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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숙기 가족클리닉-행복만들기] 아내·아이들과 대화가 잘 안돼요

    Q중학생 자녀를 둔 40대 후반의 가장입니다. 최근 특별한 계기로 가족의 소중함을 많이 깨닫고, 아이들 교육에 신경을 쓰고 좋은 부모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색하고 서툴러서인지 가족들과 대화가 잘 안돼 고민입니다. 아내와도 대화다운 대화를 나눠본 기억이 없고,5분을 못 넘기고 각자 자기 입장 얘기만 하다 끝나버립니다. 대화가 중요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도움 좀 주십시오. - 차백중(가명·48세) - A 최근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말이 반갑게 느껴지는군요. 누구나 익숙하지 않으면 처음엔 다 어색하고 서툽니다. 특히 성장과정이나 가족과의 관계에서 있는 그대로의 감정표현을 자연스럽고 건강하게 주고받지 못했다면 더 막막하게 느껴지겠지요. 과거에 많은 가족들이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 있는 그대로의 자기감정을 그때그때 주고받지 못하고 상대에 대한 비난과 공격 등 자기 방어수단으로서의 소통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족구성원 상호간에 자연스런 대화 체험이 부족하거나 스스로 상처받고 상대에게 거부당할까 두려워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지요. 그동안 대화하기가 어려웠다면 지금까지 되풀이하고 있는 패턴을 중단하고 아래의 내용으로 노력해보세요. 가족은 언제나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서로에게 쌓이는 부정적인 감정 즉 오해, 불안, 소외감, 억울함 등은 대화를 통해 해결해 나가고 서로의 입장이나 감정을 이해하고 지지와 공감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우선 가족의 말을 통제하기보다 적극적으로 경청하세요. 대화를 할 때 마주 쳐다보지 않고 하던 일을 계속한다거나 TV를 응시한 채 건성건성 대답했던 기억이 있으세요? 자녀가 무슨 이야기를 꺼냈을 때, 조급한 마음으로 충고하고 훈계하기에 바빠 정작 하고 싶은 말을 막아버렸던 적이 있으신가요? 이런 패턴이 반복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가족은 스스로 입을 닫아버리고 감정표현의 욕구를 억제시켜 버립니다. 적극적으로 경청한다는 것은 상대를 받아들이고 인정하며 어떤 표현이든지 허용해주며 계속 말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뜻이지요. 상대가 충분히 말할 수 있게 눈을 마주보며, 고개를 끄덕이거나 “응, 그랬군. 그래서, 음” 등 귀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을 적절한 표정과 함께 해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가끔,“그러니까, 네 말은 ∼라는 거지? 내가 잘 이해하고 있니?”라고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대화 상대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자기감정을 적절하게 표현해야 합니다. 내 감정표현이 상대를 비난하거나 공격하는 것으로 들리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상대가 자신을 비난이나 공격하는 것으로 느끼게 되면 자기방어를 하거나 회피하게 되니까요. 감정표현은 자신에 대해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감정을 가지게 된 책임과 말하는 내용의 주인은 듣는 사람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이라는 뜻이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주어를 ‘나’로 하는 1인칭 대화 즉,‘나-전달법’으로 마음을 표현하고 상대방이 들을 준비가 되어 있을 때 대화해 보세요. 상대를 내 기준으로 판단하지 말고 감정표현 그대로 공감해주세요. 사람의 감정은 ‘옳다/그르다’‘맞다/틀리다’ 등 이분법적인 사고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의 감정표현은 내 판단과 기준으로 비난 또는 비판을 할 대상이 아니지요. 상대의 마음을 잘 안다고 예단하지 말고 차라리 ‘잘 모르겠다’,‘궁금하다’는 것에서부터 출발하세요. 가족들에 대해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난 네가 어떤 생각하고 있는지 다 알아.”“넌 공부하기 싫어하잖아!” 등 내 방식대로 해석하고 판단까지 하게 되는 오류를 범하게 됩니다. 그러면 가족들은 무시당한 느낌, 억울한 감정이 생기지요. 또 가족대화에서는 ‘이렇게 해, 저렇게 해.’ ‘내 말은 절대 틀리지 않아.’ 등 자기 마음대로 지시하고 끌고 가려는 듯 상대에게 강요하기보다는 각자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느낌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고 공감해주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공감반응은 상대에게 깊이 존중받는 느낌을 줄 뿐 아니라 자신의 감정 표현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는 안정감과 친밀감을 주기 때문에 활발하게 대화할 수 있게 되지요. 하루빨리 소중한 가족들과 마음의 대화를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장>
  • [이종현의 나이스 샷] 골프엔 심판이 없다

    골프엔 타 스포츠와는 달리 심판이 없다. 각 선수의 양심을 존중하는 스포츠다. 그래서 심판이 없다. 다시 말해 골프엔 ‘판정’도 없는 것이다. 물론 공식 룰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심판관이 있지만 모든 선수를 따라다니지는 않는다. 따라서 선수 개개인이 심판이자 선수다. 또 관중이나 TV 시청자, 기자들도 심판이 되어 이의를 주장하면 곧바로 비디오 분석을 통해 받아들여지는 것이 바로 골프 경기다. 얼마 전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대회에서 P선수가 해저드에 떨어진 공 주변의 풀을 두 차례에 걸쳐 만진 뒤 4벌타를 부과받아 실격 처리됐다. 이 경우도 TV를 통해서 플레이를 지켜보던 한 시청자의 제보로 룰 위반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당사자는 결코 라이 개선이나 지면에 손이 닿은 일은 없었다고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골프는 모든 사람이 다 심판이라는 대표적인 사례다. 최경주는 국내 대회에서 스스로 벌타를 신고한 적이 있다. 아무도 보지 않았지만 나뭇잎을 건드렸기에 정당하게 불이익을 받겠다는 것이었다. 반면 일본에서 활동 중인 허석호는 일본 PGA 선수권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가 자신도 모르게 연습스윙 도중 나뭇잎을 건드렸다. 이를 본 TV 시청자가 제보, 비디오 판독 뒤 벌타 부과와 함께 실격패하는 쓰라린 경우도 있었다. 어찌 보면 골프는 심판이 없기에 아주 자유스러운 것 같지만 가장 엄격한 룰을 가지고 있다. 룰을 몰라서 벌타를 받을 수 있고, 알면서도 벌타를 슬그머니 피해 가는 경우도 있다. 아무도 보지 않았지만 스스로가 벌타를 부과하는 경우도 본다. 물론 이같은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선수나 골퍼들 스스로가 룰과 에티켓 숙지에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특히 선수들은 연습도 중요하지만 골프 룰에 대한 숙지가 더욱더 필요하다. 만약 골프에 심판이 있다면 스스로 룰 위반을 신고해야 할 필요는 없다. 위반했다 하더라도 심판의 판단에 따르기만 하면 된다. 지난 독일월드컵에서 우리 한국축구가 심판의 애매한 판정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은 적이 있다. 억울하지만 심판의 존재가 분명히 드러난 경우다. 그러나 골프는 선수 자신과 시청자, 일반 골퍼와 경기위원, 심지어는 자연의 일부분인 나뭇잎까지도 심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골프는 골퍼의 양심을 존중하는 ‘자각 스포츠’라는 것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레저신문 편집국장 huskylee1226@yahoo.co.kr
  • [데스크시각] ‘바다’에 빠진 문화산업 만능주의/임창용 문화부 차장

    ‘바다이야기’ 파문이 정책오류 때문이냐, 게임산업을 둘러싼 비리 구조에 의한 것이냐란 논란은 쉽사리 결론날 것 같지 않다. 서슬 퍼런 수사당국에 의해 금방이라도 꼬리가 잡힐 것 같았던 비리의 실체는 좀처럼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고, 정책 오류를 질타하는 이들도 그에 대한 명확한 원인진단은 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둘러싼 논란은 정작 그 근본적인 발화점을 놓치고 있는 것 같다. 우리 문화계에선 이미 오래 전부터 ‘문화는 없고 문화산업만 있다.’란 자조 섞인 푸념이 흘러나왔다. 문화예술을 산업적, 혹은 상업적 잣대로만 평가하기 시작하면서 속된 말로 ‘돈 안 되는’ 문화예술은 설 자리를 잃은 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문화강국을 내세운 정부에도 단박에 성과를 내놓을 수 있는 문화산업만큼 유혹적인 것이 없다.‘게임산업을 키운다는데, 세계적인 게임강국이 된다는데 약간의 사행성 오락이 뭐 그리 문제가 될 것인가. 경품용 상품권을 발행하면 매년 수백억원의 수수료를 떼어 게임산업 진흥에 쓸 수 있다는데 그보다 더 좋은 게 어디 있단 말인가.’ 똑 부러지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사태가 불거지기 전까지 문화관광부가 보여온 자세에선 이런 분위기가 분명하게 감지되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아케이드 게임시장만 30조원 규모로 키웠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제야 정부는 그것이 ‘게임산업’이 아닌 ‘도박산업’임을 깨달은 듯싶다. 그 누구도 게임산업 진흥에 대한 공은 내세우지 않고 책임 회피에만 급급해하고 있지 않은가. 게임뿐만이 아니다. 정도의 문제일 뿐 우리 문화계의 산업적, 상업적 매몰에 따른 부작용은 문화 전반에 도사리고 있다. 미술시장은 요즘 돈 이야기 빼면 별로 남는 게 없다. 누가 어떤 그림을 사서 대박을 터뜨렸다느니, 미술품 투자 수익률이 부동산 투자 수익률보다 낫다느니, 어떤 작품이 유명 해외 경매에서 초고가에 팔렸다느니 등등. 정부도 최근엔 작가 양성이나 미술의 대중화 등 미술 자체의 발전보다는 미술산업 키우기에 더 치중하는 듯한 인상이 짙다. 유망 작가나 비영리 미술관 등에 대한 지원에는 인색하면서도 화랑들의 그림 판매시장인 해외 아트페어엔 거액을 지원한다. 그러나 1990년대 초 그림 투기 열풍에 휩쓸렸던 이들이 된서리를 맞았던 데서 보듯 미술산업은 어느날 문득 성장하는 게 아니다. 1000만 관객 시대를 맞은 영화산업은 어떤가.1000만 관객은 한국 영화산업의 이상이요, 대박의 상징으로 이야기된다. 하지만 인구 4800만명의 한국 영화계에서 꼭 바람직한 현상인지는 한번 더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고도의 상업성을 겨냥한 영화만 양산되고, 문화예술의 생명인 다양성을 저해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노파심 때문이다. 출판계에서도 상업화가 심화되면서 독자들의 얕은 호기심만 자극하는 출판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밀리언셀러로 대박을 터뜨린 책들이 대개 말랑말랑한 감성에 호소하는 책들이다 보니 출판사들이라고 이를 외면하기는 어려울 터이다. 여기에 일부 출판사들의 덩치 키우기 경쟁에서 비롯된 출판계 양극화 현상으로 인해 출판물의 다양성도 갈수록 위협받고 있다. 위르겐 하버마스는 문화산업이 등장하면서 공론영역이 몰락하고 소통구조가 왜곡되었다는 비판론을 제기한 바 있다. 그에 따른 문화의 속물화를 우려하기도 했다. 현대산업사회에서 그의 지적이 완전한 정당성을 가질 수는 없겠지만, 문화산업 만능주의에 매몰된 우리에게 하나의 경고등은 될 수 있지 않을까. 최소한 우리의 문화적 기초체력이 부족하니, 그것부터 키우자는 문화예술인들을 ‘비개혁주의자’로 몰아붙여서는 안되겠다. 문화산업 만능주의는 바다이야기와 같은 제2, 제3의 ‘기형아’를 낳을 뿐이다. 임창용 문화부 차장
  • [seoul in] 24시 무인민원증명 발급기 설치

    구로구(구청장 양대웅) 연중 무휴,24시간 운영되는 무인민원증명발급기를 관내 지하철역, 디지털단지, 동사무소 등 26곳에 설치한다. 구는 1단계로 다음달 온수·개봉·구로역과 디지털단지에 설치하며, 내년에 신도림·오류·대림역과 동사무소 7곳에 설치키로 했다.2008년에도 동사무소 12곳에 추가로 발급기가 들어선다. 무인발급기로는 주민등록등·초본, 토지대장, 자동차등록원부, 병적증명서 등 11가지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 사학계에 부는 새 역사 접근법 ‘일상사’ 바로보기 이송순 박사

    사학계에 부는 새 역사 접근법 ‘일상사’ 바로보기 이송순 박사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 일상사에 정작 일상은 없다? 무슨 철지난 말장난인가 싶은데, 최근 부는 일상사 열풍을 이송순 박사(근현대사·고려대 강사)는 이처럼 꼬집었다. 일상사란 최근 탈근대론과 맞물려 각광받고 있는 역사 접근법. 특정 인물이나 제도·구조의 변동이 아닌 보통사람들의 삶으로 역사를 보자는 것이다. ●민중·대중의 삶으로 역사보기에는 공감 이 박사도 일상사의 문제의식에는 공감한다.“말로는 역사를 이끄는 것은 대중·민중이라면서 실제 역사 연구는 그렇게 이뤄져오지 않았죠. 민중·대중을 도리어 이용해먹은 게 아니냐는 비판에서 일상사가 나옵니다. 역사를 이끌었다는 대중·민중이 과연 어떻게 살았느냐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는 대단히 매력적인 작업입니다.” 그럼에도 일상사도 결국 개인의 삶을 구조·제도와 연결시킬 수밖에 없다. 그러지 않으면 단편적인 사실의 나열에 그친다. 문제는 이런 연구성과가 없다는데 있다. 한마디로 전체적인 시대상을 보지 못하고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만 찾는,‘소재주의’의 함정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 구체적으로 식민시기 일상사 연구를 들었다. 식민시기에 ‘착취 VS 독립운동’만 있었던 게 아니라 근대성도 나타났다고 주장한다.“그런 연구에서 참조하는 게 당대의 신문·잡지입니다. 그러나 그 시절 조선에서 신문·잡지를 만들고, 구독해보는 사람이 어떤 계층일지 생각해보세요. 그 사람들이 당시 조선사회의 표준일까요.” 당시 신문·잡지를 만들고 이를 사보던 사람들이 그 시기 ‘일상’이냐는 질문이다. 압구정동 오렌지족이 20대 대한민국 남성을 대표할 수 있느냐는 반문이기도 하다.“1940년대 전 시기에 일제가 유언비어를 단속한 기록이 있는 데요, 여기 실린 유언비어라는 게 정말 믿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그만큼 보통사람들에게 일제통치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겁니다.” ●대안 없이 기존 역사연구법 대체할지 의문 궁극적으로 일상사가 기존의 역사연구방법을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강한 의문을 표시했다.“일상사는 탈근대이론과 함께 등장했습니다. 근대를 비판할 뿐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탈근대론의 문제가 그대로 일상사에 적용됩니다. 기존 역사접근법을 비판한 그 다음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제시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실제 일상사 연구의 본고장인 독일에서는 1960년대 ‘역사작업장’운동으로 일상사 붐이 일었다. 랑케의 실증주의 전통이 강한 독일이었기에 그 반작용으로 발생했던 것. 이 운동은 국문학·사회학 중심의 우리나라와 달리 역사학자들 중심으로 진중하게 추진됐음에도, 독일통일 같은 초대형 이슈를 만나면서 사실상 와해됐다. ●근대비판적인 연구영역 더 개발해야 이 박사는 그런 의미에서 일상사는 근대비판적인 연구영역을 더 개발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젠더, 성적 소수자, 장애인, 아동 등 소외받는 마이너리티에 대한 연구와 근대·자본주의·민주주의의 허구성을 폭로할 수 있는 연구 등이 이뤄져야 진정한 의미에서 일상사가 탄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해방전후사의 재인식’ 파문에서 보듯 탈근대에서 출발한 일상사 연구가 거꾸로 근대지상주의 논리에 포섭당하는 결과를 낳을 뿐입니다.” 조금 더 세심한 접근이 이뤄지지 않는다면,‘이제 일상사 연구가 대안’이라는 주장은 성급한 오류일 수밖에 없다는 게 이 박사의 결론이다. 글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오늘의 눈] 생애최초와 보신주의/주현진 산업부 기자

    오는 11월 막을 내리는 생애최초 주택구입대출 예산이 9월 현재 자그마치 2조 4000억원이나 남았다. 대출자격과 한도를 심하게 강화한 탓에 일반 시중은행보다도 조건이 나빠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8·31대책으로 집값이 떨어질 테니 서민에게 정책금융을 지원해 내집마련을 돕겠다며 생애최초를 내놓았다. 그러나 결과는 서민에게 피해만 준 꼴이 됐다. 당초 생애최초는 느슨한 대출 기준 탓에 시행 한 달도 안 돼 재원이 바닥났다. 한치 앞도 못 내다봤다는 여론의 비난과 함께 시행 석 달만에 세 차례나 예산이 증액됐다. 대출 기준도 바뀌었다. 생애최초 대출 기준이 강화되면서 생애최초 출현 전부터 운용되던 서민주택대출인 근로자·서민주택대출도 서민입장에서는 덩달아 기준이 나빠졌다.‘개인기준 연소득 3000만원·이자 연 5.2%’에서 지난 2월에는 ‘부부합산 연소득 2000만원·연 5.2%’가 됐다. 개선이 아닌 개악이다. 대출 한도도 모두 축소됐다. 기존엔 경매낙찰률(80%)을 적용하는 대신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100% 인정해줬으나 지난 2월부터 슬그머니 LTV 70% 기준을 추가했다. 이에 따라 은행에서 대출되는 금액의 80%도 빌리지 못하게 됐다. 서민대출 수요가 예년의 반토막으로 급감한게 당연하다.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대출 자격과 한도를 완화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건설교통부는 ‘안 된다.’고 고집을 부린다. 기준을 또 바꾸자니 계속되는 정책 오류를 인정하는 것 같아 부담스럽고, 기금이 또 고갈되면 수요예측을 잘못했다는 비난을 다시 받을까 걱정스러운 모양이다. 제 혼나기 싫다고 구실 못하는 서민 정책금융을 끌고가겠다는 보신주의로 보인다. 정부는 서민에게 도움을 주는 주택대출기금을 운용해야 한다. 주인으로 섬겨야 할 국민을 위해 제대로 일 좀 하면 좋겠다. 주현진 산업부 기자 jhj@seoul.co.kr
  • 이환경 “정밀검토뒤 보완·수정”

    이치범 환경부장관은 11일 정부 수도권 대기개선 정책의 근본적인 오류를 지적한 환경부 용역보고서와 관련,“문제점이 무엇인지 정밀 검토를 거쳐 보완하거나 수정할 필요성이 있으면 당연히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가진 정례 브리핑에서 “수도권 대기정책은 워낙 큰 국가정책이어서 (연구용역기관들이)지적한 문제점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지만 가능한 한 빨리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장관은 “(정부가)수도권대기정책을 수립할 때 사용한 것과 이번 (연구용역기관들의)분석기법이 서로 다른 것으로 보고받았다.”면서 “두 기법이 서로 배치되는 것인지, 보완 가능한 것인지부터 먼저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민간 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공동으로 수도권 대기정책의 타당성을 검증할 의향이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그런 방안까지 포함해 현재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지난해 11월 수도권대기개선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경유자동차가 수도권 미세먼지의 66%를 배출하기 때문에 앞으로 10년 동안 4조원의 예산을 들여 경유차 개선사업을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하지만 서울대 보건대학원 백도명 교수팀과 한국대기환경학회(회장 김신도) 등은 최근 환경부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자동차의 미세먼지 오염 기여율은 10% 안팎에 불과하다.”며 수도권 대기정책의 근본적 오류 가능성을 지적했었다.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儒林(688)-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34)

    儒林(688)-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34)

    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 (34) 물론 퇴계 자신도 후서에서 ‘비록 그것이 오류가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가 없으나 우리의 소견이 미칠 수 있는 데까지는 온 힘을 다하였다.’라고 어느 정도 자신의 미비한 점을 인정하고는 있었다. 따라서 고봉이 발견한 오류는 오류(誤謬)라기보다는 일종의 의문점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처음에 정지운은 ‘천명구도’에서 ‘사단은 이(理)에서 나오고, 칠정은 기(氣)에서 나온다.’라고 표현함으로써 ‘四端發於理 七情發於氣’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처럼 ‘천명도설’에 있어서 ‘이기론(理氣論)’은 매우 중요한 명제였다. 총 10절로 구성되어 있는 ‘천명도설’은 결국 ‘천즉리야(天卽理也)’라는 주자의 철학을 도형으로 형상화시킨 것이다. 그러므로 ‘하늘이 곧 이치’라는 주자철학의 근본을 주제로 삼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퇴계가 수정한 ‘이기론’에 관한 다음과 같은 구절이었다. “천지간에 이가 있고 기가 따른다. 이가 있으면 곧 기가 조짐하고 기가 있으면 곧 이가 따른다.( 有理便有氣朕焉 有氣便有理從焉)” 그리고 나서 퇴계는 이 난해한 명제를 다음과 같은 쉬운 비유로 설명하고 있었다. “이는 기의 장수(帥)가 되고, 기는 이의 졸도(卒)가 되어 천지에 공을 이룬다.” 퇴계의 이 비유는 ‘이는 곧 기를 부리는 장수요, 기는 이를 따르는 졸병’이기 때문에 ‘이가 기를 주재하고 기는 이에 순종한다.’는 뜻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는 그 자체로는 선할 수밖에 없으며, 기는 이의 부림을 받음으로써 이의 주재(主宰)에 따라 선할 수도 있고 악할 수 있으니, 사람은 마땅히 경(敬)을 중심으로 하는 수양으로 기(氣)를 다스리고 이(理)를 궁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퇴계는 ‘하늘이 사람에게 천명을 내릴 때 기(氣)가 아니면 이(理)를 붙어있게 할 곳이 없고, 이 마음(心)이 아니면 이와 기를 붙어 있게 할 곳이 없다. 그러므로 마음은 허리(虛理)하고 영기(靈氣)하여 이·기의 집(寓居)이 되는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이기호발설(理氣互發說)’을 주장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퇴계가 볼 때에는 정지운이 주장하였던 ‘사단은 이에서 나오고 칠정은 기에서 나온다.’라는 규정은 지나치게 단순명료하여 잘못하면 큰 오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명제라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퇴계는 이 부분을 다음과 같이 정정하여 발표하였다. “사단은 이에 드러남이요, 칠정은 기의 드러남이다.(四端理之發 七情氣之發)” 문구의 표현은 다를지 모르나 이와 기가 서로 호발(互發)하는 근원이 된다는 내용상의 의미는 같다. 그러나 퇴계는 도덕적 이상이 드러나서 이발(理發)이 되고, 욕망이나 감정이 드러나서 기발(氣發)이 된다는 사실을 강조하여 규정하였던 것이다.
  • [이 한권의 책] ‘혼세의 삼국’ 균형을 잡다

    요즘 TV사극들의 턱없는 민족주의와 사실왜곡에 황당한 느낌을 가져본 적이 있는가.‘김춘추-외교의 승부사’(박순교 지음, 푸른역사 펴냄)는 영웅을 그리되, 어깨에서 힘을 뺀 담백한 서술이 돋보이는 책이다. 문장이 밋밋하고 재미없다는 뜻이 아니다. 저자는 김춘추의 집권과정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역사학자다. 그만큼 사실(Fact)과 상상(Fiction)을 구분해 보이고 있다. 과장과 오류로 독자를 오도하는 흔한 팩션(Faction)이 아니라, 독자에게 생각할 여백을 돌려주고 있다는 뜻이다. 책은 얼핏 태종 무열왕 김춘추의 외교 활동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비친다. 김춘추는 약소국 신라가 백제·고구려를 제압하고 통일대업을 달성하는 밑거름이 됐던 당(唐)과의 연합을 성사시킨 인물이다. 죽음을 무릅쓰고 고구려와 왜(倭)를 방문해 외교담판을 시도하고 당 태종을 찾아 나당동맹을 완성해 내는 과정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오직 생존만이 지상과제였던 당시 상황에서 실리주의 외교는 유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외교관으로서 김춘추 조명에만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진골에 속해 숨을 죽이며 살아야 했던 한맺힌 가족사와 이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개척해 마침내 왕위에 오르고 통일의 초석을 놓는 인간 김춘추의 모습에 더 많은 애정을 보인다. 책은 김춘추의 인간적 고뇌와 열정을 사랑하는 딸의 죽음 장면에서부터 풀어나간다. 문희와의 숙명적 인연의 결과 출생한 딸 고타소는 백제 의자왕이 일으킨 침략군에 의해 일가가 몰살한다. 수급(首級)이 잘려나간 처참한 주검 앞에 격분한 김춘추는 고구려행을 결심하며 통일의 의지를 불태운다. 조부 진지왕의 폐위와 가문의 몰락, 아버지 비형의 아들을 위한 희생 또한 김춘추가 절치부심하는 배경이 됐다. 비형은 아들에게 외국어를 가르치고 신라와 왜의 당 유학생을 집안에 초치하여 국제감각을 키워주는 데 전력하는 ‘선진적’ 인물이었다. 진지왕과 유부녀 미도부인의 사랑, 집권 후 소원해진 김유신을 회유하기 위해 예순이 넘은 그와 어린딸을 혼인시키는 장면 등은 제도와 권력의 모순을 보여주기도 한다. 당시는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 비견되기도 하지만, 개별 국가의 내부사정 또한 물고 물리는 권력다툼의 연속이었다. 동생과 아비를 죽이고 집권하는 당태종, 쿠데타를 일으켜 영류왕을 죽이고 보장왕을 옹립한 연개소문, 친백제 정부를 제거하고 개혁을 추구하던 중대형 등이 모두 김춘추의 협상 상대자였다. 이들과의 조우 과정에서 드러나는 각국 이야기도 대중에겐 새롭다. 전반을 통하여 적절히 삽입되는 당시의 생활상은 배경에 불과한 듯싶지만 현대 역사학이 추구하는 중요한 탐구 목표이기도 하다. 대략의 둘레만 1023보에 이르렀다는 왕궁 월성의 풍경과 신라군단의 직능·계급별 군장 묘사, 온돌과 바둑·공차기가 등장하는 고구려 풍속 묘사 등은 당시 사람들이 눈앞에 오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삼국사기’‘삼국유사’‘송서’‘양서’‘구당서’‘일본서기’‘동경잡기’ 등 사료를 인용한 각주 때문에 무조건적 몰입보다는 거리두기가 유지된다. 까다로운 문장과 어려운 단어들이 눈에 띄지만 이는 지식소설을 읽는 독자들이 감내해야 할 몫이다. 또한 고대 분위기 재현 효과도 거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김춘추 개인에 초점이 맞춰져 그의 죽음과 함께 삼국통일의 여정이 끝나버리는 것은 조금 아쉽다. 에필로그 하나쯤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1만 5000원. 신연숙 문화담당 대기자 yshin@seoul.co.kr
  • 儒林(687)-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33)

    儒林(687)-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33)

    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33) 퇴계의 우려는 사실이었다. 정지운의 스승 모재(慕齋:김안국)와 사재(思齋:김정국) 두 사람은 모두 퇴계 자신도 존경하고 있었던 당대의 성리학자들이었다. 두 사람은 모두 조광조가 주장하였던 지치주의(至治主義)를 바탕으로 ‘정치의 도는 경천(敬天)과 근민(勤民)에 있다.’고 강조함으로서 정치개혁에 힘썼던 대학자들이었는데, 두 사람 모두 정지운이 퇴계를 만나 ‘천명도설’의 수정을 부탁하였을 무렵에는 죽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따라서 살아생전 두 스승의 질정을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천명도설’이 크게 사우들에게 잘못 전해지고 있는 것은 퇴계의 걱정대로 사문(師門)에 큰 누를 끼치는 불미스러운 일이었던 것이다. 퇴계가 이런 우려를 표시하자 정지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였다. 이에 대한 기록이 ‘천명도설’ 후서에 다음과 같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자 지운은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제 자신도 오래 전부터 근심해온 일입니다. 가르쳐 주시면 허심탄회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이리하여 나는 드디어 ‘태극도’ 및 제자의 설을 인증하면서 어떤 것은 잘못이니 고쳐야 하겠고, 어떤 것은 불필요하니 버려야 하겠고, 어떤 것은 모자라니 보태야할 것 같은데 어떠냐고 지적해 물었다. 지운이 즉석에서 좋다 하고 조금도 꺼리는 기색이 없었다. 다만 나의 말이 온당치 못한 것이 있을 때에는 반드시 극력 변난(辯難)하여 지당한 결론에 이르고야 마는 것이었다.…” 퇴계 자신이 쓴 후서의 내용을 보면 ‘천명도설’이 비록 정지운이 초고를 썼으나 나중에는 퇴계의 자문을 받고 퇴계의 고친 의견을 적극 수렴하여 완성된 합작품임이 명백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후서의 결말에 퇴계가 다음과 같이 마무리를 지음으로써 명백히 드러나고 있다. “…수개월이 되더니 지운이 고친 그림과 그 부설(附設)을 가지고와서 나에게 보이므로 우리는 다시 서로 의견을 교환하여 조정하면서 그림을 완성시켰다. 비록 그것이 과연 오류가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 없으나 우리의 소견이 미칠 수 있는데까지는 온 힘을 다하였다.…” 퇴계의 자술을 통해 ‘천명도설’은 퇴계와 정지운, 두 사람이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여 조정하면서 그것을 완성’시킨 합작품이며,‘우리의 소견이 미칠 수 있을 때까지는 온 힘을 다하였던’ 공동명의의 저작품임이 분명히 드러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비록 정지운의 저술이긴 하지만 당대 최고의 거유 퇴계의 인증을 받은 ‘천명도설’은 그 무렵 유생들에게는 센세이셔널한 최고의 화제작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화제작을 전남 나주에 살고 있던 기고봉이 비록 촌생원이라 할지라도 놓칠 리가 없었던 것이다. 전해오는 기록에 의하면 고봉이 ‘천명도설’을 처음으로 접한 것은 과거를 보기 위해서 한양으로 향하다가 도중에 김인후와 이항과 같은 대학자들을 만나서 태극도설을 비롯한 여러 성리학에 관한 주제에 관해서 토론을 나누다가 우연히 ‘천명도설’을 얻어 보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론적인 것이지만 열혈청년 고봉은 이 ‘천명도설’을 본 순간 대학자 퇴계의 오류를 직관하게 되는 것이다.
  • [중계석] ‘EEZ 경계확정’ 학술 대토론회

    한국과 일본 양국은 지난 5일 서울에서 제6차 배타적 경제수역(EEZ) 경계획정 회담을 열었으나, 팽팽히 대립각만 세우다 헤어졌다. 명목은 EEZ협상이지만 바탕엔 독도 영유권이란 본질적인 문제를 깔고 있어 수십년내 타결은 힘들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한국이 어떤 입장에서 영유권 협상을 다뤄야 할지를 7일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개최된 한국영토학회(회장 신용하) 주최 ‘독도 영유권과 배타적 경제수역 경계획정 문제’ 학술 대토론회를 통해 알아봤다. 토론회 주제 발표자로 나선 김영구 여해연구소 소장과 이상면 서울대 법대 교수, 제성호 중앙대 법대 교수의 주장을 요약한다. ●‘한국 EEZ독도 기점의 국제법상 근거’(제성호 교수) 종래 정부와 학계에선 독도가 배타적 경제수역과 대륙붕을 가질 수 없는 암석 내지 바위섬이란 입장이 우세했고, 정부는 1998년 체결된 한·일 신어업협정에서 이런 입장을 취했다. 국제법상 전혀 타당하지 않은 입장이다. 유엔해양법협약 제121조는 ‘도서’,‘암석’을 모두 ‘도서(island)’의 범주로 넣어 인간의 거주 가능성이 없고 독자적인 경제생활을 할 수 없는 암석과 기타 도서로 구분한다. 후자의 경우만 대륙붕과 EEZ를 가질 수 있다고 하고 있다. 독도는 과거 민간인이 거주했고 현재도 30여명의 독도경비대가 주둔하고 있으며, 식수 등을 공급할 수 있어 ‘독자적 경제생활’이 가능한 섬이다. ‘독도를 섬이라고 할 경우 일본이 동중국해에서 제주도 남쪽 도리시마 등 독도와 비슷한 육지지형에 대해 똑같은 주장을 할 수 있어 ‘부메랑’이 될 것이란 주장을 하지만, 도리시마는 인간의 거주나 독자적 경제생활을 지탱할 수 없는 암석이다. 면적도 50㎡에 불과하다. 동시에 우리는 독도를 인간의 거주 및 독자적인 경제생활 요건을 더 충족시키기 위해 주변의 인공도 개설 등 개발을 해야 한다. 개발을 위해 천연기념물 지위도 변경해야 한다. ●제주도 남쪽 중간 수역이 안고 있는 문제점(이상면 교수) 신한일어업협정에서 제주도 남쪽 한·일 대륙붕 공동개발구역 상부 수역의 서쪽 중간수역에 대한 한국의 지분은 수평적 거리 개념으로만 파악해 한국측은 전체 수역의 약 7%만 얻고 별로 타당한 이유없이 93%나 일본에 줬다. 대륙붕 공동개발 협정에서 1대1 원칙은 EEZ로 간주되는 협정수역에서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비록 중간수역이 잠정 수역으로, 다시 논의한다는 길을 열어준 것이지만 상대방을 물러나게 하는 길은 매우 어렵다. 신한일어업협정 제1조에서 당해 협정이 한·일 양국의 EEZ에 적용된다고 선언한 현 어업협정 체계는 향후 이 해역에서 있게 될 대륙붕의 경계획정이나 상부 수역을 합한 EEZ 경계 획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러한 유해 요소를 품고 있는 신한일어업협정은 개정돼야 한다. ●독도 영유권 관련 국제법상 묵인과 실효적 점유 요건(김영구 소장) 우리가 실효적 점유를 하고 있기 때문에 ‘무대응’으로 나간다는 정책은 국제법상 잘못된 인식을 기초로 한 오류다. 국제법상 영유권은 다른 나라가 이의를 제기할 때 적절하고 명백하게 반박하지 않고, 계속 이것을 받아들이면 묵인(默認)이라는 요건이 성립돼 근본적으로 영유권의 존재 자체가 부인될 수 있다. 독도 문제에 대한 협상에서 한국측이 종래와 같은 소극적인 패배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한·일 양국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빠져든다. 양국간 협상을 올바른 방향으로 진전시키기 위한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제3자 개입방식’의 배제다.3자 개입은 중재 및 조정, 사법적 재판을 비롯한 유연한 정치적 중재까지 포함한 모든 방식을 말하는데 한·일은 직접 교섭해야 한다. 또 한국이 일본 정부 협상단에 비해 협상과 교섭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전문적 지식의 우위, 법적 윤리적 원칙에 충실한 태도, 국가적 의사표시 일원화 등이 필요하다. 정리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민원인에 빚진 기억들 떠올라 복귀 결심”

    “민원인에 빚진 기억들 떠올라 복귀 결심”

    삼성전자 상무보 대우로 근무하던 유혁(38·사시 36회) 변호사가 검사로 돌아왔다. 개인적으로는 오는 11일 두번째 임관식을 갖는다.1997년 서울지검 검사로 출발한 유 변호사는 특수부·강력부 검사를 거쳐 법무부 국제협력과에 근무하던 지난해 2월 돌연 사표를 냈다. 이후 삼성전자로 옮긴 그는 한동안 특허관련 소송 등에 열중했다. 변호사중에서 검사를 뽑는다는 공고를 보고 다시 친정으로 복귀했다. 변호사 출신 검사들은 한동안 재야 시절 맡았던 사건을 맡지 못한다는 규정에 따라 삼성전자와 연고가 없는 창원지검에 발령이 났다. 유 변호사는 “마음 속으로 한번도 검사를 그만둔 적이 없었다.”고 했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해외를 넘나들며 꿈을 펼치는 동창생과 검사로 일하는 자신을 비교하며 답답함을 느껴 반은 충동적으로 기업행을 택했지만 공직에 있을 때 가졌던 마음가짐을 버릴 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최근 6개월 동안 삼성법률봉사단에서 한 민원인 상담 활동은 유 변호사를 각성시켰다. 유 변호사는 “생각없이 던진 검사의 말 한마디에 밤잠을 설치는 이들을 보면서, 느낀 바가 컸다.”고 회상했다. 삼성과 검찰이 맞부딪치는 사건에서 특허분쟁을 담당한 유 변호사는 한걸음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삼성으로 옮겼을 때 그를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그는 “기업행을 택한 검사들이 모두 수사방어용으로 활용된다고 오해하지 말아달라.”고 했다.“150만원짜리 재산범죄에 연루돼 검찰에서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이후 실형이 확정됐습니다. 판결을 뒤집을 확실한 증거가 나와 재심청구 때 상담을 했죠. 검사도 사람이니 오류를 없앨 수야 없겠지만, 피의자와 참고인 말을 잘 들어준다면 이런 일을 조금은 줄일 수 있겠죠.”다시 피의자와 마주 설 유 검사의 생각이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유통업계는 혁명중] (하) ‘전자태그 매장’으로 소비자 잡는다

    [유통업계는 혁명중] (하) ‘전자태그 매장’으로 소비자 잡는다

    유통 업체들은 첨단 기술을 접목한 매장에 관심을 쏟고 있다. 몸집 불리기와는 다른 전자 시스템을 이용한 업태다. 아직은 초입단계다. 예컨대 전자태그(RFID)가 제품에 탑재돼 재고 관리와 수요 예측이 그때 그때 가능하고, 구입 제품은 기기에 터치하는 순간 계산이 되는 식이다. 일상화돼 있는 바 코드가 진화된 개념이다. ●RFID 접목 매장 첫선 롯데마트는 지난 6월부터 서울역점에 RFID를 접목한 점포를 운영 중이다.RFID 리더기가 장착된 ‘스마트 선반’에서 고객이 물건을 들면 상품정보가 대형 PDP 화면을 통해 나온다. 또 옆에 설치된 전자 단말기인 ‘키오스크’에 상품을 갖다 대면 설명과 조리법, 진열위치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도 30억 달러를 들여 1500개 점포에서 RFID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아직 성숙된 업태는 아니다. 인프라 구축 투자액이 많이 든다. 더 큰 문제는 소비자의 사생활이 노출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상품 대금 결제와 동시에 소비자 정보가 저장되는 까닭이다. 실례로 독일에서 운영 중인 미래형 매장인 ‘메트로’는 고객의 과거 구매 패턴을 보고 새로 살 시기를 알려준다. 송병삼 롯데마트 경영정보팀장은 “고객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FID의 가격도 만만치 않다. 칩 가격이 제품 원가에 반영, 고스란히 소비자에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는 크게 두 가지의 RFID가 시험 중이다.10㎝의 거리에서 읽을 수 있는 13.56㎒ RFID는 1개 130원선이다. 한국 표준이자 최대 3m에서 자동 계산기능이 있는 900㎒의 RFID는 무려 1300원. 업계는 개당 50원 이하로 떨어져야 실용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RFID의 전파는 물에 흡수돼 수산물, 신선식품 등 용액이 있는 제품 판매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알루미늄이나 철, 캔 제품에 약해 판독 오류 등 기술적 문제도 생길 우려가 있다. ●이동전화는 움직이는 매장 지난달 우리홈쇼핑을 인수한 롯데는 곧 ‘T-커머스’에 진출한다.‘T-커머스’란 TV 리모컨이나 휴대전화를 이용해 시·공간 제약없이 구매를 하는 서비스다.TV를 보다가 리모컨 조작으로 쇼핑이 가능하다. 시장 규모는 올해 5000억원에서 2010년에는 1조 7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GS홈쇼핑은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부터 선보이고 있다. GS홈쇼핑은 나아가 지난 1일부터 ‘모바일 GS이숍4747’을 개장,‘M-커머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동전화를 이용한 것이다. 신진호 GS홈쇼핑 과장은 “M-커머스는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주인공이 입고 나오는 의류·구두와 가구 등의 아이템을 살 수 있도록 구성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CJ·현대홈쇼핑은 지난 4월, 옥션은 지난 7월, 우리홈쇼핑은 지난달 각각 M-커머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 모델은 아직 인터넷 쇼핑몰의 상품정보를 휴대전화로 옮긴 수준에 불과하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대기학회서도 “車오염기여율 10%불과” 예산4조원 날릴판

    대기학회서도 “車오염기여율 10%불과” 예산4조원 날릴판

    수도권대기정책이 근본적 오류에서 출발했다는 연구결과가 환경부 연구용역을 통해 또다시 확인됐다. 자동차의 서울 미세먼지(PM10) 오염 기여율이 1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서울대 연구팀의 결과(서울신문 9월4일자 1·4면 보도)와 엇비슷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최근 이런 연구결과를 보고받고도 “경유차가 서울 미세먼지의 66%를 배출한다.”는 기존 주장을 고수했다. 한국대기환경학회(회장 김신도 서울시립대 교수)는 4일 “서울 미세먼지를 2년 동안 포집해 화학성분·배출원을 분석한 결과, 휘발유차와 경유차를 합한 자동차 전체의 오염 기여율이 10%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다른 조사지점인 인천시에선 이보다 조금 높은 15%였지만, 환경부 발표와는 여전히 큰 격차를 보였다. 아울러 서울대팀 연구결과와 마찬가지로 경유차뿐 아니라 휘발유차에서도 미세먼지가 배출된다는 사실도 거듭 확인됐다. 대기환경학회는 특히 지난달 31일 환경부·국립환경과학원 등 용역발주 기관을 상대로 연구용역 발표회를 갖고 이런 내용을 통보하는 한편 “(정부가 사용하고 있는)현재의 분석기법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다른 기법이 빨리 정착돼야 한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신도 회장은 “그동안 학계에선 자동차 오염기여율이 (정부 발표보다)높지 않다는 연구결과를 여러 번 내놓았다. 그럼에도 정부·서울시가 다른 오염원은 외면한 채 자동차 대책에만 매달리고 있어 아주 걱정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또 “경유차가 66%를 배출한다는 수도권대기정책의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4조원에 이르는 예산을)경유차에 집중시켜 놓고 나중에 성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으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대학의 교수도 “환경부가 오염원별 미세먼지 배출량 통계를 바탕으로 경유차의 오염기여율을 66%로 잡고 있지만, 한마디로 전혀 실상을 반영하지 못하는 왜곡된 수치”라면서 “정부가 고의로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지금부터라도 기초통계 자료의 확보를 비롯해 오류를 바로잡는 조치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녹색공간] 오세훈 서울시장님께/우석훈 초록정치연대 정책실장

    정치가 꿈을 파는 장사라고 한다면, 저 같은 경제학자는 꿈을 구현하는 장치를 디자인하는 사람입니다. 비용과 편익이라는 비인간적인 잣대와, 생산과 소비라는 속 편한 개념, 그리고 세입과 세출 같은 숫자놀음이 하루에도 몇 건씩 제 손을 지나갑니다. 그런 저에게도 꿈이 있습니다. 서울 하늘을 볼 때마다, 이 미세먼지와 오존 그리고 각종 독성물질로 가득찬 죽음의 먼지를 치우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서울시는 OECD 최고의 오염도시이고, 미국에서 가장 오염된 뉴욕의 세 배, 도쿄의 두 배의 살인적 오염수준을 자랑합니다. 이명박 전 시장은 10년 뒤에 도쿄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비전 2030’을 보니 2030년까지 도쿄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하더군요. 제가 65살이 되면 일본 최고의 오염도시인 도쿄 수준이 되겠습니다. 별 비전이 보이지 않더군요. 교통부문 정확히 얘기하면 자가용 운행에 대한 획기적 개선이 없이는 해소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은 모두 동의할 겁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공업도시 울산보다 서울의 미세먼지 오염도가 높고, 유아들의 천식과 아토피 발병률이 모두 높다는 것, 특히 유아 3명 중 1명이 아토피인 강남구의 경우는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도 당연한 것이 강남역 사거리나 시청앞, 그리고 미아리와 오류동에 이르기까지 꽉꽉 막힌 사거리마다 대형 자동차 공장에서 발생시키는 오염물질보다 더 많은 대기물질을 배출하면서 차들이 공회전하고 있으니 서울이 최고 수준인 건 당연하겠지요. 운전자의 속도 타지만, 서울의 공기도 타들어가고, 아이들의 건강도 타들어갑니다. 몇 가지 방안을 생각해 봤는데 현재로서는 시내버스의 교통분담률을 대폭 높이는 것이 유일한 해법입니다. 쉽게 말하면 시내버스가 자가용 보유자들에게도 무료일 정도의 획기적인 변화가 아니라면 자가용 운행을 줄이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어렵지요. 세원확보가 문제이고, 지하철 유료인원의 이탈과 수익성 악화 문제, 구청과의 세출 조정 그리고 인접 도시와의 광역연계의 갈등 해소 등 난제가 많습니다. 크게 보자면, 구별로 대체교통이라는 명목으로 모노레일 등 새로운 운송수단을 도입하는 비용과 비전 2030팀의 추산으로는 4조 1000억원의 보건 비용 그리고 혼잡으로 인한 경제손실과 오염도시라는 대외 이미지 손실 등이 버스 무료운행으로 인한 편익이 되겠지요. 부수적으로 버스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운 빈곤층의 후생 상승이 간접효과가 될 것입니다. 이에 따른 비용은 무료운행 혹은 현재의 준공영제를 완전 공영제로 전환하기 위한 비용이 계상될 것입니다. 덧붙여 무료가 된 버스가 추가적으로 분담해야 할 ‘사회적 추가교통비’가 간접비용으로 추가될 것이고, 교통카드 발매 등으로 인한 경제 활동이 사라지는 것이 또 다른 간접비용이겠지요. 제가 생각해본 방안 중 서울시민의 자동차 보유에 대해서 평균 출퇴근 버스비용 정도를 ‘대기오염세’ 등의 항목으로 서울시에서 직접 징수하는 게 제일 간단해 보입니다. 차를 두고 무료버스로 출퇴근하면 결국 이 비용을 찾아가는 것이고, 그래도 자가용을 운행한다면 서울의 공기라는 공공재의 ‘품질 손상’ 비용을 사회에 지불하는 셈이지요. 여기에 에너지와 환경 개선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을 일부 추가하면 시내버스 공짜가 아주 불가능한 정책은 아닙니다. 파리시에서 유사한 일을 검토한 적이 있었는데, 그 실행 대신 ‘카르트 오랑주’라는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어쨌든 파리의 공기질은 서울시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니까요. 서울신문 지면을 빌려 ‘시내버스 공짜’라는, 제가 감당할 수 없는 꿈을 슬쩍 오세훈 시장님에게 밀어봅니다. 고유가 시대에 서울이라는 공간에서 시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꾸어봄직한 꿈 같아 보이지만, 실행은 아직은 너무 먼 곳에 있는 것 같군요. 우석훈 초록정치연대 정책실장
  • 儒林(682)-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28)

    儒林(682)-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28)

    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28) 마침내 퇴계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린다. “지난번에는 다만 본체가 작용하지 않는다는 데에 대해서는 알았지만 심오한 작용(理의 작용)이 드러나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은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를 마치 죽은 것(死物)으로 인식하고 있었으니, 이는 바른 도(道)와 거리가 너무 멀지 않았습니까. 지금 그대(고봉)가 정성껏 저를 가르치신 덕분에 잘못된 견해를 버리고 새로운 뜻을 얻었고, 새로운 깨달음을 키웠으니 참으로 다행입니다.…” 퇴계는 자신보다 26살이나 어린 고봉이 ‘정성껏 가르치신 덕분’에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음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그뿐인가. 퇴계는 자신의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다음과 같은 결심을 10월15일자 편지 마지막 부분에 술회하고 있는 것이다. “…저는 이전부터 책을 읽을 때 대충 읽어 잘못 이해하는 잘못을 더욱 스스로 경계하고 두려워하여 조금이라도 고치려 하였습니다만 죽기 전에 이런 뜻을 이룰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므로 10월15일자 편지에서 고봉이 자신의 의견을 받아들여 그릇된 견해를 바로잡는 스승의 태도를 확인한 순간 ‘사물의 이치에 이른다(物格), 또는 무극(無極) 같은 것에 대한 해석을 선생님께서 굽어 살펴 주심에 힘입어 평소 어지럽게 오가던 것이 끝에 한가지로 매듭지어졌습니다. 한평생 이보다 더 큰 행복이 있겠습니까. 춤을 추어도 뜀을 뛰어도 그 즐거움을 다 드러내지 못하고 있습니다.’라는 내용의 답장을 두 사람이 나누었던 11월15일자 마지막 편지에서 기대승이 써 보낸 것은 노스승의 태도에 감동한 후학으로서의 환희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바로 이러한 고봉의 치열한 학구정신을 높이 삼으로써 퇴계는 벼슬에서 물러나기 전, 선조와의 독대에서 선조가 자신의 스승으로 삼을 만한 신하를 찾고 있음을 토로하면서 ‘누가 학문이 훌륭합니까.’하고 묻자 ‘그것은 참으로 말하기 어렵습니다.…그런데 신이 어찌 전하를 속이고 누가 특별하여 취할 만하다고 여쭈오리까. 다만 기대승 같은 사람은 글을 많이 읽었고 성리학을 깊이 연구해서 그 견해가 유학에 정통했다고 할 수는 있지만 다만 수렴공부는 아직 적은 듯싶사옵니다.’라고 고봉을 추천하였던 것일까. 수렴(收斂). 거친 성정을 지녀 정신수양 공부는 부족하지만 성리학을 깊이 연구해서 그 견해가 유학에 정통하였다고 평가해서 천거한 기고봉. 기고봉은 퇴계의 추천을 받고 마침내 한때 퇴계가 재직하였던 오늘날 국립대학교의 총장격인 성균관 대사성에까지 오르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퇴계가 선조에게 고봉을 천거하였던 것은 지난해 3월, 고봉이 격물치지에 관한 스승의 오류를 지적한 것이 올해 초 여름 5월이었으니, 그렇다면 퇴계는 어떤 점을 보고 고봉이 ‘성리학을 깊이 연구해서 그 견해가 유학에 정통하다.’고 기라성 같은 학자들을 제치고 직계제자가 아닌 고봉을 서슴없이 천거하였던 것일까.
  • [열린세상] 한·미의 미래,美 입장에서 생각해 보라/김기정 연세대 국제정치학 교수

    1949년 미국의 국방부와 국무부가 한국문제를 두고 이견을 보인 적이 있었다. 냉전 초기 한반도 남쪽이 미국에 어떤 전략적 가치가 있느냐를 두고 벌어진 논쟁이었는데,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한 국방부의 의견이 우세했다. 일본만 방어선 안으로 두고 한국은 유엔의 관리 정도면 충분하다고 판단했던 미국은 철수를 강행한다. 그러나 그 판단에 오류가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한반도 전체를 내어주면 일본까지도 위험하다고 판단했고, 결국 미국은 군사력을 한반도에 직접 투입함으로써 오류를 극복하려 하였다. 한국 전쟁은 미국의 전략적 판단을 재구성하는 계기가 되었고, 한·미동맹은 그런 배경에서 탄생하였다. 21세기 초엽, 한반도를 바라보는 미국의 판단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오늘날 세계질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에도 걱정거리가 있다. 테러문제가 현존하는 위협이라면, 보다 장기적 위협은 세력구도의 변화에서 올 것이라 본다. 중국의 부상과 도전 가능성이 그것이다.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중국은 분명 협력의 대상이지만 잠재적 위협국가로서 견제의 대상이기도 하다. 요컨대 협력과 견제의 이중주는 불가피하다. 중국의 위협이 점차 가시화될수록 미국은 지금까지 우호적 관계를 맺고 있는 동북아 국가들을 자국의 편으로 끌어들여야 한다.0순위 대상 국가는 물론 일본이다. 그러나 미국의 전략 구상에서 그 대상이 어디 일본만이겠는가? 이런 구도를 상상해 본다면 한국이 미국에 주는 전략적 가치는 보다 뚜렷해진다. 중국 견제의 최적지에 위치한 전략적 요충지를 미국이 쉽게 내어줄 리 없다. 중국과 ‘하나의 중국´ 의 원칙에 합의해 놓고도 타이완이라는 끈을 놓지 못하는 미국이다. 더욱이 한국은 반세기 넘게 동맹을 유지하고 있는 국가이기도 하다. 전략적 유연성 때문에 주한 미군 부분 철군을 결정하고 난 직후 향후 4년간 110억달러의 군사력 증강을 공언할 만큼 중요한 지역이기도 하다. 게다가 한국은 미국의 7대 경제 교역국이어서 경제적 이익을 보장받는 곳이기도 하다. 한·미 FTA가 성사되면 그 이익은 더욱 커진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한·미 양국 정부는 동맹을 새롭게 강화해 나가자고 약속하고 있다. 두 국가간 동맹 유지를 합의하는 것은 안보영역에서 공동의 이익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에 들어 한·미동맹에 파열음이 들린다는 지적이 많다. 그것은 지금까지 동맹유지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파열음조차 양국정부는 미래지향의 디딤돌로 삼기로 서로 약속하고 있다. 전작권 환수를 둘러싼 한국 사회의 논란은 전작권 환수가 곧 한·미동맹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 때문이다. 이 논리는 한국 사회의 안보 두려움을 자극하였다. 안보 논리가 ‘만에 하나´ 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나 두려움에 기인하고 있다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조금만 냉철하게 판단해보면 전작권 환수가 동맹해체로 이어진다는 설명은 감정과 논리적 비약이 뒤범벅된 주장처럼 들린다. 미국이 동북아에서 입지를 스스로 축소할 의도가 없어 보이는 터에 한국 사회에서 ‘포기의 공포´ 라는 불안심리가 확산된다면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너무 과도해 진다. 한국은 안보를 위해 미국과 동맹이 필요하다. 동맹유지를 통해 한국과 미국이 공유하는 이익은 명백하다. 그러나 동맹을 유지하고 강화해 나가되 조금 지혜로워야 한다. 한·미양국은 동맹의 발전적 재조정의 과제를 안고 있다. 재조정은 협상의 단계를 반드시 거친다. 협상은 주로 동맹 유지비용에 관한 것이다. 협상에 관한 한 실리주의적 태도를 숨기지 않는 미국으로서 전작권 환수를 둘러싸고 일부 한국 언론이 부추긴 사회의 불안 심리를 충분히 활용할 것이다. 협상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좁아지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온다. 변화는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을 동반한다. 그러나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변화 기회조차 외면하거나 불필요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다면 이 또한 슬기롭지 못하다. 김기정 연세대 국제정치학 교수
  • [사설] 핵심 벗어난 대통령 ‘바다이야기’ 사과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KBS와 가진 회견에서 ‘바다이야기’ 파문에 관해 국민에게 사과했다.“큰 걱정을 끼쳐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마음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바다’파문이 불거진 지 열흘을 넘긴 시점에 여당 대표와 국무총리, 전 문화부 장관에 이어 대통령이 결국 국민에게 직접 사과의 뜻을 밝힌 것이다. 나라가 ‘도박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상황에서 대통령의 사과는 당연하다고 하겠다. 때 늦었다고도 하겠으나 한창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상황인 만큼 시비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다만 사과에 담긴 노 대통령의 인식이 안이한 듯해 아쉬움이 남는다. 노 대통령은 “산업정책의 허점과 규제완화, 단속부실이 뒤엉켜 발생했다.”면서 책임이 조금씩 조금씩 모아져서 크게 돼 버렸다고 진단했다. 앞서 말한 ‘실무적 차원의 정책 오류’란 인식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 발언이다.“개도 짖지 않더라.”라는 책임회피적 발상의 연장이기도 하다. 이래서는 국민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고 본다. 이번 파문은 잘못된 정책과 부실한 단속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2년 가까이 정부가 국가적 위기상황에 눈 감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정부의 눈과 귀를 가로막은 부패비리 구조가 그 바탕에 깔려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이 정부에 실망하고 걱정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비싼 수업료를 낸다 생각해 달라.”라고 했다. 마치 지나간 사건처럼 말하는 대통령의 ‘대범함’이 답답하기만 하다. 조카 관련설에 대해서도 “대통령에게도 자기방어의 권리가 있다.”고 감쌀 것이 아니라 철저한 수사를 당부하는 것이 옳은 자세일 터이다. 노 대통령은 회견 전반에 걸쳐 과거 정권과 외부환경, 야당 그리고 언론을 탓하는데 짧지 않은 시간을 할애했다.‘제 눈의 들보’를 보지 않으려 해서는 추락한 민심을 돌리기 어려울 것이다.
  • 儒林(681)-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27)

    儒林(681)-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27)

    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27) 고봉은 주자가 직접 해설한 ‘이는 해당되지 않은 곳도 없고, 이가 없는 사물은 하나라도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그 작용은 실제로 사람의 마음을 벗어나지 않는다.’라는 주를 통하여 ‘이(理)를 사람의 마음에서 벗어나 있는 죽은 물건, 즉 사물(死物)’로 보고 있는 퇴계의 오류를 통렬히 비판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70세의 노학자 퇴계가 죽기 불과 2달 전에 행한 고봉의 지적에 ‘비로소 자신의 견해가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두려워지기 시작’하였다는 점이었다. 그 어떤 학자나 사상가도 자신이 평생 동안 연구하여 정립한 학문에 설혹 오류가 있다 하더라도 이를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일이며, 특히 후학으로부터 지적을 받으면 인격적인 모독으로까지 간주하기 마련인데, 퇴계는 놀랍게도 고봉의 지적을 받은 순간 10월15일자 편지에 쓴 내용처럼 ‘…이에 옛 견해는 남김없이 다 씻어버리고 마음을 비우고 주의를 기울여 먼저 이(理)가 스스로 이를 수 있는 까닭(자신은 사람을 떠난 이를 죽은 물건으로 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이 무엇인가를 살펴보기 시작’하였다는 것이었다. 그러고 나서 퇴계는 자신의 견해가 완전히 오류였음을 인정한다. 이에 대해 퇴계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다음과 같이 고백하고 있다. “저도 항상 주자의 말씀을 뜻이 깊다고 보고는 있었습니다만 이를 분명히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퇴계는 70평생 동안 지켜온 자신의 ‘격물치지’에 관한 해석을 다음과 같이 수정하고 있다. “주자가 ‘이는 세상만물에 있지만 그 작용은 실로 한사람의 마음을 벗어나지 않는다.’라고 하신 말씀을 보면 분명히 이는 스스로 작용하지 못하니 반드시 사람의 마음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다면 이가 스스로 이른다고 말할 수 없을 듯합니다. 그러나 ‘이에는 반드시 작용이 있으니, 어째서 그것을 다시 마음의 작용이라고 말해야만 하겠는가.’라는 (주자의) 말을 보면 이의 작용이 비록 사람의 마음에서 벗어나지 않으나, 작용의 미묘함이라는 것은 실제로 이가 드러나 사람의 마음이 이르는 데를 따라 이르지 못하는 곳이 없고, 다하지 못하는 것이 없는 것이 됩니다. 그러니 우리는 다만 우리가 ‘사물의 이를 완전히 파악하는가(格物)’를 걱정할 뿐 이가 스스로 이르지 못할까 근심할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퇴계는 마침내 격물치지에 관한 자신의 학설을 다음과 같이 과감하게 수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바야흐로 ‘사물의 이치에 이른다.(物格)’라고 말하는 것은 참으로 내가 사물의 궁극적 이치에 완전히 이르렀음을 말하는 것이고, 사물의 이치에 이르렀다고 말하는 데에 이른다면 어찌 내가 완전히 이름에 따라 사물의 궁극적 이치 또한 같이 이르게 된다고 말하지 못하겠습니까. 여기서 감정이나 의지가 없고 짓고 만들지 않는 것이 이의 본연의 실체이며, 각각의 경우에 보는 정도에 따라 또한 같이 이르게 되는 것이 이(理)의 지극히 심오한 작용임을 알겠습니다.”
  • [사설] 강남아파트 실거래가 통계조작 아닌가

    건설교통부가 발표한 아파트 실거래가 통계가 엉터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건교부는 핵심 버블지역인 서울 강남·서초·송파구의 경우, 지난 3월 이후 6월까지 넉달새 14% 떨어졌다고 밝혔다. 추병직 건교부 장관은 이를 근거로 “거품붕괴의 시작”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이같은 통계는 기준시점과 비교시점간에 서로 다른 표본을 사용해 통계오류라는 지적이다. 같은 표본끼리 비교할 경우 오히려 5∼6%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실거래가 공개는 부동산 시장의 투명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건교부는 아파트 거래 건수나 개별 가격차를 무시한 채 거래시점별 단순 평균치를 실거래가로 제시하는 등 통계상 오류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평당 4000만원짜리 아파트와 3000만원짜리 아파트를 서로 비교해 가격이 떨어졌다고 발표한 셈이다. 이처럼 통계의 기본원칙조차 무시한 것을 보면 무지라기보다는 부동산 정책의 효과를 과장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통계를 조작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런 중대 사안을 발표하면서 통계전문가의 조언조차 받지 않았다는 점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우리는 세부적 실거래가 정보의 추가 제공과 신뢰성의 제고를 주문한 바 있다. 실거래가의 왜곡은 당장 정책의 신뢰에 치명타가 되고, 부동산 시장의 혼란만 부추길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실거래가를 일일이 파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더라도 건교부는 미비점을 지속적으로 보완해서 정확한 집값 정보가 정착되도록 노력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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