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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꽂이]

    |경제·실용| ●준비하는 미래는 두렵지 않다(김성회 지음, 더난출판 펴냄)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에겐 그들만의 노하우가 있다. 일간지 기자 출신인 저자가 발로 뛰어 취재한 대한민국 리더 22명의 생생한 성공 비법.1만원. ●아이안에 숨어 있는 두뇌의 힘을 키워라(이승헌 지음, 한문화 펴냄)뇌호흡 창시자인 이승헌 박사가 들려주는 두뇌개발법. 뇌호흡은 아이들 각자의 두뇌스피드를 존중하는 뇌 기반 교육의 하나로, 집중력 훈련에 따라 뇌의 잠재된 능력을 개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9800원. ●몸의 혁명(김철 지음, 백산서당 펴냄)공해와 스트레스에 찌든 현대인들은 각종 병을 달고 산다. 저자는 매일 10분씩 가슴을 펴는 간단한 운동만으로도 몸의 자연치유력이 살아나 병의 90%를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1만 5000원. |유아·아동| ●배고픈 달팽이와 너무 먼 채소밭(모지카 오쇼니크 지음, 김영선 옮김, 토마토하우스 펴냄) 배가 고파 상추밭으로 향하는 달팽이가 주인공. 꼼지락꼼지락 움직일 수밖에 없으니 상추밭은 멀기만 하고…. 콜라주 기법의 그림을 감상하며 인내의 가치를 알게 된다.4세 이상.9000원. ●예루살렘으로 간 작은 개미(디안느 바르바라 지음, 곽노경 옮김, 미래M&B 펴냄) 나약하면서도 오만한 인간과 하느님의 위대함을 은유한 프랑스 민담 소재의 그림동화. 잘난 척하며 예루살렘으로 향하던 개미의 여행은 뜻밖에도 스스로를 구원하는 성지순례로 이어진다.4세 이상.8000원. |초등·청소년| ●우리 역사 첫발(전2권)(김수경 지음, 문공사 펴냄) 아직 학교에서 역사를 배우지 않는 초등생들을 배려한, 동화처럼 쉬운 역사책.1권은 석기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2권은 조선시대부터 오늘날까지의 우리역사를 각각 담았다. 배경그림은 만화처럼 재미있고, 친근한 이야기체의 해설은 귀에 절로 쏙쏙 들어온다. 초등 저학년. 각권 8800원. ●환경보고서 물(김맹수 지음, 해와나무 펴냄) 생명의 근원으로서 물의 특징, 자연생태계의 기본을 이루는 물의 생태, 필수자원으로서의 물의 가치 등이 웅변된 ‘환경 교과서’. 합성세제, 가축의 똥, 농약 등 실생활에 밀접한 이야깃감들이 동원됐다. 땅, 공기 등을 주제로 시리즈 출간 예정. 초등 고학년.9500원. ●사자왕 부루부루(후나자키 요시히코 지음, 이선아 옮김, 시공주니어 펴냄) 1975년 일본에서 출간돼 사랑받아온 스테디셀러. 늙어서 힘이 빠진데다 틀니를 했다는 사실까지 들켜버린 사자왕 부루부루는 당초 걱정과는 달리 주변의 이해 속에 오히려 더 행복해지는데…. 인간의 허위의식이 유쾌하게 풍자됐다. 초등 2년까지.7000원.
  • [클릭이슈] iTV살리기 勞·社·비대위 제각각

    [클릭이슈] iTV살리기 勞·社·비대위 제각각

    수도권 민방인 경인방송의 전파송출이 중단된 지 두 달이 지난 지금, 퇴출 원인 및 회생책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게 일고 있다. 지난달 28일 열린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서 노성대 방송위원장은 경인방송(iTV) 재허가 추천거부 과정을 묻는 한 의원의 질문에 “노사가 화합하도록 요청했는데 대결만…”이라고 말해 극한적인 노사대립이 방송중단의 한 요인이 됐음을 시사했다. 방송위원회는 그동안 경인방송의 재정능력 부족, 협찬·광고 반복 위반 등을 추천거부 사유로 밝혔고 노사문제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었다. 경인방송 지배주주인 ㈜동양제철화학의 한 경영인은 최근 모임에서 참석자가 방송중단을 위로하자 “앓던 이가 빠진 것 같다.”고 되받았다. 노조는 여전히 “길거리에 내몰렸지만 후회는 없다. 동양화학은 언론사를 운영할 자격이 없다.”며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경인방송이 왜 창사 8년 만에 허무하게 주저앉게 됐는지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회사측은 지난 1일부터 허가기간이 남은 라디오방송을 재개하는 등 ‘불씨’ 살리기에 나섰다. 노조 및 노조에서 갈라져 나온 비상대책위 또한 나름대로 해법을 제시하며 방송 살리기에 나섰지만 인식차가 커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희망을 버리지 않는 노조 이름부터 ‘희망조합’으로 바꿨다. 지난해 말 방송국이 문을 닫은 이후 190여명의 조합원들은 조합 사무실을 새로 마련하고 ‘새판 짜기’에 나섰다. 경인방송은 법적 절차와 관계없이 이미 사형선고를 받았다는 것. 이들은 회사측이 지난달 14일 방송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등 사업권 회복에 나선 것에 대해 조소를 보낸다. 행정소송은 방송위 결정의 합리성을 따지는 확인소송이기 때문에 승소한다 하더라도 법원이 방송위에 재허가 승인 명령을 내릴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노조측이 지난 1월12일 인천지법에 법인 파산을 신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시민·언론단체 등과 연대하며 새로운 방송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14일 새 방송 설립을 위한 주비위를 출범시켜 발기인 1만 2000명을 모집한 뒤 4월말 발기인대회를 갖는다는 구상이다. 초기 자본금을 500억원으로 하고, 이 가운데 10%+α는 시민주 공모를 통해 확보하기로 했다. 노조는 별도로 조합원 퇴직금으로 10억원의 종자돈을 모금 중이다. 시민과 조합원 지분 등으로 15∼20%의 지분을 갖는 공익재단을 설립하는 방안도 주비위에서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익재단 문제는 경인방송 노사가 충돌한 ‘핫이슈’였다. 나머지 자본금은 경인방송 설립 당시와 같이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충당할 것으로 보인다. 방송위는 “이달까지 정책방안 등을 검토한 뒤 공청회 등을 거쳐 6월까지 (새 사업자 공모 등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길 가는 비대위 지난 1월10일 출범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해 12월13일 사측에 의해 단행된 직장폐쇄 이후 업무에 복귀한 노조 탈퇴자와 비조합원 등이 중심이 됐다. 이들은 노사분규 과정에서 “노조측이 취한 스탠스에 불만이 많다. 노조가 공익적 민방이라는 ‘이상’에 발목이 잡혀 모든 것을 잃은 ‘현실’을 초래했다.”고 비난한다. 즉 소유구조 변동없이 내부 견제장치로도 공익성을 담보할 수 있음에도 ‘자본’을 자극해 공멸하게 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방송사의 설립보다는 기존 법인의 존속과 함께 방송 재개를 모색하는 것이 훨씬 수월한 길이라고 판단한다. 노조와는 달리 행정소송에 기대를 거는 것은 이 때문이다. 소송에서 이기면 최소한 재허가 심사 전 상태로의 복귀가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이들은 상당부분 회사측과 입장을 같이한다. 다만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법인 존속이 여의치 않을 경우 새로운 투자자를 모색, 지역민방을 설립하는 방안에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노조가 강성 이미지를 희석시키지 않는 한 민방 설립을 위한 컨소시엄에 참여하려는 기업들이 부담감을 느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암중모색하는 법인 경인방송은 지난해말 방송중단(폐업) 이후 10여명의 직원이 잔류 중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법인이 청산되지 않은 상태여서 외형적으로는 전과 큰 차이가 없다. 더구나 지난 1일부터는 TV와 함께 방송을 중단했던 라디오 iFM을 ‘경인방송 살리미’들의 자원봉사 형태로 재개하는 등 회생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방송위의 재허가 추천 거부로 법인 존속이 무의미해져 이사회의 폐업결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던 것과는 딴판이다. 회사는 또 지난달 18일 주주총회를 열어 이춘재 경영본부장을 대표이사 전무로 선임한 뒤, 신규자본 영입을 추진 중이며 1·2대 주주인 동양화학과 대한제당이 감자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조측은 “회사측이 방송 재개를 모색하는 것은 새 사업자가 나타날 경우 자산매각 등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비난했다. 경인방송 관계자는 “라디오만으로는 경영을 할 수 없는 긴박한 상황이어서 폐업했지만 이후 주주와 채권단, 시청자들이 경인방송 살리기에 대한 인식을 같이 해 회생을 도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두 거장감독 ‘스릴러 대결’

    영화사에 결코 지워지지 않을 큰 발자국을 남긴 거장 감독의 스릴러물이 오는 11일 나란히 개봉한다.‘양들의 침묵’조너선 드미 감독은 ‘맨츄리안 켄디데이트’에서 정치 스릴러의 진수를 선사한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은 ‘스파이더’에서 정신분열자의 1인칭 시점을 좇는 심리 스릴러를 펼쳐 보인다. 독특한 문법의 이 스릴러들은 지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관객들에겐 최고의 선물이 될 듯하다. ●정치음모 좇는 스릴러 걸프전증후군, 기억조작, 정치음모 등 영화 ‘맨츄리안 켄디데이트’(The Manchurian Candidate)가 아우르는 소재는 광범위하다. 하지만 거대한 음모를 파헤치는 한 개인의 추적이라는 스릴러 형식을 기둥줄기 삼아, 다양한 소재로 가지를 쳐 나가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만만찮은 소재를 산만하지 않게 요리해 내는 영화는 애국주의로 포장된 정치적 야욕에 대한 비판이자, 과학으로 모든 것을 조작할 수 있다고 믿는 인간의 오만에 대한 경종이기도 하다. 학생들을 강당에 모아 놓고 애국심에 대해 연설하는 걸프전 참전용사 벤 마르코 소령(덴젤 워싱턴). 겉모습과 달리 그는 전쟁이 끝난 지 12년이 지나도록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마치 전쟁의 추악한 이면을 들추는 반전영화처럼 운을 떼는 영화는, 이내 권모술수가 판을 치는 정치판으로 무대를 옮긴다. 벤은 걸프전 당시 공을 세운 부하 레이먼드 쇼(리브 슈라이버)를 추천해 훈장을 받게 했고, 레이먼드는 이를 발판삼아 정치계에 입문한다. 레이먼드의 어머니이자 상원의원인 엘리노어(메릴 스트리프)는 “국민은 전쟁영웅을 원한다.”는 논리로 아들을 부통령 후보에 올린다. 권력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치판의 모습은 ‘왝 더 독’‘프라이머리 컬러스’류의 정치풍자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영화는 기억조작이라는 소재를 불러들이며 과학과 주체의 문제로까지 나아간다. 음모를 파헤치려는 자와 음모의 제공자가 모두 기억이 조작된 것이라면 누가 어떻게 이 사건을 파헤칠 수 있을까. 이성의 힘을 지닌 주인공이 난관을 헤쳐 나가는 보통의 스릴러와 달리, 지금까지 영화를 지탱해온 주체를 지우는 영화는 대신 인간 존재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전쟁, 정치, 과학이라는 다양한 문제를 돌아 인간으로 회귀하는 영화의 시선에는 비판의 칼날과 동시에 결코 세뇌될 수 없는 인간의 그 무엇에 대한 희망이 담겼다. 원작은 리처드 콘돈의 베스트셀러 소설.15세 관람가. ●머릿속 미로찾는 스릴러 허름한 차림의 한 남자가 기차에서 내린다. 무언가를 찾으며 중얼중얼 걸어가는 품새가 보통 사람과는 다르다. 도대체 이 남자는 누구고 그가 찾아간 곳은 어딜까. 영화 ‘스파이더’(Spider)는 정신분열증에 걸린 남자의 시선을 따라가기에, 초반부에는 무수한 의문부호만 남긴다. 남자의 정신세계는 안개처럼 뿌옇게 가리워져 있고, 관객은 그 안개를 하나 둘 걷으며 미로 속을 헤매게 된다. 하지만 그 여정에 동참하는 순간, 여러 갈래의 미로는 나름의 찬란한 빛으로 관객을 유혹한다. 주인공 남자인 스파이더(랄프 파인즈)가 오랜 세월을 정신병원에서 보내다가 지역사회로 돌아가기 위한 절차로 윌킨슨 부인이 운영하는 사회복귀시설에 들어온 것이라는 윤곽을 알게 될 즈음, 결코 한가지로 해석될 수 없는 흥미진진한 사건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거리를 거닐다가 30년전 자신이 살던 집 앞에서 과거와 맞닥뜨리는 스파이더. 스파이더의 머릿속 여행이기에 과거의 일들은 현실이 되어 그와 공존한다. 배관공인 아버지(가브리엘 번)와 조용한 어머니 밑에서 자란 어린 스파이더는, 아버지가 자주 가는 술집에서 매춘부 윌킨슨과 마주친다. 가정적인 어머니에게 싫증을 느끼던 아버지는 매춘부와 바람이 나고 어머니를 죽인다. 하지만 모든 것은 상상의 산물이기 때문에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스파이더의 눈에는 복지시설의 윌킨슨 부인조차 매춘부의 얼굴로 보인다. 어쩌면 매춘부와 어머니도 동일 인물일지 모른다. 영화에서 무심코 흘려보낸 단서들이 하나둘 뇌리를 스치면서 다양한 해석의 갈래를 뻗게 한다. 어린 시절 각인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심리 보고서이자, 부모의 섹슈얼리티 앞에서 양가적인 감정을 갖게 된다는 프로이트의 이론에 대한 탐색이기도 하다.‘잉글리시 페이션트’의 매력적인 배우 랄프 파인즈의 변신과, 정숙한 부인과 천박한 매춘부의 1인 2역을 연기한 미란다 리처드슨의 연기가 눈에 띈다.18세 관람가.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악마의 정원에서/스튜어트 리 앨런 지음

    사과. 이브가 따먹는 바람에 새콤달콤 맛있는 이 과일은 그만 죄악의 상징이 돼버렸다. 흉칙하게 생긴 다른 먹을거리를 다 놔두고 왜 하필 하나님은 사과를 금지했을까. 흰색의 즙은 처음에는 달다가 끝은 쌉싸래하다. 과즙은 질 분비액이고, 달다가 쌉싸래한 맛은 악마의 유혹에 이은 낙원에서의 추방이다. 빨간 껍질은 여인의 입술이고 안의 과육은 농밀한 속살이다. 세로로 잘라보면 사과 한가운데는 여성의 성기같다. 가로로 자르면 사과의 씨들이 사탄을 상징하는 오각별(★)처럼 보인다. 공기 중에 내버려 두면 금세 산화하면서 짙어지는 색은 오각별을 더 뚜렷하게 해준다. ●종족간 대립서 싹튼 ‘죄악의 사과’ 그런데 탐스러운 사과를 맛있게 한입 베어 문 사람이 음란한 걸까, 아니면 사과를 먹지 말라면서 그런 상상력을 들이대는 사람이 더 음란한 걸까. 더 혼란스럽게도 에덴동산에 있었다는 그 ‘먹을 것’이 사과라는 대목은 성경에 없다. 비밀은 기원 전후 유럽 남부와 북부를 차지하고 있던 지중해인종과 켈트족의 대립에 숨어 있다. 기후와 토양의 차이로 지중해인종은 포도주를 만들었고 켈트족은 사과주를 즐겼다. 로마제국을 통해 켈트족을 무릎꿇린 지중해인종은 켈트족의 야만스러움을 증명하기 위해 그들이 즐기던 사과를 깎아내렸다. 여기에는 로마시대에 퍼지기 시작한 기독교가 큰 역할을 했다. 예수가 메고 간 십자가마저 ‘사과나무’여야 했었으니까. 미국의 요리연구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스튜어트 리 앨런의 ‘악마의 정원에서’(정미나 옮김, 생각의 나무 펴냄)는 기독교 원리주의가 어떻게 음식문화에 스며들었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전체적으로는 90년대 초반 국내에 번역·소개되면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에두아르트 푹스의 3부작 ‘풍속의 역사’를 떠올리면 된다. 히틀러의 금서목록 1호에 올랐던 푹스의 3부작은 서구사회의 기독교적 경건함을 걷어내면 변태적이기까지 한 뒤틀린 성욕이 꿈틀거리고 있다고 까발렸다. 스튜어트 역시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일곱 악덕-색욕, 폭식, 오만, 나태, 탐욕, 불경, 분노-을 기초로 저녁 만찬 메뉴판처럼 책을 구성했다. 편견과 배제에 가득찬 말을 믿느니 책 제목처럼 차라리 악마의 정원에서 맛있는 식사를 즐기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목적론적 역사의 허구·위험성 이 와중에 드러나는 갖가지 음식 이야기들은 흥미진진하다.‘최후의 만찬’에 대한 색다른 해석, 영국 빅토리아 시대 ‘아동의 탄생’과 맞물린 음식 문화의 변화, 프랑스 혁명을 전후해 벌어진 밀과 보리를 얼마나 섞어 빵을 만들 것인가 하는 논쟁 등. 글을 읽다 보면 진보를 향해 목적론적으로 구성된 역사가 얼마나 허구적이고 위험한지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서구의 압도적인 영향력 덕분에 ‘이슬람 원리주의’는 두려워하면서 정작 ‘기독교 원리주의’는 잘 모르는 우리 독자들에게는 다소 산만하게 보일 수 있다.1만 5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사설] 국민체감보다 앞서간 국정연설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국정연설을 통해 남은 임기 3년동안의 국정운영 방향을 제시했다. 경제활력 회복을 통한 선진통상국가로의 도약, 부패추방, 정부혁신,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건설 등의 청사진과 대통령이 보여준 자신감은 미래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다. 이러한 국가목표를 달성하려면 정부가 앞장서 솔선수범하고, 정치의 생산성을 높이고, 국민통합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국정목표와는 별도로 노 대통령이 보여준 현실인식이나, 지난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는 아직도 국민 대다수가 느끼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경제와 관련해 대다수 국민과 전문가들은 지난 2년을 ‘잃어버린 2년’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도 대통령이나 경제관료들은 성공적이었다고 자화자찬하며 낙관적으로만 보고 있는 듯하다. 경제불황의 책임이 현 정부에는 없다는 투의 오만함마저 드러내고 있다. 부정적인 시각도 경계해야 하지만, 정부가 기업이나 국민이 체감하고 있는 현실을 모르고 있다는 걱정도 든다. 노 대통령은 연설에서 취임 당시를 북핵문제나, 한·미관계, 경제불황 등 최악의 상황이었다고 말하고 있다.2년 전이 최악이었다면 지금의 상황이 그때보다 나아졌다는 징후는 없다. 오히려 이념적 갈등과 혼란으로 사회적 활력은 더욱 떨어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초유의 대통령 탄핵사태나, 이념논쟁, 새만금 및 천성산터널공사 등 국책사업 좌초가 단순히 사회나 국민의 탓만은 아닐 것이다. 대통령의 언론에 대한 표현도 건강한 협력관계를 염두에 둔 어법이라고 보기 힘들다.“언론이 많이 달라졌다.”라거나 “기사 빼달라고 매달리는 일은 없는 것 같다.”는 표현은 우월감이거나, 비하적 표현에 가깝다. 이제 임기말 레임덕이나, 차기 대선을 감안한다면 정권의 임기도 사실상 반환점을 돈 것이나 다름없다. 노 대통령과 정부가 지금부터 할 일은 국정연설에서 제시한 목표들에 대한 책임있는 행동과 실용적인 접근이라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 [책꽂이]

    |경제·실용| ●경영혁명 제로 스페이스(프랭크 레칸느 데프레·르네 티센 지음, 성상현·이경아 옮김, 푸른솔 펴냄)조직의 한계를 뛰어넘어 최대의 성과를 끌어낼 수 있는 제로 마인드 활용 방법을 제시한 책.1만 8000원. ●월스트리트 제대로 알기(머니투데이국제부 지음, 아카넷 펴냄)글로벌경제의 중심인 미국 월스트리트의 구조와 흐름, 금융과 투자의 메커니즘을 기초부터 체계적으로 설명한다.1만 2000원. ●돈, 당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은 틀렸다(수즈 오만 지음, 진회숙 옮김, 청년정신 펴냄)우리 삶에 작용하는 돈의 심리적이고, 정신적인 힘에 대한 탐구서. 돈의 노예가 되지 않고, 돈을 지배하는 힘을 갖는 방법을 소개한다.1만 2000원. |유아·아동| ●시골로 간 하하호호 가족(레인 스미스 지음, 김서정 옮김, 베틀북 펴냄) 시골로 이사간 꼬마 헨리 가족의 좌충우돌 전원생활 적응기. 가족들이 겪는 20가지 짧은 에피소드가 소박한 행복의 의미를 웅변해주는 그림동화. 색종이를 찢어붙인 듯한 그림편집이 재밌다.3세 이상.9000원. ●황금의 마법사 클림트(김순희 지음, 다빈치기프트 펴냄) 한평생 여자들의 초상화를 그렸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세계를 동시를 곁들여 이해하게 이끄는 화집 동화. 큐레이터 출신의 지은이가 재미있는 동시로 해당작품을 설명하는 방식이다.5∼9세.8500원. |어린이·청소년| ●못 말리는 여자들 시리즈(비키 레온 지음, 손명희·박종윤 옮김, 꼬마이실 펴냄) 여자 파라오, 여자 철학자, 여자 해적, 여자 바이킹…. 세계역사 속에 알려지지 않은 ‘여주인공’들을 선보이는 역사동화. 고대, 중세, 르네상스 등 세 시대가 시리즈로 나왔다. 초등4년 이상. 각권 9800원. ●초등1학년 365일(이현진 지음, 예담프렌드 펴냄) 지은이는 현재 서울 화랑초등학교 교사. 자녀의 취학을 앞두고 우왕좌왕하는 ‘새내기’ 학부모들에게 입학준비 노하우와 초등 1학년 학교생활의 모든 것을 꼼꼼하게 귀띔해준다.1만 1000원.
  • [열린세상] 신문이 사는 법/임춘웅 언론인

    한국의 신문업계에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신문 종사자들의 사기 또한 말이 아닌 것 같아 보는 사람이 민망스럽기까지 하다. 한국신문사 일백여년 동안 신문인들이 요즘처럼 깊은 수렁에 빠져 있었던 때가 언제 또 있었을까. 정치권력의 부단한 탄압 속에서도 신문인들의 사기가 이렇지는 않았다. 왜 이렇게 된 것인가. 원인에 대한 진단도 비교적 명료하다. 경쟁 매체가 많아지고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광고시장이 어렵게 됐다는 점이 우선 지적되고 있다. 둘째로는 인터넷 등 대항 매체의 성장으로 독자층이 뉴스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많아졌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결정적인 요인은 신문이 독자의 신뢰를 상실했다는 점일 것이다. 그것은 비슷한 여건에서도 미국이나 일본의 신문산업이 우리처럼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지는 않다는 데서 엿볼 수 있다. 신뢰상실의 핵심은 일부 신문들의 독선과 권력화에 있다. 일부 신문들은 오만과 편견에서 특정 정치세력을 부당하게 매도했고 특정 정파를 일방적으로 옹호해 왔다. 그들은 그것이 정당한 언론기능이라고 주장해 왔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독자들은 꿰뚫고 있는 것이다. 신문의 독선과 허구를 대항 매체들이 조목조목 따지게 된 것도 독자들이 신문을 다른 시각에서 보기 시작한 계기가 됐을 것이다. 그밖의 일부 신문들은 그런 편견에서 벗어나 공정한 입장에 서려 노력했지만 영향력이 미미한 데다 바로 서려는 자세가 다른 일부 신문들과 대칭적으로 보여 반대편의 신문, 즉 권력옹호 쪽으로 오해돼 같은 피해를 보게 됐다. 그밖에도 이념적으로 편향돼 있고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광고에 매달리다 신문이 지킬 선을 넘어선 것도 문제를 키웠다. 노사문제에서는 언제나 기업편에 섰고 최근에만도 분식회계 문제에서 낯 두껍게도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한국 신문의 신뢰상실은 이런 모든 것들의 퇴적물일 것이다. 결국 신문 스스로 자초한 결과다. 원인이 분명하기 때문에 처방 또한 간단해 보인다. 우선은 독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고 다음으로는 다른 매체가 할 수 없는 뉴스 전달 영역을 개발하는 것이다. 신뢰상실의 원인들을 역으로 하나씩 제거해 나가면 될 것이다. 그러나 한국 신문이 그간의 잘못된 관행과 오만을 반성하고 본래의 제 길로 쉽게 들어설 것 같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그것은 기자들 스스로 어떤 편견에 함몰돼 있어서 자기 병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A신문의 기자는 A신문의 입장에서 취재하고 기사를 쓰며 편집한다.B신문의 기자는 물론 B신문의 입장에서 사태를 보고 신문을 만든다. 그런데 다들 자기가 옳다고 확신하고 있다. 전해들은 얘기지만 어떤 사람이 유력 신문의 사주를 만난 자리에서 지금처럼 신문을 만들면 곤란하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자기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기자들이 도무지 말을 듣지 않는다고 하소연하더라는 것이다. 병이 깊어 지병이 돼 버린 느낌이다. 한국 신문의 문제는 언론시장의 구조적 문제라기보다는 그 종사자들의 집단이기주의에 가장 큰 원인이 있는 것이다. 일부 신문의 신뢰상실은 신문 전체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빚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신문의 앞날은 어쩌면 창창한지도 모른다. 신문은 어느 대항 매체에 비해 여전히 매우 강력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신문은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는 유일한 매체다. 휴대성뿐만 아니라 그 유용성 또한 어느 매체보다 크다. 무엇보다 정보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는 사람들을 구조해 낼 수 있는 것은 신문밖에 없다. 정보가 넘칠수록 정보를 간추리고 해석해 줘야 할 필요성은 날로 증대되고 있다. 다른 매체가 할 수 없는 심층보도, 복잡 다기한 사회현상에 대한 적절한 해석은 모든 사람들이 간절히 필요로 하는 것이다. 신문의 길은 있다. 정확성과 공정성의 확보가 신문의 생명이다. 그리고 신문은 언제나 언론의 편에 서야 한다. 임춘웅 언론인
  • [사설] 이번에는 지폐도안 변경인가

    한국은행이 위조지폐 방지를 위해 만원권·오천원권·천원권의 도안을 인물교체를 포함해 전면적으로 손질할 방침이라고 한다. 십만원권과 오만원권의 발행도 검토 중이다. 한은은 2003년 초와 지난해 초 두 차례에 걸쳐 화폐단위변경(리디노미네이션)을 추진했다가 정부와 정치권의 반대로 무산됐는데, 이번에는 위폐 증가를 이유로 지폐도안의 변경을 들고 나온 것이다. 지폐의 위조를 막기 위해 19가지 첨단 방지기능을 보강하겠다는 데는 반대가 있을 수 없다. 위폐는 지난해 4353장이 발견돼 1998년(365장)에 비해 12배나 증가했고 해마다 늘어나는 실정이다. 현재의 지폐는 모두 기본도안이 도입된 지 20년이 넘었고, 도중에 은선 삽입 등 방지기능을 추가했으나 위폐 급증세를 막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도 5∼6년마다 위폐방지를 위해 도안을 바꾸는 점을 고려할 때 위조에 노출된 방지기능을 주기적으로 보강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지폐도안의 전면 개편이나 고액권의 발행은 좀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다. 당장 재정경제부가 경제회복에 주력해야 할 시점에 2000억원 이상의 비용을 들여가며 도안변경에 나서는 것을 못마땅해 하고 있다. 지폐 속에 들어갈 인물도 최종적으로 채택되기까지 소모적인 논란이 우려된다. 고액권 발행이나 지폐 크기를 줄이겠다는 점도 설득력이 약하다. 한은은 도안을 바꾸면 현금자동지급기나 자판기인식센서 교체 등으로 경기부양 효과도 있다지만, 멀쩡한 기계를 교체하려면 국가적 낭비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본다. 따라서 나라경제와 국민에게 혼선만 주는 도안의 전면 변경은 중장기적 과제로 미뤄두는 것이 옳다. 이 문제는 추후 화폐단위변경 때 함께 다루는 게 바람직하다.
  • [집권 3년차 증후군 극복될까] 박관용 前 국회의장 “큰일에 집착하면 오히려 禍부른다”

    [집권 3년차 증후군 극복될까] 박관용 前 국회의장 “큰일에 집착하면 오히려 禍부른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13일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정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전제로 청와대 근무 경험과 과거 정권의 행태를 보면 집권 3년차 증후군이 있다고 말했다. 박 전 의장은 전두환·노태우 정부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집권 3년차 증후군은 있나. -집권 첫해에는 아주 성실하게 의욕적으로 일한다. 하지만 1년이 지나면 대통령이 달라지기 시작한다.2년차에는 자신감을 갖게 되고, 주위로부터 일방적인 칭찬을 들으면서 제왕적 대통령으로 변한다.3년째에 들어서면 오기도 부리고 나태해지기 시작한다. 소외된 동지들을 보살피게 되면서 질서가 무너지게 된다. 외부의 유능 인사를 기용하던 데서 측근들이 들어가게 된다. 인사 검증도 적당히 하고, 친정체제를 구축하면서 다음 선거를 생각한다. 책임을 언론과 야당에 떠넘기면서 오만해진다. 잔꾀도 부리게 된다. 이런 게 집권 3년차 증후군이다. 3년차 증후군을 극복하는 방안은. -대통령이 변하면서 대통령의 눈치를 보는 아랫사람들도 함께 변한다.3년차가 되면 대통령은 모른는 게 없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5년 임기가 잘못된 것이다.4년 중임제로 바꾸면 긴장하게 된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합당설이 나오는데. -민주당은 호남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합당은 어려울 것이다. 통합은 추진하되 조심스럽게 추진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3당 합당에 반대해 YS를 떠난 사람이기 때문에 명분없는 통합은 하지 않을 것이다. 올해 대형 프로젝트를 하려들 것으로 보나. -대통령이 되면 누구나 같은 병에 걸린다. 이른바 대통령 병이다. 남북통일을 이룩한 대통령, 통일기반을 마련한 대통령으로 남기를 바란다. 그외에 큰일을 벌이기는 어렵다. 행정수도 이전은 어려워졌고 땅값 잡고 투기지역 묶는 시행착오를 겪다가 이제는 되돌아오고 있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이, 아랍권과 외교관계 복원 추진

    팔레스타인과의 역사적인 평화회담을 계기로 이스라엘이 아랍권 국가들과의 외교관계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국가는 이집트와 요르단. 이번 회담을 중재한 두 국가는 8일 회담이 성공리에 끝나자 조만간 대사를 다시 파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실반 샬롬 이스라엘 외무장관실은 요르단 정부가 마루프 알 바키트 터키 주재 대사를 주 이스라엘 대사로 내정하고 이스라엘 외교부에 아그레망을 요청했다고 9일 밝혔다. 특히 이집트는 지난해 말 이스라엘과 자유무역협정을 맺는 등 급속히 관계를 회복하고 있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10년만에 이스라엘을 방문할 것이라는 기대마저 커지고 있다. 또 샬롬 장관은 걸프지역 국가들과 북아프리카 10개국도 조만간 이스라엘에 외교공관을 개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샬롬 장관은 9일 오만, 모로코, 카타르 외무장관과 각각 전화통화를 갖고 회담 결과를 설명했다. 이스라엘과 아랍국가들이 사실상 외교관계를 단절하게 된 계기는 2000년 9월 팔레스타인의 인티파다(반 이스라엘 봉기)였다. 이스라엘이 인티파다를 강경진압하자 다음달 아랍국가들은 정상회의를 열고 이스라엘을 강력 비난하며 아랍권 차원의 제재 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이집트는 이스라엘 주재 대사를 소환했고, 요르단은 임기가 만료된 대사의 후임자를 임명하지 않음으로써 아랍권의 움직임에 동참했다. 오만에 설치된 이스라엘 무역대표부는 폐쇄됐고, 모로코·튀니지도 이스라엘과 제한적인 통상관계만 유지해왔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사설] 열린우리당 사법부 탓하지 말라

    열린우리당 내에서 사법부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고 한다. 이유는 새만금사업 관련 행정소송 판결에서 국책사업이 제동이 걸렸다는 인식과 함께 최근 이부영 전 당의장과 김희선 의원에 대한 검찰수사, 선거법 위반 판결에 의한 의원직 상실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은 개인차원의 수사나 판결에는 잠자코 있다가, 새만금 판결을 계기로 기다렸다는 듯이 사법부가 ‘월권’을 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법부가 여당에 대해 편파적이고, 헌법과 국익에 반하는 월권을 했다는 증거는 없다. 여당 인사들에 대한 검찰조사는 위법 혐의가 있었기 때문이며, 조사결과 결백하다면 문제될 것도 없다. 편파수사라는 물증도 없다. 또 선거법 위반 재판은 계속되고 있고, 여당의원이라서 재판에 더 불리했다고 보여지지는 않는다. 그런데 마침 새만금 관련 판결이 있고서야 사법부를 공격하는 것은 ‘울고 싶은데 뺨을 때려준 격’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열린우리당은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 때도 헌재재판관의 자질문제를 거론한 바 있고, 검찰의 대통령 측근비리 수사 때도 검찰의 권한 축소를 얘기했고, 사법부의 판결에는 ‘역차별’이라고 나서고 있다. 유리하면 잠자코 있다가, 불리하면 손을 보겠다고 나서는 것은 3권분립 정신에 어긋나는 오만일 뿐이다. 그러니까 ‘코드’를 내세워 편가르기에 나선다는 오해를 받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헌법재판소의 권한을 축소하는 입법안을 제출해 놓고 있고, 대법원장 및 대법관 6명의 임기만료를 앞두고 개혁인사로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념적 편차가 첨예한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대법원의 중립이 보장되어야 하고, 일정부분 진보보다는 보수적이어야 하는 것이 안정적이다. 여권의 입맛과 코드에 맞는 결론이 아니라고 뒤집겠다는 생각은 아무리 ‘사법개혁’이라는 포장을 한다고 해도 설득력이 없다. 사법부는 정치외압으로부터 반드시 보호되어야 한다.
  • [이젠 사람입국이다] 9.리츠칼튼·씨티그룹 경영철학

    [이젠 사람입국이다] 9.리츠칼튼·씨티그룹 경영철학

    “싱가포르 사람에 대한 외국인들의 인상은 오만하다는 겁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보면 우리 국민은 정부가 내놓는 갖가지 정책을 따라가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자원 하나 없는 작은 나라가 남보다 앞서가려니 오죽하겠습니까. 우리는 정부를 믿고 따라갈 뿐이지요. 덕택에 자부심을 가질 만한 국민소득 2만달러의 강소국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서 시내 호텔로 들어가는 동안 택시기사 리 콴(58)은 싱가포르인들의 삶과 의식을 이렇게 묘사했다. 경쟁이 힘겹지만 똑똑한 정부와 그들을 따르는 국민이 있어 번영을 이룩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새로운 당근을 끊임없이 개발해 국민과 기업이 경쟁력을 갖도록 독려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1997년부터 직원 교육을 잘하는 기업에 전문성을 인증해 주고 있다. 예컨대 상품에 품질인증을 해주듯 상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인력에 투자하는 기업에도 인증(PD·people developer)을 주는 것이다. 성과가 특출하면 인적자원개발최우수상(PE·people excellence)도 준다. 국민과 기업의 호응도도 뜨겁다. ●직원이 신나야 고객도 즐겁다 리츠칼튼 밀레니아 싱가포르 호텔은 1996년 문을 연 이래 싱가포르 품질대상(2000년), 싱가포르 인적자원개발최우수상(PE·2002) 등 각종 상을 휩쓸었다.PD 인증도 2001년 받았다. 이 호텔에 들어서면 웃음 가득한 직원들의 얼굴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직원 모두 손님의 이름을 기억하고 부를 만큼 ‘내 사업을 하듯 손님을 모신다.’는 직업 의식이 몸에 배있다는 인상이다. 객실수 610개, 직원 622명으로 전세계 58개 리츠칼튼 체인 중 최대 규모다. 이 회사의 경쟁력은 인적 중심의 문화다.‘직원이 신나야 손님도 즐겁다.’며 ‘직원 만족’을 강조한다. 연말마다 미국 조사기관인 PRA(Personnel Research Association)에 의뢰해 직원 만족도를 측정한다. 전년에 이어 2004년에도 이 회사 직원의 만족도는 99%. 전 세계 체인 최고 수준이다. 옥타비오 가마라 총지배인은 “직원에게 자기계발 기회를 제공해 보상을 강화하고 교육을 통해 회사 철학이 호텔 서비스에 반영되도록 한다.”면서 “직원들에게 소속감을 주고 이 회사에서 개인이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시켜주면 직원들의 만족도는 자연히 높아진다.”고 말했다. ●생활속에 교육과 철학이 숨쉰다 직원 만족은 직원 능력 계발과 직결된다. 매일 근무 시작전 20분씩 팀별로 이뤄지는 아침 회의격인 ‘라인 업’ 시간을 통해 소속감 강화, 직원 교육, 보상 활동 등이 이뤄진다. 예컨대 라인 업 시간에 쓰이는 회의자료인 라인 업 패킷은 매일 호텔에서 발행한다. 패킷에는 고객 정보, 매출 등 기본 사항 뿐만 아니라 생일을 맞은 직원의 사진, 당일 교육 및 활동 내용 등 사내 모든 정보가 들어있다. 팀원중 한 사람씩 돌아가며 회의를 주재한다. 회사 사정에 소외되는 직원이 없다. 이 회사의 직원이라면 달달 외우고 있어야 하는 리츠칼튼인의 신조, 리츠칼튼인의 다짐, 서비스의 3단계, 직원에 대한 약속, 리츠칼튼인의 기본수칙 등으로 구성된 ‘골든 스탠더드’도 이 시간을 통해 되새겨진다. 회사 철학이기도 한 이 골든 스탠더드의 내용들을 담은 손바닥 크기의 카드는 직원들의 명찰과 같은 필수품이다. 고객의 이름을 기억하고 사용해야 하는 것은 ‘서비스의 3단계’에 포함되어 있다. 가마라 총지배인은 “다른 호텔은 호텔이 생긴 뒤에 철학을 만들었지만 우리는 철학에 기초해 호텔을 개업한 케이스”라면서 “우리의 철학은 직원과 회사가 서로 존중하는 문화를 통해 고객 만족을 이루는 것”이라고 말했다. ●좋은 행동은 습관으로 만들어라 ‘퍼스트 클라스 카드’는 직원의 바람직한 행동을 습관으로 키우는 도구다. 이 카드는 직위 고하와 부서를 막론하고 고마운 직원에게 감사를 표시할 때 쓰인다.‘나는 좋은 직원’이란 사내 인증 시스템인 셈이다. 직원의 모범 사례는 ‘와우 스토리’로 기사화해 각각의 체인에서 본점인 워싱턴으로 보내진다. 본점에서는 이 중 좋은 사례를 엄선해 다시 전세계 체인으로 내려보내면 라인 업 패킷에 실려 공유된다. 이밖에 연 155시간의 교육은 별도다.PC, 복장, 안전, 외국어 등 기본 교육부터 ‘성공하는 사람의 일곱가지 습관’ 등 경영 세미나까지 내용이 다양하다. 요리 꽃꽂이, 미술작품 해설 등 선택해 듣는 교양 프로그램도 많다. 또 교육과정에는 자체 인력도 적극 활용된다. 양식당을 관장하는 요리사 투리 리앙 씨는 “중식, 양식 등 각 부문이 교육에 서로 연계되어 있다.”면서 “영역은 다르지만 다른 사람의 방법을 보고 배우면 그 만큼 지식을 넓히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요리의 달인을 초빙해 행사를 열어 시아를 넓히는 것은 물론 각종 요리 대회와 세미나에도 참가해 역량을 키우도록 해준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페 미겔 호텔 총주방장은 “일반 호텔의 주방에선 자기가 맡은 요리와 관련된 것만 가르친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회사의 철학과 문화는 물론 직원으로서 필요한 기본 소양과 예절도 함께 가르쳐 리츠칼튼인으로 배양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고 말했다. 직원 만족 설문은 회사의 정책과 직원에 대한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다. 예컨대 ‘회사의 모토는 ‘우리는 신사숙녀 여러분을 모시는 신사숙녀들입니다.’인데’ 실제로 회사로부터 신사숙녀의 대우를 받고 있습니까.’ ‘직원은 상사의 결재없이 손님을 위해 싱가포르 달러 2800불(한화 약 176만원)을 쓸 수 있는데 실제로 그런 권한을 사용할 수 있었습니까.’ 등을 묻고 있다. 리네트 레슬러 교육 팀장은 “리츠칼튼의 교육은 직원이 회사와 함께 성장하는 데 중점을 둔다.”면서 “인력이야말로 우리 회사의 서비스 수준과 직결되는 가장 큰 자산인 만큼 인력 투자는 회사의 성장 전략이다.”고 말했다. ■ ‘씨티그룹 싱가포르’에선 ‘인재를 활용해 인재를 키워라.’ 씨티그룹 싱가포르는 지난 2003년 정부로부터 PD 인증을 받은 기업 중 하나다. 교육에도 인력 활용의 묘를 강조한 대목이 특히 눈에 띈다. ●인력을 활용해라 씨티그룹 싱가포르는 개인능력 계발, 경영, 리더십 등 3개 부문 200여 과목을 해마다 개설해 직원들에게 수강토록 한다. 연초에 새 학기가 시작되듯 강의 소개와 신청서를 담은 200여페이지의 책자를 배포한다. 외부 강사도 많지만 내부 직원을 강사로 활용한다. 이 비율은 6대 4이다. 국내외 MBA과정 이수 지원 프로그램도 있다. 의무교육 일수는 한해에 5∼6일. 근무 여건이 허락하면 욕심나는 만큼 수강할 수 있다. 릴리안 티오 씨티그룹 싱가포르 교육 총괄은 “내부 인력을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직원을 강사로 활용하는 것 뿐만 아니라 사내 선후배간 멘터-멘티제를 시행, 선배 직원이 후배에게 소속감과 일의 방향을 제시해 주는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인사고과 성적이 우수한 사람들이 후배의 조력자 역할인 멘터가 된다. 연말이면 ‘직원의 목소리’(voice of employees)란 제목의 직원 만족도 평가도 실시한다.‘이 조직에서 성장할 기회가 있는가.’ ‘잘한 일에 충분한 보상을 받았는가.’ 등을 묻는 이 조사는 직원이 상사로부터 제대로 된 피드백을 받아 업무를 하는지도 조사한다. ●조직 화합에 필요한 ‘right people’을 키워라 씨티그룹의 한 부문인 RCPMU(리져널 캐시 프로덕츠 메니지먼트 유니트)는 2003년 인적자원개발최우수상(PE)을 받았다. 아시아·태평양지역 13개국의 해외 송금, 해외어음 추심 등을 총괄하는 센터다. 직원 한 명이 만지는 금액이 하루 평균 20조원에 달해 교육이 특히 강조된다. 실비아 비자야 RCPMU 부문 교육담당자는 “공부만 잘하고 좋은 학교 나온 사람은 필요없다. 동료들과 협력하고 자신의 능력을 계발하는 데 게을리 하지 않는 ‘right people’을 뽑아 교육을 통해 전문가로 양성하는 게 인력계발 원칙”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입사전 6개월의 수습기간을 거친 뒤 채용을 확정한다.‘나는 누구로부터도 배울 수 있다.’는 태도를 가졌는지를 눈여겨 본다는 설명이다. 입사가 결정되면 이후 4년간 교과 과목처럼 필수적으로 밟아야 할 정규 학습 코스가 기다린다. 예컨대 한국팀에 배정받으면 사내에서 이뤄지는 교육 이외에도 한국지사에 파견을 간다. 지사로부터 자료를 받아 공부하거나 전화를 걸어 설명도 받는다.4년 코스가 끝나면 아시아·태평양지역 13개 국가의 외환관리 규정 등 각 나라의 금융환경, 금융결제·감독 제도와 국가별 차이를 꿰뚫게 된다. 비자야 교육 담당은 “팀의 협력성이 중요한 만큼 직원간 화합을 위한 제도도 중요하다.”면서 “팀별로 한달에 한번 정기 회의를 갖고 서로의 장단점을 공개 평가하는 자리(cross-fire meeting)도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 [깔깔깔]

    ●백수 판별법 *영화 이야기만 나오면 안 본 영화들이 없는 듯하지만 최근 극장 개봉 영화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오직 비디오만이 영화를 보는 유일한 루트다.). *비디오 가게에 가는데 무스로 머리를 세우고 온갖 치장을 다하고 나간다(오랜만의 외출이니까….). *자신이 백수임을 감추기 위해 전화를 받으면 언제나 “여기 밖인데”라며 마치 집 밖에 있는 척한다. *PC방이나 오락실에 가면 주인 아저씨가 밝게 인사를 한다(본인은 애써 외면한다. 창피하니까.). *허리가 부실하다.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 있다보면 언제나 의자에 눕는(?) 자세가 되어서 허리가 안 좋아진다. *세상물정에 어둡다(몇달 지난 물가를 기준으로 계산하곤 한다.). *혼자 노는 방법이 무척 다양하다. 벌레 재미있게 죽이기, 혼자하는 실뜨기 등을 연구하곤 한다.
  • [Green 통신] ‘초록희망’은 곳곳에 있었다

    [Green 통신] ‘초록희망’은 곳곳에 있었다

    전국의 환경훼손 현장을 돌며 시위를 벌여온 초록행동단이 활동을 마감하고 23일 귀경했다. 염형철 국장이 현장에서 보내온 ‘순례기’를 싣는다. 1월3일, 길을 떠났다.10여개 환경단체 소속 30여명으로 구성된 초록행동단의 일원으로 “환경파괴 현장에서 초록불씨를 지피고, 얼어붙은 땅속에서 녹색희망을 발견”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21일 동안 19곳의 지역에서 53개 행사를 진행하며 5500km를 이동했다. 우리의 목표와 각오는 출발부터 흔들렸다. 공사장이 된 전국의 산하, 끊임없이 이어지는 환경파괴에 무력해졌기 때문이다. 시멘트 원료가 된 자병산, 안동시민의 수돗물을 흙탕물로 만든 임하댐, 군부대 기름으로 뒤범벅된 1군단, 지역 갈등의 씨앗인 핵발전소들, 밀집된 공단으로 매캐한 광양만, 계화갯벌과 칠산어장을 망가뜨린 새만금 간척, 도로에 뚫린 계룡산 그리고 국토를 좀 먹는 곳곳의 골프장들…. 그 많은 현장, 그 엄청난 죽음의 행진 앞에서 우리는 초록불씨를 지피기는커녕 불씨를 간직하기조차 어려웠다. 부끄러움을 잃고, 욕심에 눈 먼 세상에도 좌절했다. 거리낌없이 환경을 파괴하고 특혜를 요구하는 골프업자들, 기업의 이윤추구를 국책사업으로 미화하는 건설업자들, 땅 투기와 난개발을 지역발전으로 오도하는 지자체 등에서 몰염치와 억지를 보았다. 절망과 원망도 밀려왔다. 하지만 무너진 자연과 이기적인 군상 그리고 환경파괴 정부와 부닥칠 때마다, 그곳에는 지역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었다. 잠자리를 내주고, 따뜻한 음식도 제공해 주었다. 그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희망을 놓지 않고 길을 갈 수 있었다. 낮은 곳에서 초록불씨를 지키고 있는 그들을 접하며,“전국을 돌며 초록불씨를 지피겠다.”고 호언했던 우리의 ‘오만’을 알게 됐다. 지역의 일이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연대의 중요성도 새삼 깨달았다. 결국 비상한 각오로 출발한 순례는 곳곳의 초록희망들을 만나고, 그동안 우리가 해왔던 일이 헛된 것이 아니었음을 깨우치는 계기가 됐다. 초록세상을 일굴 씨앗들은 얼음장 속에서도 자라고 있었다.
  • [‘박정희 저격사건’ 문서 공개] 韓日 한달간의 외교 냉전

    [‘박정희 저격사건’ 문서 공개] 韓日 한달간의 외교 냉전

    ‘문세광 사건’은 한·일 관계를 단교 직전 상황까지 내몰게 된다. 박정희 정권은 당시 일본의 미온적인 수사협조 등 ‘성의 부족’에 분개했다.8월29일자 외무부 정보보고는 “일본 경시청은 육영수 여사의 저격이 ‘과실 살인’인데도 한국 수사당국이 짜맞추기 수사로 무리한 법 적용을 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日, 對韓접촉 중단 게다가 일본 정부는 한국에서 일고 있는 반일감정으로 양국관계가 최악의 사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이에 따라 일본 기업들도 대(對) 한국 상담(商談)을 유보했다. 외무부는 “일본의 지원없이 한국경제가 지탱하기 곤란할 것이라는 오만한 자부심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외교부는 “외교 최우선 과제로서 (주재국에) 일본을 압박해줄 것을 요청하라.”고 재외공관에 전문을 보낸다. 앞서 주일 한국대사는 8월24일 다나카 총리를 찾아가 일본의 적극적 수사협조 등을 촉구하는 김종필 국무총리의 친서를 전달했다. 정부는 다나카 총리의 답신에 일본정부의 공식 사과와 조총련에 대한 철저한 수사 등의 언급이 포함될 것을 기대했다. ●韓, 美에 압력행사 요구 그러나 주한 일본대사는 9월8일 외교부 장관을 예방,“특사를 보내면 사죄 사절이란 인상을 주기 때문에 곤란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9월9일 김종필 총리에게는 “사죄특사의 파견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친서에 다른 현안을 언급하는 것이 어떠냐.”고 ‘황당한’ 안을 내놓기도 했다. 일본의 입장에 변화가 없자 9월4일 함병춘 주미대사가 미 국무부 하비브 차관보를 비밀리에 만난 데 이어 김동조 외교부장관도 5일 에릭슨 주한미국 대사대리를 만나, 일본에 영향력 행사를 부탁한다. 한국 정부의 태도가 강경하자 미측은 우려를 표시했다. 하비브 차관보는 “포드 대통령과 키신저 국무장관에게 한국정부 입장을 브리핑하겠다.”면서도 “미국은 모두 우방인 두 나라가 원만히 문제를 해결하기 바란다. 조용히 일본측의 답변을 기다리는 것이 상책”이라고 조언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9월10일 유정회 소속 최영철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만약 일본정부로부터 11일까지 아무 회답이 없으면 12일에 특별성명을 발표하고 최후 경고를 일본에 발한 뒤 주일대사와 외무장관의 사표를 받든가 하는 조치를 하고, 다음에 단교조치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美 “단교땐 한국 안보 위험” 이에 주미대사관 박근 공사는 12일 하비브 차관보를 만나 거듭 같은 요청을 하지만, 하비브는 격앙된 어조로 “미국은 할 만큼 했다.”며 단호히 거절했다. 박 공사는 이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다. 그리고 한 시간 뒤 정부는 다시 하비브에게 전화를 걸어 “몇시간 내에 요구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예정된 코스’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나 “한국의 방위는 일본을 전제로 할 때만 가능한 만큼 한·일 관계가 깨지면 한국 방위도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가 돌아왔다. 하비브는 한국의 조총련 규제요구는 비합리적이라며 일본의 안을 받아들일 것을 요구했고, 결국 한·일협정의 주역이었던 시나 특사 일행이 방한해 답신을 전달하면서 한달 가까이 지속된 한·일 외교갈등이 봉합된다. 역시 이 과정에도 한·일협정의 배후에 있었던 미국의 중재가 있었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사설] 지구촌 평화 이끄는 미국 되기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집권 2기 대외정책 주제어로 ‘자유의 행진’을 제시했다. 오늘 새벽 2시(미국시간 20일 정오) 화려한 취임식을 가진 부시 대통령은 평화는 자유를 증진함으로써 확보된다고 밝혔다. 미국이 바로 ‘자유의 힘’이라는 그의 논리에 선뜻 동의할 수 없다. 오만을 버릴 때 전세계인들은 유일 초강대국 미국을 존경할 것이다. 부시 취임에 즈음해 BBC방송이 21개국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부시재선으로 세계가 더 위험해졌다.”는 답변이 58%에 달했다. 미국의 일방주의·패권주의 강화 우려가 높아지면서 이란과의 전쟁 얘기가 벌써 나온다. 미국이 ‘우리편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적 잣대를 계속 들이댄다면 세계평화는 요원하다. 민주주의 확산은 필요하지만 제국주의적 방법, 특히 무력까지 동원된 민주주의 강요는 이라크에서 보듯이 희생이 너무 크다. 미국은 하루 3000억원을 이라크에 쏟아붓고 있다. 올해 말까지 2500억달러의 전비가 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현재 GNP의 0.15%를 대외원조자금으로 쓰고 있다. 연간 150억달러 정도다. 미국이 이라크 전비를 대외원조에 쓴다고 생각해 보라. 전세계 수억명의 빈곤층이 먹고사는 걱정에서 해방될 것이다. 진정한 대국의 힘은 지구촌의 어려움을 살피고 번영을 나누겠다는 정책을 쓸 때 나온다. 부시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하는 민주주의 확산은 대외원조 확대와 외교력 강화로 풀어야 효과가 있다. 부시 대통령과 라이스 국무장관 지명자 등 수뇌부가 먼저 네오콘적 시각에서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 북한 등 일부 국가를 ‘폭정의 전초기지’라며 벼랑으로 몰아붙이면 안 된다. 힘을 앞세운 1기 대외정책의 문제점을 인정하는 바탕위에서 새 외교를 펼쳐야 한다. 북한의 체제변형과 핵문제 해결은 미국의 무력이 아니라, 과감한 외교적 양보에 따른 개혁·개방 유도로 이룩해야 한다. 한국과 서유럽 등 기존 동맹국들은 물론 북한, 이슬람국가들도 미국과의 ‘새출발’을 희망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 [박동섭 가족클리닉 행복만들기] 싸움꾼 아내랑 이혼할래요

    서울신문은 김영희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의 이혼클리닉에 이어 12일부터 ‘가족클리닉, 행복만들기’ 상담 칼럼을 주 1회 연재합니다. 대학에서 가족법을 강의한 박동섭 변호사와 한국가족상담소 이사인 안귀옥 변호사가 번갈아 연재할 이 칼럼에서는 부부·고부갈등, 자녀 문제 등의 고민을 듣고 최선의 해결책을 모색할 것입니다. 상담 의뢰는 인터넷 서울신문(www.seoul.co.kr)에서 받습니다. 결혼 18년차로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평범한 직장 남성입니다. 저는 남과 다투는 일이 없는데 마누라는 직장에서나 동네에서나 싸우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요즘엔 이웃과 만나지 않으니 부부싸움이 너무 잦습니다. 시시콜콜한 문제로 열흘에 한번씩 난리를 쳐 더 이상 마누라와 어떤 말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마누라에겐 왜 그렇게 싸울 일이 많은지, 그토록 트집을 잘 잡는지…. 싸움을 걸어오면 참다 못해 윽박지르거나 욕을 내뱉고 맙니다. 피하면 쫓아다니며 따지고, 괴롭히고…. 부부가 아니라 ‘웬수’임에 틀림없어요. 결혼해서 산 시간보다 앞으로 남은 시간이 더 많은데, 이제 이혼해야 하나 봐요. -유신임- 유신임씨, 결혼생활을 18년이나 지속하며 자녀를 두 명이나 낳아 키운 남편이자 아빠로서, 가정의 불화에 시달리고 있다니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아내가 싸움을 많이 한다고 했는데 남과 싸움을 잘하는 사람은 항상 싸움걸기를 좋아하고, 싸움을 하지 않으면 심심해 살기 어려운가 봅니다. 최근 신임씨가 직장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만 지내고 있는지, 그래서 부쩍 부부싸움이 늘어난 것은 아닌지 궁금합니다. 신임씨의 일방적인 이야기를 듣고서 답변을 한다는 점이 마음에 걸립니다. 아내의 말을 들어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거든요. 물론 양쪽 이야기를 다 들어봐도 정답이 나올 수 없는 가정문제가 허다할 것입니다. 이야기를 다 듣고서 “남편이 잘못 했네.”아니면,“아내 쪽이 틀렸구먼.”이라고 판단을 내린다고 해도 그 부부의 싸움이 끝나는 것도 아니지요. 부부싸움 거리를 보면, 무슨 거창한 문제가 아닙니다. 예를 들면 ‘절대적 진리나 정의는 존재하는가. 인류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신은 존재하는가.’등을 놓고 싸우는 부부는 거의 없습니다. 대개 “머리카락은 왜 흘리고 다니느냐. 치약은 왜 가운데를 눌러쓰느냐. 발을 왜 안 씻느냐.”등 시시콜콜한 문제입니다. 부부싸움을 근본적으로 없애려면 두 사람이 변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적어도 한 사람은 바뀌어야 합니다.‘두 손뼉이 맞아야 소리가 난다.’는 말이 있잖아요. 어느 한편이 피해 버리면 소리가 날 수 없지요. 35년 동안 결혼생활을 한 내 경험을 이야기해 보지요. 맏딸이 유치원에 다닐 때 일입니다. 종알종알 말을 잘하던 아이가 어느날 제게 놀랍게도 “나도 화를 낼 줄 아는 인간이란 말이야!”라고 말하더군요.‘아빠는 1. 엄마랑 싸움하지 말 것 2. 너무 큰 소리 치지 말 것 3. 벌컥 화를 내지 말 것 4. 나를 데리고 뒷동산에 자주 놀러 갈 것’ 등을 요구사항으로 늘어놓았어요. 이 말을 듣고서 “그동안 아이 눈에 비친 아빠의 모습이 이렇구나. 이래선 정말 안 되겠다.”고 크게 뉘우쳤습니다. 그 후 부부싸움을 일체 중단했습니다. 부부 사이에선 자존심 따위를 버려야 합니다. 스스로를 억제하며 상대방을 존경해야 합니다. 남편이든, 아내든 서로를 복종시키려 해선 안 됩니다. 그리고 실제로 복종시킬 수도 없습니다. 차라리 서로가 서로의 종이 돼야 합니다.‘나는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당신의 종이 되어도 좋습니다.’이런 각오만 된다면, 문제는 사라집니다. 다만 “나는 파출부 아니고 뭐야.”“나는 머슴이지 뭐.”식으로 열등감에 빠져 스스로를 비하해선 안 됩니다. 어느 목사가 부부싸움 때문에 상담하러 온 여성에게 물이 담긴 주전자를 주면서 “집에 가서 남편과 싸움이 시작되거든 얼른 이 주전자의 물을 한 모금 입에 머금고 남편의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십시오.”라고 충고했답니다. 부부싸움이 일어나려 할 때마다 계속 그렇게 하라고 일렀지요. 여성이 그 충고를 따랐더니, 부부싸움은 안개처럼 사라지고, 사랑과 평안이 넘치는 가정이 됐다고 하네요. 그후 이 물을 성수(聖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옛날 우리 조상들도 신혼부부에게 당부한 세 가지 지혜가 있습니다.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장님 3년을 보내라고요. 신혼부부는 결혼하면,3년간 말을 조심하고, 보고도 못 본 체하며, 듣고도 못 들은 척하며 지내라는 명언입니다.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필요한 얘기입니다.
  • “韓流, 5년안에 寒流 된다”

    “韓流, 5년안에 寒流 된다”

    “한류(韓流),5년 안에 끝난다.”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은 10일 최근 동남아 한류국가를 방문한 결과를 정리한 ‘동남아 한류 견문기’를 통해 “한탕주의와 적극적인 홍보전략 부재를 개선하지 않으면 길어야 5년, 짧으면 2∼3년 안에 한류는 끝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 의원은 국회 문화관광위 소속인 같은당 이광철 의원,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과 지난 2∼8일 타이완,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 3개국을 돌며 현지 방송 관계자 등과 면담하고 이같은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민 의원은 “한류 열풍을 일으킨 타이완의 경우 2004년 한국드라마 방영시간은 356시간으로 그 전년의 811시간에 절반도 못미치고 있다. 반면 한국드라마의 1회분 평균 구매액은 2004년에 5090달러로 전년도 3942달러보다 29.1% 올라, 가격경쟁력이 약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도별 방영시간과 구매총액 추이를 살펴 보면 확연히 한류 붐이 식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입총액은 2001년 81만 4000 달러,2002년 224만 1550달러,2003년 319만 9100 달러로 증가하다가 지난해에는 181만 2000 달러로 꺾였다. 한국 드라마의 시청률도 점차 하락 추세를 보이면서 황금시간대에서 밀려나고 있다. 이같은 추세는 일본이 90년대 초반에 범한 ‘전형적’ 오류였다는 것이 이광철 의원의 지적이다. 이 의원은 “91년부터 96년까지 동남아시아에서 일본 드라마 바람, 즉 ‘일류(日流)’가 선풍을 일으켰다.”고 회고한 뒤 “그러나 당시 일본에서는 일본문화의 우수성에 바탕한 열풍으로 이해하고,‘오만한 가격정책’을 구사해 5년여 만에 밀려났다.”고 설명했다. 민 의원은 특히 “한국의 방송사들이 경매 입찰에 부치기 때문에 고가의 입찰가를 적어낼 수밖에 없어,(동남아 방송사들이이)한국 방송사들의 가격정책에 따른 고충을 토로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도 “한국 드라마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올 7월부터 20% 수입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류열풍의 지속을 위해 문화관광부 산하에 해외문화총국을 신설해 한류상품의 기획과 제작에서 최종 배급, 제조업과 관광업 등 관련산업과 연관해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 의원과 이광철 의원은 “한류가 국가 이미지 제고와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는 만큼, 민간기업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에 한국문화원을 설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자연의 재앙, 인간/프란츠 부케티츠 지음

    ‘자연의 재앙, 인간’(프란츠 부케티츠 지음, 박종대 옮김, 시아출판사 펴냄)은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답답하고 우울한 느낌을 지울 수 없게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 책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진화는 있을지언정, 진보는 없다.’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 ‘진화란,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의 연속’이란 절망적 목소리뿐이다. 처음엔 ‘이렇게 극단적이고 병적인 비관주의적 사고의 소유자가 있을까.’ 하고 저자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번득이면서 책장을 넘겨보지만, 거부하기 어려운 논리에 의문부호를 하나씩 내주다 보면 결국 남는 것은 가슴 가득 차오르는 답답함뿐인 걸 어쩌랴. ●진화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의 연속 냉정하게 돌이켜보면 사실 인간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인류의 진보를 종교처럼 떠받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과학기술의 발달에 비례해 살육의 기술과 규모를 키우는 인류의 광기, 개발과 물질만능 뒤안의 환경파괴와 그로 인한 자연재앙들만 보아도, 진보는 허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완전히 지워버리긴 어렵다. 책이 시작되자마자 저자는 묻는다. 최초의 인간이 석기나 맨손으로 짐승을 사냥하고 열매를 따먹다가 현대인이 슈퍼마켓에서 포장된 음식을 구입해 요리해먹게 된 것을 진보라고 할 수 있는가. 인간이 과학기술 문명의 혜택을 누린다는 이유만으로 석기시대의 선조들보다 나은 인간이라가 말할 수 있는가. 이 책은 생물학적 진화와 사회문화적 진화 영역에서 진보사상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발전했는지를 해부하고, 이를 통해 진보사상이 얼마나 공허한 것인지를 여지없이 파헤친다. 먼저 생물학적 진화를 과연 진보와 발전의 개념으로 연상하는 것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기생생물의 예를 들어 밝힌다. 바다에 사는 게에 기생하는 주머니벌레는 유충때 자유롭게 바닷속을 떠다니다가 숙주인 게의 몸속으로 구멍을 뚫고 들어간다. 일단 들어가면 눈과 다리, 신경조직은 완전히 퇴화하여 사라지고, 대신 앞쪽 끄트머리에서 가느다란나 관들이 나와서 벌레 자체가 생식선화한다. 이처럼 기생생물은 진화가 오로지 진보와 발전이 아닌 퇴행도 함을 잘 보여준다. 생물이 고도로 진화해 탄생했다는 포유류중 하나인 개 1마리에 얼마나 많은 기생생물이 살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진화에서 진보와 상승발전이 핵심이라는 주장은 정말 터무니없다는 것이다. ●수많은 생물종들이 진화하다 멸종 지은이는 생물들의 진화는 근본적으로 크고 작은 재앙들의 연속이라고 누누이 강조한다. 지구가 생긴 이후 수많은 생물종들이 진화하다가 멸종의 재앙을 맞았으며, 이는 인간도 예외일 수 없다는 것. 만일 진화과정에서 중단 없는 진보가 존재한다면 이같은 재앙들을 설명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은 그 자체가 자연사에서 발생한 갖가지 재앙들의 한 결과물일 뿐이다. 한데도 그러한 사실을 잊은채, 지구상의 어떤 동물보다 더 나은 지식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연과 진화를 점점 더 큰 재앙속으로 밀어넣고 있다. 인간은 여전히 자연의 폭력 앞에 미약하고 무력한 존재이며, 정교하게 발달한 과학기술에도 불구하고 대규모의 자연재앙에 속수무책일 뿐이다. 지금까지 멸종을 맞은 수많은 생물, 아니 우리 선조인 구석기인들만 해도 막대한 재앙을 일으킬 능력이 애초에 없었지만 현대인 즉 ‘연미복을 입은 석기시대인’은 진보의 기치를 높이들고 대량소비와 환경파괴란 폭탄을 짊어지고 재앙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자연의 재앙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사회문화적 진화는 진보성을 띠고 있는가. 지은이는 이 또한 단호히 거부한다. 진보의 증거로 내세우는 문명은 오히려 인간의 원시적 습성과 행위 충동, 즉 파괴본능을 더 조장한다. 파괴본능으로 무장한 인간의 원시적 행위 충동들이 쉽게 발현될 수 있도록 특별한 삶의 조건들을 만드는 것은 다름아닌 문명인 것이다. 그 노골적인 예가 바로 국가간의 전쟁이다. 구석기시대의 무리들이 생존을 위해 사냥감을 놓고 싸움을 벌였다면, 현대 국가들은 이데올로기적 이유로, 국가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는 이유로, 혹은 세계를 지배해야겠다는 신념으로 전쟁을 일으킨다. 문명화 과정은 오히려 갖가지 도구들의 축적과 함께 인간의 폭력적 잠재력을 체계적으로 확장시킨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문명은 인간의 파괴본능 되레 조장 이 책은 만물의 영장을 자임하고, 지구의 주인으로 행세하면서도 지구의 황폐화를 향해 달려가는 현대인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국제적으로 저명한 생물학자이자 과학철학자인 저자는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까지도 헛된 희망을 땅에 묻어버리라고 독자들에게 요구한다.‘인간이 우주조차도 자신을 위해 존재한다는 오만을 버리고 우주의 한 점에 불과한 곳에 사는 털없는 원숭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재앙을 향한 발걸음을 최소한 늦출 수는 있지 않을까. 그러나 오만과 광기로 점철된 지난 역사를 돌이켜볼 때 이 또한 헛된 희망일 듯싶다.1만 8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NYT가 반한 서울의 ‘멋’ 서울의 ‘맛’

    NYT가 반한 서울의 ‘멋’ 서울의 ‘맛’

    서울 사람에게 서울은 단지 무덤덤한 생활 공간이다. 아니, 탈출하고 싶은 답답한 도시일 뿐이다. 매일 스쳐 지나가는 남산타워의 모습과 인사동·청담동 거리는 회색도시의 프로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건 무관심에서 비롯된 우리의 오만이나 착각이 아닐까. 미국의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우리가 무심했던 서울을 꼼꼼하게 되짚었다. 그것도 ‘도쿄에 버금가는 화려한 볼거리와 재미가 있다.’며 서울 관광을 적극 추천했다. 서울은 많은 볼거리 먹을거리를 품고 있는 매력적인 도시다.NYT가 찾아낸 서울의 볼거리와 먹을거리에 확대경을 들이대고 다시 돌아봤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NYT가 반한 서울의 ‘멋’ ●“왜 서울에 가야 하는가” NYT는 이 같은 물음을 던지며 서울 관광을 적극 권했다. 신문은 눈부신 경제성장과 더불어 서울의 마천루는 나날이 화려해지고 있으며 문화시설도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평했다. 압구정동과 청담동, 이태원 등은 미국 웨스트 할리우드나 일본 하라주쿠 못지않다고 칭찬했다. 관광 코스로는 낮에는 인사동 갤러리와 남산 서울타워,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을 돌아보고, 밤에는 청담동 재즈바나 클럽, 이태원 나이트클럽을 가보라고 권했다. 이 가운데 삼성미술관 리움(www.leeum.org)은 지난해 10월 13일 개관한 세계 수준의 국내 최대 사립미술관으로 예약제로 운영돼 아직 일반인에겐 생소한 곳이다. 삼성그룹 창업주인 이병철가(家)가 수집한 1만 5000여점의 소장품을 전시하는 리움은 건물 자체가 예술품이어서 서울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는 곳이다. 리움은 뮤지엄1과 뮤지엄2, 삼성 아동교육문화센터 등 3개의 건물로 구성돼 있다. 특히 뮤지엄1은 세계적인 건축가 스위스의 마리오 보타의 작품.‘청자진사 연화문 표형주자’(국보 133호)와 ‘고려 금동대탑’(국보 213호),‘고려 불화 아미타삼존도’(국보 218호) 등 국보 25점과 보물 35점이 전시돼 있다. 뮤지엄2는 천재 건축가 프랑스의 장 누벨의 작품이며,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는 네덜란드의 렘 쿨하스가 설계했다. 그러나 사전에 예약(2014-6901)을 해야만 볼 수 있으며, 예약시간도 오전 10∼12시까지로 예약이 쉽지 않다. 한국의 전통문화가 살아 숨쉬는 인사동도 꼼꼼히 살펴 보면 새롭게 다가온다. 종로구 안국동 로터리에서 종로 2가 방향으로 뻗어 있는 400여m의 좁은 골목길에는 수백여개의 골동품 판매점과 고서적 전문점, 공방, 전통찻집 등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최근에는 인사아트센터 맞은편에 복합문화쇼핑몰 쌈지길이 개관했다. 쌈지길 1층 첫걸음길 마당엔 각종 문화행사가 열리며,3층에는 무형문화재 및 전승작가의 공방이 들어서 있다.2층과 4층에는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찻집과 식당이 있다. ■ NYT가 혹한 서울의 ‘맛’ ●“이곳이 맛 있대요” 서울의 먹을거리로 장충동의 한국요리 전문점 지화자와 청담동 이탈리아식 퓨전 레스토랑 카페 74, 논현동의 미스터 차우가 첫번째에 꼽혔다. 국립중앙극장 1층에 있는 지화자(2269-5834·www.jihawajafood.co.kr)는 조선왕조 궁중음식 중요 무형문화재 38호로 지정돼 있는 황혜성 교수의 맏딸 한복려씨가 운영하는 한정식집. 전통음식을 지키는 일을 일생 업으로 삼고 살아온 황 교수는 자신에게 궁중음식을 가르치던 스승인 궁궐 상궁이 돌아가신 후부터 궐안에서 배운 궁중음식 요리법을 전수해 지난 71년 인간문화재로 지정됐다. 음식은 구절판과 신선로를 비롯해 생과방의 떡과 한과 등 다양한 식단이 마련돼 있다. 궁중만찬(9만 9000원)과 궁중진상(7만 2000원), 점심에만 하는 낮것상(2만 5000원), 진짓상(1만 5000원) 등이 있다. 워낙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 예약해야 한다. 최근 삼청동(733-5834)에 분점을 열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차이니즈 레스토랑 미스터 차우(517-2100·www.mrchowseoul.com)는 다양한 딤섬요리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시금치즙으로 색을 낸 새우만두와 물냉이와 마른새우가 들어 있는 딤섬, 파인애플을 넣은 볶음밥이 일품이다. 호텔로비와 같은 고급스러운 분위기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런치코스는 2만 5000원부터 시작하며, 디너코스는 3만 5000원부터다. 특히 저녁식사후 새벽 3시까지 운영하는 분위기 좋은 3층 클럽으로 자리를 옮겨 술을 마실 수 있다. 청담동 골목에 있는 카페74(542-7412)는 식사는 물론 커피, 와인까지 즐길 수 있는 복합 레스토랑. 이 곳에서는 신선한 과일과 오렌지 필렛, 아이스크림을 토핑해서 먹는 바삭한 와플 브런치, 웰빙족을 위해 오븐에서 가장 맛있게 구워낸 아몬드 크러스트를 씌운 농어구이, 담백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을 자랑하는 모차렐라 치즈를 덮은 크림 스파게티 등을 먹을 수 있다. 아울러 W서울 워커힐 호텔의 우바(2022-0333)는 이색적인 카페. 독특한 UFO 모양의 DJ부스, 천장에서부터 연결되는 달걀 모양의 의자 등을 갖추고 있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우바는 40여종의 다양한 보드카와 60여 종이 넘는 와인, 다양한 양주와 칵테일이 준비돼 있다. 서울 힐튼호텔의 나이트클럽 아레노(317-3244)와 청담동 재즈클럽 화수목(548-5429)은 서울의 밤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소개했다. 이 밖에 서울내 추천할 만한 숙소로는 워키힐호텔과 신라호텔, 인터컨티넨탈호텔 등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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