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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라인몰, 추석 맞이 ‘성묘·방충용품’ 증가↑

    온라인몰, 추석 맞이 ‘성묘·방충용품’ 증가↑

    [서울신문NTN 이규하 기자] 온라인몰은 늦더위와 긴 추석연휴로 성묘, 방충용품이 특수를 누리고 있다.온라인몰과 유통업계는 벌초용품, 제기 세트 등 성묘 관련 용품 매출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연이은 무더위로 예년에 비해 예초기 판매량이 높았고 말벌 급증 예보에 따라 안전한 벌초를 돕는 방충 용품 수요도 동반 상승했다.G마켓에 따르면 추석을 3주 앞둔 지난 8월 26일부터 9월 1일까지 성묘용품 판매량이 작년 추석 3주 전 대비 4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이 기간 성묘용품 판매량 중에 예초기, 낫 등 벌초 용품은 56% 상승했다. G마켓은 ‘BEST 예초기 무한특가’ 기획전을 열고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계양 2단 분리형 예초기 KY400SE’는 2단으로 분리돼 승용차에 싣기 편하다.윅스 ‘전기 예초기’는 경량으로 사용이 편리한 제품이고 무소음, 무진동이다. 접이식 날로 손상이 적고 휴대가 편한 포스아트 ‘부성 접이식 낫’ 등 휴대용 낫도 잘 팔린다.G마켓에서는 안전한 벌초를 돕는 방충용품 판매량도 36%이상 급증했다. 말벌의 공격을 막는 방충복의 수요가 특히 높다. K1마트 ‘해충 방충복’은 얼굴 전면까지 보호망이 있어 착용이 간편하며 전용 보관 주머니도 제공된다.옥션은 예초기 등 성묘용품 판매량이 전년 추석 대비 32% 가량 증가했다. 인터파크도 예초기가 전년 추석시즌 대비 30%, 살충제 및 말벌 예방용품은 15% 가량 각각 판매량이 상승했다.디앤샵은 제수용품 및 예초기 카테고리의 매출이 매주 2배 이상 증가했다. 현재 진행 중인 ‘2010년 한가위 제수 주방용품 특별 할인전’에서는 제기 및 식기 등 홈세트를 최대 55%까지 할인 판매한다.롯데닷컴은 예초기, 휴대용 제기 등 성묘관련 용품 매출이 전년 대비 30% 가량 증가했다.11번가는 성묘 용품 판매가 작년에 비해 40% 증가했으며 그 중 예초기의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60% 이상 상승했다.이어 초음파로 해충을 쫓는 ‘휴대용 초음파 모기퇴치기’의 경우 최근 일주일간 판매량이 작년 추석시즌 대비 25% 이상 증가한 상태다.유수경 G마켓 리빙&뷰티 사업실 실장은 “올 추석에는 무더위 영향으로 예초기 판매가 크게 늘었고 말벌이 독해진다는 보도가 있어 방충용품 판매도 예년에 비해 크게 증가하는 추세”라며 “제품 특성상 무작정 저렴하기보다는 사용하기 편리하고 안전한 제품을 찾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이규하 기자 judi@seoulntn.com
  • ‘錢의 유혹’ 여전한 불량선거전

    ‘錢의 유혹’ 여전한 불량선거전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6·2 지방선거가 불·탈법으로 얼룩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선거관리위원회에 적발된 선거법 위반 사례가 100여건을 넘어서는 등 과열·혼탁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광역·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 광역·기초 비례대표 선거에 교육감과 교육의원 선거까지 함께 치러지면서 8개 선거가 동시에 실시돼 2006년 5·31 지방선거보다 불법 선거운동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충북지역에선 최근 군수 선거 출마예정자가 선거운동을 도와달라며 유권자에게 1600여만원을 건넨 정황을 선관위가 포착해 검찰에 고발하는 등 6·2 지방선거와 관련해 총 36건의 불·탈법 사례가 적발됐다. 금품과 음식물 제공이 17건으로 가장 많고 인쇄물 배부 8건, 홍보물 발행 3건, 신문방송 등 부정이용 2건, 선심관광 및 교통편의 제공 1건, 공무원 등 선거개입 1건, 기타 3건 등이다. 충북 청원군수와 음성군수는 유권자들에게 금품과 음식물을 제공하다 적발돼 최근 군수직을 상실했다. 전북지역에서 적발된 불·탈법 사례는 52건에 이른다. 전북도 선관위는 주민들에게 음식물과 교통편 등을 제공한 정읍시장 선거 출마 예정자를 최근 전주지검 정읍지청에 고발했다. 맥주, 소주, 음료수 등 510만원 상당을 350명의 당원과 행사 참석자들에게 제공한 혐의다. 전북도 선관위는 앞서 지난해 9월에는 고창군의 한 면민의 날 행사에 경품을 협찬한 기초의원 선거 출마 예정자 3명과 이를 요구한 체육회 관계자 등 4명을 전주지검에 고발했다. 이들은 20만원 상당의 예초기, 16만원 상당의 TV 1대, 40만원 상당의 세탁기 1대 등을 경품으로 제공했다. 전남지역에선 무려 150여건이 적발됐다. 전남도 선관위는 기초단체장 선거와 관련해 고발 6건, 수사의뢰 5건, 경고 70건, 수사기관 이첩 2건 등 모두 83건의 불·탈법 행위를 적발했다. 광역과 기초의원 선거의 경우 고발 7건, 수사의뢰 6건, 경고 47건 등에 이른다. 불법 사례 유형은 기부행위, 인쇄물 배부, 명함돌리기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강원지역에선 도의원 선거 출마예정자가 자신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선거구민들에게 무료로 수건을 나눠 주고 자신의 사진과 이름이 적힌 책자를 방문 판매하다 적발, 고발 조치됐다. 또 다른 도의원 선거 후보예정자는 도의원으로 재직하면서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기관·단체에 32차례에 걸쳐 자신이 대표로 있는 회사경비로 1780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해 선관위로부터 수사의뢰 조치됐다. 강원 지역에서는 현재 74건이 고발·수사의뢰·경고 조치됐다. 선거를 앞두고 경쟁 후보를 음해하기 위한 루머까지 판을 치고 있다. 신현국 경북 문경시장은 ‘수사기관이 시장실을 압수수색했다.’는 등의 유언비어 유포자를 색출해 달라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신 시장은 “자신을 음해하기 위해 누군가가 정체불명의 악성 루머를 퍼뜨리면서 지난 15일부터 이를 확인하려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 루머 유포자와 진원지 수사를 의뢰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지방선거가 벌써부터 과열혼탁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선관위는 선거부정 감시단을 서둘러 운영하는 등 바짝 긴장하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그동안은 선거일 180일을 앞두고 감시단을 운영해 왔지만 이번에는 1년여를 앞두고 일찍부터 감시단 운영을 시작했다.”며 “과열지역을 선정해 특별관리하는 방안도 마련 중에 있다.”고 말했다. 전국종합 청주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책꽂이]

    ●메이드 인 차이나의 진실(량러 지음, 김인지 옮김, 비즈니스맵 펴냄) ‘메이드 인 차이나’는 저질, 짝퉁을 의미하는 대명사처럼 됐다. 멜라민 파동이 일어났을 때는 전 세계 국가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정경유착과 부정부패, 언론통제, 정치만능형 체제 등 1960~70년대 한국 사회를 보는 듯한 현재 중국의 문제점들을 신랄하게 파헤쳤다. 1만 3000원. ●히틀러 최고사령부 1933~1945년(제프리 메가기 지음, 김홍래 옮김, 플래닛미디어 펴냄) 엄청난 재능을 가진 독일 장교단이 이끈 독일군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것은 과연 독재자 히틀러 때문이었을까. 전 세계를 뒤흔들고 서구 문명을 파멸 직전까지 몰아갔던 독일 최고사령부와 독일군이 보여준 전략적 오류, 지휘 체계 문제에 관한 진실. 2만 5000원. ●36.5℃ 인간의 경제학(이준구 지음, 랜덤하우스 펴냄) 왜 인간은 경제행위를 하며 뻔한 광고에 속고 터무니없는 실수를 저지를까. 이준구 서울대 교수는 “경제학이 딱딱하고 재미없는 학문이라는 선입견을 보기 좋게 부숴버리는 것을 목표”로 인간의 심리와 경제 행위의 연관성을 탐구하는 형태경제이론을 소개한다. 1만 3000원. ●세컨 네이처(마이클 폴란 지음, 이순우 옮김, 황소자리 펴냄) ‘자연은 거대한 정원’이라는 개념에서 시작한다. 풀과 나무 등을 길러내고 예초기로 다듬으며 내맘대로 가꾸는 공간이 아니라 자연과 사람이 교감하고 공존하는 작업 환경이다. 자연을 해치지 않으면서 문화적 욕구를 풀어내는 정원 가꾸기의 지혜를 설득력있게 풀었다. 1만 5000원. ●고든 램지의 불놀이(고든 램지 지음, 노진선 옮김, 해냄 펴냄) ‘지옥의 요리사’로 불리는 세계적인 요리사 고든 램지가 전하는 화끈한 성공 조언. 밑바닥부터 시작해 세계 최고에 이른 그의 인생역정에서 엿보는 인생과 성공, 경영에 대한 이야기는 비단 요리사를 꿈꾸는 이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1만 3000원. ●사코와 반제티(브루스 왓슨 지음, 이수영 옮김, 삼천리 펴냄) 미국 최악의 사법 살인으로 꼽히는 ‘사코와 반제티’ 사건을 재조명. 사코와 반제티 사건 80주기였던 2007년에 출간돼 ‘워싱턴 포스트’의 올해의 책(역사 부문)으로 선정됐다. 2만 6000원.
  • [길섶에서] 벌초/박정현 논설위원

    벌초하기에는 이른 감이 없지 않았다. 벌초하러 오라는 장손인 사촌 형의 전화에 이르고 늦고를 따질수 없는 일. 추석을 한 달 넘게 남겨둔 8월 마지막 토요일 벌초를 위해 고향으로 향했다. 서울·부산 등에서 모여든 사촌 형제들과 조카들은 3개조로 나누어 벌초에 나섰다. 벌이 있을까 쭈빗거리는 당숙에게 50대 조카는 벌이 없다고 아는 체를 한다. 예초기를 작동하기 전에 산소 주변을 둘러봐서 벌이 없으면 벌집이 없다는 것이란다. 벌이 한두 마리라도 보이면 벌집이 있다고 한다. 그런 조카도 그의 아버지인 사촌 형으로부터 가차없는 꾸지람을 듣는다. 예초기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면서 풀을 짧게 깎는 그는 벌초의 달인인 듯하다. 벌초하다 조금만 쉬어도 큰소리다. 사촌 형의 잔소리가 부쩍 심해졌다. 그의 나이는 벌써 70대 후반. 벌초 방법과 산소들의 위치를 제대로 알고 있는 이는 장손인 그밖에 없다. 불과 몇년 뒤에는 벌초를 어떻게 해야 하나. 아마도 사촌 형은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박정현 논설위원 jhpark@seoul.co.kr
  • [도시와 산] (10) 포천 국망봉

    [도시와 산] (10) 포천 국망봉

    산은 찾을 때마다 모습이 전혀 새롭다. 높고 큰 산일수록 더욱 그렇다. 경기도에서 세 번째로 높은 국망봉(國望峰·1168m)은 그런 산이다. 매번 찾아갈 때마다 모습을 달리했다. 화악산, 명지산, 광덕산, 각흘산, 명성산 등 주변 산에 올라서 봐도 산으로서의 품격이 높았다. 궁예와 관련된 역사성도 있고, 개성도 독특하다. 그런데도 국망봉은 자신을 낮추어 산이 아닌 ‘봉’이 되어서일까. 서울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도시의 산꾼들에게는 광덕고개에서 백운산~도마치봉~신로봉~국망봉~개이빨산(견치봉)~도성고개~강씨봉으로 이어지는 당일치기 종주산행 코스가 이름있다. ●천상의 화원, 영혼까지 맑게 한다 경기·강원 경계인 광덕고개(664m)에서 시작해 국망봉을 거쳐 강씨봉까지 이어지는 9시간 이상의 종주코스는 체력만 허락되면 당일치기로는 최고이다. 힘이 부치면 신로령, 국망봉, 도성고개 등 중간중간서 단축, 이동 쪽으로 하산하면 그만이다. 도성고개에서 이동 쪽 하산길 끝 부분에 낙태나 유산으로 고통받는 불자들과 세상의 빛도 보지 못하고 사라져간 생명을 위한 참회기도 도량 구담사가 눈길을 끈다. 부근이 불당(佛堂)골로 예전에 큰 절이 있었던 흔적이 있다. 울창한 참나무와 물푸레나무 숲이 계속되는 해발 1000m 안팎의 능선은 환상적인 천상의 화원이다. 백운산 일원에서는 멸종위기 식물인 천연기념물 히어리가 보호되고 있다. 이후 끝없는 산상·천상 화원이 펼쳐진다. 도시에서 찾아간 산꾼들의 넋을 빼앗고, 영혼까지 맑게 한다. 긴 종주능선에서 5월 초에는 얼레지가 지천이다. 음지는 물론 방화대 여기저기 외롭게 혹은 집단으로 서식한다. 가냘프면서도 우아하다. 꽃말이 ‘질투’이듯 시샘이 날 정도로 미려하다. 홀아비꽃대는 투박하다. 각시현호색은 수줍어 보인다. 산괴불주머니, 노랑매미꽃, 애기똥풀, 각시붓꽃, 아욱제비꽃, 애기나리 등은 꽃도, 이름도 정겹다. 민드기산 정상의 할미꽃들은 처연하다. 5월 말 천상의 화원은 주인공이 바뀐다. 보름 전 소수이던 애기나리, 둥글레, 용둥글레가 거의 전 능선을 점령해 버린다. 앙증맞으면서도 순결해 보이는 은방울꽃은 잊을만하면 깊고 그윽한 향기를 뿜어낸다. 국망봉 정상 가까운 능선 고산지역서만 보이는 큰앵초 군락은 지친 발걸음에 힘을 불어넣는다. 천상의 화원은 가을까지 주인공이 쉼 없이 바뀐다. 동자꽃이 한철을 풍미하고 가을에는 천남성이 인상적이다. 구절초, 쑥부쟁이가 흐드러진다. ●1100년 전 전쟁터 지금도 상흔이… 국망봉 주변은 궁예가 고려 왕건과 패권을 다툰 치열한 전쟁터였다. 국망봉에서는 궁예가 세웠던 태봉의 도읍 철원이 보인다. 궁예는 자신에게 쓴소리를 하던 부인 강씨를 인근 강씨봉 자락에 유폐시켰다. 왕건에게 패한 뒤 강씨를 찾아나섰다가 죽었다는 소식에 이 산에 올라 철원 쪽을 바라보며 탄식해 국망봉이라 했다는 전설이 있다. 조선시대 말까지 망국산(望國山)으로 불리다가 봉으로 격하돼 국망봉이 됐다는 기록도 있다. 국망봉에는 현재도 분단의 상처가 깊다. 국망봉 바로 남쪽이 38선으로 해방 이후 수년간 북한 땅이었다. 한겨울 영하 20도 이하로 내려가는 전방고지 화악산이 지척이다. 대성산 등 수많은 최전방 고지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군부대나 군시설도 주변에 많다. 그래서인지 이동이나 광덕고개까지 가는 사창리행 버스에는 군인이나 면회객들이 등산객들보다 많다. 동서울터미널에서는 오전 9시까지 3편의 사창리행 버스를 이용, 이동이나 광덕고개(1시간40분 소요)에서 내려 국망봉에 오를 수 있다. 상봉터미널에서 사창리까지 운행하는 강원고속 운전기사 안복수씨는 “토요일에는 많은 등산객이 오전 8시20분 버스로 광덕고개까지 간다.”고 소개했다. ●방심하면 큰일 난다 국망봉 주능선은 부드럽지만 하산길은 거칠다. 가평 쪽으로 내려갈 수 있지만 교통여건 상 서울 등산객들은 거의 포천 이동 쪽으로 하산, 귀경한다. 이동 쪽 하산길은 국망봉 쪽에서 급경사를 통해 내려가야 한다. 봄~가을에도 여기저기 밧줄을 잡고 내려가다가 미끄러지고 추락할 수 있다. 체력이 떨어진 상태라 30분 정도는 긴장해야 한다. 동절기 국망봉은 더 거칠다. 4월 말까지는 눈길이다. 2003년 2월에는 설날을 맞아 국망봉에 올랐던 6명이 조난을 당해 그 중 4명이나 숨지는 참사가 있었다. 이후에도 실족·추락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유명한 눈길 산행지인 국망봉은 동절기엔 위험이 2배 이상 증가한다. 반드시 장비를 갖추고 일몰 전에 하산해야 한다.”고 포천소방서 장서익 구조대장은 당부한다. 하나 있는 도마치봉 아래 샘은 갈수기엔 말라 버려 식수를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백운산에서 국망봉으로 갈 때는 자칫 흥룡사 쪽으로 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삼각봉 안내판 방향으로 길을 잡아야 한다. 김재완 포천시 공보팀장은 “등산 안내판과 등산로의 안전시설 입찰을 끝내고 보강하는 작업을 순차적으로 진행한다.”고 전했다. 가평군·산림청도 최근 시설보완을 했다. 국망봉 능선은 9시간 이상 걸어도 만나는 일행을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한적하다. 가끔 등산객을 만나면 음식 인심이 눈물 나게 후하다. 사람이 적기 때문에 위험을 당하면 더 당황하기 쉽다. 그러나 어디서도 잘 터지는 휴대전화를 이용, 119에 구원을 요청하면 된다. 이춘규 편집국 부국장 ● 힘든 산행길 보너스 푹신푹신 방화대 능선길 국망봉 남북으로는 폭 10~20m의 나무를 베어 없앤 방화대(防火帶, 혹은 방화선)가 능선을 타고 길게 이어져 있다. 북쪽에서는 도마봉에서 국망봉 지척까지 이어지고, 남쪽으로는 국망봉에서 10리 정도 없다가 다시 푸른 카펫 길처럼 수십리 이어진다. 방화대는 능선을 따라 설치된다. 나무들이 울창한 가운데에 설치되기 때문에 멀리서 보면 길게 카펫을 깔아놓은 것처럼 아름답다. 봄~가을은 나무들이 없는 방화대에 잡초가 우거지기 때문에 푹신푹신하다. 가을에는 잡초들이 말라 불에 타기 쉬워진다. 경기도 산림환경연구소 박봉섭씨는 “매년 10월 말~11월 초 예초기 등 장비를 동원해 방화대의 잡초와 잡목들을 제거, 혹시 모를 산불에 대비한다.”고 설명했다. 눈이 왔을 때 방화대는 등산객들이 편하게 걸을 수 있는 통행로가 된다. 방화대 설치를 “탁상행정이다.”며 복원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봄철 강풍 땐 방화대가 무기력할 수도 있지만 바람이 없을 땐 산불 번짐을 차단한다. 아울러 진화인력과 장비의 투입로로 활용된다고 산림청 산불방지과 정철호 주무관이 밝혔다. 방화대는 일본 강점기인 1929년부터 전국적으로 1764㎞ 설치됐다. 흐지부지됐다가 1차 산림녹화기(1972~78년)에 685㎞가 재차 조성됐다. 가평 명지산~연인산, 석룡산, 남양주 축령산과 천마산 그리고 포천 각흘산 등에도 방화대가 있다. 미국과 일본은 최대 폭 50m의 방화대를 다수 설치, 관리 중이다. 이춘규 편집국 부국장 taein@seoul.co.kr
  • [명사들의 여름나기] 소설가 한승원씨

    [명사들의 여름나기] 소설가 한승원씨

    “여름 휴가요. 뭐 특별한 게 있겠습니까. 글쟁이가 그저 열심히 글 쓰는 게 여름 나는 최고의 방법이죠.” 최근 조선 실학자 정약용의 삶을 파고든 장편 역사소설 ‘다산’(랜덤하우스)을 펴낸 소설가 한승원(69)씨.13년 전 서울을 떠나 전남 장흥군 율산리 아담한 언덕에 마련한 집필실 해산토굴(海山土窟)에서 창작에 몰두하고 있는 그의 여름 나기 비법은 한마디로 이열치열(以熱治熱), 즉 여름 사냥이다. 이글거리는 태양이 내리쬐는 여름에는 땀을 많이 흘려줘야 겨울철에 감기에 안 걸리고 몸도 건강해진다는 믿음에서다. “이렇게 시원한 데를 놔두고 어디로 피서를 떠나겠습니까. 아침 일찍 일어나 차밭에 나가 예초기로 풀을 깎는 것도 나에게는 좋은 피서법이죠. 차밭의 풀이 엄청나게 빨리 자라나 그때그때 깎아줘야 하거든요.”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굳이 피서를 가기보다 땀을 흠뻑 흘려 더위를 쫓아버린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한씨에게는 여름이 ‘수확의 계절’이나 다름없다. 무더위를 이기기 위해 글쓰기에 몰두하거나 차밭에 나가 풀을 깎기 때문이다. “이번에 펴낸 ‘다산’도 지난해 여름 집중적으로 쓴 것입니다. 글쓰기에 미치다 보면 어느새 더위는 저 멀리 달아나 있거든요.” 그래도 덥다고 느끼면 웃통을 벗고 시원한 물수건을 어깨에 걸치고 글을 쓴다고 한다. 그는 오래 전부터 조금씩 써오던 ‘글쓰기 비법’을 최근 탈고해 올여름을 시원하게 보내고 있다. 하지만 그에게도 여름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속이 너무 예민해 여름이 되면 배탈이 나곤 하기 때문이다. 그는 “서울에 있을 때는 배탈이 너무 심해 입원까지 했다.”면서 “늘 끓이고 익혀 먹다 보니 조금 번거로울 때도 있다.”고 했다. 한씨는 서울신문 독자들에게 ‘시경’과 ‘주역’ 두 권의 책을 추천했다. “‘경(經)’자가 들어가는 책이라고 무조건 근엄하고 어렵게만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사실 별로 어렵지 않아요.‘시경’의 경우 남녀의 사랑이 적나라하게 표현돼 있는 만큼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지요.” “‘주역’도 잘 풀이한 책을 사서 천천히 읽어내려가면 자신도 모르게 빠져드는 재미있는 책”이라는 그는 “동전 6개를 가지고 괘를 지어가며 읽으면 책을 놓기 싫을 정도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누구든 마음의 자양분이 되는 ‘시경’이나 ‘주역’에 한번 빠져들면 올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을 겁니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환경·생명] 외래식물 ‘단풍잎 돼지풀’ 비무장지대 생태계 위협

    [환경·생명] 외래식물 ‘단풍잎 돼지풀’ 비무장지대 생태계 위협

    외래 식물인 단풍잎돼지풀이 서북부 접경지역 들판을 뒤덮었다. 도로·하천은 물론 농지와 주택가까지 온통 단풍잎돼지풀이다. 단풍잎돼지풀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토종 식물들은 삶의 터전을 빼앗겼다. 지자체가 깎고, 뽑고, 불태우는 등 안간힘을 써보지만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번졌다. 민통선 이북까지 번져 DMZ(비무장지대) 생태계 피괴도 우려된다. 국가 차원의 외래 식물 제거 대책이 절실하다. ●임진강 둑은 ‘단풍잎돼지풀 천국´ 경기 파주시 적성면 주월리 임진강 둑.2㎞ 정도의 둑에 토종 식물은 한 포기도 보이지 않는다. 대신 단풍잎돼지풀이 점령했다. 둑에 오르자 3∼4m까지 자란 돼지풀이 발디딜 틈 없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서리를 맞아 말랐지만 아직도 껄끄럽고 억세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 정도다. 멀리서 보면 임진강 둑은 마치 단풍잎돼지풀 숲 같다. 파주∼전곡 37번 도로 주변에도 온통 돼지풀이다. 도로를 만들면서 깎은 경사지와 흙을 쌓은 곳이라면 예외없이 불청객이 자라고 있다. 한두 포기가 아닌 군락을 이루고 있어 손으로는 제거하기 힘들 정도다. 임진강에서 떨어진 구읍리 설마천은 파주시가 올 여름 돼지풀을 깎은 곳이다. 얼마나 많았던지 깎아놓은 돼지풀이 수북하게 쌓여 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민통선 안에도 단풍잎돼지풀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진동면 전진교 건너 민통선 안으로 들어가는 도로 주변에도 여기저기 단풍잎돼지풀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다른 식물들은 서리를 맞아 말라비틀어졌지만 양지바른 곳에 난 단풍잎돼지풀은 쌩쌩하다. 민통선 안 진동면 동파리 해마루촌. 환경부가 지정한 자연생태우수마을이다. 하지만 생태우수마을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마을 입구 길가와 습지 주변에는 여지없이 단풍잎돼지풀이 무리를 지어 자라고 있다. 돼지풀이 자라는 곳에는 억새와 같은 토종 식물은 비집고 들어가지 못한다. 판문점 입구 통일촌 길가에도 단풍잎돼지풀이 자라고 있다. 풀씨가 DMZ로 날아갈 경우 토종 식물 생태계 파괴는 불 보듯 뻔하다. 하루 빨리 ‘단풍잎돼지풀 제거 작전’을 세워야 접경지역 토종 식물을 보호할 수 있다. 박우용 파주시 환경보전과장은 “단풍잎돼지풀은 번식력이 워낙 강하고 키가 큰 데다 가지가 많아 햇빛을 가려 다른 식물이 비집고 들어올 틈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뽑아낼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번져 주요 하천 주변에서 예초기로 깎아내고 있지만 번식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며 국가 차원의 대책을 호소했다. ●천적이 없어 전국으로 번식 단풍잎돼지풀은 한국전쟁 이후 미군 군수물자에 섞여 들어온 것으로 추측된다.1970년대부터 번지기 시작, 파주·연천·포천지역에 많이 분포한다. 최근에는 성남 분당 등 경기 이남과 강원, 대전, 부산 등으로도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1년생 식물로 번식력이 워낙 강해 한번 발아한 곳에서는 걷잡을 수 없이 번진다. 씨앗은 휴면성이 강해 발아 환경이 나쁘면 싹을 틔우지 않고 때를 기다렸다가 싹을 틔운다.3∼5년이 지나도 씨앗이 썩지 않는다. 토종 식물보다 싹을 늦게 틔우고도 성장 속도는 되레 빠르다. 대개 집단을 이루는데, 다른 식물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스스로 피도(被度·식물 군집에서 지표면을 차지하는 비율)를 유지하는 게 특징. 즉, 밀도가 높으면 가지를 치지 않고 줄기를 가늘게 모아 밀도를 높인다. 싹이 튼 개체가 적으면 줄기를 굵게 하고 가지를 쳐서 햇빛을 가려 다른 식물의 침입을 막는다. 물기가 적은 길가나 척박한 땅에서는 1∼2m 정도 자라지만 하천 주변에서는 3∼4m까지 자란다. 잎이 단풍잎처럼 3∼5개로 갈라졌는데 거센 털과 뾰족한 씨앗을 갖고 있다. 초식 동물이 싫어하는 냄새를 풍겨 동물 먹이로도 사용하지 못한다. 뿌리에서는 다른 식물의 생장을 방해하는 타감(他感)물질을 내뿜는다. 국립환경과학원 길지현 박사는 “천적이 없어 씨앗이 떨어진 곳에서는 종 다양성이 급격히 떨어지고 결국 생태계를 무너뜨린다.”고 지적했다. ●4년 이상 집중해 제거해야 효과 단풍잎돼지풀은 꽃가루병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잡초다. 알레르기성 비염, 기관지 천식, 결막염, 피부 가려움증을 일으킨다. 꽃가루는 봄보다 7월 이후 11월까지 더 많아 환절기병으로 오인하기도 한다. 특히 접경지역은 군부대가 많아 집단 피해도 우려된다. 하지만 단풍잎돼지풀 제거는 시늉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뿌리를 뽑아 말린 뒤 태워 없애야 하지만 분포 면적이 워낙 넓고 개체수도 많아 대부분 깎아버리기에 급급하다. 민간 환경단체나 군부대 등이 지원하지만 1회성 행사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돼지풀을 없애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5월경 어린 돼지풀은 뿌리를 뽑아버리고 성장기에는 두 세차례 깎아내고 마르면 태워버리는 입체적인 제거 대책이 필요하다. 기회주의적인 발아능력을 감안, 적어도 4년 이상 계속해야 제거된다. 파주 글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국내 외래식물 현황·피해 달맞이꽃, 단풍잎돼지풀, 개망초…. 이름만 들으면 예쁜 토종 식물같지만 사실은 외래식물이다. 우리 땅에 자라고 있는 외래식물은 40과(科),287종이나 된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이 외래식물 현황 조사를 시작한 1995년에는 198종에 지나지 않았으나 89종이 늘어났다. 체계적인 조사가 이뤄지면 외래식물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돼지풀, 단풍잎돼지풀, 서양등골나물, 털물참새피, 물참새피, 도깨비가지 등 6종은 야생동식물보호법에서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야생식물로 분류됐다. 사람 몸에 해를 끼치거나 번식력이 강해 토종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식물이다. 쇠채아재비, 나도독미나리, 캐나다엉겅퀴, 서양금혼초 양미역취, 미국미역취 등은 번식이 워낙 빨라 생태계 파괴를 위협하고 있다. 서양금혼초는 80년대 제주도에 들어온 뒤 서산, 영광 등 서부내륙으로 번지고 있다. 한번 번지면 다른 풀이 자라라지 못해 초지 조성을 방해하는 식물이다. 양미역취와 미국미역취도 하천식생을 교란시키는 외래식물이다. 단풍잎돼지풀과 마찬가지로 집단 서식지에서는 토종 식물이 자라지 못한다. 국제 교역이 활발해지면서 외래식물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농산물과 목재 등 다양한 상품에 묻어 들어온다. 외래식물 유입 경로와 정확한 분포 조사를 실시하고 제거 방안을 마련해야 토종 식물을 지키고 생태계 파괴를 막을 수 있다. 동시에 외래식물 위해성 연구도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한승원 토굴살이] 또다시 시인과 농부

    [한승원 토굴살이] 또다시 시인과 농부

    추사 김정희 선생은 벗 권돈인이 금강산에 간다고 하자, 그 산을 속속들이 보기 위해 높은 봉우리까지 올라가려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금강산은 그림처럼 완상하는 것만으로도 넉넉하게 좋은 산이라면서 도연명의 독서법을 예로 들었다. 도연명은 노예처럼 책을 읽지 않고 완상하듯 즐기면서 읽었다는 것. 토굴 풋 늙은이 시인은 4년 전부터 600평의 차밭을 가꾸어 온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뿌리지 않고 잡풀만 깎아주면서 가꾼 차를 마시겠다는 생각, 땀 흘려 가꾼 차나무에서 한 잎 두 잎 따서 덖어 말리는 고달픔과 보람을 모르고 어떻게 진짜 차의 맛과 향기를 알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 그러한 차 마시기는 하나의 도(道) 닦기라는 생각으로.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는 여름의 아침 일찍이 예초기를 짊어지고 차밭으로 간다. 덥다고 냉방 속에서만 살아서는 안 된다. 가끔 운동을 해서 살갗의 땀구멍을 여닫게 해주어야 한다. 키 50㎝쯤의 세 살배기 차나무들은 웃자라버린 잡초들 속에서 보이지 않는다. 봄에 한 차례 잡풀을 깎아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이 그새 자라서 차나무들을 덮어버린 것이다. 시인이 “게으른 주인을 만나 너희들 힘들지?”하고 차나무들에게 미안해하자, 차나무들은 달관한 듯 대답한다.“우리 살아가는 것은 어차피 상생의 싸움이지 않습니까?” 아하, 그렇구나, 시인은 어린 차나무에게서 한 수 배운다. 이해 봄에는 이 밭에서 작설차 세 통 반을 땄다. 내년 봄에는 아마 예닐곱 통쯤을 딸 것이고 그 다음 해에는 열 몇 통쯤을 딸 것이다. 차나무를 덮고 있는 풀들은 육손이덩굴, 우슬(쇠무릎지기), 어린 솜대나무, 실망초, 산씀바귀, 달맞이꽃 풀, 쑥대, 모시풀, 도토리나무, 바랭이풀, 닭의장풀들이다. 차나무가 다치지 않도록 조심조심 잡풀들만을 깎는다. 잡풀들은 애초에 시인의 예초기에 베일 각오를 하고 사는 놈들이다. 그들은 예초기에 베일지라도 재빨리 절망을 접고 다시 헌걸차게 자란다. 요즘 농어촌에는 늙은이들만 산다. 그들 대부분은 잡초를 매거나 깎으려 하지 않고 제초제를 뿌려 없앤다. 그들은 “약으로 잡풀을 지져버린다.”고 말한다. 시인은 제초제가 무섭다. 베트남전쟁에서 미군들이 베트콩 숨어 있는 원시림 제거를 위해 사용한 제초제로 인하여 그 전쟁에 용병으로 참여했던 이 땅 남자들 일부는 사지마비, 생식불능, 무력증 등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 이 땅에는 제초제가 일반화되어 있고, 그것을 조금도 겁내지 않는다. 미국 농촌에서는 제초제에 잘 적응하는 새 품종의 농작물을 만들기 위하여 유전자 조작을 한다. 그 농산품이 이 땅으로 밀려들어온다. 시인은 제초제를 쓰지 않고 예초기를 사용한다. 예초기 운전을 할 때는 장화를 신고 긴 소매 옷을 입고, 보안경을 끼고 그 위에 얼굴 가리는 철망 투구를 써야 한다. 굶주린 풀모기들은 “시인의 피 맛 좀 봅시다.”하며 귀와 목과 손목으로 덤벼든다. 그래 맛보아라. 어차피 삶은 상생의 싸움이다. 세 이랑을 깎았을 뿐인데 온몸이 땀에 젖는다. 땀이 눈을 쓰라리게 한다. 나머지를 다음 날 이어 깎기로 하고 토굴로 내려가 멱을 감는다. 소설 쓰기, 시 쓰기, 칼럼 쓰기, 풀 깎기 따위를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하되, 즐기면서 한다. 노동을 즐기지 않고, 밥 때문에 어찌할 수 없이 하거나, 싫으면서도 의무적으로 하는 것은 노예의 짓이다. 노예는 얼굴을 늘 찡그리며 살기 마련이고, 자기의 일에 대하여 턱없이 많은 보상을 요구한다. 그 일을 반드시 그렇게 하라는 천명과 그 일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리 속에서, 자기의 일을 즐기는 사람의 밥은 신성한 것이고, 그는 최소한의 보상만으로도 만족한다. 소설가 한승원
  • [주말탐방] 제주도의 별난 벌초문화

    [주말탐방] 제주도의 별난 벌초문화

    제주에서 조상묘의 벌초를 안하는 것은 ‘불효 중에 불효’로 친다. 객지에 나가 있는 사람들도 명절 제사에는 못 오더라도 벌초는 반드시 참가하는 것이 불문율처럼 전해진다. 제주에서는 외아들을 육지로 잘 보내지 않으려 하는 것도, 혈육이 끊긴 선친이 임종을 앞두고 ‘화장’을 해달라고 유언하는 것도 다 벌초 때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음력 8월 초하루가 되면 형제, 사촌 할 것없이 문중이 모여 조상의 묘를 찾아 반드시 벌초를 하는 것은 제주의 오랜 전통이다. 여기에 8촌 형제들까지 모여 증조와 고조부 등 4대조 묘까지 깨끗하게 손질한다. 이를 ‘모듬 벌초’라고 한다. 벌초하는 날이면 한라산 중산간 지역의 들녘 묘역에 벌초객들로 넘쳐난다. 평소에는 한가한 한라산 산간 도로가 밀려드는 벌초 차량으로 제주도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교통 체증이라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이때 조상 묘에서 벌초하는 자손들의 숫자로 가문의 세력을 나타내기도 한다. 추석때까지 벌초를 안한 묘소가 있으면 불효의 자손을 두었거나 조상의 대가 끈긴 묘라 해서 손가락질을 받는다.‘식께 안 헌건 놈이 모르곡 소분 안 한 건 놈이 안다.’는 제주 속담도 그렇게 생겨났다. 제사는 지내지 않아도 남이 모르지만, 벌초는 안하면 금방 남의 눈에 드러난다는 이 속담은 제주 사람들이 벌초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보여 준다. 지난해 제주에서는 조상묘 벌초와 제사 등을 조건으로 큰아들(63)에게 재산을 물려준 80대 어머니가 아들이 이를 게을리한다며 재산을 되돌려 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 있었다. 재판부는 “묘소 벌초와 조상 제사 봉행 등을 하지 않은 아들은 물려받은 재산을 다시 어머니에게 돌려 주라.”고 판결했다. 제주에서 조상 묘의 벌초가 갖는 의미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이었다. 최주락 제주관광대 교수는 “제주의 특별한 벌초 풍습은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에서 기인하는 친·인척 중심의 혈족사회가 낳은 산물인 것 같다.”고 풀이했다. 음력 8월 초하루를 전후해 제주의 대부분 학교가 하루 ‘벌초 방학’을 한다. 이 날은 코흘리개 어린이들도 아버지의 손을 잡고 벌초 행렬에 따라 나선다.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어릴 때부터 조상의 묘가 어디에 있는지 주지시키고 장성해 객지에 나가 살더라도 반드시 조상 묘의 벌초는 해야 한다는 것을 교육시킨다. 대부분의 직장에서도 아무리 바빠도 벌초휴가만큼은 내준다. 공무원도 예외가 아니다. 수백명의 공무원이 한꺼번에 벌초휴가를 내기도 한다. 다른 지역 같으면 공무원이 개인 벌초 행사로 무더기로 자리를 비운다고 난리가 나겠지만 제주에서는 당연한 것으로 친다.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올해도 9월11일을 전후해 학교별로 자율적으로 벌초방학을 실시할 예정”이라면서 “자신의 뿌리를 돌아보고 조상의 음덕을 기리는 벌초방학은 생생한 ‘효(孝)’의 현장 교육이라는 면에서 아주 의미있는 행사”라고 강조했다. 조상묘 벌초를 하지 않는 것을 ‘가장 큰 불효’로 여기는 탓에 벌초 때면 객지에 나가 살고 있는 제주 사람들이 벌초를 하기 위해 대거 고향을 찾는다. 일본에서도 제주 출신 교포들이 줄지어 제주를 찾는다. 벌초 귀향객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제주행 항공권 구하기가 힘들어지면 항공사들은 이들을 실어 나르기 위해 벌초특별기를 긴급 투입하기도 한다. 올해도 음력 8월 초하루를 전후해 제주행 항공기는 관광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예약이 거의 다된 상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해마다 벌초 때가 되면 항공권을 구할 수 없느냐는 민원이 쏟아진다.”면서 “올해도 벌초 귀향객들의 추이를 봐가며 특별기 투입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19와 경찰도 ‘벌초주의보’를 발령하는 등 대대적인 벌초 지원에 나선다. 벌초객들에게 독버섯 식별법 등을 사전에 알리고 예초기 안전사고, 벌초후 음주운전 사전 예방활동을 벌인다. 한라산 산간 도로에는 교통 경찰을 배치, 벌초 차량의 소통을 돕기도 한다. 제주기상청도 벌초가 시작되는 음력 8월 초하루 전후의 날씨 예보에 각별한 신경을 쓴다. 제주시는 최근 클릭만 하면 공설묘지 조상 묘의 위치, 사진 등을 한 눈에 검색할 수 있는 묘지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제주의 명당 중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장흥 마(馬)씨 강진파 입도조의 묘는 한라산 정상(1950m)에 가까운 해발 1600m에 있다. 장흥 마씨 후손들은 해마다 벌초때가 되면 어김없이 한라산 꼭대기까지 멀고도 먼 벌초길에 나선다. 묘지가 높다 보니 예초기는 엄두도 못내고 등산복 차림으로 낫을 한자루씩 들고 벌초에 나선다. 마희문(장흥 마씨 입도조)의 직계 4대손인 마원국(68·제주시)씨는 50여년 전부터 친척들과 함께 벌초를 다녔다고 한다. 묘소까지는 한라산 윗세오름 등산로를 따라 걸어서 무려 3∼4시간 걸린다. 벌초길 왕복 산행 7∼8시간에 벌초는 20분 정도면 끝난다. 마씨는 “자손들의 번창을 바라며 조부께서 이장을 하실 때 장정 7명을 동원, 비석과 돌하르방을 짊어 메고 이곳까지 올라 왔다.”고 전했다. 그는 “조상묘가 한라산 꼭대기에 있어 불편하다는 생각은 해 본적이 없다.”면서 “오히려 즐거운 마음으로 1년에 한번씩 친척들이 모여 벌초 산행길에 오른다.”고 말했다. 조상묘 별초에 유별난 제주사람들에게도 작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후손들이 벌초을 해야 하는 ‘매장’보다 ‘화장’을 선호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제주도가 올해 들어 만 20세 이상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44.2%가 본인 사망시 장례 방법으로 ‘화장’을 선택했다.‘매장’은 17.8%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화장 선호 이유로는 ‘시대적 추세’(49.8%),‘장례절차 용이’(30.3%)에 이어 ‘벌초문제 때문’(16.3%)이라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향후 기존 묘소 관리에 대해서는 ‘자식이 계속해 관리’(48%)와 ‘화장 후 납골당 안치’(47.6%)의 응답비율이 비슷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전국적인 장례문화 변화 탓도 있지만 핵가족화로 벌초등 산소 관리의 어려움이 늘어나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벌초 했수과(했습니까).”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곧 조상의 묘를 돌보는 벌초 행렬이 전국적에서 본격 시작된다. 독특한 ‘섬 문화’를 갖고 있는 제주지역에서는 어떤 성묘 문화를 이어오고 있을까. 제주에는 크게 보아 두가지 풍습이 있다. 하나는 ‘제사는 안 지내도 벌초는 꼭 한다.’는 유별난 벌초 문화다.‘벌초 방학’ ‘벌초 휴가’가 있을 정도다. 다른 하나는 신구간(신들이 하늘로 올라가기 때문에 이때 이사를 하면 집안에 액운이 없다며 절기상으로 대한 5일후부터 입춘 3일전까지 기간)에 이사를 하는 풍습이다. 따라서 추석을 앞둔 이맘 때부터는 제주사람들의 인사는 “벌초 했수과.”가 기본일 정도로 섬 전체가 벌초 열기로 들썩인다. 육지와는 사뭇 다른 제주의 특별한 벌초 풍습을 엿보았다.
  • [한승원 토굴살이] 멀리 데려다 줘!

    [한승원 토굴살이] 멀리 데려다 줘!

    어제 해저물녘에는 갯벌 밭 모래등으로 나가서 파도와 놀았다. 썰물로 인해 드러난 갯벌 밭을 한 뼘씩 두 뼘씩 삼키면서 올라오는 밀물과 더불어 우쭐우쭐 달려와 철썩거리는 파도가 가슴을 울렁거리게 했다. 그 울렁거림을 주체하지 못한 채 불그죽죽해진 나문재(海洪菜)와 푹신푹신한 갯잔디를 밟으며 걸어 다녔다. 먹황새와 검은댕기두루미가 밀물 따라 올라오는 자잘한 고기들을 사냥하고 있었다. 오늘 아침에는 토굴 앞 잔디밭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늙은 감나무의 회갈색 낙엽들하고 놀았다. 그것들 밟히는 소리에 가슴 속의 한 쪽 벽이 저릿저릿하게 긁혔다. 파도 소리 낙엽 밟히는 소리는 시(詩)읊는 소리나 음악으로 들리기도 한다. 소리로 말미암아 가슴 저려지는 감각은 아직 덜 늙은 모양이다. 바야흐로 한 후배로부터 걸려온 축하전화를 어색해하며 받고 나서 밖으로 나온 참이다. 전화들은 늘 물 흐르듯 하는 생각의 가락을 싹뚝 잘라먹어버리곤 한다. 밟히는 회갈색 낙엽이 한 친구를 생각나게 했다. 직장 퇴임 후 낙향하여 운전 못하는 나의 기사 노릇을 자청하고 열심히 운행해주곤 하던 그 친구는 읍내 병원에서 폐암 뇌암 말기로 죽을 날을 기다리고 있다. 이혼한 다음 슬하의 남매를 부산과 미국에 둔 채 적막강산에서 살던 그 친구는 3000만원 들어 있는 통장을 나에게 주면서 자기 삶의 뒤처리를 부탁했다. 그의 차를 타고 부산의 한 대학으로 강연을 하러 가서,‘살아 있는 한 글을 쓸 것이고 글을 쓰는 한 살아 있을 것’이라는 말을 하고 단상에서 내려온 그날 밤 술자리에서 그는 ‘아니, 이 사람, 아까 그 마지막으로 한 말, 글을 쓰지 못하게 된다면 자네 스스로 죽어버릴 수도 있다는 말이여, 뭐여?’하고 추궁을 했고, 나는 ‘그래 나 그렇게 살고 있어.’하고 대답했었다. 하늘은 높푸르다. 바다에는 잿빛 갯벌 밭이 질펀하게 드러나 있다. 갯벌 밭처럼 가슴이 텅 빈다. 뒤란 언덕 위로 간다. 거기에는 40㎝쯤의 두 살배기 차나무들이 씩씩하게 자라고 있다. 내 손자들 다음으로 예쁜 차나무들이다. 명년 봄부터는 이놈들이 나에게 차를 몇 통쯤 제공해줄 것이다. 이놈들을 위하여 지난여름 내내 나는 예초기를 짊어지고 잡초들과 싸웠다.‘그 차 몇 년이나 따 먹고살려고 그렇게 땀을 흘리시오?’하는 아내의 추궁을 들으면서. 차나무들을 쓰다듬다가 마당으로 내려오는데 무엇인가가 정강이와 발목을 아프게 쑤셔댔다. 무엇이 이럴까 하고 내려다보니 까만 도깨비바늘과 표창 모양의 푸른 우슬(쇠무릎지기) 열매들이 양쪽 바짓가랑이와 양말에 박혀 있었다. 발을 굴러대기도 하고 한 손으로 옷자락을 털기도 했는데, 그놈들은 오히려 더 깊이 머리를 처넣으면서 내 살갗을 아프게 했다. 마당의 평상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이런 고연 놈들, 하고 투덜거리며 하나씩 떼어냈다. 떨어져 나가는 그놈들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멀리 데려다줘요!’ 픽 웃으며 ‘이만큼 왔으면 멀리 온 것이잖아!’하고 빈정거리는데 평생 동안 매화 그리기에 미친 화가 조희룡이 생각났다. 추사의 문하를 들락거린 조희룡은 늘그막에 들면서부터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괴석을 수집했고, 그것을 화폭에 그렸다. 창백하고 작고 빼빼 마른 허약한 체구 때문에, 한 처녀의 집안으로부터 결혼을 거절당한 바 있었던 조선 토종의 화가 조희룡은 평생 묵향(墨香) 어린 매화의 향기만 맡으며 산 까닭인지 다른 건강한 친구들보다 오히려 더 오래 살았다 한다. 중국의 고대 화가 황대치와 미우인은 안개와 구름만 먹고 산 까닭으로 늙어서도 홍안이었다고 한다. 도깨비바늘 우슬 열매 다 떨어내고 일어선 나의 발아래 낙엽이 밟힌다. 그 친구는 나에게 3000만원 들어 있는 통장을 건네주면서 ‘멀리 데려다 줘.’하고 말했는데, 나는 지금 미욱하게도 내가 쓰는 소설 한 대목 한 대목을 향해 ‘멀리 데려다 줘.’하고 말하며 살고 있다.
  • [발언대] 제품안전관리제도의 새 패러다임/조기성 기술표준원 제품안전정책부장

    2006독일월드컵은 전체 63경기에 143골로 경기당 평균 2.27골을 기록하며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의 2.21골에 이어 역대 월드컵 중 가장 적은 골수를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공격력 약화에 따른 결과라기보다는 ‘수비의 고밀화’에 맞춰진 현대축구의 전술 변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비록 골은 적었지만 지루한 경기가 없었다는 점에서 날로 발전해가는 전술의 힘이 박진감 넘치는 드라마에 더해 또 다른 재미를 덧붙였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공산품, 전기제품, 어린이용제품 등의 안전관리제도 또한 시대상황에 맞게 효율적으로 변화돼야 한다. 단속위주의 현행 제도로는 월드컵대표 공격수급의 신제품에 의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르는 안전사고의 위협을 막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산품 및 전기용품의 수입이 2003년 67억달러에서 2005년 89억달러로 연평균 15.5% 증가했으며, 안전위해 사례는 2003년 3287건에서 2005년 4483건으로 연평균 16.8%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새롭고 다양한 기능의 제품들이 개발되면서 이에 따른 안전사고 위험도 더욱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는 이런 신제품들로 인한 안전사고의 위험에 대비할 수 있게 안전관리체계를 혁신했다. 현대축구가 공격보다 수비의 고밀화로 실점을 최소화하듯 새로 개편된 안전관리제도는 ‘정부 사후단속’에서 ‘민간 사전예방’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한 것이다. 정부의 직접적인 관여를 최소화하고 소비자·제조업자 등 민간의 자율적 참여를 유도하고 확대했다. 불법·불량제품의 시장 진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안전사고를 사전에 예방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이를 위해 첫째, 정부는 중점안전관리대상 품목과 안전기준을 제시하고 둘째, 기업은 자율적으로 안전기준에 적합한 제품을 생산 또는 수입·공급할 것을 약속하고 셋째, 소비자로 구성된 ‘안전지킴이단’이 시장을 모니터링하여 안전 기준에 미달할 경우 기업과 정부에 시정할 것을 요청하게 된다. 이 제도는 안전기준을 지키는 기업의 제품이 시장에서 선호되고, 이런 기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시장여건을 조성해 기업도 성장하고 국민도 공산품을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축구에서 스리 백이냐 포 백이냐는 상대방의 전술과 수비수의 체력에 따라 적절히 결정할 사항이며 이는 경기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번 정책은 또한 국내외 제조업계 및 시장의 현황, 안전관리 관련 인적 예산, 사용 가능한 제도적 장치, 불량제품의 단속방법 등 한정된 자원과 수단의 배분을 최적화하고, 소비자와 기업의 자율적 참여를 유도해 시대의 환경과 여건에 따라 정부와 함께 안전관리를 분담토록 연계시켰다. 새 안전관리제도의 시행으로 과거에는 추석을 전후해 예초기로 인한 안전사고가 많이 발생했으나 올해에는 획기적으로 감소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어린이용 제품으로 인한 안전위해 사례도 전년 대비 24%나 감소했다. 새로운 안전관리제도로 사고 없는 ‘안전 대한민국’이 되기를 기대한다. 조기성 기술표준원 제품안전정책부장
  • [나길회기자의 세상 속으로] 추석 대목 벌초 대행업자의 하루

    [나길회기자의 세상 속으로] 추석 대목 벌초 대행업자의 하루

    평일 오전이라 인적 없던 경기도 용인의 한 공동묘지가 갑자기 예초기 소리로 가득 찬다. 추석을 앞두고 벌초 대행업체 직원 3명이 이곳을 찾았다. 지난해 추석 이후 사람 손이 닿지 않은 탓에 잡초에 가려 찾기조차 어려웠던 묘는 단 20분 만에 깨끗하게 단장됐다. ●10명이 45일동안 1500기 벌초 경기와 상관없이 추석 대목을 누리는 곳 중 하나가 벌초 대행업체다. 지난 27일 10년간 벌초대행업을 해온 선조사랑(www.sunjolove.co.kr)의 길기서(42) 대표를 따라 나섰다. “오늘은 아침 7시에 첫 작업을 했지만 새벽 4시에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해가 떠 있는 동안은 작업을 계속한다고 보면 됩니다.” 이 업체가 추석을 앞두고 받은 의뢰 건수는 1500기.2명이 한 팀을 이뤄 5개 팀이 추석 45일 전부터 작업을 시작, 휴일 없이 일해야 겨우 소화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예약은 지난 15일 마감했다. 이 가운데 1000기가량은 기존 관리 고객이다. 고객을 이 정도 확보하고 있는 사업주의 연봉은 7000만∼8000만원 정도다. 직원의 경우 봄, 여름에는 월급을 받고 대목인 가을에는 일당 10만원을 받는다. 길 대표는 “돈을 많이 버는 것 같지만 1만원짜리 한장 한장 말 그대로 땀 흘려 번 돈”이라면서 “자본 없이 시작할 수 있는 일이지만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처음 일을 시작하면 몇 달간은 밥을 제대로 먹기 어렵다고 한다. 진동이 심한 예초기를 다루다 보니 일이 끝난 뒤에도 손이 떨려 숟가락조차 제대로 쥘 수 없기 때문이다. ●일반인은 와이어 예초기나 낫이 안전 흔히 벌초할 때 벌이나 뱀을 주의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벌초 대행업을 하는 이들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바로 돌이다. 언뜻 보기엔 예초기를 갖다 대기만 하면 풀이 슥슥 잘려 나가니 쉬워 보인다. 진동을 견딜 정도의 힘만 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아 “한번 해보겠다.”고 말을 꺼내자 “잘못하면 실명할 수도 있는데 그래도 괜찮겠느냐.”며 겁을 준다. 예초기는 낫과 비교해 효율은 높지만 숙련되지 않은 사람이 사용하면 흉기로 돌변한다. 쇳날에 풀이 아닌 돌이 닿아 튀면 큰 부상을 입게 된다. 아닌 게 아니라 옆에서 지켜 보기만 하는데도 자잘한 돌들이 튀어 날아온다. 길 대표와 함께 일하는 직원은 “다리가 성한 곳이 없을 정도”라면서 “일반인들은 쇳날 대신 와이어(철사)가 달린 예초기나 낫을 쓰는 게 느려도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큰 사고 없이 수지가 맞을 정도로 예초기를 다루려면 족히 3년은 걸린다.32만원짜리 기계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지만 아무나 시작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벌도 위험 요소 중 하나다. 땅벌은 쏘여도 따끔하고 말지만 손가락 굵기의 말벌이면 얘기가 달라진다.“전문가들도 이런 경우에는 작업을 접고 내려옵니다. 조상님 묘 돌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명을 잃을 수도 있으니 조심하세요.” ●고객 “아버지 아시면 큰일” 오후에는 경기도 남양주 일패동에 있는 묘 4기를 작업했다. 업체에 벌초를 맡긴 게 처음이라는 김성구(33)씨 형제가 동행했다. 매년 아버지와 삼형제가 벌초를 했지만 올해는 아버지 건강이 좋지 않아 미루다 결국 업체를 찾게 됐다. 김씨는 “업체에 맡긴 걸 아버지가 아시면 혼날 것”이라면서 “추석날 와서 보시면 우리 솜씨가 아닌 게 확연하니 숨길 수도 없고 큰일”이라고 걱정했다. 이렇게 일은 업체에 맡기되 반드시 동행해 지켜보는 사람들도 상당수다. ●“조상 잘 모셔야” 정신이 기본 일을 하다 보면 뜻하지 않게 허탕을 치는 경우도 있다. 이날도 새벽에 첫 작업을 마친 뒤 한 고객을 만나 함께 묘지로 이동했지만 결국 작업을 하지 못했다. 도착해 보니 이미 벌초가 돼 있었다. 벌초를 의뢰한 70대 사업가는 “근처에 사는 먼 친척이 이렇게 벌초를 해놓고 매번 큰 돈을 요구한다.”며 씁쓸해했다. 10년쯤 벌초를 하다 보면 좋은 묏자리와 그렇지 않은 자리가 보인다. 성공한 듯 보이는 고객이 의뢰한 묘는 대부분 자리가 좋다. 때때로 좋지 않은 묏자리를 접하지만 차마 고객에게는 말을 할 수가 없다. 대신 평소보다 더 정성스럽게 벌초해 주는 것으로 답답한 마음을 대신한다. “명가(名家)의 조건 중 하나가 조상묘를 잘 쓰고 잘 가꾸는 거라고 합니다. 조상을 잘 모셔야 한다는 마음만 있다면 묘를 손수 돌보느냐, 다른 사람 손을 빌리느냐는 중요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kkirina@seoul.co.kr
  • [세이프 코리아] 성묘·벌초사고 61% ‘벌’에 당한다

    [세이프 코리아] 성묘·벌초사고 61% ‘벌’에 당한다

    추석이 2주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성묘는 우리의 고유한 미풍양속이다. 명절을 앞두고 벌초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벌초와 성묘길에 벌에 쏘이거나 뱀에 물리는 사고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 풀을 깎는 용도로 많이 보급된 예초기 사고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들뜨기 쉬운 명절일수록 각종 안전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더욱 높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소방방재청은 추석을 앞두고 벌 쏘임과 예초기 사고 등이 급증함에 따라 18일 ‘추석절 성묘·벌초 등에 따른 안전사고 주의보’를 발령했다. ●충북·경북·경기순으로 많아 지난 1일부터 17일까지 벌초 등으로 발생한 안전사고는 모두 288건이다. 벌 쏘임이 전체의 61.5%인 177건을 차지했다.195명이 벌에 쏘여 2명은 사망했다. 예초기 사고가 59건, 뱀에 물리는 사고도 52건이나 일어났다. 지역별로는 충북이 벌 쏘임 30건, 예초기 6건, 뱀 물림 4건 등 40건을 비롯해 ▲경북 38건 ▲경기 35건 ▲강원 34건 등이었다. 일요일인 지난 10일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 야산에서 벌초를 하던 김모(55)씨는 땅속에서 갑자기 날아오른 벌에 머리를 쏘여 숨졌다. 이날 경남 고성군 회화면에서는 40대 남자가 예초기 작업을 하다가 발등을 크게 다치는 불상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소방방재청은 오는 21일 윤달이 끝난 뒤에는 벌초 등 묘지관리를 위한 입산자가 더욱 늘어나면서 안전사고 발생 위험도 높아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벌 쏘임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벌을 자극해서 일어난다. 벌집은 땅 속에 있거나 나무 등에 매달려 있다. 벌들에게 벌초·성묘객은 ‘침입자’다. 벌에 쏘이는 것은 보통사람들에게는 사실 사고라고도 할 수 없다. 여러 차레 쏘이지 않는 이상 약간의 통증과 쏘인 부위가 부어오르는 것이 고작이다. 하지만 벌독 알레르기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얘기가 달라진다. 심하면 몸 전체에 두드러기가 나고 위경련, 자궁 수축, 설사와 함께 호흡 곤란 등의 쇼크 증세로 사망할 수 있다. 뱀은 주로 4월 하순부터 11월 초까지 활동한다. 뱀은 주로 바위나 썩은 나무 밑 등 습한 곳에서 서식한다. 잡초가 우거진 길을 아무 생각 없이 가는 것도 삼가야 한다. ●묘지 주변 술 뿌리면 멧돼지 부르는 셈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뱀은 대부분 독이 없다. 살모사나 까치살모사 등 독사도 맹독성은 아니다. 뱀에 물렸을 때는 최대한 움직이지 말고,119에 신고해 구조를 기다리는 것이 현명하다. 낫 대용으로 사용하는 예초기도 사고가 많이 일어난다. 날이 고속으로 회전하기 때문에 몸의 일부분이 닿으면 큰 상처를 입기 일쑤이고 심하면 절단되기도 한다. 날에 돌맹이 등이 튀어올라 다치는 사례도 적지않다. 유행성 출혈열도 주의가 필요하다. 쥐의 배설물에 오염된 먼지가 사람의 호흡기에 들어오거나 쥐에 물리면 감염된다. 이 병의 초기 증상은 고열, 두통, 복통 등이다. 풀이나 나뭇잎에 스치거나 옻독 등에 오르면 피부가 가렵고 붉어지며 물집이 생기기도 한다. 이밖에 벌초나 성묘를 한 뒤 묘소 주변에 술을 뿌리지 않는 것이 좋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멧돼지가 술냄새를 찾아 묘를 마구 파헤치곤 해 자칫 명절에 ‘불효’가 될 수도 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벌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법 할리우드의 1991년작 영화 ‘마이걸’에서는 아역배우 매컬리 컬킨이 연기한 주인공이 벌에 쏘여 죽는 장면이 나온다. 주연 배우의 비극적인 결말은 영화에서 뻔한 스토리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은 벌독 알레르기를 갖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올해는 장마가 길어지면서 제대로 꽃이 피지 않아 꿀이 부족해졌다. 이 때문에 ‘식량’을 구하지 못한 벌들은 더욱 예민해졌다. 올 가을 벌에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벌독 알레르기는 주로 꿀벌과 말벌 등에 물렸을 때 나타나는 과민반응이다. 벌독 알레르기의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아토피 병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레르기 체질을 가진 사람이 벌에 처음 쏘이면 보통 사람과 마찬가지로 조금 아프거나 가려운 것으로 끝난다. 이때 독액은 림프관이나 혈관으로 체내에 흡수된 뒤 항체가 생긴다. 문제는 두번째 쏘였을 때. 독이 항체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구토, 현기증,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최악의 경우 한시간 안에 사망하기도 한다. 벌독 알레르기가 있는지는 일반 병원에서 벌독 추출액으로 피부반응시험을 해서 진단할 수 있다. 벌독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병원에서 에피네프린을 처방받거나, 그물망을 머리에 덮어 쓰고 나가야 한다. 아예 벌초와 성묘를 피하는 것도 좋다. 말벌이 꿀벌보다 훨씬 위협적이다. 꿀벌은 한 번 쏘면 죽지만, 말벌은 여러 차례 쏠 수 있다. 말벌은 길이가 25㎜ 정도로 꿀벌보다 약간 크다. 요란한 예초기 소음과 진동, 매연 등은 땅벌을 자극한다. 벌초 전에 흙을 조금씩 뿌리면서 수풀이나 무덤 근처 나무에 벌집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벌에 쏘이지 않으려면 밝은 색이나 원색 옷은 피해야 한다. 향수나 화장품에 들어 있는 성분이 말벌의 공격을 유도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벌초나 성묘를 갈 때 소매가 긴 옷과 장화 장갑 등 보호 장구를 착용하는 것은 상식이다. 살충제도 필수품이다. 벌은 파리나 모기보다 살충제에 대한 내성이 약하다. 피부와 겉옷에 곤충을 쫓는 약을 뿌리는 것도 좋다. 벌집을 건드렸을 때는 가능한 낮은 자세를 취하거나 엎드린다. 갑자기 뛰거나 손·손수건 등으로 주위를 휘두르는 것은 절대 금물.‘나 여기 있소’ 하고 벌떼를 유도하는 행위다. 벌침은 핀셋보다는 신용카드 등으로 피부를 밀어 빼는 것이 좋다. 쏘였을 때는 얼음 찜질을 하고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른 뒤 안정을 취한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예초기·뱀사고 예방·대처법 예초기는 사용이 간단한 기계처럼 보인다. 그러나 농촌에서 자주 쓰는 사람들도 부주의로 부상을 당하곤 한다. 평소에 잘 접해보지 않은 도시민들은 그만큼 조심해서 다뤄야 한다. 예초기를 사용하기 전에는 목이 긴 장화와 장갑, 보호안경 등 안전장구를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예초기 날에는 보호덮개를 부착하고 볼트, 너트, 칼날 등 기계 부품 부착 상태를 사용 전에 점검해야 한다. 작업을 할 때는 칼날이 돌에 부딪히지 않도록 주의한다. 초보자는 금속날 대신 안전한 나일론 커터를 쓰고, 작업 반경 15m 안에는 사람이 접근하지 않도록 한다.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깨끗한 물로 상처를 씻고 소독약을 바른 뒤 수건으로 감싼다. 절단된 부위는 얼지 않을 정도로 차갑게 유지한 뒤 병원에서 곧바로 접합수술을 받아야 한다. 고속으로 회전하는 예초기 날에 튄 작은 돌이나 나뭇조각으로 눈을 다치기도 한다. 눈을 비비며 이물질을 빼내려고 하면 상처가 악화될 수 있다. 일단 고개를 숙이고 눈을 깜박거리며 눈물이 나도록 해 이물질이 자연스럽게 빠져나오게 해야 한다. 두꺼운 등산화는 뱀에 물리는 것을 막는 필수품. 잡초를 헤치기 위한 지팡이 등도 준비한다. 일단 뱀에 물리면 독이 퍼지지 않도록 최대한 움직임을 줄이고 119에 신고하는 것이 최선이다.30분이 지나지 않았으면 상처 부위를 1㎝ 정도 절개한 뒤 입으로 독을 빨아낸다. 입 안에 상처나 충치가 없어야 한다. 물린 부위가 통증과 함께 부풀어오르면 물린 곳에서 5∼10㎝ 위쪽을 끈이나 고무줄, 손수건 등으로 묶어 독이 퍼지지 않게 한다. 얼음 찜질도 통증 완화에 좋다. 손을 물렸을 때는 반지와 시계 등을 빼야 한다. 응급 조치가 끝나면 병원이나 보건소에서 반드시 해독제를 맞아야 한다. 유행성 출혈열을 막기 위해서는 벌초나 성묘 때 긴 옷을 입고, 작업한 뒤에도 목욕을 하고 입었던 옷은 세탁해야 한다. 야외에서 섣불리 잔디나 풀밭에 앉거나 눕지 않는 것도 예방책이다. 야외에 나갔다 돌아온 뒤 1∼3주 사이에 발열, 오한, 두통 등 증상이 나타나면 서둘러 의사를 찾아야 한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길섶에서] 책임감/황진선 논설위원

    추석을 앞두고 아버지, 장조카와 함께 선산에 벌초하러 다녀왔다. 해마다 듣지만, 여긴 몇대조 할아버지, 저긴 몇대조 할아버지의 산소이고, 어떤 일을 하셨다는 말씀을 요즈음엔 유심히 듣는다. 예전에는 설렁설렁 지나쳤지만 이젠 그럴 수 없다. 이를테면 풀을 베는 예초기를 조립하는 일도 그렇다. 전에는 형이 하는 걸 지켜보고 거드는 체하면 됐지만, 요즘엔 제대로 익히려고 애쓴다. 형이 타계한 지도 3년이 지났다. 아버지는 팔순이 넘으셨다. 이제 조상을 모시는 일은 나와 장조카 몫이다. 거드는 것이 아니라 내 책임 아래 해야 할 일들이다. 과채탕적메, 조율이시, 동두서미, 좌포우혜 등 제사상 차리는 법도 잊지 않으려 애쓴다. 친척 어른 중 제사 지내는 법에 서툰 분들이 꽤 있다. 요즘에야 그분들을 이해한다. 제사 지내는 법이 복잡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장남·장손이 아니기에 자기 일이라고 여기지 않은 탓이다. 책임감을 느끼는 사람과 책임감이 없는 사람은 그렇게 다르다. 황진선 논설위원 jshwang@seoul.co.kr
  • [한승원 토굴살이] 죽로차 밭에서 운명 바꾸기

    [한승원 토굴살이] 죽로차 밭에서 운명 바꾸기

    이여름, 토굴 뒤란 언덕 위의 죽로차 밭 관리하기는 내 운명 길 바꾸어가기나 다름없다. 죽로차 밭 가꾸기는 여느 차밭 가꾸기보다 더 힘들다. 어린 차나무들 주위에 솜대나무의 죽순들이 아우성치며 밀고 올라오기 때문이다. 굵은 죽순들만을 건성드뭇하게 남겨 두고 다른 것들을 쳐내주는 작업을 끈질기게 하지 않으면 이 해 안에 다시 빽빽한 솜대 밭이 되어 버리고 말 터이다. 차나무는 반음지 반양지를 좋아한다. 솜대나무들이 빽빽하게 자라버리면 차나무들이 호리호리해진 채 제구실을 못하기 마련이다. 초여름부터 가을까지는, 아침 식전이나 해저물녘에 부지런히 차밭의 잡초들을 베어주어야 한다. 아내는 차나무 주위의 풀들을 낫으로 쳐내고 나는 풀 베는 기계로 그 근처의 창처럼 솟아오르는 죽순들과 육손이덩굴과 쑥대와 씀바귀 풀들을 쳐낸다. 이때 나는 ‘장자(莊子)’의 백정이 잘 벼린 칼로 소의 살과 뼈를 바르듯이 한다. 정신을 조금만 딴 데 쓰면, 풀 베는 기계의 날이 어린 차나무를 잘라버리기도 하고, 썩은 대 등걸이나 돌부리를 가르기도 하여, 대조각과 돌가루가 내 얼굴과 가슴을 향해 날아온다. 장마철을 전후해서는 사력을 다해 자라나는 그 풀들과 전쟁을 치러야 한다. 마치 내 운명의 앞길을 가로막거나 덮어버리려 하는 세상의 무성한 검은 숲들을 쳐내고 새 길을 열쳐 나가듯이. 풀 쳐내는 작업을 하고 있을 때 한 제자가 찾아왔다. 그때, 나는 예초기 날에 잘린 풀잎이나 대나무 조각이나 돌가루 따위가 얼굴 공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철망 투구를 쓰고 있었고,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아니, 예초기 운전하시기 힘들고 위험한데, 놉을 좀 사서 하시지 그러십니까?” 제자는 고통스럽게 살고 있는 스승을 진심으로 걱정해주었다. 아내가 그에게 말했다. “돈 주고 부리는 놉이 잡풀 속에 들어 있는 어린 차나무들을 당신처럼 아끼고 사랑해줄 리 없다고 기어이 당신이 저렇게 하신대요.” 저녁을 함께하면서 나는 한 선승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그 스님은 꼬부랑 늘그막에 들어서까지 날마다 차밭에 나가 일을 했으므로 젊은 상좌가 이제 그만 일을 하시라고 말렸지. 그런데 그 늙은 선승은 도리질을 하고 ‘나는 스승에게서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말라(一日不作 一日不食)고 배웠느니라.’하고 말했어.” 그 말을 하고나서 어색하게 웃었다. 내가 마치 그 선승의 삶을 흉내 내고 있는 듯싶어 덧붙여 말했다.“나는 사람이 우둔해서, 모든 글을 발로 쓴다. 가마를 타보기만 한 사람은 가마 타는 재미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그것을 메 본 사람이라야 그 재미를 진짜로 느낄 수 있다고 해서 늘 가마를 직접 메 보곤 한다.” 다음 해부터는 이 차밭에서 내가 마실 죽로차를 두어 통쯤 생산할 수 있을 터이고, 그 다음 해에는 네댓 통쯤 딸 것이고, 그 이듬해는 여남은 통 딸 것이다. 아, 얼마나 큰 행운인가. 부부가 함께 가꾼 죽로차 밭에서 부부의 손으로 한 잎 두 잎 따고, 아내가 덖은 것을 내가 비벼 말리고, 그 향기로운 차를 마주앉아 우려 마시게 된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전혀 뿌려주지 않은 진짜 유기농 죽로차의 맛과 향. 참선은 바람벽을 향해 고요히 앉아 화두를 들고 하는 것만이 아니다. 참새 혓바닥 같은 잎사귀 하나하나를 따 모으며, 뜨거운 불 앞에서 덖고 비비며 향기의 삼매에 빠져들고, 그 과정에서 우주 율동을 깨달을 수 있다. 여름철 차나무 우듬지의 자주색 잎사귀는 갓난아이의 고사리 손처럼 예쁘고 귀엽다.600평 죽로차 밭의 주인이 된다는 생각에서가 아니고, 그 어린 잎사귀들의 앙증스러운 모습들 때문에 덥고 힘들어도 그 일을 즐긴다. 솜대 밭의 운명 길을 죽로차 밭으로 바꾸어 놓는다. 이때껏 나는 그렇게 땀을 즐기면서 나의 운명 길을 바꾸어 놓곤 했고, 살아 있는 한 앞으로도 그리할 것이다. 소설가
  • [이종현의 나이스샷] 명문 CC…서비스 ‘시시’

    몇몇 골프장들이 연례행사처럼 그린피를 또 올렸다. 이제 주말 그린피가 대부분 20만원을 웃돌다 보니 일반 골퍼들은 골프장 한번 나가기가 쉽지 않게 됐다. 이뿐이랴. 어렵게 나가도 비싼 그린피에 견줘 골프장의 구태의연한 서비스, 그리고 단체팀 등에 대한 지나친 요구로 인상을 찌푸리고 오는 경우가 많다. 최근 A씨는 경기도 모 골프장에서 비명횡사할 뻔했다. 몸을 씻기 위해 샤워기 가까이 다가섰다가 그만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샤워기 바닥의 오물을 제대로 청소하지 않은 탓이다. 큰 부상은 없었지만 한동안 통증 때문에 고생을 했다. 이 골프장은 수도권 명문에다 회원권과 그린피도 제법 비싼 곳이다. 그러나 지명도에 비하면 세심해야 할 안전관리 서비스는 삼류골프장 수준이었다. 내장객에게 밝게 인사하는 것도 좋고, 정장을 요구하는 것도 좋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배려가 빵점이라면 ‘빛좋은 개살구’나 다름없다. 이 골프장뿐이랴. 목욕탕에 손님이 있는데도 5분 먼저 퇴근하기 위해 청소기를 들이대는 직원, 라커 서비스는 뒷전이고 나가는 손님 뒤만 따라나와 팁만 챙기려는 모습, 심지어 골프화의 징을 교체할 것을 집요하게 강요하는 행위 등도 이 범주에 속한다. 티박스에 올라서 있는 데도 예초기와 진공청소기를 윙윙거리며 무심하게 잔디를 깎고 있는 직원과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면서 빠른 플레이를 독촉하는 이른바 ‘패트롤’에는 아예 두 손을 들고 만다. ‘골프장 300개 시대’가 곧 온다. 경쟁력은 다른 골프장에서 찾아볼 수 없는 아주 조그만 것에서 나온다. 최근 수도권의 S,C 등 두 골프장은 입구에서 거수경례로 내장객을 맞던 형식의 틀을 깨뜨렸다. 아무 것도 아닐 수도 있지만 골퍼들이 다른 곳에서 만족하고 흡족해한다면 이는 분명 발상의 전환이다. 그린피와 캐디피를 올릴 생각보다 우선돼야 할 일이다. 노력하지 않고 결실을 얻을 수 없듯이 끊임없이 생각하고 변화를 줄 수 있는 서비스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국내 골퍼들의 입에 떠도는 말 가운데 가장 골프장에 치명적인 건 “그 골프장,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아.”라는 비아냥 섞인 평가다. 서로 자기 살을 파먹어야 하는 치열한 골프장 경쟁시대다. 구태의연한 서비스로 적당히 넘어갈 것인지, 달라지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할 것인지에 따라 승패는 불 보듯 뻔하다. 레저신문 편집국장 huskylee1226@yahoo.co.kr
  • [한승원 토굴살이] 겨울 차밭에서

    한겨울 맹추위 속에도 틈만 나면 뒤란 언덕 위의 차밭엘 올라간다. 암갈색으로 말라진 잡풀들 속에서 얼굴을 드러낸 어린 차나무들을 보면 춥지 않다. 그것들이 내 가슴 속에 따뜻한 불을 지핀다. 스무 해 동안의 서울살이를 접고 장흥 바닷가 토굴로 이사하면서부터 건강이 좋아지자 손수 한 잎 한 잎 따서 덖어 마실 수 있는 차밭 100여 평쯤을 가지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농약이나 화학비료 뿌리지 않은 차밭. 농장 하는 제자가 6년 전의 가을, 마을 뒤의 80평 평평한 밭에 차나무 묘목을 심어주었다. 그 제자는 차를 전문으로 가꾸고 따서 덖어 마셔보지 않은 까닭으로, 차나무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는 터였으므로, 그것을 여느 꽃나무 묘목처럼 포트(컵 모양의 분)에 심어 가꾸고 있었다. 삼년 된 묘목이 1000그루쯤 있다기에 그것으로 차밭을 조성해 달라고 했다. 인부들이 심을 때 보니, 묘목의 직근이 잘려 있고 잔뿌리들만 남아 있었다. 내가 물을 열심히 주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차나무들은 하나씩 둘씩 말라 죽었다. 애초에 성급하게 키우고 싶은 조급한 마음이 탈이었다. 알고 보니, 차나무는 물 잘 빠지는 땅을 좋아하는데 우리 텃밭은 그러지 못했다. 또한, 차나무는 직근이 한없이 깊이 뻗어 들어가야만 힘을 제대로 쓸 뿐 아니라 차의 맛도 깊고 향기로운 법인데, 포트에서 삼년 자라는 동안 컵 밖으로 뻗어 나온 직근들을 잘라 준 터이므로 그들은 잔뿌리로 명맥을 겨우 유지하고 있는 것이었다. 거기다가, 그것은 재래종이 아니고 일본에서 수입해 온 야기부다 종이기까지 했다. 일본에서 대량생산을 위해 개량한 그 차나무는 성정이 웃거름을 좋아하도록 길들인 까닭으로 유기농 차를 따기 위해서는 부적당하다. 그것은 일본 현지에서도 실패한 차종이라고 지적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나의 일차 차밭 조성은 실패한 것이다. 그 실패를 안타까워하자, 순천의 차 명인이 두 해 전의 늦가을에 인부들을 이끌고 자기네 전통차밭에서 딴 씨 세 가마니를 싣고 왔다. 토굴 뒤란 언덕 위에 있는 600평의 솜대밭을 쳐내고 거기에 심어주었다. 그것이 작년 장마철에 싹트기 시작했다. 장마 뒤 더위가 계속되자 팔손이 덩굴, 며느리 밑씻개, 솜대 죽순, 떡갈나무 따위가 미친듯이 솟구쳐 올라왔다. 나는 초여름부터 늦가을까지 아침 식전에 죽을 둥 살 둥 모르고 땀 뻘뻘 흘리면서 예초기로 잡풀과 죽순들을 베어내곤 했다. 겨울이 되면서 잡풀들이 시들어지자 어린 차나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줄기가 한 뼘쯤 곧게 자라 있고, 잎사귀가 큼직하고 색깔이 짙푸르다. 이것들이 두 해만 더 자란다면 6년 전에 텃밭에 심은 것들보다 훨씬 더 크고 튼실해질 것임에 틀림없다. 생명력 강한 재래종인데다, 물 빠짐이 좋은 땅이고 양지바르고 댓잎 썩은 것들이 푹신거린다. 이제야 나는 차밭다운 차밭을 가지게 된 것이다. 나의 무지와 조급성이 물빠짐 좋지 않은 땅에 아킬레스건인 직근을 잘라낸 차나무 묘목을 심게 했고 그들로 하여금 평생 동안 장애의 상태로 살게 만들었다. 참회하면서 그 사람을 안타까워한다. 내가 생각하기로 그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한 걸음쯤 앞선 것은 사실인 듯싶은데, 더욱 확실하게 앞서 있음을 만방에 알리고 명예와 부와 권력을 누리려다가 반칙을 하게 되었고 그것이 탄로되는 바람에 한 발 뒤처져 있는 사람들과 세상으로부터 몰매 맞는 망신을 당하고, 모든 것을 잃게 된 듯싶다. 차나무는 나에게 있어서 깨달음의 나무이다. 어린 차나무를 혹한 속에서 키우고 있는 것은, 주인인 나의 희망과 그들의 인고와 환희의 세 빛줄기이다. 내 속에 순리의 어린 차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소설가
  • [독자의 소리] 벌초때 안전사고 예방에 최선을/정용인 (전남 보성소방서 방호과)

    추석을 앞두고 전국적으로 성묘가 한창이다. 우리 국민들이 멀리 떨어진 고향까지 찾아 벌초하는 모습을 보면 조상의 얼을 기리는데 얼마나 열심인가를 되새기게 한다. 하지만 벌초하다 사고를 당해 119에 신고하는 건수가 매년 늘고 있어 간단한 예방요령을 환기시키고자 한다. 벌초로 인한 사고는 예초기 사용이 미숙하거나, 뱀에 물리고 벌에 쏘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무성하게 우거진 잡초를 쉽게 제거할수 있는 예초기는 장점도 많지만 자칫 잘못 다루면 큰 사고를 당할수도 있다. 무릎 및 발목보호대와 발목위로 올라오는 신발을 신고 돌이나 나뭇조각 등이 날아와도 눈을 다치지 않도록 보안경을 꼭 착용하는 등 사용법을 지키도록 한다. 뱀에 물리지 않으려면 발목 위까지 덮어주는 안전화를 신도록 한다. 뱀에 물렸을 때에는 가능한 한 빨리 병원으로 가야 한다. 병원까지 가는데 한시간 이상 걸린다면 상처 부위에서 10㎝ 정도 위쪽의 팔 다리 부위를 붕대나 천 등으로 손가락 하나가 들어갈 수 있도록 묶어 줘야 뱀독이 전신으로 퍼지는 것을 막는다. 환자는 누워 있는 것이 좋으며, 상처 부위는 심장보다 낮게 위치하도록 한다. 벌에 쏘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향기 나는 비누, 샴푸, 향수 등을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벌이 있으면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도록 한다. 벌에 쏘였을 때는 벌침을 핀셋 등으로 빼내지 말고 전화카드 등으로 밀어서 빠지도록 하는 것이 좋다. 통증과 부기를 가라앉히기 위해서는 찬물 찜질을 하고 스테로이드 연고를 잘 발라주도록 한다. 정용인 (전남 보성소방서 방호과)
  • [독자의 소리] 벌초때 안전사고 주의해야/유용현

    한여름 더위도 어느덧 사라지고 가을 기운이 완연하다.계절이 바뀌는 요즈음 염려되는 것이 야생곤충이나 벌,뱀 등에 물리거나 쏘이는 사고다.9월 말 추석 전까지는 벌초작업이 한창 이뤄지는 계절인 만큼 낫이나 예초기에 다치는 사고 또한 주의해야 한다.최근 119에 접수되는 신고 건수가 평상시의 2∼3배 정도가 되고 있어 구급대원들은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같은 유형의 사고가 해마다 반복되기 때문에 더욱 답답하다. 산이나 들에 갈 때는 자극성 있는 향수 등은 가급적 사용을 자제하고 긴바지와 모자,장갑,발목 긴 등산화 등을 착용하도록 하자.또 긴 막대기나 지팡이 같은 것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곳을 두드려 뱀이나 벌레,벌의 유무를 미리 살피도록 하자.낫이나 예초기를 사용할 때도 우선 안전한지 확인해야 한다.돌이나 나무 등 장애물이 있는 곳은 위험하다. 예초기의 부러진 날에 맞으면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그리고 가능한 한 등반이나 벌초를 갈 때는 혼자보다는 여럿이 함께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사고는 안전 불감증에서 발생한다. 유용현
  • 추석연휴 건강관리 요령 / 장거리 운전땐 딱딱한 방석을

    민족의 큰 명절 추석은 단조로운 일상의 전환기이기도 하다.추석을 전후해 여름에서 가을로 절기가 바뀔 뿐 아니라 많은 차례 음식과 지루한 장거리 여행도 경험하게 된다.당연히 스트레스가 쌓이고 몸도 이런저런 부작용을 겪기 쉽다.들뜬 마음에 자칫 소홀하기 쉬운 추석 건강관리 방법을 전문가의 조언으로 들어본다. ●귀성길 창문을 닫고 오래 운전하다 보면 산소가 부족해 하품과 함께 졸음이 쏟아지기 일쑤다.운전은 단순한 작업이어서 쉽게 피로감을 느낀다.때문에 운전 중이라도 2시간마다 차를 세우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거나 간단한 체조와 심호흡을 하는 것이 좋다. 운전중에는 서있을 때보다 두배 이상의 하중이 가해져 허리 통증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방석은 푹신한 것 보다 약간 딱딱한 감이 오는 것을 택한다.장거리 운전때 등받이를 뒤로 너무 젖히는 것은 나쁜 습관.등받이는 100∼110도 정도로 세우고 엉덩이를 뒤로 바짝 붙여서 앉는다.지나친 커피도 금물.각성 효과가 있어 일시적으로 잠을 쫓지만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피로를 가중시킨다.끝없는 교통체증에 끼어들기,갓길 주행같은 얌체 운전족들의 횡포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도 운전자에게는 부담이 된다.당뇨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앓는 사람은 많은 시간이 걸리는 귀성길에 낭패를 보지 않도록 약을 챙기는 등 응급상황에 대비해 사전에 주치의와 상의하는 것이 현명하다. ●음식은 적당하게 추석을 전후한 가을에는 세균성 이질이나 장티푸스,콜레라 등 수인성 전염병은 물론 식중독 등이 문제가 된다.특히 수해지역에서는 물과 음식을 모두 끓이고 익혀 먹어야 하며,야채도 수돗물에 잘 씻어 먹어야 한다.열이 나거나 복통,구토,설사 등 장염 증세가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찾아 수액주사와 항생제 치료를 받는 게 좋다. 식중독의 원인균인 포도상구균의 독소는 끓여도 파괴되지 않기 때문에 미심쩍은 음식은 버리는 게 상책.식기나 도마,행주 등 주방기구도 끓는 물로 소독해 사용하도록 한다.다른 증상없이 1∼2일 정도 계속되는 설사는 특별한 치료없이 보리차 등 수분만 충분히 섭취하는 것으로도 증세가 좋아지지만 고열을 동반하거나 설사가 계속되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전염병 들쥐의 대소변에서 나온 균이 피부에 난 상처를 통해 감염되는 렙토스피라는 특히 올해처럼 비가 잦은 해에 집중적으로 발병하므로 조심해야 한다.일단 균에 감염되면 10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 증세가 나타나는데,초기에는 두통,근육통 등 감기와 비슷한 증세를 보이다 심해지면 황달과 신장기능 장애가 발생한다.제때 치료받지 않으면 치사율이 무려 20%에 이른다. 유행성출혈열은 바이러스에 오염된 들쥐의 오줌이나 타액 등에 의해 호흡기를 따라 전염된다.보통 10∼12월 사이에 주로 농촌 지역에서 발생하는데 2주 정도의 잠복기를 지나 전신 쇠약감,두통,근육통,발열 등 감기와 비슷한 초기증세가 나타난다.예방을 위해 벼베기나 성묘때 긴 옷을 입어 피부를 보호하고,함부로 풀밭에 들어가지 않도록 한다.쓰쓰가무시 병은 야생 진드기에 물려 전염된다.1∼3주의 잠복기를 거쳐 갑자기 오한과 발열,두통 증세가 나타나며,어린이는 심한 경련을 일으키기도 한다.아직 예방백신이 없으므로 야산에 갈 때 긴 옷을 입는등 예방이 최선이며,증세가 나타나면 지체없이 병원을 찾아야 한다. ●안전사고 칼에 베었을 때는 깨끗한 물로 상처 부위를 씻고 지혈한 뒤 응급처치를 하되 만약 손가락 등이 절단됐다면 당황하지 말고 잘린 부분을 깨끗한 천에 싸 비닐봉지에 넣은 후 얼음 속에 담아 병원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뜨거운 물이나 튀김용 기름에 화상을 입었을 때는 상처를 10분쯤 찬물로 식힌 뒤 물집을 터뜨리지 말고 병원으로 간다.상처 부위에 된장이나 담뱃가루를 바르는 것은 금물.치료를 어렵게 할 뿐 아니라 2차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벌초용 예초기 날이나 밤가시에 찔려 시력을 잃는 경우도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밤가시 등에 각막을 다치면 가시를 뽑아내더라도 얼마간 시력장애가 빚어지며 가시가 깊이 박힌 경우에는 외상성 백내장,포도막염,홍채 이상 등과 함께 세균침입에 따른 각막염,안내염 등을 일으킬 수도 있다. 벌에 쏘였을 때는 벌침을 제거한 뒤 암모니아수를 바른다.쏘인 부위가 여러 곳이면 쇼크 상태가 올 수 있으므로 병원으로 옮긴다.독사에게 물린경우에는 심장쪽을 가볍게 묶고 상처 부위를 심장보다 낮게 해 입안에 상처가 없는 사람더러 물린 부위를 수차례 빨아내게 한 뒤 병원으로 옮긴다. ■도움말 조비룡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윤종률 한강성심병원 재활의학과 교수,유병연 건양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심재억기자 jesh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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