관원이나 사업가 가족 등 상류 계층들의 몫이다.이 때문에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자러푸 등 서구식 대형 할인매장의 쇼핑백을 들고 다니면 중산층 신분으로 높아졌다는 농담이 오갈 정도다. 베이징 차오양(朝陽)구 공런티위관(工人體育館) 북문 맞은편에 위치한 징커룽은 서민들이 찾는 슈퍼마켓이다.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네 슈퍼마켓인 셈이다.중산층들이 애용하는 자러푸나 월마트 앞에는 승용차들이 주차장을 가득 메우고 있지만 징커룽 입구 한편에는 서민들의 ‘발’인 자전거들이 즐비하게 놓여 있는 것도 재미있는 현상이다. 서민 슈퍼마켓의 가격은 어류나 육류,야채의 경우 재래시장보다 5∼10% 정도 비싸다.하지만 냉장고도 없는 비위생적인 재래시장의 불결한 환경과는 사뭇 대조적이다.소득이 높아진 중국인들이 깨끗한 슈퍼마켓을 찾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추세같다. 이곳에는 주스와 과자류부터 라면·조미료·간장 등 온갖 식료품들이 20m 8층 선반 판매대에 진열돼 있다.안으로 들어서면 삶은 육류와 면류·만두류 등 온갖 먹거리들이 중앙 판매대에 쌓여 있다.자러푸 등 대형 할인매장과 달리 의류나 신발,가전제품은 취급하지 않는다. 슈퍼 한 구석에는 쇠고기와 돼지고기,닭고기,양고기 등 육류 판매대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려 있다.판매직원이 고객들의 수요에 따라 즉석에서 고기를 잘라주고 있다. 판매원은 “매일 새벽 도살장에서 신선한 고기가 운송되기 때문에 주민들이 ‘싱싱하고 좋은 부위’를 먼저 사가려고 아침 일찍부터 줄을 서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단골 손님이라는 30대의 리슈징(李秀京·여)은 “사스 파문 이후에는 조금 비싸더라도 위생적인 슈퍼에서 물건을 사는 것이 이제 습관이 됐다.”고 환하게 웃는다. ●외국 유명 유통업체 잇따라 진출 중국 주민들의 이러한 의식 변화를 파고들며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미국의 월마트,프랑스의 카르푸(자러푸) 등이 중국에 적극 진출,성업 중이다.월마트는 중국에 이미 22개의 매장을 개설했고 경쟁이 치열한 베이징에도 지난 7월 1호 매장을 열었다.자러푸는 베이징에만 6개 점포를 냈는데,휴일에는 고객들로 붐벼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슈퍼마켓 체인점은 베이징(北京),상하이(上海),충칭(重慶),우한(武漢),난징(南京),칭다오(靑島)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퍼지는 중이다.일부 중소도시들에서도 체인점들이 서서히 생겨나고 있지만 전체인구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농촌은 시기상조다. 체인점 열풍은 일용품이나 식료품에 그치지 않는다.이미 중국 전역에는 가전과 의약,도서,음향,건자재,가구점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 중이다.소득 수준이 높아진 중국인들이 품질과 ‘브랜드’ 위주의 구매 패턴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장쑤(江蘇)성의 대표적 민영기업인 훙싱(紅星)가구 그룹은 지난해 11월 베이징의 새로운 상업지구로 떠오른 시쓰환루(西四還路)에 3만 3000평 규모의 베이징 체인점을 개설했다.전국 12번째 체인점으로 모두 3억 2000억위안(약 500억원)의 비용이 들어간 초대형 매장이다. 1층 매장 입구 로비에 들어서면 초대형 등나무 조각이 사람들을 압도한다.가정용과 사무용품으로 구분된 매장에는 최고급품에서 서민용품까지 ‘원스톱-쇼핑’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다.천위핑(陳宇萍·여·47)은 “이름있는 메이커를 찾아야 비싸도 속지 않는다.”며 “가격은 재래 가구점보다 평균 20% 정도 비싼 것 같지만 애프터 서비스가 확실해 안심하고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들어 톈진자(天津家),신둥팡궈위안(新東方國園),마이더룽(麥德壟) 등 가구 체인점들도 잇따라 매장을 오픈했다.베이징,상하이 등 중국 대도시에는 요즘 이러한 대형 체인점들이 속속 문을 열고 있다. oilman@ ■슈퍼마켓 ‘춘추시대’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슈퍼·할인 매장업의 경우 다른 유통업종에 비해 늦게 시작됐지만 개방식 진열과 자유로운 구매,다양한 결제 시스템 등으로 소비자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향후 수년 안에 슈퍼·대형 할인매장의 시장 점유율이 백화점을 누를 것이란 전망이 많다. 중국의 WTO(세계무역기구) 가입에 이은 유통시장 개방에 따라 자러푸,월마트 등 다국적 유통업체들이 거대자본과 선진 관리기술,풍부한 경영 경험 등을 앞세워 중국 시장 개척에 나서고있다.자러푸와 월마트 이외에 어우상(歐尙),일본의 이텅양화탕(伊藤洋華堂),자스커(佳世客),한국의 이마트,타이완의 하오유둬(好又多),다룬파(大潤發) 등도 가세했다.가위 유통업의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다국적 기업들의 공세에 맞서 중국 유통업체들도 최근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중국 최대 체인기업의 하나인 롄화(聯華)의 경우 올 상반기 슈퍼 매장 수가 30%나 늘었고 베이징 화롄(華聯)은 56%,장쑤성의 쑤궈(蘇果)는 63%,상하이눙궁상(上海農工商)은 64.6%나 확대됐다.매장 수 증가와 더불어 중국 유통 기업들은 경쟁력 제고에 사활을 걸고 있다.연쇄경영 관리기술과 구매관리,가격관리,매장 디자인과 상품 진열,정보관리 등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전자상거래와 홈쇼핑,무점포 판매 등으로 다양한 점포 운영 방식도 도입 중이다.중국 정부도 자국의 유통업체 지원을 위해 다양한 조세정책을 실시 중이다.이 때문에 중국의 슈퍼·할인매장 등 대형 체인점들이 유통산업의 주류로 등장하고 있다.전체 매출에서 할인매장 등 신종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6년 0.72%에서 2001년 6.7%로 늘었다.9배가 넘는 증가세다. 중국에는 현재 2100여개사의 체인 기업이 있고,매장 수는 3만 2000여개다.연간 매출액이 278억달러(33조원)에 이른다.1992년에 유통업 대외개방을 시작하여 2000년까지 중국 중앙정부가 비준한 중외 합자 소매기업은 28개,지방정부가 비준한 중외합자 유통기업은 277개다.외자 유치 총액은 20억달러에 달한다. 박진형 KOTRA 베이징 무역관장은 “중국의 내수시장을 감안하면 슈퍼·할인매장 등 유통시장의 성장은 앞으로 눈부실 것”이라며 “중국 내수시장 공략을 위해선 단순한 제품 수출 방식을 벗어나 현지생산 시스템의 구축과 유통업 동반 진출을 통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20년 외줄인생 후회는 없어요”최연소 인간문화재 ‘줄광대’ 김대균

    3m 높이의 팽팽한 줄 위로 한발 한발 내딛는다.이내 얼음을 지치듯 한가운데로 나가 부채를 펼치며 몸을 솟구친다.위아래로 출렁거리는 줄을 타며 동작은 더욱 현란해진다.줄광대는 갑자기 소리와 재담을 섞어가며 갖가지 잔재주를 부린다.숨죽이고 지켜보던 구경꾼들은 어느새 신명나는 줄박자에 빠져든다. 른 셋이라는 나이에 최연소 중요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일명 인간문화재)가 된 김대균(37·경기 안성시 죽산면 매산리)씨.사람들은 그를 이 시대의 마지막 ‘줄광대’로 부른다.하지만 20여년 동안 스무 걸음 남짓한 줄 위를 걸어 온 ‘외줄인생’의 서러움이 싫어 고단한 여행이지만 함께 나설 길동무를 찾고 싶어한다. “스승님의 그늘없이 홀로 줄타기 원형을 보존하고 지켜내는 일은 마치 1300년 세월의 무게로 다가오는 그런 압박감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그가 줄 위에 오르는 단 한 가지 이유는 천년의 맥을 이어온 위대한 예술,우리 고전 줄타기의 화려한 부흥을 꿈꾸기 때문이다.그 밑거름은 ‘줄타기의 대중화’에서 비롯된다는 신념을 갖고 안성의시골마을에서 첫발을 내딛으려 한다.바로 예비 줄광대들을 키우는 터전을 그 곳에 마련하는 것이다. ‘줄타기 판줄’은 줄광대가 두 길 높이의 공중에 매단 줄 위에서 삼현육각의 반주에 맞춰 재담을 하고 춤도 추며 잔재주를 보여주는 연희예술.곡예만 보여주는 서양의 서커스와는 다르다.조선조 말까지만 해도 임금님 앞에서 공연했을 정도로 마당놀이의 꽃이었다.일제의 문화말살 정책에 의해 수많은 명인들이 사라졌지만,줄타기 판줄은 조선 영조 때 명인인 김상봉 이래 최상천·김관보에 이어 스승인 김영철에서 김씨로 이어지는 계보를 갖고 있다. “우리 선조들은 옛 것,자기 것만 고집하려는 올곧은 성격이 너무 강했어요.기술은 서로 공유해야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해서 더욱 발전시킬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처음 줄을 만났을 때만 해도 외로움을 아는 사람만이 제대로 줄을 타는 것으로 여겼다.그래서인지 배우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아 50여년의 긴 세대간 공백이 생겼다. “제게 기술을 전수해준 스승님이 살아계신다면 80세가 되는데40∼60대 전수자 없이 곧 바로 저한테 넘어왔습니다.” 자신이 포기하면 이땅에 전통 ‘판줄’이 사라질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이 마음을 급하게 만들었을까? 공연이 없는 날이면 후원회나 문화재 관계자들을 만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2000여평 규모의 땅을 확보해 그 곳에 줄타기 놀이마당과 전수관을 짓겠다는 것이다.안성시가 관심을 보이고 있어 “일이 잘 될 것같다.”며 기대에 부풀어 있다.그 곳을 아이들 놀이마당으로 개방하고,줄타기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해 보다 많은 전수자들을 키우고 싶어한다.나아가 초등학교와 중학교 1곳씩을 ‘줄타기 지정학교’로 선정해 예비 줄광대들이 예술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에 진학할 수 있게 하는 계획도 세웠다. 발을 굽히고 한발을 줄밑으로 늘어뜨리는 외홍잽이.몸을 날려 돌아 앉는 거중틀기.외발을 꿇고 오른발을 세우는 무릎꿇기 등 아슬아슬한 장면을 연출하면서도 입으로는 연신 걸쭉한 재담을 쏟아낸다. 김씨는 1967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났다.아홉살 되던 해 판소리와 북을 다루며 예인의 길을 꿈꾸던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용인으로 올라왔다.아버지가 일하던 용인민속촌에 자주 놀러갔다가 그곳에서 줄을 타며 후계자를 찾고 있던 김영철 선생(1920∼1988)의 눈에 띄어 줄 위에 올려진다.이후 15세 때 처녀공연을 가졌으며,87년 20세 때 줄타기 전 과정을 이수한 전수조교 자리에 올랐다. 중요문형문화재로 선정되던 지난 2000년 7월,국내 모든 매스컴이 역대 최연소 인간문화재의 탄생을 앞다퉈 보도했다.그는 당시 “줄 위에 서있을 때의 어려움보다는 우리의 전통문화에 대한 사회의 무관심이 더 나를 외롭게 했다.”며 줄타기의 명맥을 꼭 잇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축제의 계절인 봄과 가을에는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와 놀이공원 등에서 공연 제의가 쇄도하는 바람에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일년에 서너차례 준비되는 해외공연에도 나서야 한다.여름철인 요즘,가족과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지만 연습시간 말고는 집에 머물 때가 거의 없다.줄타기의 모든 것을 담은 책을 펴내기 위해 자료를 모으고 틈틈이 원고도 쓰고 있다. 줄타기보전회장도 맡고 있는 김씨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전통 향기를 느끼게 하고 싶어요.그럴려면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며 말을 맺었다. 안성 김병철기자 kbchul@
  • [맛 에세이] 新 피서족 음식문화

    본격적인 피서철이다.학생들도 방학을 했고,직장인들의 휴가도 봇물 흘러 내리듯 이어지고 있다. 본래 피서(避暑)란 더위를 피해 시원한 곳으로 옮겨가는 것이지만,실제로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는 인파와 더욱 기승을 부리는 바가지요금 때문에 오히려 ‘열불’이 뻗친다.그래서일까? 휴가를 맞이한 사람들의 피서철 음식문화가 바뀌고 있다. 랭보의 저서 “지옥에서 보낸 한 철”이라는 말처럼 피서를 두려워하는 이들의 3대 지옥은 바로 교통지옥·숙소지옥·음식지옥이다. 모처럼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나면 고속도로 위에서 한 나절을 허비하고,파김치처럼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도착해보면 터무니없이 비싼 숙소 가격에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게 된다.식사 한번 할라치면 불결하고 비싸기 그지없는 음식들을 먹어 주어야 한다. 이쯤 되면 이미 피서는 곧 고난이다.그러기에 발빠른 요즘 신 피서족들은 새로운 피서문화를 발견해 나가기 시작했다. 젊은이들의 장소쯤으로 여겨졌던 DVD방에서 시원한 과일을 즐기며 나만의 작은 극장에 매료된 가족들이 늘어나고,한 여름밤의 로맨스를 찾는 낭만파들은 서울 곳곳의 무료 야외 음악회를 찾아 가벼운 도시락으로 저녁을 대신하고,심야 영화관에서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공포영화에 몰입하는 피서법도 등장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펜션(pension)에는 오붓한 바비큐 파티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예약이 끊이질 않고,차를 버리고 기차여행을 즐기는 사람들도 늘어났으며,인터넷의 힘을 빌려 무료 해외여행 상품을 겨냥하여 준비하는 알뜰 해외 여행족들도 증가했다.그러다 보니 달라진 것은 음식도 매 일반이다. 옛날엔 여름이면 땀을 뻘뻘 흘리며 삼계탕으로 여름과 맞서거나 시원한 화채로 열기를 식혀주고,돼지고기와 호박과 흰떡을 섞어 볶아 먹으며 원기를 보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근래에 들어서는 피서를 간다고 해서 먹을 것을 산처럼 싸들고 다니는 모습은 별로 볼 수가 없다. 최소한의 경비로 최대한 만족스런 먹거리를 경험한다는 것이 요즘의 일반적인 추세.미리 피서지의 맛집 정보를 알아보고 각 지방의 전통음식을 즐기거나,냉면·막국수·닭갈비처럼 저렴하고 특색있는 향토 먹거리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일반적이다.또한 대도시 안에 남아 피서를 하는 신 피서족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것이 바로 푸드코트(food court)다. 푸드코트란,백화점이나 대형 영화관처럼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밀집되어 있는 식당가를 일컫는 말인데 한식·중식·일식·양식·동남아식 등등 다양한 먹거리를 저렴하고 시원한 장소에서 즐길 수 있어 인기리에 성업중이다. 전국 유명 관광지의 취사가 금지되고 있는 요즘,과거 강가에서 장작불을 올리고 커다란 솥단지에 닭백숙을 푹 고아서 소금에 찍어 먹고,물장구를 치며 놀던 모습은 이젠 TV속 “추억의 한 장면”으로만 만날런지도 모르겠다. 정신우 푸드 스타일리스트
  • [열린세상] ‘가정의 달’ 의미

    5월은 가정의 달이다.1923년 어린이 날을 제정할 당시 어린이들은 인격체로 인정받기보다는 사회나 가정의 부속물에 불과했다.방정환 선생은 일제시대 상황에서 어릴 때부터 민족의식을 고취시키고,또 아이들을 위해 이날을 만들었다.우리가 이런 날들을 기념하는 것은 일상적 관습속에 아이나 부모,스승에 대한 사랑과 배려가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의 우리나라 사회구조 안에서는 가족들이 함께 모여 오붓하게 대화하며 서로에게 관심을 갖는 행복한 생활을 하기는 무척 힘들다.아버지는 더 나은 가족의 생활을 위해 많은 일을 하게 돼 점점 가족들과 만나는 시간이 줄어든다.아이도 과외를 받으며 밤늦게 돌아와 가족들간에 서로 얼굴 보기가 드물어 깊숙한 대화나 공감대를 형성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그래서 1년에 한번이라도 가족에게 충실하고자 이런 날들이 더 필요한지도 모른다. 우리는 현재 많은 부분에 있어 변화를 겪고 개혁을 하고있는 중이다.어느 시대나 신구세대의 갈등과 사회구조의 변혁을 겪고 있지만 컴퓨터,기계문명,글로벌리즘,유랑이라는 시대양식은 더욱 신구세대간의 갈등을 겪게 한다.그래서 가장들은 40대 후반부터 직장에서 사고의 차이와 일의 능률에서 젊은 세대들에게 밀린다는 이유로 은퇴를 생각하게 된다.지금은 건강에 대한 관심과 생명공학의 발달,문화수준이 높아감에 따라 평균수명이 예전보다 길어지고 있다.만약 50세 정도에 은퇴를 하게 되면 30여년 정도 노년생활을 하게 된다.현재 우리의 상황은 노년의 삶에 대한 대책 없이 노년층들이 급속히 많이 배출되고 있다.특히 아이를 많이 낳지 않는 추세는 미래의 젊은이들이 노령화된 사회를 모두 떠맡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어서 지금부터 국가와 사회,개인이 이 문제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무척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요즈음 노인회관이나 정부기관이 이 문제를 위해 많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으나 대부분 고령노인의 오락위주 프로그램이어서 실제생활에 활용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한 실정이다.이미 고령화를 겪고 있는 유럽 국가들은 대체적으로 일찍부터 사회복지정책이 잘 실천되어 우리의자문역할을 할 수 있다.그러나 가장 사회보장제도가 잘 이루어진 북유럽은 아이로니컬하게도 사회분위기가 침체되어 있다. 프랑스는 사회와 개인의 역할분담이 잘 되어 살기에 아주 좋은 나라라고 볼 수 있다.프랑스는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전통적인 결혼관이나 가족관에서 벗어나 있어 개인주의라고 여겨질 수도 있으나 그 나라에서 살다 보니 인간적이며 합리적인 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먼저 국가는 사회연금제도라는 큰 틀 아래 모든 정책을 펼쳐나가고 있다.가장 중요한 학교교육은 요람부터 대학까지 아이들의 공교육을 국가가 주도하며 담당한다.혼자 아이를 양육하는 사람들이 많아 어린이 교육은 부모보다 국가가 책임을 진다.일하는 부모와 유아를 위해 많은 탁아소를 설립하고 갓난아이들도 위탁해서 돌봐주고 있다.1966년 클로드 를루슈 감독의 영화 ‘남과 여’에서 남녀 주인공이 유아원에서 아이들을 찾는 모습도 처음에는 이해가 가지 않았으나 출근시간에 아이를 맡기고 퇴근할 때 부모 한사람이 찾아가는 시스템 때문이었다는 것을 나중에 이해하게 되었다. 프랑스 사람들은 일주일에 두세 번씩 서는 시장에서 신선한 재료를 사서 먼저 집에 오는 사람이 요리를 하고 온 가족이 둘러앉아 식사를 한다.대부분 TV를 켜놓으면서 식사를 하거나 대화를 하는 우리 가정과는 사뭇 다르다.음식에 관한 이야기부터 문화적인 주제,관심있는 분야 등의 토론 모두가 식탁에서 이루어진다.주말에는 부모나 친지,친구들을 초대하거나 집을 방문해서 함께 식사하며 토론의 시간을 보낸다.프랑스는 국가가 사회정책을 실천하고 시민들은 포도주를 곁들인 소박한 식단에서 대화로써 서로에 대한 인간적인 감정을 교류하기 때문에 여전히 문화적인 나라로서의 면모를 지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김 미 진
  • 사스 공포...베이징은 / 아파트 소독냄새 진동… 민간요법 성행

    |베이징 오일만특파원|베이징(北京)시민들에게 올해 4월은 참으로 잔인한 달이다.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재앙이 엄습한 베이징은 거리마다 마스크 행렬이 이어지고 기차역들은 사스를 피해 탈출하려는 사람들로 초만원이다.화려한 밤거리를 자랑하던 창안지에(長安街) 빌딩들도 하나 둘씩 불빛이 꺼지기 시작했고 번쩍이는 네온사인이 유혹했던 삼리둔(三里屯) 카페촌 거리도 아베크족들의 발걸음이 끊기면서 어둠의 거리로 변하는 중이다.스모그가 가득한 희뿌연한 하늘은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짓누르고 있고 공중을 떠다니는 꽃가루만큼이나 유언비어들이 꼬리를 물고 있는 곳이 지금의 베이징이다.‘21세기 페스트’라는 사스 태풍의 핵에 있는 베이징 시민들은 과연 이 사태를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또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베이징 시민들의 24시’를 알아봤다. 사스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하이덴취(海淀區)의 화웬루(花園路) 무단웬(牡丹園) 아파트.이틀전 바로 옆동에서 사스 환자 2명이 실려가 한바탕 소동을 치렀지만 29일 아침은 비교적 조용했다. 경비원들이 아파트 바닥을 열심히 소독하는 가운데 시장 바구니를 든 젊은 주부 한 두명이 보일 뿐이다. 아파트 입구 옆 게시판에는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알리는 사스예방 요령이 빼곡히 적혀 있다.엘리베이터와 복도 등 아파트 전체는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찌른다.평소에 꽁꽁 잠겨 있어 전자 카드로만 열수 있는 아파트 보안문도 사스 파문 이후에는 통풍을 위해 활짝 열려 있다. 이곳 아파트 1201호에는 궈즈창(郭志强·56)과 부인 리핑(李萍·54) 단둘이서 산다.중국은행 직원인 아들(32)은 2년전 호주 시드니 주재원으로 갔다고 한다.궈는 “사스가 무서워 가급적 외출을 하지 않는다.”며 “빨리 사스가 없어져 마스크 없이 마음 편히 산책이나 하고 싶다.”고 소망을 전한다. 이들 부부는 며칠전 사스 예방약으로 알려진 중약(中藥) 3일분을 복용했고 창문들을 활짝 열어 놓은 채 매일 소독약으로 집안 청소를 한다. 아침 저녁으로 체온계로 온도를 재는 자가진단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귀가 시 소금물로 입과 코를 헹구는것도 습관이 됐다.하루빨리 사스의 ‘악몽’에서 벗어나고픈 희망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중국 가정에서의 사스 예방 특별한 예방약이 없는 상황에서 중국가정에서는 민간요법이 성행하고 있다.초기 병균을 죽이기 위해 식초를 태워 실내를 훈제하는 방법부터 효험이 있다는 포장용 탕약까지 갖가지 수단이 동원된다. 호흡기 질환의 1인자로 알려진 주언핑안(周平安) 베이징대학교 교수(중의학)를 비롯해 내로라하는 ‘고수’들의 중의(中醫) 처방전들이 인기를 얻고있다. 사스 초기 수십가지의 처방이 난무하자 중의약 관리국에서 가장 믿을만한 ‘참고 처방’ 6가지를 권고,일반 약국에서 포장 탕약으로 시판중이다.사스 치료보다는 주로 면역성을 향상시키는데 중점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사스 파문초기 규정가격의 수십배가 뛰었으나 당국은 하루분에 6(900원)∼8위안(1200원)까지 최고가격제를 시행 중이다.위반 업소에 영업 정지 등의 강력한 제재가 뒤따른다. 외출할 때면 4∼12위안짜리 마스크(12겹에서 24겹)와 장갑(1회용 비닐)은 필수다.최근 사스가눈으로 감염될 수 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보안용 안경까지 등장했다. 매일 집안을 소독하고 외출에서 돌아와 손을 씻는 일도 거르지 않는다.인터넷 상의 “위생 관념에 둔감했던 우리 중국인들에게 커다란 계기가 됐다.”는 반성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사스공포증에 시달리는 시민들 베이징 당국이 각 지역에 개설한 ‘사스 문의센터’에는 하루에도 수만통이 걸려 온다.대개 내용은 “이틀째 목이 아픈데 사스가 아닐까요.”,“마른 기침을 한지 며칠됐고 온몸이 맥이 없어요.” 등이다. 마른 기침이나 재채기,발열 등 감기 증상만 보여도 사스로 연결짓는 ‘사스 공포증’은 곳곳에 만연돼 있다.이 때문에 요즘 우울증과 불면증 환자가 늘고 있는 것도 새로운 현상이다. 연세당 중의병원 이재득 원장은 “하루종일 마스크를 착용해 머리가 아프고 사스 걱정에 시달리다보니 정신적으로 불안한 사람이 많아졌다.”고 원인을 진단했다. 베이징 시민들의 필수품이 된 핸드폰 연락망도 수시로 가동된다.비싼 전화보다는 문자 메시지를 통해 지방에 있는 친척·친구들과 문안 인사를 주고 받는 모습들도 자주 눈에 띈다.유언비어의 상당부분도 문자 메시지를 통해 유포되는 실정이다. 은행이나 백화점 등 공공장소에서 직원들은 전원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돼 있다.공공버스 기사나 매표원들도 마스크에 비닐장갑으로 무장하고 있다.이들은 한결같이 “숨이 막혀 죽겠다.”고 하소연한다. ●인터넷 속의 사스 중국에서 유명한 포털사이트(www.shou.com)의 채팅방은 페이댄(非典·사스)이란 단어가 가득하다.중국인들은 사스라고 부르기를 꺼린다.발음대로 하면 ‘사스(殺死·죽인다)’로 들리기 때문이다.비전형 폐렴(非典型 肺炎)이나 줄여서 페이댄(非典)이라 한다. 채팅방에는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져 나온다.사스 사태가 중국인들의 비위생적 습관과도 무관치 않다는 반성의 소리도 들린다.(올바른 위생습관을 갖는 계기가 됐다….) 중국 정부에 대한 불신감도 가감없이 드러난다.매일 발표하는 사스 환자·사망자 발표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카더라’류의 유언비어가 사라지지 않고있다.(사스 정황에 대한 진실 여부를 알고싶다.정부는 사실을 보도하지 않는다.우리를 속이고 있다….) 매점 매석을 자행하는 상인들에 대한 통렬한 비난도 많았다.(사스로 횡재하려고 물가를 올리는 상인들의 간사한 얼굴을 보게 됐다….) ●사스가 낳은 새로운 풍속도 사스파문으로 직장이 일시적으로 휴업에 들어가고 극장이나 인터넷 카페 등 오락시설이 일제히 문을 닫으면서 베이징에는 다양한 풍속도가 생겨났다. 베이징 부유층들은 인근 골프장이나 골프 연습장으로 몰리고 있다.동원여행사측은 “적당한 운동이 면역력을 기른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고 사스 감염의 위험도 없는 골프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베이징 시내에서 30∼40분 거리에 있는 향촌(鄕村)·명십삼릉 등 골프장들은 평소보다 30∼40%가량 손님들이 느는 등 ‘사스 특수’를 톡톡히 보고 있다. 사스 공포로 텅빈 길거리와 반대로 집안에 박혀 있는 시민들은 온라인 게임과 인터넷 열풍에 휩싸여 있다.채팅방에는 “과거와 달리 인터넷 접속이 어렵다.”는 푸념들이 많이올라온다. 딱히 오락거리를 찾지 못하는 시민들은 DVD나 CD를 통한 영화 시청이 그나마 위안이다.직장인들의 재택근무가 늘면서 노트북과 컴퓨터 판매가 늘고있는 것도 새로운 현상이다. 170만명에 달하는 초·중·고등학교의 휴교로 주부들은 더욱 바빠졌다.새달 7일 휴교기간까지‘한 보따리’ 가져온 숙제 때문이다.웬만한 집에서는 공부하라고 다그치는 주부들과 ‘소황제’(小皇帝·외아들)와의 실랑이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갈 곳없는 가장들의 귀가시간이 빨라지고 일시 휴업하는 회사들이 늘면서 부부들이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반면 노인들의 생활은 큰 변화가 없는 듯했다.젊은이들이 사스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차오양취(朝陽區) 공런티위관(工人體育館)이나 차오양공위웬(朝陽公園) 등 공터에는 아침이나 저녁무렵 노인들이 기(氣) 체조 일종인 타이지취앤(太極拳)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이 목격된다.마스크를 착용한 노인들은 젊은이과 비교해서 상당히 적은 숫자다. 마늘과 파가 사스 면역력을 높인다는 보도가 나오자 시장에는 품귀 현상을 빚고있다.“한국인들이 김치를 먹어 사스에 안걸린다.” 외신보도가 나오자 입소문이 돌면서 중국인들이 김치 구입을 늘리고 있어 ‘사스 예방식품’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oilman@
  • 요즘 어떻게/ 광주항쟁 산 증인 송기숙 前 전남대 교수

    “광주는 그가 있어 광주였다.”(시인 고은),“교육 민주화의 맨 앞줄에 선 사람”(평론가 백낙청),“한 대학에서 함께 숨쉰다는 것 자체가 설렘”(전남대 독문과교수 김용대). 3년 전,36년 동안 가르치던 일을 접고 물러난 송기숙(68·전 전남대교수·국문학)에 대한 평가다.대학가에서는 ‘그림자도 안 밟는다.’는 이 시대의 스승이자 사회운동가,소설가 등 삼위일체로 지난한 삶을 버텨왔다고 서슴없이 말한다.지인들은 어쭙잖은 옛날의 명성을 팔아 돈과 권력에 자신을 내맡긴 배반의 역사를 경험했던 현실에서,들고 날 때를 정확히 알고 스스로 실천하는 지성인으로 자리를 내줬다. 임 2년 전인 98년부터 광주에서 가까운 전남 화순에 거처를 마련하고 부인 김영애(65)씨와 못다한 오붓함을 즐기고 있다.알맹이 없는 형식에 넌더리를 내는 그이기에 정년 퇴임식도,명예교수직도 마다했다.글을 쓰면서 지인들과 한 달에 한 두번 맥주집에서 만나 소회를 푼다.황석영의 ‘황구라’처럼 그의 별명도 ‘송구라’다.양의 동서를 넘나드는 천변만화로 좌중을 압도하는입담이 걸쭉하다. ●나무꾼은 불이 나면 불부터 꺼야 현대사에서 70년대는 유신독재,80년대는 군부독재로 점철됐다.교정과 거리는 최루가스로 뿌옇고 교단은 무너지고 감옥은 학생들로 넘쳐났다.그는 이 때 두번에 걸쳐 2년 동안 투옥된다.유신독재가 독이 올라 있을 즈음인 78년 6월27일.“교수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자체에 모욕감을 견디지 못하겠다.”며 떨쳐 일어선 그는 ‘교육지표’ 사건 주동자로 붙잡힌다. 백낙청에게 부탁해 기초한 선언문을 연세대 해직교수인 성내운에게 전달하고 동료교수 50여명의 서명을 받아 해외 언론과 대학가에 배포한 죄목이다.선언문 내용은 국가주의적 교육사상을 더 이상 강요하지 말라는 것.자유실천문인협의회(민족문학작가회의 전신)의 지지 성명과 전국 대학가 시위를 촉발하는 기폭제가 됐다.훗날 이 사건은 교육현실의 모순과 교육사상의 흐름을 되짚는 이정표로 자리매김된다.스스로도 “참 대단한 사건이었다.광주민중항쟁의 전사(前史)”라고 의미를 부여했다.이 때 해직되면서 6년만인 84년에야 교단에 돌아온다.두번째 체포는 80년 광주민중항쟁 때 학생수습위원회를 구성해 활동한 죄목이다.이 대목에서 그는 담배에 불을 붙여 절반 가량 태운 뒤 말문을 열었다.“분을 삭이지 못할 때였지.일주일 내내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았어.오죽이나 술을 마셨으면 고은 선생이 ‘소주 1000병’이란 별명을 나에게 붙였겠어?” 그는 지독한 애주론자다.말술을 먹고도 건강한 비결을 선친의 덕으로 돌렸다.어쩌면 술만이 지쳐 있던 그의 심신을 지탱해줬을 것이란 생각이 스쳤다.이야기 내내 곧추세운 노익장의 카랑카랑한 목소리에서 그의 젊은 날 혈기가 묻어나온다.“어려운 시절이었지만 기를 펴고 살았다.”며 환하게 웃었다. ●스승은 모범을 보여야 한다 그는 5·18 민중항쟁 이후 관련 연구소를 만들어 자료를 정리하고 책으로 엮어냈다.영·호남 지방사회연구회 연합회(현 지역사회학회)도 교수 200여명으로 구성해 지역의 벽을 깨뜨리고자 했다.또 94년에는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장을 맡아 문단에서 할 일을 밀어붙였다.오늘의 교육풍토를 묻자,대번에 위기상황으로 진단했다.대학에서는 교양과목 대신 영어회화가 차지하고 있고 기능인만을 길러내면서 보편적 가치가 홀대받고 있는 점을 꼬집었다.초등학교는 민주 시민사회의 구성원이 되는 기본자질을 가르치는 데 뒷전이라고도 했다.교수란 모름지기 사람답게 살면서 시대에 맞는 가치를 찾아 의로운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고 정의를 내렸다. 하지만 우울한 터널에서 빛을 보듯 그는 20∼30세 젊은이들에게서 희망을 찾았다.그는 컴퓨터 도사다.하루에 2시간 가량 인터넷 바다로 들어가 축약된 언어,막힘 없는 쌍방식 토론에 미소짓는다.심지어 이들이 내뱉는 거친 언어도 카타르시스 순기능으로 이해했다.“컴퓨터 세대가 우리 사회의 주류로 올라서면 지역감정이 눈녹듯 사라질 것”이라고 보는 것도 이들의 격의없는 토론과 건강함을 이유로 들었다.투쟁의 역사가 적잖은 한총련이 일본의 적군파(赤軍派)류로 전락하지 않고 균형감각을 찾아가는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젊은이들에게는 개인적 관심보다 사회적 관심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글은 역사적 시각이 바탕이다 기숙은스스로도 교수냐,작가냐의 물음에는 즉답을 망설인다.평론가 임환모씨가 “그의 작품은 현실과 인간적 진실 사이의 대립을 바탕에 깔고 전일적 인간에의 열망을 강하게 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시피 때로는 글로써 저항했고,때로는 교육변혁 현장의 맨 앞줄에 섰다. 그는 64년 평론가로 출발했으나 66년 이후 소설가로 각인된다.작품마다 민중의 저력을 담았다.‘자랏골 비가',‘암태도',‘녹두장군'(12권),‘5월의 미소' 등 분단의 애환을 담은 단편작은 가짓수에서 단연 으뜸이다.현장을 중시하는 그가 녹두장군을 쓸 때 일화를 들려줬다.백산전투에 참가한 농민군이 1만명이었으나 전주봉기에서는 그 절반으로 줄었다. 역사학자 누구도 이를 설명하지 못했다고 한다.“백산전투는 음력 4월 말로 보리가 필 때다.민중의 배고픔이 극에 달할 때였다.전주전투는 보리죽이라도 먹을 수 있을 때였다.”라고 결론을 내려 지금도 학회에서 정설로 통한다.‘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하다.’는 말도 민중의 한이 스며 있다.풀죽으로 연명하다 보면 변이 굵어져 실제로 똥구멍이찢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철저하게 역사적 인과관계를 두고 글을 쓴다.그는 얼마전 틈틈이 써오던 단편집 2권의 퇴고를 마쳤다.앞으로 2년을 잡고 국내 설화(說話)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소설적 재미로 덧칠하는 일에 매달리고자 한다.설화에는 민족정신과 의식이 녹아 있고 민족 동질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았다.아름다운 존재로 기억되고 있는 그는 마지막까지 열정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화순 남기창기자 kcnam@
  • [이색 패키지 투어]제주 팜스테이 허니문’

    ‘호텔은 편하기는 한데 너무 천편일률적이에요.’ 허니문여행을 다녀온 커플들이 자주 토로하는 불만중 하나다.이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나온 상품이 수년 전부터 각광받고 있는 ‘팜스테이 허니문’.침실에 누워 푸른 바다를 감상하거나 창 밖으로 푸른 초원의 촉촉한 감촉을 느낄 수 있는 고급 펜션에 묵으면서 오붓하게 둘만의 시간을 즐기는 상품이다. 우리나라에선 지금까지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최근 대장정여행사가 ‘제주 명품 팜스테이 허니문’을 내놓았다. 남제주군 남원읍 바닷가에 그림같이 자리잡은 ‘파도마을’을 비롯,서귀포시 해안의 ‘바닷가 하얀집’과 ‘나폴리 펜션’,제주시 해안동의 ‘상정헌’‘북제주군 세화리 ‘해오름’ 등이 숙소로 제공된다.이들 숙소 3박과 아침식사 3회,뉴EF소나타 2박3일 대여,여행자 보험,공항∼숙소 픽업 서비스를 포함해 1인 기준 22만∼31만원이다.항공권은 별도지만 희망시 예약을 대행해준다. 호텔 숙박을 일부 원할 경우 약 10만원 정도 보태면 펜션에서 이틀을 묵고 롯데 또는 신라호텔에서 하루묵을 수 있다.(02)3481-4242. 임창용기자
  • “영화 만든다고 영화처럼 사나요?”/명필름 심재명대표·이은감독 부부이야기

    *부인은 ‘대박영화'로 남편은 ‘독립영화'로 같으면서도 다른 동반자적 관계 유지 *비디오보기외엔 취미생활도 다르지만 아무리 바빠도 1년에 두세번 가족여행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과연 영화처럼 환상적인 부부생활을 할까.해답은 대개의 경우 ‘아니다.’이다. ‘접속’ ‘해피엔드’ ‘공동경비구역(JSA)’ 등을 연속 대히트시키며 한국 영화의 보증수표로 불리는 명필름의 심재명(40) 대표와 이은(42) 감독 부부 역시 출연배우들처럼 폼나게,멋지게 살지 않는다.“대박을 터트린 사람들치고 삐까번쩍하지 않구만.”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주위에서 흔히 보는 평범한 부부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들 부부의 첫 만남이나,연애생활,결혼 프로포즈 등은 영화나 TV드라마처럼 드라마틱하지 않았다.뭔가 특별한 것을 기대한 사람들의 바람을 여지없이 무너지게 한다. 심 대표는 “지난 1991년 한국 영화기획실 회원 모임에서 처음 만났어요.원래는 참석하지 않게 돼 있었는데 이 감독이 우연히 참석하게 돼 만나게 됐습니다.당시 이 감독은 회원이 아니었거든요.연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둘은 집에서는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직장이나 외부에서는 심 대표,이 감독이라고 부른다.) 두 사람이 결혼에 골인한 것도 평범하게 이뤄졌다.2년 정도 연애하다가 서로 마음이 맞아 큰 어려움 없이 결혼했다는 것이다.요즘 신세대처럼 이벤트성 결혼 프로포즈 같은 것은 물론 없었다.“첫 인상이 귀여워 마음에 든 데다 심 대표의 전문적인 영화 마케팅 기법을 배우고 싶어 자꾸 만나다보니 정이 들었어요.서로 다른 색깔의 영화 일을 하고 있었지만 같이 일을 하고 있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데다,나이도 적령기를 넘긴 상태라 어렵지 않게 결혼으로 이어진 셈이죠.”(이 감독) “이 감독을 처음 만났을 때 저는 흥행을 위한 상업 영화 일을 하고 있었어요.그런데 이 감독은 상업성과는 무관한 독립 영화 일을 하고 있어 같은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한번 또 한번….만남이 쌓여갈수록 인간적이고 남성적인 매력을 느꼈습니다.더욱이 인생의 가치관도 비슷하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 자연스레결혼을 받아들이게 됐죠.(심 대표) 둘의 애정표현이나 성생활은 꽤 보수적인 편이다.심 대표는 “부부생활에서 성생활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부부생활의 70∼80%를 차지할 만큼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데다,제 성격마저 좀 무덤덤한 편이어서 살갑게 애정표현을 못하는 편”이라고 말한다. 이들 부부는 약간 무덤덤한 것에 익숙해져 이제는 별로 불만을 느끼지 않는다.권태기에 접어든 것으로 느낀다면 지나친 표현일까.이 감독은 “성격 자체가 원만하고 무던해 부부싸움을 할 기회도 그리 많지 않다.”며 “한쪽이 화를 내면 한쪽이 참아 크게 부부싸움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딸 승채(7)의 교육법에 대한 이들 부부의 생각은 남다르다.승채가 원하는 일을 하도록 내버려 둔다.남들처럼 학원에 보내 딸에게 스트레스 주는 일을 삼간다.“일에 바쁘다보니 아이를 돌볼 시간이 없어 조금 불만이에요.아이에게 책을 많이 읽어주려고 노력합니다.승채가 잠들기 전 30분 정도 책을 읽어줍니다.지금까지 승채에게 대략 700권이 넘는 책을 읽어준 것 같아요.”(심 대표) 둘은 영화작업에서는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하지만 취미는 확연히 다르다.같이 여가생활을 보내는 경우가 별로 없다.이 감독은 “비디오 보기 외에는 취미생활이 서로 다른 데다,나는 외부 행사가 많고 심 대표는 일이 끝나면 아이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주말을 같이 보내는 경우가 드물다.”고 말한다. 때문에 이들 부부는 아무리 바쁘더라도 짬을 내 1년에 2∼3번 가족여행을 떠난다.최근에는 친구 가족들과 함께 말레이시아 여행을 다녀왔다.“우리 부부 둘다 여행은 좋아해요.주말이 돼도 심 대표는 승채를 돌봐야하고 저는 영화 관련 행사가 많아 오붓이 여행을 갈 기회가 적어요.특별히 짬을 내 가족여행을 가 그동안 못다한 대화를 나누는 셈이죠.”(이 감독) 이들 부부가 바깥 일에 매달리다보니 가족끼리 오붓하게 쇼핑을 하거나 외식할 기회는 별로 없다.시간이 나면 대학로나 세검정에서 주로 외식을 한다.“특별히 즐기는 음식이 없어 주로 한식을 먹습니다.하지만 우리 부부는 몸에 좋은 개고기를 좋아하는 편이에요.그래서 성북동에 있는 개고기 전문 ‘쌍다리집’을 가끔 찾습니다.” 심 대표는 제작자로 나서기 전인 90년대 초반 ‘결혼이야기’ ‘닥터봉’‘게임의 법칙’ 등의 기획·홍보 마케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제작자로 나선 90년대 후반 ‘접속’‘반칙왕’으로 장타를 쳤으며,2000년 공동경비구역’으로 홈런을 날렸다. “‘대박’을 터트리는 비결요.특별한 것은 없어요.다만 어릴 때부터 영화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진 덕분에 영화 경험이 쌓였고,영화를 하면서 축적된 영화에 대한 직관이 종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좋은 결과를 얻고 있는 것 같아요.”(심 대표) 반면 이 감독은 ‘장산곶매’ 대표를 맡는 등 상업성이 없는 독립 영화를 제작해 왔다.따라서 ‘지명도’에서 이 감독은 심 대표보다 크게 떨어지는 셈.그도 이 점을 인정한다.이 탓인지 심재명 대표의 남편으로 불리는데 별다른 이견이 없다.“심 대표가 더 유명한데 어떡합니까.이제는 심 대표의 남편이라고 소개해도 자연스레 들려요.” 김규환기자 khkim@kdaily.com ●이은 감독 1961년 서울출생 중앙대 영화학과 졸업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석사 1991년 독립영화단체 ‘장산곶매’대표 1995년 명필름 대표 2001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 ●심재명 대표 1963년 서울 출생 동덕여대 국문과 졸업 서울극장 기획실·극동스크린 기획실장 1995년 명필름 설립 2000년 ‘여성 영화인’ 모임 기획이사 2001년 추계예대 문화산업대학원 겸임교수
  • 금강산 이산상봉 이틀째/ 남북가족 교예관람 ‘오붓한 시간’

    |금강산 공동취재단·홍원상기자| 제6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이틀째인 21일 남쪽 이산가족·친척 461명과 북쪽 이산가족 99명은 북측 교예(서커스)단 공연을 관람하는 등 오붓한 시간을 보내며 50여년간 쌓아뒀던 단장(斷腸)의 한(恨)을 조금씩 풀어냈다. 남북 이산가족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남측 숙소인 금강산 해금강호텔에서 2시간 동안 개별상봉을 가진 뒤 오후 1시 금강산여관에서 점심 식사를 함께 했다.이어 오후 4시부터는 현대문화회관에서 교예공연을 관람했다. 특히 이날 개별상봉에서는 이산가족들의 애틋한 사연이 쏟아져 나와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북측 남편 김경수(77)씨는 동갑내기 아내 이임노씨의 얼굴을 매만지며 “사랑했고 사랑해왔지.”라고 말하자,아내 이씨는 “서로 한 방에서 자야 했는데,혼자 지낸 지난 밤 잠도 잘 못 잤다.”며 지난 50년간 가슴에 묻어둔 통한(痛恨)의 정을 나눴다. 권수경(92·여)씨는 가족별 상봉 직전 직접 펜을 들어 북쪽에 있는 손자들에게 편지를 쓴 뒤 북쪽 아들 이평재(68)씨 앞에서 읽었다.권씨는 “나는 그동안 하루도 잊지 못하고,아들 셋을 잊을 날이 없었다.… 참 장손도 잘 있어 통일되는 날 맞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자 아들 이씨는 “어머니,저는 지금 사회과학원에서 정치경제학연구사로 잘 살고 있습니다.이제 걱정 마세요.”라며 달랬다. 북쪽 아들 황의술(73)씨는 부모님의 빛바랜 영정 앞에서 “어머니,아버지 이제야 뵙습니다.불효 자식을 용서하십시오.”라며 절을 드리던 중 갑자기 목놓아 울었다.그동안 부모님 제사를 지내지 못했다는 황씨는 “늦게나마 자식의 도리를 찾고 싶다.”며 부모님의 영정을 모셔가기로 했다. wshong@
  • [시네 드라이브] 주인공 발품과 흥행의 함수관계

    개봉을 앞둔 영화의 주인공을 인터뷰할 때마다 기자는 재미삼아 똑같은 질문을 던져보곤 했다.“몇번씩 반복되는 인터뷰가 힘들지 않냐?”고.기자들의 엇비슷한 호기심을 달래주느라 주인공들은 각오하고 ‘앵무새’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반응들이 재미있다.먼저,“후반작업의 하나”라고 무덤덤하게 의미매김하고 넘기는 ‘사무형’.“하루에 서너개 매체와 인터뷰가 잡힌 날엔 심호흡을 하고 집을 나선다.”는 ‘소극형’도 있다.그런가 하면 ‘적극형’.“비슷한 질문에도 되도록이면 다양한 느낌의 대답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는 쪽이다. 배우의 홍보는 영화흥행의 필수 아이템이다.관객 동원력과 배우의 다리품은 비례하는 함수관계일 수밖에.11일 ‘무간도’ 홍보차 1박2일 일정으로 내한한 량차오웨이(梁朝偉)의 행보에 시선이 꽂히는 건 그래서다.그의 방한은 ‘영웅’개봉을 앞둔 지난달에 이어 올들어서만 벌써 두번째.스크린 밖에서는 과묵한 편이지만,팬 관리만큼은 누구보다 열성적이라는 게 홍보 담당자들의 얘기다.지난달 방한때 “다음달에또 오겠으니 팬들에게 꼭 전해달라.”고 주문까지 했을 정도.왕자웨이 감독의 영화 ‘2046’의 촬영이 한창인 터에 어렵사리 짬을 낸 셈이다. ‘무간도’의 주인공으로 함께 내한한 류더화(劉德華)의 열성 또한 놀랍다.기자회견 외에 별도로 ‘팬 미팅’을 마련해달라고 자청해왔다.“미팅장소에 오디오 시설은 있는지 따져보는가 하면 언론과 일절 접촉하지 않고 모임을 비공개로 진행하겠다는 조건을 달았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그는 11일 기자회견 뒤 서울 힐튼호텔에서 2시간 동안 팬과의 오붓한 만남을 가졌다. 장이머우 감독의 ‘영웅’이 같은 날 개봉한 ‘이중간첩’을 초반부터 누르고 기대치 이상의 흥행성적을 거둔 데도 량차오웨이·장만위·리롄제 등 세 주인공의 열띤 방한홍보가 주효했다는 해설이다.한 영화평론가가 사석에서 “한석규·고소영으로 채워져야 할 인터뷰 지면이 량차오웨이와 장만위에게 넘어갔다.”며 홍보에 게으른 국내 배우를 꼬집은 말이 분명 우스갯소리만은 아니겠다. 한석규·고소영이 물불 안 가리고 홍보전선에서 뛰었다면?‘영웅’쪽으로 돌아서는 관객에게 적어도 한번쯤 선택을 고민하게 만들 수 있지는 않았을까. 황수정기자
  • 투 윅스 노티스/女변호사와 백만장자가 만나면

    조목조목 따지기 좋아하는 인권변호사와 바람둥이 백만장자.현실에서라면 절대 마주칠 일도 없겠지만,로맨틱코미디의 주인공들로는 안성맞춤이다. 14일 밸런타인 데이에 맞춰 개봉하는 ‘투 윅스 노티스’(Two weeks notice)는 이 ‘골 때리는’커플의 줄다리기를 로맨틱코미디의 정석에 따라 풀어가는 영화.뻔한 줄거리를 싫어하는 관객이라면 ‘또야.’라며 하품을 하겠지만,모처럼 연인과 오붓하게 보기에는 딱 좋다. 뉴욕에서 가장 잘 나가는 부동산 재벌 조지 웨이드(휴 그랜트)는 예쁜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쓴다.고문변호사도 능력에 상관없이 미모만 보고 채용한다.보다 못한 형이 유능한 변호사를 구하라고 다그치고,조지는 마침 구민회관을 허물려는 웨이드사에 따지러 온 인권변호사 루시(샌드라 불럭)에게 고문변호사를 제안한다. 무료 상담만 전문으로 하던 ‘투사형’여자와,돈만 믿고 아무 생각없이 사는 ‘능글형’남자의 만남.예상대로 늘 티격태격이다.하지만 시간이 흐르다 보니 둘은 어느새 악어와 악어새가 됐다. 조지는 벨트나 옷까지도 루시에게 물어야 직성이 풀리고,루시는 “당신 옷 골라주러 하버드 나온 것은 아니다.”라며 사표를 던지지만 어느 누구보다 그의 취향을 잘 알게 됐다.결말은 언제나 그렇듯이 해피엔딩. 사랑이 이루어지기까지의 좌충우돌이 유쾌하게 그려지지만 배꼽이 빠질 정도는 아니다.사회투쟁을 별 의식없이 코미디의 양념으로만 끌어온 것도 그리 반갑지는 않다. 하지만 “사람이 변해야 사회가 변한다.”는 루시 아버지의 말은 울림이 있다.사랑을 하면 가까운 사람을 변화시키고 스스로도 변화하는 것. 사회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인간을 변화시키는 사랑만큼 고귀한 가치가 또 있을까. 꺼벙하면서도 매너 만점의 휴 그랜트는 역시 귀엽다.하지만 쉴 틈 없이 말을 쏟아내는 씩씩한 샌드라 불럭은 국내 남성들이 좋아할 만한 타입은 아닐 듯.‘포스 오브 네이처’‘미스 에이전트’의 시나리오 작가 마크 로렌스의 감독 데뷔작.‘투 윅스 노티스’는 사표를 내면서 2주 전에 통보한다는 의미. 김소연기자
  • 떠나자! 스크린 여행,설에 볼만한 영화

    올 설 연휴는 예년에 비하면 짧은 편이다.그러나 귀성행렬에 끼지도,특별히 여가 스케줄을 짜지도 못했다면 그냥 보내기엔 긴 여유다.제일 만만한 이벤트는 아무래도 극장 나들이.관객몰이에 자신있는 영화들이 단단히 흥행을 벼르고 간판을 건다.서둘러 ‘찜’해서 예매까지 해둬야 느긋하지 않을까. ●온가족이 오붓하게 모처럼 온가족이 함께 극장을 찾는다면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을 듯.애니메이션 한편쯤이 가장 무난할텐데,아쉽게도 이번 연휴엔 어린이 관객까지 만족시킬 메뉴가 없다.눈높이를 최대한 아래로 끌어내리면,맨먼저 장이머우 감독의 무협액션 영웅(12세 이상 관람가)이 눈에 띈다.중국 진시황과 그를 둘러싼 자객들의 이야기를 강렬한 시각 이미지로 전달한다.스펙터클 영상에 장쾌한 액션은 살아있으되 잔인한 장면은 없어 가족용으로 부담없다. 우디 앨런이 감독과 주연을 도맡은 코미디 스몰 타임 크룩스는 외국산 드라마로는 보기 드물게 전체관람가 등급을 받았다.졸부가 된 좀도둑 부부가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다 삶의 참뜻을 깨달아가는 과정이 훈훈하다.반지의 제왕-두개의 탑(12세)을 아직도 못 봤다면 이참에 서두를 것.조만간 막을 내린다. ●친구들과 왁자지껄… 최근 흥행을 좌지우지하는 중심세력은 단연 청소년 관객.‘말똥만 굴러도 즐거울’ 그들에게 어떤 영화인들 재미있지 않을까마는,깨고 부수는 왁자한 액션을 찾는다면 이래저래 잴 게 없다.액션으로는 트랜스포터(15세)가 유일하다.“영화감상의 핵심은 뭐니뭐니 해도 배우의 연기”라고 주장한다면 이중간첩(15세)이 최고.남북 모두에서 버림받고 비극의 최후를 맞기까지 한석규가 구사하는 간첩연기의 결이 소름돋게 사실적이다.1편과는 달리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 큐브2(15세)는 4차원공간의 공포스러운 시각효과를 만끽하고 싶은 관객에게 맞춤인 작품. ●연인과 팔짱끼고… 스티븐 스필버그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톰 행크스를 내세워 찍은 올겨울 화제작 캐치 미 이프 유 캔(15세).조종사를 사칭했다가 위조수표를 남발하고 나중엔 의사 사칭까지 하는 등 1960년대 희대의 사기꾼으로 변신한 디카프리오의 모습에 여성 관객들의 마음이 녹아날 코미디다.‘뽀송뽀송한’ 화면에 눈물 글썽이게 만드는 감성멜로가 최고라고 굳게 믿는다면,클래식(12세)만한 영화가 없겠다. 황수정기자 sjh@
  • 조개캐고 낭만담고...영흥도 개펄나들이

    모든 것이 얼어붙는 한겨울에 자연의 생명력과 훈훈함을 느껴볼 수 있는 곳으로 바다만한 게 있을까.어른,아이 할 것 없이 쭈그리고 앉아 생명을 캐내는 개펄,펄떡거리는 횟감이 기운참을 느끼게 하는 포구,조개구이 냄새 구수한 해변가…. 인천시 옹진군 영흥도는 가족끼리 오붓하게 드라이브를 즐기면서 겨울 바다가 주는 생명의 기운을 느낄 만한 섬이다.인적 없는 한적한 풍경이 정겨운 해수욕장과 노송숲,바지락과 굴이 지천인 개펄,작고 소박한 포구 등이 나들이객들에게 푸근함을 선사한다. 섬을 찾는 이를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차창을 통해 흘러드는 조개구이 냄새.영흥도에 이르기 전 대부도에서부터 길 옆과 해안가에 늘어선 조개구이집들이 입맛을 돋운다. 대합,소라,맛조개 등을 바구니에 담아 숯불 또는 연탄불로 즉석에서 석쇠에 구워먹는다.바구니 크기에 따라 2만∼3만원쯤 받는데,아이들을 포함해 3∼4명이 먹을 만하다.웬만큼 입이 짧은 아이들도 나중에 다시 오자고 조를 만큼 좋아한다. 대부도 선재도를 지나 하늘 높이 솟아 있는 조형미가돋보이는 영흥대교를 건너면서부터 영흥도 나들이가 시작된다.섬을 한바퀴 돌아보려면 다리를 건너자마자 오른쪽에 보이는 진두마을 포구를 기점으로 잡는 게 편하다. 진두포구는 영흥대교가 생기기 전 섬과 육지를 잇는 관문이었지만 지금은 보트와 어선 몇 척이 해변에 걸쳐 있을 뿐 한가롭기 그지없다. 해변 한 편에서 젊은 남녀 한 쌍이 조개껍질 반 자갈 반인 해변을 거닐면서 장난치는 것이 제법 낭만적 분위기가 난다.다른 한 쪽에선 ‘아줌마’ 나들이객들이 돌에 붙어 있는 굴을 깨 연신 입에 넣으면서 ‘진짜 굴 맞네!’라고 떠들며 호들갑을 떤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굴도 따고 조개를 캐려면 개펄이 있는 해수욕장을 찾아야 한다.영흥도 해안 대부분이 개펄이지만,어민들이 양식을 겸하는 곳이 많아 나들이객들은 출입이 허가된 해수욕장 개펄에서만 조개를 캘 수 있다. 섬 북쪽의 십리포 해수욕장과 서쪽의 장경리 해수욕장,남쪽의 용담이 해수욕장이 이용할 만하다.선착장에서 해안도로를 타고 10분 정도 북쪽으로 달리니 내동마을 십리포 해수욕장이다.이곳 개펄은 거무스름한 돌로 덮여 있는데,돌마다 다닥다닥 굴이 붙어 있다. 돌로 굴껍질을 깨고 바닷물에 헹구니 뽀얗게 살이 오른 굴이 껍질에서 떨어진다.짭짤하면서도 고소한 게 제법 먹을 만하다.초고추장을 들고 다니며 찍어먹는 사람도 있지만,그대로 먹어야 제대로 굴 맛을 느낄 수 있다. 십리포 해수욕장 입구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서어나무 군락지가 형성돼 있다.150여년 전 마을 사람들이 농사를 망치는 해풍을 막기 위해 심었다고 한다.얼기설기 굽이굽이 자란 나무들의 형태가 독특하다.한 여름엔 피서객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지만,잎이 지고 줄기만 남은 지금은 약간 괴기스러운 느낌을 준다. 바지락 등 조개를 캐려면 장경리 해수욕장이 좋다.100여년 된 소나무숲이 운치를 더해주는 이곳은 고운 모래가 갯벌을 이루고 있어 호미질 하기가 편하고 조개도 많다. 마침 한 학원에서 아이들이 단체로 나들이를 왔나보다.여기저기 흩어져 모래를 파헤치며 바지락을 캐느라 옆에 바짝 다가가도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호미를 빌려 파보니,호미질 서너번에 바지락이 한 개 정도 나온다.간혹 동죽,소라라도 나오면 아이들이 몰려들어 갯벌이 떠들썩해진다. 장경리 해수욕장에서 섬 가운데 쪽으로 보이는 야트막한 산이 국사봉이다.해수욕장을 빠져나와 산 기슭을 따라가면 소나무숲 가운데로 비포장 임도가 나온다.솔향 가득한 황톳길을 걷다보면,마치 섬이 아니라 깊은 산골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영흥도는 재작년 말까지만 해도 인천 연안부두에서 여객선을 타야만 갈 수 있었으나,연륙교가 생긴 지금은 자동차를 몰고 서울에서 1시간30분 남짓이면 갈 수 있다.행정구역은 인천시 옹진군이지만 안산시와 다리로 연결돼 있다. 영흥도 연안선 총 길이는 38㎞ 정도.해안도로는 섬 동쪽과 남쪽에만 조성돼 있고,남·서쪽엔 내륙도로만 나 있다.진두포구에서 십리포·장경리 해수욕장,국사봉,용담이 해수욕장 등을 천천히 둘러보려면 서너시간은 잡아야 한다.조개잡이에 빠져 하루 묵고 가는 가족들도 꽤 있다. 섬을 나오기 전 꼭 조심해야 할 것 한가지.구수한 조개구이를 안주삼아 소주를 몇 잔걸치고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운전자는 절대 금물이다.시화방조제길을 지나자마자 오후 서너시경부터 진을 치고 있는 경찰의 음주단속에 꼼짝없이 잡혀 낭패를 당하기 일쑤다. 영흥도 글·사진 임창용기자 sdragon@kdaily.com ◆여행 가이드 ●가는 길 수도권에선 서해안 고속도로 월곶나들목에서 빠져나와 시화방조제∼대부도∼선재도 코스를 밟으면 된다.중남부 지역에선 서해안고속도로 비봉나들목∼남양∼사강∼대부도∼선재도 코스가 빠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인천 용현동 옛 버스터미널에서 영흥도행 버스를 타야 한다.1시간 40분쯤 소요.섬에선 마을버스 또는 택시를 불러 이용해야 한다. ●숙박 및 먹거리 오성민박(〃-886-0525) 등 민박이나 피버노바(〃-886-0407)등 모텔이 해수욕장이나 도로 주변에 많이 있다. 영흥도 먹거리로는 바지락칼국수와 모듬 조개구이가 유명하다.굵게 썬 국숫발에 바지락과 주꾸미,굴 등을 넣어 끓여낸다. 1인분 5000원.양이 많아 3명이 2인분 정도 시켜 먹으면 적당하다.장경리 해수욕장 입구의 ‘우리밀칼국수’(〃-886-4379)에 들러볼 만하다. 대합,키조개,왕대합,맛조개,떡조개,석굴 등 10여가지의 조개를 바구니에 담아 굽는 모듬 조개구이는 십리포 해수욕장 입구의 ‘영복조개구이집’(〃-886-4866)이 추천할 만하다. ●조개잡이 준비물 호미,목장갑,헌운동화,양파자루,소금 등이 필요하다.호미는 쇠스랑 모양의 것이 힘이 덜 들고 흑도 잘 파진다. 그릇 대신 양파자루에 조개를 담으면 가볍고,조개가 토해내는 물도 빼기 쉽다.문의 영흥법인 어촌계(〃-886-7108).
  • 盧·노사모 ‘오붓한 자리’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와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이 11일 저녁 서울 시내 모처에서 자리를 함께 한다.지난 달 19일 저녁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서로 얼싸안고 기쁨을 나눈 지 20여일 만이다. 노 당선자는 경호원만 수행한 채 나들이를 할 것으로 전해졌다.행사 참석때마다 동행하는 신계륜(申溪輪) 비서실장과 이낙연(李洛淵) 대변인도 모임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언이다.노 당선자가 수년 동안 동고동락한 ‘동지’들을 만나 회포를 풀 수 있도록 자리를 피하기로 했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모임에는 노사모를 헌신적으로 이끌어온 시·도지부 주요 간부들과 영화배우 문성근·명계남·권해효씨 등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노 당선자가 노사모 회원들과의 재회를 가슴 설레며 기다리고 있다.”면서 “선거운동 기간에 겪었던 많은 얘기들이 오갈 것 같다.”고 말했다. 노사모의 한 관계자는 “당선자를 다시 만난다고 생각하니 며칠 전부터 밤잠을 설쳤다.”면서 “술잔을 나누며 노 당선자를 격려하겠지만 당선자를 위해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김수정기자 crystal@
  • [노무현을 돕는 사람들] ④ 수행비서 여택수씨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의 공식 일과는 ‘여 비서’를 만나는 것부터 시작된다.최근 1년간은 죽 그랬다. ‘여 비서’는 노 당선자의 수행비서인 여택수(呂澤壽·36)씨를 가리킨다.성씨가 여(呂)씨이다 보니 졸지에 ‘여(女)비서’가 됐다.그는 노 당선자가 매일 아침 6시 반 집을 나서 밤 11시 넘어 퇴근할 때까지 하루 16시간 이상을 당선자와 함께 한다.당선자를 하루종일 밀착수행하는 ‘그림자’인 셈이다. 여 비서가 당선자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97년 11월 지방자치실무연구소에서다.88년 고려대 총학생회 부회장 출신으로 노동운동을 하다 주변의 추천으로 당선자측에 합류,98년 보궐선거와 2000년 4·13총선을 거치면서 당선자의 손발 역할을 도맡아 했다.올 초 민주당 국민경선 때에는 TV토론팀장을 맡아 차량 이동 중에 정책과 토론 내용을 즉석에서 브리핑하면서 당선자의 굳은 신임을 얻었다.특히 과묵하고 성실한 업무 스타일은 수행비서로서 ‘그이상의 인물이 없다.’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 여 비서는 지난 29일 6개월만에 처음으로 가족들과 오붓한식사자리를 가졌다.그동안 선거 일로 바빠 거의 집에 들어가지 못했기 때문이다.항상 7살과4살,두 딸의 얼굴이 아른거린다는 그는 “당 안팎으로 흔들리면서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는 노 당선자를 볼 때 가장 안타까웠다.”면서 “어려운 고비를 잘 헤쳐온 만큼 훌륭한 대통령이 되실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천기자 patrick@
  • 호텔패키지로 오붓한 주말을

    특급호텔들이 패키지 상품의 가격과 컨셉트를 다양화하면서 수요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주5일 근무제 시행으로 실속과 품위를 갖춘 특급호텔 패키지를 이용해 휴식을 취하려는 가족·부부·연인들도 날로 늘어나는 추세다. 특급호텔 패키지 상품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연말·명절 등 비수기를 메우기 위한 틈새상품이었으나 주5일 근무제 도입 이후에는 주력 상품으로 떠올랐다.가격이나 서비스도 상품의 컨셉트에 따라 천차만별이어서 수요자 선택의폭이 크게 넓어졌다. ◆가족을 위한 실속형 겨울 패키지 1박 2인 기준 10만원대의 상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패키지 상품 판매기간도 대부분 이달 초부터 내년 2월 말까지로 대폭 늘렸다. 퇴실 시간도 오후 3시까지 연장해 준다.부산 해운대 그랜드와 제주 신라의경우 내년 3월 말까지 행사를 갖는다. 특히 눈길을 끄는 곳은 올 초 문을 연 서울 삼성동 오크우드 프리미어 호텔.외국인 장기 투숙자를 위해 객실마다 주방용구가 딸린 부억과 세탁시설을갖춰 콘도처럼 이용할 수 있다. 가장 저렴한 패키지를 내놓은 곳은 서울 노보텔 앰베서더 강남.내년 2월 말까지 매일 선착순 예약자 5명에게 방을 11만원에 제공한다.12세 이하 어린이용 침대도 비치해 준다. 하얏트(18만 5000원)의 경우 아이스링크와 수영장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쉐라톤 워크힐(17만원)은 어린이 놀이방과 헬스클럽 이용권을 무료로 준다. ◆부부·연인을 위한 로맨틱 상품 부부나 연인을 위한 로맨틱 상품으로 가격은 20만∼30만원대로 다양하다.분위기 있는 호텔 바에서 라이브를 즐기며 칵테일을 겯들일 수 있다. 웨스틴조선은 이달부터 내년 2월 말까지 연인과 부부를 위한 로맨틱 패키지를 판매한다.2인 기준 25만∼33만원에 샴페인과 촛불 케이크로 장식된 귀빈층 이그제큐티브룸과 이그제큐티브스위트룸을 제공한다. 신라에서는 21만원에 1박 및 2인 조식을 즐길 수 있다.상품 종류에 따라 다양한 축하 케이크와 와인을 증정한다. 경주 웰리치조선은 지난 1일부터 오는 27일까지 연인을 위한 연말 여행패키지 상품을 선보인다.평소보다 67% 할인된 9만 6000원.디럭스룸과 5만원 상당의 2인 석식,부대시설 20% 할인권 등을 제공한다. ◆초호화 패키지 상품도 눈길 롯데호텔은 하룻밤에 1200만원(세금·봉사료 포함)이나 하는 초호화 패키지 상품을 선보였다.최고급 로열스위트룸에서 초특급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방은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과 세계적인 여배우 소피 마르소,압둘라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묵었던 방으로 무려 139평에 숙박료만 800만원(세금·봉사료 제외)이다. 부대서비스로 200만원짜리 롯데백화점 상품권과 캐딜락 리무진 무료 이용권을 준다. 주방장이 직접 방으로 올라와 각종 요리를 해준다. 이같은 초호화 패키지 상품은 지난 99년 쉐라톤 워크힐이 밀레니엄을 기념,2000만원짜리 상품을 내놓은 데 이어 두번째다. 전광삼기자 hisam@
  • 말레이시아 여행 3題/ 콸라룸푸르서 ‘아시아’를 보고 랑카위서 ‘열대낙원’을 만난다

    [콸라룸푸르(말레이시아) 장상규특파원] 인천공항서 6시간, 그곳에 가면 ‘진정한 아시아(Truly Asia)’를 꿈꾸는 때묻지 않은 열대 낙원을 만날 수 있다.말레이계·중국계·인도계 등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어우러져 이방인에게도 금세 친근함으로 다가오는 나라,아시아 속의 ‘작은 아시아’말레이시아로 가족·연인들이 함께할 수 있는 매력적인 여행지를 찾아 떠나보자. ◆ ‘작은 아시아’콸라룸푸르 = ‘진흙강 어귀'라는 뜻을 지닌 인구 130만명의 말레이시아 수도.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등의 식민지였음을 보여주는 오래된 건물과 집들이 곳곳에 남아 있어 어제와 오늘의 자연스러운 공존을 보여준다.시내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것은 높이 452m에 88층짜리인 세계 최고층 쌍둥이건물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국영석유회사 본사 건물).밤에는 오색 조명으로 온몸을 치장해 마치 거대한 불기둥을 보는 듯 환상적이다.대규모 쇼핑센터와 음악당이 부대시설로 있으며 건물 중간에 설치된 스카이 브리지(sky bridge)를 하루 두차례씩 일반 관광객에게 개방한다.또 시내 중심가 호텔시설이 밀집한 부킷나이스 거리에는 서울타워와 닮은꼴을 한 콸라룸푸르타워(높이 421m·세계 4번째)가 우뚝 솟아 있고 그 전망대에 오르면 시내 전경을 시원스레 볼 수 있다. 그밖에 어린이 가족을 동반한 여행이라면 산 하나를 송두리째 그물로 씌워 5000여 마리의 새들이 뛰놀게 만든 새공원과 코란의 역사를 한자리에 집약한 이슬람박물관,그리고 특산품인 세계최대 퓨터(주석·안티몬·구리 합금)생산공장 로열 셀랑고르 등은 꼭 들러보라고 권할 만하다. ◆ 역사의 도시 말라카 = 말레이 반도 남서부 해안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콸라룸푸르에서 147㎞,자동차로 2시간정도 걸린다.고속도로를 벗어나 도시 어귀로 들어서면 크고 오래된 공동묘지가 눈에 들어온다.대부분의 비석이 머리까지 땅속에 묻혀 있어 보기만 해도 이 도시의 역사를 말해 주는 듯하다.말레이시아의 역사적 유물과 사적지가 그리 넓지 않은 말라카 시내에 몰려 있고 도로가 좁고 꾸불꾸불해 걸어서 구경하는 것이 요모조모 살필 수 있어 차라리 편하고 좋다. 이곳엔이 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챙 훈 탱사원(1646년 건립),1459년에 세워진 항 리 포의 우물,600년 된 트랑케라 모스크,그리고 항 카수투리의 무덤등을 찾아 볼 수 있다.우리나라로 말한다면 천년고도 경주와 흡사하다고 할 수 있다.특히 잊지 말고 거닐어 볼 만한 곳은 존커 스트리트.남대문시장과 인사동을 합친 듯 도로변 빽빽이 노점들이 진치고 있고 먹을거리는 물론 골동품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어린이 장난감까지 주로 작고 앙증스러운 것들이 대부분.중국계 가문의 후손들이 모여 이루어진 마을로 마치 중국의 한도시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역사적 유물외에도 말라카는 매력적인두곳의 섬 리조트지역과 플라우 베사르,탄중 비다라,탄중 클링 등 아름다운해변을 자랑한다. ◆ 연인들의 천국 랑카위 = 안다만 해와 말라카 해협 내의 태국과 말레이시아경계에 자리한 플라우 랑카위는 99개의 섬 가운데 가장 큰 섬이자 전설의 섬으로 유명하다.콸라룸푸르에서 비행기로 한시간 거리.고도를 낮추는 기내에서부터 한눈에 들어오는 에메랄드 빛 바다에 뿌려진 녹색 섬들의 손짓이 마음을 사로잡는다.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많은 말레이시아 대표적 휴양지로 오붓함과 편안한 휴식을 찾는 가족과 연인들이 매년 크게 늘고 있다.이곳에선 투명한 바다에서의 수중스포츠,풍부한 열대수림의 정글트랙,코코아 나무가 그늘을 드리운 조용하고 평화로운 해변산책 등 발길 가는 곳,눈길 닿는 곳마다 이국의 아름다운 풍광이 찾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지르게 한다. 특히 쾌속 모터보트를 타고 섬 사이사이를 누비며 아름다운 정경을 가까이서 눈과 가슴에 담는 것은 빼놓을 수 없는 여행코스이며 임신한 처녀 전설을 간직한 담수호수인 타식 다양 분팅에서 수영과 물놀이도 꼭 해 볼 만하다.그리고 랑카위 대형수족관에 가면 사람보다 더 큰 황금물고기와 뿔 달린 개구리를 볼 수 있고 공항면세점보다 값이 싼 면세점에서 쇼핑도 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skjang@ ■여행 가이드/ 시내엔 면세점 없어, 연장자 예우 주의를 ◆ 문화·관습 = 연령과 지위는 사회생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연장자에 대한 예우에 주의해야 한다.상대방을 한 손가락으로 가리키거나 손바닥을 위로 하고 손짓하는 것은 모욕을 주는 행위다.반드시 손바닥을 아래로 향하고 손가락을 손바닥 쪽으로 신호해야 한다.방향을 가리킬 때는 오른손 엄지를 사용한다. ◆ 언어·치안 = 공용어는 말레이어지만 쇼핑몰·호텔 등지에서는 대부분 영어가 통용되므로 간단한 생활영어를 할 수 있다면 의사소통에 불편은 없다.최근엔 방학을 이용해 영어연수차 말레이시아를 찾는 한국학생들이 늘고 있다.치안 상태는 안전한 편이다.운전석이 오른쪽에 있으므로 직접 운전할 때는 유의해야 한다.도로에 횡단보도가 설치되지 않은 곳이 많으므로 길을 건널때는 좌우를 꼭 살펴야 한다.특히 오토바이를 주의하자. ◆ 쇼핑·기후 = 공항내 면세점 외에는 시내 백화점에 면세코너가 없다.개점은 보통 오전 10시에 해 오후 9∼10시까지 문을 연다.말레이시아 특산물의 하나인 퓨터 제품은 백화점이나 전문 취급점에서 값이 거의 같다.음식값·택시요금 등엔 봉사료 5%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팁을 주지않는 것이 관행이다.환전은 은행·호텔·쇼핑센터 등지의 환전소를 이용하면 된다.환율은 미화 1달러에 3.8링기트(말레이시아 화폐 단위)다.시차는 서울보다 한시간 늦으며 기후는 우리 한여름과 비슷하나 습도가 높은 편이다. ◆ 음식·기타 = 현지 음식은 향료가 강해 우리 입맛에는 잘 맞지 않는 편이다.대부분의 호텔이 뷔페식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을 참고하기를.숙박료를 포함해 물가가 우리나라에 비하면 싼 편이나,이슬람국가여서 맥주 등 술값은 우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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