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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마당] ‘K건축’의 개척자 김중업과 르 코르뷔지에/정재왈 안양문화예술재단 대표

    [문화마당] ‘K건축’의 개척자 김중업과 르 코르뷔지에/정재왈 안양문화예술재단 대표

    영어 알파벳 중 ‘K’ 자가 요즘 많이 괴롭다. 여기서 K는 코리아(Korea), 바로 그 K이다. 한때 거의 모든 업종에서 한국 대표 브랜드의 상징이었다. 한국 문화를 뜻하는 ‘K컬처’를 비롯해 K뷰티(미용), K푸드(음식), K패션(의상) 등 한류(韓流) 열풍에 편승해 이 글자를 안 갖다 붙인 곳이 없을 정도였다. 마치 K 자만 붙이면 한국 문화의 자부심이 살아날 것만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케이팝과 K드라마의 도약을 보라. 그건 유사 이래 없었던 한국 대중문화의 성취가 아니던가. 한데 최근 불거진 어떤 농단의 와중에 이 K의 오남용이 드러나면서 겸연쩍게 됐다. ‘더블루K’니 ‘K스포츠’니 하는 것들, 특히 앞의 것은 그렇다 쳐도 후자는 좀 아깝다. 전 종목에서 약진하는 한국 스포츠의 국제적인 위상을 볼 때, 불의의 한 집단이 영업용으로 독점하기엔 그 가치가 숭고하기 때문이다. K 자의 원산지라고 할 수 있는 문화체육관광부가 K브랜드 사용을 자제할 거라니 앞으로 오남용의 부작용은 줄어들게 생겼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한국이 존재하는 한 코리아의 K 자가 없어질 리는 없을 것이다. 대중음악과 드라마의 성공에서 촉발된 한류가 잠시의 현상이 아니라 언젠가 ‘이즘’(ism)의 단계로 진화할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을 나는 갖고 있다. 한 세기 훨씬 이전 일본풍(Japonism)이 서구를 풍미했듯이 지금의 기세라면 ‘한국풍’(Koreaism)이 불가능한 것도 아닐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간 영역의 역동성이 되살아나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민간은 집단이 아닌 개인의 영역이기도 하다. 문화예술로 치면 개별 예술가의 역량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이야기인데, 그들의 지난 업적을 재조명하면서 현재화하는 일도 K브랜드를 되살리는 하나의 방편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만한 인물로 한국 현대건축의 개척자 김중업(1922∼1988)을 예로 들고 싶다. 마침 그의 이름이 요새 며칠 새 신문에 오르내렸다. 그의 노작이면서 한국 현대 건축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주한 프랑스대사관 리모델링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1960년 서울 충정로 지금의 터에 문을 연 주한 프랑스대사관은 비상하는 새의 날갯짓을 형상화한 날렵한 지붕의 유려한 곡선과 세련된 건축 어휘로 이름 높은 곳이다. 김중업이 ‘현대건축의 아버지’로 불리는 르 코르뷔지에 연구소에서 3년 반 동안 직접 선생의 수련을 마치고 1955년 귀국해 선보인 독특한 건축미로 지금껏 사랑을 받고 있다. 한국 전통 건축의 미와 르 코르뷔지에의 영향을 받은 표현주의적인 기교가 무척 아름답게 구현됐다는 게 중평이다. 주한 프랑스대사관은 오래된 이 건물을 원형대로 복원하면서 주변에 새 건물을 배치하는 식으로 리모델링을 할 계획이다. 2019년 완공을 목표로 건축가 조민석씨와 프랑스에 거주하는 윤태훈씨가 설계를 맡았다. 김중업의 기념비적인 역작은 이뿐만 아니다. 소박하게 꾸며진 안양시 소재 ‘김중업건축박물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그의 파란만장한 건축 역사는 르 코르뷔지에와의 만남을 통해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김중업으로부터 비롯된 소위 ‘K건축’은 이미 1950년대 그와의 세기적인 교류를 통해 이 땅에 뿌리를 잡기 시작한 셈이다. 르 코르뷔지에는 올해 7개국에 산재한 17개 작품이 무더기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모더니즘 건축의 비조. 마침 이를 기념한 전시회가 예술의전당에서 열리고 있다. 김중업과의 연관성을 확인하면서 K건축의 오늘과 미래를 가늠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고객 요청 금융사 기록·관리 자료 열람 의무화

    불완전 판매 많은 직원 불이익 내년부터 성과보수 체계 개편 내년부터 불완전판매나 소비자 민원 건수가 많은 금융사 직원들은 성과보수가 깎일 수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소비자보호 모범규준’ 개정안을 공개했다. 금융 당국은 판매실적과 과도하게 연동된 보상 체계가 불완전판매를 유발하는 주요 요인이라고 보고, 인센티브 체계 설계 개편을 유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모범규준 개정안에 따르면 금융사 직원 인센티브에는 ▲민원 건수 ▲불완전판매 건수 ▲소비자 만족도 조사 결과 등 소비자 만족과 관련된 요소가 판매실적과 함께 균형 있게 반영돼야 한다. 또 소비자가 금융회사의 기록·관리 자료를 열람·청취 요청할 경우 회사는 일정 기간 안에 반드시 응해야 한다. 금융회사와의 분쟁·소송 때 소비자가 정보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구제받지 못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단 제도 오남용이 없도록 분쟁·소송 등 권리 구제를 위한 목적이 있을 때만 소비자의 포괄적 열람·청취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밖에 금융사는 소비자들이 자사 홈페이지에서 상품 유형별 민원 현황, 분쟁 조정 현황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모범규준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기고] 마약류 차단 위해 단속역량 강화해야/김종열 관세청 차장

    [기고] 마약류 차단 위해 단속역량 강화해야/김종열 관세청 차장

    지난 4일 주말을 맞은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이 1500여명의 시민들로 가득했다. 서울신문 주최로 열린 마약 퇴치기원 걷기대회에 삼삼오오 참가한 참가자들은 약 2시간 동안 공원을 걸으며 마약이 우리 사회에서 사라지기를 기원했다. 특히 가족 단위 참가자들의 해맑고 행복한 표정을 보면서 마약은 반드시 추방해야겠다는 결의를 다질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아주 뜻깊은 행사였다. 고대에 인류는 아편을 질병 치료와 종교 의식용으로 사용되는 신성하며 신비로운 물질로 생각했다. 이러한 인식은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가 마약을 수면과 마취에 사용하면서 의약품 개념으로 바뀌게 된다. 근대 들어 아편은 수백여 종의 물질로 확장돼 마약(痲藥)이라는 이름으로 오남용되면서 인간을 피폐하고 병들게 하는 악마 같은 존재가 됐다. 유엔이 발간한 마약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성인 인구 200명 가운데 10명이 마약을 사용한 경험이 있으며 이 가운데 1명이 중독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한다. 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을 총괄해 마약류로 부른다. 20세기 초부터 세계 각국은 마약류 오남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국제아편회의’를 시작으로 마약류 불법 거래 방지를 위한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관세청은 관세 징수뿐 아니라 국민 건강을 위해 관세 국경에서 마약류 반입을 원천 차단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검·경 등 국내 단속 기관은 물론 유엔·세계관세기구(WCO)·미국마약단속청(DEA) 등 국제기구 및 외국 관세 당국과의 정보 교류와 정책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또 전국의 공항과 항만 세관에 엑스레이 검색기 등 첨단 과학장비와 마약탐지견을 배치하고, 정보기술과 현장의 단속 노하우가 융합된 우범 여행자 및 화물 선별 시스템을 운영하는 등 마약류가 국내로 반입되기 전 국경에서 차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관세청의 마약류 밀수 적발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적발 중량이 2006년 22.7㎏에서 2015년 91.6㎏으로 300%나 증가했고, 적발 건수는 178건에서 325건으로 80% 늘었다. 검·경 등 단속 기관들도 지난해 1만 2000여명의 마약 사범을 검거한 데 이어 올해도 지속적인 단속으로 높은 성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에서 마약류 남용과 확산에 대한 국민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마약에 대한 전통적인 금기 인식이 희석되고, 인터넷과 스마트 기기 그리고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마약류에 대한 접근이 쉬워졌다. 교역 확대, 해외 직구 활성화 등 편리해진 무역환경을 악용한 국제범죄조직이 개입된 마약류 밀반입 시도 및 국제우편·특송화물을 이용한 개인 소비용 소량 밀반입 등도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마약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나라로 평가받는다. 1990년대 중반 마약류 밀조 행위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 결과 국내 제조가 사라지면서 국내에서 불법 거래되는 마약류 대부분이 밀수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제궤의혈(堤潰蟻穴)이란 말이 있다. 큰 제방도 사소한 개미구멍으로 인해 무너진다는 뜻이다. 선제적인 보완을 통해 마약류가 국내에 반입될 수 없도록 관세 국경 단속역량이 강화돼야 하는 이유다.
  • 시선을 노리는 ‘광고 특공대’… 리모컨과 싸우는 60초 전쟁

    시선을 노리는 ‘광고 특공대’… 리모컨과 싸우는 60초 전쟁

    “60초 후에 공개합니다.” 케이블TV 엠넷의 예능 프로그램 ‘슈퍼스타K’에서는 승자 발표를 앞두고 긴장감이 한껏 고조된 상황에서 갑자기 방송을 끊고 중간광고를 내보낸다. 중간광고를 소개하는 이 멘트는 결과 발표를 고대하는 시청자를 애타게 만들면서 유행어가 됐다. 하지만 MBC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에서는 이런 중간광고를 볼 수 없다. 케이블 등 유료방송 채널과 달리 지상파 방송은 중간광고가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이 중간광고뿐 아니라 컴퓨터 그래픽을 방송화면에 접목시킨 가상광고, 드라마 등에 상품을 노출하는 간접광고(PPL) 등에 익숙해진 지는 이미 오래다. 최근에는 채널을 변경할 때 순간적으로 노출되는 ‘재핑 광고’, 채널 사이에서 광고로 이동하도록 유인하는 ‘트리거 광고’ 등 새로운 유형의 광고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빠르게 진화하는 방송광고 시장의 현재를 들여다봤다. 현행 방송법에서 방송광고는 프로그램 전후에 편성하는 ‘프로그램광고’, 각 프로그램 사이에 넣는 ‘토막광고’, 문자나 그림으로 나타내는 ‘자막광고’, 시간을 고지하면서 내보내는 ‘시보(時報)광고’, 프로그램 중간에 넣는 ‘중간광고’, 컴퓨터 그래픽 이미지를 삽입하는 ‘가상광고’, 소품으로 활용한 상품을 노출하는 ‘간접광고’(PPL) 등 7가지로 분류된다. ●중간광고 최대 6회·1분 이내로 제한 편성시간에 따라 구분해 보면 ‘토막광고’는 한 방송과 또 다른 방송 사이에 편성되는 광고를 의미한다. 가령 뉴스가 끝나고 오락프로그램이 시작된다면 그사이에 나오는 광고가 ‘토막광고’다. ‘프로그램광고’는 프로그램 시작 전후에 편성된다는 점에서 토막광고와 같지만, 프로그램 타이틀이 나온 이후부터 프로그램 본방송이 시작하기 전까지 나온다는 점에서 토막광고와 다르다. 중간광고란 하나의 프로그램 사이에 편성된 광고를 말한다. 중간광고는 프로그램 사이에 들어가기 때문에 다른 형태의 광고에 비해 시청률이 높지만, 시청자가 광고를 회피할 기회를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지상파에서는 허용되지 않고 있다. 1970년대 초반까지는 지상파에도 중간광고가 있었지만, 1차 석유파동 이후 에너지를 절약한다는 이유로 1974년 3월 폐지된 이후 현재까지 금지돼 있다. 반면 케이블 등 유료방송의 경우 신생 방송사업자에 대한 지원 측면에서 중간광고를 허용하고 있다. 시간에 따라 최대 6회까지 가능하고 매회 광고시간을 1분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다만 운동경기, 문화·예술행사는 횟수 제한이 없다. 중국은 중간광고를 전면 금지하고 있으며 영국은 공영방송, 왕실행사 중계, 30분 미만 어린이 프로그램 등을 제외하고 중간광고를 최대 3분 30초 동안 허용한다. KBS, SBS, MBC 등 지상파 방송사들은 시대가 변한 만큼 방송통신위원회에 중간광고를 허용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유료방송 업계와 신문업계는 중간광고가 허용되면 1000억원 이상의 광고물량이 지상파에 더 배정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성민정 중앙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지상파 중간광고의 장점으로는 방송광고 노출 효과 증대, 시청자들의 재핑(채널 돌리기) 완화, 방송광고의 효율적 배분 등이 꼽힌다”면서 “반면에 방송 소비자의 시청권 침해, 광고주의 영향력 증대, 방송의 공공성 저하, 매체 균형발전 저해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광고는 노출되는 형태에 따라서도 구분이 되기도 한다. 가상광고는 방송 프로그램에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만든 가상의 이미지를 삽입하는 형태의 광고로 2010년 처음 도입됐다. 처음에는 운동경기를 중계하는 방송 프로그램에만 한정적으로 허용됐지만 오락, 스포츠 보도 프로그램에도 확대 허용됐다. 프로야구 중계 중 이닝이 끝났을 때 푸른 그라운드 화면과 겹쳐 나오는 타이어, 텔레비전, 휴대전화 등이 가상광고의 대표적인 예다. ●가상광고 화면 4분의1 넘을 수 없어 가상광고는 화면의 4분의1을 넘을 수 없으며 DMB 방송의 경우 화면의 3분의1을 넘을 수 없게 돼 있다. 또한 방송광고 금지 상품, 허용시간 제한 상품은 가상광고로 만들 수 없다. 미국의 경우에는 가상광고에 대한 별도의 조항이 없다. 스포츠 경기를 중심으로 운영되며 자유로운 환경으로 인해 스포츠 외 다른 TV프로그램에도 가상광고가 확산되는 추세다. 간접광고는 드라마 등 방송 프로그램 안에서 상품을 소품으로 활용해 노출하는 형태의 광고를 의미한다. 올해 상반기 최대 히트작인 KBS 2TV ‘태양의 후예’는 남자 배우(진구)와 여자 배우(김지원)가 현대자동차를 타고 도로를 달리는 도중 주행보조시스템 버튼을 누르고 키스를 나누는 장면 등 지나친 PPL로 문제가 되기도 했다. 특히 인기 드라마일수록 PPL이 과도해 극의 흐름을 깨는 경우가 많다. 방통위는 전체 프로그램 시간의 100분의5, 화면의 4분의1 이내에서 간접광고를 하고 프로그램 전에 간접광고 포함 여부를 자막에 표기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영국은 일반적으로 BBC를 제외한 공영·민영 방송사 모두 PPL을 허용하고 있으며 아동, 뉴스 프로그램, 소비자 조언 프로그램이나 시사 프로그램에는 간접광고를 할 수 없도록 했다. 일본의 경우 공영방송에서는 PPL이 금지되며 민영방송은 PPL 고지를 전제로 자율규제에 따르고 있다. 이 밖에도 현재시간을 알려주면서 함께 방송되는 광고인 ‘시보광고’, 방송프로그램과 관계없이 문자 또는 그림으로 나타내는 ‘자막광고’ 등도 있다. 시보광고의 경우 하루에 10회 이내, 매시간 2회로 제한돼 있으며 광고 한 번에 10초를 넘겨서는 안 된다. 자막광고는 매시간 4회, 매회 10초, 화면 4분의1 크기 이내로 제한돼 있다. ●분유·젖병 광고 20년 전부터 금지 대상에 방송광고는 물품에 따라 전면 제한되기도 하고 시간이 제한되기도 한다. 금지·제한 품목으로는 주류, 조제분유, 혼인매개·이성교제업, 의료광고, 전문의약품, 담배, 복권, 경마, 고열량 저영양 고카페인 식품 등이다. 담배, 주류 등의 금지·제한은 미성년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 쉽게 이해되지만, 조제분유가 금지 품목이 된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숨어 있다. 조제분유의 방송광고가 금지된 것은 1991년 7월이다. 세계보건기구의 모유 먹이기 운동에 호응해 시민단체들이 강하게 요구하면서 입법화가 이뤄졌다. 엄마들에게 모유보다 분유를 먹이면 아기가 더 건강하게 성장한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 준다는 이유에서였다. 젖병이나 젖꼭지 제품 역시 같은 이유로 1995년부터 방송광고가 금지됐다. 의료광고, 전문의약품, 원료의약품은 오남용에 따라 국민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방송에서 자취를 감췄다. 모든 매체에 금지해 오던 병원 광고는 1996년 인터넷과 유인물 광고는 허용하는 방향으로 완화했다. 때로는 방송광고가 정부기관 사이의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올해 8월에는 카페인이 많이 들어간 커피우유와 커피 아이스크림의 방송광고를 둘러싸고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방통위가 찬반 논란을 벌이기도 했다. 식약처가 어린이들이 TV를 많이 보는 오후 5~7시에 커피우유, 커피아이스크림 등 어린이 기호식품을 지상파나 케이블 TV에서 광고하지 못하도록 고시 개정안을 내자 방통위가 광고 제한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데다 규제 강화의 측면이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반대 입장을 낸 것이다. 당시 방통위는 오후 5~7시 시간대에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방과후 활동이나 학원에 머무는 경우가 많아 방송시간 금지의 효과가 불분명한 데다 유료 방송 재원이 대부분 광고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방송산업의 콘텐츠 투자 위축을 불러올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방통위는 연말까지 ‘신유형 광고 제도화 방안’을 마련, 내년부터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검토 대상에는 채널을 변경할 때 순간적으로 노출되는 ‘재핑광고’, 채널 사이에서 광고로 이동하도록 유인하는 ‘트리거 광고’, ‘VOD 광고’ 등이 포함됐다. 또 광고 안에 다른 광고를 넣는 ‘광고 내 광고’, 라디오 방송 진행자가 광고 문안을 읽거나 특정 상품·서비스를 홍보하는 ‘라이브 리드 광고’ 등도 논의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 관계자는 “시청자들의 방송콘텐츠 소비 형태가 변화하면서 등장한 신유형 광고의 정책 방향을 빠르게 모색할 필요성이 높아졌다”며 “신유형 광고 활성화의 기반 조성과 시청자 권익을 조화시키는 방향으로 법적 기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김일수 樂山樂水] 모두 마녀가 될 건가

    [김일수 樂山樂水] 모두 마녀가 될 건가

    어릴 적 춘궁기에 마을에선 가끔 도깨비에 홀려 길을 잃고 헤매다 돌아온 아낙들 얘기가 떠돌아다녔다. 극심한 허기를 견디다 못해 정신이 혼미해진 상태에서 헛것을 보고 집을 나섰던 사람들의 슬픈 이야기였다. 어둠은 도깨비들이 지배하는 세상 같았다. 어느덧 산업화가 진척되면서 마을에 전기가 들어왔고, 새로 개설된 철도를 따라 기차의 힘찬 고동소리가 어둠에 휩싸인 산골짜기의 새벽을 흔들어 깨웠다. 그 후론 도깨비가 사라졌다. 그런데 그 시절 마을에선 도깨비에 홀렸던 사람들을 이상한 눈초리로 째려보거나 배제하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측은한 마음으로 그 아픈 이야기를 들어 주고 품어 주었다. 농사짓는 일은 애당초 혼자나 한 가족의 힘만으로 될 일이 아니란 걸 알았고, 품앗이 인력을 주고받으며 엮어 가는 농업에서 이웃의 인력 손실은 바로 자기 손실이라는 공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극한 춘궁기를 지나면서도 마을 사람들은 자신만의 살림을 산 것이 아니라 이웃의 핍절을 보살피면서 공동체의 살림을 함께 살아낸 것이다. 취락공동체는 이렇게 사랑과 정을 나누며 절대빈곤 속에서도 끈질기게 생명력을 이어 왔다. 요즘 박근혜·최순실의 사적 인연을 통한 국정 농단 사태가 점점 드러나면서 우리는 극심한 정신적인 공황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국정의 위기요 나라의 큰 불행이 아닐 수 없다. 북핵으로 인한 안보불안, 경제의 불안정에다 정치적인 대혼란마저 덮치고 나니, 이른바 위험 사회와 불안 사회의 소용돌이 속에 온 나라가 휩쓸려 가는 형국이다. 정치권은 말할 것도 없고, 언론계도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언술을 쏟아내고 있다. 거칠게 언덕 아래로 달려가고는 있는데, 방향은 제대로 살펴보고 달리는지 사뭇 위태해 보인다. 너도나도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말하지만,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의 탐욕과 무지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정권 말기가 되기 무섭게 등장하는 권력 누수 현상과 측근의 스캔들, 바닥으로 추락하는 지지도를 우리는 늘 보아 오지 않았는가. 권력을 오남용했거나 권력에 빌붙어 사욕을 챙긴 인물들이 더 큰 문제가 아니었던가. 초유의 일이긴 하지만 검찰이 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비켜가서는 안 된다. 진실의 일단이 밝혀진 후 대통령이 책임져야 할 불법의 무게가 중하다면 의회가 탄핵 절차를 밟는 게 정의를 세우기 위한 정치의 대의다. 그러기 위해서는 집단적인 분노의 표출을 절제하고 대신 이성적인 방법으로 출구를 모색해 나갈 지혜가 무엇보다 필요해 보인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희대의 스캔들은 해외 언론들의 큰 관심사가 되고 있고, 해외 동포들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긍심과 명예감정에 깊은 상처를 받고 있다. 부끄럽고 기가 막힐 사건임이 틀림없지만 정치권과 언론, 종교, 문화예술계, 촛불을 들고 선 거리의 시민들까지 이 문제를 풀어 가는 데 책임 있는 한 주체로서 어떤 품격을 보여 주느냐가 중요해 보인다. 만약 폭력혁명이나 시민항쟁을 꿈꾸는 무리가 있다면 현 상황을 일방적으로 너무 겉핥기식으로 본 과잉감정의 자리에 빠져들지 않았는지 살펴볼 일이다. 민주시민 사회는 극악한 범죄 혐의자라고 해서 형사절차적 인권을 박탈하거나 모욕을 퍼붓거나 폭력을 써서는 안 된다. 그것이 최소한 품격 있는 사회의 질서이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너나 할 것 없이 공분할 만한 충분한 근거는 있지만, 문제는 문제대로 법적 절차를 따라 냉정하게 풀어 나가는 것이 세계 시민사회의 일원으로서 우리가 갖추어야 할 품격이다. 지금 우린 어떤가. 근대 초기 한때 서양사회에 풍미했던 어두운 마녀사냥의 광기에 이끌려 마녀 만들기에 광분하고 있지 않은지 차분히 주위를 성찰해 보자. 마치 마녀사냥에 나선 듯 극단적인 독설과 인격 살인을 불사하는 정치인들, 언론에 얼비치는 인사들은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얼굴이 마녀를 닮아 가고 있지 않은지 되돌아볼 일이다. 이런 불안사회의 와중에서 아직 침묵하는 잠재적 다수의 국민들은 패권에 쏠린 일단의 인사들, 대안 없이 상처만 후벼 파는 말쟁이들보다 불안을 해소해 줄 제3지대의 진중한 인물들에 대한 기대를 키워 가고 있음을 알라.
  • 70년간 왕위 유지 ‘태국 자유의 수호자’

    70년간 왕위 유지 ‘태국 자유의 수호자’

    세계 최장기 집권 국가원수 기록을 세우며 태국 국민의 구심점 역할을 해 온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이 13일 서거했다. 88세. 태국 왕실 사무국은 이날 성명을 내고 “국왕께서 오늘 오후 3시 52분 시리라즈 병원에서 영면했다”고 밝혔다. 사무국은 “주치의들이 최선을 다해 상태를 면밀히 살피고 치료했지만 국왕의 상태는 호전되지 않은 채 계속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푸미폰 국왕은 1946년 6월 9일부터 이날까지 70년 126일간 왕좌를 지켜 세계에서 최장기간 집권한 국가원수이자 태국 역사상 가장 오래 재위한 군주로 기록을 세웠다. 푸미폰 국왕이 서거함에 따라 최장기 집권 기록은 64년간 재위하고 있는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돌아갔다. 푸미폰 국왕은 2009년부터 고열과 저혈압, 심장 박동수 증가 등의 증세로 여러 차례 병원 신세를 지면서 건강 이상설이 불거졌다. 푸미폰 국왕은 지난 1월 병원 치료 도중 병원을 잠시 빠져나와 휠체어를 탄 채 왕궁을 둘러보는 모습이 포착된 이후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푸미폰 국왕은 입헌군주제의 군주로서 상징적인 국가원수였지만 국민의 절대적 신망을 바탕으로 태국 현대사의 굴곡마다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푸미폰 국왕은 군부 쿠데타나 민주화 시위가 발생할 때 중재자로 나서며 정치적 위기를 해결했다. 민주화 시위가 한창이던 1992년 수친다 크라프라윤이 군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자 정국이 큰 혼란에 빠졌다. 푸미폰 국왕은 수친다 당시 총리와 야권을 대표하는 잠롱 스리무리앙 전 방콕 시장을 왕궁에 불러 무릎을 꿇리고 질책했고, 이후 수친다는 해외 망명길에 올랐다. 국민들은 국왕의 중재 모습을 보며 국왕이 태국의 자유와 번영을 수호하는 구심점이라고 인식하게 됐다. 푸미폰 국왕의 정치 개입이 모두 환영받은 것은 아니다. 푸미폰 국왕은 포퓰리즘적 복지 정책으로 빈민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은 탁신 친나왓 총리가 2006년 군부 쿠데타로 실각했을 당시 군부 정권을 승인한 바 있다. 이후 탁신의 여동생 잉락이 민주 선거로 집권한 지 3년도 안 돼 군부 쿠데타가 다시 발발했지만 푸미폰 국왕은 군부를 지지하면서 국왕의 정치 개입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왕실모독죄가 왕실과 군부정권을 반대하는 세력을 탄압하는 데 오남용되면서 푸미폰 국왕과 왕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그럼에도 푸미폰 국왕이 굳건히 버텨왔기에 70년의 재임 기간에 19차례의 쿠데타와 20회의 개헌 조치가 발생했음에도 태국 정치체제가 유지될 수 있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에 태국 왕실과 정계는 푸미폰 국왕의 후계를 서둘러 확정해 국민들을 안정시키려는 모습이다.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는 국영 뉴스채널을 통해 이날 밤 열리는 과도의회 격의 국가입법회의(NLA)에 후계자를 통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쁘라윳 총리는 “정부는 왕위 승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며 국왕께서 지난 1972년 왕세자를 후계자로 지명했다는 사실을 국가입법회의에 통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미폰 국왕은 1972년 유일한 왕자이자 장손인 와치라롱껀(64)을 왕세자이자 후계자로 공식 지명한 바 있다. 하지만 와치라롱껀 왕세자는 여러 차례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고 기행을 일삼으면서 국민의 폭넓은 신임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무자비한 마약전쟁, 필리핀 외교까지 흔들다

    무자비한 마약전쟁, 필리핀 외교까지 흔들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 6월 30일 대통령 취임연설에서 “불법 마약이 개인과 가족 관계를 어떻게 파괴하는지 지켜봐 왔다”며 “마약 등 범죄와의 전쟁을 가차없이 지속적으로 벌이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그는 취임 전 “마약 범죄 용의자가 저항하면 총을 쏴도 좋다”고 발언해 ‘유혈 소탕’을 부추긴 바 있다. 두테르테 취임 70여일 뒤인 지난 11일 필리핀 정부는 3000여명의 마약 사범이 사살됐다고 공개하며 마약과의 전쟁에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반면 미국, 유엔 등 서방국가와 국제기구는 마약 범죄 소탕 과정에서 ‘초법적 살인’이 저질러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두테르테에게 기본적 인권 보장을 압박하고 있다. 그럼에도 두테르테는 “최후의 마약 밀매업자가 거리에서 사라질 때까지 수많은 사람이 죽임을 당할 것이며, 최후의 마약 제조업자가 죽임을 당할 때까지 전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해 ‘무자비한 피의 소탕’을 예고했다. ●70일간 3000여명 사살… “작전 6개월 연장” 현지 언론 래플러는 필리핀 경찰청 자료를 인용해 7월 1일부터 지난 29일까지 마약과의 전쟁 과정에서 마약 범죄 용의자 3509명이 사살됐다고 보도했다. 1276명은 경찰의 단속 현장에서 숨졌으며, 2233명은 자경단 등 괴한에 의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마틴 안다나르 대통령 공보실장은 지난 11일 “경찰의 마약 소탕전이 성공했다”고 평가하며 “경찰이 아닌 괴한이 용의자를 사살한 사건은 조사 중에 있다”고 말했다. 로널드 델라로사 경찰청장도 “마약과의 전쟁으로 불법 마약 공급이 90%까지 줄었다”고 밝혔다. 두테르테의 유혈 소탕 작전으로 필리핀 사회에 공포가 만연해지면서 마약과 조금이라도 연루됐던 이들은 앞다퉈 자수하는 모습이다. 지난 26일 필리핀탐사보도센터는 7월 1일부터 8월 28일까지 약 두 달간 18세 미만 미성년자 마약 사범 2만 684명이 경찰에 자수했다고 보도했다. 자수한 미성년자 중 98.4%가 마약을 투약했으며, 나머지는 마약 판매와 운반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경찰은 범죄를 저지른 미성년자에 대해 범죄 경중에 따라 가족에게 인계하거나 소년원, 재활센터 등으로 보내고 있다. 또 필리핀 경찰은 관할 내에 있는 가정집을 방문해 마약 밀매와 연루됐는지 확인하고 마약 중독자에게 자수를 권고하는 ‘톡항’ 작전을 실시해 25일까지 72만여명의 자수를 이끌어 냈다. 이러한 성과에도 두테르테는 지난 18일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 마약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지 몰랐다”면서 “모든 것을 깨끗이 정리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마약과의 전쟁을 6개월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취임 후 3~6개월 안에 마약 범죄를 뿌리 뽑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두테르테는 대선 기간 갖은 구설수에도 불구하고 마약 범죄 근절을 공약해 광범위한 지지를 얻으며 당선됐다. 그는 필리핀 인구 1억명 중 370만명이 마약 중독자라며 국가가 ‘마약 위기’에 빠졌다고 규정했다. 필리핀 마약단속국은 2015년 전체 4만 2036개의 기초 행정구역 중 26.9%에 해당하는 1만 1321곳이 마약에 노출됐다고 발표했다. 마약단속국은 행정구역 내에 마약 중독자, 밀매업자, 제조업자, 마리화나 재배업자 등이 존재할 경우 그 행정구역은 ‘마약에 노출됐다’고 규정한다. 특히 수도 마닐라 내 기초 행정구역은 92%가 마약에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무부는 2011년 필리핀의 16세 이상 64세 미만 국민 중 필로폰 오남용자는 2.1%로, 동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샤부’라고 불리는 필로폰은 2015년 마약 중독자의 96.7%가 이용할 정도로 필리핀에서 가장 인기 있는 마약이다. 일각에서는 필리핀의 마약 문제가 두테르테의 주장과는 달리 과장됐다는 반론도 나온다. 현지 언론 필리핀스타는 필리핀의 위험약물위원회와 유엔의 마약범죄국의 통계를 인용해 필리핀의 마약 오남용자 비율이 1.69~1.8% 수준이며 두테르테가 주장한 3.7%에 못 미친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 세계 평균인 5.2%에 비해서도 매우 낮은 수치다. 아울러 처벌에만 의존하는 마약 정책은 마약 오남용을 근절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앞서 태국의 탁신 친나왓 총리도 2003년 대대적인 마약과의 전쟁에 나서 1년간 마약 사범 7만 3231명을 체포하고 32만여명을 자수시키는 ‘인상적인’ 성과를 냈다. 탁신 전 총리의 당시 지지율도 90%로 수직 상승했다. 전쟁을 선포한 지 3개월 만에 2800여명이 사살되기도 했는데, 이 중 절반만 마약 범죄와 연루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태국서 실패한 정책… 재활·치료 없어 효과 의문 강력한 마약 범죄 소탕에 처음에는 마약 가격이 두 배로 치솟으면서 마약 소비가 잠시 주춤했으나 마약 수요는 줄어들지 않았다. 마약 중독자에 대한 치료와 재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자비한 마약 단속을 피하기 위해 마약 중독자들은 더욱 음지에 숨기 시작했고 비위생적인 마약 주사 등을 통해 각종 전염병이 창궐하기 시작했다. 결국 태국 정부는 탁신 전 총리의 마약 정책을 폐기했으며, 마약 중독자를 양지로 끌어내 재활시키기 위해 필로폰을 비범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필리핀도 72만여명에 달하는 자수한 마약 사범을 재활시켜 사회로 복귀하게 하는 시설과 역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타임은 전국적으로 정부의 승인을 받은 마약 재활센터가 매우 적어 고작 수천명의 중독자만을 수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감시설도 상황은 마찬가지여서 마닐라의 라스피냐스 교도소의 경우 3㎡(약 0.9평)의 감방에서 50명의 수감자가 함께 지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타임은 전했다. 국제 비정부기구인 오픈소사이어티재단의 카시아 말리노우스카 글로벌 마약정책 프로그램 담당자는 “우리는 태국의 마약 정책이 얼마나 헛되고 파괴적이었는지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13년이 지난 지금 필리핀이 이러한 끔찍한 접근 방법을 다시 시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빈곤층, 밀매에 유입… 근본 대책은 빈부차 해소 두테르테가 마약과의 전쟁에 몰두하다 보니 빈곤 문제 해결과 같은 중요한 문제를 소홀히 하고 있다고 알자지라는 지적했다. 필리핀은 2012년부터 연 6~7%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하루 1.25달러(약 1400원) 이하로 생활하는 빈곤선 이하의 인구 비율은 25~26% 선에서 요지부동이다. 특히 필리핀에서 많은 빈민이 소득을 올리기 위해 마약 밀매에 발을 들여놓고, 물질적·정신적 고통을 잊기 위해 마약에 빠져들고 있다. 이에 빈곤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마약 문제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미국과 ‘인권 마찰’… 중국·러시아에 접근 두테르테의 마약 정책은 외교안보 정책과 대외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가 마약과의 전쟁을 두고 전통적 우방인 미국, 유럽연합(EU)과 충돌하자 이들과 거리를 두는 대신 중국, 러시아에 접근하는 모습이다. 두테르테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지역에서 미군 철수를 주장하고 남중국해에서 미군과의 합동 군사훈련을 중단할 것을 선언한 반면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무기를 구매하겠다고 말하며 ‘반미친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리처드 헤이다리안 필리핀 데라살레대 교수는 “필리핀이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과 소원해지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중국과의 협상에서 입지가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두테르테가 중국과 가까워 보이지만 필리핀 마약 조직에는 콜롬비아 등 중남미뿐만 아니라 중국 폭력조직 삼합회도 활동하고 있어 언제든지 결별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온다. 기존 엘리트 계층 출신이 아닌 두테르테는 마닐라에서 정치적 기반은 취약하지만 마약과의 전쟁을 통해 확보한 91%라는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강력한 리더십을 행사하고 있다. 그는 최근 마약과의 전쟁을 조사하는 상원 법사위원회의 레일라 데 리마 위원장을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야당 자유당의 대통령 탄핵 시도를 폭로하면서 정국의 주도권을 잡았다. 하지만 미국 컨설팅업체 테네오인텔리전스의 밥 헤레라 림 애널리스트는 “두테르테 정권의 국외 평판이 낮아져 해외 투자가 빠져나가고 자산 가격이 하락하면 두테르테 반대 세력이 집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더민주 권칠승 “특수학교에 CCTV 설치 의무화하는 ‘한음이법 3탄’ 발의”

    더민주 권칠승 “특수학교에 CCTV 설치 의무화하는 ‘한음이법 3탄’ 발의”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이 특수학교·학급에 폐쇄회로(CC)TV를 의무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 일명 ‘한음이법 3탄’을 지난 31일 대표 발의했다고 1일 밝혔다.  이 법안은 특수학교·학급의 CCTV 설치를 의무화하고, 기록된 영상 정보의 60일 이상 보관, 영상 정보 오남용 방지 대책 마련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장애학생에 대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법적 책임을 묻거나 수사에 나서면 피해 학생의 진술 또는 주변 목격자의 증언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의사표현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장애학생이 상당수를 차지해 학부모로서는 명확한 증거 자료를 얻지 못한 채 이의를 제기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는 게 권 의원 측의 설명이다.  이 법안은 CCTV 설치 의무화로 발생하는 교직원의 사생활 침해, 직장 감시 용도로 악용될 소지를 없앴다. 영상 정보를 보호자가 자녀의 안전을 확인하는 목적, 수사와 공소 제기·재판 수행을 위한 목적 등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열람하지 못하도록 엄격히 제한했다. 또 CCTV를 설치 목적과 다르게 임의로 조작하거나 다른 곳을 비추는 행위, 시행령으로 지정된 저장장치 이외의 장치나 기기에 영상 정보를 저장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도 들어있다. 이를 어길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한음이법은 고 박한음군이 어린이통학버스에서 심정지 상태로 방치돼 68일간 투병하다 숨진 사건이 발생한 이후 유족의 요청으로 탄생한 법안이다. 앞서 제출된 한음이법 1탄은 어린이통학버스 CCTV 의무화·안전교육 미이수자 처벌 강화가 주요 내용이고, 한음이법 2탄은 어린이통학버스에 ‘잠자는 어린이 확인장치’를 의무 설치하도록 한 게 주요 내용이다.  권 의원은 “이번에 발의하는 한음이법 3탄은 장애학생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예방책을 마련한 것”이라면서 “장애인의 삶의 수준이 곧 그 사회 수준을 알려주는 척도라는 인식 아래 이들의 안전을 증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국민안전 우려된다더니”…식욕억제제 진입규제 풀어 논란

    의약품 당국이 국민건강과 안전을 우려해 다이어트 시장에 새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았던 식욕억제제에 대한 진입규제를 풀기로 해 논란이다. 1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4년부터 더는 신규 허가를 내주지 않던 향정신성의약품 성분 ‘펜터민’과 ‘펜디메트라진’에 대해 제약업계의 요구를 수용, 이런 허가제한 조치를 2017년 말부터 해제하기로 했다. 식약처는 제약사들이 이들 성분의 복제약들을 신규로 만들어 팔 수 있게 하기로 한 이유로 두 가지를 꼽았다. 우선 현재 의료기관과 약국 등을 대상으로 구축 중인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설치가 내년 말 끝나면 이들 성분을 포함해 모든 향정신성의약품의 처방과 조제 실태를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게 돼 의약품안전당국이 충분히 사용량을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또 신규진입 금지 조치로 기존에 이들 성분 식욕억제제를 제조해 파는 제약사들의 과점 이익을 보호해주는 결과를 빚는 등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식약처는 설명했다. 하지만 펜터민과 펜디메트라진 성분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는 각종 부작용으로 의약품 선진국을 포함해 5개국 이상에서 팔지 못하게 하거나 제한하고 있는 등 주의해야 하는 전문약이다. 의약 선진국들에서는 이들 성분 약이 부작용 위험이 크거나, 다른 대체 치료제가 있어 안전성 논란을 무릅쓰고 사용할 실익이 적다는 점을 들어 판매하지 않는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살 빼기 열풍으로 이들 향정신성 식욕억제제 성분 약들이 비만 클리닉을 중심으로 다이어트 약으로 다량 처방되며 널리 쓰이면서, 오남용으로 말미암아 복용 후 심지어 숨지기까지 하는 등 심각한 이상 반응 보고도 잇따랐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판매량 기준으로 펜디메트라진은 세계 2위, 펜터민은 세계 5위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펜터민과 펜디메트라진은 뇌의 시상하부에 있는 식욕 중추에서 노르에피네프린 등 신경전달물질 분비를 증가시켜 식욕을 떨어뜨린다. 이들 약물은 다이어트의 효과를 높일 수 있지만, 의존성과 중독성, 내성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커 마약류로 지정돼 있다. 장기 복용하면 폐동맥 고혈압, 심장판막 질환 등 심각한 심장질환이나 불안감, 우울증, 불면증 등 중추신경계 이상 반응을 일으키고 치명적인 중독 때는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 때문에 식약처는 이들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를 3개월 이상 장기 복용하면 피로와 우울증, 불면증, 조현병 등 각종 정신과 부작용과 약물중독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반드시 복용지침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과체중이나 비만이 아닌데도 과도한 다이어트를 하느라 장기간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아 복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식욕억제제 복용지침에 따르면 체질량지수가 30 이상이거나 27~30이면서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다른 위험인자가 있는 때만 의사의 처방에 따라 복용해야 한다. 4주간 단기치료를 원칙으로 하되 필요에 따라 연장하더라도 3개월을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정신과 부작용 가능성이 있기에 한 가지 식욕억제제만 사용하고 항우울제나 중추신경흥분제와 함께 쓰지 말아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체중(㎏)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수인 체질량지수가 30 이상이면 ‘비만’으로 25 이상 30 미만을 ‘과체중’으로 분류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체질량지수 25 이상을 비만으로 본다. 연합뉴스
  • 항생제 내성균 사람 간 전파… “2050년 年 1000만명 사망”

    “항생제 내성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2050년 연간 1000만명이 항생제 내성균으로 사망할 것이다.” 영국 정부가 지난 5월 발간한 ‘항균 내성에 대한 고찰’이란 보고서는 인류가 항생제를 계속 남용할 경우 어떤 항생제로도 치료할 수 없는 ‘슈퍼박테리아’가 대거 출현해 3초당 1명꼴로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매년 전 세계에서 암으로 사망하는 사람(820만명)보다 많다. 1928년 영국 미생물학자 알렉산더 플레밍이 ‘기적의 약’으로 불리는 최초의 항생제 페니실린을 발견하기 전까지 인류는 각종 세균의 공습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14세기 유럽 인구의 3분의1이 페스트로 사망하는 등 세균이 한 국가의 운명과 인류 역사를 송두리째 바꾸기도 했다. 항생제가 더는 듣지 않는다는 건 인류가 세균의 공포에 짓눌려 살았던 ‘암흑시대’로 회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가 11일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을 내놓은 것은 항생제 오남용을 이대로 방치했다간 이런 심각한 보건안보 위기가 곧 닥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항생제 내성균이 만연하면 단순한 상처만으로도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으며 수술 등 각종 의료행위에도 매번 감염을 걱정해야 한다. 미래학자나 세균전문가들이 “인류가 멸망한다면 이는 핵전쟁 때문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 때문일 것”이라고 예측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경제학자 출신인 짐 오닐 영국 재무성 차관은 ‘항균 내성에 대한 고찰’ 보고서에서 “항생제 내성 대응 실패는 세계 경제를 2~3.5% 후퇴시킬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내성은 세균이 항생제에 대응해 살아남고자 장착한 일종의 ‘무기’다. 항생제의 공격에서 운 좋게 살아남은 세균은 이미 약의 뜨거운 맛을 본 터라 아주 낮은 확률이지만 돌연변이를 일으켜 항생제의 특정성분에 대응할 내성을 만들어낸다. 항생제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이런 내성을 가진 세균만 살아남아 내성균이 만연하게 된다. 내성균을 죽이려면 다른 성분의 항생제를 써야 하고, 내성균이 이 항생제에 대해서도 내성을 가지면 또 다른 항생제를 찾아야 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이렇게 여러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세균을 ‘다제(多劑)내성균’이라고 하는데 지금도 우리 주변에 빠르게 퍼지고 있다. 가령 결핵 환자가 의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약을 복용하다 마음대로 중단하면 살아남은 결핵균이 내성균으로 진화해 다제내성균이 된다. 국내에서 다제내성 결핵균에 감염된 환자는 매년 800~900명이 발생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많다. 보통 결핵 치료에는 6개월이 걸리지만, 다제내성 결핵 치료기간은 무려 2년이다. 치료 성공률도 50~60%에 불과하다. 항생제 내성균은 사람 간 접촉을 통해 퍼지기 때문에 함부로 쓰면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 항생제를 쓰기 전까진 자신이 감염된 균이 내성균이란 사실도 알 수 없다. 이는 항생제를 아무리 투여해도 죽지 않는 슈퍼박테리아 때문에 누구나 손쓸 방도 없이 무력하게 죽음을 맞을 수 있다는 의미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서울시의회 박양숙 보건복지위원장 “세이프약국 정착위한 제도 개선 강구”

    서울시의회 박양숙 보건복지위원장 “세이프약국 정착위한 제도 개선 강구”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양숙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성동구 제4선거구)은 7월 20일 서울시약사회(김종환 회장)가 서울시립미술관 세마홀에서 주최한 ‘서울특별시 세이프약국을 통한 시민 건강증진 사례 발표회’에서 서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제1차 의료기관으로서 기능하고 있는 있는 약국의 접근 편의성과 마을 거점 역할 등을 감안하여 2013년부터 채택한 세이프약국 정책이 약물오남용 방지와 건강 관리 증진 등을 위한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재정적 지원과 함께 사업에 대한 평가와 검토를 토대로 보편적이고 예방적인 보건의료체계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 의지를 밝혔다. 서울시의 세이프약국은 시민의 접근 용이성이 높은 약국을 활용하여 시민들의 질병과 약물치료에 대한 자기관리 능력과 복약순응도 향상을 목표로 2013년부터 시행되고 있으며, 서울시 15개 자치구에 소재한 214개 약국이 참여하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시약사회와 지역의 약국과의 협업을 통한 거버넌스 형태로 세이프약국을 지정하여 질병예방과 약물치료에 대한 자기관리 능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하면서 별도로 흡연율과 우울증세에 관한 기초적 상담을 통해 금연클리닉과 정신보건센터를 연계하여 적정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가 밝힌 성과 자료를 보면 약력관리 및 상담을 통해 자살위험자를 정신건강증진센터로 연결을 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고, 금연·체중조절 등의 생활습관 중재사례도 보고되는 등 상당한 성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에 대해 박양숙 위원장은 세이프약국이 시행된 지 4년차가 되었으나, 서울시 전체 5,044개의 약국 중에 세이프 약국에 참여한 실정은 214개로 참여율 4.2%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라고 언급하면서, “세이프 약국 도입 취지와 배경, 추진 과정 등을 면밀히 평가하고 검토하여 세이프 약국이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의원 차원에서 제도 개선 방안을 강구함으로써, 서울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보편적이고 예방적인 보건의료체계의 확산 그리고 시민건강증진 향상을 이룰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함께 하겠다.”라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꼼수 차단 vs 규제 끝판왕… ‘상법 개정안’ 재계 비상

    꼼수 차단 vs 규제 끝판왕… ‘상법 개정안’ 재계 비상

    19대 국회에 이어 20대에서도 삼성그룹을 겨냥한 법안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 시대를 맞아 본격적인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나서자 야권은 이를 감시하기 위한 관련 법 개정 작업에 나섰다. 특히 삼성그룹의 지주사 전환설에 힘이 실리면서 지주사 관련 법안이 대거 등장했다. 지난 13일 박용진(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자사주 의결권 제한법’(상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2013년 한진그룹 때처럼 회삿돈으로 자사주를 사들여 재벌가의 지배력을 강화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당시 한진그룹 오너는 대한항공을 한진칼(지주사)과 대한항공(사업회사)으로 분할하는 과정에서 자사주를 활용해 지배력을 높였다. 총수의 자금 출연 없이도 지배력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자사주의 꼼수’로 불렸다. 반면 일각에서는 박 의원의 법안이 규제 완화라는 큰 트렌드에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법이 아직 통과 전이지만, 재계는 벌써부터 비상이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연내 지주사 개편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오너가 삼성전자 지배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지주사 체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 현재 삼성전자에 대한 오너의 지분율은 4%에 불과하지만 지주사로 전환하면 14.3%까지 늘어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유력하게 떠오르는 지주사 시나리오로는 삼성전자를 삼성전자 홀딩스(지주사)와 삼성전자(사업회사)로 인적 분할하는 것이다. 인적 분할은 한 회사를 둘로 쪼개도 기존 주주가 같은 비율로 두 회사의 주식을 다 갖는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자사주도 존속법인과 함께 신설법인에도 그 지분율만큼 넘어간다. 이후 신설법인의 자사주를 존속법인의 주식과 맞교환하면 대주주 입장에서는 존속법인인 삼성전자 홀딩스의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 지난해 삼성그룹이 11조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 뒤 소각하겠다고 밝힌 것도 지주사 개편을 앞둔 사전 정지 작업으로 읽힌다. 자사주를 대거 매입한 뒤 인적 분할을 하게 되면 그만큼 오너의 지배력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지주사 체제 개편은 시장의 관측일 뿐 (법안) 통과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최근 발의된 법안들이) 두렵고 불안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도 “자사주 의결권 제한 법안이 통과되면 지주회사 전환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이라면서 우려를 표한다. 자사주 활용 방식이 막히면 대주주가 지주회사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자금을 쏟아부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지배력 증가 효과는 종전의 지배력 유지를 고려하지 않은 단순 계산에 의한 착시 효과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학계에서도 찬반이 엇갈린다. 반대하는 이들은 “특정 기업(삼성)을 겨냥한 법안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자사주의 오남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기존의 감시 장치를 활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자사주에 대한 입법의 세계적인 추세는 규제 완화 쪽”이라면서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기관투자가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때 소액주주의 피해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법제화 시도는 “재계가 자초한 일”이라면서 “기업이 먼저 바뀌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사주 의결권을 제한하면 모회사의 주주 이익에 반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모회사는 주주를 대신해 자회사를 통제해야 되는데 의결권 부활이 안 되면 지배력이 약화된다”면서 “잘못된 규제가 오히려 주주 권익을 침해한다”고 말했다. 반면 찬성하는 쪽은 그동안 대주주가 돈 한 푼 안 들이고 자사주를 활용해 손쉽게 지배력을 높여 왔다고 지적한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배주주들이 그간 법의 공백 속에 불로소득을 얻어 왔다”면서 “주주 평등 원칙을 위해 자사주의 신주 배정 금지는 온당하다”고 말했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도 “자사주는 자산이 아닌데도 신주와 똑같이 취급하는 현재의 방식에 문제가 있다”면서 “인적 분할 단계에서 자회사가 모회사에 자사주를 나눠 주는 것은 상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환각·자살 충동 부작용’ 졸피뎀 오남용 주의보

    ‘환각·자살 충동 부작용’ 졸피뎀 오남용 주의보

    불면증 치료제 졸피뎀 관리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0년 28만 9500명이던 국내 수면장애 환자 수는 지난해 45만 5900명으로 5년 사이 57%나 늘어났다. 불면증 치료제 시장은 더욱 커진 셈이다. 정부가 이달부터 졸피뎀 등 향정신성의약품을 대상으로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시범사업을 거쳐 내년 하반기 보고 의무화를 추진 중이지만 보다 촘촘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사 처방전이 필요한 불면증 치료제(졸피뎀)가 여전히 다양한 편법을 통해 일부 환자들에게 무분별하게 공급되고 있다. 졸피뎀은 5분 만에 효과가 나타나고 가격이 저렴해 자주 쓰인다. 하지만 무분별하게 오남용할 경우 중독돼 환각증상과 나아가 자살충동까지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 도봉구에 거주하는 A(59)씨는 한 달에 두세 번 졸피뎀을 처방받아 복용하고 있다. 가격이 저렴한 데다 약효가 뛰어나 한 알만 복용하면 효과를 얻을 수 있어서다. 졸피뎀은 1정당 보험수가가 170원으로 처방전만 있으면 한 달치 약을 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살 수 있다. A씨는 “졸피뎀은 한 번에 일주일치 정도밖에 받지 못한다”면서 “하지만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고령자에게는 처방을 쉽게 해주는 경향이 있어 가족 이름으로 한번에 많은 약을 처방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A씨는 “내가 아는 불면증 환자는 내성이 생겨 가족이나 지인들 이름으로 처방받아 한번에 수십 알씩 사기도 했다”고 말했다. 졸피뎀은 호흡과 관련된 근육을 이완시켜 호흡장애를 일으키거나 운전 중에 갑자기 졸음이 쏟아질 수 있는 부작용이 있다. 이에 유럽의약품청(EMA)은 졸피뎀 복용 후 8시간 내에는 운전하지 말라는 등의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 졸피뎀은 1일 1회 1정(10㎎)이 권장량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여성의 경우 회복시간이 더 걸린다며 2013년 사용량을 절반(5㎎)으로 낮추라고 권장한 바 있다. 국내 식약처도 이를 원용, 같은 권고를 내놨다. 하지만 내성이 생길 경우 이보다 더 복용하고 결국 중독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졸피뎀은 일부 중독 환자나 약품을 범죄에 악용하기 위한 이들이 처방전 없이 구하기 위해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1알당 적게는 8000원에서 많게는 2만원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는 서울의 한 간호사가 자신이 근무하던 병원에서 입원 환자가 처방받은 졸피뎀 40정을 의약품 보관함에서 몰래 훔쳐 중고나라를 통해 현금 30만원을 받고 판매하려다 적발돼 구속되기도 했다. 이 간호사가 판 졸피뎀을 구입해 복용한 이들은 경찰에게 “병원에서 처방받을 경우 정신과 진료기록이 남아 취업이나 보험금 청구 시 불이익을 받을 것 같아 인터넷을 통해 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죄에 약물이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따르면 2006∼2012년에 의뢰된 진정제 성분 약물 관련 성범죄 148건 중 졸피뎀을 사용한 경우가 31건이다. 대한의사협회장을 지낸 노환규 하트웰의원 원장은 “자살충동이라는 부작용은 실제 자살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 부작용은 단순한 부작용이 아니라 돌이킬 수 없는 부작용”이라고 지적했다. 노 전 회장은 졸피뎀과 같은 향정신성의약품의 경우 처방 기준과 처방 시 본인의 신분확인에 더욱 엄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과 호주처럼 향정신성 약물은 의사가 환자의 이전 복용 이력까지 볼 수 있게 하거나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하는 향정신성의약품은 처방 때 본인 확인을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졸피뎀 성분 주요 수면제는 스틸녹스(한독약품)를 비롯해 졸피드정(한미약품), 졸피람정(환인제약), 졸피신정(명인제약), 졸피뎀정(한국파마), 졸피움정(고려제약) 등 6개다. 2014년 기준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틸녹스의 국내 판매액은 약 108억원이다. 6개 약품의 총 국내 판매·생산액은 약 208억원이다. 최근 수면장애 환자가 늘어나고 있고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수면유도제와 비공식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수면제 등을 감안하면 국내 불면증 치료제 시장은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식약처는 안전관리 요구가 많은 졸피뎀 성분 의약품을 취급하는 전국 병·의원과 약국을 상대로 통합관리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다. 병·의원이 640여개, 약국이 300여개 등이 참여하고 있다. 정부도, 의약업계도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개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에서 현장에서의 적극적인 안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의약품 자판기’ 입법예고… 약사회 “총력 저지”

    야당 등 오남용·사고 우려 반발 보건복지부가 약국 앞에 의약품 자동판매기를 설치하도록 허용하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을 28일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약국이 문을 닫는 심야나 공휴일에 자판기에서 의약품을 살 수 있게 하되 약사가 자판기에 설치된 영상기기를 통해 화상으로 환자에게 복약지도를 하도록 했다. 판매할 수 있는 의약품은 의사 처방이 없어도 되는 일반의약품이다. 자판기를 운영하는 약국 개설자는 의약품 판매, 복약지도 등 전 과정의 화상통화를 녹화해 6개월간 보관해야 하며, 자판기에 환자가 직접 의약품을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을 둬선 안 된다. 자판기에서 판매할 수 있는 의약품의 종류와 수량 등은 보건복지부령에 따로 정하기로 했다. 산학연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신산업 투자위원회의 규제개혁 건의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인데, 약사는 물론 시민단체와 야당도 반대하고 있어 입법 과정에서 공방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논평에서 “국민의 건강권과 직결된 약사법의 입법 취지에 반하는 결정”이라며 반대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의약품 자판기 설치 요구는 그동안 몇 차례 있었으나 그때마다 복지부는 대면 복약지도의 중요성을 들어 규제 완화를 거부해 왔다. 현행 약사법은 50조에 ‘약국 개설자 및 의약품 판매업자는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약품의 용도와 부작용, 정확한 용법 등을 이해하지 못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의약품 자판기 추진으로 돌아선 이유에 대해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소비자의 편의성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해당 산업에 이해관계가 걸린 기업들의 돈벌이 요구를 들어준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제약사 입장에선 매출 상승 등의 긍정적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안전성을 검증해 문제가 없다면 거의 모든 일반의약품을 자판기에서 판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약품 자판기 1대 가격은 1000만~2000만원 수준이며 정부 지원은 없다. 워낙 고가의 장비여서 약사법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동네 약국보다는 도심의 일부 대형 약국 위주로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약국앞 의약품 자판기’ 설치 허용 추진…약사회 “법 개정 저지할 것”

    ‘약국앞 의약품 자판기’ 설치 허용 추진…약사회 “법 개정 저지할 것”

    보건복지부가 약국 앞에 의약품 자동판매기를 설치할 수 있게 허용하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제약업계의 규제개혁 요구를 받아들인 것인데, 시민단체와 야당이 거세게 반대하는 사안이어서 국회 입법논의 과정에서 공방이 예상된다. 약사회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환자가 심야 시간이나 공휴일에 약사의 복약지도를 거쳐 의약품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담은 약사법 개정안을 오는 8월 26일까지 입법 예고한다고 28일 밝혔다. 개정안은 약국의 내측 또는 경계면에 약국의 시설로서 의약품 투약기를 설치할 수 있게 했다. 즉 약국의 벽면에 외부를 향한 ‘의약품 자판기’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자판기를 통한 의약품 판매자는 약국 개설자다. 판매되는 의약품은 ‘일반의약품’에 한하며, 약사가 자판기에 설치된 영상기기를 통해 화상으로 환자에게 복약지도를 해야 한다. 자판기를 운영하는 약국 개설자는 의약품의 판매, 복약지도 등 전 과정의 화상통화를 녹화해야 하며 이를 6개월간 보관해야 한다. 보관 중인 의약품이 변질·오염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해야 하며 자판기에는 환자가 의약품을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을 둬서는 안 된다. 복지부는 자판기를 통해 판매할 수 있는 구체적인 의약품의 종류와 수량, 자판기 운영 방법, 시설·관리 기준은 보건복지부령에 따로 넣기로 했다. 복지부가 이런 내용의 약사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지난달 산·학·연 민간전문들이 참여하는 신산업 투자위원회의 규제개혁 건의를 받아들이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현행 약사법은 50조에 ‘약국 개설자 및 의약품판매업자는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간 몇 차례 시도만 있었을 뿐 의약품 자판기가 도입되지는 못했다. 복지부의 의약품 자판기 허용 추진에 대해 의료단체들은 지나친 규제 완화라며 반발하고 있다. 약사뿐 아니라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등이 참여하는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용도와 부작용, 정확한 용법 등을 이해하지 못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원격화상 의약품 자판기를 허용하면 대면 복약지도라는 그간의 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신산업 투자위원회 직후 더불어민주당도 “의약품 복용으로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며 기계 오작동이나 의약품 변질 등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의약품 자판기의 허용은 약국 내 약사의 대면판매만 허용한 약사법의 입법 취지에도 반한다”며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대한약사회는 7만명에 달하는 회원과 함께 복지부의 입법예고안을 저지하기 위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약사와의 직접 상담이 아닌 기계를 통해 상담과 투약을 하려는 시도는 의약품 오남용을 초래하고 나아가 의약품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약사회의 주장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국민 건강을 위해 탄산음료나 카페인 드링크 판매를 제한하는 움직임이 있는 상황에서 의약품을 무분별하게 살 수 있게 하자는 ‘거꾸로 가는’ 정책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진정 국민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의약품 자동판매기 도입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In&Out] 경찰 무장 강화, 사후 통제도 강화해야/이훈 조선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In&Out] 경찰 무장 강화, 사후 통제도 강화해야/이훈 조선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경찰청이 지구대 파출소의 모든 외근 경찰관이 권총, 테이저건, 삼단봉, 호신용 최루액 분사기로 구성된 경찰장비 조합을 항상 휴대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른바 ‘경찰 물리력 사용 연속체’ 방안으로, 일부 경찰관서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권총, 테이저건, 가스분사기 중 하나만 필수적으로 휴대하는 현 체계로는 복잡 다양한 위해 상황에 충분히 대처할 수 없다는 학계 및 경찰청의 진단에 따른 조치다. 경찰청 개선안에는 휴대무기 사용 훈련제도에 대한 대대적 변화도 포함돼 현행 권총 실탄사격 위주의 훈련에서 벗어나 비살상 장비 활용도를 극대화하기 위한 종합적인 물리력 선택, 사용 훈련이 점차 제도화된다. 따라서 경찰관이 범죄 현장에서 휴대무기를 사용하는 경우 상대적으로 덜 위험한 총기 대체무기를 우선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돼 정당한 공무집행에 저항하는 피의자의 안전을 최대한 확보하면서도 엄정한 법 집행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모든 외근 경찰관이 다양한 경찰장비를 휴대함으로써 변화무쌍한 현장 상황에 적절한 대처 장비 부재로 발생하는 경찰관의 신체적 부상 및 사망 가능성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학계 및 경찰청의 설명이다. ‘경찰 물리력 사용 연속체’는 미국 연방법원의 판결에 따라 경찰의 총기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보다 합리적인 경찰 물리력 사용을 위해 미국 내 대다수 경찰관서에서 실제 운영 중에 있다. 연구 결과 미국에서는 ‘경찰 물리력 사용 연속체’의 도입 및 비살상 무기 필수 휴대 이후 경찰의 물리력 사용으로 인한 전체 사망 및 부상자 수가 급격히 감소하는 매우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경찰 역시 테이저건 도입 이후 경찰이 피의자 검거과정 중 사용한 총기 사용 빈도가 현격히 감소했으며 이번 휴대무기 체계 개편을 통해 총기 사용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과다 물리력 사용도 더욱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의 새로운 휴대무기 체계 개선안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외근 경찰관 개인별로 모든 경찰 장비를 휴대할 필요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공무집행 중 외근 경찰관이 단독으로 순찰하거나 합동순찰 중이더라도 피의자 저항 상황에 단독으로 노출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특히 사건의 흉포화, 빈번한 신고 출동으로 인한 2인1조 휴대무기 체계의 한계점으로 인해 현행 휴대무기 체계로는 비살상 무기 활용에 심각한 제한이 따르며, 그 결과 시민 및 경찰관의 부상, 사망의 우려가 크기 때문에 이번 휴대무기 체계 개편안이 도입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 법원 판례를 통해 이미 정립된 매우 엄격한 경찰 무기사용 요건에는 일절 변화가 없고 ‘경찰 물리력 사용 연속체’ 도입 이후 총기사용 빈도가 급격히 감소한 미국의 경우에서 보듯 우리나라 모든 외근 경찰관이 권총을 휴대하더라도 일부에서 제기하는 총기 오남용 사례가 무조건적으로 발생할 수는 없다. 또한 일부 경찰관 사이에서 제기되는 휴대장비 무게 증가로 인한 기동성 저하 역시 실제 사용 거리에서 성능 차이가 없으면서 현재 경찰청이 보유하고 있는 소형 권총을 휴대한다면 충분히 해결 가능한 일이다. 시민의 생명보호, 인권보장이 최우선이어야 하는 경찰의 기본 임무에 충실함과 동시에 일선 경찰관의 안전도 확보할 수 있는 이번 ‘경찰 물리력 사용 연속체’의 도입과 더불어 합리적인 경찰 물리력 사용을 위한 내실 있는 훈련제도 및 엄격한 사후 통제 역시 신속히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 항생제 오남용, 뇌세포 성장 막아요

    페니실린의 등장을 계기로 항생제는 현대의학의 혁신을 가져온 약물이다. 그렇지만 항생제를 잘못 사용하거나 남용하면 유해균뿐만 아니라 건강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각종 유익한 균까지 함께 죽이는 경우도 많다. 전 세계적으로도 항생제의 오남용으로 항생제가 듣지 않는 슈퍼 박테리아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 공동연구진이 항생제가 장내 미생물뿐만 아니라 뇌세포의 성장까지 막는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를 내놨다. 독일 베를린 샤리테 의과대, 마그데부르크, 막스델브뤽 분자의학센터, 미국 러너연구소, 에모리대 의대, 국립보건원(NIH) 산하 알레르기 및 전염병연구소(NIAID) 공동연구진은 항생제가 해마부위의 뇌세포 성장을 막는다는 연구결과를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셀 리포츠’ 20일자에 발표했다. 해마는 기억과 학습에 관여하는 뇌 부위이다. 연구진은 어린 생쥐에게 세균을 주입한 뒤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 그룹에는 항생제를 이용해 치료하고 다른 한쪽 그룹에는 항생물질이 포함되지 않은 치료제를 먹도록 했다. 그 결과, 항생제로 치료받은 생쥐는 장 속 유익한 세균도 사라지고 기억력이 현저하게 나빠졌다는 것을 발견했다. 막스델브뤽 분자의학센터의 수잔느 볼프 박사는 26일 “이번 연구를 통해 오랫동안 항생제를 투여할 경우 기억력 감퇴나 치매 등의 뇌기능 장애가 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데스크 시각] 약 자판기 도입, 서두를 일 아니다/김성수 산업부장

    [데스크 시각] 약 자판기 도입, 서두를 일 아니다/김성수 산업부장

    약(藥)도 자판기에서 살 수 있다는 건 소비자 입장에선 귀가 솔깃해지는 뉴스다. 껌이나 콜라를 자판기에서 빼먹듯이 약 사는 일도 그만큼 편해져서다. 약국에서 약사와 얼굴을 마주 대하고 약을 사야 한다는 법(약사법 50조)만 10월쯤 고치면 내년부터는 가능해진다. 약국이 문을 닫은 시간에 약국밖에 설치된 의약품 자판기(화상투약기)를 통해 약을 살 수 있도록 규제를 풀기로 한 정부 덕이다. 자판기에 달린 원격화상 장치로 약사와 얼굴을 보면서 상담을 한 뒤 복약 지도를 받고 약을 사면 된다.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 없는 일반의약품만 대상이다. 그래도 의약계는 거세게 반대한다. 약화(藥禍) 사고, 오남용 위험성 때문이다. 책임 소재도 불분명하다. 자판기에서 약을 먹고 잘못되면 상담을 한 약사의 잘못인지, 자판기를 설치한 약국의 책임인지, 아니면 자판기를 만든 회사가 책임져야 하는지 확실치 않다. 실효성도 의심이 된다. 한밤중에 못 참을 정도로 심하게 아프면 병원 응급실을 찾으면 된다. 증세가 경미한데도 약이 필요하다면 편의점에 가면 된다. 지금도 24시간 편의점에서 소화제, 해열제 등 13개의 일반의약품은 언제든 살 수 있다. 굳이 자판기로 해열제 등을 살 이유가 없다. 정부의 설명은 단순하다. 편의점보다 훨씬 많게 자판기에서는 60종의 일반의약품을 살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전문의약품을 빼고 약국에서 살 수 있는 모든 약을 자판기에서도 취급한다는 것이다. 그래 봤자 편의점에서도 파는 같은 감기약인데, 용량만 더 높인 제품을 파는 정도일 뿐이다. “몽유병자도 아니고 자다가 일어나 새벽에 자판기에서 약을 살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조찬휘 대한약사회장)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더구나 의약품 자판기는 대당 1000만원쯤 한다. 전국 2만개 약국이 다 설치한다면 2000억원대 시장이다. 정부의 지원은 없고 약국이 자기 돈으로 사야 한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대형약국 위주로 생길 수밖에 없다. 편의점도 없어 약을 구하기 어려운 벽·오지에는 정작 자판기가 없는 모순이 생긴다. 의약품 자판기는 신산업 규제를 푸는 차원에서 도입하기로 했다. 지난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규제개혁 장관 회의에서 발표됐다. 복지부는 반대했지만, 경제 부처와 국무조정실에서 수용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했다고 한다. 신산업투자위원회의 개선 과제 151건 중 하나다. 의료 분야라 담당 부처는 복지부인데, 아이러니하게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분야의 과제에 들어가 있다. 의료계의 반대로 ‘원격진료’ 추진이 잘 안 되니까 일단 의약품 자판기부터 먼저 도입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다. 신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를 확실하게 풀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안 되는 것만 따로 명시하고 그 외 나머지는 규제를 다 풀겠다는 방향도 옳다. 이번에 자율주행차, 드론에 대한 규제도 거의 다 들어냈다. “신산업 분야는 화끈하게 규제를 풀어서 세상이 깜짝 놀랄 만한 ‘파괴적 혁신’ 수준의 규제 개선을 이뤄 달라”는 박 대통령의 당부대로다. 하지만 옥시 가습기 살균제 파동에서 보듯 국민 건강을 담보로 한 규제완화는 과감히 뿌리쳐야 한다. 의약품 자판기는 창조경제, 신산업 규제 완화와도 전혀 무관한 일이다. 정부가 도입을 서둘러서는 안 된다. 규제가 다 나쁜 것은 아니다. sskim@seoul.co.kr
  • 2050년이면 3초마다 1명씩 항생제 내성으로 사망

    2050년이면 3초마다 1명씩 항생제 내성으로 사망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영국인 에밀리 모리스는 생사의 갈림길을 넘나들고 있다. 8년 전 요로감염 진단을 받고 항생제 처방을 받았으나 소용이 없었다. 치료 불가능한 항생제 내성(AMR)을 지녔다는 진단을 받은 건 그 즈음이었다. 부엌칼에 손가락이 베이는 하찮은 상처일지라도 에밀리에겐 생명을 위협하는 감염이 된다.  항생제 오남용에 따른 내성 증대가 인류를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 발견 이전의 ‘암흑 시대’로 되돌릴 것이란 보고서가 19일(현지시간) 발표됐다. ‘항균 내성에 대한 고찰’이란 보고서에는 전 세계가 당장 해법을 찾지 않으면 오는 2050년 3초마다 1명 꼴로 항생제 내성으로 사망할 것이란 경고가 담겼다. 연간 850만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현재의 암보다 많은 1000만명이 매년 생명을 잃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 중 아시아(473만명)와 아프리카(415만명)는 최대 피해자가 될 전망이다.  또 인공관절 수술이나 제왕절개 수술 등 간단한 외과수술이 매우 위험한 치료로 전락하며 결핵이나 성병 등이 다시 난치병화될 위험성마저 제기된다.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연간 100조 달러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영국 BBC와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보고서는 골드만삭스 자산관리 부문 회장을 지낸 짐 오닐이 영국 정부의 요청으로 2년에 걸쳐 작성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경없는의사회(MSF) 는 보고서가 나오자마자 지지의사를 밝혔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도 “(기후변화처럼) 전 세계적 차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마치 사탕을 먹듯 복용하는 항생제 오남용을 해소하기 위해 20억 달러 규모의 국제 기금을 조성하고, 제약회사들의 무차별적 고농도 항생제 개발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항생제 남용 폐해를 알리는 캠페인과 가축에 투여되는 항생제에 대한 집중 과세를 제안했다. 현재 영국에선 돼지 등 사육 가축의 45%, 미국에선 70% 이상에 항생제가 투여되고 있다. 이는 고스란히 사람에게 섭취돼 내성을 갖게 만든다.  항생제 내성은 감기와 같은 가벼운 증상에도 약품을 과다 사용해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기존 항생제로 치유가 힘든 난치성 결핵 등이 급증하는 등 인류에게 종말론적 시나리오를 불러오고 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월요 정책마당] 인터넷과 SNS 통한 마약 유통 근절에 힘 모아야/손문기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월요 정책마당] 인터넷과 SNS 통한 마약 유통 근절에 힘 모아야/손문기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캐나다 서부 연안의 도시 밴쿠버는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매력적인 도시다. 사계절 쾌적한 기후로 여행자들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도시 중심에서 동쪽으로 10㎞쯤 떨어진 헤이스팅스 거리에선 밤이 되면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일들이 일어난다. 버스 정류장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마초를 권하는 사람들이 서 있고, 대마를 넣어 만든 과자를 나눠 먹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마약 범죄로 골머리를 앓는 밴쿠버시도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어둠이 걷힐 무렵 거리에서는 간호사들이 주사기를 들고 서 있는 모습을 이따금 볼 수 있다. 도저히 끊을 수 없다면 차라리 깨끗한 주사기로 마약을 놓아줘, ‘주사기 돌려쓰기’로 에이즈 등에 감염되는 것이라도 막아 보자는 시 당국의 고육지책이다. 이러한 고민은 캐나다만의 문제가 아니다. 캐나다와 국경이 맞닿아 있는 미국을 포함해 마약은 전 세계의 중요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19일 미국 뉴욕에서 18년 만에 유엔마약특별총회(UNGASS)가 열린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특별총회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유럽 등 160여개국의 대표들이 지혜를 모아 마약 문제 해결 방안을 마련하고자 개최됐다. 이 회의에서 참여국들은 무엇보다 국제사회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필자는 우리나라 대표단을 이끌고 수석대표로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다. 이 자리에서 우리나라가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을 예방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구축한 마약류 통합관리 시스템을 소개했다. 특별총회 기간 미국의 마약 재활 프로그램 등을 살펴보려고 뉴욕주 브롱크스에 있는 마약중독자 재활센터(ATC)를 방문하기도 했다.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우리 일상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이웃이었다. 가난으로, 가족에게 받은 상처로 마약에 빠진 이들은 재활센터가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새 삶을 꿈꾸고 있었다. 마약 재활 프로그램을 수료한 사람들은 낙타가 새겨진 동전을 선물로 받는다. 마약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울 때 적은 물로 사막을 통과하는 낙타를 생각하라는 의미라고 했다. 세계적 투자가인 워런 버핏 등 유명 인사 1000여명이 특별총회에 맞춰 유엔에 마약사범을 단속하고 처벌하기보다는 예방과 재활에 중점을 둬 달라는 공동 서한을 보낸 것도 마약 문제에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마약중독자는 특정인이나 나쁜 사람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누구나 될 수 있기 때문에 교육과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나라도 더는 마약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인터넷·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특송화물과 국제우편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마약이 급속하게 확산하면서 지난해 마약사범 수는 1만명을 넘었다. 마약류 조사와 단속을 피하기 위해 기존의 마약류 구조 등을 조금씩 변형한 신종마약류도 출현하고 있다. 아울러 ‘마약중독자 중심’에서 ‘일반인과 청소년들도 인터넷·SNS를 통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마약류 범죄 특징과 환경 변화를 고려해 우리 사회 곳곳에 퍼져 있는 마약을 뿌리 뽑고자 지난달 26일 마약류 범죄 근절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그동안 단속에 초점을 맞춰 마약류 대책을 폈지만 이번 정책은 마약류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사전에 차단하는 데 중점을 뒀다. 우선 마약류 국내 유입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특송화물, 국제우편, 휴대물품 등에 대한 통관단계 검사를 강화할 계획이다. ‘검·경 마약수사 합동수사반’을 편성해 인터넷 마약류 불법 거래를 집중적으로 단속할 예정이다. 또한 신종마약류 유통을 신속하게 차단할 수 있도록 임시마약류 지정까지 걸리는 시간을 현재의 절반 수준인 2~3개월로 줄일 것이다. 마약중독자의 재범 방지를 위해 치료·재활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마약류 사용의 위험성과 폐해를 알리는 대국민 홍보도 강화할 방침이다. 정부는 우리 국민이 마약에 노출되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지금은 마약으로부터 안전한 국가를 지켜 낼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노력과 관심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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