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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나의 우주에게(Dear My Universe)/김마딘

    [2022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나의 우주에게(Dear My Universe)/김마딘

    ■등장인물  유성  남자. 35세. 다소 건조한 언어 습관을 지니고 있다. 해미  여자. 35세. 선배   천문학도   친구 *선배, 천문학도, 친구는 일인 다역이 가능하다. 무대 해미가 사는 지구, 유성이 모험하는 우주. 특정 공간을 사실적으로 재현하기보다는 해미의 지구와 유성의 우주가 적절히 섞여야 한다. 시간 가까운 미래. 1장 갤러리. 해미, 꼿꼿한 자세로 손을 배꼽 근처에 모으고 서 있다. 선배가 그런 해미를 지켜보고 있다. 해미와 선배는 단정한 근무복 차림이다. 해미 안녕하십니까! 선배 음…. 우주의 어딘가를 모험하고 있는 유성, 등장한다. 선배 다시. 유성, 허공에 드래그1)한다. 유성 해미. 해미 안녕하십니까. 선배 잘 좀 해봐. 해미 안녕하십니까. 유성 해미야. 해미 어! 잠깐만…. 선배 해미씨! 정신! 잠깐은 무슨. 해미 아, 네. 유성 알았어. (드래그하며) 연결 종료. 선배 자세 무너진다. 유성 (드래그하며) 녹음. 해미 죄송합니다. 유성 바쁜가 보네. 선배 허리! 손은 배꼽 아래로 내리지 말고. 해미 네. 유성 열심히 산다는 증거겠지? 선배 이렇게 인사까지 교육해 주는 선배 없다. 유성 편할 때 연락해…. 해미 감사합니다. 선배 기본적으로 예의가 중요한 거 알지? 거기다 우린 보러 오는 사람들 수준이 있잖아. 유성 우린 어제도 연락하고…. 해미 아… 네. 선배 근데 혹시…. 유성 어제의 어제도 연락하고…. 선배 남자친구 있어? 해미 어…. 유성 목소리는 선명한데, 요샌 네 얼굴이 잘 안 그려져. 너도 그래? 선배 그냥 궁금해서. 해미 …있습니다. 유성 갑자기 너무 감상에 젖었나? 결론은! 연락해. (드래그하며) 전송. 선배 (사이) 그래? 아쉽네…. 음… 잠깐 쉬자. 해미 네! 선배, 퇴장한다. 해미, 허공에 드래그한다. 해미 유성. 유성 지금 막 녹음 남겼는데. 해미 아, 그래? 정신이 없었어…. 유성 괜찮아. 해미 … 갤러리에 일 구했어! 유성 갤러리? 해미 응, 그냥 작게 전시…. 유성 전시? 해미 아… 응. 유성 곧 네 그림도 걸리겠네. 해미 어… 오늘은 뭐 했어? 유성 나야 매일 똑같지. 해미 그니까 뭐 하셨냐구요. 유성 일지 쓰고, 밥 먹고, 간간이 멈춰 있을 땐 관측도 하고. 해미 목적지는? 유성 아직. 목적지를 설정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구. 해미 너무… 막연한 거 아니야? 유성 새삼스럽게 왜 이래. 내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 해미 춥진 않고? 유성 알잖아, 추울 일이 없어. 지금도 셔츠 하나 입은 게 끝이야. 해미 여긴 추운데. 뭔 우주선이 그리 좋냐! 유성 그러게. 사이. 해미 진짜, 갑자기, 그냥 궁금한 건데, 찾고 있는 그거… 얼마짜리야? 유성 응? 해미 가치가 있는 거냐고. 사이. 유성 … 이해 안 되지? 해미 아니야, 그래도 네 일인데. 유성 솔직히 말해도 돼. 해미 … 진짜 솔직히 말한다? 유성 나도 그걸 원해. 해미 모래 찾으러 육년째 돌아다니는 거… 이해 안 돼. 유성 나도 어쩔 땐 그래. 해미 이제 좀 힘들지? 유성 지금도 설레. 해미 아, 설레? 유성 말했잖아. 처음 보는 모래였어, 성분이 뭔지 전혀 알 수도 없고 지구에선 본 적도 없는. 사실 ‘모래’라는 단어를 쓰는 것도 미안할 정도야. 그게 모래인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거든. 해미 쓸모없이 생겼나 보네? 사이. 유성 … 화났어? 해미 아니야…. 뉴스에서 널 종종 봐, 물론 옛날 모습이지만. ‘우주로 떠난 젊은 남자’라는 타이틀이 계속 올라와. 떠난 지 육년이 넘었는데도 사람들은 널 추앙해 주더라. 너, 다른 일 해볼 생각은 없어? 이 정도 관심이면 네가 콧노래만 불러도 빌보드 일등일 거야. 유성 나 노래 못해. 해미 말이 그렇단 거지. 어쨌든… 좀 맹목적인 느낌이야. 사실 사람들은 네가 뭘 하는지 제대로 모르잖아. 네가 고작 모래 찾으러 갔다는 걸 알아도 사람들이 좋아할까? 유성 우주의 구성단위를 연구하는 것도 내가 할 일 중 하나야. 해미 어째 부업이 더 그럴싸해 보인다. 사이. 유성 무슨 얘기 해볼까? 해미 음…. 유성 … 할 말이 점점 없어지네. 해미 할 말이 남아 있는 게 이상하지. 유성 그건 그래. 해미 아, 동창회를 갔었는데, 이제 막 결혼한 애들이 자기 남편 지방으로 출장 갔다고 징징거릴 때마다 웃음밖에 안 나오더라. 유성 가소로웠겠네. 사이. 해미 넌 왜 날 선택한 거야? 유성 응? 해미 한 번은 물어보고 싶었어. 유성 오늘은 질문들이… 평소랑 다른 거 같네. 해미 대답해 줘. 한 명만 선택할 수 있었잖아. 유성 그러니까 널 선택했지. 해미 어머니도 계시고, 아버지도 계시고, 동생도 있는데? 유성 가족보단 너랑 정신을 연결하는 게 좋을 것 같단 결론이 떨어졌거든. 해미 고마워해야 할 포인트인가? 유성 내가 고마워해야지. 해미 그럼 너희들 말로, 그런 결론을 도출하도록 만든 전제는 뭔데? 유성 에이, 그래도 넌 내 여자친군데…. 해미 솔직하게 말하세요, 아저씨. 유성 … 오해하지 말고 들어. 해미 우리 사이에 오해는 무슨 오해야. 유성 넌 가족이 아니니까. 사이. 유성 너 지금 오해했지? 해미 어… 아니. 유성 목소리가 딱 오해한 목소린데. 해미 … 무슨 뜻이야? 유성 말 그대로. 엄마, 아빠, 동생은 우주가 반으로 쪼개져도 가족이잖아. 해미 …. 유성 해미야? 해미 난? 유성 넌 언제든 남이 될 수도 있잖아. 해미 …. 유성 섭섭해? 해미 그럴 리가. 유성 다행이네. 해미 가봐야겠다. 쉬는 시간 끝났어. 유성 쉬는 시간이 신기하네. 누가 보면 내 얘기 끝나길 기다린 줄 알겠다. 해미 …. 유성 해미야, 걱정하지 마. 해미 (드래그하며) 종료. 해미, 퇴장한다. 침묵. 유성, 허공에 드래그한다. 유성 녹음. 지금 너무 멀리 와 있어. 지구는 시야에서 사라진 지 오래야. 그런데도 한 번씩 잠에서 깨. 이상한 중력이 느껴질 때가 있거든. 지구가 날 부르고 있다고 생각할 때도 있어. 그건 아마 너일지도 모른다는 착각이 들기도 하고. 말도 안 되지? 그럴 때마다 창밖으로 보이는 별들에 집중하는 편이야. 좀 낯간지럽네. 그냥… 그렇다고. (드래그하며) 전송. 유성, 퇴장한다. 2장 거리. 저녁의 가로등 불빛 아래로 해미, 등장한다. 천문학도, 해미의 반대편에서 등장한다. 천문학도 손… 해미씨? 해미 … 아, 네. 천문학도 전 그… 학생인데…. 해미 그래서요? 천문학도 몇 가지 질문을 좀 드릴 수 있나 해서요. 해미 아… 조상님들 잘 지내십니다. 천문학도 아니요! 아니요! 한유성 박사님, 아시죠? 사이. 해미 아니요. 모르는데요. 천문학도 아, 모르시는구나. 해미 네, 수고하세요. 천문학도 티비에 그렇게 많이 나오셨는데 모르시는구나. 사이. 천문학도 간단한 질문입니다. 해미 네? 천문학도 통신이 가능한 거죠? 해미 무슨…. 천문학도 박사님의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가족분들도 답을 안 주시고. 해미 어… 제가 좀 바빠서…. 천문학도 그래도 백방으로 뛰어다니면서 정보를 긁어 모았습니다. 해미 이해 안 되는 소리만 늘어놓으시네요. 천문학도 어떤 여자가 한유성 박사님과 이어져 있다는 소식까지 들었고요. 해미 …. 천문학도 정말 다른 게 아니고, 인터뷰만요. 궁금한 게 많습니다. 해미 왜 사람들이 걔한테 집착하는 거예요? 천문학도 상상하고 인식할 수 있는 범위, 그 밖에 있는 분이잖아요. 홀몸으로 우주에 나간다는 게 쉬운 선택도 아니고. 해미 유성이가 정확히 뭘 하는지 알아요? 천문학도 그분의 세계를 어떻게 저 같은 학생이 이해할 수 있겠어요. 해미 생각보다 초라할걸요. 천문학도 그럴 리가요. 지구보다 더 큰 가치가 있으니까 떠나셨겠죠. 해미 (사이) 인터뷰, 해봅시다. 도대체 뭘 상상하는진 모르겠지만. 천문학도 정말요? 저 앞 카페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알려주세요, 그분이 어떤 사람인지. 천문학도, 퇴장한다. 해미, 허공에 드래그한다. 해미 녹음 수신… 삭제. 암전. 3장 한적한 카페. 해미와 천문학도, 마주 보고 앉아있다. 천문학도 일단 감사하다는 말씀부터…. 해미 아, 네. 사이. 천문학도 전 한유성 박사님을 존경합니다. 해미 아… 예. 그건 잘 알았어요. 천문학도 아, 그렇군요. 해미 왜 그런 거에 목숨을 걸어요? 천문학도 네? 해미 뭐… 우주라든가, 별이라든가. 천문학도 멋지잖아요. 해미 아… 멋. 천문학도 무슨 일을 하시죠? 해미 저요? 그림 관련된…. 천문학도 아, 예술을 하시는군요. 해미 네, 뭐, 예, 엇비슷하게. 천문학도 비슷한 부분이 있어요, 제가 공부하는 분야도. 해미 언제까지 거기에 목숨 걸 수는 없지 않을까요? 일도 좀 하고, 돈도 좀 벌어야 할 텐데. 천문학도 아… 조언 새겨듣겠습니다. 그래서! 한유성 박사님은…. 해미 새겨들은 거 맞죠? 천문학도 네. 박사님은 어쩌다가 우주로 나가게 되셨죠? 해미 할 일이 없었나 봐요. 천문학도 어… 그러면 한유성 박사님은 왜 지구를 떠나신 거죠? 일종의 문제의식이라던가…. 해미 말만 바뀌었지, 방금 하셨던 질문이랑 뭐가 다르죠? 천문학도 …. 해미 진짜 유성이를 존경해요? 천문학도 네. 해미 걔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하셨죠? 천문학도 논문은 많이 읽어 봤습니다. 해미 제가 진짜 걱정돼서 하는 말인데, 걔는 일상생활이 안 되는 애예요. 현실감각이 없는 애라고요. 천문학도 예술을 하신다 했죠? 해미 왜요? 천문학도 전 잘 몰라서요. 해미 아. 천문학도 그니까… 제 눈엔 그쪽도 썩 현실감 있어 보이진 않아요. 해미 …. 천문학도 그냥 각자 집중하는 게 다른 거죠. 해미 … 아, 그렇죠. 천문학도 부탁합니다. 사이. 해미, 허공에 드래그한다. 해미 유성. 유성, 등장한다. 천문학도 설마 연락을 취하신 건가요? 유성 응. 해미 어, 나 지금 어떤 학생을 만났어. 너랑 비슷한 거 공부한다는데… 좀 이상해. 유성 괜찮겠어? 천문학도 박사님, 저는! 해미 그래봤자 들리지도 않아요. 제가 무슨 전화기도 아니고. 천문학도 아. 유성 사람들이 아는 거 싫어했잖아. 해미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 너 팬이래. 원래 너 좋아하는 사람들이 다 좀 특이하잖아. 유성 칭찬으로 들을게. 해미 뭐 물어볼까요? 천문학도 어… 잠시만요. 왜 우주에 나가셨는지요! 해미 거기까지 간 이유 좀 알려 달래. 유성 고등학생이야? 해미 그건 왜? 유성 어렵게 대답해도 돼? 해미 어려 보이진 않는데…. 천문학도 저 대학교 일학년…. 유성 아, 그래? 해미 그래도 쉽게. 전달하기 힘들어. 천문학도 뭐라 하십니까! 해미 기다려봐요. 천문학도 알겠습니다…. 유성 어… 모든 별엔 중력이 존재해.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단 거야. 하지만 왜 서로 부딪치지 않는 걸까, 생각해 본 적 있어? 해미 아니. 유성 그보다 더한 각자만의 움직임이 있어서야. 서로 간의 끌림마저 덮어버리는 회전운동처럼. 별들은 자기만의 궤도가 있고, 그걸 서로가 알고, 덕분에 각자의 영역을 지켜낼 수 있는 거지. 해미 음… 그럼 절대 안 부딪치는 거야? 유성 꼭 그런 건 아닌데… 좀 어렵나? 해미 거리를 둔다는 거잖아. 유성 뭐… 그치. 나름 신이 만든 초기 세팅 값이랄까? 해미 신도 믿어? 유성 아직 못 밝혀낸 게 산더미라 믿진 않아도 부정할 순 없지. 해미 예상 밖이네. 유성 ‘회전운동’이라는 전제가 무너지면 그 아래 딸린 모든 게 무너지잖아. 해미 근데? 유성 신기하더라. 해미 응? 유성 회전운동을 멈추고 서로를 끌어당기다가 충돌해버린 별이 나타났거든. 그리고 그 사이에서 내가 말한 모래가 생겨났는데, 이게 지금 온 우주를 떠돌고 있어. 난 그걸 찾고 싶고. 사이. 해미 사명감이라든가 명예라든가… 그런 건…. 유성 그런 게 의미가 있나? 고밀도의 기체 속에서 나타난 모래 알갱이들, 아름답지 않아? 천문학도 어떤 답이…. 해미 우주에서 가장 사소하고 쓸모없는 걸 찾으러 갔답니다. 천문학도 오! 시적인 답변이군요. 유성 전달했어? 해미 …. 천문학도 그러면 두 번째 질문! 박사님은 언제쯤 돌아오시나요? 사이. 유성 해미야? 천문학도 저기…. 해미 아, 네. 천문학도 언제쯤 돌아오시는지…. 해미 너, 언제쯤 와? 유성 아마…. 해미 아냐! 말하지 마. 유성 … 알겠어. 천문학도 언제쯤…. 사이. 해미 … 오긴 와? 유성 변덕은 여전하네. 말할까, 말하지 말까? 해미 어…. 유성 … 안 돌아갈 수도 있어. 사이. 천문학도 저기요? 유성 물론 돌아갈 수도 있겠지. 해미 너 지금 그게…. 유성 확정은 아니야. 모든 걸 확신할 순 없으니까. 해미 몇 퍼센트 가능성이 있다! 그런 것도 없어? 유성 퍼센트를 너무 믿지 마. 확률은 항상 오류를 범해. 단지 나한테 두 가지 보기가 있음을 알려주는 거야. 돌아가는 것과 돌아가지 않는 것. 해미 …. 천문학도 혹시 무슨 말씀을…. 해미 왜 그런 질문을 해요? 질문을 준비라도 해오시던가요! 유성 대답이 됐어? 천문학도 아… 죄송합니다. 해미 죄송하면 앞으로 찾아오지 마세요. 유성 옆에 계신 분한테도 좋은 말 많이 해줘. 천문학도 그럼 연락처라도…. 유성 미래엔 나 대신 여기에 있을 수도 있잖아. 해미 본인이 우주로 가든 뭘 하든, 전 관심 없어요. 근데… 본인 욕심 채우자고 고통스럽게 기다리는 사람 파헤치고 다니진 마세요. 그거 되게… 이기적인 거잖아요. 천문학도 … 네. 죄송했습니다. 천문학도, 퇴장한다. 사이. 유성 왜 말이 없어? 해미 이제 점점 짜증이 나. 유성 화났어? 해미 연결을 아예 끊어버리고 싶어. 유성 (사이) 나도 힘들어. 해미 퍽도 그러시겠어요, 박사님. 유성 그거 알아? 지구에 있는 인간보다, 나뭇잎보다, 사막의 모래보다 별의 숫자가 더 많아.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해미 어쩌라는 건데? 신기하다고 놀라줄까? 유성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단 거야. 해미 넌 희소성도 없는 별들 사이에서 그것보다 더 쓸모없는 알갱이를 찾는 거네? 유성 … 그래, 맞아. 해미 누가 너한테 그런 거 찾으라디? 누가 너 위인전에 올려준대? 유성 그런 건 바란 적 없어…. 그냥 살면서 하나쯤 이루고 싶은 게 있는 거잖아. 해미 유성아, 현실적으로 생각해. 유성 충분히 현실적이야. 해미 난 안중에도 없어? 유성 네가 제일 소중하지. 해미 거짓말 작작해. 사이. 유성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너한테 상처 주려는 건 아니야. 잠시… 각자가 지나온 궤적을 돌아보잔 뜻이야. 해미 기다려. 유성 (드래그하며) 연결 종료. 유성, 퇴장한다. 해미 유성 아, 유성아. 4장 공항. 친구, 커다란 배낭을 메고 등장한다. 친구 야! 해미 어! 사이. 친구 뭔 일이야? 해미 응? 친구 거울 좀 봐라, 네 표정이 어떤지. 해미 아냐! 오늘은 너만 신경 써. 친구 야, 가방 가지고 타는 건 안 되냐? 좀 불안한데. 해미 비행기 처음 타보냐? 친구 어…. 해미 사람들은 네 가방에 관심도 없어. 친구 하루이틀 가는 거면 말을 안 하겠는데…. 해미 걱정 마시라고요! 친구 …그래도 진짜 고맙다. 와줄 줄은 몰랐어. 해미 아니야. 너 미친 건 내가 예전부터 알고 있었잖아. 친구 그래, 나 미쳤다. 해미 어디로 가? 친구 태국부터 시작하려고. 해미 최종 목적지가 어디야? 친구 안 정했어. 그냥 세계를 돌 거야. 해미 밥은 먹었니? 친구 아니, 안 넘어갈 거 같아. 해미 선경이는? 친구 회사에 있겠지. 해미 놔두고 가도 되겠어? 친구 방법 있냐? 해미 욕 엄청 먹었을 거 같은데. 친구 주위에서 무진장 욕하더라, 멀쩡한 와이프를 집에 혼자 두고 어딜 쏘다니냐면서. 해미 틀린 말도 아니네. 너도 나이가 이제 서른다섯이야. 친구 해미야, 너한테까지 잔소리 들으려고 부른 거 아니야. 사이. 친구 난 가야겠어. 진짜 마지막 기회 같아. 해미 가든지 말든지. 친구 그래서… 너한테 부탁이 있어. 해미 뭔데? 친구 선경이 좀 챙겨줘. 해미 너 진짜 미친놈이니? 친구 이해가 안 되지? 그래도 너희 둘만 한 친구가 없잖아. 해미 내 주변엔 정상이 없는 거 같아. 친구 결혼하고 알았어, 내가 집구석에 붙어 있을 수 없다는 걸. 해미 와… 말하는 거 진짜 이기적이다. 친구 어제 걔도 나한테 그러더라. 자기도 사업하면서 나까지 신경 쓰긴 힘들 거 같대. 해미 그걸 믿어? 옆에서 도와줄 생각은 안 해봤어? 친구 해미야, 난 일상생활이 안 될 정도야. 가본 적도 없는 외국의 도시 풍경이 꿈에도 나온다니까. 해미 가관이다, 정말. 친구 가족을 버리는 건 아니야. 해미 너 그거 합리화다. 친구 선경이랑 밤새 술을 같이 마셨어. 그때 알겠더라, 내가 걔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해미 네 말에서 논리라곤 찾아볼 수가 없네. 친구 서로 바라보는 방향이 달라. 난 와이프를 그리워하고 걔도 날 그리워하고, 차라리 그게 제일 아름다운 형태 같아. 해미 포기하는 것도 있어야지. 친구 왜? 사이. 해미 그건… 보고 싶지는 않겠어? 친구 보고 싶겠지. 근데… 난 알아. 그런 순간적인 마음에 휩쓸려서 얼굴 봐봤자… 할 말이 없어. 해미 그게 와이프 사랑한다는 놈이 할 소리냐. 친구 야, 원래 그럴수록 할 말이 없는 거야. 해미 진짜 너희 전부 다 이해할 수가 없다. 친구 이해를 바라진 않아. 그래서… 내 부탁은? 해미 하… 생각은 해볼게. 네가 내 남편이었으면 지구 반대편까지 가서라도 끌고 왔을 거야. 친구 다행히도 아니네. 친구, 주먹을 내민다. 친구 안 쳐? 팔 아파. 해미 나쁜 새끼. 해미, 주먹을 툭, 가져다 댄다. 친구 뭐라 생각해도 좋아. 나… 간다. 친구, 퇴장한다. 긴 침묵. 해미, 허공에 드래그한다. 해미 유성. 유성, 등장한다. 유성 어떤 생각을 했어? 해미 떠나지 않는 내가 이상한 건지 아니면 내 주위를 떠나는 사람들이 이상한 건지 고민하게 되더라. 유성 둘 다 이상하진 않지. 해미 넌 지구에서 얼마만큼 떨어져 있어? 유성 멀리. 해미 정확히 얼마만큼. 유성 계속 이동 중이야. 너랑 말하고 있는 지금도 점점 멀어지고 있어. 해미 네가 만약 다른 세상에 있는 거라면, 나는 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유성 …. 해미 넌 있는 거야? 사이. 유성 “넌 있는 거야?” 뭔가 말이 어렵게 들리네. 해미 돌려 말할 생각은 없었는데. 유성 지금 나랑 너랑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잖아. 이보다 더한 증명이 필요한가? 해미 난 네 목소리만 듣잖아. 이젠 네가 있는지 없는지도 헷갈려. 어떻게 생각해? 유성 어느 정도 공감해. 해미 이해하려고 노력도 해봤어. 근데 내가 널 무슨 수로 이해할 수 있을까. 넌 항상 참으라는 듯이 말하잖아. 우주의 원리, 별의 규칙 같은 이상한 소리나 늘어놓고. 기억은 나? 어떤 생각이 드냐면, 넌 이제 나랑 다른 세상에 사는 존재 같아. 유성 … 그런 결론에 도달한 이유가 뭘까? 해미 뉴스나 주변 사람들 말로는, 이젠 네가 탄 우주선의 속도와 위치를 가늠할 수가 없대. 솔직히 어떤 면에선 신기하고 위대하다고도 느꼈어. 근데 이런 생각은 하게 되더라. ‘그럼 넌 다른 시공간에 있다는 건가?’ ‘하루에도 몇십 광년을 이동하는 네가, 나랑 똑같은 시간 개념을 공유한다고 말할 수 있나?’ 좀… 무서워. 사이. 유성 의외다. 지금 네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대한의 상상력을 발휘한 가설이네. 그래도 주변을 너무 믿진 마. 걔들도 잘 몰라. 본인들의 상상 밖이라고 해서 다른 세상이니 뭐니 소설 쓰는 거? 그냥 우스워. 결과만 생각해. 지금 너랑 나랑 정신이 연결되어 있다는 거. 해미 내가 너랑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유성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마. 해미 그래! 너 말 잘했다. … 너 지금 무섭지? 사이. 해미 혹시라도 못 돌아올까 봐. 유성 재밌네. 해미 정말 미안한데… 이제 힘들어. 유성 넌 다 잘하는 애잖아. 능력도 있고. 해미 봐. 넌 나에 대해 아는 게 없어. 현실이 어떤지도 모르고. 유성 나도 가끔 현실이 버거울 때가 있어, 너만큼. 사이. 유성 그래, 네가 보기엔 내가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예전의 지식으론 나처럼 우주를 여행하는 게 불가능하니까. 원래 인간이란 거 자체가 본인이 이해할 수 없으면 틀리거나 다른 존재인 걸로 규정해버리잖아. 해미 누가 그런 거 가르쳐 달래? 유성 하지만 언제까지 예전에 멈춰 있을 순 없지 않겠어? 해미 그래서 네가 뭘 찾았는데. 뭐가 보이긴 해? 유성 사실 답은 안 보여. 여긴 너무 넓고 공허하거든. 그런 막막함을 안고서라도 내가 할 일은, 뭔가를 선택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겠지. 그리고 그 앞에 네가 있을지 내가 찾던 모래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 해미 (드래그하며) 연결 종료. 해미, 퇴장한다. 유성 그래도 딱 하나 믿어줬으면 하는 건, 내 모든 선택의 대전제는 언제나 널 포함하고 있다는 거야. 암전. 5장 일 년 후. 다시 갤러리. 해미와 선배가 마주하고 있다. 선배 그땐… 미안했다. 원래 예절을 교육한다는 게…. 해미 아, 이해합니다! 예전엔 저도 답답하게 일했는데요, 뭐. 선배 뭐… 그래. 그림은 원래 계속 그렸던 거야? 해미 아, 네. 여기서 제 그림을 보게 될 줄은 몰랐네요. 선배 갑자기 그만두더니… 이렇게 돌아왔네. 일년 만에. 사람 인연이 참…. 유성, 등장한다. 선배 그림… 아름답더라. 우주를 가본 사람 같달까? 해미 아… 감사합니다. 선배 여기서만 전시하긴 아까워. 해미 여기도 과분해요. 선배 작가님이라 불러야 하나? 해미 부담스럽습니다. 우연히 좋은 기회를 잡은 거뿐인데요, 뭐. 선배 (사이) 괜찮으면… 오늘 밥이라도 먹을래? 해미, 유성을 보고 얼어붙는다. 선배 싫어? 해미 (사이) 사람이란 건 참 안 바뀌나 봐요. 선배 나쁜 뜻은 아니었는데. 해미 먹어요, 밥. 선배 진짜? 맛있는 거 먹자. 좋은 곳으로 알아 놓을게. 선배, 재빨리 퇴장한다. 유성, 허공에 드래그한다. 유성 해미야. 긴 사이. 유성 내가 원하던 반응이 아닌데? 방금 나간 분은… 새로운 인연인가? 해미 … 손은 왜 움직이는 거야? 유성 아직은 이게 익숙하달까? 아니! 반응이 어떻게 이래? 뭔가 드라마틱한 반응을 원했는데. 해미 그니까… 나도 내가 왜 이럴까 생각 중이야. 차분해지네. 유성 사실 나도… 엄청 고요해. 아직도 우주에 있는 것 같아. 사이. 유성 그래서 결론은! 잘 지냈어? 사이. 해미 내가 연결을 왜 끊었냐면! 유성 괜찮아. 이해해. 해미 (사이) 돌아왔네. 유성 찾았거든. 해미 아, 그… 모래? 유성 응. 해미 어땠어? 유성 반가웠지. 해미 돌아왔단 소식은 한 번도 못 들었는데, 뉴스에서도. 유성 몰래 왔어. 모래는 찾았는데, 모래의 의미를 못 찾았거든. 날 기다려준 사람들이 이해할 만한 의미. 해미 힘들겠네. 유성 힘들긴. 난 오히려 좋아. 해미 왜? 유성 신비로움. 해미 응? 유성 의미를 못 찾아야 내가 다시 우주로 가지. 해미 의미를 찾는 과정이 너한텐 의미인 건가? 유성 신비로움, 그 자체가 의미인 거지. 해미 참… 끝까지 이해를 못 하겠다. 그러면 거기 계속 있지, 왜 왔어? 유성 널 보러, 마지막으로. 사이. 유성 지금 상황에 어울리는지는 모르겠는데,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해미 나도 마찬가지야. 유성 이젠 네 근처를 맴돌지 않을 생각이야. 더 멀리 가게. 해미 나도 널 끌어들이지 않을 생각이야. 유성 여기선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 우주가 편하게 느껴질 정도야. 중력도 아직 적응이 안 돼. 땅바닥은 날 계속 끌어당기는데, 내 몸은 붕 떠서 어딘가로 날아가려고 하거든. 해미 솔직히 나도… 별자리나 행성, 이런 거 관심 없었다. 유성 알아. 그래도 막상 들으니까 섭섭하네. 해미 너도 내 그림엔 관심 없었잖아. 유성 … 들켰네. (사이) 마지막으로 우주 이야기 좀 들려주려 했는데! 해미 남자들 군대 얘기보다 재미없어. 유성 나 군대 안 갔잖아. 해미 아! 사이. 유성 … 잘 가! 해미 … 너도! 해미, 퇴장한다. 에필로그 우주로 향하는 길. 유성, 모래가 담긴 작은 유리병을 꺼낸다. 유성, 허공에 드래그한다. 유성 녹음. 연결은 끊어졌지만, 마지막 편지를 남겨볼까 해. 불가능한 게 가능해질 수도 있으니까…. 너무 미련한가? 이 모래의 발견이 나한텐 생명의 탄생보다 경이로운 순간이었어. 근데 넌 여기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뭔가 의미가 부여된다면 네가 날 기다렸던 모든 순간에도 가치가 생기는 걸까? 오히려 무의미가 너한텐 의미일 수도 있겠더라. 신비로움이 날 다시 우주로 떠나게 하는 것처럼, 이 모래의 무의미는 네가 택한 현실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 줄 거야. 난 이기적이었어. 널 두고 떠난 만큼 빈손으로 돌아가기 싫었거든. 그리움을 발판 삼아 하루에도 수십 광년을 도망쳤거든. 그래도 난 다시 우주로 갈 거야. 이번에도 넌 이해하기 힘든, 목적지 없는 여행일지도 몰라. 우린 너무 다르고, 이걸 깨닫기까지 오래 걸렸어. 다만 한 가지, 우린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였단 거야. 네가 나에겐 버팀목이자 동력이었던 것처럼, 나의 한 부분이 너의 작품에 아름다운 영감이 되기를 기도할게. 유성, 허공에 드래그한다. 유성 전송. 막. 1)이 작품에서 ‘드래그’는 상대방과의 정신 연결을 위한 일종의 수신호다.
  • 어머니, 이제 정말 효도한 것 같습니다

    어머니, 이제 정말 효도한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문학에 대한 꿈을 갖고 그저 혼자 끼적여 본 글이 몇백 편. 재주가 둔재라 감히 남 앞에 내놓고 보일 만한 글이 못 되었습니다. 색다른 상황을 목격할 때마다 그것을 글로 표현하고자 깨끗한 백지에 그대로 옮기고 싶었지만 따라 주지 못한 필력(筆力) 때문에 늘 좌절하고, 밤을 하얗게 밝힌 날이 하루이틀이 아니었습니다. 한순간 절망의 벽이 다가오기도 하고, 그 벽을 뚫었을 때 벅차오르는 희열에 잠 못 이루다가 아침에 다시 깨어 보면 실망해 버리는 끝없는 자신과의 긴 사투는 감내하기에 참으로 버거웠습니다. 가끔은 후회를 곱씹고 살아왔습니다. 왜 내가 펜을 잡았을까, 훌훌 털고 돌아서면 얼마나 홀가분할까…. 하지만 복장 속 저 깊은 곳에서 뜨거운 열정이 솟구쳐 오르면서 다시 시조의 열병에 시달렸습니다. 이제 해거름을 바라보는 길목에서 신춘문예의 영광을 손에 쥡니다. 그러나 아직 ‘시인’이라 부르기엔 너무 과분하다는 생각이 들어 부끄러울 뿐입니다. 그래도 언제 어디서나 ‘글을 쓰는 아들이 있다’고 자랑하시는 어머니께 이제는 정말로 효도를 한 것 같아 죄스러움을 조금은 덜어낸 것 아닌가 여겨질 땐 마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저의 졸작에 ‘월계관’을 씌워 주신 심사위원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늘 따뜻한 눈빛으로 제 작품에 애정을 부어 주신 윤금초 교수님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정년퇴직을 하고 글을 쓴다고 했을 때 제일 먼저 방 하나를 치워 주면서 마음껏 습작을 하도록 서재를 꾸며 준 아내에게도 이 자리를 빌려 고맙다는 말 전합니다. ■배종도 ▲1957년 경남 마산 출생 ▲경희대 체육학과 ▲동국대 교육대학원(국어교사 자격취득) ▲서울 광영고등학교 교사로 36년간 재직 ▲2018년 월간문학 시조부문 신인상
  • 새해의 시작, 다정한 음성으로 ‘너의 이름’ 불러준다

    새해의 시작, 다정한 음성으로 ‘너의 이름’ 불러준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그는 다만/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그에게로 가서 나도/그의 꽃이 되고 싶다//우리들의 모두/무엇이 되고 싶다/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김춘수 시 ‘꽃’ 전문다정한 마음을 담아 상대방의 이름을 부르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살아가는 일이 폭폭해서, 과거의 어떤 시간들 때문에 ‘다정’은 이따금 ‘다 정리된’ 어떤 것을 뜻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마음을 되살려 누군가의 복과 건강을 기원하는 일, 그보다 더 애틋한 마음을 얹어 ‘너의 이름’을 부른다면 아마 그것은 많은 것을 정리한 세밑을 막 지나온 새해의 시작에 가장 어울리는 단어일지도 모른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야말로 그 ‘다정’한 것에 가장 어울리는 시가 아닐까. 여러 겹의 다정 앞에서 기꺼이 너의 이름을 부르는 새해라니. 그것은 사람에게 가장 어울리는 사랑의 말이다. 우리에게 이런 의미의 시를 주고 간 사람, 꼭 그 시간과 그 자리에서 ‘너의 이름’을 불러야만 했던 사람, 바로 시인 김춘수다.김춘수는 1922년 11월 25일 경상남도 통영군 통영면(현 동호동)에서 태어났다. 유복한 만석꾼 집안의 장남으로서 매우 풍족한 생활을 했다고 한다.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일본으로 건너가서 니혼대학 예술학부에서 수학했다. 1943년에 일왕과 조선총독부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퇴학을 당한다. 귀국한 1946년부터 1951년까지 통영중학교와 마산고등학교에서 교사를 역임하였다. 시인은 1946년 광복 1주년 기념 시화집 ‘날개’에 시 ‘애가’를 발표하고, 1948년에 첫 시집 ‘구름과 장미’를 출간했다. 그 이후에 ‘모나리자에게’, ‘꽃’, ‘꽃을 위한 서시’ 등의 시들을 매우 활발하게 발표하였다. ‘늪’,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 ‘타령조 기타’, ‘처용’, ‘남편’, ‘비에 젖은 달’ 등을 비롯한 40여권의 시집과 7권의 평론집이 있다. 그의 시 초창기에는 실존주의적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1950년대 전후에 많은 시인들이 참혹한 시대의 현실을 직시한 시들을 발표했던 것과는 다르게 존재에 대한 인식론 등을 중심으로 시를 썼다. 자신의 시가 관념에 사로잡혀 점점 난해해져 가는 것을 지양하고자 사물에서 존재 관념을 제거하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는 ‘무의미 시’를 썼고, ‘언어 해체의 시’로까지 변화 발전시킨다. “김춘수에 대해 글을 쓰고자 하는 평자는 먼저 그의 엄청난 필력에 압도당하고 또 아무리 짧은 촌평이라도 함부로 다룰 수 없다는 사실에 당혹하게 된다”는 고려대 이창민 교수의 말처럼 그의 시 세계는 섣부른 해석을 한사코 경계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1964년부터 1978년까지 경북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하였고, 1979년부터 1981년까지는 영남대 국문과에 적을 두었다. 1981년 정계에 진출하기도 했다. 그때 신군부에 대한 시를 써서 세간의 비판을 받았다. 그 시절에 썼던 신군부 찬양시는 훗날 시인이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고 밝히기도 하였는데 그때 그의 행적에 관해서는 여러 해석의 여지가 있을 것이다. 상으로는 1959년에 아시아자유문학상을 비롯하여 경남문학상, 예술원상을 비롯하여 대한민국 문학상과 문화훈장을 받았다.김춘수는 부인과 사별한 후에 경기도 분당의 어느 아파트에 홀로 기거했다. 딸의 집과 지척인 곳에서 생활을 했다. 어느 날 무척 좋아하던 갈치찌개를 먹던 중 생선 가시가 목에 걸렸다. 기도폐쇄증으로 중환자실에서 투병을 하던 중에 영면했다. 그가 시의 스승이자 롤모델로 삼았던 릴케가 장미 가시에 찔려 죽었는데, 시인 역시도 생선 가시에 찔려 죽게 된 것이다. 시로써 시대를 호령하고 또 수많은 제자들을 길러 내어 우리나라 문학계에 큰 족적을 남긴 시인의 말로치고는 조금은 서글픈 이야기다.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미지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존재의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너는 이름도 없이 피었다 진다/눈시울에 젖어드는 이 무명의 어둠에/추억의 한 접시 불을 밝히고/나는 한밤내 운다//나의 울음은 차츰 아닌밤 돌개바람이 되어/탑을 흔들다가/돌에까지 스미면 금이 딜 것이다// ……얼굴을 가리운 나의 신부여. 시 ‘꽃을 위한 서시’ 전문 1945년 김춘수는 충무(통영의 옛 지명)에서 유치환, 윤이상, 심상옥 등과 통영문화협회를 만들어 예술운동을 전개하였다. 충무 아니 이제는 통영은 어떤 곳인가. 이백여명에 가까운 삼도수군통제사들이 모여든 곳, 그리하여 삼도(충청, 전라, 경상)의 문화가 뒤섞이고, 그 수많은 사람과 삼도의 배들이 지나던 길목을 관장하던 장소가 아닌가. 삼도수군통제사가 있던 세병관은 아직도 그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또 지리적으로는 한려수도의 중심이 아니던가. 그곳에서 일어난 문화융성운동이야말로 통영 문화의 꽃이 아니었을까. 음악, 시, 미술 등으로 통영만의 ‘꽃’을 피워 낸 사람들의 중심에 시인 김춘수가 있었다.김춘수에게 통영이란 단순히 고향을 넘어서는 삶과 시의 총체였던 것이다. 2008년에 개관된 김춘수 유품 전시관은 시인의 육필원고와 사진, 생전에 사용하던 가구 및 옷과 구두, 문구류와 서인 등을 보관하고 있다. 김춘수 문학관이 세워지기 전에 유족들의 동의를 얻어 유품들을 전시해 둔 장소이다. 특이하게도 시인이 생전에 기거하던 거실과 침실을 고스란히 옮겨 두었다. ‘토영 이야~길’ 제1구간 2번으로, 통영을 찾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발걸음을 할 수 있는 곳에 만들어졌다. 토영은 통영 사람들이 통영을 편하게 발음하는 말이다. 전시관의 벽면에는 시인의 대표시인 ‘꽃’의 구절이 크게 쓰여 있다. 강구안이 한눈에 보이는 곳에 있다. 한려수도의 빼어난 경관이 한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그 멋진 곳에서 시인은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사랑을 잃고 외로운 사람들에게 매우 다정한 음성으로 ‘너의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2022년은 호랑이의 해다. 꽃과 호랑이는 설핏 들으면 어쩐지 어울리지 않게도 느껴지지만 그 어떤 호랑이에게도 ‘꽃의 시절’은 분명히 있을 것이며 우리는 누구나 인생의 어느 시절에는 ‘꽃’처럼 살아가게 되는 때가 있다. 그 시기는 사람마다 모두 다 다르지만 어느 인생에서건 그 시절은 꼭 있고, 기필코 있어야만 한다. 따뜻하게 이름을 불러주는 상대가 있을 때에 비로소 내가 나다워지는 그 시간 말이다. 새해 첫 신문에는 새해 인사와 더불어 ‘신춘문예 당선자’들의 면면과 작품이 실린다. 서울신문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신춘문예의 역사를 가진 신문이다. 필자 역시도 서울신문 신춘문예 출신이다. 신춘문예는 일본과 한국에만 있는 매우 독특한 작가의 등용문이지만 그 역사와 그것을 통해서 작가가 된 이들의 면면은 가히 세계적이라 할 수 있다. 올해도 역시 신춘문예 당선자들의 환한 웃음과 빛나는 작품들로 이 지면은 시작될 것이다.야행성 동물인 호랑이의 안광처럼 빛나는 모니터 앞에서 오랫동안 망설였을 시간에 경의를 표한다. 새봄의 소식을 전해 듣고 막 작가가 된 사람들에게 보내는 큰 박수. 그 몸짓의 의미는 축하 그 이상의 것일 터. 잠자던 호랑이마저도 깨울 수 있지 않을까.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호랑이의 기운이 샘솟기를 바란다는 말로 새해의 복을 기원드린다. 우리에게 다정이란 너 혹은 나의 ‘이름’ 그 자체니까. 존재만으로도 이 세상이 고마워지는 순간이 있다. 부르는 순간 바로 뒤를 돌아볼 당신의 ‘이름’이 그러하다. 소설가 이은선
  • 새해 직장인 지갑이 운다…스타벅스 커피값도 ‘불안’하다

    새해 직장인 지갑이 운다…스타벅스 커피값도 ‘불안’하다

    새해 국내 커피 제품의 도미노 가격 인상이 현실화 되고 있다. 매일유업, 동원 F&B 등 컵 커피 업계가 일제히 제품 가격을 인상한 데 이어 스타벅스 캡슐 커피를 판매하는 네슬레코리아도 스타벅스 원두 30여종과 캡슐 커피 가격을 10% 올린다.31일 업계 등에 따르면 네슬레코리아는 커피 정기 배송 서비스 ‘캡슐투도어’와 온라인 전용 몰에서 판매하는 스타벅스 캡슐 가격을 새해 7900원에서 8700원으로 인상한다. 현재 스타벅스 매장에서 판매하는 캡슐은 본사 공급 제품으로 가격 인상의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같은 원두를 쓰는 만큼 스타벅스 매장의 캡슐은 물론 매장 커피 가격 인상도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스타벅스코리아는 2014년 7월 톨(tall)사이즈 아메리카노 가격을 200원 올린 이후 지금까지 8년간 4100원으로 제품 가격을 동결해 왔다. 스타벅스코리아는 그동안 원자재, 인건비, 부자재비 상승 등 가격 인상요인들을 내부적으로 흡수해 왔다. 하지만 최근 국제 커피 원두 값 급증으로 스타벅스 미국 본사가 가격 인상을 언급하고 있고 코로나19로 인한 물류대란, 인건비 상승 등의 여파가 내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더는 가격 억제 기조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가격 인상 여부에 대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지속적으로 예의주시하며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경쟁사인 커피빈코리아는 지난 11월 1일부터 온라인몰에서 1만 7000원에 판매하던 원두를 종류에 따라 1000원~2000원씩 올린 바 있다. 업계는 원재료인 국제 커피 원두 값과 인건비, 유류비 등 각종 복합적인 제반비용 상승이 제품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 올해 국제 커피 원두 값은 2019년 대비 2배 가까이 뛰었다. 원두 값 인상은 공급량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세계 1위 생산국 브라질은 이번 여름 해수 온도가 낮아지는 라니냐 현상 등 기상이변으로 작황 부진을 겪었다. 로부스타 원두의 최대 생산국이자 2번째로 큰 원두 시장인 베트남은 코로나 19로 원두 생산 지역을 봉쇄해 생산, 물류 모두 차질 빚었고 콜롬비아에서도 폭우로 생산량이 급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커피 원두 값 뿐만 아니라 설탕, 야자유 등 다른 원자재 가격도 급증하고 있다”면서 “다만 커피 가격에서 원두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아 당장 가격 변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정부 ‘李 종부세 일부 완화’ 긍정 검토

    정부 ‘李 종부세 일부 완화’ 긍정 검토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이 3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종합부동산세 일부 완화 공약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밝힌 반면,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구 실장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종부세 완화와 양도세 중과 유예에 대해 당과 협의하고 있다”며 “일부는 정부도 긍정적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 후보는 일시적 2주택자 등에 대한 종부세 핀셋 완화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의 한시 유예를 주장했다. 구 실장은 종부세에 대해 “농촌에 주택이 있어서 2주택으로 되는 부분이나, 상속 주택이나 종중 주택이나 공동체 마을에 대해 정부가 합리성 제고를 위해서 검토 중”이라며 세부 조정을 시사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에 대해서는 “부동산이 안정을 보이는 상황에서 양도세 중과를 유예한다고 하니 주택을 많이 가진 분들이 ‘법이 통과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하고, 사려는 분들은 ‘어차피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한다”며 “그러다 보니 오히려 시장의 매물이 줄어드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로서 정부는 여러 정치 일정 상황으로 시장에 어떤 기대나 혼란만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상황”이라며 “예의주시해서 잘 검토하고 판단할 사항”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 후보가 전날 내놓은 ‘생애 첫 주택 구입 시 취득세 감면’ 공약에 대해서는 “정부 내부에서 검토를 못 했다”고 답했다. 한편 민주당은 내년 초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 논의를 공식화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정부가 새해가 되는 대로 신년 추경을 편성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박완주 정책위의장도 “충분한 보상을 위해 당정은 신년 추경 편성 협의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 2022년 임인년의 상징 ‘호랑이’

    2022년 임인년의 상징 ‘호랑이’

    호랑이는 12지의 3번째 동물로 예로부터 사악한 잡귀들을 물리치는 영물로 인식되거나 우리 민족의 신(神)이자 다양한 상징으로 생활 속에 자리 잡아 왔다. 맹수로써 최고의 두려움의 대상인 동시에 은혜를 갚을 줄 아는 예의 바른 동물로 대접받기도 하면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동물로 여겨져 왔지만, 지금은 그 개체수를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멸종위기에 몰렸다. 더욱이 호랑이는 전 세계적으로 아시아 지역에만 서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24년 전남지역에서 포획된 호랑이가 남한지역의 마지막 생존 기록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지역에 서식하는 야생 호랑이의 수는 10마리 이하로 보고되어 있으며 현재 백두산 지역, 자강도 와갈봉 일대 등에서 호랑이 서식지가 관리되고 있지만 이 지역에 사는 정확한 개체 수는 알 수 없다.  ‘검은 호랑이’라는 뜻의 2022년 임인년(壬寅年)이 2021년 신축년(辛丑年)이 저물면서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사진은 지난 18일 오전 눈 쌓인 광주 북구 우치동물원에서 촬영한 벵골 호랑이의 모습. 2021.12.30 
  • 신지예 떠난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페미니스트 정치인의 변절로 보지 않아”

    신지예 떠난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페미니스트 정치인의 변절로 보지 않아”

    신지예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이 대표를 지낸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가 신 부위원장의 행보에 유감을 표했다. 더불어 “페미니스트 정치인의 변절로는 보지 않는다”는 입장도 같이 전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지난 29일 낸 입장문에서 “가부장정치의 산실 중 하나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곁으로 간 신 전 대표의 행보에 깊은 유감과 안타까움을 표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그의 선택을 막을 다른 대안과 자원을 여성주의 정치와 운동의 영역에서 함께 제시할 수 있었는지도 성찰한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 27일 총 17명의 회원들이 모여 긴급토론회를 개최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 신 전 대표가 단체의 논의를 거치지 않고 개인적 선택을 자행했다는 점에서는 비판했다. 단체는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의 공식적 논의 단위인 운영위원회를 통해 논의되고 결정되지 않은 개인적 행보”라며 “조직 민주주의를 침해하는 행위였다는 데 이견이 없으며 비판 받아 마땅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의 행보를 페미니스트 정치인의 변절로 보지 않는다고도 했다. 단체는 “신 전 대표가 페미니스트로서 그간 주장했던 신념들을 포기한다고 선언한 것이 아니다”라며 “이번 대선에서 양당 구조를 깰 수 없다는 한계 상황에서 윤석열 후보가 N번방 방지법의 실효성을 높이는 등 여성인권을 공약화 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여성 정치인이 거대 양당 정치의 재생산에 기여하는 구조에 대한 성찰적인 의견도 있었다. 제3지대에서 활약하는 여성 정치인의 고충에 대한 토로다. 한 회원은 “신지예라고 하는 ‘2030’ 젊은 세대 페미니스트를 대표하는 정치인이 보수에 영입되는 것이 정치적 사건”이라며 “우리 입장에서는 어렵게 만든 젊은 여성 정치인인 신지예를 빼앗긴 것 같다.(중략) 여성정치인이 제3지대에서 정치를 한다는 것은 미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고 평하기도 했다. ‘발상의 전환’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다. 한 회원은 “진보 보수를 떠나 판을 마구 뒤흔드는 것이 좀 더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여성인권, 장애인권, 차별금지법 등을 어느 당이든 이걸 받는 당이 있다면 국민의 힘이어도 지지하겠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며 “이런 기회를 통해서 민주당이 정말 정신을 차리면 좋겠고 진보도 더 정신을 차려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페미니스트 정치인으로서의 활약에 고마움을 표하는 의견도 있었다. 한 회원은 “여태까지 신지예의 정치에 탑승해 갔는데 누가 앞서나가는 정치가 아니라 같이 가는 정치가 어떻게 가능할까 그런 고민이 생겼다”며 “신지예라는 페미니스트 여성 정치인을 우리도 필요로 했다.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였다”고 말했다.
  • 이재명 “부동산 정책 분명 실패”… 취득세 완화 공약까지 내놨다

    이재명 “부동산 정책 분명 실패”… 취득세 완화 공약까지 내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9일 “주택 실수요자의 취득세 부담을 낮추겠다”며 취득세 완화 공약을 발표했다. 앞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일시적 2주택자 종합부동산세 개선, 공시가격 현실화에 따른 보유세 부담 완화에 이어 취득세 완화까지 꺼내 든 것이다.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를 넘어 변침 수준의 부동산 세제 개편으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민심’을 달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세제 완화뿐 아니라 국토보유세에서 이름만 바꾼 토지이익배당금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이재명의 무한책임 부동산 공약 3’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의 취득세 50% 감면혜택 기준을 수도권 6억원(현행 4억원), 지방 5억원(현행 3억원)으로 각각 올리고, 취득세 최고세율 부과 기준도 현행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또한 “취득세 감면 대상이 되는 부부합산 소득기준도 높이고, 취득세 면제 대상 주택 범위도 넓히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보유세는 적정 수준으로 높이고 거래세는 낮추는 것이 저의 부동산 세제 원칙”이라면서 “주택가격 상승으로 실수요자의 거래세 부담까지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취득세 완화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취득세 감소로 인한 지방세수 감소분은 지방소비세율(부가가치세 중 지방 이전 분) 인상 등을 통해 보전하겠다”고 덧붙였다. 청와대와 정부가 반대하고 있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의 필요성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이날 MBC 라디오에서 “양도세 중과유예는 시장에 공급을 늘려 주택시장을 안정시키는 첫 번째 조치”라며 “(정부를) 계속 설득해 보고, 두 달여밖에 남지 않았으니 그때 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일시적 2주택자 등에 대한 종부세 일부 완화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받아들일 것 같다”며 “협의 중이다. 잘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부동산 정책은 실패한 것이 분명하고, 실패했으면 원인을 제거하고 바꿔야 한다. 핵심이 시장 존중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가 부동산 세제 개편을 하나씩 꺼내 들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차별화하는 정책을 발표하는 것은 대선 승리가 수도권 민심 회복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양도세나 종부세를 계속 언급하는 것이 수도권 표심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런 측면이) 없다고 할 수 없다”며 “비정상적으로 주택가격이 올랐고 시장이 불안해하는 게 분명하니 다른 정책을 추가하거나 교정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답했다. 표를 위해 정체성을 맞바꾼다는 질문엔 “목표와 수단을 전도한 것”이라며 “다주택자들이 매각 기회를 놓쳐 팔지 못하면 수단을 좀 바꾸는 게 맞다. 유연성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후보 직속 부동산개혁위원회가 전날 활동을 시작하면서 사실상 철회한 것으로 여겨진 국토보유세를 토지이익배당금으로 포장만 바꿨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후보는 ‘국토보유세를 토지이익배당금으로 왜 바꾸었느냐’라는 질문에 “원래 똑같은 제도인데 동전의 양면 중 세금 얘기만 하는 프레임으로 공격받았다”며 “제도 전체를 말해 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보유세를 신설해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쓴다는 구상이 증세 논란으로 번지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 기내 언쟁 69세 승객 뺨 때리고 침 뱉은 미국 51세 ‘항공 카렌’

    기내 언쟁 69세 승객 뺨 때리고 침 뱉은 미국 51세 ‘항공 카렌’

    잡지 플레이보이의 모델 겸 배우로 활약했던 패트리샤 콘월(51)이 델타항공 여객기 안에서 마스크 문제로 언쟁을 벌이다 삼촌 뻘인 69세 남자 승객에게 주먹을 휘둘러 ‘항공 카렌’ ‘델타 카렌’이란 별명을 얻었다. ‘카렌’이란 갑질을 일삼거나 행동과 감정만 앞세워 행패를 부리는 무식한 여인네를 낮춰 부르는 별칭이다. 트위터에 올라온 2분 가까운 분량의 동영상을 보면 그녀는 지난 23일(이하 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탬파를 출발해 애틀랜타로 향하는 델타항공 2790편 안에서 턱 아래에 마스크를 걸친 채 서 있었다. 콘월은 제자리에 돌아가려 했는데 음료서비스 카트에 막혀 그럴 수가 없었다. 뒤로 물러나 빈 자리로 살짝 물러서면 카트가 지나가 상황이 해결될 수 있겠다고 승무원이 말하자 그녀는 “내가 누군데, 로자 파크스?”라고 말했다. 흑백 차별이 엄연했던 1955년 12월 앨라배마의 버스 안에서 흑인 전용칸으로 옮기라는 명령을 거부해 경찰에 체포됨으로써 흑백차별에 대한 항거와 민권운동에 불을 댕긴 파크스 얘기를 꺼낸 것이다. 그러자 근처의 승객이 “당신은 흑인이 아니다. 앨라배마 출신도 아니지, 여기가 버스도 아니고”라고 끼어들었다. 이 순간 승객 한 사람이 동영상을 촬영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오자 난리가 난 것이다. 한 남성이 “앉아요 카렌. 당신은 제길 카렌이야. 앉아요”라고 소리를 질렀다. 양쪽의 대거리가 이어졌고 승무원이 상황을 누그러뜨리려고 나섰다. 결국 69세 남성이 “b?-” 욕설을 내뱉었고, 콘월이 “당신 뭐라고 했어”라면서 주먹을 그의 얼굴에 적중시킨 뒤 달려들어 더 드잡이를 벌이려 했다. 승무원이 그녀를 붙들어 싸움을 말렸고 그 남성은 “이건 폭행이야. 이제 당신은 감방 갈거야!”라고 외쳤다. 콘월은 분을 삭이지 못한 듯 그에게 침까지 뱉었고, 두 사람은 계속 입씨름을 벌였다. 그녀가 승무원들과 다른 승객들에게 질질 끌려가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 결국 애틀랜타에 착륙한 뒤 그녀는 경찰에 연행됐고 나중에 연방수사국(FBI)에 구금됐다. 2만 달러 보석금을 내면 로스앤젤레스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허락이 떨어진 상태다. 연방항공청(FAA)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1일까지 5779명의 “예의 없는 승객” 신고가 접수됐으며 마스크 관련 사고가 4156건 일어났다. 연방정부의 마스크 의무화 지침은 항공기 승객은 먹거나 마시지 않을 때는 마스크를 쓰도록 하고 있다. 콘월에게 폭행당한 남성은 뭘 먹고 있었기 때문에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됐는데 잘 모르는 그녀가 마스크 문제로 시비를 건 것이라고 어이없어했다.
  • 내년 2월에나 돌아오는 황희찬… 월드컵 예선 7·8차전 못 뛸 듯

    내년 2월에나 돌아오는 황희찬… 월드컵 예선 7·8차전 못 뛸 듯

    울버햄프턴의 ‘들소’ 황희찬(25)이 내년 2월에나 그라운드로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7·8차전을 앞둔 벤투호에도 비상이 걸렸다. 울버햄프턴은 28일(이하 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햄스트링을 다친 황희찬이 내년 2월에 복귀하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황희찬은 지난 16일 열린 브라이튼과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7라운드 도중 허벅지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브루노 라게 울버햄튼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황희찬의 정확한 상태는 추후에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는데 예상과는 달리 긴 시간 회복해야 하는 심각한 부상이었음이 밝혀졌다. 울버햄프턴은 황희찬의 이탈로 현재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중위권 싸움에서도 동력을 잃게 됐다. 그나마 팀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탓에 당장 치러야 할 경기들이 대부분 연기되고 있다는 점은 불행 중 다행이다.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도 그의 부상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대표팀은 내년 1월 27일 레바논, 2월 1일 시리아를 상대로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치르는데, 울버햄프턴의 발표대로라면 황희찬이 이 기간 대표팀 소집에 응하는 건 불가능하다. 황희찬은 지난달 11일 아랍에미리트(UAE)와의 맞대결에서 결승골을 넣는 등 대표팀에서도 활약을 이어갔다.
  • 오미크론 밀접접촉자 격리 내주부터 10일로 단축

    오미크론 밀접접촉자 격리 내주부터 10일로 단축

    28일 0시 기준 3000명대로 떨어졌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이날 오후 9시 현재 4000명 중후반대로 집계됐다. 위중증 환자도 8일 연속 1000명대를 기록하고 있어 내년 1월 2일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은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는 코로나19 유행이 감소세로 돌아서고 있으나 아직 초기 단계라고 평가했다. 위중증 환자를 더 줄여야 일상회복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3865명, 위중증 환자는 1102명이다. 전국 기준 코로나19 병상 가동률은 모두 70%대 이하로 감소했으나, 전날 오후 5시 기준 수도권 중증병상 가동률은 81.1%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확진자가 늘면 고위험 그룹 비중도 증가해 중증도나 사망률이 현저히 줄 것이라고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전환할 때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속도조절’을 강조했다. 긍정적인 부분은 60세 이상 연령대의 백신 3차 접종률이 71.6%를 기록하면서 이들의 위중증 악화율도 이달 첫째주 35.8%에서 이날 20%로 줄었다는 점이다. 하루 이상 입원 대기자는 9명으로, 전날 107명에서 대폭 감소했다. 코로나19 신종 변이 오미크론 확산세는 여전히 예의주시해야 할 상황이다. 오미크론 감염자는 이날 4명이 추가돼 누적 449명이 됐다. 다만 분석 결과 오미크론 전파 기간이 10일 정도로 델타 등 다른 변이와 비슷해 현재 14일인 오미크론 감염자의 밀접접촉자 격리 기간을 다음주부터 나흘 줄이기로 했다. 코로나19 다른 변이 확진자와 밀접접촉자, 오미크론 확진자는 현재 동일하게 10일을 격리하고 있다.
  • 매일같이 양도세 풀자는 이재명 “대선 후 4·3·3개월도 가능”

    매일같이 양도세 풀자는 이재명 “대선 후 4·3·3개월도 가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6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적 유예와 관련해 “내년 3월 9일 선거가 끝나고 상황이 바뀌면 12월까지 ‘4·3·3’을 하든지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정부의 반대에 부딪혀 즉각 시행이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이지만, 대선 후 ‘4개월·3개월·3개월’ 차등 유예 방식으로 총 10개월로 단축해서 할 수도 있다며 거듭 추진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 후보는 이날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다주택자에게 기회를 한 번은 더 줘야 한다. 그래야 시장에 매물이 나온다”며 이렇게 밝혔다. 앞서 그가 제안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안은 향후 1년간 첫 6개월은 전액 면제, 이후 3개월은 50%, 나머지 3개월은 25%를 차등 면제하는 방식이었다. 이 후보는 “저는 이번 임시국회 때 처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 하고 있다”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의 목표는 공급을 늘려 집값을 안정시키자는 것이다. 양도세가 높아 팔 수가 없는 다주택자들에게 탈출 기회를 주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시장이 부족하다면 부족한 것이다. (정부가) 부족하지 않다고 하니 ‘공급을 안 할 모양’이라며 수요가 더 늘어나고 왜곡되는 것”이라고 했다. 주택 공급 확대안도 제시했다. 그는 “공급을 늘리는 방법은 첫째, 다주택자가 빨리 팔게 하고 둘째, 재개발·재건축 등 기존 택지 안에서 용적률·층수 규제를 완화해 주되 일부 청년주택 등으로 공익 환수를 하는 것”이라며 “셋째로 신규 택지를 시장이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공급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주목하는 부분은 도시를 단절하는 고속도로, 철도 등을 지하화하고 지상에 택지와 상업시설, 공원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하철 1호선 지상 구간이나 경인선,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등을 검토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전날 경제 유튜브 채널 ‘삼프로TV’ 인터뷰에서 언급한 작전주 경험담을 두고 야권이 ‘주가조작 공범’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상대 입장에서는 네거티브전이 유일한 길로 보일 수밖에 없다. 왜곡된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 한편 이 후보는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온·오프라인 국민반상회에서 산후조리원을 이용 중인 산모들의 사연을 듣는 자리에서 ‘4대강 예산을 복지·돌봄에 쓰면 출산율이 이 정도는 아닐 것’이라는 참석자의 반응에 공감하며 “(공공산후조리원) 한 개 짓는 데 50억 정도 든다. (4대강 예산) 20조면 4000개, (필요한 만큼) 다 지어도 400개면 된다”며 공공산후조리원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 중국산 앱 공개 저격할 땐 언제고… 틱톡에 나타난 호주 총리

    중국산 앱 공개 저격할 땐 언제고… 틱톡에 나타난 호주 총리

    동영상 공유 애플리케이션(앱) 틱톡에 모습을 드러낸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를 공개 저격했다. 지난해 모리슨 총리가 중국산 앱 ‘틱톡’에 대해 “틱톡이 안보에 잠재적인 위협이 되는지 여부를 조사하라”고 지시하는 등 개인정보유출 우려와 관련해 미국과 입장을 같이했던 것에 대한 비판으로 풀이된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 등 다수의 매체들은 26일 호주 ABC 방송국이 방영한 모리슨 총리의 틱톡 개인 계정 개설 소식을 인용해 “지난해까지도 틱톡의 보안 문제를 우려했던 사람이 모리슨이다”면서 “모리슨 총리 자신은 틱톡을 비난했던 발언을 잊었을지 모르지만, 그의 당시 발언에 대해 언론들은 기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리스 총리는 지난 24일 틱톡 개인 계정을 개설, 첫 영상으로 반려견인 ‘버드’와 촬영한 영상을 대중에 공유했다. 그는 해당 영상에서 “저와 버드를 포함한 모든 분들이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보내길 바란다”면서 “특히 안전에 주의하고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을 생각하는 시간을 갖자”고 약 10초 가량의 짧은 영상을 공개했다. 곧이어 그는 두 번째 영상을 공유하며 “지난 한 해는 매우 힘든 한 해 였다”면서 “우리는 많은 도전에 직면했고, 오미크론의 전파로 인해 다시 한 번 그 고비를 넘어야 하지만 우리는 이번에도 함께 잘 해낼 것이다”고 했다. 하지만 호주 ABC 방송 등 현지 언론들 역시 모리슨 총리의 틱톡 계정 개설과 관련해 그의 모순적인 행동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분위기다. ABC 방송국은 그의 영상이 공유된 직후 “그가 지난해 보였던 틱톡의 개인정보 유출 우려와 중국 당국에 비밀리에 정보를 유출할 것이라는 우려와는 다른 행보”라고 정면에서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모리슨 총리 등 호주 당국은 호주에서만 약 15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틱톡을 겨냥해 ‘틱톡이 대규모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있으며, 중국 정부와 해당 개인 정보를 공유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호주 정부는 틱톡의 운영 방침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호주 내 틱톡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등의 강경한 입장을 고수한 바 있다. 이는 당시 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 등을 내세우며 자국 내 틱톡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경고한 것과 관련해 모리슨 총리가 미국의 입장을 두둔했던 것. 이 무렵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개인정보보 보호 문제를 “아주 심각하게 여긴다”면서 “개인 정보가 중국 공산당에 넘어가길 바라는 사람은 이 앱을 다운받으라”고 말한 바 있다.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정부 인사들을 우선적으로 틱톡 사용을 금지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였다. 환구시보 등 현지 언론들은 당시 틱톡을 공개 저격했던 모리슨 총리의 발언을 집중 보도하며 그의 틱톡 계정 개설 소식을 발빠르게 전했다. 이 소식을 접한 현지 누리꾼들은 “틱톡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발언한 지 불과 1년 만에 스스로 계정을 개설해 많은 사람들과 소통을 시도한 것은 매우 위선적 행위다”면서 “그의 발언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는 완벽하게 미국 편에 서서 위선적인 연기를 했던 것이다”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 역시 “14억 명의 중국인과 등을 돌리고 온전할 수 있는 국가는 없다”면서 “모리슨 총리는 불과 1년 사이에 틱톡을 포함한 중국과 관련된 모든 것들로부터 완전히 등 돌리고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없앨 수 없을 바에는 협력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 것 같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 떠날 땐 떠나더라도… 손편지로 진심 전하는 선수들

    떠날 땐 떠나더라도… 손편지로 진심 전하는 선수들

    깜짝 이적이 이어지고 있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선수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마지막까지 팬들에게 진심을 전하고 있다. 떠날 땐 떠나더라도 직접 쓴 편지를 남기는 것이 소셜미디어가 발달한 시대에 새로운 유행이 되는 분위기다.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24일 NC 다이노스는 손아섭과 계약 소식을 알렸다. 부산 토박이로서 부산을 상징하는 ‘부산 오빠’ 손아섭의 깜짝 이적은 롯데 자이언츠 팬들은 물론 프로야구 팬들에게 충격파를 던졌다. 선수 스스로도 충격이었던 만큼 손아섭은 롯데를 떠나게 되면서 놀랐을 롯데 팬들을 다시 한 번 더 생각했다. 손아섭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34년간 살아오며 가장 어려운 결정을 하게 되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라는 말로 시작해 “사랑하는 팬 여러분. 미안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는 말로 맺는 장문의 글을 남겼다. 프로의 세계에서 선수가 더 나은 대우를 찾아 이적을 택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롯데의 영구결번 후보 선수로서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만큼 손아섭은 마지막까지 아름다운 이별로 롯데를 떠나고 싶어 했다. 손아섭 뿐만 아니라 이번에 팀을 옮기게 된 선수들은 모두 손편지로 진심을 전했다. 박해민도 삼성 라이온즈 팬들에게, 박건우도 두산 베어스 팬들에게, 나성범도 NC 팬들에게 나란히 손편지를 남겼다. 팬들은 떠나는 선수를 아쉬워하면서도 응원의 댓글로 선수의 앞날을 축복했다.떠나는 선수만 편지로 진심을 전하는 게 아니었다. KIA 타이거즈에 잔류한 양현종도 편지를 통해 팬들에게 인사를 남겼다. 양현종은 “처음으로 팬분들에게 편지를 쓰네요”라는 말로 시작해 이번 협상 과정에서 오갔던 감정을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양현종은 “그동안 많은 기아팬분들이 ‘우리팀에 양현종 있다’라고 해주셨습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너무 기뻤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기도 합니다”라며 “그 말이 절대 헛되지 않도록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마음을 전했다. 과거에는 선수가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식이 공식 인터뷰를 통해서나 가능했지만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선수가 직접 팬들과 소통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이런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손편지를 전하는 유행은, 특히나 대형 선수의 이적이 많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더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 됐다. 아직 이적이 가능한 선수들이 남아 있는 만큼 또 누군가 팬들에게 마음을 전하는 모습을 보게 될 전망이다. 이별에도 예의를 갖추려는 프로야구 선수들이 떠날 땐 떠나더라도 마지막까지 아껴준 팬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팬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있다.
  • “경선토론 16번, 누가 봤냐”…윤석열, ‘이재명과 토론’ 거부

    “경선토론 16번, 누가 봤냐”…윤석열, ‘이재명과 토론’ 거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의 토론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이에 민주당은 “검증이 무섭다는 것이냐”며 윤 후보를 압박했고, 국민의힘은 이 후보의 토론 태도를 거론하며 받아쳤다. 윤석열 “공격·방어만 …자기 생각 설명 어려워” 25일 공개된 경제 전문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서 진행자들은 ‘이 후보와 경제 정책에 대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토론할 시간을 주시면 그런 자리를 마련해보겠다. 그러면 대선 분위기가 훨씬 정책적인 방향으로 갈 듯하다’고 제안했다. 이에 윤 후보는 “별로 그렇게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면서 “토론을 하면 서로 공격과 방어를 하게 되고 자기 생각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다. 실제 해보니까”라며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고 그걸 시청자들이나 전문가들이 보고 스스로 판단하는 게 제일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토론을 하게 되면 결국은 싸움밖에 안 나온다”면서 “국민 입장에서 봤을 때 이 나라의 공적인 정부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를 뽑는 데 그 사람의 사고방식이나 이런 걸 검증해나가는 데 정책 토론을 많이 하는 게 별로 그렇게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고 재차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경선에서 (토론을) 16번 했지만 그 토론 누가 많이 보셨나요?”라고 되물으며 웃기도 했다. 민주당 “마이크 대신 받아줄 이준석 없어서 못하나” 이에 대해 민주당 선대위 강선우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싸움을 핑계삼아 토론 회피의 명분으로 삼았으나, 결국 윤 후보는 자질 검증, 도덕성 검증, 정책 검증이 무섭다고 자인한 것”이라며 “국민의힘 경선 주자들에 대한 예의도 저버린 망언”이라고 지적했다. 남영희 대변인도 페이스북에 “정책토론이 필요없다는 대선후보, 필요 있습니까”라고 물으며 “윤 후보께 묻는다. (토론 거부가) 최근 잇따른 실언을 막고자 국민의힘 선대위가 고심 끝에 내놓은 방안인가? 아니면 후보가 건네는 마이크를 받아줄 이준석 대표가 없는 것이 이유인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난장판이 된 선대위를 수습하느라 해명을 해줄 시간이 없기 때문인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명한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당할 사람이 누구인지, 대선 후보 각각의 정책과 능력, 비전과 가치를 검증하고 싶어한다”면서 “윤 후보와 ‘윤핵관’(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들께서는 부디 ‘네거티브를 돌파하는 유일한 길은 정책대선으로 전환하는 것’이라는 홍준표 의원의 충언을 듣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청년정의당 강민진 대표는 페이스북에 “요즘은 초등학생 때부터 토론을 한다”며 “토론 시간에 자기 생각 이야기하지 못하겠다고 말하는 대선후보라니 이건 코미디가 아니면 뭔가”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공약 바뀌는 후보…토론도 격이 맞아야” 그러자 국민의힘 선대위 장순칠 상근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기본소득 철회, 국토보유세 포기, 부동산 공약 뒤집기, 탈원전 정책 포장하기 등 자고 일어나면 공약이 바뀌는 후보와 무슨 토론을 할 수 있을까”라며 이 후보를 겨냥했다. 이어 “토론도 격이 맞아야 할 수 있다”면서 ‘아침저녁으로 입장이 바뀌고 유불리를 따지며 이말 저말 다하고 아무 말이나 지어내는 후보 얘기를 굳이 국민 앞에서 함께 들어줘야 하나“라고 받아쳤다. 그는 ”이 후보는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토론 때문에 지지율이 떨어지자 코로나19 핑계 대고 토론을 취소시켜 당원과 타 후보 측에 항의 받은 분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 추미애 “민주화 수입? 윤석열, 공짜 대선 밥상에도 예의 지켜라!”

    추미애 “민주화 수입? 윤석열, 공짜 대선 밥상에도 예의 지켜라!”

    秋, 尹 ‘민주화운동 외국서 수입’ 발언 맹폭“민주화 운동 수입됐다는 삐딱한 시선 검증”“尹 누리는 대선 밥상, 국민 피흘리며 차린 것”“검찰총장이 징계 받고도 숟가락 들고 나타나”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24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80년대 민주화 운동은 외국에서 수입해온 이념’이라고 말한 데 대해 “민주화 운동이 수입됐다고 하는 삐딱한 시선 검증”이라면서 “공짜 밥상에도 예의를 지켜라!”고 비판했다. 추 전 장관의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윤석열 후보가 누리는 대선 밥상은 국민이 피흘리며 차린 것이지 수입해서 차려진 것이 아니다”라며 이렇게 밝혔다. 추 전 장관은 “광주 민주화 운동 이후에도 1987년 6·10 민주항쟁으로 독재권력이 빼앗아 간 대통령 직접 선출권을 되찾아왔다”면서 “2016년에는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에 저항해 1000만 촛불시민이 정권을 퇴진시키는데 성공했다. 위대한 촛불시민은 독일 에버트 인권상을 수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9년 홍콩 민주화 운동은 대한민국 민주화 운동이 수출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 전 장관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할 당시 직접 징계를 내렸던 윤 후보를 겨냥해 “중립을 지켜야 할 검찰총장이 징계를 받고도 직무를 버리고 숟가락만 들고 국민이 차린 밥상에 나타났다”면서 “그런데 국민 은혜를 모르고 도리어 가르치려고 하는데 검찰당의 본색의 티가 난다”고 비난했다.尹 “민주화운동 외국서 수입한 이념” 앞서 윤 후보는 전날 오후 전남 순천에서 열린 전남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 “현 정부 주축으로, 80년대에 민주화 운동을 하신 분들도 많이 있지만 그게 자유민주주의 운동에 따라 하는 민주화 운동이 아니고 어디 외국에서 수입해온 그런 이념에 사로잡혀서 민주화 운동을 한 분들과 같은 길을 걷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 시대에는 민주화라고 하는 공통된 목표가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받아들여지고 이해가 됐지만, 문민화가 되고 정치에서는 민주화가 이뤄지고, 사회 전체가 고도의 선진사회로 발전해나가는데 엄청나게 발목을 잡아왔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정권만큼 낡은 이념에 사로잡힌 소수의 이권, ‘기득권 카르텔’이 엮여서 국정을 이끌어온 적은 없었던 것 같다”고 문재인 정권을 비판했다. 국힘 “추미애 尹 표적 감찰하고 징계” 한편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윤 후보가 검찰총장 재직 당시 추 전 장관의 징계에 대해 지난 10일 “추미애 전 장관은 조국 사태 이후 윤 총장을 쫓아내기 위해 표적 감찰을 했고 아무 실체도 없는 ‘감찰 사유’로 검찰총장 직무정지 명령을 내렸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국민들은 그때 문재인 정권과 추 전 장관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내팽개친 채 얼마나 무도한 일을 하는지 똑똑히 봤고 윤석열 당시 총장에 대해 성원과 지지를 보내줬다”고 덧붙였다. 
  • 박근혜 입 열까, 대선정국 파장 ‘촉각’

    박근혜 입 열까, 대선정국 파장 ‘촉각’

    박근혜 전 대통령이 24일 단행된 대통령 특별 사면 명단에 전격 포함되면서 70여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 미칠 영향에도 이목이 쏠린다. 보수 야권은 당장은 박 전 대통령의 사면에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도 향후 정치적 파장에는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현재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은 일단 사면 이후에도 당분간 병원에서 건강을 회복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심은 자연스럽게 사면 이후 박 전 대통령이 내놓을 정국 관련 메시지로 쏠린다. 그의 건강상태 등은 친박근혜(친박)계 등 야권 인사들이 그를 면담하는 과정에서 나올 수 있지만, 정치적 메시지가 곧바로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입장은 향후 어떤 식으로든 나오지 않겠냐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무엇보다 박 전 대통령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을지가 가장 큰 관심이다. 윤 후보는 최순실 특검 수사팀장으로 박 전 대통령의 중형을 이끌어낸 악연이 있다. 또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역시 박 전 대통령의 2012년 대선 당선을 돕다가 돌아선 바 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선대위 좌장이 모두 박 전 대통령과 얽히고설킨 관계인 셈이다. ‘진박’을 자처해 온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교체를 주장하고 있는 등 강성 보수 진영이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계기로 윤 후보를 더욱 흔들 가능성도 적지 않다. 만약 박 전 대통령이 윤 후보에 대해 ‘비토’하거나 불편한 심정을 내비칠 경우 국민의힘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된다.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보수진영이 다시 ‘탄핵의 강’을 건너기 이전으로 돌아가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아예 메시지를 내놓지 않을 경우에도 이에 대한 정치적 해석을 놓고 의견이 엇갈릴 수 있다. 윤 후보 입장에서도 박 전 대통령에게 손을 내밀 경우 중도층 표심에 미칠 영향 등 관계설정이 고민이 될 수 있다.보수분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홍준표 의원은 SNS에 “두 전직 대통령을 또 갈라치기 사면을 해서 반대 진영 분열을 획책하는 것은 참으로 교활한 술책”이라며 “반간계로 야당 후보를 선택하게 하고 또 다른 이간계로 야당 대선 전선을 갈라치기 하는 수법은 가히 놀랍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에선 박 전 대통령이 당분간 침묵을 지킨 뒤 향후 윤 후보와 국민의힘에 힘을 실어주지 않겠느냐고 기대하는 모습이다. 정권교체가 시급한 상황에서 보수진영이 더는 분열해선 안된다는 위기감이 크기 때문이다. 야권 관계자는 “정권교체 열망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생각 역시 크게 다를 수 없다”고 말했다.
  • 최동원 어머니의 꿈… ‘야구 명예의 전당’ 급물살

    최동원 어머니의 꿈… ‘야구 명예의 전당’ 급물살

    부산 기장군이 ‘한국야구 명예의 전당’(조감도) 운영비를 지원하기로 해 사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에 따라 평소 야구 명예의 전당에 아들의 유니폼을 기증하고 싶다는 최동원 선수 어머니의 소망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기장군에 따르면 오규석 기장군수와 정지택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지난 21일 서울 한국야구회관에서 만나 명예의 전당 건립을 위한 사업 추진에 대해 논의했다. 애초 이 사업은 2014년 부산시와 기장군, KBO의 협약에 따라 추진됐다. 기장군이 기장 야구 테마파크 내 1850㎡의 땅을 제공하고 부산시가 108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전당을 건립하면 KBO가 운영을 맡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KBO가 운영비 부담 등의 문제를 꺼내면서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해졌다. 기장군은 최근 사업 정상화를 위해 기장군이 운영비를 지원하는 등의 변경 협약안을 마련했다. 내년 상반기 중 변경 협약이 체결되면 본격적으로 사업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동원 선수의 어머니 김정자씨는 “야구인 최동원이 오래오래 사람들한테 기억됐으면 좋겠다”며 “아직도 동원이의 유품을 보관하고 있는데, 내가 죽기 전에 야구 명예의 전당이 생겨 꼭 기증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 군수는 “기장군을 뉴욕의 쿠퍼스타운을 뛰어넘는 세계적인 ‘기적의 야구 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 앨범, 그래머폰 디지털 특별호 ‘올해의 음반’ 소개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 앨범, 그래머폰 디지털 특별호 ‘올해의 음반’ 소개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21)의 앨범 ‘세기의 여정’이 영국 그래머폰 디지털 특별호에서 소개하는 ‘올해의 음반’으로 선정됐다. 클래식 관련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잡지인 그래머폰은 매년 9월 그래머폰 어워즈와 별개로 연말 디지털 특별호를 통해 올해 청취 및 리뷰 부문 ‘올해의 음반’을 재조명한다. 지난 9월 이 잡지의 ‘이달의 음반’으로 선정된 박수예의 앨범은 올 한 해 동안 발매된 음반 중 최고의 하나로 뽑혀 피아니스트 언드라시 시프, 이고어 레비트,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 등의 거장들과 함께 특별호 표지를 장식했다. 한국 연주자 음반이 그래머폰 디지털호를 통해 올해의 음반 중 하나로 꼽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럽에서 주로 활동하는 박수예는 16세에 독일 한스아이슬러 국립음대 기악과에 최연소로 입학해 현재 석사과정을 밟으며 울프 발린을 사사하고 있다. 스웨덴 음반사인 BIS 레이블로 발매된 ‘세기의 여정’은 그의 세 번째 앨범으로 레거의 전주곡과 푸가를 비롯해 이자이, 프로코피예프, 펜데레츠키 등 20세기 바이올린 솔로 작품들이 담겼다. 지난 8월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윤이상 바이올린 협주곡 3번을 협연 및 녹음해 내년에 음반이 나오고 새해 국내 독주회도 계획 중이다.
  • 이별도 아름답게… 떠날 때까지 최선 다하는 ‘프로의 품격’

    이별도 아름답게… 떠날 때까지 최선 다하는 ‘프로의 품격’

    이별에도 예의가 있다. 대개는 통보하는 쪽에 더 많이 요구되지만 통보를 당하는 쪽도 어느 정도는 갖춰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시즌 V리그에서 방출 통보를 당한 두 외국인 선수가 보여주는 프로 정신은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남자배구 현대캐피탈은 최근 로날드 히메네즈를 교체하기로 했다. 교체 대상은 펠리페 알톤 반데로. 이미 한국에서 다섯 번째 팀을 갖게 된 베테랑이라 따로 설명이 필요 없는 선수다. 히메네즈는 이번 시즌 보이다르 뷰세비치의 대체 선수로 한국 땅을 밟았다. 그러나 입국 후 훈련 도중 대퇴부 힘줄 파열로 악재를 만났다. 1라운드에 복귀했지만 2라운드에 다시 부상이 덮쳤고 국내 선수로 선전하던 현대캐피탈의 부담도 갈수록 커졌다. 최태웅 감독은 “히메네즈가 몸이 좋다고는 하는데 잘 모르겠다”면서 고민을 드러냈고 결국 통증 재발로 교체를 결정했다. 통상적인 시즌이면 교체가 결정된 후 곧바로 선수가 짐을 싸고 대체 선수가 합류한다. 그러나 코로나19 시국에는 입국 후 격리 문제가 있어 예전과 상황이 다르다. 히메네즈도 결국 내년 1월 중순까지 경기를 뛰게 됐다. 이별이 예고된 상태였지만 히메네즈는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로 프로페셔널을 증명했다. 히메네즈는 지난 22일 삼성화재전에서 양팀 최다인 19점을 올리며 팀의 3-0(25-22 25-18 25-23) 승리를 이끌었다. 마음의 상처를 입고 경기력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한 히메네즈 덕에 현대캐피탈은 5연패를 끊어낼 수 있었다.남자부에 히메네즈가 있었다면 여자배구엔 레베카 라셈이 있었다. 라셈은 이번 시즌 IBK기업은행에서 활약했지만 팀이 내분을 겪는 가운데 방출됐다. 서남원 전 감독이 외국인 선수가 성적 부진의 원인으라 진단하고 이미 교체를 결정한 상황에서 경질됐고, 대체 외국인 달리 산타나의 계약이 많이 진척된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라셈이 떠나게 됐다. 라셈은 지난달 27일 방출 통보를 받고 락커룸에서 눈물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코트에 돌아와서는 최선을 다했다. 이날 GS칼텍스전에서 라셈은 14점을 올렸고, 이후 이어진 3경기에서도 각각 13점, 14점, 12점을 올리며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팬들은 이런 라셈에 대해 아낌없는 애정을 보냈다. 특히 마지막 KGC인삼공사전에서는 다수의 팬이 라셈의 이름을 부르며 라셈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기업은행 선수들도 라셈과의 이별을 아쉬워하며 모두가 따뜻한 송별회를 마련했고 라셈도 마지막까지 미소를 남긴 채 한국을 떠났다. 선수라면 누구나 코트에서 최선을 다해야하지만 선수도 사람인 만큼 마음이 힘든 상황이 오면 극복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히메네즈와 라셈은 선수로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며 팬들에게 좋은 추억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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