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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한국축구의 우울한 자화상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한국축구의 우울한 자화상

    충격의 2연패. 어린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고, 감독은 침통한 얼굴을 감싸쥐었다. 폭염 속 시원한 골을 기대했던 관중들은 허탈감에 젖었지만, 그럼에도 어린 선수들에게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4강 신화는 고사하고 16강 진출마저 희미해져 가는 청소년(17세 이하)대표팀의 여름은 잔인하게 가고 있다. 페루와 코스타리카. 능란한 기교의 남미 팀과 맞붙은 경기에서 한국의 어린 선수들은 3골을 내줬다.180분 동안 열심히 뛰었지만 단 한 골도 뽑지 못했다. 많이 뛰었지만 효율성이 떨어졌다. 연거푸 슛을 날렸지만 정확성이 떨어졌다. 페루 전에선 14차례 중에서 3개, 코스타리카전에서는 17차례 중에서 5개. 골문을 겨냥한 유효 슈팅의 수는 많지 않았다. 그마저 위협적이지 않았다. 무엇이 문제일까. 종횡으로 가로지르는 섬세한 패스워크? 중앙과 측면을 넘나드는 과감한 돌파? 아니면, 문전에서의 정확하고도 강력한 슈팅? 글쎄, 그와 같은 수준을 점검한다면 이는 17세 이하 청소년들이 아니라 성인대표팀을 위한 진단표에 가깝다. 개인과 팀 전술이 결합된 높은 수준의 기술 축구는, 설령 우리 선수들이 연전연승을 했다 하더라도 아직 때 이른 기준이다. 브라질이나 독일처럼 강팀에도 이같은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기 어렵다. 모두 20세가 되지도 않은 사춘기 소년들이다. 그보다 훨씬 중요한 건 어린 선수들의 기본기를 점검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오는 공을 일차적으로 확실하게 소유하는 능력, 동료가 볼을 가졌을 때 빈 공간으로 움직일 줄 아는 시야, 간결하고 정확한 패스, 달려야 할 때와 멈춰야 할 때를 판단하는 능력 등이 이 나이의 선수들에게는 꼭 필요한 기본기다. 상대 선수들이 세 골씩 넣을 때 우리의 선수들이 체력이 고갈돼 숨 쉬기도 어려웠던 건 그라운드를 종횡무진으로 누볐기 때문이 아니라 위와 같은 기본적인 사항이 그들의 몸 속에 저장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린 유망주들이 ‘학원 축구’라는 시스템에서 길러진다는 걸 또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경기 수가 적기 때문에 실전을 통해 기본기를 익힐 시간은 절대 부족하다. 그럼에도 상급 학교 진학 때문에 전국 대회라도 열리면 무조건 승리를 해야 하는 벼랑 끝 전술만이 유일한 현실이다. 체력과 투지만을 강조하는 획일화된 훈련이 어린 선수들의 능란한 감각을 짓누른다. 게다가 프로축구연맹이 시대착오적인 ‘드래프트제’를 감행하는 바람에 프로 구단이 장기 안목에서 유망주를 길러내는 프로그램도 점점 줄고 있다. 타고난 감각으로 동네 운동장을 휘젓던 어린이들이 ‘학생 선수’라는 이중고에 갇혀 투지를 앞세우는 ‘전국대회용 선수’가 되는 형편이다. 착실한 바탕 위에서 아름다운 축구를 지향해 가는 교육 과정이 전무한 사정이니 이번 청소년 월드컵의 연패는 한국 축구의 우울한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무더위 식히는 골 퍼레이드

    축구의 계절이 다시 돌아왔다. 물론 6월과 7월의 한때도 역시 축구는 뜨거웠다. 그러나 국내외의 리그가 본격적으로 개막함으로써 이제부터 축구의 역동성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험준한 드라마가 시작된 것이다. K-리그 하반기가 시동을 건 데 이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07∼08시즌 첫 경기들을 마쳤다. 곧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도 그들이 100년 동안 지켜온 전통의 혈전을 다시 전개하게 된다. 아무래도 지난주의 관심은 프리미어리그였다. 박지성과 이영표는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설기현과 이동국은 그래도 새 그라운드의 풋풋한 잔디 냄새를 맡았다. 맨유와 첼시, 리버풀, 아스널 등의 특급 선수들이 골문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인상적인 장면의 연속이었다. 골이 많이 터졌고, 대부분 후반 막판에 나왔다. 특히 리버풀의 스티븐 제라드와 선덜랜드의 마이클 초프라가 터뜨린 골이 인상적이었다. 제라드는 후반 40분쯤 정확한 프리킥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는데 팬들은 그의 골 장면을 동영상으로 퍼나르며 즐겼다. 그리고 이번 시즌 1부로 승격한 선덜랜드의 첫 경기는 인저리 타임에 터진 초프라의 골로 인해 올시즌 돌풍을 예감케 했다. 물론 그 주역은 선덜랜드의 감독 로이 킨이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맨유의 기록을 써나갈 때 당당한 주장으로 일세를 풍미했던 젊은 감독 로이 킨은 지난해 2부 리그 최하위로 처진 선덜랜드를 맡아 거푸 승리의 행진을 벌이며 팀을 1부로 끌어 올렸다. 더욱 놀라운 건 지역 정부와 서포터스들이 1부 리그 승격 축하 퍼레이드를 준비하겠다고 했을 때, 킨 감독은 더 높은 꿈을 이룬 뒤 퍼레이드를 하자며 정중히 사양했고 새 시즌 첫 경기의 거침없는 질주를 감행한 것. 이같은 열풍 행진곡들이 비단 바다 건너의 일뿐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하반기 리그를 시작한 K-리그 팀들이 벌이는 악천후 속의 질주도 역시 아름답다. 예컨대 지난주 말 상위권 도약을 두고 벌인 경남과 인천의 혈전은 수비수 대신 거푸 공격수를 교체하며 끝없이 상대 문전을 공략한 흥미진진한 한판이었다. 그라운드 바깥도 화제의 연속이다. 김호 감독은 ‘축구특별시’ 대전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이기고 있을 때에도 공격 패턴으로 골을 더 추구하고 ‘비운의 천재’ 고종수도 실전에 투입해 담금질을 했다. 그런가 하면 고교축구대회를 방문, 과거 수원을 맡았을 때처럼 장차 한국 축구를 이끌 기대주를 확인하고 있다. 역시 축구는, 리그를 통한 장기 혈전에서 더 아름답다. 물론 대진표와 승부차기의 희열이 있는 토너먼트도 짜릿하지만, 긴 일정 속에서 수많은 선수와 감독들이 기나긴 행렬을 이어가는 즐거움만큼은 아니다. 새롭고 가슴 부푼 축구 계절이 바야흐로 찾아왔다. 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대표팀감독 이원화 잘한 일

    ‘축구는 영원하고 감독은 경질된다.’는 축구계의 명언이 재현됐다. 물론 핌 베어벡 감독이 ‘경질’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박수칠 때 떠난 히딩크 감독이나 독일월드컵 16강 진출에 실패했음에도 별다른 비난 없이 떠나간 아드보카트 감독과는 다른 풍경이다. 아시안컵 3위는 그가 공언했던 목표가 아니었다. 그 과정이 격렬한 공격축구를 좋아하는 국내 팬의 성향과 맞지 않았기 때문에 이미 베어벡 감독은 대회 진행 중에 무거운 짐을 내려놓기로 결심한 듯하다. 한국 축구는 원점에서 재출발하게 됐다. 물론 누가 감독이 되든 그동안의 한국 축구 풍토에서 활동할 것이고 팀 역시 기존 선수들을 중심으로 짜여질 것이기 때문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축구에서 감독이 갖는 엄청난 비중을 간과한 생각이다. 감독이라는 존재는 자신을 제외한 모든 구성 요소를 합한 것보다 막중하다. 안정된 환경과 뛰어난 스타를 데리고도 목표를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번 아시안컵 우승국인 이라크처럼 금세 무너질 듯한 상황에서도 면류관을 쓰는 경우도 있다. 모두가 감독이라는 절대 존재에 의해 빚어지는 일이다. 고심 끝에 대한축구협회는 일단 국가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을 분리하기로 했다. 이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축구를 하나의 유기체로 본다면 젊은 올림픽 대표들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대표팀으로 성장해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어린 학생이 상급 학교에 진학할 때마다 담임교사는 바뀌기 마련이다. 중학생이 익혀야 할 과제가 따로 있고 대학생이 갖춰야할 지식이 따로 있는 것이다. 베어벡 감독은 두 팀뿐만 아니라 한시적이나마 아시안게임 대표팀까지 지도했다. 이 지면을 통해 꾸준히 언급한 대로 이는 10대 후반에서 30대 선수를 단 한 명의 사령탑에 맡기는 위험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선수 구성과 목표가 서로 다른 팀들이었기 때문에 이번에 분리하게 된 것은 환영할 만하다. 여기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를 짚고 싶다. 우선 22일 벌어질 베이징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첫 경기에 대비해야 한다. 당장 대표팀 명단을 발표해야 하고 우즈베키스탄에 맞설 훈련에 몰두해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급하다고 해서 장기적인 계획이 흔들려선 안 된다. 신임 감독은 당장의 과제를 위해 현미경을 든 자세로 목표에 임해야겠지만 축구협회는 망원경을 들고 2010년 남아공월드컵을 겨냥해 치밀한 전망을 세워야 한다. 중요한 것은 대표팀과 올림픽팀을 분리했다고 해서 이를 관류하는 체계까지 사라져선 안 된다는 것. 구체적인 운영이나 전술 수립은 엄격히 독립돼야 한다. 하지만 결국 두 팀의 선수들이 월드컵을 뛰게 되므로 급변하는 현대 축구의 큰 틀에서 두 팀을 조망하고 나아가 ‘올림픽호 선장’과도 긴밀한 얘기가 오갈 수 있는 대표팀 감독을 물색해야 한다. 분리해 운영하되 거시적인 차원에서 모든 역량이 통합될 수 있는 원대한 그림을 그려야 하는 것이다. 기계적으로만 분리하고 명성만을 붙좇아 누군가를 초빙하기에는 감독이란 자리가 실로 축구의 중력이라고 할 만큼 막중하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맨유 내한경기가 남긴 것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아시아투어가 끝났다. 그리고 아시아 시장 개척을 위한 그들의 일차적인 목표는 완성된 듯하다. 지난 20일 FC서울과의 경기 때에는 서울월드컵경기장 내 편의점이 2억 5000만원이라는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고 한다. 이런 열풍이라면 아시아팬을 향한 맨유의 마케팅은 더욱 거세질 게 뻔하다. 일부에서는 잉글랜드 축구에 대한 환상의 대가치고는 지출이 너무 크다고 말한다. 더욱이 그같은 열기가 K-리그와는 별 상관없기 때문에 그리 반가운 노릇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사실 슈퍼스타들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일견 허전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이는 사물의 한 측면만 본 단견일 뿐이다. 무엇보다 맨유는 우리 선수들에게 ‘프로’가 무엇인지를 냉정하게 보여줬다. 장기 여행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열심히 그라운드를 질주했고,FC서울의 젊은 선수들은 안방이었지만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비슷한 시기에 피스컵축구대회가 열려 볼턴 원더러스(잉글랜드)와 올랭피코 리옹(프랑스), 라싱 산탄데르(스페인) 등 각국의 빅클럽이 찾아왔고, 브라질의 명문 SC인터나시오날도 방한해 국내 클럽팀과 평가전을 치렀다. 저마다 계기와 목표는 달랐지만 그들은 한가롭게 걷지 않았다. 그들은 ‘프로’답게 심판의 휘슬이 울리면 모든 것을 잊고 경기에 몰입했다. 맨유의 경기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하프타임과 경기 종료 직후의 장면이다. 하프타임 때 호날두는 소매 없는 붉은 셔츠 차림으로 몸을 풀었다. 후반전에 뛰지는 않았지만 완전하게 몸을 푼 다음에야 다른 옷으로 갈아입었다. 후반전이 끝난 뒤 스콜스와 긱스도 똑같이 몸을 풀었다. 트레이너의 지시에 따라 시간까지 재가면서 달리기와 스트레칭도 반복했다.90분을 모두 소화한 실베스트르는 맨발로 그라운드를 두 세 바퀴가량을 돌았다. 거창하게 ‘프로정신’을 달리 찾을 것도 없다. 국내 젊은 팬들의 열풍도 다른 해석이 필요하다. 맨유 서포터스가 되어 정열적으로 응원했던 세대는 대체로 10∼20대 후반들이다. 이들은 대중문화가 사회적 현상으로 인정받은 뒤 성장한 세대들이다. 이전 세대가 막연하게 갖고 있던 대중문화에 대한 혐오를 이들은 거부한다. 새롭게 떠오르는 문화가 자신이 정열적으로 즐길 만한 것인지, 그리고 그 속에 몰입할 만큼 짜릿한 요소가 있는지가 관심사다. 축구 역시 문화적 욕망의 대상이다. 한·일월드컵과 박지성, 이영표의 유럽 빅리그 진출로 인해 젊은 세대에게 축구는 매력적인 문화로 다가왔다. 문화는 정서적 혈관을 따라 사람의 내면에 스며들기 때문에 한번 관심을 갖게 되면 정열을 쏟게 마련이다. 지금 당장은 이들이 잉글랜드리그에 빠져든 것 같지만 ‘쾌속의 축구’를 갈망하는 열정은 결국 대표팀과 K-리그에 대한 보상심리일 수도 있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그라운드 안팎서 배워야할 교훈들

    천신만고 끝에 8강에 올랐다. 아쉬운 점도 많았고, 곱씹어야 할 교훈도 산더미처럼 쌓였다. 먼저 그라운드 바깥부터 보자. 인도네시아전을 앞두고 두 가지 걱정이 있었다. 하나는 인도네시아의 일부 팬들이 과격한 행동을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물론 다행스럽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혹시라도 우리보다 경제 여건이 어렵고 축구 문화도 덜 발달한 인도네시아에 대해 ‘선입견’을 가졌던 것은 아닌가 돌아볼 필요도 있다. 사회적 갈증을 해결할 만한 문화가 부족한 나라들에서 축구가 때로는 자극적인 매개가 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이를 낮춰 보는 시선은 권할 만한 일이 못된다. 우리도 한때 동대문운동장에서 ‘박스컵 대회’ 등을 통해 당시의 억눌린 감정들이 분출한 적도 있지만 폭력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또 한 가지 기우는 혹시라도 사우디아라비아와 바레인이 적당하게 뛰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그러나 사우디는 4골을 퍼부으면서 일부 언론과 팬의 걱정을 씻어주었다. 적당하게 뛰면서 무승부를 이루는 것을 분명한 언어로 말하면 ‘담합’인데, 사실 이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물론 구단과 심판, 일부 선수 등이 오랜 먹이사슬 관계를 형성한 리그라면 몰라도 일순간 만나서 치르는 국가 대항전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두 나라의 젊은이들은 열심히 뛰었고, 축구장이 아직은 아름다운 영토라는 점을 확인시켜 주었다. 이제 그라운드 속으로 들어가 보자. 필자는 이 경기를 세 가지 방식으로 관전했다. 하나는 텔레비전 생중계였고 나머지는 인터넷 실시간 댓글 달기와 평점 주기였다. 한 골로 앞서가는 상황이었지만 후반전 아까운 기회를 몇 차례 놓쳤고, 곧바로 위기도 찾아왔다. 순간 인터넷을 살펴봤는데 극과 극의 단어들이 뒤엉켰다. 자극적인 단어로 실망감을 표출하기도 하고 제발 실수하지 말라며 애를 태우는 사람도 있었다. 필자는 그것이 상반된 표현이지만 그러나 좀 더 역동적이며 신선한 축구, 그것도 내용적으로 지배할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승리하는 축구를 바라는 똑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한다.애정과 열망이 있기 때문에 더러 실망스러운 상황이 발생하면 홧김에 거친 소리도 내뱉지만, 그러나 베어벡 감독과 젊은 선수들이 정말로 조별리그를 끝으로 귀국하기를 바라는 심정은 아닌 것이다. 그야말로 천신만고 끝에 오른 8강이다. 이제부터는 경우의 수가 없는 단판 승부들이다. 현지의 감독과 선수들이 고국 팬들의 이 뜨거운 갈증을 속 시원히 해결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그라운드 밖의 땀 냄새 밴 ‘명언’

    “한 골이면 충분하다.”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16강전을 앞두고 당시 이탈리아 팀 주장 프란체스코 토티가 내뱉은 말이다. 이 말로 토티는 한국팬들의 비난을 받았다. 그런데 이 말은 축구계의 속담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바이에른 뮌헨의 수문장 올리버 칸도 지난 3월 레알 마드리드와의 유럽챔피언스리그 16강전을 앞두고 이같이 말했다. 큰 경기를 앞두고 상대 팀의 기선을 제압하려는 일종의 번외 경기라고 할 수도 있다. 이처럼 그라운드 바깥에서는 선수와 감독들의 ‘명언’이 종종 탄생한다. 예컨대 “나는 온갖 나쁜 일을 했다. 그러나 축구를 더럽히는 일은 하지 않았다.”는 마라도나의 발언은 유명하다. 실제로 그는 유일무이한 축구의 경지를 보여줬다. 토털 사커의 창시자 리누스 미헬스 감독은 “우승은 어제 내린 눈일 뿐이다.”며 승리를 위한 절치부심뿐만 아니라 늘 승패의 긴장 속에서 살아가는 고독감까지 드러냈다. 그런가 하면 “축구는 생태학적 균형을 잡는 스포츠다.”는 말도 있다. 전 레알 마드리드의 기술고문 호르헤 발다노가 한 말인데, 소설가이기도 한 그는 ‘굳센 체력’만 앞세우고 ‘슬기로운 마음’은 뒷전으로 밀쳐내는 현대 축구를 비판했다. 축구의 기술·심미적 밸런스의 중요성을 드러낸 말이다. 한국축구에도 ‘말잔치’는 있었다. 그런데 대개는 “최선을 다하겠다.”,“팬에게 감사한다.”는 식의 천편일률에 지나지 않았다. 물론 선수가 축구장 안에서 온 정열을 다 쏟아냈으면 그것으로 족할 뿐 기자회견에서 그럴 듯한 말을 지어낼 필요는 없다. 언론의 공세에서 선수를 보호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수많은 팬들이 언론을 통해 선수를 만나야 하는 게 현실이다. 이젠 보다 적극적이고 개성있는 발언이 필요하지 않을까. 물론 억지로 지어낸 ‘멋진 말’은 매력적이지 않다. 명언이란 멋을 부린 말이 아니라 선수와 감독이 축구장에서 모든 것을 쏟아낸 뒤 얻어낸 ‘성찰’에서 나오는 법이다. 그래서 축구장의 명언에는 향기가 아니라 진한 땀 냄새가 배어 있다. 2007년 아시안컵이 시작됐다. 홍명보 코치의 현지 인터뷰에서 그 어떤 미사여구보다 값진, 한국 축구의 현실을 직관적으로 표현한 명언이 들렸다. 그는 “그동안 대표팀의 경기하는 방법이 틀리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체력만 강조한 것도 고쳐야 하며 선수들이 너무 정직한 것도 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황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머리에 피가 나야만 잘 하는 게 아니다.”고 덧붙였다. 과연 그렇다.‘불굴의 투혼’이니 정신력 싸움’이니 하는 말로는 도저히 넘어설 수 없는 어떤 한계점에 한국 축구는 도달한 것이다. 이제는 그 이상을 지향해야 할 때다.‘머리가 피에 나도’ 뛰어야만 하는 투혼으로는 부족한 경지가 따로 있다. 이번 아시안컵을 통해 그 새로운 대지를 젊은 선수들이 밟아보기를 기대할 뿐이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프리미어리그 팬이 K리그 재산

    축구산업과 영화계 관계자들이 눈여겨 볼 만한 통계가 나왔다. 지난 1일 통계청이 발표한 ‘서비스업 활동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프로축구를 비롯해 야구와 농구, 배구 등 스포츠 업종의 5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무려 27%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업 전체의 평균 증가율보다 무려 4배가 넘는 수치다. 반면 1990년대 이후 여가산업의 중추 역할을 해온 영화는 0.7% 감소했다. 서비스업 전체가 5.6% 정도 소폭 증가한 것에 비하면 올 상반기 영화산업은 마이너스 성장인 셈이다. 겨울과 봄이 흐르는 사이에 배구와 야구가 관중몰이를 선도하고, 농구와 축구가 그 뒤를 받치는 양상으로 전개된 스포츠 산업의 매출 증가는 여러 생각을 갖게 한다. 우선 그 매출 증가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로배구의 약진은 오랜 침체 끝에 지난 겨울에야 간신히 기운을 차린 것으로 앞으로 얼마나 더 유지될지 걱정이다. 야구와 축구도 평균 관중은 증가했지만 두 종목은 몇몇 인기 구단이 전체를 짊어지고 가는 형국이다. 프로축구의 경우 FC서울과 수원을 제외하면 거대한 경기장에 삼삼오오 모여 있는 정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리그 우승 1순위로 꼽히는 성남이나 전통의 명문 울산의 관중석도 실력과 명성에 비하면 초라한 형편이다. 영화의 경우 뮤지컬 열풍 등으로 저녁 문화 시간대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특별한 대작이 없어 시장을 이끄는 힘이 부족했다는 분석이다. 더 걱정스러운 점은 ‘영화’ 자체의 침체라기보다 ‘산업’의 침체라는 데 있다. 열악한 제작 환경과 이해관계가 뒤엉킨 배급 구조, 복잡한 유통망 등을 개선하지 않고 ‘물건’만 나오기를 기대하는 건 ‘연목구어’나 마찬가지다. 축구 역시 마찬가지다. 매출 증대라는 보고서와는 무관하게 여전히 축구장은 쓸쓸하다. 관중석은 좀처럼 차지 않는다. 그래서 역발상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한·일월드컵 이후 한국 프로축구의 하드웨어는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했다. 인프라는 단단하면서도 명쾌하다. 축구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팬들은 점점 늘고 있다. 밤 늦도록 축구 게임에 몰입하고 새벽까지 프리미어리그를 시청하는 젊은이들은 잠재적인 K-리그 팬들이다. 축구가 자신의 취향과 기질을 맡길 수 있는 ‘문화적 매체’라는 것을 일찍부터 허락한 팬들도 광범위하게 형성되고 있다.80년대의 수많은 젊은이들은 문화적 허기를 달래기 위해 영화에 몰입했고, 그로 인해 90년대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가 열렸다.2000년대의 젊은이들은 대표팀과 유럽축구에 열광하고 있지만 바로 그 열정이 K-리그의 인프라와 접목될 경우 전국의 축구장은 후끈 달아오르게 될 것이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모따의 귀화 환영하자

    축구가 사회의 집합적 내면을 고스란히 반영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어떤 징후는 충분히 보여준다. 이를테면 2002년 월드컵 당시 거리 응원과 광장 문화는 대표팀 응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좀더 열정적인 사회,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소망이 어울리는 사회, 더 많은 문화적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사회를 향한 열망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 이후 우리 사회는 반도의 작은 나라라는 지리적 한계를 넘어 세계 속의 한국이라는 좌표를 설정하게 됐다. 외국 여행이나 유학, 인터넷에 의한 세계 문화의 접목, 외국인의 국내 취업 등으로 외국에 대한 필요 이상의 경계심이나 금기도 많이 사라졌다. 왜 이런 얘기를 꺼내는가 하면 바로 K-리그 외국인 선수 중 최고 기량을 가진 모따(성남)가 한국 귀화를 바라고 있으며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한 축구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밝혔기 때문이다. 모따는 “귀화 요건을 갖춘 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 맞춰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싶다.”고 했다. 그는 2004년 전남을 시작으로 2005년 성남으로 이적하며 지난해 K-리그 우승을 이끄는 등 맹활약을 했다. 오른발이 하는 일을 왼발이 모르게 하는 능란한 드리블, 바늘 하나 꽂을 만한 자리에 정확히 찔러주는 예리한 패스, 경기 완급을 조율할 줄 아는 시야 등으로 최고 선수로 꼽힌다. 이번에 귀화 의사를 밝히자 팬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모따처럼 폭넓은 시야와 빠른 템포를 가진 선수가 공격을 주도한다면 현재의 공격수들이 맘 놓고 상대 골 네트를 뒤흔들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족 순혈주의로 대응하는 모습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수많은 국내 선수들이 오로지 ‘애국심’만으로 공을 차는 것이 아니듯 모따에게 어떤 ‘애국심’을 강요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우리 ‘민족’ 가운데 누군가가 외국에서 뜻을 펴고자 할 때 그쪽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시켜야만 하듯 축구공 하나에 인생을 건 모따가 새 근거지로 한국을 택하겠다는 것은 그의 자유이자 우리로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시공간을 뛰어넘어 새로운 생활 양식과 직업의 세계가 펼쳐지는 시대에 모따의 선택을 막을 이유는 하등 없는 것이다. 물론 큰 대회를 앞두고 급하게 귀화시켜 뛰게 한다면 권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수원의 이싸빅처럼 예전에 크로아티아 대표 선수로 뛴 경험 때문에 귀화해도 대표가 될 수 없음에도 한국을 택해 새 삶을 아름답게 사는 청년들도 있다.경남FC의 골키퍼 코치 신의손(옛 이름 사리체프)도 한국에서 새로운 삶을 개척한 외국인 선수의 대표적인 예다. 모따의 귀화는 권할 만한 일이다. 축구 발전에 도움이 될 뿐더러 우리 사회가 순혈주의에 사로잡히지 않고 세계 시민으로의 가능성을 찾아가는 데도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K리그 목소리 무시한 베어벡의 셈법

    새달 7일 개막하는 아시안컵축구대회에서 D조의 한국은 강호 사우디아라비아와 첫 경기를 갖는다.11일이다.23일부터 계산하면 18일 후가 된다.24일부터 따져 보면 17일 이후다. 하루 차이다. 그런데 핌 베어벡 감독의 계산법은 조금 다르다.23일 소집을 하든 그 다음 날에 소집을 하든 하루 차이뿐이다.그러나 23일 토요일에 K-리그 전 경기가 열리기 때문에 거의 모든 대표 선수들이 경기를 뛸 것이고,2∼3일 뒤에야 훈련에 참가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실제적인 준비 시간은 보름도 남지 않는다는 게 베어벡 감독의 생각이다. 그런 이유로 베어벡 감독은 23일 오전 9시 김포공항 대표팀 소집을 지시했다. 이렇게 되면 각 구단은 제주도 전지훈련을 떠나는 선수들을 제외하고 그날의 경기를 준비해야 하는데 이 역시 만만치 않은 숙제가 된다. 이 때문에 대표팀 중심의 축구 행정이 K-리그의 원만한 진행을 방해한다는 불만이 팽배해졌고, 급기야 대한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이라는 양대 조직이 이 뜨거운 감자를 끌어안게 됐다. 베어벡 감독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는 배수진을 치자마자 점점 더 힘든 상황에 접어들고 있는 중이다. 최근 그는 “아시안컵 4강에 오르지 못하면 사퇴하겠다.”는 발언을 했고, 이 때문에 “월드컵 4강 국가의 목표가 겨우 아시안컵 4강이냐.”는 비난에 휘말렸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영표 박지성에 이어 주장 김남일까지 부상으로 출전이 어렵게 됐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하자면 인생이란 원래 그런 것이고, 축구 또한 그와 같은 것이다.‘만반의 준비’는 언제나 부족하기 마련이다. 큰 경기를 앞두고 뜻밖의 부상으로 선수 본인은 물론 감독의 구상에 큰 차질을 준 안타까운 경우가 어디 이번뿐인가. 중요한 건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원칙을 위협할 만한 우연하고 연속적인 불상사에도 그 원칙을 끝까지 관철시키며 거둔 성과가 진정으로 값진 것이다. 주전급들의 안타까운 부상으로 팀의 기틀이 흔들린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을 대신할 선수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위기의 상황에서 새 선수들을 제대로 조련하고 기용해 뜻밖의 성과까지 얻어내는 게 바로 한 나라의 대표팀을 이끄는 감독의 역할이다. 23일의 K-리그 경기들이 아시안컵에 견줘 결코 비중이 작은 것도 아니다. 특히 올해에는 리그 일정의 상당 부분이 상반기에 빠듯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표팀 일정을 우선으로 해 겨우 만들어낸 틈바구니다. 감독들도 여러 악조건 속에서 자신들의 선수들을 조련하며 뛰는 것이지 결코 넉넉한 운영을 하고 있지 않다. 모두의 소망은 아시안컵 우승이지만, 숱한 난제들 속에서 베어벡 감독이 4강까지 안착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박수 받을 일이다. 그러나 K-리그의 목소리를 무시해 가며 억지로 일을 도모한다면 이는 결과 이전에 그 과정 때문에라도 비판받게 될 일이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K리그 ‘이야기’가 없다

    현대 문화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형성된다.3분짜리 댄스 음악이든 3시간 넘는 영화이든 이야기가 없는 문화는 없다. 시대마다 문화 형식이 다르고 소비 방식이 바뀌었을 뿐 이야기는 모든 문화의 핵심이다. 그런데 이야기를 줄거리라고 여겨서는 곤란하다. 우리가 영화를 보러 가는 것은 줄거리 때문이 아니다. 등장인물의 성격, 갈등 관계, 복선 등 이야기를 구성하는 복합적인 요소들이 빚어내는 예상 밖의 충격을 보기 위해 간다. 그러나 우리 프로 스포츠 현장에서는, 특히 축구장에는 이야기가 빈곤하다. 축구를 흔히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하지만 정말 요즘 K-리그는 각본이 없어도 너무 없다. 사람들이 왜 축구장을 찾는가. 오직 축구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짜릿한 이야기를 보기 위해서다. 감독과 선수의 이야기, 승패의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 모진 시련을 딛고 선 이야기, 세상을 깜짝 놀래 주려는 선수들의 상상력 넘치는 이야기, 그리고 모든 것이 농축된 한판의 짜릿한 승부를 90분 동안 만끽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야기가 없다. 선수들은 감정 없는 검투사들처럼 뛸 뿐이다. 자신들을 구경하기 위해 찾아온 팬들을 의식한 열정적인 경기가 아니라 그저 공을 찰 시간이 되었으니 차 보는 듯한 경우도 있다.감독이나 구단도 인간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갈등이 농축된 축구장의 힘을 인식하지 못한 듯 하다. 물론 선수와 감독들이 갑자기 토크쇼에 출연한 연예인들처럼 수다를 떨자는 게 아니다. 구단들이 구경거리 일색의 이벤트를 늘어놓으라는 게 아니다.중요한 것은 팬들이 왜 축구장을 찾는가 하는 점을 재인식하자는 것이다. 축구만이 줄 수 있는 희로애락의 격렬한 열정이 있지 않은가. 그것을 위해 선수들은 모든 에너지와 상상력을 동원하여 창의적인 플레이를 펼쳐야 하고 감독 역시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경기를 통해 짜릿한 이야기를 선사해야 한다.에피소드부터 뜨거운 논쟁까지 널리 알려 뜨거운 관심과 흥미를 유발해야 한다. 축구장에 찾아온 사람을 ‘팬’이라고만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당당한 권리를 지닌 문화 소비자이다. 언제든지 다른 이야기를 찾아서 떠날 수 있는 권리가 그들에게 있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경남FC의 선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AC밀란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 박지성·이영표·박주영의 부상, 안정환의 오랜 슬럼프…. 올 상반기 국내·외 축구계에서 떠오르는 사건을 적어봤다. 하지만 우리 모두 오랫동안 잊고 지낸 매우 중요한 사실 가운데 하나는 바로 경남FC가 K-리그 3위를 지키고 있다는 점이다. 막강 화력의 울산과 ‘귀네슈 돌풍’의 FC서울이 뒤로 밀렸다. 또 전북, 전남은 ‘다크 호스’의 명예를 경남에 내줬다. 그런데 경남을 주목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스타성’이 강한 팀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경남 멤버 가운데 가장 알려진 사람은 박항서 감독이다. 그러나 김학범(성남), 차범근(수원), 셰뇰 귀네슈(서울) 같은 스타성을 갖고 있지는 않다. 그리고 또 누가 있는가. 미드필드 라인을 구축하고 있는 이른바 ‘3김’, 즉 김효일, 김성길, 김근철도 실력에 비해 알려지지 못했다. 강력한 투톱인 뽀뽀는 지난해 부산에서 뛰다가 강한 캐릭터 탓에 방출되다시피 했다. 까보레는 브라질 현지 훈련 캠프에서 박 감독이 발굴한 것으로 알려졌다.지역 팬마저 종종 잊고 있는 점인데 경남의 경기력은 전남에서 이적한 주장 김효일과 브라질 출신 최고 수비수 산토스가 건재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구성원 절반 가량을 교체해 제2창단에 가까울 만큼 대수술을 감행한 구단과, 이렇게 환골탈태한 팀을 조율해 3위를 지키고 있는 박 감독은 충분히 주목받아야 한다. 그런데 정말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 정도 성적과 선수들이라면 연일 축구 지면을 채울 만한데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귀네슈와 차 감독의 말 한마디는 실시간 중계될 정도고, 유명 선수들은 못뛰는 것도 기사가 된다. 시민구단 돌풍을 일으켰던 인천은 ‘진정한’ 시민 구단을 원하는 전국 팬들이 관심을 보일 정도였고 장외룡 감독과 선수들 이야기는 소설과 다큐멘터리로 제작된 바 있다. 중요한 것은 이제 구단이 열혈 서포터스와 전국의 팬들에게 경남의 수많은 이야기를 널리 알려나가야 한다는 것이다.없는 얘기도 지어내는 판국에 어려운 처지의 감독과 선수들이 빚어내는 훈훈한 이야기라면 땅 끝까지라도 전파해야 하는 것이다. 이제는 구단도 감독과 선수들 만큼 땀을 뻘뻘 흘리며 프로다운 홍보를 펼쳐나가야 한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프로축구] 박주영의 이중전략

    무릎 수술 뒤 국내에서 재활 중인 박지성(26·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축구국가대표팀 포지션은 왼쪽 윙포워드와 공격형 미드필더 중의 하나. 앞 포지션을 대신할 선수로 이천수(울산)와 최근 컴백한 박주영(서울)이 핌 베어벡 감독의 저울질을 받게 된다. 뒤 포지션을 메울 경우에는 김두현(성남)이 첫 손 꼽힌다는 게 중론.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지는 K-리그 12라운드 FC서울-성남전은 박지성의 공백을 메울 박주영과 김두현의 능력과 몸 상태를 비교할 수 있는 기회. 시즌 첫 맞대결인 이날 경기는 다음달 2일 네덜란드와의 A매치 평가전 최종명단을 28일 확정하는 베어벡 감독에게 잣대가 될 전망. 현재로선 김두현이 박주영을 앞선다. 지난 23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산둥 루넝(중국)을 3-0으로 격파하고 8강에 극적으로 올랐을 때 세 골 모두가 그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공수를 조율하고 활로를 뚫는 데 국내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시즌을 포함,18경기 연속 무패를 이어가며 정규리그 선두(8승3무·승점 27점)를 질주하는 팀 분위기, 김동현-모따-네아가로 이어지는 공격라인의 위력 등이 그의 뒤를 받치고 있다. 베어벡 감독의 낙점을 받기에 넉넉한 우군을 거느린 셈. 박주영은 100% 회복된 것은 아니지만 지난 20일 부산전에서 오버헤드킥과 헤딩슛으로 골대를 맞히는 등 생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과거에도 베어벡 감독은 그의 잠재력에 주목하면서도 “찬스를 기다리지 말고 만들라.”고 주문하는 등 일부러 거리를 두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박주영은 지난해 8월16일 타이완과의 아시안컵 예선 이후 대표팀과의 인연을 맺지 못했다. 따라서 박주영으로선 이날 대결에서 김두현이 갖추지 못한 것으로 지적되는 ‘킬러본색’을 살려야만 베어벡 감독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세뇰 귀네슈 서울 감독으로선 지난 3월31일 광주전 이후 정규리그 8경기(6무2패)에서 단 한 골을 넣는 골 부진을 반전시켜야 하는데 박주영의 활약 여부가 관건이다. 서울은 평소와 달리 역습에 치중하는 경기 운영이 예상된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이만수 ‘팬티 공약’의 뜻

    프로야구 열기가 예사롭지 않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프로축구는 FC서울의 세뇰 귀네슈 감독이 진앙지가 돼 국내 스포츠팬들의 이목을 잔뜩 끌었다. 그러나 요즘은 축구보다 야구 쪽이 떠들썩하다. 사실 지난 몇 해 동안 프로야구는 관중 감소와 낙후된 시설 탓에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야구장은 매일같이 열렬한 환호성으로 가득 차 있고, 경기 내용도 박진감 있게 상승세를 타고 있다. 축구와 달리 야구는 1970년대의 고교야구 열기를 그대로 이어받아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개념을 확실하게 실천하고 있다. 물론 프로축구에서도 서울의 박주영, 수원의 김남일, 울산의 이천수 등이 지역 팬들로부터 아낌없는 박수를 받고 있지만 냉정하게 관찰할 때 그 열기가 프로야구 쪽의 열렬한 지역성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를테면 SK 와이번스의 이만수 수석코치가 대표적이다. 오랜 미국 생활 끝에 귀국한 이만수 코치는 지난 22일부터 대구구장에서 열리는 삼성과의 원정경기 때문에 10년 만에 고향을 찾게 됐다.16년 동안 삼성에서 뛴 이 코치를 보기 위해 수많은 대구 팬들이 1루쪽 더그아웃으로 몰려들었다. 삼성의 홈페이지에도 이만수 코치의 귀향을 환영하는 글이 차고 넘쳤다. 이 코치는 이제 SK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 구단 홈페이지에서는 이 코치의 ‘속옷 보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그가 지난달 29일 홈경기에서 “앞으로 10번의 홈경기 안에 구장이 만원이 되면 속옷 바람으로 그라운드를 한 바퀴 돌겠다.”고 공언해서다. 인천 팬들은 화려한 색상의 팬티를 선물하면서 이에 호응하고 있다. 그 데드라인이 이번 주말 26일이다. 아마도 많은 팬들은 화창한 토요일 1위 SK가 최희섭이 합류한 KIA를 상대로 화려한 경기를 펼치기를 기대하면서 문학경기장을 찾게 될 것이고, 발걸음이 모아지면 그는 속옷 바람으로 그라운드를 도는 ‘아름다운’ 세리머니를 펼칠 것이다. 이 코치의 사례는 오늘의 프로스포츠가 ‘지역성’과 ‘흥행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지역 팬들의 아낌없는 사랑을 받는 스타를 길러내는 것, 선수와 관중이 경기장 안팎에서 열정을 맘껏 발산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장치를 개발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이 두 가지를 바탕으로 최고 수준의 경기를 펼치는 것이 바로 프로의 세계다. 태생적 한계 때문에 여전히 프로축구의 지역성은 취약하다. 관중 수가 적은 일부 팀에서는 원정 온 상대 팀의 박주영이나 안정환 같은 스타들을 앞세워 홍보를 하는 경우도 있다. 선수들도 지역 팬들에게 손을 흔들기는커녕 승패에 상관없이 늘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인 채 경기장을 빠져나가기 바쁘다. 팬을 향해 고개를 든 프로야구가 다시 부활의 기회를 잡은 것처럼 프로축구 역시 땅만 보고 공을 찰 것이 아니라 관중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고개를 들고 새로 뛰어야 한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뚜렷한 목표’ 프로리그의 힘

    지난 14일 올드트래퍼드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06∼07 시즌 마지막 경기는 국내 축구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웨스트햄은 과연 축구가 무엇인가를 분명하게 보여줬다. 물론 이 경기는 박지성이 뛰는 맨유의 축하연이나 다름없었다. 결과에 상관없이 맨유는 이미 첼시와 리버풀, 아스널 등을 밀어내고 우승을 확정지었기 때문에 이날 경기는 홈 팬들을 향해 우승컵을 보여주기 위한 의식에 불과했다. 그런데 경기가 끝나자마자 진정으로 환호성을 지르며 눈물을 흘린 선수와 팬들은 바로 웨스트햄쪽이었다. 그들은 맨체스터를 1-0으로 누르고 15위가 됐다. 순위를 자축하는 뜨거운 열정. 그건 그들이 다음 시즌에도 여전히 1부 리그에 남아 있게 된 것을 의미하는 생존의 노래였다. 다른 구장에서도 생과 사가 엇갈렸다. 웨스트햄을 비롯해 풀럼, 위건이 살아 남았지만 셰필드, 찰턴, 왓포드는 2부 리그로 추락했다. 특히 셰필드-위건전은 그야말로 필사즉생의 혈투였다. 마지막 휘슬이 울리자 원정팀 위건은 억누를 수 없는 격렬한 감정을 맘껏 발산했다. 그들은 17위로 생존했다. 유럽축구에서, 특히 프리미어리그에서 1부와 2부의 차이는 천당과 지옥이다. 광고 수입이나 중계권료, 선수 확보 등 각종 수익의 원천들이 줄어들게 된다. 팀의 자존심이 흔들리는 건 물론이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차두리의 우울한 소식도 같은 맥락이다. 그가 소속된 마인츠는 결국 2부 리그로 추락했고, 그 때문에 선수들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와 긴축 경영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1부 리그 생존자들이 들려준 감격의 노래는 비단 ‘잔류’에 따른 수익 확보 때문만은 아니다. 누구나 우승을 꿈꾸지만 아무나 우승을 하는 건 아니다. 또 팀의 궁극적인 꿈은 우승이지만 실질적인 목표는 저마다 다르다. 우승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위팀이 있는가 하면 중위권에서 교두보를 착실히 다지는 게 목표인 팀도 있고, 웨스트햄이나 위건처럼 시즌 내내 착실히 경기를 운영해 1부 리그에 잔류하는 게 지상과제인 팀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목표가 달성되었을 때 1위 팀이나 17위 팀이나 똑같이 감격의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바로 이게 프로의 세계이며 스포츠가 우리에게 주는 아름다움이다. 은메달을 따고도 “국민 여러분에게 죄송하다.”고 말해야 하는,1등 지상주의의 우리 사회에서 참으로 필요한 태도들이다. 내셔널리그 우승팀에 1부인 K-리그 승격권을 줘도 오히려 반납하는 국내 프로축구의 현실, 그 빈약한 산업 기반과 또 진정한 영광의 의미를 퇴색시켜 버리는 상황이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호날두의 플레이에 박수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짜릿한 드라마가 막을 내리고 있다. 박지성 때문에 국내 팬들에게는 거의 ‘홈팀’이 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 첼시의 용호상박은 리그 우승을 차지한 맨유 쪽으로 추가 기울고 있다. 물론 두 팀 모두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열리는 그리스 아테네로 가는 티켓은 확보하지 못했지만 대혈투가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두 팀 모두 19일 FA컵 결승전을 통해 시즌 2관왕을 노리고 있다. 맨유와 첼시가 막판까지 펼치는 아름다운 혈투는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 위대한 스타들이 그라운드 곳곳에 포진하고 있어 더욱 흥미롭다. 축구 인생의 모든 것을 바친 맨유 영광의 살아 있는 역사 라이언 긱스, 악동 이미지를 벗고 어디서나 골을 향해 슛을 날리는 웨인 루니, 골문은 물론 축구의 경건함마저 지키고 있는 골키퍼 반 데 사르 등이 맨유의 상징이다. 그런가 하면 잉글랜드 축구의 캡틴으로 떠오른 존 테리, 미드필드의 모든 것에 더하여 매혹적인 남성미까지 갖춘 프랭크 램퍼드 등이 첼시를 지키고 있다. 그리고 또 누구를 기억해야 하는가. 다름 아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있다.22세의 이 미소년에 대해 국내팬은 물론이고 잉글랜드의 전문가들도 그를 각별히 주목했다.호날두는 독일 월드컵에서 극심한 야유의 대상이 됐다.8강전 때 잉글랜드의 루니가 심한 반칙을 범했는데 호날두가 그 순간 비신사적인 윙크를 했다는 이유다. 프랑스와 맞붙은 4강전에서 호날두는 공을 잡을 때마다 수많은 관중으로부터 야유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잘못을 범한 것은 상대방의 사타구니를 밟은 루니에게 있었다. 호날두가 놀라웠던 것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침착하면서도 대범한 태도로 그 모든 야유를 이겨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세계 팬을 휘어잡는 최고의 프리미어리거로 성장했다.그는 그라운드의 규칙과 상식을 깨는 놀라운 상상력의 소유자다. 예측 불허의 드리블과 급격한 코너링을 선보이는 호날두는 무엇보다 그 놀라운 테크닉을 오로지 골문을 지향하며 펼쳐 낸다는 것이다. 겉멋이 든 쇼맨십이 아니라 진정으로 골문을 지향하는 밀도 높은 집중력의 경지를 호날두는 보여 준다. 세계 최고의 선수와 클럽이 좌충우돌하는 현대 유럽 축구, 그중에서도 탁월한 이미지의 팀과 선수가 맞붙는 프리미어리그. 맨유와 첼시를 중심으로 하는 열정의 드라마가 끝나 가는 그 한복판에 바로 호날두가 있다. 이른바 ‘공격 축구’가 육박전처럼 변질되는 상황에서도 호날두는 축구의 핵심이 상상력임을 증명해 왔다. 시즌 막바지 경기와 FA컵 결승에서 호날두의 아름다운 상상력이 더욱 빛나길 바란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토종의 힘’ K리그 이근호

    까보레, 데닐손, 루이지뉴, 데얀 그리고 이근호. 다름아닌 K-리그 득점 상위 선수들이다. 까보레를 비롯한 외국인 선수들이 4위까지 석권한 가운데 팬들에게는 조금은 ‘생소한’ 이근호라는 이름이 있다. 대구FC 소속으로 수도권 축구 명문인 인천 부평고 출신이다. 고교 졸업 후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가 됐지만 두 시즌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대구로 이적, 자신의 이름 석자를 그라운드 곳곳에 뚜렷이 새기고 있다. 이근호의 활약이 반가운 건 무엇보다 외국인 선수들이 두드리는 K-리그 득점경쟁에 거의 유일하게 그가 가세해 토종의 골 욕심을 맘껏 뽐내고 있기 때문이다. 축구의 세계화 시대에 ‘외국인 선수’의 활약이라고 해서 일부러 시큰둥할 필요는 없지만 그럼에도 득점 순위 다툼에 이근호라는 이름이 올라온 건 즐거운 일임에 틀림없다. 또 이근호의 활약이 변병주 감독의 안목과 전폭적인 신뢰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도 기억할 만하다. 이근호는 부평고 주전으로 활약하면서 2003년 백운기전국대회에선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기대주였다. 졸업 후 인천에 입단했지만 주전 경쟁에서 밀려 2군리그로 내려갔다. 거기서 MVP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그쯤에서 멈출 실력은 아니었다. 그의 장래성을 확인한 변병주 감독은 “스피드와 체력은 물론 드리블과 돌파력, 슈팅력 등이 뛰어나서 격렬하게 공격이 진행될 때 더욱 빛을 내는 선수”라고 평가한다. 울산의 이천수가 그렇듯 이런 유형의 공격 기질을 가진 선수들은 투톱, 섀도 스트라이커, 윙 포워드 등 미드필드 전방의 어느 포지션에서도 능력을 발휘할 수가 있는데 지금 이근호가 그것을 증명해주고 있다. 내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젊은 선수들의 신선한 조합을 실험하고 있는 핌 베어벡 대표팀 감독이 이런 공격 성향의 이근호를 놓칠 리도 만무한 일. 지금 그는 대구의 공격 선두에 서 있을 뿐만 아니라 양동현(울산) 이승현(부산) 한동원(성남)과 함께 올림픽 본선행의 견인차로 뛰고 있다. 지난 3월28일 베이징올림픽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우즈베키스탄과의 홈경기에서 그는 전반 33분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 한 방으로 한동원의 선제 결승골을 이끌어냈다. 변 감독의 평가대로 이근호는 골과 도움을 동시에 만들어낼 수 있는 전천후 공격수로 성장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줬다.외국인 선수들이 이끌고 있는 골 행진에 당당히 가담하고 있다는 점, 약체로 불리는 대구 화력의 중심에 서 있다는 점, 그리고 양동현과 이승현·한동원·백지훈·박주영 등 한국축구의 다음 세대 공격수 대열에 당당히 합류해 서로 자극하며 성장해가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는 점. 이 모든 점들이 이근호를 더욱 주목하게 만드는 것들이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프리미어리그 시스템 배워라

    세계의 축구팬들이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에 관심을 쏟고 있다.‘최고의, 최초의, 으뜸의’라는 뜻을 지닌 ‘프리미어’라는 단어의 의미를 명백하게 실천하고 있다. 주로 새벽 시간에 열리는 경기를 관전하는 한국 팬들의 열정도 식지 않는다. 특히 박지성이 소속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쏟는 지대한 관심은 K-리그를 따돌릴 정도다. 축구는 지난 1990년대부터 이탈리아와 스페인으로 인해 세계화의 기치를 내걸었고, 지금은 잉글랜드 한복판에 전 세계의 스타들이 모여든다. 2007년 1월 현재 프리미어리그에 등록된 선수(임대 포함)는 총 491명. 잉글랜드 출신은 230명으로 46.8%. 영국 주변(잉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스코틀랜드)으로 확대해도 244명으로 약 49.7%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프랑스(24명) 아일랜드(17명) 네덜란드(14명) 호주(11명) 포르투갈(10명) 등 외지인들이다.‘빅4’로 불리는 맨체스터와 리버풀, 아스널, 첼시 등에도 잉글랜드 출신은 27명(28.1%)에 불과하다. 특히 런던을 연고로 하는 아스널에는 23명의 엔트리 가운데 잉글랜드 출신이 단 2명뿐이다. 잉글랜드의 팬들은 다소 착잡하겠지만 세계화 시대의 축구팬들에게 이같은 양상은 분명히 새로운 구경거리다. 잉글랜드축구협회도 07∼08시즌부터 2009∼2010 시즌까지 프리미어리그 중계권료를 세계 208개 지역에 6억 2500만 파운드에 팔았다. 모바일폰과 인터넷 중계료 등을 합하면 향후 3년 동안 총 중계료 수입은 27억 파운드(약 5조원)에 이를 정도다. 더 중요한 건 프리미어리그를 통해 유럽, 더 나아가 세계 각국 리그의 축구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지네딘 지단은 2006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미리 밝힌 은퇴 성명에서 “거대한 사이클이 지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비단 자신과 루이스 피구, 호나우두 같은 빅스타가 서서히 사라지는 것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현대 축구의 새로운 모습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걸 적시한 것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독주를 지켜보면서 K-리그를 되짚어 보게 된다. 지역성과의 결합, 과격한 팬들에 대한 엄정한 관리, 스폰서·미디어와의 결합 마케팅, 체계적인 선수 수급과 보호 등은 출범 20년이 지났으면서도 여전히 ‘프로’의 면모를 다 갖추지 못한 K-리그가 배울 점이다. 지금 그곳에선 황선홍과 시민구단 돌풍의 주인공 장외룡 감독, 울산의 이상철 코치 등이 공부하고 있다. 이들 외에도 더 많은 축구인들이 지속적이고 깊이있게 축구현장을 배우고 익혀야 한다. 그것이 프리미어리그와 K-리그의 간극을 조금이나마 줄이는 일이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Local] 달성군서 이틀간 전국 족구대회

    대구 달성군에서 전국의 족구 ‘마니아’들이 자웅을 가리는 대회가 열린다. 대구 달성군은 24일 136개 팀이 참가하는 ‘제3회 비슬산 참꽃 전국 족구 대회’를 28일부터 2일 동안 대구 달성군 달성군민운동장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 대회는 기량이 뛰어난 족구 동호회가 출전하는 최강부(8팀),42세 이상 선수들이 뛰는 장년부(26팀), 그밖의 팀들을 대상으로 한 일반부(102팀) 등 3개 무문으로 치러진다.각 부문 우승팀에 트로피와 상금 100만원씩이 주어진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프로급 실력을 자랑한다는 최강부.‘LG디오스경남창원팀’‘현대자동차울산팀’ 등 직장과 지역에서 조직된 강팀들이 참가해 ‘오버헤드킥’과 ‘백스핀볼’ 등 고난도 개인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달성군 관계자는 “이 대회를 최근 열린 비슬산 참꽃 축제를 정리하는 마무리 행사로 기획했다.”면서 “꽃을 보러온 관람객들이 색다른 볼거리를 즐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더이상 ‘용병’이라 부르지 마라

    국내 프로스포츠에 뛰는 외국인 선수들을 흔히 ‘용병’이라고 부른다. 어감도 좋지 않고 실제로 전쟁터에서 용병들이 하는 역할이란 게 ‘전투 병기’에 흡사한 것이라서 권할 만한 단어는 아니다. 물론 그들은 오로지 ‘승리’를 위해 데려온 선수들이지만, 굳이 피부색 때문에 ‘용병’이라는 전투적 용어로 부르는 것은 사양해야 할 것이다. 최근 프로농구에서는 LG의 외국인선수 파스코가 심판에까지 폭력을 행사해 큰 물의를 빚었다. 그 자체로는 중징계 감이다. 하지만 농구의 특성상 기량이 뛰어난 장신의 외국인 선수를 ‘강력하게’ 막아야 하는 게 수비의 기본이 되면서 이들의 불만 또한 팽배했던 것이 사실이다. 다시 축구로 눈을 돌려 보자.17일까지 펼쳐진 정규리그의 개인 득점 순위를 보면 10위 안에 무려 6명의 외국인 선수들이 들어 있다.6경기에서 5골을 몰아 넣은 데닐손(대전)과 데얀(인천)이 선두를 달리고, 까보레(경남·4골) 루이지뉴(대구·3골) 뽀뽀(경남·3골) 제칼로(전북·2골)가 이름을 올렸다. 침체에 빠진 2년차 구단 경남FC를 중위권으로 끌어올린 뽀뽀와 까보레는 전형적인 ‘빅 앤드 스몰’ 구성으로 좌우의 측면까지 두루 활용하는 넓고 빠른 축구를 구사한다. 포항 공격의 시발점인 따바레즈는 능란한 드리블과 0.1초도 틀리지 않는 타이밍 감각을 선보이고 있고, 동유럽 출신의 데얀(인천)과 스테보(전북)는 상대적으로 ‘거친’ K-리그에서 한순간에 자기 자리를 확고히 굳혔다. 보다 중요한 건 외국인 선수들이 단순히 그 기량만으로 팀내 입지를 다지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올해 일본에서 뛰는 보띠(전북)는 축구만이 가족을 먹여 살리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높은 책임감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고, 현재 경남 수비수 산토스 또한 막중한 책임의식과 성실함으로 동료들의 신뢰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기량인데, 성남의 모따는 감독들이 모두 탐낼 정도의 창조적인 플레이를 선보이고 있다. 루마니아의 약체 스테우아 부쿠레슈티는 06∼07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본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우크라이나의 강호 디나모 키에프를 격파했고, 레알 마드리드와 올랭피크 리옹 같은 빅 클럽과도 인상깊은 경기를 펼쳤다. 그 팀의 감독이 90년대 수원 삼성의 전관왕 시대를 뛰었던 올리다. 그는 고국 루마니아로 돌아가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수원에서 뛰면서 선수와 지도자로서 갖춰야 할 모든 것을 배웠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이렇게 ‘용병’들은 기량뿐만이 아니라 신뢰할 만한 동료로서, 그리고 K-리그를 발판으로 새 축구 인생을 개척한 입지전적인 스토리까지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는 가급적 용병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을 일시적인 용품처럼 부르지 말자. 그들은 청부업자들이 아니라 K-리그를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 온 선수들이며 무엇보다 낯선 곳에서 생소한 축구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애쓰는 아름다운 청년들이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K리그 5만 관중의 이면

    지난 8일 K-리그에서 의미 있는 신기록이 세워졌다.5만 5397명.FC서울과 수원의 경기는 프로축구의 중흥을 바라는 수많은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아름다운 기록으로 남게 됐다. 이날 관중은 지난 1998년과 2002년 월드컵 직후 일시적으로 몰려들었던 ‘구름관중’과는 성질이 달랐다. 당시 관중은 축구 자체보다는 고종수와 이동국 안정환 김남일 등 월드컵 스타를 보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월드컵의 기억이 사라지면서 동시에 관중석도 텅텅 비기 시작했다.2006독일월드컵 때는 16강 탈락에다 이렇다 할 신예도 없어 ‘반짝 특수’도 기대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날 5만 5000여명이 입장했다. 그저 일시적인 바람으로 볼 것이 아니라 여러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이 관중의 숫자는 서울과 수원이라는 수도권의 ‘라이벌전’이 이뤄낸 것이다. 프로 스포츠는 지역 연고를 바탕으로 전개된다.1960년대 산업화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으로 이주했다.‘탈향’ 과정 이후에 태어난 젊은 세대 또한 상당히 많다. 바로 이 젊은 세대들이 국내외의 축구 문화를 다양하게 접하고 아버지 세대의 ‘고향 의식’과는 달리 자신들의 새로운 ‘지역 문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성장한 세대다. 이들에게 수원이나 서울 같은 도시는 뭔가 낯설고 기이한 곳이 아니라 자신들의 성장 과정이 고스란히 담긴 곳이다. 이 조건 속에서 프로축구의 새로운 지역성 모색이 가능하다. 또 5만 5000여 관중은 월드컵이나 국가대항전, 혹은 한·일 평가전 등의 ‘민족적 의제’가 아니라 그야말로 ‘K-리그 라이벌전’이라는 프로축구의 원리 그 자체가 만들어낸 관중이다. 당일 예매표 2만 100장에 시즌 회원권 1만 5000명을 포함하면 관중의 60% 이상인 3만 5000여명이 축구 관람으로 주말 계획을 잡은 것이었다. 이러한 점을 두루 생각할 때 앞으로 선수들과 구단이 어떤 자세로 그라운드에 나설 것인가는 자명한 일이다. 사실 어떤 점에서 5만 5000여명은 동전의 양면이기도 하다. 한 경기장엔 5만명이 넘게 모였지만 전국 6개 구장에서 벌어진 다른 경기들의 총 입장 관중은 4만 3000여명에 불과했다. 특히 축구 도시 울산에서 치러진 울산과 성남이라는 빅카드도 고작 5000여명밖에 들지 않았다. 각 구단이 어떤 ‘지역 조건과 문화’에 기반하고 있으며 그 지역의 세대 구성과 특성은 무엇인가, 각 팀이 어떻게 경기마다 독특한 흥행 요소를 창출해 팬들에게 찾아갈 것인가 하는 소중한 과제를 5만 5000이라는 숫자는 부여하고 있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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