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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주영의 구석구석 클래식] 내 음악의 소중함

    [김주영의 구석구석 클래식] 내 음악의 소중함

    영화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 아디오스’(2017)에는 1990년대 말부터 큰 인기를 얻은 쿠바의 베테랑 밴드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의 고별 공연이 담겨 있다. 그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초청으로 백악관에서도 공연을 가졌다. 대통령은 이들의 연주를 맞이하는 환영사에서 재미있는 농담을 했다. “예전부터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의 팬이었습니다. 그들의 CD도 샀어요. 아, 요즘 세대들은 CD가 뭔지 잘 모르시겠군요. 손바닥만 한 크기인데, 원형의 작은 플라스틱판으로 가운데 작은 구멍이 뚫려 있죠….”CD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 사람은 ‘아직’ 없지만, 앞으로의 세대들이 그렇게 될 것이라는 예감은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오랜만에 자동차를 바꿔 보려고 전시장에 가서 시승을 해 보는 순간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다. “이 차에는 시디플레이어가 없나요?” “네, 몇 년 전부터 장착되지 않고 있습니다.”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 좀 불편하겠다고 말했지만, 판매 사원들은 내 아쉬움에 크게 공감하지 않았다. 대부분 ‘그게 왜 필요하지?’란 표정들이었다. 운이 좋게도 각종 녹음 기록 매체를 사용할 기회를 골고루 가진 세대였다. 10대 초반에 CD가 나타났으니 LP에도 익숙하고, 차갑고 비인간적인 소리라는 비판을 받던 천덕꾸러기 CD가 차츰 자리를 잡고 인정받는 과정도 보아 왔다. 요즘 세대들에게 CD보다도 훨씬 낯설 법한 레이저디스크(LD), DVD를 거쳐 블루레이 등이 친숙해지기까지의 기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내가 너무 둔한 것인지 모르지만, ‘동그라미’ 모양이 아닌 USB나 파일로 음악을 듣는다는 게 아직 그다지 내키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어쩐 일인지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 대부분은 고급 오디오나 최신 재생 기기에 큰 관심이 없다. 이유를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객석에 앉아 음악을 듣는 애호가들이 ‘어떻게 들리나’에 관심이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소리를 만드나’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겠다. 내 경우는 음악을 재생하는 방법이 편할수록 좋다. 깨끗한 음질로 들을 수만 있다면 어떤 방식이든 상관없다는 생각인데, 그럼에도 조그만 컴퓨터 칩이 내 마음속에 음악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무엇보다 내 것, 내 음악으로 ‘소유’한다는 느낌이 적어서다. 최근 LP의 새로운 유행은 LP 생산이 중단한 후 태어난 젊은 세대들에게 이른바 ‘애착’이라는 개념을 심었다는 면에서 흥미롭다. LP를 다뤄 본 사람이라면 모두 알고 있지만, 이 플라스틱판은 관리가 꽤 까다롭다. 먼지를 매번 떨어내야 하고, 온도와 습도에 민감해 여러 겹의 종이와 비닐로 감싼 채 보관해야 한다. 또한 플라스틱 위에 새겨진 미세한 골을 바늘을 통해 ‘긁는’ 방식으로 재생이 이루어지기에 한계 수명이 존재한다. 여러 장 쌓이면 이사나 이동할 때 큰 짐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불편을 감수하며 내 방 한쪽 수납장에 꽂아 놓은 음반은 그 순간 비로소 내 것, 내 음악이 된 듯 뿌듯함을 준다. 정성껏 닦아 반짝거리는 LP 판의 질감을 느끼고, 오래 간직하기 위해 비닐로 조심스럽게 감싼 재킷 사진들을 바라보며 느끼는 만족감은 꼭 예전 세대들의 추억만은 아닐 것이다. 도대체 음악을 왜 ‘저장’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세대도 있으며, 듣고 싶을 때 언제든 들을 수 있는 ‘공유’의 개념이 더 중요해진 것도 알고 있다. 유행이나 정보와 달리 자신만의 ‘취향’은 공유될 수 없다. 음악 감상이란 자신의 내면을 열고 은밀한 자아와 소리가 만나는 매우 개인적인 행위이며, 음악을 듣고, 알고, 사랑하고, 내 것이 되게 만드는 과정은 오로지 나만의 방식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스마트폰을 열면 나보다 훨씬 똑똑한 인공지능이 추천한 ‘당신이 좋아할 만한 음악들’이 기다린다. 그리고 스마트폰이 내가 사랑하는 음악에 대한 애정과 추억, 이야기들을 모두 알지는 못한다는 사실에 묘한 안도감을 느낀다.
  • ‘쓴소리 발끈‘ 트럼프, 국방장관 두 달 일찍 교체…장관대행 섀너핸

    ‘쓴소리 발끈‘ 트럼프, 국방장관 두 달 일찍 교체…장관대행 섀너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안보 정책을 비판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사임 서한에 격분해 두 달 앞당겨 그를 사퇴하게 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앞서 매티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계획에 반발해 “동맹국을 존중하라”는 취지의 사퇴 편지를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요일인 23이(현지시간) 트위터 계정에 글을 올려 “매우 재능있는 패트릭 섀너핸(57) 국방부 부장관이 내년 1월 1일부터 국방장관 대행을 맡는다는 것을 알리게 돼 기쁘다”며 “그는 훌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일 트위터로 매티스 장관의 퇴임을 알리면서 시기를 2월 말로 밝힌 것보다 사임 시기가 두 달 앞당겨진 것이다. 매티스 장관도 후임 인선과 내년 2월 있을 의회 청문회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의를 고려해 2월 28일까지 일하겠다고 사임 서한에 적시했다.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 행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그건 사임할 때 써야하는 그런 종류의 서한이 아니었다”며 문제의 서한이 조기 교체 결정의 배경임을 시사했다. 이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매티스의 사임 서한에 쏠린 여론의 주목에 짜증을 냈다고 인정하면서 “대통령은 (국방장관 교체를) 여러 달 동안 질질 끄는 일은 좋지 않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동맹과 상의 없이 이뤄진 시리아 철군 결정, 중국과 러시아 등 권위주의적 정부에 대한 견제 실패에 관해 자신을 비판한 매티스의 서한이 며칠 간의 부정적 뉴스 보도로 이어진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격분했다고 보좌진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티스 장관에게 조기 교체를 직접 통보하지 않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통해 전달했다고 AP가은 전했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위터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매티스를 불명예스럽게 해임했을 때 나는 그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줬다”며 매티스 전 장관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앞서 매티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방침에 반발해 지난 20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사임 의사를 밝혔다. 그는 서한에서 “동맹국에 존중을 보여주지 않고서는 우리의 이익을 보호하거나 그런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고 밝히는 등 트럼프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남겼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섀너핸 장관대행 지명자에 대해 부장관 시절과 과거 보잉 재직시 많은 업적을 이뤘다며 그를 추켜세웠다. 워싱턴 주(州) 출신으로 시애틀 워싱턴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대학원을 나온 섀너핸은 항공사 보잉의 제조 공정과 공급망을 담당하는 수석 부사장 출신으로 지난해 7월 의회 인준을 거쳐 부장관으로 재직해왔다.그는 보잉에 1986년 입사해 30여년 간 방산 관련 업무에 종사했고 보잉 미사일방어시스템 부사장 등 다양한 보직을 거치면서 미군의 미사일 발사 프로그램과 육군 항공기 업무에서 경력을 쌓았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국방장관 대행이 지명되는 건 이례적이라고 AP가 전했다. AP는 국방장관이 사임하면 후임이 확정될 때까지 업무를 보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척 헤이글 전 국방장관도 2014년 11월 사임했지만 후임인 애슈턴 카터 전 장관이 이듬해 2월 취임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트럼프 “동맹국은 매우 중요하지만 그들이 美 이용할 때는 그렇지 않다”

    트럼프 “동맹국은 매우 중요하지만 그들이 美 이용할 때는 그렇지 않다”

    한미 동맹·대북정책 큰 변화 없을 듯 방위비 분담금 압박 더 세질 가능성 후임 4성 장군 출신 잭 킨 유력 거론전통적 동맹관계를 중시해 온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내년 2월 물러나기로 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독단적 안보정책 결정을 견제할 ‘버팀목’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측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압박이 더 거세질 가능성도 있지만 주한미군 지위를 비롯한 한·미동맹과 대북정책 근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매티스를 불명예스럽게 해임했을 때 나는 그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줬고 모든 자원을 제공했다”면서 “동맹국은 매우 중요하지만 그들이 미국을 이용할 때는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일 트럼프 대통령의 독단적 시리아 철군 결정에 반발해 물러나겠다고 밝힌 매티스 장관을 비판한 발언이다. 외교가에서는 ‘비용’ 문제를 중시한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도 돌발적으로 철수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다시 나왔다. 매티스 장관은 올해 초 주한미군 주둔에 회의적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3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해 주둔하는 것”이라고 설득해 철수 의사를 막았다. 그러나 매티스 장관 사퇴가 당장 주한미군 지위 변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미 상·하원은 지난 8월 의회 승인 없이 주한미군을 2만 2000명 이하로 줄이는 것을 금지한 국방수권법을 통과시켰다. 다만 방위비 부담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주한미군 유지비로 연 8억 3000만 달러(약 9300억원)를 부담하고 있지만 트럼프 정부는 이를 1.5~2배로 늘리길 원한다고 미 언론은 전하고 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는 매티스 장관 후임이 될 유력한 후보자로 전역한 육군 4성 장군 출신 잭 킨(75) 전쟁연구소(ISW) 이사장을 꼽았다. 킨 이사장은 보수성향 폭스뉴스에서 안보 관련 논평가로 활동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장관직을 제안받았지만 이를 거절하고 대신 매티스를 추천한 인물로 알려졌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美NORAD “정부 ‘셧다운’에도 성탄절 산타 추적 계속”

    美NORAD “정부 ‘셧다운’에도 성탄절 산타 추적 계속”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는 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속에서도 12월 24일 밤 산타클로스의 위치를 추적하는 63년 전통을 계속 유지합니다.” 냉전 시대부터 미국 영공을 방어해온 NORAD가 21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올해도 어김없이 ‘산타 트래킹’(위치추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미 NBC는 “산타 위치추적을 하는 NORAD 요원들이 약 1500명에 달하는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올해도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을 둘러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 간의 갈등으로 상원에서 긴급지출법안 처리가 불발하면서 미 연방정부가 22일 0시를 기해 셧다운에 들어갔지만 1955년부터 이어져 온 NORAD의 산타 추적 임무는 계속된다는 것이다. NORAD가 산타 추적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1955년 12월 24일 당시 한 어린이가 잘못 건 전화 한 통에서 비롯됐다. 콜로라도주의 한 백화점이 신문에 산타 전화번호를 소개하는 광고를 냈는데, 백화점 광고를 보고 전화를 건 어린이는 번호가 잘못 기재된 통에 NORAD의 전신인 콜로라도스프링스방공사령부(CORAD)로 전화를 걸었다. 엉뚱한 직통전화를 받게 된 당시 사령부의 해리 숍 대령은 산타가 어디쯤 와 있는지 묻는 아이를 실망하게 하지 않으려고 “레이더를 보니까 산타는 지금 북극에서 남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식으로 답변해줘 화제가 됐다. 이때부터 NORAD의 산타 위치 추적이 시작됐다. 냉전 시대 구소련에 대항해 삼엄한 영공감시 임무를 맡고 있던 사령부가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부업’으로 산타 위치추적에 나선 것이다. 2012년에는 당시 ‘퍼스트 레이디’ 미셸 오바마도 전화기를 붙들고 아이들에게 산타 위치를 알려주는 자원봉사에 나섰다. 얼마 전부터 아마존 음성인식 비서 ‘알렉사’까지 합류했다. 연말 휴가를 보내기 위해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올해도 NORAD의 산타 위치추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자원봉사자로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트럼프 “IS戰 이겼다”… 동맹 합의 없이 시리아서 미군 전면 철수

    트럼프 “IS戰 이겼다”… 동맹 합의 없이 시리아서 미군 전면 철수

    NYT “트럼프, 한달 내 2000명 철수 지시…매티스·볼턴 ‘적 이롭게 한다’ 적극 만류” 美공백 러·이란·터키가 사실상 장악할 듯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 작전을 펴며 시리아에 주둔해 온 미군의 전면 철수를 공식 발표했다. 전쟁 비용을 절약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한 결정이지만, 갑작스러운 철군으로 미국의 제재 대상국인 러시아와 이란, 터키의 시리아 장악을 결과적으로 방치하는 이적 행위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우리는 IS에 이겼다. 역사적인 승리 이후 우리의 위대한 젊은이들을 고향에 데려올 때가 됐다”고 밝혔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5년 전 IS는 중동에서 강하고 위험했지만 미국은 이를 물리쳤다”면서 이미 철수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다만 샌더스 대변인은 “미국과 동맹국들은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다시 개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는 버락 오바마 정부가 2015년 내전 중이던 시리아에 지상군을 파견한 이후 3년여 만이다. 현재 약 2000명의 미군 병력이 터키와 인접한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 주둔하며 시리아민주군(SDF)의 군사 훈련을 지원해 왔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 달 내 2000명 전원을 철수시킬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IS는 2014년부터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급속히 세력을 확장했다가 현재는 궤멸 직전 상태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철수를 주장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에도 “미국은 이 전쟁에서 7조 달러를 낭비했다”고 주장했었다.하지만 시리아 내전의 본질은 IS 격퇴보다 미국·러시아의 대리전 양상으로 봐야 한다. 2011년부터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군 세력을 지원해 온 미국은 IS 격퇴를 명분으로 2015년 지상군을 파견했다. 알아사드 정권을 후원하는 러시아도 같은 해 IS 격퇴를 명분으로 내전에 개입했다. 여기에 수니파 무슬림이 다수인 시리아를 두고 수니파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 맹주 이란이 내전에 관여했고, 시리아와 국경을 맞댄 터키도 쿠르드족의 영향력 확대를 억제하기 위해 군사 개입을 하면서 중층적이고 복잡한 갈등 구도가 만들어졌다. 미군의 철군으로 인해 힘의 균형추가 러시아, 이란, 터키 쪽으로 급속히 쏠린다는 점에서 의회에서도 비판이 커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이자 이란의 숙적인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과도 사전 상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동맹들의 불안도 가중됐다. 프랑스 국방부는 “미군이 철수해도 우리는 IS 격퇴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적을 이롭게 한다”며 적극 만류했지만 끝내 철수를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함께 시리아에서 작전을 펼쳐 온 쿠르드 민병대도 철수 발표로 혼란에 빠졌다. 미군이 시리아에서 손을 떼면서 러시아는 지중해 및 남유럽, 중동으로 진출할 군사 거점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란은 시리아와 인접한 레바논의 반(反)이스라엘 헤즈볼라와의 연결선을 확보하게 됐고 터키는 시리아 북서부에서 눈엣가시였던 쿠르드 민병대를 제압하게 됐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미국,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시작…“군사작전 다음 단계로 전환”

    미국,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시작…“군사작전 다음 단계로 전환”

    미국이 시리아에 주둔 중인 미군을 철수하기 시작했다. 외신들은 미국이 시리아 주둔 미군 전면 철수를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새라 샌더스 미 백악관 대변인은 1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5년 전 이슬람국가(IS)는 중동에서 매우 강력하고 위험한 세력이었으며, 이제 미국은 ‘칼리프’(이슬람교 왕국)를 물리쳤다”면서 “군사작전이 다음 단계로 넘어감에 따라 우리는 미군을 귀환시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샌더스 대변인은 이어 “미국과 동맹국들은 미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모든 수준에서 다시 개입할 준비가 돼 있으며 급진적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의 영토, 자금, 지원, 국경 침투 수단을 막기 위해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데이나 화이트 미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성명에서 “연합군은 IS가 장악했던 지역을 해방시켰지만 IS에 대한 군사작전은 끝나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군사작전의 다음 단계로 전환하면서 시리아로부터 미군을 복귀시키는 절차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현재 약 2000명의 미군이 터키 국경 근처의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 주둔 중이다. 미군은 2015년 말부터 시리아에 주둔해 왔다. 미군은 IS와 싸우는 시리아민주군(SDF)에 대한 군사훈련을 주로 지원해왔다. IS는 2014년 시리아와 그에 인접한 이라크에 급속히 퍼지며 그들이 지배하는 땅에서 가상의 ‘칼리프’까지 선포했으나, 각국 연합군의 공격으로 대부분 영역을 잃었다. 외신들은 조속한 시일 안에 미군이 시리아에서 전면 철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CNN은 미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조속한 시일 내에 시리아 주둔 미군을 전면 철수하는 계획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AP도 익명의 미 행정부 관리를 인용해 “가능한 한 빨리 모든 군대가 철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미군 철수를 주장해 왔다. 지난 3월에는 대중연설에서 미국이 중동 전쟁에 개입해 7조 달러를 낭비했다며, IS를 거의 다 몰아냈는데도 시리아에 미군을 계속 주둔시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리아 주둔 미군의 철수 결정에 대해 공화당 일각에서는 비판이 제기됐다고 AP는 전했다. AP에 따르면 친트럼프계 린지 그레이엄(공화·사우스 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오바마 같은(Obama-like) 큰 실수”라면서 이번 결정이 “IS 세력을 신장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마코 루비오(공화·플로리다) 상원의원도 “중대한 과오”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핵잼 사이언스] 이 사진 중 진짜 사람은?…AI가 만든 진짜같은 가짜 사진

    [핵잼 사이언스] 이 사진 중 진짜 사람은?…AI가 만든 진짜같은 가짜 사진

    과연 사진 속에 있는 여러 사람 중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최근 그래픽 처리 장치 전문 업체인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를 활용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을 사진으로 만들어내는 기술을 담은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지 사람의 눈으로는 도저히 판별이 불가능한 이 사진 속 인물들은 놀랍게도 모두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같은 가짜 사진은 지금까지 주로 포토샵을 이용해 가공됐지만 사실 이 작업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어느정도 판별도 가능하다. 그러나 수년 전 부터 이같은 방식은 옛날 기술이 됐다. AI의 발달로 더이상 진짜 가짜 사진을 식별하는 것 자체가 의미없는 상황에 도래한 것. 엔비디아 연구진은 논문에서 "실제 사람 얼굴들의 특징을 뽑아내 이를 혼합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면서 "생성적 적대 네트워크(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s·이하 GAN)를 활용해 실제처럼 보이는 얼굴로 맞춤화했다"고 설명했다.다소 낯선 용어인 GAN은 최근 몇년 사이 AI 네트워크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기술이다. 서로 경쟁하는 네트워크를 만들어 결과를 비교해 상호학습하게 만드는 것. 쉽게 풀면 한쪽은 끊임없이 정교한 가짜 사진을 만들고, 다른 한쪽은 가짜인지를 판별해 서로 경쟁하게 만들면 결과적으로 최고의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다. 엔비디아 측은 온라인 사진 공유사이트에서 가져온 총 7만 장의 인물사진을 가지고 두 AI 네트워크를 훈련 및 학습시켰다. 엔비디아 연구진은 "이번에 공개한 가짜 사진은 다른 어떤 GAN로 만들어진 것보다 우수하다"면서 "안경, 선글라스, 모자 등도 감지해 재현할 수 있으며 완전히 새로운 사람의 이미지를 무한대로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람 뿐 아니라 동물, 침대와 같은 사물도 이와같은 방식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같은 기술에 대한 우려도 높다. 유명인의 얼굴을 도용해 다양한 이미지와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유명 여배우들을 성인물에 합성하거나 정치인들은 가짜뉴스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미국 워싱턴대학 연구진들은 AI를 통해 만들어진 감쪽같은 오바마 전 대통령 가짜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유정훈의 간 맞추기] 모두에게 존엄을

    [유정훈의 간 맞추기] 모두에게 존엄을

    올해 언론으로 접한 유명인사의 부고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유대인 변호사 펠리시아 랑거와 미국 연방상원의원 존 매케인의 부고였다.펠리시아 랑거는 1968년 이스라엘 점령지 동예루살렘에 사무실을 낸 최초의 유대인 변호사였다. 그 후 23년 동안 팔레스타인 사람을 위한 인권변호사로 활동했다. 폴란드에서 태어난 랑거는 나치의 박해를 피해 러시아로 피난했던 경험, 가까운 사람들이 홀로코스트에 희생된 사건을 통해, 기본권을 박탈당한 소수자의 삶이 어떤지 알았다. 그는 어느 민족보다 그런 고통을 잘 아는 유대인이 다른 민족을 억압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존 매케인은 직업군인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해서 5년 반 동안 북베트남의 포로 생활을 했고, 그 과정에서 당한 고문의 후유증으로 팔에 장애가 남았다. 9·11 이후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테러와의 전쟁에 필요한 정보를 얻어낸다는 명목으로 수감자들을 고문하며, 이를 ‘강화된 신문기술’이라 포장했다. 그러나 같은 당 소속의 매케인은 고문에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했다. 2014년에는 고문보고서 공개를 지지했고, 2018년 고문 연루 의혹이 있는 CIA 국장 인준에 반대했다. 두 사람은 여러 면에서 대조적이다. 랑거는 의뢰인을 변호하는 데 성공한 적이 거의 없는 변호사였다. 어렵게 정착한 조국에서 ‘민족의 배신자’ 취급을 받았고, ‘테러리스트의 변호사’라는 비난과 함께 온갖 위협을 겪었으며, 끝내 독일로 망명을 떠나야만 했다. 매케인은 6선 상원의원으로 2008년 대통령선거 낙선 외에는 모든 정치적 영광을 누렸고, ‘진정한 보수, 참된 애국자’로 존경을 받았다. 매케인의 장례식에서는 그에게 선거 패배를 안겨 준 전직 대통령 두 사람, 조지 W 부시와 버락 오바마가 추도사를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부고 아니 삶을 통해 내가 받은 메시지는 동일했다. 소수민족 박해, 고문 같은 불의를 접했을 때, ‘나 혹은 우리 편만 아니면 돼’라고 넘어가면 안 된다는 것, ‘어느 누구도, 심지어 우리의 적이라도, 그런 일을 당하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함께 사는 길이라는 것이다. 핍박을 받을 때 ‘힘을 길러 나는 그런 일 겪지 말아야지’ 심지어 ‘지금은 당하지만, 나중에는 내가 그런 위치에 올라가서 갚아 주겠다’고 반응하는 것은 본능이다. 그럼에도 ‘내가 당한 핍박은 남도 겪어서는 안 된다’고 도전하는 것은 어렵지만,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길이다. 2018년은 여러 모습으로 기억되겠지만, 그중 하나는 분명 ‘약자 혐오의 시대’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어느 측면에선가는 소수자일 수밖에 없다. 이 땅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를 마음 한켠으로 낮추어 보지만, 비행기를 타고 몇 시간 날아가면 ‘찢어진 눈’ 표시가 그려진 커피컵을 받아 들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19년은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인간성의 지평을 넓혀 가는 순간들로 채워지면 좋겠다. 우리와 다른 편에 서 있는 사람까지 포함해서, 모두에게 존엄을.
  • [지금, 이 영화] 소아마비·유대인 이민자… 그는 어떻게 클래식 전설이 됐나

    [지금, 이 영화] 소아마비·유대인 이민자… 그는 어떻게 클래식 전설이 됐나

    클래식 음악, 특히 바이올린 전공자에게 이차크 펄만은 ‘살아 있는 전설’로 받아들여질 테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에 깊은 조예가 없는 나는 이차크를 ‘유명 바이올리니스트’ 딱 그 정도로만 알았다. 이제는 생각이 좀 바뀌었다. 단지 유명할 뿐인 평범한 사람과 전설이 된 천재의 차이를 확실히 느끼게 됐으니까. 그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이차크의 행복한 바이올린’(원제: Itzhak)을 본 덕분이다. 이 글에서는 이차크가 도달한 음악적 경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를 늘 따라다니는 두 가지 키워드 소아마비 장애인과 유대인 이민자의 정체성도 여기에 녹아들 것이다.먼저 이차크의 말부터 들어보자. 그가 음악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친구에게 설명하는 장면이다. “테크닉이 좋다는 건 속주를 잘하는 게 아냐. 악절을 제대로 표현하는 기술이 바로 테크닉이지. 음악에 색채와 개성을 담아 아름답게 들리도록 하는 거야. 테크닉 다음으로는 비전이 있어야 해. 테크닉을 어떻게 쓸 건지. (…) 나는 연주할 때 계획을 세우지 않아. 음악이 내게 말을 걸면 응답할 따름이지.” 이차크의 말을 나는 이렇게 요약했다. 기술자가 테크닉만 과시하려 든다면, 예술가는 음악과 자신이 나누는 대화를 정확하게 나타내기 위해 애쓴다고 말이다. 이는 기술자와 예술가를 구별 짓는 핵심적인 요소다. 원래 테크닉이 뿌리를 둔 단어 ‘테크네’(techne)는 기술과 예술을 함께 의미했다. 또한 이것은 상투화된 일상성을 뛰어넘는 힘을 가리키기도 한다. 따라서 테크네를 어떻게 응용할 것인가는 음악에만 한정된 물음이 아니다. 영화에도, 문학에도, 심지어 인생에도 적용 가능하다. 그것의 구체적 방법을 우리는 고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굳이 이 영화를 볼 이유가 없다. 역경을 극복한 성공담이야 이미 차고 넘치니까. 이런 점에서 나는 이차크가 2015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자유 훈장을 받는 모습, 수많은 청중의 환호를 받으며 공연하는 모습 등에 별반 흥미를 갖지 못했다.차라리 나는 그가 소아마비 장애인으로 사는 불만을 퉁명스레 표출하고, 그가 유대인 이민자로서의 자부심을 지나치게 드러낼 때가 좋았다. 행복해 보이는 웃음 뒤에 가려진 이차크의 진짜 얼굴을 언뜻 본 듯한 기분이 들어서다. 그는 여전히 스스로와 격렬하게 싸우며 새로운 길을 찾는 중이다. 만약 이차크가 안온한 자기 화해에 머물렀다면 단지 유명할 뿐인 평범한 사람이 되고 말았으리라. 그가 전설이 된 천재일 수 있는 까닭은 지금도 계속되는 자기 불화에 기인한다. 이차크는 바이올린이 영혼을 그대로 복제한 악기라고 말한다. 듣고 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의 바이올린 연주가 왜 섬세한 감동을 주는지 납득돼서다. “영혼이 있는 자에겐 평온이 없다.”(페르난두 페소아) 이차크는 얼마나 복잡한 영혼을 가졌는지! 허 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트럼프 내각 ‘구인난’… 돌려막기 인사 단행

    트럼프 내각 ‘구인난’… 돌려막기 인사 단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트위터로 라이언 징키 내무장관의 교체 방침을 밝혔다. 또한 연말 퇴진하는 존 켈리를 대신할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믹 멀베이니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을 지명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인력난’ 속 임기 후반기 진용 재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내무장관 라이언 징키는 올해 말 정부를 떠날 것”이라면서 “트럼프 정부는 다음주 새로운 내무장관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정부의 9번째 장관급 교체라고 전했다. 몬태나주 하원의원 출신인 징키 장관은 2년 동안 미 연안에서 석유와 가스를 시추할 수 있게 하는 5개년 계획을 비롯해 트럼프 정부의 환경규제 완화 및 국내 에너지 개발 정책을 주도해 왔다. 하지만 그는 토지 위법 거래 의혹과 전세기 사용 문제, 관용차량 아내 동반 사용, 잠재적 이익 충돌 등 각종 비위 의혹을 몰고 다녔다. 이번 교체 배경도 그동안의 비위 의혹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징키 장관의 비위 의혹을 정조준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서둘러 상처를 도려낸 것으로 워싱턴 정가는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주 후임 내무장관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워싱턴 정가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4일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의 대행으로 멀베이니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을 지명한 것에서도 드러난다.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비서실장의 외부 수혈에 실패하면서 내부의 멀베이니 국장으로 ‘돌려막기’ 인사를 단행했다”면서 “신임 내무장관 인선도 내부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현재로서는 임기는 불투명하지만 멀베이니 대행은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전략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한 백악관 관계자는 AP통신에 멀베이니의 임기와 관련, “대행이라는 직함과 관계없이 무기한으로 비서실장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멀베이니는 트럼프 대통령과 개인적 인연이 있었던 사이는 아니지만 백악관 입성 후 업무 처리 등에서 대통령의 신임을 얻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연방 하원의원을 지낸 멀베이니 대행은 공화당 강경 보수세력 ‘티파티’ 출신으로, 당내 강경 그룹 ‘프리덤 코커스’의 창립 멤버다.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인 2013년 건강보험개혁안인 ‘오바마케어’에 대한 여야 간 대치로 촉발된 연방정부 셧다운(부분적 업무정지) 사태 당시 지도부에 강경 대응을 압박하기도 했다. 멀베이니는 2016년 11월 대선 직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끔찍한 인간’이라고 발언한 사실도 있어 주목을 받았다. 멜베이니는 당시 민주당 인사와의 토론에서 “내가 생각하기에 트럼프는 끔찍한 인간”이라면서 “나는 트럼프를 지지하지만 역사상 가장 결점이 많은 두 사람(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이 후보로 나왔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웃고 운 트럼프

    텍사스 법원 ‘오바마케어 의무 가입’ 위헌 판결 코언 “트럼프가 ‘성추문 입막음 돈’ 지시” 폭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건강보험법(일명 ‘오바마케어’)의 연방법원 위헌 결정으로 오래간만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충복이었던 전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이 ‘트럼프의 성추문 합의금 전달 지시’ 등을 폭로하면서 웃음이 오래가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와우, 하지만 놀랍지 않게도 오바마케어는 대단히 존경받는 텍사스 판사에 의해 위헌적인 것으로 판결됐다”면서 “미국에 위대한 뉴스”라고 강조했다. 이날 텍사스주 포트워스 연방지방법원 리드 오코너 판사가 오바마케어의 ‘전 국민 의무가입’ 조항을 근거로 이 제도 전체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그동안 오바마케어 폐지에 앞장섰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위헌 결정의 근거가 된 전 국민 의무가입 조항은 대다수 미국인의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가입하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한 항목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 통과된 트럼프 정부의 세제개편법안은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개인에게 부과하는 벌금을 없애 사실상 의무가입 조항을 폐지했다. 따라서 오코너 판사는 벌금이 폐지된 이상 개인의 건강보험 가입 의무는 더는 합헌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전 개인 변호사 코언의 폭로로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위증 혐의로 징역을 받은 코언은 이날 ABC방송의 한 방송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성관계를 주장하는 여성들의 입을 막기 위해) 돈을 주는 것이 잘못된 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물론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돈 지급의 목적은 “트럼프와 그 캠프를 돕기 위한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오바마케어는 위헌” 판결에 트럼프 “미국에 큰 승리”

    “오바마케어는 위헌” 판결에 트럼프 “미국에 큰 승리”

    텍사스주 포트워스 지법 “전 국민 의무 가입은 위헌”민주당 “끔찍한 판결, 가정에 재앙…신속히 항소할 것“미국의 한 지방법원에서 ‘오바마케어’(전국민건강보험제도·ACA)는 위헌이라는 결정이 내렸다. 오바마케어 폐지를 추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위대한 뉴스”라며 반겼지만 민주당은 “끔찍한 판결”이라고 반발했다. 텍사스 주 포트워스 연방지방법원의 리드 오코너 판사는 14일(현지시간) 오바마케어의 ‘전 국민 의무가입’ 조항을 근거로 이 제도 전체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고 AP와 로이터 등이 일제히 보도했다. 이번 판결은 텍사스와 위스콘신 등 공화당 소속의 20개 주 법무장관 또는 주지사들이 낸 소송에서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공화당은 2010년 오바마케어 법 제정 때부터 이 제도를 강하게 반대했다. 위헌 결정의 근거가 된 ‘전 국민 의무가입’ 조항이란 대다수 미국인의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가입하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한 항목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 통과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세제개편 법안은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개인에게 부과하는 벌금을 없애 사실상 의무가입 조항을 폐지했다.오코너 판사는 벌금이 폐지된 이상 개인의 건강보험 가입 의무는 더는 합헌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이어 전 국민 의무가입 조항이 오바마케어의 “핵심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법 전체가 헌법에 위배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2017년 의회의 입법 의도는 ACA(오바마케어)가 서 있을 수 있던 마지막 다리를 톱으로 잘라낸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케어 폐지를 추진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알링턴 국립묘지 방문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오바마케어’가 위헌이 판결과 관련해 “그것은 매우 매우 존경받는 텍사스의 한 판사에 의한 커다란 승리”라면서 “대법원에서 판결을 유지한다는 가정 하에 우리 국민을 위해 위대한 보건 제도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이 판결을 유지한다면 우리는 민주당과 마주 앉을 것”이라며건강보험 관련 제도를 개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반면 민주당은 이날 판결에 즉각 반발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성명을 내 “이 끔찍한 판결이 상급 법원에서도 유지된다면 수천만 미국 가정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하원의장이 유력한 낸시 펠로시 민주당 의원도 이날 결정을 “터무니없는 판결”이라고 부르면서 “민주당이 하원의 의사봉을 잡을 때 하원은 우리의 건강보험제도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항소 절차에 개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백종천의 한반도 기상도] 북한의 비핵화와 공공외교

    [백종천의 한반도 기상도] 북한의 비핵화와 공공외교

    지난 10월과 11월 중순 워싱턴DC에서 개최된 북핵과 한반도 관련 토론회에 각각 참석했다. 11월 토론회는 미국의 중간선거가 끝나고 북·미 간 고위급회담이 연기된 이후에 열려서 워싱턴DC의 분위기가 달라졌는지 궁금했으나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한국과 미국 정부의 입장과 정책이 소개됨에 따라 이에 대한 국민의 이해도가 높아졌지만, 미디어의 성격과 출처의 한계로 인해 제한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내가 참가한 한·미 전문가 토론회에서 나타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미국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해 소개하고 이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정책 면에서 한·미 공조를 높일 수 있는 공공외교의 역할을 강조한다.첫째, 포럼에 참가한 미국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 비핵화 협상에 대해 대체로 냉소적이었다. 이는 북한이 비핵화에 돌입했다는 결정적 증거의 부재, 과거 북한 비핵화 협상의 실패 및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감 등이 반영된 결과인 것 같다. 반면 국무부 관료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비핵화 정책이 과거 오바마 행정부가 취했던 ‘전략적 인내’라는 소극적 접근법보다 더 적극적이고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상응한’ 대응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러한 북·미 간 입장의 차이가 북·미 고위급회담을 연기시킨 것이다. 둘째,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 비핵화 방법론과 관련해 보수와 진보, 대안 세력으로 분열돼 있다. 보수 진영은 ‘핵신고→검증→폐기’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을 지지한다. 진보 진영은 협상을 통한 북한의 비핵화를 주장하지만, 협상 초기 북한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를 하다가 협상이 실패할 경우 또다시 군사적 대결 상태로 회귀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대안 세력의 목소리는 낮지만, 이들은 ‘긴장완화→지속적 협상→완전한 비핵화’라는 방안을 주장한다. 셋째, 많은 미국 전문가는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미 의회의 역할과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의 인식 차이를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불신하고 있는 현재의 의회 분위기를 감안하면 의회가 트럼프 대통령의 비핵화 정책을 견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들은 미 의회가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서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내년 초부터 미국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게 되면 의회의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견제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았다. 넷째, 한·미 전문가들이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가 여전하고 이러한 시각의 차이가 북한 비핵화와 한·미 동맹에 대한 입장 차이로 나타난 것 같다. 한국은 북한이 이미 핵 포기에 대한 전략적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지만, 미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북한이 전략적 결단을 행동으로 보여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시각 차이는 북한의 비핵화와 남북 관계 발전에 관해 한·미 공조의 속도와 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여겨진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11월 20일 한·미 양국 정부가 외교와 비핵화 노력, 제재 이행, 유엔 제재를 준수하는 남북 간 협력에 대한 긴밀한 조율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워킹그룹’을 발족하고 첫 회의를 워싱턴에서 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에서 보고한 바와 같이 미국 전문가들의 다양하고 서로 다른 인식에 대해 비정부 차원에서도 합리적 대응을 모색해야 한다. 왜냐하면 워싱턴 전문가들은 미국의 대(對)한반도 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국가 간 전문가 집단의 입장과 해석의 차이를 줄임으로써 국익을 증대하려는 외교적 노력이 공공외교다. ‘공공외교법’에 따르면 ‘공공외교’란 국가가 직접 또는 지방자치단체 및 민간 부문과 협력해 문화, 지식, 정책 등을 통하여 대한민국에 대한 외국 국민들의 이해와 신뢰를 증진시키는 외교 활동을 말한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공공외교는 미국과 중국을 비롯해 러시아와 일본, 유럽 국가들을 상대로도 적극 전개해야 한다. 그러나 공공외교는 ‘공공외교법’에 명시돼 있다시피 정부의 대외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핵심이다. 국민적 합의를 기반으로 하지 않은 공공외교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문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정부가 한층 더 노력해 주기를 당부한다.
  • [특파원 칼럼] 아버지 부시의 마지막 메시지/한준규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아버지 부시의 마지막 메시지/한준규 워싱턴 특파원

    지난 5일 미국 워싱턴DC 국립성당에서 엄수된 ‘아버지 부시’ 조지 H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장례식장에는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로 많은 미국민이 모였다. 장례식장은 초청장을 받은 인사들만 입장이 가능했고, 수많은 일반인은 국립성당 주변에서 몇 시간을 기다리며 그의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사실 아버지 부시는 인기 있는 미 정치인이 아니었다. 1989년부터 1993년까지 41대 미 대통령을 지낸 그는 미·소 무기감축협정을 맺는 등 냉전시대 종식에 역할을 한 것 이외에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정 적자 등 경제 문제로 재선에도 실패했다. 미 역사학자들이 매년 매기는 대통령 순위에서 아버지 부시는 전체 44명 가운데 17위로, 중간 정도의 평가를 받는 전직 대통령 중 한 명이다. 하지만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미 사회는 폭발적인 추모 열기에 휩싸였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을 넘어선 것이라고 현지 언론은 지적했다. 트럼프식 ‘분노’와 ‘분열’ 정치에 대한 반감이 ‘상생’과 ‘품격’의 아버지 부시에 대한 거대한 애도의 물결이 됐다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미 사회는 분열과 혼란의 연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편 가르기를 통해 자신의 지지층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배려’라는 미국의 기존 가치관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트럼프식 분노는 이날 장례식장에서도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 4명(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지미 카터, 그리고 아들 조지 W 부시)을 장례식장에서 만났다. 그는 자신의 전임자이며 바로 옆자리에 앉았던 오바마 전 대통령과만 악수했다. 지난 대선의 경쟁자였으며 줄곧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 부부, 민주당 출신 카터 전 대통령과는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AP통신은 “백악관 경험을 공유한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들은 통상적으로 특별한 유대감을 형성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아버지 부시는 달랐다. 그는 백악관의 마지막 날 밤, 자신의 재선을 좌절시킨 클린턴 당선인에게 ‘당신의 성공이 미국의 성공’이라는 친필 편지를 집무실 책상에 남겼다. “당신을 굳건히 지지한다. 행운을 빌며”라고 편지를 마무리했다. 이 편지가 공화당과 민주당 출신으로 정치적 성향이 다른 두 대통령을 이어 줬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사람들은 우리의 우정을 신기하게 생각한다”면서 “서로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적이 아니고, 서로 다른 견해에 마음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뜨거운 추모 열기는 또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찾아보기 어려워진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대한 ‘갈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아버지 부시는 1942년 봄 고교를 졸업한 직후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기 위해 미 해군에 입대했다. 예일대에 입학 허가를 받아 놓은 상태였다. 최고 명문대 입학을 눈앞에 두고 있는 청년이 참전을 결정한 것도 놀랍지만, 아들을 전쟁터로 흔쾌히 떠나보낸 아버지 부시의 부모도 대단하다. 2차 대전에 폭격기 조종사로 참전한 아버지 부시는 1944년 9월 일본 인근 바다로 추락했다. 4시간 동안 바다에 표류했고, 인근을 지나던 잠수함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됐다. 그야말로 믿기지 않는 행운이 그를 살린 것이다. 아버지 부시는 조국에 대한 헌신과 희생을 보여 준 영웅이자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한 정치인이었다. 마지막 가는 길에 ‘상생·품격의 정치’라는 메시지를 던진 아버지 부시. 그가 던진 메시지가 앞으로 미 정가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지켜볼 일이다. hihi@seoul.co.kr
  • ‘화웨이 창업자 딸 체포’는 미국의 경고사격…화웨이 ‘5G굴기’ 짓밟기?

    ‘화웨이 창업자 딸 체포’는 미국의 경고사격…화웨이 ‘5G굴기’ 짓밟기?

    “화웨이의 사브리나 멍(멍완저우)을 체포한 것은 미·중 관계에 있어 ‘경고사격’이다.” 지난 1일(현지시간) 캐나다가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중국 대표 기술기업 화웨이 창업주 런정페이(任正非)의 딸 멍완저우(孟晩舟)를 체포한 사건으로 무역전쟁을 휴전 중인 미·중 관계가 다시 급속히 경색될 것이란 분석이 쏟아지는 가운데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모든 일을 대통령에게 일일이 보고하지 않는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볼턴 보좌관은 6일(현지시간) 미 공영라디오 방송 NPR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사전 인지 여부와 관련 “거기에 대한 대답은 내가 모른다. 이런 종류의 일은 꽤 자주 일어난다. 우리는 그 모든 일을 대통령에게 일일이 보고하지는 않는다”고 말하면서 자신은 멍 부의장의 체포 계획 자체는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인정했다. 이어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이 ‘기술 도둑질’을 멈추지 않고 있다며 맹비난했다. 그는 “우리는 오랫동안 중국 기업들이 빼돌린 미국의 지식재산을 사용하고, 기술이전 강요에 관여하고, 특히 정보기술(IT)에서 중국 정부의 목표 달성을 위한 무기로 쓰이는 관행을 크게 우려해왔다”면서 “이번 체포 건에 관한 것은 아니지만 화웨이는 우리가 우려해온 회사들 중 하나”라고 날을 세웠다. 미 법무부는 멍 부의장 체포 전 백악관 법률고문실에 이 사실을 통지했으며, 상원 정보위원회 리처드 바(공화) 위원장과 마크 워너(민주) 간사에게도 함께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화웨이는 애플을 따라잡고 삼성전자까지 추월하려는 목표를 가진 세계 2위의 스마트폰 제조업체이다. 올해 매출 목표는 1022억달러(약 114조원)로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보다도 높다. 게다가 화웨이는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로서 5세대(5G) 무선통신망 선두주자이며 미국 거대 칩메이커들을 따라잡을 준비까지 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미·중 무역협상에 악재일 뿐 아니라 양국 간 본질적인 기술패권 다툼을 보여준다는 진단도 나온다. 미국이 본격적인 5G 진입을 앞둔 중요한 시점에서 중국의 ‘5G 굴기’의 싹을 자르겠다는 의도를 노골화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의 한 경제 소식통은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앞섰다고 자랑하는 대표적인 분야가 5G”라며 “5G 산업을 선도하는 화웨이가 미국의 직접적인 타깃이 된 것은 주목해볼 만한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미국은 안전보장 문제를 들며 정부 기관의 화웨이나 ZTE 제품 사용을 금지했으며, 일본 등 동맹국들에도 자국의 방침에 동조해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7일 정부 부처와 자위대 등이 사용하는 정보통신 기기에서 중국 화웨이나 ZTE의 제품을 배제하기로 했다. 이미 지난 8월부터 이들 두 회사를 배제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공교롭게도 내규 개정이라는 구체적인 조치는 멍 부의장이 체포된 직후 취하게 된 것이다. 호주와 뉴질랜드도 정보유출이 우려된다면서 5세대(G) 이동통신 사업에 이들 업체가 참가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침을 밝혔고, 영국의 정부와 통신회사에서도 화웨이, ZTE 제품을 배제하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기술발전을 억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온 미 정부가 급기야 중국 굴지의 통신기업 화웨이 중역이자 오너가의 딸을 건드리면서 보복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국경을 초월한, 그것도 한 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의 경영진을 체포한 것은 흔치않은 중대한 사건이며, 미·중 간 상업적 유대를 끊어버릴 수 있다 ”고 관측했다. 패트릭 헤인즈 미 변호사 협회(ABA) 화이트칼라 범죄 위원회 위원장은 “미 기업인들이 향후 수주 간 이미 잡아놨던 중국 출장을 연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 전문가와 변호사들은 특히 중국 내에서 화웨이가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하면 그 파장이 쉽게 잦아들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로비스트는 “화웨이는 중국의 가장 힘이 세고, 소중한 기업”이라면서 “미국 기술기업들의 이사진들은 이번 사건의 파장을 두려워해야 한다.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 중국 담당 대표보를 지낸 제프 문은 “캐나다에서 체포된 멍완저우가 미국으로 인도된다면 중국이 비슷한 방식으로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면서 “그렇게 되면 상황을 통제하기 불가능해지고, 무역분쟁을 해결할 합의를 이루는 것도 훨씬 어려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멍완저우가 미국으로 인도된다 해도 인도되기까지 몇 달간, 길게는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오는 7일 밴쿠버에서 멍 부의장의 인도 송환 문제를 다루는 첫 심리가 열린다. 도주 우려가 있는 지를 판단하는 절차로, 판사가 구금을 유지하도록 결정할 수 있다. 아니라면 보석을 허가할 수 있다. 제재 위반을 이유로 다른 나라에서 제3국의 시민을 체포하는 일이 전례가 없는 건 아니지만 매우 드물고 이에 따라 법률적인 절차가 복잡해질 수 있다. 미 정부는 적절한 시점에 멍완저우 인도를 요구한 이유가 무엇인지, 범죄를 저질렀다고 믿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등과 관련해 증거를 공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멍 부의장이 의심받는 위반 행위가 미국과 캐나다 양국에서 범죄가 되는지 중요한 사안이 될 수 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열린세상] 미 태평양사령부/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미 태평양사령부/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최근 읽은 책 가운데 한 권이 일본 아사히신문 기자가 쓴 ‘아메리카 태평양군’이라는 책이다. 때마침 주한 미대사 해리 해리스가 미 태평양사령관 출신이라서 흥미롭게 읽어 보았다. 2015년 5월 27일 아시아·태평양의 안전 보장을 책임지는 태평양군과 태평양함대의 사령관 직위에 오른 현 주한 미 대사의 취임식이 있었다. 그 당시의 미 대통령은 하와이에서 성장기를 보낸 오바마 대통령이었다. 미국의 태평양사령관이라는 자리는 미국 최대의 통합군인 태평양군의 최고 지위다. 그의 휘하에는 38만명의 병력이 포진해 있고, 지구의 절반 가까이가 작전 범위에 있을 정도로 세계의 그 어느 군대도 갖지 못한 막강한 화력을 보유한 군대다. 주한 미군뿐만 아니라 주일 미군도 그의 명령 계통에 속하고 세계에서 가장 막강하다는 제7함대도 그의 휘하다.미국의 함대는 제3, 제4, 제5, 제6, 제7, 제10함대의 여섯 개 부대로 편성돼 지구 전체를 커버하고 있는데 10함대는 사이버 부대로 군함이 없다. 이 가운데 제7함대의 군사력이 가장 막강하며 일본 요코스카를 거점으로 태평양과 인도양에 이르는 영역을 범주로 하고 있다. 면적은 124억 평방킬로미터로 이 영역 내에 한국, 일본, 중국, 북한을 포함한 36개국이 연관돼 있다. 로널드 레이건 함공모함을 필두로 북한 미사일을 공중에서 격파할 수 있는 이지스함과 로스앤젤레스급 공격형 원자력 잠수함을 포함한 군함이 약 70척, F22, F15, F16, F18 전투기 등 항공기가 약 300기로 언제든지 전쟁에 투입될 수 있는 태세로 무장돼 있는 제7함대는 미 태평양사령관의 지휘를 받는다. 해리스 대사는 일본계 미국인으로 미 태평양사령관에 오르기 어려운 배경을 갖고 있었으나 파격적으로 임명된 경우다. 미 태평양사령관은 본인의 능력과 경력 그리고 상관과 동료로부터의 호평, 일본과의 동맹관계 등 다양한 평가를 거쳐 임명되는 자리다. 그런 해리스가 주한 미 대사로 임명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임명권자인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가 추축되는 바다. 1차적인 목표는 북한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만약 계속 핵실험을 한다든가 중·장거리 미사일을 쏘아 대며 군사적 도발을 일삼으면 말로만 그치는 경고가 아니라 실질적인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명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힐러리 전 미 국무장관을 수행하며 외교 경험도 가진 해리스 대사이지만, 평생을 직업군인으로 시간을 보냈고, 마지막 군 직책은 미태평양사령관 자리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2차적인 목표는 역시 중국이다. 서태평양 구석구석을 잘 아는 해리스 대사는 중국이 동지나해와 남지나해에서 해·공군력을 증강시키자 ‘항해의 자유’라는 기치를 내걸며 중국을 군사적으로 견제한 사람이다. 미국의 태평양 지배에 대한 중국의 도전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와이의 미 태평양사령부는 중국의 잠수함과 군함, 그리고 항공기들이 동지나해와 남지나해에 들락거리는 것을 거울 들여다보듯이 감시하고 있다. 2018년 12월 시점으로 평가할 때 중국의 해·공군력은 미 태평양군의 상대가 안 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의 잠수함이 중국 남단 하이난도 기지를 떠나 동지나해~남지나해를 지나 서태평양으로 진입하는 모든 과정이 철저히 파악되고 있다. 북한 미사일이 발사되면 즉각적으로 하와이 태평양사령부에 정보가 전달된다. 하와이 태평양사령부는 전 세계 공중의 인공위성과 육상의 레이더, 그리고 모든 바다를 떠다니는 군함과 잠수함의 정보를 통합해 격파해야 할 대상인지를 파악한다. 이에 따른 즉응태세군의 전투를 총지휘할 수 있는 작전 경험을 보유한 사람이 해리스 미 대사다. 이제 해리스 대사가 외교관으로서 가장 귀를 기울이고 있을 정보는 중국과 북한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인간정보, 즉 휴민트일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에 크게 한 번 속았다고 생각하는 미국은 속성상 두 번의 실수를 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이것이 미국의 리더십이다. 미 태평양사령관 출신을 주한 미 대사에 임명한 이유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임을 북한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 서울시, 좋은 일자리 창출 국제기구 출범 포럼

    서울시, 좋은 일자리 창출 국제기구 출범 포럼

    캐나다미디어길드·독일노총 등 모여 모범 노동모델·도시 간 협력 해법 모색서울시가 뉴욕, 빈, 밀라노 등 세계 16개 도시와 함께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국제기구 창립을 추진하면서 이를 위한 국제포럼을 개최한다. 서울시는 오는 11일부터 이틀간 시청에서 ‘2018년 좋은 일자리 도시 국제포럼’을 연다고 6일 밝혔다. 앞서 서울시는 일터 불평등 해법을 도시정부 차원에서 공유하기 위해 지난해 9월 ‘제1회 좋은 일자리 도시 국제포럼’을 개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당시 포럼에서 가이 라이더 국제노동기구(ILO)사무총장에게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국제기구 창립을 제안했으며, 이에 따라 내년 12월 창립총회 개최를 기점으로 도시정부 단위의 일터 불평등 해법을 모색하는 국제 협의체가 출범한다. 이번 포럼에는 런던생활임금재단, 캐나다미디어길드(CMG), 독일노총(DGB) 등 좋은 일자리·노동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국내외 도시정부들이 모여 사례를 공유하고, 해법을 모색한다. 포럼 주제는 ‘일의 불평등과 유니온 시티(Union City)’이다. 유니온시티란 도시정부가 노동환경, 노동시장과 임금 등 기준을 설정해 노동자를 적극 보호하고, 노동조건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보장하는 도시를 말한다. 포럼 기조연설은 미국 오바마 정부의 노동정책을 설계한 경제학자 데이비드 와일이 ‘유니온시티를 통한 불평등과 균열일터 해결’을 주제로 발표한다. 그는 저서 ‘균열일터, 당신을 위한 회사는 없다’에서 계약직, 하청, 프랜차이징, 아웃소싱으로 대변되는 대기업의 고용 털어버리기를 통해 일터가 균열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일터가 노동자의 소득불균형에 미치는 영향과 해법을 제시한 바 있다. 또 로렐라이 살라스 뉴욕소비자보호국장은 ‘프리랜서는 무료가 아니다’를 주제로 뉴욕프리랜서보호조례와 그 효과에 대해 발표한다. 캐나다미디어길드 돈 제노바 프리랜서지부대표는 캐나다 언론 산업 내 프리랜서의 권익향상 방안과 독립계약자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한다. 서울시도 도시정부 차원에서 좋은 일자리를 평가하는 지표개발 결과를 공개한다. 강병호 서울시 일자리노동정책관은 “좋은 일자리 넘치는 도시, 노동이 바로 서는 도시가 선진도시”라면서 “포럼을 통해 도시정부가 중심이 되어 전 세계적으로 적용 가능한 모범적 노동모델을 만드는 한편 도시 간 공동협력을 강화해 일터에서의 차별과 격차를 해소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부시 “아버지는 춤 못 췄지만 가장 빛난 불빛”… 찬사·유머로 작별

    부시 “아버지는 춤 못 췄지만 가장 빛난 불빛”… 찬사·유머로 작별

    “브로콜리 못 먹는 습관까지 물려주셨지만 역사는 명예롭고 위대한 신사로 기록할 것” 트럼프, 대선 맞수 힐러리와는 악수 안해 전용기로 텍사스 운구 뒤 부인·딸 곁으로 “눈을 감기 직전 아버지가 한 마지막 말은 ‘나도 사랑해’였다.”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립대성당에서 열린 부친 조지 H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장례식에서 꾹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우리에게 그는 ‘천 개의 불빛’ 중에서 가장 밝은 빛이었다”고 아버지 부시의 삶에 의미를 부여했다. ‘천 개의 불빛’은 부친이 1988년 공화당 대선후보 수락연설을 하면서 민간의 봉사활동 단체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쓴 것으로, 이들 단체가 더 나은 미국을 만드는 불빛이 되고 있다는 의미로 자리잡으면서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부시 전 대통령은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것은 큰 차와 거액의 통장 잔액이 아니라 신의와 사랑’이라고 강조한 고인의 대통령 취임사를 인용했다. 이어 “최고의 아버지”라고 말하는 순간 고개를 숙인 채 말을 잇지 못하다 울먹이며 “아버지는 로빈을 안고 어머니의 손을 잡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로빈은 3세 때 백혈병으로 숨진 여동생이며, 모친 바버라 부시 여사는 지난 4월 별세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아버지는 우리에게 완벽에 가까웠지만 정말 완벽하진 않았다”면서 “그의 (골프) 쇼트게임과 춤 실력은 형편없었고, 채소 특히 브로콜리를 못 먹었는데 이 결함은 우리에게까지 유전됐다”고 고백해 미소를 이끌어 냈다. 이어 85세에 쾌속정을 타고 대서양에서 스피드를 즐기고 90세에 공중낙하에 도전한 일, 아흔이 넘어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이 병실에 몰래 들여온 보드카를 마신 일화를 소개했다. 부시 전 대통령 전기를 집필한 역사학자 존 미첨, 브라이언 멀로니 전 캐나다 총리, 앨런 심프슨 전 상원의원 등도 추도사를 낭독했다. 미첨은 “아버지 부시의 인생 신조는 진실을 말하고, 남을 탓하지 말고, 용서하고, 정도를 지키라는 것”이라며 “그는 마지막 위대한 군인, 정치가였다”고 경의를 표했다. 2007년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 장례식 이후 11년 만에 국장(國葬)으로 치러진 이날 장례식은 흑인 최초로 미 성공회 주교에 오른 마이클 커리 주교의 집전으로 오전 11시에 시작해 오후 1시 15분에 끝났다. 장례식장 맨 앞줄에는 트럼프 대통령 내외와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부부가 자리 잡았다. 영국의 찰스 왕세자와 존 메이저 전 총리,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등 각국 사절단도 함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로 옆 자리의 오바마 전 대통령 내외와 악수했지만, 그 옆에 앉은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와는 악수도 하지 않았다. 지난 대선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AP통신은 “백악관 경험을 공유한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들은 통상적으로 특별한 동지애를 형성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고인의 유해는 대통령 전용기에 실려 장지인 텍사스로 향했다.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은 6일 텍사스 A&M 대학의 조지 H W 부시 도서관·기념관 부지에 묻힌 부인과 딸 곁에 안장된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포토] 찬사와 유머로 작별한 부시 영결식

    [포토] 찬사와 유머로 작별한 부시 영결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미셸 여사,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여사(왼쪽부터) 5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립성당에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추도사를 들으면서 웃고 있다. 부시 전 대통령은 94세를 일기로 타계한 아버지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을 기리는 추도사를 유머러스하게 읽어내려 가다가 끝내 눈물을 쏟아냈다.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 전용기에 실려 텍사스로 향했다. 6일 텍사스 A&M 대학의 조지 H W 부시 도서관·기념관 부지에 부인과 딸 곁에 안장된다. 2018.12.6 AP 연합뉴스
  • 전·현직 대통령 부부 여덟명 앉은 부시 장례식 “옹색하지 않나요”

    전·현직 대통령 부부 여덟명 앉은 부시 장례식 “옹색하지 않나요”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 부부 8명이 한줄에 옹색하게 앉아 있는 모습이 적지 않은 이들을 불편하게 만든 모양입니다. 5일(이하 현지시간) 워싱턴 DC의 국립 대성당에서 진행된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의 국장 장례식 풍경 가운데 주목할 점이라고 영국 BBC가 전했습니다. 네 사람의 전·현직 대통령이 지구촌을 좌지우지한 햇수만 22년인데 딱딱하고 비좁은 나무 의자에 어깨를 맞부딪칠 정도로 촘촘히 앉아 있습니다. 복도 건너에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부부가 앉아 있었으니 그까지 합치면 재임기간은 무려 30년이 됩니다. 강산이 세 차례 바뀔 대통령들의 역사가 눈앞에 좍 펼쳐진 셈입니다. 방송 진행자 크리스 타이는 “의학 발전과 여행 때문에 한 세대 전보다 훨씬 더 자주 이런 모습을 보게 됐다”고 트위터에 적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전직 대통령들은 여전히 냉랭했습니다. Skylar Baker-Jordan이란 누리꾼은 “세상에 이렇게 아둔할 수가. 트럼프가 도착했을 때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와 하나마나한 악수를 나눈다. 클린턴 부부는 트럼프의 등장에 눈길도 주지 않는다. 맨 앞줄의 분위기는 영하로 얼어붙게 만든다”고 지적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중하게 악수했지만 미셸 여사는 속마음을 모르게 시늉만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녀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남편이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은 점을 공격한 트럼프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거든요. 힐러리 클린턴은 더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트럼프 취임 이후 처음 만난 건데 아예 눈길조차 주지 않고 정면만 바라봤습니다. 2년 전 대선 과정에 국무장관 시절 힐러리가 개인 이메일을 공무에 썼다고 공격한 트럼프 캠프는 공공연히 “그녀를 옭아매라(Lock her up)”고 연호했지요. 아들 부시 전 대통령이 다가왔을 때는 모두와 따듯하게 손을 맞잡았습니다.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 장례 때와 비슷했습니다. 과거 젭 부시를 가리켜 “열정이 떨어진다(low energy)”거나 아들 부시 전 대통령의 업적을 깎아내려 냉랭했던 부시 가문과의 관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버지 부시를 전쟁영웅으로 치켜세우고 대통령 전용기를 텍사즈주에 보내 워싱턴으로 운구할 수 있게 배려한 덕에 잊힌 듯합니다. 고인도 생전에 매케인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았던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해주길 바랐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일간 뉴욕 타임스는 꼼꼼하게 과거 다른 행사에서의 미국 지도자들이 함께 하는 모습을 돌아봤습니다. 1991년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 개관식(HW 부시-닉슨 포드 카터 레이건), 1994년 닉슨 장례식(클린턴-포드 카터 레이건 HW 부시), 2004년 레이건 장례식(W 부시-카터 HW 부시 클린턴), 2013년 W 부시 대통령 도서관 개관식(오바마-두 부시 카터 클린턴), 2017년 허리케인 구조현장(트럼프 불참-오바마 W 부시 클린턴 HW 부시 카터) 아, 부통령들을 빠뜨리면 안되겠네요. 백악관 대변인으로 일했던 아리 플레이셔는 1997년 이후 딱 한 사람만 빼고 이날 모두 장례식에 참석했다고 트위터에 알렸습니다. 몬데일 퀘일 고어 체니 바이든 펜스 말입니다. 그런데 빠진 그 한 분, 레이건 대통령 때 부통령으로 일했던 HW 부시 고인입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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