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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드온] 혼다, 다시 난다

    [라이드온] 혼다, 다시 난다

    2019년 7월부터 시작된 일본차 불매 운동으로 판매 부진의 늪에 빠진 일본차 브랜드가 새해 들어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국내 일본차 시장은 닛산(인피니티)의 철수 이후 도요타(렉서스)와 혼다의 2파전 구도로 재편됐다. 두 브랜드 가운데 혼다가 먼저 신차를 잇달아 내놓으며 경쟁에 불을 붙였다. 혼다는 최근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뉴 CR-V 하이브리드’, 중형 세단 ‘뉴 어코드 하이브리드’, 대형 레저용차(RV) ‘뉴 오디세이’를 연이어 출시하며 자동차 명가로서 자존심 회복에 나섰다.기본에 충실한 ‘뉴 어코드 하이브리드’ 속력 높여도 조용, 유행 타지 않을 세단의 표준국산차보다 다양한 기능 떨어지지만 고장 적어 혼다 어코드는 1976년 출시된 중형 세단의 원조 격이다. 경쟁 모델인 도요타 캠리보다 3년 먼저 등장했다. 1985년 출시된 현대자동차 쏘나타도 어코드를 벤치마킹해 출시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산차의 파워트레인 기술력이 일본차에 못 미치던 시절 어코드는 그야말로 선망의 대상이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어코드의 존재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캠리와 함께 늘 판매 1, 2위를 다투며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고 미국 중형세단 시장을 장악했다. 하지만 어코드가 그동안 국내에서는 이렇다 할 힘을 쓰지 못했다. 현대차 쏘나타, 기아 K5, 르노삼성차 SM6 등 국산 중형세단의 상품성이 일취월장했기 때문이다. 특히 국산차의 인포테인먼트와 첨단 기능은 해외 그 어떤 완성차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혼다코리아가 지난달 19일 개최한 시승 행사에서 10세대 ‘뉴 어코드 하이브리드’를 시승했다. 국산 하이브리드 중형세단과 성능, 기술, 그리고 디자인 측면에서 어떻게 다른지를 집중 비교했다. 어코드는 전체적으로 견고하고 단단한 느낌이 강했다. 핸들은 묵직하면서 안정적이었다. 계기판은 독특하게 아날로그(속력)와 디지털(주행정보)이 반반이었다. 공기조절장치 버튼은 정갈하게 배치됐다. 내부 인테리어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한국인이 선호하는 앞좌석 통풍시트와 운전대 열선, 스마트폰 무선충전 장치도 탑재됐다. 다만 8인치 디스플레이는 조금 작게 느껴졌다. 변속기는 버튼식을 채택했다. 외관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딱 중형 세단의 표준을 보는 듯했다. 유행을 잘 타지 않고 세월이 흘러도 쉽게 질리지 않을 것 같은 모습이었다. ‘ㄷ’자 후면 램프는 멀리서도 단번에 이 차가 어코드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과감하게 디자인됐다. 성능 좋기로 유명한 일본산 하이브리드 모델답게 전기모드로 주행 시 정숙성이 돋보였다. 전기모드에서 가솔린 엔진 모드로 전환될 때 부드럽게 넘어갔고 소음도 덜했다. 속력을 높여도 우렁찬 엔진소음보다 조용한 전기모터 소리가 더 귀에 들어왔고 주행 질감도 좋았다. 가속페달을 밟지 않고 관성 주행을 할 때에만 전기모드로 달리는 국산 하이브리드보다 전기차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간 모델이란 생각이 들었다.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제동 반응도 국산차보다 더 즉각적이었다.결과적으로 뉴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각종 인포테인먼트는 국산차에 못 미치지만 고효율 가솔린 엔진과 2개의 전기모터가 발휘하는 기본 동력 성능은 확실히 뛰어났다. 일본차 특유의 세밀한 세팅 탓에 잔고장이 덜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다양한 기능보다 기본기에 충실하고 고장이 덜 나는 차를 찾는 사람에게 제격이다. 혼다가 독자 개발한 하이브리드 핵심 기술인 ‘2 모터 시스템’은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32.1㎏·m의 성능을 발휘한다. 2.0ℓ i-VTEC 앳킨슨 사이클 엔진은 최고출력 145마력, 최대토크 17.8㎏·m의 힘을 낸다. 모터와 엔진의 힘을 동시에 내는 시스템 최고출력은 215마력, 복합연비는 17.5㎞/ℓ다. 뉴 어코드 하이브리드 투어링 판매가격은 4570만원으로, 국산 하이브리드 모델보단 1000만원가량 비싼 편이다.수입 SUV의 명성 ‘뉴 CR-V 하이브리드’ SUV임에도 과속방지턱 넘을 때 흔들림 덜해운전자 감싸는 시트, 장시간 주행해도 편안해 CR-V는 1993년 출시된 기아 SUV 스포티지의 영향을 받아 혼다가 1995년 내놓은 준중형 SUV다. 2004년 국내 출시 이후 2007년 수입 SUV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혼다는 5세대 뉴 CR-V를 하이브리드 모델로 출시했다. 혼다코리아는 지난 2월 5일 전남 영암국제자동차경주장에서 CR-V 시승행사를 열었다. 트랙 주행을 마친 뒤 전남 해남군 땅끝마을을 왕복하는 약 200㎞ 구간을 주행했다. 뉴 CR-V 하이브리드의 실내 인테리어는 뉴 어코드와 마찬가지로 클래식하고 담백했다. 시트가 운전자를 감싸 줘 장시간 주행해도 몸이 편안했다. 시트 포지션이 높은 편이어서 키가 작은 사람도 운전하기가 편했다. 주행 시 정숙성은 탁월했고 SUV임에도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흔들림이 덜했다. 2개의 전기모터와 가솔린 엔진, 발휘하는 성능은 뉴 어코드 하이브리드와 똑같다. 다만 복합연비는 3㎞/ℓ 낮은 14.5㎞/ℓ다. 판매가격은 4WD EX-L 4510만원, 4WD 투어링 4770만원이다.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봄이 오면 생각나는 맛, 베트남 음식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봄이 오면 생각나는 맛, 베트남 음식

    봄이 다가오면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바로 베트남 음식이다. 새콤달콤 강렬한 맛의 태국 요리와 기름진 중국 요리의 중간쯤에 있는 듯한 베트남 요리는 그 나름의 매력이 있다. 겨우내 꽁꽁 얼어 있던 입맛을 사르르 녹여 줄 별미 같다고 할까. 베트남 음식 하면 쌀국수나 월남쌈이 연상되는 정도였지만 요즘은 다르다. 분짜, 분보훼, 짜조 등 현지에서나 들어봄 직한 음식을 동네 베트남 식당에서도 흔히 맛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동남아’라고 뭉뚱그려 표현하지만 사실 그 안에 포함된 나라들은 한중일만큼이나 뚜렷한 개성을 갖고 있다. 그중 베트남은 중국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아 온 나라다. 기원전 3세기부터 10세기까지 약 1300년 동안 북부 베트남은 중국 왕조의 지배하에 있었던 만큼 밥상 곳곳에서 중국의 흔적을 쉽게 엿볼 수 있다.새해를 축하할 때 찹쌀로 만든 떡을 먹는 관습, 국수 문화, 젓가락 중심의 식습관은 중국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한국, 일본과도 유사한 점이 있다. 한중일 대부분의 음식에 간장이 들어가듯 동남아에서는 생선을 발효시켜 만든 간장인 피시소스를 기본으로 사용한다. 특히 북부 베트남은 중국의 영향으로 간장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고 후추, 식초 등을 다른 지역보다 많이 쓴다. 중국 다음으로는 영향을 준 나라는 1860년부터 약 100년간 베트남을 지배했던 프랑스다. 한국이 일본의 침략과 지배를 받는 동안 일본 식문화가 스며들었던 것처럼 프랑스 식문화도 베트남에 큰 영향을 줬다. 대표적인 게 베트남 쌀국수 ‘퍼’다. 퍼의 유래에 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존재한다. 하나는 중국 광둥 지역의 쌀국수 ‘휜’에서 왔다는 설과 1900년 초 베트남에 정착한 프랑스인들이 만든 소고기 국물요리인 ‘포트푀’를 근원으로 한다는 설이다.중국이 베트남에 미친 영향력을 생각하면 전자가 훨씬 설득력 있어 보이지만 현지에서는 ‘포트푀’ 유래설에 더 무게를 두는 듯하다. 프랑스가 베트남을 점령하기 전에는 소고기를 거의 먹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국물에 면을 말아 먹는 국수 형태의 음식은 전부터 존재했지만 진한 소고기 사골 육수를 쓰는 방식은 프랑스 식민 지배의 영향이라는 것이다. 소고기 육수에 소고기 고명을 얹어 내는 것을 베트남식 쌀국수라고 부르지만 베트남에서 정식 명칭은 ‘퍼보’이며 북부 음식으로 통한다. 프랑스의 영향을 받은 음식은 또 있다. 짧은 바게트에 고기와 야채를 넣는 샌드위치의 일종인 ‘반미’다. 들어가는 재료는 베트남식이지만 프랑스식 바게트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가벼운 한 끼 간식으로 안성맞춤이다. 베트남 지도를 보면 남북으로 가늘고 길쭉하게 뻗은 모양새다. 그만큼 북부와 중부, 남부의 기후는 서로 다른 나라라고 할 정도로 제법 차이가 난다. 사람들의 기질과 문화 그리고 음식도 다르다. 중국의 영향을 받은 북부는 짭짤하고 담백한 음식이 주를 이룬다. 쌀국수를 필두로 석쇠에 구운 고기를 식초물에 담가 먹는 ‘분짜’, 라이스페이퍼에 고기와 야채를 만 월남쌈 ‘반꾸온’ 등이 유명하다. 쌀가루에 전분을 섞어 반죽해 만든 라이스페이퍼를 가장 많이 먹고 다양하게 이용하는 나라가 베트남이다. 잘게 썰면 쌀국수가 되고, 넓게 잘라 물에 적셔 음식을 싸 먹거나 기름에 튀겨 먹기도 한다.남부는 음식이 훨씬 다채롭다. 인근 태국과 인도 요리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새우를 발효시켜 만든 새우페이스트, 시고 상큼한 맛을 내는 레몬그라스와 강렬한 향신료를 사용해 단맛과 짠맛, 신맛이 함께 어우러지는 것이 특징이다. 메콩강 하류와 인근 바다에서 잡은 풍부한 해산물을 이용해 고기류보다 해산물 요리가 주를 이룬다. 프랑스 식민 지배 당시 이주해 온 남인도 출신 노동자들로 인해 인도풍 커리 요리도 찾아볼 수 있는데 베트남에서는 ‘카리’라고 부른다. 남부와 북부 음식이 선명하게 다른 데 비해 중부지방 음식에선 ‘후에’라는 베트남 궁중요리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19세기 응우옌 왕조의 투덕 왕은 같은 요리를 한 해 두 번 이상 먹지 않을 정도로 무척 까다로운 미식가였다고 한다. 궁중요리사들은 왕을 위해 2000가지가 넘는 레시피를 고안해야 했다. 다양한 조리기법을 사용해 복잡하고 화려한 편이다. 후추나 고추 등을 적극 사용해 매콤한 음식도 대부분 중부 요리에 속하는데 대표적인 건 매운 쌀국수 ‘분보훼’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태국식 똠얌꿍 스프나 우리나라 육개장을 연상시킬 만큼 자극적이다. 멀리 가지 않아도 쉽게 맛볼 수 있는 이국의 맛이라고 할까.
  • 한옥에서 찾은 ‘집다운 집’, 공기와 빛을 들이마시다

    한옥에서 찾은 ‘집다운 집’, 공기와 빛을 들이마시다

    코로나19로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집다운 집에서 살고 싶다는 바람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집은 이제 단순한 거주의 공간을 넘어 교실, 사무실, 여가를 해결해야 하는데 단조로운 구조의 아파트에서는 아무리 해도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실감하게 됐기 때문이다. 1평(3.3㎡)에 1억원을 넘는 아파트도 늘고 있다지만 경제적 가치가 진정한 집의 가치를 가늠하는 척도는 아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과연 ‘좋은 집’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건축가 정재헌 경희대 건축과 교수는 “집다운 집은 아파트의 대척점에 있다”고 말한다. 아파트의 대척점에 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지 정 교수가 디자인한 ‘새정이마을 주택’에서 찾아봤다.그린벨트를 지정하면서 흩어져 있던 가옥들이 이주해 만들어진 새정이마을은 행정구역상 서울 서초구에 속한다. 하지만 아파트 숲이 아니라 청계산 주변의 그린벨트에 인접하고 있어 진짜 숲을 지척에 두고 있다.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자연의 변화를 시시각각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앞산의 나뭇가지 끝에는 물이 올라 봄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었다. 마을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 작품 이름도 그대로 부른다는 새정이마을 주택은 자연을 배경으로 해를 듬뿍 받으며 반듯하게 차려입은 선비처럼 정좌하고 있다. “좋은 집은 자연을 가장 가까이 품고 있어야 합니다. 바깥 공기, 빛과 같은 인공적이지 않은 것들을 집 안 깊숙이까지 품을 수 있어야 합니다.”정 교수는 아파트에서 가질 수 없는 가장 효과적으로 자연을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법으로 전통 한옥에서 볼 수 있는 일자 형태의 ‘홑집’을 제안한다. 네모 형태에 방과 거실, 주방, 화장실로 구성된 아파트는 겹집이다. 우리나라 전통 가옥처럼 홑집을 하면 볕이 잘 들고 통풍이 좋다. 표면적을 늘려 자연과의 접촉면을 확대하는 것이다. 고온 다습한 여름에 환기가 잘되고, 겨울에는 볕을 많이 받는다. 정 교수는 “전통 한옥은 우리 환경에 최적화된 주거 형태”라면서 “시대와 환경이 아무리 변해도 주거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통 한옥의 개념을 현대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재해석해 내면 그것이 우리에게 맞는 집이 된다”고 말한다.새정이마을 주택의 주인은 40대의 맞벌이 부부다. 남편은 전원생활을 원하고, 아내는 직업상 강남권을 떠날 수 없어 절충해서 땅을 찾았다. 언덕 아래에 놓인 대지는 70평 정도. 정남향에 자연 지형을 살려 지은 집은 크기가 다른 직사각형 상자 두 개를 쌓아놓은 것 같다. 보기엔 단순하지만 곳곳에 건축가의 섬세한 감각과 의도가 숨어 있다. 새정이마을 주택을 외부에서 볼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특징은 담과 벽이 일체를 이룬 점이다. 넓지 않은 대지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꽉 들어차게 설계한 결과다. 서울의 한옥마을에서 보는 개량형 한옥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진입 문은 정면에서 바라봐 왼쪽에 있는데 이 문은 서재로 쓰이는 별채로 연결된다. 정면의 3분의2는 차고인데 나무로 된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해 공간의 열림과 닫음을 자유롭게 했다. 별채와 차고가 횡으로 일자 형태인데 골이 진 강판 지붕을 비스듬하게 설치했다. 비 올 때 자연스럽게 흘러내리고 겨울엔 고드름도 만들어진다. 우리 전통 한옥에서 행랑채와 대문이 일직선상에 놓여 있으면서 담장으로 연결된 것을 연상하면 이해가 쉽다. 집 안으로 들어서니 딴 세상에 온 것 같다.새정이마을 주택은 홑집 두 채가 마당을 사이에 두고 있는 구조다. 채가 집이 되고, 경계가 되고, 어딘가에서는 담장이 된다. 채와 담으로 둘러싸여 있는 공간은 아늑하다. 일자형 서재는 행랑채 혹은 사랑채처럼 완전히 독립된 공간이어서 재택근무가 많은 요즘 훌륭하게 제 몫을 한다. 서재에서 연결되는 담에는 벽장을 만들어 정원용 도구를 넣어 정리할 수 있도록 했다. 정 교수는 좋은 집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아늑함’이라고 말했다. “이 시대에 집이란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폼 잡기 위해 집을 짓기도 하지만 집은 무엇보다도 아늑한 보금자리여야 하고 절대적 편안함을 주는 공간이어야 하죠. 시각적이든, 심리적이든 사는 사람이 편안함을 느껴야 합니다. 집을 내향적으로 만들면 집이 고요해지고 심리적으로 편안해져요.”정 교수는 프랑스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서양식 주택을 머릿속에 담고 돌아와 처음 주택 설계 의뢰를 받아 설계했는데 우리나라 기후여건을 감안하지 않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전통 한옥들을 답사하며 우리 지형과 기후에 맞는 주택 유형을 찾았다. 강원도 강릉의 선교장은 공간의 구성과 관계성에서 많은 영감을 주는 공간이다. 전통 가옥에서 가장 보편적인 형태가 행랑채, 마당, 안채가 있는 구조인데 마당을 향해 열려 있기 때문에 편안하게 느껴진다. 채 자체가 담장이 되고 보호막이 되어 가족 전체의 삶을 담는 공간이 된다. 홑집으로 자연과의 관계성을 최대한 확장하고 다양한 풍경을 만들면서도 아늑함을 느낄 수 있다. 양평의 펼친집과 왕버들집 모두 전통 한옥에서 가져온 홑집으로 디자인했다.새정이마을 주택은 본채 건물의 1층 왼쪽에 꽤 넓은 데크가 설치돼 있다. 지붕이 덮여 있고 한쪽에는 직사각형의 연못이 길게 설치돼 있다. 물소리는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준다. 작은 연못은 낮에는 하늘을 담고, 밤에는 달을 담는다. 심지어 더운물을 담으면 여기서 족욕도 할 수 있다. 연못 위로는 하늘이 보인다. 연못은 내부이자 외부인 공간이다. 바람이 순환하는 기능도 하고 하늘도 볼 수 있다. “규정하지 않은 공간이기 때문에 그만큼 여러 가지 의미를 담을 수 있다”고 정 교수는 설명했다. 거실과 주방은 마당을 향해 통유리를 설치했다. 대청마루와 방 사이의 문을 열면 공간이 확장되듯이 이 집에서도 데크는 거실로, 식탁이 있는 주방의 연장이 된다. 거실도, 주방도 그다지 크지 않은데 데크 덕분에 꽤 넓어 보인다. ‘거실과 마당이 통합이 되고, 식당에서 보이는 장면은 공간적으로 통합이 되면 더 좋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디자인했다고 한다.정 교수는 디자인할 때 큰 선을 사용한다. 심플하고 정갈한 디자인을 살려주는 것은 재료다. 세월이 지나면서 그 세월을 담아내는 것들이 건축 공간의 재료로 좋다고 정 교수는 강조한다. “작은 선들은 세월을 견뎌내지 못합니다. 풍경이 산만해지고 세월이 지나면 금방 싫증이 나지요. 건축을 할 때는 돌, 철, 나무 같은 가공되지 않은 일차적인 재료들을 사용합니다. 산업화된 것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추해지는 반면 일차적인 재료들은 시간과 함께 우아하게 나이를 먹거든요.” 새정이마을 주택에서 사용된 재료는 나무, 돌, 철, 그리고 콘크리트다. 집의 내부도 노출 콘크리트를 사용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콘크리트와 나무의 조합인데 깔끔하고 현대적인 이 집의 성격을 그대로 담고 있다. 그 벽에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른 모양, 다른 위치에 그림자가 그려진다. 아파트는 방과 거실, 주방으로 나눠 놓았지만 사실은 모두 똑같은 공간이라는 그는 ‘관계성’을 언급했다. “전통 한옥은 채 나눔과 홑집, 그리고 마당으로 공간을 다채롭게 구성합니다. 대문을 들어서면 마당이 있고, 사랑채가 있고, 다시 마당을 사이에 두고 안채로 연결되면서 공간의 전환이 이뤄집니다. 집에서 중요한 것은 자연공간과 외부공간의 관계성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입니다.”이 집에서는 보는 장소마다 다양한 풍경과 자연을 만날 수 있다. 계단을 올라 2층으로 가면서, 2층 거실과 테라스에서, 목욕실에서도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의 다른 얼굴들이 보인다. 정 교수는 “집이란 기억의 저장소”라고 했다. “어릴 적 어머니에게 꾸중 들으면서 딴청 피우느라 바라보곤 했던 마루의 옹이가 아직 시골집에 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 무척 감동했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미세한 추억들이 집 구석구석에 배어 있었던 거죠.” 그런 경험을 가진 그에게 획일화한 구조로 만든 아파트에서 유목민처럼 살면 공간에 기억과 추억을 저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채로 안과 밖을 나눠 보호막을 만들고, 홑집으로 자연을 집안 깊숙이 들이면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오붓하게 가족의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집이 좋은 집인 거죠.” 함혜리 칼럼니스트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주방의 재간꾼, 초리소의 매력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주방의 재간꾼, 초리소의 매력

    가끔 사랑에 빠지듯 어떤 식재료에 완전히 꽂히는 때가 있다. 머릿속에 온통 그 재료 생각뿐이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음식을 먹을 때도 ‘어라? 여기에 잘 어울릴 거 같은데?’, ‘이 음식에 넣으면 어떨까’ 하는 상념이 떠나질 않는 것이다. 이 정도면 병원을 찾아야 할 것도 같지만 어찌 됐건 요즘은 스페인식 소시지의 일종인 초리소에 푹 빠져 버렸다.초리소는 돼지고기와 지방 그리고 훈제한 고춧가루인 피멘톤을 넣어 만든 소시지를 가리킨다. 고춧가루가 들어가 매콤한 향은 나지만 혀와 입안이 아파 올 정도로 맵지는 않다. 적당히 매콤한 맛이 소시지의 풍미를 한껏 살려 준다. 스페인이 본고장이지만 옆 나라 포르투갈도 한 초리소 하는 곳이다. 포르투갈에서는 초리소를 쇼리수라고 부른다. 16세기 신대륙 발견 이후 교황이 거대한 남미 대륙을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영토로 나눠 버리면서 양국 식문화도 남미에 함께 자리를 잡았는데 이때 초리소도 바다를 건너갔다. 멕시코와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의 여러 나라에서도 초리소를 흔히 찾아볼 수 있는데 현지의 여러 가지 식재료가 더해지는 바람에 그 다양성은 본토를 뛰어넘는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도 동네마다 초리소를 만드는 방식이 다른데 바다 건너에서는 오죽했을까. 초리소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크게 건조 정도에 따라 구분할 수 있다. 흔히 와인 안주로 떠올리는 얇게 썰린 초리소는 딱딱하게 말린 것이다. 말라 있다는 건 씹을 때 턱 근육을 강화시켜 준다는 것 말고도 큰 장점을 갖고 있다.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하고 대개 발효 과정을 거치므로 자꾸 맛보고 싶은 독특한 풍미를 가진다는 점이다.말린 초리소는 얇게 잘라 손으로 집어 스페인산 레드와인과 먹는 게 일반적인 용도로 알려져 있지만 의외로 요리에 쓰임새가 많다. 슬라이스해서 각종 샐러드나 샌드위치 속으로 넣는 건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말린 초리소와 열, 기름이 만나면 상당히 흥미로운 현상이 벌어진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초리소를 다지거나 썰어 넣은 후 천천히 열을 가하면 초리소에 있던 돼지기름과 피멘톤이 서서히 빠져나온다. 중식당에서 고추기름을 내듯 피멘톤은 기름과 만나 붉고 아름다운 피멘톤 기름을 형성한다. 단지 색깔만 물들인 게 아니라 초리소에 사용된 돼지의 기름과 초리소 자체의 독특한 풍미가 더해지면서 맛이 없으려야 없을 수 없는 기름 소스가 탄생한다. 이렇게 만든 기름을 어디다 써야 할지는 이제부터 상상의 영역이다. 기름을 이용한 요리면 어디든 사용할 수 있다. 초리소 기름을 두르고 야채를 볶으면 초리소 야채볶음이, 파스타를 말면 초리소 파스타가 탄생한다. 짭조름하면서도 매콤한 고추와 발효 소시지의 미묘한 풍미는 음식을 한껏 먹음직스럽게 만들어 준다. 마치 마법처럼. 돼지고기를 이용한 식재료지만 해산물과도 궁합이 꽤 잘 맞는다. 초리소를 볶은 기름에 오징어나 주꾸미, 새우 같은 해산물을 볶으면 스페인풍의 해산물 요리가 뚝딱 만들어진다. 우리가 고춧가루를 음식에 많이 사용하듯 스페인에선 피멘톤 가루를 전가의 보도처럼 많이 쓰는데 피멘톤 가루 대신 초리소를 넣으면 음식에 훨씬 더 풍부한 맛을 불어넣을 수 있다.말린 초리소가 있다면 한편엔 말리지 않은 생초리소가 있다. 자체만으로 완전한 음식인 말린 초리소와 달리 생초리소는 익히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발상의 전환을 거치면 재미있는 식재료로 무궁무진하게 활용할 수 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는 생초리소를 보통 구워 먹거나 국물요리에 넣어 먹는다. 국물요리로는 스페인 북부 아스투리아스 지방의 ‘파바다’ 요리가 대표적이다. 흰 콩과 초리소, 염장 삼겹살과 훈제한 피순대인 모르시야를 넣고 푹 끓여 낸 겨울 음식이다. 따로 피멘톤을 첨가하긴 하지만 초리소에서 나오는 특유의 맛이 국물의 풍미를 한층 끌어올려 준다. 생초리소를 활용하는 또 다른 방법은 한계를 깨부수는 것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겉을 감싸고 있는 케이싱을 벗겨 내 보자는 이야기다. 껍질로 감싼 초리소는 그 형태대로만 이용할 수 있지만 껍질이 없는 초리소는 매콤하게 조미된 다진 돼지고기로 활용할 수 있다. 만두 속 안에 넣어 초리소 만두를 만든다든지 프라이팬에 볶아 더 보슬보슬한 식감의 볶음 재료로도 활용할 수 있다. 두드려 얇게 편 다음 삶은 달걀을 감싸 빵가루를 묻혀 튀기면 스페인식 스카치 에그 요리가 될 수도 있다. 스페인 식재료로 꼭 스페인 요리만 해야 한다는 법은 없으니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해 보자.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조리 도구는 주방을 구원할 수 있을까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조리 도구는 주방을 구원할 수 있을까

    한때 가정에서 없어선 안 될 필수용품으로 여겨졌던 전설의 주방 도구가 있다. 얼마나 인기였냐면, 마치 반창고가 대일밴드가 되고 셀로판테이프를 스카치테이프로 부르듯 원래 이름인 핸드 블렌더(믹서기) 대신 ‘도깨비방망이’로 보통 명사화했을 정도다. 식재료를 자유자재로 손쉽게 갈아 버리는 도깨비방망이는 번거롭고 커다란 블렌더를 대체할 스마트한 존재로 각광받았다. 당시 많은 주부가 도깨비방망이를 구매했고 아이들은 쓰디쓴 녹즙이나 주스를 독립열사의 심정으로 삼켜야 했다. 다행히 비극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약속이나 한 듯 많은 도깨비방망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서랍 한구석으로 조용히 유배됐다. 애초에 수프나 주스를 즐겨 먹는 서양과는 달리 우리는 갈아 먹을 음식이 많지 않기 때문이었다.서랍에 잠자고 있는 게 과연 도깨비방망이뿐일까. 가득 찬 옷장에 입을 만한 옷이 없는 것처럼 주방엔 언제 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도구가 가득하지만 정작 음식을 하려면 쓸 만한 도구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주방에 빼곡히 들어앉은 조리 도구는 왜 필요할까. 음식을 만드는 일, 즉 요리한다는 행위는 식재료를 변형시키는 일이다. 자르고 갈고 찢고 끓이고 찌고 튀기고 굽는 여러 행위를 거치면 하나의 음식이 완성된다. 도구는 요리 중 한 단계를 효율적으로 돕거나 여러 단계를 한번에 뛰어넘게 해 주는 역할을 한다. 간단히 말해 우리를 덜 피곤하게 해 준다.고기에 곁들일 파채를 칼로 썰어 본 적이 있는가. 칼질에 능숙하다면 일도 아니지만 미끌거리는 파를 얇고 균일하게 많이 썰어 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채칼이 등장했다. 커터칼 같은 칼날이 여러 개 달려 있는 이 무시무시한 칼은 칼질 다섯 번 할 일을 한 번으로 단축시킨다. 채칼로 파를 서너 번 당겨 주면 고깃집에서나 봄 직한 얇은 파채가 완성된다. 식재료를 잘게 다져 주는 푸드프로세서나 온도 조절이 가능한 믹서기도 마찬가지다. 수십에서 수백 번 손이 가는 일을 버튼 하나로 해결해 준다. 이런 도구들은 사실 애교에 불과하다. 업장이나 호텔 주방에서 쓰는 오븐은 대개 수천만원을 호가한다. 오븐이 자동차 한 대 값인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일정한 온도에 다다르게 할 뿐만 아니라 센서를 이용해 알아서 온도와 습도를 조절해 주고 자동으로 청소까지 한다. 이런 오븐이 있으면 일반 가정집에서도 레스토랑 부럽지 않은 놀랄 만한 요리를 뚝딱 만들어 낼 수 있다. 도구가 요리에 미치는 영향은 의외로 크다. 조리 도구는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 주지만 오히려 그 반대인 상황에 부딪히기도 한다. 불필요한 도구 때문에 주방이 혼잡해지고 요리할 엄두가 나지 않는 상황이 의외로 자주 생기기 때문이다. 집 주방을 정리하다 보면 ‘대체 내가 이걸 왜 샀지’ 자문하게 만드는 것을 종종 발견한다. 올리브 씨 빼는 도구(씨 있는 올리브를 얼마나 자주 먹는다고)라든지 아보카도 슬라이서(아보카도를 심지어 좋아하지도 않는데), 삶은 달걀 슬라이서(삶은 달걀도 마찬가지), 파스타 계량기(정말 최악의 선택), 대나무 빨대, 가쓰오부시가 없어서 못 쓰는 가쓰오부시 대패와 생와사비가 없어서 못 쓰는 와사비 강판이 최근 발견한 전리품이다.분명 도구 자체는 각 상황에 적절히 쓴다면 큰 효과와 기쁨을 줬을 테지만 평소의 라이프스타일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게 문제였다. ‘있으면 언젠가 쓰지 않을까’란 안일한 생각으로 산 도구들은 결국 도깨비방망이와 같은 결말을 맞았다. 일련의 과정을 겪으며 얻은 교훈은 한 가지 목적만 이룰 수 있는 도구라면 사지 않는 것이 좋다는 거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사용할 자신이 없는 도구는 없어도 그만이다. 중식의 고수는 널따란 중식도 하나와 웍만 있으면 수백 가지 요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한다. 수천만원짜리 오븐과 채칼, 성능 좋은 블렌더가 있으면 지금보다 더 멋진 요리를 만들어 낼 수 있지만 과연 그런 요리를 몇 번이나 할 수 있을지.수많은 조리 도구의 존재 이유는 요리 노동의 해방이다. 매끼 벌어지는 식사 준비라는 전투를 효과적으로 치르기 위해 고안된 일종의 무기요, 고된 노동의 사슬을 끊어 낼 주방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다. 좋은 도구는 시간을 극적으로 단축시키고 어려운 요리를 쉽게 할 수 있게 돕는 건 물론 이전에 시도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요리에 도전하게 해 더 풍요로운 식사 생활을 선사한다. 어디까지나 요리를 열정적으로 한다는 전제에서 말이다.
  • 고시원비로 ‘금쪽같은 내 방’… 월세 청춘들 미래를 공유하다

    고시원비로 ‘금쪽같은 내 방’… 월세 청춘들 미래를 공유하다

    가족 중심으로 계획된 아파트, 딱딱한 콘크리트 구조물로 된 사무공간, 공장에서 찍어 낸 듯 도식화한 공원 등. 개발시대를 거치며 우리가 일군 도시의 모습이다. 도시 과밀화,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코로나19 등으로 우리 삶의 공간도 이제 변화에 직면했다. 개인과 공동체의 삶에 지속가능한 가치를 더하는 공간이 어느 때보다 주목받기 시작한 이유다. ‘건축 오디세이’는 시대와 소통하는 실천적 도구로 자리한 건축을 찾아 그 기능과 가치를 탐구해 본다.통계청의 ‘2020 1인 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30.2%(614만 7516가구)다. 이 중 2030 세대가 35%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재정적 자립이 완전하지 못한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주거 형태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주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조금이라도 저렴한 곳을 찾다 보면 환경은 더 열악해진다. 저성장 시대의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대안으로 서울 숭인동의 ‘맹그로브’는 함께 살면서 성장하는 ‘코리빙’(co-living)을 제안하고 있다. ●사회초년생이 겪는 실질적 주거 문제 해결 서울 6호선 지하철 창신역을 나와 파출소, 우체국, 슈퍼마켓, 대중사우나 등을 지나 왼쪽으로 꺾는다. 채석장을 바라보며 골목을 오르다 보면 왼쪽 코너에 영어로 ‘mangrove’라고 쓴 세로 간판이 걸린 6층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코리빙 브랜드 맹그로브는 도심 속 1인 가구의 균형 잡힌 건강한 일상을 위해 디자인된 공유주택입니다.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24명이 자기다움을 지키며 즐겁고 안전하게 살아갑니다.’ 창문에 적힌 글이 이 건물의 정체성을 말해 준다.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1층 현관으로 들어갔다. 체온 체크와 QR코드 인증을 하고 나서 만나는 곳은 카페와 코워킹 공간이다. 창밖으로 마당도 보인다. 서가에는 자기계발에 도움이 되는 책들을 큐레이팅해 놓았다. 서울시내 중심가에서 멀지 않은 역세권에 원룸 수준의 주거비로 이런 시설을 누릴 수 있다니 정말 매력적이다. 그런데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공유주거 전문 스타트업 MGRV가 운영하는 ‘맹그로브’에는 보다 큰 철학과 포부가 담겨 있다. “공간을 매개로 좀더 포용적인 사람들이 많은 사회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비즈니스로 구상했습니다. 함께 살면서 자연스러운 교류가 일어나는 코리빙은 사회 초년생들이 겪는 실질적인 주거 문제를 해결하면서 삶의 지평을 넓히는 실질적인 수단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MGRV의 조강태 대표는 “라이프 스테이지별로 처한 문제가 다르고 풀어 나가는 방법도 다른데 도전과 좌절이 많은 사회 초년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커뮤니티라고 생각한다”면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밀레니얼 세대들의 휴식과 성장을 돕는 공간이 되도록 수요자 입장에서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실제 살아 보며 느낀 문제점, 디자인에 반영 ‘맹그로브’라는 브랜드에 그 철학이 담겨 있다. 맹그로브는 열대와 아열대 지방의 습지에서 자라는 나무다. 물에서 육지까지 뻗어 가는 뿌리, 풍성한 가지와 잎이 다종다양한 생물들에게 편안한 안식처를 제공해 준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임팩트 투자 전문 HGI에서 부동산팀이 분사해 만든 MGRV의 회사명도 맹그로브의 영문자에서 따온 것이다. 일반적으로 건물을 짓고, 공사비와 운영비를 감안해 임대료를 책정하지만 맹그로브는 입주자들이 지불할 수 있는 가격대를 정하고 출발했다. 역세권이면서 주요 업무지구와 15분 내외의 거리에 있는 조용한 동네를 대상으로 1호점 사업지를 물색했다. 8개월간 고객 조사를 하고, 다른 유형의 주거 모델을 분석하고, 국내외 코리빙에서 실제 살아 보면서 수요자의 입장이 돼 48가지 문제를 도출해 건축가와 머리를 맞대고 그 문제들을 풀어 나가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디자인을 맡은 TRU건축사무소의 조성익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교수는 “‘건축을 통해 청년들의 삶이 나아지고, 특히 이들의 성장을 돕자는 게 너무 놀라웠다. 맹그로브의 실험에 동참하고 싶어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MGRV는 1인 가구 시대를 겨냥해 300실 이상 되는 공유주거를 개발 중이다. 24명이 거주하는 맹그로브 숭인점은 1인 가구를 위한 공유주거 모델의 실험실 같은 역할을 한다.조 교수는 “코리빙에서는 개인의 삶과 공동체 경험의 황금비율을 찾는 것이 아주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도 단절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소통하려면 그 선을 어디까지, 어떻게 그을 것인지를 한참 고민했다. 맹그로브에서는 개인과 공공의 공간이 자연스럽게 교차한다. 입주자들은 건물 동쪽 측면에 있는 계단을 내려가서 지하 1층으로 들어간다. 지하 1층에는 개인용 신발장, 공용 공간인 주방과 세탁실, 텔레비전과 소파가 설치된 휴게실이 있다. 신발을 신발장에 넣고 다른 입주자를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조용히 집에 들어가 쉬고 싶을 때는 카페와 독서실, 코워킹 공간이 있는 1층 입구를 이용하면 된다. 개인실은 두 개의 방 사이에 샤워실과 화장실이 있는 더블스튜디오(9.99m²×2), 방에 샤워실과 화장실을 갖춘 스튜디오(14.16m²) 그리고 화장실과 샤워실을 공용으로 사용하는 콤팩트룸(9.77m²) 등 세 가지 타입이다. 가장 작은 콤팩트룸의 경우 가운데에 ‘워터팟’을 두어 2개의 샤워실과 2개의 화장실을 6명이 공유하도록 했다. “청년층을 위한 주거의 핵심은 저렴한 양질의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바탕이 됐다. 물을 쓰는 곳인 샤워실과 화장실, 주방과 세탁실을 함께 사용하면 건축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고 개인실의 가격은 자연스럽게 내려간다. 대신 개인실 시설, 공용 공간의 설비와 운영, 관리에 최대한 신경을 써 주면 만족도는 훨씬 높아진다. 조 교수는 “개인실에서 화장실과 샤워실을 밖으로 뺀다는 것은 그 자체로 모험이었지만 동선이 겹치지 않게 디자인돼 있고, 관리팀에서 항상 깨끗하게 청소를 해 주기 때문에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콤팩트룸은 그야말로 딱 한 사람이 들어가 살기 적당한 크기이지만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도록 매트리스에 신경을 썼고 효율적인 수납이 가능하도록 1인 주거공간에 최적화된 가구를 개발했다. 큰 트렁크나 긴 외투 등을 넣을 수 있도록 개별 캐비닛을 복도에 설치해 개인실에 모자라는 수납을 해결했다.●사생활 보장하면서 외부와 소통 놓치지 않아 가장 실험적인 공간이 ‘워터팟’이라면 가장 신경을 많이 쓴 공간은 함께 이용하는 주방이다. “음식을 준비하면서 식탁에 앉아 있는 다른 입주자와 대화를 나눌 수도 있고, 혼자 먹기도 하지만 함께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을 공유하는 공간입니다. 의외로 많이 사용하게 되고, 커뮤니티가 어떤 것이라는 것을 실제 느낄 수 있는 곳이죠.” 조리하는 사람과 식탁에서 식사하는 사람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부엌의 조리대가 있는 공간은 한 계단 아래로 바닥을 낮췄다. 부엌의 조리시설은 모두 같은 것을 한 쌍씩 갖춰 놓았다. 공용주방 뒤편에 개별 플라스틱 박스를 넣은 선반(팬트리)을 설치해 각자 식재료와 부식을 보관하도록 했다. 직접 살아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아주 미세한 부분들은 일본의 코리빙 브랜드 소셜아파트먼트를 답사하면서 많이 배웠다고 했다. “주거와 삶에 대한 세세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는 게 놀라웠습니다. 조리기구를 두 개씩 놓는 것, 신선식품 저장고를 작게 만드는 것, 파스타를 세워 놓을 수 있도록 부식 박스의 높이를 맞춘 것 등은 일본의 코리빙에서 배운 아이디어들이죠.”공동 세탁실에는 미니 세탁기, 세탁기, 건조기가 설치돼 있다. 폐쇄된 공간에 세탁실이 있으면 고립감을 느낄 수 있는데 창을 만들어 식당 쪽과 소통하도록 했다. 북쪽에 방을 배치하지 않고 계단실 공간을 만든 것도 도전이었다. 일반적으로 가장 구석진 곳에 운동실이나 요가실을 설치하지만 이곳에서는 4층과 5층 계단실 옆으로 체력단련실과 요가실을 배치해 시원하게 트인 창문을 통해 바깥을 보면서 운동할 수 있게 했다. “계단실은 밤에도 불이 환하게 켜져 있어 외부에서 보면 마치 등대처럼 보여요. 이 건물이 들어서기 전에는 어두운 밤 골목을 혼자 다니기가 어려웠는데 건물이 골목을 환하게 밝혀 줍니다. 이곳에 거주하는 젊은이들이 왔다 갔다 하고 소비를 하면서 주변에 미치는 영향도 긍정적입니다. 사회적 의미로 코리빙을 보면 많은 의미가 있습니다.” 옥상으로 올라가 봤다. 사방에 노출 콘크리트로 높은 벽을 쌓고 사이사이에 공간을 터 놓았다.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도 외부와 소통을 한다는 물리적 표현이다. 옥상에서는 명상과 요가 등 다양한 단체 액티비티가 진행된다. 방해받고 싶지 않다면 나선형 층계를 올라가 작은 루프톱 공간으로 가면 된다. 외벽 마감재로 사용한 것은 회색 톤의 시멘트 블록과 시멘트 벽돌이다.어린 시절 동네를 떠올릴 때 기억나는 까칠까칠한 시멘트는 시간의 흐름을 읽어 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주변과도 잘 어울리는 겸손한 재료다. 조 교수는 “맹그로브를 채우는 알록달록한 색깔들의 바탕색 역할을 충실하게 하도록 건물 전체 톤을 회색으로 맞췄다”면서 “젊은이들이 함께 살면서 스스로 성장하도록 배경을 잘 만들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함혜리 칼럼니스트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복잡미묘한 풍미의 치즈, 와인과 함께라면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복잡미묘한 풍미의 치즈, 와인과 함께라면

    한식의 특징을 논하면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게 바로 발효다. 김치부터 된장, 간장 등 장류는 미생물에 의한 발효를 이용해 만든다. 이런 발효 기법은 한식만의 특징이 아니라 지역을 막론하고 고대부터 인류가 사용해 온 조리법이다.음식이 쉬이 상하지 않고 오래 보존할 수 있는 데다 독특한 풍미까지 더해지는 발효 현상은 옛사람들에겐 그저 신비로운 일이었다. 어찌 일어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상하지 않고 더 맛있게 변한다는 건 두 팔 벌려 환영할 만한 일이었을 것이다. 발효가 인체에 무해한 미생물의 작용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건 근대과학의 발달 덕이다. 동양의 발효 음식은 김치나 낫토처럼 식물성 재료가 대부분인 반면 서구에서는 햄과 치즈 등 고기와 유제품 위주다. 주식에 따라 나타난 차이다. 흔히 치즈라고 하면 얇은 비닐에 덮인 샛노란 슬라이스 치즈나 쫄깃한 피자 치즈를 떠올릴 테지만 안타깝게도 그건 진짜 치즈는 아니다. 대량 생산을 위해 각종 첨가물을 이용한 가공품, 비유하자면 게 향을 첨가한 게맛살 같은 존재랄까. 여기서 이야기할 치즈는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 낸 발효 치즈다. 치즈는 기원전 5000~4000년쯤 중앙아시아와 중동 지역 유목민들이 잉여 젖을 보관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동물 위장을 가죽 보관통으로 사용했는데 그 안에 있던 효소와 우유가 만나 굳어져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중앙아시아에서 시작된 치즈 제조기술은 유럽과 동양으로 전파됐고 각지에서 다양한 치즈가 만들어졌다. 유럽에선 그리스·로마 시대에 이르러 기술이 급격히 발전했다. 지금의 전통 치즈 형태와 제조법은 중세 때 거의 완성됐다. 잘 발효시켜 만든 치즈는 보관과 저장에 탁월하고 감칠맛까지 갖고 있어 오랫동안 식탁에서 사랑받는 존재였다.우리에겐 우유로 만든 게 익숙하지만 인류 최초의 치즈는 염소젖 치즈로 추정된다. 소보다 비교적 다루기 쉬운 염소를 먼저 길들여 키웠기 때문이다. 양젖과 염소젖으로 만든 치즈는, 우유 치즈와 또 다른 특유의 향미가 있다. 치즈를 만들 때 단일 동물의 젖을 이용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스페인의 유명한 블루치즈인 카브랄레즈처럼 싱글몰트 위스키를 블렌딩하듯 여러 종류의 젖을 배합하기도 한다. 맛 또한 복합적이고 독특한 결과물이 나온다. 잘 만들어 숙성시킨 자연 치즈의 맛은 가공 치즈와 감히 비교할 수 없다. 끝모를 깊은 감칠맛과 복잡미묘한 풍미는 오로지 자연 치즈에서만 맛볼 수 있다. 치즈는 숙성 기간에 따라 맛과 질감이 달라진다. 말랑말랑한 연성치즈는 짧게는 2주, 길게는 6주 정도 숙성한다. 부드럽고 섬세한 맛을 자랑하는 프랑스의 카망베르, 브리 치즈 등이 연성치즈다. 영국의 체다, 네덜란드의 고다 치즈는 중간 정도의 단단함을 갖고 있어 반경성치즈로 분류된다. 그냥 먹어도 좋지만 요리에도 많이 쓰인다. 이탈리아의 그라노파다노나 파마산 치즈로 알려진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는 대표적인 경성치즈다. 단단할수록 수분이 적어 상할 염려가 적고 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경성치즈는 오래 숙성할수록 감칠맛과 향이 배가된다. 치즈 속 효소가 단백질과 지방 분자를 더 맛있는 작은 조각으로 분해하기 때문이다. 새하얗고 담백해 인기 있는 리코타 치즈는 치즈계의 서자다. 리코타는 이탈리아 말로 한 번 더 익혔다는 뜻으로, 치즈를 만들고 남은 유청에 산을 넣고 다시 끓여 남은 단백질을 응고시켜 만든다. 지방 함량이 적어 깊고 진한 풍미가 없는 대신 가볍고 담백한 맛을 낸다. 치즈를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이기도 하고 숙성과 발효 과정을 거치지 않기에 치즈라 부르기 애매하지만 일단은 치즈로 분류된다. 집에서 우유에 레몬과 같은 산을 넣고 굳혀 만든 리코타 치즈는 사실 코티지 치즈가 맞다. 리코타 치즈는 지방이 거의 없지만 코티지 치즈는 우유의 지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다이어트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요즘 집에서 마시는 와인 수요가 늘면서 안주로 치즈를 많이 구입한다. 이때 반드시 기억할 건 치즈 맛이 강하면 와인 맛도 강해야 한다는 것이다. 푸른곰팡이가 들어 있는 고르곤졸라같이 강렬한 치즈는 제아무리 강한 레드 와인이라도 어울리기 쉽지 않다. 치즈 향에 와인 향을 압도해 와인의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할 공산이 크다. 이런 치즈는 포트 와인이나 셰리 와인, 마데이라 와인처럼 풍미가 한층 강화된 주정강화 와인을 곁들이는 편이 좋다. 치우치지 않은 맛의 균형은, 페어링이라고 부르는 음식과 술 궁합의 기본이기도 하다.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우리가 그토록 파스타에 열광하는 이유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우리가 그토록 파스타에 열광하는 이유

    와인과 흔치 않은 음식을 곁들이는 콘셉트의 비스트로를 연 지 3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가장 많이 팔린 음식이 무얼까 확인해 보니, 이런, 파스타였다. 이탈리아 요리학교를 졸업하고 시칠리아에서 요리를 배워 온 셰프가 파스타를 많이 파는 게 이상한 일인가 싶기도 하겠지만 사실 파스타만큼은 ‘덜’ 팔고 싶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한국에 와 보니 파스타는 더이상 특별한 음식이 아니었다. 이미 차고 넘치는 이탈리안 식당들이 저마다 파스타를 만들어 파는데 굳이 숟가락을 얹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더 다양한 음식을 맛보여 주고 싶다는 요리사의 고집이자 욕심으로 파스타 메뉴를 없애려 했다. 하지만 그래도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주위의 조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매번 소스가 바뀌는 파스타를 만들었는데 결국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전 세계에서 자국 음식 말고 가장 많이 먹는 외국 음식은 무엇일까. 맞다. 바로 파스타다. 이탈리아 사람들만 파스타를 주식처럼 먹는 게 아니다.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네덜란드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일본, 중국에서도 즐겨 먹는다. 물론 한국인도. 유럽뿐 아니라 어디를 가든 파스타를 만드는 식당을 찾아볼 수 있고, 슈퍼마켓에 가면 다양한 면과 소스를 만날 수 있다. 아마 한국도 짜장면을 제치고 파스타가 ‘국민 면요리’의 위상을 거머쥔 듯해 보인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무난하게 즐기는 파스타는 어째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게 됐을까.이탈리아에서 파스타는 단순히 가늘고 긴 면 요리만이 아니라 밀가루 반죽으로 만든 요리를 통칭한다. 파스타는 크게 반죽 성질에 따라 건면과 생면으로 나뉜다. 건면은 단단한 경질밀을 반죽하고 면을 압착해 뽑아낸 후 건조한다. 수분이 거의 없어 오래 보관이 가능하고 식감이 단단하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스파게티면은 건면에 속한다. 생면은 건면과는 정반대 지점에 있다. 경질밀이 아닌 부드러운 밀가루에 물 대신 주로 달걀을 넣어 만든다. 우리의 칼국수나 수제비와 같은 식감인데 필요에 따라 경질밀을 섞어 입안에서 씹히는 맛을 살리기도 한다. 감자와 밀가루를 섞어 만든 뇨키도 파스타의 일종이라고 보면 된다. 만드는 방식에 따라 구분하기도 한다. 먼저 면의 형태로 소스와 함께 먹는 파스타가 있다. 여기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면 모양새의 스파게티와 링귀니, 페투치니를 포함해 펜네, 마카로니, 푸실리 등 짧은 파스타도 포함된다. 끓는 물에 익힌 후 토마토소스나 오일소스 등에 버무려 먹는 것이 여기에 속한다. 만두처럼 각종 소를 채운 파스타가 있다. 주로 이탈리아 중북부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 크기나 모양에 따라 라비올리, 토르텔리니, 아뇰로티 등 각각 이름이 있다. 다 똑같아 보이지만 이탈리아 사람들은 귀신같이 구분한다. 대부분 생면으로 만들며 만둣국처럼 고기나 채소로 만든 수프인 브로도에 넣어 먹는다. 오븐에 구워 만드는 파스타도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게 라자냐다.사실 이탈리아에서도 파스타가 대중적인 음식이 된 건 비교적 근래 일이다. 중세 무렵 아랍인들은 이탈리아 남부의 섬 시칠리아에서 건면 파스타를 생산했고, 북부에서는 생면 파스타가 등장했는데 당시 꽤 값비싼 식재료였다. 서민들이 파스타를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된 건 18세기에 이르러서다. 산업화로 공장이 들어서면서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것이다. 기근 대책으로 파스타가 공급되기 시작했고 배고픔을 해결하는 주요 음식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파스타의 장점이자 미덕은 만들기가 의외로 간편하다는 점이다. 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건 언제 어디서나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필요한 건 오로지 어떤 소스를 곁들이냐는 문제다. 어떤 면을 사용하고 어떤 소스를 만드냐에 따라 무궁무진한 변주가 가능한 게 파스타의 매력이다. 김치, 명란, 먹다 남은 시금치나 스팸을 넣어도 위화감 없이 잘 어울린다. 만드는 이의 창의력과 상상력이 필요한 요리기도 하다. 이탈리아에서 다양한 파스타를 맛보며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파스타의 본질은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이라고. 파스타에 정답은 없다. 이탈리아 각 지역마다 존재하는 독특한 파스타들은 그 지역 사정에 따라, 역사적, 문화적 맥락에 따라 창조돼 왔다. 나폴리에서는 나폴리에서 나고 자란 재료로, 시칠리아에서는 시칠리아의 재료로 파스타가 완성된다. 이탈리아를 떠나도 마찬가지다. 어디에서나 적응할 수 있는 요리, 이것이 파스타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이유다.
  • [아하! 우주] 화성의 자전축을 이동시키는 미스터리한 ‘흔들림’

    [아하! 우주] 화성의 자전축을 이동시키는 미스터리한 ‘흔들림’

    지구물리학연구지(Geophysical Research Letters)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붉은 행성 화성은 자전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면서 좌우로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지만, 천문학자들은 그 이유를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도는 팽이가 회전 속도가 떨어지면서 꼭대기가 흔들리는 것처럼 화성의 극은 자전축에서 약간 멀어지는 현상을 보이는데, 200일 정도마다 중심에서 약 10cm 이동한다고 연구진은 보고했다. AGU(American Geophysical Union) 뉴스 블로그인 Eos.org.에 따르면, 화성은 이로 인해 우주에서 두 번째로 챈들러 요동(Chandler wobble)을 하는 행성으로 밝혀졌다. 첫번째는 지구라고 한다. 챈들러 요동이란 1891년 미국의 세스 챈들러가 발견한 지구 자전축의 주기적인 이동 현상을 가리킨다. 지구는 대략 433일을 주기로 자전축이 지표면을 기준으로 9m 이동한다. 이는 지구가 완전한 구체가 아니라 약간 비정형인 구체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Eos에 따르면, 지구 자전축의 불안정한 흔들림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제시하고 있다. 과학자들의 계산서에는 흔들림이 시작된 지 한 세기 이내에 자연적으로 사라져야 하는 것으로 나와 있지만, 현재 그 흔들림은 사라지기는커녕 더욱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체 무슨 이유일까? 이에 관해 2001년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그것은 지구 대기와 해양의 압력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흔들림에 지속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그 정확한 메커니즘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지구의 경우와 달리 화성의 자전축 이동은 과학자들을 더욱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화성에는 지구처럼 바다가 없을 뿐 아니라, 대기도 지구의 대기 밀도와 비교하면 1/100 정도로 매우 낮다. 연구진은 화성 궤도를 도는 3개의 탐사위성(화성 오디세이, 화성 정찰궤도선, 마스 글로벌 서베이어)에서 수집한 18년치 데이터를 사용하여 화선 자전축의 흔들림을 감지했다. 그리고 화성의 극에서 일어나는 이 작은 움직임은 자연스럽게 해결되어야 한다는 계산서를 뽑아냈지만, 현실은 그와 반대로 흔들림은 더욱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os에 따르면 바다가 없는 화성의 자전축 이동 현상은 대기압 변화가 유일한 원인일 수 있지만, 아직도 그 정확한 메커니즘은 규명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연구진은 화성의 기압 변화에 대해 추가 연구에 들어갈 게획이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새해를 맞이하는 이탈리아식 방법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새해를 맞이하는 이탈리아식 방법

    나라마다 새해를 맞는 풍습이 있다. 이날만큼은 모두 약속이나 한 듯 가족, 일가친지가 한자리에 모여 특별한 음식을 함께 먹는다. 떡국은 언제라도 먹을 수 있지만 새해에 먹는 떡국은 나름의 의미를 갖는다. 음식과 함께 한 해의 운수를 기원하고 가족 간의 정을 확인하는 자리는 지역과 문화, 세대를 막론하고 새해를 맞는 의식이다.유럽 사람들도 새해가 되면 특별한 음식을 먹는다. 그중 가장 독특해 보이는 음식을 꼽으라면 단연 이탈리아의 잠포네다. 돼지 앞발 속을 파낸 후 그 속에 돼지 껍질과 뱃살, 지방을 갈아 넣고 만든 일종의 소시지다. 잠포네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건 이탈리아 요리학교 유학 시절, 도서관에서 우연히 집어 든 ‘이탈리아 각 지방의 전통음식’이란 책에서다. 먹음직스러운 구릿빛 자태를 영롱하게 뽐내는 잠포네의 모습은, 영락없는 족발이었다. 이탈리안 셰프에게 물어보니 모데나 지역에서 주로 먹는 새해 요리라고 했다. 모데나 사람들은 어째서 이런 음식을 만들어 먹게 된 것일까. 잠포네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16세기 초, 이탈리아는 프랑스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당시 프랑스와 치열하게 대립하던 교황 율리우스 2세는 프랑스에 친화적이었던 모데나 근교의 마을 미란돌라를 포위하기로 했다. 누군가 교황의 군대가 오기 전 돼지를 모조리 잡아버리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교황의 군대가 마을에 들어서면 식량인 돼지를 빼앗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돼지를 잡아 소시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평소 같으면 버렸을 돼지 발도 알뜰하게 식량으로 사용했는데 이것이 잠포네의 기원이 됐다는 이야기다. 이는 어디까지나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일 뿐 심각하게 받아들이진 말자.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돼지를 남김없이 활용하기 위한 방편이었다는 대목이다. 잠포네와 유사한 음식으로 코테키노가 있다. 코테키노란 껍질을 뜻하는 코티카에서 유래했다. 일반적인 소시지는 돼지 살코기와 지방을 이용하는데, 코테키노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돼지 껍질과 뱃살 등 활용도가 떨어지는 부위를 쓴다. 잠포네가 부속 부위를 족발 안에 넣어 만든 소시지라면 코테키노는 같은 속 재료를 돼지 창자에 넣었다는 점이 다르다.잠포네가 모데나 지역 새해 음식이라면 코테키노는 모데나를 포함한 이탈리아 중부 에밀리아 로마냐 지방의 새해 음식으로 통한다. 우리나라 떡국처럼 모든 이탈리아 사람들이 먹는 음식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탈리아는 본디 독립적인 도시국가들의 연합체였기에 지금도 지역색이 꽤 강하다. 코테키노와 잠포네는 에밀리아 로마냐, 모데나 사람들의 정체성을 표현해 주는 수단이기도 하다. 코테키노와 잠포네는 삶은 후 익힌 렌틸콩이나 폴렌타, 볶은 시금치 등과 함께 접시에 담긴다. 돼지가 풍요를 상징하고 렌틸콩이 동전을 닮아 새해에 부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코테키노와 렌틸콩을 먹는다고 알려져 있는데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돼지를 잡는 건 대개 겨울이다. 추운 날씨를 버티지 못할 것 같은 돼지를 골라 내기도 했거니와 더운 날에 비해 위생상 안전하다는 이유가 컸다. 겨울에 잡는 돼지들은 주로 염장하거나 소시지로 만들었다. 우리가 김치를 겨울에 담그듯 가공한 소시지는 유럽인들의 겨울 식량이었던 셈이다. 돼지에서 가장 선호되는 부위는 살이 두툼한 뒷다리로, 이는 귀족들의 것이었다. 비계가 붙은 머리고기, 껍데기, 창자, 돼지 족 등이 서민 몫이다. 코테키노는 지방 함량이 높아 살코기 비중이 높은 일반 소시지보다 장기간 보관이 어려웠다. 최대한 빨리 소비해야 했는데 그 시기가 새해 직전 혹은 직후였다. 1년 중 그때만큼은 가족끼리 둘러앉아 기름진 음식으로 배를 채울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코테키노와 잠포네에 렌틸콩과 폴렌타를 곁들이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추운 데서도 잘 자라는 렌틸콩은 가난한 이들의 영양을 책임졌고, 옥수수 가루로 만든 폴렌타는 쉽게 포만감을 얻도록 도왔다. 부자가 되게 해달라는 기복적 의미는 한참 후에 덧붙여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코테키노와 잠포네는 소박한 서민 음식이지만 재료가 기름지다 보니 맛은 상당히 호사스럽다. 돼지 껍질의 젤라틴과 지방이 뒤섞여 있는데 맛은 돼지머리 편육을 떠올리게 한다. 소금 약간과 향신료 믹스가 첨가되는데 집집마다 김장 맛이 다르듯 소시지도 향신료 배합에 따라 맛에 차이가 난다. 먹음직스러운 코테키노와 잠포네, 그리고 술술 넘어가는 이탈리아 와인 한 잔이면 한 해 동안의 후회가 풀리고 희망찬 새해를 맞이할 수 있을 것만 같다.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와인은 어렵다고 느끼는 당신에게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와인은 어렵다고 느끼는 당신에게

    종종 와인에 대해 물어 오는 이들이 있다. 어떻게 와인을 공부해야 하는지, 어느 와인이 좋은 와인인지 분간할 수 있느냐는 등 꽤 난감한 화두를 던지곤 한다. 내가 와인에 깊은 조예나 지식이 있을 거라고, 왜 그토록 굳게 믿는 것인지 짓궂게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꾹 참고 마치 고대 그리스 철학자가 된 것처럼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둘러대는 편이다. “답을 밖에서 구하려고 하지 마세요.” 사실 어떤 마음으로 그와 같은 질문을 하는지는 이해한다. 술 중에 와인만큼 사람을 주눅 들게 하는 술이 또 있을까. 어째서인지 와인은 라벨만 봐도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음, 이 와인은 아주 훌륭하지만 아직 열 때가 되지 않았어”라는 정도는 말할 수 있어야 와인을 마실 자격이 있는 것처럼 비치기도 한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와인은 어렵다’는 거다. 와인은 대체 왜 이렇게 어려운 술이 된 것일까.어렵다는 것은 여러 의미를 가진다. 우리는 보통 모르거나 이해하기 힘든 것을 두고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자동차를 좋아하고 꽤 관심을 가지는 편이지만 메커니즘적인 부분엔 도통 젬병이다. 토크가 어떻고 미션이 어떻고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어디쯤 있는 별나라 이야기인가 싶다. 아마도 와인을 좋아하지만 와인의 기술적인 부분에는 별 관심이 없는 이가 오크 배럴이 어떻고 스테인리스 숙성을 몇 개월 했느냐, 이산화황을 넣었냐는 등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느끼는 심리 상태와 별반 다르지 않으리라. 알려면 알 수 있겠지만 정신적 에너지와 시간, 그리고 열정을 쏟아붓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을 때 우리는 ‘어렵다’고 하고 거리를 둔다. 알려고 애쓰지만 정말 이해가 모자라 어렵다고 느끼는 것과는 분명 다른 감정이다. 와인이 어렵게 느껴지는 건 인간이 만든 그 어떤 술보다 다양함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와인 한 병을 만들어 내기까지의 과정에 변수가 많아서 그것을 모두 이해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바로 와인이 품고 있는 매력이자 아우라다.흔히 포도의 품종과 재배 방식, 땅의 특성, 세부적인 기후와 계절에 따라 와인의 품질과 맛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건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깊게 들어가자면 끝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다. 포도 수확 방식과 수확 시기, 착즙 방법과 시간, 발효 온도와 시간, 사용하는 기자재의 재질, 숙성 기간과 온도, 공기, 효모의 특성, 필터링 여부와 병입 시기, 보관 온도 등 와인이 한 병 만들어지기까지 무수한 변수에 따라 와인은 다른 맛으로 태어날 수 있다. 여기서 끝나는 것도 아니다. 앞서 언급한 변수들은 어디까지나 생산자 입장에서 따질 수 있는 것들만 골라 이야기했을 뿐이다. 와인을 보관했던 상태와 온도, 와인과 같이 먹는 음식, 먹는 이의 컨디션 등에 따라서도 와인 맛은 변할 수 있다. 그렇다면 포도 탄생에서부터 입안으로 흘러 들어오는 과정까지 모든 걸 이해해야지만 와인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것일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모든 운전자가 차에 대한 모든 기술적 이론과 스펙을 이해해야만 운전대를 잡을 수 있는 건 아니니 말이다. 이 모든 걸 알아야 하는 사람은 따로 있고, 우리는 그들을 전문가라고 부른다.수많은 ‘와인 입문서’를 보면 ‘수학의 정석’을 처음 봤을 때가 기억난다. 편하게 들어오라고, 너무 어려운 게 아니라고 친절한 손짓을 보내지만 뒤로 펼쳐진 방대한 양의 정보 탓에 기가 눌렸던 그때가 말이다. 와인 입문서는 와인에 대한 흥미를 잃게 만들 수도 있다. 와인을 즐기기 위해 포도의 품종이나 지역별 산지 정보는 반드시 외우고 넘어야 할 산은 아니다. 특정 포도가 특정한 맛만 내는 것도 아니고 그 땅에서 난 포도가 매번 같은 맛을 내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비록 수학은 포기했지만, 와인은 수학처럼 정답이 나오는 문제가 아니다. 와인을 공부의 대상으로 여기는 견해에 대해선 회의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대체 와인을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이미 처음에 알려 주었다. 당신은 왜 와인을 알고 싶어 하는 것인가. 와인을 이해하고 싶다면 우선 와인과 사랑에 빠져야 한다. 사랑에 빠지면 자연히 알고 싶어지는 법이다. 와인에 매료되기 위해서는 값싸게 구할 수 있는 저가 와인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지불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가급적 상급의 와인을 구해 오감을 열고 향과 맛을 음미해 보자. 장담하건대 더이상 와인은 어렵고 난해한 존재가 아니라 연모하는 대상으로 변해 있을 테니. 오감을 통해 와인과 교감하는 진정한 와인 애호가가 된 걸 환영하는 바이다.
  • 영국·네덜란드에도 정체불명 금속기둥 출현…설치 이유 오리무중

    영국·네덜란드에도 정체불명 금속기둥 출현…설치 이유 오리무중

    미국과 루마니아에 이어 영국과 네덜란드에도 정체불명의 금속기둥이 출현했다. 영국 데일리메일과 네덜란드 알헤멘 등은 6일(현지시간) 영국 와이트섬과 네덜란드 프리슬란트주에 미국, 루마니아의 것과 유사한 금속기둥이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날 오전 영국 잉글랜드 남단 와이트섬 해변에서 높이 2.5m의 금속기둥이 발견됐다. 수영객들이 발견한 금속기둥은 3면이 모두 거울처럼 주변을 반사하고 있다. 서로 다른 각도에서 찍힌 여러 장의 사진에서는 모래사장에 박힌 금속기둥에 비친 구경꾼들을 확인할 수 있다.금속기둥 사진이 급속히 확산하자 합성 의혹도 일었지만, 현지 사진작가가 직접 금속기둥을 촬영해 올리면서 가짜 소동은 일단락됐다. 현지언론은 도보로만 접근할 수 있는 해변에 어떻게 이렇게 무거운 기둥을 옮긴 것인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같은 날 네덜란드 프리슬란트주 자연보호구역에도 비슷한 크기의 금속기둥이 등장했다. 누가 자연보호구역에 기둥을 세웠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주민들은 새해맞이 장난쯤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다.정체불명의 금속기둥은 지난달 18일 미국 유타주 사막에서 처음 발견됐다. 깊숙한 사막 한가운데 신비롭게 꽂혀 있는 높이 3.6m의 금속기둥은 숱한 화제를 뿌리며 관광객을 끌어모았다. 안전사고를 우려해 유타주 당국이 위치를 공개하지 않았음에도 각지에서 구경꾼이 몰렸다. 1968년 개봉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속 모노리스와 유사하다 하여 ‘유타 모노리스’라는 이름도 붙었다. 베일에 싸인 금속 기둥의 정체를 두고 일각에서는 2011년 작고한 유명 조각가 존 매크레켄이 남긴 작품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제적 관심을 끈 금속기둥은 발견 9일만인 27일 현지 유튜버가 철거했다. 관광객 유입으로 사막 환경이 파괴될 우려가 있다는 게 철거 이유였다.의문만 남긴 채 사라진 금속기둥은 같은 날 루마니아 북동부 산악지대에 등장했다. 누군가 루마니아 네암츠 보호구역에 세운 높이 2.8m 금속기둥은 발견 나흘만인 지난 1일 사라졌다. 현지 기자는 “용접이 서툰 사람의 소행”으로 추정했다. 다음 날,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세 번째 금속기둥이 나타났다. 캘리포니아주 파인산 정상에서 발견된 높이 2.8m, 무게 90㎏ 금속기둥은 유타주 기둥과 달리 땅에 단단히 고정되지 않아 사고 위험이 제기됐다. 기둥은 하루 뒤인 3일 인근 지역에서 건너온 극우 청년들이 제거했다.세계 곳곳에서 정체불명의 금속기둥이 잇따라 발견되자 패러디도 이어졌다. 4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도심 한복판에 등장한 금속기둥은 바로 옆 사탕가게 주인이 홍보를 위해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찬바람과 함께 온 굴과 홍합의 계절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찬바람과 함께 온 굴과 홍합의 계절

    요리사와 식도락가에게 차디찬 바람은 반가운 신호다. 우리가 두꺼운 옷으로 겨울을 준비하듯 바닷속 해산물들도 차가워지는 수온에 적응하기 위해 몸속에 지방을 축적하거나 산란기를 끝내고 다시 몸 다지기에 나서는 때이기 때문이다. 많은 해산물이 요맘때 제철을 맞지만 그중에서도 어패류, 굴과 홍합의 맛이 딱 이때에 꽉 차기 시작한다. 어패류는 영어로 셸피시, 단단한 껍질을 가진 조개류나 갑각류를 의미한다. 굴과 홍합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바다와 인접해 있는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식재료로 인식된다. 각지의 해안선마다 굴 껍데기나 홍합 껍데기 더미가 분포해 있는 것으로 보건대 우리가 바닷가에서 조개구이를 즐기는 것처럼 오래전 해안가에 살았던 이들도 굴과 홍합으로 만찬을 즐겼을 것으로 추측된다. 굴과 홍합은 날로 먹든 익혀 먹든 상관없는 재료이지만 날것으로 먹을 때 가장 맛이 좋다. 복잡미묘한 풍미를 내는 성분들이 열을 가하면 일부 사라지거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는 형태로 변형되기 때문이다. 지중해를 끼고 있는 일부 지역에서는 신선한 상태의 홍합을 익히지 않은 채 먹기도 한다. 날로 먹었을 때의 홍합은 짜릿한 바닷물과 더해져 깊은 단맛과 감칠맛을 선사한다. 열을 가해 먹을 때와는 또 다른 차원의 풍미다. 갓 잡아 올린 싱싱한 홍합에서만 느낄 수 있는 호사다. 굴과 홍합은 바깥의 염도와 균형을 잡기 위해 몸속에 아미노산을 축적하는데, 바닷물이 짤수록 삼투압을 유지할 수 있는 아미노산을 더 많이 필요로 하게 된다. 아미노산이 풍부할수록 달고 깊은 맛을 내는 감칠맛이 더욱 선명해진다. 국물에 깊은 맛을 주기 위해 조개나 가리비 등 어패류를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바다라고 해도 다 같은 바다가 아닌지라 출신에 따라 맛도 달라진다. 서해에서 나는 굴과 남해에서 나는 굴의 맛과 풍미가 다른 것이다. 남해 출신 굴은 서해 굴에 비해 몸집이 큰 대신 강한 맛은 덜한 편이다. 서해 굴이 작고 옹골찬 느낌이라면 남해 굴은 크고 연하다. 유럽산 굴과 아시아의 굴도 다른 풍미를 갖고 있다. 아시아 굴은 싱그러운 오이향, 해조류향이 지배적이라면 유럽의 굴에선 금속맛이 약하게 느껴진다. 개체에 따라, 먹는 시기에 따라, 지역에 따라 껍데기 모양과 맛이 다른 굴을 맛보는 것도 이때에 경험할 수 있는 식도락 중 하나다. 유럽에서는 굴과 홍합을 어떻게 먹을까. 의외로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홍합으로 가장 유명한 곳은 벨기에다. 살이 튼실하게 찬 홍합을 화이트 와인과 다진 셜롯, 허브 등을 넣고 통째로 가볍게 쪄낸 홍합찜이 대표적이다. 벨기에뿐만 아니라 프랑스 북부 지역에서도 즐겨 먹는 홍합 요리다. 우리와 다른 점은 홍합찜에 감자튀김을 곁들여 먹는다는 정도랄까. 달콤하면서 바다의 풍미를 한껏 안은 부드러운 홍합과 짭조름하고 바삭한 감자튀김은 의외로 궁합이 좋다. 여기에 화이트 와인을 곁들인다면 더할 나위가 없는 조합이다. 대서양의 홍합은 겨울이 제철이지만 지중해에서 나는 홍합은 반대로 여름에 즐긴다. 지중해 쪽으로 가면 가볍게 올리브유를 두르고 데치거나 볶은 홍합 요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이탈리아 남부 지역의 홍합 파스타는 바지락으로 만든 봉골레 파스타보다 훨씬 깊고 진한 풍미를 선사한다.날것을 잘 먹지 않는 유럽 사람들이지만 굴만은 예외다. 싱싱한 굴 위에 레몬을 살짝 뿌려 먹으면 굴의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레몬의 산이 혹시 있을 유해한 균을 살균해 주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상큼한 산미가 굴이 가진 진한 풍미를 한껏 도드라지게 한다. 비릿한 잡맛을 가려 주기도 한다. 우리가 굴에 초고추장을 찍어 먹는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단순히 레몬을 살짝 뿌려 먹는 것보다 조금 더 고급스럽게 정성을 들여 굴을 맛보고 싶다면 미뇨네트 소스를 곁들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클래식한 미뇨네트 소스는 양파의 일종인 셜롯을 곱게 다져 레드 와인 식초와 소금, 후추를 섞어 만든다. 클래식한 것도 좋지만 취향이나 상황에 따라 약간의 변주를 주는 것도 재미있다. 양파나 파, 고추처럼 향이 나는 채소나 허브와 같은 잎, 산미를 줄 수 있는 식초나 레몬, 후추나 정향 등 향신료를 넣어 여러 가지 맛을 불어넣을 수 있다. 의외로 굴의 표정이 다양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으니 꼭 한 번 시도해 보길 권한다. 찬바람이 부는 겨울에 맛볼 수 있는 작지만 큰 호사이니까.
  • “신비한 금속 기둥 보러가자”…유타 사막서 관광객 ‘인증샷’ 열풍

    “신비한 금속 기둥 보러가자”…유타 사막서 관광객 ‘인증샷’ 열풍

    미국 서부 유타주의 한 사막에서 SF영화에서나 볼법한 신비로운 금속 기둥이 발견돼 화제가 된 가운데 이곳을 직접 찾아간 사람들의 '인증샷'이 이어지고 있다. 27일(현지시간) BBC 등 외신은 유타주 정부가 정체불명의 금속 기둥을 발견했다고 발표한 후 불과 48시간 만에 첫번째 '관광객'이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길이가 약 3.6m인 이 금속 기둥은 지난 18일 유타주 공공안전국 소속 직원들이 야생양의 개체 수를 확인하기 위해 헬리콥터를 타고 유타주 사막을 날다 우연히 발견했다. 조사결과 이 금속 기둥은 땅 속에 깊이 박혀있었으며 주위의 붉은 바위지대와는 달리 빛나는 금속 재질이 묘한 대비를 이뤄 신비로움 마저 자아냈다. 이후 유타주 당국은 금속 기둥이 발견된 이 지역을 차단하지 않았지만 일반인의 금속 기둥 접근을 막기위해 장소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으려고 길을 나섰다가 조난당할 것을 우려해서다. 그러나 금속 기둥 발견 소식이 보도되고 이틀도 안돼 이곳을 찾아간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등장했다. BBC에 따르면 금속 기둥을 찾아 제일 먼저 인증샷을 남긴 사람은 유타 주에 사는 전 미 육군 장교 출신의 데이비드 서버(33)였다. 그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에 올라온 금속 기둥의 위치를 구글어스로 파악하고 6시간이나 차를 몰아 이곳을 찾아냈다. 금속 기둥의 위치는 흥미롭게도 한 레딧 이용자가 당시 헬리콥터의 비행경로를 추적해 밝혀냈다.서버는 "이 물체가 5년 동안이나 숨겨져 있었다는 사실에 이끌려 가장 먼저 그곳에 가고 싶었다"면서 "위치를 공개한 것에 화가 난 사람들이 나에게 메시지를 보냈지만 내가 아니라도 다른 누군가가 이곳을 찾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서버 뿐 아니라 금속 기둥에 대한 호기심에 이끌린 관광객들의 방문은 계속 이어졌으며 한 여성은 금속 기둥에 직접 올라 영상과 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 금속 기둥은 누가 왜 '뜬금없이' 사막의 오지에 설치했을까. 이에 일부에서는 외계인의 흔적이라는 주장까지 나왔으며 특히 이 금속 기둥이 스탠리 큐브릭의 SF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나오는 ‘모노리스’와 비슷하다는 평가가 이어져 이같은 음모론에 힘을 더했다.  그러나 금속 기둥의 정체에 대해 가장 큰 힘을 받는 추론은 예술가의 작품이라는 주장이다. 이중 지난 2011년 사망한 미국 예술가 존 맥크래켄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라는 주장이 제기됐으며 일부에서는 다른 작가가 일종의 오마주로 세운 것이라고 했다. 누구의 작품이든 가장 애가 타는 것은 유타 주 당국이다. 유타주 공공안전부 공보 담당자는 26일 "위험할 수 있으니 함부로 이곳을 찾지 말아 달라"며 재차 신신당부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피자, 허기를 채우는 완벽한 방법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피자, 허기를 채우는 완벽한 방법

    흔히 사람들이 요리사에 대해 오해하는 게 있다. 음식을 만드는 일을 하니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이와 큰 괴리가 있다. 본인이 만든 요리를 매번 맛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제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고 해도 매일같이 냄새를 맡고 진땀 흘리며 음식을 만들면 식욕이 싹 사라지기 마련이다. 역설적으로 식재료와 음식이 차고 넘치는 주방에서의 실생활은 배고픔과 허기의 연속인 경우가 대부분이다.배달과 야식문화 강국인 한국에서는 언제 어디서나 온갖 음식을 먹을 수 있지만 이탈리아, 그중에서도 시칠리아 남쪽 작은 도시에서 주방일을 마치고 야식을 먹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나마 일주일에 절반 정도 운이 좋으면 오아시스처럼 갈 수 있는 곳이 있었으니. ‘지로 디 비테’(Giro di vite), 지금도 가끔 생각나는 이곳은 헨리 제임스의 소설 ‘나사의 회전’에서 이름을 따온 피자 레스토랑이다. 고단한 외국인 노동자에게 피자는 그 어떤 음식보다 저렴하고 푸짐한 데다 맛도 좋은 완벽한 야식 메뉴였다. 이탈리아인에게 파스타는 집에서, 피자는 밖에서 먹는 음식으로 통한다. 파스타는 집에서 손쉽게 요리할 수 있지만, 피자는 커다란 오븐이나 화덕이 있어야 제대로 만들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에서도 피자의 본고장 하면 나폴리를 든다. 그럼 나폴리가 피자의 원조일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빵에 재료를 올려 먹는 음식은 고대 그리스나 로마 시절부터 존재해 왔다. 먼 곳으로 원정을 떠나는 이들, 특히 군인에게 빵은 접시 대용으로도 사용됐다. 물론 그 음식을 두고 피자라고 부르지는 않았다. 이탈리아에서 피자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10세기에 쓰인 한 문서다. 당시 한 임대계약서에는 “매년 임대료로 피자 열두 판과 돼지고기 어깨살과 콩팥을 지불해야 한다”고 돼 있다. 피자 외양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어 당시 피자는 오늘날과는 다소 다른 모습이었을 걸로 추측된다. 16세기에 피자가 다시 등장하는데 이때 피자는 도우 위에 버터와 설탕을 바른, 일종의 후식용 과자나 케이크 형태였다. 신대륙에서 건너온 토마토가 이탈리아에서 식재료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전래된 지 100년이 지난 후였다. 모종의 이유로 나폴리 사람들은 빵 위에 토마토소스와 각종 재료를 올려 먹었고, 이것이 현대적인 피자의 원형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19세기 나폴리에서 파는 피자는 길거리 음식이었다. 피자를 만드는 사람, 피자이올로들이 구운 피자는 곧바로 바구니에 담겼고, 피자가 든 쟁반을 머리 위에 이고 다니며 사람들에게 팔았다고 한다. 뭔가 익숙한 장면이다. 당시 피자는 빈곤한 사람, 부랑자, 바쁜 이들을 위한 음식이었기에 토핑이라고는 토마토소스에 오레가노, 후추, 마늘이 전부였다. 보잘것없는 재료들로 만들었어도 배고픈 이들의 허기진 배를 채우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그렇다면 나폴리의 길거리 음식이었던 피자가 어떻게 글로벌 외식 메뉴로 거듭날 수 있었을까. 피자의 운명은 대서양을 건너가며 급변했다. 19세기 극심한 가난을 겪은 남부 이탈리아인은 기회를 찾아 미국으로 대거 이민을 떠났는데 여기엔 나폴리인도 상당수였다. 새로운 터전에 자리잡은 이들에게 피자는 그리운 고국 음식, 일종의 소울푸드였다. 일부 이탈리아인은 고향 음식을 만들어 팔았고 피자도 그중 하나였다. 1905년 미국에 처음 피자 체인점이 등장했는데 그리 대중적이지는 않았다. 2차 대전 이후 이탈리아에 다녀온 군인들에게 추억의 음식이 된 피자는 1958년 ‘피자헛’의 등장과 함께 미국 외식업의 주류로 급성장했다. 미국이 강대해지는 만큼 피자도 전 세계 곳곳에 영향력을 떨쳤다.미국식 피자가 성행하자 위기감을 느낀 이탈리아에서는 나폴리식 피자를 보호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1984년 설립된 나폴리피자협회는 전통 방식대로 피자를 만드는 곳에 한해 ‘정통 나폴리 피자’라는 인증을 준다. 국내에도 이런 인증을 받은 곳이 있지만 분명히 기억해야 할 건 전통 나폴리식 피자 인증이 곧 ‘맛있음’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반죽하는 시간, 재료의 상태 등에 따라 맛은 얼마든지 달라진다. 인증은 단지 한 가지 방식으로 만든 한 가지 맛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의 가치를 지킨다는 존중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탈리아에 가 보면 둥그런 피자도, 네모난 피자도 있다. 꼭 나폴리 방식이 아니면 어떤가. 좋은 재료를 사용해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든다는 것, 그 음식으로 배고픔을 잊고 다시 생활을 할 수 있는 힘을 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모든 음식에 있어야 할 가치가 아닐까.
  •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노벨 문학상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노벨 문학상

    문학 하면 우리는 으레 시와 소설을 떠올린다. 당연히 노벨 문학상도 시인, 소설가에게만 수여하는 것인 줄로 알기 일쑤다. 토마스 만(1929), 헤르만 헤세(1946), 오에 겐자부로(1994) 등이 얼른 떠오른다. 2020년 수상자 루이즈 글릭도 미국 시인이다. 2016년 수상자인 밥 딜런은 그의 ‘노래’가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일부 ‘전문 문학인’들이 ‘가수’의 노벨상 수상에 반발하기도 했지만, 서양 문학의 원조 호메로스 역시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를 노래 부른 가수였으니, 반대한 사람들만 협량해 보일 뿐이다. 사실 노벨 문학상 수상자 중에는 ‘전문 문학인’ 아닌 인물이 여럿 있다. 예를 들면 영국 총리를 지낸 윈스턴 처칠은 ‘제2차 세계대전 회고록’으로 노벨상(1953)을 받았는데, 이 작품은 물론 역사 저술이다. 독일 역사가 테오도어 몸젠은 ‘로마사’(1902)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이 또한 역사 저술로 분류된다. 어디 역사뿐일까. 독일 관념론 철학자 루돌프 오이켄(1908), 프랑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1927), 영국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1950)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노벨 문학상의 선정 범주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영어권 학자 171명이 참여해 집필한 전 18권, 1만 1000쪽에 달하는 방대한 ‘케임브리지 영문학사’(1907~1921)에는 셰익스피어, 존 밀턴과 나란히 에드워드 기번(역사학자), 토머스 홉스, 존 로크, 데이비드 흄, 벤담과 공리주의자들(철학자), 에드먼드 버크(정치학자), 애덤 스미스(경제학자) 등에게도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시와 소설만이 문학이 아니란 의미다. 정치학, 철학, 경제학의 위대한 저술도 인류에게 감동을 주는 문학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아마도 이게 글로벌스탠더드일 것이다. ‘한국 문학사’에도 이런 광폭 행보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문학’의 범주가 너무 협소한 건 아닐까. 우리의 협소함이 문학에 국한된 것일까. “의자에 앉아 글귀나 짓는 시인은 대단한 시는 결코 짓지 못할 것입니다. 생각건대 진정한 시인의 내면에는 정치가, 사상가, 입법자, 철학자의 자질이 잠재해 있습니다.” 19세기 영국의 역사가, 사상가인 토머스 칼라일의 ‘시인’에 대한 정의다. 문학에 대한 놀라운 찬사다. 이 찬사에 걸맞게 문학의 꽃은 더 위대하게 피어나야겠다. 우석대 역사교육과 명예교수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익숙함을 낯설게 즐기는, 청어 피클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익숙함을 낯설게 즐기는, 청어 피클

    익숙한 재료를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풀어낼까. 최근 유럽식 선술집을 준비하면서 스스로에게 내린 숙제였다. 여기에 두 가지 선택지가 놓였다. 첫 번째는 특별한 맛을 지닌 식재료를 찾아내는 것이다. 지금은 거의 사라져 버린 한국 흑돼지를 유전적으로 복원한 재래돼지, 한방사료로 키운 방목 토종닭, 여물 먹인 화식우, 유기토에서 자란 풍미 넘치는 토마토, 서해안 자숙 멸치 등 재료에서 특별함을 발견하는 식이다.다른 하나는 특별한 조리 방식으로 다가가는 방법이다. 그렇게 나온 게 바로 청어 피클이다. 청어 피클이라고 하면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단어가 나란히 놓인 걸 보고 의아해하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궁금해하며 도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극명하게 나뉘는 걸 옆에서 지켜보는 것도 꽤나 흥미로운 일이다. 특별한 식재료를 이용한 요리가 주메뉴지만, 때론 낯선 방식의 조리법으로 익숙한 재료를 다르게 경험하는 재미, 청어 피클이 탄생한 이유다. 청어 피클은 북유럽에서 즐겨먹는 전통음식 중 하나로, 북유럽이나 동유럽을 여행해 본 이들은 접해 봤을 수도 있다. 호텔 조식이나 전통음식을 하는 곳이라면 각종 양념을 몸에 두른 청어가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혹자는 청어 피클이 마치 김치나 깍두기 같은 위상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청어는 예로부터 북해와 대서양에 인접한 북유럽 국가에 유익한 수산자원이었다. 떼를 지어 다니니 대량으로 건져 올릴 수 있었고, 중세 땐 육식을 금하는 사순절마다 사람들이 찾는 단백질원으로 인기가 높았다. 특히 네덜란드는 청어 무역으로 막대한 부를 얻었는데, 이 때문에 수도인 암스테르담을 ‘청어 뼈 위에 건설된 도시’라고 부르기도 한다.북해를 중심으로 엄청난 양의 청어가 잡혔다. 문제는 청어가 빨리 상하는 등푸른 생선이라는 점이었다. 오늘날처럼 냉동설비가 없던 시절, 남아도는 청어를 처리하기 위해선 번거로운 몇 가지 작업이 필요했다. 청어를 비싼 소금이나 식초에 절이는 법, 연기에 쏘여 훈연시키는 법, 바닷바람에 말리는 법 등이다. 청어 피클은 이들 전통적인 방법 중 식초에 절이는 방식에서 비롯됐다. 초절임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이 쓰는 보존방법이다. 박테리아가 살지 못하는 강한 산성 환경 속에 두어 부패를 막는다. 청어가 산에 닿으면 표면이 살균되는 동시에 단백질 변성이 시작된다. 투명한 살갗이 하얗게 변하는데 겉으로 보기엔 마치 열을 가해 익힌 것처럼 보이기에 익는다고 표현한다. 초절임은 재료를 보존하기에 유용한 수단이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신맛이 강해 원재료의 맛을 심하게 훼손시킨다는 점이다. 보존기술이 발달한 요즘은 산도를 낮추고 단맛을 높여 새콤달콤하게 초절임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이렇게 하면 맛이 좋아지는 대신 보존력이 낮아진다. 공산품은 낮아진 보존력을 다시 높이기 위해 첨가물을 더하거나 멸균처리 등을 할 수 있지만, 가정에서 수산물을 가지고 초절임을 한다면 맛이 지속되는 기간은 길어 봤자 열흘 안팎밖에 되지 않는다. 청어 피클 만드는 방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오이 피클 담그는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식 고등어 초절임(시메 사바)을 만드는 방식과도 유사하다. 먼저 신선한 청어를 준비한다. 어차피 식초에 절이는데 신선도가 크게 상관 있을까 싶지만, 있다. 신선하지 않은 청어를 절이면 맛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결과물의 최종 보존기간도 짧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깨끗이 청어를 손질한 후 살을 두 쪽으로 발라내고 소금을 뿌려 둔다. 김치를 담글 때 배추를 절이는 이유와 원리가 같다. 수분을 빼고 간이 배게 하는 과정이다. 잔가시는 어떻게 하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식초와 만나면 잔뼈는 흔적도 없이 녹아버린다. 청어를 소금에 절이는 사이 피클액을 만든다. 보통은 식초와 물을 1대1로 섞은 후 소금, 설탕, 그리고 입히고 싶은 향을 가진 향신료를 넣어 주면 된다. 청어와 어울리는 향신료는 고수 씨, 월계수 잎, 후추 등이고 생강, 마늘, 레몬도 어울린다. 모든 재료를 한 번 냄비에 넣고 한소끔 끓여준 후 식혀서 소금기를 씻은 청어와 함께 담으면 완성이다. 이렇게 담근 청어 피클은 2~3일 후에 맛이 든다. 청어 피클은 고등어 초절임보다 맛이 덜 강하고, 비교할 수 없는 고소함이 긴 여운을 선사한다. 신선한 청어를 사용하고 만든 지 일주일을 넘기지 않으면 비리지도, 거친 맛도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 색다른 청어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으니 집에서 꼭 한번 만들어 보시길.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인도에서 한국까지, 카레의 기구한 운명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인도에서 한국까지, 카레의 기구한 운명

    누구에게나 고향은 있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고향은 태어나고 자란 곳만 의미하지 않는다. 마음속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장소도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저 멀리, 한국 밖에서 고향의 향수를 느끼는 곳이 있다. 바로 인도다. 많은 사람이 ‘오해’하지만, 인도와 유전적인 연관성은 딱히 없다. 20대 시절 배낭과 카메라 하나 둘러메고 호기롭게 인도 대륙을 종횡무진했던 추억이 있을 뿐이다.이제는 시간이 꽤 흘러 북으로는 카슈미르, 남으로는 케랄라까지 유유자적했던 그때의 기억은 희미하다. 생각하지 않으면 잊힌다는 말처럼 그동안 유럽을 오가는 동안 오랫동안 인도를 잊고 지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인도가 내게 찾아왔다. 정확하게는 수년 만에 찾은 인도 음식점에서 맡은 인도 음식의 향기가 고이 자고 있던 기억을 세차게 흔들어 깨웠다. 그 순간만큼은 식당 의자에 앉아 있던 건 서른 중반의 내가 아닌 온몸으로 인도를 맛보고 있던 이십대의 나였다. 인도를 다녀왔다고 하면 사람들이 늘 물어본다. 인도 카레는 뭔가 다르냐고. 카레의 고향이 인도인 것은 맞다. 하지만 카레라는 음식은 인도에서 찾아볼 수 없다. 웬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할 수 있겠지만 인도에 카레처럼 생긴 걸쭉한 수프나 소스 같은 음식은 있어도 카레로 부르지 않는다. 인도 현지에서는 카레 대신 ‘마살라’란 말을 쓴다. 마살라는 인도 요리에 두루 사용하는 으깬 향신료 혼합물이다. 마살라가 들어간 요리는 치킨 티카 마살라, 팔라크 파니르, 알루 고비, 빈달루 등 각각 고유의 이름을 갖고 있다. 카레는 단지 외국인들이 마살라가 들어간 인도 요리를 편의상 일컫는 말일 뿐이다. 카레 하면 떠오르는 샛노란 색깔의 소스에 덩어리진 채소와 고기가 어우러진 이미지는 사실 인도 카레와 큰 괴리가 있다. 우리나라의 카레는 적어도 세 나라를 거쳐 들어와 변형된 음식이다. 시작은 물론 인도다. 영국은 19세기부터 인도를 식민 지배하면서 본격적으로 수탈을 시작했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많은 영국인들이 인도에서 생활하거나 다녀가면서 자연스레 영국에선 인도풍 음식이 유행했다. 그중 채소와 고기를 덩어리째 넣고 익힌 유럽식 스튜와 인도의 마살라가 결합하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유사한 형태의 카레가 탄생했다.인도의 화려한 향신료 믹스는 밋밋하고 자극이라곤 짠맛뿐인 영국 음식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사람들은 자극적이고 이국적인 맛에 매료됐고, 영국식 인도 요리인 카레는 국민 요리로 자리잡게 된다. 워낙 인기가 많다 보니 영국 해군의 식단에도 카레가 있었다. 19세기 당시 영국 해군은 세계 최강이었고, 서양의 제도를 본떠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려는 일본에 영국 해군은 벤치마킹 대상이었다. 일본에 주둔하던 영국 해군이 카레를 매주 먹는 것을 본 일본 해군도 이를 따라 하기 시작했고, 주식인 쌀과 카레 소스를 더해 ‘카레라이스’를 만들어 매주 보급했다. 영국인들이 카레 맛에 금방 반한 것처럼 일본인들도 카레의 독특한 맛에 매료됐고, 일제강점기 시절 우리나라에 처음 상륙했다. 초기에는 카레 파우더를 이용해 조리법이 복잡하고 오래 걸리는 고급 음식이었지만, 손쉽게 카레를 만들 수 있는 고체형 카레가 등장하면서 점차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카레가 진정한 한국의 국민 요리로 자리잡게 된 건 레토르트 형태의 ‘3분 카레’ 제품이 등장하면서부터다. 한국의 카레는 초기에는 일본 음식과 유사했지만 점차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변형됐다. 강황의 영양성분을 강조하면서 노란색을 강조한 황금빛이 카레의 이미지로 굳어졌다.음식은 국경을 넘고 인종과 문화가 뒤섞이면서 다양한 형태로 재창조된다. 인도에서 출발한 마살라 요리는 카레가 돼 영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을 거쳐 오면서 수많은 변형을 낳았다. 한식이 전 세계에 퍼지고 현지화하면서 변형되는 것처럼. 한 인도 식당 사장은 한국의 카레를 맛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고는 진짜 인도의 맛을 보여 주기 위해 식당을 열었다고 한다. 굳이 멀리 나가지 않아도 정통 인도식 카레, 일본식 카레, 엄마표 한솥 카레 등 유형별로 취향대로 고르고 맛볼 수 있는 시대다. 흥미로운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바몬드 카레’는 일본에서 유행한 건강법에서 비롯됐다는 사실. 미국 버몬트주의 특산물인 사과와 꿀을 이용한 ‘버몬트 건강법’이 일본에서 잠시 인기를 끌면서 카레에도 사과와 꿀을 넣어 탄생했다. 당연히 미국엔 버몬트 카레가 없다. 버몬트주를 일본식으로 발음해 만든 ‘바몬드 카레’의 고향은, 미국이 아니라 일본이다.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페루, 의외로 가까이 있는 ‘남미의 맛’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페루, 의외로 가까이 있는 ‘남미의 맛’

    모 방송사에서 연락을 받았다. 내용인즉슨 감자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려 하는데 유럽의 감자 요리 그리고 페루 요리에 대해 좀 아는 바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유럽에서 맛있는 감자 요리를 맛본 경험은 있지만 난데없이 페루라니. 많은 나라를 다녔지만 가장 멀리 간 곳이 기껏해야 포르투갈일 만큼 유라시아 대륙을 벗어난 적이 아직 없다.제작진이 페루를 언급한 이유는 감자의 원산지가 바로 페루 안데스산맥이기 때문이다. 약 8000년 전부터 식량으로 재배된 것으로 알려진 감자는 페루인들에게 없어선 안 될 주식이다. 감자의 원산지인 만큼 다양한 품종의 감자가 있는데, 알려진 것만 해도 무려 5000여종에 달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형태의 노란 감자뿐만 아니라 주황 감자, 보라 감자 등 껍질 색깔이 다양하고 속의 무늬, 크기와 모양도 제각각이다. 수미 감자가 대부분인 우리나라에서는 감자를 구분할 때 크기 정도로만 구분하지만 감자를 즐겨 먹는 곳에서는 다르다. 감자를 남미에서 가장 먼저 받아들인 스페인도 남미 못지않게 감자가 식탁에서 빠지지 않는다. 스페인의 마트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감자를 구이용, 튀김용, 삶는 용으로 구분해 판매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페루의 수도 리마에는 국제감자센터가 자리잡고 있는데, 남미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감자 품종을 보존하고 연구한다. 페루가 감자의 고향이라는 걸 천명한 셈이다. 이만하면 페루에 가서 직접 감자를 맛봐야 하겠지만 시국이 시국인지라 그럴 순 없었다. 대신 제작진은 경기도 평택의 한 식당으로 안내했다. 페루인 요리사가 현지식 음식을 만드는 곳이 있다는 것이다. 엉겁결에 찾아간 송탄 국제중앙시장은 실로 놀라운 곳이었다. 인근 미군기지의 영향으로 미군들이 좋아하는 세계 각국의 음식점들이 늘어서는 등 마치 이태원 거리와 같은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사보르 페루아노, ‘페루의 맛’이라는 이름의 식당 셰프인 마리아는 페루에서 한국인 남편을 만나 한국에 정착해 7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몇 가지 감자 요리를 선보였는데, 그중에서 ‘파파 데 우앙카이나’란 요리가 꽤 흥미로웠다. 노란 고추와 치즈를 주재료로 만든 소스를 감자에 끼얹어 먹는 요리다. 마리아 셰프는 리마에선 식전에 이 요리가 없으면 밥이 안 넘어간다는 설명과 함께 한국으로 치면 김치 같은 요리라고 전했다. 과거 우앙카요 지방과 리마를 잇는 기찻길을 건설할 때 인부들을 위해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만들어 낸 것이 시초라고 알려져 있다. 심심할 수 있는 감자에 달큼한 고추의 풍미와 치즈의 고소한 감칠맛이 더해져 입맛을 한층 돋워 준다. 이 밖에도 감자를 고원에서 말린 ‘파파 데 세카’와 돼지고기로 만든 ‘카라풀크라’도 우리 식으로 치면 제육볶음에 감자를 더한 스타일로 이질감이 덜한 요리다. 페루는 최근 몇 년 사이 세계 미식가들 사이에서 남미에 가면 반드시 가 봐야 할 미식의 고장으로 손꼽힌다. 남미에 다른 나라도 많은데 왜 하필 페루인가 의문이 든다면 남미의 지도를 펼쳐 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남미의 여러 국가 중 페루만큼 다양한 자연환경을 갖고 있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안데스산맥과 태평양에 인접한 바다, 아마존강의 상류와 해안가의 사막, 초원지대까지 다 갖춘 나라는 사실상 페루가 유일하다. 유럽에서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이 그러한 것처럼 자연환경이 다양하다는 건 그만큼 식재료의 다양성도 풍부하다는 의미와 통한다. 하지만 식재료가 다양하다고 해서 반드시 음식문화가 발달하는 건 아니다. 페루가 갖고 있는 저력은 식재료의 다양성을 넘어선 문화적 다양성, 그로 인한 개방성에 있다. 페루는 옛 잉카제국의 후예뿐만 아니라 스페인인과 그들이 노예로 데려온 아프리카인, 이민 온 중국인과 일본인 등 다양한 인종과 국적의 문화가 한데 뒤섞인 곳이다. 다양한 식재료, 다양한 출신의 훌륭한 요리사들이 연대해 페루 음식을 세계인이 꼭 한번 먹고 싶어 하는 요리로 만들어 냈다. 페루만의 색깔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글로벌 미식가들의 눈에 띈 셈이다.페루의 대표 요리인 세비체는 한국의 김치처럼 음식에 관심 있는 세계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요리로 자리잡았다. 한국에 음식이 김치만 있는 게 아니듯 페루에도 우리가 평생 먹어도 다 못 먹어 볼 다양한 식재료와 음식이 존재한다. 다행인 건 멀리까지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감사하게도 원한다면 현지의 맛을 한국에서 언제든 느낄 수 있다. 페루의 맛은 의외로 우리 가까이에 있었다.
  • 코로나로 지친 마음 ‘드라이브 인 공연’으로 달랜다

    코로나로 지친 마음 ‘드라이브 인 공연’으로 달랜다

    코로나19로 지친 시민들의 몸과 마음을 달래줄 ‘드라이브 인 공연’이 전국에서 다양하게 열린다.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 주최 ‘서울 서커스 축제’가 10월 11일까지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다. 3회째를 맞은 이 행사는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인 상황을 고려해 공연 방식을 ‘드라이브 인’으로 전환했다. 이번 행사는 ‘서커스 캬라반’과 ‘서커스 캬바레’로 나눠 진행된다. ‘서커스 캬라반’은 10월 4일까지 매주 금·토·일 저글링, 마임, 공중곡예 등 국내 서커스 아티스트 16팀이 총 50회 공연한다. ‘서커스 캬바레’는 10월 9일부터 11일까지 전통연희, 근대 서커스, 현대 서커스 등 공연 10편과 온라인 전시 1편을 선보인다. 관객들은 문화비축기지에 입장하는 순간부터 공연을 관람하고 퇴장할 때까지 차량 밖으로 나갈 수가 없다. 모든 공연은 사전에 예약한 차량 30대(1인당 차량 1대, 최대 3인 탑승)만 입장할 수 있다. 이 중 5대는 자가용이 없는 관객들을 위한 렌터카 관람석이다. 또 울산 울주문화예술회관은 10월 9일부터 사흘간 온양체육공원 주차장에서 ‘Drive-in 울주시네마’를 진행한다. 이를 위해 울주문예회관은 온양체육공원 주차장에 550인치 LED 스크린을 비롯한 무대 등 공연 장치를 설치한다. 관람객들은 차 안에서 라디오 주파수만 맞추면 생생한 음향으로 영화와 공연을 즐길 수 있다. ‘Drive-in 울주시네마’는 사흘간 오후 7시부터 공연과 영화 상영을 진행한다. 관람객들은 사전 신청을 통해 희망하는 날짜를 선택할 수 있다.첫날인 9일에는 화려하고 풍부한 금관악기의 매력을 들려줄 나팔수 ‘브라스마켓’과 일제강점기 우리말과 글을 지킨 투사들의 감동 실화 ‘말모이’가 상영된다. 10일에는 감미로운 탱고를 들려줄 ‘아코디어니스트 알렉산더쉐이킨’과 유쾌한 한국형 코미디 ‘히트맨’을 즐길 수 있다. 11일에는 뮤지컬 같은 드라마틱 한 무대를 보여 줄 ‘팝페라 가수 고예주 & Friends’와 디즈니 실사영화 ‘알라딘’을 감상할 수 있다. 관람료는 무료다.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차 안에서 관람하도록 했다. 울주문화예술회관 관계자는 “코로나로 울주시네마와 하우스콘서트, 울주오디세이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취소됐다”며 “주민들의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주려고 드라이브 인 시네마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또 코리아 뮤직 페스티벌도 코로나 여파로 드라이브인 콘서트 방식으로 치러진다. 사단법인 한국매니지먼트연합(한매연)은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연매협), 아리랑TV와 함께 10월 31일∼11월 1일 이틀간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 일대에서 ‘2020 코리아 뮤직 드라이브-인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2017년 처음 시작한 코리아 뮤직 페스티벌은 그동안 현장 콘서트로 열렸지만, 올해에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관람객이 자동차 안에서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드라이브인 방식으로 열린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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