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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벤츠는 왜 미국 콜로라도에서 ‘EQS SUV’ 시승식을 열었을까[오경진의 전기차 오디세이]

    벤츠는 왜 미국 콜로라도에서 ‘EQS SUV’ 시승식을 열었을까[오경진의 전기차 오디세이]

    병풍처럼 산을 감싼 기암괴석에 나무들이 위태롭게 뿌리를 내렸다. 깎아지른 돌산과 푸르른 초원이 공존하는 독특한 식생은 초가을 화창한 햇볕 아래 장관을 연출했다. 지난달 16일(현지시간) 미국 로키산맥 동쪽 기슭, 콜로라도의 주도(主都) 덴버를 찾았다. 독일 럭셔리 자동차 회사 메르세데스벤츠의 하이엔드 순수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더 뉴 EQS SUV’를 세계 최초로 시승해 보기 위해서다.해발고도 1마일(1.6㎞)에 자리해 ‘마일하이시티’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덴버 시내를 떠나 산맥으로 향하는 길은 심하게 굽이쳤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호흡이 거칠어지고 귀가 먹먹해졌지만, 여정 가운데 간간이 모습을 드러내는 아늑한 산정호수가 운전의 멀미와 피로를 가시게 했다. 이음새를 최소화한 심리스 디자인‘천의무봉’, 선녀의 옷에는 바느질 자국이 없다고 했던가. 탑승에 앞서 길이 5125㎜에 너비 1959㎜에 이르는 웅장함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차체의 이음새를 최소화하려는 벤츠의 디자인 모토 ‘심리스’를 위한 노력이었다. 전면 ‘블랙 패널 라디에이터 그릴’부터 후면의 리어램프까지 물 흐르듯 곡선으로 이어졌다. 내연기관 시절의 기함급(플래그십) SUV ‘GLS’에 대응하는 모델로 3열까지 7명을 태울 수 있다. 2열 시트를 접으면 최대 2100ℓ의 트렁크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성인 5명을 태우고도 골프백을 4개나 실을 정도로 여유롭다.정숙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가속페달을 밟자마자 최대 토크의 힘을 발휘하는 것은 엔진 없이 모터로 달리는 전기차 공통의 성질이다. 이 차도 다르지 않다. 차별점은 시속 130㎞ 이상 고속 주행에서 발휘됐다. 노면의 충격이나 풍절음이 거의 들리지 않아 마치 저속으로 달리는 듯 안락하게 느껴졌다. 드라이빙 모드나 속도의 하중에 따라 각 휠을 개별적으로 제어하는 ‘어댑티브 댐핑’ 시스템이 도로의 상황을 막론하고 편안한 시스템을 돕는다고 한다. 이날 탑승한 차량은 앞뒤로 전기모터가 두 대 달린 사륜구동 모델이다. 전기차 주행의 질감을 결정하는 회생제동은 총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스티어링휠 뒤에 달린 변속 패들로 조절한다. 도로와 주행 상태에 따라 자동차가 알아서 회생제동 강도를 조절하는 ‘에코 어시스트 시스템’도 있다. 장시간 비행으로 피로한 탓에 회생제동을 약하게 걸어 놓고 달리다가 에코 어시스트 시스템을 활용해 봤는데, 신호등이나 전방 차량을 감지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에서 제동이 이뤄졌다.독일 자동차 회사가 만든 미국적인 전기차시승식의 백미는 로키산맥 한가운데서 경험한 오프로드 코스. 사륜구동 모델에서 지원하는 오프로드 주행 모드를 작동시키니 차체가 살짝 떴다. 약 25㎜ 높아진 것이라고 한다. 벤츠의 전문가가 조수석에 탑승해 길을 안내했다. ‘도저히 무리일 것 같다’는 표정을 지으며 반쯤은 의심한 상태로 나아갔다. 돌을 비롯한 여러 장애물을 지나가며 한쪽 바퀴가 떨어지고 미끄러지는 주행 상황에서도 나머지 바퀴들이 단단하게 중심을 잡으며 막힘 없이 산길을 오르내렸다. 20분간의 주행을 끝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런데 누가 벤츠를 타고 오프로드를 달리겠습니까’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여기는 미국입니다”였다.그렇다. 그의 대답처럼 이곳은 미국이다. 여기서 떠오른 의문 하나. ‘왜 미국인가’다. 독일을 대표하는 브랜드 벤츠가 글로벌 시승식을 하필 미국에서 열게 된 경위를 이어서 질문했다. 이에 벤츠 관계자는 “이 차가 미국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EQS SUV는 벤츠의 미국 생산 기지인 투스칼로사 공장에서 생산된다. 차에 탑재되는 107.8킬로와트시(㎾h)짜리 고용량 리튬이온 배터리 역시 근처에 있는 벤츠의 비브카운티 공장에서 제작된다. 미국이 생산기지로 낙점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미국 소비자들이 크고 웅장한 SUV를 선호하는 데다, 소득 수준이 높아 럭셔리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어서다. 올해 미국을 시작으로 내년 초에는 한국에도 출시될 예정이다. 완성차 회사들 사이에 ‘전용 플랫폼’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EQS SUV가 가지는 의미는 남다르다. 앞서 출시된 전기 세단 ‘더 뉴 EQS’와 ‘더 뉴 EQE’에 이어 벤츠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VA2’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세 번째 모델이라서다. SUV 모델 가운데서는 최초의 전용 전기차이기도 하다. 널찍한 실내 공간과 압도적인 1회 충전 시 주행거리(600㎞ 이상, 유엔 유럽경제위원회 기준)는 전용 플랫폼으로 효율을 최대한 끌어올린 덕분이다. 2025년에는 세 가지(MB.EA, AMG.EA, VAN.EA) 차세대 플랫폼 개발을 마치고 이후 새롭게 선보이는 모든 신차를 전기차 전용 플랫폼 기반으로 개발한다는 게 벤츠의 구상이다.
  • 귀여운 디자인·무난한 주행…폭스바겐 전동화 이끌 ‘ID.4’[오경진의 전기차 오디세이]

    귀여운 디자인·무난한 주행…폭스바겐 전동화 이끌 ‘ID.4’[오경진의 전기차 오디세이]

    동글동글 귀여운 디자인에 주행은 전반적으로 무난했다. 조작이 복잡하지 않아서, 전기차에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도 금방 적응할 수 있는 정도였다. 회생제동도 부드러워 적어도 운전자가 느끼는 거부감은 없었다. 폭스바겐의 첫 번째 순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ID.4’를 22일 시승했다. 폭스바겐그룹 전동화 전략의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모델이다.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에서 출발해 경기 가평의 양떼목장까지 왕복 120㎞ 코스다. 갈 때는 운전자로, 돌아올 땐 조수석과 뒷좌석에 앉아 각각 승차감을 점검했다. 편안한 회생제동 전기차를 시승할 때 가장 크게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 바로 회생제동이다. 이 기능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는 차량은 동승자는 물론 운전자도 멀미를 할 수 있어서다. ID.4는 계기반 우측 컬럼식 기어 셀렉터에서 두 가지 D(드라이브)와 B(브레이크) 두 가지 모드를 고를 수 있다. D 모드에서 달릴 땐 거의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수준의 주행 질감을 느낄 수 있다.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을 때만 회생제동이 이뤄진다.반면 B 모드에서는 좀 더 강력한 회생제동이 이뤄진다. 다른 전기차처럼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기만 해도 회생제동이 걸린다. 물론 이 기능이 멀미를 유발하는 부분인데, ID.4는 상당히 부드럽게 제동을 거는 느낌이다. 차가 ‘울컥’하지 않고 서서히 제동되는 느낌이다. 이 모드에서는 정지 상태를 제외한 모든 주행 상황에서 전기 모터가 배터리로 전원을 공급하며, 강력한 제동력이 필요할 때만 유압식 브레이크가 작동한다는 게 폭스바겐의 설명이다.유럽에서는 듀얼모터 모델도 최근 나오고 있지만, 국내에는 아직 싱글모터 후륜구동으로만 출시됐다. 모터는 최고출력 150㎾로 204마력(ps)의 힘을 낸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5’와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오닉5에 탑재된 모터(168㎾)보다는 출력이 약하지만 일반인이 느낄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전기차답게 출발 즉시 최대토크(31.6㎏·m)를 발휘하며 ‘제로백’은 8.5초다. 배터리는 82㎾h의 고전압 배터리가 탑재됐다.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가능 거리는 405㎞(복합)다. 135㎾ 급속충전과 11㎾의 완속충전 시스템 모두 사용할 수 있다. 5%에서 80%까지 급속충전으로 36분 만에 충전할 수 있다. 다만, 다른 전기차처럼 자동차 앞쪽에 트렁크를 제공하는 ‘프렁크’는 없다. 가격은 국내 전기차 국비 보조금 100% 지원 상한인 5500만원에 정확히 맞춘 5490만원부터 시작한다. 국비 보조금 651만원을 받는다. CEO 바뀌어도 전동화는 계속 향후 전기차 시장의 패권은 ‘플랫폼’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차별화된 전기차 플랫폼 개발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이 ID.4에 적용한 플랫폼도 폭스바겐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MEB’다. 전기차에 최적화된 설계로 주행거리, 운동성, 효율성, 실내공간은 모든 전용 플랫폼들이 갖춰야 할 ‘기본소양’이다. 폭스바겐은 여기에 MEB만의 특장점으로 ‘유연성’을 꼽는다. 배터리 하우징, 휠베이스, 윤거를 간단하게 재구성할 수 있어 소형차부터 SUV, 밴까지 다양한 모델에 적용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프론트액슬쪽에 모터를 달아 사륜구동 시스템으로도 설계할 수도 있다.차의 크기뿐만 아니라 정체성이 다른 브랜드 간 공유도 가능하다. 바디와 섀시(차대)를 분리해 각 브랜드의 지향에 맞게 다양하게 개발할 수 있는 ‘확장성’도 큰 장점. 실제로 MEB 플랫폼은 폭스바겐그룹 산하에 있는 아우디가 최근 출시한 콤팩트 SUV ‘Q4 e-트론’에도 적용됐다. MEB에서 끝나는 건 아니다. 차세대 전용 플랫폼을 여전히 개발하고 있다. 폭스바겐그룹은 고급 전기차를 위한 ‘PPE’ 플랫폼을 조만간 내놓을 계획이다. 맨 앞에 있는 ‘P’는 프리미엄의 약자다. 아울러 2026년에는 완전히 ‘디지털화’된 플랫폼 ‘SSP’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최근 전기차 전환을 주도하던 최고경영자(CEO) 헤르베르트 디스가 교체되는 해프닝도 있었던 폭스바겐그룹이지만, 전동화에 대대적인 투자는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올해부터 2026년까지 전기차 전환에 520억유로(약 71조 7300억원)를 투자한다. 2030년까지 새로운 전기차 모델을 50여종 출시하고, 그룹 내 전기차의 비중도 50%까지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 [나와, 현장] 제철소, 빗물, 위장전쟁/오경진 산업부 기자

    [나와, 현장] 제철소, 빗물, 위장전쟁/오경진 산업부 기자

    49년간 굳건하던 포항제철소 세 고로(高爐)의 불길을 동시에 꺼뜨린 건 허무하게도 ‘빗물’이었다. 기후위기로 돌변한 자연의 힘은 살짝 스치는 것으로도 반세기 동안 일군 산업문명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었다. 지구온난화를 먹고 자란 슈퍼태풍 ‘힌남노’가 주는 교훈이다. 두려운 건 그만한 태풍이 앞으로 일상적으로 찾아올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서늘한 경고다. 위기의 범위는 전방위적이며, 변화의 속도는 기하급수적이다. 올여름 스페인에서는 한낮 최고기온이 45.7도를 기록해 무려 360여명이 사망했다. 프랑스 남부 지롱드 지역에서는 대형 산불로 2만 4000여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원인은 하나다. 뜨거워진 지구 탓이다. 미국기상학회는 2010년대 여름철(5~9월) 북반구에서 최소 한 번 대규모 폭염이 발생한 평균 일수(152일)가 1980년대(73일)보다 2배나 늘었다고 경고했다. 급진적이고 실질적인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인간의 다짐은 눈앞의 이익에 쉽게 무너진다. 전쟁의 여파로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줄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석탄 확보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진다. 요즘 호주에서 선적되는 석탄의 가격은 t당 440달러, 사상 최고 수준이다. 석유도 마찬가지. 폭발하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올해 내내 높게 형성됐던 국제유가는 내년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화석 시대가 종언을 고했다”는 파리협정의 외침을 비웃기라도 하듯, 글로벌 석유·석탄 메이저들은 역사상 최대 횡재를 누리고 있다. “백날 원전만 이야기하죠. 다양한 가능성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여유가 없는지….” 이달 초 취재차 만난 국내 재생에너지 분야 전문가는 이렇게 푸념했다.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위기 속 우리의 대응이나 태도가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다. 원자력 발전 하나면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올 것처럼 말하는 윤석열 정부의 ‘원전 만능주의’도, 제대로 검증도 하지 않고 태양광 산업을 발전시킬 소중한 혈세 2600억원을 비리로 얼룩지게 한 문재인 정부의 안일함도 대통령의 말마따나 모두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확실한 전쟁 상황이다. 선언된 동시에 잠복해 버리는 위장전쟁. 어떤 이는 어디에서나 목격하지만, 다른 이는 완전히 못 본 척한다.” 프랑스의 인류학자 브뤼노 라투르가 저서 ‘지구와 충돌하지 않고 착륙하는 방법’에서 지적하는 것은 기후변화를 대하는 인간의 ‘무심함’이다. 그는 “지구온난화는 사기”라고 주장한 트럼프 정부에 분노했지만, 어떤가. 트럼프가 물러난 세계에서 우리는 충분히 행동하고 있는가. 숨 막히는 ‘위장전쟁’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 ‘전동화 기지개’ 켜는 日, 판도 뒤집을 노림수 ‘한방’[오경진의 전기차 오디세이]

    ‘전동화 기지개’ 켜는 日, 판도 뒤집을 노림수 ‘한방’[오경진의 전기차 오디세이]

    잠잠하던 일본 완성차 회사들이 ‘전동화 기지개’를 켜고 있다. 꿋꿋이 내연기관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였던 ‘하이브리드 명가’ 도요타와 최근 존재감이 없었던 혼다가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 ‘열등생’들은 반전의 드라마를 쓸 수 있을까. 9일 자동차 업계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최근 일본의 전동화 관련 의미 있는 뉴스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도요타가 미국과 일본에 차량용 배터리 생산을 위해 7300억엔(약 7조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이고, 다른 하나는 혼다가 국내 배터리 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손잡고 미국에 생산기지를 구축한다고 밝힌 것이다. 세계 최고 하이브리드 기술, 전동화는 열등생 일본은 세계 최고의 완성차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자동차 강국이다. 그럼에도 전동화 시대에는 열등생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물론 꾸준히 전기차 모델을 내놓은 것은 사실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도요타는 지난해 말 2030년까지 30종의 순수전기차 라인업을 갖추겠다고 공언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독일, 미국, 한국 등 글로벌 경쟁사보다 소극적이고 뒤처진다는 혹평은 피해갈 수 없었다.도요타의 야심작인 전기차 ‘bZ4X’가 주행 중 바퀴가 빠지는 품질 결함으로 대대적인 리콜에 들어간 것은 이를 전동화 시대 일본 완성차 브랜드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업계에서는 “내연기관에선 넘볼 수 없는 하이브리드 엔진 기술력으로 ‘장인정신’, ‘명가’ 등의 소리를 듣던 도요타의 굴욕”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집계한 전기차 수출 10대국에서 일본은 독일, 미국, 중국, 한국, 스페인, 벨기에, 슬로바키아에 이어 8위에 그쳤다. 도요타의 최근 7300억엔 투자에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회사는 “이번 투자로 미국과 일본에서 생산 능력을 총 40GWh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덧붙인 내용이 흥미롭다. ‘도요타생산시스템’(TPS)을 적용해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했다. TPS는 포드식 대량생산에서 벗어난 ‘다품종소량생산’ 체계로 낭비를 최소화해 도요타를 도산 위기에서 구해낸 생산 방식이다. 아울러 배터리 전문가를 육성하고 일본식 장인정신을 의미하는 ‘모노즈쿠리’ 철학도 전기차 시장에서 알려 나가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K배터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혼다의 사정 혼다가 자국의 걸출한 배터리 회사인 파나소닉을 놔두고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을 때 업계에서는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 전기차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미국 내 혼다의 경쟁력은 지속적으로 밀리고 있는 상황이라서다. 미국 내에서 공고하게 5위를 지키던 혼다는 지난해 현대자동차그룹에 자리를 내주고 6위로 밀려났다.국내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한일 간 감정이나 경쟁을 떠나 단시간 내 안정된 품질의 배터리를 받고 쓸만한 차를 내놓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혼다가) 국내사를 선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글로벌 배터리 ‘빅3’를 지켜오던 파나소닉은 올해 1~7월 누적 사용량 기준으로 중국의 비야디(BYD)에 자리를 내주고 4위(8.7%)로 밀려났다.(SNE리서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다른 회사와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전동화 시대에 일본은 영원히 후발주자일까. 업계의 시선은 엇갈린다. 초창기 주도권을 쥐는 것이 중요한 시장에서 출발이 늦었으니, 영영 따라잡을 수 없을 거라는 시선과 함께 내연기관 시절의 저력이 어디 가지 않을 거란 평가가 동시에 나온다. 일본도 ‘한방’은 있다. 바로 꿈의 배터리라고 불리는 ‘전고체 전지’다. 일본은 세계에서 전고체 배터리 관련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배터리 전문가는 “전동화 경험이 적은 일본이 지금과 같은 지위를 앞으로도 유지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낮은 이온전도도 문제 등 전고체 배터리 관련 난제를 차근차근 풀어내는 일본이 앞으로도 마냥 뒤처져 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충전기 꽂아 놓고 ‘잠수’? 이제 ‘매너’도 충전합시다 [오경진 기자의 전기차 오디세이]

    충전기 꽂아 놓고 ‘잠수’? 이제 ‘매너’도 충전합시다 [오경진 기자의 전기차 오디세이]

    충전 정보 80% 확보… 목표 100%커뮤니티, 충전 중 콘텐츠에 주목과도한 점유 차주 과금 검토해야IPO나 M&A 3년 안에 결론낼 것인프라만큼 교육·문화개선 시급“충전기 꽂아 놓고 아예 ‘잠수’를 타는 사람도 있잖아요. 이제는 전기차주들의 ‘문화’를 이야기할 때입니다.” 정숙하고 부드러운 주행, 압도적으로 저렴한 유지비. 단점이 거의 없어 보이는 전기차의 대중화를 가로막는 건 바로 여전히 부족한 충전 인프라다. 국내 최대 전기차 충전 정보 플랫폼 앱 ‘EV 인프라’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소프트베리’의 박용희 대표는 2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조금 색다른 이야기를 전했다. 전기차 보급 확산을 위해 정부와 기업이 할 일은 어쩌면 뻔하다. 열심히 인프라를 확충하면 된다. 앞으로는 차주들 사이의 ‘충전 문화’도 달라져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테슬라의 충전소 ‘슈퍼차저’의 경우 충전이 끝나고 차를 빼지 않으면 추가 요금을 붙이기도 한다. 앞으로 과도하게 장소를 점유하는 차주에겐 추가 과금을 하는 제도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의 말이다. -EV 인프라는 어떤 앱인가. “전국 전기차 충전소의 위치와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준다. 충전요금을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기능도 한다. 2016년 시작해 현재 전국에 있는 전기차 충전소 가운데 80%의 정보를 확보하고 있다. 100%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다.” -창업 스토리가 궁금하다. “2015년 서울시 전기차 보급사업에 응모해 조금 일찍 전기차를 몰았다. 당시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144㎞였던 기아의 ‘쏘울EV’였다. 전기차를 처음 운전한다는 설렘에 공장이 있는 광주까지 내려갔다. 그러나 웬걸. 달리다 멈춰 서 충전하길 반복해야 했다. 결국 광주에서 서울까지 12시간이 걸리더라. 이런 문제의식에서 시작했다. 원래 소프트웨어 개발자였다. 전기차 충전소와 관련된 정보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해 사업을 해 보면 좋을 것 같았다.”-전기차의 주행거리, 충전 속도 등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충전 정보 앱으로 어떤 사업을 할 수 있나. “전기차가 비교적 오래, 멀리 달릴 수 있게 되면서 사용자들의 충전패턴이 크게 바뀌었다. 일단 충전 빈도가 일주일 한 번 정도로 크게 줄었다. 차주들 사이에 자주 사용하는 충전소를 둘러싼 커뮤니티가 생기고 있다. 충전소 주변의 커피숍이나 세차장 등 충전을 기다리면서 할 수 있는 콘텐츠들을 한데 묶어 주는 사업이 가능하다. 또 충전기를 설치하는 데에 예전만큼 큰 자본이 필요하지 않게 되면서 개인 사업자들이 자신들의 공간을 활용한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됐다. 이들을 위한 서버 및 플랫폼 솔루션을 제공해 주는 것도 새로운 기회로 떠오르고 있다.” -대기업으로부터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지금껏 현대자동차, SK 등을 포함한 기업들로부터 약 85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현대차와는 우리가 확보한 전국 충전소 관련 빅데이터를 가공해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했다. 전국 주유소 네트워크를 전기차 충전소로 활용하고자 하는 SK에너지와도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 계획은. “둘 다 가능성은 열려 있다. 실제로 여러 제안을 받고 있는 만큼 다양한 기회가 있을 것 같다. 향후 3년 안에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현대차가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티투닷’을 인수한 것처럼 완성차 업체들은 소프트웨어의 역량을 높이는 쪽으로 가고 있다. 결국은 데이터를 분석하는 게 핵심이다. IPO든 M&A든 문제는 그 이후다. 급성장이 예상되는 전기차 충전 시장에서 우리가 가진 잠재력을 어떤 방식으로 터뜨릴지가 관건이다.” -국내 전기차 인프라에 대해 총평하자면. “그동안 환경부 등 정부의 충전기 관리가 부실하다고 여러 번 지적한 바 있다. 꾸준히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돌아봐야 할 것은 차주들의 매너다. 사용자가 많아지는 만큼 전기차를 살 때 충전 관련 에티켓 교육과 문화 개선이 시급하다. 종일 꽂아 놓고 자리를 비워 다른 이용자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경우가 많다. 테슬라처럼 과도한 점유 시간에 대한 추가 과금 등의 제도도 필요해 보인다. 정부나 기업 차원의 인프라 확충만큼 중요한 부분이다.”
  • 낯선 굉음, 다른 쾌감… E머신, 모터스포츠 불모지를 달렸다[오경진 기자의 전기차 오디세이]

    낯선 굉음, 다른 쾌감… E머신, 모터스포츠 불모지를 달렸다[오경진 기자의 전기차 오디세이]

    모터스포츠 특유의 ‘고막을 찢을 듯한’ 엔진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배터리가 모터를 돌리는 ‘위잉’ 하는 소리가 대신 트랙을 가득 채웠다. 아찔하고 짜릿한 속도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보다도 제한된 배터리 출력을 얼마나 전략적으로 배분할 것인지, 선수들 사이에 펼쳐지는 치열한 수 싸움이 볼만한 포인트였다. 지난 13~14일 이틀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포뮬러E 챔피언십 2022 서울 이프리(E-Prix)’는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전동화 축제’였다. 2014년 처음 개최된 세계적인 전기차 경주대회 포뮬러E의 여덟 번째 시즌이다. 올해 디리야(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시작해 멕시코시티(멕시코), 로마(이탈리아) 등을 거쳐 총 10개 도시에서 진행됐다. 서울에서는 올 시즌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마지막 15·16라운드 경기가 펼쳐졌다. 15라운드에서는 재규어 소속의 뉴질랜드 선수인 미치 에번스가, 16라운드에서는 로킷 벤추리 레이싱 소속의 에도아르도 모르타라 선수가 1위를 차지했다. 종합 우승은 메르세데스EQ 포뮬러E팀의 스토펠 반도른 선수가 거머쥐었다. ●F1 코리아의 아픈 기억… 미숙함 여전 한국은 ‘모터스포츠 불모지’로 꼽힌다. 부족한 저변을 확대하고자 계획됐던 2010년 ‘포뮬러1(F1) 코리아 그랑프리’는 팬들 사이에선 ‘처참한 실패’로 기억된다. 어설픈 경기 운영은 물론 당시 행사가 열린 전남 영암 근처에 관람객을 위한 숙소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을 정도로 준비가 부족했다. 이후 업계에서는 ‘과연 한국에서 모터스포츠가 꽃피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싹텄다.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며 서울 이프리 주최 측은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여전히 미숙한 운영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 관람객은 “대회의 홍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뿐더러 최저 9만 9000원에서 50만원까지 하는 비싼 티켓 가격, 맥을 짚지 못한 중계나 해설은 오히려 재미를 반감시키곤 했다”고 말했다. 경기 직전까지 날씨 때문에 전전긍긍했다. 앞서 서울에 ‘80년 만의 폭우’가 내렸던 데다 경기 당일에도 부슬비가 와 서킷이 젖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다행히 경기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예선전이 치러진 오전에는 비가 꽤 내렸으나 본경기가 시작된 오후 4시쯤엔 비가 멈추고 하늘이 갰다. 포뮬러E 코리아 측은 첫날 총 1만 7500명의 관객이 경기장을 찾았다고 밝혔지만 결승 때 관중석에는 3000여명의 관객이 앉아 있던 것으로 보였다.●모터 쥐어짜며 젖은 서킷서 미끄러져 잠실종합운동장 주위 일반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둘러쳐 약 2.6㎞ 길이의 서킷을 조성했다. 소음이 적은 덕에 상설 서킷이 아닌 시가지에서 경주할 수 있다는 게 포뮬러E의 특장점이다. 메르세데스벤츠, 포르쉐 등 세계 굴지의 자동차 회사들이 후원하는 11개 팀 22명의 선수와 경주차가 참가했다. 내연기관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경주차들은 나름 배터리와 모터를 쥐어짜는 소리를 내며 비에 젖은 서킷 위를 미끄러져 나갔다. 첫날 경기에서는 축축하고 미끄러운 노면에 적응하지 못한 선수들이 감속 포인트를 찾지 못하고 시작 2분 만에 코너링을 하다가 차량 8대가 연이어 가벽을 들이받는 사고를 내 경기가 40여분간 중단되기도 했다. 한계를 넘나드는 속도에서 느껴지는 쾌감을 기대한 관람객에겐 다소 심심한 경기였을 수도 있다. 최대 250㎾(Gen2)로 배터리 출력이 제한되는 탓에 짜릿한 속도감을 느끼기엔 역부족이다. 마력으로 환산하면 335마력에 불과하다. 시속 350㎞를 넘나드는 포뮬러1과 달리 시속 280㎞ 정도가 한계다. 향후 출력 제한을 점점 높여 나간다는 게 포뮬러E 주최 측의 방침이다. 다소 덜한 속도감을 메우는 것은 제한된 용량과 출력을 토대로 코스를 공략하는 선수들의 전략이다. 30㎾의 추가 출력을 얻기 위해 경기 도중 레이싱 라인을 벗어나 작동시키는 ‘어택모드’, 경기 전 온라인 투표 등을 통해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상위 다섯 명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5㎾의 ‘팬 부스트’도 변수가 된다. 45분간 진행되는 경기에서 선수는 경주차의 배터리를 완전히 소진하는 것이 목표다. 배터리를 초반에 무리하게 사용하면 후반엔 속도를 낮춰야 하고, 그렇다고 경기 내내 너무 아끼면 그만큼 출력을 내지 못한 것이 된다. 선수들이 이를 어떻게 안배하는지가 이 경기를 보는 관전 포인트였다. ●비관론 넘어서 지속 가능성으로 포뮬러E가 표방하는 가치는 ‘지구를 위한 레이싱’이다. 탄소배출이 없는 전기차로 달리는 만큼 친환경적인 경주대회라는 의미다. 전기차로 모터스포츠를 한다는 것에 처음에는 비관론이 많았지만 점차 기술과 인식이 개선되면서 이런 가치에 공감하는 팬이 늘어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매번 첨단 기술로 자동차의 한계에 도전한 포뮬러1의 역사는 내연기관차의 발전과 궤를 같이한다”면서 “전동화 추세에 따라 앞으로 포뮬러E에도 혁신 기술이 대거 도입돼 스포츠의 재미와 전기차 품질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경찰, 송하진 전 도지사 자택 압수수색

    전북경찰이 더불어민주당 경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송하진 전 도지사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앞서 핵심 관련자들을 대거 입건한 데 이어 송 전 지사 가족까지 수사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12일 전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 송하진 전 지사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송 전 도지사의 부인 오경진 여사가 대상으로, 경찰은 이날 자택과 차량 등을 압수수색 해 증거물을 확보하는데 주력했다. 또 경찰은 전북자원봉사센터에서 발견된 민주당 입당원서와 관련된 5명 자택도 압수수색했다. 송하진 전 지사를 보좌하던 전 비서실장과 예산과장 등 고위 공무원 출신들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된다. 경찰은 이들 가운데 일부에 대해선 구속영장 신청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수색한 건 사실이며 수사 중인 사안이라 정확한 건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전·현직 전북도 공무원 10명과 현 전북자원봉사센터장 등 29명을 입건한 상태다.
  • 충전 속도 한계 극복 열쇠 쥔 ‘음극재’… 전기차 끝판왕을 찾아라 [오경진 기자의 전기차 오디세이]

    충전 속도 한계 극복 열쇠 쥔 ‘음극재’… 전기차 끝판왕을 찾아라 [오경진 기자의 전기차 오디세이]

    음극재, 배터리 성능·수명에 관여 안정성 장점 흑연, 낮은 밀도 단점밀도 높은 실리콘, 팽창 성질 한계리튬메탈·무음극재 연구 개발 중 실제 개발·상용화에 시간 걸릴 듯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는 단연 양극재다. 주행거리를 결정하고 원가의 무려 40%를 차지하고 있어서다. 그다음이 바로 음극재. 배터리의 성능, 수명과 깊은 연관이 있다. 무엇보다 전기차 혁명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는 답답한 ‘충전 속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열쇠가 음극재 안에 담겨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흑연 혁신이냐, 실리콘 안정화냐 음극재 혁신의 방향은 크게 세 가지다. 기존 소재의 구조 개선이나 차세대 소재 개발 그리고 아예 음극을 없애버리는 방법도 거론되고 있다. 현재는 음극재 원료로 대부분 흑연이 쓰인다. 흑연은 에너지 밀도가 낮은 게 흠이지만, 대신 규칙적이고 안정된 구조를 갖췄다. 크게 천연흑연과 인조흑연으로 구분된다. 둘을 비교하면 천연흑연은 용량 측면에서 우수하고 인조흑연은 안전성에 좀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지난 2월 천연흑연을 활용한 ‘저팽창 음극재’를 독자 기술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천연흑연의 치명적인 단점은 바로 흑연층이 벌어져 부푸는 ‘스웰링’(팽창) 현상인데, 포스코케미칼은 소재 구조를 ‘판상형’에서 ‘등방형’으로 개선해 팽창률을 기존보다 25% 낮추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급속충전 성능도 15% 높였고 인조흑연 대비 제조원가도 낮췄다. 2023년부터 양산할 계획이며 제너럴모터스(GM)가 생산하는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갈 예정이다. 흑연의 다음 타자는 실리콘이다. 흑연보다 에너지 밀도가 10배나 높다. 배터리 충전 속도를 비약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실마리가 담긴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실리콘은 흑연보다 더 쉽게 팽창하는 성질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는 기존 흑연에 실리콘을 조금씩 첨가하면서, 또 팽창을 억제하는 물질을 함께 넣으면서 실리콘 음극재를 안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현재 실리콘 음극재에 함유된 실리콘은 5~10% 정도다. 이를 최대 20%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 SK온 등 대부분 배터리 회사들이 실리콘 음극재를 개발하고 있으나 원조는 LG에너지솔루션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19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실리콘 음극재 배터리를 포르쉐의 순수전기차 ‘타이칸’에 탑재하며 가능성을 확인시킨 바 있다. ‘CNT 도전재’라는 물질을 음극재에 집어넣어 실리콘의 팽창 문제를 해결했다고 한다. 배터리사들은 타이칸을 넘어 폭스바겐, 테슬라 등도 조만간 실리콘 음극재 배터리를 탑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타이칸 배터리 음극재에 담긴 비밀은 또 있다. 바로 ‘더블레이어코팅’(2종 전극 슬러리 동시 코팅) 기술이다. 전극의 활물질과 첨가제, 용매 등이 혼합된 물질인 ‘슬러리’를 코팅하는 것으로, 음극재를 강화해 배터리의 충전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타이칸은 현재 20분이면 완전 충전이 가능하다. 이 기술을 개발한 공로로 최상훈 LG에너지솔루션 상무는 지난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대한민국 엔지니어상’을 받기도 했다. 실리콘 이후에 대한 고민도 있다. 전고체 배터리에서 주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리튬메탈배터리’(LMB)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음극재로 흑연도, 실리콘도 아닌 리튬메탈을 사용한 배터리다. 충전 속도는 물론 주행거리도 큰 폭으로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현재 기술로는 화재 위험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GM, 혼다 등 글로벌 주요 완성차 회사들과 속속 협력 계획을 밝혀 화제가 됐던 미국의 배터리 스타트업 SES가 개발하고 있는 제품이 바로 리튬메탈배터리다.●무음극재 배터리 연구 초기 단계 궁극의 음극재는 결국 ‘존재하지 않는 음극재’다. 마치 불교적 가르침을 떠오르게 하는 이 역설은 업계의 관심사인 ‘무음극 배터리’를 두고서 하는 말이다. 배터리가 시간이 갈수록 용량이 줄어드는 등 ‘수명’이 있는 이유는 결국 충전과 방전 시 리튬이온이 드나들면서 음극재 구조를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만약 음극재 없이 음극 집전체만 있는 상태로 충·방전이 가능하게 만든다면 현재 음극재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아이디어다. 전류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음극 집전체로 현재는 동박을 사용하고 있다. 무음극 배터리는 집전체에 적절한 표면처리를 해 흑연, 실리콘 없이 집전체만으로도 충전이 되게 하는 원리다. 이와 관련한 연구는 초기 단계로 실제 개발과 상용화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 “테슬라 기다려라”…‘K배터리 위크’ 관전 포인트 셋[전기차 오디세이]

    “테슬라 기다려라”…‘K배터리 위크’ 관전 포인트 셋[전기차 오디세이]

    27일 LG에너지솔루션을 시작으로 29일 삼성SDI, SK온까지 국내 배터리 3사의 실적이 모두 공개됐다. 불확실한 경영환경은 2분기에도 여지없이 이어졌다. 다만 그 와중에서도 성적표는 엇갈렸다. 분·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삼성SDI가 견조했고, LG에너지솔루션은 다소 주춤했다. 적자 폭이 확대된 SK온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위기의 돌파구를 찾기 위한 이들의 전략을 세 가지 키워드로 압축했다. “테슬라 기다려라”…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승부수 흔히 ‘4680’으로 불리는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에 대한 구체적인 상황들이 언급됐다. 도전자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다. 지난달 7300억원을 들여 국내 공장에 중대형 원통형 배터리 생산라인 증설에 나섰던 LG에너지솔루션은 “안정적인 양산을 위해 막바지 품질 검증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SDI도 “신규 전기차 프로젝트 대응을 위한 ‘46파이’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고 전했다.양사 모두 회사명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이는 글로벌 전기차 1위 기업인 미국 테슬라와 관련성이 크다. 테슬라가 자사 모델에 탑재하려고 하는 4680 배터리는 기존 원통형의 한계를 극복한 제품이다. 성능도 뛰어나고 가격 경쟁력도 있어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주목된다. 현재 기술 개발 막바지 단계에 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모두 테슬라에 4680 배터리를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LFP에 대한 미묘한 기류 변화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배터리에 대한 미묘한 기류 변화도 엿보였다. 그동안 삼원계(NCM)에 집중해왔던 국내 배터리 3사는 시장 내 급격히 점유율을 키우고 있는 LFP 배터리 개발에 대한 요구를 받아왔었다. 한때 “낮은 에너지 밀도로 시장 확대는 제한적”이라고 잘라 말하기도 했으나, 이번 컨퍼런스콜에서는 다소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됐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보급형 제품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어 LFP 배터리 기술도 개발하고자 한다”면서 “관련 특허를 100여개 이상 확보하고 있으며 스태킹 방식으로 에너지 밀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 내년부터는 중국 남경 생산라인을 LFP 라인으로 전환할 예정이고, 2024년 미국 미시간 라인에서도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했다.통상 ‘저렴한 대신 에너지 밀도가 낮다’는 평가를 들어왔던 LFP 배터리는 주로 중국 회사들이 생산한다. 삼원계에 집중했던 국내 배터리 회사들과는 각을 세워오며 양극재를 둘러싼 ‘한중전’ 양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급성장하는 내수를 기반으로 중국산 LFP 배터리는 2019년 23%에 머물다 올 1분기 41%까지 폭증하기도 했다.(SNE리서치) 테슬라를 시작으로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BMW 등 유수의 글로벌 완성차들이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LFP 배터리를 속속 탑재하고 있다. 하반기엔 나아질까…반도체 수급난 개선 관건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은 배터리 회사에도 타격이다. 차량 출고가 지연되며, 기대했던 만큼의 매출을 일으키지 못해서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주춤했던 것도, SK온의 적자 폭이 확대된 것도 대개 이런 이유다. 하반기에는 반도체 사정이 다소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런 이유에서 올해 매출 목표치를 종전 19조 2000억원에서 22조원으로 올려잡기도 했다.4분기 흑자전환을 목표로 했던 SK온도 “목표를 유지한다”면서 “상반기에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과 동력비 상승 영향으로 손실이 커졌지만 하반기에는 경영 환경이 우호적으로 개선되고 공장의 생산능력도 증가하며 원재료 가격도 안정되는 등 수익성 개선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편집자주: 전기차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제 ‘태동기’라고 할 수 있는 이 시장에는 여러 기대와 불안, 기회와 좌절이 교차합니다. 배터리 소재부터 완성차에 이르기까지 전기차 산업을 색다른 시각으로 전하는 [오경진의 전기차 오디세이]를 서울신문 온·오프라인에 연재합니다.
  • [나와, 현장] 공장의 빛, 노동 개혁의 그림자/오경진 산업부 기자

    [나와, 현장] 공장의 빛, 노동 개혁의 그림자/오경진 산업부 기자

    “당연히 불 꺼버리죠. 사람도 없는데요.” 일주일 전 취재차 찾은 지방의 한 제조업 공장에서다. 공장장은 최근 도입했다는 자동화 시스템에 대해 한참을 자랑했다. 생산은 물론 화재 같은 돌발상황까지 알아서 학습한단다. 필요한 인력을 4명이나 줄인 공로로 사장님한테 상도 받았다고 했다. 60% 언저리인 자동화율을 8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도 전했다. 그런 그에게 대뜸 “사람이 없을 땐 공장 불을 끄나요”라고 물었다. 공장장은 ‘당연한 걸 왜 묻지’ 하는 표정이었다. ‘불 꺼진 공장’을 떠올렸다. 전기를 아껴서 좋겠다는 차원은 아니었다. 자동로봇이 촘촘히 들어선 그곳에 더는 사람이 설 자리는 없을 거란 생각을 했다. 실제로 세계 유수의 제조사들은 공장을 완전히 소등시키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제 어두운 공장은 ‘생산이 멈춘 공장’이 아니다. 사람 없이도 끊임없이 돌아가며 제품을 찍어내는, 자본주의 궁극의 기술 혁신을 상징한다. 감원 칼바람은 벌써 불고 있다. 특히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생산의 문법이 정반대로 뒤집힌 완성차 업계가 대표적이다. “경제 전망이 어둡다”는 최고경영자(CEO) 발언 이후 별안간 정규직을 10% 줄인다는 테슬라와 ‘전기차 투자 확대’를 위해 8000명을 해고하겠다는 포드. 과격한 전동화 전환 속 고용을 보장받거나(현대차·BMW), CEO를 갈아치울 수 있는(폭스바겐) 건 그나마 노조의 입김이 남은 한국과 독일의 특수한 경우다. “고용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고 있다. 노동자들이 더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질서를 대변하는 세력이라 자처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경제사학자 아론 베나나브는 저서 ‘자동화와 노동의 미래’에서 이렇게 경고한다. 기술 발전과 과잉생산, 불황 그리고 ‘노동 저(低)수요’로 이어지는 자본주의 모순의 고리는 점점 단단해져만 간다. 그래서일까. 화물연대부터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까지, 경기침체를 맞는 올해 곳곳에서 벌어진 파업들엔 처절한 독기(毒氣)가 서려 있었다. 조명이 사라진 어두운 공장엔 ‘노동 개혁’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무한경쟁 글로벌 사회에선 노동법도 경쟁한다”는 ‘글로벌 스탠더드’의 논리로 무장한 윤석열 정부의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얼마 전 출범했다. 그들이 내놓을 결론이 궁금하다. 아니, 어쩌면 답은 이미 정해져 있을지도 모른다. 혈혈단신 선박의 진수를 막았던 하청노동자가 22년간 조선소에서 일하고도 200만원 언저리 월급을 받았다는 사실은 쉬이 무시되며, 오로지 “불법” 운운하는 권력자의 으름장만이 공명하는 이 땅에서 말이다.
  • 도로 위 시한폭탄?…불날까 불안한 전기차, 올바른 대응방안은[전기차 오디세이]

    도로 위 시한폭탄?…불날까 불안한 전기차, 올바른 대응방안은[전기차 오디세이]

    “이 영상은 성능시험 장면입니다. 모든 배터리가 이렇다는 건 아니니 감안하고 보세요.” 전기차 배터리의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해 소금물에 집어넣는 ‘액중 투입’ 시험 장면. 배터리에서는 이내 폭발음과 함께 불꽃이 튀더니 양쪽으로 화염이 치솟았다. 충격적인 건 소금물 안에서도 화염은 꺼지지 않고 계속 타올랐다는 점이다. 배터리 화재 원인 중 하나인 ‘열폭주’ 이후 이어지는 ‘열전이’ 현상이다. 전기차 화재가 빠르게 진화되지 않고 소방관들의 애를 먹이는 이유다.21일 ‘전기차, 왜 자꾸 불이 날까?’라는 주제로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심포지엄에서 이광범 법무법인 세종 고문은 이런 영상을 공개했다. 이날 전기차 화재 사고 사례와 대응 방안을 발표한 이 고문은 “현재 열폭주 이후 열전이를 차단하는 기술은 없다”면서도 “최소한의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해 열전이를 지연하는 기술이라도 속히 개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열폭주와 열전이…“신고할 땐 반드시 ‘전기차 화재’로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자동차 화재는 연간 약 5000건 정도 발생한 데 비해 전기차 화재는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최근 5년간 총 45건에 그친다(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실). 대부분 화재 사고는 내연기관차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소비자에게 더 민감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새로운 탈 것’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송지현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중대사고조사처장은 “전기차의 화재 빈도는 낮지만, 파급효과가 크다”면서 “앞으로 전기차 산업이 급성장하는 만큼 안전 기준을 더 가혹하게 세우는 동시에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 기능을 지금보다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터리 화재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 열폭주와 열전이 현상은 열에 취약한 내부의 특정 부분에서 최초 발화가 시작된 뒤 순식간에 온도가 1000도 이상 치솟으며(열폭주) 다른 부품으로 번지는(열전이) 현상을 뜻한다. 이 때문에 화재 이후 소방관들이 출동해도 불을 끄기 쉽지 않고, 완전히 진압됐다고 생각됐으나 며칠 뒤 차량 보관소 같은 곳에서 다시 불이 나기도 한다. 이광범 고문은 “열폭주에 따른 전기차 화재는 진압이 어렵기 때문에 신고할 때 반드시 ‘전기차 화재’라고 명시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향후 배터리 안전성 시험에 열폭주 평가항목을 신설하는 등 별도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충전량은 20~80% 유지·한 달에 한 번 완속 충전 필수 차주가 평소 지켜야 할 것은 없을까. 김용원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는 “전기차를 안전하게 오래 사용하기 위해서 충전량은 20~80% 사이를 유지해줘야 한다”면서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완속으로 충전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는 전기차에 탑재된 리튬이온 팩이 여러 셀로 이뤄져 있어 충전하는 과정에서 급속하게 충·방전 시키면 각 셀마다 뷸균형이 발생돼 성능이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해서다. 이에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그렇다고 전기차를 마치 탱크처럼 만드는 것은 비용도 비싸고 사회 전반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안정성이 있다고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마케팅, 영업, 홍보 등에서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완충 비율을 85% 내외로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 향후 충전 인프라 보급이 폭넓게 이뤄진다면 크게 불편하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편집자주: 전기차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제 ‘태동기’라고 할 수 있는 이 시장에는 여러 기대와 불안, 기회와 좌절이 교차합니다. 배터리 소재부터 완성차에 이르기까지 전기차 산업을 색다른 시각으로 전하는 [오경진의 전기차 오디세이]를 서울신문 온·오프라인에 연재합니다.
  • 2억원짜리 ‘아이언맨 전기차’…아우디의 전동화, 獨 3사 전망은[전기차 오디세이]

    2억원짜리 ‘아이언맨 전기차’…아우디의 전동화, 獨 3사 전망은[전기차 오디세이]

    ‘아이언맨 전기차.’ 아우디의 ‘RS e-트론 GT’를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이다.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를 연기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시사회에 타고 등장하며 화제가 됐었다. 국내에는 지난해 12월 출시됐다. 아우디코리아의 초청으로 지난달 30일 시승할 기회를 얻었다. 가격은 2억원. 운전대를 잡은 손이 벌벌 떨리기 시작했다. 경이로운 단단함…빗길에서도 안정감 있는 질주 ‘경이롭다’는 말이면 충분할까. 묵직하다 못해 ‘딱딱하다’는 느낌이 드는 핸들과 가속페달, 브레이크의 조화는 장맛비로 축축해진 도로 위에서도 안정감이 있었다. 경기 평택항에서 서울 강남 아우디 본사까지 약 82㎞를 달렸다. 도로 사정상 차의 성능을 온전히 느끼긴 역부족. 다만, 시속 150㎞로 질주하는 차에서는 작은 흔들림도 느껴지지 않았다.아우디가 이 차량에 부여하는 의미는 작지 않다. 아우디는 보도자료에서 “우리가 제시하는 지속가능한 모빌리티의 미래를 가장 잘 보여주는 4도어 쿠페”라고 치켜세웠다. 아우디의 고성능 브랜드 ‘RS’에서 내놓은 최초의 순수전기차다. 차량 전후방 전기모터가 두 대나 장착돼 있다. ‘제로백’은 3.6초. 최대 출력 646마력, 최대 토크 84.7㎏·m로 강력한 힘을 자랑한다. LG에너지솔루션의 93.4㎾h 용량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탑재, 1회 충전 시 336㎞를 달린다. 포르쉐의 전기차 타이칸과 같은 플랫폼을 공유한다. 전동화 시대엔 獨 3사 만년 3위 꼬리표 뗄까 잘 알려진 것처럼 아우디는 메르세데스벤츠, BMW와 함께 독일의 자동차 산업을 상징하는 프리미엄 브랜드다. ‘e-트론’을 앞세운 아우디는 “독일 3사 중 전동화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203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금지하는 유럽연합(EU)의 방침에 대다수 완성차 회사의 반응이 “너무 급하다”였던 것과 달리, 아우디는 “충분하다”며 여유를 보인다. 아우디 최고경영자(CEO) 마르쿠스 듀스만은 “2026년부터 순수전기차 모델만 출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완전한 전동화 시점을 2030년으로 잡은 벤츠, BMW보다 4년이나 앞선 것이다. 특히 BMW의 올리버 집세 회장은 “완전한 전동화는 신중해야 한다”며 ‘속도조절론’을 시사한 바 있는데, 이와는 정반대 행보다. 이는 모기업인 폭스바겐그룹과 보조를 맞추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폭스바겐그룹은 전통 완성차 회사 중 전동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곳이다. 블룸버그는 “글로벌 전기차 산업에서 폭스바겐과 테슬라의 경쟁 구도가 굳어지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1등 전기차’ 테슬라의 거의 유일한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다. 헤르베르트 디스 폭스바겐그룹 CEO는 “전기차뿐만 아니라 배터리 생산과 충전망, 소프트웨어 전 과정에 걸쳐 진전을 보이고 있다”면서 “수개월 내 테슬라와의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 바 있다. 폭스바겐그룹은 2026년까지 전기차 개발 및 생산에 520억 유로(약 70조 55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편집자주: 전기차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제 ‘태동기’라고 할 수 있는 이 시장에는 여러 기대와 불안, 기회와 좌절이 교차합니다. 배터리 소재부터 완성차에 이르기까지 전기차 산업을 색다른 시각으로 전하는 [오경진의 전기차 오디세이]를 서울신문 온·오프라인에 연재합니다.
  • “중국산 배터리 장착하고 씽씽”…‘친환경 올인’, 편안한 SUV[전기차 오디세이·시승기]

    “중국산 배터리 장착하고 씽씽”…‘친환경 올인’, 편안한 SUV[전기차 오디세이·시승기]

    오래 몰았던 차처럼 편안하다. 전기차 특유의 ‘회생제동’도 거부감이 없었다. 가성비도 나쁘지 않은 편. 다만 같은 그룹사 브랜드 내 ‘아이오닉5’, ‘EV6’와 같이 훌륭한 대안들을 뛰어넘을 한방은 찾기 어려웠다. 지난 15일 기아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니로 EV 미디어 시승회에 참석해 경기 하남시에서 가평까지 왕복으로 100㎞ 정도를 운전했다. 앞서 하이브리드 버전으로 출시됐던 3세대 니로의 순수 전기차 버전으로 외관, 인테리어는 다른 점이 없다. 콘셉트카 ‘하바니로’를 계승한 유니크한 디자인과 전체적으로 균형이 잡힌 단단한 차체는 나무랄 곳이 없었다. 내장 곳곳 친환경 소재를 활용하는 등 지속가능성을 신경 쓴 부분도 돋보인다.‘전기차 명가’ 현대차그룹다운 편안함 전체적으로 주행은 무난했다. 코너링 시 ‘롤링’(좌우 흔들림)이 다소 있었으나, 심한 수준은 아니었다. 편안한 회생제동 시스템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었다. 내연기관에 익숙한 운전자가 처음 전기차를 몰면 가장 이질감을 느끼는 부분인데, 니로 EV 회생제동은 상당히 부드러웠다. 회생제동의 강도는 부드러움과 보통, 강함 세 가지로 정할 수 있다. ‘부드러움’은 물론, ‘강함’으로 설정해도 크게 부담이 없었다. 니로 EV에는 스마트 회생제동 시스템 2.0이 장착돼 있다. 전방의 교통흐름과 내비게이션 상 지도 정보, 운전자의 감속 패턴 정보를 이용해 회생제동량을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기능이 담겨 있다. 가속페달만을 이용해 가속, 감속, 정차까지 가능한 ‘인텔리전트페달’ 모드도 적용됐다. 중국산 배터리… 왜?중국산 배터리가 탑재됐다. 세계 1위 배터리 회사인 중국 CATL의 배터리가 들어갔다고 한다. “공급사를 다각화하는 차원”이라는 게 기아의 설명. 64.8㎾h의 고전압 배터리로, 같은 브랜드 내 EV6에 들어가는 배터리(77.4㎾h)보다는 크기가 다소 작다. 그럼에도 1회 충전시 주행거리는 401㎞로 상당히 넉넉하다. 설계를 통해 주행 저항을 최대한 낮춘 결과라고 한다. 인증받은 복합전비는 5.3㎞/㎾h인데, 기자가 이날 100㎞ 정도 달려보니 6~7㎞/㎾h에 가까운 전비가 찍히기도 했다.애매하지 않을까 니로 EV는 ‘에어’와 ‘어스’ 두 가지 트림으로 출시된다. 에어 4852만원, 어스 5133만원으로 이는 전기차 세제혜택을 아직 적용하지 않은 가격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현대차그룹의 위상을 드높인 전용 플랫폼(E-GMP)이 적용된 차가 아니라는 점은 아쉽다. 신형 니로 하이브리드와 같은 3세대 플랫폼이 적용돼, 1세대 니로 EV보다 사이즈가 커지긴 했으나(전장 +45㎜·축간거리 +20㎜·전폭 +20㎜ 등) 고객들이 아이오닉5나 EV6에서 기대할 수 있는 널찍한 실내 공간감은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 차들보다 구매했을 때 빨리 출고되는 것도 아니다. 지난달 사전계약을 시작했으나, 올해 안에 받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편집자주: 전기차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제 ‘태동기’라고 할 수 있는 이 시장에는 여러 기대와 불안, 기회와 좌절이 교차합니다. 배터리 소재부터 완성차에 이르기까지 전기차 산업을 색다른 시각으로 전하는 [오경진의 전기차 오디세이]를 서울신문 온라인에 연재합니다.
  • “아이오닉 받고 포드 라이트닝 더”…SK온의 이유 있는 독주[오경진의 전기차 오디세이]

    “아이오닉 받고 포드 라이트닝 더”…SK온의 이유 있는 독주[오경진의 전기차 오디세이]

    배터리 3사 글로벌 점유율 분석SK만 오르고 LG·삼성 떨어지고현대차 선전에 전량 공급 영향포드 야심작 ‘F150-라이트닝’ 기대“중국 침투 가속화, 고객 지켜라”한국산 배터리의 점유율이 크게 떨어지면서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막강한 공세를 펼치는 중국에게 주도권을 아예 빼앗길 거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 가운데 유일하게 점유율을 키운 회사가 있다. SK온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원통형 호실적 축배’는 점유율 확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3일 SNE리서치가 집계한 올해 1~4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보고서를 보면 SK온은 세계 시장 점유율을 지난해 5.4%에서 올해 7.0%까지 끌어올렸다. 일본의 파나소닉(10.8%)에 이어 세계 5위다. 반면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은 22.9%에서 14.9%로, 삼성SDI는 5.8%에서 4.0%로 각각 떨어졌다. 지난 1분기 실적 발표 때와는 묘하게 다른 분위기다. 당시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호실적에 웃었던 반면, SK온은 혼자서 부진한 실적을 냈었다. 당시 엇갈린 실적의 핵심 요인으로 ‘원통형 배터리’가 지목됐다. 원통형 배터리를 만드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서도 수익성을 지켰지만, ‘파우치형’ 위주인 SK온은 그러지 못했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그러나 점유율 차원에서는 전혀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는 시장이 커진 만큼 경쟁도 치열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를 중심으로 한 원통형 배터리의 수요는 앞으로도 건재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제는 이 시장이 ‘K배터리’만을 위한 독무대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세계 배터리 시장을 양분하는 중국의 공세 탓이다. 세계 1위 배터리 기업인 CATL은 얼마 전 2025년부터 양산될 BMW 신형 전기차에 들어갈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규 고객사 확보를 위해 ‘적진’인 북미에도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BMW 원통형 수주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고마운 현대차, 기대되는 포드‘다른 길’을 걸었던 SK온의 ‘점유율 독주’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선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주도로 전동화 전환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회사의 핵심 전략 모델인 ‘아이오닉5’와 ‘EV6’가 시장의 판도를 바꿀 만큼 빼어난 활약을 하고 있어서다. 세계 각국에서 ‘올해의 차’로 선정되는 등 공신력 있는 상을 휩쓸면서 판매도 자연스레 늘었다. 이에 따라 두 차종에 배터리를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SK온의 납품량도 덩달아 크게 늘었다. SK온의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1%나 급성장했다. 포드의 야심작 ‘F150 라이트닝’에 거는 기대가 크다. SK온의 배터리가 탑재되는 F150 라이트닝은 지난 4월 말부터 판매가 시작됐는데, 사전예약만 20만대에 이른다고 한다. ‘픽업트럭의 성지’인 미국 시장에서 지난 40년간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한 포드의 ‘F150’의 순수 전기차 버전으로 가격도 4만 달러(약 4974만원)부터 시작해 저렴한 편이다. 견인력 4.5t에 최고출력은 563마력으로 “포드 역사상 가장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트림에 따라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370~515㎞다. 포드는 예상 외 인기에 연간 생산목표를 기존 4만대에서 15만대까지 확대했다.업계 관계자는 “경쟁이 격화되는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기존 고객을 지키는 일인데,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SK온의 전략이 맞아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면서 “앞으로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중국산 배터리에 대응할 품질과 가성비를 확보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편집자주: 전기차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제 ‘태동기’라고 할 수 있는 이 시장에는 여러 기대와 불안, 기회와 좌절이 교차합니다. 배터리 소재부터 완성차에 이르기까지 전기차 산업을 색다른 시각으로 전하는 [오경진의 전기차 오디세이]를 서울신문 온라인에 연재합니다.
  • [나와, 현장] 소금호수와 홍학을 위한 기도/오경진 산업부 기자

    [나와, 현장] 소금호수와 홍학을 위한 기도/오경진 산업부 기자

    “홍학들이 짝짓기를 멈췄다.” 최근 영국왕립학회보에 논쟁적인 논문이 실렸다. 제목은 ‘기후변화와 리튬채굴이 남아메리카 홍학 개체수에 미치는 영향’. 칠레 아타카마 사막 소금호수의 홍학 생태계를 조사한 연구진은 지난 10년간 이들의 수가 10% 이상 줄었다는 걸 확인했다. 논문에 따르면 리튬을 생산하기 위해 대량의 지하수가 필요한데, 이곳 광산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물을 끌어다 쓰면서 홍학 서식지의 면적이 크게 쪼그라들었다. 극한의 환경으로 내몰린 홍학들은 결국 번식을 포기했다. 미국 미네소타주 타마락 광산 황산니켈 채굴사업을 두고서도 비판이 거세다. 황화물이 함유된 광석을 제련할 때 생성되는 독성 물질이 이곳 원주민 보호구역에 피해를 줄 거라는 우려다. 네바다주에서는 니켈을 캐려는 광산회사와 “조상들의 유골을 훼손할 수 없다”는 원주민 사이의 소송전도 한창이다. 세계 생산량의 60%를 책임지는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 코발트 광산에서 공공연히 벌어지는 아동 노동 착취는 과연 지금이 21세기가 맞는지 반문케 한다. 세계 각국이 확보하고자 혈안인 리튬·니켈·코발트를 둘러싼 장면들이다. 우리는 지금껏 이 광물들을 많이 확보할수록, 그것으로 전기차를 더 많이 만들어 낼수록 지구에 이로울 것이라고 믿었지만, 실상은 달랐다. 이런 노력이 도리어 환경과 공동체에 부담을 지우는 지독한 아이러니는 우리를 새로운 고민에 빠뜨리고 있다. 친환경이 ‘비즈니스’가 된 데에는 기술의 진보를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은 인류의 ‘맹목’이 자리하고 있다. 이제 정반대의 사유가 필요한데도, 우리의 지향점은 아직 ‘얼마나 많은 전기차를 생산할지’에 머무르고 있다. 급진적인 목표 아래 ‘돌격 앞으로’만 외치고 있는 것이다. “계획들은 이미 다 있었어요. 숫자만 대충 짜깁기해 언제 풀어놓느냐의 문제였죠.” 한 대기업 임원은 최근 재계가 새 정부 출범 후 선언한 ‘1000조원 투자’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그래서일까. 삼성, SK, 현대차 등 10대 그룹이 내놓은 보도자료에는 추상적인 미래만 있을 뿐, 그 어디에도 ‘과정과 방법’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드러나지 않는다. 독일은 배터리 생산 전 과정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배터리패스’ 제도를 고민 중이다. 폐배터리에서 광물을 추출해 재활용하는 산업을 육성하자는 전문가들의 제안도 일리가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발상의 전환이다. 여기저기 공장을 짓는 것만큼이나 번식할 의지를 잃은 소금호수의 홍학들을 가엾게 여기는 생태적 상상력. 여기서 우리는 산업화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을 힌트를 얻을 수 있다.
  • “한 단계 더 ‘업’… 진화 아닌 완벽하게 새로 태어나”

    “기존작과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진화나 계승이 아닌, 완벽하게 새로 태어났다는 의미입니다.” 지난달 31일 미국 텍사스에서 열린 ‘올 뉴 2022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포바이이)’ 국제 미디어 시승식에서 만난 그렉 하웰(사진) 지프 수석 디자이너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새로 출시하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그랜드 체로키 4xe’가 이전 내연기관 모델과의 연속선상에서 벗어나 있다는 선언이었다. “이 표시 덕분에 누구나 쉽게 이 차가 전동화 모델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차량 곳곳 파란색으로 강조된 지점들이 있다. 전면부 그릴 밑에 있는 ‘토우호크’(견인고리)가 대표적이다. 충전구와 트렁크 등 차량에 붙은 배지도 모두 파란색으로 장식돼 있다. 이전 그랜드 체로키와 가장 크게 구분되는 지점인 동시에, 친환경을 표방하는 하이브리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표시다. 공기역학적 설계를 새롭게 하는 데 가장 큰 공을 들였다고 그는 전했다. 낮아진 루프라인과 전면부의 신형 액티브 그릴 셔터, 전륜의 휠 덮개 등이 주행 시 공기 저항을 줄여 줘 연비 개선에 도움을 준다. 그렉 하웰은 “이런 설계를 완성하기 위해 엔지니어들과 바람이 나오는 터널에서 모형을 만들고, 그것을 스캔하고 다시 컴퓨터로 옮기는 작업을 반복했다”면서 “이미 기본기가 아주 탄탄하고 완벽한 모델인 그랜드 체로키를 한 단계 더 끌어올려야 한다는 점이 가장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그는 전동화 이후 지프가 좀더 대중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연료의 효율성이 좋아진 만큼 장거리를 많이 다니는 고객들에게 매력적일 것”이라면서 “여러 트림을 통해 다양한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선택지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프는 이제 더이상 ‘오프로드 마니아’들만을 위한 차가 아니다”라면서 “전동화 모델 출시 이후 우리는 더 많은 고객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텍사스 오경진 기자
  • 지프 두 번째 하이브리드… 30도 경사 돌산 주저 없이 올라가

    오스틴 도심에서 90마일(약 145㎞) 정도 떨어진 ‘잉크스 목장’까지 주행하며 ‘온로드’(일반도로) 감각을 느껴 봤다. ‘하이브리드답게’ 정숙했으며, ‘지프답지 않게’ 부드러웠다. 그러면서도 묵직하고 단단한 ‘지프차’ 본연의 감성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1열은 물론 2열까지 플래그십 모델다운 넉넉한 크기였다. 대형 픽업트럭이 즐비한 미국의 도로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그야말로 ‘도로를 꽉 채우며’ 달렸다. 전장 4190㎜, 전폭 2150㎜, 휠베이스 2964㎜다. 시승식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오프로드였다. 잉크스 목장은 ‘목장’이라는 단어가 무색하게도 돌과 샛노란 흙먼지가 가득한 곳이었다. 휑한 돌산에 과연 자동차가 달릴 공간이 있을까, 의심이 들던 차 바로 오프로드 주행이 시작됐다. ‘이보시오. 여길 어떻게 차로 지나갑니까.’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가파른 암반 앞에서 나아가길 머뭇거렸다. 그러자 안내요원은 웃으면서 ‘엄지 척’ 했다. 괜찮으니 액셀을 밟으라는 뜻이었다. 천천히 페달을 누르자 차는 꿀렁꿀렁 돌 위를 기어 올라갔다. 계기판에 찍힌 각도는 30도를 넘나들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차가 오른쪽으로 기울어졌다. 고개까지 확 젖혀질 만큼 경사가 심했다. 당장에라도 옆으로 넘어질 것 같았지만, 안내요원은 연신 엄지만 꺼내 들었다. 그렇게 30여분간 진땀 나는 오프로드 코스가 끝났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차로 우리나라 어디를 가도 걸리거나 넘어질 일은 없겠다.’ 시승이 끝나고 든 생각이었다. 그랜드 체로키 4xe는 진입각 최대 36도로 가파른 경사까지 진입할 수 있다. 떨어지지 않는 각도를 뜻하는 램프각은 24도, 코스를 빠져나오는 이탈각은 30도까지 지원한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도로 위에서의 경제성이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에서 무시무시한 연비를 자랑하는 미국 자동차는 ‘부의 상징’ 또는 ‘사치’로 치부되곤 했다. 하이브리드 엔진을 장착한 그랜드 체로키 4xe는 지금껏 미국 자동차에 씌워진 편견을 비켜 간다. 순수 전기만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는 40㎞, 엔진까지 통합 주행거리는 756㎞에 이른다. 연비는 무려 ℓ당 23.8㎞로, 국내에 이미 출시된 ‘그랜드 체로키 L’(ℓ당 7.7㎞)의 3배가 넘는다. 그랜드 체로키에는 지프의 특별한 열망이 담겨 있다. 브랜드를 상징하는 ‘플래그십’ 모델이라는 점 외에도 지난 30여년간 사랑받으며 지프의 정체성을 만들어 온 차종이어서다. 1세대 그랜드 체로키는 1993년 출시됐다. 전 세계에서 지금껏 팔린 그랜드 체로키의 수는 700만대가 넘는다. 이번 그랜드 체로키 4xe는 지난해 말 출시된 그랜드 체로키 L과 같이 5세대에 속하며, 직선과 사선을 많이 사용해 ‘강인함과 우아함’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상어를 연상케 하는 전면부의 ‘샤크노즈’가 인상적이다. 모델명 뒤에 붙은 ‘4xe’는 지프의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가리킨다. 이번 그랜드 체로키 4xe는 지난해 출시된 ‘랭글러 4xe’에 이은 지프의 두 번째 하이브리드 차종이다. 타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전동화 전환을 꾀하는 지프에 하이브리드 모델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내연기관 시절 경쟁력을 전기차 시대에서도 발휘할 수 있도록 이어 주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어서다. 앞서 지프의 모기업인 스텔란티스는 “내년 지프의 최초 순수 전기 SUV를 공개할 것”이라면서 “2025년까지 모든 라인업의 순수 전기차 버전을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제프 엘스워스 지프 글로벌 제품 마케팅 총괄은 “지프의 전동화는 쉽게 사그라드는 유행이 아니라 브랜드를 이루는 핵심 가치인 자유와 모험, 열정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텍사스 오경진 기자 건조한 날씨에 따가운 햇볕. 3월의 텍사스는 초여름이었다. 거리에 마스크를 쓴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다. 도시는 이미 코로나19를 잊은 듯했다. 주도(主都) 오스틴을 벗어나 외곽의 한 목장을 찾아가는 길, 넓게 펼쳐진 사막은 텅 비어 황량했다. 도로 한가운데 누워 뙤약볕을 즐기는 검은 소들이 달리는 차를 종종 멈추게 했다. 드문드문 보이는 길섶의 키 작고 둥근 선인장들이 여기가 텍사스임을 상기시키곤 했다. 지난달 31일 미국 텍사스에서 ‘올 뉴 2022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포바이이)’ 국제 미디어 시승식이 열렸다. 한국을 비롯한 독일, 일본, 이탈리아 등 다양한 국가의 매체들이 참석했다. 시승차는 지프의 준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그랜드 체로키’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버전이다. 올해 초 미국에서 먼저 출시됐고, 국내에도 연말까지 선보일 계획이다.
  • [나와, 현장] 2022: 뉴스페이스 오디세이/오경진 산업부 기자

    [나와, 현장] 2022: 뉴스페이스 오디세이/오경진 산업부 기자

    상업화된 우주 ‘뉴스페이스’는 기업은 물론 인류에게도 큰 전환점이다. 지구 저궤도에 작은 군집위성을 쏴 더 빠른 인터넷을 서비스한다.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에서처럼 우주 쓰레기를 치우는 사업도 가능하다. 달에서 희귀한 광물을 캐오는 프로젝트도 곧 시작된다. 민간인의 우주여행도 점차 대중화될 것이다. 모건스탠리가 예측한 2040년 세계 우주산업 시장 규모는 약 1000조원. 광막한 우주에 거나한 돈잔치가 펼쳐질 전망이다. 우리도 이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얼마 전 열린 국내 한 우주산업 세미나에 참석했다. 기대와 달리 장밋빛 전망은 없었다. 전문가 누구도 “한국의 뉴스페이스가 가능하다”고 확신하지 못했다. 한 원로학자는 한숨을 쉬며 “뉴스페이스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뜨끔하다”고 고백했다. 화려한 잔치에 우리를 위한 자리는 없을 거라는 직감 때문일 것이다. 지난 20년간 우주산업에 베팅한 각국 민간 투자자의 수를 보면 미국이 538곳으로 압도적이다. ‘우주굴기’ 중국은 136곳, 일본이 107곳이다. 심지어 인도도 37곳으로 우주강국에 속한다. 우리는 많아야 5곳 정도. 한국항공우주산업(KAI)·한화시스템·LIG넥스원·현대로템 등 방산회사들이 국내 생태계를 주도하고 있지만, 힘에 부친다. 유의미한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한 국내 우주 스타트업은 한 손이면 다 꼽고도 남는다.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우주가 정치와 행정의 수단으로 쓰여서는 한국을 위한 뉴스페이스는 없다”고 경고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국방과학연구소 등 그간 ‘올드스페이스’를 주도한 기관들이 지식과 노하우를 독점하는 구조를 깨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직의 이익과 논리를 내려놓고 원천기술을 민간에 과감히 이양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구조가 이어지는 한, 국내 뉴스페이스 기업들은 언제까지나 정부의 전시행정을 위한 들러리에 머무를 것이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는 인류의 퀀텀점프를 이끈 외계의 돌 ‘모놀리스’가 등장한다. 문명의 지식을 전수하는 초월적 힘을 지닌 이 돌 덕에 인간은 도구를 손에 쥐었고, 달을 지나 목성까지 여행했으며, 인공지능과의 대결에서도 승리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우주강국 도약을 위한 ‘항공우주청’ 설립을 약속했다. 우주는 무한한 가능성이다. 그 안에서 작은 자리라도 차지하려면 흔들림 없이 ‘우주대계’를 그려 갈 독립적인 거버넌스가 요구된다. 그것이 볼품없는 토양에서도 우주를 향해 불꽃을 틔우는 우리 기업과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새 정부의 공약이 한국의 뉴스페이스 여정을 위한 모놀리스가 되길 기대한다.
  • [나와, 현장] 중대재해처벌법의 문지기들/오경진 산업부 기자

    [나와, 현장] 중대재해처벌법의 문지기들/오경진 산업부 기자

    “들어갈 테면 그렇게 해봐. 다만 제일 말단에 불과한 나도 힘이 세다는 걸 명심하게. 문을 지날수록 더 강력한 문지기들이 있어. 나조차도 세 번째 문지기를 보면 견딜 수 없을 정도라니까.” ‘법’으로 들어가려는 시골 사람을 막아선 문지기는 이렇게 말한다. 금지에 주저하며 평생을 법 앞에서 서성인 그는 결국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프란츠 카프카의 장편 ‘소송’에 삽입된 짧은 이야기 ‘법 앞에서’는 현대인의 허무한 악몽을 표상한다. 제정 전에도, 시행 후에도 한결같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연일 논란이다. 사업장에서 중대한 재해가 발생했을 때 ‘경영 책임자’를 처벌토록 했다. 칼의 끝이 책임자를 겨누니, 기업들도 바빠졌다. 안전을 전담할 조직을 갖추고 수백억 투자를 늘린다는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바뀌는 게 있으니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까.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 중대재해법 2조에서 말하는 경영 책임자의 정의다. 핵심은 안전관리 예산·조직 등에 관한 ‘결정권’이다. 법은 “결정할 수 있는 자가 책임도 져야 한다”고 말한다. 정수 대신 꼼수. 기업은 책임 소재를 복잡하게 흩트리는 것으로 이에 응수한다. 별안간 신사업에 나서겠다며 멀쩡한 회사를 지주사 체제로 바꾼다. 회사의 안전 정책을 총괄할 최고안전책임자(CSO)를 내세워 전권을 맡기기도 한다. 이런 조치로 기업의 총수가 수사를 완벽하게 피할 수 있을지는 법조계에서도 갑론을박, 하지만 수세에 몰린 회장님으로서는 충분히 써볼 만한 카드다. 어떻게든 떠넘길 여지가 있으니 말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재계 관계자는 “CSO는 사실상 회장님을 지키는 ‘몸빵’”이라면서 “언제, 얼마만큼의 책임을 져야 할지 모르지만 일단 울며 겨자 먹기로 맡게 된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앞으로 두둑한 수임료를 챙길 대형 로펌이 복잡한 법의 승리자다. 이들은 벌써 고용노동부와 경찰의 전관을 비롯한 산업안전 전문가들의 진용을 갖추고 다급해진 회장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로 흘러갈 천문학적 금액이 진작 현장의 낡은 설비를 개선하는 데 쓰였다면, 아까운 목숨 하나쯤 더 살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죽은 노동자의 부주의가 사고의 원인이었다는 현장 관리자, 작업을 지시한 적 없다고 발뺌하는 원청, 이들을 변호하는 대형 로펌 변호사들과 ‘회장님 몸빵’을 자처한 안전책임자. 중대재해법에는 이토록 ‘문지기’들이 많다. 삼표산업, 요진건설산업, 여천NCC. 할 일이 많아진 고용부는 과연 저 문지기들을 지나갈 수 있을까.
  • [유통기자의 이건 못 참지] “명품 대신 그림에 투자할래요”… 아트페어로 향한 MZ세대/오경진 기자

    [유통기자의 이건 못 참지] “명품 대신 그림에 투자할래요”… 아트페어로 향한 MZ세대/오경진 기자

    “명품 지르는 것보다 좋아하는 그림을 소장하는 게 더 가치 있다고 느껴져요.” 밀레니얼 세대 직장인 이희진(34·가명)씨는 얼마 전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에 방문했다가 충격을 받았다. 코로나19 시국인데도 현장은 발 디딜 틈 없이 붐볐고, 입장 대기 줄도 무척 길어서다. 지난해부터 갤러리를 찾기 시작했다는 이씨는 요즘 미술 서적을 탐독하며 나름의 ‘안목’을 기르고 있다. 그는 “유명 컬렉터가 될 만큼의 여유는 없지만 알려지지 않은 신진 작가의 그림은 충분히 살 수 있다”면서 “앞으로는 주목받지 못했던 작가들을 직접 발굴하고 싶다”고 말했다. 재테크로서의 미술을 의미하는 ‘아트테크’가 급부상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주도하는 건 미술시장의 새로운 수요층으로 유입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다. 한국화랑협회에 따르면 지난 13~17일 열린 KIAF에서 팔린 미술품 매출액은 약 650억원으로 2019년(310억원)의 2배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방문객 수는 약 8만 8000명으로 2019년보다 7%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방문객 중 상당수가 2030세대였다는 게 현장의 전언이다. 이들은 단순한 관람을 넘어 마음에 드는 작품을 직접 구매하기도 했다. 특수한 부유층만 누리던 취미인 미술품 수집이 대중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전문가들은 “자산을 불리는 데 관심이 많은 MZ세대가 투자 가치는 물론 독특한 취향까지 과시할 수 있는 수단으로 미술품을 바라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 ‘아트투게더’처럼 투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플랫폼도 등장했다. 고가의 미술품의 소유권을 개인이 부담할 수 있는 조각으로 나눠 공동구매를 진행한다. 앞서 편의점 이마트24와 함께 도시락을 사면 작품 소유권 조각을 경품으로 주는 행사로 호응을 얻었다. 백화점 등에 작품을 렌털하고 발생한 수익을 회원들끼리 나눈다. 원매자가 나타나면 찬반 투표로 매각도 진행한다. 김창열의 ‘물방울’은 2억 1753만원에 공동구매가 완료된 뒤 156일 만에 개인 소유자에게 2억 9500만원에 매각되며 35.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은우 아트투게더 대표는 “회원 중 2030세대 비중이 65% 이상이다. 소액투자, 공동구매에 거부감이 없는 젊은 세대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도 ‘아트 비즈니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공간’을 영업 수단으로 삼는 백화점·호텔이 대표적이다. 신세계는 지난 8월 강남점 3층 해외패션 전문관에 120여점의 예술작품 전시 및 판매 공간을 마련했다. 현대백화점도 지난해 2월부터 연간 상·하반기 예술작품을 전시, 판매하는 ‘아트 뮤지엄’을 진행하고 있다. 파라다이스시티, 워커힐호텔리조트 등 유명 호텔이나 리조트도 여유 공간을 갤러리로 활용해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롯데백화점도 지난 6월부터 자체 백화점 갤러리를 전시와 상시 판매 공간으로 탈바꿈한 ‘아트 롯데’를 선보였다. 지난 8월에는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는 ‘롯데 갤러리관’까지 열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당초 설정한 연간 목표를 조기에 달성해 최근 대폭 상향 조정했다”면서 “가격은 수십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지만 온라인에서는 주로 100만원대 작품들이 많이 판매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술품 시장에도 거품 우려는 여전하다. 빠르게 성장하고는 있지만 언제 어떻게 사그라들진 알 수 없다. 그러나 수백년간 이어진 시장인 만큼 평론 등 인프라도 탄탄하고 최근 자금 유입으로 신진들의 경제적 여유도 보장돼 시장 내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모건스탠리, 도이체방크 등 글로벌 금융사들도 내부에 아트 어드바이저팀을 꾸리는 등 성장세에 주목하고 있다. 박민경 글로벌 아트 어드바이저는 “뉴욕에서도 1990년대 급팽창하는 시장에 거품 우려가 나왔지만 이후 어느 국가나 문화권을 막론하고 꾸준히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미술품은 여러 가치가 중첩된 물건으로 꼼꼼한 공부를 통해 안목을 기르고 지식을 쌓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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