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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예로운 양위’ vs ‘불명예 퇴위’...21세기 ‘왕’ 노릇 힘드네

    ‘명예로운 양위’ vs ‘불명예 퇴위’...21세기 ‘왕’ 노릇 힘드네

    “여러분, 카리브해의 우리 영토인 신트마르턴 섬과, 세인트 유스타티우스 섬의 허리케인 피난민들을 돕기 위해 우리 정부는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할 것입니다. 우리 나라는 현 내각 출범 초창기인 2012년과 비교하면 확실히 번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이 번영의 과실을 누리는데 소외되는 사람이 나와서는 안될 것입니다. 내년에는 4억 3500만 유로(약 5867억원)의 추가 예산이 노인 요양 시설을 위해 쓰이게 될 것이고 초등학교 교사 월급 인상을 위해서 2억 7000만 유로가 배정될 것입니다.” 이는 유럽 어느 공화국의 대통령이나 총리가 한 발언이 아니다. 입헌군주국가인 네덜란드의 빌럼 알렉산더르(50) 네덜란드 국왕이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의회에서 한 연설의 일부다. 유럽 입헌군주들은 의례에만 관여할 뿐 실질적 통치는 내각과 의회에 위임하며 정치 현안이나 정책과 관련한 발언은 자제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알렉산더르 국왕의 거침없는 정치 발언은 이례적이다. 이는 그의 자유분방한 성향과 함께 선대 때부터 쌓아온 왕가에 대한 국민의 폭넓은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현재 네덜란드와 같이 군주제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는 29개국이며 영국 국왕을 형식적 국가 원수로 삼는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일부 영연방 국가들까지 포함하면 44개국에 달한다. 영국, 네덜란드, 덴마크, 스페인 등의 유럽 입헌군주는 상징적 국가 원수 지위만 유지하고 있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나 오만,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권 국왕은 여전히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전제군주로 분류된다. ‘권력은 부자 간에도 나눌 수 없다’는 속성에 따라 절대 왕정시대에는 생전 양위는 흔치 않았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국왕들이 장기간 재위와 고령에 따른 피로감을 호소하는 한편 왕실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후계자에게 생전에 양위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의 선대 군주들은 물러날 때가 됐다고 판단되면 후임자에게 왕위를 양보하면서 왕실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전통으로 왕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유지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유럽 왕실 잇단 스캔들로 위상 저하소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네덜란드 왕가는 알렉산더르 국왕이 즉위하기 이전인 1890년부터 123년에 걸쳐 즉위한 여왕 3대가 모두 자식에게 생전 양위하는 전통을 만들었다. 1890년 만 10세의 나이로 왕위에 오른 빌헬미나(1880~1962년) 여왕은 58년간 왕좌를 지키다가 1948년 외동딸 율리아나(1909~2004년)에게 자리를 물려줬다. 율리아나 여왕도 아들이 없었던 탓으로 1980년 맏딸 베아트릭스(79)에게 양위했다. 베아트릭스 여왕은 2013년 4월 맏아들인 빌럼에게 양위하고 ‘상왕’(네덜란드에서는 ‘대공’으로 부름)으로 물러났다. 이들 세 명의 여왕은 재위 기간 동안 자전거를 타고 지방을 돌며 국민과 소통하는 서민 행보를 보이며 인기를 관리했다. 알렉산더르 국왕도 어머니와 외할머니, 외증조할머니의 영향을 받은 탓인지 국민과의 소통을 중시한다. 지난 8월에는 둘째 딸 알렉시아(12) 공주가 고교 입학 첫날 다른 학생들처럼 바지를 입고 백팩을 멘 채로 자전거를 타고 등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알렉산더르 국왕이 이 장면을 직접 촬영해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 공개했다.네덜란드의 이웃 국가인 벨기에의 알베르 2세(83) 전 국왕도 2013년 7월 맏아들 필리프(56)에게 건강 문제를 이유로 왕위를 물려줬지만 네덜란드와는 사정이 다르다. 알베르 2세의 경우 자식이 없는 형 보두앵 1세가 1993년 심장마비로 급사하자 왕위를 이어받았다. 알베르 2세는 2000년 받은 심장 수술의 관리 문제를 양위 이유로 내세웠지만 본인이 혼외 자식을 낳았다는 추문에 끊임없이 휩싸였다. 2007년에는 둘째 아들 로랑 왕자의 공금 횡령 의혹이 겹쳐 스트레스를 받아 퇴위하기에 이른다.2014년 6월 재위 39년 만에 퇴위한 스페인의 후안 카를로스(79) 전 국왕도 초기에는 국민의 사랑을 받다 말년에 몰락한 인물이다. 카를로스는 1969년 군부 출신 독재자 프란시스 프랑코에 의해 후계자로 지명됐고, 1975년 프랑코가 사망하자 즉위했다. 1978년 입헌 군주제로 헌법을 개정하고 1981년에는 군부의 쿠데타 시도를 무산시키는 등 스페인의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2008년 경제위기와 재정적자가 불거지면서 왕실의 사치스러운 행태가 도마에 올랐고 2011년 딸 크리스티나 공주 부부의 공금 유용 혐의 등 부패 추문까지 이어져 왕실의 인기는 급락했다. 결국 재위 39년 만에 “새로운 세대가 주역이 돼야 한다”며 아들 펠리페 6세(49)에게 왕위를 물려줬다. ◆부탄에서는 국왕이 절대군주제 포기하고 개혁 앞장 히말라야 산맥의 부탄에서는 절대군주가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고 입헌군주제로의 전환을 주도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1972년 17세의 나이로 즉위한 지그메 싱기에 왕추크(62) 전 국왕은 51세 때인 2006년 12월 아들 지크메 케사르 남기엘 왕추크(37)에게 왕위를 물려줬다. 그는 2001년 국왕의 행정권을 각료위원회에 이양하는 등 재위 기간 말년에는 왕실의 권력을 축소하는 일에 전념한 계몽군주로 평가된다. 결국 부탄은 2008년 3월 첫 총선을 실시하며 입헌군주제로의 전환을 이뤄냈고 부탄 왕실은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다. 비슷한 시기 인접국가인 네팔 갸넨드라(70) 당시 국왕이 입헌군주제를 전제군주제로 바꾸려다 국민적 저항에 부딪혀 폐위됐고 2008년 공화정으로 바뀐 것과 대조적이다. 이밖에 일본 아키히토(84) 일왕은 지난해부터 건강 문제를 이유로 생전에 퇴위하겠다고 밝혀 현재 선양을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다.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왕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대표적 군주는 현재 유럽에서 재위 기간이 가장 긴 엘리자베스 2세(91) 영국 여왕이다. 1952년 26세의 나이에 즉위한 엘리자베스 2세는 66년째 군주 자리를 지키고 있다. 덴마크의 마르그레테 2세(76) 여왕은 45년, 스웨덴의 칼 구스타브 16세(71)도 44년간 왕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엘리자베스 여왕의 카리스마는 따라갈 수 없다. 엘리자베스 2세 치세 기간 거쳐 간 총리도 윈스턴 처칠부터 테리사 메이까지 13명이다. 여왕의 남편 필립공도 96세의 고령이다.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찰스(69) 왕세자는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아직 왕세자에 머물러 있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 모리가 지난해 4월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영국인의 70%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계속 재임해야 한다고 답변해 양위해야 한다는 의견(21%)을 크게 앞섰다. 영국 왕실 전기작가인 로버트 잡슨은 지난해 4월 이브닝 스탠더드 기고를 통해 “여왕의 백부인 에드워드 7세가 1936년 갑자기 아버지 조지 6세에게 양위해 겪었던 혼란과 고통을 생각하면 여왕이 왕위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세계 군주제의 입지는 험난할 것 21세기 군주들이 생전 은퇴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군주제의 입지는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럽을 중심으로 경제난과 긴축 재정 속에서도 왕실을 유지하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한 해 왕실 운영비로 3610만 파운드(약 518억원)를 쓰는 영국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사후 찰스 왕세자가 그만큼 존경받을지도 미지수다.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네덜란드 왕실도 2012년 한 해 예산이 3100만 파운드 수준이었다는 사실이 가디언 보도로 밝혀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영국 여왕이 형식적 국가원수로 남아 있는 영연방 국가들 내에서도 군주제에 대한 반대 기류가 거세다. 1999년 완전한 공화국으로의 전환할 것인가 여부를 놓고 실시했던 국민투표가 부결됐던 호주에서도 개헌 논의는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맬컴 턴불 호주 총리는 지난해 1월 해럴드 선과의 인터뷰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통치가 끝나기 전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포스트 엘리자베스 2세’ 시대는 달라질 것임을 예고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우상호 “정의당 지지는 다음에” 발언에 정의당 “오만하다”

    우상호 “정의당 지지는 다음에” 발언에 정의당 “오만하다”

    2일 바른정당 소속 국회의원 13명의 탈당 결정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제19대 대통령선거의 판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가 “현재 여론조사 추이만 보고 낙관할 수는 없다”면서 “문 후보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 개혁 동력을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우 원내대표가 “정의당에 대한 지지는 다음 선거에 해도 괜찮지 않겠나”라고 발언해 논란이 되고 있다. 정의당은 우 원내대표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앞서 우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바른정당 소속 의원들의 집단 탈당과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를 거론하며 “막판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여론조사 추이만 보고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 우 원내대표는 “문 후보가 당선될 게 확실하니 놀러가자거나 여유가 있으니 진보 정당 후보에 투표하자는 흐름이 생기는 걸 경계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문 후보 지지율이 35∼40%대에 갇혀 있어 추가 상승이 만만치 않다. 문 후보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서 개혁 동력을 만들어달라”고 말했다. 문제의 발언은 그 뒤에 이어졌다. 우 원내대표는 문 후보에 대한 지지를 구하면서 “정의당에 대한 지지는 다음 선거에 하셔도 괜찮지 않겠나. 이번에는 정권교체에 집중하는 게 시대정신 아닌가 하는 호소를 드린다”고 밝혔다. 이에 정의당은 우 원내대표를 겨냥해 “과거의 틀에 미래를 가두는 어리석고 오만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지금까지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심 후보의 지지율 상승과 문 후보의 지지율은 별로 관련이 없다”면서 “(우 원내대표의 발언은) 매우 부적절한 발언으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한 대변인은 이어 “심 후보의 최근 지지율 상승은 민주당이 기존에 보듬지 못했던 계층이 정의당을 주목한 것”이라면서 “정의당이 정치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는 측면에서 민주당은 심 후보의 지지율 상승을 환영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촛불 민심’은 정권교체의 열망뿐 아니라 근본적인 개혁도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中민관 ‘롯데 때리기’ 협공… “대국 쇼비니즘” 자성도

    中민관 ‘롯데 때리기’ 협공… “대국 쇼비니즘” 자성도

    중국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를 제공키로 한 롯데그룹에 대해 본격적인 불매 운동에 나섰다. 삼성과 현대 등도 조만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협박도 나왔다. 중국 정부·기업·소비자의 ‘협공’은 롯데를 넘어 중국에 진출한 다른 한국 기업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알리바바와 함께 인터넷 쇼핑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징둥닷컴(JD.com)은 지난해 7월부터 자사 온라인 플랫폼에서 운영해 오던 롯데마트관을 돌연 폐쇄했다. 롯데그룹 중국법인 관계자는 1일 “지난달 28일 저녁부터 징둥 내 쇼핑몰이 폐쇄됐다”며 “징둥 측에서 특별한 설명은 없었다”고 말했다. 4억명에 달하는 회원을 보유한 중국 최대 뷰티 전문 쇼핑몰 쥐메이도 301(3월 1일) 행사에서 롯데 제품을 모두 제외했다. 천어우 쥐메이 최고경영자는 자신의 블로그에 “앞으로 롯데 제품을 취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6일 지린성 장난 롯데마트 점포 앞에서는 10여명의 주민이 ‘한국 롯데가 중국에 선전포고를 했다. 롯데는 당장 중국에서 떠나라’라는 내용의 붉은색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롯데면세점의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계정에는 ‘중국을 떠나라’는 누리꾼의 댓글이 2만개 넘게 달렸다. 사드 부지 제공 발표 직후 롯데그룹 중국 홈페이지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접속이 마비되는 일도 벌어졌다. 중국 매체는 1년 전에 벌금을 납부해 종결된 롯데마트의 불법광고 부착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반(反)롯데 감정을 부추기고 있다. 인터넷 관영매체 펑파이는 “사드가 배치돼 양국 관계가 빙하기에 들어서면 한국의 대중국 무역액은 1000억 달러 감소해 10년 전 수준으로 퇴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삼성과 현대에 있어 중국은 가장 큰 시장이며 이들 기업에 대한 제재는 복잡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한·중 갈등이 가속화하고 있어 이들 기업도 곧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움직임에 겅솽 외교부 대변인은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중국 민중의 태도와 호소를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 “외국 기업이 중국에서 성공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달렸다”고 밝혔다. 소비자의 불매운동을 용인하겠다는 의미로 비친다. 일부에서는 과도한 ‘롯데 때리기’에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동북아재경 편집장 궈샤오잉은 환구시보가 지난달 27일 롯데 제재를 옹호하는 사설을 게재한 것에 대해 “극단적 민족주의 매체의 오만에서 나온 전형적인 쇼비니즘”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중국의 어떤 법에도 롯데를 축출할 근거가 없다”면서 “패권을 비판해 온 중국이 스스로 패권국을 지향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관변학자인 외교학원의 리하이둥 교수는 환구시보에 “중국 시장에서 이윤을 추구하면서 중국 안보에 타격을 가한 기업은 시장에 존재할 수 없다”면서 “안보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깨어 있는 척 잘난 체해서는 안 된다”고 궈 편집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김형준의 정치비평] 합의와 협치의 ‘민주주의 3.0 시대’를 열자

    [김형준의 정치비평] 합의와 협치의 ‘민주주의 3.0 시대’를 열자

    붉은 닭의 해인 정유년(丁酉年)을 맞이했다. 통상 우리는 벅찬 기대와 희망으로 새해를 맞이한다. 그런데 올해는 착잡함과 두려움이 앞선다. 대한민국이 정치 실종, 경제 침체, 안보 불안, 사회 양극화 심화 등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무능과 시대착오적인 국정 운영, 비선 실세의 황당한 국정 농단으로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당했고, 정치는 비틀거리고 있다.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정치를 하는 것인지 도저히 종잡을 수가 없다. 경제는 불황과 저성장에 빠져 침몰 직전에 있다. ‘갤럽 인터내셔널’이 66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 전망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비관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국민의 66%는 ‘작년보다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응답했고, 4%만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새 대통령인 트럼프의 등장 속에서 미국 우선 정치와 신고립주의로 미·중 관계가 악화되면서 동북아 정세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북한은 이미 5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핵탄두의 경량화, 다종화, 표준화에 성공했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중국과의 관계는 악화 일로에 있다. 중산층이 붕괴되고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사회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중산층은 10년 새 12% 감소하고 상·하류층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이런 국가적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헌법을 바꾸고, 대통령을 새로 뽑으면 우리가 안고 있는 위기가 해결될 수 있을까. 우리 사회가 ‘5무(無) 정치’의 깊은 늪에 빠져 있어 쉽지 않다. 정치 공학만 있고 정치 비전은 없다. 정쟁만 있고 민생은 없다. 선동만 있고 책임은 없다. 비판만 있고 대안은 없다. 구호만 있고 실천은 없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대한민국 리셋을 외치고 개혁을 부르짖어도 백약이 무효다. ‘87년 체제’ 이후 기대하는 새로운 시대로 진입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1987년 민주화 운동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는 성숙되지 못하고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대화와 타협은 사라지고 극단과 대립이 판을 쳤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정 운영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100% 권력을 독점하고, 독선과 오만에 빠져 국회와 야당을 존중하지 않았다. 오직 힘에만 의존하면서 통합과 설득의 리더십을 전혀 보여 주지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민주주의는 지난 30년 동안 ‘권위주의적 민주주의’라 할 수 있는 ‘민주주의 1.0 시대’(1988~2003)를 거쳐 ‘대결적 민주주의’로 상징되는 ‘민주주의 2.0 시대’(2003~2016)에 돌입했다. 2017년 정유년에는 광장 민주주의와 촛불 참여 민주주의가 몰고 온 역동성을 토대로 대화와 타협, 합의와 협치, 분권과 공존이 살아 숨쉬는 ‘민주주의 3.0 시대’를 열어 가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개헌도 해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개헌의 필요성을 언급할 때 몇 가지 논리를 제기한다. 대통령 한 사람에게 권력이 너무 과도하게 집중돼 있어 극단적 정치 대립을 낳는다. 대통령에게 권력이 너무 많이 몰려 있어 행정이 정치를 무시하고, 권력을 잡기 위한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상쟁의 정치가 판을 친다는 것이다. 또한 5년 단임제에서는 대통령의 국정 수행이 다음 선거를 통해 평가받지 못하고, 국가적 전략 과제나 미래 과제들이 일관성과 연속성을 갖고 추진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든다. 하지만 권력구조 개편에 치중된 개헌은 성공하기 어렵다. 더구나 정계 개편을 고리로 한 개헌은 또 다른 실패를 잉태할 뿐이다. 87년 체제 이후 30년의 세월이 흘렀다. 시대는 바뀌었고 생명 존중, 환경 존중, 양성 평등 등 국민의 기본권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따라서 개헌은 시대정신을 반영해 권력구조 개편을 넘어 총체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기본권, 지방 분권, 선거구제 개편 등으로까지 논의가 확대돼야 한다. 특히 무소불위의 제왕적 권력을 효율적으로 견제하기 위해 의회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 국회에 예산 편성권을 주고, 감사원을 국회에 이양하며, 국회만이 법을 제정할 수 있도록 개헌해야 한다. 이런 총체적이고 포괄적인 개헌만이 ‘민주주의 3.0 시대’의 초석이 될 것이다.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 톰 크루즈, 이영자·오만석과 인증샷 ‘오늘 밤, 택시 탑승합니다’

    톰 크루즈, 이영자·오만석과 인증샷 ‘오늘 밤, 택시 탑승합니다’

    tvN 토크쇼 ‘택시’에 출연한 할리우드 배우 톰 크루즈의 인증샷이 공개됐다. 15일 tvN ‘현장토크쇼 택시’ 측은 공식 인스타그램에 “Pardon? Is it true? 톰 크루즈 오빠, 영자 언니 만나러 오늘 밤 택시 탑승한다는 소식이 참 트루! Welcome to tvN”이라는 글과 함께 사진 한 장을 올렸다. 사진에는 지난 7일 영화 ‘잭 리처:네버 고 백’ 홍보차 한국을 방문한 톰 크루즈와 프로그램 MC인 이영자, 오만석이 함께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활짝 웃는 톰 크루즈의 모습은 영락 없는 ‘푸근한 아재’의 모습이었다. 옆에 있는 이영자는 다소 긴장한 듯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다. 이번 방문까지 총 8번 내한한 톰 크루즈는 “한국에 올 때마다 따뜻하게 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공개된 예고편에는 그가 이영자에게 “22년 전 만났던 것을 기억한다. 당시 내가 들어 올려 안아줬다”고 말하는 모습이 담기면서 본 방송에 대한 기대감을 더했다. 한편, 그가 출연하는 tvN ‘현장토크쇼 택시’는 이날 오후 8시 40분에 방송된다. 사진=인스타그램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美 “핵우산 제공 안 하면 韓 핵무장 검토해야”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 지명자는 19일(현지시간) 미국이 ‘핵우산’(동맹국에 대한 핵 공격을 대신 막아 주는 것)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한국은 안보를 스스로 책임지기 위해 핵무장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 도널드 트럼프가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도 있다”며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지 않을 경우) 독자적으로 대북 방어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 가는 데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브룩스 지명자는 이날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가 주최한 인준 청문회에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제공은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미국의 대한국 핵우산 공약은 주한미군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했던 1978년 제11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공식화된 뒤로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브룩스 지명자는 “한국에 더이상 핵우산을 제공하지 않는 것이 한국이 자체 핵무기 개발에 나서도록 동기를 부여한다고 보느냐”는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위원장의 질문에 “한국은 스스로의 안보를 유지하기 위해 그것(핵무장)을 검토해야만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브룩스 지명자는 “한국이 자체적으로 핵무기 개발에 나서는 것이 좋은 생각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도 “현재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보지 않으며 우리는 여전히 한반도 비핵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 도널리(민주·인디애나) 상원의원이 한국에 대한 핵우산 제공 공약에 변화가 없냐고 묻자 “한국에 대한 핵우산 제공은 매우 중요하며 위기 시 우리가 대응할 수 있는 선택의 일부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브룩스 지명자는 또 “한국은 주한미군 주둔에 상당한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며 트럼프가 제기한 ‘한국 안보 무임승차론’을 일축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은 지난해 인건비의 50%가량인 8억 800만 달러(약 9158억원)를 부담했다”면서 “분담금은 매년 물가 상승을 반영해 오르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브룩스 지명자는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대해 “아버지(김정일)보다 더 많이 위험을 감수하고 오만하며 충동적”이라며 “국제적 우려를 보란 듯이 무시하면서 부친보다 더 공격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리우올림픽 메달 전망] ④ 사격

    [리우올림픽 메달 전망] ④ 사격

    진종오(37·kt)가 한국 올림픽 역사에 처음인 개인종목 3연패를 정조준한다. 2004년 아테네에서 처음 올림픽 무대를 밟아 사격 남자 50m 권총 은메달을 딴 그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50m 권총 금메달과 10m 공기권총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4년 전 런던올림픽에서는 두 종목 금메달을 휩쓸어 랄프 슈만(독일)과 함께 120년 올림픽 사격 사상 최다 메달(5개)을 수집했다. 권총 종목에서 금메달 셋을 목에 건 것은 그가 유일하다. 한국 사격이 거둔 올림픽 금메달(6개)의 절반을 장만한 것도 그였다. 50m 권총 본선(583점)과 결선(200.7점), 10m 공기권총 본선(594점)과 결선(206점) 모두 세계신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역대 하계와 동계올림픽을 통틀어 한국은 모두 107개의 금메달을 챙겼지만 개인 종목 3연패를 이룬 선수가 없어 진종오에게 더욱 관심과 기대가 쏟아지고 있다. 오는 8월 6일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경기 첫날 50m 권총에서 3연패 위업을 이루면 두 대회 연속 2관왕을 노려볼 수 있다. 아울러 두 대회 연속 한국 선수단 첫 금메달, 양궁 김수녕이 갖고 있는 한국 선수 역대 최다 금메달(4개) 및 최다 메달(금 4·은 2개) 경신도 욕심낼 만하다. 진종오의 생애 네 번째 올림픽은 단순한 메달 레이스를 뛰어넘어 한국 스포츠 역사를 바꾸는 변곡점이 될 수도 있다. 그는 현재 충북 진천의 제2선수촌에서 후배들과 3월 13~19일 올림픽대표 공기총 선발전에 대비해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10m 공기권총 세계랭킹은 넉넉하게 1위이고 50m 권총은 간발의 차로 2위를 달리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50m 권총 랭킹이 어떻게 되는지 진종오나 박병택 대표팀 코치나 모른다는 것. 아예 관심을 두는 것 같지 않았다. 그만큼 대범하게 올림픽 준비에 임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진종오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3연패를 유난히 좋아하는 것 같다. 지금은 선발전만 잘했으면 좋겠다. 올림픽보다 더 큰 스트레스”라며 허허롭게 웃었다. 그가 믿는 구석도 있다. 세계에서 하나뿐인 새 총이 열흘 전 전달됐다. 그가 총을 다루면서 아쉬웠던 점을 얘기했고 스위스 제작업체가 이를 반영해 제작했다. 시판은 리우올림픽 폐막 뒤로 예정돼 있어 당분간은 ‘진종오만의 총’이 된다.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이를 악물고 할 생각”이라고 털어놓은 진종오는 “친구가 피트니스 트레이너를 하고 있어 스케줄도 더 과학적으로 짜고 제대로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리우에서 멈추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는 해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스스로도 관리를 많이 해야 한다”고 욕심을 드러냈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 동메달을 시작으로 2004년 아테네올림픽 금메달까지 일궈낸 왕이푸(중국) 사례도 있다. 역대 올림픽 사격에서 14개(금 6, 은 7, 동 1)의 메달을 수확한 한국은 이번 대회 금 1, 은메달 2개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권총에서는 진종오 외에도 이대명(28), 박대훈(21), 김청용(19), 여자선수로는 김장미(24), 김지혜(24)가 메달 후보로 거론된다. 김장미는 런던올림픽 여자 25m 권총 금메달리스트이며 김청용은 18년 선배인 진종오의 아성에 겁 없이 도전하고 있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다. 소총에서는 한진섭(35), 김종현(31), 유서영(21·여)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한국사격은 권총과 소총에서 13장의 올림픽 출전권(쿼터)을 땄지만 쿼터는 선수가 아닌 국가에 부여되기 때문에 쿼터를 따온 선수도 선발전을 통과해야 한다. 더욱이 종목당 2명씩만 출전할 수 있어 진종오가 권총 두 종목 모두 출전권을 얻으면 한국 선수는 3명밖에 나서지 못한다. 박병택 대표팀 코치는 “진종오가 메달을 딸 것이란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금메달 획득 여부는 반반이라고 본다”면서 “결선에 오르는 7명 모두가 금메달을 딸 수 있는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라 방심하지 않고 집중하는 것이 승부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택시 신주아 남편, 이영자-오만석-태국 재벌 남편과 함께..‘배우 뺨치는 외모’

    택시 신주아 남편, 이영자-오만석-태국 재벌 남편과 함께..‘배우 뺨치는 외모’

    ‘택시 신주아 남편’ ‘택시’ 신주아가 태국 재벌 남편 라차나쿤과 프로그램의 MC 오만석, 이영자와 함께 찍은 인증샷을 공개했다. 신주아는 최근 인스타그램에 “방콕으로 온 ‘택시’. 영자언니 만석오빠 더운데 고생하셨어요”라는 글과 함께 사진 한 장을 게재했다. 사진 속에는 신주아 부부와 케이블채널 tvN ‘택시’의 MC 오만석, 이영자가 나란히 앉아있다. 다정하고 여유로운 모습의 신주아 부부와 달리 어색한 모습의 두 MC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또 신주아 남편의 훈훈한 외모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한편 신주아는 14일 방송된 ‘현장 토크쇼 택시’에 출연해 근황과 대저택 등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남편은 태국 사람으로 현지에서 30년 동안 페인트회사를 경영해온 일가의 아들이다. 젊은 경영인으로 외국 잡지 인터뷰 등에 많이 소개되고 있으며 ‘재벌’이라고 알려져 결혼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택시 신주아 남편, 택시 신주아 남편, 택시 신주아 남편, 택시 신주아 남편, 택시 신주아 남편 사진 = 신주아 인스타그램 (택시 신주아 남편) 연예팀 seoulen@seoul.co.kr
  • ‘기업노조 전환’ 발레오전장 적법 여부 촉각

    ‘기업노조 전환’ 발레오전장 적법 여부 촉각

    “지회는 조직 형태 변경의 주체가 될 수 없습니다.” “조직 형태 변경은 단체교섭이 아닌 단결권의 문제입니다.” 28일 ‘발레오전장(옛 발레오만도) 노조 사건’에 대한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이 열린 대법원 재판정. 언뜻 생소해 보이는 이 사건은 최종 판결에 따라 국내 노조의 조직 형태와 운영 방식 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노동계의 주목을 받아 왔다. 산별노조 하부 조직인 기업별 지회가 상부의 승인 없이 탈퇴해 기업별노조로 전환할 수 있느냐가 핵심 쟁점이다. 산별노조 측을 대리한 김태욱 변호사는 “발레오만도 지회의 교섭 과정에서 협약 당사자는 모두 금속노조였다”며 “지회는 독자적 교섭권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직 형태 변경은 기업별노조에서 산별노조 전환을 유리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반대의 경우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발레오만도 지회 측 이용래 변호사는 “발레오만도 지회는 독자 규약, 총회, 대의원회를 갖고 있는 독립적인 실체”라며 “설립 단계부터 금속노조의 사전 허가를 받지 않았다”고 맞섰다. 아울러 “단결·선택의 자유는 산별노조 조직 보호보다 앞서는 가치”라고 주장했다. 참고인 의견도 엇갈렸다.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회는 원칙적으로 노동법상 노조로 볼 수 없고 교섭 창구 단일화 취지에도 반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조 조직은 노동자의 실질적인 의지를 반영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1999년 프랑스 자동차 부품회사 발레오가 만도기계를 인수하면서 설립된 발레오만도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산하 지회로 활동해 왔다. 2010년 2월 경비 업무 외주화 문제로 빚어진 사측과의 갈등이 직장 폐쇄 등으로 길어지자 같은 해 6월 노조원들은 임시총회를 열고 조합원 601명 중 550명이 참석한 가운데 536명(97.5%) 찬성으로 조직 형태를 산별노조에서 기업별노조로 바꾸기로 결의했다. 이에 지회장 등은 총회가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산별노조 손을 들어준 상태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세월호 아픔 달래려고… 지지 말자, 이 악물었다”

    “세월호 아픔 달래려고… 지지 말자, 이 악물었다”

    배구 ‘월드스타’ 김세진(41) OK저축은행 감독은 프로배구 V리그 2014~2015시즌을 앞두고 ‘기적을 일으키자’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경기 안산이 연고지인 OK저축은행은 지난해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 슬픔에 빠진 유가족과 주민을 위해서라도 정상에 우뚝 서겠다는 다짐을 슬로건에 담았다. 그리고 OK저축은행은 슬로건처럼 기적을 일으켰다. 2013~2014시즌을 7개 구단 가운데 꼴찌에서 두 번째인 6위로 마무리한 OK저축은행은 올 시즌 2위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 중심에는 김 감독이 있었다. 15일 경기 용인시 구단 연습체육관에서 감독 데뷔 2년 차인 그를 만나 올 시즌 좋은 성적을 거둔 배경과 포스트시즌에 대한 각오, 그리고 배구인으로서의 꿈에 대해 들어 봤다. “경험이 부족한, 아니 경험이 아예 없는 감독을 믿고 따라 줬어요. 훈련이 많이 힘들었을 텐데 참고 이겨내 줘서 고맙죠.” 프로배구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한 OK저축은행 김세진 감독은 인터뷰에 앞서 먼저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김 감독은 오는 21일부터 한국전력과 3전2선승제의 플레이오프(PO)를 앞두고 있다. PO 승자는 챔피언결정전에서 정규시즌 1위, 전통의 강호 삼성화재와 겨룬다. 그의 목표는 우승이다. 그는 “정상에 서고 싶은 욕심은 누구에게나 있다”며 우승에 대한 열망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30점짜리 감독”이라고 자평했던 그는 “정규시즌을 2위로 마치고 점수가 조금 올랐다. 30점에서 20점 올라 50점”이라며 웃었다. 지난 시즌 7개 구단 중 6위에 그쳤던 팀이 2위로 도약하게 된 것에 대해 “세월호 유가족을 위해 더 힘을 냈다”고 강조했다. 경기 안산이 연고지인 OK저축은행은 지난해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 이후 실의에 빠진 유가족과 연고지 주민들을 위해 이를 악물었다고 전했다. “(참사가 발생한 뒤) 참 많은 생각을 했어요. 그 슬픔을 겪지 않은 제가 어떻게 감히 위로의 말씀을 드리겠어요. 하지만 ‘올해는 지지만 말자. 지고 고개 숙이면 (유가족과 안산 주민들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할 수 없으니까. 열심히 뛰고 자꾸 이겨서 조금이라도 기쁘고 즐겁게 해 드리자’고 다짐했습니다.” 그는 최윤(52) OK저축은행 구단주와 만나 지역 주민들에게 이기는 모습을 보여 줘야겠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김 감독은 “최 구단주가 ‘우리 지면 안 되겠다. 올해부터 확실한 카드를 던지자’고 했다”며 “원래 3년을 보고 내년쯤 팀이 탄탄해졌을 때 (우승에) 도전해 보자고 했었다. 그런데 올해도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에 급하게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꼽히는 시몬을 데려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세월호 사건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지난해 10월 2014~15 V리그의 막이 올랐고 결국 선수들과 합심해 정규리그 2위에 오르는 저력을 보였다. 구단의 투자와 노력이 성적으로 이어졌다. 팬들의 사랑도 성적에 비례했다. 프로배구연맹(KOVO)에 따르면 시청률도 남자부 최고 수준이다. 그는 OK저축은행 특유의 역동적인 배구가 팬들의 관심을 끈 것이라고 자평했다. “저는 화려함을 추구하지 않아요. 선수들이 밝고 어리다 보니 빠르고 화려한 공격을 하게 돼요. 또 지난 시즌 거의 꼴찌를 하다가 ‘얘네는 뭔데 막 이렇게 올라오지’, ‘잘한다는 얘기가 나오지’ 하면서 지켜봐 주시는 것 같기도 하고요.” 김 감독은 후배이자 제자인 현역 선수에 대해 “(내가 현역이었던) 당시를 더 좋게 보는 시각이 있지만 그때가 낫다고 얘기하지 못한다”며 “피지컬이나 파워는 오히려 지금이 더 좋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악착같은 면이 사라진 것에 대해서는 아쉬워했다. 그는 “기본기나 싸움꾼 기질은 예전만 못하다”며 아쉬움을 보였다. 외국인 선수가 한국 무대에서 뛰는 것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찬성하면서도 신장 제한을 두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키에 리치에 탄력까지 하면 공 하나 정도 차이 나니까, 공격을 막기가 쉽지 않다”며 “워낙 키 차이가 나 버리니까, 2m 정도로 신장에 제한을 두는 게 가장 낫지 않나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감독으로서 첫 PO에 대한 설렘보다는 부담이 크다고 했다. 특히 주포 시몬의 몸이 100%가 아니라는 점이 걱정이다. 김 감독은 “용병 시몬이 몸이 상당히 안 좋다. 무릎 쪽 건을 다쳤다”면서 “한국에 오기 전부터 안 좋았는데, (경기) 수가 많아지면서 더 안 좋아졌다. 의지가 있으면 경기에 나서겠다고 하겠지만 잘 모르겠다”고 말하며 잠시 얼굴이 굳어지기도 했다. 올 시즌 1라운드 OK저축은행이 삼성을 3-1로 무너뜨렸을 때 팬들은 삼성의 독주를 막을 팀이 등장했다며 환호했다. 그러나 삼성은 역시 강했다. OK저축은행은 이번 시즌 삼성전 상대 전적 2승4패로 열세다. 그는 “괜히 레오만 자극해서 더 잘하게 만들었다”며 쓰게 웃었다. 김 감독은 “(삼성은) 기본기나 응집력이나 모든 부분이 탄탄한 팀”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OK저축은행의 9연승을 저지한 것도 삼성이었다. OK저축은행은 지난달 10일 삼성에 0-3으로 완패하면서 9연승에 실패했다. 충격이 컸다. 이후 OK저축은행은 한국전력, LIG손해보험에 잇달아 무너지며 3연패의 늪에 빠졌다.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해보지도 못하고 졌으니 충격에 빠졌습니다. 너무 욕심을 부렸어요. 저부터도 욕심이 지나쳤고, 엇박자가 나더라도 도전해 볼 만한 상황이었는데….” 그 역시 감독으로서 승패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김 감독은 “성적이 가장 큰 스트레스”라며 “스트레스가 심할 때는 술을 마신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술을 좀 좋아하는 편”이라며 “긴장해서 마시면 소주 일고여덟 병은 혼자 마신다. 보통 때 마시면 소주 두 병, 세 병 정도”라고 밝혔다. 징크스도 있다. 그는 “(경기 앞두고) 물건을 떨어뜨리지 말아야 된다든지, 옷이나 다음날 준비할 거를 미리 챙겨 둔다든지, 샤워하는 시간을 정해 놓고 하는 게 있다”며 “8연승을 할 때는 팬티만 같은 것을 입었다”면서 파안대소했다.2년차 팀에 안정감까지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이번 시즌 OK저축은행은 놀라운 경기를 보여 줬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실책하는 등 불안한 모습도 드러냈다. “선수 개개인의 능력을 믿어 주고 있는데 각자 개인적 생각 때문에 고꾸라지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땐 답답하고 힘들어요. 안 그럴 선수들인데 안타깝고 답답하고 화가 나요. 안쓰러워요. 굳이 저런 욕심을 안 부려도 되는데 왜 저런 행동을 해서 팀 전체적으로 무너지는 모습을 만들까 싶죠.” 배구인 김세진의 꿈은 먼 곳을 향한다. 그는 “구단주의 꿈을 버리지 않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 감독은 “네이밍 스폰서가 점차 확산될 것”이라며 “대기업에서 위험부담을 안고 구단을 운영해야 할 이유가 없는데 독립구단이 만들어진다면 네이밍 스폰서를 붙이고 제가 구단주 역할을 하는 시대도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올 시즌 우승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냉정하게 전망하면서도 “열심히 뛰고 결과는 하늘에 맡기겠다”고 다짐했다.“우승이 목표지만 지더라도 결코 실망하지는 않겠습니다. 우린 아직 젊으니까요. 그리고 또 기회가 있거든요. 많이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강신 기자 xin@seoul.co.kr [김세진 감독은…] ■생년월일:1974년 1월 30일 ■신장/체중:197㎝/93㎏ ■출신교:옥천고-한양대 ■주요경력:삼성화재(1995~2006년), 슈퍼리그 최우수선수(1997년), 슈퍼리그 최우수선수(2000년), 국가대표(1997~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2002년), V리그 챔피언 결정전 MVP(2005년), KBSN스포츠 해설위원(2007~2013년), OK저축은행 감독( 2013년 7월~현재)
  • 진화하는 재벌 후계자 로맨스 드라마 ‘초강력 판타지’

    진화하는 재벌 후계자 로맨스 드라마 ‘초강력 판타지’

    “내가 고용주라는 거 잊었어? 원더랜드에 붙어 있으려면 고용주가 시키는 대로 그냥 좀 해! 안 할거면 나가든가!” (SBS ‘하이드 지킬, 나’ 구서진) 안방극장에서 두 재벌 후계자가 맞붙었다. 갈수록 공고해지는 재벌의 위세를 반영하듯 재벌 2세에서 재벌 3세로 세대가 교체됐다. 으레 그들이 가졌던 마음의 상처는 정신질환으로 번졌고 여주인공은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열쇠를 쥐고 있다. 부(富)의 불평등이 심화되지만 재벌 2세와 평범한 여자의 로맨스 드라마는 더욱 강력한 판타지와 함께 진화하고 있다. ●富 양극화 심화될수록 재벌 후계자 로맨스 드라마도 ‘변신’ 같은 시간대에 ‘다중인격’이라는 소재로 충돌해 화제가 됐던 MBC ‘킬미, 힐미’와 SBS ‘하이드 지킬, 나’는 공교롭게도 재벌 3세가 주인공이다. ‘킬미, 힐미’의 차도현(지성)과 ‘하이드 지킬, 나’의 구서진(현빈)은 재벌그룹의 후계자이자 각각 엔터테인먼트사 부사장, 테마파크 상무라는 직함이 있다. 차도현은 강박증이라도 있는 것처럼 지나치게 착하며, 구서진은 ‘갑질’과 무례함의 끝판왕이다. 성격은 하늘과 땅 차이지만, 둘 다 어린 시절 겪었던 사건사고로 인한 트라우마가 해리성 정체장애(다중인격)로 발현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구서진의 내면에는 “남을 구해 주는 게 성격”이라는 선한 인격의 ‘로빈’이 꿈틀거리고 차도현은 거칠거나 자유분방하고, 염세적이거나 천방지축인 6명의 인격이 무의식 중에 튀어나온다. ‘땅콩 회항’ 사건 등에서 촉발한 재벌가 자녀들에 대한 반감이 이들 드라마의 인기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시청률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킬미’와는 반대로 ‘하이드’는 5%대까지 추락했다. 자신의 테마파크 서커스단을 마음대로 내쫓는 구서진의 ‘갑질’이 보기 불편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그러나 윤석진 충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시청자들은 드라마 속 재벌 2세에 대해 현실의 재벌 2세보다는 배우 자체의 이미지를 투영해서 바라본다”면서 “못된 재벌남이라도 로맨스가 진전되면서 인격도 변화한다는 설정은 여전히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자극한다”고 분석했다. ●“재벌에 대한 반감·동경이 더 비현실적인 판타지 만들어” 오히려 재벌 2세 로맨스 드라마는 나날이 커져 가는 재벌과 서민 사이의 격차와 맞물려 변신을 거듭해 왔다. 한국 경제의 호황기였던 1990년대는 ‘사랑을 그대 품안에’(1994년) 같은 백마 탄 왕자와 신데렐라의 낭만적인 사랑이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들어 재벌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반영하듯 재벌 2세들은 성격적 결함을 보이기 시작했다. 까칠하고 오만하지만 내면에 상처를 품은 ‘까도남’(까칠한 도시 남자·‘내 이름은 김삼순’(2005)의 현진헌, ‘시크릿 가든’(2010)의 김주원)이 재벌 2세의 전형이 됐다. 한편에서는 철없고 매사 제멋대로인 사고뭉치(‘보스를 지켜라’(2011)의 차지헌)라는 변종도 등장했다. 이들을 상대하는 여주인공은 김삼순, 길라임 등 수더분하고 드세기까지 한 ‘순데렐라’로 진화했다. 이영미 성공회대 초빙교수는 저서 ‘요즘 왜 이런 드라마가 뜨는 것인가’(푸른북스 펴냄)에서 “1990년대식 화려한 꿈에 대한 자신감이 사라지면서 사람들은 구질구질한 현실을 해학적으로 받아들이는 순데렐라 이야기를 발전시키는 한편 이전의 신데렐라 판타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얼토당토않게 비현실적인 사랑 이야기를 즐기기 시작했다”고 짚었다. 2015년에는 정신질환이 있는 재벌 3세와 ‘나이팅게일’의 로맨스가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재벌에 대한 반감과 동경이 한층 더 비현실적인 판타지와 결합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재벌 2세는 악독하지만 나름의 아픔이 있을 것이라는 질시와 선망의 양가감정을 담기 위해 다중인격이라는 정신질환까지 끌어들이고 있다”면서 “평범한 사람들의 순수함과 진정성이 재벌 2세를 바꿔 놓을 수 있을 것이라는 판타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그래픽 김예원 기자 yean811@seoul.co.kr
  • [단독] 오만한 中, 선장 사망 수사기록 요구… 한·중 공동순시 차질

    불법 어선 단속을 위해 한국과 중국이 합의한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에 대한 양국 지도선의 공동 순시 일정이 표류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 한국 영해에서 불법 조업을 벌이다 숨진 선장의 수사 기록을 주지 않으면 공동 순시에 나설 수 없다며 배수진을 친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는 수사 자료를 넘겨줄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어서 공동 순시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19일 해양수산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3일 발표한 한·중 서해 공동 순시 계획과 관련해 “중국 측이 ‘선장 사망 경위 등 전 수사 기록을 내놓으면 공동 순시 날짜를 잡겠다’고 알려 와 일정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 양국은 한·중 어업공동위원회를 열고 지난해 6월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의 합의 사항을 이행하겠다며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에서의 양국 지도선 공동 순시를 연내 실시하겠다고 합의했다. 양국은 당초 성어기인 지난달 15일 공동 순시 일정을 잡았으나 10일 중국 어선이 불법 조업을 하던 중 우리 해경과 충돌해 선장이 사망하면서 중국 여론이 악화돼 보류됐다. 중국 측은 내년 9월 이후로 연기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성어기인 12월에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이 많은데 연내 공동 순시를 반드시 시작해야 내년에도 정례화할 수 있다”고 시급성을 강조했다. 수사 자료는 해양경찰청으로부터 받아 외교부를 통해 중국 외교부에 전달된다. 외교부와 해경청은 자국 수사 기록을 외국에 넘기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수사 진행 과정을 공유할 수는 있지만 수사 자료는 넘겨줄 수 없고, 공식 요청이 들어와도 제공할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수사 자료를 넘겨줄 경우 자칫 해당 문건을 근거로 한국의 편파 수사를 강조하며 역공을 펼 가능성이 있고 선례를 남겨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정부 내에서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공직현장 목소리] 공기업 성장해법 세계시장서 찾는다

    [공직현장 목소리] 공기업 성장해법 세계시장서 찾는다

    우리나라는 2004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고속철도를 성공적으로 개통하며 철도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 고속철도 건설·운영 경험 10년. 이제 국내 철도시장에서 쌓아 올린 기술력과 노하우를 갖고 세계로 뻗어 가야 할 때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2004년부터 중국 철도시장 진출을 위해 베이징에 지사를 설립하고 시장 개척에 나서 2005년 쑤이닝~충칭 간 고속철도 시험선 구간 감리용역을 수주하는 결실을 맺었다. 그 후 세계 13개국에서 33개 사업(890억원 상당)을 수주해 21개 사업을 완료했고 12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세계 철도시장은 매년 2.6%씩 성장해 2017년에는 240조원 규모의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다. 공단은 해외시장에서 2020년까지 2014억원의 사업을 수주할 계획이다. 3000억원 규모의 오만 철도사업에서 스페인, 프랑스와 미국 연합체와 경쟁 중인 가운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또 600억원 규모의 인도 구자라트주 메트로 철도사업, 민자사업(PPP)으로 추진 중인 2조원 규모의 인도네시아 공항철도 연결사업 등에도 글로벌 컨소시엄을 구성해 도전할 계획이다. 해외 철도사업은 단기간의 성과보다 장기적인 접근이 요구되는 분야다. 공단은 국제철도 전문가 양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2년부터 사내 대학원을 운영해 해외사업에서 요구하는 석·박사급 전문가를 양성하는 동시에 외국어 능력 함양을 위해 다양한 어학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한계도 있다. 해외 진출 국가 대부분이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 등 저개발 국가여서 열악한 재정상황 탓에 철도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재정 지원을 포함한 철도사업을 제안할 수 있도록 범국가적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해외 철도시장을 확보하는 데 든든한 발판이 될 것이다. 해외시장 진출을 통해 국내 철도건설사업 감소에 따른 위기 돌파 및 공단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김영우 한국철도시설공단 부이사장
  • ‘오픈프라이머리 논란’ 정치학교수 10명에 물어보니

    ‘오픈프라이머리 논란’ 정치학교수 10명에 물어보니

    대선을 6개월 남짓 앞두고 새누리당 내에서 불거진 ‘룰’의 갈등에 대해 전문가들의 시각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완전국민경선(오픈프라이머리)을 둘러싼 원칙적 문제에 앞서 경선 룰 변경을 논의하기에 다소 늦었다는 지적이다. 11일 정치학 교수 10명에게 새누리당 내 오픈프라이머리 논란에 대해 물었다.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한 반론은 ‘정당정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데서 나왔다. 한국선거학회장인 김욱 배재대 교수는 “정당이 후보를 결정할 때는 당원들의 목소리를 많이 반영해야 하는데 일반 국민과 똑같이 당의 후보를 선출하겠다는 것은 정당 정치를 부정하는 것”이라면서 “시기적으로도 선거 바로 전에 룰을 개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도 “오픈프라이머리는 정당정치를 약화시키는 제도이고 어떤 형태로든 민심이 왜곡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오픈프라이머리는 대의민주주의나 정당정치에 역행하는 것”이라면서 “단순히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어떤 후보라도 상관없다는 식의 선거 이벤트 정당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필요성을 제기하는 쪽에서는 국민들의 참여를 유도해 경선 흥행을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점을 들었다. 가상준 단국대 교수는 “여야가 합의한다면 대선 두세달 전에도 시행이 가능하다. 의지의 문제이지 기간은 문제가 안 된다.”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한다면 현장 투표에 대해서는 공정한 관리도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정관 전남대 교수는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으로 우려되는 부작용들에 대해 “여야가 동시에 같이 한다면 오히려 표심의 왜곡이 적을 수 있고 전국적인 선거가 되면서 동원 가능성이 희박해진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들은 “여야 합의가 있어야 하고 동시에 치러진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시기에 대해서는 “최소 3~4개월 전에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면서 “7월까지는 여야 협상을 마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새누리당 내 비박(비박근혜) 주자들과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 측의 룰을 둘러싼 셈법과 전망도 다양했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는 “도입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정당의 외연을 넓힌다는 차원에서 오픈프라이머리의 문제점을 염두에 두고도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이라며 비박 주자들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조 교수도 “박 전 위원장은 이번 선거를 확실성으로 치르고 싶은 것 같지만 불확실성이 없이는 감동이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윤종빈 명지대 교수는 “오픈프라이머리를 하게 되면 후보들 간 공방이 치열해지면서 고소·고발, 불법 선거운동, 조직 동원 등이 대거 나타나게 될 것”이라면서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오픈프라이머리를 하자는 건데 오히려 새누리당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지지세가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그러면서 “비박 주자들은 잃을 게 없지만 박 전 위원장의 경우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희대 윤성이 교수는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다분히 흥행을 위한 것인데 정작 유권자들은 관심도 없는데 흥행만을 위해 실시하는 것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특히 “공천 당사자들이 결정된 상태에서 룰을 바꾸자는 것은 현실적으로 유불리 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며 비박 주자들의 룰 변경 요구 시점이 적절치 못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내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서는 절충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경우 일반 국민들의 선거인단 참여를 늘리는 선에서 의견을 좁혀야 한다는 것이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박 전 위원장도 계속 요구를 거부하면 원칙만 고집하고 오만하다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으니 어느 정도 비박 주자들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타협하는 것도 필요하다.”면서 “오픈프라이머리에 가깝게 당원 비중보다 일반 국민의 참여 폭을 넓히면 타협의 여지가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비박 주자들은 오픈프라이머리를 하면 승부를 뒤집어 대선 후보가 될 수 있다는 생각과 지금 친박(친박근혜) 위주로 구성된 새누리당 내에서는 어려우니 여론 환기 차원에서 외부에서 정치적 입지를 높이는 역할로 쓰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허백윤·송수연·이범수기자 baikyoon@seoul.co.kr
  • ‘어선 난동’ 中총영사 불러 항의

    불법 조업을 단속하는 우리 공무원에게 손도끼를 휘들러 상처를 입힌 중국 선원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우리 정부는 또 하영(何穎) 주한 중국대사관 총영사를 불러 강력 항의하고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목포해양경찰서는 1일 농림수산식품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무궁화 2호의 어업지도 공무원 김모(44)씨 등 4명에게 손도끼, 갈고리 등을 휘둘러 상처를 입힌 중국선적어획물 운반선 581호 선장 왕모(36)와 항해사 왕모(29)에 대해 특수공무집행방해 치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다른 선원 7명은 혐의가 없어 목포항에 억류 중인 어선으로 석방했다. 농식품부 정영훈 수산정책관은 하 총영사에게 무허가 조업·영해침범 조업·폭력을 사용한 공무방해 행위 등 3대 중대 위반행위에 대한 벌금을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올리고, 배타적 경제수역(EEZ) 어업법 개정 추진 상황을 전달했다. 이에 중국 측은 단속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하 총영사는 “한·중수교 20년을 맞아 양국 협력과 발전을 위해 사건이 원만하고 빠르게 해결되기를 희망한다.”면서 “어업인 교육 및 지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의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중국 정부가 체포된 자국 어민의 안전과 권익 보장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번 사건에 대한 중국 외교부의 입장을 묻는 중국 언론사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중국은 현재 관련 정황을 조사 중이며 한국 측이 중국 어민의 안전과 합법적인 권익을 확실히 보장해 줄 수 있는 조치를 취해 주기 바란다.”면서 “한국 측과 소통을 유지해 문제를 함께 적절히 처리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했다. 그러나 통신은 이번 사건과 관련된 기사에서 중국 선원들의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아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는 인상마저 주고 있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목포 최종필 서울 홍희경기자 jhj@seoul.co.kr
  • [사설] 협력이익배분제 대기업들 실천에 달렸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어제 대기업의 동반성장 실적평가 때 대·중소기업 ‘협력이익배분제’를 도입하는 곳에 가점을 주기로 합의했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대기업의 초과이익을 협력 중소기업과 나누는 ‘이익공유제’를 제안한 지 1년 만이다. 이익공유제에 대한 대기업의 거부감을 반영해 명칭을 바꾸고 대기업의 강력한 실천을 유도하는 방식에서 자율에 맡기는 식으로 후퇴했다는 점에서 ‘반쪽 합의’라는 시각도 있으나 대·중소기업의 상생 및 협력방식을 구체화했다는 측면에서 나름의 의미를 갖는다. 중소기업 전문인력에 대한 대기업의 무분별한 스카우트를 제어하기 위해 ‘인력스카우트 심의위원회’를 두기로 합의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연일 ‘재벌 때리기’에 여념이 없다. 출자총액제한제도의 부활이 기정사실화되는가 하면, 순환출자 제한을 통해 궁극적으로 재벌을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와 대기업들은 경제민주화를 앞세운 편가르기식의 정치 공세에 마뜩잖은 기색이 역력하나 양극화 해소와 상생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됐다. 재벌들이 자본력을 동원해 골목상권까지 장악하면서 자영업자들은 급속도로 몰락했다. 납품단가 후려치기,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제 잇속만 채우는 사이 중소기업들은 생존의 한계상황으로 내몰렸다. 반면 4대 재벌의 매출이 국내총생산(GDP)의 53%에 이를 정도로 약육강식, 승자독식 풍조가 만연했다. 대기업 측 위원들이 두 차례에 걸친 회의 보이콧 끝에 동반성장위의 제안을 일부 수용한 것은 재벌에 대한 국민과 정치권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해석된다. 더 이상 머뭇거렸다가는 오만과 독선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기업들이 타율적으로 끌려가기보다는 ‘맏형’으로서 소득과 산업 불균형 해소에 적극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대기업들로서는 당장 힘을 앞세운 이윤 극대화가 달콤할지 모르지만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동반성장과 상생은 대기업의 협조와 실천이 뒤따르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 특성화고-전문대-中企 ‘맞춤형 기술인력’ 양성

    특성화고-전문대-中企 ‘맞춤형 기술인력’ 양성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다른 한편에선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를 호소한다. 대학 졸업자는 중소기업을 기피하고, 특성화고마저 대학 진학에 몰입하고 있다. 고졸, 중소기업 근무자를 ‘경쟁에서 뒤처진 사람’으로 보는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사회적 왜곡이 개선되기는 힘들다. 그동안 수많은 직업교육이 시행됐지만 정규교육과정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더욱이 단기간에 추진되면서 유야무야돼 시행착오만 되풀이했다. 기술과 학력을 겸비한 중소기업 맞춤형 기술인력 양성 프로젝트가 닻을 올렸다. 내년이면 대학 진학자가 배출되는 등 반환점을 돌게 된다. 정책이 성공하려면 지속성이 필요하다. 기업도 책임감을 갖고 나서야 한다. 직업교육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한 산·학·관의 ‘동행’이 요구된다. 중소기업청이 2009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기술사관 육성 프로그램’은 수요자(중소기업)의 요구를 적극 반영한 정책이다. 특성화고 졸업자는 기능을 갖추고 있지만 이론적 지식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주어진 일, 단순한 기계는 잘 다루지만 고장 원인을 찾거나 업무 개선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현행 교육체계에는 이 같은 부족함을 보완하거나 충족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 결국 개인의 역량, 노력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기술사관은 ‘이론과 기술’을 겸비한 기술인력 양성을 목표로 한다. 특성화고와 전문대를 연계한 5년제 기술심화형 체계를 통해 진학에 대한 욕구와 체계적인 교육이 가능토록 설계됐다. 교육과학기술부의 교육정책과 중기청의 산업정책을 융합해 새로운 교육형태를 창출했다. 협약기업이 교육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졸업 후 채용까지 이어감으로써 실효성을 높였다. 기술사관 육성 프로그램은 지역 특성화고와 전문대를 연계한 15개 사업단이 운영 중이다. 사업단에는 15개 전문대와 33개 특성화고(2011년 5개 전문대·11개 특성화고 추가)에 학생 1391명이 재학 중이다. 1개 전문대에 인접한 1~4개 특성화고를 매치했다. 정부는 기술사관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2015년까지 3800명의 기술 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기술사관의 교육과정은 일반 특성화고와 차이가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직무분석과 기업들의 요구를 반영해 특화된 커리큘럼과 교재를 제작했다. 고교과정은 정규 교육외에 방과후 학습과 실습 등 기초와 기능 중심으로 500시간을 소화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기술이론과 심화과정을 교육한다. 기업은 현장 체험과 실습, 연수 등을 주관해 미래 필요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할 수 있다. 필요시 산학겸임교사로 직접 참여해 실무 기술능력을 전수하고 수행평가에도 참여한다. 대학은 취업이 보장된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는 효과가 기대되고, 학생들은 향후 근무하게 될 기업에서 미리 실습을 받으며 적응력을 높일 수 있다. 기술사관이 대학에 진학하면 정부가 등록금의 30~40%를 지원한다. 중기청은 사관들의 개인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학과 협약기업이 일부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내년 제주관광대학(메카트로닉스학과)에 진학하는 한림공고 기계과 학생(33명)들은 자신감이 넘친다. 한림공고는 2009년 기계과 입학생을 대상으로 학부모 회의에 제도를 설명한 뒤 희망자를 선발해 1개 반을 기술사관으로 전환, 운영했다. 3년이 지난 현재 기술사관이 취득한 자격증이 평균 4개에 달하고, 영어와 수학 등 성적도 학교 내에서 가장 우수하다. 제주도라는 지역적 한계에도 협약기업 10개가 참여하고 있다. 기술사관에 대한 성과가 가시화되면서 다른 과에서도 전환요청이 많다. 제주사업단의 현창해 제주관광대학 메카트로닉스학과 교수는 “공부도 못하고 자신감도 부족한 학생은 사회적 약자면서도 탈출구가 없었다.”면서 “3년간 교육을 통해 명품 학생을 키울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고 강조했다. 중기청은 현행 5년 과정을 4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기술사관과 교사들이 과다한 교육시간에 고충을 토로하고 기업들도 조기 투입을 요구한다. 이에 따라 방과후 학습을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시키고, 고교에서 미리 학점을 이수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법령 개정 등을 거쳐 내년에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현장에서는 첫 졸업생이 배출되는 2014년 취업률을 주목하고 있다. 사업단이 기업 유치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기업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등 유인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中정부 힘 믿고?… 증거 들이대도 ‘모르쇠’

    中정부 힘 믿고?… 증거 들이대도 ‘모르쇠’

    해양경찰관 이청호 경사를 칼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중국인 선장 칭다위(42)를 조사한 수사관들은 그의 황당할 정도로 오만한 태도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범행 자체를 딱 잡아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사고 당시 단속 작전에 나선 해경 대원들에게 책임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며칠째 이어진 조사에서 “나는 맞기만 했다. 누구를 찌른 적이 전혀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범행에 사용된 부러진 칼을 증거로 들이대도 “내가 있던 조타실 안에는 아무런 흉기가 없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칭 선장과 함께 붙잡혀온 8명의 중국인 선원들은 “선장이 출항에 앞서 ‘한국 해경이 단속하면 배에 실어 놓은 모든 흉기를 동원해 죽을 각오로 막아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한결같이 진술했다. 불법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태도는 다른 중국 선원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 어선은 사전에 우리 정부의 허가를 받으면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정상 조업할 수 있다. 그럼에도 허가 어획량을 줄이려고 조업일지를 조작하고 툭하면 허가구역을 월선하고 있다. 매우 죄질이 나쁜 것은 그물코(망목) 조작이다. 무단으로 그물코를 촘촘하게 만들어 치어를 남획함으로써 어족 자원을 고갈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해경 관계자는 “어차피 남의 나라 것이니까 씨가 말라도 상관하지 않는 듯하다.”고 말했다. EEZ에서 허가 조건을 위반한 중국 어선은 지난해 370척, 올 들어 497척으로 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외교관계를 고려해 중국 당국이 보증하며 요청한 선박을 모두 허가했지만 앞으로는 과거에 불법을 저지른 선박은 허가 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중국 선원들이 아예 허가도 받지 않은 채 조업을 하다 단속에 나선 해경 대원들에게 부리는 횡포는 새삼 거론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한 특공대원은 “중국 선원들의 태도가 당당하다 못해 아주 고압적”이라면서 “누가 주인이고, 누가 객(客)인지 헷갈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칭 선장을 비롯한 중국 선원 9명 전원은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지난 15일 구속됐다. 선원이 모두 구속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영장실질심사를 한 이철의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칭 선장이 범행을 부인하지만 혈흔이 발견된 칼, 특공대원 헬멧 카메라에 촬영된 동영상 등 증거자료로 미뤄 칭 선장의 살인 혐의가 명백한 것으로 판단됐으며, 다른 선원들도 해경의 진압에 거칠게 저항한 점이 인정돼 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김윤태 동덕여대 중국학과 교수는 “중국인 선원들의 무도함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는 중국 당국의 방조 또는 묵인 아래 이뤄지고 있다.”면서 “그렇다고 감정적으로 대처해선 안 된다. 균형 잡힌 대중국 관계를 정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고려대 국제어학원에 유학 중인 중국 학생 류솨이(劉帥·21)는 “한국 해경을 살해한 중국 선원의 행위는 명백한 잘못”이라면서 “중국 선박이 한국 영해로 들어오게 된 것이 고의인지, 아닌지와는 무관하게 일단 살인 행위에 대한 죗값은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김학준·이영준기자 kimhj@seoul.co.kr
  • “中어선 흉기저항땐 접근단계부터 총기사용”

    “中어선 흉기저항땐 접근단계부터 총기사용”

    모강인 해양경찰청장은 15일 “중국 불법조업 선원이 검색에 불응하고 흉기를 소지한 채 저항할 경우 접근단계서부터 해경이 총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개선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모 청장은 중국 불법조업 선원의 우리 해경 살해사건에 따라 오전 국회에서 마련된 외교통상통일위원회 긴급 현안 간담회에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불법조업에 대한 단속 강화를 위해 “기본적으로 서남해 경비함정을 하루 6척에서 9척으로 증가 배치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대형 경비함정 1척이 담당구역을 움직이는 데 걸리는 시간이 1시간 50분에서 1시간으로 준다.”고 설명했다. 또 해상특수기동대 대부분을 일반 경찰관 출신에서 군 특수부대 경력자로 대체하고, 해경의 위험수당을 5만원에서 육지의 일반형사 수준인 30만원으로 올리는 방안 등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외통위 소속 의원들은 여야 할 것 없이 이번 사건을 규탄하면서 중국 정부의 오만한 대응 및 우리 정부의 소극적인 대처를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임시 외통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나라당 유기준 의원의 사회로 고(故) 이청호 경사에 대한 묵념을 한 뒤 회의가 시작됐다. 유 의원은 “중국 정부의 안이한 대응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냈던 민주당 송민순 의원은 “불법조업 어선을 왜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진압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깊은 각성이 있어야 한다.”면서 “2008년 이후부터 (유사한 사건에 대한) 법 집행이 무력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박주선 의원은 “중국과는 말로만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라면서 “중국의 계속되는 영해 침범에 아무런 대응도 못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실용외교냐.”고 비판했다. 외통위는 이번 사건에 대한 중국 정부의 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과 우리 정부의 철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결의안 채택을 추진하기로 했다. 전날 한나라당 정옥임 의원도 같은 내용의 결의안을 발의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中 사과없이 “인도적 대우” 요구

    中 사과없이 “인도적 대우” 요구

    중국 외교부의 류웨이민(劉爲民) 대변인은 12일 서해상에서 발생한 자국 선원의 한국 해경 살해 사건에 대해 “한국과 긴밀하게 협조해 타당하게 처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류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보도에 주의하고 있으며 상황을 알아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중국과 한국은 이미 어업협정을 체결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관련 부문을 통해 어민 교육과 어선 관리 대책, 규정 위반행위 발생 방지 대책을 여러 차례 취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 측이 (해당)중국 어민에게 합법적 권익 보장과 더불어 인도주의적인 대우를 해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중국 외교부의 이런 반응은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예전과는 사뭇 다른 반응이다. 지난해 12월 자국 어선이 서해상에서 불법어로 행위를 하다 우리 측 단속 선박과 충돌해 침몰했을 때 장위(姜瑜) 대변인은 즉각 ‘책임자 처벌’과 ‘피해 배상’ 등을 요구했다. 중국은 서해상에서 자국 어선과 우리 측 단속 선박의 충돌이 있을 때마다 ‘제 식구 감싸기’에만 급급했다. 중국의 안하무인 격 대응에는 실무자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한 소식통은 “할 수만 있다면 우리 측 단속 선박에 중국 측 외교관들을 태워 중국 어선들의 불법상을 직접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자국 여론만 신경쓸 뿐 국제법적인 관행 등은 안중에도 없다는 얘기다. ●네티즌 “살해선장은 영웅” 망언 중국 네티즌들은 이번에도 중국 어민의 살해 행위를 ‘정당방위’로 오도하거나 단속 해역이 사실은 중국 영해라는 등의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 살인 선장을 영웅으로 대우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한 네티즌은 국수주의 매체 환구시보의 인터넷사이트에 “미친 개 같은 한국 X들은 죽어야 마땅하다.”며 자극적인 단어를 동원해 자국 어민의 범법 행위를 두둔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이번 사건에 대한 중국의 첫 반응이 네티즌들의 허황된 주장과 달리 차분한 것은 자국 어민이 흉기를 휘둘러 상대국 경찰관을 숨지게 한 사실이 명백한 만큼 다른 목소리를 낼 여지가 없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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