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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근대문학의 이정표…‘학지광’을 아시나요

    한국 근대문학의 이정표…‘학지광’을 아시나요

    ‘학지광’은 일제강점기 일본 도쿄 유학생들의 모임인 ‘재일본동경유학생총회’가 발간한 학술·문학 잡지다. ‘학지광’에 실렸던 글이 한국 근대문학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추적하는 학술서 ‘『학지광』과 한국 근대문학’(사진)이 출간됐다. 영문학 연구자인 김욱동 서강대 명예교수가 집필했다. 저자는 ‘학지광’에 실렸던 글 가운데 문학과 관련이 있는 것들을 따로 모아 총 여섯 가지의 장르로 분류했다. 우화·수필·서간문, 시·시조, 단편소설, 단편희곡·극시, 문학이론·비평, 외국문학 번역 등이다. 한국의 근대문학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이 글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동안 잘못 알려져 있었던 문제들도 바로잡는다. ‘학지광’에 실린 글들이 일관된 주제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필자들이 서로 다른 눈으로 다양한 문제를 제기하며 독자들에게 풍부한 관점을 제시하려 노력했다는 점을 살핀다. 20세기 초 서유럽에서 시작된 뒤 일본의 지성계를 주름잡았던 ‘사회진화론’을 두고도 열띤 토론을 벌인다. 근대문학의 오랜 논쟁인 순수문학과 계급문학 사이의 논쟁도 깊이 있게 다루며 식민지 조선 문학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도 책에 소개한다. 영문학자이기도 한 김 교수는 번역문학도 당대의 문학이 발전하는 데 중요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학지광’은 번안의 형태에서 번역에서 벗어나 원문을 직접 번역하는 데도 관심을 기울였다고 한다. 진학문의 러시아문학 번역과 김억의 영문학·불문학 번역 등이 대표적이다.
  • ‘환희’의 그녀들, 벌레의 눈으로 엿보다

    ‘환희’의 그녀들, 벌레의 눈으로 엿보다

    두 여성 간의 욕망·불안치밀하고 독특하게 관찰혐오가 난무하는 세계주고받는 상처와 아픔결국 자신을 지키는 행위 사랑의 완성이 반드시 생식(生殖), 종의 보전이어야만 하는가. 그동안 레즈비언의 욕망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던 작가는 이 질문에 대답하고자 벌레의 시선을 빌리기로 한다. 인간의 이성과 언어가 작동하지 않는 그 지점에서 두 여성의 사랑은 새로운 결실, ‘환희’에 도달한다. 김멜라(41)의 신작 장편소설 ‘환희의 책’은 여러모로 치밀하고 독특하다. 중학교 국어 시간에 배운 지식을 굳이 동원하자면 소설은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쓰였다. 이 관찰자는 인간이 아닌 곤충 셋, 톡토기와 거미 그리고 모기다. 이들은 벌레들 사이에서 ‘비생식 동거 집단’으로 불리는 두 인간 여성 ‘호랑’과 ‘버들’의 사랑을 깊이 들여다본다. 소설은 레즈비언의 일상과 욕망을 탐구한, 벌레들의 재기발랄한 연구서라고도 하겠다. “인간에게 감정이란 무엇인가. 암수딴몸인 그들이 생존과 번식을 위해 개발해 낸 짝짓기 전략 아니었던가. 벌과 꽃등에가 식물의 꽃가루를 암술머리에 묻혀 주듯 인간은 서로가 주고받은 상처와 아픔으로 이어져 관계의 쇠사슬을 끌며 살아간다.”(115쪽) “이 행성의 주인”임을 자처하는 벌레들은 인간을 ‘두발이엄지’로 명명한다. “벌레를 잡으려고 발달한 엄지가 인간 신체의 가장 큰 특징”이기 때문이란다. 상당히 ‘벌레적인’ 관점이라 웃음이 튀어나오는데, 이건 인간이 벌레의 이름을 지을 때도 마찬가지였으리라. 인간을 한 수도 아니고 두 수, 세 수쯤 아래로 보는 벌레들은 인간이 문명을 이루고 만물의 영장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인 ‘이족보행’을 거침없이 조롱한다. “대체 인간은 그 두 발로 걷기 위해 평생 몇 번이나 나자빠진단 말인가?”(11쪽)벌레들의 눈으로 포착한 ‘호랑’과 ‘버들’의 사랑은 자못 격정적이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그 안에 커다란 불안이 도사리고 있음을 독자는 알게 된다. 서로를 탐닉하는 두 여성. 그것은 온갖 폭력과 혐오가 난무하는 세계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행위다. 살을 맞부딪고 있는 순간에도 의문은 계속된다. 우리의 마음은 과연 같을까. 마음을 계량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랑은 본디 도저히 가닿을 수 없는 상대의 심중을 확인하려는, 부질없는 욕심의 연속. ‘호랑’은 ‘버들’에게 “나랑 같이 죽을래?”라는 부질없는 질문을 반복한다. 두 사람이 포개진 방 바깥에는 쉴 새 없이 번개가 내리치고 있다. “느끼려고 한다면 누구나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발밑에서 구석에서 나뭇잎에서 인간들의 따듯한 살 위에서, 끝도 없이 갉작이는 우리의 리듬을. 먼지처럼 부유하는 작은 몸, 물처럼 스미고 빛처럼 굴절하는 우리의 삶을.”(179쪽) 벌레들의 목소리를 취하고는 있지만, 결국 소설은 인간의 언어로 적힌다. 비인간 존재를 전면에 내세우는 ‘인간의 예술’은 이런 자가당착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래도 ‘의인화’는 계속돼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인간은 영영 ‘인간이 아닌 존재’의 생동을 포착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정치철학자 제인 베닛은 저서 ‘생동하는 물질’에서 이렇게 말한다. “의인화는 다양하게 구성된 연합을 형성하는 물질성의 세계를 발견할 감수성을 키워 준다.” 김멜라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인간 필자로서, 벌레들의 음성으로 소설을 쓰는 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그에게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비인간을 사유하고 소설로 쓰는 일이 지독히도 인간적인 일이라는 걸 내내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인간적 관념과 언어화가 한편으론 인간의 좋은 점이라 생각하려 노력했습니다. 인류 역시 자연의 한 부분이고, 우리가 자연을 존중하듯 인간의 특성 또한 계속해 알아가고 존중하는 것이 제가 글로 쓰고 싶은 공존의 모습이니까요. 인간의 시선으로, 인간일 수밖에 없는 몸으로, 나와 다른 존재를 상상해 보는 것. 그것이 소설이 주는 기쁨이자 제가 할 수 있는 글쓰기라 생각합니다.”
  • 美 홀린 ‘토네이도’… 한국 극장가도 휩쓸까

    美 홀린 ‘토네이도’… 한국 극장가도 휩쓸까

    ‘미나리’ 정이삭 감독의 재난영화‘미국적’ 자연재해로 북미서 흥행 인간이 애써 일군 문명을 으스러뜨리는 거대한 자연의 힘 토네이도. 영화는 인간이 여기에 맞서는 것이 가능한지 질문한다. 오는 14일 국내 개봉을 앞둔 ‘트위스터스’는 토네이도와 인간을 통해 자연과 문명의 관계를 되짚어 보도록 하는 재난 블록버스터다.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이 출연했던 영화 ‘미나리’의 정이삭(46) 감독이 연출했고, 할리우드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에 참여했다. 제작진의 이름값은 상당하다. 1996년 개봉 당시 역대 최고의 재난영화라는 평가를 받았던 ‘트위스터’의 속편이다. 뉴욕 기상청에서 일하는 ‘케이트’는 토네이도를 쫓는 연구원이다. 그가 이런 삶을 살게 된 건 대학 시절 토네이도에 맞서다 소중한 사람들을 잃은 탓이다. 그런 그녀에게 옛 친구 ‘하비’가 찾아와 토네이도를 소멸시킬 방법을 제안하고 두 사람은 오클라호마로 향한다. 그리고 두 사람의 여정에 ‘토네이도 카우보이’라고 불리는 인플루언서 ‘타일러’가 합류한다. 거대한 재앙 앞에 담대하게 맞선 이들. 하지만 상대는 생각처럼 만만치 않다. 배우 데이지 에드거존스가 ‘케이트’를, 앤서니 라모스가 ‘하비’를 그리고 할리우드의 떠오르는 스타 배우 글렌 파월이 ‘타일러’를 연기했다. 전 세계 토네이도의 75%가 북미 지역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될 만큼 토네이도는 상당히 ‘미국적인 자연재해’다. 미국인에게는 피부로 와닿는 현상이라는 얘기다. 그래서일까.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영화가 먼저 개봉한 북미 지역에서는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미국 영화 흥행수입 집계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트위스터스’는 개봉일 하루에만 3220만 달러(약 448억원)의 티켓 수입을 올렸다. 이후 개봉 첫 주에만 8125만 달러의 수익을 기록하며 역대 재난영화 중 최고의 흥행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영화가 자연재해를 소재로만 했을 뿐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문제의식은 담지 않았다는 점을 비판하기도 한다. 7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정 감독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계속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영화를 처음 준비할 때만 해도 그러려고 했지만, 과학자들과 논의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며 “토네이도와 기후변화의 관계가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영화로 이런 메시지를 전하기에는 부담이 있었다”고 말했다.
  • ‘생각’을 채우는 영화 한 편 어때

    ‘생각’을 채우는 영화 한 편 어때

    극장가가 연중 최대 성수기를 맞은 여름철에 온갖 상업영화가 쏟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관객몰이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이는 진지하고도 아름다운 예술·철학 영화들이 속속 개봉을 앞둬 역설적으로 관심을 끈다. 블록버스터의 홍수를 피해 잠시 사색과 탐미의 세계로 떠나 볼까.●앤서니 홉킨스 ‘프로이트…’ 21일 개봉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소설가·영문학자 C S 루이스. 20세기를 대표하는 두 지성이 삶과 죽음, 종교에 관해 나누는 진지한 토론을 담은 영화 ‘프로이트의 라스트 세션’이 오는 21일 개봉한다. 극작가 마크 세인트 저메인 원작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배우 신구가 프로이트로 분했던 연극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꿈의 해석’을 비롯한 저서로 무의식 탐구의 지평을 연 프로이트와 판타지 걸작 ‘나니아 연대기’ 창작뿐만 아니라 현대 기독교 철학의 기틀을 세운 루이스의 대화. 상상만으로도 머리가 지끈한 것 같지만 거기서 오는 지적인 쾌락도 확실할 듯하다. 영화 ‘양들의 침묵’에서 ‘한니발’로 출연했던 영화계의 전설 앤서니 홉킨스가 노년의 프로이트를, 매튜 구드가 젊은 루이스를 각각 연기한다.●거장 타르콥스키 ‘희생’ 고화질 재개봉 세계 영화사에서 손꼽히는 러시아 거장 안드레이 타르콥스키 감독의 ‘희생’이 오는 21일 고화질(4K 리마스터링)로 재개봉하는 것도 시네필들이 귀담아들을 소식이다. 종교와 예술의 관계를 깊이 성찰하며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와도 종종 비견되는 타르콥스키 감독의 생전 마지막 작품으로 그의 예술세계가 응축돼 있다.●日문학상 1위 ‘52헤르츠 고래들’ 영화로 일본 박스오피스에서 예술영화 부문 1위를 차지했던 ‘52헤르츠 고래들’은 다음달 4일 국내 개봉을 앞뒀다. 2021년 일본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서점대상’ 1위를 차지했던 마치다 소노코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52헤르츠 고래들’이란 다른 고래들은 들을 수 없는 주파수인 ‘52헤르츠’로 소통하는 존재를 의미한다. 도시라는 외로운 바다에서 영혼의 짝을 찾아 나서는 이들의 주파수를 아름답게 포착한다.●번아웃 직장인 위한 힐링 무비 ‘문경’ 한국 영화 중에는 신동일 감독의 ‘문경’이 오는 12일부터 관객과 만난다. 쉼 없이 달려오다 ‘번아웃’ 상태가 된 직장인 문경은 자신과 똑같은 이름을 가진 지역인 경북 문경으로 여행을 떠나는데, 거기서 비구니 스님 가은과 강아지 길순을 만난다. 문경 산골의 초록빛 풍광과 깨끗한 계곡물이 필름에 오롯이 담겼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깊은 휴식이자 정신없던 일상을 돌아보는 성찰이 되겠다.
  • ‘텍스트 종언’ 맞선 횡단의 사유… “AI엔 없는 詩의 낙차, 문학 구원”

    ‘텍스트 종언’ 맞선 횡단의 사유… “AI엔 없는 詩의 낙차, 문학 구원”

    “세계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은 ‘외국어로 번역된 한국문학’이다. 엄밀한 의미의 한국문학은 여전히 마이너 중의 마이너다.” 한국인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데, 한국문학의 세계적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는 소식은 연이어 전해진다. 이 역설에 대해 국내 굴지의 문학 출판사인 문학과지성사 대표이자 문학평론가 이광호(61)는 이런 진단을 내렸다. 문학이 마치 위기를 극복한 것처럼 보이는 착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 얼마 전 비평 에세이집 ‘작별의 리듬’을 펴낸 그를 5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문지 사옥에서 만났다. “한국문학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협소함이다. 미디어에 노출된 베스트셀러나 귀에 익숙한 세계문학 고전만 팔린다. 다양성이 상실됐고, 새롭게 떠오르는 작가의 작품이 선택되지 않는다. 여기에 ‘문명적인 문제’까지 덮쳤다.” 이광호는 원래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에서 20년 넘도록 강단에 올랐던 학자다. 2017년부터 문지 대표를 맡으며 출판계로 뛰어들었다. 위기의 감각은 현장에 와서야 피부로 느껴진다. 그가 언급한 ‘문명적인 문제’의 정체는 바로 유튜브를 위시한 ‘쇼트폼’과 ‘알고리즘’이다. 짧은 영상이 주는 쾌락은 인간이라는 종족의 양태까지 바꾼다. 3분짜리 영상도 지루한데 두꺼운 책이 눈에 들어오겠는가. 텍스트를 대하는 인간의 몸은 한계를 맞았고 문학의 독자는 점차 사라진다. 그런데도 문학은 여전히 굳건한 ‘제도’ 혹은 ‘권력’으로 군림한다. 자신 역시 제도권에 속한 비평가임에도 이광호가 끊임없이 ‘문학 제도’로부터 거리를 두려는 이유다. “평론가도 제도의 일부다. 권력을 비판할 땐 항상 ‘위선’의 문제가 뒤따른다. 혼자서 제도를 부수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끝없는 자기비판을 통해 제도에 ‘매몰되지 않은 것처럼’ 읽고 쓸 수는 있을 것이다.” ‘문학·예술에 관한 횡단 비평’. 이번 책에 붙은 부제다.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횡단’이다. 제도의 속박에서 벗어나고자 이광호는 횡단을 감행한다. 문학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미술로, 영화로 도약한다. ‘순수문학’이라는 신화가 타자화해 버린 ‘장르문학’까지 비평의 언어로 소환한다. 문학이 애써 ‘문학과 문학이 아닌 것’을 구분했지만 이것을 뛰어넘으면서 그는 ‘제도권 비평가’라는 원죄에서 해방되고자 한다. “문학이 완강해 보여도 사실은 가변적이다. ‘문학이 아닌 것’ 안에 문학이 있고, 그것이 문학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 훌륭한 장르문학가는 장르의 관습을 비튼다. 반대로 훌륭한 순수문학가는 작품에 장르적 요소를 도입한다. 문학의 변화는 구분이 아니라 ‘주고받는’ 데서 온다.” 2010년대 세월호와 페미니즘 리부트는 한국문학의 지형을 통째로 흔들었다. 이광호 역시 ‘애도’와 ‘젠더’를 깊이 사유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보다 더 큰 파장이 일어나고 있다. 인공지능(AI)의 등장이다. 인간보다 ‘똑똑한’ AI는 이제 감히 인간의 ‘창조성’까지도 넘보고 있다. 제도라는 안온한 뜰 안에서 고고하게 있던 문학은 여기에 맞설 수 있는가. “AI의 활용은 필연적이다. AI와 잘 소통하는 능력도 작가의 중요한 역량이겠다. 그러나 여전히 인간만의 기회는 있다. 시(詩)를 보라. 행과 행 사이의 커다란 낙차. 문장과 이미지가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이어진다. 학습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논리적인 문장만을 생성하는 알고리즘이 따라갈 수 없는 영역이다. 여기에 어떻게 도달할 것인지, 인간 작가 개인의 고민은 필요하겠지만.”
  • 조두순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고…탈출하기 힘겨웠던 ‘악마의 마음’

    조두순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고…탈출하기 힘겨웠던 ‘악마의 마음’

    13년간 징역형 살고 출소했지만현상금 200억 걸린 김국호 역할‘악마를 보았다’ 속 최민식 떠올라자신만의 ‘최악 악인’ 해석 시도 배우가 악인을 연기하는 일은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 악인이 현실 속 아주 구체적인 누군가를 특정하고 있다면 이야기는 조금 끔찍해진다. 지난달 31일 디즈니+와 U+모바일tv에서 동시 공개된 드라마 ‘노 웨이 아웃: 더 룰렛’의 ‘김국호’는 희대의 흉악범 조두순을 연상케 하는 인물이다. ‘김국호’를 연기한 배우 유재명(51)은 작품을 위해서 얼마간 조두순을 이해해야 했다. 그래서일까. 드라마 속 그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역겨움을 참기가 어려울 정도다. 물론 배우에게는 이만한 칭찬도 없을 것이다. 얼마 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유재명을 만났다. “큰 악역이었으니까요. 연기를 마치고 어느 날에는 숙소로 돌아가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종일 멍한 상태로 있었어요. 극단적인 에너지를 쏟아서죠. (일상으로) 복귀할 때는 ‘그것’을 빼내는 시간이 필요하더라고요.”유재명이 ‘그것’이라고 말한 것을 굳이 번역하자면 보통 사람의 입으로는 도저히 설명하기 힘든 ‘악마의 마음’이라고 할 것이다. 파렴치한 흉악범에게 필요한 건 이해보다는 단죄다. 대중은 그들에게 어떠한 서사도 부여하지 않기를 요청한다. 하지만 배우에게는 다르다. 부담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배우의 숙명으로 받아들였다. 영화 ‘악마를 보았다’ 속 ‘장경철’을 연기한 배우 최민식이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그대로 따라갈 순 없었다. 유재명만의 해석이 필요한 순간이었다.“‘김국호’에게는 자식이 있습니다. 나름의 부성애가 있죠. 너그럽고 자상한 아버지의 모습은 당연히 아니죠. 하지만 그 누군가의 아버지라는 의식, 그런 게 후반부에서 더 드러날 겁니다.” 한 여성을 강간하고 살해한 ‘김국호’가 13년간 형을 살고 출소한다. 인터넷 방송으로 유명해진 의문의 ‘가면남’이 “‘김국호’를 죽이면 200억원을 준다”며 현상금을 건다. 200억원이 필요한 사람부터 처절한 복수를 노리는 사람까지, ‘김국호’의 주변에는 다양한 사람이 몰려든다. 유재명은 이 가운데서 ‘김국호’를 연기하는 건 오히려 쉬운 일이었다고 했다. “선과 악이 분명하지 않은 여러 인물과 달리 ‘김국호’는 단순하니까요. 그는 ‘벌을 다 받았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를 질문하죠. 악한 모습을 애써 꾸미지 않았어요. 그저 살고자 하는 욕망을 표현하는데, 그 과정에서 악마가 저절로 깨어났으니까.”인터뷰 내내 유재명은 그간 쉬지 않고 달려왔음을 강조했다. 한국의 많은 직장인처럼 그 역시 일에 파묻혀 제대로 쉬는 법을 몰랐다고 했다. 불혹의 나이까지 부산에서 극단을 운영하며 연극을 했다. 영화·드라마 등 영상에 얼굴을 내보인 건 10여년 전쯤이다. 대중에게는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2015~2016), ‘비밀의 숲’(2017) 등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동룡이 아버지’(응팔)와 ‘창크나이트’(비숲) 모두 조연이었지만 존재감은 강렬했다. 그는 “이번 드라마에서 중요한 건 주인공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국호’의 집 앞에서 현장을 중계하는 유튜버들, 그에게 돌을 던지는 일반 시민들, 그의 집 앞을 경호하는 의경들…. 흉악한 범죄자가 세상에 나오면 안 된다고 외치는, 일상을 살아가는 개개인들의 단단한 ‘눈빛’이 이 작품을 받치고 있습니다.” 시리즈는 총 8부작으로 매주 수요일 2화씩 공개된다.
  • ‘숨’ ‘아름다운 얼굴’, 소설가 송기원 별세

    ‘숨’ ‘아름다운 얼굴’, 소설가 송기원 별세

    소설 ‘너에게 가마 나에게 오라’, ‘숨’, ‘아름다운 얼굴’ 등의 작품을 남긴 작가 송기원이 별세했다. 77세. 1일 문학계에 따르면 전남 해남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하던 송기원은 숙환으로 치료를 받아 오다 전날 오후 숨을 거뒀다. 1947년 전남 보성 출생인 고인은 1967년 고교 재학 당시 전남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됐다. 1974년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신춘문예에서 각각 시와 소설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박정희·전두환 정권에 저항한 문인 단체인 자유실천문인협의회에 참여하는 등 군부 독재 시절 민주화 운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등으로 네 차례나 옥고를 치렀다. 실천문학사 주간으로 일하기도 했다. 서울신문과의 인연도 있다. 200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부문 심사위원을 맡아 현재 문단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김이설 소설가를 발굴했다. 남긴 작품으로는 소설집 ‘월행’(月行·1979), ‘다시 월문리에서’(1984), ‘인도로 간 예수’(1995)와 장편소설 ‘너에게 가마 나에게 오라’(1994), ‘숨’(2021) 등이 있다. 빈소는 대전 유성구 선병원 장례식장 VIP 3호실에 차려졌다. 발인은 3일 오전 8시. (042)825-9494.
  • 시의 리듬을 타고… 신화 속 여신과 떠나는 여행

    시의 리듬을 타고… 신화 속 여신과 떠나는 여행

    신화가 리듬을 타고 일상으로 스민다. 우체국, 방앗간, 찻집, 슈퍼마켓…. 높은 데서 꾸짖기보다는 우리 옆에서 부대끼는 신(神)과 함께 시인은 ‘여행’을 떠난다. 한국 시단을 대표하는 강은교(79) 시인의 새 시집 ‘미래슈퍼 옆 환상가게’를 펼친 독자라면 한번쯤 골똘히 생각에 잠기게 하는 존재가 있다. 2부에 등장하는 ‘당고마기 고모’다. ‘당고마기’는 우리 신화의 ‘당금애기’를 뜻하는 것일 테다. 시인은 어째서 당고마기 고모의 이름을 이리도 애타게 부르짖고 있는 것일까. “사소하고 사소한 사람들이 오늘도 우체국 유리문을 미는구나. 어쩌나, 고모여 고모여 당고마기 고모여, 스카치 테프 삐쭉한 소리 비명을 지르며, 빗방울같이 서걱거리는 저 유리문, 히말라야로 끝없이 편지를 띄우는, 히말라야 기러기같이 울고 선 저 유리문”(‘샛골목 안 우체국’ 부분·49쪽)시집 2부 ‘당고마기 고모의 여행노래’에 수록된 시는 죄다 당고마기 고모의 행적을 노래하고 있다. 강은교의 시세계를 톺아본 적 있는 이라면 그의 첫 시집 ‘허무집’에 실린 ‘비리데기의 여행노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겠다. ‘비리데기’는 ‘바리데기’의 다른 말이다. 바리데기와 당금애기는 한국 무속에서 떠받드는 신적 존재다. 부모에게 버려진 일곱 번째 딸 바리데기와 미혼모라는 가련한 신분이었지만 훗날 ‘삼신할매’로 격상되는 당금애기. 시인은 우리 신화 속 고초를 겪었던 여신을 일상으로 소환하고 그들에게 ‘이 땅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일’이 무엇인지 묻는다. “소멸한다는 건 불멸한다는 것/불멸한다는 건 꿈꾼다는 것, 끝없이 만난다는 것”(‘짜다 만 붉은 털실’ 부분·65쪽) 문학에서 시인은 종종 영매와 비슷한 존재로 치부된다. 하늘과 땅을 연결하며 산 자와 죽은 자를 만나게 한다. 당고마기 고모를 독자와 만나게 하는 강은교 역시 그런 면모를 지녔다고 하겠다. 중요한 건 고모를 찾는 시인의 목소리에 어린 리듬이다. “사라졌어, 모두 살아 졌어, 뒤에 남은 검은 몸부림, 몸부림//아, 고모, 고모, 수천 년 당고마기 고모,”(‘노을이 질 때’ 부분)에서 보듯 시인은 고모를 반복해서 부른다. 무당이 굿을 할 때 정신 사나운 소리를 반복하면서 신에게 다가가듯 시인은 리듬으로 생활의 적막함을 깨뜨린다. 그리고 거기에 신화의 공간을 만든다. 그래도 잘 풀리지 않는 당고마기 고모란 도대체 누구인지, 시인에게 문자메시지로 물어봤다. 시인은 이런 대답을 보내 왔다. “첫 시집에서부터 늘 현대의 거리를 걸어가는 누군가를 그리워했어요. 그때 나타난 인물이 비리데기였죠. 유화, 희명 등 많은 인물이 내 옆에서 걸어가거나 ‘나’가 되곤 했죠. 최근엔 당고마기가 내 고모가 돼 내 옆에서 걸어요. 나의 시적 식구들인 그녀들이 한데 사는 마을 하나 만드는 게 요즘 꿈이 됐어요. 가끔 그림을 그려 보기도 해요. 샤갈의 그림을 생각하면서. 이 정도만 할게요. 밤새도록 얘기가 나올 것 같아서….”
  • “멀티레이블 사업 고도화할 것”…하이브 신성장 전략 ‘하이브 2.0’

    “멀티레이블 사업 고도화할 것”…하이브 신성장 전략 ‘하이브 2.0’

    하이브가 한국과 일본의 멀티레이블 사업을 총괄하는 조직 ‘하이브 뮤직그룹 APAC’을 신설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신성장 전략 ‘하이브 2.0’을 1일 발표했다. 하이브 뮤직그룹 APAC은 글로벌 사업에 집중하며 음악 서비스 기능을 고도화하는 데 역량을 기울인다. 신영재 빅히트 뮤직 대표가 초대 대표를 맡는다. 하이브의 멀티레이블 시스템은 최근 어도어 민희진 대표와의 갈등 속에서 일부 문제점이 수면 위로 떠오른 바 있다. 그러나 하이브는 이날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날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멀티레이블 시스템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필수 불가결한 구조”라는 입장을 밝히며 “음악 사업의 본질을 강화하고 아티스트와 팬들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기반으로 음악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시장에서는 하이브 아메리카 산하에 레이블 서비스를 출범한다. 미국 게펜 레코드와 협업으로 걸그룹 캣츠아이를 제작하며 쌓은 인프라를 바탕으로 향후 현지에서 신인을 꾸준히 배출할 계획이다. 일본에서도 하이브 재팬은 그룹 앤팀에 이은 새로운 신인도 선보일 예정이다. 하이브 재팬은 김영민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사장을 회장으로 선임했다. 남미를 담당하는 하이브 라틴 아메리카는 멕시코시티에 스튜디오를 신설하는 가운데 내년부터 K팝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현지 아티스트를 내년부터 데뷔시킨다는 방침이다. 이재상 하이브 신임 CEO는 “하이브는 국내 및 글로벌 음악 사업을 지속 발전시키고, 플랫폼 사업을 통해 변화하는 시장에서 선두의 위치를 공고히 하며, 기술 기반 미래 성장사업을 통해 중장기적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 군부 독재에 저항하며, 소설로는 구도의 길 모색…작가 송기원 별세

    군부 독재에 저항하며, 소설로는 구도의 길 모색…작가 송기원 별세

    소설 ‘너에게 가마 나에게 오라’, ‘숨’, ‘아름다운 얼굴’ 등의 작품을 남긴 작가 송기원이 별세했다. 77세. 1일 문학계에 따르면 전남 해남에 거주하며 작품활동을 하던 송기원은 숙환으로 치료를 받아오다 전날 오후 숨을 거뒀다. 1947년 전남 보성 출생인 고인은 1967년 고교 재학 당시 전남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됐다.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현 중앙대 문창과)에 입학한 뒤 베트남전에 참전했고 1974년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각각 시와 소설이 당선되며 본격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박정희·전두환 정권에 저항한 문인 단체인 자유실천문인협의회에 참여하는 등 군부 독재 시절 민주화 운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1974년 ‘문인간첩단 사건’으로 소설가 이호철이 구속되자 문인들과 함께 데모에 나섰다가 처음 구속됐고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1985년 ‘민중교육지 사건’, ‘1990년’ 오봉옥 시인 필화사건 등 총 네 차례나 옥고를 치렀다. 실천문학사의 주간으로 일하기도 했다. 서울신문과의 인연도 있었다. 200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부문 심사위원으로 현재는 문단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김이설 소설가를 발굴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서울신문 수도권 섹션인 ‘서울인’에 ‘송기원의 뒷골목 맛세상’이라는 코너를 연재하기도 했다. 남긴 작품으로는 소설집 ‘월행’(月行·1979) ‘다시 월문리에서’(1984), ‘인도로 간 예수’(1995)와 장편소설 ‘너에게 가마 나에게 오라’(1994), ‘여자에 관한 명상’(1996), ‘청산’(1997), ‘안으로의 여행’(1999), ‘또 하나의 나’(2000), ‘숨’(2021), 시집 ‘그대 언살이 터져 시가 빛날 때’(1983), ‘마음속 붉은 꽃잎’(1990), ‘단 한번 보지 못한 내 꽃들’(2006) 등이 있다. 자전 소설 ‘너에게 가마 나에게 오라’는 1996년 김영빈 감독의 연출로 박상민, 최민수 등이 출연한 ‘나에게 오라’라는 작품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생전에 고인은 제2회 신동엽창작기금과 제24회 동인문학상, 제9회 오영수문학상, 제6회 김동리문학상, 제11회 대산문학상 소설부문을 수상했다. 명상, 수묵화에도 조예가 깊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빈소는 대전 유성구 선병원 장례식장 VIP 3호실에 차려졌다. 발인은 3일 오전 8시. (042)825-9494.
  • K콘텐츠 열풍의 주역 ‘오징어게임’ 시즌2, 크리스마스 다음날 공개

    K콘텐츠 열풍의 주역 ‘오징어게임’ 시즌2, 크리스마스 다음날 공개

    전 세계적 열풍을 주도하며 K콘텐츠의 위상을 높였던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의 두 번째 시즌이 오는 12월 26일 공개된다. 내년에는 시즌3까지 공개되며 이야기의 마침표를 찍는다. 넷플릭스는 1일 이런 내용을 확정하며 황동혁 감독의 편지를 공개했다. 황 감독은 “진짜 게임이 시작됩니다”라며 운을 띄운 뒤 “시즌2 첫 촬영 날, ‘와, 내가 다시 오징어게임의 세계로 들어와 이걸 찍고 있다니’ 하는 생각에 다소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시즌1 엔딩에서 복수를 예고했던 ‘성기훈’(이정재 분)은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합니다”라면서 “과연 그는 자신의 말대로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라고 되물었다. 아울러 “이들이 보여줄 치열한 대결은 내년 공개될 시즌3 그 대망의 피날레까지 이어질 예정”이라면서 “새로운 오징어게임의 여정을 구상하며 싹 틔웠던 아이디어의 씨앗을 시즌3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펼치고 비로소 완결할 수 있어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공개 일정과 함께 성기훈의 스틸컷도 처음 공개되며 기대감을 높였다. 시즌1 마지막 장면에서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 빨간색 머리의 모습과는 달리 짧아진 검은 머리다. ‘오징어게임’ 참가자를 상징하는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입었으며 456번 번호가 달렸다. 시즌1의 유일한 생존자였던 기훈은 딸을 만나러 가던 길에서 왜 갑자기 발길을 돌려 게임에 참가하기로 마음을 먹었을까. 시즌1에 이어 시즌2에도 출연하는 배우로는 이정재 외에도 이병헌, 위하준, 공유 등이 있으며 시즌2에는 임시완, 강하늘, 박규영, 이진욱, 박성훈, 양동근, 이다윗 등이 새로 합류했다.
  • 베를리너판 한 달… 심층기획 빛났지만, 정쟁 부추기는 보도 자제를

    베를리너판 한 달… 심층기획 빛났지만, 정쟁 부추기는 보도 자제를

    크기 줄어들며 휴대성 높아져빌런오피스 등 와이드 그래픽2개 면 펼쳐진 기획기사 ‘눈길’‘미소외교‘ 차별화된 기사 엄지 척QR코드로 참고 자료 연계 좋아해외 수주의 막판 변수 잘 짚어 차등 벌금, 도입 못 한 배경 살펴야불필요한 익명 취재원, 신뢰 하락 문화·체육 기사, 온라인 전진 배치를재정건전성 입체적인 분석 필요티메프 파장 체계적으로 보여 줘야‘대한외국인’ 후손들 인터뷰 희망 서울신문 독자권익위원회는 지난 30일 서울 중구 콘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제176차 회의를 열고 7월 한 달 동안의 서울신문 보도에 대해 논의했다. 회의에는 김영석(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명예교수) 위원장과 김재희(김재희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윤광일(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재현(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과 석사과정), 최승필(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허진재(한국갤럽 이사) 위원이 참석했다. 위원들은 올해 창간 120주년을 맞은 서울신문이 7월부터 새로운 판형인 베를리너판으로 바뀐 것에 대해 전반적으로 호평했다. ‘빌런 오피스’ 등 심층 기획 기사가 바뀐 신문의 판형과 잘 맞물리며 돋보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부 기사에서 사안을 다룰 때 중요한 맥락을 빠뜨리는 경우가 잦다는 비판도 나왔다. 신문에 실린 양질의 콘텐츠를 온라인에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다음은 위원들의 주요 의견이다.김재희 베를리너판으로 바뀌면서 휴대하기 편해졌다. 2개 면을 펼쳐서 편집하다 보니 심층 기획 기사는 확실히 주목받았다. 한 면에 담기 힘든 그래픽도 개방감이 느껴졌다. ‘빌런 오피스: 나는 오늘도 출근이 두렵다’ 시리즈는 베를리너판의 장점을 잘 드러낸 기사다. 기사의 그래픽이 돋보였고 복잡한 사건의 추이와 쟁점을 지면에 넓게 활용하면서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했다. 10일자 시리즈 1회 ‘양진호법 5년, 양진호 사건도 표류 중’에서는 양진호의 갑질을 제보한 피해자가 5년간 보복당하고 있는 현실을 심층적으로 보도했다. 다만 근로기준법에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형사처벌 규정을 두고 있는데, 시리즈에 소개된 사례 중 사업주의 보복 조치로 인해 형사 처벌을 받은 사례는 없는지 소개하면서 법을 준수하지 않는 사업주들에게 경각심을 줄 필요도 있겠다. 2일자 ‘물가 두 배 넘게 뛸 때 벌금형 29년 제자리’ 기사는 화폐가치 변동에도 오랜 기간 제자리인 벌금형 선고 기준에 대한 문제의식을 잘 지적했다. 독자들과 공감대를 잘 형성할 수 있는 소재를 발굴했다. 그러나 그동안 벌금형을 강화하는 형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여러 차례 발의됐음에도 통과되지 못한 이유에 대한 고찰을 균형감 있게 다루지 못한 게 아쉽다. 실제로 차상위계층이 벌금형 선고를 받으면 이를 내지 못하고 강제 노역장에 유치되는데, 이 기간 기초생활 수급권이 정지돼 가족 전체의 생계가 어려워지는 문제가 빈번하다. 아울러 재산에 비례해 벌금형을 달리하는 것은 형사법의 취지와 벌금형 수위에 따른 취업 제한 등의 문제로 위헌 소지도 크다. 문제점과 보완책 등 다양한 논의를 바탕으로 기사를 좀더 풍성하게 썼으면 좋았겠다. 허진재 3일자 ‘북러와의 균열에 위기감… 전랑외교 지고 미소외교 뜨나’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신문 구독자는 다른 신문에서 볼 수 없는 기사를 보길 원한다. ‘글로벌 인사이트’는 이런 기대를 충족시켜 주는 서울신문의 주요 자산이다. 이런 유의 기사가 정치·경제 등 다른 지면에서도 많이 보여야 한다. 3일자 황성기 칼럼 ‘후쿠시마 방류 1년, 비극 다시 없어야’도 좋았다. 기자가 직접 후쿠시마를 찾아 방류 이후 현지 모습을 취재한 칼럼인데, 잊고 있던 것을 환기했다는 의미가 있다. 지난해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야당에서 여러 공격적인 발언을 했다. 당시 한 유력 정치인이 방류된 오염수가 한국의 바다로 들어와서 제주에서는 해녀들이 물질을 하지 못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지금 봐도 엉터리 주장이고 선동인데, 이런 부분에 대해 서울신문에서도 팩트 체크를 해 줄 필요가 있겠다. 15일자 1면 ‘극단의 증오와 분열… 총 맞은 美대선’ 기사의 제목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다른 신문에서는 ‘극단의 증오와 분열’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처음에는 서울신문의 제목이 차별화됐다고 생각했는데, 왜 다른 신문은 쓰지 않았을지 고민하게 됐다. 그러고 보니 정말 저 총탄이 과연 증오와 분열을 의미하는 것인지 우리가 확인할 길이 없더라. 이런 제목이 적절했는지 사후에라도 내부적으로 검토가 필요하겠다. 베를리너판으로 바뀌면서 책상에서 펼쳐 놓고 보니까 시원한 느낌을 받았다. 화질도 좋아지고 염려했던 것보다는 괜찮은 것 같다. 다만 문화, 스포츠, 건강 등 좋은 기사가 있는데 서울신문 온라인 홈페이지에서는 찾기가 힘들다. 지면에 싣는다는 것은 좋은 기사라는 의미일 텐데 왜 이런지 의아하다. 문화면, 스포츠면 당일에 실렸던 기사는 최소 오전 중에는 서울신문 첫 페이지에 잘 보이도록 걸어 두는 것이 어떨까. 윤광일 ‘빌런 오피스’를 비롯한 기획 기사가 돋보이는 한 달이었다. 에피소드부터 근로감독관 인터뷰, 의원실 자료까지 정합성 있게 잘 보도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앞으로 어떤 부분에서 입법이 미비한지 정확히 얘기해 주면 좋겠다. 17일자 ‘해리슨, 랜들, 켄들, 샬레… 대한외국인을 아십니까’ 기획은 후손들을 직접 인터뷰하는 것까지 기대했는데, 발로 뛴 기사가 아닌 것 같아서 아쉬움이 있었다. 이달 들어서 연속으로 보도하고 있는 시리즈 ‘규제혁신과 그 적들’은 내용이 너무 어려운 것 같다. 단순히 규제를 없애자는 걸 넘어서 왜 그 규제가 사라지지 않는지 이런 부분까지 취재해서 보강됐으면 한다. 19일자 ‘테리, 보석금 7억원 내고 풀려나… ‘사임’ 美대북고위관리 연루설’ 기사는 차별성이 부족했다. 기사에는 대통령실 멘트가 나오는데 정보도 아니고 큰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수미 테리 문제는 재밌게 글을 쓰거나 치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소재다. 미국이 한국에 경고한 것일 수도, 우리나라 정보활동 체계가 아마추어적이라는 접근으로 살펴볼 수도 있겠다. 특파원이 현장에서 발로 뛰면서 한국과 미국 외교의 쟁점을 짚는 분석 기사를 쓸 수 있었는데, 놓치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재현 ‘빌런 오피스’ 기획 시리즈에서 QR코드를 활용해 직장 내 괴롭힘 자가진단법 등 참고 자료를 연계한 것이 좋았다. 자칫 지면이 지루해질 수 있는데 이런 고정관념을 비트는 새로운 시도였다. 직장인 1400명 대상 조사에서는 문제의식이 잘 드러났고 독자 입장에서 이해하기도 수월했다. 2일자 ‘물가 두 배 넘게 뛸 때 벌금형 29년 제자리’ 기사는 소재는 신선했지만 기사의 흐름이 부자연스럽다고 느꼈다. 일수벌금제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고 미국 등 해외에서도 적용하고 있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맥락인지 언급이 있었으면 좋았겠다. 여기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멘트도 익명으로 처리됐는데, 취재원 문제로 불필요하게 신뢰도가 떨어졌다. 2일자 ‘한동훈 “공포마케팅은 자해 정치”… 원희룡 “韓, 민주당원인가”’ 기사는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후보들의 네거티브 발언을 기사화했다.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고 언론이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목에 쓰인 ‘공포마케팅’이 무엇인지 기사를 봐도 잘 드러나지 않는다. 아울러 미국 대선의 상황을 보도하면서 후보의 개인 정보에만 집중하는 것을 넘어서 결과가 국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도 신문에 필요하다고 보인다. 최승필 19일자 ‘24조원 잭팟 막판 3대 변수는 저가수주, 안전규제, 사법리스크’ 기사는 작지만, 집중도가 좋았다. 문제점을 세 가지로 정확히 짚고 있다. 우리나라 해외 대규모 플랜트 수주 혹은 방산물자 수출은 각 언론에서 규모를 중심으로 기사화하는데, 여기에 가려진 여러 문제를 정확히 지적했다. 전문가 의견이 더 들어갔으면 좋았겠다. 8일자 ‘한은 마통 상반기 91.6조 사상 최대… 지난해 나랏빚 이자는 첫 20조 넘어’ 기사는 아쉬웠다.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강조하지만 조세 감면 정책을 잇달아 시행하면서 사실상 악화하고 있다. 마이너스통장의 규모가 늘어나는 건 사실상 재정건전성 악화를 가리는 것이다. 이 기사는 한국은행 일시대출제도와 국고채를 중심으로 쓰고 있는데 재정건전성의 측면에서 입체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었다. 김영석 서울신문이 창간 120주년을 맞았다. 많은 언론이 정치·사회·경제에만 관심을 두고 거기에 매달려 기사를 쓴 것이 과거 수십년간 전통이었다. 그러나 글로벌 사회가 되면서 이제 한 신문의 품격이나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국제와 문화 보도다. 이 기준에 부합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최근 가슴 아픈 것이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다. 전자상거래의 위험성이 노출된 것인데, 조금 더 집중적으로 보여 줄 필요가 있겠다. 나이 든 사람들은 이 시스템을 잘 모른다. 이게 왜 문제인지 박스 기사로 쉽게 설명해 줄 필요가 있으며, 이것이 어떻게 연쇄적으로 우리 사회에 영향을 미칠 것인지 체계적으로 보여 줄 필요가 있겠다.
  • 파리올림픽 개막식에 드러난 ‘문학강국’ 자부심…즐겨요! 佛문학 5선

    파리올림픽 개막식에 드러난 ‘문학강국’ 자부심…즐겨요! 佛문학 5선

    전위적인 퍼포먼스부터 대한민국 선수단을 북한으로 잘못 소개한 대형 사고까지. 화제와 논란의 중심에 섰던 2024 파리올림픽 개회식에서 전 세계 문학·출판계 관계자들의 눈길을 끈 장면이 있었다. 오페라 가수 마리나 비오티와 파리관현악단의 ‘카르멘’이 흘러나오는 도서관. 청춘 남녀 셋이 눈빛을 교환하며 서로의 은밀한 욕망을 확인하는 순간 그들의 손에 쥐어져 있던 문학책이 화제였다. 작품의 표지만으로도 전 세계에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문학강국’ 프랑스의 자부심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개회식 영상에서 표지가 등장한 프랑스 문학은 총 다섯 권이다. 폴 베를렌(1844~1896)의 시집 ‘말 없는 연가’, 알프레드 드 뮈세(1810~1857)의 희곡 ‘장난삼아 연애하지 마소’, 기 드 모파상(1850~1893)의 소설 ‘벨아미’, 아니 에르노(84)의 소설 ‘단순한 열정’, 레일라 슬리마니(43)의 에세이 ‘섹스와 거짓말’이 영상에 순서대로 소개됐다. 여러 출판사에서 선집으로 엮은 베를렌의 작품을 포함해 모두 우리말로 번역돼 있다. 국내에서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소개된 모파상의 ‘벨아미’는 아름다운 미모로 파리 사교계에서 뭇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남성 ‘조르주 뒤루아’의 파괴적인 욕망을 다룬 작품이다. 치명적인 ‘옴파탈’,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유행했던 ‘나쁜 남자’의 원형이라 하겠다. 영상에서는 서로에게 매혹된 두 남성 사이의 ‘사랑의 신호’로 쓰이고 있다.이들과 묘한 ‘삼각관계’를 형성한 것처럼 보이는 여성의 손에 들려 있던 ‘단순한 열정’은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은 에르노의 대표작이다. 2022년 노벨문학상을 품에 안았던 에르노는 자기가 직접 체험한 걸 소설화하는 작가로도 유명한데, 한국어판은 문학동네에서 나왔다. 작가가 젊은 유부남 연인과 가졌던 짧고도 정열적인 사랑을 회상하는 작품이다. 에르노의 다른 작품처럼 수위가 상당히 세다. 영상 속 여성은 이 책의 표지를 남성에게 보여 주며 ‘뜨거운 사랑’을 나누자는 유혹을 건네는 듯하다.2016년 35세의 나이에 프랑스어권 최고 권위의 공쿠르상을 받은 슬리마니는 모로코 출신 여성 작가다. 경계인, 이방인의 정체성으로 글을 쓰는 작가로 프랑스 문단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국내에는 아르테의 번역으로 소개된 ‘섹스와 거짓말’은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 등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내밀한 성적 욕망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는 인터뷰집이다.금지된 사랑과 그로 인한 인간의 파멸을 그린 뮈세의 희곡 ‘장난삼아 연애하지 마소’는 지만지에서 우리말로 번역했다. 프랑스 상징주의 시인으로 같은 시대를 살았던 아르튀르 랭보의 동성 연인이자, 그를 총으로 쏴 다치게 했던 일화로도 유명한 베를렌이 감옥에서 쓴 시집 ‘말 없는 연가’는 지만지·선영사 등에서 낸 선집에 일부 작품이 수록된 형태로 소개됐다. ‘내 마음에 눈물 내린다’ 등의 시가 잘 알려져 있다.프랑스 문학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연상되는 장폴 사르트르(1905~1980)나 알베르 카뮈(1913~1960) 등 실존주의 작가가 아니었다는 점은 흥미로운 부분이다. 무겁고 진중한 철학을 담은 책이 아니라 하나같이 감각적이고 육체적인 욕망을 솔직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노벨문학상 작가 에르노를 앞세운 것에서 영국·독일과 함께 유럽 문학 종주국으로서의 자부심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모로코 작가 슬리마니의 작품을 내세운 것에서는 프랑스가 다양성과 이방인에 대한 포용을 중시하는 나라임을 과시하려는 시도도 읽힌다.
  • 핏빛 공포보다 더 쫄깃…날숨마저 집어삼켰다

    핏빛 공포보다 더 쫄깃…날숨마저 집어삼켰다

    살인마·괴물 등 정통호러서 탈피직장 상사·초자연적 현상 등 소재생활밀착형 공포 쉽게 감정 이입 “가장 오래되고 강렬한 인간의 감정은 공포이며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것이 바로 미지에 대한 공포다.” 공포는 부정적인 감정이다. 그런데 왜 인간은 무서운 이야기를 읽고 쓰는가. 그것도 아주 오랫동안. ‘크툴루 신화’의 창조자이자 현대 호러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1890~1937)는 ‘공포 문학의 매혹’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선언한다. 문학이 인간의 감정을 그려낸 것이라면 ‘가장 강력한 감정’을 형상화하지 않을 이유가 무엇인가. 여름은 ‘호러의 계절’이다. 요즘 어지간한 집이면 냉방기기가 잘 갖춰져 있을 테지만, 습관은 무섭다. 에어컨만으로는 부족한, 무더운 여름밤을 함께할 오싹한 소설들이 쏟아진다. 다만 이 오싹함의 양상이 과거와는 조금 달라졌단다. 29일 국내 장르문학 편집자·작가와 함께 호러문학의 최전선을 짚어 봤다. 인간이 공포를 느끼는 이유가 하나가 아니듯 호러문학 안에도 여러 장르가 있다. 피와 살이 튀는 폭력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스플래터’부터 잔혹한 살인마가 등장하는 ‘슬래셔’, 인간을 잡아먹는 괴물이 등장하는 ‘크리처’, 인간이 괴물로 변하는 ‘좀비’까지. 그러나 요즘엔 장르적 문법에 충실한 ‘정통 호러’보다도 실생활에 으스스한 소재를 살짝 덧댄 게 인기다. 올 상반기 베스트셀러 ①‘직장 상사 악령 퇴치부’(황금가지)가 대표적이다. 제목대로 직장 상사에게 악령이 씌었다는 소재를 재치 있게 풀어냈다. 김준혁 황금가지 편집주간은 “그간 출간된 호러는 사회 비판 성향이 강하고 섬뜩한 범죄나 강렬한 ‘폴터가이스트’(물건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현상)를 다룬 진지한 작품이 주를 이뤘다”며 “과거에 비해 쉽게 즐길 수 있는 공포 소설이 잇달아 나오면서 호러 팬이 아닌 일반 독자들의 관심도 커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개봉한 영화 ‘파묘’의 영향으로 무당·부적 등 전통적인 소재와 함께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룬 장르인 ‘오컬트’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오컬트의 인기는 올해 호러문학 전반의 관심을 환기한 계기이기도 하다는 게 출판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김이삭 작가의 ②‘천지신명은 여자의 말을 듣지 않지’(인플루엔셜)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기존 장르로 분류할 수 없는 이야기가 득세하기도 한다. 장르소설 작가 위래는 “웹소설 쪽에서는 ‘백룸’을 위시한 ‘리미널 스페이스’나 ‘규칙괴담’ 등의 장르가 인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백룸’은 알 수 없는 현상을 겪은 뒤 도착하게 되는 현실 이면에 있는 공간이다. 사람이 북적거려야 정상이지만 버려져서 으스스한 느낌을 주는 공간인 ‘리미널 스페이스’와 연결되며 여러 2차 창작으로 이어졌다. 특정한 상황에서 지켜야 하는 규칙을 나열하며 거기서 기묘한 무서움을 주는 규칙괴담은 2000년대 초 일본의 ‘나폴리탄 괴담’에서 시작해 최근에는 초자연적 존재를 관리·감독한다는 가상의 단체 ‘SCP재단’ 괴담으로도 이어지며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았다. 사실 한국은 호러문학의 불모지였다. 과거 장르소설은 이른바 ‘순문학’과 비교해 문학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생각됐던 데다 호러는 SF나 판타지보다도 인기가 떨어졌다. 그러다 본격적으로 독자가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일본의 걸출한 작품들이 국내에 번역되면서다. 최근 번역된 ③‘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니다’(북스피어)도 짚고 넘어갈 만한 일본 호러소설이다. 장르문학 전문 북스피어의 김홍민 대표는 “기시 유스케, 미야베 미유키, 기리노 나쓰오, 오노 후유미 등 1990년대 일본 사회의 붕괴를 다루며 ‘호러물의 풍요로운 10년’을 열어젖힌 작가들이 선보인 ‘생활밀착형’ 호러에 한국 독자들이 쉽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었다”며 “이들은 지금도 출간과 동시에 해당 분야의 베스트셀러가 되고 한국 출판사들은 이들과 계약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고 소개했다. 한국 호러문학도 점차 자기만의 영토를 구축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달 10만부를 돌파한 ④‘칵테일, 러브, 좀비’의 작가 조예은은 ‘입속 지느러미’, ⑤‘적산가옥의 유령’ 등 신작을 내며 독자와 호흡하고 있다. 황순원문학상 등 걸출한 순문학 작가로 호명됐던 김인숙의 신작 소설집 ⑥‘물속의 입’이 ‘미스터리·호러 단편선’으로 묶인 것도 흥미롭다. 2022년 영국 부커상, 2023년 미국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한국 호러문학사에 새 장을 열었던 정보라 작가도 신작 ‘작은 종말’ 등 부지런히 작품을 써내고 있다.
  • 고삐 풀린 OTT, 예능도 다를까

    고삐 풀린 OTT, 예능도 다를까

    “재밌게 봐 주시고, 재미없으면 다른 거 보시죠!” 국내 스타 예능PD들이 한자리에 모인 ‘넷플릭스 예능 페스티벌’이 지난 26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서울에서 열렸다. 행사가 끝나 갈 즈음 ‘한국 추리예능의 대가’로 불리는 정종연 PD는 기자들 앞에서 이렇게 외쳤다. 그는 내년쯤 넷플릭스에서 공개될 두뇌 서바이벌 프로그램 ‘데블스 플랜2’를 준비하고 있다. 얼핏 간단한 인사말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대 한국 예능 프로그램 산업의 현주소가 담겨 있다. 지상파에서는 절대로 시도할 수 없는 새롭고도 원초적인 ‘재미’를 찾아야 한다. 방송 3사가 텔레비전을 독점하던 시대와는 다르다. 아주 살짝만 느슨해져도 시청자는 금세 떠날 것이다. 얼마든지 ‘다른 것’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건 예능의 위기일까, 아니면 기회일까. 당장 다음달 6일 넷플릭스 공개를 앞둔 ‘더 인플루언서’는 OTT만이 할 수 있는 예능의 전형과도 같은 프로그램이다. 유튜브·인스타그램에서 활약하는 국내 인플루언서 77명을 모아 놓고 서바이벌을 펼친다. 화제성과 영향력만이 중요한 이들에게 ‘점잖음’은 사치에 불과하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통해 얼굴을 알린 이재석 PD가 연출했다. 자유로움은 OTT의 장점이다. 하지만 분명한 선은 있다. 올 연말쯤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는 ‘코미디 리벤지’의 권해봄 PD는 “눈살 찌푸려지지 않는 웃음을 드리겠다”고 다짐했다. 권 PD의 이 말은 앞서 뜨거운 화제와 동시에 여러 논란을 불러왔던 ‘코미디 로얄’ 속 ‘숭간교미’(원숭이 교미) 장면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코미디 리벤지’는 앞서 ‘코미디 로얄’에서 우승팀을 이끈 이경규가 호스트로 등장한다.배우 조정석을 가수로 데뷔시키는 ‘신인가수 조정석’, 요리 서바이벌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예능에 좀비물의 상상력을 더한 ‘좀비버스: 뉴 블러드’ 등이 구독자와 만날 예정이다. 유기환 넷플릭스 디렉터는 “잘되는 작품만 미는 게 아니라 개인화된 취향의 시대에서 다양한 장르로 더 많은 시청층과 구독자를 만족시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넷플릭스가 ‘1등 OTT’라는 화제성으로 몰아붙이고 있지만 언제든 역전의 기회는 있다. ‘크라임씬 리턴즈’, ‘여고추리반’ 등 미스터리 예능에서 두각을 보였던 티빙은 최근 야구 예능 ‘야구대표자: 덕후들의 리그’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디즈니+도 다음달 7일 다양한 조건 아래에서 4시간을 버텨야 한다는 독특한 설정의 오리지널 예능 ‘더 존: 버터야 산다’의 세 번째 시즌 공개를 앞두고 있다.
  • 데뷔 8주년 블랙핑크, 공연 실황 영화 제작발표회서 관객 만난다

    데뷔 8주년 블랙핑크, 공연 실황 영화 제작발표회서 관객 만난다

    걸그룹 블랙핑크가 다음달 9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에서 팬들과 만난다. 데뷔 8주년을 맞은 이들의 공연 실황 영화 ‘블랙핑크 월드 투어 [본 핑크] 인 시네마스’(BLACKPINK WORLD TOUR [BORN PINK] IN CINEMAS) 제작발표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8월 9일은 블랙핑크의 데뷔 8주년(8월 8일) 바로 다음날이기도 하다. 이번 행사는 블랙핑크의 상징인 ‘핑크빛’ 카페트를 배경으로 펼쳐지며 이곳에서 팬들과 가까이서 교감할 예정이라고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가 전했다. 블랙핑크 멤버인 지수, 제니, 로제, 리사가 ‘완전체’로 참석한다. 영화는 오는 31일 ‘스크린X’, ‘4DX’ 등 CGV 특별관 및 전 세계 110여개국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제작발표회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CGV 홈페이지나 앱을 참조하면 된다.
  • 김윤석·윤계상·이정은·고민시 출연 드라마, 다음달 넷플릭스 공개

    김윤석·윤계상·이정은·고민시 출연 드라마, 다음달 넷플릭스 공개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커다란 나무가 쓰러졌다. 쿵 소리가 났겠는가, 안 났겠는가?” 배우 김윤석, 윤계상, 이정은, 고민시 등이 출연하는 넷플릭스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가 다음달 23일부터 시청자와 만난다. 넷플릭스는 23일 이런 내용을 확정하고 새 시리즈의 티저 예고편을 공개했다. 숲속에 있는 ‘영하’(김윤석 분)의 펜션에 수상한 손님이 찾아오면서 평온한 일상이 무너지고 걷잡을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진다는 내용의 서스펜스 스릴러다. ‘타짜’, ‘추격자’, ‘황해’, ‘1987’ 등을 통해 국내 최고 배우 반열에 오른 김윤석이 17년 만에 선택한 시리즈 복귀작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천의 얼굴을 보여주고 있는 배우 이정은의 활약도 기대된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 모완일 감독의 신작이다. 모 감독은 “의아하겠지만 ‘부부의 세계’를 작업할 때와 느끼는 감정이 비슷했다”며 “숨 막히는 갈등과 몰아치는 감정으로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라고 했다.
  • 인간이 지운 존재들을 시로 보듬는 방법

    인간이 지운 존재들을 시로 보듬는 방법

    인간 때문에 세상에서 지워진 존재들의 이름이다. 눈으로 읽는 데 그쳐선 안 된다. 반드시 혀로, 그것도 인간의 혀로 또박또박 발음해야 한다. 스마트폰이 있으면 당장 구글에 검색해 봐도 좋다. 지구상에서 더는 볼 수 없는 이들의 생전 ‘몸짓’을 고스란히 감각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시와 낭독의 힘은 여기에 있을지 모르겠다.35회 김수영문학상에 빛나는 안태운(38) 시인의 새 시집 ‘기억 몸짓’을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 도저히 하나의 키워드로 꿰기는 불가능했다. 다채로운 감각이 매번 새롭게 다가왔고, 그래서 좋았다. 그러나 읽을 때마다 앉은 자세를 다잡게 하는 작품이 있었으니 68쪽을 펼치면 나오는 ‘생물종 다양성 낭독용 시’다. 멸종된 동물들의 이름을 라틴어 학명까지 정확하게 줄줄이 적어 놓고 낭독을 권한다. 그러면서 독자에게 묻는다. ‘이것만으로 충분한가?’ “인간 때문에 동식물이 자연도태보다 500배나 빠르게 절멸되고 있다/2010년대에만 467종이 절멸되었다/라고 지구에서는 내내 보도되고 있다/그러므로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나요/…/이제부터 생물종 다양성에 대해서 살아갈 것이다,/라고 나는 오늘 다짐했고/그러고 나자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생물종 다양성 낭독용 시’ 부분·69~70쪽) 이처럼 시인은 ‘인간이 아닌 것’들의 안녕에 관심이 많다. 단순히 죄책감을 덜고자 마음을 내주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인간의 이기적인 행위로 말미암아 자신들의 터전에서 질식해 가는 존재들의 안타까운 정황을 정확히 포착하고 시로 옮긴다.“조개 캐는 꿈을 꾼다는 것. 그레를 끈다. 그레를 살린다. 갯벌을 메워서 땅으로 만들려 하다니. 거기 사는 생이 다 죽게 된다니. 노래를 만들어 부르고 주문을 외고 기도하고 그것은 내내 인간이 해 왔던 창작과 수행. 양식 삼으려 조개를 캐는 것과 갯벌을 콘크리트로 메워 서식하는 조개를 말살하는 건 다른 일. 그때 어민은 죽어 나갈 조개를 염려한다.”(‘접면’ 부분·36쪽) 당연한 말이지만 시인이 상정하는 비인간의 영역은 단순히 ‘인간이 아닌 생물’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생명이 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존재의 활력도 예민하게 감지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브뤼노 라투르, 제인 베넷 등 요즘 사상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신유물론 철학자들의 생각과 공명하는 지점이다. “그럼에도 구름은 식당에서 돌의 말을 들으며 식사를 했다. 돌을 바라보았다. 돌은 바라보지 않았다. 대신 돌은 말하고 있었다. 구름은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왔고 어제 꾸었던 엄마에 대한 꿈을 생각하기도 했다.”(‘돌과 구름’ 부분·100쪽) 안태운은 2014년 계간 ‘문예중앙’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감은 눈이 내 얼굴을’, ‘산책하는 사람에게’에 이은 세 번째 시집이다. 자유롭고 독창적인 시의 문장과 구성을 선보이면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사유를 그 안에 벼리고 있다. 시집을 펼치면 독특한 기획이 엿보인다. 시집 앞뒤에 정체를 알 수 없는 흑백사진이 담겨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시인은 편집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50편 가까이 되는 시를 사진 이미지로 처음과 끝에서 감싸고 싶었습니다. … 사각형 이미지가 일종의 말줄임표처럼 느껴지게끔요. 여운이 깃들면 좋겠다 싶었고요. 텍스트는 텍스트로 사진은 사진으로 서 있되 어렴풋한 연결감을 느껴 볼 수도 있을 듯하기도요.”
  • “무겁고 두툼한 古典을 힙하게… 아름다워, 갖고 싶은 세계문학 낼게요”[오경진 기자의 노이즈캔슬링]

    “무겁고 두툼한 古典을 힙하게… 아름다워, 갖고 싶은 세계문학 낼게요”[오경진 기자의 노이즈캔슬링]

    ‘모호’ 브랜드 통해 소설 3권 출판정전 무게감 덜어내 시처럼 읽혀 군대에서 열흘짜리 훈련에 나갔을 때다. 특별한 것 없이 무료하게 주둔지를 지키는 일이었다. 군 작전상 중요했을진 모르지만 그 안에 있는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의미를 찾기 어려웠다. 그때 야전 텐트에서 읽었던 책이 바로 알베르 카뮈(1913~1960)의 ‘시지프 신화’다. 뾰족한 산꼭대기로 바위를 밀어 올려야 하는 형벌을 받은 시지프. 애써 얹어 놓으면 다시 굴러떨어지기에 그는 이 바위산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 시지프가 표상하는 인간 존재의 무의미와 부조리는 이 애처로운 군인에게도 크게 다가왔다. 어느 전공이든 택할 수 있는 자율전공학부에서 굳이 불문학을 고른 이유다. 취업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고된 길. 그길로 그는 문학 편집자가 됐고 그리도 좋아하던 세계문학책을 만들고 있다. 문학동네 계열 출판사 난다의 권현승(32) 편집자 이야기다. 지난 5월 난다에서 세계문학 브랜드 ‘모호’를 론칭한 그를 25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적절한 새로움’이야말로 세계문학 독자가 기대하는 것이다. 한국문학과는 달리 배경도 고유명사도 다른데 그런 생경함에서만이 얻어 낼 수 있는 감각이 있을 터. ‘고전’을 썩 좋아하진 않는다. 정제된 조각으로 멈춘 것보다는 끊임없이 유동하는 역동적인 글을 담고 싶다.” ‘세계문학전집’ 하면 고전과 정전의 반열에 오른 두툼하고 무거운 책이 떠오르기 마련. 세계 최고의 지성과 만나는 일이니 그의 정수를 보여 주고 싶은 게 편집자의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권현승과 모호가 지향하는 바는 조금 다르다. 그는 프랑스 작가 앙드레 지드(1869~1951)의 이야기를 꺼냈다. “지드의 정수는 ‘위폐범들’이다. 당대 소설 미학을 집대성한 작품이다. 하지만 동시에 지루하게 느껴졌다. 홍차만 마시고 싶은데, 홍차뿐 아니라 커피도 주고 마들렌도 먹으라고 강요하는 느낌이랄까. 나에게는 지드의 ‘좁은 문’이 더 강렬했다. 정전의 무게에 눌리지 않는 세계문학을 지향한다.” 모호에서 나온 책은 지금껏 총 3권이다. 파스칼 키냐르의 ‘성적인 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사랑’, 시기즈문트 크르지자놉스키의 ‘문자 살해 클럽’이다. 작가와 책 제목만 봐도 방향이 뚜렷하게 보인다. 일단 크르지자놉스키는 작가 이름을 외우기도 버겁다. ‘사랑’은 소설이긴 한데, 처음부터 끝까지 쫀쫀한 이야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시처럼 읽히는 이 책을 권현승은 한 편의 시집처럼 만들었다. 한 손에 들어올 정도로 가볍게. 번역도 시인 장승리에게 맡겼다. “책을 바라보는 태도가 달라졌다. 독자는 이제 책에서 지식을 구하지 않는다. 그러면 책이 필요하지 않은 시대인가. 그건 아니다. 책을 찾는 이유는 더 다채로워졌다. ‘인스타그래머블한’ 책이 팔린다.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좋다는 의미의 신조어다. 독자는 여전히 새로운 걸 찾는데, 거기엔 어느 정도의 ‘허영’이 있다. 책은 여기서부터 팔리기 시작한다.” 여기서 책은 ‘읽는 것’을 넘어선다. 동시대 사람과 소통하고 그 책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감성과 문화를 공유하기 위한 매체로 기능한다. 출판사들이 북토크를 비롯해 작가와 독자의 만남에 열을 쏟는 이유이기도 하다. 편집자는 작가도, 디자이너도, 마케터도 아니지만 세 영역을 동시에 조망하면서 판단하는 존재다. 책과 글을 사랑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 어느 하나에도 깊이 빠져들어서는 곤란하다. 책 편집은 그래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사랑하면서도 그것과 거리를 두는 일이기도 하겠다. 권현승의 방향은 분명했다. 그는 “‘힙스터’들이 좋아하는 세계문학책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아름다운’ 책을 만들 거다. 키냐르가 플라톤을 인용해 한 말이 있다. ‘아름다움의 첫 번째 현존은 공포’라고. 새로운 걸 만났을 때 느껴지는 놀라움을 극한까지 밀어붙였을 때 공포가 일어나는 것 아닐까. 확 꽂히고 매혹하는, ‘모호한’ 세계문학의 매력을 소개하겠다.”
  • 폐비닐봉지 5000개의 비행… 서울 하늘 기후 고민 띄운다

    폐비닐봉지 5000개의 비행… 서울 하늘 기후 고민 띄운다

    공중 뮤지엄 ‘무세오 에어로솔라’비닐봉지 붙여 환경 메시지 표현25개국에서 78번 프로젝트 진행지역 미술관 참여 ‘에어로센 백팩’태양열만 이용 비행 키트 띄우기도 5000여개 폐비닐봉지를 활용해 비행 조형물을 만들고 기후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프로젝트가 본격화한다. 리움미술관은 ‘아이디어 뮤지엄’의 일환으로 ‘에어로센 서울’ 프로젝트를 선보인다고 24일 밝혔다. 지난해 12월 샤넬 컬처 펀드의 후원을 받아 시작한 리움의 ‘아이디어 뮤지엄’은 포용성, 다양성, 평등, 접근성을 반영하는 동시에 예술적 상상력을 통해 미술관의 확장성과 미래 방향을 모색한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아르헨티나 작가 토마스 사라세노(51)와 에어로센 재단이 함께한다. 그가 시작한 에어로센은 전 세계의 다양한 예술가, 활동가 등이 모여 생태사회 정의를 위한 공동의 퍼포먼스를 펼치는 학제 간 커뮤니티로 현재 43개국, 126개 도시에서 활동하고 있다. 에어로센 서울은 이런 생태사회 정의 운동에 동참한다. 리움은 오늘의 환경과 기후 문제를 고민하는 커뮤니티 프로젝트로 ‘무세오 에어로솔라’, ‘에어로센 백팩 워크숍’, ‘패널 디스커션’ 등을 선보인다.먼저 무세오 에어로솔라는 재사용된 비닐봉지와 태양열을 활용, 공중에 떠 있는 뮤지엄을 제작하는 캠페인과 워크숍을 통칭하는 말이다. 2007년부터 아르헨티나, 캐나다, 호주, 쿠바, 덴마크, 이집트 등 25개국에서 78번의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이번이 79번째 프로젝트다. 이에 지난달 25일부터 서울 용산구 내 다양한 지역 커뮤니티가 협력해 비닐봉지를 모으기 시작했다. 이후 수거된 5000여장의 비닐봉지를 오려 붙이는 작업과 그 위에 환경에 대한 참여자들의 관심을 드로잉과 메시지로 표현한다. 리움은 또 광주, 경기, 대구, 대전, 부산, 수원, 제주 등의 지역 미술관과 함께 에어로센 백팩 워크숍을 개최한다. 헬륨, 수소, 태양광 패널,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고 오직 태양열만 이용하는 에어로솔라 조형물의 휴대용 비행 키트로, 화석 연료 없이도 하늘을 부유한다. 참가자들은 메시지를 작성한 뒤 직접 하늘로 띄우는 작업을 한다. 지난 10일 대구에서부터 시작된 워크숍은 지역과 서울을 유연하게 연결하고, 공기를 매개로 한 느슨한 공동의 장을 마련한다는 의미가 있다. 구정연 리움미술관 교육연구실장은 “이번 프로젝트는 기후와 재난이라는 커다란 현안을 어떻게 예술적인 상상력으로 풀어낼 수 있는지 고민한 결과”라며 “개인이나 작가 한 사람이 중요하다기보다는 공동체의 연대를 통해 새로운 대안적인 사회를 만들어 보자는 게 의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닐봉지를 지역사회에서 수거하고 있지만 이것이 얼마나 모일지 여전히 안에서 고민이 큰 만큼 공동체의 관심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프로젝트는 오는 9월 29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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