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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미술자료전문가 김달진 관장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미술자료전문가 김달진 관장

    “국립현대미술관 첫 출근일은 1981년 9월 23일, 결혼 날짜는 1982년 12월 20일입니다. 아직 기사 마감 전이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인터뷰 다음날 그가 이런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왔다. 인터뷰 때 정확한 날짜를 얘기하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이후로도 여러 차례 도움 될 만한 정보와 자료들을 문자와 이메일로 알려 왔다. 참 꼼꼼하고 철두철미하다 싶었다. 김달진미술연구소와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을 이끌고 있는 김달진(61) 관장은 그런 사람이다. 아마도 이런 섬세함과 집요함이 한국 근현대 미술자료 수집과 연구 분야의 독보적 존재로 지금의 그를 있게 했으리라. -“신문 쪼가리 모아서 밥은 어떻게 먹고살려는지…쯧쯧.” 어른들은 하나같이 혀를 찼다. 그럴 만도 했다. 한창 공부에 집중해야 할 고등학생이 신문이건 잡지건 서양 명화가 실린 자료라면 닥치는 대로 오려서 스크랩하는 데 정신이 팔려 있으니 나중에 밥벌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을 게다. 나도 앞날이 걱정되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당장은 좋아하는 취미가 우선이었다. 비록 인쇄물이긴 해도 르누아르, 피카소, 천경자, 박수근의 그림을 모으는 기쁨은 컸다. 고교를 졸업할 때 내가 모은 미술자료는 스크랩북으로 10권이나 됐다. 결과적으로 이 자료들이 내 밥벌이의 든든한 밑천이 됐다. -충북 옥천에서 5남 1녀의 막내로 태어난 나는 초등 4학년 때 어머니를 여읜 뒤 셋째 형님을 따라 대전의 중학교로 진학하면서 수집에 관심을 갖게 됐다. 시작은 껌종이, 담뱃갑, 우표 등이었다. 기념우표가 나오면 가장 먼저 우체국 창구로 달려가곤 했다. 그러다 ‘주부생활’ ‘여원’ 등 잡지에 실린 세계 명화를 접하며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게 됐다. 서울로 올라와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본격적인 수집에 나섰다. 틈만 나면 헌책방이 많았던 청계천 6, 7, 8가를 돌며 미술전집 등을 샀다. 서점 주인에게 그림 한 장을 뜯어서 팔라고 조르기도 했다. 1972년 고 3 여름 경복궁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본 ‘한국근대미술 60년전’은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인쇄물로 된 서양의 명화만 보다가 우리 근대미술의 주옥같은 작품을 실물로 보니 그 감동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걸 네가 직접 다 모은 거냐? 참으로 기특하구나.” 고 3때 당시 홍익대박물관장이던 이경성 교수님을 만나 뵈었다. 막연하나마 미술 관련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미술계와 학계, 출판계에 계신 분들에게 무작정 편지를 써서 보냈는데 뜻밖에도 이 교수님이 한번 보자고 하셔서 한달음에 달려갔다. 떨리는 가슴을 애써 누르며 큰절을 한 뒤 가방에 싸 간 스크랩북 10권을 보여 드렸다. 교수님은 깜짝 놀라시며 “열심히 하라”는 격려의 말씀과 함께 등을 두드려 주셨다.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이었다. 이때의 만남이 나중에 큰 인연으로 이어졌다. -고교를 졸업하고 서울 인사동 전시장을 돌며 자료를 수집하던 시절 동대문도서관에서 월간 ‘전시계’라는 잡지를 알게 됐다. 잡지사에 편지를 보내 일하고 싶다고 했더니 최학천 사장이 전화해서 만나자고 하더라. 지금의 남대문경찰서 인근 초원다방에서 만났는데 대뜸 “잡지 일은 어렵다. 사환으로 심부름도 하면서 취재하러 다녀야 한다. 월급은 따로 없고 교통비 정도만 줄 수 있는데 그래도 하겠느냐”고 물었다. 두말없이 하겠다고 했다. 그때가 1978년이다. 취재해서 기사 쓰고, 미술자료 기획물도 연재하고, 편집일도 배우며 신나게 일했다. 하지만 1980년 언론사 통폐합 바람으로 잡지가 폐간되면서 일자리를 잃게 됐다. -“청소부라도 좋습니다. 미술관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전시계’가 폐간된 뒤 청주에서 누님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일을 도우며 지내던 1981년 이경성 교수님이 정년퇴임하고 민간인으로는 처음으로 국립현대미술관장에 취임하셨다는 기사를 봤다. 당장 편지를 썼다. 관장님은 흔쾌히 나를 받아 주셨다. 당시 미술관 직원은 30명에 불과했다. 전시과, 서무과 2개만 있었고 큐레이터란 직제는 아예 없었다. 나중에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지낸 오광수 선생이 그때 전문위원으로 큐레이터 역할을 했는데 전문위원실에 책상 하나를 얻어 자료 수집을 담당했다. 하루 4500원 일당의 임시 일용직이었지만 세상을 다 얻은 듯 기뻤다. -매주 금요일마다 출근부에 사인한 뒤 인사동, 사간동을 돌아다니며 자료를 모았다. 그전까지 미술관은 보내오는 자료만 수집했는데 그렇게 해선 안 될 것 같았다. 그때 얻은 별명이 ‘금요일의 사나이’다. 한쪽 어깨엔 가방을 메고, 다른 손엔 쇼핑백을 든 채 신문사와 전시장을 쏘다녔다. 화랑 관계자들은 “뭐하러 이걸 가지고 가느냐. 다 보내줄 텐데”라고 의아해했지만 내 눈으로 직접 전시장에 걸린 그림과 도록에 실린 작품을 하나하나 확인해야 직성이 풀렸다. 하도 집요하게 파고들다 보니 모 신문사 기자로부터 “편집광적이다”라는 말까지 들었지만 그런 사소한 오류들이 자꾸 눈에 띄는 걸 어쩌겠나. 한 번 잘못 기록되면 계속 확대재생산되기 때문에 처음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는 게 내 신념이었다. 그때 하도 몸을 혹사한 탓인지 2011년 척추에 종양이 생겨 두 차례 수술을 받았다. -정년퇴직 때까지 미술관에서 일하는 게 꿈이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1996년 1월 미술관을 그만뒀다. 일한 만큼 대우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응어리가 지더라. 처음 별정직 7급 계약직으로 들어가 8년을 일했는데 그다음에 기능직 10급으로 강등됐다. 미술 잡지에 내가 쓴 미술자료 관련 글이 여럿 소개되고, 신문에도 인용 보도되면서 미술자료 전문가로 인정받았지만 승진은커녕 월급도 오르지 않았다. 당시 아들이 몸이 약해 큰돈이 들어가야 하는 처지였던 데다 좌절감까지 더해져 결국 미술관을 떠나게 됐다. 마침 가나화랑 이호재 사장과 인연이 닿아 자료실장으로 발탁됐다. 5년 10개월 근무하는 동안 ‘가나아트’ 잡지 편집회의에 참석했고, 기획물과 인터뷰 기사를 썼다. 이 사장이 프랑스에서 가져온 미술 정보지 ‘파리스코프’를 견본으로 포켓용 전시회 가이드를 만들기도 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가나에서 독립한 뒤 월간 ‘서울아트가이드’를 내게 됐다. -2001년 12월 직장 생활을 끝내고 마침내 내 이름을 건 ‘김달진미술연구소’를 열었다. 이듬해 1월에는 월간 ‘서울아트가이드’를 창간했고, 그해 9월 미술정보 포털 사이트 ‘달진닷컴’도 오픈했다. 그리고 2008년 40여년 가까이 수집한 자료들을 한곳에 모은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을 개관했다. 각종 희귀 자료와 기증 자료, 단행본, 정기간행물, 학회 자료 등이 하루가 다르게 쌓이면서 공간은 점점 부족해졌다. 평창동, 통의동, 창성동, 창전동 등지를 옮겨 다니며 전월세 생활을 한 끝에 지난해 3월 상명대 입구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오래된 건물을 매입해 박물관 겸 사옥을 마련했다. 건물 사느라 은행에 빚을 많이 졌는데 건축가 김원이 재능 기부로 리모델링을 맡아 준 덕에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 -미술자료를 수집·정리하면서 기록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잡지 미술 연재물 기록을 시작으로, 미술단체카드, 미술인명카드, 주제별 미술기사 색인 카드 등을 정리했다. 1980~90년대 중반까지 내가 발표한 글이 신문에 자주 인용 보도되면서 ‘자료 하면 김달진’이란 인식이 서서히 자리잡았다. 평론가를 비롯해 이런 글을 쓴 사람이 없었다. 특히 미술자료 기록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선미술’ 1985년 겨울호에 쓴 ‘관람객은 속고 있다-정확한 기록과 자료 보존을 위한 제언’이란 글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자료의 힘이랄까, 자료의 활용도와 중요성을 널리 알린 게 나의 공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미술인 하면 창작 활동을 하는 작가만을 생각하지만 나는 비창작 미술인인 미술평론가, 미술사가, 큐레이터, 미술행정가, 작품 보존 및 수복전문가 등에 대한 기록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서울아트가이드’ 미술계 인명록에 이런 인물에 관한 내용을 수집해 꾸준히 연재했다. 그리고 이를 보완해 2010년 ‘대한민국미술인 인명록 1’을 발간했다. 조선시대 초상화가 채용신부터 1850년 이후 태어난 4900명을 실었다.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1000부를 비매품으로 찍었는데 이 책을 보고 “우리 할아버지가 화가였다는 얘기만 들었는데 이 책에 약력이 실려 있어 깜짝 놀랐다. 가보로 삼겠다”는 반응을 들었을 때 가장 뿌듯했다. 밤하늘 별 중에 왜 일등별만 기억해야 하느냐. 이등별, 삼등별 자료도 남겨야 우리 미술계가 풍부해진다. 인명록에 숫자 1을 붙인 건 언젠가 2권을 꼭 만들겠다는 나의 다짐이다. 현재 달진닷컴에서 7800명의 미술인이 검색되니 곧 나오지 않을까 싶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 왔으니 후회는 없다. 하지만 가족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크다. 아내(최명자씨)는 전시계에서 일할 때 같이 근무한 동료였는데 책을 좋아하고, 서예가 취미인 점 등이 나와 잘 맞았다. 박봉으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일할 때 아내가 아침마다 신문 배달하고, 우유 배달해서 살림에 보탰다. 직장이든 집이든 자료에만 매달려 있다 보니 아이들과 놀아 준 기억이 별로 없다. 아이들이 어릴 때 관악구 남현동의 오래된 예술인 마을에 살았는데 자료를 놓아 둘 데가 없어서 라면 박스와 사과 박스에 담아서 안방에 침대 매트리스처럼 깔아 놓고 그 위에서 잤다. 어느 날 무게를 못 이겨 마룻바닥이 휜 것을 본 주인이 방을 빼라고 하더라. 할 수 없이 앞집의 빈 지하실을 얻어서 자료를 옮겼는데 여름 장마철에 습기가 차서 자료를 몽땅 버려야 했다. 아이들이 어릴 때라 기억하지 못할 줄 알았는데 언젠가 그때 얘기를 하는 걸 듣고 마음이 아팠다. 딸 영나(32)와 아들 정현(29)은 지금 나와 함께 일하고 있다. 딸은 대학에서 만화창작을 전공했고, 아들은 미술경영학을 공부했다. 일부러 시킨 건 아닌데 자기들이 스스로 아빠가 하는 일의 중요성을 깨닫고 대를 잇겠다고 하더라. 미술계 지인들이 다 부러워한다. 아내도 서울아트가이드 발행인을 맡고 있다. -2013년 한국아트아카이브협회를 창립했다. 전시, 학술, 뮤지엄 분과로 나뉘어 있고 3권의 자료집을 발간했다. 라키비움(라이브러리+아카이브+뮤지엄) 강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우환, 천경자 화백의 위작 논란 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작품 이력과 같은 객관적 정보들을 기록하고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가 비엔날레 같은 대형 전시 등 눈에 보이는 지원에만 신경쓰지 말고 자료 수집과 보존, 디지털화, 공공 수장고 확보 등 미술계 토양을 튼튼히 하는 인프라에 좀더 지원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신 일도 많으시지만 하실 일도 많으십니다.” 김영나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이 2005년 11월 연구소를 방문했을 때 방명록에 남긴 글이다. 국내 미술계가 직면한 한국 미술의 정체성 문제, 미술계 위작 시비, 미술시장 활성화, 한국 미술의 해외 진출 등 많은 문제들의 단초가 오늘 내 가방 안에 들어 있는 작은 전시 리플릿 한 장, 메모 한 줄에 담겨 있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30년 전 ‘관람객은 속고 있다’에 쓴 글 “오늘의 정확한 기록이 내일의 정확한 역사로 남는다”는 신념은 한 치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순녀 문화부장 coral@seoul.co.kr ■미술자료전문가 김달진 관장 46년간 한국 근현대 미술자료 수집과 보존, 연구에 매진해 온 자타공인 국내 미술자료 전문가 1호다. 미술계 안팎에선 오래전부터 ‘걸어다니는 미술사전’, ‘미술계 인간 자료실’로 통했다. 취미를 직업으로 삼는 데서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전문 분야를 개척해 온 그는 스스로를 “한국 근현대 미술의 기록과 공유를 지향하는 아키비스트(기록관리자)”라고 부른다. 2013년부터 라키비움 프로젝트를 통해 아키비스트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1955년 충북 옥천 출생 ▲서울과학기술대 금속공예과 졸업(1993),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화예술학과 졸업(1999) ▲월간 전시계(1978~1981), 국립현대미술관 자료실(1981~1996), 가나아트센터 자료실장(1996~2001) ▲2001년 김달진미술연구소 개관 ▲2002년 월간 서울아트가이드 창간 ▲2008년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개관 ▲2013년 한국아트아카이브협회 창립 및 협회장, 한국박물관협회 홍보위원장, 서울시박물관협의회 이사, 종로구사립박물관협의회 회장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대통령상(2010), 한국미술저작출판상(2014), 홍진기창조인상(2016)
  • 한진重 1906억 추가손실 확인…2014·2015년 회계 오류 수정

    한진중공업이 지난 2년간 1900여억원의 손실을 회계상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진중공업은 지난 16일 공시한 반기보고서에서 2015년 12월 31일 이전 회계 오류를 수정하기 위해 연결재무제표를 재작성했다고 밝혔다. 한진중공업은 올해 상반기 회계감사를 받는 과정에서 2014년과 2015년 작성했던 재무제표에서 1906억원의 손실을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진중공업은 2014년 299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2609억원의 적자를 봤다. 이번에 1906억원의 손실이 추가로 반영되면 2014년과 2015년의 적자 폭은 더욱 커지고, 순자산도 감소하게 된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최근 계속되는 조선업 불황으로 발생할 수 있는 발주사의 선박 미수령으로 인한 건조 비용 상승과 미수금 등을 보수적 회계 기준에 따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일이 지난 3월 발생한 대우조선해양의 재무제표 수정과 비슷하다고 보고 있다. 대우조선은 2013년·2014년 2년간 약 2조원의 손실을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다가 2015년 회계장부에 한번에 반영했다. 재계 관계자는 “수주 산업의 특성상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면서도 “추가 부실이 없는지는 따져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포토 다큐] 역사를 기록하는 가장 빠른 손

    [포토 다큐] 역사를 기록하는 가장 빠른 손

    (“야, 이 날강도 같은 놈들아!” 하는 의원 있음) (“그만해, 그만해!” 하는 의원 있음) (“야, 이 도둑놈들아!” 하는 의원 있음) (“당신은 매국노다!” 하는 의원 있음) (“에이, 나쁜 놈들아!” 하는 의원 있음) (“날치기! 무효!” 하는 의원 있음) (“이것이 민주주의냐!” 하는 의원 있음) 18대 국회 본회의에서 속기사가 기록한 국회의원들의 발언 내용이다. 국회에서 열리는 본회의와 상임위원회 등의 회의에 참석한 의원들의 발언은 국회 속기사들에 의해 빠짐없이 기록된다. 이 기록들을 바탕으로 만든 회의록은 국회 회의록시스템(likms.assembly.go.kr/record)을 통해 국민들에게도 공개된다. 속기사들의 눈과 귀로 보고 들은 회의의 순간은 그들의 손을 통해 영원히 저장되는 역사의 기록으로 남는다. 국회에는 70여명의 실무속기사 그리고 편집, 기록심의관 등을 포함해 127명의 속기사가 있다. 모든 속기사들은 기본 1분에 320자(2벌식 타자로는 1000타에 해당)를 기록하는 속기 실력을 갖추고 있다. 현재 실무속기사는 대부분 기계속기를 하고 있지만 1997년 이전 임용된 고참 속기사들은 수필속기로 기록을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상임위원회에는 전담 속기사가 배치된다. 상임위원회에 배정된 전담속기사들의 경우는 자신이 담당하는 상임위 소속 의원들의 목소리까지 구분한다. 속기는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이 때문에 속기사들은 본회의는 5분, 상임위는 15분마다 교대하며 회의를 기록한다. 실무속기사가 작성한 회의록은 담당 계장이 검토한 후 편집주무관의 교열 과정을 거쳐 최종본이 완성된다. 최종적으로 작성된 회의록은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는 국회도서관 기록보존소에 영구보존된다. 온라인에도 공개가 되기 때문에 기록작업 이상으로 검수작업에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5분 동안 기록한 회의록에 대한 번문(飜文)에 최소 1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속기사들은 ‘속기는 손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머리로 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한다. 속기사들은 틈틈이 신문과 방송뉴스를 보며 최근 현안에 대한 내용을 미리 숙지하고 전문 서적을 읽는 등 기록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서 애쓰고 있다. 역사를 기록하는 중요한 역할 때문에 현대판 ‘사관’이라 불리는 속기사들은 손목과 목 관련 질환 그리고 청력과 시력 관련 질환 등 다양한 육체적 직업병에 시달린다. 일상생활에서 잘못된 맞춤법을 보면 지나치지 못하고 바로잡으려는 습관은 속기사를 괴롭히는 심리적 직업병 중 하나다. 하지만 이러한 직업병보다 속기사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의원들의 발언 스타일이다. 의원들 특유의 말투나 비속어, 사투리까지 그대로 기록해야 하기 때문에 기록의 오류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은 간단치 않다. 회의 후 영상자료를 보며 다시 확인을 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도 확인이 되지 않는 경우는 해당 의원에게 직접 문의하기도 한다. 속기사들 사이에는 ‘속기사에게 인기 없는 의원은 다음 총선에서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정순화 국회 의정기록과 서기관은 “말을 조리 있게 잘하는 의원은 발언 내용에 대해 충분히 준비했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바로 그만큼 의정활동을 열심히 한다는 방증이기에 이런 말이 생기게 된 것 같다”며 의원들의 바른말 사용을 부탁했다. 글 사진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 [이슈&이슈] “대기 개선할 집단에너지 시설” vs “전기 파는 석탄발전소”

    [이슈&이슈] “대기 개선할 집단에너지 시설” vs “전기 파는 석탄발전소”

    경기 포천시 신북면 장자산업단지에서 건설 중인 집단에너지시설을 놓고 석탄화력발전소라는 논란이 뜨겁다. 이 집단에너지시설은 시간당 550t 용량의 열과 169.9㎿ 용량의 전기를 생산할 계획이다. 포천시와 사업 주체인 ㈜GS포천열병합발전은 14일 “인접한 염색공장에서 배출하는 엄청난 대기오염물질을 개선하기 위해 꼭 필요한 집단에너지시설”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시민환경단체와 포천석탄발전소반대범시민연대는 “염색공장에 보낼 스팀(뜨거운 열)의 양보다 석탄을 태워 전기를 생산·판매하는 기능이 더 큰 석탄화력발전소”라면서 “오염물질이 덜 배출되는 LNG발전소로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포천시와 GS포천열병합발전 측은 “당초 장자산단 입주 기업 100여곳을 위해 도시가스를 공급할 계획이었으나 생산단가가 너무 높아 불가피하게 유연탄을 연료로 사용하게 됐다”면서 “집단에너지시설이 들어서면 지금보다 대기오염물질 총배출량은 약 51%, 미세먼지 발생량은 약 81%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장자산단이 조성 중인 신북면 장자마을은 한센인들이 1973년부터 정착해 돼지 등을 키우며 생계를 이어갔던 곳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축사 등을 개조한 무허가 염색공장이 들어서 대기오염물질과 폐수를 배출했으나 행정력이 미치지 못했다. 2008년 경기도와 포천시가 한탄강 수질개선대책 및 한센촌 양성화 방안 건의서를 환경부에 제출하면서 무허가 염색공장을 재정비하고 수질오염 및 대기질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산단을 만들고 있다. 45만㎡ 규모다. 장자산단은 피혁 및 염색가공이 주요 업종이라 스팀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40여개 공장은 자체 보일러를 설치하고 고형연료(SRF)와 벙커C유, 폐옷가지 등을 태워 스팀을 얻기 때문에 주변 대기질을 오염시키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포천시와 염색공장 업주 등으로 구성된 장자개발조합은 2011년 2월부터 장자산단 조성과 함께 집단에너지시설 건설사업에 나섰다. 당초 LNG를 사용하려고 했으나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커 유연탄으로 바꾸기로 했다. GS포천열병합발전 측은 지난해 12월 공사에 들어갔고, 현재 공정률은 20%가 넘었다. 내년 상반기부터 열 공급을 일부 시작하며 2018년에 완공할 계획이다.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개선하기 위해 시작된 집단에너지시설 건립 사업이 ‘석탄화력발전소’로 불리며 반발을 사게 된 것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4년 4월 당시 포천시장 예비후보였던 A 포천시의원이 임시회 5분 발언에서 “당초 LNG 연료로 사업 승인과 환경영향평가를 받고 슬그머니 유연탄으로 변경됐다”면서 “석탄발전소 사업을 추진하려는 이면에는 포천시와 사업추진체가 설명하지 못하는 이권이 개입되지 않았나 하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면서 알려졌다. 총선을 앞둔 올 2월에는 B 국회의원 예비후보가 “만약 제가 국회로 진출한다면 석탄발전소를 원점에서 다시 재검토해 신재생 대체 에너지를 강구하는 등 다각적인 방법으로 문제점을 해결하겠다”고 주장하는 등 선거 이슈로 부상하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범시민연대가 꾸려지고, 불교계에 이어 기독교계까지 반대 입장을 밝히는 등 반대 측은 포천시와 GS열병합발전 측을 압박하고 있다. 범시민연대 측은 “석탄화력발전소는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과 독성 중금속물질을 다량으로 배출하기 때문에 주민 건강 및 농작물 생육에 큰 위협이 된다”면서 “LNG발전소로 변경해야 하며 시민의 목숨을 ‘값싼 전기’와 맞바꿀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GS열병합발전 측은 집단에너지시설이 석탄화력발전소라는 주장을 일축한다. 유연탄을 태워 얻는 에너지의 76%가 염색공장에 공급하기 위한 스팀이고, 전기 생산량은 24%에 그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GS열병합발전 측은 “우리나라 어디에도 169.9㎿ 규모의 화력발전소는 없으며, 사업 특성상 최소 1000㎿ 이상 대규모로 추진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주장한다. 반대하는 측에서 집단에너지시설에 석탄의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워 이미지를 조작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포천 집단에너지 시설은 신규시설이 아니라 기존 100여개의 벙커C유, SRF 등을 태워 열을 얻는 ‘개별 염색공장 보일러’를 대체하는 시설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GS열병합발전 측은 “환경부와 환경영향평가를 협의할 당시 국내 최고로 강화된 배출규제와 대기오염물질 최적방지시설 설치로 지금보다 대기오염물질 총배출량이 약 51% 감소되는 것으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최근 대두되는 미세먼지와 관련해서도 GS열병합발전 측은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했다. 우리나라 화력발전소의 먼지 배출기준은 S㎥당 10㎎이다. 유럽연합(EU)보다도 높았다. EU는 지난해까지 먼지 배출기준이 우리나라보다 두 배나 높은 20㎎이었다가 올해 들어 우리나라와 같은 10㎎으로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포천의 경우 화력발전소보다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는 집단에너지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전국 최고 수준인 5㎎으로 환경부와 협의했다는 것이다. 인근 LNG복합화력발전소보다 강화된 기준을 적용했다는 설명이다. 경제성이 있는지를 떠나 유연탄 사용으로 설계한 시설을 LNG 사용으로 설계변경할 수 있을까. GS열병합발전 측은 이미 늦었다는 입장이다. 2011년 이후 4년여간 복잡한 인허가 과정을 거쳐 현재 20%대의 공정률을 보이고 총사업비 5700억원 중 이미 2000억원을 집행했기 때문이다. 특히 주설비와 보조설비, 환경방지시설 등의 플랜트를 구성하는 주요 부품이 벌써 유연탄 사용에 맞춰 설계돼 제작 중이라서 변경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포천시 측도 “민간이 절차를 밟아 허가받은 사업을 중단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반대운동을 펼쳐온 시민단체 ‘공존’의 허효범 대표는 “LNG로 되돌릴 수 없다면 처음 추진할 때부터 주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고,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집단에너지시설이 아닌 발전허가를 먼저 받은 것 등을 종합하면 행정적 오류가 있어 (인허가 등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또 허 대표는 “아무리 필터링을 잘하고 배출기준을 강화해도 환경이 악화될 것”이라면서 “GS E&R이 경기 안산에서 운영 중인 열병합발전시설과 비교해 봤을 때 열에너지 공급 대상 업체 수는 30%에 불과한데 시설 규모는 2배 이상 큰 것으로 봐서 석탄화력발전소가 틀림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곧 공익감사청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올림픽> 뉴욕 타임스, 엄윤철 나이 조작 의혹 제기

    “국제대회 프로필 1991년생, 북한에서 발간한 책에는 1990년생”“1990년생이라면 2011년 주니어대회 출전 불가…2012년 런던올림픽도 출전 불가” 미국 뉴욕 타임스가 ‘북한 역도 영웅’ 엄윤철의 나이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사실로 밝혀진다면 2012년 런던올림픽 금메달도 박탈될 수 있는 중요한 사건이다. 뉴욕 타임스는 11일(한국시간) 한국발 기사에서 “엄윤철의 국제무대에서 사용하는 생년월일과 북한에서 발간한 책에서 공개한 생년월일에 차이가 있다”고 보도하며 “착오가 있을 수는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엄윤철이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사용하는 프로필의 생년월일은 1991년 11월 18일이다. 하지만 뉴욕 타임스는 “본지가 입수한 ‘북한을 빛낸 올림픽 챔피언’이란 책에서는 엄윤철이 태어난 해가 1990년이라고 적었다”라고 밝혔다. 북한이 2014년에 발간한 이 책에는 엄윤철 등 북한이 배출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13명을 소개했는데, 엄윤철의 나이를 국제무대에서 사용한 것과 다르게 표기했다. 만약 엄윤철의 나이가 조작됐다면, 엄윤철이 2012년 런던에서 수확한 역도 남자 56㎏급 금메달이 박탈될 수 있다. 엄윤철은 2011년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주니어역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세계에 이름을 알렸고, 그해 성인무대에 등장해 프랑스에서 열린 세계역도선수권대회에 참가해 6위를 했다. 국제역도연맹은 ‘올림픽 개막 전 1년 6개월 안에 두 차례 주요 국제대회에 참가한 선수’에게만 올림픽 출전 자격을 준다. 이 주요 국제대회에는 세계선수권대회, 대륙별 선수권대회, 주니어대회 등이 포함된다. 엄윤철이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1년 사이에 치른 두 차례 주요 국제대회는 2011년 말레이시아 주니어대회와 프랑스 세계선수권대회뿐이다. “만약 엄윤철이 1990년에 태어났다면 2011년에는 주니어대회에 나이 제한이 걸려 참가할 수 없다”는 게 뉴욕 타임스의 설명이다. 뉴욕 타임스는 “엄윤철이 2011년 말레이시아 주니어대회에 참가하지 못했다면 런던올림픽 출전 자격을 얻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엄윤철이 나이를 속여 주니어대회에 출전하고, 부정하게 올림픽 출전 자격을 얻었을 수도 있다”는 게 뉴욕 타임스의 문제 제기다. 뉴욕 타임스는 “그동안 아무도 이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엄윤철은 2012년 런던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북한에서 ‘영웅’으로 떠올랐고, 2013∼2015년 세계선수권 3연패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우승을 연거푸 이루며 세계 역도가 인정하는 56㎏급 일인자로 입지를 굳혔다. 이번 리우올림픽에서는 룽칭취안(중국)에 밀려 은메달에 그쳤다. 엄윤철은 “금메달을 따지 못했으니 나는 영웅이 아니다”라는 말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엄윤철의 ‘나이 조작 의혹’을 제기한 뉴욕 타임스는 “(북한이 발간한 책에) 오류가 있을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하지만 또 다른 역도 영웅 김은국이 금지약물 복용으로 자격 정지를 받은 상황에서 엄윤철의 나이 조작 문제까지 불거지면 ‘역도 강국’ 북한의 명성에 큰 흠집이 생길 수 있다. 연합뉴스
  • [단독] 1만원 이하 ‘깡통 ISA’ 시중은행 정리 나섰다

    [단독] 1만원 이하 ‘깡통 ISA’ 시중은행 정리 나섰다

    실적 반영 탓 초기 과다 경쟁 계좌이동제도 개점휴업 상태 시중은행들이 잔고 1만원 이하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정리에 나섰다. 출시 초기 실적 경쟁으로 무분별하게 유치했던 이른바 ‘깡통 계좌’를 없애려는 것이다. 세제 혜택은 그대로 유지한 채 금융사를 갈아탈 수 있도록 한 ISA 이동제가 지난달부터 시행됐지만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9일 금융 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A시중은행은 최근 일선 영업점에 “잔고 1만원 이하 ISA의 해지를 유도하라”는 지침을 내려보냈다. A은행의 한 지점장은 “수익에는 별 도움 안 되고 유지·관리비만 잡아먹는 깡통계좌를 이대로 두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해당 계좌의) 고객들에게 연락을 돌리고 있다”며 “(깡통 계좌) 대부분은 ISA 출시 초기 한두 달 사이에 유치한 것들”이라고 말했다. 올 3월 출시된 ISA는 6월 말까지 잔고 1만원 이하 계좌가 은행권은 127만 9000좌(60.2%), 증권업계는 8만 8000좌(36.2%)다. 은행들 대부분이 ISA 실적을 지점 경영평가(KPI)에 반영하며 무리하게 실적 경쟁을 벌여 온 탓이 크다. 이에 금융 당국은 지난달 주요 은행 임원들을 소집해 ISA 실적을 KPI에 반영할 때 건수뿐 아니라 금액도 함께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국민·우리·기업은행은 하반기 KPI에서 ISA 항목을 별도로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하나은행도 KPI 반영 비중을 축소했다. B은행 부지점장은 “최근 들어서는 ISA 신규 실적이 하루 1건도 없는 날도 많다”며 “고객의 자발적 가입보다는 주위 권유에 따른 가입이 많았는데 은행원들도 영업 동기(KPI)가 사라지다 보니 굳이 유치하려 하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당국은 지난달 18일 시행에 들어간 계좌이동제에 기대를 걸었지만 이 또한 별다른 유인책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C은행 개인고객부 차장은 “(계좌이동제 시행 이후) 우리 영업점에서 관련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은 단 한 명도 없었다”면서 “문의도 뜸하다”고 전했다. 당국과 예탁결제원은 “계좌이동 실적은 공표하지 않는다”며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금융권은 은행권과 증권업계에서 각각 100건 안팎에 불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의 수익률 공시 오류도 고객 신뢰에 타격을 줬다는 분석이다. 금융감독원은 오는 18일까지 일임형 ISA를 판매 중인 모든 금융사의 수익률 공시를 재점검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문제가 됐던 기업은행은 물론 (재점검 과정에서) 오류가 발견되면 해당 직원 제재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잘못된 관행’ 강남 주차타워 사망 불렀다

    ‘잘못된 관행’ 강남 주차타워 사망 불렀다

    당시 리프트 8.5m 아래 있었지만 착각한 관리인 진입 허가해 참변 지난 6월 20일 서울 강남구의 한 빌딩 주차타워(기계식 주차장)로 진입하던 승용차가 8.5m 지하로 떨어져 운전자 이모(46·여)씨가 숨진 사건의 원인이 외부차량의 진입을 막기 위해 주차타워 문을 닫아 놓는 관행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주차타워는 차량 주차용 리프트가 진입구인 1층으로 올라오면 문이 자동으로 열리도록 설계돼 있다. 그런데 이 진입문을 평소 강제로 닫아 둔다. 외부 차량이 주차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날도 주차관리인은 문이 닫혀 있었지만 리프트가 1층에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고 문을 열었다. 그러나 리프트는 지하에 있는 상황이었고, 차가 들어가면서 참변이 발생했다. 문제의 주차타워뿐 아니라 대개의 다른 주차타워들도 평소 진입문을 닫아 두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주차관리인 교육 같은 통상적 대책보다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8일 사건을 수사 중인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리프트가 올라오지 않는 식의 기계적 오류가 발생하면 주차타워 진입문이 자동으로 닫히게 돼 있는데, 등록 외 차량의 ‘얌체주차’를 막기 위해 늘 출입문을 닫아 두었기 때문에 관리인이 지하 8.5m 아래에 있던 리프트가 1층에 있는 줄 알고 진입문을 열어 주었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종합감식 결과에서도 기계적 결함은 알 수 없다고 나왔다”고 밝혔다. 그는 또 “사고 당시 주차장 제어박스의 액정에 기계적 오류가 발생했다는 표시도 떴지만, 햇살에 반사돼 주차관리인이 이를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기계적 오류가 있으면 문이 다시 닫혀야 하지만 차량이 진입할 때 문이 닫히면 차량이 파손될 수 있기 때문에 진입문에 차량 감지 센서를 달아 놓아 문은 닫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주차장 유지보수 업체가 매달 정기점검을 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었던 만큼 이 업체 관계자를 조만간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런 관행이 보편화돼 있다는 점이다. 영등포구의 한 기계식 주차장 관리인은 “외부 사람이 무단으로 주차할 경우 관리인이 통제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어서 진입문을 평소에 닫아 놓는 것”이라며 “진입문이 열려 있으면 불안하고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한국주차안전기술원에 따르면 전국의 주차타워는 모두 4만 7835곳에 이른다. 지난해에만 1339곳이 새로 설치되는 등 매년 증가폭이 늘어나고 있다. 주차타워에서 일어나는 인명사고도 2014년 5건에서 지난해 10건으로 늘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6건이 발생했다. 지난 4월에는 경기 하남시의 한 오피스텔 건물 주차타워에서 차량이 바닥으로 추락하는 사망사고가 나기도 했다. 이씨의 사망사고를 계기로 교통안전공단은 내년 2월부터 주차관리인이 되려면 4시간의 안전교육을 받게 했다. 또 20대 이상의 자동차를 수용하는 주차타워에는 관리인을 의무적으로 두게 했다. 박천수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기계식 주차장에서는 사소한 오류도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중·삼중의 안전 장치가 필요하다”며 “주차관리인이 일일점검을 하는 것은 물론, 일회성 안전교육보다는 적어도 2년에 한 번씩은 정기적으로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구글 “한국 서버 설치·안보 시설 삭제 NO… 한국 기업이 피해자 코스프레”

    구글 “한국 서버 설치·안보 시설 삭제 NO… 한국 기업이 피해자 코스프레”

     “중국이나 러시아에서도 서버를 설치하지 않고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위성사진에서 군사시설 등을 삭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구글이 우리 정부에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신청한 뒤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서 입장을 표명했다. 구글은 “지도 데이터 반출 없이는 한국이 모바일 혁신에서 뒤쳐져 ‘갈라파고스’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내 서버 설치 등 우리 정부와 국내 정보기술(IT)업계의 요구를 수용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네이버 등 국내 IT업계가 ‘불공정 경쟁’이라며 반발하는 가운데 구글은 이에 대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고 맞섰다.  권범준 구글 지도 프로덕트 매니저 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8일 국회에서 이우현 새누리당 의원과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공동 주최로 열린 ‘공간정보 국외반출이 공간정보 산업에 미치는 영향’ 토론회에 참석해 기조발제에 나섰다. 2010년에 이어 지난 6월 지도 데이터 반출을 신청한 구글이 이와 관련해 공식 석상에서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권범준 매니저는 “지도 데이터 반출은 국내에서 사용자 편의를 높이고 지도 플랫폼을 이용한 개발자들의 세계 시장 진출 등의 효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권 매니저는 “한국에서는 대중교통 길찾기와 지역 검색 등 제한된 서비스만 이용할 수 있지만, 해외에서는 자전거 길찾기(영국)와 실시간 교통정부(일본), 3차원 지도(중국) 등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맞아 제공되는 구글 지도의 경기장 실내지도 서비스와 경기장 내 가상현실(VR) 사진 서비스 등도 사례로 제시했다. 또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구글 지도로 길찾기를 하면 산길을 가로질러 가라는 안내를 받는 등의 오류가 발생한다”며 외국인 관광객들의 불편 사례도 소개했다.  권 매니저는 “안드로이드 오토(구글의 자동차용 운영체제) 등 구글 지도를 활용한 비즈니스 혁신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한국 이용자들은 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 지도에 기반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량공유서비스업체 리프트(Lyft)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며 “국내 스타트업들도 이처럼 세계적인 기업이 될 기회가 있으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에 서버를 설치하거나 구글 위성사진 서비스인 구글어스에서 군사시설 등을 삭제한 뒤 지도 데이터를 반출하라는 정부와 IT업계의 요구에는 선을 그었다. 권 매니저는 “지도 서비스는 전세계에 원활히 제공돼야 해 전세계 클라우드 시스템에 데이터를 분산 저장하고 있어 데이터의 국외 반출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 안보 문제와 관련해서도 “고해상도 위성사진은 이미 전세계 기업들이 제공하고 있어 데이터 반출을 불허해도 국가 안보가 보장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국내에 서버를 두지 않아 조세를 회피하려 한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국내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서버의 입지는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결정한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이에 대해 네이버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구글과 경쟁하라는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토론 패널로 참석한 윤영찬 네이버 부사장은 “애플과 바이두는 지도 데이터를 반출하지 않고도 국내 업체와 제휴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구글은 왜 간단한 도보 길찾기 서비스도 국내 업체와의 제휴로 해결하지 않는지 의문”이라면서 “구글이 지도반출을 위해 의도적으로 서비스 질을 낮추고 있다는 오해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글이 중국으로부터 지도 데이터를 반출했다는 설명에 대해서도 “중국은 올해부터 지도 서비스 업체는 중국에 서버를 반드시 두도록 하는 등 지도 데이터 관리를 강화하는 조례를 시행하고 있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네이버는 구글의 지도 데이터 반출이 국내 산업계에 불공정 경쟁과 구글에의 종속을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 부사장은 “구글 지도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통해 스마트폰에 자동으로 탑재되고 있다”면서 “국내 산업계의 성장과 혁신은 커녕 지도 기반 신산업에서 구글에 대한 종속이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조세 회피를 통해 쌓은 막대한 수익을 신기술의 연구개발에 쓰고 있어, 한국 IT기업과의 기술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인현 한국공간정보통신 대표는 “국내 IT기업이 구글을 통해서만 선진기업이 된다는 오만한 주장을 펴고 있다”면서 “우리나라가 수조원 이상을 투자한 지도 데이터는 안보이자 밥”이라고 강조했다.  IT업계에서 거센 비판이 이어지자 권 매니저는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논하는 자리에서 거리가 먼 사안들로 비판하는 건 ‘피해자 코스프레’”라면서 “구글이 한국에서 제대로 된 서비스를 못하는 것이 더 불공정하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은 오는 12일 미래창조과학부와 국방부 등 관계부처들이 참석한 가운데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 2차 회의를 연다. 심사 기한은 이달 25일로, 사실상 12일 최종 결론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김구의 일본군 암살사건 진실

    김구의 일본군 암살사건 진실

    백범 김구의 일본군 장교 암살 사건 진위 여부를 둘러싼 논란을 2인극으로 다룬 극발전소301의 연극 ‘영웅의 역사’가 오는 18일 서울 대학로 무대에 오른다. ‘영웅의 역사’는 백범 김구의 ‘백범일지’에서 찾아낸 오류를 토대로 소송을 제기하려 하는 일본인 변호사와 이를 저지하려는 중앙정보부 요원의 대립을 다룬 작품으로, 지난해 2인극 페스티벌에서 작품상과 연기상을 받았다. 극은 1979년 10월 일본인 변호사 하야토가 서울의 한 변호사 사무실을 찾으면서 시작된다. 하야토는 ‘백범일지’ 중 ‘김구가 1896년 3월 황해도 치하포에서 명성황후 살해범인 일본군 중위 쓰치다 조스케를 살해하고 사형을 선고받았다’는 대목에서 쓰치다는 일본 군인이 아니라 상인이라는 점을 밝히고 잘못된 내용을 정정하고자 한국을 찾았다. 하야토는 ‘백범일지’ 서술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쓰치다의 딸에게서 사건을 의뢰받았다. 정부는 민족 영웅인 백범과 관련된 사항이라 해결사로 중앙정보부 15년차 요원 조남택을 투입한다. 변호사로 위장한 조남택과 하야토가 대면하면서 극은 긴박하게 전개된다. ‘운현궁 오라버니’, ‘봄이 사라진 계절’ 등 구한말 조선황실의 비극을 묵직하게 다뤄온 신은수 극작가의 작품이다. 신 작가는 “영웅이란 성역은 역사적 진실이란 창으론 뚫기 힘든 방패”라며 “소수의 영웅이 아닌 개인 각자 모두가 영웅인 오늘의 관점에서 지나온 역사의 아이러니를 정면에서 다루고자 했다”고 밝혔다. 연출을 맡은 정범철 극발전소301 대표는 “한 인물의 업적과 평가는 시각에 따라 달라진다”며 “역사는 여러 시각에서 다뤄져야 하고 그런 다양한 시각들을 모아 입체적이고 객관적인 역사를 만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배우 리우진이 한국인 중앙정보부 요원 조남택 역을, 박정권이 일본인 변호사 하야토 역을 연기한다.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예술공간 서울. 전석 2만원. (070)8958-1740.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경제 브리핑] AIA 예상보험금 온라인 조회 2463건 중 77% 실제로 청구

    AIA생명은 지난 3월 업계 최초로 ‘보험금 예상금액 온라인 조회 시스템’을 가동한 결과 5개월 동안 2463건의 조회가 이뤄졌으며 이 중 1908건(77입)이 실제 청구로 이어졌다고 2일 밝혔다. 시스템 오류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이 시스템은 고객이 홈페이지에서 질병의 발생 원인, 수술·입원 여부 등을 입력하면 보험금 예상금액을 확인할 수 있다.
  • [시론] 한국 미술계의 일그러진 초상들/박영택 경기대 예술학과 교수·미술평론가

    [시론] 한국 미술계의 일그러진 초상들/박영택 경기대 예술학과 교수·미술평론가

    그동안 곪을 대로 곪은 우리 미술계의 여러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작 미술계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이상하고 희한한 일이다. 아마도 다들 이해관계로 얽혀 있기에 그럴 것이다. 더구나 현재 우리 미술 시장은 극도로 위축돼 있다. 미술 경기가 거의 바닥이다. 그러니 작가들의 생계가 위기다. 미술인들의 삶이란 늘 어려웠지만 근자에 들어 부쩍 심해졌다. 창작 의욕이 상실되고 전시가 줄어들며 작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그에 따라 오늘날 한국 미술계에서 ‘미술’에 대한 논의는 거의 실종되고 있다. 미술대를 졸업한 청년 작가들의 삶은 더욱 암울하다. 이에 대한 시급한 대안이 나와야 하는데 다들 손을 놓고 있다. 그나마 전시라고는 아트페어와 옥션이 성행하는 편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아트페어는 진정한 작품 발표의 장이라기보다 제한된 시장에 불과할 뿐이다. 자본이 될 수 있고 투자 가치가 되는 유명 작가의 작품만이 반복해서 선을 보인다. 그러니 새로운 작가, 작품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그래서 박수근, 이중섭, 천경자와 이우환 등의 위작 사건이 지속해 발생한다. 특정 작가의 작품만이 선호되니 위작이 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시장은 위작을 만들어 내거나 혹은 철 지난 작품을 전략적으로 띄운다. 후자의 경우로는 단색주의 열풍이 대표적인 사례다. 여기에는 천박한 한국 미술시장과 부도덕한 화랑과 돈에 눈이 먼 컬렉터와 미술작품을 오로지 투자 가치로만 여기는 졸부들 및 여기에 기생해 먹고사는 여러 미술인 등이 얽혀 있다. 특히나 옥션이 등장하면서부터 특정 작가의 가격이 전략적으로 오르고 위작도 비례해 늘어나고 있다고 여겨진다. 현재 한국의 미술시장은 몇 개의 대형 화랑이 좌지우지하고 있다. 이들은 스스로 옥션을 운영하면서 자신들의 화랑에서 취급하는 작가들만을 취급하거나 그들 작품 가격을 전략적으로 올리고 있는 형편이다. 그래서 이들을 화랑, 화상이라고 부르기는 민망하다. 하여간 옥션을 통해 소수의 화랑들은 다소 자의적으로 미술품을 감정하고 가격을 조절하고 작품의 공급을 좌우하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위작의 유혹이 있고, 작가와 작품의 판단에 대한 오류가 작동하고 작품 가격의 거품이 일어날 개연성이 크다. 현재 미술품 감정을 상업 화랑들과 옥션이 스스로 주축이 돼 하고 있다는 점 역시 객관성과 공정성에서 커다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따라서 화랑과 옥션은 분리돼야 하며 공정한 감정평가 기구가 화랑들과는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구성돼야 한다. 한편 소수의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제외하면 아트페어와 미술시장에는 온통 저급한 장식으로 치장한, 조악한 키치들이 범람한다. 안목이 저급한 화상과 컬렉터의 수준에 따른 결과다. 대다수 화상들이 작품 판매에만 열을 올리다 보니 안목 없는 일반인들의 눈에 호소하는, 예쁘장하고 장식적인 그림들만을 내놓고 있다. 그들에게 미술사적인 의미나 가치, 좋은 작가와 작품에 대한 의미란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에 불과하다. 상당수 작가들 역시 시장의 유혹에 굴복해 조악한 키치를 납품하듯 만들어 내고 있다. 그것은 미술이라기보다는 공예나 디자인, 인테리어 물건들에 불과하다. 그러니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내는 작가들이 아트페어에 초대될 확률은 거의 없다. 따라서 일반인들, 컬렉터들 또한 그들의 존재를 알 턱이 없다. 지명도, 명망성이 있는 작가거나 잘 팔리는 작가 아니면 조악한 장식품, 이렇게 극단적으로 분열돼 있다. 그래서 연예인들의 작품이 손쉽게 판매되기도 하는 것이다. 조영남의 경우는 그것을 이용한 한 사례라고 본다. 그는 자신의 지명도를 이용해 작가로 행세하고 싶었던 이다. 그러나 손이 따르지 않기에, 그리고 작품의 질에 대한 논의가 부재한 미술판의 생리를 알았기에 다른 이의 도움을 받아 화가로 인정받고 싶었을 것이다. 전문성과 안목, 미술의 가치와 의미에 대한 논의는 부재하고 오로지 이윤의 극대화와 자본 축적, 세속적 성공만이 그 모든 것을 압도하고 있는 승자 독식의 오늘날 한국 미술계는 사실 그대로 동시대 한국 사회의 압축판이기도 하다.
  • [경제 블로그] 내부검증 안 하는 금융사, 주는 대로 공시하는 협회… ISA 수익률 믿을 수 있나

    [경제 블로그] 내부검증 안 하는 금융사, 주는 대로 공시하는 협회… ISA 수익률 믿을 수 있나

    1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수익률 공시를 담당하는 금융투자협회에는 문의 전화가 빗발쳤습니다. 공시된 수익률이 정확하냐는 것이었지요. 기업은행의 일임형 모델포트폴리오 수익률이 부풀려 공시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상위권을 싹쓸이한 일부 증권사들의 수익률에도 의구심이 제기됐습니다. 현재까지 다른 금융사들 공시에는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가뜩이나 미미한 혜택과 낮은 수익률, 불완전 판매 우려로 말이 많던 ISA가 또다시 매를 맞게 됐습니다. ●기업은 수익률 2.05%→0.84% 정정 지난주 은행권 ISA 첫 수익률 공개에서 증권사들을 제치고 상위권에 들었던 기업은행의 수익률은 정정됐습니다. 고위험 스마트 상품의 모델포트폴리오 수익률이 2.05%에서 0.84%로 뚝 떨어진 것이지요. 기업은행은 담당 직원이 금투협회 공시 지침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발생한 실수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회사보다 눈에 띄게 높은 수익률이 나왔으면 한번쯤 의심해 볼 법도 한데 아무런 내부 검증이 없었다는 게 의아합니다. 금융 당국은 부랴부랴 ISA 수익률에 대한 재점검과 함께 사후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금융 당국과 금투협회 역시 처음에는 오류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고 합니다. 금투협회는 기업은행이 자료를 제출한 대로 공시했으며, 금융 당국 역시 금투협회로부터 공시에 문제가 없다는 보고만을 받았기 때문이지요. 결국 모두가 기업은행이 제출한 자료만을 믿고 누구도 이 수익률이 정확한지 검증해 보지 않았던 것입니다. ●권선주 행장 “타성에 젖지 말자” 반성 국민 238만여명(7월 15일 기준)이 정부와 금융사의 대대적인 홍보를 믿고 ISA에 가입했습니다. 신뢰를 한번 쌓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그 신뢰가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일 수 있습니다.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이날 기업은행 55주년 기념식에서 ‘생소한 것에 당황하지 않고 익숙한 곳에서 타성에 젖지 않는다’는 의미의 ‘생처교숙’(生處敎熟)을 강조했습니다. 비단 기업은행 직원들만 되새길 얘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대한항공 여객기 ‘타이어 펑크’...다른 항공기는 괜찮을까

    대한항공 여객기 ‘타이어 펑크’...다른 항공기는 괜찮을까

    지난 29일 대한항공 여객기가 착륙 후 앞바퀴 타이어가 터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항공기 바퀴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항공기 타이어 파손만으로는 대형 사고가 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지만, 기상 등 외부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작은 오류도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항공업의 특성상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항공기 타이어 펑크는 흔한 일은 아니지만 국내외에서 몇 차례 발생한 적이 있다. 앞서 2013년 10월 제주발 에어부산 여객기가 김해공항 활주로에 내린 뒤 뒷바퀴 타이어가 터져 유도로에 멈춰 서면서 승객 162명이 셔틀버스를 타고 도착장으로 이동했다. 당시 항공사 측은 착륙 충격에 타이어가 터진 것으로 추정했다. 뒷바퀴는 착륙 시 기체의 하중을 직접 견디기 때문에 받는 충격이 크다. 국내 최초 저비용항공사(LCC)로 지금은 사라진 한성항공은 2005년 10월 여객기의 뒷바퀴 타이어 2개가 한꺼번에 터진 일이 있었다. 이때는 브레이크 과열로 질소를 주입하는 부분이 녹아내리면서 타이어의 바람이 빠진 것으로 파악됐다. 외국에서는 항공기 타이어 펑크가 화재 등 대형 사고로 이어진 사례가 있다. 2006년 이란 에어투어 소속 여객기가 마슈하드 공항에 착륙하던 중 타이어가 터지면서 동체에 불이 붙어 승객 29명이 사망했다. 2008년에는 미국 아메리칸항공 여객기가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에 비상 착륙하다가 타이어에 펑크가 나 활주로를 이탈했다. 당시에는 계기 시스템 이상으로 조종사가 수동으로 전환해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착륙을 시도하느라 타이어에 무리가 갔다는 전문가들 의견이 나왔다. 항공기 제조사는 공학적으로 타이어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착륙 시 기체의 하중을 직접 견디는 주바퀴의 경우 여러 개의 타이어를 장착해 그중 하나가 파손돼도 활주로 이탈이나 전도 위험이 없도록 설계한다. 앞바퀴도 타이어가 완전히 빠져나가는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펑크가 나도 조종사가 기체를 활주로에 세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번 대한항공 항공기 타이어 펑크 사고는 착륙 후 속도를 줄이는 상황에서 보조 격인 앞바퀴에서 문제가 생겼기 때문에 빠른 대처가 가능해 다행히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속도를 미처 줄이지 못한 제동 과정에서 타이어가 터졌거나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제때 멈추지 않았다면 중심을 잃고 항공기가 한쪽으로 쏠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펑크 원인은 아직 파악 중이나 타이어 자체 결함이나 정비 불량, 활주로 이물질 등으로 다양할 수 있다. 결국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철저한 정비뿐 아니라 활주로 상태 점검 역시 중요하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항공기에서 발생하는 모든 상황은 언제든지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을 안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이번에는 조종사의 대처가 적절했지만, 바로 비행기를 멈춰 세우지 않았거나 폭우 등 열악한 기상 상황이 더해졌다면 얼마든지 피해가 컸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인천지하철 2호선 운행 개시, 버스 노선도 대폭 개편

    인천지하철 2호선 운행 개시, 버스 노선도 대폭 개편

    인천도시철도 2호선이 30일 전면 개통됐다. 개통에 맞춰 인천 시내버스도 전체 노선의 절반 이상이 새롭게 바뀐다. 인천에서 이런 큰 폭의 대중교통 개편은 1974년 8월 경인전철 개통 이후 42년 만의 일이다. 착공 7년 만에 개통한 인천지하철 2호선은 이날 오전 5시 30분 검단오류·검암·서부여성회관·인천시청역 등 4개 역에서 운행을 시작했다. 2호선은 서구 검단오류역에서 남동구 운연역을 잇는 29.2km 구간에 건설됐다. 총 27개 역 중 환승역은 3개로 검암역은 공항철도, 주안역은 경인전철, 인천시청역은 인천지하철 1호선과 연결된다. 2호선은 2량 1편성으로 운행되고 1편성당 승차 정원은 206명, 최대 수용 능력은 278명이다. 수송능력이 다른 노선보다 떨어지지만 대신 배차간격이 촘촘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평일 출퇴근 시간엔 3분 간격으로, 평시에는 6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이는 인천지하철 1호선의 배차간격 4분 30초∼8분 30초보다 짧은 것이다. 하루에 총 460회 운행하고 검단오류역에서 운연역까지 종점 간 편도 소요시간은 48분이다. 인천지하철 2호선은 기관사 없이 종합관제실 원격제어로 완전 자동 운행된다. 차량 내에 폐쇄회로(CC)TV와 비상 인터폰을 설치해 돌발 상황이 발생기면 종합관제실이 전동차 내부 상황을 살피며 승객과 바로 연락할 수 있다. 비상상황에서 원활한 탈출을 돕기 위해 차량 내에 승객이 작동할 수 있는 창문 파쇄장치도 설치됐다. 뚜껑을 열고 버튼을 누르면 창문 유리가 자동으로 깨지는 방식이다. 화재 사고에 대비해 전동차는 불에 타지 않는 불연재로 제작됐고 각 차량에는 화재감지기와 소화설비도 설치됐다. 인천 2호선은 2009년 6월 착공 이후 국비 1조3069억원, 시비 9513억원 등 총 2조2592억원이 들었다. 한편, 2호선 개통에 발맞춰 인천 버스의 절반 이상도 새로운 노선으로 운행을 시작했다. 기존 212개 노선 중 현재와 똑같이 운영되는 노선은 98개(47%), 새로 변경되는 노선은 87개(41%)다. 15개 노선이 신설되고 27개 노선이 폐지돼 전체 노선은 200개가 됐다. 버스 노선 개편은 인천지하철 2호선 개통을 맞아 버스와 철도의 연계성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됐다. 기존 노선체계가 1974년 개통한 경인전철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새로운 노선 체계는 인천지하철 1·2호선, 공항철도, 수인선과의 연계를 강화해 복합 대중교통체계 구축에 무게를 실었다. 원도심과 신도시를 잇는 노선을 다양화하는 한편 지역 간 버스 공급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안도 반영됐다. 인천시는 노선 개편으로 노선당 버스 운행 대수가 0.7대 늘어나고 평균 배차간격이 3분 단축돼 이용자 평균 통행시간도 약 8분 절감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 홈페이지에는 운행이 중단되는 노선을 중심으로 한 불만의 목소리도 계속 나온다. 노선 개편도 좋지만 버스 배차간격을 줄이고 서비스 개선에 더욱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새로 바뀐 버스 노선 현황은 인천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버스 번호를 클릭하면 노선도와 운행구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인천지하철 2호선 내일 개통

    인천 지역에도 복수 지하철 노선 시대가 열린다. 28일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지하철 2호선은 29일 개통식에 이어 30일 오전 5시 30분 첫차 운행을 시작으로 전면 개통된다. 서구 오류동 검단오류역을 기점으로 종점인 남동구 운연동 운연역을 오가는 2호선은 총연장 29.2㎞로 27개 정거장이 설치됐다. 경전철로 최첨단 자동무인운전시스템을 구축했으며 2량 1편성으로 운행된다. 하루 평균 26만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2호선은 출퇴근 시 3분, 평시 6분 간격으로 운행되며 정원은 206명(좌석 64명, 입석 142명)이다. 인천지하철 2호선은 인천지하철 1호선(인천시청역), 경인전철(주안역), 공항철도(검암역), 서울지하철 7호선(석남역·2020년 예정) 등과의 환승체계가 구축된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김영란법 합헌’ 9월28일 시행] 농민단체 “농축산물,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 재계 “권익위가 구체적 가이드라인 제시해야”

    [‘김영란법 합헌’ 9월28일 시행] 농민단체 “농축산물,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 재계 “권익위가 구체적 가이드라인 제시해야”

    헌법재판소가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대한 합헌 결정을 내리자 기업과 관련 업계는 이를 존중한다면서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주문했다. 기업들은 첫 사례로 적발되지 않도록 내부 단속에 들어갔다. 직격탄을 맞게 된 농축산 업계는 국회가 수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크게 반발했다. 배수동 농협 품목별전국협의회 회장단 의장은 “축산이나 과일은 전체 수요의 60~70%를 명절 선물로 소진해 왔는데 김영란법이 일괄 적용되면 농촌 경제에는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라며 “농산물 개방과 고령화, 자재값 폭등으로 농민들이 절박한 상황인데 이런 현실을 외면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법 취지는 공감하지만 농촌 현실을 감안해 농산물은 제외할 수 있도록 입법기관인 국회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우 전국경제인연합회 사회본부장은 “이번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혼란을 줄이고 어려운 경제 상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가 법 적용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경상 대한상의 기업환경조사본부장도 “제도 시행까지 남은 기간 동안 입법 취지의 효과적 달성과 새 제도 도입 충격의 최소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조화시킬 방안을 깊이 고민해 달라”고 밝혔다. A기업 홍보 담당 임원은 “김영란법 시행이 기정사실화된 만큼 ‘최대한 몸을 사리라’고 지시하고 있다”면서 “첫 사례로 적발되면 여론의 뭇매는 물론 두고두고 입방아에 오르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편법 발생의 우려도 크다. 한 서울 시내 대형 호텔 관계자는 “호텔 식당에서 (김영란법의 식사 상한액) 3만원으로 가격을 맞추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2004년 접대비 한도 50만원 시행 당시처럼 결제 금액을 나눠 한도액에 맞추는 ‘쪼개기’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LG는 업무 수행 중 일어날 수 있는 사례들을 점검하는 한편 권익위의 김영란법 해설집과 교육자료를 바탕으로 사내교육을 검토하고 있다. 다른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처벌 기준이 불명확한 부분이 있어 대관(對官), 홍보 등을 담당하는 실무자들이 헷갈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 내부 부서별 반응도 제각각이다. 공무원 접대가 많은 대관 부서는 “업무가 위축될 수 있다”면서 답답함을 토로한다. 공무원들이 몸을 사리기 시작하면 점점 더 만나기가 어려워진다. 이런 상황에서 ‘실탄’마저 줄어들면 무슨 수로 공무원을 설득하고 기업 입장을 피력할 수 있겠느냐는 불만이다. B기업의 대관 담당자는 “일부 공무원은 대놓고 ‘선물을 가져오라’고 한다”면서 “접대가 ‘업무’인 우리로서는 차포를 다 떼인 격”이라고 우려했다. 법무팀은 일거리가 많아질 것에 대해 벌써부터 한숨을 내쉰다. 영수증 관리가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C기업의 준법감시 담당 임원은 “일일이 영수증을 관리하려면 인력이 더 필요하다”면서 “수기로 작성하면 오류가 발생할 수 있어 시스템도 새로 구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AI가 그린 만화, VR로 즐긴다?

    AI가 그린 만화, VR로 즐긴다?

    서기 2030년. 13시간 13분 13초 동안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만화가 L씨가 선 하나를 긋기 시작하자, 최첨단 인공지능(AI) 만화 제작 프로그램 ChaX2-6927이 작동하며 초고속으로 만화를 그려가기 시작한다. ‘마이러브’, ‘까꿍’ 등으로 유명한 이충호 작가가 언젠가 만화를 그리는 인공지능이 나올 것을 상상하며 그린 단편이다. 프랑스 만화가 나탈리 페를뤼는 2030년이면 디지털 편집자가 등장해 스토리텔링을 거들고 만화가 놓친 오류를 바로잡아 줄 것으로 본다.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바둑 대결로 화제가 됐던 AI는 이미 창작의 영역으로 속속 뛰어들고 있다. AI가 그린 추상화 29점이 1억 1600만원에 팔렸으며, AI가 쓴 소설이 일본에서 SF문학상 1차 심사를 통과했다. AI는 짧은 연애소설도 썼고, 노래와 단편 영화 시나리오를 창작하기도 했다. 만화도 그리 먼 미래가 아니다. 프랑스 만화가 미스 파티, ‘목욕의 신’의 하일권, ‘마당씨의 식탁’의 홍연식은 말풍선, 의성어가 둥둥 떠다니는 가상현실(VR) 프로그램으로 만화를 즐기는 시대를 상상한다. 최첨단 세계가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비빔툰’의 홍승우는 AI가 저작권을 주장하며 만화가와 불협화음을 내는 모습을 그렸다. 1965년에 스마트폰, 무빙워크, 전기 자동차 등이 등장할 것으로 예측했던 ‘심술통’의 이정문은 미래에는 지긋지긋한 마감 압박에서 벗어나고 싶다며 작품이 저절로 그려지는 용수염 펜을 만들어 달라는 엉뚱한 꿈을 꾼다. 종이에서 진화한 디지털 만화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만화가들은 어떤 미래를 상상하고 있을까. 27일 개막한 제19회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의 주제전 ‘만화의 미래, 2030’은 BICOF가 준비한 다채로운 전시 프로그램 중 가장 관심이 가는 프로그램이다. 신인부터 중견, 원로에 이르기까지 한국과 프랑스의 만화가 22명이 따로, 또 같이 상상력을 발휘한 단편 19편을 선보인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프랑스의 국립만화진흥기관인 국제만화이미지시티의 첫 공동 기획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한·불 수교 130주년 기념 프로그램으로, 세계 최고 만화축제인 프랑스 앙굴렘국제만화축제에서도 같은 내용의 전시가 이어질 예정이다. 한국, 프랑스 만화가의 상상력은 전시 공간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다. 도서출판 이숲을 통해 책으로도 묶여 나왔다. 축제는 31일까지 이어진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경제 뉴스 깊이 들여다보기] 증권사 “법인통장 허하라”… 은행 “동양악몽 잊었나”

    [경제 뉴스 깊이 들여다보기] 증권사 “법인통장 허하라”… 은행 “동양악몽 잊었나”

    ‘증권사 법인통장’ 논란이 재점화됐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최근 “3000억원이나 되는 지급결제망 진입 비용까지 냈는데 법인만 막는 것은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며 ‘작심 발언’을 했다. 현재 증권사는 개인 고객에 대해서는 지급 결제가 허용돼 있지만 법인 고객(기업)은 못 하도록 돼 있다. 예컨대 개인이 증권사에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같은 월급통장을 개별적으로 만들 수 있지만 회사는 직원들의 급여 통장을 증권사에 일괄 개설하지 못한다. 수출 대금도 증권사 통장에 넣어 놓을 수 없다. 증권업계는 오래전부터 “구태의연한 대못 규제”라며 법인 통장 허용을 주장한다. 논란이 재점화되자 금융 당국과 한국은행은 허용 여부를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은행권은 “동양사태 악몽을 벌써 잊었느냐”며 결사 반대다. 그룹 위기가 계열 증권사로 전이되면 지급결제가 ‘먹통’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업권 간 공방전의 원인은 법인 시장의 파급력 때문이다. 저금리, 저성장 기조에서 ‘큰손 법인’은 양보할 수 없는 수익원인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업의 총예금은 올 5월 말 기준 340조 8733억원이다. 가계(569조 4653억원)보다는 적지만 결코 놓칠 수 없는 규모다. 증권업계는 “자본시장 좀 키워 보자”고 외친다. 법인 지급결제 불허와 같은 대못이 시장 발전을 가로막고 업계 경쟁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황 회장은 “지급결제 장벽이 완전히 없어지면 은행과 증권사 간의 경쟁으로 서비스 질이 도리어 개선되고 고객 편의도 향상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증권금융에 별도로 예치된 투자자 예탁금 범위에서 개인 지급결제를 하는 만큼 은행권에서 제기하는 ‘결제대금 부족 위험’도 기우라고 일축한다. 증권사가 대기업 계열일 경우 ‘재벌 사금고’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계열사와의 거래를 엄격히 제한하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충분히 방어 가능하다”고 반박한다. 증권업계의 또 하나의 논리는 ‘차별’이다. 은행은 이미 펀드와 보험을 팔며 겸업을 하고 있고 저축은행도 법인 지급결제가 허용됐는데 유독 증권사만 계속 틀어막는 것은 심각한 차별이라는 것이다. 은행권은 ‘증권의 은행화’는 위험하다고 반대한다. 2008년 리먼 사태 직후 증권사들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채권을 대거 팔았다가 신용 경색으로 고생했던 예가 대표적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2013년에도 동양그룹 계열사들이 동양증권을 통해 회사채와 기업어음 등을 대거 조달했다가 위기가 오자 대규모 고객 자금 인출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느냐”면서 “증권사는 은행과 달리 입출금 규모가 크고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만큼 예금 기능을 맡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황 회장 발언의 오류를 찾아내는 ‘깨알 반박’도 나온다. 황 회장이 “법인 지급결제 허용은 9년 전 이미 국회에서 논의돼 통과된 사안”이라고 말했지만 개인에 대한 지급결제 기능을 허용했던 2007년엔 법인 지급결제는 논의 대상이 아니었다. 국회 회의록을 보면 당시 박영선 재정경제소위원회 위원이 “법인 고객을 제외한다는 내용을 시행령에 명시해 달라”고 하자 김석동 당시 재정경제부 1차관이 “심사보고서와 금융결제원 규약에 반영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은행연합회 측은 “황 회장은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도 주장했지만 2008년 공정위에서 ‘(증권사의 법인 지급결제 불허는) 금융소비자 보호 등 효율성 효과가 상당하므로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될 소지가 없다’는 내용의 유권해석 공문을 이미 받았다”고 밝혔다. 은행권은 세계적 추세에도 역행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경우 예금 취급 기관만 지급결제 서비스를 할 수 있다. 일본도 증권사의 지급결제 업무는 막고 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기본적인 방향은 법인에도 풀어야 한다는 것이지만 업권 간 이견이 커 쉽게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만화에서 웹툰으로, 웹툰에서 ○○으로… 2030 만화의 미래 엿보기

    만화에서 웹툰으로, 웹툰에서 ○○으로… 2030 만화의 미래 엿보기

     서기 2030년. 13시간 13분 13초 동안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만화가 L씨가 선 하나를 긋기 시작하자, 최첨단 인공지능(AI) 만화 제작 프로그램 ChaX2-6927이 작동하며 초고속으로 만화를 그려가기 시작한다. ‘마이러브’, ‘까꿍’ 등으로 유명한 이충호 작가가 언젠가 만화를 그리는 인공지능이 나올 것을 상상하며 그린 단편이다. 프랑스 만화가 나탈리 페를뤼는 2030년이면 디지털 편집자가 등장해 스토리텔링을 거들고 만화가 놓친 오류를 바로 잡아 줄 것으로 본다.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바둑 대결로 화제가 됐던 AI는 이미 창작의 영역으로 속속 뛰어들고 있다. AI가 그린 추상화 29점이 1억 1600만원에 팔렸으며, AI가 쓴 소설이 일본에서 SF문학상 1차 심사를 통과했다. AI는 짧은 연애소설도 썼고, 노래와 단편 영화 시나리오를 창작하기도 했다. 만화도 그리 먼 미래가 아니다. 프랑스 만화가 미스 파티, ‘목욕의 신’의 하일권, ‘마당씨의 식탁’의 홍연식은 말풍선, 의성어가 둥둥 떠다니는 가상현실(VR) 프로그램으로 만화를 즐기는 시대를 상상한다.  최첨단 세계가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비빔툰’의 홍승우는 AI가 저작권을 주장하며 만화가와 불협화음을 내는 모습을 그렸다. 1965년에 스마트폰, 무빙워크, 전기 자동차 등이 등장할 것으로 예측했던 ‘심술통’의 이정문은 미래에는 지긋지긋한 마감 압박에서 벗어나고 싶다며 작품이 저절로 그려지는 용수염 펜을 만들어 달라는 엉뚱한 꿈을 꾼다. 종이에서 진화한 디지털 만화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만화가들은 어떤 미래를 상상하고 있을까. 27일 개막한 제19회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의 주제전 ‘만화의 미래, 2030’은 BICOF가 준비한 다채로운 전시 프로그램 중 가장 관심이 가는 프로그램이다. 신인부터 중견, 원로에 이르기까지 한국과 프랑스의 만화가 22명이 따로, 또 같이 상상력을 발휘한 단편 19편을 선보인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프랑스의 국립만화진흥기관인 국제만화이미지시티의 첫 공동 기획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한불 수교 130주년 기념 프로그램으로, 세계 최고 만화축제인 프랑스 앙굴렘국제만화축제에서도 같은 내용의 전시가 이어질 예정이다. 한국, 프랑스 만화가의 상상력은 전시 공간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다. 도서출판 이숲을 통해 책으로도 묶여 나온다. 축제는 31일까지 이어진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오늘의 눈] 오류 축적의 시간/홍희경 산업부 기자

    [오늘의 눈] 오류 축적의 시간/홍희경 산업부 기자

    1990년대 중반 이후 향기 산업은 국내 유망 산업으로 각광받았다. 경제발전 경로상 당연한 수순이다. ‘먹는 산업’에 이어 ‘바르는 산업’이 고도화된 뒤 사람들의 다음 허기는 ‘들이마시는 산업’에 미쳤다. 모두 좋은 향기, 유쾌한 공기, 폐 끼치지 않을 체취를 찾았다. 향기 시장 규모는 1990년대 초반 140억원대에서 2014년 2조 5000억원대로 커졌다. 산업통상자원부 집계다. 같은 기간 우리가 흡입하는 물질 역시 다양해졌다. 이 중 가습기 살균제의 몇 종류 성분은 참사를 일으켰다. 비슷한 화학구조의 물질이 공기청정기 필터에 포함됐다는 뉴스에 지금 우리는 불안하다. 문제의 물질들은 바르는 산업이 번성하던 시절 세척제로 쓰였다. 기준 용량만 지키면 문제 없던 성분들이다. 들이마시는 산업이 도래할 때 흡입 독성 검증의 중요성이 간과된 이유다. 그보다 앞선 전환기엔 먹는 산업에서 안전했던 물질은 바르는 산업에서도 안전한 물질로 통했던 터다. 바르는 물질은 피부에, 들이마시는 물질은 폐와 만난다. 피부와 폐의 차이를 간과한 게 치명상을 입혔다. 예컨대 바르는 물질의 부작용은 물이나 알코올로 비교적 수월하게 씻어 낼 수 있다. 폐에서의 부작용엔 쓸 수 없는 방법이다. 또 유독물질을 접한 피부는 인체 저항 반응인 섬유화를 통해 스스로를 방어해 낸다. 피부에서의 섬유화를 흔히 흉터라고 부른다. 반면 폐가 방어기제를 작용해 섬유화를 일으키면 폐의 기능은 돌이킬 수 없이 망가진다. 시대적 전환기에 전환의 정도와 방향을 오독하는 일은 치명적이다. 마치 피부에 적합한 안전 기준을 폐에 대입한 일처럼 말이다. 혁신, 진보, 성장. 어떤 이름으로 부르든 전환기 흐름에 올라탔다면 과거 기준에 대한 의심이 필수적이다. 특히 과거 성공을 거뒀다면 그 방식의 시대 정신이 다하지 않았는지 세밀한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욕망에 기술이 어우러져 4차 산업혁명이 만개 직전인 지금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토양이다. 글로벌 교역은 최근 급격하게 줄었다. 세계 경제가 1% 성장한다 쳤을 때 글로벌 교역량은 1990년대 2.2%씩, 2001~2007년 1.5%씩 증가했다. 2008년 이후 지난해까지 이 비율은 0.9%로 위축됐다. ‘평평한 세계’의 이상 징후다. 또 저출산·고령화 대표국이 한국임은 분명하지만, 이 문제는 점점 더 지구 보편적 고민이 되고 있다. 2000년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중국뿐 아니라 인도마저 저출산 해결 전략을 탐색 중이다. 폭발적인 인구 성장·교역량 확대가 맞물렸던 1·2·3차 산업혁명 당시와 다른 토양에서 4차 산업혁명이 시도되고 있다. 한국은 그동안 기술과 속도에서 경쟁우위를 지녀 왔다. 여기에 ‘축적의 시간’이란 미덕을 거쳐 설계 역량을 확보하면 미래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전망은 달콤하다. 절반이 결여된 달콤함이다. 기술과 속도에 치중하느라 축적된 구조적 모순과 몰인간성의 자화상을 뺀 채 마치 백지 상태인 것처럼 우리를 분식하는 오류다. 기득권, 후진성, 적폐. 무엇이라 부르든 축적된 오류의 제거 없이 4차 산업혁명의 토양을 보듬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류가 축적된 자리에 설계 역량이 비집고 들어올 틈은 없다. sal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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