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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년새 이런 ‘도깨비’ 장마철 처음”

    “10년새 이런 ‘도깨비’ 장마철 처음”

    지난달 말 장마가 사실상 끝나고 오는 11일까지는 대기 불안정으로 인한 소나기를 제외하고는 30도를 훌쩍 넘는 폭염과 밤에도 25도 이하로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장마 기간에는 유독 기상청이 ‘오보’를 많이 생산해 내 ‘오보청’이라는 빈축을 샀다. 이에 대해 기상청은 “일반적으로 장마철에는 기압골 변화가 심한데 올해는 특히 대기 변화가 잦아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였다”며 억울해하고 있으나 국민들의 싸늘한 눈길은 변하지 않고 있다. 일기예보는 과연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고, 정확한 일기예보를 내놓기 어려운 이유는 뭘까. 우리나라 일기예보가 자꾸 틀리는 것은 슈퍼컴퓨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예보관의 능력이 선진국보다 떨어지기 때문일까. 일기예보가 국민들에게 전달되기까지는 ▲관측·감시 ▲모델 분석 ▲예보 생산 ▲전달 및 활용이라는 4개 과정을 거치게 된다. 관측·감시는 지상과 고층, 해상, 레이더, 기상위성으로 3차원 입체감시를 통해 기상 변화를 파악하고 전 세계 191개국 5000여곳에서 전달돼 오는 기상정보를 종합하는 과정이다. 이렇게 얻어진 관측자료를 이른바 ‘예측 방정식’에 대입시켜 해답을 산출한 뒤 이를 바탕으로 기상현상을 예측하게 된다. 수치 예보모델은 방대하게 수집된 자료를 빠르게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슈퍼컴퓨터가 활용된다. 현재 기상청에서는 지난 2월부터 슈퍼컴퓨터 4호기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 컴퓨터는 48억명이 1년 동안 계산해야 할 자료를 1초 만에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이런 속도로 매일 10만여장의 일기도와 2.5테라바이트의 기상자료를 생산해 내는 것이 모델 분석 과정이다. 모델 분석이 끝나면 기상청에 있는 예보관들은 슈퍼컴퓨터에서 만들어 낸 자료와 관측자료를 바탕으로 예보관 회의를 거쳐 예보를 만들어 낸다. 기상학계의 분석에 따르면 날씨 예보 정확도에 미치는 영향력은 슈퍼컴퓨터의 수치예보모델 성능이 40%, 모델 입력자료로 쓰이는 관측자료가 32%, 예보관의 경험이 28%다. 슈퍼컴퓨터의 성능이 점점 좋아지고 기상 데이터가 조밀하게 수집된다고 할 때 결국 예보의 정확도는 예보관의 능력과 경험에 따라 좌지우지된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예보관의 역량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예보관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초급 예보관을 위한 예보기초실무과정과 중급 예보관을 위한 예보전문가과정을 개설해 매년 3개월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 가지 요소가 모두 완벽하다고 해서 100% 정확하게 날씨를 예측하는 것은 아니다. 작은 조건의 변화가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자연의 비선형성’ 때문이다. ‘베이징의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뉴욕에 토네이도가 일어난다’는 ‘나비효과’는 대표적인 날씨의 비선형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정확한 일기예보를 위해서는 나비의 날갯짓까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것인데 나비의 날갯짓까지 다 파악한다고 하더라도 100% 정확한 예보는 어렵다는 것이다. 관측 지역을 촘촘히 만들고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높이고 수치예측모델을 개발하는 한편 예보관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는 것도 ‘완벽’까지는 아니더라도 예보의 정확도를 좀더 높이기 위한 것이다. 국가별 예보 정확도는 많은 나라들이 공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비교하기가 쉽지 않지만 2015년 기준 한국의 예보 정확도는 평균 91.5%, 이웃 일본은 85.1%로 우리나라가 높은 편이다. 우리보다 과학기술 수준이 높은 일본보다도 평균 예보 정확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장마철 예보가 유독 틀린 이유는 뭘까. 기압계의 변화가 비교적 안정적인 봄과 가을에 비해 여름과 겨울의 날씨 예측은 쉽지 않다. 특히 장마철은 대기 불안정으로 인해 짧은 시간 동안 좁은 지역마다 날씨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예보 정확도는 확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 기상청의 설명이다. 편서풍대에 위치한 우리나라는 평소에는 동서 방향으로 기압계가 이동하지만 장마전선은 고온 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과 북쪽의 차가운 공기가 부딪치면서 기압계가 남북으로 움직이게 된다. 이 때문에 동서 흐름 뿐만 아니라 남북 흐름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데 미국이나 중국과 달리 좁은 국토 내에서 지리적 영향 때문에 기압계가 바뀌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날씨 예측은 더욱 어려워지게 되는 것이다. 김용진 기상청 통보관은 “올해 장마철에는 남북으로 움직이는 장마전선뿐만 아니라 베링해와 캄차카반도 주변에 거대한 ‘블로킹 고기압’이 자리잡으면서 공기흐름에 변화를 줘 예측하기가 더 어려웠던 것 같다”며 “10여년 동안 예보와 통보 업무를 했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2014 공직열전] 기상청- ‘오보청’ 옛말… 예보 정확도 세계 7위

    [2014 공직열전] 기상청- ‘오보청’ 옛말… 예보 정확도 세계 7위

    ‘미세먼지·한반도 역대 네 번째 지진·벚꽃예보’ 최근 기상청을 둘러싼 세 가지 이슈만 봐도 기상 정보가 국민의 삶과 얼마나 밀접한 연관이 있는지 알 수 있다. 한 때 ‘오보청’, ‘구라청’이라는 오명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국내 기상청의 예보 정확도는 세계 7위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업무속성상 기상청의 입직 경로는 특채가 주를 이룬다. 고위공무원단(고공단) 12명 중 8명이 특채 출신이다. 전공 분야가 천문기상학, 물리학, 대기과학에 집중된 점 또한 다른 정부 부처·청과 다른 점이다. 김영신(57) 기획조정관은 기상청의 ‘예산통’이다. 김 조정관은 입직 이후 실무에서부터 과·국장까지 예산 업무를 도맡았다. 기상청에서 9급 공채 출신이 국장급으로 승진한 건 그가 유일하다. 고공단에서도 행정직은 단 한 자리. 그만큼 김 조정관은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하는 노력파다.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열린 자세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우진(54) 예보국장은 전형적인 학자형 관료다. 직원들과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이메일로 업무 지시를 하는 등 효율성을 중시한다. 슈퍼컴퓨터 1호기를 국내에 들여오는 데 기여했으며, 예보의 정확도가 뛰어난 영국형 수치예보모델을 한국화하는 작업을 수행했다. 천문기상학, 물리학, 기상학 등을 두루 섭렵했다. 육명렬(54) 관측기반국장은 화통한 ‘행동가형’ 리더다. ‘장비’, ‘육혈포’라는 별칭이 따라다닌다. 한번 시작한 일은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육 국장은 “강원청장으로 일한 2011년과 지난해에 이례적으로 84㎝, 120㎝가량의 폭설이 내렸고, 예보 업무를 맡았던 2002~2003년 태풍 루사(2002)와 매미(2003)가 닥쳐 보통 태풍으로 인한 강수량의 약 2배에 이르는 870㎜의 비가 내렸다”면서 “재해를 줄이려고 유관기관과 협력하며 애썼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양진관(55) 지진관리관은 예보관으로 잔뼈가 굵었다. 결정력이 빠르고, 거침이 없다. 지진 업무를 맡게 된 지 1년째로 지난해 국회에서 통과돼 올해 공표된 ‘지진해일화산의 관측 및 경보에 관한 법률’ 제정과 관련된 업무를 소화하고 있다. 양 관리관은 “올해 목표는 지진조기경보시스템의 시간 단위를 2분에서 50초로 단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균(51) 기상산업정보화국장은 박학다식한 ‘기획통’이다. 기상청의 캐치프레이즈인 ‘하늘을 친구처럼 국민을 하늘처럼’과 기업이미지(CI) 등을 2007년 전략기획담당관 시절 고안했다. 연구사 특채로 입직했지만 행정직으로 전직한 경우다. 김 국장은 “예보의 정확도를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인 관측자료, 슈퍼컴퓨터, 예보관은 요리에 비유하면 재료, 도구, 사람”이라며 “각각의 요소를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남재철(55) 국립기상연구소장은 연구사 직으로는 유일하게 고공단 직급에 올랐다. 2009~2011년 미국 오클라호마대학의 ‘국가기상센터’(NWC)에서 초빙연구원을 지낸 ‘국제통’이다. 남 소장은 “국제협력과장으로 재직하던 2008년 기상청이 예보 능력을 향상시키려고 오클라호마대 석좌교수인 켄 크로퍼드 박사를 ‘기상청 선진화 추진 단장’(차장급)으로 영입했다. 당시 남 소장은 오클라호마대에서 크로퍼드 박사의 빈자리를 채우며 기상청 선진화에 기여했다”고 자평했다. 박관영(57) 대전지방기상청장은 논리, 이론을 중시하는 예보통으로 무리하게 일을 추진하지 않고 주변과 화합하는 리더로 알려져 있다. 박 청장은 “1990년대 초 주도적으로 시작한 해양 기상업무가 현재 궤도에 올라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엄원근(56) 강원지방기상청장은 2002년 국장급에 올라 12년째 재직 중인 ‘최장수 국장’이다. 최 국장은 1980년대 중반 국내에 ‘기상 레이더’를 도입해 기상 업무를 첨단화하는 데 일조했다. 또 2000년 원격탐사과장 시절 천리안위성 프로젝트를 도맡았다. 엄 국장은 기상청 내 사진동호회 회장을 맡고 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다음회는 중소기업청입니다
  • 기상레이더센터 등 성과 기상청의 ‘히딩크’ 크로퍼드 단장 이임

    외국인 최초로 한국 정부의 고위 공무원에 임용됐던 케네스 크로퍼드(69) 기상청 기상선진화추진단장이 3년 6개월의 임기를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간다. 기상청은 28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청사에서 크로퍼드 단장의 이임식을 연다. 기상청은 2008년 여름 6주 연속 틀린 예보를 내고 ‘오보청’이라는 비판을 받자 기상 과학 선진국의 전문가 영입에 나섰다. 그 결과 2009년 8월 대통령의 2배에 이르는 연봉 26만 달러(당시 3억 2500여만원)에 크로퍼드 미국 오클라호마대 교수가 스카우트됐다. 당시 그는 ‘기상청의 히딩크’로 불릴 만큼 큰 기대를 모았다. 크로퍼드 단장이 남긴 성과 중 대표적인 것은 기상레이더센터의 설립이다. 이를 통해 기상청(11개)과 국방부(9개), 국토해양부(3개)가 부처별 목적에 따라 각각 운영하던 레이더 기상관측 자료의 공동 활용이 가능해졌다. 그 결과 관측 사각지대가 3개 기관 평균 53% 해소됐다. 크로퍼드 단장은 ‘일 중독자’라는 평을 들었다. 그를 오랫동안 보좌한 김금란 기상선진화담당관은 “노트북PC를 항상 옆에 끼고 다니며 틈만 나면 자료를 모으고 메모를 했다”면서 “취미를 물었더니 첫째도 일, 둘째도 일이라고 답하더라”고 했다. 기상청의 단기예보 정확도는 2008년 88.3%에서 지난해 92.1%로, 중기예보는 77.0%에서 81.3%로 올랐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국민훈장 동백장 받은 김동완 전 기상청 통보관

    국민훈장 동백장 받은 김동완 전 기상청 통보관

    “제 가방엔 항상 우산이 들어 있습니다. 갑자기 비가 내릴 때 길에서 비라도 맞고 있으면 ‘기상 캐스터도 날씨를 못 맞히느냐’고 생각할 것 같아서요.” 세계 기상의 날인 23일 행사장인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만난 김동완(75) 전 기상청 통보관은 “예보의 생명은 신뢰”라며 이같이 말했다. ●“기상예보의 생명은 신뢰” 이날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은 김 전 통보관은 “기상청에 발을 들인 후로 50년간 날씨만 생각하고 살아온 인생이었다.”며 “저를 잊지 않고 기억해 준다는 것 만도 고마운데 훈장까지 받게 돼 몸둘 바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기상청이 ‘오보청’으로 불릴 정도로 예보가 자주 틀리는 것 같다는 지적에 대해 김 전 통보관은 “1970~80년대 예보 적중률이 70% 정도였다면 지금은 90%대로 사실은 월등하게 좋아진 것”이라면서 “시청자들이 캐스터를 얼마나 신뢰하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가마솥더위’ 같은 자극적 표현 삼가야 후배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김 전 통보관은 “요즘 후배들은 날씨만 더우면 ‘찜통 같다. 가마솥더위’ 같은 자극적인 표현을 쓰는데 뉴스를 보는 사람들은 여름엔 좀 서늘할 것을 기대하면서 보기 때문에 이런 자세는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느 여름 예보 때 ‘파리도 조는 듯한 더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고 둘러 말해 시청자들이 좋아했는데, ‘서울의 내일 낮 기온이 최고 35도까지 올라간다.’고 할 때도 ‘지금까지 서울의 가장 높은 온도는 38.4도였습니다.’고 말해 걱정을 덜어주는 것도 요령”이라고 말했다. ●45세부터 시작한 주례 1000쌍 넘겨 1970~90년대 방송에서 일기예보를 한 덕분에 사람들은 그를 기상청 직원보다 방송국 캐스터로 기억하는 사람이 더 많다. “1959년에 국립중앙관상대(현재 기상청)에 일하면서 이따금 방송을 했는데, 생활속담을 곁들인 독특한 해설 덕분에 방송국들이 저를 좋아했다.”면서 “여러 곳에서 하도 부르다 보니 나중엔 한 곳에서 나를 독점하고 싶어했고, 그때부터 본격적인 캐스터 생활이 시작됐다.”고 ‘명기상 캐스터 김동완’ 탄생배경을 소개했다. 김 전 통보관은 1992년 방송일을 그만 둔 뒤에도 5년간 프리랜서 캐스터로 활동했다. 지금도 여러 방송의 날씨 자문을 하고 있다. 친근함 때문인지 45살부터 시작한 주례가 벌써 1000쌍을 넘겼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기상청 슈퍼컴 3호기 도입… 국가기상센터 가보니

    기상청 슈퍼컴 3호기 도입… 국가기상센터 가보니

    “슈퍼컴퓨터 3호기를 도입하고 최첨단화된 수치예보 시스템과의 통합 운영을 통해 2012년 세계 6위의 예보능력을 갖추겠습니다.” 최신형 슈퍼컴퓨터 도입으로 기상청이 ‘오보(誤報)청’의 딱지를 뗄 수 있을까? 기상청이 이달 말 문을 여는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가칭)’를 3일 언론에 첫 공개했다. 직접 현장을 찾아 국가 기상 기술의 현주소와 과제를 들여다봤다. ●502억원 들여 도입… 5월 가동 충북 청원군 오창과학산업단지에 세워진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 2008년 253억원을 투입해 착공, 지난 1월 전체면적 7052㎡(2136평)의 최신식 건물로 완공됐다. 이 센터가 주목받는 이유는 정부가 기상선진화를 위해 전면 도입한 슈퍼컴퓨터 3호기가 가동되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1999년 슈퍼컴퓨터 1호기(NEC SX-5)와 2005년 2호기(CRAY X1E) 도입에 이어 지난해 9월 502억원을 들여 3호기를 도입, 5월부터 정상 가동에 들어간다. 세 차례로 나눠 도입되는 슈퍼컴 3호기는 현재 2단계까지 설치된 상태다. 온도와 습도 변화 등을 제어하는 첨단 전산실에서 본기기와 백업 기기로 나뉘어 구동된다. 센터 관계자는 “3호기는 9만개의 중앙처리장치(CPU)로 682.9테라플롭스(Tflops·초당 1조회 부동소수점 연산)의 성능을 통해 5억 5400만명이 1년 동안 계산할 분량을 1초만에 계산해낸다.”면서 “이론적으로 따져봤을 때 슈퍼컴 2호기보다 약 37배 빠른 연산능력을 갖추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예보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1997년 일본에서 도입한 수치예보모델(기온·습도·바람 등 기상요소의 변화를 수학적으로 계산하는 프로그램)을 세계 2위 수준의 영국 모델로 바꿔 운영할 계획이다. 새 시스템은 지표면과 공기층을 가로·세로 각각 40㎞ 크기로 나눠 계산하는 기존 국지모델 방식을 최대 3㎞ 크기로 촘촘하게 좁히게 된다. 이에 따라 전국 단위의 기상을 동네별로 잘게 쪼개 예보해 기상 예측 능력을 크게 높일 수 있다. 기상청은 “지난 1월 서울을 단숨에 마비시킨 ‘100년 만의 폭설’이나 산골벽지에 되풀이되는 집중 호우, 산사태 등 기상 이변을 보다 앞서 예측하는 단기예보능력이 크게 향상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인력 40명뿐… 충원절실 하지만 기상청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수백억원을 들여 슈퍼컴 2호기를 도입하고도 잇따른 오보로 인해 ‘예보의 질은 나아진 게 없다.’는 비난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멋진 스포츠카를 사더라도 노련한 운전자가 없다면 평범한 자동차와 다름이 없지 않겠느냐.”면서 “60~70명 수준인 미국, 영국, 일본 등의 인력과 달리 국내는 40명 수준의 부족한 인력으로 제대로 된 운영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허창회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일기 예보의 정확도를 키우려면 최신형 슈퍼컴퓨터 도입이나 선진국수준의 수치 예보 모델 도입은 필수적”이라면서 “다만 질 높은 관측 자료를 만들려면 첨단 장비와 더불어 숙련된 예보관을 육성하고, 고급 연구인력 확보를 위한 예산 투자도 뒤따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 사진 청원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정신 못차린 기상청…“1·4폭설 가치 8300억” 주장

    ‘1·4폭설’ 등을 엉터리로 예보해 ‘오보청’이란 불명예를 안고 있는 기상청이 지난 4일 서울 등 중부 지역에 내린 폭설의 경제적 가치가 8300억원 이상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눈총을 받고 있다. 기상청은 4일 중부지역(서울·인천·경기·강원)에 내린 눈의 경제적 가치는 약 8300억원으로 지난해 곡우(4월20일) 때 내린 비에 따른 가뭄 해갈의 경제적가치(4600억원)보다 1.8배 높은 수치라고 12일 밝혔다. 기상청은 ▲댐 저수량 증가에 따른 수자원확보(40억원) ▲미세먼지 농도 감소에 따른 대기질개선(253억원) ▲겨울 강설에 따른 봄가뭄 피해경감(7958억원)·산불방지(4000만원) ▲인공눈 살포 감소로 스키장운영비 절감(3억원) 등을 주요 근거로 들었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번 강설로 일부 지역에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으나 강설의 긍정적인 측면을 고려해 경제적 가치를 평가했다.”면서 “계량화가 가능한 일부 항목에 대해서만 적용했기 때문에 실질적 경제적 가치는 8300억원보다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번 폭설이 기상청의 한발 늦은 예보로 피해를 더 키웠던 만큼 기상청이 더욱 자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YMCA 시민중계실 김혜리 간사는 “폭설로 발생한 농작물피해나 배달업을 하는 자영업 및 요식업자들의 손실, 예측 못한 눈 때문에 일어난 교통사고와 출근길 지각 사태 등의 경제적 손해는 전혀 감안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오보를 감추기 위한 자료 같다.”면서 “천재지변까지 예측한다는 것은 무리일 수 있지만 기상청이 시민들이 폭설에 대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보이는 게 우선”이라고 꼬집었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기상 오보청’ 불명예 벗었다

    ‘기상 오보청’ 불명예 벗었다

    기상청이 올해 정확한 예보로 ‘오보청’이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났다. 11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 1~9월까지 단기예보 정확도가 91.9%를 기록, 정확도면에서 기상 선진국인 일본(84.8%)을 크게 앞질렀다. 이에 따라 국정감사의 단골메뉴였던 기상오보 질타도 올해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예보 정확도는 1월 전병성 기상청장이 취임하면서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전 청장은 매일 아침 열리는 예보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주말예보 전담반을 신설했다. 예보관들의 능력향상을 돕고 직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제도를 만든 것도 예보율 향상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매일 오전 7시50분 전 청장은 30분간의 화상회의를 주재한다. 전국 51개 기상관서 기관장과 예보관이 참석한다. 예전에는 전국의 예보관들이 모여 기상자료를 분석하고 예보 내용을 토의하는 자리였다. 전 청장은 불가피한 외부 일정이 있는 날을 빼고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 회의에 나온다. 기상청 관계자는 “기상전문가 출신이 아닌 전 청장이 전문적인 의견을 내 놓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청장과 기관장들이 예보에 관심을 가지니 회의 집중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5월에는 주말예보 전담반이 설치됐다. 주 5일제 실시로 레저인구가 늘면서 주말 날씨에 대한 수요가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이에 기상청은 진기범 예보국장을 필두로 3명의 예보관과 전직 예보관 출신의 자문관 2명으로 팀을 꾸렸다. 전담반은 일주일치 관측 자료를 집중 분석한다. 주말 오전과 오후 날씨를 상세히 전망한 주말예보는 일주일에 2번(화·목) 방재기관과 각 언론사에 전달된다. 진 국장은 “주말 야외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비 예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수도권을 대상으로 시범 시행했으나 만족도가 높아 내년부터 전국으로 예보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예보관 경력개발 제도를 만든 것도 주효했다. 타 부서로 옮기지 않고 장기간 예보업무에 집중하도록 해 전문 능력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전 청장은 ‘땡큐 쿠폰’과 ‘이달의 기상인상’ 등 포상제도를 추진, 직원들의 사기 진작에도 각별한 신경을 썼다고 한다. 기상청의 한 예보관은 “정확한 예보는 최종적으로 사람이 한다.”면서 “예보관들이 날씨 변화 가능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도 오보율을 줄이는 데 한 몫했다.”고 덧붙였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뉴스다큐 시선] 기상청 예보관의 하루

    [뉴스다큐 시선] 기상청 예보관의 하루

    “내일 날씨 어때?”라고 사람들은 쉽게 묻는다. 요즘같이 변덕스러운 날씨가 이어질 때면 이런 질문은 더더욱 많아진다. 질문에 답하기 위해 24시간 하늘만 쳐다보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기상청 예보관들이다. 예보관들은 “기상청 안에서도 3D업종으로 불리는 보직이지만 우리는 ‘기상청의 꽃’이라 생각하고 일한다.”며 웃어 보인다. 장마철을 맞아 더욱 바쁜 예보관들의 하루를 들여다봤다. 글 · 사진 · 동영상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AM 05:00 기상… 야근조와 교대 준비 여름 해는 일찍 뜬다지만 아직도 창밖은 어슴푸레하다. 기상청 예보상황3과 강영준 예보관은 쏟아지는 잠을 쫓으며 침대에서 일어난다. 이 시간에는 일어나야 출근 시간을 맞출 수 있다. 오전 8시에 야근조와 교대를 해야 한다. 기상청 예보국에서 날씨를 예보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예보상황과는 모두 5개. 그 중 4개 과에서 돌아가며 근무를 한다. 낮 근무조가 오전 8시~오후 8시에 근무를 하고 나면 밤 근무조가 오후 8시~다음날 오전 8시까지 예보국을 지킨다. 직업에 귀천이 있겠냐마는 낮밤이 바뀌는 일을 하는 것은 고역 중의 고역이다. 그나마 요즘은 4교대여서 피곤이 덜하지만 옛날 3교대로 근무할 때는 그야말로 기상청은 ‘공장’처럼 쉴 새 없이 돌아갔다. AM 07:30 실황 점검…기상통보문 작성 강 예보관이 기상청에 도착한다. 낮 근무를 맡은 3과 직원들은 이미 대부분 출근해 있다. 교대는 8시에 하지만 일과는 한두 시간 전에 이미 시작된다. 자리에 앉아 맨 먼저 실황 점검을 한다. 기상청 내부망인 ‘종합기상정보시스템’을 통해 레이더, 위성, 지상관측소에서 보내온 데이터를 꼼꼼하게 점검하고 그날의 날씨가 어떤 지 머릿속에서 일기도를 그린다. 강 예보관은 “예보의 근거는 정확한 데이터죠. 기온·습도·기단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오늘 비가 오는지, 또 바람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실황을 점검하며 각자 맡은 업무에 따라 일기도를 그리거나 신문사와 방송사에 기상정보를 발표하거나 기상통보문을 작성한다. 지난해 예보가 빗나가는 적이 맞아 한창 ‘오보청’ ‘구라청’이라는 비아냥을 들을 때가 있었다. 그때 사람들은 “대체 기상청 직원들은 하루종일 앉아서 뭘 하는 거냐.”라며 성토한 적이 있었다. 실제로 예보관들은 자리에 앉아 모니터를 뚫어지게 보거나 무언가를 입력하거나 동료들과 몇 마디 말을 나누는 것이 고작이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이는 것처럼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거나 사람들이 뛰어다니거나 고성이 오가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루종일 그런 일과가 계속된다. 하지만 그들이 들여다보는 모니터 안에는 변화무쌍한 하늘의 모습이 펼쳐져 있다. 하늘을 온전히 읽어내는 것은 신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게 관측한 결과를 바탕으로 하루에 몇 번이고 예보를 쏟아낸다. 기후변화로 지역별 날씨 예보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지난해 10월31일부터 도입된 ‘동네예보’는 세 시간마다 한번씩 업데이트된다. 하루에 동네예보를 8차례 하는 셈이다. 이와는 별도로 각 언론사에 팩스로 보내는 기상통보는 하루에 네번(오전 5시, 오전 11시, 오후 5시, 오후 11시) 작성된다. 언론사는 이를 토대로 신문에 매일 실리는 날씨난을 채우고 방송사에서는 기상 캐스터들이 날씨 예보를 전하게 되는 것이다. AM 11:00 전국 76개 관측소 데이터 분석 강 예보관은 컴퓨터 모니터 3대에 파묻혀 있다. 맨 왼쪽에는 위성자료 검색시스템 창이 열려 있다. 검은 바탕에 위성으로부터 받은 영상이 떠 있고 그 옆에는 레이더 영상이 떠 있다. 위성 영상으로는 상층 수증기의 움직임 및 바다의 움직임을 볼 수 있다. 적외 영상과 가시 영상을 합성한 레이더 영상으로는 하층의 움직임을 볼 수 있다. 검은색으로 나타나는 상층운과 붉은색으로 나타나는 하층운의 움직임을 보면서 강수량을 측정할 수 있는 것이다. 오른쪽 모니터에는 전국 76개 기상관측소에서 측정된 데이터가 떠 있다. 이런 데이터들을 종합 참고해서 날씨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강 예보관은 “하루의 날씨를 예측하기 위해 분석해야 할 데이터의 양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방대합니다. 그냥 컴퓨터로는 분석이 불가능하니 슈퍼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이지요. 슈퍼컴은 데이터를 분석해 수치 모델을 만들어냅니다. 그런데 과학적 데이터만 가지고 예보를 하는 건 아닙니다. 오랜 경험을 가진 예보관들이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판단을 덧붙여 최종적으로 예보를 내는 거지요. 과학에 의존하긴 하지만 최종 결정은 사람이 하는 셈입니다.”라고 설명한다. PM 12:00 10분만에 점심먹고 모니터링 ‘바통터치’ 점심시간이다. 다른 사무실에서라면 동료들이 우르르 구내식당에 내려가 밥을 먹는 모습이 일반적인 풍경이다. 그러나 기상청에서는 다르다. 동료가 식사하는 동안 누군가는 모니터를 보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2~3명씩 짝을 지어 후닥닥 밥을 먹고 온 뒤 ‘바통 터치’를 한다. 진기범 예보국장과 육명렬 예보정책과장이 먼저 구내식당으로 내려간다. “10년 넘게 예보관을 했지만 느긋한 점심시간은 꿈도 못 꿉니다. 다른 동료들이 기다리고 있는 걸 아니까 10분만에 밥을 먹고, 담배 한 대 피우고 바로 사무실로 올라가죠. 덕분에 위장병에 걸린 직원들이 태반이에요.”라며 육 과장은 싱긋 웃어 보인다. 밥을 먹으며 진 국장은 예보관들의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하나둘 털어놓는다. “3교대를 할 땐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편했습니다. 하루종일 부대끼다 보니 직원들끼리 가족 같은 분위기였거든요. 밤을 꼬박 새우고 나서 아침에 녹초가 된 몸으로 퇴근하는데 헤어지기 싫어서 ‘요 앞에 해장국집 맛있던데 한 그릇 먹고 갈테야?’라며 동료들을 꾀어냅니다. 그렇게 시작해서 막걸리가 한 잔, 두 잔 늘어나죠. 그렇게 술을 마시고 버스를 탔는데 기사 아저씨가 깨워서 일어나 보니 종점이더군요. 해는 벌써 뉘엿뉘엿 지고 있었고요. 결국 집에 가서 옷만 갈아입고 또 출근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어떤 예보관은 퇴근길에 너무 피곤해서 지하철 2호선에서 자다가 노선을 5바퀴 돌았다는 전설도 있지요.” 웃으면서 얘기하는 실수담이지만 사실 예보관이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 때문에 1분 1초를 다퉈 예보해야 할 때도 많을뿐더러 전문 지식을 이용해 판단을 내려야 한다. 그 판단이 국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예보관의 특성상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기상청 안에서도 예보국은 특히 군기가 세기로 유명하고 가끔 큰소리가 오고 가기도 한단다. 진 국장은 “기상청 안에서 예보관들은 ‘노가다 종사자’로 찍혀 있습니다. 일이 힘들긴 하죠. 그래도 저희는 예보관이 기상청의 ‘꽃’이라고 생각하고 일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지킨다는 생각으로 일하니 보람도 있고요.”라며 웃는다. PM 02:30 전국 기상대와 화상회의 갑자기 국가 기상센터가 바빠진다. 매일 이 시간에는 예보국 전 직원이 모인 가운데 전국 기상대와 화상회의를 진행한다. 오전 9시가 되면 세계기상기구(WMO)에 전 세계 기상청에서 관측한 데이터가 모이는데, 이 데이터를 분석해 오늘과 내일, 모레 날씨가 어떻게 될지 토론을 거쳐 오후 5시 예보를 결정하기 위해서다. 오후 5시 예보에서는 다음날 날씨를 구체적으로 예보해야 하기 때문에 가장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때문에 기상센터에서는 이 시간이면 매번 팽팽한 긴장이 흐른다. “내일 서울을 비롯해서 중부 지방에 소나기가 올 텐데, 예상 강수량을 얼마로 정해야 할까요? 30~100㎜ 정도면 되지 않을까요?” “서해 쪽에서 다가오는 기단의 움직임을 보면 150㎜ 까지 예보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서해5도는 전통적으로 비가 적게 오는 지역이니 그보다 적게 예보하면 될 것 같고요.” “다른 분들 생각은 어떤가요?” “30~100㎜가 적당한 것 같은데요. 다만 국지성 호우라는 점을 명기하고, 새벽에 추이를 좀더 지켜보면 될 것 같습니다.” 한 시간 가까이 설전이 오가면 다음날 날씨 예보는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난다. 진 국장은 “기상청이 지난해와 달라진 게 있다면 내부 소통을 강화한 것입니다. 회의 시간에 입 다물고 가만히 있다가 다음날 예보가 틀리면 ‘거봐 난 안 그렇게 생각했는데’라며 책임을 지지 않는 직원은 용납하지 않습니다. 자신을 갖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야 더 나은 예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부터도 18년간 예보관 생활을 하면서 가장 예보를 많이 맞힌 예보관 중 한 명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장 많이 틀린 예보관이기도 하니까요.”라고 덧붙였다. PM 08:00 내일도 정확한 예보를 꿈꾸며… 교대할 시간이다. 변덕이 죽끓듯 하는 장마철이라 다른 때보다 근무가 힘든 요즘이다. 12시간 내내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머리가 지끈거리도록 예보를 하고 예보문을 써내고 나면 몸은 녹초가 된다. “낮밤이 바뀌는 근무를 하다 보니 체력 소모가 많죠. 그래도 예보가 맞았을 때의 짜릿한 쾌감 하나로 저희들은 삽니다. 기상청은 우리나라에서 딱 하나밖에 없는 기관이잖아요. 국민들이 저희만 바라보고 계신다는 생각을 하면 힘들어도 힘든 내색할 수 없죠.”라며 강 예보관은 퇴근길에 나섰다. 그래픽 김선영기자 ks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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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 날씨 어때?”라고 사람들은 쉽게 묻는다. 요즘같이 변덕스러운 날씨가 이어질 때면 이런 질문은 더더욱 많아진다. 질문에 답하기 위해 24시간 하늘만 쳐다보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기상청 예보관들이다. 예보관들은 “기상청 안에서도 3D업종으로 불리는 보직이지만 우리는 ‘기상청의 꽃’이라 생각하고 일한다.”며 웃어 보인다. 장마철을 맞아 더욱 바쁜 예보관들의 하루를 들여다봤다. 글·사진·동영상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AM 05:00 기상… 야근조와 교대 준비 여름 해는 일찍 뜬다지만 아직도 창밖은 어슴푸레하다. 기상청 예보상황3과 강영준 예보관은 쏟아지는 잠을 쫓으며 침대에서 일어난다. 이 시간에는 일어나야 출근 시간을 맞출 수 있다. 오전 8시에 야근조와 교대를 해야 한다. 기상청 예보국에서 날씨를 예보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예보상황과는 모두 5개. 그 중 4개 과에서 돌아가며 근무를 한다. 낮 근무조가 오전 8시~오후 8시에 근무를 하고 나면 밤 근무조가 오후 8시~다음날 오전 8시까지 예보국을 지킨다. 직업에 귀천이 있겠냐마는 낮밤이 바뀌는 일을 하는 것은 고역 중의 고역이다. 그나마 요즘은 4교대여서 피곤이 덜하지만 옛날 3교대로 근무할 때는 그야말로 기상청은 ‘공장’처럼 쉴 새 없이 돌아갔다. AM 07:30 실황 점검… 기상통보문 작성 강 예보관이 기상청에 도착한다. 낮 근무를 맡은 3과 직원들은 이미 대부분 출근해 있다. 교대는 8시에 하지만 일과는 한두 시간 전에 이미 시작된다. 자리에 앉아 맨 먼저 실황 점검을 한다. 기상청 내부망인 ‘종합기상정보시스템’을 통해 레이더, 위성, 지상관측소에서 보내온 데이터를 꼼꼼하게 점검하고 그날의 날씨가 어떤 지 머릿속에서 일기도를 그린다. 강 예보관은 “예보의 근거는 정확한 데이터죠. 기온·습도·기단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오늘 비가 오는지, 또 바람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실황을 점검하며 각자 맡은 업무에 따라 일기도를 그리거나 신문사와 방송사에 기상정보를 발표하거나 기상통보문을 작성한다. 지난해 예보가 빗나가는 적이 맞아 한창 ‘오보청’ ‘구라청’이라는 비아냥을 들을 때가 있었다. 그때 사람들은 “대체 기상청 직원들은 하루종일 앉아서 뭘 하는 거냐.”라며 성토한 적이 있었다. 실제로 예보관들은 자리에 앉아 모니터를 뚫어지게 보거나 무언가를 입력하거나 동료들과 몇 마디 말을 나누는 것이 고작이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이는 것처럼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거나 사람들이 뛰어다니거나 고성이 오가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루종일 그런 일과가 계속된다. 하지만 그들이 들여다보는 모니터 안에는 변화무쌍한 하늘의 모습이 펼쳐져 있다. 하늘을 온전히 읽어내는 것은 신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게 관측한 결과를 바탕으로 하루에 몇 번이고 예보를 쏟아낸다. 기후변화로 지역별 날씨 예보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지난해 10월31일부터 도입된 ‘동네예보’는 세 시간마다 한번씩 업데이트된다. 하루에 동네예보를 8차례 하는 셈이다. 이와는 별도로 각 언론사에 팩스로 보내지는 기상통보는 하루에 네번(오전 5시, 오전 11시, 오후 5시, 오후 11시) 작성된다. 언론사는 이를 토대로 신문에 매일 실리는 날씨난을 채우고 방송사에서는 기상 캐스터들이 날씨 예보를 전하게 되는 것이다. AM 11:00 전국 76개 관측소 데이터 분석 강 예보관은 컴퓨터 모니터 3대에 파묻혀 있다. 맨 왼쪽에는 위성자료 검색시스템 창이 열려 있다. 검은 바탕에 위성으로부터 받은 영상이 떠 있고 그 옆에는 레이더 영상이 떠 있다. 위성 영상으로는 상층 수증기의 움직임 및 바다의 움직임을 볼 수 있다. 적외 영상과 가시 영상을 합성한 레이더 영상으로는 하층의 움직임을 볼 수 있다. 검은색으로 나타나는 상층운과 붉은색으로 나타나는 하층운의 움직임을 보면서 강수량을 측정할 수 있는 것이다. 오른쪽 모니터에는 전국 76개 기상관측소에서 측정된 데이터가 떠 있다. 이런 데이터들을 종합 참고해서 날씨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강 예보관은 “하루의 날씨를 예측하기 위해 분석해야 할 데이터의 양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방대합니다. 그냥 컴퓨터로는 분석이 불가능하니 슈퍼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이지요. 슈퍼컴은 데이터를 분석해 수치 모델을 만들어냅니다. 그런데 과학적 데이터만 가지고 예보를 하는 건 아닙니다. 오랜 경험을 가진 예보관들이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판단을 덧붙여 최종적으로 예보를 내는 거지요. 과학에 의존하긴 하지만 최종 결정은 사람이 하는 셈입니다.”라고 설명한다. PM 12:00 10분만에 점심 먹고 모니터링 ‘바통터치’ 점심시간이다. 다른 사무실에서라면 동료들이 우르르 구내식당에 내려가 밥을 먹는 모습이 일반적인 풍경이다. 그러나 기상청에서는 다르다. 동료가 식사하는 동안 누군가는 모니터를 보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2~3명씩 짝을 지어 후닥닥 밥을 먹고 온 뒤 ‘바통 터치’를 한다. 진기범 예보국장과 육명렬 예보정책과장이 먼저 구내식당으로 내려간다. “10년 넘게 예보관을 했지만 느긋한 점심시간은 꿈도 못 꿉니다. 다른 동료들이 기다리고 있는 걸 아니까 10분만에 밥을 먹고, 담배 한 대 피우고 바로 사무실로 올라가죠. 덕분에 위장병에 걸린 직원들이 태반이에요.”라며 육 과장은 싱긋 웃어 보인다. 밥을 먹으며 진 국장은 예보관들의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하나둘 털어놓는다. “3교대를 할 땐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편했습니다. 하루종일 부대끼다 보니 직원들끼리 가족 같은 분위기였거든요. 밤을 꼬박 새우고 나서 아침에 녹초가 된 몸으로 퇴근하는데 헤어지기 싫어서 ‘요 앞에 해장국집 맛있던데 한 그릇 먹고 갈테야?’라며 동료들을 꾀어냅니다. 그렇게 시작해서 막걸리가 한 잔, 두 잔 늘어나죠. 그렇게 술을 마시고 버스를 탔는데 기사 아저씨가 깨워서 일어나 보니 종점이더군요. 해는 벌써 뉘엿뉘엿 지고 있었고요. 결국 집에 가서 옷만 갈아입고 또 출근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어떤 예보관은 퇴근길에 너무 피곤해서 지하철 2호선에서 자다가 노선을 5바퀴 돌았다는 전설도 있지요.” 웃으면서 얘기하는 실수담이지만 사실 예보관이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 때문에 1분 1초를 다퉈 예보해야 할 때도 많을뿐더러 전문 지식을 이용해 판단을 내려야 한다. 그 판단이 국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예보관의 특성상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기상청 안에서도 예보국은 특히 군기가 세기로 유명하고 가끔 큰소리가 오고 가기도 한단다. 진 국장은 “기상청 안에서 예보관들은 ‘노가다 종사자’로 찍혀 있습니다. 일이 힘들긴 하죠. 그래도 저희는 예보관이 기상청의 ‘꽃’이라고 생각하고 일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지킨다는 생각으로 일하니 보람도 있고요.”라며 웃는다. PM 02:30 전국 기상대와 화상회의 갑자기 국가 기상센터가 바빠진다. 매일 이 시간에는 예보국 전 직원이 모인 가운데 전국 기상대와 화상회의를 진행한다. 오전 9시가 되면 세계기상기구(WMO)에 전 세계 기상청에서 관측한 데이터가 모이는데, 이 데이터를 분석해 오늘과 내일, 모레 날씨가 어떻게 될지 토론을 거쳐 오후 5시에 예보를 결정하기 위해서다. 오후 5시 예보에서는 다음날 날씨를 구체적으로 예보해야 하기 때문에 가장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때문에 기상센터에서는 이 시간이면 매번 팽팽한 긴장이 흐른다. “내일 서울을 비롯해서 중부 지방에 소나기가 올 텐데, 예상 강수량을 얼마로 정해야 할까요? 30~100㎜ 정도면 되지 않을까요?” “서해 쪽에서 다가오는 기단의 움직임을 보면 150㎜ 까지 예보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서해5도는 전통적으로 비가 적게 오는 지역이니 그보다 적게 예보하면 될 것 같고요.” “다른 분들 생각은 어떤가요?” “30~100㎜가 적당한 것 같은데요. 다만 국지성 호우라는 점을 명기하고, 새벽에 추이를 좀더 지켜보면 될 것 같습니다.” 한 시간 가까이 설전이 오가면 다음날 날씨 예보는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난다. 진 국장은 “기상청이 지난해와 달라진 게 있다면 내부 소통을 강화한 것입니다. 회의 시간에 입 다물고 가만히 있다가 다음날 예보가 틀리면 ‘거봐 난 안 그렇게 생각했는데’라며 책임을 지지 않는 직원은 용납하지 않습니다. 자신을 갖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야 더 나은 예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부터도 18년간 예보관 생활을 하면서 가장 예보를 많이 맞힌 예보관 중 한 명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장 많이 틀린 예보관이기도 하니까요.”라고 덧붙였다. PM 08:00 내일도 정확한 예보를 꿈꾸며… 교대할 시간이다. 변덕이 죽끓듯 하는 장마철이라 다른 때보다 근무가 힘든 요즘이다. 12시간 내내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머리가 지끈거리도록 예보를 하고 예보문을 써내고 나면 몸은 녹초가 된다. “낮밤이 바뀌는 근무를 하다 보니 체력 소모가 많죠. 그래도 예보가 맞았을 때의 짜릿한 쾌감 하나로 저희들은 삽니다. 기상청은 우리나라에서 딱 하나밖에 없는 기관이잖아요. 국민들이 저희만 바라보고 계신다는 생각을 하면 힘들어도 힘든 내색할 수 없죠.”라며 강 예보관은 퇴근길에 나섰다.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예보관들 작년 패닉 상태 올해 기 살려주니 오보 뚝”

    “예보관들 작년 패닉 상태 올해 기 살려주니 오보 뚝”

    날씨를 예측하는 기상청 예보관들은 여름이 가장 바쁘다. 특히 올 여름 장마는 비의 강도가 유례없이 강한 데다 특정 지역(중부·남부 지방)에 집중되는 특징이 있다. 진기범(51) 기상청 예보국장은 24일 “기후변화 때문에 기상예측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진 국장을 만나 향후 날씨 전망과 예보관들의 애환에 대해 들어봤다. →올 여름 장마철의 특성은. -올해 장마는 매우 이례적이었다. 장마전선이 아래 위로 오르내리면서 비를 뿌렸고 강수 기간도 정확한 편이었다. 다만 비의 강도가 유례없이 강했다. 또 장마전선이 동서로 누워 있어 비가 중부 지방과 남부 지방에 집중되는 특징이 있었다. 쉽게 얘기하면 ‘때린 데 또 때리는’ 식이다. 부산 대연동에는 지난 7일 300㎜가 넘는 비가 왔다. 그런데 14일에도 대연동에만 200㎜가 넘는 비가 또 왔다. 그나마 올해는 대비가 잘 돼 있어 예년보다 침수 피해가 크지 않아 다행이었다. ●98년부터 기존 장마공식 깨져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 때문에 장마철 날씨 예측이 어려워지고 있다. 우리나라 여름철 날씨 변천사는. -6~7월 장마철엔 비가 조금씩 반복적으로 오고 장마 끝에 무더위가 오는 전형적인 여름 날씨는 이제 깨졌다. 새로운 기상 패턴이 시작된 때는 1998년이었다. 그해 7월31일 지리산에서 하룻밤에 150㎜가 넘는 비가 와 등산객 60여명이 숨지고 30여명이 실종되는 사고가 있었다. 그동안 예보하면서 경험하지 못했던 비의 형태와 강수량을 처음 접한 해였다. 그때 기후변화를 재빨리 인식해 재해대책을 세웠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후회스럽다. 그렇게 큰 피해를 입고도 몇년간 허송세월하다 2002년 태풍 루사, 2003년 태풍 매미로 더 큰 피해를 입고서야 소방방재청을 세우는 등 대비책을 마련했다. ●장마철 예보국은 초긴장 상태 →장마철 예보관들의 생활은. -장맛비가 오면 무조건 사무실에 있는다고 보면 된다. 모든 예보관들이 집에 옷을 갈아 입으러 가거나 잠시 눈을 붙이러 간다. 예보관들이 4교대 근무로 돌아가지만 여름철에는 24시간 내내 집에 못 들어가는 사람도 많다. 집중호우가 쏟아졌던 이달 셋째주가 가장 바빴다. 주말내내 사무실에 있었고, 저녁 9시쯤 퇴근했다가 새벽 2시에 다시 출근한 적도 있다. 고3 아들, 중3 딸이 “왜 아빠는 여름방학 때만 바빠서 가족끼리 휴가도 못가냐.”며 볼멘소리를 할 때면 아빠로서 마음이 편치 않다. →여름철에 겪는 예보관들의 애환은. -예보관들이 가장 거칠어지는 때다. 항상 긴장해 있다 보니 작은 일에도 예민해지고 화도 벌컥 낸다. 예보국은 아주 작은 실수도 큰 실수로 비화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군기도 세다. 장마철엔 청장의 특별지시로 기상청 구내식당에서 예보관들만 줄을 안 서고 밥을 먹는다. 10분 만에 밥을 먹고 얼른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장병에 걸린 예보관들도 많고…. 교대근무를 하기 때문에 전체 회식은 꿈도 못 꾼다. 예보관들은 봄과 가을에만 두 차례 회식을 한다. 장마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그때는 청장님까지 모셔놓고 폭탄주를 마신다. →지난해 예보가 잘 맞지 않아 ‘오보청’, ‘구라청’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에 비하면 올해는 비교적 예보가 잘 맞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모두들 마음고생이 심했다. 우리나라에서 하나밖에 없는 전문기관이고 예보관들 모두 기상학 분야의 전문가라는 자부심 하나로 일해 왔는데, 날씨를 못 맞힌다고 전문가로서의 권위가 부정되고 원색적인 비난까지 들어야 했다. 예보관들이 패닉 상태에 빠져 위축되면서 더 예보가 빗나갔던 것 같다. 올해 가장 주력했던 부분이 예보관들의 기를 살리는 것이다. 예보는 판단의 작업이다. 슈퍼컴퓨터를 통한 과학적 근거가 배경이 되긴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전문가의 감각이 결정한다. 그런데 예보관이 위축되면 판단이 흐려진다. 다음으로는 예보국 내에서 많은 토론을 통해 의견을 종합해갔다. 이러다 보니 점점 자신감이 붙어 올해에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 결국 예보를 잘하고 못하고는 예보관들의 자신감에 달려 있다. 상사의 백마디 칭찬보다 국민들의 칭찬 한 마디가 더 큰 자신감을 준다.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기상학자들은 예보가 90% 맞는 것이 ‘꿈의 숫자’라고 얘기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85~87% 수준이다. 아주 작은 차이인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국민들의 이해와 응원이 필요하다. 글 사진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서울신문 다른기사 보러가기] “와! 빠르네” 운행속도에 대부분 만족 진시황 이래 中 황실 성생활 보고서 “혹시 저작권법에…” 문의 급증 행복했지만 아쉬웠던 90분 “지루한 교장선생님 훈화 어떻게 해결할까” 블로그에 글 하나 썼더니 100달러가…
  • “날씨 잘못 예보 10년간 19조 피해”

    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기상청 국정감사는 ‘날씨 오보’에 대한 성토장이었다. 여야를 막론하고 ‘오보청’이라며 뭇매를 날렸다. 한나라당 박대해 의원이 먼저 “기상청의 빈번한 오보가 국민들을 짜증나게 만들었다.”며 포문을 열었다. 같은 당 박준선 의원은 “기상 오보로 최근 10년간 재산피해 19조 7000억원과 경제적 손실 31조 4500억원 등 총 51조원의 피해가 발생했고, 기상청 민원대장에 접수된 항의 건수도 2006년 10건에서 올 1∼8월 60건으로 크게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상청에 대한 국민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고 질책했다. 민주당 김재윤 의원은 “올여름 5주 연속 틀린 주말예보를 했고, 강원도 고성에서 지난 7일 새벽 1∼3시에 기습폭우로 가옥 47채가 잠겼는데 강원지방기상청은 오전 2시40분에야 호우주의보를 발령했다.”면서 “이러니까 오보청, 기상중계청이라는 얘기를 듣는 것 아니냐.”고 몰아세웠다. 오보가 잦을 수밖에 없는 이유도 곳곳에서 나왔다. 한나라당 조해진 의원은 “최근 잇단 기상 오보는 내구연한이 지난 노후 장비 탓”이라고 주장했다. 기상청이 조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9월말 기준 전국에서 운영 중인 자동기상관측장비 544대 중 241대(44.3%)가 내구연한 5년을 초과했고, 이 중 10년이 다 돼 가는 장비도 171대(70.9%)였다. 자동기상관측장비는 풍향, 풍속, 온도, 습도, 강수량 등 해당 지역의 기초적인 기상 상황을 1분 단위로 파악해 전송하는 기계로, 예보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장비다. 자유선진당 권선택 의원은 “날씨 오보는 기상청의 기상 예보 독점 때문”이라며 “미국, 일본처럼 경쟁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선 의원은 “기상청이 기상관측장비 도입과 관련해 수십년간 특정 업체 한 곳에 부적절한 방법으로 특혜를 제공해 오보를 양산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기상청은 관측장비업체인 진양공업과 1996년부터 올해까지 총 52건,136억 2872만원 상당의 장비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진양공업은 경쟁사보다 비싼 가격을 제시하거나 낮은 점수를 받고도 장비 납품에 성공했다. 기상청은 올해 안개관측장비(시정계)를 도입하면서 각각 7억 8460만원,8억 3151만원을 제안한 케이웨더와 한통엔지니어링에 공급 부적합 판정을 내린 반면 9억 2950만원을 제안한 진양공업은 공급 적격 업체로 판정해 계약을 맺었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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