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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과 경영 이야기] (18)신동렬 성문전자 회장

    성문전자 신동렬(63) 회장은 일생의 절반은 야구를 하고 나머지 절반은 건실한 중소기업을 운영하면서 보냈다. 그는 최근 중소기업의 경영난을 만루 위기에 처한 투수에 비유하면서 “내·외야수들이 마운드에 선 투수의 어깨를 두드려 주듯이 임직원이 어려운 경영 상황을 함께 거든다면 불황은 극복된다.”고 강조했다. 최고경영자(CEO)의 자질에 대해서도 까다로운 주문을 빼놓지 않았다. ●시련과 좌절이 패기를 키운다 1965년 성균관대 졸업과 함께 실업 명문팀인 대한통운 야구부에 투수로 입단했다.당시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구호가 온 나라에 퍼질 때다.대한통운은 국영기업이라 야구 선수들도 요즘으로 말하면 구조조정을 겪게 됐다.나는 초년 선수라 야구를 계속할 수 있었지만 일부 선배들은 졸지에 직장을 떠나야만 했다.첫 직장에서 비애감을 느꼈다.어릴 적에는 김응룡(당시 한일은행 선수감독·현 프로야구 삼성라이온스 감독)씨처럼 야구감독이 되는 것이 꿈이었는데,선배들의 처지를 보면서 야구가 싫어졌다. 형과 남동생 등 세 형제가 사업을 시작했다.그때는 건설 현장이 많아 유리 수요가 많았다.소자본으로 노동력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유리 공장을 차렸다.그러다 72년 대홍수로 한강물이 범람하면서 서울 영등포구 신도림동에 있던 유리 공장이 침수됐다.혹독한 첫 시련이었다. 그때 전자산업이 유망하다는 소리를 들었다.벤처산업이었던 셈이다.미국과 일본의 전자부품업체에 편지를 보냈다.‘나는 공장을 갖고 있는데 자본과 기술을 대주면 훌륭한 합작 회사가 될 것’이라고 설득했다.수없이 편지를 보냈더니 그중에 한 일본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74년 일본의 한 전자부품업체와 합작을 했다. 태동기인 국내 전자회사에 부품을 납품하면서 그런대로 사업이 잘 됐는데,79년 터진 2차 석유파동으로 두 번째 시련기를 맞았다.한번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곧 정신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공장 규모나 기계 등 줄일 수 있는 것은 다 줄였다.가슴 아프게 일부 직원들도 내보냈다. 80년 석유파동의 여파를 견디지 못해 쓰러진 중소기업을 인수했다.이 때부터 콘덴서에 손을 댔다.콘덴서는 지금도 모든 전자제품에 없어선 안 되는 주요한 부품이다.기능은 전혀 다르지만 지금으로 치면 반도체와 같은 대접을 받았다.그 콘덴서에 들어가는 필름을 만들었다.핵심 공정은 기술이 모자라 일본에서 처리한 뒤 필름을 다시 들여와 국내 전자업체에 납품했다.그 때는 삼성·LG·대한전선 등 국내 대기업도 정신없이 전자제품을 생산할 시기였다.일본에서 중요한 기술은 가르쳐 주지 않아 일본에 건너가 기술을 훔치다시피 몰래 배웠다.3년 만에 국내에서도 100%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자신감이 생겼다.콘덴서에 목숨을 걸자고 다짐하고 한 대에 20억∼30억원이나 하는 콘덴서용 금속필름 증착기를 들여왔다.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공동으로 금속증착 필름의 독창적인 국산화에 성공했다.로열티를 물지 않아도 됐다.일본 회사로부터 독립도 했다.투자자를 찾아 헤매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의 투자조합으로부터 지원금을 얻었다.5년 만에 회사를 주식 시장에 상장해 자산의 30%를 조합에 주는 조건이었는데,약속대로 5년이 되기 전인 90년에 주식을 상장했다. 그 시기엔 정말 기업할 맛이 났다.우리가 신뢰를 저버린 회사를 먼저 찾아가 신제품의 우수성을 설명했다.그들이 납득할 때까지 매달렸다.힘들 때마다 투수 시절에 위기에 몰린 마운드에서 내려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를 떠올리면서 버텼다. 해외의 유명 전자업체들이 우리 제품을 인정하자 그 다음은 순풍에 돛 단 듯 일이 잘 풀렸다.지금은 금속증착 라인이 15개로 늘었고,머리카락의 1000분의1에 불과한 얇은 필름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생산하고 있다.정부로부터 동탑산업훈장,우수중소기업대상,과학기술훈장 등을 연이어 받았다. ●원칙과 명예를 존중하는 스포츠 부산에서 태어난 나는 6·25전쟁이 한창이던 때 해운대에 살면서 야구를 배웠다.초등학교 주변에 주둔하던 미군들이 주말이면 야구 배트과 글러브를 피란민 청년들에게 나눠주고 함께 야구 시합을 했다.중학교에 입학해서도 취미는 야구뿐이었다.동래고등학교에서 본격적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큰 키(180㎝)에서 내리꽂는 공을 타자들이 잘 맞히지 못해서 그런지 투수를 맡았다.당시 부산의 야구 명문은 경남고교인데,이 학교를 콜드게임으로 이긴 적도 있다.전국 대회에서 5일 동안 9회까지 완투를 하는 바람에 손가락에 물집도 났다.하지만 나는 원칙과 명예심을 존중하는 스포츠 정신이 좋았다.이는 선수단의 집단 생활에서 익혀진다.성대에 야구 장학생으로 입학했다.당시 성대는 전국 우승을 넘보는 명문 팀이었다. 일본인들은 태평양전쟁 패망후 미 점령군에게서 본격적으로 야구를 배웠다.미군은 패전국 일본의 사회 치안이 불안정하고 거리에 실업자가 넘쳐나자 정책적으로 야구를 보급했다.특히 게임의 룰을 중시하도록 가르쳤다고 한다.지금은 일본에 5000여개의 야구팀이 있지만 유소년 팀에선 경기방법보다 먼저 야구인의 자존심과 매너를 가르친다.야구 선수는 더운 여름에도 긴 소매 옷과 바지를 입는다.타석엔 혼자 서지만 수비석에는 9명이 정교하게 호흡을 맞춰야 멋진 플레이가 나온다. 80년대쯤 평소 존경하던 성대 총장이 만나자고 해서 모교를 찾았다.사무실 비품 등이 함부로 내팽개쳐진 채 학생들이 총장실을 점거하고 있었다.총장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총장은 학생들을 탓하기보다 “가라앉은 학교 분위기를 살리고,학생들에게 단합된 애교심을 심어주고 싶으니 야구인 동문회를 활성화시켜 달라.”고 부탁했다.그 뜻을 받아들이고 다시 총장실로 가서 후배 학생들을 호통쳤다.“총장은 너희들 뜻을 받아들일 마음가짐을 갖고 있는데,이게 무슨 행패냐.지킬 것은 지키면서 주장하라.”고 다그쳤다.나중에 총장실 점거를 곧 풀었다는 소식을 듣고 흐뭇했다. ●투수와 CEO 우리는 스포츠를 통해 희생 정신과 융화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다.나를 낮추고 동료들과 함께 하려는 정신을 바탕으로 남과 공정한 원칙속에서 경쟁하는 법을 배운다.기업에도 룰이 있다.정확한 물건을 만들어 바르게 팔 때 소비자들이 나를 인정한다.또 동료 기업인들의 본보기가 되면 그들과 언제 어떤 자리에서 만나게 될지 모르는 거래 관계에서 그 이익이 내게 돌아온다.기업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요즘 우리 주변의 극단적인 노사관계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도저히 한 배를 탄,한 운명의 사람들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내가 아는 대부분의 기업인들은 직원들을 자기 식구처럼 여기고 있다.제 직원에게 월급을 제대로 못 주는 것처럼 가슴 아픈 일은 없다.노조도 이같은 경영인들의 심경을 조금은 헤아려 주어야 한다. CEO는 끊임없이 앞길을 찾는 노력을 게을리 해선 안된다.이제는 정보와 기술이 바로 돈이다.내가 갖고 있는 정보와 기술은 곧 다른 이들의 표적이 된다.그래서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한다.CEO는 직원들에게 감동을 주어야 한다.모 대기업 회장은 첨단기술을 개발한 연구진에게 약속했던 대가의 몇 배를 주고 아낌없이 격려했다.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은 미사일을 개발하는 국방기술 연구진을 밤에 홀연히 찾아가 만두를 함께 나눠 먹으며 그들을 감동시켰다.CEO는 마운드의 투수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다방면에서 능해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은 기업을 하는 환경이 매우 나쁘다.30년 이상 지속된 중소기업의 생산 환경이 중대한 변화기를 맞았다.대기업에 의존하는 하청관계를 벗어나야만 할 때가 됐다.중국은 방문할 때마다 우리를 놀라게 만드는 나라다.우리는 절대 중국보다 우위에 있지 않다.우리의 권위적인 행정 규제는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하다.미국 투자가들은 한국의 노사관계에 대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비관적이고,배타적으로 보고 있다.한국 사람들이 다른 민족보다 정(情)과 열(熱)이 많아서 그런 것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이제는 정확히 해야만 살 수 있다.모 국회의원이 내게 보낸 글을 인용한다.아르헨티나는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해선 세계 5대 경제부국이었다.볼펜과 버스,헬리콥터를 세계 최초로 발명한 나라다.그러나 페론 정부의 인기주의 정책과 계층간 갈등 때문에 지금은 세계 5대 채무국으로 전락했다. 한국을 잘 아는 한 일본인이 한국과 일본의 다른 점을 열거한 글이 생각난다.그 일본인은 ‘막히는 고속도로에는 어김없이 나타나 물건을 파는 한국인’에 대해선 호감을 표시한 반면 ‘한국의 버스 정류장에는 반드시 버스가 서지 않는다.’라면서 일본인 방문객들의 주의를 당부했다.또 ‘자동차 접촉사고가 나면 목소리 큰 사람이 종종 이긴다.’고 꼬집었다. 한국인이 룰을 잘 지키지 않는다는 게 국제적인 조롱거리가 돼선 안 된다.이제 모두 제자리에서 원칙에 따라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필요한 때다. ■ 신동렬 회장은 성문전자의 신동렬(辛東烈·63) 회장은 고교·대학 시절 정식 야구선수 출신이면서도 보기 드물게 전자부품 업계에 뛰어들어 회사를 작지만 강한 전문 기업으로 키운 최고경영자(CEO)다.그는 실업야구 초년 시절에 야구를 그만두고 우여곡절 끝에 전기·전자 부품인 콘덴서의 핵심 소재인 금속증착필름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성문전자를 창업했다.경기도 성남과 평택 등 공장 3곳의 연매출액은 500억원.이 분야 국내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제품의 65%가 세계 20여개국에 수출된다. 신 회장은 파푸아뉴기니 명예총영사와 한국무역협회 부회장,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감사도 맡고 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 [鄭문화 인사청탁 논란] 정진수 교수는

    [鄭문화 인사청탁 논란] 정진수 교수는

    정진수(60) 성균관대 예술학부 주임교수는 극단 민중을 이끄는 연극연출가이자 95∼97년 제18대 한국연극협회 이사장을 지낸 연극계 중진 인사다. 자기 주장이 강한 편인 정 교수는 언론 등을 통해 현 정부의 문화정책을 강하게 비판해왔다.특히 지난해 9월,정부가 문화부 소속 예술관련 기관 및 단체장들을 민예총 등 특정 세력 위주로 인선하고 있다면서 거세게 반발했고,연극인들을 결집해 ‘100인 성명’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鄭문화 인사청탁 논란] 정진수 교수는

    정진수(60) 성균관대 예술학부 주임교수는 극단 민중을 이끄는 연극연출가이자 95∼97년 제18대 한국연극협회 이사장을 지낸 연극계 중진 인사다. 자기 주장이 강한 편인 정 교수는 언론 등을 통해 현 정부의 문화정책을 강하게 비판해왔다.특히 지난해 9월,정부가 문화부 소속 예술관련 기관 및 단체장들을 민예총 등 특정 세력 위주로 인선하고 있다면서 거세게 반발했고,연극인들을 결집해 ‘100인 성명’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집시법 재개덩 찬·반 논란] 소음규제 첨예 대립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시민·사회단체와 경찰이 가장 날카롭게 대립하는 부분은 소음 규제이다. 국무회의 상정을 앞둔 집시법 시행령은 집회 소음 기준을 ‘낮 80㏈,밤 70㏈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개악 집시법 대응 연석회의’는 “사람의 대화가 60㏈ 수준, 일반적인 교통소음이 80㏈인 만큼 소음 규제 기준은 현실에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반면 경찰은 “지난 3월부터 2개월동안 열린 각종 집회의 현장소음을 측정한 결과 45%만이 80㏈을 넘었을 뿐”이라면서 “웬만한 집회의 소음은 실제 80㏈을 넘기가 어려우며 80㏈은 청력장애를 일으키는 수준”이라고 반박했다.현행 도로변 주거지역주간 소음 환경기준은 65㏈이며 일반 진공청소기의 평균소음이 79㏈이다. 경찰과 연석회의가 실제 집회에서 측정한 소음 수치는 비슷했다.1만 2000여명이 참석하고 대형스피커 36대가 동원된 대학로 노동절 집회에서 경찰은 15m 떨어진 예총회관 1층에서부터 100m 떨어진 패스트푸드점까지 모두 15차례에 걸쳐 측정했다.경찰의 측정치는 73.7㏈에서 96.5㏈까지 평균 85.5㏈을 기록했다.시민단체가 17차례 측정한 평균치도 86.18㏈을 기록했다.새로운 시행령에 따르면 노동절 집회는 형사처벌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 대상이다. 경찰청 정보1과 김수환(35)경감은 “집회 현장에서 신고된 소음관련 민원만 2002년 199건,2003년 236건으로 시민들의 불편을 줄이려는 경찰의 입장에서 소음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주제준(34)연석회의 상황실장은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침해할 소음 규정을 삭제하든지 아니면 적어도 현실화해야한다.”면서 “경찰에 집시법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면서,특히 소음기준이 가진 문제를 조목조목 따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6·15 남북정상회담 4돌] 南北 제집 가듯 교류 2차 정상회담 ‘훈풍’

    “시작은 미약하나 결과는 창대할 것이다.” 정세현 통일부장관이 남북정상회담 4돌을 앞두고 최근 크게 늘어난 남북 대화와 교류협력을 진단한 표현이다.남북관계가 뜨거워지는 듯한 양상을 띠고 있는 데다 우리 내부에서도 ‘정상회담’ 관련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남북정상회담 4주년을 맞아 이제는 2차 정상회담이 열릴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장성급회담 군사신뢰 구축 단초 4년 전 남북정상회담 이후 꾸준히 늘어온 남북 대화는 최근 들어서는 정신을 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급증하고 있다.정상회담 이후 2000년에 27회,2001년 8회,2002년 33회,2003년 38회의 회담이 열렸다. 이달 들어서는 남북 적십자회담에서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하는가 하면,장성급 군사회담에서는 군사분계선 선전활동을 중지하기로 합의했다.서해상에서 우발적 무력충돌 방지와 선전활동 중지 합의는 비록 초보적인 수준이기는 하지만 남북한 군사적 신뢰구축의 실마리로 평가된다.노무현 대통령은 이같은 조치를 “주목할 만한 상징적인 사건”이라면서 “남북관계의 긴장을 해소하는 데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평가했다.정상회담 4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 이종혁 부위원장과 조선문학예술총동맹(문예총) 김정호 중앙위원장 등 북측 대표단이 대거 남측을 방문했다.남북 대화가 급류를 타는 느낌이다. 게다가 오는 17일 열리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심포지엄에 북측 대표단이 참석할 예정이어서 북한이 서방 국가에도 빗장을 여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北核문제가 최대의 걸림돌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당연히 답방해야 한다.이제는 (서울에)와서 노 대통령을 만났으면 좋겠다.”4년 전 남북 정상회담의 당사자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난 11일 4돌을 맞아 제시한 화두다.노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아는 문희상 의원은 다음 날 화답이라도 하듯 김 전 대통령의 대북특사론을 폈다. 하지만 정상회담은 여러가지 전제조건이 해결돼야 하고,그 가운데서도 북핵 문제는 최대 걸림돌이다.정세현 통일부장관이 “흔들리는 배 위에서 무슨 잔치를 하겠느냐.”고 한 발언은 북핵문제 해결 또는 해결 조짐 없이는 정상회담이 어려울 것임을 내비친 것이다. 정상회담은 두 정상의 결단이 있으면 성사될 수 있고,결과물도 내놓을 수 있는 전격성과 담판성을 띠고 있다. 북핵문제는 바꿔 말하면 남북 또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해결될 수밖에 없는 중대 사안이다.노 대통령이 14일 세계경제포럼 참석자들과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북핵문제는 매우 안정적이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해결될 것이란 믿음을 갖고 있다.”고 강조한 것은 해결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당인리발전소에 복합문화센터

    당인리 화력발전소가 공연장,전시장,도서관 등을 갖춘 복합문화센터로 탈바꿈한다.공공미술품 활용 증진을 위한 미술은행이 설립되고 대학로가 명실상부한 공연예술의 메카로 자리잡는다.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은 8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창의한국-21세기 새로운 문화의 비전’(문화비전)과 기초예술분야 진흥책인 ‘새로운 한국의 예술정책’(새예술정책)을 보고했다. ‘문화비전’과 ‘새예술정책’에 따르면 문화관광부는 오는 2006년까지 국고 예산을 비롯해 로또복권 수익금·문예진흥기금 등으로 1000억여원의 예산을 마련,관계 부처와 협의해 당인리 발전소를 매입해 국제적인 문화·관광명소로 만든다.공연장,전시장 외에 도서관,인터넷 예술카페 등을 갖춰 매일 각종 문화예술행사와 이벤트,세미나를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미술품을 활용하여 공공기관을 문화적으로 리모델링하고,미술품을 구입해 일반인에게 대여하는 미술은행제도가 도입된다.미술은행은 도시 문화환경 개선을 위해 도입된 건축물 미술장식제도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신진작가를 중심으로 작품을 구입해 공급할 예정이다.현재 종로구 소격동에 위치한 기무사가 교외로 이전할 경우 이 곳에 국립현대미술관의 이전을 추진할 방침이다. 또 50여개의 소공연장과 예술극장 등 수많은 공연장이 모여 있지만 급속한 상업화로 인해 몸살을 앓는 대학로를 공연예술의 메카로 조성하기 위한 조치를 2008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한다.서울사대부중이나 흥사단이 이전할 경우 이곳에 4∼5개의 소공연장이 집적된 테아플렉스(Thea-Plex)를 조성하며,예총회관 자리에는 소규모 공연장과 공연예술인 명예의전당 및 사랑방 정보센터를 포함한 복합공연시설을 설립할 계획이다.서울시와 함께 부족한 무용,뮤지컬 전용극장의 신설도 추진하며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리모델링 중인 명동 옛 국립극장을 국립극단 등 국립단체들이 공동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김성호기자 kimus@seoul.co.kr˝
  • [seoulite]메트로 사람들

    ●유인종 서울시교육감은 7일 제33회 전국소년체전에서 2연패를 달성한 선수단을 찾아 격려했다. ●이경회 한국생태환경건축학회장은 7일 오후 1시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실내공기질관리법에 관한 학술심포지엄 및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길자연 한국기독교총연합회장은 7∼8일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리는 국가와 민족을 위한 한국교회 원로(목사·장로) 특별기도회에 참석한다. ●안병만 한국외국어대학교 총장은 개교 50주년을 기념,7∼9일 대학 교수회관 2층에서 지난달 히말라야를 등반한 교수산학회의 ‘안나푸르나 해외등반 사진전’을 개최한다. ●양정관 한국흑백사진연구회장은 7∼10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예총회관 제1전시실에서 제1회 사진전 ‘노원마을’을 개최한다.02-744-7874. ●김현풍 서울 강북구청장은 8일 열리는 ‘제6회 강북구민 건강주간행사’에 참석해 주민들을 위한 수준높은 의료서비스를 약속하고 건강증진 사업계획 등을 밝힌다. ●한인수 서울 금천구청장은 8일 오후 3시 시흥1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열리는 ‘행정서포터스 간담회’를 갖고,이들을 격려한다. ●정은희 서울 노원구 놀이방연합회장은 8∼9일 노원구민회관 대강당에서 어린이 마술 무료공연을 개최한다. ●한덕규 한국중동협회 회장은 9일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 49층 대회의실에서 ‘급변하는 이라크.중동정세,한국의 역할과 대응’을 주제로 한·중동 심포지엄을 주관한다. ●문병권 서울 중랑구 체육회장은 10일 오전 8시30분 설악산에서 열리는 중랑구체육회 6월 월례회의 워크숍에 참석한다. ●이우상 한국자유총연맹 도봉구지부장은 10일 오후 2시 도봉구민회관에서 열리는 전국자유수호웅변대회 도봉구 예선대회에 참석한다. ●김재범 한국방송협회장과 송도균 한국민영방송협회장은 11일 오후 2시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 3층 회견장에서 ‘방송법 개정방향과 민영방송의 과제’란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한다. ●이기헌 천주교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 위원장은 10일 오전 10시부터 “생명을 지향하는 가정” 세미나를 개최한다.
  • 국제 문화 전문가 ‘서울 총집합’

    제3차 국제문화전문가단체(CCD) 총회(조직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 강신길ㆍ지금종)가 1일 서울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개회식을 갖고 나흘간의 일정에 들어갔다. 1998년 결성된 CCD는 문화예술을 자유무역 대상으로 취급하는 것을 막고 문화의 다양성을 증진시키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국제연대기구.현재 전세계 90개국에 걸쳐 600여개의 문화단체가 참여해 활동하고 있다. 올해 총회에는 한국을 포함한 57개국에서 외국인 120여명을 포함해 400여명이 참석해 각국의 문화상황과 문제점들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영화배우 문소리씨가 사회를 맡아 열린 개회식에서는 김정헌 문화연대 상임공동대표ㆍ김용태 민예총 부회장ㆍ로베르 필롱 CCD 국제운영위 대표의 환영사와 이창동 문화관광부장관의 격려사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시인 고은ㆍ중국의 작곡가 가오 얼디ㆍ캐나다 안무가 에듀아드 락ㆍ멕시코의 영화배우 릴리아 아라곤이 축사를 낭독했으며 퍼포먼스 그룹 ‘야단법석’과 어린이 예술단 ‘아름나라’의 축하 공연도 열렸다. 참가자들은 총회 기간중 ▲통상과 문화 관계 논쟁의 현주소 ▲문화 다양성과 통상 ▲최근의 통상 협정이 문화에 미치는 영향 ▲유네스코 문화협약과 문화전문가 단체의 역할 ▲문화협약 체결을 위한 국제연대 강화를 위한 모색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총회는 4일 ‘서울 선언문’ 발표와 함께 막을 내린다.
  • 서울학생상 ‘1급 장애인’ 이희아양

    “몸은 정상이지만 마음이 병들어 좌절하고 자살까지 생각하는 청소년들에게 제가 희망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로 널리 알려진 이희아(19·서울 주몽학교 고등부 3학년)양이 21일 서울시교육청이 주는 서울학생상을 받았다.태어날 때부터 한 손에 손가락이 두 개씩이고 허벅지 아래가 없는 선천성 사지기형 1급 장애인인 이양은 특기를 통해 장애인들에게 용기를 주고 학생의 명예를 드높인 점을 인정받았다. ●“혐오감 준다” 음악경연대회서 못나오게 손가락의 힘을 기르기 위해 6세 때 시작한 피아노는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선천적인 음악성에 피나는 연습으로 이양의 실력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갔다. 이듬해인 1992년 처음 출전한 음악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하면서 이양의 의지는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당시 ‘전국 학생 음악경연대회’ 주최측은 “혐오감을 준다.”는 이유로 신청서를 받지 않았다.지도 교사가 항의하여 간신히 참가할 수 있었고,그는 “실력으로 승부하자.”고 다짐했다.이양은 하루 10시간이 넘는 맹연습끝에 최우수상을 받았다.시상식이 끝난 뒤 심사위원들은 “네가 장애인인 줄 몰랐다.”고 감탄했다. 이양은 1999년 장애극복 대통령상을 받으면서 미국·일본·호주 등 해외로 무대를 넓혀갔다.그동안 각종 자선무대에도 수없이 올라 장애를 극복하려는 많은 이들에게 힘을 주었다.지난해에는 한국문화예술인총연합(예총)이 주는 ‘문화예술인상’을 받았다. ●‘즉흥환상곡’ 좋아해… 연주에 5년 매달려 이양이 가장 좋아하는 곡은 쇼팽의 ‘즉흥환상곡’.고도의 테크닉이 필요한 이 곡을 연주하기 위해서는 무려 5년을 매달려야 했다.좋아하기도 했지만 비장애인도 치기 힘든 곡에 도전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연주를 들은 사람들이 “너처럼 5년 동안 노력해 보지 않고서는 무엇이든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을 때 말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꼈다고 이양은 회상했다. 얼마 전에는 연주에 반해 찾아온 남자 친구도 있다고 자랑한 이양은 “신체의 장애는 대인관계에서 결코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여섯살 때 아빠하고 수영장에 갔는데 아이들이 ‘귀신이다,괴물이다.’하면서 놀리는 거예요.다른 애들 같으면 울었을 텐데 저는 ‘그래,내가 귀신할 테니 귀신놀이 하자.’고 그랬죠.그렇게 다가가니까 금방 친구가 되던데요.” 이양은 “내년에 대학에 들어가면 연주와 작곡을 본격적으로 공부해 ‘희아 창작음악회’를 꼭 해보고 싶다.”면서 “저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모두 주위에서 도와준 덕이라고 생각하며 항상 겸손한 자세로 봉사하며 살고 싶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이양을 비롯한 특수학교 학생 23명과 고교생 236명 등 모두 268명이 서울학생상을 받았다. 이효용기자 utility@˝
  • JP 불구속 기소

    대검 중앙수사부(부장 안대희)는 지난 2002년 6·13지방선거 때 삼성에서 채권 15억원을 수수한 김종필 전 자민련 명예총재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김 전 총재가 기소돼 법정에 서게 된 것은 1961년 5·16쿠데타로 정치권 전면에 등장한 이후 처음이다. 검찰은 또 이날 오전 한나라당 엄호성 의원을 소환,대선 때 중앙당에서 지원된 2억원대 불법자금 중 일부를 유용했다는 고발 내용과 함께 수천만원대 후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의혹 등을 조사했다.검찰은 엄 의원이 부산지역 시의원 공천 과정에서 금품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추궁했다. 검찰은 19일 이한동 전 국무총리를 비공개 소환,대선 때 SK그룹 손길승 회장에게서 2억원의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에 대해 조사한 뒤 귀가조치했다.이 전 총리는 검찰조사에서 자신이 직접 2억원을 수수하지 않았고 나중에 사실을 알았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21일 오후 2시쯤 안대희 중수부장실에서 대선자금 사건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강충식기자 chungsik@˝
  • “국보법 폐지” 시민단체 뭉친다

    다수의 초선 의원들과 진보정당의 원내 진출 등 17대 국회 성향이 진보 쪽에 무게가 실리면서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전면 폐지를 요구하는 시민단체들의 활동이 본격화되고 있다.이에 따라 보수단체와의 마찰은 물론 올해 국회에서 이 문제가 뜨거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시민단체들은 이달 말 연대기구를 결성,국보법 폐지를 목표로 총력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연대기구가 결성되는 것은 지난 2000년 임시국회를 앞두고 명동성당 앞에서 벌였던 농성 이후 4년 만이다. ●국회앞 시위 1년 넘게 지속 시민단체들은 4·15총선 이후 정치지형의 변화를 고려,올 하반기를 국보법 폐지의 최대 호기로 보고 체계적인 투쟁계획을 세워 놓았다.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는 5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국보법 폐지 1인 시위 1주년 기념식이 열렸다.행사를 주관한 ‘국보법 폐지를 위한 시민모임’은 법 개정론과 대체 입법론에 반대하며 전면 폐지를 거듭 촉구하는 선언문을 국회에 전달했다. 이들은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국보법 개정·대체입법 마련 등을 논의하는 것은 여전히 국보법의 보존가치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수정·보완이 아니라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민가협 양심수후원회 권오헌 회장은 “국보법은 문명국가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악법”이라며 “완전 폐지될 때까지 투쟁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시민모임을 포함, 인권단체와 통일연대 소속단체들은 이달 말 전국적인 연대기구 결성을 계기로 ‘국보법 완전철폐’ 총력투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연대기구 결성에는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민가협·인권운동사랑방 등 인권단체는 물론 한총련·범민련 등 통일연대 소속 단체들이 대거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개원에 맞춰 수위 조절 시민단체들은 일단 현재 진행 중인 국보법 개정이나 대체입법 논의 등 어떤 식으로든 국보법이 지속되는 것을 일절 거부하고 전면 폐지를 목표로 삼고 있다.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 김성란 사무총장은 “국보법 전면 폐지는 국회 개원과 함께 최우선으로 처리해야 할 개혁과제”라며 “여러 가지 정치지형이 바뀐 만큼 전면 폐지를 위해 진력하겠다.”고 밝혔다.그는 “그동안 단체 주도로 철폐운동을 펼쳤지만 이번에는 일반국민들까지 동참할 수 있도록 대국민 홍보에도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인권운동사랑방 박내군 상임활동가 역시 “예전과 투쟁 방향을 달리 할 것”이라며 “큰 틀의 사업방향은 공유하되,개별 사업을 전개해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우선 국보법 전면 폐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토론·공청회 등을 통한 여론화 작업에 나서기로 했다.우선 이달 말 기구 재정비를 통해 국보법 전면 폐지를 위한 전국 네트워크를 결성하고,오는 6월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운영위 모임을 통해 구체적인 투쟁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법조계·학계·인권·통일단체 활동가 등 개인들로 구성된 ‘국가보안법 끝장모임’도 지난달 초 간담회를 시작으로 정기적인 만남을 갖고 국보법 철폐투쟁의 전반적 흐름을 분석하며 다양한 사업계획을 마련 중이다. 국보법 개폐와 관련한 태스크포스팀을 운영 중인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김창국)도 오는 20일 공청회를 열고 7∼8월 국가보안법 개폐에 관한 의견서를 낼 예정이다. 통일연대도 다음달 초 순례단을 구성,전국을 돌며 국보법 폐지를 위한 열기 확산에 나서고,민예총 등 문화단체들도 양심수 석방과 국보법 폐지를 내건 대규모 문화제를 준비 중이다. ●보수단체,“시기상조” 저지 맞불 이런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 자유총연맹·자유민주민족회의·재향군인회·대한무공수훈자회·자유시민연대 등 보수단체는 남북이 대치 중인 상황에서 국보법 폐지 논의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강력 저지를 외치고 있다. 재향군인회 안상원 홍보부장은 “경제회생,실업문제 해결 등 시급한 과제들도 쌓였는데 국보법 폐지가 그렇게 중요한 것이냐.”고 반문하며 “법조항을 유추해석하지 않는 선에서의 개정은 있을 수 있지만 폐지를 논하기엔 때가 이르다.”고 강조했다. 보수단체들은 남북이 대치한 상황에서 국가수호를 위해 국보법 유지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자유총연맹과 자유시민연대는 국보법 폐지 운운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저지운동에 나서겠다고 맞섰다. 자유총연맹 장수근 본부장은 “남북 관계가 진전된 다음에는 고려해 볼 사항이지만 현 시점에서는 시기상조”라며 북한노동당 규약이나 형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 시점에서 그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우려했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 ‘교육연대 공교육 개혁안’ 논란

    ‘국·공립대 평준화,대학수학능력시험 폐지,특목고 폐지 등 고교 평준화 확대,총장직선제 제도화,교장 선출보직제 시행….’ 전국교직원노동조합,민주노동당 등 진보 성향의 30개 단체로 구성된 ‘범국민교육연대’가 1년간의 연구 끝에 12일 발표한 ‘공교육의 구조개혁안’이다.개혁안이 공개되자 현실을 도외시하고 평등권만 강조한 이상론이라는 비판과 문제의 악순환을 막기 위한 원칙적인 방향 제시라는 지지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교육연대는 12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가진 ‘공교육 구조개혁운동 선언식’에서 “교육에 따른 차별과 불평등이 팽배한 현실에서 학벌타파와 교육의 민주성과 공공성을 강화가 절실히 요구된다.”며 ‘큰 틀의 구조조정’을 촉구했다. ●“현실 고려 안한 이상론” 하지만 교육계 한쪽에서는 현실을 고려치 않은 이상안에 가깝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홍익대 서정화 교육학과 교수는 “국·공립대를 통합,선발하는 것은 앞서 나가는 대학의 장점을 키워 얻을 수 있는 경쟁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서울대 정운찬 총장도 13일 학생들과의 공개 면담에서 “국립대학을 평준화해 30만명을 뽑고 이를 학교별로 배정한다면 이 나라의 장래는 망한다.”면서 “서울대뿐만 아니라 연세대·고려대도 오히려 엘리트 양성을 위해 서로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능 폐지와 관련,교육부 학사지원과 정봉문 사무관은 “기준도 명확지 않은 자격고사를 대안으로 수능폐지를 요구하는 것은 섣부른 주장”이라면서 “수능이 폐지되면 전형과정의 변별력을 높이기 위한 본고사 논쟁이 가열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수원대 교육대학원장 강인수 교수는 “실업계와 일반계 고교의 구분을 없애고 특목고를 폐지하는 방안은 개성과 적성이 각각 다른 학생들에게 일괄적인 교육을 강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총장직선제와 교장선출보직제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경주대 교육대학원 전제상 교수는 “총장직선제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사학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으며,사립대교수회의 강화나 법제화로 민주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실효성이 있다.”고 주장했다.그는 또 학생·학부모를 배제한 교원들 중심의 교장선출보직제보다 일정 조건을 갖춘 교장을 공모하는 교장공모제가 대안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의 질 향상 위한 현실론” 이에 대해 지지론자들은 공교육 개혁을 위한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도출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중앙대 강내희 영문학과 교수는 “수능폐지는 소수를 위한 경쟁체제를 다수를 위한 교육의 질 향상으로 끌고 가는 원칙적이면서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며,정상적으로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이면 누구나 통과할 수 있는 자격고사의 도입과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상대 정진상 사회학과 교수는 “국공립대를 통합하면 서울대만은 하향화하겠지만,전체 국공립대의 경쟁력은 올라갈 것”이라면서 “국공립대 통합이 어느 정도 토대를 갖추면 사립학교들도 학사관리의 자율성은 보장하되 통합선발에 참여토록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학벌없는 사회’를 주장해온 김상봉 민예총 문예아카데미 교장은 “고교 평준화가 학생들을 바보로 만든다는 것은 생각없는 사람들의 어이없는 난센스”라면서 “경쟁을 위한 경쟁은 지적 능력을 키워주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비판했다. 또 상명대 박거용 영문과 교수는 “사학의 자율성은 학풍의 자율성”이라며 총장직선제가 자율성을 훼손할 것이라는 주장을 반박했다.부산교대 심성보 윤리교육과 교수는 “교장선출보직제가 진보적인 발상이라는 비판은 나올 수 있지만 교사가 승진에만 매몰되는 등 학교의 폐단을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공모제는 지나치게 시장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서울문화재단 초대 대표이사 유인촌씨

    “서울지역 문화예술에 대한 철저한 서비스로 문화복지,문화분권을 일궈내겠습니다.” 오는 18일 출범하는 서울문화재단의 유인촌(53) 대표이사는 10일 기자회견에서 서울을 파리나 뉴욕에 버금가는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가꾸는데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서울문화재단은 서울시가 문화예술의 창작 보급과 활동 지원을 위해 500억원의 기금을 출연해 설립한 법인으로,향후 3000억원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지난 3월 공식출범할 예정이었으나 서울시의 비민주적인 행정을 문제삼은 문화예술단체들의 반발과 4·15총선,하이서울페스티벌 등 잇단 외부 요인으로 두달가량 연기됐다. ‘극단 유’를 이끄는 연극인이자 탤런트,중앙대 연극영화과 교수이기도 한 유 대표는 오랜 현장 경험을 내세워 ‘발로 뛰는 문화행정가’로서의 역할을 강조했다.무엇보다 기초예술분야에 대한 현실적이고,구체적인 지원에 역점을 둘 방침이다.일례로 그동안 서울시의 나눠주기식 소액다건의 정책으로 현장 예술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했던 각종 기금 지원제도를 ‘선택과 집중’의 원칙 아래 과감히 개선하기로 했다. 더불어 ‘문화복덕방’노릇에도 심혈을 기울일 생각이다.그는 “올해 안에 서울시내 모든 기업인들을 개별 방문해 기금이나 관객확보 또는 홍보마케팅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네트워크를 형성하겠다.”고 말했다.극단 유를 처음 만들 당시 후원을 자청했던 기업인 친구들이 1∼2년만에 난색을 표하는 것을 본 뒤 남에게 손을 벌린 적이 없다는 그는 “내 극단을 위해서는 못하지만 이젠 자신있게 도와달라는 말을 할 수 있다.”면서 “당장 눈앞에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들이 ‘문화산업’이 아닌 ‘문화사업’에 투자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문화연대 등 20여개 문화예술단체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재단설립 무효를 선언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는 것과 관련,“문화연대와 민예총의 임원·실무진 등을 만나 여러차례 대화를 나눴다.서울시의 행정절차에 관한 입장 차이일 뿐 ‘문화예술을 잘하자’는 재단 설립의 근본 취지에는 이견이 없는 만큼 잘 풀리지 않겠느냐.”고 낙관했다. 그는 “1∼2년 시끄럽더라도 시스템이 제대로 자리잡도록 밀고 나가겠다.”고 강조했다.이미 극단 유의 대표 자리를 내놓았고,중앙대에도 장기휴직계를 냈다.MC를 맡고 있는 KBS1 다큐멘터리 ‘신화창조의 비밀’을 제외하고는 3년 임기동안 방송 활동도 중단할 계획이다.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강성남기자 snk@˝
  • [총선 D-2] “군소정당도 공약 있어요”

    군소정당이 17대 총선에 유난히 마음 설레는 것은 ‘1인2표제’ 때문이다.25개 ‘선관위 등록정당’ 가운데 14개 정당이 비례대표후보자를 냈다.예전의 2배쯤 되는 수치로,정당투표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구국총연맹에서 사회당까지 폭넓은 이념적 스펙트럼과 시민의 정당,종교정당,노년권익보호당 등 여러 계층을 대변하며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드러내고 있다.이중 의석이 없는 당은 9개로,저마다 정당기호를 알리기 위한 기발한 아이디어와 기성정당에서 볼 수 없었던 이색공약으로 당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유효투표 3%’.그래야 의석을 가질 자격을 얻는다.투표율을 60%로 잡으면 64만표쯤 얻어야 한다.그렇지 못하면 후보 1인당 1500만원씩의 기탁금도 돌려받지 못한다.아니면 지역구 5석을 얻어야 하지만,현실적으로 더 어렵다. ●11번 녹색사민당 그중 덩치가 큰 군소정당이다.지난 3월 녹색당과 사민당이 합당,민주화 운동가 출신 장기표씨가 대표를 맡았다.서유럽 복지국가의 정책이념인 사민주의와 환경보전을 표방하고 있다.6명의 비례대표 후보와 서울 동작갑에 3차례 출마했던 장 대표를 비롯한 28명이 지역구에 도전했다.‘정책공약을 하나하나(11번) 실천하고 일일이(11번) 챙기겠습니다’,‘일거수일투족(11번)을 국민여러분과 함께하자.’,‘젓가락(11번) 같이 11번 후보를 꼭 집자.’ 등의 아이디어를 내놓았다.한국노총을 기반으로 한 기본표와 녹색당이 2002년 지자체 선거에서 20만표 이상을 획득했다며 원내진출을 자신하고 있다. ●14번 사회당 사회주의 정강정책을 지향하며,가장 좌파적으로 평가된다.1998년 창당돼 역사도 비교적 길다.▲국민소환제,국민발안제 도입 ▲비정규직 철폐 ▲주 35시간 노동제 도입 등을 내걸었다.비례대표 후보는 1명이다. ●9번 기독당 유명인사가 많은 정당이다.황산성 전 환경부장관,최수환 전 의원 등 비례대표 후보도 14명이나 된다.“기도의 표 모아 정치 바꾸자.”는 표어에서 보듯,당원이 되려면 ‘개신교 신자’여야 한다.개신교의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득표 활동을 벌이고 있다. ●6번 ‘가자희망 2080’ 의사·교수·택시기사·자영업자 등 ‘일반시민’ 1만명이 창당발기인에 참여,지난달 17일 창당했다.당명은 “20대부터 80대까지 모든 세대가 참여하자는 뜻”으로 지은 것이다.대표인 노동선 변호사 등 6명이 비례대표 후보로 등록했다.기호6번에 대해서는 “평형,조화,행운 등을 상징한다.”며 6에 얽힌 동서양 철학과 수학적 의미를 풀이하고 있다. ●7번 공화당 허경영 대표가 대통령 선거에 꼬박꼬박 출마한 덕에 꽤 이름이 알려져 있다.선거벽보에 “보릿고개를 없앤 박정희 대통령의 공화당이 도탄에 빠진 민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뭉쳤다.”며 박정희 정신으로 국민들의 심판을 받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8번 구국총연합 ‘무궁화 혼은 나라사랑 구국의 물결!’이라며 애국세력 결집을 호소하고 있다.국회의원 정원축소,부가가치세 폐지와 통일세 신설,검찰권 완전독립 등을 선거구호로 내걸었다.비례대표에는 2명이 등록했다. ●10번 노년권익보호당 ‘대기업 부회장 출신 웨이터’로 유명한 서상록 명예총재가 이끌고 있다.최근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노인폄하’ 발언에 1인시위를 벌이며 활발하게 활동했다.“노년의 지혜와 경륜을 국가발전의 초석으로 삼아 윤리와 도덕적 양심에 입각한 새로운 정치를 구현하겠다.”는 각오다. ●13번 민주화합당 중국에서 한의사 자격증을 딴 이태문 대표만 비례대표 후보에 등록했다.행자부내 ‘국가화합부’ 신설 등이 주요 공약이다. 이지운 박정경 박지연기자 jj@seoul.co.kr˝
  • [사설] ‘기초예술 위기’ 절규도 들어야

    순수 예술이 빈사의 늪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어제 한국예술문화단체 총연합회(예총)와 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 등 보수·진보를 망라한 60개 문화예술단체들이 ‘기초예술 살리기 범문화예술인 연대’를 출범시킨 것은 존폐의 갈림길에 선 순수예술 종사자들의 최후의 절규로 들린다.오죽했으면 ‘순수예술’이란 용어를 포기하고 ‘기초기술’이란 새로운 담론까지 내놓게 되었는지,안타깝고 씁쓸하다. 순수예술은 말할 것도 없이 새롭게 산업의 총아로 등장한 영화,연예 등 문화산업의 콘텐츠 공급 창구이다.그러나 특정 산업의 ‘기초’가 되는 점을 내세우지 않아도 순수예술의 존재가치는 자명하다.예술 체험을 통한 정신의 고양은 세상의 모든 존재 속에서 인간만이 추구할 수 있는 특권이기 때문이다.그런 의미에서 문명화가 고도로 진행된 21세기가 ‘문화의 세기’를 선언하고 삶의 목적을 물질적 풍요에서 문화적 풍요로 바꿔가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시대를 거꾸로 가고 있다.통계에 따르면 영화를 제외한 연극,미술,음악,전통예술,무용 등 국민의 순수예술 관람률은 해마다 줄고 있다.지난해 문학 출판 판매량은 전년도보다 3분2나 감소했으며 문화예술인들의 약 3분의1은 월수입이 없는 실정이다.이같은 상황에도 문화예술진흥기금 모금은 폐지되고 후속 대책으로 제시된 문예진흥법 개정안은 국회의 정쟁 속에 무산됐으니 문화예술계에서 탄식이 흘러나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정부와 정치권은 양 진영의 문화예술계가 손잡고 절규하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 기초예술살리기 문화연대 출범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예총)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 등 60개 문화예술단체가 참여한 ‘기초예술살리기범문화예술인연대(기초예술연대)’가 2일 오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미술관 3층 강당에서 출범식을 가졌다. 기초예술연대는 선언문에서 “시대를 끌고가는 선도자 역할을 해야 할 문학·공연·전통예술 등 기초예술이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국민적 문화역량이 비약적으로 성장한 반면 기초예술은 위축되는 안타까운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결성했다.”고 밝혔다.기초예술연대는 이날 공동대표단,집행위원회,사무국으로 구성되는 조직구성안을 인준한 뒤 ▲기초예술의 가치확산을 위한 토론회 등 공론의 장 마련 ▲기초예술의 현황 및 실태 파악 조사연구 ▲언론매체를 통한 기초예술의 중요성 캠페인 ▲기초예술의 중요성 인식 확산과 문화재정 확보를 위한 정부·국회·정당 방문 ▲대통령 면담 추진 등의 활동을 전개할 것을 결의했다. 황석영 민예총 회장은 이어 열린 제1차 연속포럼에서 ‘기초예술 왜 중요한가’라는 기조 강연을 통해 “예술가 대다수가 처절한 생존문제에 직면하여 창작활동에 전념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통탄스럽다.”며 “국제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예술작품과 예술가가 나오려면 산소와 같은 기초예술에 대한 지원정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연극배우인 김지숙 한국연극협회 부이사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 행사에는 한상철 대학로포럼 대표,이종훈 한국연극협회 이사장,김정헌 문화연대 대표,허현호 한국연극배우협회 회장 등 문화예술인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종수기자 vielee@˝
  • “막오르기전 여전히 새색시처럼 떨려요”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정갈한 자태가 상대방을 압도한다.평생을 바쳐 한길을 걸어온 예인(藝人)들이 대개 그렇듯 범접하지 못할 강단이 고스란히 느껴진다.저 작고 갸날픈 체구 어디에 그토록 강렬한 무대 열정이 숨어있을까,새삼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원로배우 백성희(79).국립극단의 최고령 배우이자 한국 연극의 산 역사로 불리는 그가 올해로 연기 인생 60주년을 맞았다. “연극이 무작정 좋아서 시작했고,연극의 매력에 빠져 살다보니 어느새 그 만큼의 세월이 흘렀네요.자동차 헤드라이트처럼 옆도,뒤도 안돌아보고 오직 앞만 보며 달려왔지요.이젠 연극이 나인지,내가 연극인지 구별이 안될 정도예요.” ●배우인생 담은 자전극 ‘길’ 평소 ‘무슨무슨 기념공연’식의 행사성 무대를 꺼려온 그이지만 ‘이번엔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후배들의 성화에 조촐한 판을 벌였다.4월14일부터 19일까지 문예진흥원 예술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길’이 그 무대.한 시대를 풍미한 최고의 여배우로서,또 배우 이전에 한 여성으로서 그가 걸어온 지난 60년의 인생길을 반추하는 자전극이다.그는 못내 쑥쓰러운지 홍보 포스터에서 ‘60주년 기념공연’이라는 문구는 기어이 뺐다. 연극 ‘길’은 올초 국립극단 예술감독이 된 연출가 이윤택이 대본을 썼고,미국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에서 20년간 배우와 연출가로 활동하다 최근 귀국한 김혜련이 연출을 맡았다.백성희가 그동안 출연했던 ‘메디아’‘뇌우’‘달집’‘베니스의 상인’‘갈매기’ 등 5개 작품을 극중극으로 보여줌으로써 ‘연극이란 무엇인가’를 드러내는 메타연극의 형식을 취했다. 인터뷰 기록을 바탕으로 쓴 대본에는 남편(소설가 나도향의 동생 나조화)이 외도를 하다 사망하자 빈소조차 찾지 않았던 일화 등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사생활도 진솔하게 담겨있다.국립극단 후배인 권성덕,손숙 등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백성희가 처음 배우의 꿈을 품은 건 소학교 5학년 때.일본에서 유학하던 외삼촌이 가져온 일본 소녀가극단의 팸플릿에 나와있는 소년 배우의 멋진 모습에 반했다.나중에 그 배우가 여자인 것을 알고는 ‘그럼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그는 “백지에 떨어진 먹 한방울이 점점 번지듯 그때 내 가슴 속에 새겨진 강한 인상이 나이를 먹으면서 같이 자랐다.”고 회고했다. 본격적으로 배우의 길에 들어선 계기는 동덕여고 3학년 때 신문에 난 ‘빅타무용연구소 단원모집’광고였다.한달음에 연구소로 달려갔고,5대1의 경쟁을 뚫고 당당히 합격했다.연구소에 들어간 이듬해 대역으로 부민관 무대에 선 것이 인연이 돼 43년 극단 현대극장에 정식 입단했다. 데뷔작은 44년 함세덕 작·연출의 ‘봉선화’.당시 무명의 신인이 일약 주인공을 따냈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47년 이해랑 선생이 대표로 있던 극단 신협으로 옮긴 그는 50년 극단 신협이 국립극장의 전속 극단이 된 이후 지금까지 한시도 국립극단을 떠나지 않고 든든한 버팀목 노릇을 해왔다. ●아버지 몰래 연극하다 매맞기도 당시 사회적 분위기에서 집안의 반대는 너무나 당연했다.‘이어순’이란 본명을 버리고 서항석 선생(2대 국립극장장)이 지어준 ‘백성희’라는 예명으로 가족 몰래 지방 순회 공연을 다니다 아버지에게 들켜 매를 맞기도 했다.“아버지께서 결국 ‘넌 내 딸이 아니다.’라며 포기하셨지요.요즘 대학입시에서 연극영화과의 인기가 높고,부모들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걸 보면 정말 격세지감을 느껴요.그때 한이 남아서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이 생기자마자 1기로 입학했어요.”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은 대략 400여편.극성 맞고 대사가 많은 힘든 역할을 단골로 해왔다.이번 ‘길’연극에서도 “혀에서 쥐가 날 정도로 대사가 많다.”며 웃었다.1시간40분 공연에서 그가 등장하지 않는 분량은 20분에 불과하다. 그는 연극에서 정직함을 배운다.더도 덜도 아닌,딱 노력한 만큼만 보여주는 무대가 그의 천성과 잘 맞는다고 했다.그는 “정직하게,어쩌면 경직되게 한평생을 살아왔다.”면서 “융통성 없고,순발력 없는 외고집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원동력”이라고 말했다.72∼75년,91∼93년 두차례에 걸쳐 국립극단 단장직을 맡았을 때도 무대에 몰입할 수 없다는 이유로 두번이나 사표를 썼다. 60년 연기 인생에서 ‘유전의 애수’(53년)‘봄날은 간다’(2001년)등 단 2편의 영화에만 출연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그는 “배우는 무대에 서면 관객과 자웅을 겨루는 재미가 있지만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 재미가 없다.”고 했다.출연 분량은 적었지만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봄날은 간다’는 허진호 감독이 맘에 들어 두달 고민 끝에 어렵사리 출연을 결정했다. ●“연극에는 관객과 자웅 겨루는 재미 있어” 50년 넘게 술과 담배를 즐겨왔지만 타고난 건강 체질에다 채식위주의 식습관 덕에 체력에는 아직 문제가 없다.‘완벽주의자’‘강철 여인’이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강한 신념과 정신력이 신체의 허술함도 용납 하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무대에 오르기 전 항상 두 손을 모으고 수도자같은 모습으로 대기하는 그를 후배 연극인들은 ‘교과서적인 배우’라고 칭한다.‘백성희 화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연기에 있어서 일가견을 이룬 그이지만 정작 스스로는 “배우로서 부족한 점이 말할 수 없이 많다.”며 겸손해했다.그토록 오래 무대에서 살았으면서도 여전히 막이 오르기 전에는 새색시처럼 떨린단다. “연극을 가볍게 다루지 마세요.연기에는 배우의 인격까지 드러납니다.품격있는 연기를 위해 노력하고,연극을 생명처럼 아껴야 합니다.” 후배 연극인들에게 주는 충고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정성으로 인해 한층 울림있게 다가온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백성희씨는… ●1925년 서울 출생 ●1942년 동덕여고 졸업 ●1943년 극단 현대극장 단원 ●1947년 극단 신협 단원 ●1972∼75년,91∼93년 국립극단 단장 ●1992년 연극협회 부이사장 ●2001년∼현재 국립극단 원로 단원,대한민국예술원 회원 (수상 경력) 동아연극상(66년)대통령표창(80년)대한민국문화예술상(94년)백상예술대상(98년)대한민국예술원상(99년)예총예술문화상(2002년) (출연작품) 베니스의 상인,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무의도 기행,나도 인간이 되련다,무녀도,산불 등 400여편.˝
  • “탄핵정국 이렇게” 각계인사 제언

    탄핵정국을 바라보는 각계 인사들은 4·15총선을 통해 민의를 표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촛불집회에 대해서는 자칫 세대 및 계층 갈등으로 확산돼 ‘편가르기’식 대립이 조장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이들은 사상 초유의 탄핵사태는 한국 민주주의가 상처를 치유하고 통합으로 나아가는 동력이 될 수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이제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지켜볼 때라고 당부했다. ●현승종 전 국무총리(현 한림과학원 석좌교수 회장) 국가가 어려울수록 국민들이 각자 맡은 본분과 책임을 다해주길 간청한다.탄핵정국으로 벌어지고 있는 진보와 보수의 편가르기식 대립은 지혜롭게 헤쳐나가는 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국민 모두가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차분히 기다리는 게 옳다고 본다. ●이광규 동북아평화연대·재외동포재단 이사장 이제 제자리에 돌아가야 한다.전 세계가 큰 사회·경제적 동요 없이 난국을 헤쳐가는 한국을 칭찬하고 있다.국민들은 탄핵에 대한 반대입장을 충분히 알고 있고 선거에서 민의가 반영될 것이다.촛불시위를 막을 수는 없겠지만 차분히 진행돼야 한다.흥분과 격앙으로 인한 충돌은 피해야 한다. ●임현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한국NGO학회 상임대표) 탄핵정국은 민주주의가 한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다.촛불시위가 정치적으로 이용되거나 장외정치의 무대가 될 경우 역기능을 낳는다.헌재 결정이 내려지는 공백기를 친노·반노의 대립이 채워서는 안된다.촛불시위가 자발적·평화적인 점에서 긍정적이다.사회의 변화와 통합을 제시하는 대안의 생산적 논의장이 돼야 한다. ●손봉호 한성대 이사장(공선협 대표) 현 상황은 헌정 중단이 아닌 헌법이 존중되는 상황이다.위기가 아닌 만큼 동요할 필요가 없다.대규모 시위가 오히려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보수세력을 결집시켜 우리 사회를 양극화하는 역작용도 예상된다.표로 민의를 표현하는 것이 민주적이고 성숙한 시민사회의 모습이다. ●강문규 지구촌나눔운동·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 이사장 탄핵은 민주주의가 한걸음 나아가는 발전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의회가 행정부를 견제하고 사법부가 판단하는 것이 삼권분립이다.한국 정치사는 행정부가 의회를 견제해 왔다.촛불시위는 참여민주주의의 의미있는 상징이다.그러나,유일한 방법은 아니다.반대의견은 충분히 표출했다.촛불집회가 선거 전까지 지속되면 선거운동의 일환이 되며 보수세력의 반발로 인해 소모적인 대립이 야기된다.선거를 훼손하지 말자. ●전택부 서울YMCA 명예총무 정치권이 국민들로부터 도덕성과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 탄핵정국의 핵심이다.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국회가 내쫓고 국민이 그 국회에 반대하는 현 상황은 우리 정치사의 서글픈 단상이다.국민들은 이제 차분히 법률 전문가의 판단을 기다리는 게 중요하다. 우리 사회는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하는 경향이 많다.헌재의 결정이 날 때까지 생업으로 돌아가 국민의 자리를 지키는 것 역시 국민의 역할이다. 정리 안동환기자 sunstory@˝
  • 예술인 ‘탄핵소추 가결 규탄’ 잇단 성명

    문화예술인들의 탄핵소추안 가결 규탄 성명이 잇따르고 있다. 대표적 보수단체로 꼽히는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예총·회장 이성림)는 15일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은 대다수 국민의 뜻을 저버린 다수 야당의 횡포”라면서 “120만 예술인들은 국민과 한마음 한뜻으로 헌법재판소가 탄핵사건을 올바르게 판결해줄 것을 기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영화인회의(이사장 이춘연)도 이날 비상상임집행위원회를 열고 대통령 탄핵 규탄행동에 적극 동참할 것을 결의했다.이들은 19일 시국에 대한 문화예술인 공동 기자회견에 참여하고 20일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가하는 데 이어 다음주 초 영화인 시국선언을 발표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영화단체와 영화인들에게 동참을 권유하기로 했다.이순원 은희경 심상대 성석제 방현석 한창훈 하성란 등 중견·신인작가 36인도 ‘남겨진 6월항쟁의 뒤 페이지를 위하여’라는 성명서를 통해 “탄핵소추안 가결은 일제 식민지배와 군사독재에 그 서사의 뿌리가 닿아 있는 반역사적 폭거”라고 규정하고 “미완의 6월 항쟁,그 뒤 페이지의 서사를 국민들과 함께 장엄하게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민족문학작가회의 산하 젊은작가포럼(위원장 고영직 문학평론가)은 이날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과정에서의 행적을 묵과할 수 없다.”면서 시인인 민주당 김영환 대변인의 작가회의 제명을 요구했다. 이종수기자 vielee@˝
  • ’서울 탱고-소양강 처녀

    ‘해저문 소∼양강에 황혼이지면/외∼로운 갈대밭에 슬피우는 두견새야/열여덟 딸기같은 어린 내 순정/너마저 몰라주면 나는나는 어쩌나‘ 관광버스 안에서 막춤 출 때나 노래방에서 흥을 돋울 때 ‘소양강 처녀’를 모르면 간첩.40대를 넘긴 대한민국 사람치고 물안개와 호수의 도시 춘천 이미지를 고즈넉이 노랫말에 녹여 만든 ‘소양강 처녀’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노래가 워낙 유명세를 타다 보니 춘천거리에 다니는 여자들만 보면 모두 소양강 처녀로 보인다는 외지인들의 우스갯소리도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그만큼 ‘춘천=소양강 처녀’의 이미지가 강하다는 얘기일 것이다. 이 노래는 60년말 여가수 김태희씨가 불렀을 당시 별 반응이 없었다.그러던 것이 10여년 뒤인 70년대말 대학가에서 응원가로 불려지기 시작하며 뒤늦게 뜨기 시작해 지금껏 애창되고 있다. 곡조가 단조롭고 배우기 쉬워 응원가로 적격이었을 것이고,가사도 애절해 유신정권말 억눌렸던 피끓는 젊은이들 사이에 ‘저항가요’쯤으로 여길 만했을 터이니 이만큼 좋은 노래가 또 어디 있었을까. 원조 가수는 경기도 어디쯤에서 조용히 살고 있다는 후문이지만 이후 가수 한서경씨 등이 리바이벌해 부르며 꾸준히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소양강 처녀의 실존인물 여부를 둘러싸고 재밌는 얘기도 많다.작사가인 반야월 선생이 노래를 배우려고 사무실을 찾은 춘천출신 처녀 윤기순(당시 18세)씨를 모델로 했다는 설에서부터,그냥 사무실에서 문득 떠오르는 영감으로 곡을 만들었을 것이라는 추측까지,노랫말을 놓고 확인할 길 없는 얘기가 무성하다. 실존인물이 있다는 얘기는 춘천출신 처녀 윤씨가 반야월 선생 일행을 춘천 소양강가 자신의 집으로 초청,강에서 조각배를 타고 지금의 중도섬으로 들어갔다가 비바람이 몰아친 뒤의 소양강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즉석에서 작사했다는 것이 사실처럼 전해지고 있다.윤씨는 지금도 살아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노랫말 가운데 당시 소양강에는 갈대가 없었고,두견새도 물새가 아닌 산새라는 점 등을 들어 반야월 선생이 현장을 보지 못하고 써내려갔던 것이 아닌가 의문을 남기고 있다. 또 소양강 처녀 노래가 나오기 1년전쯤 ‘춘천댁 사공’이라는 노래가 인기 순위 상위를 오르내렸다는 점에서 실존인물이 있는 춘천댁 사공을 듣고 영감을 얻어 썼을 것이라는 설까지 분분하다.그만큼 소양강 처녀가 수십년동안 국민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춘천댁 사공의 노랫말을 직접 썼던 강원도예총회장 배동욱(70·시인)씨는 “소양강에서 멱감으며 놀던 때가 눈에 선하다.”며 “가사 내용에 다소 흠이 있고 당시 정황과 맞아떨어지지 않더라도 소양강 처녀라는 고유명사가 수십년간 국민들 사이에 인기를 끄는 것은 무척 기쁜 일”이라고 말했다. 노랫말에 얽힌 사연쯤이야 아는지 모르는지,지금의 소양강은 노랫말이 나올 당시와 많이 달라진 모습으로 흐르고 있다. 당시에는 의암댐이 만들어진 직후,지금처럼 의암호가 형성되지 못했던터라 중도섬을 가운데 두고 서쪽으로는 화천강을,동쪽으로는 소양강이 분리돼 흘렀던 시절이다.그뒤 소양강댐이 만들어지고 지금처럼 거대한 의암호가 조성돼 당시 분위기가 많이 퇴색했다.더구나 최근 들어 강가에는 거대한 교각이 놓여지고 우뚝한 아파트단지가 경쟁하듯 솟아 그때의 모습은 찾을 길 없다.하지만 서면 산위로 하루해가 넘어가는 황혼녘의 소양강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을 것이다. 세월이 흘러 소양강 처녀를 추억하기 위해 뒤늦게 춘천시가 소양강변에 ‘소양강 처녀’ 노래비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노래까지 감상할 수 있도록 음향시설도 설치한다니 격세지감이다.주변에 시민의 숲까지 만들어 시민공원으로 꾸며 놓겠다니 소양강 처녀가 춘천에서 다시 살아날 것만 같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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