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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핫라인 불통 대중국 외교 재정비 서둘러라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과 관련해 미국, 일본, 러시아 정상과 전화 통화를 가졌다. 지난 19일 정오 북한이 발표한 지 두 시간 만에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처음 통화했다. 이어 오후 2시 50분에는 일본 노다 요시히코 총리와, 오후 4시 30분에는 러시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의 통화가 이뤄졌다. 그러나 중국 후진타오 국가주석과는 여태껏 통화하지 못해 대(對)중국 외교에 문제점을 드러냈다. 대중 외교는 한반도 정세를 좌우하는 4강 외교의 주요 축이다. 특히 북한의 급변 사태와 관련해서는 중요성이 실로 막중하다. 그런데도 핫라인이 불통되고 있다니 재정비가 절실하다. 김정은 체제는 20대의 어린 나이, 3대째 권력 세습, 급조된 권력이양 등 태생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향후 북한 상황은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으로 귀결된다. 그 불확실성을 제거하려면 4강과의 유기적인 외교 시스템이 먼저 가동돼야 한다. 4강 가운데 미국과 중국이 핵심이라는 점에는 이론이 없을 것이다. 현 정부 들어 한·미 공조는 건실해졌다. 이번 일만 해도 민감한 조의 문제 등을 포함해 손발이 척척 들어맞는다. 반면 대중 외교는 매끄럽지 못한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긴급상황 발생 때도 정상 간 전화를 잘 하지 않는다고 외교 당국자는 해명한다. 우리 측이 후 주석과의 통화를 시도했지만 중국 측의 무성의로 무산된 상황에서 군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후 주석은 중국 지도자급 인사들을 대거 대동하고 주중 북한대사관을 찾아 조의까지 표시했다. 남북한을 대하는 자세가 분명 다르다는 점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청와대 측은 한·중 간에 충분한 의사소통이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국민 불안을 해소하는 대외용일지는 몰라도 대중 외교의 현주소마저 부정해서는 제자리걸음만 반복할 뿐이다. 현 정부 들어 한·중 관계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 격상됐다. 그럼에도 최근의 해경 살해 사건은 물론이고 대북 문제 등을 놓고 껄끄럽지 못한 모습을 보인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무엇보다 중국의 오만함에서 비롯된 일이다. 하지만 대미·대중 외교의 균형감 부족도 한·중 외교에 구멍이 뚫린 원인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때다. 외교적 균형을 잘 잡고 슬기롭게 대처해야 남북 관계를 복원하고 한반도 안정을 기할 수 있다.
  • [문화마당] 소통과 배려/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문화마당] 소통과 배려/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결손’과 ‘결속’을 구분 짓는 것은 바로 ‘인정’(認定)이다. 내년에 초등학교 6학년에 진학하는 큰아들이 자폐성 발달 장애 어린이다. 생후 30개월이 되어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순간 세상은 말없이 무너져 내렸다. 매일 손을 잡고 유치원과 학교에 데려다 준 지 6년이 넘었다. 죽는 날까지 그 아이를 어디로 데리고 다녀야 할지 모른다. 아들을 바라보며 가장 애틋한 일은 가족 간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아이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어떻게 해 주어야 하는지 모를 때다. 가정에 장애인이 있다는 의미는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어떤 설명으로도 그 힘겨움의 정도를 전달할 수 없다. 장애아를 둔 가정 가운데 결손 가정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장애 진단을 받는 순간 감당하기 힘든 정신적 충격과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은 가정의 질서를 쉽게 무너지게 한다. 자식에 대한 본능적인 사랑과 희생으로 웬만한 고난쯤은 모두 해결할 것 같지만 고비를 넘기지 못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그래서 결국 결손 가정 아니면 결속 가정이 되는 것이다. 장애를 인정하는 순간 결속도 단단해진다. 장애아를 중심으로 가족들은 끈끈한 유대를 다지게 된다. 반면 장애를 인정하지 않는 순간 결손이 되고 만다. 희망을 포기하게 되고 극단적인 결과로 치닫는다. 가정의 결속이 무너지면서 결손의 수순을 밟게 되는 것이다. 장애라는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면 결국 ‘탓’을 하게 된다. 내 몸에서 나온 아이마저도 부정하게 되는 비극을 자초하게 된다. 장애를 치부로 여기는 일이 가족 간에 벌어지는 기막힌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결국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못함으로써 가족 구성원의 해체를 초래하게 된다. 아파트 1층에 살았던 우리 가족은 얼마 전 고층으로 이사를 했다. 내가 먼저 했던 일은 아이를 데리고 다닐 때마다 장애 사실을 알리는 일이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주민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우리 부자를 격려해 주는 주민이 있는가 하면, 한 젊은 부부는 나와 아이를 멀뚱하게 쳐다보며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이 작은 공간에서도 현실의 벽은 높았다. 온 가족이 장애를 인정함으로써 보여지는 끈끈한 결속의 힘은 아홉 살배기 둘째 딸아이의 행동에서 드러난다. 식당 옆 테이블의 손님들에게 “우리 오빠가 장애가 있어서 좀 시끄러울 수 있어요. 죄송합니다.”라며 생글생글 웃는다. 인정하는 순간 장애가 부끄러운 것이 아님을 어린아이도 깨닫게 된다. 결국 결속이 가져온 참교육인 셈이다. 오늘의 우리 사회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잃는 것이 너무 많다. ‘시기’와 ‘탓’이 난무하는 오늘의 공방전은 상대를 인정하는 배려 없음이 초래한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모든 것이 자기중심이어야 하는 이기심은 상대를 이해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것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결국 깨어지고 곪아 터져서 사회가 결손의 상처로 얼룩진다. 얼마 전 유명 가수가 자신의 쇼케이스에서 후배 가수를 질타하는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얼굴을 알린 신인 뮤지션들은 자신들의 음악적 신념에 따라 방송 활동을 잠정적으로 중단하고 다른 길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충분히 대견해 보였다. 더구나 선배 가수라면 박수를 보내고 격려해야 할 마당에 신인의 자세를 운운하며 질타하는 모습은 그 근거가 너무 미약하고 자기중심적이다. 상대적으로 약자인 후배에 대한 배려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선배의 얕은 발언은 기득권을 가진 자의 오만으로 여겨진다. 상대를 인정하고 소통과 배려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진정성을 획득할 수 있다. 인정하는 미학은 결속과 결손을 갈라놓는 중요한 선택이지만, 오늘 우리는 그 중요한 선택을 잊고 산 지 오래되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딸아이가 묻는다. “아빠, 저 부부들은 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우리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거예요?” 내가 귓속말로 속삭였다. “오빠보다 더 심한 장애가 있는 것 같은데.”라고.
  • [데스크 시각] 대한민국은 여전히 불쾌하다/최병규 사회2부 차장

    [데스크 시각] 대한민국은 여전히 불쾌하다/최병규 사회2부 차장

    서울 명동 중화민국대사관에서 수천명의 타이완 화교들이 내려진 청천백일기를 움켜쥐고 눈물바다를 이룬 게 1992년 8월 24일. 오전 10시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선 당시 이상옥 한국 외무장관과 첸지천(錢其琛) 중국 외교부장이 한·중수교에 합의하는 서류에 사인을 했다. 한국전쟁으로 끊겼던 두 나라의 인연은 42년 만에 다시 이어졌다. 15년 동안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으로 부상하기 위해 꿈틀댔다. 두 나라는 교역규모 2000억 달러와 인적교류 1000만명 시대를 향해 함께 줄달음쳤다. 5년이 더 흐른 지난 12월 16일. 초등학교 동창인 A는 한·중관계가 ‘태평성대’를 누리던 2005년 여름 중국으로 떠났다. 한국 S그룹의 LCD공장이 터를 잡아갈 무렵이다. 그는 식당업으로 중국 돈 한번 벌어보겠노라며 산둥성 웨이하이(威海)로 건너갔다. 여섯 해 만에 나타난 그의 얼굴은 핼쓱했다. 가져간 돈을 전부 들어먹었다며 연신 소주 잔을 비웠다. A의 말을 빌리면, 대기업을 제외한 한국의 중소기업들은 지금 중국에서 탈출 러시를 이루고 있다. 처음 들어설 땐 반기더니, 공장이 세워진 지금은 환경오염 등 온갖 핑계를 대가며 들들 볶더란다. 한국기업이 빠져나가니, 한국인을 상대로 장사하던 A의 식당이 될 리가 없었다. 그는 결국 귀국 보따리를 쌌다. 살림살이가 좀 펴지니까 오만했던 원래 본성이 나온 거라며 A는 모임이 끝날 때까지 씩씩거렸다. 최근 불거진 ‘중국 오만론’은 다름 아닌 중국인들 사이에서 나왔다. 지난해 3월 14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 기자회견에서 이를 끄집어냈다. 그는 “‘중국오만론’ 외에 ‘중국강경론’, ‘중국필승론’ 등 국제사회에서 중국에 대해 각종 비판적 이론이 나오고 있다.”면서 “중국은 최근 몇 년 새 급속한 발전을 했지만 베이징과 상하이의 발전이 중국 전체를 대변하지는 못한다.”고 실토했다. 자신들의 최고 지도자가 ‘불편한 진실’을 지적하고 나서자 중국의 인터넷은 벌집을 쑤신 듯 발칵 뒤집혔다. 학자들은 중국을 한때 들끓게 한 오만론은 중국 경제가 잘나가던 1996년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중국’(中國可以說不), 그리고 2009년 속편 격인 ‘중국은 불쾌하다’(中國不高興)가 출간되면서였다고 입을 모은다. 또 글로벌 경제위기가 전 세계를 휩쓸 당시 세계의 중심은 중국이라는 ‘중화(中華)사상’이 발현하면서 제대로 불거졌다는 게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국 어선이 대한민국 해역에서 저지른 해경 살해사건의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불법조업이야 어제오늘 일은 아니라지만 백주 대낮 배 위에서 남의 나라 경찰관에게 흉기를 휘둘렀다는 사실이 기가 막히다. 수사를 지켜보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지만, 최근 우리나라 곳곳에 밀어닥치는 중국관광객들의 모습이 우리 해경을 향해 중국선장이 휘두른 흉기와 오버랩돼 착잡하기만 하다. 제주는 이미 중국인 천지가 된 지 오래다. 저녁시간 제주시내를 오가는 10명 가운데 어림잡아 절반은 중국말을 쓰는 사람들이다. 돈만 짊어지고 오면 영주권을 나눠준다는 유혹도 한몫 톡톡히 한다. 혹자는 “이러다가 제주 땅덩어리가 통째로 중국돈에 팔리는 것 아니냐.”는 걱정과 불만의 목소리를 내놓는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개최하게 될 강원도 역시 호화판 빌리지에 돈 많은 중국인들을 끌어들이지 못해 안달이고, 부산을 비롯한 전국의 자치단체들도 중국관광객 모으기에 너나없이 애를 쓰고 있다. 19일 해경 살해사건의 장본인인 중국 선장이 마지 못해 범행을 실토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러나 속내는 조금도 편치 않다. 중국에서 밀려드는 관광객, 이에 감읍하듯 반기는 전국의 자치단체들, 그리고 서해 바닷가 어디선가 또 저지르고 있을지도 모르는 중국의 불법행위들…. 한꺼번에 생각하자니, 마음이 편치 못하다 못해 불쾌하기까지 하다.
  • 여자가 남자보다 수학 못하는 이유 알고보니…

    여자가 남자보다 수학 못하는 이유 알고보니…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수학을 못한다는 속설이 있다. 남녀의 뇌구조 등 생물학적인 차이로 인해 남성이 여성보다 수학에 유리하다는 것. 그러나 최근 이같은 속설은 한마디로 편견에 불과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위스콘신 대학 조나단 케인 연구팀은 “여성이 평등하게 대접받는 나라의 소녀들은 보다 좋은 수학성적을 기록했다.” 면서 “성별에 따라 나타나는 수학 실력의 차이는 나라마다의 문화적·사회적 요인에 근거한다.”고 밝혔다. 케인 연구팀은 중동 등 아시아를 포함한 전세계 86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이같은 연구결과를 얻었다.   케인 교수는 “바레인이나 오만 등 (남녀평등이 낮은) 중동 국가의 소녀들은 실제 수학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소년들의 성적은 더 나빴다.” 며 “이는 생물학적인 차이가 아닌 교과과정이 부실하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소녀들의 수학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수학교사의 수를 늘리고 가난을 해결하며 남녀평등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 12일 미국수학회보(the Notices of the American Mathematical Society)에 게재됐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커버스토리] 中의 ‘오만한 DNA’ 위험수위

    [커버스토리] 中의 ‘오만한 DNA’ 위험수위

    불법 조업 중국어선을 단속하다 희생된 이청호(40) 경사에 대해 중국 측은 하루 늦게 정부 차원의 ‘유감’ 표명한 것을 제외하고는 최소한의 예의도 표하지 않고 있다. 지난 14일 한국의 ‘차이나타운’으로 통하는 인천의 연안부두에서 열린 이 경사의 영결식에 조문단을 보낸 미국과 달리 중국 측에서는 아무도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자국 선원들을 접견하기 위해 인천 해경을 한번 방문한 것이 고작이다. 중국 측의 이 같은 비상식적이고 오만한 처사에 분노한 일부 인천 시민들이 다음 주 중국대사관을 항의방문할 계획이어서 중국 정부의 대응 여하에 따라 이번 사건의 파장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후 사정을 살피지 않고, 자기중심적 사고에 매몰되는 오만한 중국 외교가 재연된 것이다. 중국은 지난해 9월 동중국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해역에서 자국 어선이 일본 측에 나포됐을 때 니와 우이치로 주중 일본대사를 다섯 차례나 불러 강력하게 항의했다. 니와 대사는 당시 새벽 시간대에 불려 나가 중국의 일개 외교부 국장급 인사가 낭독하는 성명서를 서서 듣는 수모까지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안함 폭침 사태 이후 지난해 7월 한국과 미국이 서해상에서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했을 때는 다섯 차례에 걸쳐 결연한 반대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2005년 서해와 맞닿아 있는 보하이(渤海)만 해역과 산둥(山東)반도 앞바다 등에서 전쟁 상황을 방불케 하는 대규모 합동군사훈련을 러시아 측과 실시한 중국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식의 아전인수 격 반대에 몰입했다. 2008년 12월 초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를 잠시 만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오랫동안 중국의 ‘홀대’에 시달려야 했다. 중국은 프랑스와의 교류 및 통상을 끊었고, 원자바오 총리는 “먼저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라.”며 프랑스의 화해 요청을 일축했다.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 반열에 오른 중국의 ‘힘의 외교’가 전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중국은 타이완, 티베트, 신장위구르자치구, 남중국해 등 자국이 ‘핵심 이익’으로 설정한 영역이 침해당했다 싶으면 어김없이 ‘징벌’에 나서고, 입맛에 거스르는 조치 등에는 오만한 내용의 성명으로 반박하는 등 ‘지구촌의 싸움꾼’으로 변한 지 오래다. “오랫동안 도광양회(韜光養晦·재능을 감춘 채 참고 기다림)하라.”던 덩샤오핑의 ‘유언’을 내던지고, 할 말을 하는 단계를 넘어 기세등등하게 상대를 힐난하는 ‘돌돌핍인(??逼人)형’ 외교로까지 나아갔다. 패권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평화굴기(평화롭게 우뚝 섬)하겠다는 선언이 무색할 정도다. 이 같은 중국의 오만한 ‘힘의 외교’는 지난 20여년간 추구한 애국주의·민족주의 심화 정책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지금 중국인들은 아편전쟁 이후 가장 높은 민족적 자긍심에 가득 차 있다. 문제는 ‘힘’을 갖춘 애국주의다. 중국의 강경 여론은 지금 남을 인정하지 않는 비뚤어진 국수주의로 변질돼 있다. 이번 한·중 어업 갈등에서 관영 언론이면서 대표적인 국수주의 매체인 환구시보의 홈페이지에는 “미친 개 같은 한국×들은 죽어 마땅하다.”는 내용의 네티즌 평론이 올라오기도 했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지금 중국은 외교행위를 하면서 여론의 향배에 무척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국수주의 여론 때문에 ‘온건파’들의 입지가 휘둘리고 있다는 것이다. 강경 좌파 세력의 득세도 문제다. 지난해 대(對)한·미·일 정책에서 중국이 유독 강경했던 이면에는 외교안보 정책 입안 기구인 중앙외사영도소조를 구성하는 외교와 국방 인사들 가운데 강경 군부세력의 입김이 상대적으로 강했기 때문이라는 게 베이징 외교가의 분석이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中정부 힘 믿고?… 증거 들이대도 ‘모르쇠’

    中정부 힘 믿고?… 증거 들이대도 ‘모르쇠’

    해양경찰관 이청호 경사를 칼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중국인 선장 칭다위(42)를 조사한 수사관들은 그의 황당할 정도로 오만한 태도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범행 자체를 딱 잡아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사고 당시 단속 작전에 나선 해경 대원들에게 책임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며칠째 이어진 조사에서 “나는 맞기만 했다. 누구를 찌른 적이 전혀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범행에 사용된 부러진 칼을 증거로 들이대도 “내가 있던 조타실 안에는 아무런 흉기가 없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칭 선장과 함께 붙잡혀온 8명의 중국인 선원들은 “선장이 출항에 앞서 ‘한국 해경이 단속하면 배에 실어 놓은 모든 흉기를 동원해 죽을 각오로 막아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한결같이 진술했다. 불법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태도는 다른 중국 선원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 어선은 사전에 우리 정부의 허가를 받으면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정상 조업할 수 있다. 그럼에도 허가 어획량을 줄이려고 조업일지를 조작하고 툭하면 허가구역을 월선하고 있다. 매우 죄질이 나쁜 것은 그물코(망목) 조작이다. 무단으로 그물코를 촘촘하게 만들어 치어를 남획함으로써 어족 자원을 고갈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해경 관계자는 “어차피 남의 나라 것이니까 씨가 말라도 상관하지 않는 듯하다.”고 말했다. EEZ에서 허가 조건을 위반한 중국 어선은 지난해 370척, 올 들어 497척으로 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외교관계를 고려해 중국 당국이 보증하며 요청한 선박을 모두 허가했지만 앞으로는 과거에 불법을 저지른 선박은 허가 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중국 선원들이 아예 허가도 받지 않은 채 조업을 하다 단속에 나선 해경 대원들에게 부리는 횡포는 새삼 거론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한 특공대원은 “중국 선원들의 태도가 당당하다 못해 아주 고압적”이라면서 “누가 주인이고, 누가 객(客)인지 헷갈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칭 선장을 비롯한 중국 선원 9명 전원은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지난 15일 구속됐다. 선원이 모두 구속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영장실질심사를 한 이철의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칭 선장이 범행을 부인하지만 혈흔이 발견된 칼, 특공대원 헬멧 카메라에 촬영된 동영상 등 증거자료로 미뤄 칭 선장의 살인 혐의가 명백한 것으로 판단됐으며, 다른 선원들도 해경의 진압에 거칠게 저항한 점이 인정돼 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김윤태 동덕여대 중국학과 교수는 “중국인 선원들의 무도함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는 중국 당국의 방조 또는 묵인 아래 이뤄지고 있다.”면서 “그렇다고 감정적으로 대처해선 안 된다. 균형 잡힌 대중국 관계를 정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고려대 국제어학원에 유학 중인 중국 학생 류솨이(劉帥·21)는 “한국 해경을 살해한 중국 선원의 행위는 명백한 잘못”이라면서 “중국 선박이 한국 영해로 들어오게 된 것이 고의인지, 아닌지와는 무관하게 일단 살인 행위에 대한 죗값은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김학준·이영준기자 kimhj@seoul.co.kr
  • “中어선 흉기저항땐 접근단계부터 총기사용”

    “中어선 흉기저항땐 접근단계부터 총기사용”

    모강인 해양경찰청장은 15일 “중국 불법조업 선원이 검색에 불응하고 흉기를 소지한 채 저항할 경우 접근단계서부터 해경이 총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개선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모 청장은 중국 불법조업 선원의 우리 해경 살해사건에 따라 오전 국회에서 마련된 외교통상통일위원회 긴급 현안 간담회에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불법조업에 대한 단속 강화를 위해 “기본적으로 서남해 경비함정을 하루 6척에서 9척으로 증가 배치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대형 경비함정 1척이 담당구역을 움직이는 데 걸리는 시간이 1시간 50분에서 1시간으로 준다.”고 설명했다. 또 해상특수기동대 대부분을 일반 경찰관 출신에서 군 특수부대 경력자로 대체하고, 해경의 위험수당을 5만원에서 육지의 일반형사 수준인 30만원으로 올리는 방안 등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외통위 소속 의원들은 여야 할 것 없이 이번 사건을 규탄하면서 중국 정부의 오만한 대응 및 우리 정부의 소극적인 대처를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임시 외통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나라당 유기준 의원의 사회로 고(故) 이청호 경사에 대한 묵념을 한 뒤 회의가 시작됐다. 유 의원은 “중국 정부의 안이한 대응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냈던 민주당 송민순 의원은 “불법조업 어선을 왜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진압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깊은 각성이 있어야 한다.”면서 “2008년 이후부터 (유사한 사건에 대한) 법 집행이 무력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박주선 의원은 “중국과는 말로만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라면서 “중국의 계속되는 영해 침범에 아무런 대응도 못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실용외교냐.”고 비판했다. 외통위는 이번 사건에 대한 중국 정부의 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과 우리 정부의 철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결의안 채택을 추진하기로 했다. 전날 한나라당 정옥임 의원도 같은 내용의 결의안을 발의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사설] 중국의 무책임과 오만은 反中을 부른다

    중국이 우리의 해양주권을 유린하는 사태로 내년이면 수교 20주년을 맞는 한·중 관계가 중차대한 기로에 섰다. 엊그제 인천해경 이청호 경장이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을 단속하다 중국인 선장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그런데도 중국 정부는 사건 하루 뒤에야 마지못해 미적지근한 유감을 표명해 우리의 해양주권이 백척간두에 선 꼴이 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년 방중 계획을 재검토한다는 방침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말로만이 아니라 관계 재정립 차원에서 엄중 대응하길 바란다. 중국 어선의 불법 어로는 갈수록 흉포화하고 있다. 지난 2008년 목포해경의 박경조 경위가 숨지고, 이번에 이 경장이 순직했다. 그런데도 중국 외교부는 이 경장이 희생된 직후 즉각적인 사과 표명은 미룬 채 자국 어민의 합법적 권리와 인도주의적 대우만 요구했다. 참으로 오만하기 짝이 없는 비례(非禮)다. 역지사지해 보라. 누군가의 사랑하는 남편, 아버지일 중국 공안원이 공무집행 중 비명에 갔다면 그런 반응을 보였겠는가. 지난 10월 우리측이 불법조업 어선 3척을 나포하자 “문명적 법집행을 하라.”고 했던, 어처구니없는 태도 그대로다. 국민의 정부·참여정부를 거쳐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역대 정부의 느슨한 대응이 화를 부른 측면도 있다. 대중 저자세 외교가 문제라는 얘기다. 까닭에 이제부터라도 중국 어선의 폭력 저항에는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 총기 사용을 담보한 단속 매뉴얼을 현장에서 즉각 적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그 이전에 중국은 자국 어민들이 이웃 나라 바다에서 해적이나 다름없는 어로를 하고 있는 현실을 엄중히 인식해야 한다. 특히 한국 내에서 해군을 동원해서라도 중국 어선의 해적질을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제기될 정도로, 반중(反中)정서가 고개를 들고 있음을 가벼이 여겨선 안 될 것이다. 우리 해역이 해적들로 들끓는 소말리아 인근의 아덴만처럼 변해 버린 근본적 배경을 주목할 필요도 있다. 중국의 엄청난 어업 인구가 연·근해의 남획으로 물고기 씨가 마르자 목숨을 걸고 우리 바다를 넘보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이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운위하면서 불법조업을 사실상 방조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양식업 등 우리의 연안어업 기술과 경험을 전수하는 방안은 검토할 필요가 있다.
  • 中 사과없이 “인도적 대우” 요구

    中 사과없이 “인도적 대우” 요구

    중국 외교부의 류웨이민(劉爲民) 대변인은 12일 서해상에서 발생한 자국 선원의 한국 해경 살해 사건에 대해 “한국과 긴밀하게 협조해 타당하게 처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류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보도에 주의하고 있으며 상황을 알아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중국과 한국은 이미 어업협정을 체결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관련 부문을 통해 어민 교육과 어선 관리 대책, 규정 위반행위 발생 방지 대책을 여러 차례 취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 측이 (해당)중국 어민에게 합법적 권익 보장과 더불어 인도주의적인 대우를 해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중국 외교부의 이런 반응은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예전과는 사뭇 다른 반응이다. 지난해 12월 자국 어선이 서해상에서 불법어로 행위를 하다 우리 측 단속 선박과 충돌해 침몰했을 때 장위(姜瑜) 대변인은 즉각 ‘책임자 처벌’과 ‘피해 배상’ 등을 요구했다. 중국은 서해상에서 자국 어선과 우리 측 단속 선박의 충돌이 있을 때마다 ‘제 식구 감싸기’에만 급급했다. 중국의 안하무인 격 대응에는 실무자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한 소식통은 “할 수만 있다면 우리 측 단속 선박에 중국 측 외교관들을 태워 중국 어선들의 불법상을 직접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자국 여론만 신경쓸 뿐 국제법적인 관행 등은 안중에도 없다는 얘기다. ●네티즌 “살해선장은 영웅” 망언 중국 네티즌들은 이번에도 중국 어민의 살해 행위를 ‘정당방위’로 오도하거나 단속 해역이 사실은 중국 영해라는 등의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 살인 선장을 영웅으로 대우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한 네티즌은 국수주의 매체 환구시보의 인터넷사이트에 “미친 개 같은 한국 X들은 죽어야 마땅하다.”며 자극적인 단어를 동원해 자국 어민의 범법 행위를 두둔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이번 사건에 대한 중국의 첫 반응이 네티즌들의 허황된 주장과 달리 차분한 것은 자국 어민이 흉기를 휘둘러 상대국 경찰관을 숨지게 한 사실이 명백한 만큼 다른 목소리를 낼 여지가 없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울릉도 그리고 독도 느린 시간 속에 머물다

    울릉도 그리고 독도 느린 시간 속에 머물다

    독도 바람에 풍화되고 파도에 깎여져도 굳건히 제자리를 지키는 것이 있다. 대한민국 최동단의 섬, 독도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울릉도 그리고 독도 느린 시간 속에 머물다 습관처럼 뜨거운 커피 생각이 났다. 울릉도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도동항을 샅샅이 뒤져도 ‘시럽 뺀 아메리카노’를 찾을 수 없었다. 허름한 다방 앞에 서서 그때서야 내 착각이 한참 심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문명의 파도에 아랑곳 않고 제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은 섬 중의 섬 울릉도, 그리고 독도인 것이다. 글·사진 전은경 기자 취재협조 코레일 관광개발 섬이란 곳은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 감정은 어른이 되어 처음으로 떠난 섬 여행에서 출발한다. 사실 그 섬에 대해선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과감무쌍하게 돌아가는 배가 뜨지 않길 바랐던 것만은 기억한다. 그것은 무단외박을 소망하던 어린 날의 혈기만은 아니었다. 스스로 고립된, 그리하여 찾아오는 사람마저 고립되게 만드는 ‘섬’의 특성에 매료되었던 탓이다. 이번 울릉도, 독도 여행에서 죽도竹島(울릉도의 44개 부속섬 중 가장 큰 섬)를 바라보며 그날의 기억이 문득 떠오른 것은 단지 우연이 아닌 듯했다. 울릉도의 대표 관광지이지만 실제 주민은 단 한 명뿐이며, 물이 전혀 나지 않아 빗물을 모아 사용하는 섬. 죽도는 첫 섬 여행에서 채우지 못했던 환상이 고스란히 구현된 곳이었다. 마치 외로운 두 사람이 만난 것 같은 동지애가 든든하게 차올랐다. 사실 울릉도 도동항에 도착하던 날, 비가 올 것이라던 일기예보와 달리 햇빛이 반짝 났다. 배에서 내린 사람들은 청명하게 갠 하늘을 보며 함박 웃었다. 파도가 제법 높긴 하지만 독도까지 가는 것도 무리가 없을 것이란다. 아마 이번 여행도 무사히, 섬에 갇히는 일 따위 없이 귀환할 것 같다. 섬에서의 일정은 내가 아닌, 하늘이 결정한다. 그래서 섬 여행은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자연을 고스란히 간직한 풍경 포항을 출발한 배가 3시간을 달려 도동항에 도착했다. 사실 서울에서 울릉도까지 오는 길이 녹록치만은 않았다. KTX와 버스, 여객선을 갈아타며 반나절 내내 멀미에 시달리는가 싶더니 배에서 내리자마자 불어온 갑작스런 강풍이 끈적거리는 머리를 봉두난발 헝클어트렸다. 그러나 육지에 발을 내딛어 몇 걸음 나아가자, 더 이상 바닥이 울렁이지 않는다는 안도감에 온몸에 뭉쳐있던 긴장감이 풀리기 시작했다. 그때, 어디선가 훅하고 바람이 불어왔고, 순간 여행의 세포가 온전히 돌아왔다. 그것은 비릿함이나 끈적거림이 없는 청정해안 울릉도의 상쾌한 바람이었다. 울릉도의 첫인상은 산과 돌이다. 울릉도를 여행하다보면 울릉도에 많다는 다섯 가지-돌, 바람, 물, 미인, 향나무-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산중으로 갈수록 풍경은 울창한 숲과 화산암벽으로 압도되고, 인적을 찾는 일은 무의미해진다. 심지어 울릉도에는 모래사장으로 이루어진 해수욕장이 단 한 곳도 없다. 모두 검은 자갈이나 몽돌로 이루어져 있다. ‘모래사沙’자를 쓰는 사동해수욕장마저 물속으로 들어가야만 고운 모래를 볼 수 있을 정도다. 그 매끄러운 몽돌을 기념품 대신 챙겨온 것은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다. 울릉도는 동해에 솟아난 거대한 화산암 지역이다. 섬의 중앙부에 솟아 있는 울릉도 최고봉인 ‘성인봉(984m)’, 울릉도의 유일한 평야지대라고 부를 만한 화산분화구 ‘나리분지’ 등은 지질학적으로도 꼭 한번쯤 관심을 가져 볼 만하다. 그러나 울릉도는 언제 어디서나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니다. 1년 중 쾌청한 날이 약 55일밖에 되지 않고 1년에 서너 차례 울릉도를 덮치고 가는 태풍이 가뜩이나 좁은 문지방을 한껏 높인다. 그러나 울릉도가 문명의 색에 완전히 물들지 않은 이유도 바로 약간 모자란 그 접근성 때문이다. ‘신비의 섬’ 울릉도는 고맙게도 우리에게 자연 본연의 모습을 그대로 선사한다. 또한 도시와 결별하고 과거와 만나는 경험을 안겨준다. 백화점은 고사하고 5층 아파트가 최고층인 이곳에서는 프랜차이즈 식당이나 커피전문점 대신 곳곳에 소박한 밥집과 다방이 성업 중이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울릉도에서 여행자들은 오징어와 호박엿, 그리고 추억을 양 손 가득 들고 돌아온다. 작고 소박한 바닷가 마을을 가다 울릉도는 44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에서 사람이 사는 곳은 고작 4개 섬에 불과하다. 마을의 개수는 25개나 되지만 인구는 고작 1만명이라 각 마을마다 옹기종기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다. 해안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이 작고 소박한 마을의 사람 사는 풍경을 보게 된다. 울릉도의 최대 항구 도동항이 있는 ‘도동마을’, 어업전진기지가 들어선 저동항이 있는 ‘저동마을’ 등 제법 북적이는 마을이 있는가 하면 평온한 바닷가 ‘태하마을’, 울릉도 최고의 오지 ‘천부마을’ 등도 있다. 이 외에도 겨울이면 3m씩 눈이 쌓이는 ‘나리분지’나 울릉도에서 가장 따뜻한 마을 ‘남양’, 수심 1,500m 앞바다에서 해양심층수를 생산하는 ‘현포’, 비좁은 골짜기에 자리잡은 갯마을 ‘통구미’ 등 저마다의 특징을 간직한 마을들이 한데 모여 오만가지 조화로운 색상으로 울릉도를 이루고 있다. 사실 이 마을들을 잇는 울릉도 일주도로는 한 바퀴 둘레가 56.5km인데, 그중 4.4km가 아직 완공되지 않아서 완전히 한 바퀴를 돌지는 못한다. 그러나 그 덕에 울릉도 최대 관광지인 나리분지 바로 옆에 관광객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고요한 ‘천부마을’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태하마을의 오징어 말리는 풍경 태하마을은 일명 ‘달팽이탑’이라 불리는 전망대에서 감상하는 평온한 바닷가가 인상적인 곳이다. 그러나 태하마을에서 내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해변을 따라 죽 늘어뜨린 오징어였다. 예전에는 ‘황토구미’라고 불리었던 이곳은 울릉도 다른 지역에 비해 경작여건이 좋아 한때 논농사를 지은 적도 있었다. 그러나 바람이 유독 세게 불어 오징어 건조에 유리하기 때문에 뭐니뭐니 해도 오징어 말리는 풍경을 빼놓을 수가 없다. 태하마을을 방문한 시각, 때마침 불어온 바닷바람이 석양노을을 머금고 태하마을의 오징어를 한껏 무르익게 만들고 있었다. 오징어 말리는 풍경 속을 걷다 보면 그 속에서 정성스레 오징어를 돌보는 사람들도 만날 수 있었다. 오징어 한 축의 가격을 물었더니 가격보다 중요한 게 오징어 ‘고르는 법’이라 한다. 건네준 오징어에는 상표와 동네 이름이 찍혀 있다. 울릉도에서 잡은 오징어임을 증명하는 방법이다. 뿐만 아니라 오징어는 살아있을 때 등이 검붉은 게 좋은 상태라는 것, 잡은 뒤 하루나 이틀 안에 건조시키지 않으면 맛과 향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렇기에 반드시 ‘당일바리’ 오징어를 사야 한다는 귀띔까지. 가격은 오징어 한 축에 5만원 정도다. 예전에 비해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볼멘소리를 했더니 몇 년 전만해도 오징어배 조업일이 일 년에 120~130일 정도 됐었기 때문에 가격이 쌌지만 작년엔 오징어가 안 나서 고작 50일밖에 조업을 나가지 못한 탓이란다. 독도로 가는 배에서 멀미를 방지하기 위해 오징어를 질겅질겅 씹는 사람들을 제법 봤다. 사실 배멀미에는 심이 없어 부드럽고 향이 없는 것이 특징인 울릉도 더덕이 더 좋다. 그러나 항구에서 배를 기다리며 다리 한 짝, 몸통 한 쪽 찢어가며 먹는 오징어는 울릉도를 추억하게 만드는 가장 인상적인 심심풀이 ‘오징어 땅콩’이다. 1 통구미 마을의 망망대해를 지키는 것은 한결같이 우뚝 서 있는 화산암이다 2 오징어는 마르는 동안 울릉도의 바닷바람을 머금는다 3 태하마을 황토굴 입구에서 붉은 황토 암석층을 볼 수 있다 4 울릉도 더덕은 심이 없어 부드럽고, 향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5 청정 지역인 울릉도에서 잡힌 오징어는 중금속이 함유되어 있지 않다 6 홍합밥은 홍합을 넣어 지은 밥에 각종 울릉도 자생 나물을 곁들여 먹는 음식이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신비의 섬’의 비밀을 찾아서 사실 울릉도도 사람이 제법 많이 살았던 때가 있었다. 1970년대에는 대략 3만명으로 최대 인구를 기록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고작 1만명 정도가 모여 살 뿐이고, 그나마도 항구마을에 밀집되어 있다. 어딜 가든 한 무리의 관광객이 빠져나간 곳에는 도통 인적을 찾기가 힘들다. 그 때문일까, 울릉도 해변은 텅 빈 공간을 거북이바위, 새바위, 코끼리바위, 악어터널 등 바다 위 오롯이 솟아오른 바위들이 채우고 있다. 바다 깊숙한 곳부터 뿌리를 박은 조면암, 안산암, 직지암. 이들은 마치 오랜 세월 울릉도를 지켜 온 수호신처럼 한결같은 모습으로 이방인들을 받아들인다. 얼마 전, <론리 플래닛>은 울릉도를 ‘2011년 지구에서 가장 흥미로운 비밀의 섬 10곳’ 중 하나로 선정했다. 수심을 헤아릴 수 없는 검푸른 바다, 깎아지른 해안절벽, 그 꼭대기에 홀로 자라난 향나무를 바라보며 느끼는 경외감은 말이 필요 없는 확실한 증거이다. 그러나 그 어떤 것보다도 해안절벽을 따라 걷는 한 걸음, 원시림을 헤치고 가는 한 걸음 한 걸음에서 울릉도의 신묘한 아름다움이 온몸을 따라 아로새겨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리분지를 찾게 되나 보다. 성인봉 북쪽의 칼데라화구가 함몰하여 형성된 화산분화구. 특이한 점이라면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사람이 사는 분화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곳은 화산재로 덮여 있어 보수력이 약하기 때문에 밭농사를 할 뿐, 논농사는 불가능하다. 그런데다가 농작물의 피해가 크고 겨울에는 3m 이상의 눈이 내릴 뿐만 아니라, 흘러드는 물이 외부로 나갈 출구가 없어 집중적인 호우에는 일시적으로 호수로 변한다. 사람이 살기엔 너무나 척박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16가구의 주민들이 여전히 이곳에 살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이러한 자연조건 속에서 빙설에 대비한 ‘너와지붕(기와 대신 얇은 나무 조각이나 돌조각을 얹은 지붕)’과 ‘우데기(옥수숫대 등으로 집 바깥을 둘러친 외벽)’라는 합리적인 가옥 구조를 만들어내고, 주로 더덕·취·삼나물 등의 산채나물과 약간의 옥수수와 감자를 재배하며 살아 왔다. 근래에는 나리분지를 찾는 관광객이 부쩍 늘어나 민박이나 식당 등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관광객을 위해 만들어놓은 민속촌이 아니고서는, 이제 더 이상 울릉도 고유의 가옥인 우데기집을 찾아보기도 힘들어졌다. 울릉도는 서서히 변하고 있다. 4.4km의 도로가 이어지면 자동차로만 온전히 울릉도를 일주할 수 있게 된다. 육지에서 비행기를 타고 한 시간 만에 섬에 도착하는 날이 그리 멀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 울릉도는 가본 길보다 가보지 않은 길이 더 많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만으로도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며, 자연을 뒤엎고 세워 올린 건물보다 항구의 노점상이 더 친근한 동네다. 울릉도를 떠나는 날, 멀미약 하나를 단숨에 들이켜고 배를 기다리던 중 울릉도에 이주한 이장희씨와 마주쳤다.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한잔의 추억’ 등을 부르며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라기엔 무척이나 소박한 모습이었다. 자신의 보금자리에 ‘울릉 천국’이라는 이름을 붙일 정도로 울릉도에 흠뻑 매료된 그는 꾸미지 않은 울릉도 풍경처럼 자연스레 그 속에 녹아있었다. “나 죽으면 울릉도로 보내 주오. 나 죽으면 울릉도에 묻어 주오.” 그가 최근 발표한 ‘울릉도는 나의 천국’ 노래가사가 계속 귓가에 맴돈다. 신선이 사는 섬, 독도 생각하면 먹먹해지는 몇 가지가 있다. 독도를 떠올리면 한번쯤은 그런 먹먹함에 빠지게 된다. 울릉도에서 87.4km 떨어진 독도. 대한민국 최동단에 홀로 우뚝 선 이 섬은 사람이 살지 못하는 척박한 땅이다. 그래도 우리는 독도를 찾아간다. 볼거리라곤 양 옆으로 솟아난 두 개의 섬, 동도와 서도 그리고 주변에 흩어져 있는 89개의 바위섬밖에 없지만 독도에 발을 디딘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떤 여행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감정의 동요를 느낀다. 그것은 어쩌면 지켜내야 할 것을 지키지 못한 미안한 마음 때문일 것이다. 돌섬. 울릉도 개척 당시 입도한 주민들이 사방이 온통 돌뿐인 이 섬을 ‘돌섬’이라 부르기 시작하였고 훗날 ‘독섬’을 거쳐 ‘독도’라 불리게 되었다. 문헌에 따르면 독도는 인간이 사는 섬이 아니라 신선이 사는 섬이다. 독도에 대한 사람들의 환상을 드러내는 한편, 역설적으로 사람이 살기에 적당하지 못한 섬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신선의 섬에 갈 시간이다. 울릉도 저동항에서 출발한 배가 독도에 도착하는 데 걸리는 예정시간은 1시간 30분. 배가 작아 멀미가 수반될 것이라는 안내방송이 객실에 울리자, 사람들은 재빨리 위생봉투를 챙기고 억지로 잠을 청한다. 사실 독도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은 10분, 길어도 30분뿐이다. 게다가 기상의 영향으로 일 년 동안 독도에 접안할 수 있는 날은 채 60일이 되지 않는다. 독도에 근접해서도 차마 밟아 보지 못하고 주위만 맴돌다 돌아와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래도 사람들은 여행의 반나절을 온전히 독도 방문에 바친다. 독도에 휘날리는 태극기를 그려보고, 독도 주민 김성도, 김신열 부부와 엄태명, 하호규 독도 등대원을 만나는 상상을 한다. 척박한 땅 독도에는 ‘우리’라는 동질감이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나무 조각 위에 돌조각을 올려 놓은 전통 가옥구조인 너와지붕 2 9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부드럽고 통통한 울릉도 오징어가 잡히는 시기 3 원없이 보게 되는 바다와 바위는 울릉도를 떠나서도 결코 잊을 수 없는 풍경이다 4 밤낮으로 독도를 지키는 독도수비대의 또 다른 의무는 끝없는 촬영 요청에 응하는 것일지도 5 독도의 동도. 서도보다는 작지만 비교적 꼭대기가 평탄하여 등대와 경비초소 등의 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울릉도와 독도를 한번에! ‘독도 지킴이 여행’ 기차, 버스, 배를 꼬박 두 번 반복해서 타야 하는 울릉도행 여정. 번거로움을 조금이나마 덜고 싶다면 표 예매는 물론이고 2박 3일 일정까지 알차게 잡아주는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울릉도 구석구석을 여행하는 한편, 향토음식인 홍합밥, 씨껍데기술, 산채전 등을 맛볼 수 있다. 둘째 날 우리 땅 독도를 방문하고, ‘명예독도주민증’을 받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여행상품 ‘아름다운 우리 땅 독도지킴이 수호대 여행’ 출발 방침상 독도 방문은 올 11월 중순까지만 진행되며 내년 2월에 재개된다. 요금 2박3일 29만9,000원(왕복 교통 및 여객선비, 숙식료, 관광비, 여행자 보험 포함) 문의 코레일 관광개발 www.korailtravel.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생명의 窓] 누비이불의 미학/차동엽 인천 가톨릭대 교수·신부

    [생명의 窓] 누비이불의 미학/차동엽 인천 가톨릭대 교수·신부

    자연세계에 ‘회색’이라는 색깔이 있다. 이 색깔을 두고 사람들은 묻는다. “이것은 흑인가, 백인가?” 어떤 사람은 말한다. “이것은 흑이야!” 어떤 사람은 말한다. “이것은 백이야!” 하지만 자연의 실재(實在)는 외친다. “아니야, 나는 ‘회색’이야. 회색이라고!” 비극은 사람들에게 있다. 아무도 그 색깔을 ‘회색’이라고 말할 용기를 내지 못하는 데 우리 시대의 아픔이 있다. 자연의 세계는 다채로움의 향연이다. 색의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오만 가지 색채가 각각 자기 색깔을 뽐내는 가운데 이 모두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이렇거늘, 유독 대한민국 정치판에서는 흑과 백만 존재하는 듯이 경색되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문화에서는 회색만 입장이 난처한 것이 아니라, 빨주노초파남보로 대표되는 색의 스펙트럼 전체가 그 풍요로움을 잃고 흑백의 냉혹하고도 초라한 체제에 매몰될 수밖에 없다. 요즈음 정치 지형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지각변동을 넘어 아예 새판짜기 수준이다. 정치 패러다임이 바뀔 형국이다. 이것은 위기가 아니다. 두 번 다시 없을 기회다. 차제에 대혁신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흑백논리가 아니라 스펙트럼 논리로 소통이 이루어지는, 그리하여 각계각층의 견해와 이권을 최대공약수로 담아낼 수 있는 정당문화가 새롭게 기반을 잡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이제 대한민국은 더 이상 중국과 일본 사이에 위치한 ‘끼여 있는 나라’가 아니다. 대한민국은 장차 통일을 이뤄 이 양국의 무등을 타고 세계를 호령할 날이 오리라는 원대한 비전을 품고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시점에 있다. 그 대전제가 정치발전이며 다채로운 국민 저력의 소통과 융합인 것이다. 하지만 현실과 이상의 괴리는 너무도 크다. 그래서 답답한 마음뿐인데, 1990년대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전에 출마한 제시 잭슨 목사의 유명한 연설을 접하게 되었다. 순간 전율에 가까운 감동이 밀려 왔다. “나의 경쟁자 듀카키스의 양친은 의사와 교사였고 나의 부모는 하인이요 미용사였으며 경비원이었습니다. 듀카키스는 법률을, 나는 신학을 공부했습니다. 둘 사이에는 종교와 인종의 차이, 경험과 관점의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이란 나라의 진수는 우리가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듀카키스의 부친은 이민선을 타고, 나의 선조는 노예선을 타고 미국에 왔습니다. 우리들의 앞 세대가 무슨 배를 타고 미국에 왔든지 간에 그와 나는 지금 같은 배를 함께 타고 있습니다. 미국은 한 가지 실, 한 가지 색깔, 한 가지 천으로 만든 이불이 아니라 누비이불을 만들어야 합니다. 유년시절 어머니께선 털 헝겊, 실크, 방수천, 부대자루 등 그저 구두나 간신히 닦아낼 수 있는 조각천들을 모으셨습니다. 어머니는 힘찬 손놀림과 튼튼한 끈으로 조각천들을 꿰매어 훌륭한 누비이불을 만드셨습니다. 그것은 힘과 아름다움과 교양을 상징합니다. 이제 우리도 이른바 ‘누비이불’을 만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근 20년이 지난 오늘의 미국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희망사항을 전하고 있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신선한 영감을 주는 발상이었다. 거의 완벽한 짜임새와 철학으로 우리에게 귀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 세상에는 다채로운 존재들이 서로의 ‘차이’를 뽐내고 있다. 이는 ‘경험’과 ‘관점’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우리의 소명은 그것들로 ‘누비이불’을 만드는 것이다. 누비이불은 ‘힘’과 ‘아름다움’과 ‘교양’의 상징이다! 무엇보다도 마지막 말에 공감이 간다. 누비이불은 ‘힘’이다? 그렇다. 그것은 다름들이 연합하여 시너지를 분출하는 대자연의 다이내믹이다. 누비이불은 ‘아름다움’이다? 그렇다. 그것은 다름들이 어우러져 연출하는 예술의 극치다. 누비이불은 ‘교양’이다? 그렇다. 그것은 ‘다름’을 ‘틀림’으로 여기지 않는 관용의 발로다. 지금 우리 앞에는 ‘다름들’이 미결의 과제로 턱하니 태산처럼 가로막고 있다. 이 다름들을 꿰매어 누비이불로 만들 줄 아는 정치공학은 언제 우리 것이 될 것인지가 자못 기대되는 것이다.
  • [주말 하이라이트]

    ●라틴아메리카의 소원(OBS 토·일요일 밤 9시 15분) 페루의 안데스 산지에서 염전을 일구며 살아가는 살리나스의 사람들. 그 곳에서 아픈 어머니를 대신해 가장이 된 ‘테레사’의 가족을 만난다. 가난한 농부의 가족으로 매일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그들. 하지만 아직은 해맑은 웃음을 간직한 네 자매가 있다. 자매들의 소원을 위해 비보이그룹 ‘리버스크루’와 정동근, 이재윤 마술사가 함께한다. ●걸어서 세계속으로(KBS1 토요일 오전 9시 40분) 아라비아반도 남동부의 오만. 사막 외에도 다양한 자연과 함께 볼거리가 풍성한 곳이다. 카사브에서는 야생 돌고래를 만날 수 있고, 와히바 사막에서는 거대한 모래바다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 유향의 향기가 가득한 살랄라도 잊지 말자. 신비의 베일에 싸여 있는 풍요의 나라, 오만으로 함께 떠난다. ●오작교 형제들(KBS2 토요일 밤 7시 55분) 방송국에서 혜령을 본 여경은 태범에게 분노한다. 모든 사실을 수영도 알고 있다는 것에 더욱 놀란 여경은 당장 수영을 불러 태범과 헤어질 것을 종용한다. 한편 오작교 농원에선 첫 시식회가 열리고 복자와 자은은 동네 사람들을 초대해 오리 요리를 선보인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사람들의 반응이 시원치 않다. ●주말연속극 천 번의 입맞춤(MBC 토요일 밤 8시 40분) 민애자는 지선의 비밀을 폭로하려 하지만 장 사장의 만류로 실패로 돌아간다. 주영은 하루 하루를 버티고, 우빈도 폐교 사업에 몰두하며 서로를 잊기 위해 노력한다. 한편 우연히 주미의 본명이 주아였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 장 회장은 기억을 더듬기 시작하는데…. ●그것이 알고싶다(SBS 토요일 밤 11시) ‘기동’역은 한때 장항선의 아름다운 간이역이었다. 한자 그대로 기동(奇洞), ‘기이한 마을’. 역 근처에 위치했던 ‘기동슈퍼’에서 이 사건은 시작된다. 2008년 1월 24일 새벽, 기동슈퍼에 소방차 12대가 출동하는 대규모의 화재사건이 발생했다. 이곳은 바로 동네 토박이 김순남 할머니가 운영하던 곳이었는데…. ●나는 살아있다(MBC 일요일 밤 11시 50분) 뇌사상태에 빠진 어머니로 인해 남편의 눈치를 보며 위태롭게 가정을 꾸려가는 수연. 그리고 위험한 임상실험으로 엉망이 된 병원을 지키는 국군화생방 방호사령부 대위 진모. 좀비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통해 인간이 가진 본능적 감정인 모성애에 대해 다룬 특집 드라마가 시작된다. 과연 이들은 무사히 살아 나갈수 있을까. ●런닝맨(SBS 일요일 오후 5시 5분) ‘웰컴 투 홍콩’ 런닝맨들이 홍콩으로 향한다.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24시간. 홍콩의 대표적 액션 영화배우 청룽이 준 엄청난 미션의 실체가 공개된다. 홍콩 전역을 돌며 단서를 획득하라. 환상적인 홍콩의 야경 속 숨가쁜 레이스. 런닝맨들은 구룡의 비밀을 파헤쳐야 한다.
  • [문화마당] 껍데기는 가라/주원규 소설가

    [문화마당] 껍데기는 가라/주원규 소설가

    아침 7시.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을 꺼내 트위터를 시작한다. 오늘의 날씨, 하루의 다짐, 일일 스케줄 등을 비몽사몽간에 들춰내는 것으로 하루의 시작을 알린다. 직장으로 향하는 지하철 속에서도 쉼 없이 검색하고 입력한다. 이러한 일련의 작업들은 친숙한 팔로어들이 1차 수신자이겠지만 엄밀히 보면 익명의 대상을 향해 자신을 공개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그물망 속에서 끊임없이 헤쳐모여를 반복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사사로운 행위를 통해 서로를 발견하고 다양한 정보를 생산해 낸다. 점심 메뉴에 대한 고민을 나눌 때, 누군가 맛있게 먹었던 맛집을 이야기한다. 그러면 다른 팔로어가 또 다른 맛집에 대한 의견을 말하거나 맛집의 위치, 가격, 서비스 등 소소하지만 필요한 정보를 친절히 내놓는다. 상대가 자신의 사사로움을 밝힌 것처럼 상대를 대하는 SNS의 또 다른 동지들도 자신의 사사로움 꺼내놓기를 전혀 주저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 사사로움은 단지 소통의 매개가 사적 공간이라 해서 그 주제까지 사사로움의 형틀에 얽매이는 것은 아니다. 하루를 시작하는 스케줄, 점심메뉴를 이야기하는 것뿐만 아니라 국내외 정세 문제, 정치적 현안, 경제 문제, 교육, 복지와 관련된 정부 정책에 대한 나름의 의견 피력까지, 예전엔 거대담론으로만 여겨졌던, 그래서 라디오나 신문 사설, TV 토론 프로에서나 접함직한 주제들까지 SNS의 장(場) 속에서 무한 융합과 이종(異種) 증식을 반복하는 것이다. SNS 메시지의 융합은 위로부터의 거대 담론이 아닌, 아래로부터 위로 확산되는 독특한 특성을 갖고 있다. 이는 문화의 형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문화적으로 특출한 경향의 태동은 위로부터, 다시 말해 정책의 방향이나 제도 수립으로 인해 형성되지 않는다. 아래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주고받은 다양한 감성의 공유로 인해 퇴적되는 흐름의 취합이 제도가 되고 정책을 수립하게 되는 특성을 갖는 것이 바로 문화적 현상인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SNS의 영향력은 태생부터가 아래로부터 위로 솟구치고, 그렇게 솟구쳐 오른 담론이 제도나 정책이 되어 다시 아래로 흐르는 순환구조를 열망하는지도 모른다. 그러한 순환구조의 흐름이 SNS 자체가 갖고 있는 새로움의 용광로가 아니겠는가.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이 있다. 바로 껍데기에 대한 그릇된 열망과 집착이다. 껍데기에 대한 의식은 우리 사회 저변을 집요하게 잠식하는 오만과 파렴치로 회칠된 위선이다. 우리가 사사로움을 표현하는 것, SNS의 사적 공간을 통해 사적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는 전제에는 사람과 사람 간의 신뢰가 합의되어야 한다. 이는 약속을 지키는 것, 비밀보장 같은 차원의 문제와는 또 다르다. 사적 공간에 대한 예의를 말함이다. 사적 공간의 의미를 가치 폄하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이와 듣는 이가 합의하는 대전제, 사람에 대한 기본적 신뢰, 그를 바탕으로 한 솔직함의 교감이 SNS 소통의 궁극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신뢰의 토대 위에서 의견에 대한 비판과 반대의견의 교류가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껍데기에 대한 열망은 사적 공간의 평등성을 주장하면서도 그 사적 공간에서조차 계급을 나누고 편을 가르고 상대를 짓밟는 무대로 활용하고자 하는 졸렬함을 잉태한다. 자신을 따르는 팔로어의 규모, 이슈 메이커가 되고자 하는 집착, 사적 공간에서 도리어 공인으로 대우받길 원하는 인정욕구, 그러한 비루한 욕망이 마침내 아래로부터 시작된 문화 혁신을 가로막는 소통의 장애가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오늘의 SNS 시대는 신동엽 시인이 ‘껍데기는 가라’를 외쳤을 때의 알맹이를 전례 없는 치열함으로 구현해낼 수 있는 마지막 시대이기도 하다. 바라건대 권력과 위선의 탈을 벗어 던진 솔직함이 빚어낸 담론 문화가 형성되어, 이제야 제대로 알맹이를 말할 수 있게 되었다는 기쁨의 탄성이 터져 나오길 기대해 본다.
  • [서울광장] 힘있는 사람, 돈있는 사람/주병철 논설위원

    [서울광장] 힘있는 사람, 돈있는 사람/주병철 논설위원

    세상의 가치가 갈수록 혼란스럽다. 얼마 전에는 고위 공직자들의 비리사건으로 나라가 시끄럽더니 이번에는 벤츠 여검사와 변호사, 판사 등 법조비리 커넥션이 도마 위에 올랐다. 부(富)와 명예를 한 손에 다 쥐려 한 데서 생긴 어처구니없는 일들이다. 부와 명예는 양립할 수 없다는 예전의 삶의 정의가 무색하다. 힘 있는 사람보다 돈 있는 사람이 더 존경받고 힘쓰는 사회가 돼 가고 있는 현실이 많은 것을 되짚어 보게 한다. 지난 10월 말 정부 중앙·과천청사의 유능한 관료들이 민간(시장) 쪽으로 대거 빠져나갔다. 개정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퇴직 전 5년간 맡은 업무와 관련된 업종에 퇴직 후 2년간 취업을 금지했기 때문에 법 시행 이전에 빠져나갔다. 이른바 명예보다는 부를 우선순위에 둔 것이다. 정부 고위 관료는 이렇게 말했다. “우수한 공무원이 민간 쪽으로 줄지어 빠져나가면 공공부문의 힘이 무너진다. 민간으로 나간 똑똑한 전직 공무원과 싸워 이기기 위해서는 현직들이 자존심을 걸고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후배들을 다그친다.”고 말했다. 하지만 명예보다 부에 더 관심이 많은 후배들에게 자신의 말발이 먹혀들지 의문이라고 걱정했다. 정부파워가 민간파워에 밀린 지는 오래다. 정부의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과 민간의 슈퍼파워인 재벌회장의 관계를 보면 극명해진다. 한때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법이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집권 당시인 1985년 재계 7위 그룹인 국제그룹이 자금난에 빠진 지 일주일 만에 공중분해됐다. 당시 대통령의 부름에 그룹 회장이 지각하고, 성금이나 헌금에도 적극적이지 않았던 터에 무리한 사업확장에 따른 자금난에 봉착하면서 그룹이 한순간에 날아갔다는 게 재계의 정설로 알려져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집권 때는 당시 대선 후보로 나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곤욕을 치렀다. 김 전 대통령은 기업인이 대통령 후보로 나오지 못하도록 하는 법을 제정하라고 해 공무원들이 부랴부랴 만들었는데, 너무 심했다고 생각했던지 그만두라고 했다고 한다. 재벌회장들의 파워도 대통령 못지않다. 야구 감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루아침에 잘라버리고, 아들이 맞았다고 조직폭력배를 이끌고 보복을 하는 게 재벌회장들이다. 수시로 발탁인사랍시고 마음에 들지 않는 임원들은 한순간에 집으로 보내 버린다. 재벌회장들이 임원들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갖고 있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재벌회장은 종신제로 레임덕이 없는 장점을 갖고 있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대통령의 힘은 빠지고 재벌회장의 힘은 갈수록 세지고 있다. 그러니 대통령이나 재벌회장이나 종전의 역할에만 집착해서는 곤란하다. 대통령이 툭하면 재벌회장들을 불러 모아 투자를 얼마를 할 건가, 일자리 창출은 얼마나 할 건가 등을 묻는 구태를 벗어던져야 한다. 재벌회장들도 오만한 태도와 우월감에서 벗어나야 한다. 새 정권이 들어서면 처음에는 굽실거리는 시늉을 하다가 절반가량 지나면 버티고, 끝무렵에는 등을 돌리는 방법으로 힘든 시기를 견뎌온 재벌회장들이 아니던가. 물론 “당신들이 놀 때 우리는 열심히 일했다. 모험도 감행했다. 법인세도 꼬박꼬박 내고 고용창출도 해왔는데 우리더러 어쩌란 얘기냐.”고 반박할지 모른다. 하지만 재벌회장 혼자 글로벌 기업을 만들지 않았다. 오너와 근로자의 관계를 주인과 머슴으로 보는 인식부터 버려야 한다.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세상이 바뀌고 있는데 힘 있는 사람, 돈 있는 사람은 아직도 시대흐름을 읽지 못한다. 그래서 안철수를 주목하는 거다. 정치에 뛰어들든 그러지 않든 상관없이 그가 내놓은 1500억원의 통 큰 씀씀이에 사람들은 혹(惑)하는 것이다.” 힘도 있고, 돈도 있는 사람은 그들이 가진 만큼 사회적 책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관심은 서민·중산층에 더 가깝게 다가서는 일이어야 한다. 버핏 식이든 안철수 식이든 상관없다. 상위 1%의 겸손한 자세와 용기 있는 행동에 나머지 99%가 박수 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다 좋다. bcjoo@seoul.co.kr
  • [기획]최고경영자=⑤신진(新進)「그룹」 김창원(金昌源)씨

    [기획]최고경영자=⑤신진(新進)「그룹」 김창원(金昌源)씨

     총알처럼 날아오는 탁구공을 빠른 속도로 반격하는 자세와 정신으로 일해 왔다.「코로나」에서「시보레」1700으로 제품을 바꾼 신진(新進)「그룹」의 김창원(金昌源·56) 사장은『탁구 선수의 정확성과 기민성 그리고 예리한 판단력이야말로 기업인이 지녀야 할 필수요건』이라고 했다. 72년 6월 일본(日本)측과의 제휴를 끊고 미국(美國)「제너럴·모터즈」와 합작 투자로「지엠·코리어」를 새로 설립한 김(金)사장은 언제나 탁구선수처럼 부산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 지도 모른다. 충남(忠南) 공주(公州)가 고향인 김(金)사장은 어린 시절을 어두운 공장 속에서 탁한 공기와 요란한 기계의 소음과 함께 보냈다.  『누구나 다 겪어본 고생이지요. 인간의 성장 과정에는 반드시 역경이라고 하는 비료가 있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지금은 자본금 2백억원의 대 회사「지엠·코리어」를 비롯 신진(新進)자동차공업, 신진(新進)자동차판매, 한국기계, 대원(大元)강철,「코리어·스파이서」(前 現代기아), 하동환(河東煥)자동차, 한국「카이저·알루미늄」, 신원개발, 신진(新進)학원, 경향신문 등 방대한 기업을 총괄하고 있는 최고경영자 김창원(金昌源)씨에게도 역경과 슬픔은 수없이 많았다고 한다.  홀몸으로 일본에 건너가 화가산현(和歌山縣)에 있는 현립상업학교를 나올 때까지, 그리고 6·25때 사업체를 버리고 대전(大田)에서 부산(釜山)으로 내려가 피난 생활을 하는 동안 김(金)사장은 견디기 어려운 역경을 몇번이고 겪어야 했다.  『왜놈들에게 조금이라도 지기 싫어서 유도, 탁구, 축구 등 운동이란 운동은 다했지요』  지금도 유단자의 유도 실력과 도(道)「챔피언」의 탁구 실력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는 김(金)사장은 학생 시절의 역경을 뚫는 방법으로 운동을 택했었다고 한다.  강인한 체력과 뛰어난「테크닉」으로 맞설때 아무리 오만불손하던 강자도 결국은 무릎을 꿇고 말더라는 그의 생활 철학이 최고경영자의 오늘을 만들어 주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또한 부산(釜山) 피난 시절을 잊지 못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실의와 불안 속에서 허덕일때 나는 일했읍(습)니다』  미군(美軍)부대에서 쏟아져 나오는 자동차 부품(폐품)들을 정성스레 수집해서 다시 조립해 놓으면 훌륭한 승용차가 될 수 있었다.  전쟁 중이었기 때문에 미군(美軍)의 군수품은 풍부했고 그들이 쓰다 버리는 폐품들은 말이 폐품이지 얼마든지 재생해 쓸 수 있는 값있는 물품이었다.  그것을 다시 손질해 만들어 낸 승용차가「신진호」.  전쟁 직후까지 서울과 부산(釜山)일대에서 한동안 많이 눈에 띄던「새나라」차 모양의 납작한「택시」가 바로 김(金)사장이 만들어낸「신진호」그것이었다.  『인간의 생명을 좌우하는 자동차. 나는 그것을 직접 내 손으로 만들고 내 손으로 운전하면서 어떻게 하면 보다 안전하게, 보다 빠르게 그리고 즐겁게 달릴 수 있을까 연구하고 또 연구했읍(습)니다 』  자동차 공업의 선구자 김(金)사장은 누구보다도 자동차를 잘 알고 자동차와 가깝다고 말하고 있다.  55년 2월 신진(新進)공업주식회사를 설립한 뒤에도 김(金)사장은 꾸준히 자동차와 함께 살았으며 어린 시절과 다름없이 더운 공장 속에서 탁한 공기를 마시고 돌아가는 기계소리를 흥겨운 음악으로 듣곤 했다.  그래서 부실 운영으로 새나라 자동차가 문을 닫고 새주인을 맞아들일 때 관계 당국에서 선뜻 김(金)사장을 지목했던 것이다.  당시 새나라 자동차의 관리권을 맡고 있던 한일(韓一)은행에서는 많은 희망자를 모두 물리치고 자동차 공업에 경험이 많고 절대적인 실력을 지니고 있는 김(金)사장에게 관리권을 넘겼었다.  『사실 처음에는 무척 당황했읍(습)니다. 자금과 시설이 불충분한 데다가 세상에서들 말을 오죽 해야지요』  특혜다 뭐다 말들이 많은 가운데 그는 의욕과 경험만을 믿고「새나라」를 인수했다고 한다.  『아마 내 평생에 그때만큼 밤잠을 못 자고 일해 보기는 처음이었을 거예요』  그러니까 65년 겨울부터 66년초까지의 일이었다.  일본(日本)「도요다」자동차와의 제휴 조건도 처음 얘기와는 달리 자꾸 바뀌고 필요한 자금을 동원하는 일도 뜻과 같지 않았다.  하루에 잠자는 시간은 단 2시간 뿐.  일에 쫓겨 시간도 없거니와 잠을 자려고 아무리 애써도 머릿 속에는 수없는 자동차가 오락가락할뿐 잠은 오지 않았다고 한다.  『내 생애에서 세번째로 겪은 역경이었던 셈이지요. 결국 그 역경을 뜷고 나오는 동안 나라고 하는 하나의 인간이 그리고 한국의 자동차공업이 성장을 하게 된 겁니다』  그 뒤 한달 동안 3천대를 돌파하고「코로나」가 완전히 국내 시장을 석권했을 때도 김(金)사장은 흡족한 잠을 잘 수가 없었다고 한다. 한(韓)·일(日)간의 미묘한 관계에서 비롯되는 경쟁 의식, 그리고 자기가 생산해 내는 자동차가 완전 국산이 아니라는 불만과 초조 그런 것이 지금까지도 김(金) 사장의 잠자리를 괴롭히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당시의 신진(新進)제품 자동차 국산화율은 승용차가 32.8%,「버스」가 77.4%,「트럭」이 23.37%- 중요 부품은 모두 일제(日製)로 돼 있었다.  『물론 지금도 완전 국산화는 못하고 있읍(습)니다만 그렇기 때문에 언제나 초조하고 마음이 아프다니까요』  그러나 완전 국산화의 날은 멀지 않았다고 김(金)사장은 장담하고 있다.  『물줄기는 높은 데서 얕은 데로 흐르기 마련인듯 경제를 바탕으로 하는 국제 사회의 흐름도 선진국에서 후진국으로 흐르게 된다고 나는 믿고 있읍(습)니다』  후진국 사람들은 그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하고 잡힌 기회는 유효하게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냉전 체제가 무너지고 화해「무드」가 조성되면서부터 일본(日本)은 별안간 중공(中共)에 근접하고 있으며 따라서 한국으로 흐르던 일본(日本) 경제의 흐름은 그 방향을 바꾸었다는 것이다.  『나는 일본사람들을 조금도 나쁘다고 나무라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그들이 우리를 쳐다보지 않고 외면만 한다면 우리도 또한 새로운 물줄기를 우리 쪽으로 돌리도록 노력해야 할 것 아니겠어요』  그래서 일본(日本)과의 제휴를 끊고 세계적인 자동차「메이커」인 미국(美國)의「제너럴·모터즈」와 합작 투자를 했다는 것이다. 자본금은 50%씩 4천8백만불.  그러나 자본금을 반밖에 안 냈다 해서 회사 운영의 방침이나 제도를 미국(美國)측에 양보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어디까지나 한국이 주체고 김창원(金昌源)씨의 운영 방침이 우선합니다』 8천명의 대식구를 거느린 신진(新進)「그룹」으로서는 성실하고 근면한 종업원이 주인라는 얘기다. 『미국이나「유럽」같은 선진국에서는 공장 직공들이 1주일에 몇시간씩이나 일하는 지 아세요. 겨우 32시간만 일하면 그들은 그만이에요. 그 이상은 더하려고 하지도 않고 또 시키려고 생각지도 않아요. 그런데 우리 나라는 보십시오.1주일에 70시간 이상씩 일을 합니다. 나도 그들과 같이 일합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일 많이 하는 사람들이 회사의 주도권을 쥔다는 게 당연하지 않습니까』 날품팔이 노동자들로부터 대 회사 사장에 이르기까지 이 땅에 태어난 사람이면 누구나 하루 10시간 이상 일해야 한다는 것이 김(金)사장의 주장이다.  『경영철학이요? 나는 그런 어려운 얘기는 모릅니다. 다만 정확한 판단에 의해 계획이 수립되면 지체없이 집행하라는 것이 내 지론입니다』 정확한 판단·민첩한 행동, 그것은 역시 경기에 임한 탁구선수의 자세를 그대로 본받으라는 말인 것 같았다. 이(李)에리사 양의 세계 제패도 어쩌면 대한탁구협회 회장이기도 한 김(金)사장의 그런 정신과 자세를 본 받은 결과인지 모르겠다. 『나는 미국이라는 나라를 대단히 존경합니다. 그 젊음에 찬 패기와 과단성이 있는 결단력, 그게 무척 마음에 든단 말이에요』  자동차와 일반기계 부품공장인 현대(現代)「기아」를「코리어·스파이서」란 이름으로 개칭하고 미국의「데이나」회사와 제휴하면서 자주 미국에 가보고 다시금 미국의 힘을 재인식했다는 것이다.  「데이나」라고 하면 미국에서도 손꼽는 재벌급 회사다.  그「데이나」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모두 30대의 젊은이들뿐이라는 점에서 놀랐고, 30대의 젊은이들이 해내는 일이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데 조금도 손색이 없는 것을 보고 또 한번 놀랐다고 한다.  『물론 풍부한 자원과 우수한 시설 이런 것들이 모두 갖추어져 있으니까 이루어지는 힘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그 자원과 시설을 이용하는 인간의 자세와 정신이라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한국의 장래를 낙관한다고 했다.  신진(新進)「그룹」의 장래도 몹시 희망적이라고 했다.  약동하는 젊은이들의 의욕적인 활동이 눈부시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탁구공은 쉴새없이 날아옵니다. 잠시도 제자리에 서 있을 수는 없지요. 움직여야 합니다. 움직여야지, 민첩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말입니다』  아직 결근을 해본 적이 없다는 신진(新進)「그룹」의 총수.  『자동차공업 육성만이 내 의무요 목적』이라는 그의 모습에서 바로 그가 반했다는 미국(美國)의 젊은 패기와 과단성 있는 결단력이 보이는 것 같았다. <이의재(李義宰) 기자>   ◇김창원(金昌源)씨 약력◇  ▲1917년 8월 충남(忠南) 공주(公州)에서 출생  ▲1953년 일본 화가산현입(和歌山縣立) 상업학교 졸업  ▲1955년 신진공업 대표이사  ▲1966년 신진(新進)자동차공업 대표이사  ▲1969년 대한탁구협회 회장  ▲ “ 한국기계공업 대표이사  ▲ “ 주한「튜니지아」 명예영사  ▲1971년 경향신문사 회장  ▲1972년「제너럴·모터즈·코리어」대표이사   [선데이서울 73년 2월4일 제6권 5호 통권 제225호] ●이 기사는 ‘공전의 히트’를 친 연예주간지 ‘선데이서울’에 38년전 실렸던 기사 내용입니다. 기사 내용과 광고 카피 등 당시의 사회상을 지금과 비교하면서 보시면 더욱 재미있습니다. 한권에 얼마냐고요? 50원이었습니다.
  • 개도국에 과학기술 전수 KISTEP 고위정책결정자 과정

    개도국에 과학기술 전수 KISTEP 고위정책결정자 과정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28일부터 5일간 대전 인터시티호텔에서 개발도상국 과학기술 지원 기관인 국제과학기술혁신센터(ISTIC)와 함께 ‘제3회 KISTEP-ISTIC 개도국 고위정책결정자 과학기술혁신과정’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 과정은 ISTIC이 KISTEP에 아시아·아프리카 개도국의 과학기술 정책 수립, 기획 및 평가, 관리기법 등 전반적 과학기술 역량 강화를 위한 ‘맞춤형 R&D 교육연수 프로그램’을 요청해 2009년 시작됐다. 올해는 동남아시아(캄보디아·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 등), 아프리카(콩고·나이지리아·모로코 등), 중동(오만·쿠웨이트·예멘) 등지의 16개국 과학기술 부서 국장급 이상 관계자 22명이 참가했다. 프로그램은 정보통신(ICT)·나노기술(NT)·환경기술(ET)·생명공학(BT)·녹색기술(GT) 등 5개 분야에 대한 전문가 강연과 참가국의 과학기술 현황 발표, 국내 연구기관 시찰 등으로 진행된다. 이준승 KISTEP 원장은 “각국의 실정에 맞는 과학기술 컨설팅을 통해 고도성장기를 거친 우리의 노하우를 전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손예진 ‘오싹한 연애’로 컴백…그녀, 인생을 말하다

    손예진 ‘오싹한 연애’로 컴백…그녀, 인생을 말하다

    낯가림이 심했다. 새로운 일에 대한 경계심과 두려움도 컸다. 대중 앞에 모든 것이 까발려지는 배우란 직업을 하기에 적합한 천성은 아니다. 그런데 중학교 때였나. 말로는 표현 못 할 기운을 느꼈다. 어린 나이였지만 평범한 직장생활 하면서 살 팔자는 아니란 걸 직감했다. 소녀는 배우를 꿈꿨다. 열일곱 살에 화장품 모델로 데뷔했다. 열아홉 살에 드라마 ‘맛있는 청혼’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2002년 영화 ‘취화선’ 조연으로 충무로로 영역을 넓혔다. 두 번째 영화 ‘연애소설’부터는 줄곧 주연만 했다. 배우라면 한 보따리씩 가진 무명 시절 고생담과는 거리가 멀었다. “밖에서 보는 것처럼 운이 좋았을지도 몰라요. 다들 니가 무슨 슬럼프가 있었느냐고 해요. 그런데 십몇 년 동안 끊임없이 복기하고 자책하고 후회하고,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 항상 도돌이표 같은 고민을 해요.” # 상대역 캐스팅 안 됐지만 시나리오만 믿고 로맨틱 코미디 ‘오싹한 연애’로 2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배우 손예진(29)을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새달 1일 개봉하는 ‘오싹한 연애’는 로맨틱 코미디란 ‘도’에 호러란 ‘토핑’을 얹은 독특한 영화다. 기를 쓰고 쫓아다니는 귀신 때문에 연애는커녕 가족·친구로부터 버림받은 여자 여리(손예진)가 마술사 조구(이민기)를 만나 벌이는 달콤살벌 연애담을 다뤘다. 영화는 ‘백야행-하얀 어둠 속을 걷다’ 이후 2년 만이다. 데뷔 이후 한해도 영화를 거르지 않은 점에 비춰 의외의 행보. 손예진은 “드라마 ‘개인의 취향’을 하고 나서 (강제규 감독의) 영화 ‘마이웨이’를 하기로 했었는데 시나리오가 바뀌면서 아예 빠졌다. 그 무렵 ‘오싹한 연애’를 받았는데 묘하게 새롭고 재밌었다.”면서 “내가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의 좋은 작품들을 했다고 자부하는데 좀 더 업그레이드된 걸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신인감독, 게다가 상대배우 캐스팅도 안 된 상태에서 시나리오만 보고 결정했다. 전작 ‘개인의 취향’에서 5세 연하인 이민호에 이어 3세 연하인 이민기와 커플연기를 했다. 영화를 끌고나가는 건 오롯이 그녀의 몫. 손예진은 “그동안 (최민식·배용준·김주혁·김명민·한석규·정우성 등) 선배님들과 호흡을 맞추다 영화에선 처음으로 후배와 찍었다. 관객 입장에선 검증이 안 된 신인감독이니까 책임감이 더 심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 영화에선 처음으로 후배와 호흡 맞춰가며 그래서일까. 언론 시사 전날 1시간밖에 잠을 못 이뤘다. “하하하, 늘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고 시사회에 가요. 발가벗겨진 채로 도마 위에 놓인 느낌 같다고나 할까요. 기자 분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옷이 입혀질 수도 있고, 계속 발가벗겨진 채로 있을 수도 있는 거죠. 다행히 웃을 대목과 무서워할 대목에서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반응이 나온 것 같아요.” 손예진에겐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이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작업의 정석’ ‘아내가 결혼했다’ 같은 로맨틱 코미디에서 물을 만난 고기처럼 청순미와 섹시한 매력을 발산했기 때문. 물론 그녀가 과감한 연기변신을 시도했던 ‘외출’ ‘무방비도시’ ‘백야행’ 같은 영화의 흥행성적이 좋지 못했던 탓도 있다. “로맨틱 코미디는 두세 작품밖에 안 했는데 그 인상이 강하게 남았나 봐요(웃음). ‘외출’은 치정극도 아니고, 허진호 감독님 특유의 미묘한 감정선이 중요한 영화잖아요. ‘무방비도시’는 손익분기점은 넘었고. ‘백야행’은 워낙 특별하고, 뒤틀린 사랑 얘기여서…. 처음부터 대박과는 거리가 먼 걸 알았지만 선택한 거죠.” 곧 말을 이었다. “내가 새롭고 즐겁지 않으면 관객들이 재밌을 수 없잖아요. 변신을 위해 억지로 꿰맞춘 옷을 입고 싶진 않아요. 하지만 나를 감싼 껍질을 끊임없이 깨뜨리고 싶어요. 장르적으로는 똑같은 멜로, 똑같은 로맨틱 코미디라고 해도 그 안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야죠.” 손예진은 “두 번의 슬럼프가 있었다.”고도 했다. 2003년 드라마 ‘여름향기’를 끝낸 직후와 2008년 드라마 ‘스포트라이트’를 찍을 때였다. 두 번 모두 쉬어야 할 타이밍이었지만, 작품 욕심에 일을 강행했던 게 패착. 정신적·육체적으로 패닉상태에 이르렀지만, 이겨냈다. # 나를 감싼 껍질을 깨뜨리고 싶었답니다 “결국 시간이 약인 것 같아요. 힘들긴 하지만 고민하는 시간은 나에게 주어진 몫인 거죠. 그런데 그 고비를 넘기고 나면 세상이 달라 보여요.”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만큼 ‘연기관’도 달라졌다. “한 번 사는 인생인데 평생 연기만 하며 살아야 하는 걸까란 회의가 문득 들어요. 뭘 할까 고민하다 음악을 좀 배워 볼까란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이걸 배워서 음악영화에 출연할 때 써먹으면 좋겠구나란 생각으로 연결돼요(웃음). 이 세상에 사는 이상 연기를 하지 않는 나는 재미없을 것 같아요.” 그녀는 또한 “연기를 할 때 철저하게 외롭지만 그 외로움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자연인 손예진으로 돌아올 때 느끼는 허탈함은 컨트롤이 안 된다. 나를 알아가는 즐거움과 고통, 욕망, 그 모든 것이 연기의 매력인 것 같다.”고 부연했다. 이혼녀(‘연애시대’), 소매치기(‘무방비도시’), 기자(‘스포트라이트’), 팜므파탈(‘백야행’) 등 폭넓은 스펙트럼의 역할을 소화한 그녀가 도전하고 싶은 역할은 무엇일까. 그녀는 “30대에는 진한 여자들의 우정, 여성 캐릭터의 깊이를 더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델마와 루이스’나 ‘밴디트’ ‘몬스터’ 같은 영화에 끌린다.”고 털어놓았다. # 변신하려고 억지로 꿰맞춘 옷은 싫으니까요 조만간 전혀 다른 옷을 입고 우리 앞에 나타날 모습이 기대된다. 물론 피 흘리고, 재투성이가 된 손예진을 먼저 만나게 된다. 그녀는 요즘 생애 첫 번째 블록버스터 재난영화 ‘타워’현장에서 설경구, 김상경 등과 함께 재투성이에 피범벅으로 촬영 중이다. 배우 손예진의 껍질깨기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비겼지만 시~원했다…올림픽호 카타르 원정전 1-1

    비겼지만 시~원했다…올림픽호 카타르 원정전 1-1

    모든 게 좋았다. 그래서 무승부라는 결과가 너무 아쉬웠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24일 카타르 도하의 알 사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 2차전 카타르와의 경기에서 1-1로 비겼다. 한국은 1승1무(승점 4)로 조 1위를 지켰다. 높은 볼 점유율로 경기를 주도했지만 전반 43분 페널티킥을 내주며 실점했다. 하지만 후반 23분 카타르 진영 왼쪽 측면에서 윤석영(전남)이 올린 크로스를 김현성(대구)이 헤딩 동점골로 연결하며 귀중한 승점을 추가했다. 홍 감독은 지난 7일부터 국내에서 전지훈련을 하며 발을 맞춰온 선수들로 카타르전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중앙수비수 홍정호(제주)를 제외한 서정진(전북), 윤빛가람, 홍철(이상 성남) 등 A대표팀 중복 차출 선수들은 예상과 달리 선발로 나서지 않았다. 조직력을 앞세워 승부를 보겠다는 판단이었다. 올림픽팀은 지난 18일 카타르에 도착한 뒤 조직력을 다지는 데 주력했고 코너킥과 프리킥 등 세트피스 상황도 집중적으로 훈련했다. 윤빛가람, 홍철, 홍정호는 지난 9월 오만과의 1차전에 선발로 나서 기존 선수들과 발을 맞출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열흘 이상 함께 훈련한 기존 선수들만큼의 호흡을 보이기는 어려웠다. 경기 일정에 맞춰 컨디션을 조절한 기존 선수들의 몸 상태가 월드컵 예선전을 치르고 온 선수들보다 좋았던 것도 그 이유다. 홍 감독의 과감한 선택은 카타르전 전반 중반까지 70%에 달하는 높은 점유율로 경기의 주도권을 틀어 쥐는 원동력이 됐다.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에 참가해 중동 2연전을 치른 뒤 합류한 A대표팀 선수들은 기존의 조직력을 해치지 않으며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조커’ 역할을 맡았다. 전반을 뒤진 채 마친 홍 감독은 분위기 전환을 위해 이른 선수교체를 단행했다. 후반 7분 윤빛가람, 21분 서정진, 31분 홍철을 차례로 출전시키며 3장의 교체카드를 모두 A대표팀에서 돌아온 선수들로 썼다. 서정진은 우측면에서 위협적인 드리블 돌파로 상대 수비수들의 견제를 분산시켰다. 경기 내내 왼쪽으로 집중됐던 공격 방향과 수비의 집중이 오른쪽으로 넘어오자 왼쪽에서 기회가 생겼다. 분위기 전환을 위한 노림수는 동점골로 이어지며 성과를 냈다. 반면 유기적인 팀플레이는 약화됐다. 윤빛가람은 최근 이적 파문과 오랜 중동 원정으로 컨디션이 떨어진 탓인지 잦은 패스미스로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씨줄날줄] 지중해/임태순 논설위원

    지중해(地中海)는 오랫동안 인류 역사, 문명의 주 무대였다. 서양 문명의 뿌리인 그리스·로마 문명이 이곳에서 싹을 틔웠다. 고대 로마는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북아프리카의 카르타고와 벌인 전쟁에서 승리, 지중해의 패권을 장악하고 화려한 제국시대를 열어간다. 아랍 이슬람은 7세기 북아프리카를 거쳐 이베리아 반도를 복속시켜 사라센 제국을 건설했으며, 이에 맞서 중세 신성로마 제국은 지중해를 오가며 십자군 전쟁을 벌인다. 지중해를 빼면 서양역사를 논할 수 없는 셈이다. 지중해는 유럽 대륙과 아프리카 대륙으로 둘러싸여 있는 바다다. 말 그대로 ‘땅 가운데 있는 바다’이지만 서양 문명의 발상지였던 만큼 은근히 ‘지구의 중심’이라는 오만함도 느껴진다. 하기야 고대 그리스인들이 델포이 시를 ‘옴파로스’(지구의 배꼽)라고 했으니 이러한 의식이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닐 것이다. 지중해는 코발트색 바다에 온화한 기후, 화려한 풍광까지 자랑하고 있어 세계인들이 선망하는 곳이다. 여기에 야채, 견과류, 올리브 등의 식재료를 사용하는 지중해 음식은 세계인들의 건강식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런 천혜의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으니 “현재에 집중하라, 순간을 살라.”는 뜻을 지닌 호라티우스의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라는 시구가 나오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또 평온한 바다에 붉은 태양이 없었다면 ‘오 솔레미오’라는 노래도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지중해는 풍요, 번성, 안온, 여유의 상징이다. 반면 같은 내해라도 남중국해, 동중국해, 동해 등은 평화, 번영과는 거리가 멀다. 중국, 베트남, 일본, 필리핀, 우리나라 등 인접국들의 영토분쟁이 얼룩져 갈등, 분쟁, 반목의 바다라고 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최근 포르투갈,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등 지중해 연안 7개국의 정권이 모두 교체됐다. 남유럽 국가들은 높은 실업 등 경제난을, 북아프리카 나라들은 장기독재에 따른 민주화 요구를 이기지 못해 무너졌다. 미국의 뉴스전문채널 CNN은 이를 두고 지중해가 ‘권력자의 무덤’이 됐다고 말한다. 이들 국가는 그동안 천혜의 자연조건과 역사유적을 바탕으로 많은 관광객을 유치해 쏠쏠한 수입을 올렸다. 특히 남유럽 국가들은 현재에 집중하고 순간에 살라는 선조들의 가르침대로 복지 등에 있어 과도한 혜택을 누렸다. 경제에는 공짜점심이 없다는데 오랫동안 공짜점심에 길들여져 온 그들이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까.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박명재 세상 추임새] 세 사람의 죽음 앞에서

    [박명재 세상 추임새] 세 사람의 죽음 앞에서

    근래 우리는 세상 사람들의 시선과 주목을 끄는 세 사람의 죽음을 연이어 목격하게 되었다. 사망순서대로 하면 애플의 전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 리비아를 42년간 철권통치하였던 카다피 전 국가원수, 영원한 산악인 박영석 대장이 그들이다. 박영석 대장이 48세, 스티브 잡스가 56세, 카다피가 69세이다. 우리는 이 세 사람의 죽음의 양태와 고인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평가의 극명한 차이점을 보면서 언제가 한번 맞게 될 죽음에 대해 몇 가지 상념을 떠올리게 된다. 먼저 히말라야를 가슴에 품고 추락사한 박영석 대장의 죽음은 말 그대로 사고사이다. 한평생 정열과 의지로 정복하려 했던 자연의 설산 속에서 맞이한 안타깝고 장렬한 도전의 죽음이었다. 세네카가 ‘죽음이 어떠한 장소에서도 너희를 기다리고 있는지 잘 모른다. 그러기 때문에 어떠한 장소에서도 죽음을 기다리라.’고 한 말과 함께, 옛사람들이 ‘산을 좋아하는 자는 산에서, 물을 좋아하는 자는 물에서 죽는다.’는 말이 연상되는 슬픈 최후였다. 그는 도전하는 젊은이들과 특히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산악인들의 깊은 애도와 슬픔 속에 영원한 산사람이 되어 세상을 떠났다. 스티브 잡스는 놀랄 만한 발상과 창조로 애플의 신화를 만들고 세상을 변화시킨 금세기 최고의 CEO로서, 그의 죽음은 병사였다. 그의 비상한 재주와 능력, 기술도 병 앞에서는 병약하고 초췌한 모습의 환자일 뿐이었다. 전 세계가 이 천재의 죽음을 아쉬워하고 그의 사후 세상의 흐름과 정보기술(IT) 업계 변화를 예측하고 분석하기에 분주했으며, 소규모 추모행렬이 며칠간 이어졌다. 죽는 날까지 일을 놓지 않고 신제품을 출시하고 발표하면서 정열을 태웠던 기술인·기업인으로서 면모를 보여주고, 찾아온 죽음 앞에 조용히 순응해 간 비교적 젊은 나이의 죽음이기에 그가 좀 더 오래 살았으면 세상을 좀 더 바꿀 수 있을 텐데 하는 진한 아쉬움과 여운이 남는다. ‘영광 속에서 맞이한 죽음은 신이 내린 선물’이라는 말과 함께 ‘열심히 일한 날은 잠이 잘 찾아오고, 열심히 일한 인생에는 조용한 죽음이 찾아온다.’는 격언이 생각나는 그런 죽음이었다. 카다피는 장기간에 걸친 독재정치체제 하에서 신처럼 군림하며, 절대적 지지와 숭배를 받고 있다고 믿었던 자기 국민들로부터 총살과 시해를 당한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였다. 죽음 앞에서도 끝끝내 총을 쏘지 말라며 애원하는 불쌍하고 가련한 추한 모습으로 죽어갔다. 그것도 자기가 믿었던 자신의 고향 땅에서.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망한다는 독재자의 말로를 증명이나 하듯 그의 죽음을 반기는 국민들의 열렬한 환호 속에 더럽혀지고 짓밟혀진 채 세상을 등졌다. ‘남의 의지에 의해서 죽는 것은 두 번 죽는 것이다.’라는 말이 떠올려지고, 아주 추하게 자기 국민과 온 세상 사람들의 조롱거리가 된 카다피의 비굴한 마지막 죽음의 모습은 세계의 오만한 독재자들에게 충분한 경종과 교훈을 주었다. 생을 다 알지도 못하면서 어찌 죽음을 말하랴(未知生 焉知死)는 논어의 경구가 있지만, 행복한 사람은 가장 알맞은 때에 자기에게 알맞은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지 않으면 그 사람에 앞서 행복이 먼저 죽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어찌 그게 사람의 힘으로 가능할 것인가. “죽음이 찾아올 때 나이와 업적을 참작하지 않으며, 죽음은 이 땅에서 병든 자와 건강한 사람, 부자와 가난한 사람, 권력자와 힘없는 자를 구별 없이 쓸어간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죽음에 대비해서 살아갈 것을 가르친다.”는 선인의 말과 함께, 동양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인도의 시인 타고르가 그의 시집 기탄잘리에서 ‘신이 어느 날 문득 죽음의 광주리를 우리 앞에 내밀었을 때, 우리는 과연 그 광주리에 무엇을 담아놓고 이 세상을 떠날 것인가.’라고 한 말을 세 사람의 죽음 앞에서 다시 한번 떠올리며 음미하게 된다. 또한 ‘죽음은 교황이나 거지나 모두 용서하지 않는다.’는 유명한 영국 속담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CHA의과학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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