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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내 민폐왕은 ‘뒤에서 걷어차는 승객’ (美 조사)

    기내 민폐왕은 ‘뒤에서 걷어차는 승객’ (美 조사)

    항공기 내에서 최고의 민폐 행위는 뒤에서 걷어차는 것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고 미국 CNN 뉴스가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온라인 여행사이트 익스피디아가 최근 발표한 기내 예절에 관한 조사 결과에서 최고의 민폐 행위는 ‘뒤에서 좌석을 발로 차는 승객’이었다. 이번 조사는 독일 기반의 다국적 시장조사기관인 지에프케이(GfK)가 1000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기내에서 가장 짜증 나는 행위를 평가한 것이다. 지난 조사에서 최고를 차지했던 ‘아이에게 주의하지 않는 부모’는 2위로 내려앉았다. 그다음으로는 ‘향수 등 냄새가 진동하는 승객’ ‘큰 소리로 말하거나 큰 소리로 음악을 듣는 승객’ ‘술꾼 승객’ ‘수다스러운 승객’ 순이었다. 전체 응답자의 약 12​%가 민폐 행위를 “녹화한다”고 응답했다. 또 다른 6%는 “트위터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다”고 답했다. 다만, 폐를 끼치는 행위를 하는 승객에게 “직접 말을 건다”고 답한 사람은 22%에 불과했다. 또 자리를 뒤로 안 눕힌다고 답한 사람의 비율은 남성이 약 32%였던 반면 여성은 38%였다. 반대로 자리를 눕히는 전체의 약 3분의 1에 달하는 사람은 “잘 때”라고 답했다. 응답자 4명 중 1명은 “비행 시간이 3시간을 넘을 때” 자리를 뒤로 눕힌다고 답했다. “이륙 직후에 자리를 눕힌다”고 답한 사람과 “앞 좌석의 사람이 자리를 눕히면 자신도 눕힌다”고 답한 사람은 각각 12%였다. 기내 매너에 대해서는 어떨까. 좌석을 눕히기 전에 뒷좌석에 있는 사람에게 “거절당했다”고 답한 사람은 불과 23%에 지나지 않았고, 전체 10%의 사람은 “뒤에 임신부가 있어도 자리를 눕힌다”고 답했다. 6위에 오른 ‘수다스러운 손님’에 관해서는 전체의 16%가 “비행을 새로운 사람과의 대화와 만남의 장소로 이용하고 있다”고 응답한 반면, 65%는 “그런 사람이 옆자리에 와서 불안을 느낀다”고 답했다. 또한 전체의 5%가 기내에서 누군가와 “친밀한 관계”가 된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이 중 3%는 상대는 동반자였지만, 2%는 기내에서 만난 사람이었다. 기내 예절 위반자 순위 상위는 다음과 같다(괄호 안은 응답한 사람의 비율).  1. 뒤에서 시트를 차는 승객(67%) 2. 아이에게 주의하지 않는 부모(64%) 3. 향수 등 냄새가 진동하는 승객(56%) 4. 큰 소리로 말하거나 큰 소리로 음악을 듣는 승객(51%) 5. 술꾼 승객(50%) 6. 수다스러운 승객(43%) 7. 수하물 규칙을 지키지 않는 승객(39%) 8. 팔걸이를 독차지하는 승객(38%) 9. 좌석을 뒤로 눕힌 승객(37%) 10. 순서를 지키지 않는 승객(35%) 11. 수하물 선반을 독차지하는 승객(32%) 12. 기내에서 냄새를 풍기는 음식을 먹는 승객(32%) 13.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앞좌석 등받이를 잡는 승객(31%) 14. 성인용 책이나 동영상을 보는 승객(30%) 15. 헌팅을 거는 고객 (29%) 16. 화장실을 가려고 끊임 없이 자리에서 나오는 창가 좌석 승객(28%) 17. 신발이나 옷을 벗는 승객(26%) 18. 자리를 바뀌어달라고 부탁하는 승객(13%)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이슈&논쟁]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

    [이슈&논쟁]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

    교육부가 2018년부터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의 학생이 배우는 교과서에 한글과 한자를 ‘병기’(倂記)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또다시 한자 병기 논란이 점화됐다. 1970년 한글 전용화 정책에 따라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한자가 퇴출당했다. 하지만 지난 47년 동안 초등학교 교육에서 한자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이어져 왔다. 한자 병기를 내세우는 이들은 자연스러운 한자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문맥 이해도와 어휘력이 향상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이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초등학생에게까지 한자 교육을 하게 되면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가중시킨다며 한자 병기를 반대한다. 초등학교 교과서의 한자 병기에 따른 효용과 부작용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贊] 한자로 익히면 정확한 개념파악 도움… 적극적인 자기주도학습도 가능해져 이명학 한국고전번역원 원장 교육부가 2018년부터 초등학교 국어·사회 교과서의 중요 낱말에 대해 한자를 병기하겠다고 발표하자 예상했던 대로 갑론을박이 시작됐다. 해방 이후 오늘날까지 ‘한글 전용’과 ‘한자 혼용’은 끊임없는 논쟁거리다. 한편에서는 ‘우리의 것을 아끼고 잘 가꾸어 나가자’고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우리 어휘 중 대부분이 한자어니 한자를 공부해 정확한 뜻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얼핏 보면 지향점이 완전히 다른 것 같지만 가만히 따져 보면 모두 우리말을 잘 가꾸자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한글 창제 이전부터 우리말의 상당 부분이 한자 어휘였던 만큼 표음문자인 ‘한글’과 표의문자인 ‘한자’가 수레의 두 바퀴처럼 균형을 이루면서 상호 보완을 해 나간다면 가장 이상적인 문자체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양선’이라는 한글 낱말은 한자어 ‘異樣船’의 독음이다. 즉 ‘이양선’이라는 한글에는 어떤 뜻도 없고 그저 異樣船을 읽는 소리일 뿐이다. 異樣船이라는 한자어를 한자로 ‘다를 이(異), 모양 양(樣), 배 선(船)’ 즉 ‘모양이 다른 배’라고 풀이해야 비로소 한글 ‘이양선’의 뜻이 생긴다. 하지만 학생들은 한글로 된 ‘이양선’과 사전에 있는 뜻(대한제국 때 외국 선박을 이르던 말)을 함께 익힌다. 한자어를 한자를 통해 그 뜻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한글 낱말을 사전적인 의미와 함께 단지 기계적으로 외우고 있다. 한자어를 익힐 때 무조건 그 뜻을 외우는 것과 한자 풀이를 통해 학습하는 것을 비교해 보면 어느 쪽이 효과적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한자어를 한자를 통해 학습하다 보면 자연스레 흥미가 생겨 학습효과도 증진될 것이다. 또 다른 교과 한자어의 의미도 한자의 뜻을 통해 스스로 유추해서 풀어 보려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기주도 학습’이 가능해질 것이다. 맞춤법을 자주 틀리는 대다수 낱말들은 한자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부족해 생기는 일이다. ‘희한’(稀罕)은 말하는 사람도 ‘히한’ 또는 ‘희안’으로 말하고 듣는 사람도 ‘히한’ 또는 ‘희안’으로 듣는다. ‘후유증’(後遺症)도 ‘휴유증’으로, ‘명예훼손’(名譽毁損)도 ‘명예회손’으로 말하고 듣는다. 이처럼 말하는 사람조차 정확하게 발음을 하지 않다 보니 듣는 사람이 한자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들은 대로 쓸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球根植物’(구근식물)이 ‘알뿌리 식물’로, ‘方眼紙’(방안지)가 ‘모눈종이’로, ‘打製石器’(타제석기)를 ‘뗀석기’로, ‘磨製石斧’(마제석부)를 ‘간 돌도끼’로 바꾼 것은 매우 바람직하며 앞으로도 이런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교과서 용어 가운데 우리말로 바꿀 수 있는 것은 그 의미에 맞게 우리말로 변환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해도 바꿀 수 없는 것은 한자로 익히는 것이 정확한 개념 파악에 도움이 된다. 서울에서 수년간 한자교육을 시행하고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 설문 조사를 해본 결과 학생들은 ‘학습 부담이 전혀 없다’ ‘다른 교과 학습에도 도움을 받았다’ ‘배우지 않은 낱말의 뜻을 한자의 뜻으로 미루어 알게 되었다’ ‘한자 학습지를 따로 구독하지 않아도 된다’고 답했다. 이런 답변은 초등학생들에게 ‘한자 공부마저 시킨다면 가뜩이나 힘든데 얼마나 더 힘들어하겠는가’라는 염려와 한자 교육으로 사교육비가 더 들 것이라는 주장이 한낱 기우임을 실증적으로 보여 준다. 한글 한자 혼용도 아니고 교과서에 한글 다음에 한자를 쓰는 병용을 하겠다는 방침에 반대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본다. 우리가 초등학교에서 한자 교육을 주장하는 근본적인 목적은 오직 교과서 한자어를 효과적으로 이해하고 한자어의 뜻과 개념을 바르게 익혀 우리말을 정확하게 말하고 올바른 글쓰기를 하게 하기 위함이다.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 병기는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지금이라도 시행한다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反] 국어 읽기·이해능력 더 떨어질 우려… 사교육 열풍으로 부모·아동 부담도 이창덕 경인교대 국어교육과 교수 교육부가 2015 문·이과 통합형 교육 과정에 따라 만들어지는 초·중·고교 모든 과목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겠다고 한다. 인문·사회적 소양을 함양하고 인성 교육을 강화한다는 취지에서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중등학교에서 이뤄지는 한자 교육을 초등학교까지 확대하고 초등학교 모든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는 것은 사회 전반에 야기할 문제가 크고 시대의 흐름을 볼 때도 부적절하다. 초등 모든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게 되면 초등 국어 교육은 파행을 면하기 어렵다. 한자 교육을 인문 소양·인성 교육과 직접 연관시키고 초등 교과서에 한자 병기까지 하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초등학교에서 한자 몇 자를 배워 그리듯이 쓴다고 학생들의 인문 소양이 커지고 인성이 좋아진다고 말할 수 없다. 이솝 우화가 인성 교육에 도움이 된다고 고대 그리스 문자를 배울 필요가 없는 것처럼 중국 고전이 인성 교육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한자를 배울 필요는 없다. 또한 컴퓨터(computer), 호르몬(hormon), 피자(pizza)라고 쓸 필요가 없는 것처럼 우리말 한자어는 한자로 쓸 필요가 없다. 특히 초등 국어에서는 먼저 중요한 우리말을 알고, 언어 예절을 익히고, 상황과 목적에 맞게 말하고 글을 쓰고, 상대방과 공감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그런데 초등 교과서에 많은 낱말을 한자로 채우게 되면 정작 중요한 국어 교육을 하는 데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기보다 학교에서는 먼저 교과서 한자를 익히는 데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게 될 것이다. 현장의 초등 교사들도 한자가 교과서에 실리게 되면 교사들의 수업 부담이 늘고 학생들의 국어 읽기와 이해 능력이 더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한자 사교육 시장이 팽창하고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초등학교에서 창의·체험 활동으로 한자를 가르치고 학생들에게 한자 급수를 따도록 강요함으로써 폐해가 나타나고 있다.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게 되면 현재보다 훨씬 더 심각한 수준으로 한자 사교육 열풍이 불어닥칠 것이다. 우리나라 아이들이 학습 부담 과중으로 행복지수가 낮고 초등학교 아동들이 사교육이 무서워 방학을 싫어한다는 현장 조사 보고서와 교사들의 증언은 우리 어른들이 얼마나 초등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몰아붙이고 있는지 잘 말해 준다. 한자와 한문 교육이 정말 필요하다면 초등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할 것이 아니라 현재 국가 수준에서 가르치도록 정해져 있는 중등학교 한자를 제대로 가르치도록 하면 된다. 인류 문자는 그림문자, 상형문자, 낱말문자, 음절문자, 음소문자 순으로 발전해 왔다. 상형문자, 낱말문자인 한자를 교과서를 비롯한 공문서에 쓰자는 것은 인류 문명을 거스르는 결정이다. 인터넷 정보의 80% 이상이 영어로 소통되고 중국도 전통 한자를 포기하고 5000자 정도의 간체자를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중국도 사용하지 않는 과거 한자를 되살려 쓰자는 것은 고속철을 버리고 짚신 신고 서울 가자는 격이다. 현재 초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이 성인 신문을 읽고 이해하는 비율이 한국의 경우 90%를 넘는 것은 음소문자인 한글 덕분인데 상형문자인 한자를 교과서와 공문서 등에 쓰는 것은 국민을 다시 문맹의 어둠으로 떨어뜨리는 것과 같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는 것은 모든 초등학생들의 학업과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고 교육 전반에 큰 파장을 몰고 올 문제다. 신중한 검토와 사회적 합의 없이 시행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중등학교에서 배울 한자를 이미 국가가 지정하고 있다. 교육부가 갑자기 초등학교로까지 한자 교육을 확대하고 모든 초등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겠다며 밀고 가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32)미셸 푸코 ‘감시와 처벌’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32)미셸 푸코 ‘감시와 처벌’

    우리는 어떤 시대에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 것인가? 거의 대부분이 매일 속옷을 갈아입고 유통기한을 지켜 음식을 먹고 위생적인 화장실을 사용하며 추위나 더위 때문에 목숨을 위협받지 않고 살아간다. 이런 사실만으로 문명화됐다고 자부하기까지 한다. 과거에 비해 물질적인 면 외에도 신의 영역이라 경외했던 우주와 생명의 신비를 푸는 열쇠를 쥔 듯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문명화 과정을 그저 자랑스럽게 여겨서 문명과 야만을 가르는 잣대로 쓰는 태도가 옳은 것일까? 또한 그 사실에 익숙해져 있어도 괜찮은 것일까? 이런 의문이 생긴다면 푸코의 말에 귀를 기울여 봐야 한다. 미셸 푸코(1926~1984)는 프랑스에서 태어난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이다. 그의 사상은 철학과 역사, 문학 이론, 사회과학, 심리학, 심지어 의학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럽 철학이 당연하게 여겨 왔던 이성과 계몽의 의미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또 그동안 깊이 있게 다루지 않았던 권력의 문제를 진지하게 파헤쳤다는 점에서 현대사상에서 푸코의 자리는 매우 의미 있다고 할 수 있다. 푸코는 ‘감시와 처벌’이라는 저서의 마무리에서 “나는 여기서 책을 중단하겠다. 이 책은 현대사회에서 규격화의 권력과 지식의 형성에 대한 여러 가지 연구의 역사적 배경이 될 것”이라고 주석을 달아 자신의 책이 권력의 정체를 폭로하고 거대한 권력 구조를 파괴할 수 있는 폭탄이 되기를 원했다. 이 책은 근대정신과 새로운 재판 권력과의 상관적인 역사를 서술하기 위해 쓰였다. 권력이 인간의 신체를 어떻게 처벌하고 감시했으며 그 과정에서 근대적 인간의 모습은 어떻게 태어났는지를 기술했다. 감옥, 죄수복, 쇠사슬, 처형장 등의 물리적인 형태뿐 아니라 범죄, 형벌, 재판 등의 추상적인 문제들을 다루면서 감옥과 감시의 체계를 통해 권력의 정체와 전략을 고찰했다. 중세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매우 단순하게 살았다. 길거리에서 오줌똥을 싸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했고 걸핏하면 쌈질을 벌였다. 중세인들은 친구 아니면 적, 좋은 것이 아니면 나쁜 것이라는 매우 단순한 생각을 갖고 있었던 듯하다. 이런 생각이 르네상스를 거치며 본능대로 행동하는 것은 상스럽고 수치스러워서 하면 안 되는 일들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매너를 가르치는 예법서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예법서는 대부분의 일상 행동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주 자세하게 가르치고 있다. 예를 들어 식탁에서는 어떤 포크를 먼저 써야 하는지, 밥 먹으면서 코를 후비면 안 된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이런 가르침은 궁정에서 중요하게 여겨져 싸움터에서 승리하는 것만을 유일한 미덕으로 여기던 중세 기사들도 익숙해지려는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이제 권력투쟁은 전장에서가 아니라 궁정 안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궁정에서 매너를 지키지 않으면 밀려나게 되었다. 이처럼 달라진 권력투쟁의 모습이 사람들의 행동과 심성까지 바꿨다. 산업혁명 이후 막강한 경제력으로 궁정에서 한 자리 끼고자 하는 부르주아들까지 스스로 궁정 매너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궁정 예법은 문명이라 불리며 학교를 통해 사회 전 계층으로 퍼져 나갔다. 사람들은 이제 계층과 상관없이 예의 바른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기 시작했다. 이때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킨 요인이 예법서의 가르침 같은 외부적인 것에서 내면의 통제로 바뀌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문명이라는 이름의 예절이 궁정에서 여러 계층으로 퍼져 가는 과정을 살펴보면 거기에 권력이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권력은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어떤 일을 시킬 수 있는 힘’으로 정의할 수 있는데, 어떤 인간관계에서든 나타난다. 권력은 개인이나 집단, 제도, 국가 등 다양한 세력 관계에서 발생하고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결코 공평하게 존재하지 않는다. 수많은 관계 속에서 권력은 삶의 유형을 규정하고 특정한 신체, 몸짓, 행동을 사람들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규칙으로 만들어 낸다. 푸코는 인간관계 속에 존재하며 지식을 생산하는 권력, 더 나아가 인간 자체를 만들어 내는 현대사회의 권력을 ‘규율 권력’이라고 불렀다. 규율은 보통 학교, 공장, 감옥, 수도원, 군대 조직 등을 통해 확산되는데, 푸코에 따르면 현대사회의 규율 권력은 절대왕정 시대의 권력처럼 단순히 개인을 억압하고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을 사회에 유용한 자원으로 빚어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절대왕정 시대 왕의 권력은 어마어마해서 이 권력에 저항하는 자는 체포돼 처형당했다. 그냥 목숨을 끊는 것이 아니라 사지를 찢고 달구고 불태웠다. 이런 과정은 그 당시 인간이 상상할 수 있었던 잔인함의 최고였으며 그 방법이 새로웠던 까닭에 기술이 미숙해 죄수의 고통을 극대화시켰다. 죄수는 자신의 사지가 떨어져 나가는 꼴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왕은 이 과정을 공개함으로써 사람들이 왕에게 저항했다가는 그 지경이 될 수 있다는 공포심을 갖게 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했다. 현대사회로 오면서 이와 같은 야만적인 권력은 사라지고 설령 연쇄살인범이라 할지라도 최소한의 인권을 존중받는 것처럼 보인다. 많은 이가 이러한 변화를 사회의 진보라 여겼지만 푸코는 다르게 봤다. 현대사회의 권력은 사회 곳곳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사람들을 꼼짝 못하게 할 뿐 아니라 개인이 자발적으로 권력의 기준을 자신의 고유한 기준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한다. 처형장 높은 곳에서 자신이 만들어 낸 공포를 즐기던 왕처럼 직접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규율은 우리 내면에 스며들어 누군가 지켜보고 있지 않아도 스스로 지키게 한다. 푸코는 규율 권력이 가장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장치의 예로 ‘패놉티콘’을 들었다. 패놉티콘은 공리주의자로 알려진 제러미 벤담이 공리주의와 초기 자본주의 이론을 완벽하게 구현하고자 제안한 사회 모델이다. 패놉티콘은 중앙에 감시탑이 있고 그 주변으로 여러 개의 감방이 빙 둘러 배치된 형태의 원형 감옥이다. 간수는 죄수들을 감시할 수 있지만 죄수들은 간수를 볼 수 없는 시각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간수가 자리를 비우더라도 죄수는 이를 알지 못한다. 그래서 늘 감시당하고 있다고 생각해 감옥이 정한 규율에 따른다. 벤담은 이 모델이 한 사람이 다수를 감독하는 일을 맡게 될 모든 시설로 확대되길 바랐지만 실행되지 못했다. 패놉티콘은 이후 푸코의 ‘감시와 처벌’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푸코는 패놉티콘이 처벌보다는 인간 정신을 다루려 했다는 점에서 이를 ‘인간 정신사의 일대 사건’, ‘정치 질서의 콜럼버스의 달걀’이라고 불렀다. 더불어 정상적이고 온순하며 능력 있는 즉, 권력이 다루기 쉬운 개인을 생산하는 데 목표를 둔 권력의 속성을 파악해 냈다. 18세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인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노동, 생명, 언어 같은 표상으로 환원되지 않더라도 존재하는 것들이 객관적 실체로 간주되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인간은 존재하기 시작했다. 인간은 인류의 비교적 최근 발명품인 셈이다. 그랬던 인간이 마치 역사의 처음부터 스스로가 주인이었던 것처럼 여기고 권력을 향해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다. 조금이라도 더 강한 힘을 갖길 바라며 규율이 습관처럼 돼 스스로가 자신의 시간과 공간을 통제한다. 이 방식이야말로 권력이 의도한 것이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한다. 이런 우리들에게 푸코는 개인에 대한 감시와 처벌을 축으로 하는 사회 운영의 메커니즘에 관심을 갖고 저항하라고 말한다. ●‘읽어라 청춘’은 격주로 게재됩니다.
  • 쓰레기는 쓰레기통에…‘예절 바른’ 코끼리 포착

    쓰레기는 쓰레기통에…‘예절 바른’ 코끼리 포착

    코끼리가 영리한 동물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코끼리들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해왔던 것보다 훨씬 똑똑한 듯하다. 최근 아프리카의 한 코끼리가 스스로 쓰레기를 주워 쓰레기통에 버리는 모습이 CCTV에 찍혀 화제가 되고 있다. 영국 일간 메트로 보도에 따르면 남아프리카공화국 크루거 국립공원 내에 있는 ‘손힐 사파리로지’라는 숙박시설의 감시 카메라에 ‘예절 바른’ 코끼리 한 마리가 찍혔다. 10일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영상을 보면, 현지시간으로 지난 9월 12일 오후 4시 48분쯤 코끼리 한 마리가 먹을 것을 찾는 중인지 건물 옆을 어슬렁거렸다. 이어 이 코끼리는 화면 쪽으로 천천히 다가오더니 쓰레기통 옆에 떨어져 있던 두 개의 쓰레기를 연달아 주어다가 그 통 안에 버렸다. 아마 이 코끼리는 이곳에서 사육되거나 보호돼 어떤 훈련을 받았을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누구도 지시하지 않아도 이런 행동을 한다는 것이 놀라움을 더한다. 한편 이 영상은 지금까지 조회 수가 190만 회를 넘어서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13. Q여사에게 (3)고달픈 자여, 너의 이름은 샐러리맨… [선데이서울로 보는 그때 그 시절]

    13. Q여사에게 (3)고달픈 자여, 너의 이름은 샐러리맨… [선데이서울로 보는 그때 그 시절]

    ”같은 사무실의 남성들 전부가 변태 아니면 색마로 보이는 것입니다. 오고 가는 잡담이 모두 음담패설인 것은 그래도 참아주겠는데 혹시 다방에라도 같이 가면 얼굴이 뜨거워서 못 견디겠어요.” 인생살이에는 고민이 있습니다. 인터넷 세상이 열리기 한참 전, 활자 매체도 그리 풍부하지 않던 시절, 많은 사람들은 대중 미디어를 통해 고민을 상담하곤 했습니다. 과거 선데이서울도 ‘Q여사에게 물어보셔요’라는 고정 코너를 운영하며 많은 이의 고민을 들어주었습니다. 저마다 아픈 사연들이 하얀 편지지에 적혀 선데이서울 편집국으로 속속 배달됐고, 기자들은 전문가의 자문을 얻어 일일이 답을 해주었습니다. 40여년 전 그 시절의 고민들은 주로 어떤 것들이었을까요. [Q여사에게 물어보셔요] 코너의 주요 내용을 발췌, 몇회로 나눠 전달합니다. (답변 중에는 오늘날의 관점에서 부적절하게 보여지는 것도 있습니다. 내용 자체보다는 당시의 사회상을 가늠하는 데 초점을 맞춰서 보시기 바랍니다.) ▒▒▒▒▒▒▒▒▒▒▒▒▒▒▒▒▒▒▒▒▒▒▒▒▒▒▒▒▒▒ Q여사에게 물어보셔요 (3)고달픈 자여, 너의 이름은 샐러리맨… [Q여사에게] 직장 분위기에 환멸이 느껴져요. 올해 20세 된 직장 여성입니다. 여자가 직장에 다녀서 뭘 하느냐는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회사에 다니고 있는 중입니다. 여학교만 나온 터이나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것이 집안이 어려워서는 아닙니다. 집에서는 살림 배우다가 시집이나 가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아무튼 지금 직장 생활 1년인데 저는 인생에 대한 환멸 속으로 점점 빠져들어 가고 있습니다. 같은 사무실의 남성들 전부가 변태 아니면 색마로 보이는 것입니다. 오고 가는 잡담이 모두 음담패설인 것은 그래도 참아주겠는데 혹시 다방에라도 같이 가면 얼굴이 뜨거워서 못 견디겠어요. 다방 레지 아가씨의 온 몸을 주무르고 야단들이에요. 아침부터 밤까지 이러는 남자들의 심리는 무슨 병일까요. 시집 가서 이런 남자하고 산다고 생각하니 몸이 오싹할 지경입니다. 제가 이상한 여자일까요? 직장을 그만두면 이런 나쁜 기억은 사라지게 될까요? <서울 소공동에서 백> 존경하는 사이가 되도록 노력을… 그런 직장은 하루라도 빨리 그만두는 것이 백양의 정신 건강에 좋겠습니다. 남자들이란 자기네끼리 있을 때라든가 직업적인 서비스걸 앞에서는 못하는 소리와 행동이 없게 마련입니다. 그것이 이른바 직장과 생활의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라고들 하지요. 정신생활이 빈곤하고 일상생활에서는 좌절만 맛보고 있는 사람이 그것을 해소시킬 만한 취미, 정신적 활동까지도 못갖게 되면 결국 백양이 보고 있는 그런 변태나 색마로 타락해 버리는 것이라고 일부 심리학자들은 설파합니다. 문제는 그들이 백양을 숙녀로 보지 않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심한 정신병자라도 그 광란 중에 자기가 조심해야 할 상대를 구별합니다. 하물며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면 변태증세도 매우 가벼울 것이에요. 예절을 지켜야 할 상대 앞에서라면 레지의 몸을 주물러 대는 일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백양, 이런 사태는 백양 자신이 아마 몹시 체신없고 경박하게 굴었기 때문에 남성들에게 아무렇게나 대해도 되는 여자라는 신념을 갖게 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리고 세상의 모든 남자가 다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장담합니다. 걱정말고 시집가세요. <Q> -선데이서울 1969년 9월 14일자 ▒▒▒▒▒▒▒▒▒▒▒▒▒▒▒▒▒▒▒▒▒▒▒▒▒▒▒▒▒▒ [Q여사에게] 간부 여사원이 자꾸 괴롭히는데… 석 달 전부터 저의 사무실 생활은 지옥보다도 더 비참해졌습니다. 저는 직장 생활 2년인 22세의 타이피스트입니다. 그런데 석 달 전 40대 노처녀 타이피스트 한 사람이 들어왔습니다. 타이피스트 경력 20년이니까 물론 초스피드예요. 영어도 잘하기 때문에 외국인인 사장의 비서 역할까지 합니다. 회사가 커져서 채용된 간부급 타이피스트라나요. 그런데 이 간부 여사원이 들어오는 날부터 저를 구박하는 거예요. 오타를 나무라는 것은 물론 전화받는 법이 잘못됐다는 둥, 심지어는 걸음걸이까지 흉을 봅니다. 그것도 10여명 남자사원이 있는 데서 큰 소리로 빈정거려요. 요즘은 회사를 나오려면 골치가 아파지고 그 여자가 옆에 있으면 가슴이 울렁거립니다. 사무실에서 퇴근을 해야만 두통과 가슴의 고통이 멎는 거예요. 그렇다고 회사를 그만둘 처지는 못되는데, 어떡해야 하나요. <서울 소공동에서 미스리> ‘아첨이냐, 대결이냐’ 택일을 하세요 22세 아가씨와 40대 노처녀 사이에도 질투의 감정은 생생하게 일어나는 모양이군요. 미스리는 자기만이 피해자인 줄 알고 있는 모양이지만, 아마 질투의 감정은 양편에 다 있는 것 같아요. 그러나 그것을 시인한다고 해서 일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니 이 말이 별로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요? 문제 해결법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로, 미스리가 태도를 돌변해서 이를테면 옛날 소설에 나오는 기생첩이 대감마님 위하듯 아첨하는 법이 있습니다. 둘째로는 대판 싸움을 걸어서 응어리 졌던 감정을 푸는 법이 있겠지요. 셋째, 제일 건전하고 상식적인 방법인데 낙서첩을 한 개 마련해 틈만 나면 그 40대 여인의 욕설, 악담을 적는 것입니다. 속이 후련해져서 정작 그 사람을 맞닥뜨리면 미운 감정이 약화될 겁니다. <Q> -선데이서울 1969년 4월 20일자 ▒▒▒▒▒▒▒▒▒▒▒▒▒▒▒▒▒▒▒▒▒▒▒▒▒▒▒▒▒▒ [Q여사에게] 미스 K가 미워 죽겠는데… 직원이 40명쯤 되는 작은 회사에 다니는 노총각 샐러리맨입니다. 제가 있는 사무실은 직원이 열 명쯤 있고 여자는 미스K 한 명 뿐입니다. 미스K는 이 회사의 터줏대감 격인 모양인데 이 방 안에서는 과장 다음쯤으로 행세하고 있습니다. 29살이래요. 외모만 보아서는 별로 올드미스 티가 나지 않는 이 여자가 하는 짓만은 여간 올드미스가 아닙니다. 나이는 나보다 겨우 한 살 더 먹은 주제에 어른 행세가 대단하거든요. 전화를 실수로 잘못 받는다든지 장부 정리에 미스가 있으면 일일이 망신을 주는 겁니다. 아무리 직위는 저보다 위라지만 그래도 여자인데 그럴 수가 있습니까. 요즘은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기도 싫고 그 여자만 옆에 있으면 가슴이 답답할 지경입니다. 속 시원하게 분을 풀어 볼 길은 없을까요. <서울 태평로에서 박> 그 여자를 향해 욕을 마구 해대세요 얼마든지 있지요. 미스K가 듣는 앞에서 욕을 마구 해대는 것은 어떨까요. 이를테면 “내 친구 녀석의 사무실에는 말이야, 되게 똑똑한 여자가 한 명 있는데 말야”로 시작해서 그 여자의 죄상을 낱낱이 들어가며 빈정거리는 겁니다. 유치하다구요? 이런 때는 한껏 유치해져야 합니다. 게다가 올드미스 아가씨 하나쯤 매혹시켜 꼼짝 못하게 하는 솜씨도 없는 당신이라면 그런 유치한 짓이 썩 잘 어울릴 것만 같은데요. 좀 덜 유치한 방법도 있지요. 수첩 하나를 마련하세요. 틈틈이 그 수첩에다가 미스K의 욕을 잔뜩 써 보시죠. 속이 좀 후련해질 걸요. 당신이 다른 곳에서 분을 풀고 나면 미스K가 좀 덜 미워질 게고 또 그러면 미스K의 태도도 조금은 달라지리라고 믿습니다. 안 그럴까요. <Q> -선데이서울 1968년 10월 13일자 정리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신문은 1960~70년대 ‘선데이서울’에 실렸던 다양한 기사들을 새로운 형태로 묶고 가공해 연재합니다. 일부는 원문 그대로, 일부는 원문을 가공해 게재합니다. ‘베이비붐’ 세대들이 어린이·청소년기를 보내던 시절, 당시의 우리 사회 모습을 현재와 비교해 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될 것입니다. 원문의 표현과 문체를 살리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일부는 오늘날에 맞게 수정합니다. <편집자註> *서울신문이 발간했던 ‘선데이서울’은 1968년 창간돼 1991년 종간되기까지 23년 동안 시대를 대표했던 대중오락 주간지입니다.
  • 한옥의 멋, 독서의 맛

    한옥의 멋, 독서의 맛

    10일 오전 9시 30분 인왕산 자락에 자리 잡은 한옥형 공공도서관인 청운문학도서관에 청운초교 3학년 30명이 모였다. 도서관 개관 기념으로 기획한 한옥 서당 체험 프로그램 ‘365 종로창의버스 타고 청운문학도서관 나들이’에 참가한 어린이들이다. 서울형 교육우선지구 공모 사업에서 자치구 특화사업으로 선정된 프로그램 중 하나다. 어린이들이 한옥도서관에서 전통문화와 독서 강좌를 한번에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지역 내 14개 초등학교의 학생 및 학부모를 대상으로 9~19일(토·일·월요일 제외) 1회에 30명씩 모두 8회에 걸쳐 실시된다. 이날 세미나실에 모인 학생들은 도령복을 입고 있는 서로의 모습이 낯선지 깔깔거리다가 흰 턱수염에 도포를 입은 훈장 선생님이 들어서자 이내 조용해졌다. 40분간 사자소학 효행편에 나오는 효와 예절을 배웠다. 이어진 ‘창의력 쑥쑥 독서교실’에서는 전래동화 ‘방귀쟁이 며느리’를 연극으로 본 뒤 4개 조로 나눠 직접 이야기를 만들었다. 학생들은 방귀로 호랑이를 물리친 며느리, 전 세계로 퍼진 방귀 바이러스 등 새롭게 지어낸 이야기를 발표했다. 김보희 강사는 “어린이들이 책을 읽으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상상하게 함으로써 창의력을 키우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11시~11시 40분 청운문학도서관 앞마당에서는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전통놀이가 펼쳐졌다. 투호 놀이, 코뚜레걸이, 비석치기, 딱지치기 등은 단연 인기였다. 김시연 어린이는 “훈장 선생님에게 방석에 앉고 일어나는 방법, 인사법, 예절 지키기 등을 배웠는데 어렵기도 했지만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같은 반 오현택 어린이도 “학교 수업보다는 훨씬 재미있다”며 웃었다. 지난달 19일 문을 연 도서관은 지하 1층~지상 1층 건물로 연면적 734㎡ 규모다. 지상 1층에는 작품발표회와 토론회를 열 수 있는 세미나실과 2개의 창작실, 정자가 있다. 지하 1층에는 일반열람실과 어린이열람실, 회의실, 카페, 전시실을 갖췄다. 도서관은 시, 소설, 수필 등의 문학 서적 8000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앞으로 2만권까지 장서를 늘릴 예정이다. 도서관 운영을 맡은 종로문화재단 관계자는 “도서관을 개관한 지 한달이 안 됐지만 하루에 100여명, 주말엔 150여명이 방문한다”면서 “작가들의 원고, 발간 서적, 유품 등을 소개하는 68㎡ 규모의 문학전시실도 내년 개관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세미나실, 창작실 등에 대한 이용 문의가 많아 내년에 공모를 통해 대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앞으로 어린이와 주민들이 지역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우리의 역사, 문화, 예술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그들이 정의를 논할 자격이 있을까/함혜리 문화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그들이 정의를 논할 자격이 있을까/함혜리 문화부 선임기자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의 명재상으로 이름을 떨친 관중은 “창고에 물자가 풍부해야 예절을 알며, 먹고 입는 것이 풍족해야 명예와 치욕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도 있다. 출판계가 원체 어려워서 그런지 염치없는 일들이 종종 목도된다. 최근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 개정판 발행을 둘러싸고 벌어진 해당 출판사 간 감정싸움은 보는 이들의 혀를 차게 하고도 남았다. 도서출판 와이즈베리는 지난달 말 샌델 교수의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 ‘정의란’를 새로운 번역과 감수, 해설을 보완해 재출간했다. 2010년 처음 이 책을 출간했던 김영사와의 한국어판권 계약이 지난 5월 종료됨에 따라 와이즈베리가 판권을 인수한 데 따른 것이다. 물론 김영사 측에서 순순히 판권을 넘겼을 리는 없다. 샌델 교수의 책은 국내에 ‘정의’ 열풍을 일으키며 출간 11개월 만에 100만부가 팔렸고 지금까지 123만부가 팔린 밀리언셀러다. 저자인 샌델 교수에게 14억 7600여만원의 인세가 지급됐다. 계약 종료를 앞두고 지난 2월 저작권사의 재계약 조건 제시 요청을 받은 김영사는 최초 선인세의 10배에 해당하는 20만 달러(약 2억 2000만원)를 제시했다. 하지만 판권은 이보다 더 많은 액수를 제시한 와이즈베리에 넘어갔다. 이 회사는 2012년 샌델 교수의 또 다른 책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출간하면서 수억원대의 선인세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정이 어찌 됐든 판권을 넘긴 김영사로서 배가 아픈 것은 당연하다. 와이즈베리가 ‘한국 200만부 돌파’라는 카피에 김영사와 같은 제목으로 한국어판을 내자 김영사는 출판 200만부도 진실이 아니며, 번역도 예전과 대동소이하다는 내용의 메일을 각 언론사에 뿌렸다. “타 출판사가 성공적으로 출판한 책을 거액을 투자해 가져가는 데는 성공했지만 자신만의 콘셉트로 적극적으로 새로운 독자를 향해 출판사 고유의 메시지와 출판 정신을 담으려 했는지 질문하게 된다”는 감정 섞인 발언도 덧붙였다. 와이즈베리는 교육출판전문회사 미래엔의 교양도서 출판부문이다. 미래엔의 전신은 교육 입국의 가치를 내세우며 우리나라에서 주식 공모 형식으로 설립된 최초의 기업, 교과서 출판 역사의 대명사인 대한교과서(1948년 창립)다. 교과서 외에도 순수 문예지인 월간 ‘현대문학’, 어린이 잡지 ‘새소년’을 창간했던 옛 대한교과서의 기업 정신을 이어 간다면 새로운 작가를 발굴 육성하는 게 맞을 것이다. 하지만 와이즈베리는 시장에서 이미 검증된 책으로 안전하게 가는 길을 택했다. 이 출판사가 지난 7월 출간한 리처드 와이즈먼의 저서 ‘괴짜 심리학’도 웅진지식하우스에서 2008년 출간한 스테디셀러다. 출판문화계의 선두주자로 오랫동안 군림해 온 김영사의 대응 방식도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고, 수억원을 선인세로 갖다 바친 와이즈베리의 행태도 씁쓸하다. 강단에서는 시장지상주의를 꼬집으면서도 인세 수입을 놓고 한국의 출판사를 저울질했을 샌델 교수도 순수해 보이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이 과연 정의를 논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lotus@seoul.co.kr
  • [열린세상] 당신은 누구와 밥을 먹는가/강순주 건국대 건축학부 교수

    [열린세상] 당신은 누구와 밥을 먹는가/강순주 건국대 건축학부 교수

    여성의 사회 진출과 1인 가구의 증가로 가정에서 식사하는 비율이 예전 같지 않다. 식생활 문화가 다양해지면서 소위 ‘혼밥’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하고 있으며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실로 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하는 비율은 급속히 줄어드는 추세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주중 이틀 이상 가족과 저녁을 먹는 사람의 비율은 64% 수준이었으며, 그중 20대는 45.1%로 가장 낮았다. 예전에는 가족이 함께 둘러앉아 어머니가 해주는 집밥을 먹고 예절을 지키며 식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풍경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밥을 먹는 것도 쉽지 않게 됐다. 그마저 다양한 대체 식품을 구입하기도 하고, 아니면 외식으로 해결하기도 한다. 일견, 오늘날은 식사에 대한 자유로운 선택이 많아져 이상적인 식생활 문화가 펼쳐진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연구들에서는 가족과 함께하는 공식(共食)공동체가 부활돼야 함을 일깨워 주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학 연구진은 만 3세 어린아이가 식탁에서 가족과 함께 식사하며 배우는 어휘력이 책을 읽을 때보다 10배 많다고 발표했다. 컬럼비아대학 연구진도 가족 식사를 많이 하는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A학점 받는 비율이 2배 높고, 비행에 빠질 확률은 50% 감소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연구에서는 가족과의 식사 횟수가 많을수록 식습관이 좋아지고 매사에 긍정적이며 감정적으로도 안정된다는 발표가 있었다. 밥을 가족과 함께 먹는 건 분명 인성이나 학습에 영향을 주는 게 확실하다. 가족이 해체되고 가족의 수만큼 가족의 형태가 존재하는 오늘날 반드시 혈연으로 이루어진 가족만이 공식(共食)공동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웃, 친구, 동료 등 다양한 대상이 있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11월까지 집밥 관련 약 11만건의 소셜 버즈(Social Buzz)를 분석한 결과 집밥 관련 내용이 지난해보다 48%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집밥이 개인사가 아닌 집단의 관심사로 부각됐음을 짐작하게 한다. 외식업계 창업 트렌드 1순위 중 하나도 ‘집밥 콘셉트’라는 결과도 있으니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소박하면서도 질리지 않는 끼니를 추구하고픈 현대인의 필요성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이러한 집밥을 그리워하는 낯선 사람들이 함께 만나 밥을 먹는 ‘소셜다이닝’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것 또한 새로운 공식(共食)공동체의 등장이다. 소셜다이닝은 고대 그리스의 식사 문화인 ‘심포지온’에서 비롯된 것으로 식사를 매개로 하여 모르는 사람과도 공통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교류하는 것을 뜻한다. 최근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주목받는 트렌드다. 생각해 보면 역설적이다. 인간이 가장 행복을 느끼는 것은 좋아하는 사람과 식사를 할 때인데, 더 좋은 삶을 살겠다고 맞벌이를 하는 등 바쁘게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정작 식사의 질은 낮아지고 있으니 말이다. 집밥의 느낌이 나는 식사를 사 먹는 게 대부분 직장인들의 열망이 됐고, 그 열망을 쉽게 충족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돈이 있어도 조미료나 농약으로부터 깨끗하고 어머니 손맛처럼 몸으로 전해지는 편하며 영양가 있는 음식을 사 먹는 게 어렵다. 자의든 타의든 가족들과의 식사가 어려워 가정 내에서도 나 홀로 식사가 일상화되고 인간 관계가 축소되고 있는 요즈음이야말로 함께하는 식사를 통해 본질적 행복감을 다시금 느껴야 한다. 식사는 공복을 채우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회복하는 시간이다. 거기서 얻는 정과 유대감은 가족 관계뿐 아니라 사회적 문화와 환경과의 관계 형성으로까지 이어진다. 굳이 전통적 의미의 가족이 아니더라도 행복한 끼니를 함께하는 공동체들이 더 늘어나고, 안심하고 신선한 음식을 즐기는 데 관심을 갖는 건 사회적으로도 좋은 파장을 가져올 수 있다. 외식 산업의 트렌드가 바뀌고, 식량 자급률을 높이며, 인간과 자연이 공생하면서 농업과 식탁을 연결시키는 로컬 푸드 운동이 활성화될 것이다. 인간과 흙을 위협하는 농약과 비료의 사용도 줄여 갈 수 있다. 공식(共食)공동체의 부활과 진화를 기대한다.
  •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달라진 수능 후 고3 교실을 가다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달라진 수능 후 고3 교실을 가다

    2015학년도 수능 시험이 끝나고 대학별 수시모집 논술고사도 마무리됐다. 해마다 이맘때면 일선 고등학교들은 ‘고3 수업’을 어떻게 운영할지 고민에 빠진다.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지 않기 때문에 정상적인 수업은 어려운 반면 정해진 수업 일수를 채우기 위해 편법으로 형식적인 학사운영을 할 수밖에 없어서다. 이처럼 매년 되풀이되고 있는 ‘교실의 파행’을 막기 위해 탄력적인 학사일정과 학생들의 적성과 취미를 고려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학교와 교사들의 노력이 눈길을 끌고 있다. “자! 그럼 각자 재고 싶은 부분을 자유롭게 연습해 보세요. 옷 쇼핑을 지혜롭게 하는 팁은 우선 지금 입고 있는 옷의 치수를 먼저 재 놓는 겁니다” 지난 28일 수능을 마친 서울여고 고3생들을 위한 패션특강 시간이다. 전문패션강사가 예비숙녀로 갖춰야 할 패션예절과 체형에 따른 패션연출법 등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었다. 류수정 학생은 “졸업을 앞두고 패션에 관심이 많은 우리에게 실질적이고 흥미 있는 교육이었다”며 만족해했다. 정일 교장은 “기존의 수업일수를 유지하면서도 고3 학생의 처지에 걸맞은 교육과정을 편성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금천고의 고3 학생들은 수능이 끝난 후 스스로 졸업식에서 상영될 영상을 만들고 있었다. 영상촬영, 편집 등은 영상 분야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맡았지만 만들고 싶은 영상의 기본 콘셉트와 주제는 학급회의에서 논의 끝에 결정됐다. ‘고3의 하루 일상’을 영상에 기록하기로 한 것. 아침에 교문에 들어서서 수업을 받고 친구들끼리 수다를 떨거나 선생님 몰래 장난치는 모습 그리고 하교하는 과정까지 자연스럽게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금천고 이의순 교감은 “수능이 끝난 후의 시간은 학교에서 보람 있게 보내기 힘든데, 이런 기회를 만듦으로써 아이들에게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군포시 용호고등학교는 기말고사가 끝난 지난주부터 오전에 우쿨렐레 수업을 하고 있다. 우쿨렐레는 하와이 민속악기로 기타보다 휴대하기 편하고 배우기가 쉬워 학생들은 하루에 한 곡씩 새로운 곡을 배우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용호고는 지난 9월부터 탄력적으로 학사일정을 조정해 수능 이후에는 특기수업인 ‘교과융합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운전, 사진, 제과와 바리스타, 드럼, 보컬, 요가, 바둑 등 다양한 강좌가 진행되고 있었다. 임선희 3학년 부장 교사는 “수능 후 ‘혼란기’라고 불릴 만큼 사실상 거의 수업이 진행되지 않던 3학년 교실의 풍경이 달라졌다”며 “학생들이 하고 싶지만 미뤄 왔던 폭넓은 교양과목과 문화 체험학습에 관심을 갖고 지도할 때”라고 말을 이었다. 교육부는 이달 초 각 교육청을 통해 ‘수능 이후 고3 학사운영 내실화’ 공문을 토대로 교육과정 운영 방안을 고등학교에 전달했다. 전국 시·도교육청에서 추천한 사례를 중심으로 자료집도 제작, 보급했다. 수능을 끝낸 고3 학생의 ‘수업 공백’ 고민이 커지고 있는 학교에서 참작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등교하는 수업 일수와 공부하는 수업 시수가 법으로 정해져 있는 현실에서 법정 수업 시수를 온전히 채우기란 쉽지가 않다. 그럼에도 일선 학교와 교사들의 노력으로 수능이 끝난 고3 교실 풍경은 조금씩 개선되어 가고 있었다. 수능 성적표 배부를 앞둔 고3 학생들은 시험이 끝났다는 홀가분함보다는 걱정이 더 커 보인다. 지금 이들에게 정말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학창시절을 마무리하면서 자신의 진로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할 시간이다. 수능 이후에 학교에 오는 일이 평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소중했던 시간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글 사진 jongwon@seoul.co.kr
  • [명인·명물을 찾아서] 분뇨처리장 위에 피어난 한옥의 꿈

    [명인·명물을 찾아서] 분뇨처리장 위에 피어난 한옥의 꿈

    우리나라 최초 한옥형 유스호스텔인 ‘순천만 에코촌’이 입소문을 타면서 명품 숙박시설로 자리 잡고 있다. 평상시 2~3개월 전부터 예약이 완료돼 좀처럼 이용하기가 힘들 정도다. 지난 6개월 동안 300만명이 찾아온 순천만정원 인근에 있는 순천만 에코촌은 순천만 주변에 넓게 펼쳐진 갈대 군락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은 원래 순천시의 분뇨처리장이었다. 지난 22여년 동안 분뇨처리를 하다 보니 악취가 진동하고, 하천이 썩을 정도로 시민들이 찾지 않는 혐오시설이었다. 하지만 순천시가 분뇨처리장을 현재의 맑은물관리센터 부지로 옮기면서 순천만 인근에 있다는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4월 우리나라에서 처음 열린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위한 한옥 숙박 시설 및 생태 교육 장소로 새롭게 만든 것이다. 순천만 등 생태 관광자원을 보호하고, 관광객 및 청소년들이 부담없이 머물며 생태문화를 즐길 수 있는 유스호스텔형 숙박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조성하게 됐다. 국비 40억원 등을 포함해 96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부지 9684㎡, 연면적 1820㎡에 에코촌을 만들었다. 13.5~117㎡ 등의 숙박시설 4동 20객실(방 43개), 부대시설로 식당, 세미나실, 강의실 등을 갖춘 전통 한옥형 유스호스텔로 재탄생했다. 순천시가 에코촌 바로 앞 해룡천을 정비하면서 이곳은 쇠백로와 왜가리, 청둥오리 등 수백 마리가 떼를 지어 날아다니는 장소로 변했다. 왜가리 등이 물고기를 잡아먹거나 제자리에 앉아서 자태를 뽐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지난 8월 한국관광공사에서 실시한 우수한 한옥체험 숙박시설로 선정되기도 했다. 사람의 몸과 정신에 좋은 알파파와 엔도르핀을 생성하는 데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한옥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역할도 하고 있다. 비염이나 아토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에코촌에서 잠자고 아침에 일어나면 기분이 너무 좋다고도 한다. 에코촌은 친절성과 고객서비스, 시설편의성, 안전성, 청결도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운영 중인 에코촌은 평일에는 초·중·고생, 주말엔 가족 위주로 찾으면서 수학여행 및 청소년 체험 학습 숙박 장소로 이용됐다. 순천만 에코촌은 한번 머물렀던 관광객들이 한옥의 색다름에 취해 또다시 찾기 시작하면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을 지난 4월 순천만정원으로 새롭게 개장한 뒤 최근 8개월 동안 340여만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를 얻으면서 에코촌도 덩달아 상한가를 치고 있다. 친구·가족 모임과 부모님을 위한 효도관광, 결혼식 참석차 방문한 친구들이 숙박 장소로 이용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효도 숙박이 증가하는 주된 요인은 에코촌이 생태와 전통 한옥을 체험하는 테마가 있는 관광으로 연계되고 한옥 자체가 노인들에게 향수를 느낄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아파트 등 도심에서 벗어나 사방이 트인 공간에서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며 전통 한옥에서 특별한 숙박 체험을 할 수 있어 가족 모임도 늘어나고 있다. 순천만 에코촌은 지난 10월 청소년수련활동 인증위원회로부터 ‘한옥이 살아 숨 쉬는 예절교실’로 선정돼 청소년 수련 인증 프로그램으로 인증받았다. 예절교실은 청소년들이 한옥 숙박 체험 및 조상들의 지혜와 한옥의 우수성을 배울 수 있다. 올바른 예절과 인사법을 현장에서 직접 따라해 몸에 익혀 가정·학교·사회 실생활에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사람 사이의 관계를 원만하고 조화롭게 유지하도록 지도하는 1박 2일 숙박형 청소년 수련활동 인증 프로그램이다. 지난 25일부터 첫 운영에 들어가 대구 대서중학교 학생 30여명이 교육을 받았다. 예절교실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초등·중등·고등학생 그룹별로 실시한다. 참여 신청은 각급 학교나 청소년 단체 등에서 1회 20명 이상 70명까지 연중 신청이 가능하며 겨울방학을 이용해 희망 청소년들을 모집, 운영할 계획이다. 또 에코촌은 전남 청소년 미래재단과 ‘청소년 기관 정보교류 네트워크 구축에 따른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진로교육활동, 생태환경 교육 등 청소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할 예정이다. 우수 한옥 체험숙박시설로 선정된 에코촌은 한국관광공사에서 운영하는 한옥정보 홈페이지 및 홍보 책자에 게재되고 전국 관광안내전화 1330을 통한 한옥 정보에 등록되는 등 국내외 홍보와 인프라 개선 지원 등을 받고 있다. 11월 현재 올해 에코촌 숙박인원은 1만 9000여명이다. 수입은 4억 8000여만원으로 이용은 개인은 1만 2000여명, 성인은 7000여명으로 나타났다. 국가유공자와 1∼3급 장애인은 숙박료 30% 할인된다. 청소년의 경우 1인 숙박비는 1만원으로 식비는 중학생 이하 5000원, 고등학생·대학생은 6000원이다. 시는 순천만 에코촌 유스호스텔의 명칭을 ‘순천’과 ‘전통 한옥 숙박시설’을 떠올릴 수 있는 새 이름으로 공모를 추진하고 있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예절 배우려 ‘지옥훈련’ 받는 中여대생들 현장 공개

    예절 배우려 ‘지옥훈련’ 받는 中여대생들 현장 공개

    아름다운 자태와 바른 자세로 행사장의 ‘꽃’ 으로 불리는 행사 도우미 또는 항공사 승무원 등이 되기 위해 ‘지옥훈련’을 받는 여대생들의 모습이 공개됐다. 중신망 등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28일 중국 난징항공항천대학의 여대생들은 올바른 서비스 자세를 배우는 ‘예절교육’에 참가했다. 유니폼을 입은 여대생들은 대부분 대학에 갓 입학한 신입생으로, 졸업 후 항공사 승무원이나 올림픽 등 공식 행사에서 트로피를 전달하는 행사도우미 등 서비스 직종에 종사하기 위해 일찍부터 예절교육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 교사의 엄격한 규율 아래 학생들은 젓가락을 입에 물고 미소를 짓는 연습, 얇은 종이를 종아리 사이에 끼우고 바른 자세로 서 있는 연습 등을 쉬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바른 자세로 걷기, 바른 자세로 손 모으고 서 있기 등의 자세를 연습하고 끊임없이 교정받는 등 최고의 ‘서비스 인’(Service 人)이 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 교육에는 여대생 뿐만 아니라 남학생들도 참여해 높은 관심을 실감케 했다. 이러한 교육은 최근 중국 내 서비스직에 대한 인력 수요가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옥훈련’이라고 불릴 정도로 힘든 교육 과정임에도 이를 이수하려는 학생 수가 늘고 있는데, 이는 서비스직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다른 직종에 비해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중국에서 서비스직의 ‘대표’격으로 불리는 항공사 승무원(스튜어디스)의 경우, 아나운서 직종과 함께 여대생들의 워너비 직종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어린이회관 근화원,‘여우꿈 캠프’ 참가자 모집

    어린이회관 근화원,‘여우꿈 캠프’ 참가자 모집

     육영재단 어린이회관(이사장 조수연)의 예절학습장 ‘근화원’은 겨울방학을 맞아 초등학생에게 튼튼한 꿈의 뼈대를 심어 줄 ‘여기서 우리의 꿈을 찾아요’(이하 여우꿈) 캠프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27일 밝혔다.  이번 캠프는 어린이들이 긍정적인 생각의 힘을 키워 새로운 꿈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을 길러 소통과 협력을 통해 꿈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도록 돕기 위해 마련됐다.  교육 기간은 2015년 1월 8~9일 1박 2일이며 참여 대상은 80명이다. 참가비는 학생 1인당 8만원으로 교육 및 숙식에 소요되는 비용이며, 눈썰매 타기를 비롯한 모든 프로그램은 외부 이동 없이 어린이회관 내에서 이뤄지므로 안전하다.  이번 여우꿈 캠프는 꿈을 찾는 여행의 시작, 인성교육을 통한 내 마음 들여다보기, 눈썰매 타기, 레크레이션 및 캠프파이어, 전래놀이를 통한 협동심 기르기, 생활다도 체험, 천체 관람 등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진 다양한 프로그램이 예정돼 있다.  참가 신청은 선착순이며, 전화(02-2204-6110~1)접수가 진행 중이다. 김주혁 선임기자 happyhome@seoul.co.kr
  • 서울이 궁금해? 뿌까에게 물어봐~

    서울이 궁금해? 뿌까에게 물어봐~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앞 가로판매대가 인기 캐릭터 ‘뿌까’와 빨간 기차를 이용, 명물로 탄생했다. 이는 서울시가 시민에게 좀 더 다가서기 위해 타요 버스와 라바 지하철에 이어 세 번째로 찢어진 눈에 양 갈래 만두머리로 친숙한 캐릭터 ‘뿌까’를 이용한 것이다. 서울시는 뿌까 캐릭터를 만든 주식회사 부즈와 17일 업무협약을 맺고 캐릭터 ’뿌까’를 무상으로 활용해 서울시의 공익 콘텐츠를 공동 제작하기로 했다. 시는 뿌까가 10∼30대 여성에게 인지도가 높은 점을 고려해 여성과 어린이 관련 시정 정보를 중심으로 주요 정책 정보에 뿌까를 접목해 제공할 예정이다. 19일부터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 앞 가로판매대와 구두수선대를 활용해 민선 6기 시정슬로건인 ‘함께 서울’과 주요 핵심정책 정보를 뿌까로 디자인했다. 또 연말까지 명동예술극장 앞 명동길에 뿌까를 활용해 ‘서울의 가볼 만한 곳’ 안내판을 설치하고, 버스 승강장에서 대중교통 이용 공중예절 캠페인도 진행할 계획이다. 김선순 서울시 시민소통기획관은 “중국과 브라질 등 외국인에게 인기가 많은 뿌까를 이용,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열린세상] 한류 원조, 태권도는 안녕한지요/김용환 서울대 초빙교수·전 문화관광부 차관

    [열린세상] 한류 원조, 태권도는 안녕한지요/김용환 서울대 초빙교수·전 문화관광부 차관

    ‘한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요즘은 K팝, K드라마지만 한류의 원조는 태권도다. 태권도는 우리나라에 뿌리를 둔 유일한 올림픽 종목으로 9000만명이 넘는 세계인들이 수련하는 스포츠다. 태권도를 통해 건강, 예절, 인격수양의 체덕지(體德智)를 아우르는 대한민국의 기상과 정신을 공유하고 있다. 포르피리오 로보 온두라스 대통령, 무함마드 알카시미 아랍에미리트(UAE) 왕자, 도요시 사토 세계대학총장협회 회장,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세계 지도자들이 함께하는 스포츠다. 태권도의 경제적 가치를 화폐로 환산하면 300조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태권도는 교민사회와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 태권도는 교민들의 고단한 타국 살이를 달래 주고 한국인의 자긍심을 지켜 주었다. 모국과 교민사회를 끈끈하게 잇는 가교가 돼 준 것도, 교민사회의 취약한 경제력에 버팀목이 돼 준 것도 태권도였다. 경제 형편이 녹록지 않았던 1970년대에도 나랏돈으로 태권도 사범을 해외에 파견했던 우리 선배들의 지혜가 녹아 있다. 이들의 헌신과 열정이 있었기에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유산이 될 수 있었다. 30여년 공직생활의 대부분을 경제 부처에서 보냈던 필자가 태권도 업무를 접하게 된 것은 2012년이다. 그해는 런던하계올림픽 개최와 함께 25개 올림픽 핵심 종목 선정, 차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선출을 목전에 두었기에 국제스포츠계의 외교전은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국제스포츠계는 총성 없는 전쟁터였다. 특히 국제스포츠계로부터 태권도의 올림픽 퇴출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었던 시기인지라 일 년 내내 긴장의 연속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2013년 2월 IOC 집행위원회는 레슬링을 핵심 종목에서 퇴출한다는 결정을 했다. 태권도의 올림픽 유지 소식을 가슴 졸이며 전해 듣던 순간 기쁨과 함께 느꼈던 안도감은 아직도 생생하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정식종목이 된 지 12년밖에 되지 않은 태권도가 올림픽의 핵심 종목을 유지하게 된 것은 우리 스포츠계의 쾌거였다. 그럼에도 태권도의 앞날은 안녕하지 않다. 정부의 공언에도 승부조작, 파벌싸움, 이권개입 등 체육계의 적폐는 근원적으로 해소되지 않고 있다. 태권도진흥재단, 국기원, 대한태권도협회, 세계태권도연맹, 세계태권도평화봉사재단 등 유사 기관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설립돼 정부 지원을 받다 보니 중복지원이 많고 운영비도 과다하여 지원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 기관 간 협조나 연계는커녕 과열경쟁으로 상호 견제만 심화하고 있다는 태권도계 내부의 볼멘소리도 들린다. 그동안 태권도는 환경변화에 따른 자기 혁신과 새로운 프로그램이 없다 보니 감동과 흥미가 떨어지고 있다. 성인들로부터 외면을 받다 보니 자칫 초등학생용 호신 운동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태권도 정신은 유지하면서도 많은 사람이 함께 즐기고 감동하는 융통성 있는 태권도가 돼야 한다. 태권도도 이제는 단순 홍보를 뛰어넘는 마케팅이 필요한 시기다. 태권도의 메카를 표방하며 서울월드컵경기장의 10배에 이르는 부지에 2500억원을 들여 무주에 개원한 태권도원은 개장 일 년이 지났지만 방문 인원이 예상의 10분의1에도 미치지 못해 애물단지로 전락할 위기에 있다. 매년 수백억원의 운영비가 소요되지만 그 효과는 미지수다. 근자열 원자래(近者說 遠者來)라는 논어의 말씀처럼 우리부터 태권도를 제대로 즐겨야 외국인들도 태권도를 즐기고 사랑하지 않을까. 태권도원의 활성화는 하드웨어 확충에 앞서 태권도를 사랑하고 생활화하는 무주군민들의 모습에서 실마리를 찾았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현재의 IOC 정책이 변화하지 않는 한 2년 후에는 올림픽 종목 유지를 위한 고비를 또다시 넘어야 한다. 태권도가 이대로 방치된다면 올림픽 유지는 결코 장담할 수 없다. 중국의 우슈, 일본의 가라테 등 여타 종목들의 올림픽 진입 공세도 한층 강화될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태권도를 살리기 위한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다. 지금이 우리 모두가 태권도를 아끼고 후원하는 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할 때다. 이를 계기로 태권도가 올림픽 종목 유지라는 소극적 대응을 뛰어넘어 세계인들이 진정으로 사랑하고 즐기는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 본다.
  • 러 한민족학교 설립자 한국 국적 취득

    “고려인 이주 15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해 매우 기뻐요.” 러시아 국적의 엄넬리(74·한국명 엄원아) 박사는 고려인 4세다. 150년 전 증조할아버지가 강원도 영월에서 러시아 연해주로 이주했다. 엄 박사는 러시아에서 한국 문화 교육의 선구자로 유명하다. 모스크바에서 중·고등학교 교사로 일하다가 1991년 51세의 나이에 생애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을 때만 해도 우리말을 몇 마디 못했다. 한 핏줄이고 생김새도 같은 데 한국말을 하지 못한다는 게 너무나 원통해 모스크바로 돌아온 뒤 독학으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이듬해에는 러시아 유일의 한민족학교를 설립했다. ‘뿌리’를 잊지 않도록 우리 전통예절도 가르치며 20여년 동안 동포들에게 한민족의 주체성과 긍지를 심어왔다. 그런 공로를 인정받아 1998년 대통령표창, 2002년 국민포장, 2007년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았다. 그러던 그가 우리 국익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특별공로귀화자 2호가 됐다. 법무부는 31일 엄 박사에게 한국 국적을 수여하는 ‘국적증서 수여식’을 열었다. 벨기에 출신으로 ‘시흥동 슈바이처’로 불리는 마리 헬렌 브라쇠르(68·한국명 배현정) 전(全)·진(眞)·상(常)의원 원장도 함께 증서를 받았다. 독립유공자 후손 자격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대한민국 국익에 기여한 공로로 특별귀화가 허가된 것은 2012년 3월 인요한 박사 이후 두 번째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재계 인맥 대해부 신흥기업 (8)서울반도체] 특허소송때 담배 끊고 1년여 머리도 안자른 ‘집념의 승부사’

    [재계 인맥 대해부 신흥기업 (8)서울반도체] 특허소송때 담배 끊고 1년여 머리도 안자른 ‘집념의 승부사’

    “세상은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다.” 이정훈(61) 서울반도체 대표가 대학시절 귀에 딱지가 앉도록 자주 듣던 말이다. 이 대표의 부모는 그가 학업에 소홀하다 싶으면 “공부를 그렇게 허투루하다가 사회에 나오면 세상이 만만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오로지 등산 동아리에만 심취해 했던 이 대표가 발광다이오드(LED) 업계의 거물로 성장한 데는 어떤 배경이 있었을까. 자세한 가정사 등을 일절 공개한 바 없는 이 대표의 가맥과 인맥은 화려함 그 자체였다. 1953년 경기 광명에서 나고 자란 그는 광명에서 알아주는 만석꾼이었던 아버지 밑에서 부유하게 자랐다. 어머니 고 박순여씨는 그를 끔찍이 아꼈는데, 서울반도체 인수 당시 “조그마한 구멍가게 인수해서 뭐하러 고생하느냐”고 말했다는 일화는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얘기다. 이 대표의 어머니는 2001년 5월 암으로 작고했다. 이 대표는 고려대 물리학과 71학번이다. 1975년부터 2년간 ROTC로 복무한 뒤 1979년 고려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땄다. 1981년 제일정밀공업 과장으로 입사해 회사 경험을 쌓다 1983년 오클라호마대 MBA 대학원에 진학했다. 1985년에는 둘째 형인 이정인(65)씨가 운영했던 삼신전기 임원으로 합류한다. 당시 삼신전기는 자동차부품업체를 생산했던 중소기업으로 액정식 계기판과 히터컨트롤박스 오염방지 장치 등을 생산했다. 이 대표는 삼신전기의 부사장으로 재직하며 영업부터 기술 연구 부문까지 전 영역에서 경영 감각을 키웠다. 정인씨는 1987년 회사 경영권을 현 삼신이노텍 김석기씨에게 넘겼고, 1991년까지 부사장으로 있던 이 대표는 1992년 눈여겨보던 서울반도체를 인수했다. 3남 2녀 가운데 막내인 이 대표의 첫째 누나 이정자(76)씨는 노창희(76) 전경련 고문과 결혼했다. 노 고문은 전 유엔대사를 지낸 인물로 이 인연은 농심가까지 연결된다. 노 고문은 노홍희 신명전기 전 사장의 아들로 신격호 회장의 둘째 남동생인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과도 혼맥으로 이어져 있다. 신춘호 회장의 3남 동익씨(농심유통계열사 메가마트 부회장)가 바로 노재경씨와 결혼했는데 재경씨는 노 고문의 조카다. 정자씨와 노 고문 사이에는 노재령(51·여) 국립현대미술관후원회 상임이사, 노재호(48) 서강대 영문학과 교수가 있다. 첫째 형인 이정환(67) GS&J 인스티튜트 이사장은 농사꾼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국내 대표적인 농업경제학계의 학자가 됐다. 1946년생으로 서울대학교 농학과를 졸업한 뒤 일본 홋카이도대학원에서 농업경제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한국농촌 경제연구원에서 연구 활동했다. 2005년 연구원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난 정환씨는 민간 연구기관인 GS&J 인스티튜트를 설립해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현재 농업 통상 문제 등을 연구하고 있다. 한·미FTA 자원위원회 위원, 농업농촌 특별 대책 위원회 통상협의회 의장을 맡는 등 대외활동도 왕성하다. 둘째 누나인 고 이정신은 수필 문학가로, 전 감리교 전국여선교회 회장을 지냈다. 2009년 3월 작고한 정신씨의 남편 천광남씨는 고층 비상탈출 장치로 1984년 제네바 국제 발명 신기술 전시회에 참가할 정도로 주목받았던 엔지니어다. 컨베텍 기술 고문을 지냈다. 경기 안성에서 중앙회계사무소를 운영하는 천승희씨가 장남, ‘언플러그드 보이’ 등 독특한 화법으로 신선한 돌풍을 불러일으켰던 만화가 천계영(45·여)씨가 정신씨의 차녀다. 이 대표는 카리스마 넘치는 화법과 치밀한 경영 스타일을 가졌다고 평가받는다. 지금도 영업 전방에서 왕성하게 뛰고 있다. 호방한 성격으로 전형적인 리더라는 평이 많지만 실제로는 조용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인물이라고 측근들은 전한다. 기술개발과 경영을 두루 섭렵한 그는 한번 마음먹은 분야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파고드는 성격이다. 기업설명회(IR) 등에서 다양한 국가의 LED 산업에 관한 질문에도 통찰력 있는 답변을 제시한다. 일벌레로도 유명한데 명절에도 회사에 나와 근무를 하는 등 일년 대부분을 회사에서 보내고 있다. 세계 5개 법인, 40개 대리점을 챙기느라 분주한 그는 직원과 소통하는 데도 열심이다. 분기별로 임직원과의 토크쇼를 열고, 패밀리 데이 등 직원들의 가족까지 살뜰히 챙기는 따뜻한 리더다. 한번은 임직원 수십 명에게 자비로 주식을 사서 나눠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 대표의 영업성공률은 80~90%로 비즈니스 영업의 귀재”라면서 “비즈니스 정도와 예절에 능숙하다. 매우 세련됐다”고 평했다. 또 “일에서만큼은 엄격하고 직원들에게 비전을 심어주는 데도 탁월하다”면서 “한번 본 사람은 이 대표의 열정과 씀씀이에 감동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에서도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임원들이 부진하다 싶으면 특단의 조치도 내린다. 아예 회의를 시작부터 끝까지 서서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고집도 세다. 실적이 부진했던 2007년에는 원하는 바를 이룰 때까지 머리를 자르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실제 이 대표는 2007년 10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1년 2개월 동안 이발소를 찾지 않았다. 이때가 바로 세계 1위 LED 기업인 일본 니치아화학공업으로부터 특허 관련 소송을 당했을 때다. 애연가였던 이 대표가 담배를 끊었던 때도 이쯤이다. 건강해야 잘 싸울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이 대표는 결국 골리앗이었던 니치아화학공업을 이겼다. 호시탐탐 LED 연구인력을 빼가려는 대기업과 맞선 것도 이 대표의 뚝심이 컸다. 연매출 1000억원 때부터 그는 대기업들과 ‘부정경쟁방지법’을 근거로 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이 대표는 스스로 “인맥은 거의 없지 않나”라고 말하지만 그는 한승수 전 국무총리와 이채욱 CJ그룹 부회장 등 거물급 인사와 친분이 남다르다. 이 중 한 전 총리는 서울반도체 사외이사이기도 하다. 이명박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데다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에서도 각각 장관 자리에 올라 정·관계 영향력이 크다. 때문에 이 대표가 삼고초려 끝에 한 전 총리를 모신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국무총리 시절 녹색성장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고효율 친환경 LED 사업을 추진하는 서울반도체와 통한다. 이채욱 부회장은 GE코리아 사장과 GE아태지역 헬스케어사업을 총괄하는 GE아시아성장시장 총괄 사장,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지낸 인물이다. 이 부회장도 과거 서울반도체 사외이사를 지냈다. 제일기획 대표이사, 삼성물산 사장 등을 거쳐 야후 코리아 경영고문을 지낸 신세길 서울반도체 회장도 이 대표가 어려울 때마다 조언을 얻는 최측근이다. 신 회장은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2002년 서울반도체 회장으로 부임했다. 이 대표는 알아주는 등산광이다. 부인 김재진(60)씨도 대학교 등산 동아리 활동을 통해 만났다. 슬하에는 아들 민호(34)씨와 딸 민규(27)씨가 있다. 그는 엄격한 자식 교육으로 정평이 나있는데 ‘인생은 드로잉’이라는 자신의 좌우명을 가르친다고 한다. ‘인생은 다시 지우고 그릴 수 없는 그림을 그려간다’는 말로 신중하게 첫 단추를 잘 끼우고 미리미리 준비하라는 말이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충효의 고장’ 충청, 존속살해사건 전국 1위 오명

    충효를 중시하는 양반의 고장인 충청도에서 의외로 존속살해사건이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1일 열린 대전지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지난해 대전·세종·충남 등 대전지검 관할 지역에서 자식이 부모를 살해한 존속살해사건이 9건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이는 2011년 4건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반면 전국의 존속살해사건은 2011년 78건, 2012년 77건에 이어 지난해 53건으로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대전·세종·충남의 발생 건수는 인구가 3배쯤 많은 서울의 8건과 비교해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강종원 충남도역사문화연구원 실장은 “이 같은 사건은 예절을 중시하는 충청인의 기질과 무관하고 급작스러운 지역 사회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해 일어나는 현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충남도는 지난 2월 충남이 전국 최고의 자살률을 보이는 것과 관련한 심리사회적 부검(심리부검) 보고회에서 “체면을 중시하고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충청인의 이른바 ‘양반문화’도 한몫한다. 충남경찰청 관계자는 “충청도 기질보다 개발붐이 급격히 일어나면서 돈과 관련된 존속살해사건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발이 활기를 띠는 경기 의정부지검 관할에서 발생한 존속살해사건이 8건에 이르는 것도 이 같은 설명을 뒷받침한다. 대전은 세종시 건설로 발전이 가속화되고 충남은 서해안을 중심으로 산업단지 등이 급격히 조성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올라 가족 간 소송이 벌어지는 등 재산 문제를 둘러싼 부모·자식 간 갈등이 적잖이 일어나고 있다. 이 의원은 “전국적으로 감소하는 흉악 범죄가 왜 대전지검 관할에서만 늘고 있는지 이유를 찾아내 지역 사회가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산책] 중앙경찰학교 여경(女警) 훈련장을 가다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산책] 중앙경찰학교 여경(女警) 훈련장을 가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진도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들과 함께 아파하고 눈물을 흘리며 위로하던 여경들의 모습이 기억난다. 신문에 실린 여경들의 사진 한 장은 당시 ‘함께해야 한다’는 국민적 정서와 맞물려 힘들고 아파하던 많은 이들의 몸과 마음을 다독였다. 여경들의 역할이 부각되면서 보호와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민중의 지팡이’로서 여경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과 기대가 늘어나고 있다. ●피 말리는 경쟁률 뚫어도 진짜 경찰 되기 ‘산 넘어 산’ 지난 17일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에 자리한 중앙경찰학교. 상쾌한 아침 공기를 가르는 경찰악대의 연주에 맞춰 활기찬 하루를 여는 새내기들의 발걸음이 힘차다. 청춘의 열정과 패기로 가득한 일반 순경 과정 281기 여경 705명의 학과 출장 시간이다. 짧게는 2년, 길게는 9년 만에 피 말리는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교육생들의 하루 일과는 매우 촘촘하다. 아침 6시 기상부터 밤 10시 점호가 끝날 때까지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그렇게도 염원하던 제복을 입었지만 순경 계급장의 진짜 경찰이 되는 과정은 험난하기만 하다. 경찰관직무집행법 수업인 테이저건(권총형 전자충격기) 사용법부터 사이버 범죄, 과학수사, 교통수신호 교육, 사격, 순찰차 운전교육, 15㎞ 산악 훈련 및 지구대 실습 등 힘들고 빠듯한 과정을 이겨 내야 한다. 하루 7시간의 수업이 끝난 후에는 부족한 체력을 기르기 위한 동아리 활동, 시험에 대비한 공부까지 해야 한다. ●“남들 쉴 때도 윗몸일으키기 하며 체력 길러요” 여자이기 이전에 당당한 경찰이 되고 싶은 교육생들. 아직은 모든 것이 어설프지만 자부심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홍정민 교육생은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줘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에 고된 훈련이지만 견딜 만하다”고 각오를 다졌다. 긴 수험 기간을 거쳐 들어온 교육생들은 노력한 시간만큼 후회 없는 시간을 보내려 한다. 사전오기(四顚五起)로 합격한 금한나씨는 “남들이 쉴 때도 홀로 윗몸일으키기를 하며 체력을 기르고 있어요.” 그에게는 이곳에서의 생활이 소중하기만 하다. 사이버 특채 반에 들어온 장연주씨는 학급 동기생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왕언니’다. 여덟 살 된 아들의 엄마인 장씨는 “보고 싶은 아이를 위해서라도 힘든 훈련을 견뎌 내려고 이를 악문다”고 말했다. 이들은 경찰학교에서 실무교육 이외에 경찰관으로서 가져야 할 정신자세와 예절, 청렴의식 등의 교육을 받는다. 최종헌 중앙경찰학교장은 “경찰의 존재 이유인 ‘국민의 안전과 행복’이 우선적인 교육 목표”라며 “현장 중심의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찰교육기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1946년 80명으로 창설된 여경은 올해 68주년을 맞아 사람으로 치면 칠순에 가까운 나이다. 그동안 질적·양적인 발전을 거듭해 아동·청소년과 노인·여성 등 사회적 약자와 관련된 범죄에서 여경들의 역할은 두드러졌다. ‘경찰 조직의 꽃에서 핵심’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시민들에게는 부드럽고 따뜻하고 인정 많은 경찰’이 되고 싶다는 교육생들. 힘든 훈련 속에서도 꿈을 향해 포기하지 않는 그들이기에 더욱 아름답다. 초심을 잃지 않는 진정한 ‘민중의 지팡이’가 되기를 기대한다. 글 사진 충주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포토] 전기충격기 맞은 女, 표정 일그러지더니

    [포토] 전기충격기 맞은 女, 표정 일그러지더니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진도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들과 함께 아파하고 눈물을 흘리며 위로하던 여경들의 모습이 기억난다. 신문에 실린 여경들의 사진 한 장은 당시 ‘함께해야 한다’는 국민적 정서와 맞물려 힘들고 아파하던 많은 이들의 몸과 마음을 다독였다. 여경들의 역할이 부각되면서 보호와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민중의 지팡이’로서 여경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과 기대가 늘어나고 있다. ●피 말리는 경쟁률 뚫어도 진짜 경찰 되기 ‘산 넘어 산’ 지난 17일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에 자리한 중앙경찰학교. 상쾌한 아침 공기를 가르는 경찰악대의 연주에 맞춰 활기찬 하루를 여는 새내기들의 발걸음이 힘차다. 청춘의 열정과 패기로 가득한 일반 순경 과정 281기 여경 705명의 학과 출장 시간이다. 짧게는 2년, 길게는 9년 만에 피 말리는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교육생들의 하루 일과는 매우 촘촘하다. 아침 6시 기상부터 밤 10시 점호가 끝날 때까지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그렇게도 염원하던 제복을 입었지만 순경 계급장의 진짜 경찰이 되는 과정은 험난하기만 하다. 경찰관직무집행법 수업인 테이저건(권총형 전자충격기) 사용법부터 사이버 범죄, 과학수사, 교통수신호 교육, 사격, 순찰차 운전교육, 15㎞ 산악 훈련 및 지구대 실습 등 힘들고 빠듯한 과정을 이겨 내야 한다. 하루 7시간의 수업이 끝난 후에는 부족한 체력을 기르기 위한 동아리 활동, 시험에 대비한 공부까지 해야 한다. ●“남들 쉴 때도 윗몸일으키기 하며 체력 길러요” 여자이기 이전에 당당한 경찰이 되고 싶은 교육생들. 아직은 모든 것이 어설프지만 자부심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홍정민 교육생은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줘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에 고된 훈련이지만 견딜 만하다”고 각오를 다졌다. 긴 수험 기간을 거쳐 들어온 교육생들은 노력한 시간만큼 후회 없는 시간을 보내려 한다. 사전오기(四顚五起)로 합격한 금한나씨는 “남들이 쉴 때도 홀로 윗몸일으키기를 하며 체력을 기르고 있어요.” 그에게는 이곳에서의 생활이 소중하기만 하다. 사이버 특채 반에 들어온 장연주씨는 학급 동기생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왕언니’다. 여덟 살 된 아들의 엄마인 장씨는 “보고 싶은 아이를 위해서라도 힘든 훈련을 견뎌 내려고 이를 악문다”고 말했다. 이들은 경찰학교에서 실무교육 이외에 경찰관으로서 가져야 할 정신자세와 예절, 청렴의식 등의 교육을 받는다. 최종헌 중앙경찰학교장은 “경찰의 존재 이유인 ‘국민의 안전과 행복’이 우선적인 교육 목표”라며 “현장 중심의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찰교육기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1946년 80명으로 창설된 여경은 올해 68주년을 맞아 사람으로 치면 칠순에 가까운 나이다. 그동안 질적·양적인 발전을 거듭해 아동·청소년과 노인·여성 등 사회적 약자와 관련된 범죄에서 여경들의 역할은 두드러졌다. ‘경찰 조직의 꽃에서 핵심’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시민들에게는 부드럽고 따뜻하고 인정 많은 경찰’이 되고 싶다는 교육생들. 힘든 훈련 속에서도 꿈을 향해 포기하지 않는 그들이기에 더욱 아름답다. 초심을 잃지 않는 진정한 ‘민중의 지팡이’가 되기를 기대한다. 글 사진 충주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생각나눔] 전국 첫 사투리로 된 조례명 ‘할매·할배의 날’ 도마 위에

    [생각나눔] 전국 첫 사투리로 된 조례명 ‘할매·할배의 날’ 도마 위에

    사투리로 자치법규(조례)를 제정하는 것이 가능할까. 경북도가 전국 처음으로 조례 제명(제목)을 사투리로 정하자 정부가 이 문제를 놓고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제동을 걸자니 명확한 근거가 없고 묵인하자니 조례를 사투리로 제정하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우려 때문이다. 16일 도에 따르면 지난 8일 도의회가 의결한 ‘경북도 할매·할배의 날 조례안’ 전문(全文)을 이틀 뒤인 10일 안전행정부에 통보했다. 이 조례안에는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을 ‘할매·할배의 날’로 정하고 각종 행사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관용 도지사의 선거공약이다. 이번 조례안의 안행부 통보는 지방자치법이 시·도지사가 조례나 규칙을 제·개정하거나 폐지할 경우 조례가 지방의회로부터 이송된 날로부터 5일 이내에 안행부 장관에게 통보하도록 규정한 데 따른 것이다. 따라서 안행부는 법무부(법제처)와 문화체육관광부(국립국어원), 보건복지가족부 등 관련 부처에 ‘경북도 할매·할배의 날 조례안’의 상위 법 저촉 여부 등과 관련한 검토를 요청했다. 검토 결과 조례안이 상위법을 위반했다고 판단될 경우 안행부 장관 등은 관련 법에 따라 재의 요구 또는 제소를 지시하거나 직접 제소 및 집행정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검토 작업에 나선 관련 부처들은 조례 제목을 사투리로 정하는 문제에 대체로 부정적인 입장이다. 부처 관계자들은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공공기관이 제정하는 법규인 조례가 표준어가 아닌 사투리로 제정된 사례가 없는 데다 보편성과 일반성을 추구하는 법규의 원칙과 상식에도 반한다고 지적했다. 또 할매·할배라는 용어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바람직한 호칭 예절로 권장할 것이 못 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고 경북도의 조례안이 상위법에 저촉되는 것은 아니어서 재의 요구 등을 지시하거나 집행정지 결정을 내리기에는 다소 무리가 뒤따를 것으로 보여 고민하고 있다. 안행부 관계자는 “이번 경북도의 조례안은 문제가 좀 있어 보인다”면서 “재의 요구 기간인 오는 25일 이전까지 부처 의견을 종합해 결정을 내려 통보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할매·할배는 경상도 고유명사로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다고 본다”면서 “이달 27일 조례안을 공표할 계획”이라고 했다. 대구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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