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오바마
    2026-02-17
    검색기록 지우기
  • 유언
    2026-02-17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1,592
  • 코로나 정보는 없고…트럼프 ‘원맨쇼 브리핑’에 우군도 지쳤다

    코로나 정보는 없고…트럼프 ‘원맨쇼 브리핑’에 우군도 지쳤다

    자화자찬·논란 반복되는 백악관 코로나19 브리핑“공화당 지지자도 시청 안해” 비판 기류 확산사망자는 속출하는데 기분좋은듯 자랑을 늘어놓고, 마음에 안 드는 취재진을 향해 ‘3류’라고 부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매일 나서고 있는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정례브리핑의 모습이다. AFP는 1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브리핑을 과거 그가 출연했던 리얼리티 TV쇼의 최신 버전에 비유하며 “주연과 감독, 프로듀서를 자처하고 있다”고 비유했다. 백악관 브리핑이 국민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장이 아닌 소모적인 논란과 오해만 낳는 ‘원맨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었다. ABC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백악관 브리핑에 직접 나선 것은 지난 27일 가운데 26일로, 사실상 매일 브리핑을 챙기고 있다. 당초 대선 경선을 위한 외부 일정을 소화하는데 주력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로 유세가 중단되자 일일 브리핑을 일종의 선거캠페인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현직 대통령이 주요 시청시간대에 온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사안에 대해 마음껏 설명할 수 있는 것만큼 효과적인 재선 캠페인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염병 확산 사태가 더욱 악화되는 가운데 그의 브리핑을 바라보는 안팎의 시선도 싸늘해지고 있다. 2월말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TF의 총괄 책임을 맡길 당시 그는 “미국인에 대한 코로나19 위험은 여전히 매우 낮다”고 밝혔지만, 이날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46만명을, 사망자는 1만 6000명을 넘어선 상태다. 그사이 검증도 안된 말라리아 치료제의 효과를 주장하는 등 사실과 다른 얘기가 대통령의 입에서 흘러나왔다.특히 공화당 지지자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브리핑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AFP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내 친공화당 성향의 논설위원이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투표한 내 주변인들이 최근 브리핑 시청을 중단했다고 한다”고 혹평한 사례를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리핑에서 이에 대해 “가짜뉴스”라고 맞받아쳤지만, 공교롭게도 이날에는 20분 정도만 머문 뒤 회견장을 떠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코로나19 관련 일일브리핑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악재가 되고 있다는 백악관과 공화당 내 최근 기류를 전했다. 민주당 소속 주지사와 언론을 비판·비하하고, 전문가들의 말을 듣지 않는 트럼프의 모습이 점점 그에게 불리한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는 우려다. 트럼프의 최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조차 “차라리 일주일에 한번 하는 쇼(브리핑)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할 정도다.ABC뉴스는 시간이 갈수록 백악관 일일브리핑에서 ‘진짜 뉴스’가 사라지고 있다며 “브리핑 초반 무대를 장식하는 것은 트럼프와 펜스 부통령이고, 심지어 이들은 이미 지난 내용을 말하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대변인을 지낸 젠 사키는 “공중보건 위기에 대해 국민과 제대로 소통하길 원한다면 트럼프는 한발 물러나 보건 전문가들에게 브리핑을 맡겨야 한다”면서 “하지만 그는 이러한 위기상황에서도 위험할 정도로 부정확한 정보로 가득한 리얼리티쇼를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맘상한 해리스 정말 떠날까 ‘외교가 갑론을박’

    맘상한 해리스 정말 떠날까 ‘외교가 갑론을박’

    외교가 “해리스 스스로 중도포기 안 할것”“4성장군 출신, 직설적이지만 의지 강해”해리스, 주변에 11월 사임 부정했다 알려져 오바마 때 리퍼트 전 대사는 트럼프에 사표트럼프 임명 해리스는 재선시 연임도 가능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사임 계획을 논의 중이라는 지난 9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대해 국내 외교가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해리스 대사가 정말 11월 전에 스스로 떠날까’라는 질문에 대체적인 의견은 ‘아니오’였다. 해리스 대사가 북미 비핵화 협상이나 방위비 분담금 등에 대한 한미 간 갈등을 감당해야 했고, 일본계라는 점과 콧수염까지 논란이 될 정도로 모욕을 당하면서 11월전에 한국을 떠나고 싶다는 말을 주변에 했다는 게 전날 보도의 요지다. 로이터통신은 “(해리스 대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돼도 연임보다 11월까지만 남고 싶어 했다”며 “2018년 7월 임기를 시작한 그가 (한국에서 촉발된) 긴장에 좌절감이 커지고 있다”고 소식통의 언급을 전했다. 콜로라도에 집을 지었다는 소식도 덧붙였다.●올초 한미 갈등이 부담 받을 정도로 컸나? 여기에는 대체적으로 ‘그렇다’는 대답이 많았다. 지난해 8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이후 미국 측이 공개적인 실망감을 표출했고, 한국 정부는 해리스 대사를 불러 면담을 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50억 달러의 무리한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하면서 갈등은 더욱 커졌다. 한 외교전문가는 “북미 관계 교착으로 올해 초 우리 정부가 북한 개별 관광으로 남북 관계의 긴장을 풀려 했고, 해리스 대사는 한미 워킹그룹에서 다루자며 제동을 건 게 컸다”며 “다른 대사들과 달리 해리스 대사가 직설적인 화법으로 미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갈등이 커진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당시 여당 의원들은 내정간섭이라는 취지로 공격했고, 해리스 대사가 콧수염을 기른 일본계 미국인이란 점에 빗대 “조선 총독이냐”고 비난했다. 진보단체들은 코털 뽑기 퍼포먼스가 곁들여 시위도 열었다.●해리스 대사는 인신공격에 그만두고 싶었을까? 외교가에서는 해리스 대사가 해당 보도를 보고 주변에 ‘11월 사임 의사’를 말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전날 주한 미 대사관 대변인도 “해리스 대사는 대통령의 뜻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미국을 위해 지속적으로 적극 봉사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어 “한국은 미국대사로서 최고의 근무지이자 미국에는 최고의 동반자이며 동맹”이라며 한미 동맹 강화에 일조하겠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쉽게 말하면 임명과 해임 권한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으니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중도 포기할 마음은 없다는 것으로 읽힌다. 외교가의 한 인사는 “4성 장군을 했던 경력 때문인지 워낙 직설적으로 말한다. 관두고 싶었다면 벌써 확실히 말했을 것”이라며 “주변에 일이 고되다는 식으로 푸념을 했을 수는 있지만 마음에 둘 성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인신공격 때문에 그만둘 정도로 의지가 부족한 스타일은 아니다”라고 했다.●어차피 11월에 대선이 지나면 사표를 내야 하지 않나? 이번 국면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는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 대사다. 2014년 10월 취임했던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자 사표를 냈다. 근무 기간은 2017년 1월까지 2년 3개월 정도다. 만일 2018년 7월 취임한 해리스 대사가 오는 11월까지 근무한다면 그의 근무기간도 2년 6개월에 못미친다. 통상 주한 미 대사의 근무기간이 3년이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짧다. 다만, 리퍼트 대사는 민주당 오바마 정권이 공화당 트럼프 정권으로 바뀌면서 사표를 낸 것이다. 반면 해리스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임한다면 굳이 사의를 표할 이유가 없다. 한 외교 인사는 “미 대사들은 정권이 바뀌면 전원 사표를 내지만 아니라면 연임이 가능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물론 해리스 대사가 개인적으로 다른 길을 준비하려 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대사 부임 직전까지 미군 인도태평양사령관을 맡았던 해군 4성 장군 출신인 그에게 외교관 업무가 체질에 맞지 않았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기 때문이다. 한 외교전문가는 “만일 그렇다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를 앞두고 있는데 그가 임명한 군 출신 대사가 벌써 사임 계획을 발설한다는 게 쉽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해리스 대사는 10일 외교부의 ‘스테이 스트롱’(코로나19 건강하게 버티자) 캠페인에 참가했다고 트위터에 사진을 공개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선진국이 독차지”...전세계 마스크 빈익빈 부익부

    “선진국이 독차지”...전세계 마스크 빈익빈 부익부

    마스크 등 쟁탈전에 개도국들, 의료장비 확보 못해 ‘비상’‘확진 1만 8000명’ 브라질은 검사지연 사례 2만 3000건 육박글로벌 불평등 현상은 코로나19 사태도 예외가 아니다. 코로나 펜데믹(세계적 대유행)과 함께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주요 국가들이 ‘마스크 쟁탈전’에 나서며 가난한 나라들이 또다른 피해를 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코로나 감염 사태가 장기화되며 이미 전세계 의료장비 공급망은 비정상적인 상황이 됐다. 부유한 국가들이 진단키트와 마스크 등을 사재기한데 이어, 기존 가격의 몇배를 불러야 의료자원을 구매할 수 있는 가격 인상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에는 프랑스가 스웨덴의 한 업체에 더 높은 금액을 불러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선주문한 마스크 분량을 챙겼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수요는 급증하고 시장이 왜곡되자 개발도상국들은 유니세프와 같은 국제기구에 지원을 호소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미 선진국이 의료자원을 ‘싹쓸이’를 한 상태다. 유니세프 물류센터의 에틀레바 카딜리 대표는 NYT에 “100여개국을 돕기 위해 2억 4000만장의 마스크를 구매하려고 시도했는데, 현재까지 확보한 물량은 2800만개 정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펜데믹 사태가 부른 의료자원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에 세계보건기구(WHO)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지만, 선진국들의 이기적 행동을 막을 뾰족한 방안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미국은 당초 공언한대로 10일부터 인공호흡기와 마스크 등 코로나19 관련 개인보호장비의 수출을 금지했다. “3M 마스크는 미국만 쓴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에 따라 미국은 캐나다와 중남미 등에 의료장비 수출을 중단키로 한 상태다.이미 몇몇 개도국에서는 의료자원 부족으로 코로나19 검사 지연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1만 8000명 이상이 확진 판정을 받은 브라질의 경우 검사 지연 사례가 2만 3000건에 이른다. 사태 초기 정부가 낙관론을 편 탓에 뒤늦게 대응에 나선 브라질 보건 당국은 진단키트 확보를 위해 글로벌 민간 의료기업에 연락을 취했지만, 이들로부터 들은 대답은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 수개월치 생산량을 다 사들였다”는 말뿐이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역시 코로나 19 진단시약 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경제기반이 허약하고 보건·방역 수준은 열악한 이들 개도국에게 마스크나 진단키트 등까지 부족할 경우 향후 사태는 더욱 치명적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경고한다. 오바마 행정부의 ‘에이즈 퇴치를 위한 대통령 비상계획’에 참여한 바 있는 찰스 홈스 박사는 “선진국은 전염병 사태로 개도국이 입을 피해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바이든의 ‘민주 통합’ 진짜 시험 시작됐다

    바이든의 ‘민주 통합’ 진짜 시험 시작됐다

    美대선 트럼프·바이든 맞대결 확정200여일 남은 미 대선(11월 3일)까지 도널드 트럼프(왼쪽·73·공화당) 현 대통령과 조 바이든(오른쪽·77·민주당) 전 부통령이 46대 미국 대통령 자리를 두고 혈전을 치르게 됐다. 미 언론들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경선 포기로 대통령 후보가 된 바이든이 이제 진짜 자신의 능력을 검증할 시험대에 섰다고 평가했다. 그간 민주당 주류인 중도층 결집이 뒷배였다면, 이제 샌더스의 젊고 급진적인 지지자를 흡수하는 큰 숙제를 안게 됐다는 의미다. 뉴욕타임스는 8일(현지시간) 샌더스의 경선 중단에 대해 “이제 바이든에게 가장 힘든 시기가 온다”며 “이미 샌더스의 청년지지조직들이 바이든에게 45세 이하 계층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통상 8월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가 결정되지만 이를 4개월이나 앞당겼고, 불과 경선 레이스 65일 만에 승리를 거둔 것은 고무적이지만, 민주당 통합 능력이 있는지를 증명해야 한다는 의미다. 샌더스는 이날 버몬트에서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대의원 수가 (바이든보다) 300명 뒤지는데 승리는 불가능하다”며 “(바이든과) 트럼프를 물리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통합을 강조했다. 하지만 바이든이 ‘메디케어 포 올’(전국민 의료보험), 최저임금 인상, 대학 학자금 부채 탕감 등 샌더스의 급진 정책을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버니 샌더스가 그만뒀다. (경선 포기 후 같은 급진좌파 성향이면서 샌더스를 지지하지 않은) 엘리자베스 워런만 아니었으면 샌더스가 슈퍼화요일에 거의 모든 주에서 이겼을 것”이라며 “사기꾼 힐러리 사태(2016년 대선)와 똑같다. 버니의 지지자들은 공화당으로 와야 한다”며 분열을 부추긴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당시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샌더스가 끝까지 반목했다면 이번에는 바이든과 샌더스는 보다 우호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폴리티코는 “바이든은 샌더스의 승리가 현실적으로 힘들어진 뒤에도 퇴진을 요구하지 않았다”며 “힐러리와의 실수를 재현하지 않으려는 전략적 목표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샌더스도 이날 바이든과 통화를 해 경선 포기 뜻을 전한 뒤 공식 발표를 했다. CNN은 여기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까지 샌더스가 경선 포기를 결심하도록 막후에서 역할을 하며 통합과 단결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를 이기는 게 진짜 목표라는 데 의견을 일치했다는 것이다. 급진좌파 샌더스가 아닌 중도 성향의 바이든이 승리하면서 올해 대선은 중원경쟁이 중요해졌다. 지역적으로 보자면 플로리다, 애리조나, 노스캐롤라이나,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스윙 스테이트’(경합주)다. 그럼에도 최대 변수는 코로나19다. 소위 ‘집콕’ 유세만 하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보다도 존재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바이든이 매일 백악관에서 코로나19 대응 브리핑을 하며 존재감을 높이는 트럼프 대통령에 맞설 묘수를 찾을지가 관건인 셈이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씨줄날줄] 선거 TV토론/이종락 논설위원

    [씨줄날줄] 선거 TV토론/이종락 논설위원

    선거에 TV토론이 도입된 때는 미국 대선으로 지난 1960년이다. 당시 미국 현직 부통령인 리처드 닉슨 공화당 후보에 비해 인지도가 밀렸던 존 F 케네디 민주당 후보는 유창한 언변으로 젊고 개혁적인 이미지를 강조하는 데 성공해 접전 끝에 35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이 TV토론회는 미디어 정치사에서도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손꼽힌다. 이후 미국 대선은 언변이 뛰어나고 이미지 관리에 능한 빌 클린턴이나 버락 오바마 같은 후보들이 TV토론을 통해 승기를 잡는 사례가 잇따랐다. 우리나라에서 TV토론은 지난 1995년 제1회 지방선거가 처음이었다. 이후 1996년 15대 총선과 1997년 15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TV토론을 실시해 유권자들의 후보자 선택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특히 지난 2017년 제19대 대통령선거의 후보자 TV토론은 완전시간총량제 자유토론, 스탠딩토론, 후보자 상호 정책검증 토론 방식 등을 도입해 우리나라 TV토론의 새로운 지평을 연 토론회로 평가받는다. 이처럼 TV토론은 유권자에게는 정당의 정책이나 후보자들의 정견·자질·비전 등을 한자리에서 비교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이다. 정당과 후보자에게도 TV토론은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공약·정견·정책과 비전 등을 알릴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선거운동 방법이다. 그런데 이번 21대 총선의 TV토론회는 한국 선거사에 큰 오점을 남겼다. 비례후보를 내지 않은 정당은 정당의 정책공약을 알리는 TV토론회에 참가할 수 없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에 따라 원내 1당과 2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후보자와 관계자는 TV 앞에 설 수 없기 때문이다. 경제위기 극복 방안과 복지정책을 주제로 그제 열린 1차 TV토론회는 물론 9일 ‘남북관계 및 외교정책’과 ‘정치쇄신 방안’에 대한 2차 토론회에서도 거대 양당은 유권자들을 만날 수 없다. 선거법의 허점을 악용해 비례대표를 더 늘리는 데만 눈이 멀었던 민주당과 통합당은 자신들의 꼼수로 당의 정책과 공약을 알릴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 버린 셈이다. 제1당과 2당이 빠진 상황에서 비례위성정당 패널들의 발언은 정치적 책임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이번 총선은 코로나19로 인해 대면(對面) 선거운동이 위축됐다. TV토론마저 거대 양당이 빠진다면 정당이나 후보의 정책공약도 잘 모른 채 유권자가 초유의 ‘깜깜이 선거’를 할 우려가 크다. 유력 정당의 정책공약 등을 따져 볼 수 있는 기회조차 막히면 결국 손해는 유권자에게 돌아온다. 잘못 뽑은 정당의 후보자들이 21대 국회에 진출하면 4년 내내 국민과 지역민들보다는 정당의 이익에 앞장서는 추태들이 재현될 것이 뻔하다. jrlee@seoul.co.kr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팬데믹 시대에 ‘나에게 기대‘라던 빌 위더스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팬데믹 시대에 ‘나에게 기대‘라던 빌 위더스

    ‘린 온 미(Lean on me, 나에게 기대)’ ‘저스트 더 투 오브 어스’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긴 미국의 솔(soul) 싱어송라이터 빌 위더스가 심장 합병증으로 세상과 작별했다. 향년 82. 위더스의 가족은 고인이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LA)에서 숨졌다고 AP 통신에 3일 전했다고 영국 BBC가 보도했다. 가족은 성명을 통해 “고인은 시와 음악으로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말했고, 그들을 서로 연결했다”며 “어려운 시기에 고인의 음악이 위로와 즐거움을 선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표곡 ‘린 온 미’ 얘기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취임식 도중에 울려퍼졌던 이 노래는 최근 코로나19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각국의 의료진과 보건 종사자들을 위로하는 한편 투병 의지를 북돋는 음악으로도 사랑받고 있어서다. 위더스는 1970년대 ‘린 온 미’를 비롯해 ‘에인트 노 선샤인(Ain‘t No Sunshine)’, ‘러블리 데이’, ‘저스트 더 투 오브 어스’ ‘유즈 미’ 등 많은 명곡을 남긴 솔의 전설이었다. 생전에 그래미상을 세 차례 받았으며, 지난 2015년 로큰롤 명예의전당에도 이름을 올렸다. ‘러블리 데이’는 미국 차트에서 가장 오래 머무른 기록을 세우기도 했는데 18초 동안 높은 음을 이어간 것으로 유명하다. 1985년 이후 음반을 내지 않았지만 리듬앤블루스와 힙합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랜드마스 핸즈’는 ‘블랙스트리트’의 ‘노 디기티’에 샘플링됐고 래퍼 에미넘은 ‘저스트 더 투 오브 어스’를 1997년작 ‘보니 앤드 클라이드’에 삽입하기도 했다. 기교를 부리지 않는 솔직하고 부드러운 창법에다 아름다운 멜로디가 특징인 위더스의 노래는 결혼식과 파티 등 수많은 행사장에 등장하는 애창곡이 됐다. 여섯 자녀의 막내로 태어난 그는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와 할머니의 손에 자랐다. 음악에의 길에 들어선 것은 해군 복무 9년을 마친 뒤 스물아홉 살의 비교적 늦은 나이였다. 보잉 사에 취직해 화장실 변기를 만드는 일을 하고 교대시간에 기타를 독학했고, 이때 모은 돈으로 1970년 LA의 스튜디오를 빌려 부커 T 존스와 함께 데뷔앨범 ‘저스트 애즈 아이 엠’을 녹음한 것으로 유명하다. 2015년 롤링스톤 인터뷰를 통해 “거장과 함께 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털어놓았다. 2년 뒤 ‘린 온 미’를 발표했는데 어린 시절을 보낸 웨스트버지니아주 탄광 마을에서 어려운 이웃끼리 서로 돕고 지내던 기억을 되살려 가사를 썼다. ‘저스트 더 투 오브 어스’로 차트를 누빈 뒤 그는 사실상 활동을 접었는데 1990년대까지 이따금 그로버 워싱턴 주니어와 함께 공연 무대에 서기도 했다. 젊었을 적 언어장애, 말을 더듬는 장애를 겪었던 그는 같은 처지의 가수 에드 시런과 함께 2015년 젊은이를 위한 말더듬이연맹을 위해 자선 무대에 서기도 했다. 같은 해 로큰롤 명예의전당에 헌액된 뒤 CBS ‘굿모닝 인터뷰’에 출연, 소감을 묻는 질문에 “죽으라는 얘기 같다(It’s like a pre-obituary)!”고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숱한 음악인에게 영감을 안겼지만 가수 활동을 접은 뒤에는 결코 음악에의 길을 추구하지 않았다. 위더스는 2015년에 “요즈음 난 팝 차트를 팝 타르트(Pop-Tart)와 구분하질 못하겠다”고 털어놓기도 했고 1년 전 롤링스톤 인터뷰를 통해선 “내 짧은 활동기간에 썼던 몇 안되는 노래는 누군가 기록하지 않는 장르가 되진 않았다. 난 거장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가는 노래들을 쓸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고인의 음악 경력을 돌아보는 다큐멘터리 ‘스틸 빌(Still Bill)’에 출연한 스팅은 “곡을 쓰는 데 가장 어려운 일은 단순하면서도 심오해져야 한다는 것인데 빌은 본능적으로 이걸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해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족으로 부인 마르시아, 두 자녀 토드와 코리를 뒀다. 챈스 더 래퍼, 록스타 겸 배우 레니 크라비츠, ‘비치 보이스’의 리더 브라이언 윌슨, 존 레전드 등이 추모의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거액 연봉 받는 스포츠 스타들, 코로나에 ‘노블레스 오블리주’

    거액 연봉 받는 스포츠 스타들, 코로나에 ‘노블레스 오블리주’

    메시·케인, 사회적 거리두기 동참 호소 유벤투스 선수단 연봉 1000억원 삭감 호날두 연봉 400억원 중 51억 못 받아거액의 연봉으로 몸값이 지나치다는 지적을 받았던 해외 스포츠 스타들 중 상당수가 코로나19 사태로 위기에 처한 사회적 약자를 챙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신이 가진 영향력을 발휘해 코로나19 예방 캠페인에 나서는가 하면 기부와 연봉 삭감, 봉사활동 등에 앞장서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프로농구(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테픈 커리는 NBA 선수 중 코로나19와 관련해 가장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커리는 지난 27일 소셜미디어 라이브 방송을 통해 앤서니 포시 미국 국립 알레르기 감염병 연구소장과의 화상 인터뷰를 생중계했다. 늘 인터뷰 대상이던 선수가 인터뷰 사회자가 되는 파격을 선보인 것이다. 이 방송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포함해 5만명 이상의 시청자가 몰렸고 큰 화제가 되면서 코로나19와 관련한 다양한 안내 사항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커리는 앞서 경기장 소속 근로자들을 위한 100만 달러 기부와 지역 아동들을 위한 무료급식 기부를 펼치기도 했다. 평균 연봉이 4020만 달러(약 490억원)에 달함에도 이번 시즌 부상으로 경기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비난받았던 커리는 코로나19와 관련해 적극적인 행보로 경기장 밖 슈퍼스타의 가치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이리 어빙(브루클린 네츠)도 지난 23일 자신의 생일에 32만 3000달러(약 4억원)을 기아구호단체에 기부했다. 유럽 축구 스타들도 코로나19 사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섰다. 잉글랜드 대표팀의 간판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토트넘 홋스퍼)은 28일 소셜미디어에 “토요일 오후 3시는 보통 축구를 의미한다. 그렇지만 지금은 모두에게 그보다 집에 머무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요청했다.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 등 축구 스타들은 화장지 챌린지(축구공 대신 화장지로 리프팅하는 캠페인)를 통해 팬들에게 집에 머무르자는 메시지를 적극 전하고 있다. 앞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AC 밀란)는 소셜미디어에 의료진에 기부하기 위한 모금 캠페인을 올렸고 10만 유로(약 1억 3000만원)를 기부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인테르 밀란 선수들도 구단에서 진행하는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했고,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토리노 지역 어린이 환자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노트북을 기부했다는 사실이 29일 현지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유벤투스는 29일 선수단이 코로나19로 인한 구단의 재정 부담을 나누기 위해 1000억원대의 연봉 삭감을 감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총 400억원의 연봉 중 약 51억원을 못 받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하비 마르티네스(뮌헨)는 지난 28일 그륀발트 적십자사와 함께 고령층을 위한 식료품 배달 봉사활동을 펼쳤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SNS는 인생의 낭비? 영향력 적극 활용하는 NBA스타들

    SNS는 인생의 낭비? 영향력 적극 활용하는 NBA스타들

    코로나19 극복 위해 소셜미디어 적극 활용커리, 감염병 연구소장 인터뷰로 정보 전해NBA 스타들 영향력 발휘해 메시지 창구로코로나19로 리그가 중단된 미국프로농구(NBA) 스타들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자신의 영향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스포츠 스타들이 소셜 미디어에 빠져 곤란한 상황을 겪는 일을 본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이 “인생의 낭비”라고 지적한 SNS가 이제는 오히려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가장 활발한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테픈 커리는 NBA 선수 중 코로나19와 관련해 가장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커리는 지난 27일(한국시간) 자신의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통해 앤서니 포시 미국 국립 알레르기 감염병 연구소장과의 화상 인터뷰를 생중계했다. 이 방송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포함해 5만명 이상의 시청자가 몰렸고 큰 화제가 되면서 코로나19와 관련한 다양한 안내 사항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미국은 확진자가 폭증하며 세계에서 코로나19 타격이 가장 큰 나라가 됐다. 확진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보가 필요한 상황에서 커리는 직접 사회자로 나서 궁금증을 해소하고 팬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준 것이다. 커리의 라이브 방송이 미국 주요 언론들을 통해 더 널리 알려지면서 커리는 자신의 영향력을 제대로 발휘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평균연봉 4020만 달러(약 490억원)에도 이번 시즌 부상으로 경기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비난받던 커리는 코로나19와 관련해 적극적인 행보로 경기장 밖 슈퍼스타의 가치를 보여줬다. 앞서 경기장 소속 근로자들을 위한 100만 달러 기부와 지역 아동들을 위한 무료급식 기부를 펼치기도 했다. 카이리 어빙(브루클린 네츠)도 지난 23일 자신의 생일을 맞아 32만 3000달러(약 4억원)을 기아구호단체에 기부하기도 했다는 소식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린 바 있다. NBA 1호 확진자였던 루디 고베어(유타 재즈)도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부주의했던 지난날의 행동을 반성하며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을 깨우는 한편 경기장 근로자 등을 위해 50만 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칼-앤서니 타운스(미네소타 팀버울브스)도 지난 25일 자신의 어머니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소식을 전하며 의료진을 향한 응원 메시지를 통해 많은 팬들에게 코로나19를 이겨내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MLK의 친구이며 민권운동가 조지프 로어리 목사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MLK의 친구이며 민권운동가 조지프 로어리 목사

    미국 인권운동가이며 고(故)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박사의 “진정한 친구”였던 조지프 E 로어리 목사가 98세를 일기로 세상을 등졌다. 킹 센터는 일련의 트윗을 통해 남부 기독교도 리더십 컨퍼런스의 창립 멤버로 킹 박사와 함께 일했던 고인이 27일(이하 현지시간) “지상에서 영원으로 떠났다”며 “우리는 그를 그리워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영국 BBC가 28일 미국 매체의 보도를 인용해 전했다. 고인은 킹 박사의 미망인 코레타 장례 때 연설하고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때 연설할 정도로 민권운동의 상징으로 통했다. 몇 달 뒤 오바마 대통령은 그에게 미국의 민간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영예인 대통령 자유의메달을 수여 받았다. 지난 2013년에는 미국 의회에서 민권 가두행진 48주년을 맞아 연설하기도 했다. 로어리 목사는 애틀랜타를 중심으로 한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민권을 신장하기 위해 남부 기독교도 리더십 컨퍼런스를 창립해 1977년부터 1997년까지 20여년 회장을 지냈다. 그는 역시 민권운동가인 에벌린 깁슨과 1950년 재혼해 세 딸을 뒀고, 앞서 첫 번째 결혼 때는 두 아들을 뒀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어떻게든 이기면 끝… 골프에서 드러나는 트럼프의 실체

    어떻게든 이기면 끝… 골프에서 드러나는 트럼프의 실체

    커맨더 인 치트/릭 라일리 지음·김양희 옮김/생각의힘/360쪽/1만 8000원 스포츠 기자였던 저자가 골프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실체를 파헤친 책이다. 전체적인 내용은 제목만 봐도 금세 안다. ‘커맨더 인 치트’는 ‘사기꾼 사령관’이라는 뜻이다. ‘총사령관’이란 뜻의 ‘커맨더 인 치프’를 절묘하게 비틀었다. 트럼프는 골프를 사랑한다. 임기 4년 차에 벌써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8년간 라운딩 기록을 넘어섰다. 그가 족저근막염을 앓고 있다는 게 사실인지 의심이 들 정도다. 문제는 그에게 골프가 ‘양심 있는 게임’이 아니란 것이다. 골프공에 발을 대-트럼프의 별명은 ‘펠레’다-는 건 흔한 일이고, 다른 이의 공을 벙커로 집어던지거나 스코어를 제멋대로 기록하기 일쑤다. 흑인 배우 새뮤얼 잭슨의 경험담이 이를 잘 설명해 준다. 트럼프가 친 공이 호수에 빠졌는데 잠시 뒤 다른 공을 든 채 멀쩡한 얼굴로 “공을 찾았다”며 나오더란다. 주변 사람들 모두가 이 장면을 눈 뜨고 지켜봤는데도 그랬다. 가문의 내력 때문이었는지 그에겐 승리만이 진리고 신앙이었다. 책은 트럼프를 향한 조롱과 야유로 가득하다. 그렇다고 마냥 킬킬대며 웃을 수만은 없다. “트럼프가 지금 대통령으로서 나라에 하는 모든 일은 이미 골프 칠 때 우리에게 했던 짓”이라고 한 인사가 말했듯 기상천외한 말바꿈과 속임수, 돌발행동이 골프장 안에서만 일어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시련의 순간과 마주했을 때 어떤 이들은 일어섰고, 어떤 이들은 파묻혔다. 우리는 과연 어느 쪽에 서게 될까.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시론] 코로나19의 미 대선 정치학/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시론] 코로나19의 미 대선 정치학/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코로나19의 급격한 전파로 인해 사회의 모든 이슈가 매몰돼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상황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 미국과 유럽의 국가들 역시 비슷한 처지다. 지난 2월 말 필자가 미국 워싱턴으로 출장을 갔을 때만 해도 미국 내 가장 큰 뉴스는 민주당 후보 경선이었다. 올 11월에 누가 민주당 후보로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맞설 것인가 하는 문제가 미국 국민들의 주목을 끄는 뉴스였다. 아이오와 경선에서 피터 부티지지 시장이 1위로 떠오르면서 새로운 후보가 나타날 수 있다는 흥분감에 휩싸이기도 했으나, 그 이후의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강세를 보이면서 결국 샌더스 상원의원이 후보가 되지 않겠느냐 하는 분위기가 굳어지는 상황이었다. 이때부터 민주당 내부에서는 강한 위기감이 생겨나기 시작한 모양이다. 우리가 알다시피 미국의 많은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 경선은 이들에게 매우 중요한 분석 대상이었다. 우리나라 뉴스들과 마찬가지로 많은 평론가들이 출연해 상황을 분석하는데, 주요 논지는 슈퍼 화요일 경선을 앞두고 당선 가능성이 낮은 민주당의 다른 중도 후보들이 사퇴하고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힘을 몰아 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샌더스 상원의원이 민주당 후보가 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에게 질 것이라는 비관론이 강하게 반영된 분석이다. 이때부터 민주당 유권자들이 매우 전략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경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흑인유권자들의 표심을 잡은 바이든 전 부통령은 기사회생의 발판을 마련했고, 슈퍼화요일에 큰 승리를 거두었다. 이슈가 없던 민주당 경선에 바이든 전 부통령의 재기는 강한 활력을 제공하는 호재였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코로나19가 심각해지면서 선거판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초기에 코로나19 문제를 너무 안이하게 생각한다는 비판을 받던 트럼프 대통령도 국내외 상황이 심각해지자 강한 조치를 내놓기 시작했다. 낮은 실업률과 주식시장의 호황으로 선거판을 유리하게 주도하려고 했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코로나19는 달갑지 않은 이슈였다. 재선가도에 좋을 게 없다고 판단한 듯 그는 되도록이면 이 문제를 크게 부각시키지 않으려 애썼다. 하지만 6개 대륙을 모두 덮친 코로나19가 이제 미국에서도 대선을 좌우할 변수로 떠올랐다. 세계 경제에 직격탄을 날린 코로나19는 미국 경제에도 비관적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경제 악화는 현역 대통령에게 특히 불리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기 부양책을 동원하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를 압박해 연이어 금리 인하를 단행하게 만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울러 본인의 강력한 정책으로 미국민들의 안전을 지켜 냈다고 하는 논리를 만들어 내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응 핵심 정부 기관인 질병관리본부까지 직접 공격하며 잘된 것은 본인 덕, 잘못된 것은 관료 탓이라는 구도까지 만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해결을 둘러싼 정치적 경향성은 미국 내 여론조사에서도 엿보인다. 지금과 같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도 판단의 근거가 당파성이 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소속돼 있는 공화당 유권자들보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현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또 90%에 가까운 공화당 유권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황을 잘 통제한다고 보고 있는 반면에 민주당 유권자들 중 20%만 여기에 동의했다. 이런 정치적 양극화는 2009년 에볼라바이러스 창궐 때도 있었는데 당시 민주당 유권자의 70% 이상, 공화당 유권자의 40%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상황을 잘 통제하고 있다고 답했다. 현실이 현실 자체로 인식되기보다 선거와 맞물려 더욱 정파적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미 대선은 주요 스윙스테이트(경합주)의 중도 유권자들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판가름이 나왔다.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과 이를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반응, 성향에 따라 백악관의 주인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더 극적인 경기 부양책, 국경봉쇄책으로 표심을 잡으려 할 수도 있다. 행정력이 없는 민주당 후보로서는 코로나19 사태가 호전되는 것이 오히려 선거에 불리해지는 역설적 상황이 된다. 이래저래 모두에게 힘든 시절이다.
  • [시론] 코로나바이러스의 美 대선 정치학/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시론] 코로나바이러스의 美 대선 정치학/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코로나19의 급격한 전파로 인해 사회의 모든 이슈가 매몰돼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상황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 미국과 유럽의 국가들 역시 비슷한 처지다. 지난 2월 말 필자가 미국 워싱턴으로 출장을 갔을 때만 해도 미국 내 가장 큰 뉴스는 민주당 후보 경선이었다. 올 11월에 누가 민주당 후보로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맞설 것인가 하는 문제가 미국 국민들의 주목을 끄는 뉴스였다. 아이오와 경선에서 피터 부티지지 시장이 1위로 떠오르면서 새로운 후보가 나타날 수 있다는 흥분감에 휩싸이기도 했으나, 그 이후의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강세를 보이면서 결국 샌더스 상원의원이 후보가 되지 않겠느냐 하는 분위기가 굳어지는 상황이었다. 이때부터 민주당 내부에서는 강한 위기감이 생겨나기 시작한 모양이다.  우리가 알다시피 미국의 많은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 경선은 이들에게 매우 중요한 분석 대상이었다. 우리나라 뉴스와 마찬가지로 많은 평론가들이 출연해 상황을 분석하는데 주요 논지는 슈퍼화요일 경선을 앞두고 당선 가능성이 낮은 민주당의 다른 중도 후보들이 사퇴하고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힘을 몰아 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샌더스 상원의원이 민주당 후보가 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에게 질 것이라는 비관론이 강하게 반영된 분석이다. 이때부터 민주당 유권자들이 매우 전략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경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흑인유권자들의 표심을 잡은 바이든 전 부통령은 기사회생의 발판을 마련했고, 슈퍼화요일에 큰 승리를 거두었다. 이슈가 없던 민주당 경선에 바이든 전 부통령의 재기는 강한 활력을 제공하는 호재였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코로나19가 심각해지면서 선거판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초기에 코로나19 문제를 너무 안이하게 생각한다는 비판을 받던 트럼프 대통령도 국내외 상황이 심각해지자 강한 조치를 내놓기 시작했다. 낮은 실업률과 주식시장의 호황으로 선거판을 유리하게 주도하려고 했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코로나19는 달갑지 않은 이슈였다. 재선가도에 좋을 게 없다고 판단한 듯 그는 되도록이면 이 문제를 크게 부각시키지 않으려 애썼다.  하지만 6개 대륙을 모두 덮친 코로나19가 이제 미국에서도 대선을 좌우할 변수로 떠올랐다. 세계 경제에 직격탄을 날린 코로나19는 미국 경제에도 비관적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경제 악화는 현역 대통령에게 특히 불리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기부양책을 동원하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를 압박해 연이어 금리인하를 단행하게 만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울러 본인의 강력한 정책으로 미국민들의 안전을 지켜냈다고 하는 논리를 만들어 내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응 핵심 정부기관인 질병관리본부까지 직접 공격하며 잘된 것은 본인 탓, 잘못된 것은 관료 탓이라는 구도까지 만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해결을 둘러싼 정치적 경향성은 미국 내 여론조사에서도 엿보인다. 지금과 같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도 판단의 근거가 당파성이 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소속돼 있는 공화당 유권자들보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현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또 90%에 가까운 공화당 유권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황을 잘 통제한다고 보고 있는 반면에 민주당 유권자들 중 20%만 여기에 동의했다. 이런 정치적 양극화는 2009년 에볼라바이러스 창궐 때도 있었는데 당시 민주당 유권자의 70% 이상, 공화당 유권자의 40%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상황을 잘 통제하고 있다고 답했다. 현실이 현실 자체로 인식되기보다 선거와 맞물려 더욱 정파적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미 대선은 주요 스윙스테이트(경합주)의 중도 유권자들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판가름이 나왔다.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과 이를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반응, 성향에 따라 백악관의 주인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더 극적인 경기 부양책, 국경봉쇄책으로 표심을 잡으려 할 수도 있다. 행정력이 없는 민주당 후보로서는 코로나19 사태가 호전되는 것이 오히려 선거에 불리해지는 역설적 상황이 된다. 이래저래 모두에게 힘든 시절이다.
  • 英·러 전철 밟은 美… 아프간전쟁 승리 대신 철군 ‘불안한 휴전’

    英·러 전철 밟은 美… 아프간전쟁 승리 대신 철군 ‘불안한 휴전’

    지난달 29일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은 18년 전쟁을 끝내자는 평화협정을 맺었다. 하지만 협정문에 서명한 미국과 탈레반 양쪽 모두 ‘평화’보다는 ‘미군 철수’를 원했던 것 같다. 말 그대로 ‘협정문 잉크도 마르기 전에’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군을 수십 차례 공격했다. 이에 미국은 탈레반에 드론 폭격을 가하며 휴전을 무색하게 하면서도 협정이 잘 지켜지고 있다며 철군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계속된 전쟁에 미국 대통령 3명 임기가 걸쳐 있었다. 그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유일하게 미국인들에게 이 전쟁에서 ‘승리’가 아닌 ‘출구’를 약속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협정 체결 직후 “승리를 선언하고 싶은 유혹이 있다는 건 알지만 아프간에서 승리는 국민이 평화와 번영 속에 살게 될 때 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미국 역시 역사상 가장 오래 끈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하고 도망치는 셈이 된다. ●대영제국도… 러시아도 승리 없이 철수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보도에서 “아프간 전쟁은 미국이 반드시 이겨야 하는 ‘좋은 전쟁’(Good War)에서 영국과 소련 등 다른 나라들처럼 서둘러 하차하고 싶은 부담으로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19세기 이후 가장 강력한 열강들은 차례로 아프간을 지배하려고 노력했지만 모두 실패했으며, 상처를 끌어안고 물러나야 했다. 대영제국은 1차 세계대전으로 지쳐 결국 1919년 아프간 독립을 승인하기까지 약 80년에 걸쳐 세 번의 전쟁을 수행했다. 그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아프간을 점령하고 지배하기도 했지만 수만명의 사망자를 냈다. 군종 장교로서 가장 치열했던 전투들을 목격한 작가 조지 로버트는 “현명한 의도 없이 시작돼, 무모함과 소심함의 이상한 조합으로 수행된 전쟁이었다”며 “어떤 영광이나 이익도 없이 고통과 재앙만 남기고 끝났다”고 썼다. 1차 세계대전 뒤 중앙아시아를 평정하고 근대화하는 데 큰 성공을 했다고 자부한 소련은 아프간에선 그러지 못했다. 1979년 내전을 진압하고 아프간 정부의 동맹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침략했지만 10년 만에 도망치듯 철수해야 했다. 소련이 아프간에 남기고 간 것은 폭격을 받아 껍데기만 남은 탱크들과 지구상 어느 장소보다 많이 매설된 지뢰였다. 그뿐 아니라 소련이 철수한 뒤 아프간 정부가 붕괴됐고, 수년간의 격렬한 내전 뒤 1996년 탈레반이 부상했다. 2001년 9월 11일 테러 직후, 미국이 알카에다와 탈레반을 격파하기 위해 시작한 전쟁은 당시만 해도 이렇게 오래갈 줄 아무도 몰랐다. 미군은 2001년 10월 7일 알카에다와 탈레반을 폭격하며 전쟁을 시작해 한 달여 만에 수도 카불과 칸다하르를 함락했다.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은 토라보라 인근 산악지대를 통해 파키스탄으로 탈출했다. 하미드 카르자이는 아프간 임시정부를 설치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으로 미국 주도 군사 동맹인 국제안보지원군(ISAF)이 창설됐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2003년부터 미군의 아프간 주요 전투작전을 종료시키고 자원을 이라크로 보냈다. 그러자 탈레반이 기세를 회복해 2006년부터 수많은 매복공격과 자살폭탄테러가 일어났다. 아프간 보안군은 ISAF의 지원을 받고 있었지만, 파키스탄 무장세력의 지원을 받는 탈레반에 속절없이 당했다. 결국 미국은 아프간 병력을 증원하기로 했고 2007년까지 미군은 2만 5000여명으로 늘어났다.버락 오바마 신임 대통령은 2009년 아프간 전쟁 재개를 선언하고 미군 1만 7000여명을 추가 배치했다. 12월엔 다시 대규모 증원을 발표했다. 2010년 중반 아프간 주둔 미군은 거의 10만명이 됐다. 2011년 5월 미 해군 특수부대가 빈라덴을 사살하면서 전쟁은 아프간 안정화로 목표가 재설정됐다. 다음달 오바마 대통령은 병력 감축을 발표했다. 2013년 ISAF가 임무를 훈련과 대테러 작전으로 전환하면서 안보 임무는 아프간 보안군이 맡게 됐다. 2014년 아프간에서 미군의 전투 임무는 공식적으로 종료했고 오바마 대통령은 2016년 말까지 대부분 병력이 철수하는 일정을 발표했다. 하지만 아프간 정세가 불안정한 틈을 타 탈레반이 보안군을 밀어붙이며 기세를 올렸다. 아프간 영토 70% 이상이 탈레반 수중으로 돌아갔다. 136개국이 참여해 20년 가까이 진행된 전쟁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다. 미국은 이 전쟁에 2조 달러 이상을 투입했다. 미군은 2400명 이상이 숨졌고, 연합군 사망자도 700명에 육박한다. 민간인 3만 80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아프간 보안군 사망자는 6만여명으로 추정된다. 미국인이 아프간 전쟁 종식과 완전 철군을 공약으로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을 선호할 만도 하다. 미국은 2018년 후반부터 탈레반과 평화 회담을 시작했고 지난달 말 카타르 도하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탈레반 정통성만 자리잡을 길 열어준 셈 그런데 협정 곳곳에 의아한 점 투성이다. 제목부터 ‘아프간 평화 도출을 위한 아프간의 이슬람 에미레이트(이슬람 군주가 지배하는 정치적 구역)와 미국과의 합의’다. 아프간의 평화를 위한 협정인데 아프간은 빠져 있고, 탈레반을 에미레이트라는 생소한 명칭으로 협정 주체에 넣었다. 특히 외교안보연구소 인남식 미주연구부 교수는 최근 발간 자료에서 이번 협정이 “지금까지 미국이 이란 또는 북한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보여줬던 상대의 선이행, (미국의) 후조치와는 다른 패턴”이라면서 “미국과 동맹국의 철군을 먼저 추진하고 이 과정에서 탈레반의 우호적 태세를 확인하는 유형”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트럼프가 선거를 앞두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서둘렀다는 의미다. 그러다보니 이번 평화협정으로 아프간에 평화와 번영이 깃들 것이라는 믿음은 희박하다. 협정대로 미군과 연합군이 연말까지 완전 철수한 뒤 탈레반이 합의를 깨고 적대행위를 재개하면 아프간 보안군은 이를 제압할 능력이 없다. 이럴 경우 철군했던 연합군이 다시 신속하게 아프간으로 돌아와 탈레반을 격퇴하기도 쉽지 않다. 협정대로 아프간 탈레반이 파키스탄의 강성 원리주의 탈레반과 연계를 끊어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가진 미국과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 아프간에서 병력을 철수시켰다는 명예로운 역사를 탈레반에게 선물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테러범과는 협상을 하지 않는다’는 미국이 협상 상대로 인정해 준 셈이며, 이로 인해 탈레반이 아프간에서 정통성 있는 정파로 자리잡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인 교수는 아프간 정치가 먼저 자리를 잡으면 탈레반이 국제사회 규범과 조응하는 정치 세력으로 뿌리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하지만 불행히도 최근 아슈라프 가니와 그의 오랜 정적 압둘라 압둘라가 각각 대통령 취임식을 거행하는 등 정세는 불안하게 돌아가고 있다. 최근 가니 대통령은 미국과 탈레반의 협정대로 탈레반 포로 5000명을 석방하겠다고 밝혔다. 석방된 포로들이 온순하게 아프간 재건에 협조할 가능성도 매우 낮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정치 공세보다 건보공약에 올인한 美민주 경선 토론

    정치 공세보다 건보공약에 올인한 美민주 경선 토론

    치열한 정치공세 대신 보건 이슈에 집중 두 후보 모두 여성 러닝메이트 발탁 예고조 바이든(77)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78) 상원의원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첫 맞짱 토론을 벌였다. 17일 플로리다 등 4개 주 경선에서 반전을 노리는 샌더스 의원이 이날 토론에서 치열한 정치적 공세에 나설 것이란 예상과 달리 이들은 코로나19 확산과 보험 문제 등에 집중하면서 토론이 싱겁게 끝났다는 평가다. 특히 코로나19의 확산 우려 탓에 장소를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워싱턴DC의 CNN 스튜디오로 변경했고 청중 없이 진행됐다. 또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권고에 따라 두 후보의 연설대가 6피트(약 1.8m) 간격으로 세워졌고 악수도 팔꿈치로 하는 등 토론회의 풍경도 사뭇 달랐다. 두 후보는 이날 토론에서 코로나19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독단적·안일한 대처를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는 미국에 관한 것이고, 세계에 관한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제를 악화시켜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샌더스 의원도 “지금은 코로나19와 경제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움직여야 할 때”라면서 “부패하고 오염된 나라보단 서로 돌보는 나라를 만들 때”라고 보탰다. 두 사람은 ‘건강보험’ 문제에선 강하게 부딪쳤다. 특히 최대 이슈가 된 코로나19 사태를 상대방의 공약을 깎아내리는 데 적극 활용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보조금 지급 등으로 건강보험 가입자를 늘리는 ‘오바마케어 수호’가, 샌더스 의원은 국가가 직접 건강보험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메디케어 포 올’이 공약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샌더스 의원의 메디케어 포 올을 겨냥해 “(코로나19)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한다”면서 “공공의료 비중이 높은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로 참사가 벌어졌다”며 공격했고, 샌더스 의원은 “우리나라엔 수천 개의 민영 보험이 있지만, 해마다 최대 6만명이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해 죽는다”고 맞받았다. 이들은 ‘자신이 민주당 대선주자가 되면 여성을 러닝메이트로 발탁하겠다’면서 민주당의 여성 부통령 후보 탄생을 예고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트럼프 ‘러 스캔들’ 플린에 “완전한 사면” 고려

    트럼프 ‘러 스캔들’ 플린에 “완전한 사면” 고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산 와중에 ‘러시아 스캔들’ 수사 당시 연방수사국(FBI)에 허위 진술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측근 마이클 플린(61)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해 “완전한 사면”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수사 중이거나 형이 확정되지 않은 범죄에 대해서도 사면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그의 삶과 그의 훌륭한 가족의 삶을 파괴한 후, 법무부와 함께 일하는 FBI는 플린 장군의 기록들을 ‘잃어버렸다’고 보도됐다. 얼마나 편리한가”라면서 “나는 완전한 사면을 강력히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잃어버린 기록’이 무엇인지 불분명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지만, 일부에서는 플린의 신문조서 원본이 사라진 상태라는 지적도 있다. 육군 중장 출신인 플린은 트럼프 행정부의 초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다. 그는 2016년 12월 보좌관 내정자 신분으로 세르게이 키슬라크 당시 주미 러시아 대사와 접촉해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가한 러시아 제재 해제를 논의한 사실이 들통나 취임 24일 만에 낙마했다. 이와 관련, 지난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의 내통 의혹에 대해 FBI가 2017년 1월 조사할 때 플린은 러시아와 제재 논의를 한 적이 없다고 거짓말한 사실이 로버트 뮬러 특검 수사에서 드러나 기소됐다. 검찰은 특히 그가 접촉할 때 트럼프 정권인수 관계자들과 협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이날 트윗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무능은 살인”이라고 직격탄을 날린 뒤 “현재의 위기에 집중하라”고 일갈했다. AFP통신은 “국가가 코로나19 팬데믹 대처에 분투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오래된 논란을 되살렸다”고 비판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위키리크스 제보 첼시 매닝 “극단 선택” 美 법원 “풀어줘라”

    위키리크스 제보 첼시 매닝 “극단 선택” 美 법원 “풀어줘라”

    미국 육군의 정보 분석요원으로 위키리크스에 군사 및 외교 기밀을 누설해 7년 옥살이를 했고 지난해 5월 법정 증언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또 수감된 첼시 매닝(33)이 풀려난다. 지난 11일(이하 현지시간) 구금센터에서 그녀가 극단을 선택하려고 시도해 병원 치료 중이라며 변호인이 석방을 요청한 것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뉴욕 연방법원 재판부는 12일 버지니아주의 한 구금시설에 수감된 매닝이 더 이상 증언대에 서야 할 필요가 없다며 13일 예정됐던 법정 출두도 안해도 된다며 즉각 석방을 명령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다만 진술을 거부한 데 대해 부과한 벌금 25만 달러를 내지 않게 해달라는 변호인들의 제안은 일축하고 전액 납부해야 한다고 명했다. 오클라호마주 크레스켄트에서 태어난 그녀의 원래 이름은 브래들리 에드워드 매닝이었다. 남자였다. 지난 2007년 미국 육군에 입대, 2009년 10월에 제10 산악사단에 배속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정보 분석병으로 근무하던 중 국방부의 내부 전산망에 접속해 기밀 문서를 어산지에게 누설했다. 그가 제공한 문서 중에는 2007년 미군 아파치 헬리콥터가 바그다드에서 민간인을 학살하는 동영상,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의 미군 군사작전 일지, 국무부의 외교 전문 등 수백만건에 이르렀다. 2010년 5월 체포돼 2013년 2월 28일 메릴랜드주 포트미드 군사법원에서 브래들리 매닝은 유죄라고 처음 자인했는데 35쪽 분량으로 자신이 기밀을 내부제보한 이유를 소상히 밝혔다. 징역 35년형을 선고받은 다음날 매닝은 여성이 되고 싶으니 호르몬 치료를 받게 해달라고 요청해 법원으로부터 개명과 호르몬 치료를 허가받았다. 2017년 1월에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7년형으로 감형해줘 같은 해 5월 17일에 석방됐다. 하지만 지난해 위키리크스를 만든 줄리안 어산지가 영국 경찰에 체포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그를 미국에 데려와 본때를 보여야겠다고 트럼프 행정부는 판단했고, 검찰은 다시 매닝에게 증언대에 설 것을 강요했다. 그녀는 2013년 재판 중에 이미 밝힐 내용은 다 밝혔다고 거부해왔다. 지루한 밀고당기기 끝에 그녀는 법정 출두를 이틀 앞두고 구금센터에서 극단을 선택했다. 버지니아주 경찰은 사고가 있었다고 인정하며 “우리의 전문 요원들이 적절히 대처했고 그녀는 안전하다”고 밝혔다. 어산지는 2012년 5월 영국에서 성폭행 혐의로 체포됐다가 2년 뒤 풀려났으나 영국 대법원이 스웨덴 송환을 명하자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급히 피신, 망명자로 지내다 지난해 4월 11일 대사관의 보호 철회로 영국 경찰에 체포돼 미국 송환 협상이 진행 중이다. 미국 검찰이 제기한 그의 혐의 중에는 2016년 대선 때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국무장관 시절 이메일 자료 유출도 포함돼 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레이디 가가 같아서… 신종 뿔매미 “내 이름은 카이카이아 가가”

    레이디 가가 같아서… 신종 뿔매미 “내 이름은 카이카이아 가가”

    과학자들이 새로 발견된 곤충의 학명에 파격적인 옷차림과 튀는 행동으로 유명한 미국의 팝스타 레이디 가가의 이름을 붙여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 일리노이 어바나-샴페인대 생물과학과 연구팀은 중미 니카라과의 숲에서 발견한 새로운 뿔매미 종(種)에 팝스타 레이디 가가의 이름을 딴 ‘카이카이아 가가’(Kaikaia gaga)라는 학명을 붙였다고 12일 밝혔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동물 분류학’(Zootaxa) 11일 자에 실렸다. 뿔매미는 몸길이가 5.5~8㎜에 불과해 매미 중에서도 가장 작고 독특한 외형을 갖고 있다. 어깨 부분에는 황소뿔처럼 뿔 돌기가 양옆으로 발달해 있으며 식물 줄기를 진동시켜서 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뿔매미는 다른 매미와 달리 다양한 색깔과 종류를 가진 것들이 많아 이번에 발견된 카이카이아 가가 이외에 아직 발견되지 않은 종들이 여전히 많을 것으로 연구팀은 보고 있다. 이번에 발견된 ‘카이카이아 가가’ 뿔매미는 머리와 몸 모양, 다리의 길이, 생식기 형태 등이 기존의 뿔매미와는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뿔매미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하고자 독특한 모습과 행동으로 대중의 관심을 끄는 레이디 가가의 이름을 딴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학계에서 이처럼 유명인의 이름을 따 학명을 짓는 경우가 종종 있어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거미, 물고기, 새, 기생충 등 신종 생물 9종에 이름이 붙여졌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머리모양과 비슷하다고 해서 그의 이름이 붙은 신종 나방도 있다. 이뿐만 아니라 영국 팝스타 엘튼 존의 이름을 딴 새우, 전설적인 레게음악가 밥 말리의 이름을 딴 흡혈갑각류도 있고 배우 앤젤리나 졸리,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등의 이름이 붙은 생물종들도 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 ‘레이디 가가’란 이름의 매미가 있다고?

    [달콤한 사이언스] ‘레이디 가가’란 이름의 매미가 있다고?

    과학자들이 새로 발견된 곤충의 학명에 파격적인 옷차림과 튀는 행동으로 유명한 미국의 팝스타 레이디 가가의 이름을 붙여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 일리노이 어바나-샴페인대 생물과학과 연구팀은 중미 니카라과의 숲에서 발견한 뿔매미의 새로운 종에 팝스타 레이디 가가의 이름을 딴 ‘카이카이아 가가’(Kaikaia gaga)라는 학명을 붙였다고 12일 밝혔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동물 분류학’(Zootaxa) 11일자에 실렸다. 뿔매미는 몸 길이가 5.5~8㎜에 불과해 매미들 중에서도 가장 작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독특한 외형을 갖고 있다. 어깨 부분에는 황소뿔처럼 뿔돌기가 양 옆으로 발달해 있으며 식물 줄기를 진동시켜서 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뿔매미는 다른 매미와 달리 다양한 색깔과 종류를 갖고 있어서 이번에 발견된 카이카이아 가가 이외에 아직 발견되지 않은 종들도 많을 것으로 연구팀은 보고 있다. 연구팀은 뿔매미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독특한 모습과 행동으로 대중의 관심을 끄는 레이디 가가의 이름을 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발견된 ‘카이카이아 가가’ 뿔매미는 머리와 몸 모양, 다리의 길이, 생식기 형태 등이 기존의 뿔매이와는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브랜단 모리슨 연구원은 “뿔매미의 이런 다양성이 전 세계 다양한 환경의 숲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과학계에서 이처럼 유명인의 이름을 따 학명을 짓는 경우는 종종 있어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거미, 물고기, 새, 기생충 등 신종 생물 9종에 이름이 붙여졌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머리모양과 비슷하다고 해서 그의 이름이 붙은 신종 나방도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영국 팝스타 엘튼 존의 이름을 딴 새우, 전설적인 레게음악가 밥 말리의 이름을 딴 흡혈갑각류도 있고 배우 안젤리나 졸리,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도 신종 생물에 이름이 붙여지기도 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두 달 새 감염 11만명… 코로나發 美패권주의·팬데믹 논란 커지다

    두 달 새 감염 11만명… 코로나發 美패권주의·팬데믹 논란 커지다

    “전 세계가 한 번도 겪어 보지 않은 미지의 영역으로 들어섰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지난 3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가진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에서 “지역사회에서 이렇게 빠르게 퍼지는 호흡기 계통 병원체는 본 적이 없다”고 밝히며 이같이 말했다. WHO가 코로나19 첫 발병 사례를 확인한 뒤 60여일 만에 전 세계 감염자가 10만명에 달하는 등 확산세가 가팔라지자 만시지탄을 쏟아낸 것이다. 코로나19는 인류 역사에서 천연두와 결핵,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신종플루(H1N1)처럼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반열에 오를 것이 확실시된다. 전 세계를 공포에 빠뜨린 코로나19 사태의 현황과 이면의 정치·경제적 힘겨루기 양상을 살펴봤다.●사스·메르스와 차원 달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9일 전 세계 보건 당국 자료를 인용해 오전 10시 기준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환자가 10만 9045명, 사망자가 3818명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7일 감염자가 10만명을 넘었다. 지난해 12월 31일 WHO가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첫 발병 사례를 확인한 지 66일 만이다. 같은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인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8개월간 8000여명,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수년간 2000여명의 확진환자를 배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코로나19는 이들과 차원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WHO는 8일 현재 중국(홍콩·마카오·대만 포함) 등 102개국(자치 지역 포함)에서 확진환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반면 WHO가 추정하는 코로나19 치사율은 3~4%다. 사스(10% 안팎)나 메르스(30~40%)에 훨씬 못 미친다. 2009년 전 세계에서 유행한 신종플루(약 1%)에 더 가깝다. 코로나19는 코로나 계열이면서도 감염력이나 치사율은 인플루엔자인 신종플루와 비슷한 독특한 성격의 바이러스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중국 본토에서 8만명 넘게 감염돼 3000명 넘게 숨졌다. 중국 외 국가에서는 1만명 이상 확진환자가 생겨나 700명가량 사망했다. 중국이 강력한 통제로 방역에 성과를 내는 사이에 한국과 이탈리아(유럽), 이란(중동) 등에서 감염자가 폭증해 전 세계가 비상사태에 빠졌다. 기독교의 성지 바티칸과 히말라야의 불교국 부탄에서도 확진환자가 나오면서 WHO의 팬데믹 선언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미국 내 패권주의 설전 코로나19 사태를 두고 미국 내 패권주의 논란도 커지고 있다. 전 세계에서 도미노처럼 이어진 ‘중국 체류자 입국금지’ 조치를 미국에서 가장 먼저 시행했기 때문이다. 앞서 미 정부는 1월 말 “최근 2주 이내에 중국을 다녀온 외국인은 입국을 금지한다”고 선언했다. 이는 “코로나19와 관련해 여행이나 교역을 제한하지 말라”고 한 WHO의 권고에 반하는 것이어서 미 민주당에서도 비판이 나왔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일부에서는 “지난겨울 계절성 독감으로 미국 내 사망자가 급증하자 대선을 앞두고 이에 대한 비난을 무마하려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례적인 조치를 단행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와 관련, SCMP는 “중국 체류자에 대한 여행 금지 조치를 두고 미국에서 뒤늦게 적절성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진보 성향 전문가들은 “2009년 신종플루 사태 때도 확인했듯 전 세계가 연결된 글로벌 시대에는 한두 나라 출신의 입국을 막아도 감염병을 차단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 미국에서 확산한 신종플루로 전 세계에서 160만명 넘게 감염돼 2만명 가까이 숨졌지만 중국 등 주요국은 ‘미국발 입국 금지’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미국이 신종플루보다 전염력이 약한 코로나19에 대해 초강수를 둔 것은 무역전쟁 중인 중국에 유무형의 타격을 주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발 입국 금지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중국의 불투명한 사회 시스템을 감안하면 외교 관계 악화를 감수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낫다”고 반박한다. 신종플루 사태 때 전 세계가 미국발 입국 금지를 단행하지 않은 것은 ‘미국 눈치 보기’ 때문이 아니라 당시 감염병에 대한 과학적 지식이 부족했던 것뿐이라는 반론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도 지난 2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몇 주 전 거의 모든 사람이 중국 입국을 차단해야 한다고 조언해 이를 결단했다”면서 “민주당은 이에 대해 비판을 일삼았지만 결국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고 밝히며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중국 외교부는 지난달 초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중국인들의 미국 입국을 금지해 공황 상태를 야기했다”면서 “이번 겨울 미국에서 1900만명이 감염돼 8200명이 사망한 계절성 독감과 비교해 보면 많은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미 내부에서는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는 어느 나라에서나 나오는데 중국이 코로나19의 위험성을 ‘물타기’하려고 무리한 비교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이미 예방·치료제가 개발된 계절성 독감과 코로나19를 빗대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WHO, 팬데믹 선언 신중 코로나19 사태 뒤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구설에 오른 사람을 꼽으라면 테워드로스 WHO 사무총장을 들 수 있다. 중국 정부의 방역 대책을 노골적으로 칭찬하는가 하면 일본의 크루즈 유람선 ‘프린세스 다이아몬드’ 감염자 현황을 일본 통계에서 빼는 등 쉽게 납득하기 힘든 행보를 이어 가기 때문이다. 특히 WHO는 코로나19가 100개국 넘게 퍼졌음에도 아직도 “세계적 대유행 단계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보다 못한 각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팬데믹 선언에 나서는 촌극이 벌어졌다. 변명 같지만 WHO가 이렇게 미적거리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과거 초국적 자본에 놀아나 선언을 했다가 크게 비난받은 경험이 있어서다. 신종플루가 2009년 3월 미국에서 발견돼 전 세계로 퍼지자 마거릿 찬 당시 WHO 사무총장은 그해 6월 팬데믹을 선언했다. 각국에 보건 시스템 구축 등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최소 1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였던 감염병은 신기하게도 몇 달 지나자 거짓말처럼 사그라들었다. 곧바로 ‘신종플루가 일반 독감과 큰 차이가 없었는데도 WHO가 팬데믹을 선언해 공포를 과장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의사 출신인 볼프강 보다르크 당시 유럽평의회 의원총회(PACE) 보건분과위원장은 “팬데믹 선언은 제약회사의 기획품”이라며 “21세기 최대의 의료 스캔들”이라고 힐난했다. 실제로 글로벌 제약사들이 WHO를 회유해 선언을 유도했다는 증거들이 나왔다. 2010년 6월 찬 사무총장이 외부 전문가들로 위원회를 꾸려 발표한 보고서에는 “WHO 일부 전문가들이 항바이러스 제약회사들과 금전적 관계를 맺고 있는 사례를 찾아냈다”면서 “WHO는 업무 절차를 제대로 지켰지만 다만 이 과정에서 제약업계의 이윤 동기가 영향을 미쳤다”고 적시됐다. 신종플루 치료제 ‘타미플루’를 만드는 제약사 로슈(스위스)가 팬데믹 선언을 활용한 ‘공포 마케팅’으로 천문학적 수익을 거둔 것이 확인되면서 WHO가 ‘생명을 이용한 돈벌이’에 이용당했다는 비판에 힘이 실렸다. 최근 전 세계 제약업체들이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했다”고 너도나도 발표하지만, 의료계가 이에 싸늘한 시선을 보이는 것 역시 이런 주장 상당수가 주가 부양 목적에서 이뤄진다고 여겨서다. WHO는 2014년에도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해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했다가 구호 활동에 차질을 빚었다. 당시 ‘치사율이 최대 90%에 달한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미국 등에서 방호복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자 전 세계적으로 구호품 수급이 어려워졌다고 CNN 방송이 전했다. 주요 항공사들도 발원지인 서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운항을 중단해 구호 인력이 현장으로 가지도 못하는 악순환이 생겨났다. 버락 오바마 당시 미 대통령은 “(WHO의 선언 등이) 사태를 더 악화시킬 뿐”이라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美 민주 ‘캐스팅보터’ 누가 잡나… 흑인 거물 품은 샌더스·바이든

    美 민주 ‘캐스팅보터’ 누가 잡나… 흑인 거물 품은 샌더스·바이든

    인권운동 대부 잭슨 목사, 샌더스 지지 흑인여성 檢총장 해리스, 바이든 후원미국 미시간 등 6개주에서 민주당 경선이 열리는 ‘미니 화요일’(10일)을 앞두고 흑인 표심 경쟁에 불이 붙었다. 지난 3일 슈퍼화요일에 조 바이든(77) 전 부통령이 흑인 지지층을 무기로 역전에 성공하자 버니 샌더스(78) 상원의원도 역공에 나섰다. 마틴 루서 킹 목사와 1960년대 흑인 인권 운동을 이끌었던 제시 잭슨 목사의 공개 지지를 얻은 것이다. 이에 바이든은 캘리포니아 첫 흑인 여성 검찰총장이었던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을 내세워 맞불을 놓았다. 잭슨 목사는 8일(현지시간)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에서 열린 샌더스의 유세에서 “흑인 사회가 직면한 위기가 심각하기 때문에 중도적인 경로는 맞지 않는다”며 “샌더스는 정의에 대한 감각을 잃은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민주당 주류인 중도 세력이 바이든을 중심으로 뭉치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심화시킨 양극화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면 샌더스의 급진적 공약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읽힌다. 잭슨 목사는 흑인 사회의 거성으로 특히 미니 화요일 경선에서 대의원수가 가장 많은 미시간(125명)에 대한 영향력이 크다. 1988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했을 때도 이곳을 거머쥐었다. 흑인사회는 소위 ‘오바마 향수’로 바이든을 지지하고 있지만, 샌더스가 핵심 지지층인 청년 표심을 다지며 흑인 청년들을 흡수한다면 격차는 줄 수 있다. 미시간의 대표 거주층은 백인(79%)이며, 흑인(14%)은 캐스팅보터로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바이든은 흑인 표심을 다지려는 듯 해리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해리스는 이날 바이든 지지 성명에서 “격변기를 지나는 미국을 이끄는 데 바이든보다 준비된 사람은 없다”고 했다. 해리스는 자금 부족으로 지난해 12월 경선을 중단했지만, 흑인 여성 표심을 얻은 바 있다. 당시 바이든은 해리스를 러닝메이트로 검토할 수 있다는 발언도 했었다. 또 다른 유력 흑인 경선 후보였던 코리 부커 뉴저지 상원의원의 선택 여부가 흑인 지지층 흡수를 위한 남은 변수다. 이날 더 트리뷴에 따르면 그간 민주당 경선을 중단한 후보 20여명 중 8명이 바이든을 지지했고 2명만이 샌더스 뒤에 섰다. 한편 샌더스, 바이든, 트럼프의 나이가 모두 70대라는 점에서 코로나19로 대선 경선 자체가 파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CNN은 세 후보 모두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군중을 피하고 여행을 제한하도록 권고한 연령대라고 전했지만, 모두 우선은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