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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벤져스’ 이후 스타크의 고군분투 ‘아이언맨3’

    ‘어벤져스’ 이후 스타크의 고군분투 ‘아이언맨3’

    1963년 코믹북으로 데뷔한 마블의 ‘아이언맨’만큼 영화화에 성공한 캐릭터도 드물다. 2008년 ‘아이언맨’(5억 8517만 달러·약 6548억원)과 2010년 ‘아이언맨2’(6억 2393만 달러·약 6982억원)로 연타석 홈런을 날렸다. 마블의 캐릭터를 모은 종합선물세트 ‘어벤져스’는 무려 15억 1175만 달러(약 1조 6916억원)를 벌어들였다. 국내에서도 뜨거웠다. 1·2편은 각각 430만명과 450만명, ‘어벤져스’는 707만명을 불러모았다. 25일 ‘아이언맨3’가 세계 최초로 개봉했다. 북미보다 1주일 빠르다. 영화는 ‘어벤져스’ 이후부터 시작한다. 영웅의 삶에 회의를 느낀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수면장애와 정서불안에 시달린다. 그새 최악의 테러리스트 만다린 일당은 스타크의 저택을 쑥대밭으로 만든다. 목숨을 건졌지만, 남은 건 망가진 슈트 한 벌뿐. 테러의 위협에서 세계와 사랑하는 여인 페퍼(기네스 펠트로)를 지켜내기 위한 스타크의 고군분투가 시작된다. [UP] 살아있는 3D·액션… 쾌감 충족 철학적 고민 더한 현실적 영웅으로 컴백 할리우드에서 가장 매력적인 슈퍼히어로 캐릭터 중 하나인 아이언맨. 명석한 두뇌와 준수한 외모, 위트 넘치는 유머까지 두루 갖춰 큰 사랑을 받아온 스타크(아이언맨)는 시즌3에서 영웅의 정체성에 대한 철학적인 고민을 더해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영화는 이전에 오만하리 만큼 당당했던 그도 두려움을 느끼는 연약한 존재였다는 점을 부각시켜 현실적인 영웅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어벤져스’에서 자신보다 강력한 존재를 겪은 뒤 불안감에 시달리며 개발해 낸 47벌의 슈트는 초반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예고편부터 화제를 모았던 말리부 해안가 절벽의 토니 스타크의 저택이 적에 의해 파괴되는 장면은 화려한 컴퓨터그래픽(CG)으로 볼거리를 제공한다. 극적인 효과를 배가시키기 위해 세트장을 45도 각도로 기울어지도록 고안돼 3차원(3D) 입체감이 더 살았다. 추락하는 에어포스 원에서 아이언맨이 13명의 인명을 구하면서 펼쳐지는 고공 액션 장면도 놓칠 수 없다. 스카이다이빙팀이 투입돼 열흘간 비행기가 62회 이륙하며 만들어내 생생함이 느껴진다. 다앙한 관객층을 공략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1편에서 주변부에 머물렀던 여주인공 페퍼가 직접 슈트를 입고 아이언맨을 구하는 등 비중을 대폭 늘려 여성 관객의 호감을 샀다. 또 스타크를 돕는 최연소 조력자로 소년을 등장시키기도 한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버려진 대형 유조선에서의 전투 장면은 남성 관객들의 판타지를 충분히 충족시킬 것으로 보인다. 수십 대의 아이언맨 슈트가 동시에 등장해 사방에서 적을 공격하는 장면은 통쾌한 쾌감을 안겨준다. 로맨티스트로서의 모습은 중장년층 관객들도 포용할 것으로 보인다. 엔드크레딧이 모두 올라간 뒤 나오는 깜짝 영상은 놓치지 말아야 할 덤이다. [DOWN] 차별성 없는 영웅… 매력 상실 틀에 갇힌 캐릭터·희소성 없는 물량공세 존 파브로가 연출한 ‘아이언맨2’에 대한 평가는 신통치 않았다. 북미에서는 심지어 1편만큼 재미를 보지 못했다. 장수 시리즈로 살아남으려면 변화가 필요했다. ‘리썰웨폰’ 시리즈와 ‘마지막 액션히어로’ ‘롱키스굿나잇’ 등 1990년 할리우드의 A급 시나리오 작가였던 셰인 블랙이 각본 겸 연출가로 투입된 배경이다. 고집불통에 남의 의견 따윈 안중에도 없고, 쇼맨십에 취해 단독행동을 일삼던 토니 스타크는 ‘아이언맨3’에서 타인과 협력하는 법을 깨닫는다. 연인과 비서 사이에서 애매하던 페퍼와의 관계도 한걸음 발전한다. 블랙 감독은 심지어 페퍼에게도 ‘특별한 능력’(?)을 부여해, 속편에서의 활약을 예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진을 기반으로 한 블랙 감독의 수술은 잘못됐다. ‘아이언맨’의 매력은 다른 슈퍼히어로와 차별성에서 비롯됐다. 군수사업으로 억만장자가 된 스타크는 늘씬한 미녀와 파티를 밝히는 플레이보이인 동시에 스스로 아이언맨 슈트를 만들 만큼 손재주가 좋다. 벌레에 물리거나 광선에 쏘여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된 게 아니라 스스로 의지와 첨단기술을 빌어 영웅이 됐다. 때론 모든 것을 다 가진 그가 얄밉기도 하지만, 그만큼 자신만만하고 유머러스한 슈퍼히어로도 없었다. 그런데 블랙 감독은 스타크를 적당히 착하고, 책임감을 갖춘 고만고만한 영웅으로 바꿔놓았다. 시리즈 사상 가장 강력한 악당을 상대하려고 원격조정되는 수십 대의 아이언맨 수트가 떼로 등장하는 후반부 역시 아쉽다. ‘어벤져스’의 하이라이트 장면 못지않은 화끈한 물량공세로 볼거리는 얻었다. 하지만, 희소성이 없는 슈퍼히어로는 존재의 의미가 없다. 감독이 놓쳤거나, 무시한 대목이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샛재로 되짚어 갔다는 만기 일행이 말래 도방으로 되돌아온 것은 술시가 가까운 시각이었다. 월천댁은 병자의 부러진 다리에 버드나무 껍질을 벗겨 지지대를 붙이고 감발로 싸 동여 놓았다. 만기 일행은 어찌나 황망히 길을 줄였던지 그 한절에도 온몸에 땀이 비 오듯 하였다. 그들은 행수가 누울 아랫목 자리에 병자를 뉘었다. 월천댁의 알뜰한 구완에 병자는 얼추 기신을 차린 듯하였으나 어찌 된 셈인지 감긴 눈은 제출물로 뜨지 못했다. 얼굴이 죽장같이 부어올랐기 때문이었다. 다시 옷깃을 차근차근 뒤져 보았으나 역시 본색을 알아차릴 만한 증거는 찾을 수 없었다. 동무하는 행중이 푸념하였다. “기필코 궐자의 본색을 알아서 무엇하겠습니까. 정신 차리고 일어나면, 제 가던 길을 찾아가겠지요. 우리도 그만하면 도리를 할 만치 했지 않습니까.” “생선과 나그네는 사흘만 되면 냄새가 나는 법인데… 이 위인은 우리들이 업어 온 날짜만 되어도 사흘이나 되는데 도무지 본색을 모르겠네요.” “활인했으면 되었지, 구태여 본색은 알아서 뭣하겠나.” 모두 중구난방으로 한마디씩 거드는 말을 가만히 듣던 행수가 손사래치며 나직하게 말했다. “구완했다는 생색내려 하지 말고 정신이 돌아올 때까지 잠자코 기다리는 게 도리일세.” 부기가 얼추 가라앉아 어섯눈을 뜨고 묻는 말에 대꾸할 만하게 된 것은, 의원이 당도하여 꼬박 뜬눈으로 구완하며 밤을 새운 그 이튿날 해질 무렵이었다. “이제 기신을 차릴 만하오?” 병자는 알아들었다는 듯 희미하게 웃었다. “십이령 비알진 기슭에서 노형을 발견하였소. 함자는 무엇이고 생업은 무엇으로 연명하오?” 위인이 내키지 않는 듯 한동안 대답을 주저하는 기색이더니 끙 하고 반 몸을 비틀어 가까스로 몸뚱이를 일으키고는 입을 열었다. “남행하는… 길이었습니다… 날이 저물자 초행길이라 조바심 나서 용수 걸린 집을 찾아 천방지축으로 헤매던 중에 험구를 만나 실족하고 말았습니다. 비알진 기슭에서 어찌나 곤두박질하였던지. 정신이 올지갈지해서 다른 것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초행길이라 하더라도 어째서 이곳으로 노정을 고쳐 잡게 되었는지, 도무지 기억에 없습니다… 신세를 졌습니다. 필경 길송장이 되어 개호주에게 물어뜯기거나 까마귀밥이 될 초개 같은 목숨을 성의를 바쳐 활인하여 주셨으니 그 은공 평생 잊지 않으리다….” “낯을 내자고 활인한 것은 아니오만, 입성이며 온몸에 어혈 자국이 낭자하니, 노형의 처지가 범상치 않음이오. 몸에서 누린내까지 나는 걸 보면 실족을 당했을 뿐만 아니라, 싸다듬이로 된불조차 맞은 듯한데, 산속 길을 헤매던 중에 적변을 당했거나, 악소 패거리들을 만나 대판 시비가 붙었던 것은 아니오?” “….” “우리들은 울진 포구에서 검은 돌 마을 거쳐 현동 저자나 내성으로 가는 십이령길을 수시로 넘나드는 원상들이오. 댁의 본색을 알려고 아득바득 파고드는 것을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시오. 이 십이령길에서 어떤 작폐가 일어나든, 그 내막을 속속들이 알고 있어야 할 처지가 아니겠소. 적변이 있었다면, 그 패당들을 소탕해야 할 것이고, 무뢰배들이 숨어 있다가 길손들을 등쳐 먹고 행리를 탈취한다면, 그 작폐 또한 저지시켜야 할 것입니다.” “시생은 원상도 아니고 농투성이도 아닙니다… 남도 쪽에 시생의 인척이 있어 찾아가는 길이었습니다. 그 도중에 이런 환난을 겪게 되었으나, 박이 터진 것처럼 도무지 기억이 희미할 뿐입니다.” 위인의 말투는 조근조근했으나 겪은 사연이란 내막이 허황되고 동에 닿지 않아 본색을 숨기려 한다는 것은 틀림없었다. 그러나 굳이 기억에 없다고 모르쇠로 버틴다면, 더이상 파고들 빌미가 없었다. 박을 다쳐 기억상실이 되었다면, 사매질로 다스리지 못하는 이상 그대로 믿는 수밖에 용뺄 재간이 없었다.
  • 미친 세상, 홀로 울며 노래하며 살아낸 ‘광주’를 위하여

    미친 세상, 홀로 울며 노래하며 살아낸 ‘광주’를 위하여

    “영암집 숙자가 죽은 사람은 있어도 죽인 사람은 없는 야속한 세상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산 사람들은 사는 것이 바빠서 그렇게 많은 사람이 죽었어도 그 사람들이 언제 죽었느냐 하고서 잊어버리고 그렇게 많은 사람을 죽인 사람이 분명히 있을 텐데도 그 사람이 누구를 죽였든지 말든지 내 알 바가 아니라고 시치미 뚝 떼는 세상이라고. 이놈의 세상이 그렇게도 야속하고 무정하다고.”(166쪽) 공선옥(50)의 새 장편소설 ‘그 노래는 어디서 왔을까’(창비 펴냄)는 시간상으로 1970년대 새마을운동부터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까지를 다루고 있다. 황석영이 1985년에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가 전달했던 즉각적인 충격과 분노를 이 책에서는 찾을 수 없다. 5·18 이후 살아남은 자들의 고통을 그린 장선우 감독의 영화 ‘꽃잎’과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역사를 관통하는 것은 그 사건이 아니라 개인들의 연속된 삶이기 때문이다. 새마을운동이 한창인 농촌에서 순박한 부모를 잃고 쫓겨나 도시로 이주해 콩나물을 팔면서 동생을 건사해야만 했던 15살의 어린 소녀 ‘정애’의 삶을 그저 불운했다고 하기에는 마음이 답답하다. 국가의 요구에 무차별적으로 부응하는 집단의 광기와 국가의 폭력이 없었더라면 정애의 삶은 평범하고 아름답게 늙어 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몹쓸 일을 당할 때마다 노래를 불렀다. 어떤 형식이나 형태가 있는 노래가 아닌데, 무서움도 사라지고 위로가 찾아온다. 문제는 그녀가 너무 자주 노래를 불러야 했다는 것이다. 1970년대와 80년대가 여성들로 표상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비우호적이고 야만적인 사회였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이 소설에는 오일팔(5·18)을 겪고 정신적 고통을 이기지 못해 미쳐 버린 인물이 ‘셋이나’ 나온다. 남동생을 찾으러 갔다가 군인들에게 몹쓸 일을 당한 정애를 비롯해 학생으로 오인받는 재미로 전두환이 누군지도 모른 채 얼결에 데모대에 휩쓸려 삼청교육대까지 끌려갔다가 돌아온 카센터 직원 박용재, 5·18에 공수부대 무전병으로 국난극복기장을 받았지만 제대 후 멀쩡한 팔을 기차 바퀴에 밀어 넣은 오만수다. 사실 ‘미친 사람이 셋이나’ 나온다는 기술은 정확하지 않다. 공선옥은 “자네를 미쳤다고 하는 사람들도 미친 것은 다 한가지여. 세상이 미친 거여. 미치지 않은 세상은 언제였을까. (중략) 미친 세상에서 미친 사람만이 미치지 않은 거여”라고 박샌댁 입을 통해 일갈한다. 정애는 또한 말한다. “나쁜 사람이 나쁜 일을 한 것보다 좋은 사람이 나쁜 일을 하는 것이 나는 더 무서웠다”라고. 신뢰했던 국가, 그 국가의 폭력 앞에 노출된 시민들은 치유할 수 없는 상처와 흔적을 입은 것이다. 그 당시 국가의 폭력은 이제 완전히 사라졌다고 우리는 자신할 수 있을까. 제3세계 국가에서 배우려고 오는 새마을운동이 1970년대 이농을 부추긴 실패한 정책이었음이 공선옥의 기억에서 되살아났다. 주인공 정애는 “새마을을 만들었는데도, 새마을이 됐다는데도 어인 일인지 사람들은 자꾸자꾸 새마을을 떠났다”고 했다. 당시 농사를 지으면 지을수록 농가는 빚이 늘었단다. 정부는 통일벼를 심으라고 강요하고, 통일벼로 못자리를 하지 않으면 공무원들이 와서 짓밟았고, 정부 시책을 따르지 않는 사람은 다 빨갱이라고 했단다. 통일벼는 해충에 약해서 농약이 없으면 지을 수 없었다. 키가 작고 힘이 없어 초가집의 이엉을 얹을 수도 없었단다. 그러니 농가에서는 슬레이트로 지붕을 올려야 했고, 농약을 듬뿍 친 통일 볏짚을 소의 여물로 쓸 수 없으니 비싼 수입 사료를 먹여야 했단다. 70~80%가 농부였던 대한민국은 새마을운동을 거치고 21세기에 접어들어 이제 7~8%의 농부만 농촌에 남았다. 그 많은 농부는 저임금의 도시 노동자로 전락해 일요일 아침에 농촌 드라마 ‘전원일기’를 시청하면서 겨우 고향에 대한 향수를 누그러뜨렸으니 말이다. 공선옥은 저자의 말에서 “나의 이 허술한 글을 하고 싶은 말은 많으나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 혼자 노래하고 혼자 울었던 내 어머니에게 바친다. 그리고…하고 싶은 말은 많으나 들어주는 사람 없어 혼자 울어야 했던 그대, ‘광주’에 바친다”고 했다. 돌아보자. 광주가 아직도 홀로 울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 北 “南, 교활한 술책”… 靑 “대화 거부 유감”

    北 “南, 교활한 술책”… 靑 “대화 거부 유감”

    북한이 우리 정부의 지난 11일 대화 제의를 ‘교활한 술책’, ‘아무 내용이 없는 빈껍데기’라고 비난하자 박근혜 대통령이 “대화 제의를 거부한 것은 참으로 유감”이라며 개성공단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를 강력히 촉구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남북 간 대화가 이뤄지기 어려울 전망이며, 김일성 주석 생일인 15일과 인민군 창건일인 25일을 즈음해 남북 간 긴장이 또다시 고조되고 있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14일 밤 청와대에서 ‘북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언급 관련 정부 입장’이라는 긴급 브리핑을 열고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을 전했다. 박 대통령은 “개성공단에 입주한 우리 기업인들은 남북 간의 합의를 믿고 공단 운영에 참여한 것인데, 인원과 물자의 공단 출입을 일방적으로 차단함으로써 입주 기업들이 받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면서 “더욱이 식자재 반입마저도 금지하는 것은 인도적 입장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어 “지금이라도 북한 당국은 공단 근로자들의 고통을 해결할 수 있는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지시로 주 수석의 심야 브리핑이 이뤄진 점으로 미뤄 박 대통령이 이날 북한의 언급과 비난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의 입장 표명은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유관 부처의 논의 끝에 나왔다. 앞서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평통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남측의 대화 제의는) 개성공업지구를 위기에 몰아넣은 저들의 범죄적 죄행을 꼬리 자르기 하고 내외 여론을 오도하며 대결적 정체를 가리기 위한 교활한 술책”이라고 비난했다. 조평통 대변인은 “북침 핵전쟁연습과 동족대결 모략책동에 악랄하게 매달려온 자들이 사죄나 책임에 대해 말 한마디 없이 대화를 운운한 것은 너무도 철면피한 행위로서 우리에 대한 모독이고 우롱”이라면서 “솔직하고 진지한 태도는 꼬물만치도 보이지 않고 북의 생각이 무엇인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어나 보겠다고 하는 것은 오만무례의 극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오후 “성명·담화 형식이 아니어서 전면 거부라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을 내놓았었다. 또 조평통 대변인이 “앞으로 대화 여부가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고 밝힌 점을 들어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저자와의 차 한잔] ‘나는 아직 엄마가 되려면 멀었다’ 낸 교육컨설턴트 박대진씨

    [저자와의 차 한잔] ‘나는 아직 엄마가 되려면 멀었다’ 낸 교육컨설턴트 박대진씨

    사교육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 시대의 엄마들은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사교육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 명문대에 보내려는 욕망 때문이다. 그런데 매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60만명의 아이들 중 명문대학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하는 아이들은 대략 5% 내외다. 나머지 95%의 아이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교육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박대진씨가 신간 ‘나는 아직 엄마가 되려면 멀었다’(센추리원 펴냄)를 통해 사교육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으면서 엄마들을 위한 방향과 대안을 제시한다. “일반적으로 엄마들에겐 임신과 동시에 아이를 양육하는 데 필요한 자원이 축적됩니다. 출산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엄마와 아이 사이에 맺어지는 무한 신뢰와 애정, 사랑 등이 바로 엄마의 자원이지요. 또 엄마는 아이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이 자원을 소비합니다. 문제는 엄마의 욕망은 무한하지만 그 자원은 유한한 데 있습니다.” 일례로 아이의 건강을 생각해서 균형 잡힌 식단을 제공하고 사랑과 관심으로 보살피는 일은 자원을 축적하는 것이지만 아이를 학원에 보내고 공부를 가르치는 일은 소비에 속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좋은 엄마, 현명한 엄마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원의 양을 제대로 파악해 효율적으로 분배할 줄 안다”면서 “그 작은 차이가 엄마와 아이와의 관계 형성은 물론 신뢰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고 이에 대비하는 일은 좋은 엄마가 되는 길 중 하나라는 것. 사교육의 현실을 잘 이해하는 것도 그런 차원이다. 사교육은 중하위권이 아닌 상위권 학생을 위한다는 것을 간과한 채 아이가 성적이 떨어지면 무조건 학원부터 보내려고 욕심을 내는 엄마들이 많다고 지적한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공부 좀 해라’, ‘너 커서 뭐가 되려고 그래?’, ‘내가 누구 때문에 이 고생을 하고 있는데?’ 등 과거 부모님한테 들었던 말들을 우리는 그대로 아이들에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엄마나 아이가 답답해지며 하루 12시간씩 공부를 많이 하고 있음에도 만족스럽지 못하고 있지요. 집중력이 점점 떨어지고 산만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공부 순위만으로 인생이 결정된다고 생각하는 순간 불행은 시작되기 때문에 ‘엄마의 욕망을 일단 멈추고 아이를 가졌을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라’고 강조한다. 아이가 행복하려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아이가 그것을 찾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의 욕심이 아이를 지치게 하는 것은 아닐까. 아이의 꿈과 나의 꿈을 혼동하는 것은 아닐까. 과연 지금 행동이 진정 아이의 행복을 위한 것일까” 등을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고 덧붙인다. “엄마들은 사실 억울하다고 말하지요. 잘못된 학벌 위주의 사회, 수년 동안 자리를 못 잡고 시행착오만 되풀이하는 대학 입시 제도, 바로 서지 못하는 공교육, 돈버는 데만 혈안이 된 학원들은 놔두고 왜 자신들만 갖고 그러느냐고 항변합니다. 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요.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의 사교육을 주도하는 사람도 엄마요, 현실적으로 바꿀 수 있는 주체도 엄마뿐이죠. 엄마의 생각만 조금 바뀌어도 아이에겐 충분합니다.” 저자는 프랑스 소르본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홍익대, 한국외국어대, 숙명여대와 교육대학원에서 불문학을 가르쳤다. 영어 학원을 직접 운영하면서 많은 엄마와 아이들이 겪고 있는 교육문제와 답답한 현실을 체감했단다. 저서로는 ‘어느 한국인의 작은 반란’ 등이 있다. 글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사진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얼마 가지 않아서 만기가 두고 온 벼랑길이 시선에 들어왔다. 그러나 잡도리해 두었다는 네 필의 당나귀는 만기가 버리고 온 장소에서 한 치도 벗어남이 없이 시겟짐을 등에 붙인 채로 한가롭게 서 있었다. 한 마리는 비게질을 한답시고 나뭇등걸에 엉덩이를 비비적거리고 있었다. 절음 난 나귀 역시 무사했다. 다만 어마지두 놀란 만기가 경황 중에 벗어던진 쪽지게만 벼랑길에 곤두박여 있을 뿐이었다. 그렇다 해서 무작정 달려가서 나귀들의 고삐를 낚아챌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매복한 산적들이 나귀들을 미끼로 유인하여 순식간에 일행을 덮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일행은 나귀들을 코앞에 두고 사위의 정황을 살피기로 하였다. 계곡 아래로 몸을 납작 엎드려 매복하면서 숨을 죽였다. 까치 서너 마리가 소나무 가지 사이를 분주하게 오가면서 소리치는 것이 예사롭지 않았으나 그렇다고 경솔하게 뛰어들었다가 놀란 나귀들이 혼비백산하여 뒤죽박죽 뛰기라도 한다면, 시겟바리가 계곡 아래로 굴러 일이 커질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나귀들조차 부상을 입을 가망도 없지 않았다. 산적이 매복하고 있다는 증거를 찾아내지 못하든, 나귀들이 놀라지 않게 시간을 끌며 지켜보든, 모두가 신중하지 않으면 위기와 마주칠 수 있었다. 지루할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그제야 행수가 잡목숲에서 천천히 상반신을 일으켰다. 일어서긴 했지만 한동안 미동도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산적이 지켜보고 있었다면 그 모습을 드러낼 차례였고, 나귀들이 놀라지 않았다면 저들의 주인이 나타났다는 것을 깨닫고 뛰지 않을 것이었다. 그러한 사태들을 예견할 수 있는 안목이 행수인 그에겐 있었다. 그는 드디어 천천히 다가가 나귀들의 고삐를 잡아채는 데 성공했다. 뒤따르던 수하 동무들 역시 다가와 길바닥에 곤두박인 지게를 수습하였다. 소란을 피우던 까치 소리도 가까스로 멎었다. 그렇다면 만기와 마주쳤다는 길손은 도대체 본색이 무엇인가. 달아난 노비를 추쇄하던 작자인가. 아니면 육로행상으로 자처하고 나선 적탈민인가. 아니면 관아의 재물에 포흠을 저지르고 도망하던 구실아치인가. 그렇지 않으면 만기가 낮도깨비를 보았다는 것인가. 그도 아니라면 푼전의 삯전을 받고 발품을 팔던 보행꾼인가. 오만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휘젓고 있었으나 도무지 이렇다 할 짐작이 없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는 게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었다. 그러나 아니었다. 행수는 만기가 보았다는 사람의 형용이 이 근처에서 매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고삐를 수하 동무에게 건네고 난 뒤 벼랑길 위쪽에 있는 바위 아래를 살피기 시작했다. 아직 녹지 않은 눈 위로 낙엽과 눈이 서로 엉켜 어수선하게 흩어진 흔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윽고 차가운 눈 위에 코를 박고 쓰러진 채로 혼절한 한 사내를 발견하였다. 위인은 날벼락이라도 맞은 사람처럼 볼기짝을 드러낸 채 코를 박고 널부러져 있었다. 굴뚝에서 빼놓은 족제비 꼴인 사내를 발견하는 순간, 동무들을 부를까 하다가 그만두고 앞으로 엎어진 사람을 바로 눕힌 다음 진맥부터 해보았다. 한동안이 지나서야 손바닥에 가느다란 맥박이 가물가물 집혀왔다. 그때까지 명줄이 붙어 있다는 것은 천행이었으나, 강시나 다름없는 사람의 행색은 차마 눈 뜨고 못 볼 지경이었다. 염하다가 내다버린 사람처럼 형용이 흉칙하였다. 입성이란 것을 걸치고 있긴 하였으나, 콧등이 베어나갈 듯한 혹한에 배자는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고 시뻘건 동저고리 바람인데 그 또한 갈기갈기 찢겨 있었다. 누더기가 겨우 거웃을 가리고 있을 뿐 사지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긁히고, 찍히고, 파이고, 멍들어서 전신에 앵혈 같은 자국투성이인 것으로 보아 그가 이 산속에서 겪은 경난이 만만치 않았다는 것을 증거하고 있었다. 주위를 살펴보았지만, 괴나리봇짐조차 보이지 않았다. 호랑이나 개호주를 만나 욕을 당한 것인지도 몰랐다.
  • [사설] 특임검사로 고위공직 비리 막겠나

    검찰의 변화와 혁신은 더 이상 미뤄서도 훼손해서도 안 될 시대적 과제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드러났듯 국민이 바라는 최우선 개혁 대상은 단연 검찰이다. 여야가 상설특검과 특별감찰관제에 합의하고 올 상반기 중에 입법을 완료하기로 한 것은 검찰 개혁을 견인하기 위한 고육책의 성격이 짙다. 상설특검은 국회가 필요할 때마다 특검법을 만들어 특검을 임명하는 개별특검과 달리 법이 정한 수사 요건에 맞으면 바로 특검을 임명해 수사를 맡도록 하는 제도다. 대통령 친인척이나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조사하는 특별감찰관제와 함께 새 정부 검찰 개혁의 상징적 조치로 꼽힌다. 상설특검이 물론 진선진미한 제도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비대한 검찰권을 견제하고, 수사기간이나 대상 등에 대한 제약을 없애 특검무용론을 불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야가 모처럼 공감대를 이룬 검찰 개혁조치다. 시동을 제대로 걸어야 한다. 어제 채동욱 검찰총장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을 통해 상설특검이 위헌 소지가 있다며 사실상 반대의 뜻을 밝힌 것은 그런 점에서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고 본다. 채 후보자는 대검 중수부 폐지의 대안으로 편향성·공정성 시비가 있는 사건에 대한 특임검사제 확대 운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설특검이 별도의 수사조직과 인력을 갖춘 기구특검 형태로 이뤄지면 검찰과 특검의 이중수사로 인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지만 새로운 특검 기구에 대한 검찰 내부의 거부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흔히 접하는 조직보호 논리요 기득권 지키기 아닌가. 상설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면 별도의 상시 기구를 두지 말고 필요할 때마다 특검을 가동하는 제도특검을 택하자고 하지만 현행 특검제도와 별반 다를 게 없는 만큼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지난 10여년간 열한 차례나 개별특검이 이뤄졌지만 어떤 성과를 냈는지 국민은 잊지 않고 있다. 검찰의 자체 감찰 시스템은 건성건성 돌아가기 일쑤였다. 검찰은 스스로 잘못을 교정할 기회조차 살리지 못하고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오만만 보여 줬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상설특검과 특별감찰관제는 고위 공직자 비리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지금은 ‘개혁 발목잡기’가 아니라 그 구체적인 운용을 위한 입법을 서둘러야 할 때다. 검찰은 위기의식을 갖고 자기개혁에 나서야 할 것이다.
  • 팀 쿡, 중국어로 사과… 애플, 시장파워에 무릎

    팀 쿡, 중국어로 사과… 애플, 시장파워에 무릎

    콧대 높던 애플이 중국의 압력에 무릎을 꿇었다. 중국 관영 언론과 정부, 소비자단체까지 전방위적인 공세를 퍼붓자 결국 백기를 들었다. 애플은 1일 자사 중국 홈페이지에 팀 쿡 최고경영자(CEO) 이름으로 중국어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는 ‘중국 소비자에게 보내는 서한’이란 제목의 사과문에서 “우리의 소통 부족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애플이 오만하다’거나 ‘소비자들의 불만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면서 “우리가 일으킨 혼란과 오해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애플은 문제가 됐던 아이폰 4와 아이폰 4S를 이달부터 전부 새것으로 교환해 주고 보증 기간도 교환 시기를 기점으로 새로 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중국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2일 “애플이 중국 소비자의 요구에 철저히 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애플의 이번 발표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애플은 지난달 중순 관영 중국중앙(CC)TV가 애플의 중국 내 애프터서비스 기간을 문제 삼은 보도에 ‘뻣뻣한 자세’로 대응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중국 언론과 소비자단체는 애플이 유럽연합(EU) 등에서는 아이패드의 품질 보증 기간을 2년으로 하고 있으면서 중국에서는 1년으로 하는 것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지만 애플은 사과 대신 “우리는 소비자를 위해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앞서 시장 관리·감독을 담당하는 중국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공상총국)은 애플의 소비자 권리 침해 행위에 대한 집중 단속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애플이 태도를 바꾼 것은 두 번째로 큰 시장인 중국의 위상과 사태의 심각성을 쿡 CEO가 인식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19일 미국 시장조사회사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애플은 2011년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12.3%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삼성전자와 중국 현지 스마트폰 제조 회사의 공세에 밀려 전년 대비 1.3% 포인트 떨어졌다. 특히 지난해 3분기에는 5위권 밖으로 떨어지면서 위기감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세계 무역 8강 코리아] LG

    [세계 무역 8강 코리아] LG

    LG그룹은 지난해 롱텀에볼루션(LTE) 스마트폰과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차별화된 기술로 주력 사업 분야의 시장 주도권을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 정보전자소재, 생활용품·화장품, 자원개발 분야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성과를 거뒀다.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올해 LG는 ‘시장선도’를 경영 최우선에 내세우는 기업답게 역대 최대 규모인 2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과감한 계획을 선제적으로 발표했다. 지난해보다 무려 19.1% 증액한 것이다. 시설 투자의 경우 주력사업 및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 기반시설 신·증설에 14조원, 연구개발(R&D) 투자의 경우 원천기술, 승부기술 발굴 및 확보에 6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7월 기준 편광필름패턴방식(FPR) 3차원(3D) 패널 누적 판매 1500만대를 돌파하며 독주 체제를 구축했다. 업계 불황에도 사상 최대인 29조 4297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흑자 전환을 이뤘다. 올해는 7000억원 규모의 올레드(OLED) 생산시설 투자를 통해 55인치 올레드 TV시장을 선도할 계획이다. 지난해 5조 3160억원을 기록하며 4분기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한 LG이노텍은 지난해 스마트폰 및 스마트 정보기술(IT) 기기에 장착되는 1300만 화소 카메라 모듈 생산으로 선두 입지를 공고했다. 올해는 고부가가치 산업인 발광다이오드(LED) 등의 소재·소자 분야의 신성장 사업을 강화하고 LED 전조등, 전기차에 적용되는 배터리 운용 시스템 등 부품 라인업을 보강할 계획이다. LG화학은 석유화학, 정보전자소재, 전지 등 3개 핵심 사업부문에서 매출이 고루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 23조 2630억원에 이어 올해는 태양광발전용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분야를 적극 공략해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시장을 더욱 공고히 하고 OLED 조명 사업화 등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해 나갈 예정이다. 적극적인 해외 기업 인수합병(M&A) 등에 힘입어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3조 8962억원)을 기록한 LG생활건강은 화장품, 생활용품사업 1위를 다지는 한편 코카콜라음료와 해태음료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음료 사업 도약 가속화를 추진한다. LG상사는 지난해 중국 희토류 사업 진출 등으로 자원·에너지 전문 기업(매출 12조 7938억원)으로 도약했다. 올해는 중국의 유연탄, 오만의 원유 생산량을 확대하고 앞으로 1~2년 내 카자흐스탄, 인도네시아, 미국 등 신규 자원 개발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日, 5연속 본선행 일단 보류

    서울신문을 비롯한 국내 일부 신문과 통신, 인터넷 매체들이 지난 26일 치명적일 수도 있는 오보를 내보냈다. 전날 호주가 오만과의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5차전을 2-2로 비기자 이들은 조 선두 일본이 가만히 앉아서 남은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최소 조 2위를 확보해 5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손에 쥐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는 아주 희미한 가능성 하나를 제대로 살펴보지 못한 결과였다. 이날 밤 11시 암만에서 시작된 일본-요르단 경기 결과를 지켜보는 수고를 아끼고 과감히 ‘베팅’한 결과였다. 일본이 1차전에서 요르단을 6-0으로 일축한 적이 있는 터라 “설마 일본이 지겠어” 하는 마음도 작용한 결과였다. 그런데 일본이 1-2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일본은 두 골을 먼저 내준 뒤 후반 24분 가가와 신지의 추격골로 따라붙었지만 2분 뒤 엔도 야스히토가 페널티킥을 실축하면서 최종예선 첫 패배를 기록했다. 일본은 승점 13(4승1무1패·골득실 +10)으로 선두를 지켰지만 꼴찌였던 요르단이 승점 7(2승1무3패·골득실 -6)로 호주(1승3무1패·승점 6·골득실 0)를 밀어내고 2위로 뛰어오르면서 5연속 본선행을 확정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일본은 6월 4일 호주, 11일 이라크(1승2무2패·승점 5·골득실 -1)와의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요르단 역시 6월 11일 호주, 18일 오만(1승3무2패·승점 6·골득실 -3)과의 경기를 앞두고 있다. 호주는 6월 4일 일본, 11일 요르단, 18일 이라크와의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호주가 모두 이기고 일본이 모두 져도 일본은 승점 15가 되는 호주에 이어 조 2위가 된다. 하지만 일본이 두 경기를 모두 지고 요르단과 이라크가 남은 경기를 모두 이기면 이라크가 승점 14로 1위가 되고 일본과 요르단이 승점 13이 되는데, 이때 골득실을 따져 일본이 조 3위로 밀려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승점이 같으면 골득실, 다득점, 승자승 순으로 따지는데 일본이 27일 현재 골득실에서 요르단에 16골 차로 크게 앞서 있어 그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 따라서 일본의 본선행 티켓은 잠시 보류됐을 뿐이다. 6월 4일 호주와 비기기만 해도 승점 1을 얹으면서 5회 연속 출전의 기쁨을 누리게 된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브라질월드컵] 구원의 ‘손’

    [브라질월드컵] 구원의 ‘손’

    손흥민(함부르크)이 그렇게도 간절했던 한 골을 대한민국에 선사했다. 손흥민은 26일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A조 5차전 1-1로 맞서던 추가시간 6분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려 2-1 승리를 이끌었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후반 15분 이근호의 재치 넘치는 헤딩 선제골로 앞서다 3분 뒤 칼판 이브라힘에게 의외의 일격을 맞고 벼랑 끝에 몰렸지만 손흥민이 이동국의 오른발 슛이 크로스바에 맞고 떨어지는 것을 벼락같이 달려들어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은 3승1무1패로 승점 10이 됐다. 같은 조 선두 우즈베키스탄은 후반 18분 세르베르 제파로프의 결승골을 앞세워 레바논과의 최종예선 6차전을 1-0으로 이겨 3승2무1패(승점 11)로 한국에 앞섰다. 한국과 3위 이란(2승1무2패·승점 7)의 승점 차가 벌어졌을 따름이다. 최근 A매치 3연패와 지난해 9월 우즈베키스탄과의 최종예선 3차전을 2-2로 비긴 뒤 이어진 4경기 무승의 갑갑증을 털어낸 짜릿한 승리였다. 올해 첫 월드컵 최종예선 경기에서 분위기를 반전시킨 최강희호는 오는 6월 4일 레바논 원정 6차전을 시작으로 우즈베키스탄(11일 홈), 이란(18일 홈) 등 남은 경기를 조금 느긋하게 준비할 수 있게 된 것뿐이다. 김신욱을 선발 출전시킨 한국은 전반 초반부터 이근호, 구자철, 이청용 등 미드필더들의 원활한 삼각 패스로 공격 루트를 열어 활발하게 카타르 골문을 공략했다. 9분 이청용이 아크 정면에서 드로인 볼을 받아 넘겨준 공을 왼쪽에서 치고 들어간 이근호가 잡아 슛 기회를 노렸으나 카타르 골키퍼 카셉부르한과 충돌하는 바람에 좋은 기회를 날렸다. 5분 뒤에는 구자철의 낮은 패스를 받은 김신욱이 골키퍼와 단독 기회를 맞을 뻔했지만 카셉부르한이 먼저 공을 잡았다. 최강희 감독은 후반 7분 지동원 대신 이동국을 투입한 지 얼마 안돼 선제골을 뽑아낸 데 이어 40분 선제골을 넣은 이근호 대신 손흥민을 택했다. A매치에만 나오면 주눅 들었던 손흥민은 들어가자마자 상대 왼쪽 진영을 휘저으며 기회를 엿보다 후반 추가시간 6분에 A매치 두 번째 골을 터뜨렸다. 한편 일본이 지구촌에서 가장 먼저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B조에 속한 일본은 호주가 이날 시드니에서 열린 오만과의 최종예선 5차전을 2-2로 비기면서 몇 시간 뒤 열린 이라크와의 경기 등 남은 일정에 상관없이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이라크와의 경기 전 4승1무로 승점 13이었던 일본은 2위 오만과 골 득실에서 뒤진 3위 호주(이상 1승3무1패·승점 6)가 남은 경기에서 승점 3을 모두 추가하더라도 최소 조 2위를 확보, 1998년 프랑스월드컵 이후 5회 연속 월드컵 무대에 서게 됐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영화 리뷰] 안나 카레니나

    [영화 리뷰] 안나 카레니나

    고전이 지닌 풍부한 서사와 세대를 뛰어넘는 통찰력은 영화 ‘레미제라블’을 통해 한 차례 확인됐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3대 걸작 중 하나로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영화 ‘안나 카레니나’는 그래서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소련에서 1967년 제작한 영화까지 포함하면 6번째로 제작된 영화다. 할리우드 스타 키라 나이틀리(28)와 주드 로(41), 에런 존슨(23)이 출연하고 ‘레미제라블’을 만든 영화사 ‘워킹타이틀’이 제작했다는 점도 영화 ‘안나 카레니나’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작품은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됐던 ‘안나 카레니나’를 2013년 버전의 세련되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버무렸다. 하지만 씹을수록 맛이 우러나는 고전의 깊이와 풍부함까지 담기에는 다소 역부족으로 보인다. 빨간 커튼이 걷히는 극장 장면에서 시작되는 영화는 무대 속 등장인물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그들의 소용돌이치는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비비언 리 주연으로 기차 장면에서 시작되는 1948년 작품과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감독은 연극적인 요소를 통해 고전의 느낌도 살리고 마치 연기하듯 가식적으로 살아가는 19세기 제정 러시아 당시 사람들의 삶도 풍자한다. 관객 역시 연극 무대를 보는 것처럼 때론 가깝게 그들의 삶을 들여다본다는 느낌을 준다. 여기에 자연스럽고 유연한 장면 전환과 속도감 있는 화면의 움직임으로 초반에 몰입도를 높인다. 고전 소설 ‘오만과 편견’, ‘어톤먼트’ 등을 통해 여주인공의 섬세하고도 농축된 감정선을 잘 살리는 것으로 유명한 조 라이트 감독은 이번에도 자신의 장기를 잘 발휘했다. 감독은 어떻게 보면 통속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이야기를 격정적인 멜로를 강조하면서 품격 있게 풀어냈다. 유부녀지만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안나 카레니나(키라 나이틀리)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사교계의 꽃’으로 통한다. 유력 정치인의 아내이자 사랑스러운 아들을 두고 남부러울 것 없이 살던 그녀는 모스크바에 사는 오빠를 보러 갔다가 매력적인 젊은 장교 브론스키(에런 존슨)와 우연히 마주치고 강하게 이끌린다. 브론스키의 애정 공세에 마음을 닫았던 안나는 결국 걷잡을 수 없는 사랑에 몸을 맡기고 만다. 남편과 아이도 버리고 사랑을 선택한 안나. 하지만 안나는 부정한 여자라는 주변의 손가락질에 시달린다. 언뜻 보면 진부한 불륜 이야기로 비쳐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19세기 러시아 귀족계급의 결혼 생활을 통해 자신의 욕망과 사회적인 규범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 여성의 고뇌를 그린다. 영화는 아슬아슬한 멜로 부분을 강조하다 보니 안나가 관료적인 남편에게 염증을 느껴 자유로운 사랑을 갈구하는 심리나 후반부에 모든 것을 버리고 선택한 사랑이 식어가는 데 대한 허무함 등이 잘 살아나지 않아 아쉬움을 남긴다. 때문에 안나와 대비되는 사랑을 보여주기 위해 등장한 키티와 레빈 커플의 이야기는 다소 사족처럼 느껴진다. 아내의 바람을 알고서도 용서하는 남편 카레닌과 세상이 반대하는 사랑에 빠진 브론스키 등 주변 인물이 풍부하게 그려지는 편이 나을 뻔했다. 하지만 배우들의 호연은 상당하다. 키라 나이틀리는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하는 여주인공을 잘 소화했고 카레닌 역을 맡은 주드 로도 차분하고 안정된 연기력을 선보였다. 특히 하이틴 스타의 옷을 벗고 섹시스타로 떠오른 에런 존슨은 안나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여심을 흔들 정도로 매력적이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지금&여기] 아비를 죽이고 크는 세상의 자식들/박록삼 정책뉴스부 기자

    [지금&여기] 아비를 죽이고 크는 세상의 자식들/박록삼 정책뉴스부 기자

    세상의 모든 자식은 아비와 불화한다. 그리스 신화 속 크로노스는 아비 우라노스의 생식기를 거세해 죽인다. 그의 자식 제우스 역시 운명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쳤던 아비를 죽임으로써 최고의 신으로 우뚝 선다. 그리스 비극 ‘오이디푸스왕’도 마찬가지다. 신탁의 저주를 벗어나 선왕으로 이름을 떨치는 순간, 그는 이미 아비를 죽인 자식이 돼 있었다. 뜬구름 잡는 먼 얘기 할 것도 없다. 공부는 밑에서 세면 다섯 손가락으로 충분하고, 허구한 날 싸움박질이나 일삼는 고등학생 자식을 둔 한 선배가 있다. 보다 못해 꾸짖었더니 대번에 멱살을 잡고 덤비더란다. 그 짧은 순간, 오만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신문에서나 보던 패륜 사건이 내게 닥쳤구나’ 하면서도 뭔 배짱인지, 만용인지 멱살을 같이 잡았단다. 힘을 주체 못하는 10대 더벅머리에게 중년의 아비는 상대가 안 됐다. 몇 번 드잡이를 하다가 “에이, 아버지 멱살을 잡은 나쁜 놈” 하면서 놔버리니 아들도 제 풀에 함께 놓았다고 한다. 신화와 고전은 물론, 우리네 현실은 자식들에게 아비의 존재란 안존과 계승의 대상인 동시에 공포와 극복의 대상임을 이렇듯 역설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얘기를 하고 싶다. 그는 ‘딸 박근혜’이자 ‘대통령 박근혜’다. ‘딸 박근혜’에게 드리워진 아버지의 그림자는 개인적으로 감당해야 할 숙명일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딸 박근혜’가 아버지의 못다 이룬 꿈을 잇겠다고 나선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에 나온 장관 후보자들은 하나같이 ‘5·16 쿠데타’에 대한 견해를 밝히지 못해 진땀을 흘렸다. 정부 고위인사들의 상당수가 아버지와 씨줄날줄로 얽혀 있다. 미궁에 빠진 정부조직법으로 ‘반쪽 정부’, ‘식물 정부’라는 비아냥을 받고 있건만 여당은 대통령의 입만 쳐다보고 있을 뿐이다. 아비와 자식의 사적 관계가 국가와 정부, 국회에 음습하게 반영된 단적인 사례들이다. 50여년 전 국회의사당 앞으로 탱크를 몰고 간 ‘독재자 아버지’의 잔상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의 정치·사회적 극부(克父)가 절실하다. 위에서 언급한 패륜의 스토리는, ‘뒤늦게 정신을 차린 자식놈이 서울에 있는 좋은 대학에 갔더라’는 뻔하지만 훈훈한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박 대통령 역시 5년 뒤 해피엔딩을 맞기를 간절히 바랄 따름이다. youngtan@seoul.co.kr
  • [의정 포커스] 강정식 성북구 도시건설위원장

    [의정 포커스] 강정식 성북구 도시건설위원장

    강정식 성북구의회 도시건설위원장이 항상 들고 다니는 수첩을 펼쳐 보였다. 지역주민들이 그에게 요청한 민원과 불편사항, 개선요구 등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강 위원장의 의정활동 좌우명은 “구의원은 지역 봉사자!”이다. 그는 13일 “자기가 잘나서 구의원이 됐다고 생각하면 오만에 빠진다. 목에 힘을 주는 지방의원은 존재 이유가 없다. 주민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잘 하라고 구의원에 뽑혔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며 평소 지론을 설파했다. “차라리 더 젊었을 때 구의원에 출마했더라면 더 일찍 봉사를 시작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는 강 위원장은 30년 가까운 지역 봉사활동을 구의원이 된 이후에도 계속 이어오고 있다. 자녀들 결혼시키면서 받은 축의금을 경로당에 기부하고 한 달에 두 번씩 자율방범대와 함께 야간순찰을 돈다. 일주일에 두 번씩 지역구 노인정 12곳을 항상 방문한다. 그가 이렇게 봉사활동에 매진하는 이유는 뭘까. 그는 “너무 가난해서 경찰서에서 급사로 일하며 야간 통신고등학교를 수료했다”면서 “어릴 때 가난하고 밥 굶었던 시절을 잊지 않기 위해,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그런 고생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봉사활동에 나서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지금도 5형제가 석관동에 거주한다는 그는 자신이 41년째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장위동은 뉴타운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면서 “기본적으로 이명박·오세훈 두 전임시장의 정책 실패가 원인이 아니겠느냐”고 진단했다. 강 위원장은 “후반기 구의회에서 도시건설위원장을 맡은 이유도 주민들에게 봉사해야 한다는 평소 소신 때문이었다”면서 “교통 관련 민원 등 주민들의 조그마한 불편이라도 나서서 해결해 주는 게 기초의원, 나아가 도시건설위원장으로서의 기본 소명”이라며 옆집 아저씨 같은 소박한 웃음을 보였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낙태 원하는 여자는 없어”… 수술대 위 그녀들 ‘인권’은 없었다

    “낙태 원하는 여자는 없어”… 수술대 위 그녀들 ‘인권’은 없었다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슬픔이었던 것 같아요. 낙태(落胎)를 하고 싶은 여자는 아무도 없어요.” 25명의 여성이 지난달 20일 출간된 ‘있잖아…나, 낙태했어’(한국여성민우회 지음)에서 마음 한구석에 숨겨놨던 쓰라린 기억을 끄집어냈다. 어렵게 용기를 낸 이유는 낙태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꾸밈없이 말하고 싶어서다. 한국에서 낙태는 객(客)들의 논란거리다. 사회가 강요한 ‘주홍글씨’ 탓에 낙태를 경험한 여성들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윤리나 생명과 결부된 주제이기에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태아도 생명이냐, 그럼 몇 주째부터 인간이냐, 그렇다면 낙태는 살인이냐로 이어지는…. 하지만 여성들은 ‘낙태 찬반론’에만 매몰되지는 말아 달라고 외친다. 이들은 “낙태에 대한 논의는 본질적으로 한 인간이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여성에게 있어 출산에 대한 결정은 곧 인생에 대한 결정과 동등한 무게라는 얘기다. 낙태를 하고 싶어서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육체적 고통에 정서적 악영향까지 있어 모두들 수술을 망설였다. 그리고 그 기억은 여전히 여자들을 옥죄고 있다. 미영(40대 초반·학원 강사)씨는 낙태의 기억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거라고 했다. “아기를 죽였다는 죄책감 있잖아요. 안 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그게 떠올라요. ‘내가 죄를 지어서 벌을 받는구나’ 하는 느낌? 아마 죽을 때까지 안 잊히겠죠.” 대학교 1학년 때 아이를 지운 윤정(20대 후반·사무직)씨도 고통 속에 산다. “기억이 없어지지도, 지워지지도 않아요. 수치심, 분노, 죄책감 같은 오만 감정이 합쳐진 채 계속 가는 것 같아요. 몸이 기억을 하고요. 시간이 약이란 말이 여기엔 안 통해요.” 그러나 여자들은 수술대에 올랐고, 지금도 오르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전국 가임기(15~44세) 여성 4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011년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임기 여성 1000명당 낙태 건수를 뜻하는 ‘임신중절률’은 2010년 15.8건이었다. 당시 가임기 여성 수(약 1071만명)를 고려하면 그해 약 17만명의 태아가 세상 빛을 못 보고 목숨을 잃은 셈이다. 낙태는 원칙적으로 불법이다. 모자보건법 제14조에 따라 ▲유전적 장애나 전염성 질환 ▲강간, 준강간에 의한 임신 ▲혈족, 인척 간 임신 ▲임신부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는 때에 한해 임신 24주까지만 낙태가 허용된다. 낙태를 하면 여성과 의료진 모두 처벌받는다. 그러나 낙태를 경험한 여성들은 “낙태 수술을 안 한다는 병원은 한 곳도 없더라”고 말했다. 낙태를 범죄화한다고 해서 줄어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비싼 값에 은밀하고 위험하게 수술받는다고도 했다. 은미(30대 후반·회사원)씨에게 그날 산부인과에서의 기억은 끔찍할 만큼 또렷하다. 떠올리지 않으려 발버둥칠수록 악몽 같은 기억이 그림자처럼 따라온다. 그녀에게 꽂히는 모든 시선이 불편했고 의사의 사소한 손짓에도 위축됐다. “전신 마취 주사를 맞고 다리를 벌린 채 누워 있는 상황이 끔찍했어요. 혹시 마취가 깰까 봐 그랬는지 팔다리를 묶었는데, 무슨 개구리 해부하듯이…. 되게 치욕스러웠어요.” 낙태하는 여자는 철저히 ‘을’(乙)이다. 수현(30대 후반·번역가)씨는 “병원은 돈벌이로 생각하는지 부르는 게 값이었어요. 그러면서도 귀찮은 일을 처리한다는 듯 티를 내는데 정말 그렇게 치욕적일 수가 없었어요”라고 회상했다. 혜진(40대 초반·운동선수)씨는 “의사가 ‘애가 잘 서는 몸이면 조심해야지’라는 거예요. 내가 무슨 섹스에 환장한 여자인 것처럼 야단을 쳤어요. 죄송하다고 하면서도 화가 나더라고요. 내가 공짜로 수술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라고 했다. 그렇다면 여성들은 왜 낙태를 결심했을까. 많은 사람들이 낙태를 ‘성적 방종’의 결과물로 치부하지만 전체 낙태의 57%는 기혼자 차지다. 많은 기혼자가 양육에 들어가는 돈을 감당하기 어려워 수술을 결심했다. 희영(40대 중반·사무직)씨는 연년생 두 자녀에 이어 생긴 셋째 아이를 지웠다. “보육료, 기저귀, 분유 등에 매월 250만원이 들었어요. 일 때문에 아이들을 다른 사람 손에 맡겼는데 그것도 마음 아팠고요. 경제적으로도 타격이 있어서 난감했죠.” 유진(30대 후반·주부)씨는 “중소기업에 다니는 남편이 한 달에 300만~400만원을 버는데 애들 두 명도 감당하기 버거웠다”면서 “세 명까지 먹이고 입히고 공부시킬 자신은 없었다”고 말했다. 미혼 여성들은 아기를 가진 ‘처녀’에게 쏟아질 수군거림이 두려웠다고 고백했다. 민정(30대 초반·학원 강사)씨는 어느 누구에게도 도저히 임신 사실을 털어놓을 수 없었다고 했다. “결혼 전에도 섹스를 해요. 임신한 사람이 특별히 헤프거나 문란하게 산 건 아닌데 미혼이 임신을 하면 죄의식을 갖게 한단 말이죠. 성에 대한 인식이 보수적이고 변태적이다 보니까 임신했다고 하면 ‘그동안 얼마나 섹스를 한 거야?’ 이렇게 보잖아요.” ‘아비 없는 자식’으로 손가락질받으며 자랄 아이 걱정도 있었다. 혜란(40대 중반·공무원)씨는 “아기는 누구라도 소중하다는 인식이 있으면 누가 수술을 하겠어요. 우리 사회는 아이 부모가 누군지, 어떻게 임신했는지, 혼인 여부, 성적 취향, 학력 등등에 따라 태어나면서부터 차별을 하잖아요”라고 꼬집었다. 정민(40대 중반·사무직)씨도 “인프라도 없고 미혼모에 대한 의식 변화도 없이 무조건 낳으라고만 하면 어떡해요”라면서 “그건 아기와 엄마 모두에게 무책임하고 잔인한 말”이라고 했다. 성에 대한 보수적인 사회 인식과 실체가 없는 성교육(피임법)이 낙태를 양산하기도 한다. 결혼 전 낙태를 했던 미영씨는 자연 피임을 했다가 임신했다. “콘돔을 끼라는 말을 하기가 민망했어요. 성관계를 염두에 두고 먼저 준비한 걸로 보일까 봐. 싸게 보인다거나 경험 많다고 생각할까 봐 남자한테 말을 못 했어요.” 현숙(40대 중반·공무원)씨도 비슷한 경우다. 학창 시절 1, 2차 성징과 남녀 생식기를 배우다 수정, 착상으로 건너뛰는 교과서적인 성교육만 받아 온 터라 성관계나 임신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었단다. 그는 “남편이 알아서 하겠다고 했어요. 콘돔은 느낌이 싫다면서. 배란 주기를 따져서 몸 밖에 사정을 하는 거였는데 결국 임신했죠”라고 했다.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는 낙태 시술자(의사)를 처벌하는 형법 제270조 1항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렸다. 사익(私益)인 임부의 자기결정권이 태아의 생명권이라는 공익(公益)에 비해 결코 중하다고 볼 수 없고, 낙태를 처벌하지 않거나 가볍게 제재한다면 낙태가 만연하고 생명 경시 풍조가 확산될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관련 활동가들은 “제대로 된 양육을 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 미혼이라거나 장애아·여아를 낳아도 차별받지 않는 사회적 토대가 마련되기에 앞서 낙태를 법으로 처벌하겠다는 정부 시책은 폭력”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낙태는 임신한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구조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두나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여자들이 아기를 낳아서 기르는 대신 울면서 수술대에 오르는 이유를 찬찬히 따져봐야 한다”면서 “경제적 여유가 없다거나 미혼모에 대한 편견이 두렵다거나 직장에서 해고된다는 등 낙태의 이유는 정말 다양하다”고 꼬집었다. 이화영 한국여성의전화 소장도 “우리나라는 ‘낙태가 살인이냐’라는 지엽적인 담론에만 갇혀 있다”면서 “자기 몸과 인생에 대해 결정하는 여성 인권의 문제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아가 생명이냐, 언제부터 인간이냐 하는 논쟁보다는 깊고 폭넓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 점에서는 낙태를 반대하는 쪽도 비슷한 맥락이다. 최정윤 낙태반대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생명 경시 풍조, 양육의 금전적 어려움, 미혼모·부에 대한 시선 등이 겹쳐 낙태를 결심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아이를 낳아서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기사 속 이름은 모두 가명이며, 사연은 책을 재구성한 것임을 밝힙니다.
  • 안철수 ‘세싸움·수싸움’ 현실정치 벽 넘을까

    안철수 ‘세싸움·수싸움’ 현실정치 벽 넘을까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4·24 재·보궐 선거에서 서울 노원병에 출마하겠다고 밝혔지만 초반 분위기가 그에게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알 듯 말 듯한 메시지 정치도 이제 통하기 어렵다. 색다른 비전과 대안을 보여 줘야 한다. 오히려 책임이 동반되는 출마를 선언하면서 5대 난제 등 많은 과제가 그를 막아서고 있다. 과제는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첫째, 안 전 교수는 대선 때 정상적인 단일화 과정을 밟지 않고 문재인 전 민주당 후보에게 양보해 논란이 있었다. 대선 당일에는 당락도 확인하지 않고 미국으로 가 무책임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치인으로 변신할 준비가 충분하냐는 논란이다. 둘째, 신당 딜레마도 크다. 정치권에서는 그가 출마하면 당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긴 하다. 국회에 입성하면 민주통합당 이탈 세력을 중심으로 교섭단체 구성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정당이 아닌 정치결사체를 구성해 새 정치의 모습을 보여 주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세 규합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 같다. 어떤 경우에도 구태정치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셋째, 민주당과의 관계 설정은 난제 중의 난제다. 민주당은 그의 출마를 환영하고 있지만 속내는 불편하다. 대선에서 문 전 후보를 밀었던 그를 상대로 노원병에 후보를 내기가 쉽지 않다. 민주당이 후보를 내도 그와 소모적인 단일화 논란을 막판까지 펼 수 있다. 뒷거래 정치 논란이 예상된다. 넷째, 노원병에 출마하려는 것에 대해 “민심을 묻는 절차적 민주주의도 없이 오만하다”는 지적도 있다. 민주당이나 진보정당 측에 “대선 때 희생한 내가 출마하니 협조하라”는 모양새로 비칠 수도 있다. 부산 영도에서 새누리당 거물 김무성 전 의원과의 승부를 피한 것에 대한 비판도 있다. 다섯째는 여론 동향이다. 몇몇 여론조사에서는 그의 출마를 반대하는 의견이 높다. 전문가들도 신중해지고 있다. 박명호 동국대 정외과 교수는 “대선 때와 같은 애매한 입장으로는 정치판을 이끌 수 없다. 가치와 명분 제시가 쉽지 않을 것이다. 세싸움, 수싸움이 치열한 현실 정치의 벽을 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 美월가 거물들 “레슬링을 구하라”

    미국 월가의 고위층이 올림픽에서 퇴출당한 레슬링을 구하기 위해 뭉쳤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월가의 레슬러 출신들이 지난달 12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가 레슬링을 핵심종목에서 제외한 결정을 되돌리기 위해 로비에 나섰다. 미국의 대형 사모펀드인 포트리스 인베스트먼트 그룹의 마이크 노보그라츠 대표가 300만 달러를 목표로 내건 기금 모집을 주도하고 있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조시 해리스, 구겐하임 그룹의 토드 베일리, 도이치방크의 배리 부사노, RBC 캐피털 마켓의 리처드 타보소 등 월가의 거물들도 동참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학창시절 레슬링 경력이 있다는 것. 프린스턴대학 재학 때 레슬링 선수로 뛴 노보그라츠 대표는 레슬링이 거친 월가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레슬링 훈련을 받으면 규율과 리더십, 강인함 등을 갖추게 된다”며 “레슬링은 두려움을 떨치고 전선에 나서도록 이끌어 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월가 밖에서는 도널드 럼즈펠드 전 미국 국방장관과 슈퍼볼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레이 루이스 등 유명인사들이 레슬링의 올림픽 잔류를 위해 힘을 보태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도시 청년들에게 레슬링을 권유하는 프로젝트인 ‘비트 더 스트리츠’를 운영하는 노보그라츠 대표는 IOC 집행위원회가 “오만했다”고 비판했다. 럼즈펠드도 지난달 워싱턴포스트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는 비판과 함께 “IOC는 그동안 투명성 부족에 대한 지적을 받아 왔고 이번 결정도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 김종훈 전격 사퇴… 朴 “미래부 물러설 수 없다”

    김종훈 전격 사퇴… 朴 “미래부 물러설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4일 국정 파행 사태를 초래한 정부조직법개정안 처리와 관련해 야권이 반대해 온 방송 진흥 핵심 기능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 방침을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대해 야권은 “오만과 불통의 일방통행”이라고 반발하고 나서 당분간 정치권의 정국 경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발표한 대국민 담화에서 “많은 부분에서 원안이 수정됐고 이제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부분만 남겨놓은 상황”이라며 “이것이 빠진 미래창조과학부는 껍데기만 남는 것이고, 굳이 미래부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국가의 미래를 위해 이 문제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이라며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하고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반드시 과학기술과 방송통신의 융합에 기반한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육성을 통해 국가 성장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야권의 ‘방송 장악’ 우려 지적에 대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국민의 삶이 더 나아지도록 만들겠다는 목적 외에 어떤 정치적 사심도 없으며 일부에서 주장하는 방송 장악은 할 의도도 전혀 없고 법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 발표 직후 청와대 집현실에서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임시국회 회기인 5일까지 정부조직법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새 정부는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식물정부’가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정부조직법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야권에 촉구했다.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와 관련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무리 급하고 대통령의 국정 철학이라 해도 정부조직 개편은 국회 논의를 거치고 국민의 동의를 얻는 것이 법률이 정한 원칙”이라며 “삼권분립의 민주주의 원칙은 물론 대화와 타협이라는 상생 정치 원칙에도 어긋나며 입법부를 시녀화하려는 시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앞서 ‘박근혜 정부’의 핵심인 미래창조과학부의 김종훈 장관 후보자는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대통령 면담조차 거부하는 야당과 정치권 난맥상을 지켜보면서 제가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 했던 마음을 지켜내기 어려워졌다”면서 “이제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 했던 마음을 접으려 한다”며 장관 후보자직 사퇴를 전격 선언했다. 김 후보자의 사퇴는 새 정부 각료 후보, 지명자 가운데 김용준 전 총리 후보자의 자진 사퇴 이후 두 번째다.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사설] 조국에 헌신할 꿈마저 빼앗은 한국정치 현실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어제 전격 사퇴했다. 그가 사퇴를 결심한 이유로 대통령과 면담조차 거부하는 야당과 정치권의 난맥상을 든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근혜 정부의 장관 후보자 가운데 첫 중도 사퇴자가 나온 이유가 국회 청문의 벽을 못 넘어서도 아니고, 국내 정치 현실에 대한 좌절 때문이라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미국 국적까지 포기하고 한국행을 택한 김 후보자가 조국에 헌신할 꿈을 버릴 수밖에 없게 만든 우리 정치 수준과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의 사퇴 배경을 둘러싸고 정치권에서는 공방이 한창이다. 김 후보자로부터 정치 구태를 지적받은 민주통합당은 그에게 쏟아지는 의혹들 때문에 미리 알아서 그만둔 것이라고 공세를 편다. 김 후보자의 미국 중앙정보국(CIA) 연루 여부, 김 후보자 부부의 국내 부동산 매입, 미국 국적을 포기하는 대신 내야 할 1000억원이 넘는 비용 등을 놓고 의혹과 논란이 제기돼 왔던 터다. 청문과정에서 의혹들을 깔끔히 해소했으면 좋았을 텐데도 장관 후보자 자격을 쉽게 내던진 듯한 모습은 한국식 사고방식으로는 납득하기 쉽지 않다. 장관 후보자로서 신중치 못했다는 지적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여야가 진작에 합의해 정부조직법을 처리했더라면 김 후보자가 그만둘 명분이 없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야당 주장도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김 후보자가 중도 사퇴한 결정적이고 직접적인 원인은 한 달 넘게 표류하고 있는 정부조직법 처리에 있다고 할 것이다. 국회는 어제까지 정부 17개 부처 가운데 8명의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마무리했지만 나머지 9개 부처 중 4개 부처에 대한 청문회는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산자원부, 해양수산부 등 4개 부처는 정부조직법과 연계돼 있는 탓이다. 김 후보자가 중도 하차하면서 미래부를 경제 회복의 핵심부처로 삼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구상은 많이 어그러졌다. 미국 벤처 성공신화의 주인공인 그를 통해 정체돼 있는 우리의 정보통신기술(ICT)을 살려내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구상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그럼에도 정부조직법 처리를 놓고 정치권은 당리당략과 정치논리만 늘어놓는 구태를 거듭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어제 대국민 담화를 통해 면담 요청에 응해 달라고 야당에 호소했건만, 야당에서는 ‘오만과 불통의 일방통행’이라는 날 선 대답만 돌아왔다. 국민들이 오죽 답답했으면 정부조직법을 표결처리하자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오겠는가. 오늘은 임시국회 마지막 날이다. 박근혜 정부의 끝없는 표류를 막는 데 여야에 주어진 시간이 별로 없다. 여야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한다.
  • [사설] 野, 새정부 표류 막을 대승적 결단 내려야

    집권 100일이 정부의 명운을 가른다고 한다. 초기에 강력한 국정운영의 동력을 살려 신속하게 개혁을 하느냐에 5년 임기의 성패가 달려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출범 사흘이 지났지만 기약 없이 표류하고 있다. 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서 국정 현안을 지켜만 보고 허송세월해야 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내각과 청와대의 국정 차질 상태가 언제 정상화될지 가늠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주재한 첫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오른쪽 자리는 공석이었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의 자리지만 현 정부조직법상 국가안보실은 유령조직인 셈이어서 회의에 참석할 수 없었던 탓이다. 북핵위기에다 북한이 대남 기습침투 비행기인 AN2로 위협공세를 펴는 상황이라 한시도 비워둬서는 안 되는 자리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다. 박 대통령을 지근에서 보좌해야 하는 그의 빈자리만큼 대한민국 안보에 공백이 생겼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박 대통령이 임명한 국무위원은 정홍원 국무총리가 유일하다. 다른 국무위원 후보자들이 국회 인사청문을 거치는 사이에 정 총리가 이명박 정부의 국무위원들과 경제 부흥과 국민 행복, 문화 융성이라는 박근혜 정부 국정기조를 협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은 당분간 보기 어려울 것 같다. 설령 국무회의가 열려도 국회 통과 법안의 공표 같은 제한적이고 불가피한 의결 기능에 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정상적인 박근혜 정부의 가동을 가로막는 원인은 방송정책 이관 때문이다. 비보도 방송부문을 신설하는 미래창조과학부로 넘기자는 여권의 입장과 방송통신위원회에 둬야 한다는 민주당의 주장이 팽팽히 대치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갓 출범한 정부의 내각과 청와대가 제대로 구성될 수 없을 만큼 타협하기 어려운 사안인지 여야에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의 국정 차질 현상은 협상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여당의 정치적 무기력과 발목을 잡고 보자는 야당의 오기가 빚어낸 합작품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2월 임시국회는 고작 엿새 남았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비협조만 탓할 게 아니라 야당이 적극 협조할 수 있는 명분을 줘야 한다. 민주당도 정부조직법 처리과정에서 구태를 되풀이하고 있지 않은지 자성해야 한다. 어제 민주당 자체 대선평가에서 민주당이 대선에 패배한 원인이 오만과 편견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민주당 당적인 강운태 광주시장은 “식당 주인이 밥을 짓겠다는데 흰밥이든 찰밥이든 가로막을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박근혜 정부의 정상가동을 위해 민주당은 이쯤에서 대승적인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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