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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성남 일화가 싱가포르 육군보다 못하다고?

    지난 8일 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IFFHS)의 통계 발표 때문에 K-리그가 작은 소동을 겪었다. 이 단체가 발표한 2007년 세계 클럽랭킹에 따르면 K-리그 최고 성적을 거둔 성남 일화(119위)가 싱가포르 육군(112위)보다 낮은 순위에 머문 것이다. 아시아 클럽 중에서는 5위지만 지난 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 리그 우승팀인 일본의 우라와 레즈는 54위였고, 이란의 세파한이 59위였던 데 견줘 성남이 100위권 바깥이라는 건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이에 앞서 5일 발표된 2007 세계 리그 순위에서도 K-리그는 54위에 머물렀다.28위의 일본을 비롯해 요르단(34위) 싱가포르(39위) 이란(42위) 우즈베키스탄(46위) 레바논(52위)보다 뒤처졌다. 물론 이 순위들은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적극적인 해명과 대처로 ‘작은 소동’으로 그칠 공산이 커졌다. 성남보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스페인의 레알 사라고사(122위)나 잉글랜드의 뉴캐슬 유나이티드(130위)가 관록과 명성에 어울리지 않게 하위권에 처진 것만 봐도 IFFHS의 순위 산출 방식엔 허점이 많다. 개별 리그에서의 성적이 아니라 챔피언스리그,UEFA컵 등 국제 클럽 대항전의 성적에 더 비중을 둔 데서 생긴 해프닝이다. K-리그 관계자들을 포함해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인구 84만여명인 스페인 북동부 공업 도시를 연고로 하는 레알 사라고사가 그 어떤 기준으로도 122위가 될 수 없으며 영화 ‘골’의 무대로도 유명한 잉글랜드의 공업 도시 뉴캐슬의 120년 축구 전통이 어떠한가를 모를 리 없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또 알고 있다. 오늘날 차고 넘치는 세계 각지의 축구 정보들은 이들 명문 구단만이 아니라 중국이나 동남아의 여러 나라들, 그리고 중동의 축구 열기가 얼마나 열정적인가를 잘 말해준다. 페루나 파라과이 같은 중남미의 작은 나라들에서 축구가 차지하는 사회적 역할이 거의 종교적 수준이라는 것도 모를 리 없다. 이에 견줘 K-리그는 “우리가 왜 119위인가.”라고 항변만 할 만큼 한가로운 상황은 아니다. 한·일월드컵의 덕으로 적어도 몇몇 K-리그 구단의 경기장은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만약 연맹 관계자들이 IFFHS에 항의 서한을 보낸다면 그 맨 앞장에 경기장 규모만 적어내도 충분한 수준이다. 그러나 그 화려한 경기장의 내면까지 공개할 수 있을까. 이는 내셔널리그 우승 팀들이 거푸 K-리그 승격을 거부한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명분과 실리 양면에서 K-리그는 여전히 불확실성의 덫에 갇혀 있다. 스타급 선수 서너명의 연봉이 해당 구단의 한 해 운영비에 버금갈 정도로 기형적이지만, 그 스타들이 확실한 지역 스타로 자리잡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서너개 팀을 제외하고 나면 10개팀가량이 최소한의 관중몰이에도 실패했다. K-리그가 50위권이고 최강 성남이 100위권이라는 IFFHS의 순위 발표는 납득하기 어렵다. 그러나 냉정하게 우리의 K-리그를 돌아본다면, 어쩌면 이 순위마저도 만족스럽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리하여 신뢰하기는 어렵지만 한국 축구의 단면을 돌아보기에 충분한 이 순위표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저 항의 서한을 보내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될 ‘작은 소동’이다. 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프로다운 K리그를 기대한다

    축구장에선 이해하지 못할 일들이 종종 벌어진다. 수도원처럼 적막한 것도 좋지 않지만, 지나친 열정 탓에 금도를 넘어선 행동은 곤란하다. 또 한 해를 맞으면서 축구장에서 반복돼선 안 될 세 가지를 회고하고자 한다. 먼저 경기장 난동이다. 그 어느 때보다 지난해 K-리그 경기장은 어수선했다. 구단과 선수, 심판, 팬 모두가 가해자이자 피해자였다. 공을 차야 하는 선수가 상대의 허벅지를 걷어차고 열심히 응원해야 할 팬들이 물병을 던지며 서로 욕설을 했다. 구단은 서포터들의 과잉 행동을 방치했다. 학교 교실이나 은행 창구에서 이런 일이 터지면 당장이라도 사회의 도덕이 땅에 떨어진 것처럼 야단법석일텐데, 축구장이라는 이유만으로 대충 수습하고 넘어갔다. 축구장이 도서관처럼 조용할 수는 없지만 왜 폭력의 현장이 되어야 하는가. 다음으로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이 있다. 생물학자들은 아무리 창조성이 결여된 사람일지라도 기본적으로 시행착오에 따른 학습 능력은 갖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의 기술위원회에 대해선 생각을 달리 할지도 모른다. 몇 년째 반복된 일들이 개선되지 않고 고스란히 재연되었기 때문이다. 입으로는 급하다고 하면서 일은 더디게 진행했다. 그러다가 마감이 닥쳐오고 언론과 여론의 관심이 높아지면 꼼꼼히 따져야 할 문제를 부랴부랴 처리해 버렸다. 해외파 운운하면서 넉 달을 끌다가 불과 반나절 만에 국내파로 급선회한 것을 반드시 기록하고 복기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엔 적어도 시행착오의 오류라도 범하지 않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프로 의식의 실종이다. 이 역시 축구로 생계를 도모하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프로란 여가 선용이나 취미 생활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런데 아직도 일부 구단에선 일관성 없이 입장료를 받는다. 누구에게나 적용될 법한 예외 규정 때문에 정상가로 표를 사는 사람이 이상해 보일 정도다. 서포터들도 맹렬한 함성만을 지고의 선으로 삼는다. 내셔널 리그 우승팀이 한사코 승격을 꺼리는 빈약한 수익 구조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의 몸값은 요지부동이다. 서너 명의 몸 값이 한 해 팀 운영비에 버금갈 정도인데, 물론 대다수 선수들은 간신히 생계 유지를 할 정도다. 프로라는 단어에 따라다니는 ‘냉혹한 승부의 세계’라는 표현이 유독 선수 연봉에만 관철되는 듯하다. 그럼에도 새해는 들이닥쳤다. 허정무 신임 국가대표 감독을 비롯해 조광래, 황선홍 같은 스타 프로구단 감독들이 그라운드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몇 해 동안 겪었던 사회 곳곳의 놀라운 일들을 돌이켜보건대, 우리 사회는 안 되는 일도 많지만 기필코 되는 일도 대단히 많았다. 새해의 싱그러운 그라운드를 상상하며, 한 마디 하고자 한다.“프로가 프로다워야 프로지.” 독자 여러분도 올해 내내 싱싱하게 공 차시기 바랍니다. 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알림]

    ●알림 지면 사정으로 ‘정윤수의 오버헤드킥’은 쉽니다.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대선리그, 수준이하 경기였다

    또 하나의 정규시즌이 끝났다. 이 경기는 우리가 열광하는 축구장에서 벌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축구 못지않은 흥분과 긴장을 줄곧 자아냈다. 가장 큰 특징은 열광적으로 지지하는 광적인 서포터스가 부재했다는 점이다. 과거 수십년 동안의 시즌(대통령선거)들 동안엔 영남과 호남이라는 유력한 거점을 둔 확실한 지역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있었다. 게다가 지난 시즌에서는 얼핏 노쇠해 보이는 팀 컬러를 확실히 바꿔 보자는 젊은 서포터스들이 인터넷을 거점으로 끈질기게 ‘섶팅’(응원을 가리키는 인터넷 용어)을 함으로써 일찌감치 우승컵을 예약해둔 선수를 따라잡는 이변까지 낳았다. 그러나 이번엔 맹렬한 서포터스 문화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시원스러운 경기를 기대했던 팬들이 예매를 포기한 탓일 게다. 특히 백넘버 2번 선수는 시즌 내내 그라운드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문들 때문에 제대로 경기를 치를 수가 없었다. 그 자신이 직·간접적으로 관여된 것이어서 무시할 수도 없었다. 그렇지만 많은 팬들은 “혹시라도 저 선수에게 걸면 배당금이 좀 생기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 그는 줄곧 인기투표 1위를 차지하며 시즌을 이끌었다. 반면 백넘버 1번은 불리할 게 없는 경기에 뛰어들었지만, 적은 구단 내부에 있었다. 팬들은 대안을 모색했고, 결국 한 차례도 경기에 출전한 적이 없는 백넘버 6번이 놀랍게도 시즌을 완주해버렸다.2번이 태클에 걸려 넘어진 상황에서도 나머지 선수들이 유기적인 플레이를 합작해내지 못한 결과였다. 패스는 마다하고 한결같이 단독 드리블만 시도했다. 급기야 한 젊은 관중이 2번을 향해 경기장에 뛰어드는 대소동이 벌어져 나머지 선수들에게 결정적인 찬스가 왔지만 서로 프리킥을 먼저 차겠다고 다투는 와중에 종료 휘슬이 울렸다. 이채로웠던 선수는 백넘버 8번. 그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스타일로 경기를 풀어가는 바람에 참가한 모든 선수들의 스타일을 일시에 공허하게 만드는 위력을 발휘했다. 그는 “우승을 할 경우 이를 기념하여 앞으로 모든 경기를 없애버리겠다.”고까지 했다. 예년 시즌에 견줘 이번 시즌은 경기력 그 자체로만 보면 수준 이하였다. 동계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허약한 선수들이 대부분이었고, 그 바람에 너도 나도 그라운드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역시 관중 수준은 최고 수준이었다. 그라운드에 난입하거나 구단 버스에 오물을 던지거나 선수들 홈페이지에 온갖 욕설을 하는 관중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내용 없는 시즌에 무관심은 당연했지만, 어쨌거나 시즌을 무리 없이 끝낼 수 있었던 건 오직 관중들이 자리를 뜨지 않고 진지하게 경기를 지켜봤기 때문이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진돗개 허정무 네 멋대로 해라

    우리의 심장은 왜 뜨거운 피로 쿵쾅거리는가. 뜨거운 심장이 늘 이상을 동경하지만 우리의 발은 불만족스러운 현실에 붙잡혀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세계, 빛나는 지평, 아름다운 내일을 동경하지만 이 현실은 늘 부족하고 안타깝다. 그래서 심장은 쿵쾅대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한국인 중에서 가장 큰 울림으로 심장이 뛰는 사람은 아무래도 몇 명의 대선 후보와 허정무 축구 국가대표 감독일 것이다. 그나마 대선 후보들의 심장 소리는 며칠 후면 평소처럼 돌아가겠지만, 대표팀을 이끌게 된 허정무 감독의 심장은 2010년 초여름, 남아공의 푸른 그라운드 위에서도 강렬하게 쿵쾅거릴 것이다. 그를 수식하는 표현은 한결같이 강렬하다. 승부사에 싸움꾼이며 독사에 진돗개이기도 하다. 어느 한 사람이 이렇게 수미일관하게 공격적인 별칭을 갖기란 쉽지 않다. 그는 경기뿐만 아니라 당구 같은 여가에서도 지기 싫어한다. 온유하게 다독이는 스타일이 아니라 거세게 다그치는 유형이다. 그의 심장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언제나 쿵쾅거렸던 것이다. 허정무 감독이 처한 현실은 썩 만족스럽지만은 않다.4개월 동안 진행된 선임 과정은 매끄럽지 않았고 국내파로 급선회하면서도 그의 이름은 두 번째로 거론되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대표팀 운영에 있어 전권을 행사했던 히딩크 감독만을 예외로 한다면, 그동안 거쳐간 해외파 감독들보다는 국내 축구 사정을 잘 알고 있다는 점이 허정무 감독을 주목하게 한다. 이는 양날의 칼이다.1970년대 이후 지금까지 한눈 팔지 않고 그라운드의 삶을 살아 왔기 때문에 그는 한국 축구의 스타일, 분위기, 성향 그리고 강점과 약점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이 때문에 대표팀을 재빨리 추스를 수 있지만 수많은 사안들을 지나치게 고려해야 하는 질곡에 빠질 수도 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허정무 감독은 자신이 딛고 있는 현실보다는 그의 가슴이 뛰는 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는 축구협회를 중심으로 하여 국내의 축구 사정을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이는 감독이 경기 지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한국 축구의 현실에서 불가피한 어려움으로 닥쳐올 수 있다. 축구 협회 수뇌부, 기술위원회, 프로 리그, 국내외 선수들이 여러 가지 상황에 의해 빚는 갈등의 한복판에 그는 서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가 자신이 딛고 있는 현실을 냉철하게 살피되 자신의 심장이 지시하는 바를 따라서 단호한 판단과 선택을 과감히 내리는 감독이 되어야만 한다. 이제 새로운 배가 출항했다. 또다시 좌초해서는 안 된다. 그가 한국인이기 때문이 아니다. 누가 사령탑을 맡느냐를 떠나서 이번에 출항한 배는 거칠고도 아름답게 2010남아공월드컵까지 항해해야 하는 것이다. 그 선장의 심장은 축구협회 안팎의 불협화음이라는 현실을 딛고 빛나는 새 지평을 향해 끝없이 쿵쾅거려야 한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조연급 선수들 투혼도 기억을

    연말이다. 상을 주고받는 계절이다. 전문가들이 뽑은 수상자들 면면은 축구팬의 기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김병지, 김두현, 이관우, 따바레즈 등 마땅히 축하를 받아야 할 늠름한 모습들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도 해본다. 영화 ‘밀양’서 열연한 전도연은 거의 모든 상을 휩쓸었다. 반면 혹시 수상은 못했지만 ‘열연’했던 배우(선수)는 없었나 짚어보고 싶다. 그래서 몇 명의 선수들을 떠올려 보았다.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나머지 8개팀 중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한 숨은 주역들을 떠올림으로써 축구가 11명이 뛰는 스포츠임을 잠시 기억하기로 하자. 꼴찌 광주에는 여효진이 있다. 광주는 팀 성격상 프로선수들이 군 복무 중에도 K-리그를 뛰면서 기량을 다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의미가 있다.FC서울 때 실전을 제대로 뛰지 못했던 여효진은 올 시즌 27경기에 출전해 수비수로서는 특이하게도 2골 1도움의 활약으로 힘차게 도약대를 밟았다. 13위 부산에는 전우근이 있다. 대우로얄즈 당시 입단, 부산 아이콘스를 거쳐 아이파크에 이르는 9년 동안 그는 항구의 바람을 맞으며 공을 찼다. 올해는 부상 때문에 기복이 심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엔 항구의 바람을 회피하지 않았다. 노장 투혼이라면 12위 대구FC의 김현수가 각별하다. 이전 소속팀 성남이 3년 연속 K-리그 우승을 차지하던 2001∼03년 매년 30경기 이상 출전한 전문 수비수다. 전성기 때는 최고의 인파이터로 공은 물론 사람도 놓치지 않았지만 고향 대구에 와서는 여유 있게 수비라인을 조절했다. 그는 통산 383경기를 끝으로 아름다운 모습을 남기고 은퇴했다. 11위의 제주 유나이티드에는 황지윤이 있다. 조용형과 이상홍 등 전통의 ‘짠물 수비’ 라인에 누수 현상이 발생했을 때 정해성 전 감독은 황지윤 카드를 꺼내들었다. 제주는 전반기 동안 경기 당 평균 실점 1.15점으로 선방했다.10위의 전남은 FA컵 우승으로 대미를 장식했지만 정규 시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이긴 경기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진 경기도 별로 없었다. 골키퍼 염동균은 막지 못할 슛 말고는 다 막아냈다. 염동균의 정신적 고향은 강릉. 그는 모든 홈경기와 주요 경기마다 강릉 팬들을 위해 버스를 대절했다. 후원사 지원금 전액을 강원도 지역 학교 축구부를 위해 쓰고 있다. 그래서 연고팀이 없는 강릉팬들은 염동균의 전남을 응원한다. 9위의 인천에는 ‘조커’ 박재현이 있다. 후반전의 결정적인 상황에서 박이천 감독은 박재현을 불렀다. 특히 컵대회에서 큰 활약을 했다.‘눈물 젖은 빵’을 씹으며 2004내셔널리그 득점 랭킹 2위까지 기록했던 그의 이름을 기억해 두자.8위의 전북엔 12년 동안 수비라인을 이끈 최진철의 공백을 최철순이 너끈히 메우게 될 전망. 7위의 FC서울은 주전급 선수들의 잦은 대표팀 차출과 잇단 부상으로 경기마다 ‘베스트 11’을 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중견 선수들의 역할이 중요했던 올 시즌에 김한윤이 그 역할을 제대로 맡았다.이들에 의해 그라운드는 격렬하고도 아름다운 투혼으로 풍요로웠다. 그들이 막아내고 태클하고 패스하고, 또 그들이 대신 그라운드에 쓰러짐으로써 올해의 빛나는 선수들이 탄생했던 것이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악플’은 선수가슴에 대못질

    네덜란드에서 뛰고 있는 이천수가 29일 슬며시 귀국했다. 에이전트 김민재씨에 따르면 감기 몸살에 향수병까지 앓고 있어 2주 정도 한국에서 휴식을 취할 예정이라는 전언이다. 문제는 네티즌의 반응이다. 인터넷 댓글이 어떤 사안에 대해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기류에 쏠림 현상이 큰 편인데, 이번에도 그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걱정하는 네티즌도 있지만 대세는 비난의 릴레이다.“별 시덥잖은 이유”라거나 “한심하네” 정도는 점잖은 편이다. 이 지면에 차마 옮기지 못할 비아냥까지 꼬리를 문다. 이동국의 안타까운 소식도 들려왔다. 소속팀 미들즈브러는 현재 프리미어리그 17위로 강등했다.9경기 연속 무승으로 부진한 탓이다. 팀은 14경기에서 12골을 넣었는데 이동국은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미들즈브러는 공격 라인을 다듬기 위해 이동국을 방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역시 문제는 네티즌의 반응이다. 출장 시간이 적었다는 옹호도 있지만 공격수가 공격 포인트를 제대로 올리지 못하면 어쩔 수 없지 않으냐는 분석도 있다. 심지어 한쪽에서는 “희대의 거품”이니 “한국 축구의 망신”이니 하는 비아냥소리도 들려온다. 심판은 휘슬을 불 권리가 있고, 수비수는 태클을 할 의무가 있으며 팬들은 비판할 자유가 있다. 비판은 따끔할수록 더 가치가 있다. 적당히 등을 두드려 주기보다는 갑자기 냉탕에 들어간 것처럼 온 몸의 세포를 바짝 긴장시키는 날카로운 비판은 약이 된다. 그러나 터무니없는 비난은 곤란하다.‘비판’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마디 했는데 그게 당사자에겐 귀에 거슬리는 일이 다반사다. 그러나 ‘비난’에는 그런 마음 자체가 없다. 이천수가 ‘향수병’에 걸렸다는 소식에 유럽 생활 경험이 있는 일부 네티즌은 나름의 치유책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고가의 향수만 쓰다가 걸린 병’이라는 식으로 비아냥거린다. 비판이 아니라 비난이다. 이것이 축구에 대한 애정이고 슬럼프에 빠진 사람에 대한 태도이며 한국 축구에 대한 사랑일까. 설사 그 무엇이 아니어도 좋다. 그렇게 몇 마디를 끄적거리고 있는 자신을 잠시만 되돌아보자. 그렇게 뒤틀린 마음으로 어떻게 동네 운동장에서 공이라도 차볼 것이며 K-리그 살리자고 경기장에 나갈 것인가. 축구에 대한 열정 이전에 한 인간에 대한 예의가 필요한 지금이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국가대표에게 애국심 강요 말자

    태극마크는 한국 축구의 오랜 상징이다.1948년 14회 런던올림픽 때, 해방된 조국의 대표선수들이 처음 단 이후 이 마크는 ‘대한 건아’라는 이름과 함께 국가 주도형 엘리트 스포츠의 상징이 되었다. 지금 ‘태극 마크를 가슴에 달고’란 표현은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2002년 초부터 태극 마크가 가슴에서 사라졌다. 왼쪽 가슴에 붙여졌던 이 마크는 축구협회 엠블럼에 그 자리를 내주고 오른쪽 소매로 옮겨졌다. 하지만 국제축구연맹(FIFA)이 대회 로고를 오른쪽 소매에 달라고 지시하는 바람에 다시 왼쪽 소매로 이동했다.2006년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나이키가 발표한 새 유니폼에선 태극 마크가 완전히 사라졌다. 축구장이 애국심의 충돌 장소가 되는 것을 막고자 하는 FIFA에서 각국 유니폼에 다는 국기의 크기를 25㎠ 이하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가로 6㎝, 세로 4㎝에 불과해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태극마크를 소매에 작게 붙이고’란 표현이 더 어울리는 것이다. 이 변화는 대표팀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조금 반영해준다. 프로 경기가 열릴 때마다 울려퍼지던 애국가도 점점 줄어드는 추세이다. 그 때문인지 대표 선수의 위상도 조금은 흔들리고 있다. 일부 선수들의 음주 파문이 채 식기도 전에 이번에는 올림픽대표팀의 기성용 선수가 자신의 미니 홈피에 팬들을 조롱하는 글을 남겼다가 곤욕을 치렀다. 이 두 사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모두 비판받을 만한 일이다. 하지만 과거처럼 ‘국가의 부름을 받은 선수들이’ 운운하면서 애국심을 잣대로 비난을 퍼부어선 곤란하다. 어떤 관점에서의 비판인가가 중요하다. 두 사례 모두 선수로서의 기본적인 자세를 되물어야 한다. 큰 경기를 앞두고 음주를 하거나 무기력한 경기에 대한 비판을 경청하지 못하는 자세에 결함이 있는 것이지, 애국심이 없다는 식으로 몰아붙여선 안 된다. 일본의 축구 영웅 나카다 히데토시가 은퇴 발표를 하면서 ‘새로운 자신을 찾는 여행에 나설 생각’이라고 말한 바 있다. 현역으로 뛸 때도 ‘나 자신을 위해 뛴다.’고 거침없이 말했던 그다. 그렇다고 그가 일본을 사랑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대표팀 경기를 건성으로 뛴 적도 없다. 이 사례가 최근의 파문에 대한 완벽한 답이 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선수들이 실수를 하거나 더러 경기를 제대로 풀지 못할 때마다 ‘태극마크’며 ‘애국심’을 들먹여선 곤란하다. 우리가 애국심 때문에 대학이나 회사를 다니는 게 아니듯이 선수들도 다양한 차원의 내면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애국심’이 아니라 ‘직업 전문성’이다. 우리의 젊은 선수들은 자신의 경기에 대해 뜨거운 열정과 능란한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새벽이 되도록 유럽 축구에 몰두하는 것도 그 나라에 대한 애국심 때문이 아니라 아름다운 열정과 높은 수준의 축구를 보기 위해서다. 대표팀 선수들에게 이 열정과 전문성이 부족하다면 마땅히 비판해야 한다. 애국심은 그 다음에 자연스럽게 피어나야 아름다운 것이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AFC파이널라운드]주영·영록 쌍포발진

    [AFC파이널라운드]주영·영록 쌍포발진

    ‘박성화호’는 베이징올림픽 최종예선 1차전에서 우즈베키스탄에 2-1로 승리했을 뿐 바레인, 시리아에 모두 1-0으로 간신히 이겼고 지난달 4차전 시리아 원정에서 0-0으로 비기는 등 4경기 4득점(1실점)의 공격력 빈곤을 드러냈다.17일 오후 7시 타슈켄트의 센트럴아미 스타디움에서 벌어지는 최종예선 B조 5차전 상대인 우즈베키스탄의 바딤 아브라모프 감독이 “가장 경계해야 할 한국 선수는 골키퍼”라고 조롱할 정도. 6회 연속 본선 진출의 고빗길에 선 올림픽대표팀이 화끈한 공격축구로 다득점을 벼른다. 한국의 6회 연속 본선 진출 여부는 우즈베키스탄을 꺾고 이날 밤 11시50분 열리는 바레인전에서 예상을 뒤엎고 시리아가 승리하면 확정된다. 그러나 이 경기에서 비기거나 지고 바레인이 예상대로 승점 3을 보태면 조 1위를 내주고 21일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바레인과의 최종전에 엄청난 부담을 안게 된다. 바레인과 승점이 같아지는 최악의 경우도 각오해야 한다. 골득실로 본선행이 갈릴 경우 바레인의 골득실(6득점 3실점) 역시 +3으로 똑같아 최대한 득실차를 벌려야 하는 것. 역시 믿을 건 부활의 노래를 기다려온 박주영(서울). 박 감독은 지난 15일 전술훈련에서도 박주영을 붙박이로 놓고 이상호와 신영록을 번갈아 투입, 가장 나은 조합을 찾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는 “박주영은 전방보다 처진 스트라이커로 뛰게 할 때 기량이 더 살아난다.”고 말했다. 전형적인 ‘타깃맨’ 신영록(수원)을 전방에 세우고 박주영을 바로 아래에 받쳐 공격을 풀어가겠다는 포석이다. 박주영은 2005년 6월 타슈켄트에서 열린 독일월드컵 최종예선에서 0-1로 끌려가던 종료 직전, 극적인 무승부를 이끌며 A매치 데뷔골을 넣은 즐거운 추억이 있다. 신영록도 2004년 10월 말레이시아에서 치른 아시아청소년(19세 이하) 선수권대회 8강 우즈베키스탄과의 연장전에서 그림 같은 오버헤드킥으로 결승골을 뽑아내 ‘스타 탄생’을 알린 경험이 있다.‘멀티 플레이어’ 이상호(울산)와 박주영의 빈 틈을 꾸준한 공격포인트로 메워온 김승용(광주)이 조커로 투입돼 뒤를 받친다. 한국은 2차예선까지 포함,5개월새 세 차례 우즈베키스탄과의 대결에서 모두 승리했다. 이런 자신감이 골폭죽으로 연결돼 6회 연속 본선 진출의 금자탑을 쌓을지 주목된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따바레즈냐 까보레냐

    K-리그는 이제 최고의 선수와 팀, 그리고 최고 감독이나 베스트 일레븐 등을 정하는 흥미로운 결산을 준비 중에 있다. 그 핵심에 포항의 따바레즈와 경남의 까보레가 있다. 성남의 김상식, 수원의 이관우, 대전의 데닐손, 부산의 안영학 등도 소속 구단의 추천을 받았지만 역시 팀을 챔피언 자리에 올린 포항의 플레이메이커 따바레즈와 신생구단 돌풍의 주역 까보레가 최우수선수(MVP)에 가장 근접해 있다. 이 즐거운 선택은, 그러나 현 K-리그의 중요한 문제를 함축하고 있다. 그러니까 따바레즈는 시즌 중에도 공헌이 컸지만 역시 플레이오프에서 팀을 견인하여 챔피언 자리에 오르게 한 공로가 절대적이다. 반면에 까보레는 시즌 내내 경남 공격의 아름다운 장면들을 끝없이 보여주었다.26경기에 18골이면 놀라운 기록이다. 이 때문에 플레이오프에서 활약한 따바레즈냐, 시즌 내내 빛나는 장면을 보여준 까보레냐 하는 관점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두 선수 모두 아낌없는 칭찬을 받아 마땅하다. 시즌 1위의 성남도 마찬가지다. 성남은 26경기에서 완벽에 가까운 전술 운영을 펼쳐 1위를 차지했다. 일찌감치 최고의 자리에 올랐지만, 그러나 챔피언을 결정하는 마지막 두 경기는 포항에 내줬다. 반면 포항은 리그 5위에 그쳤다. 그런데 플레이오프제의 특성에 따라 최종 5경기를 이겨 챔피언에 올랐다. 플레이오프는 고육책이다. 승강제가 없는 K-리그의 특성상 시즌 막판에 이르러 성적이 굳어지면 경기 전체가 맥이 빠지고 관중 수도 급감하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시즌 6위까지도 챔피언에 도전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든 것이다. 막판까지 손에 땀을 쥐는 경기가 이어졌기 때문에 일단은 합격점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대대적인 보완이 있어야 한다. 보완 없이 다음 시즌을 운영하게 되면, 시즌 동안 1위를 차지하려는 에너지는 많이 줄게 될 것이다. 승점 55점의 성남 대신 39점의 포항이 챔피언이 되었고, 그래서 시즌 내내 부동의 1위를 차지한 성남은 그저 ‘준우승’이라는 기록뿐이고 중위권에 머물렀던 포항은 우승 상금과 AFC 챔피언스리그 및 한·중·일 A3 출전권 등을 독식했다. 이대로라면 누구도 시즌 1위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갖은 고생을 다해 1위를 해봤자 관심도, 혜택도 없는 마당이니 중위권에만 안착한 후에 후사를 도모하자는 안전제일주의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시즌 1위에게는 그에 걸맞은 영광과 혜택, 수익이 돌아가야 한다. 한국을 대표하여 해외팀과 벌이는 경기에도 마땅히 시즌 1위 팀이 출전해야 한다.2위 팀에서 중위권에 이르는 팀들이 플레이오프를 치르되 지금처럼 모든 것을 다 차지해서는 곤란하다. 플레이오프는 한시적인 제도다. 장차 승강제가 도입되면 없어질 것이다. 그렇다 해서 현행대로 몇 해 그냥 끌고 가서는 곤란하다. 시즌 1위에 걸맞은 영광과 혜택을 마련하여 정규 시즌의 뜨거운 장면들을 이어가야 하는 것이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한국축구, 강력한 리더십의 감독 원한다

    마침내 결정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그동안 많은 이름이 거론됐다. 주제 무리뉴 첼시 전 감독에서 세르지오 파리아스 포항 감독까지 외국인을 비롯해 박성화 올림픽 대표팀 감독이나 김학범, 조광래 같은 국내파도 거론됐다. 축구협회는 이르면 다음 주중으로 최종 선택을 할 예정인데, 그동안 거론됐던 이들 외에도 제라르 울리에 전 리옹 감독과 마이클 매카시 울버햄프턴 감독, 밀란 마찰라 바레인 감독 등도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유럽 한복판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감독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듯 보이는 이 시점이야말로 한국 축구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마지막 분수령이다. 신임 감독은 한국의 축구 문화가 아직 미성년의 단계에 머물러 있음을 확실히 알아야 한다. 중도 하차한 코엘류 감독은 선수들이 ‘포백 수비’에 대한 이해가 거의 전무하다는 것에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본프레레 감독은 축구협회가 여론에 쉽게 휘둘리는 상황을 버티지 못했다. 이 연장선상에서 핌 베어벡 감독은 한국 축구의 고독한 산책자가 되고 말았다. 신임 감독은 자신이 ‘감독의 무덤’으로 불리는 곳으로 취업을 하게 된 것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그는 다 자라지 않은 미성숙한 조건에서 온갖 싸움을 이겨내야 한다. 그 때문에라도 강력한 리더십의 소유자가 선임될 필요가 있다. 독불장군을 뜻하는 게 아니다. 리더십은 다양하게 존재하거니와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을 중심으로 대표팀이 운영되도록 강력한 지휘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감독이어야 한다. 원만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는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하되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선수단 시스템과 전술에 있어서는 바윗장 같은 신념을 갖고 있어야 한다. 한국 축구의 체질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을 실천해야 한다. 한국 선수들은 비체계적인 성장 과정 탓에 경기를 풀어 나가는 안목과 공간 파악 능력이 약하다. 하지만 뛰어난 승부 근성과 학습 능력을 갖고 있다. 새로운 축구에 대한 욕망도 강하다. 신임 감독에게는 완성된 선수들을 조율하는 것보다 원석을 다듬어 아름다운 보석으로 만드는 창조 능력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다시 꿈을 꾸자.2010년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은 가시적인 목표에 불과하다. 성취해 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신임 감독은 합리적인 시스템 속에서 야심차게 자신의 철학을 관철한다. 가능성이 풍부한 젊은 선수들은 새로운 지평에 눈을 뜨게 되고 그 성과들이 자연스럽게 K리그의 자산으로 남는다. 바로 이러한 꿈을 위해 우리는 신임 감독을 박수로 환영할 일이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끊이지 않는 추문 원칙만은 지키자

    총체적 난국이라고 하면 심한 표현일까. 축구장 안팎이 끊이지 않는 추문들로 어수선하다. 시즌 막판의 K-리그는 모처럼의 짜릿한 플레이오프 열전에도 불구하고 선수와 팬들의 경기장 난동으로 얼룩졌고, 대표팀의 몇몇 고참 선수들의 ‘아시안컵 음주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흡사 폭풍 속의 조각배처럼 축구계가 들썩거리고 있다. 흔히 신성한 스포츠의 현장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축구장이라고 해서 이 세상의 혼탁한 먼지가 흩날리지 않는 건 아니다. 세상의 어수선한 풍경들과 완전히 동떨어진 채 오로지 공만 차고 달리는 것도 그리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의 몇몇 소식들은 일정 선을 완전히 넘어선 것으로 신성함은 고사하고 이 세상의 평균적인 지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낳게 한다. 선수들은 종종 거친 몸싸움과 판정 시비를 벌인다. 심판의 지엄한 명령에도 거칠게 항의하기 일쑤이며 그 바람에 심판도 갈팡질팡한다. 급기야 독일 심판에게 K-리그 ‘포청천’의 자리를 내주는 수모까지 겪는다. 이 과정에서 팬들은 과도한 열정을 참지 못하고 실질적인 물리력을 행사하려 한다. 이 모든 사안의 최종적인 관리자인 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도 원칙을 세우지 못한다. 시즌 막바지에 소동을 벌인 몇몇 선수에게 솜방망이 징계를 내렸다가 비난이 쏟아지자 인천의 방승환에게 1년 출전 정지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사망선고와 다를 바 없다. 반면 울산의 김영광은 팬을 향해 물병을 던졌다. 퇴장 당하는 과정에서도 거친 욕설을 멈추지 않았다.1년 출전 정지도 모자랄 지경이다. 협회와 연맹, 구단, 선수, 팬 등 모두가 뒤엉킨 실타래와 같은 모양새다. 그리고 충격적인 소식. 이운재를 포함한 대표팀의 4명이 아시안컵 도중 도를 넘는 술자리를 가졌다. 당사자들의 눈물어린 기자회견에도 불구, 일부 팬들의 비판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과연 우리는 축구를 사랑하고 있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과연 그 사랑을 위한 아름다운 방법을 제대로 깨우치고 있는 것일까. 앞의 질문에 대해서는 누구라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뒤의 질문에 대해서는 잠시 주춤거리지 않을 수 없다. 이제는 축구에 대한 사랑과 열정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깨우칠 때가 된 것이다. 그 사랑이 아름다워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뚜렷한 원칙과 그 구체적인 방법을 실천해야 한다. 그 첫 번째는 모두가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 자리에서 제대로 원칙을 지키는 연습을 할 때가 됐다. 그 미래가 아름다워지기 위해 우리 모두는 자신의 자리에서 준엄한 원칙들을 사수해야 한다. 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K리그에 기어코 경찰 불러들일텐가

    경기장 출입문은 지하철 개찰구처럼 철저하다. 그나마 안전요원들이 도열해 있는 틈으로 들어가야 한다. 한 번에 한 명씩 들어갈 수 있으며 통로는 좁고 길다. 그렇게 한 명씩 들여보내면서 블랙리스트의 사진과 대조해 본다. 이 과정에서 약간의 소동이라도 벌어지면 순식간에 경찰이 달려온다. 경기장 안에서도 주의 사항이 많다. 흡연은 더러 용인해 주지만 지나친 음주는 사절. 야유를 넘어선 언어 폭력이나 실제적인 물리력은 조금도 허용되지 않는다. 한번 리스트에 오르면 경기장 출입 자체가 금지된다. 경기 도중에는 의자에서 일어서는 것도 금기사항이다. 물론 결정적인 순간엔 예외지만. 가상의 이야기가 아니다. 잉글랜드의 축구장 풍경이다. 이 상황은 필자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구장에서 직접 보고 겪은 것들이다. 잉글랜드가 이러한 제도를 도입할 수밖에 없었던 건 지난 1980년대의 훌리건 난동 때문이었다. 끊이지 않는 폭력 사태를 막기 위해 언론도 참여했다. 방송에서는 경기장 난동을 어떻게 진압하였는가를 생생하게 보도했다. 경찰은 훌리건을 무자비할 정도로 진압했다. 그제야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졌다. 축구장에서 난동을 부리면 그 대가로 몽둥이 세례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퍼졌다. 관광객의 눈에는 기마 경찰이 이채로운 풍경이지만 현지 팬들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다. 소란을 벌인 사람들은 말발굽 소리를 듣고 전율을 느끼며 도망친다. 누구라도 소란을 멈추지 않으면 기마 경찰은 몽둥이를 휘두른다.물론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축구 경기가 수많은 경찰과 안전요원에 의지해 진행되는 것은 정상적인 풍경은 아니다. 하지만 건장한 남성들이 야유를 주고받다가 주먹질을 벌이고 비극적인 죽음까지 겪다 보면 이같은 고육책을 쓸 수밖에 없다. 지금 K-리그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축구에 대한 사랑이 비극적인 짝사랑으로 끝날 것인지, 아니면 아름다운 합창으로 마무리될 것인지 중대한 상황에 처해 있다. 모든 사랑엔 죄가 없다. 그러나 문제가 될 만한 방식은 반드시 문제 삼아야 한다. 몇 해 전 수원의 이운재는 “제발 동전만은 던지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설마 동전까지 던지랴 생각했었는데, 최근 대전-울산의 경기에서 재연됐다. 물통과 깃발을 던지고 동전까지 던지는 것을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가까운 장래에 우리는 경찰과 안전요원에 둘러싸여 축구를 구경하는 우울한 풍경을 만날지 모른다. 격렬한 난동이나 비참한 사고를 겪게 될 수도 있다. 일반 팬들은 이미 떠나간 다음일 것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고 치욕스러운 풍경이다.K-리그를 살려야 한다고 목이 터져라 외쳐온 수많은 팬들이 자신의 열정과 사랑을 스스로 치욕스럽게 만드는 일이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축구대표팀 감독과 기술위

    또 선택의 계절이 왔다.12월 대통령 선거? 물론 지금 우리 사회에 그보다 중요한 선택은 달리 없다. 하지만 한국 축구 대표팀의 감독 선임 문제도 화제의 중심으로 옮겨지고 있다. 새 감독 선임 문제는 대선 만큼이나 중요한 변수들을 다양하게 함축하고 있다. 하지만 얼핏 보기에 “국내파냐, 해외파냐.”하는 비본질적인 사안에 초점이 놓여 있는 듯하다.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선 질문부터 반듯해야 한다. 질문이 틀리면 답도 틀리게 된다.새 감독의 국적 문제는 결코 최우선적인 고려사항이 아니다. 새 감독 선임 만큼이나 중요한 건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의 시스템과 능력이다. 새 감독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까지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낸다는 건 16강 진출이라는 가시적인 성적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변방의 한국 축구를 유럽의 선진 축구 흐름에 접목시킨다는 것을 뜻한다.이를 위해 탄탄한 이론과 풍부한 경험은 필수적인데, 여기에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노련한 선수단 운영이라는 과제가 바로 그것이다. 한국대표팀의 절반 가량은 지구 반대편에 진출해 있다. 감독으로선 자기 철학에 맞는 안정적인 팀을 만들기가 어렵다. 대표팀은 박주영에서 안정환까지 다양한 세대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K-리그라는 결정적인 변수도 있다. 히딩크처럼 대표팀에 올인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 코엘류처럼 선수단을 제대로 구성해 연습하는 것도 이젠 어려울 수 있다.본프레레나 베어벡처럼 한국의 특수한 축구 문화에서 고립되는 상황 또한 발생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협회 기술위원회는 “당신은 성적만 고민하시오. 나머진 우리가 해결하겠소.”하고 여러 상황에 의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을 갖고 있지도 않다. 따라서 이 모든 문제를 기술위원회가 모두 해결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유능한 외국인 감독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새 감독이 선수단의 구성과 조화뿐만 아니라 K-리그와의 관계마저 신경써야 한다면 국내파로 가는 것을 굳이 말릴 이유가 없다.단, 이 경우에는 그 감독에게 절대적인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 물론, 두 경우 모두 능력이 검증된 감독임을 전제로 해야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더 이상의 사퇴 파문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능력있는 감독을 선임하는 일 만큼이나 기술위원회의 능력과 역할에 대한 검토가 우선적으로 검토돼야 한다는 것이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2% 부족한 이천수

    지난 여름 수원에서 경남FC로 이적한 정윤성은 사실상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한 팀의 보석이 됐다. 수원에선 겨우 2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이적 뒤엔 11경기에 출전했고,6골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 공격수 중에서는 최고 성적이다. 정윤성에겐 “항상 장전된 총처럼 준비하라.”는 따끔한 부친의 가르침이 있었다.‘스타 군단’ 수원에서는 그 총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경남 이적 후에는 막강 화력을 발휘하고 있다.그런 그가 경남 첫 경기인 포항 원정전에서 첫 골을 신고하고 돌아오던 길,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응원에 나섰던 경남의 한 팬이 “골도 넣으셨으니 곧 수원으로 돌아가겠네요.”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적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성공해서 돌아오겠다.”고 했던 말이 경남 팬들을 섭섭하게 했던 것이다. 이때부터 정윤성의 마음이 달라졌다. 지금 자신이 뛰고 있는 경기가 축구 인생의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다는 각오를 다진 것이다. 모든 선수들은 국내·외 명문 구단 진출의 꿈을 꾼다. 하지만 그 꿈은 현재 소속 팀에서 최고의 실력을 보여줄 때 실현될 수 있다. 더욱이 프로라면 그래야 마땅하다. 이천수가 네덜란드 페예노르트로 이적하는 과정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페예노르트를 거쳐 반드시 빅리그로 진출하겠다.”는 게 이천수가 밝힌 포부였다.상반기 내내 잉글랜드 위건이나 풀럼과 이적 협상을 벌였던 만큼 네덜란드로 우회하는 것이 조금은 아쉬웠을 게다. 그렇기는 해도 만약 페예노르트 팬이 이천수의 발언을 들었다면 매우 섭섭했을 것이다. 빅리그 진출을 벼르는 축구선수들은 대개 그런 속마음을 공개적으로 내보이지는 않는다. 페예노르트는 이천수의 공격적인 성향과 너무나 잘 들어맞는, 궁합이 맞는 팀이다. 페예노르트가 자신의 무덤이라고 생각할 때, 역설적으로 이천수는 그 무덤에서 유유히 걸어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 곳에서 축구 인생의 후반전을 결정짓는다는 결연한 자세로 임할 때, 팀은 진심으로 이천수에게 빅리그행 티켓을 선물할 것이다.“내가 있을 곳이 아닌데….”하는 마음으로는 결국 또 국내로 유턴할지도 모른다. 높은 산을 오른다는 것, 그건 정상을 멀찌감치 바라보는 게 아니라 신중하게 첫 발자국을 내딛는 것을 뜻한다.산전수전을 다 겪은 그가 부디 튤립의 나라 네덜란드에서 ‘이천수의 축구’라는 아름다운 꽃을 피우길 바랄 뿐이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대표팀 감독 빨리 뽑아 선수 살필 시간을 주자

    첫 번째 풍경.2002년 4월. 당시 한·일월드컵에 진출하게 된 터키 대표팀의 관계자가 한국을 찾았다. 지금 FC서울을 맡고 있는 세뇰 귀네슈가 바로 그 사람이었다. 그는 프로 경기가 열리는 성남종합운동장을 찾았다가 매우 의아스러운 듯이 질문했다.“왜 프로 경기에 대표팀 선수들이 보이지 않는가?” 그 무렵 한국 대표팀은 두 달 이상의 해외 전지훈련 중이었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큰 대회를 앞두고 대표선수들이 프로 경기를 뛰지 않고 대신 오랜 합숙훈련을 하는 건 우리 축구엔 익숙한 일이다. 두 번째 풍경. 지난 7월 동남아에서 아시안컵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에서 한국은 숙적 일본을 꺾으며 3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승리한 팀의 핌 베어벡 감독은 사퇴했고, 패배한 일본의 이비차 오심 감독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대표팀 감독이 여론에 따라 사퇴의 악순환을 반복하는 것 역시 우리 축구의 오랜 풍경이다. 이 두 가지 풍경은 한국 축구의 장기적인 발전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을 더욱 가중시킨다. 현재 축구협회는 추석 연휴를 마친 후 10월 초순에 좀 더 구체적인 검토 작업을 거쳐 차기 감독의 후보군을 압축할 예정이라고 한다. 늦어도 11월까지는 감독 선임 문제를 마무리 짓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 점은 충분히 인정될 수 있는 현실이다.11월25일 남아공에서는 2010년 월드컵의 각 지역 예선 추첨이 이뤄진다. 이 무렵 대표팀 감독이 선임되면 그는 겨울 동안 한국 축구의 전반적인 상황에 대한 판단과 개별 선수들에 대한 분석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이 과정을 거쳐 내년 2월6일 월드컵 2차예선 첫 경기를 치르고,2월 중순에는 중국 충칭 동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내년 상반기에는 꾸준히 전개되는 월드컵 지역 예선과 이에 대비한 평가전도 예정돼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중요한 점이 있다. 늦어도 11월 중 선임될 대표팀 감독이 한국 축구의 뼈대가 되는 K-리그를 현장에서 직접 관전하면서 선수들을 생생하게 확인할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신임 감독은 개별 기록과 동영상으로 선수들을 파악할 수밖에 없다. 물론 내년 상반기에 2차 예선을 거치면서 선수들을 확인해 갈 수는 있다. 그러나 몇 발짝을 뗀 상태에서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해야 할 상황이 되고 만다. 아무리 바빠도 바늘 허리에 실을 매어 쓰지는 못 한다. 감독 선임이 늦어지고 그에 따라 여러 가지 기본 사항이 조금씩 늦어질수록 작은 문제가 큰 문제로 불어날 수도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감독 선임, 그리고 대표팀 운영의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경남 돌풍의 핵은 박항서 감독

    지난해부터 필자는 경남FC의 홈 경기 해설을 위해 창원을 다녔다. 서울에서 창원까지는 멀고 먼 길이다.경기 시작 1시간 전까지는 도착해야 하는 탓에 비행기를 탄 적도 많았는데, 김해공항에서 창원경기장까지도 두 시간은 넉넉히 잡아야 했다. 그저 멀기만 한 것이 아니라 때로는 지루하고 답답했다. 작년에 특히 그랬다. 홈경기 때마다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하고 결국 12위에 주저앉았기 때문에 패배한 경기를 해설하고 올라올 때는 서울이 너무나 멀게 느껴졌다. 요즘은 달라졌다. 경남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플레이오프 진출의 9부 능선을 넘어 3위를 달리고 있어서다. 지난 16일 대구FC와의 원정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면서 5연승을 기록했다. 경남은 스타가 없는 약점을 역이용해 끈끈한 조직력을 기반으로 한 공격 축구를 선보임으로써 21라운드 ‘하우젠 베스트팀’으로까지 선정됐다. 특히 지난 1일, 거센 빗줄기가 쏟아지는 와중에 펼쳐진 밀양에서의 홈경기는 축구가 어떻게 ‘감독의 축제’를 만드는가를 여실히 보여준 명경기였다.1만명을 겨우 수용할 수 있는 밀양공설운동장은 경기 시작 전 이미 만원 사례를 이뤘고, 폭우 속에서도 어느 한 사람 자리를 비우지 않았다.선수들은 근성있는 공격축구로 일관한 끝에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승리를 결정짓는 까보레의 골이 터졌을 때, 공정한 해설을 해야하는 내 자신의 목소리가 어쩔 수 없이 높아졌음을 고백한다. 5연승의 까닭은 응집력에 있었다. 지금은 까보레와 뽀뽀, 산토스를 비롯한 외국인 선수에다 정윤성 김성길 김근철 박종우 김효일 등이 널리 알려지고 있지만, 올해 초만 해도 그들은 다른 팀에서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선수들이었다.공격의 선봉인 뽀뽀와 정윤성은 각각 부산과 수원이 방출한 선수였고, 김효일과 박종우도 전남에서 옮겨 왔다. 그러나 지금 그들은 ‘대형 사고’를 치고 있고, 그 한복판에 박항서 감독이 있다. 15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코치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지난해 부임 당시에도 그는 큰 형 같은 코치에 지나지 않았다. 이제는 달라졌다. 지금 그는 무명의 선수들을 창조적으로 조합해 아름답고 날카로운 공격 축구를 선도하는 감독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의 미덕은 결코 지배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감독이기 때문에 호령도 하고 짜증도 부리지만 그것은 억지로 ‘카리스마’를 요구하는 위압적인 태도가 아니라 정말이지 한 동네에 사는 이웃집 형 같은 인간미다. 스스로를 낮추면서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박항서 감독에 의해 지금 경남은 ‘가을의 전설’을 써나가고 있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성숙한 응원문화 아쉽다

    필자는 지난주 이 지면을 통해 축구장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했다.선수들끼리의 과도한 몸 싸움을 경계하고, 모든 선수들이 건강하게 주어진 열정의 시간을 아름다운 기록으로 채워 나가기를 당부했다. 안타깝게도 이번주 역시 우리 축구 문화의 그릇된 양상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다름아닌 안정환과 FC서울 팬과의 말다툼 사건이다. 지난 10일 수원의 안정환은 서울과의 2군 경기에서 서울 서포터스의 야유를 참지 못하고 관중석으로 올라가 항의를 하다가 퇴장당했다. 물론 우리는 기억한다.1990년대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주장 에릭 칸토나가 자신을 야유하는 팬을 향해 발길질을 해 자신의 축구 인생에 커다란 오점을 남겼다는 것을. 재기의 몸부림 끝에 2군에서 새로운 마음을 다지던 안정환도 이 사건으로 뜻하지 않은 고통의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우리는 또 기억하고 있다.FC바르셀로나에서 뛰던 루이스 피구가 맞수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후 처음 가진 바르셀로나 원정 경기에서 한 때는 자신을 열광적으로 응원하던 팬들이 온갖 야유를 퍼붓고, 심지어 물병을 투척하는데도 꿋꿋이 자신의 경기를 펼쳤던 늠름한 모습을.언제나 함박 웃음을 잃지 않는 호나우지뉴도 팬들의 극성스러운 비난에 오히려 웃음으로 대처하며 경기를 펼쳤다는 것을.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안정환에게 왜 당신은 피구나 호나우지뉴처럼 늠름하게 버티지 못했느냐고 따끔하게 비판을 해야 하는가. 왜 당신은 흥분을 자제하지 못하고 그라운드를 벗어나 관중과 말다툼을 벌였느냐고 지적해야 하는가. 물론 그렇게 말할 수 있다. 여러 정황을 두루 고려하지 않고 선수가 관중석으로 올라가 말다툼을 벌인 행위만을 두고 말한다면 그렇게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프로축구가 열리는 현장에서, 그것도 각 팀의 서포터스 석에서 경기를 관전해 본 일이 없기 때문이라고 감히 말하고자 한다.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서포터스 석은 욕설이 끊이지 않는 위험한 유희의 장이다. 심판들은 판정에 대한 불만으로 딸뻘되는 여학생들이 거친 욕설을 퍼부을 때 심한 자괴감에 빠진다. 원정 경기에 나선 골키퍼는 상대 서포터들이 등 뒤에서 퍼붓는 욕설을 지속적으로 들어야 한다.심지어 골키퍼의 등을 향해 동전을 던지는 위험한 놀이도 벌인다. 도저히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이 난무하기도 해 그 쪽으로는 연인이나 가족들이 가서 앉지도 못한다. 이런 정황을 두루 살피건대 순간 격분한 안정환에게 모든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경기와 무관한 조롱, 그것도 가족을 향한 야유까지 들었다고 하는데 이러한 심각한 언어 폭력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되는 상태까지 이른 것이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폭력은 안된다

    축구장이 위험하다. 그라운드가 거친 폭력의 실험장이 되고 있다. 격렬한 몸 싸움을 피할 수 없는 축구의 특성상 유리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상대 선수의 유니폼을 잡아 끌거나 팔꿈치로 슬쩍 가격하는 것은 가벼운 찰과상 정도로 여기는 분위기다. 상대 선수의 발목을 향해 백태클을 감행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지금 선수들은 끔찍한 피해자가 되고 있다. 가해자 역시 다름 아닌 동료들이다. 올림픽대표팀이 카타르와의 평가전에서 난투극을 벌였다. 카타르 선수가 연거푸 폭행을 하는 바람에 한국 선수들도 맞붙어 싸웠다. 물론 양 팀 선수들은 경기 도중 시비와 폭행이 결코 올바른 일이 아님을 의식하였고, 자칫 출장 정지 같은 제재를 받을 것을 염려해 거리의 패싸움처럼 난폭하게 행동하지는 않았다. 기세 싸움에서 눌리지 않기 위해 우루루 몰려 가 과시적인 행동만 했고 실제 폭력은 쓰지 않았다고 해서 모든 것이 용서되는 것은 아니다. 카타르 선수의 거친 행동은 물론이고 상대 반칙에 보복 행위를 한 하태균이나 상대를 걷어차려 한 오장은의 행동을 ‘우리 편’이라고 해서 두둔할 수는 없다. 축구장이 비극적인 무덤이 되는 경우가 있다. 폭력 때문은 아니지만 최근 스페인 세비야의 안토니오 푸에르타가 경기 도중에 쓰러져 결국 숨졌다. 이 같은 참사는 더 이상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 선수들끼리 시비를 붙거나 거친 플레이를 하는 바람에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경기장을 떠나는 비극도 막아야 한다. 최근 K-리그의 몇몇 경기는 판정 시비로 얼룩이 졌다. 무리 없이 진행했다는 심판들의 항변에도 부당하게 졌다는 주장이 앞선다. 물론 그 경기의 승리자는 말이 없다. 이러한 판정 시비는 오프사이드처럼 접촉이 없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선수들끼리의 몸 싸움이나 반칙을 두고 일어난다. 그런데 정작 그렇게 거친 플레이를 한 선수들에 대한 비판은 들려오지 않는다. 판정에 대한 의견 표시는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소속 선수나 상대 선수를 막론하고 거친 플레이를 한 선수에 대한 따끔한 질책도 반드시 해야 한다. 무엇을 위해서? 깨끗한 경기를 위해서? 물론 그런 측면이 있다. 거친 상황에서도 냉정을 잃지 않는 승부사적인 기질을 키우기 위해서? 이 또한 필요한 덕목이다. 어린이들에게 비교육적인 모습을 보여서는 안되기 때문에?이 점도 중요하다. 그러나 진심으로 중요한 것은 젊은 선수들 모두가 축구장에서 살아남아 건강한 삶을 지속해야 한다는 절대 과제 때문이다. 하루 이틀 공을 차고 마는 게 아니라 축구를 평생 직업으로 삼을 선수들이 이 험난한 세상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깨끗한 경기를 하라고 준엄하게 가르쳐야만 한다. 경기는 짧지만 축구는 영원한 법이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흐뭇한 축구공 폭탄

    지난 26일 ‘로스앤젤레스 데일리뉴스’ 인터넷판은 한 한국계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축구 헬기 작전’을 수행한다고 보도했다.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프린스턴 서 준위가 주인공이다. 그는 4월부터 헬기에 공을 싣고 비행하다가 어린이들이 보이면 곧장 축구공을 떨어뜨려 줬다.지금까지 1000개가 넘는 공을 ‘투하’했다는데, 처음에는 아이들이 미군 헬기라고 돌을 던지기도 했지만 이제는 손을 흔들며 헬기 쪽으로 다가온다고 한다. 훈훈한 미담이며 아름다운 풍경이다. 몇 가지 생각도 동시에 떠오른다. 우선 악조건 속에서도 공을 차는 순간만큼은 잠시나마 시름을 잊을 아프가니스탄의 아이들이다. 축구공은 세상 어디에서나 둥글다. 하지만 고통받는 지역의 아이들의 형편은 둥글지 않다. 공을 차는 작은 기쁨조차 없다면 그들의 삶은 얼마나 가슴 아플까. 지난 2001년 겨울, 탈레반 정권이 붕괴되자 수많은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축구장에 몰려들었던 건 축구가 단순한 공놀이가 아님을 증명한다. 이듬해 5월, 독립을 선포한 동티모르가 첫 기념 사업으로 국제축구연맹에 가입해 월드컵 예선에 참가하기로 했던 일도 떠오른다. 서 준위의 정성어린 후원은 진정으로 아름다운 풍경이다. 물론 세상 일은 두 눈을 모두 이용해서 봐야 한다. 서 준위의 진심에도 그 행동은 마음씨 착한 ‘엉클 샘’이 되는 게 현실이다. 미군이 던져주는 빵 부스러기를 받기 위해 달려가던 우리의 가난했던 시절이 뼈아프게 연상될 수도 있다. 로빈 윌리엄스가 주연을 맡은 영화 ‘굿모닝 베트남’에서 미군은 베트남 어린이들과 야구를 한다. 미국 문화의 상징인 야구는 ‘착한’ 미군과 베트남 어린이를 정서적으로 이어준다. 베트콩에 가담한 청년은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다.‘착한’ 미군의 행동과 미 행정부의 전쟁 책임이 얽혀져 있다. 서 준위에 대한 네티즌의 의견도 조심스럽다. 서 준위의 행동이 전쟁 당사자인 미 행정부의 이미지 개선에 이용될 뿐이라면 그는 더 이상 축구공을 떨어뜨리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그가 떨군 공을 받았다고 해서 그들이 갑자기 ‘친미’로 돌아서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그곳의 아이들이 어려운 형편에 처해 있는 와중에도 공을 차고 달리면서 성장한다는 것이다. 서 준위는 중동에서 미군의 역할을 결정할 만한 위치에 있는 사령관이 아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공을 떨어뜨릴 정도는 된다. 그렇다면 더 많은 공을 더 많은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일은 계속돼야 한다. 어디 아프가니스탄만의 형편뿐일까. 지금 이 세계에는 가난과 전쟁 속에서도 공을 차는 어린이들이 많다. 그들에게 전쟁 없는 평화로운 미래를 물려주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맘 놓고 찰 수 있는 공을 나눠주는 일조차 할 수 없다면 그것이야말로 정말 암울한 시대가 아닌가.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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