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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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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군가에겐 활자에 불과한 문학… 香 더해지면 상상력에 불붙죠”[오경진 기자의 노이즈캔슬링]

    “누군가에겐 활자에 불과한 문학… 香 더해지면 상상력에 불붙죠”[오경진 기자의 노이즈캔슬링]

    소설가 부모 영향 속 나만의 길 찾아예술·과학 융합하는 조향사에 매료 아버지는 요절한 천재 소설가 김소진이고, 어머니는 소설가이자 문학을 가르치는 대학교수 함정임이다. 부모의 영향으로 자연스레 문학의 길로 들어설 법도 하지만 청개구리 기질이 다분했던 듯 선택한 길은 다소 뜬금없는 조향(調香), 향을 만드는 일이다. 그러나 문학에서 아주 멀리 달아나지는 못했다. 요즘 소설과 시, 에세이에 어울리는 향을 만드는 작업을 하며 여러 문학 출판사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조향사 김태형(30) 이야기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문학과 향을 아울러 누릴 수 있는 작은 공간인 ‘센트 온 블랭크’도 운영하고 있다. 15일 이곳에서 김태형을 만났다. “부모님의 그늘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다. 문학을 자꾸만 밀어내려 했었다. 외국어고등학교에 재학하면서도 이과에 해당하는 직업을 택하려고 했다. 고생물학자도 생각했었다. 그러다 조향사라는 직업을 알게 됐다. 예술과 과학을 융합하는 직업이라고 했다. 나의 것을 하면서도 부모의 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것이라 생각됐다. 망치로 머리를 두드리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2013년 프랑스로 떠났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향수대학교 에콜 슈페리오르 뒤 파팡의 향수 제조 및 관리 과정에서 공부한 뒤 베르사유에 있는 세계 유일의 향수전문학교 이집카에서 이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고난의 연속이었던 유학 생활, 자존감이 많이 낮아졌을 때 아버지 김소진을 떠올렸다. 다들 그더러 ‘김소진의 아들’이라고 하는데, 정작 자기는 아버지가 누구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김태형이 세 살 때였던 1997년 김소진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 ‘소설가 김소진’이 궁금해진 이유다. 올해 27주기를 맞아 지난 4·5월에는 김소진 회고의 밤도 열렸고 거기에 참여하기도 했다. 김소진의 아들이라며 제게 관심을 주지만 오히려 그분들에게 묻고 싶었다. 우리 아버지 어떤 사람이었느냐고.” 김태형이 처음에 향을 공부하겠다고 했을 때 어머니 함정임은 대단히 놀랐다고 한다. 김소진이 아노스미(후각상실증)를 앓았던 사람이라서다. 유전되는 것은 아니라서 다행이지만 참으로 공교로운 일이다. 끝없이 부정하면서도 결국은 이끌리게 되는, 부자(父子)의 족쇄랄까. 지금은 문학을 밀어내지 않는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문학과 향기의 조합을 생각하고 있다. 최근에는 파스칼 키냐르의 에세이 ‘성적인 밤’(난다)의 삽화와 글을 향으로 재해석한 특별전도 진행했다. 남성과 여성이 한데 뒤섞이는 이미지를 향으로 구현했다고 한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장바티스트 그르누이라는 그의 이름은 오늘날 잊혀져 버렸다. … 단지 그의 천재성과 명예욕이 발휘된 분야가 역사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는 냄새라는 덧없는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향기는 채 하루도 버티지 못하고 사라진다. 하지만 글로 쓰인 문학은 그걸 해독할 수 있는 문명이 존속하는 한 끝까지 남는다. 도대체 왜 문학에 향기가 필요한지, 그에게 물었다. “문학은 무궁무진한 상상력의 세계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그것은 무미건조한 활자에 불과하기도 하다. 그 어떤 감각보다도 감정을 강하게 건드리는 향이 문학과 결부된다면, 머릿속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데 도움이 될 거다. 내적인 사고 활동에 머무는 문학이 외적 자극인 향을 만나서 확 불이 일어난다고 하면 될까.”
  • 여장남자·변호사·신인가수… 조정석의 ‘무한변신’

    여장남자·변호사·신인가수… 조정석의 ‘무한변신’

    2024년 8월은 배우 조정석(44)에게 아주 특별한 시기로 기억될 듯하다. 극장에는 주연으로 등장한 2편의 영화 ‘파일럿’과 ‘행복의 나라’가 나란히 걸렸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신인가수 데뷔까지 준비하고 있다. 14일 개봉한 영화 ‘행복의 나라’ 출연을 계기로 전날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조정석을 만났다. 그는 “작품마다 분위기가 다른 만큼 이리저리 정신이 없고 벅찬 것도 사실이지만 하루하루 모든 걸 쏟아 내면서 ‘새로운 오늘’을 맞이한다는 심정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복의 나라’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제가 해 왔던 서민적이고 유쾌한 모습이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흔치 않은 기회였죠. 물론 연기하면서 종종 코미디 요소가 튀어나오지만요. 무엇보다 이야기에서 매력을 느꼈습니다.”박정희 전 대통령이 피격된 1979년 10·26 사건을 모티프로 하는 영화 ‘행복의 나라’에서 조정석은 변호사 ‘정인후’를 연기했다. 법정에는 승자와 패자만이 존재한다고 믿는 ‘생계형 변호사’다. 그러다 대통령 암살 사건에 휘말린 군인 ‘박태주’(고 이선균 분)를 변호하고 그와 깊이 교감하며 생각이 바뀐다. 군인의 신분이라 단심제로 목숨을 잃을 위기에 있는 박태주를 살리고자 당대 최고 권력인 신군부에 맞서기도, 때로는 무릎을 꿇기도 하는 모습을 보인다. 진지하다 못해 처절하기까지 한 정인후의 얼굴에서 장난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앞서 개봉한 코미디 영화 ‘파일럿’ 속 간드러진 목소리의 여장 남자 ‘한정우’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이익준’, 그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영화 ‘건축학개론’의 ‘납뜩이’와도 완전히 딴판인 캐릭터다. “정인후는 재판에 있던 모든 이를 대변하는 인물이에요. 그 시대의 잔인함을 상징하는 ‘전상두’(유재명 분)라는 권력에 대항하죠. 만약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두렵긴 하지만 정인후라는 인물의 편에 설 것 같아요. 마지막 골프장에서 전상두와 마주하며 토해 냈던 대사가 가장 하고 싶은 말이었어요. 어떻게 해서든 ‘사람은 죽이지 말라’고.”오는 30일에는 넷플릭스 예능 ‘신인가수 조정석’도 공개된다. 드라마와 뮤지컬에서 수준급의 노래 실력을 뽐냈던 조정석을 아예 신인가수로 데뷔시키자는 독특한 발상에서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올해로 데뷔 20년 차, 전성기에 이르러 다시 ‘신인’으로 되돌아가는 일. 그러나 그는 지금도 연기하는 모든 순간 서울예대 연극과에 입학해 학교 정문에 발을 디디던 그때를 떠올린다고 했다.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서 주변에서 달라졌다고들 해요. 저는 똑같은 것 같은데. 그래도 아빠가 되니까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기더라고요. 이렇게 오기까지 제 인생의 큰 전환점을 꼽자면 학교 정문에 발을 디디던 때. 정문 앞에서 딱 멈췄어요. 여기를 넘어가는 순간 모든 게 달라져야 한다는 강한 의지가 생겼던 것 같아요. 그게 지금까지 오는 원동력이었겠죠.”
  • “연예인만 즐기는 예능 사절… 시청자 직접 맛볼 수 있는 먹방”

    “연예인만 즐기는 예능 사절… 시청자 직접 맛볼 수 있는 먹방”

    스타들이 직접 해외 유명 맛집 섭외더현대서울서 팝업스토어로 선보여 ‘연예인들이 외국에서 먹고 노는 것을 왜 시청자들이 봐야 하는가.’ 평소 ‘먹방’(먹는 방송)에 그리 공감하지 못했던 두 PD가 함께 음식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마음먹었을 때 가진 생각이다. 차별화된 포인트가 필요했다. 고민의 결과가 바로 지난달 초 시작한 KBS 예능 프로그램 ‘팝업상륙작전’(매주 토요일 10시 35분)이다. 골프선수 출신 박세리와 배우 하석진을 두 축으로 개그맨 김해준, 여행 유튜버 곽준빈(곽튜브) 등이 출연한다. 이 프로그램을 만든 황성훈(38)·최지나(38) PD를 13일 서울 영등포구 KBS 신관에서 만났다. “출연자가 단순히 맛을 평가하는 데 그치지 않아야 했어요. 놀러 온 게 아니라 ‘출장’을 간 거죠. 이게 한국에서 팔릴 수 있을지 사업가로서 진지한 고민을 프로그램에 담고자 했습니다.” 요리 예능 ‘편스토랑’(2019)을 경험해 봤던 황 PD의 말이다. 편스토랑이 출연자들이 먹는 걸 보여 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요리법이라는 결과물을 시청자에게 전달한다는 취지였다면 이번에는 따끈따끈한 맛을 그대로 전하기 위해 ‘팝업스토어’란 장치가 필요했다. “백화점은 쇼핑하러 가는 공간인데, 더현대서울은 조금 다르다고 느꼈어요. ‘경험하러’ 가는 곳이랄까. 젊은 세대 접근성도 좋고 저희가 들여오는 해외 맛집을 팝업으로 소개하기에는 제격이었죠.” 최 PD는 현대백화점과 협업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방송에 나온 해외 유명 맛집은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팝업으로 소개된다. 앞서 방송됐던 미국 서부 인기 핫도그 브랜드 ‘더트 도그’와 일본 도쿄 계란말이 가게 ‘마루타케’가 더현대서울 지하 1층에 팝업스토어를 열어 장사진을 이루기도 했다. “먹는 건 일차원적인 욕구이고 편안함과 관련이 있죠. 남이 먹고사는 걸 지켜보면서 복잡하고 힘겨운 마음을 다스리려는 것이죠. 다만 보는 데서 그칠 순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청자가 직접 맛을 보게 하고 음식 사진을 인스타그램에도 올릴 수 있도록 해 실제 경험으로 가지고 왔다는 게 중요하죠.”
  • ‘민주당 경선 개입’ 주범들 항소심서 집행유예…송하진 전 도지사 부인 등은 일부 감형

    ‘민주당 경선 개입’ 주범들 항소심서 집행유예…송하진 전 도지사 부인 등은 일부 감형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경선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송하진 전 전북도지사 부인 오경진 씨 등이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부장판사 양진수)는 13일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오경진 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6개월에 자격정지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징역 5개월에 자격정지 1년,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전 전북도 대도약정책보좌관(3급)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2년을 선고했다. 전직 도지사 비서실장(4급) 2명과 전 예산과장(4급), 전 전북자원봉사센터장(5급) 등 나머지 피고인 5명에게도 징역 5∼8개월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각각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특정 정당 당내 경선에서 후보자 선출 결과가 본선 당선 결과로 이어지는 지역의 정치 현실에 기대 송하진을 지지하는 권리당원을 모집해 관리하는 방법으로 공직선거법과 지방공무원법이 금지하는 정치운동을 했다”면서 “공직선거법의 입법 취지를 훼손하고 국민이 후보자에 대한 투표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쳐 선거의 공정성을 해쳐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은 전북 공무원들의 주도하에에 이뤄졌고 현직 공무원들이 범행에 가담해 정치적 중립의무가 훼손됐다”며 “다만 송하진 전 지사가 당내 경선 전에 컷오프돼 후보자에 출마하지 못하면서 범행이 실제 당내 경선이나 실제 선거에 사실상 영향을 미치거나 적다는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오 씨 등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입당원서 사본과 권리당원 명부를 관리하는 등 당내 경선에 개입하려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자원봉사센터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민주당 입당원서 1000여장, 1만여명의 당원 명부가 발견됐다. 검찰은 이들이 당내 경선에 개입할 의도로 전북도 산하기관인 자원봉사센터에서 입당원서를 엑셀 파일로 정리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 “판에 박힌 먹방·여행 넘어서…사업가적 고민 담고 싶었죠”

    “판에 박힌 먹방·여행 넘어서…사업가적 고민 담고 싶었죠”

    ‘연예인들이 해외에서 맛있는 거 먹고 노는 걸 시청자들이 왜 봐야 하는가.’ 평소에도 ‘먹방’(먹는 방송)에 그리 공감하지 못했던 두 PD가 뭉쳐서 음식 예능프로그램을 만들게 됐을 때 들었던 생각이다. 대리만족의 쾌감은 있기에 이 장르가 지금껏 스테디셀러로 자리를 잡은 것이겠지만, 차별화된 포인트가 있어야 했다. 고민한 결과가 바로 KBS 예능프로그램 ‘팝업상륙작전’(매주 토요일 10시 35분)이다. 이 프로그램을 만든 황성훈(38)·최지나(38) PD를 13일 서울 영등포구 KBS신관에서 만났다. “출연자가 단순히 맛을 평가하는 데 그치지 않아야 했어요. 놀러 온 게 아니라 ‘출장’을 온 거죠. 이게 한국에서 팔릴 수 있을지 사업가로서 진지한 고민을 프로그램에 담고자 했습니다.”앞서 음식 예능 ‘편스토랑’(2019)을 경험해봤던 황 PD의 말이다. ‘편스토랑’은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관찰하면서 그들만의 독특한 레시피를 공유하고 실제로 편의점 간편식, 밀키트까지 출시했던 프로그램이다. 단순히 출연자들이 먹는 걸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레시피라는 결과물을 시청자에게 전달한다는 취지는 괜찮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방송에서 보여줬던 것과 실제 밀키트 사이 맛 차이가 커지는 아쉬움이 있었다고 했다. 따끈따끈한 맛을 그대로 전해주기 위해서는 ‘팝업스토어’라는 장치가 필요했다. “백화점은 쇼핑하러 가는 공간인데, 더현대서울은 조금 다르다고 느꼈어요. ‘경험하러’ 가는 곳이랄까요. 젊은 세대 접근성도 좋고 저희가 들여오는 해외 맛집을 팝업으로 소개하기에는 제격이었죠.”최 PD는 굳이 현대백화점과 협업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방송에 나온 해외 유명 맛집은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팝업으로 소개된다. 앞서 방송됐던 미국 서부 인기 핫도그 브랜드 ‘더트 도그’와 일본 도쿄 계란말이 가게 ‘마루타케’가 더현대서울 지하 1층에 팝업스토어를 열었고 한때 장사진을 이루기도 했다. 지난달 20일 3회까지 방송됐고, 파리올림픽 중계로 3주간 결방됐다가 오는 17일부터 방송이 재개된다. 골프선수 출신 박세리와 배우 하석진을 두 축으로 가수 브라이언, 개그맨 김해준, 유튜버 곽준빈(곽튜브), 보이그룹 아스트로의 멤버 김명준(MJ)이 출연한다. 먹방과 여행, 이제는 다소 질릴 수 있는 소재를 다시 끌어온 이유를 두 PD는 이렇게 설명했다. “먹는 건 일차원적인 욕구니까요. 편안함과 관련이 있죠. 남이 먹고사는 걸 지켜보면서 복잡하고 힘겨운 마음을 다스리려는 것이죠. 다만 이젠 보는 데서 그칠 순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청자가 직접 맛을 보게 하고 음식의 사진을 인스타그램에도 올릴 수 있도록 하고요. 실제 우리의 경험으로 가지고 온다는 게 중요하죠.”
  • 과학도 종교도 인간의 일… 신은 왜 惡을 창조했을까[영화 프리뷰]

    과학도 종교도 인간의 일… 신은 왜 惡을 창조했을까[영화 프리뷰]

    정신분석학자와 영문학자 ‘신’ 논쟁할리우드식 영화로 세련되게 담아치열하게 싸우던 중 전쟁 다가오자“죽음 앞 모두가 겁쟁이” 결국 공감 선하고 전지전능한 신은 어째서 세상의 악과 고통까지 창조했는가. 풀리지 않는 종교적 딜레마다. 이를 해결하려는 신학적 시도를 신정론(神正論)이라 한다. 지극히 사변적인 논담을 영화는 ‘할리우드적’으로 세련되게 풀어냈다. 섣부른 종합이나 결론은 도출하지 않는다. 과학도 종교도 결국은 나약한 ‘인간의 일’이라는 점을 새삼 일깨워 줄 뿐이다. 지적 허영에 목마른 현대인의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 줄 영화 ‘프로이트의 라스트 세션’이 오는 21일 개봉한다.늙고 까칠한 정신분석학자 지크문트 프로이트(1856~1939)는 과학의 논리로 무장한 무신론자다. 반면 젊고 온화한 영문학자 클라이브 스테이플스(C S) 루이스(1898~1963)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신의 존재를 확신하고 있다. 거칠 것이 없는 프로이트는 도발적으로 신성모독을 감행한다. 루이스는 초반에는 쩔쩔매다가도 이내 차분한 태도를 되찾고 프로이트 논리의 허점을 짚어 낸다. 어느 한쪽이 승리할 수도 없고 승리해서도 안 되는 지루한 싸움이 이어진다.20세기 초 서구 지성사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영화에 다가갈 수 있다. 저서 ‘꿈의 해석’으로 무의식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젖힌 프로이트는 인간 행동의 중요한 동인(動因)으로서 ‘성욕’의 역할을 확인하고 긍정했다. 성에 대한 금기와 억압으로 가득했던 당대 분위기를 크게 뒤집는, 지성사에 몇 안 되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회’ 가운데 하나다. 그를 ‘섹스 박사’라며 비아냥대는 사람도 있었지만 프로이트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성은 모든 행복의 원천”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루이스는 여기에 맞선다. “성은 신이 인간에게 주신 많은 행복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고 선을 긋는다. 성욕의 만족은 짧게 지속되는 것으로 진정한 행복은 그것을 넘어선다고 강조한다.신이 선할진대 어째서 고통받는 인간을 내버려두는지 이해하지 못한 프로이트는 결국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러나 루이스가 신을 믿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 인간은 고통 앞에 한없이 나약하기에 신에게 귀의할 수밖에 없다는 것.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는 영국 런던 프로이트의 집 바깥으로는 쉴 새 없이 공습경보가 울린다. 전쟁의 올가미가 두 사람을 깊숙이 조이고 나서야 결국 공감대를 이룬다. “죽음 앞에서는 모두가 겁쟁이죠.” 극작가 마크 세인트 저메인 원작으로 국내에서는 배우 신구, 남명렬 등이 분했던 연극으로 더 익숙하다. 영화 ‘양들의 침묵’에서 희대의 사이코패스를 연기하며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던 ‘할리우드의 전설’ 앤서니 홉킨스가 프로이트를 연기한다. 영화인데도 왜인지 두툼하고 어려운 책을 독파했을 때의 쾌감을 준다.
  • KBS·CJ ENM, 드라마 사업 협력한다

    KBS·CJ ENM, 드라마 사업 협력한다

    KBS와 CJ ENM이 드라마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양사는 12일 서울 여의도 KBS 본사에서 체결식을 열고 향후 각 회사 계열 제작사인 KBS 측 몬스터유니온, CJ ENM 측 스튜디오드래곤의 드라마 기획과 제작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양사가 제작한 드라마를 서로의 채널인 KBS 2TV와 tvN, 티빙 등에서 방영하도록 협한다. 드라마 마케팅과 프로모션도 상호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박민 KBS 사장은 업무협약식에서 “드라마는 해외에 우리 문화를 알리는 가장 파급력 있는 콘텐츠”라며 “이번 업무협약을 계기로 양사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국내외 시청자에게 다양한 고품격 드라마를 제공하고, 드라마 시장에서 신선한 돌풍을 일으키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윤상현 CJ ENM 대표이사 역시 “콘텐츠 협력을 토대로 양사가 함께 성장하고 K콘텐츠 산업의 위상이 더 높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시인 박세미·소설가 김기태, 제42회 신동엽문학상 수상

    시인 박세미·소설가 김기태, 제42회 신동엽문학상 수상

    시인 박세미와 소설가 김기태가 제42회 신동엽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창비는 박세미의 시집 ‘오늘 사회 발코니’(문학과지성사)와 김기태의 소설집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문학동네)를 수상작으로 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심사위원들은 박세미의 시집에 대해 “시와 현실의 공동공간인 ‘발코니’를 내세워 치열한 자기성찰을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기태의 소설집에 대해선 “평범한 개인들에 대한 특별하고 애정 어린 시선과 치밀한 구성으로 동시대성을 다시 감각하게 만든다”고 평했다. 신동엽문학상은 시 ‘껍데기는 가라’, ‘금강’ 등을 쓴 1960년대의 대표적 참여시인 신동엽(1930~1969)의 문학 정신을 기리고 역량 있는 문인을 지원하기 위해 시인의 유족과 창비가 공동제정한 상이다. 등단 10년 이하 또는 그에 준하는 경력을 가진 문인이 최근 2년간 한국어로 쓴 문학적 업적을 대상으로 심사해 선정한다. 상금은 각 2000만원으로, 시상식은 오는 11월 말 열릴 예정이다. 창비는 창비신인문학상 수상작도 함께 발표했다. 제24회 창비신인시인상에는 김진선의 시 ‘때맞춰’ 외 4편이, 제27회 창비신인소설상에는 문소이의 소설 ‘마이 리틀 그리니’가 선정됐다. 제31회 창비신인평론상은 당선작이 나오지 않았다.
  • ‘저주토끼’ 번역했던 안톤 허, 이번엔 이성복 시집 영어로 옮긴다

    ‘저주토끼’ 번역했던 안톤 허, 이번엔 이성복 시집 영어로 옮긴다

    대산문화재단이 올해 ‘한국문학 번역·연구·출판지원’ 대상작 16건을 선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영국 부커상 최종후보에 올랐던 ‘저주토끼’(정보라 작)를 영미권에 소개한 안톤 허(허정범) 번역가가 이번에는 한국 현대시의 거목 이성복 시인의 시집 ‘그 여름의 끝’을 영어로 옮긴다. 재단에서 선정한 작품 16건을 보면 소설이 10편으로 가장 많았고 시집이 5편, 연구서가 1편으로 뒤를 이었다. 이성복의 ‘그 여름의 끝’은 미국을 대표하는 문학 전문 출판사인 크노프에서 출간을 예정하고 있다. 이 출판사에서 11년 만에 출간하는 한국문학 작품이라고 한다. 두 가지 언어로 동시에 번역되는 작품도 있다. 현기영의 소설 ‘제주도우다’는 영어와 중국어로, 김기택의 시집 ‘낫이라는 칼’은 불어와 중국어로, 정보라의 ‘한밤의 시간표’는 독어와 중국어로 각각 옮겨진다. 프랑스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메디치상을 받았던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이번에 스페인어로 독자와 만난다. 이 밖에도 ‘브로콜리 펀치’(이유리 소설·스페인어), ‘구의 증명’(최진영 소설·스페인어), ‘장석 시선집’(일본어), ‘불편한 편의점’(김호연 소설·불어), ‘천변풍경’(박태원 소설·불어), ‘귤의 맛’(조남주·독어) 등이 해외 문학시장에 가닿을 예정이다. 연구서 중에서는 ‘한하운 평전’이 일본어로 옮겨진다. 우수한 한국문학이 해외 독자들의 서가에도 꽂힐 수 있도록 대산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이 사업은 올해로 32회째를 맞았다. 지원자의 번역 능력과 실적, 작품의 문학적 가치와 해외 출판 가능성이 선정 기준이다. 지원금은 2억 2000만원이다.
  • “화려함 속 뭉크의 고독… SNS시대 현대인 닮아”

    “화려함 속 뭉크의 고독… SNS시대 현대인 닮아”

    “절망 가득한 삶에 더한 화사한 풍경뭉크의 자서전 읽은 것 같은 전시‘시대의 그림자’ 포착한 뭉크처럼 사회에 메시지 주는 작가 되고 싶어” “과거 낭만파 화가들은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을 화폭에 담았죠. 반면 같은 시대에 활동한 뭉크는 인간의 고독과 절망에 집중했어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현대인 실존도 이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SNS에는 예쁘고 행복한 장면만 올라오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엄청난 외로움이 있거든요. 뭉크가 그려 낸 인간의 어두운 단면은 그때나 지금이나 유효한 거죠.” ‘아트테이너’로 활동하는 화가 권지안(40)은 한 세기나 앞서 활동했던 예술가 에드바르 뭉크(1863~1944)가 현대인과 공명하는 지점을 이렇게 짚어 냈다. 예명 ‘솔비’로 방송에서 가수 등으로 활동할 때의 유쾌한 모습과는 사뭇 다른 진지한 모습이었다. 서울신문 창간 120주년 기념 전시 ‘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이 열리는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지난 9일 그를 만났다. “‘절규’가 워낙 유명하지만 그 너머 뭉크의 삶을 알 수 있게끔 일대기를 잘 정리한 전시였어요. 절망과 고독이 가득한 삶이었지만 거기서 화사한 풍경도 아울러 볼 수 있어서 좋았죠. 뭉크의 자서전을 읽은 느낌이었달까요.” 그는 2006년 혼성그룹 ‘타이푼’의 보컬리스트로 데뷔한 뒤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며 가수와 방송인으로 입지를 굳혔다. 그러다 2010년 미술에 흠뻑 취하게 된 뒤로 2012년 첫 개인전을 열며 이후 화가의 길도 걷고 있다. 예술가로서의 활동을 병행하는 연예인을 뜻하는 신조어 ‘아트테이너’가 지금은 권지안의 중요한 정체성이다. 그는 ‘선배 화가’ 뭉크의 예술세계를 이렇게 평했다. “유독 판화 작품을 많이 남겼다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생전 다양한 실험을 했던 혁신적인 작가였던 것 같아요. 특히 사랑을 향한 강한 열망을 가졌던 분이라고 느꼈어요. 작품 ‘키스’를 비롯해 남녀의 입맞춤에 천착했죠. 그러다 결국 마지막에는 사랑을 불신하게 된 듯하지만요.” 그가 이번 전시에 걸린 작품 중에서 ‘마돈나’(1895~1902·섹션8)를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꼽은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마돈나’는 뭉크의 두 번째 연인이었던 작가 다그니 율을 모델로 그린 그림이다. 사랑하는 이를 그리면서도 대상을 무조건 이상화하지 않았다는 점과 작품 곳곳에 드러나는 인간의 본능을 향한 성찰이 매력적이었다고 권지안은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초대받지 못한 손님’ (1932~1935·섹션14)도 추천했다. 대표작으로 시선을 확 끄는 ‘마돈나’와는 달리 이번 전시에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작품은 아니다. 뭉크의 말년작인 이 그림에는 창밖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남자와 바깥에서 방어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안과 밖’의 모호한 경계와 선명한 흑백의 대조. 권지안은 여기서 21세기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장면이 겹쳐 보인다고 했다. 권지안이었다가 솔비였다가. 최근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여념이 없다. 지난달 22일 신곡 ‘먼데이 디스코’를 발표하며 솔비로서의 활동을 재개했다. 서울 용산구 프로세스이태원에서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와 함께하는 전시 ‘벅 온앤오프’(7월 3일~9월 22일), 서울 중구 갤러리선에서 열리는 전시 ‘사이버불링’(8월 16~30일) 등 권지안으로서의 활동도 열심이다. 연말에는 열두 번째 개인전도 계획하고 있다. “화려한 모습만 보이다가 그림을 만나면서 진짜 내면을 내보일 수 있었어요. 시대의 그림자를 포착한 뭉크처럼 저도 사이버불링(인터넷에서 이뤄지는 폭력) 등 어두운 부분을 이야기하며 사회에 메시지를 주는 작가로 거듭나고 싶습니다.” 뭉크전은 다음달 19일까지.
  • 한국 근대문학의 이정표…‘학지광’을 아시나요

    한국 근대문학의 이정표…‘학지광’을 아시나요

    ‘학지광’은 일제강점기 일본 도쿄 유학생들의 모임인 ‘재일본동경유학생총회’가 발간한 학술·문학 잡지다. ‘학지광’에 실렸던 글이 한국 근대문학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추적하는 학술서 ‘『학지광』과 한국 근대문학’(사진)이 출간됐다. 영문학 연구자인 김욱동 서강대 명예교수가 집필했다. 저자는 ‘학지광’에 실렸던 글 가운데 문학과 관련이 있는 것들을 따로 모아 총 여섯 가지의 장르로 분류했다. 우화·수필·서간문, 시·시조, 단편소설, 단편희곡·극시, 문학이론·비평, 외국문학 번역 등이다. 한국의 근대문학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이 글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동안 잘못 알려져 있었던 문제들도 바로잡는다. ‘학지광’에 실린 글들이 일관된 주제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필자들이 서로 다른 눈으로 다양한 문제를 제기하며 독자들에게 풍부한 관점을 제시하려 노력했다는 점을 살핀다. 20세기 초 서유럽에서 시작된 뒤 일본의 지성계를 주름잡았던 ‘사회진화론’을 두고도 열띤 토론을 벌인다. 근대문학의 오랜 논쟁인 순수문학과 계급문학 사이의 논쟁도 깊이 있게 다루며 식민지 조선 문학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도 책에 소개한다. 영문학자이기도 한 김 교수는 번역문학도 당대의 문학이 발전하는 데 중요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학지광’은 번안의 형태에서 번역에서 벗어나 원문을 직접 번역하는 데도 관심을 기울였다고 한다. 진학문의 러시아문학 번역과 김억의 영문학·불문학 번역 등이 대표적이다.
  • ‘환희’의 그녀들, 벌레의 눈으로 엿보다

    ‘환희’의 그녀들, 벌레의 눈으로 엿보다

    두 여성 간의 욕망·불안치밀하고 독특하게 관찰혐오가 난무하는 세계주고받는 상처와 아픔결국 자신을 지키는 행위 사랑의 완성이 반드시 생식(生殖), 종의 보전이어야만 하는가. 그동안 레즈비언의 욕망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던 작가는 이 질문에 대답하고자 벌레의 시선을 빌리기로 한다. 인간의 이성과 언어가 작동하지 않는 그 지점에서 두 여성의 사랑은 새로운 결실, ‘환희’에 도달한다. 김멜라(41)의 신작 장편소설 ‘환희의 책’은 여러모로 치밀하고 독특하다. 중학교 국어 시간에 배운 지식을 굳이 동원하자면 소설은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쓰였다. 이 관찰자는 인간이 아닌 곤충 셋, 톡토기와 거미 그리고 모기다. 이들은 벌레들 사이에서 ‘비생식 동거 집단’으로 불리는 두 인간 여성 ‘호랑’과 ‘버들’의 사랑을 깊이 들여다본다. 소설은 레즈비언의 일상과 욕망을 탐구한, 벌레들의 재기발랄한 연구서라고도 하겠다. “인간에게 감정이란 무엇인가. 암수딴몸인 그들이 생존과 번식을 위해 개발해 낸 짝짓기 전략 아니었던가. 벌과 꽃등에가 식물의 꽃가루를 암술머리에 묻혀 주듯 인간은 서로가 주고받은 상처와 아픔으로 이어져 관계의 쇠사슬을 끌며 살아간다.”(115쪽) “이 행성의 주인”임을 자처하는 벌레들은 인간을 ‘두발이엄지’로 명명한다. “벌레를 잡으려고 발달한 엄지가 인간 신체의 가장 큰 특징”이기 때문이란다. 상당히 ‘벌레적인’ 관점이라 웃음이 튀어나오는데, 이건 인간이 벌레의 이름을 지을 때도 마찬가지였으리라. 인간을 한 수도 아니고 두 수, 세 수쯤 아래로 보는 벌레들은 인간이 문명을 이루고 만물의 영장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인 ‘이족보행’을 거침없이 조롱한다. “대체 인간은 그 두 발로 걷기 위해 평생 몇 번이나 나자빠진단 말인가?”(11쪽)벌레들의 눈으로 포착한 ‘호랑’과 ‘버들’의 사랑은 자못 격정적이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그 안에 커다란 불안이 도사리고 있음을 독자는 알게 된다. 서로를 탐닉하는 두 여성. 그것은 온갖 폭력과 혐오가 난무하는 세계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행위다. 살을 맞부딪고 있는 순간에도 의문은 계속된다. 우리의 마음은 과연 같을까. 마음을 계량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랑은 본디 도저히 가닿을 수 없는 상대의 심중을 확인하려는, 부질없는 욕심의 연속. ‘호랑’은 ‘버들’에게 “나랑 같이 죽을래?”라는 부질없는 질문을 반복한다. 두 사람이 포개진 방 바깥에는 쉴 새 없이 번개가 내리치고 있다. “느끼려고 한다면 누구나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발밑에서 구석에서 나뭇잎에서 인간들의 따듯한 살 위에서, 끝도 없이 갉작이는 우리의 리듬을. 먼지처럼 부유하는 작은 몸, 물처럼 스미고 빛처럼 굴절하는 우리의 삶을.”(179쪽) 벌레들의 목소리를 취하고는 있지만, 결국 소설은 인간의 언어로 적힌다. 비인간 존재를 전면에 내세우는 ‘인간의 예술’은 이런 자가당착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래도 ‘의인화’는 계속돼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인간은 영영 ‘인간이 아닌 존재’의 생동을 포착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정치철학자 제인 베닛은 저서 ‘생동하는 물질’에서 이렇게 말한다. “의인화는 다양하게 구성된 연합을 형성하는 물질성의 세계를 발견할 감수성을 키워 준다.” 김멜라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인간 필자로서, 벌레들의 음성으로 소설을 쓰는 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그에게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비인간을 사유하고 소설로 쓰는 일이 지독히도 인간적인 일이라는 걸 내내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인간적 관념과 언어화가 한편으론 인간의 좋은 점이라 생각하려 노력했습니다. 인류 역시 자연의 한 부분이고, 우리가 자연을 존중하듯 인간의 특성 또한 계속해 알아가고 존중하는 것이 제가 글로 쓰고 싶은 공존의 모습이니까요. 인간의 시선으로, 인간일 수밖에 없는 몸으로, 나와 다른 존재를 상상해 보는 것. 그것이 소설이 주는 기쁨이자 제가 할 수 있는 글쓰기라 생각합니다.”
  • 美 홀린 ‘토네이도’… 한국 극장가도 휩쓸까

    美 홀린 ‘토네이도’… 한국 극장가도 휩쓸까

    ‘미나리’ 정이삭 감독의 재난영화‘미국적’ 자연재해로 북미서 흥행 인간이 애써 일군 문명을 으스러뜨리는 거대한 자연의 힘 토네이도. 영화는 인간이 여기에 맞서는 것이 가능한지 질문한다. 오는 14일 국내 개봉을 앞둔 ‘트위스터스’는 토네이도와 인간을 통해 자연과 문명의 관계를 되짚어 보도록 하는 재난 블록버스터다.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이 출연했던 영화 ‘미나리’의 정이삭(46) 감독이 연출했고, 할리우드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에 참여했다. 제작진의 이름값은 상당하다. 1996년 개봉 당시 역대 최고의 재난영화라는 평가를 받았던 ‘트위스터’의 속편이다. 뉴욕 기상청에서 일하는 ‘케이트’는 토네이도를 쫓는 연구원이다. 그가 이런 삶을 살게 된 건 대학 시절 토네이도에 맞서다 소중한 사람들을 잃은 탓이다. 그런 그녀에게 옛 친구 ‘하비’가 찾아와 토네이도를 소멸시킬 방법을 제안하고 두 사람은 오클라호마로 향한다. 그리고 두 사람의 여정에 ‘토네이도 카우보이’라고 불리는 인플루언서 ‘타일러’가 합류한다. 거대한 재앙 앞에 담대하게 맞선 이들. 하지만 상대는 생각처럼 만만치 않다. 배우 데이지 에드거존스가 ‘케이트’를, 앤서니 라모스가 ‘하비’를 그리고 할리우드의 떠오르는 스타 배우 글렌 파월이 ‘타일러’를 연기했다. 전 세계 토네이도의 75%가 북미 지역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될 만큼 토네이도는 상당히 ‘미국적인 자연재해’다. 미국인에게는 피부로 와닿는 현상이라는 얘기다. 그래서일까.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영화가 먼저 개봉한 북미 지역에서는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미국 영화 흥행수입 집계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트위스터스’는 개봉일 하루에만 3220만 달러(약 448억원)의 티켓 수입을 올렸다. 이후 개봉 첫 주에만 8125만 달러의 수익을 기록하며 역대 재난영화 중 최고의 흥행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영화가 자연재해를 소재로만 했을 뿐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문제의식은 담지 않았다는 점을 비판하기도 한다. 7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정 감독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계속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영화를 처음 준비할 때만 해도 그러려고 했지만, 과학자들과 논의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며 “토네이도와 기후변화의 관계가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영화로 이런 메시지를 전하기에는 부담이 있었다”고 말했다.
  • ‘생각’을 채우는 영화 한 편 어때

    ‘생각’을 채우는 영화 한 편 어때

    극장가가 연중 최대 성수기를 맞은 여름철에 온갖 상업영화가 쏟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관객몰이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이는 진지하고도 아름다운 예술·철학 영화들이 속속 개봉을 앞둬 역설적으로 관심을 끈다. 블록버스터의 홍수를 피해 잠시 사색과 탐미의 세계로 떠나 볼까.●앤서니 홉킨스 ‘프로이트…’ 21일 개봉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소설가·영문학자 C S 루이스. 20세기를 대표하는 두 지성이 삶과 죽음, 종교에 관해 나누는 진지한 토론을 담은 영화 ‘프로이트의 라스트 세션’이 오는 21일 개봉한다. 극작가 마크 세인트 저메인 원작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배우 신구가 프로이트로 분했던 연극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꿈의 해석’을 비롯한 저서로 무의식 탐구의 지평을 연 프로이트와 판타지 걸작 ‘나니아 연대기’ 창작뿐만 아니라 현대 기독교 철학의 기틀을 세운 루이스의 대화. 상상만으로도 머리가 지끈한 것 같지만 거기서 오는 지적인 쾌락도 확실할 듯하다. 영화 ‘양들의 침묵’에서 ‘한니발’로 출연했던 영화계의 전설 앤서니 홉킨스가 노년의 프로이트를, 매튜 구드가 젊은 루이스를 각각 연기한다.●거장 타르콥스키 ‘희생’ 고화질 재개봉 세계 영화사에서 손꼽히는 러시아 거장 안드레이 타르콥스키 감독의 ‘희생’이 오는 21일 고화질(4K 리마스터링)로 재개봉하는 것도 시네필들이 귀담아들을 소식이다. 종교와 예술의 관계를 깊이 성찰하며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와도 종종 비견되는 타르콥스키 감독의 생전 마지막 작품으로 그의 예술세계가 응축돼 있다.●日문학상 1위 ‘52헤르츠 고래들’ 영화로 일본 박스오피스에서 예술영화 부문 1위를 차지했던 ‘52헤르츠 고래들’은 다음달 4일 국내 개봉을 앞뒀다. 2021년 일본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서점대상’ 1위를 차지했던 마치다 소노코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52헤르츠 고래들’이란 다른 고래들은 들을 수 없는 주파수인 ‘52헤르츠’로 소통하는 존재를 의미한다. 도시라는 외로운 바다에서 영혼의 짝을 찾아 나서는 이들의 주파수를 아름답게 포착한다.●번아웃 직장인 위한 힐링 무비 ‘문경’ 한국 영화 중에는 신동일 감독의 ‘문경’이 오는 12일부터 관객과 만난다. 쉼 없이 달려오다 ‘번아웃’ 상태가 된 직장인 문경은 자신과 똑같은 이름을 가진 지역인 경북 문경으로 여행을 떠나는데, 거기서 비구니 스님 가은과 강아지 길순을 만난다. 문경 산골의 초록빛 풍광과 깨끗한 계곡물이 필름에 오롯이 담겼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깊은 휴식이자 정신없던 일상을 돌아보는 성찰이 되겠다.
  • ‘텍스트 종언’ 맞선 횡단의 사유… “AI엔 없는 詩의 낙차, 문학 구원”

    ‘텍스트 종언’ 맞선 횡단의 사유… “AI엔 없는 詩의 낙차, 문학 구원”

    “세계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은 ‘외국어로 번역된 한국문학’이다. 엄밀한 의미의 한국문학은 여전히 마이너 중의 마이너다.” 한국인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데, 한국문학의 세계적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는 소식은 연이어 전해진다. 이 역설에 대해 국내 굴지의 문학 출판사인 문학과지성사 대표이자 문학평론가 이광호(61)는 이런 진단을 내렸다. 문학이 마치 위기를 극복한 것처럼 보이는 착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 얼마 전 비평 에세이집 ‘작별의 리듬’을 펴낸 그를 5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문지 사옥에서 만났다. “한국문학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협소함이다. 미디어에 노출된 베스트셀러나 귀에 익숙한 세계문학 고전만 팔린다. 다양성이 상실됐고, 새롭게 떠오르는 작가의 작품이 선택되지 않는다. 여기에 ‘문명적인 문제’까지 덮쳤다.” 이광호는 원래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에서 20년 넘도록 강단에 올랐던 학자다. 2017년부터 문지 대표를 맡으며 출판계로 뛰어들었다. 위기의 감각은 현장에 와서야 피부로 느껴진다. 그가 언급한 ‘문명적인 문제’의 정체는 바로 유튜브를 위시한 ‘쇼트폼’과 ‘알고리즘’이다. 짧은 영상이 주는 쾌락은 인간이라는 종족의 양태까지 바꾼다. 3분짜리 영상도 지루한데 두꺼운 책이 눈에 들어오겠는가. 텍스트를 대하는 인간의 몸은 한계를 맞았고 문학의 독자는 점차 사라진다. 그런데도 문학은 여전히 굳건한 ‘제도’ 혹은 ‘권력’으로 군림한다. 자신 역시 제도권에 속한 비평가임에도 이광호가 끊임없이 ‘문학 제도’로부터 거리를 두려는 이유다. “평론가도 제도의 일부다. 권력을 비판할 땐 항상 ‘위선’의 문제가 뒤따른다. 혼자서 제도를 부수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끝없는 자기비판을 통해 제도에 ‘매몰되지 않은 것처럼’ 읽고 쓸 수는 있을 것이다.” ‘문학·예술에 관한 횡단 비평’. 이번 책에 붙은 부제다.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횡단’이다. 제도의 속박에서 벗어나고자 이광호는 횡단을 감행한다. 문학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미술로, 영화로 도약한다. ‘순수문학’이라는 신화가 타자화해 버린 ‘장르문학’까지 비평의 언어로 소환한다. 문학이 애써 ‘문학과 문학이 아닌 것’을 구분했지만 이것을 뛰어넘으면서 그는 ‘제도권 비평가’라는 원죄에서 해방되고자 한다. “문학이 완강해 보여도 사실은 가변적이다. ‘문학이 아닌 것’ 안에 문학이 있고, 그것이 문학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 훌륭한 장르문학가는 장르의 관습을 비튼다. 반대로 훌륭한 순수문학가는 작품에 장르적 요소를 도입한다. 문학의 변화는 구분이 아니라 ‘주고받는’ 데서 온다.” 2010년대 세월호와 페미니즘 리부트는 한국문학의 지형을 통째로 흔들었다. 이광호 역시 ‘애도’와 ‘젠더’를 깊이 사유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보다 더 큰 파장이 일어나고 있다. 인공지능(AI)의 등장이다. 인간보다 ‘똑똑한’ AI는 이제 감히 인간의 ‘창조성’까지도 넘보고 있다. 제도라는 안온한 뜰 안에서 고고하게 있던 문학은 여기에 맞설 수 있는가. “AI의 활용은 필연적이다. AI와 잘 소통하는 능력도 작가의 중요한 역량이겠다. 그러나 여전히 인간만의 기회는 있다. 시(詩)를 보라. 행과 행 사이의 커다란 낙차. 문장과 이미지가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이어진다. 학습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논리적인 문장만을 생성하는 알고리즘이 따라갈 수 없는 영역이다. 여기에 어떻게 도달할 것인지, 인간 작가 개인의 고민은 필요하겠지만.”
  • 조두순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고…탈출하기 힘겨웠던 ‘악마의 마음’

    조두순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고…탈출하기 힘겨웠던 ‘악마의 마음’

    13년간 징역형 살고 출소했지만현상금 200억 걸린 김국호 역할‘악마를 보았다’ 속 최민식 떠올라자신만의 ‘최악 악인’ 해석 시도 배우가 악인을 연기하는 일은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 악인이 현실 속 아주 구체적인 누군가를 특정하고 있다면 이야기는 조금 끔찍해진다. 지난달 31일 디즈니+와 U+모바일tv에서 동시 공개된 드라마 ‘노 웨이 아웃: 더 룰렛’의 ‘김국호’는 희대의 흉악범 조두순을 연상케 하는 인물이다. ‘김국호’를 연기한 배우 유재명(51)은 작품을 위해서 얼마간 조두순을 이해해야 했다. 그래서일까. 드라마 속 그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역겨움을 참기가 어려울 정도다. 물론 배우에게는 이만한 칭찬도 없을 것이다. 얼마 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유재명을 만났다. “큰 악역이었으니까요. 연기를 마치고 어느 날에는 숙소로 돌아가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종일 멍한 상태로 있었어요. 극단적인 에너지를 쏟아서죠. (일상으로) 복귀할 때는 ‘그것’을 빼내는 시간이 필요하더라고요.”유재명이 ‘그것’이라고 말한 것을 굳이 번역하자면 보통 사람의 입으로는 도저히 설명하기 힘든 ‘악마의 마음’이라고 할 것이다. 파렴치한 흉악범에게 필요한 건 이해보다는 단죄다. 대중은 그들에게 어떠한 서사도 부여하지 않기를 요청한다. 하지만 배우에게는 다르다. 부담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배우의 숙명으로 받아들였다. 영화 ‘악마를 보았다’ 속 ‘장경철’을 연기한 배우 최민식이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그대로 따라갈 순 없었다. 유재명만의 해석이 필요한 순간이었다.“‘김국호’에게는 자식이 있습니다. 나름의 부성애가 있죠. 너그럽고 자상한 아버지의 모습은 당연히 아니죠. 하지만 그 누군가의 아버지라는 의식, 그런 게 후반부에서 더 드러날 겁니다.” 한 여성을 강간하고 살해한 ‘김국호’가 13년간 형을 살고 출소한다. 인터넷 방송으로 유명해진 의문의 ‘가면남’이 “‘김국호’를 죽이면 200억원을 준다”며 현상금을 건다. 200억원이 필요한 사람부터 처절한 복수를 노리는 사람까지, ‘김국호’의 주변에는 다양한 사람이 몰려든다. 유재명은 이 가운데서 ‘김국호’를 연기하는 건 오히려 쉬운 일이었다고 했다. “선과 악이 분명하지 않은 여러 인물과 달리 ‘김국호’는 단순하니까요. 그는 ‘벌을 다 받았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를 질문하죠. 악한 모습을 애써 꾸미지 않았어요. 그저 살고자 하는 욕망을 표현하는데, 그 과정에서 악마가 저절로 깨어났으니까.”인터뷰 내내 유재명은 그간 쉬지 않고 달려왔음을 강조했다. 한국의 많은 직장인처럼 그 역시 일에 파묻혀 제대로 쉬는 법을 몰랐다고 했다. 불혹의 나이까지 부산에서 극단을 운영하며 연극을 했다. 영화·드라마 등 영상에 얼굴을 내보인 건 10여년 전쯤이다. 대중에게는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2015~2016), ‘비밀의 숲’(2017) 등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동룡이 아버지’(응팔)와 ‘창크나이트’(비숲) 모두 조연이었지만 존재감은 강렬했다. 그는 “이번 드라마에서 중요한 건 주인공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국호’의 집 앞에서 현장을 중계하는 유튜버들, 그에게 돌을 던지는 일반 시민들, 그의 집 앞을 경호하는 의경들…. 흉악한 범죄자가 세상에 나오면 안 된다고 외치는, 일상을 살아가는 개개인들의 단단한 ‘눈빛’이 이 작품을 받치고 있습니다.” 시리즈는 총 8부작으로 매주 수요일 2화씩 공개된다.
  • ‘숨’ ‘아름다운 얼굴’, 소설가 송기원 별세

    ‘숨’ ‘아름다운 얼굴’, 소설가 송기원 별세

    소설 ‘너에게 가마 나에게 오라’, ‘숨’, ‘아름다운 얼굴’ 등의 작품을 남긴 작가 송기원이 별세했다. 77세. 1일 문학계에 따르면 전남 해남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하던 송기원은 숙환으로 치료를 받아 오다 전날 오후 숨을 거뒀다. 1947년 전남 보성 출생인 고인은 1967년 고교 재학 당시 전남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됐다. 1974년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신춘문예에서 각각 시와 소설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박정희·전두환 정권에 저항한 문인 단체인 자유실천문인협의회에 참여하는 등 군부 독재 시절 민주화 운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등으로 네 차례나 옥고를 치렀다. 실천문학사 주간으로 일하기도 했다. 서울신문과의 인연도 있다. 200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부문 심사위원을 맡아 현재 문단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김이설 소설가를 발굴했다. 남긴 작품으로는 소설집 ‘월행’(月行·1979), ‘다시 월문리에서’(1984), ‘인도로 간 예수’(1995)와 장편소설 ‘너에게 가마 나에게 오라’(1994), ‘숨’(2021) 등이 있다. 빈소는 대전 유성구 선병원 장례식장 VIP 3호실에 차려졌다. 발인은 3일 오전 8시. (042)825-9494.
  • 시의 리듬을 타고… 신화 속 여신과 떠나는 여행

    시의 리듬을 타고… 신화 속 여신과 떠나는 여행

    신화가 리듬을 타고 일상으로 스민다. 우체국, 방앗간, 찻집, 슈퍼마켓…. 높은 데서 꾸짖기보다는 우리 옆에서 부대끼는 신(神)과 함께 시인은 ‘여행’을 떠난다. 한국 시단을 대표하는 강은교(79) 시인의 새 시집 ‘미래슈퍼 옆 환상가게’를 펼친 독자라면 한번쯤 골똘히 생각에 잠기게 하는 존재가 있다. 2부에 등장하는 ‘당고마기 고모’다. ‘당고마기’는 우리 신화의 ‘당금애기’를 뜻하는 것일 테다. 시인은 어째서 당고마기 고모의 이름을 이리도 애타게 부르짖고 있는 것일까. “사소하고 사소한 사람들이 오늘도 우체국 유리문을 미는구나. 어쩌나, 고모여 고모여 당고마기 고모여, 스카치 테프 삐쭉한 소리 비명을 지르며, 빗방울같이 서걱거리는 저 유리문, 히말라야로 끝없이 편지를 띄우는, 히말라야 기러기같이 울고 선 저 유리문”(‘샛골목 안 우체국’ 부분·49쪽)시집 2부 ‘당고마기 고모의 여행노래’에 수록된 시는 죄다 당고마기 고모의 행적을 노래하고 있다. 강은교의 시세계를 톺아본 적 있는 이라면 그의 첫 시집 ‘허무집’에 실린 ‘비리데기의 여행노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겠다. ‘비리데기’는 ‘바리데기’의 다른 말이다. 바리데기와 당금애기는 한국 무속에서 떠받드는 신적 존재다. 부모에게 버려진 일곱 번째 딸 바리데기와 미혼모라는 가련한 신분이었지만 훗날 ‘삼신할매’로 격상되는 당금애기. 시인은 우리 신화 속 고초를 겪었던 여신을 일상으로 소환하고 그들에게 ‘이 땅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일’이 무엇인지 묻는다. “소멸한다는 건 불멸한다는 것/불멸한다는 건 꿈꾼다는 것, 끝없이 만난다는 것”(‘짜다 만 붉은 털실’ 부분·65쪽) 문학에서 시인은 종종 영매와 비슷한 존재로 치부된다. 하늘과 땅을 연결하며 산 자와 죽은 자를 만나게 한다. 당고마기 고모를 독자와 만나게 하는 강은교 역시 그런 면모를 지녔다고 하겠다. 중요한 건 고모를 찾는 시인의 목소리에 어린 리듬이다. “사라졌어, 모두 살아 졌어, 뒤에 남은 검은 몸부림, 몸부림//아, 고모, 고모, 수천 년 당고마기 고모,”(‘노을이 질 때’ 부분)에서 보듯 시인은 고모를 반복해서 부른다. 무당이 굿을 할 때 정신 사나운 소리를 반복하면서 신에게 다가가듯 시인은 리듬으로 생활의 적막함을 깨뜨린다. 그리고 거기에 신화의 공간을 만든다. 그래도 잘 풀리지 않는 당고마기 고모란 도대체 누구인지, 시인에게 문자메시지로 물어봤다. 시인은 이런 대답을 보내 왔다. “첫 시집에서부터 늘 현대의 거리를 걸어가는 누군가를 그리워했어요. 그때 나타난 인물이 비리데기였죠. 유화, 희명 등 많은 인물이 내 옆에서 걸어가거나 ‘나’가 되곤 했죠. 최근엔 당고마기가 내 고모가 돼 내 옆에서 걸어요. 나의 시적 식구들인 그녀들이 한데 사는 마을 하나 만드는 게 요즘 꿈이 됐어요. 가끔 그림을 그려 보기도 해요. 샤갈의 그림을 생각하면서. 이 정도만 할게요. 밤새도록 얘기가 나올 것 같아서….”
  • “멀티레이블 사업 고도화할 것”…하이브 신성장 전략 ‘하이브 2.0’

    “멀티레이블 사업 고도화할 것”…하이브 신성장 전략 ‘하이브 2.0’

    하이브가 한국과 일본의 멀티레이블 사업을 총괄하는 조직 ‘하이브 뮤직그룹 APAC’을 신설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신성장 전략 ‘하이브 2.0’을 1일 발표했다. 하이브 뮤직그룹 APAC은 글로벌 사업에 집중하며 음악 서비스 기능을 고도화하는 데 역량을 기울인다. 신영재 빅히트 뮤직 대표가 초대 대표를 맡는다. 하이브의 멀티레이블 시스템은 최근 어도어 민희진 대표와의 갈등 속에서 일부 문제점이 수면 위로 떠오른 바 있다. 그러나 하이브는 이날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날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멀티레이블 시스템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필수 불가결한 구조”라는 입장을 밝히며 “음악 사업의 본질을 강화하고 아티스트와 팬들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기반으로 음악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시장에서는 하이브 아메리카 산하에 레이블 서비스를 출범한다. 미국 게펜 레코드와 협업으로 걸그룹 캣츠아이를 제작하며 쌓은 인프라를 바탕으로 향후 현지에서 신인을 꾸준히 배출할 계획이다. 일본에서도 하이브 재팬은 그룹 앤팀에 이은 새로운 신인도 선보일 예정이다. 하이브 재팬은 김영민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사장을 회장으로 선임했다. 남미를 담당하는 하이브 라틴 아메리카는 멕시코시티에 스튜디오를 신설하는 가운데 내년부터 K팝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현지 아티스트를 내년부터 데뷔시킨다는 방침이다. 이재상 하이브 신임 CEO는 “하이브는 국내 및 글로벌 음악 사업을 지속 발전시키고, 플랫폼 사업을 통해 변화하는 시장에서 선두의 위치를 공고히 하며, 기술 기반 미래 성장사업을 통해 중장기적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 군부 독재에 저항하며, 소설로는 구도의 길 모색…작가 송기원 별세

    군부 독재에 저항하며, 소설로는 구도의 길 모색…작가 송기원 별세

    소설 ‘너에게 가마 나에게 오라’, ‘숨’, ‘아름다운 얼굴’ 등의 작품을 남긴 작가 송기원이 별세했다. 77세. 1일 문학계에 따르면 전남 해남에 거주하며 작품활동을 하던 송기원은 숙환으로 치료를 받아오다 전날 오후 숨을 거뒀다. 1947년 전남 보성 출생인 고인은 1967년 고교 재학 당시 전남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됐다.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현 중앙대 문창과)에 입학한 뒤 베트남전에 참전했고 1974년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각각 시와 소설이 당선되며 본격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박정희·전두환 정권에 저항한 문인 단체인 자유실천문인협의회에 참여하는 등 군부 독재 시절 민주화 운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1974년 ‘문인간첩단 사건’으로 소설가 이호철이 구속되자 문인들과 함께 데모에 나섰다가 처음 구속됐고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1985년 ‘민중교육지 사건’, ‘1990년’ 오봉옥 시인 필화사건 등 총 네 차례나 옥고를 치렀다. 실천문학사의 주간으로 일하기도 했다. 서울신문과의 인연도 있었다. 200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부문 심사위원으로 현재는 문단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김이설 소설가를 발굴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서울신문 수도권 섹션인 ‘서울인’에 ‘송기원의 뒷골목 맛세상’이라는 코너를 연재하기도 했다. 남긴 작품으로는 소설집 ‘월행’(月行·1979) ‘다시 월문리에서’(1984), ‘인도로 간 예수’(1995)와 장편소설 ‘너에게 가마 나에게 오라’(1994), ‘여자에 관한 명상’(1996), ‘청산’(1997), ‘안으로의 여행’(1999), ‘또 하나의 나’(2000), ‘숨’(2021), 시집 ‘그대 언살이 터져 시가 빛날 때’(1983), ‘마음속 붉은 꽃잎’(1990), ‘단 한번 보지 못한 내 꽃들’(2006) 등이 있다. 자전 소설 ‘너에게 가마 나에게 오라’는 1996년 김영빈 감독의 연출로 박상민, 최민수 등이 출연한 ‘나에게 오라’라는 작품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생전에 고인은 제2회 신동엽창작기금과 제24회 동인문학상, 제9회 오영수문학상, 제6회 김동리문학상, 제11회 대산문학상 소설부문을 수상했다. 명상, 수묵화에도 조예가 깊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빈소는 대전 유성구 선병원 장례식장 VIP 3호실에 차려졌다. 발인은 3일 오전 8시. (042)825-9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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