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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마당] 병사의 귀환/조혜정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영화평론가

    [문화마당] 병사의 귀환/조혜정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영화평론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강제규 감독, 2004년)는 유해 발굴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흙 속에 묻혀 있는 유해를 찾아내 흙을 털고 조심스럽게 정리하는 모습, 유해와 함께 찾아낸 유품 위에 하얀 국화꽃을 얹는 모습이 영화 메인테마 음악의 유려하지만 구슬픈 가락에 힘입어 숙연함을 더한다. 비록 전쟁을 직접 체험하지는 않았으나, 나라를 위하여 싸우다 묘비도 없이 어느 산하에 묻혀 있을 고혼(孤魂)들을 생각하면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한국전쟁으로 전사한 병사 중 13만명의 시신이 아직 수습되지 않은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2000년 ‘6·25 전사자 유해발굴사업’이 시작된 이래 현재 약 3% 정도의 유해만이 발굴된 상황으로, 시간이 많이 흘러 어려움이 크다고 한다. 그렇지만 “마지막 한 분의 유해를 찾을 때까지 사업을 계속 추진해야 합니다. 전사자 유해발굴사업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영원한 책무이기 때문입니다.”라는 국방부(홈페이지)의 결기 어린 문구는 이 사업에 임하는 자세를 보여주는 듯해 작으나마 위안이 되었다. 얼마 전 한국전쟁 전사자 12구의 유해가 송환되어 유해발굴사업의 의미를 다시 새기게 되는 계기가 있었다. 5월 25일 서울공항에 12구의 한국전쟁 전사자 유해를 실은 비행기가 도착했고, 이 자리에는 대통령과 국방부장관 등 고위인사가 참석해 봉환된 전사자 유해에 대해 최고의 예우를 갖추며 맞았다는 소식이었다. 엄밀히 말해서 이번 유해 봉환이 가능하게 된 것은 미국의 힘 덕분이라고 하겠다. 전사자들은 전쟁 당시 국군으로 입대해 미군에 배속되었던 카투사(KATUSA)였다. 미국은 2000년부터 2004년 사이 함경남도 장진호 주변지역에서 유해를 발굴, 미국 합동전쟁포로실종자확인사령부(JPAC)에서 신원확인 작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12구의 시신이 아시아계로 밝혀지고 우리 국방부와의 합동감식 결과 한국군임이 확인된 것이다. 미국영화를 보면 종종 전사한 미군병사의 유해 봉환 장면이 나온다. 성조기 혹은 파란 천이 덮인 관이 운구되는 장면에서 병사들의 절도 있는 동작과 최고의 예우는 늘 그 장면에 엄숙함과 경건함의 분위기를 입혔다. 미국영화가 국가 이데올로기를 전파한다는 식의 지적이야말로 상투적으로 느껴질 만큼 미국영화의 프로파간다는 널리 알려진 것이지만, 그럼에도 이 장면을 볼 때의 엄숙함과 경건함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아울러 그들이 자국의 병사를 항상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 많이 부러웠다. ‘조국은 당신을 잊지 않는다.’(You are not forgotten), ‘한 사람의 병사도 적진에 남겨두지 않는다.’(Leave no man behind)’, ‘그들이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Until they are home)를 모토로 하고 있다는 JPAC의 활동은 그런 점에서 미국에 대한 부러움을 더욱 자아내는 작용을 한다. 조국을 위하여 목숨 바친 이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의 토대 위에 미국이라는 나라가 건재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것이 비단 미국영화의 국가이데올로기 전파에 의해 형성된 가치라 하더라도, 유난스러울 만큼 철저한 자국민 보호주의에 대해서는 경탄과 부러움이 절로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국지전과 전면전을 포함, 어쩌면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전쟁을 수행하고 참전하는 나라가 미국일진대, 이처럼 철저하게 자국민을 보호하고 자국의 병사에 대해 배려하고 존중하는 것이 미국을 지탱하는 또 하나의 힘이 아닐까. 이제 6월이 된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현충일과 한국전쟁 발발일 등이 있는 6월은 조국을 수호하다 희생된 선열과 병사들을 추모하며 기억하는 달이다. 그분들이 있어 지금의 우리가 있고 나라가 건재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62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병사의 귀환을 보며 나라를 위해 고귀한 목숨을 바친 분들을 다시 생각해 본다.
  • 칠순 감독의 사랑, 칸 적시다

    칠순 감독의 사랑, 칸 적시다

    한국과 팔메도르(황금종려상)는 아직 인연이 아닌 모양이다. 제65회 칸 영화제의 최고영예인 황금종려상은 독일 출신 미하엘 하네케(70) 감독에게 돌아갔다. 하네케는 2009년 ‘하얀 리본’에 이어 3년 만에 팔메도르를 품에 안는 진기록을 세웠다. 황금종려상을 두 번 수상한 건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1974년 ‘도청’, 79년 ‘지옥의 묵시록’)와 다르덴 형제(1999년 ‘로제타’, 2005년 ‘더 차일드’), 에밀 쿠스트리차(1985년 ‘아빠는 출장 중’, 95년 ‘언더그라운드’) 등에 이어 7번째다. 물론, 3년 만에 두 번째 수상은 역대 최단기간이다. 심사위원장 난니 모레티가 27일 프랑스 칸의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폐막식에서 경쟁부문 7개 상 중 마지막으로 하네케의 이름을 호명했을 때 진심 어린 박수가 쏟아졌다. 70세 노감독에 대한 예우 차원은 아니었다. 하네케 감독의 ‘아무르’는 올 경쟁부문 22편 중 가장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프랑스 주요 매체의 비평을 취합하는 르 필름 프랑세에서는 15명 중 8명이 만점을 줬다. 전 세계 주요 매체의 평점을 모으는 스크린 인터내셔널에서도 크리스티안 문주의 ‘비욘드 더 힐스’와 더불어 가장 높은 3.3점(4점 만점)을 얻었다. “이 영화는 사랑에 관한 것”이라고 수상소감의 말문을 연 하네케 감독은 객석의 아내를 가리키며 “영화 속 노부부처럼 우리도 결코 헤어지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영화감독과 오스트리아 여배우를 부모로 둔 하네케는 독일 뮌헨에서 태어났지만, 오스트리아의 비너노이슈타트에서 자랐고, 빈대학을 졸업했다. 영화평론가, TV 편집자 등으로 활약하던 하네케가 늦깎이 입봉을 한 건 1987년작 ‘일곱 번째 대륙’을 통해서다. 정작 그의 이름을 알린 건 미디어의 폭력성을 꼬집은 1997년 작 ‘퍼니게임’이다. 이후 칸 영화제의 주요 부문 트로피를 차곡차곡 수집했다. 2002년 ‘피아니스트’로 심사위원대상과 남녀주연상을 휩쓸더니 2005년 ‘히든’으로 감독상을, 2009년에는 ‘하얀리본’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아무르’는 사랑의 본질을 묻는다. 은퇴한 음악교사 부부 조지와 앤은 80대에 들어섰지만, 신혼 못지않은 잉꼬부부다. 하지만 불행은 감기처럼 찾아온다. 부엌에서 밥을 먹던 앤의 동공이 풀리면서 어떤 외부자극에도 반응하지 않는다. 잠시 뒤 정신을 되찾지만 앤은 기억하지 못한다. 이내 앤의 다리가 마비되고 치매까지 온다. 아내를 끔찍하게 사랑하는 조지에게 이런 아내를 지켜보는 건 지옥이나 다름없다. 노년의 사랑과 치매 문제를 건드려 반향을 일으킨 추창민 감독의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여러모로(?) 떠오르게 한다. 논쟁적인 결말을 관객이 받아들이도록 하는 건 장 루이 트린티냥(82·조지 역)과 에마뉘엘 리바(85·앤 역)의 절제된 연기에서 비롯된다. 심사위원 장 폴 고티에는 “믿을 수 없는 궁합”이라고 극찬했다. 특히 1960~70년대 유럽영화 팬이라면 ‘남과 여’(1966), ‘제트’(1969·제22회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의 주인공 트린티냥을 다시 만나는 즐거움도 상당할 법하다. 2등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은 이탈리아의 마테오 가로네 감독(‘리얼리티’), 감독상은 멕시코의 카를로스 레이디가스 감독(‘포스트 테네브라스 럭스’)이 차지했다. 영화제 내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작은 이변이다. 스크린 인터내셔널은 ‘리얼리티’에 1.9점(4점 만점), ‘포스트 테네브라스 럭스’에는 2점을 줬을 뿐. 홍상수의 ‘다른 나라에서’는 2.1이었다. 칸이 발굴하고 키운 루마니아의 크리스티안 문주는 또 다른 승자다. 여우주연상(크리스티나 플러터·코스미나 스트라탄)과 각본상 모두 그의 ‘비욘드 더 힐스’에서 나왔다. 몰아주기를 꺼리는 칸의 속성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영국의 노장 켄 로치 감독은 ‘앤젤스 셰어’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남우주연상은 토마스 빈테르베르 감독의 ‘헌트’에서 열연한 덴마크 배우 마스 미켈센의 몫이다. 한편, 단편 ‘써클라인’으로 비평가주간에 초청받은 신수원 감독은 카날플러스상을 받았다. 유럽 최대규모 케이블 방송 카날플러스가 선정하는 이 상은 6000유로(약 890만원) 상당의 차기작 장비 지원과 더불어 카날플러스 배급망을 통해 유럽에 공개된다. ‘써클라인’은 중년 가장이 실직한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지하철 순환선을 타고 하루를 소비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신 감독은 “수상 덕분에 조만간 한국에서도 정식으로 영화를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격려를 얻고 차기작 ‘명왕성’에 힘을 쏟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칸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심사위원상 ‘앤젤스 셰어’

    심사위원상 ‘앤젤스 셰어’

    영국 글래스고 하층민 가정의 로비는 이른바 비행청소년이다. 약에 취한 어느 날 밤, 보도에 바짝 붙어 운전했다는 이유로 젊은 남자를 흠씬 두들겨 패 죽일 뻔했다. 그런데 법원은 징역형 대신, 사회봉사명령을 내린다. 로비의 여자친구 레오니가 출산을 눈앞에 뒀고, 로비도 갱생 의지를 드러냈기 때문. 사회봉사명령을 감독하는 해리는 로비가 정상적인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동기부여를 한다. 노동자와 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의 삶을 천착해 온 영국의 좌파 감독 켄 로치(76)는 ‘앤젤스 셰어’로 복귀했다. 2006년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으로 황금종려상을 거머쥐었던 그는 무거운 주제를 묵직한 잽으로 두들기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달콤하고 쌉싸래한 코미디를 들고 나왔다. 사회안전망의 엉성한 틈에 빠진, 그럼에도 가난과 폭력의 사슬에서 벗어나려는 하층민의 삶을 다뤘다는 점에서 로치의 작품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하지만 지금껏 그의 작품들과 달리 주인공과 루저 친구들을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은 따뜻하고 희망적이다. ‘앤젤스 셰어’란 위스키나 와인 양조과정에서 오크 통속의 내용물이 날아가 해마다 2~3%씩 줄어드는데 천사가 그만큼을 마신다고 여겨 생겨난 말이다. ‘앤젤스 셰어’가 심사위원상을 받은 건 거장에 대한 예우만은 아닐 듯싶다. 1967년에 데뷔했으니 연출경력 40년을 훌쩍 넘는다. 그럼에도 주제의식을 간직한 채 표현방식을 미세조정할 수 있다는 건 로치이기에 가능한 얘기다. 칸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여야 원구성 혈투 19대도 늦장국회?

    여야 원구성 혈투 19대도 늦장국회?

    19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여야의 원 구성 협상이 계속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여야가 여전히 상임위원회와 위원장 몫 배분을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통합진보당에 대한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가 겹쳤다. 19대 국회의 정상 개원은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여야 원 구성 합의를 가로막고 있는 장벽은 크게 5가지다. 우선 상임위원장 배분 비율 문제다. 새누리당은 10대8, 민주당은 9대9에서 입장 차에 변화가 없다. 지난 17일 원내수석부대표 간 첫 회동 이후 여야는 한 치의 양보 없는 ‘기싸움’만 벌이고 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느 상임위를 배분할 것인가다. 민주당은 원래 여당 몫이었던 정무위와 국토해양위,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셋 가운데 하나를 민주당 몫으로 이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무위는 저축은행 비리와 대·중소기업 간 공정거래 문제 등 금융 관련 이슈를 다루고, 경제민주화 관련 사안들을 부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가 높다. 국토위는 지역 현안 관련사업을 다루기 때문에 의원들 간에도 경쟁이 치열한 상임위다. 문방위 역시 언론사 파업 문제와 종편 특혜 의혹, 통신요금 독과점 문제 등 굵직한 쟁점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쟁점이 많은 상임위를 넘겨줄 수는 없고, 대신 윤리위를 넘겨주겠다고 제안했다. 새누리당은 또 민주당 몫인 법사위원장직도 그간 직무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어 민주당 측에서 양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문방위를 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로 분리하자는 민주당의 주장에 대해서도 새누리당은 ‘자릿수 늘리기’로 비판받을 수 있다며 부정적이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변인은 그러나 “쟁점을 많이 갖고 있는 3개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것은 쟁점을 피해가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통합진보당의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도 새로운 변수로 부상했다. 민주당은 상임위 배분에서 통진당 몫을 배정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새누리당은 ‘절대 불가’ 입장이다. 민주당은 18대 국회 후반에 자유선진당이 비교섭단체인데도 상임위원장 한 자리를 보유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 관계자는 “자유선진당이 교섭단체일 때 상임위원장 자리 한 석을 배분했고 후반기에는 예우상 그대로 놔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다른 쟁점은 통진당 비례대표 부정경선 의혹 당사자인 이석기·김재연 당선자의 제명 결의안이다. 새누리당은 19대 국회 개원 직후 제명 결의안을 처리해 줄 것을 민주당 측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측은 김형태·문대성 당선자의 제명 건도 함께 처리할 것을 요구하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민간인 불법사찰과 언론사 파업 관련 국정조사 등에서 여야가 맞서는 것도 원 구성 협상의 걸림돌이다. 새누리당은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는 특검과 불법사찰방지법을 제정해 해결하자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추진하자는 입장이다.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언론사 파업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고, 새누리당은 언론사 문제에 정부나 정치권이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정조사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황비웅·최지숙기자 stylist@seoul.co.kr
  • [65년만의 귀향] 北에 묻힌 ‘호국영령’에 대한 국가의 책임 첫걸음 내디뎠다

    [65년만의 귀향] 北에 묻힌 ‘호국영령’에 대한 국가의 책임 첫걸음 내디뎠다

    한 편의 드라마와도 같았던 북한 지역 국군 전사자 유해 봉환은 국가를 위해 희생한 호국영령에 대해 끝까지 예우를 갖추겠다는 범정부적 의지를 보여준 사례이나 경직된 남북관계 상황에서 여전히 많은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18일 유해를 인수하기 위해 조철규 육군 준장을 단장으로 하는 인수단과 공군 특별수송기를 미국에 급파하는 등 봉환에 상당한 정성을 기울였다. 하와이에서 유해인수행사를 총괄한 조 단장은 “이번 봉환은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은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국가가 책임진다는 의지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의 다른 관계자는 25일 “미국 측이 수송기를 지원하겠다는 제안을 했으나 우리 공군 수송기를 투입한 것은 봉환 행사의 상징성과 국격을 감안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이역만리에서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운 2명의 구체적 인적사항을 파악하고 유가족까지 확인한 것은 그 자체로 한·미 공조의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미완의 과제로 남은 북한 지역 국군 전사자 유해의 봉환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 유해들이 우리가 직접 발굴한 것이 아니고 미국 ‘합동 전쟁포로·실종자사령부’(JPAC)의 확인을 통해 들여왔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남북한은 2007년 11월 평양에서 개최된 국방장관 회담을 통해 6·25전사자 유해를 양쪽 지역에서 공동으로 조사하고 발굴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군 당국에 따르면 6·25전쟁 당시 전사했으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한 국군 유해가 아직 13만구에 이른다. 이 가운데 현재 북한지역과 비무장지대(DMZ)에 묻힌 유해는 약 4만여구로 추정하고 있다. 군은 2000년부터 6·25전사자 유해발굴사업을 시작해 2007년 1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을 창설했으며 지난해까지 국내에서 6965구의 전사자 유해를 발굴했다. 박신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대령)은 “우리 정부는 북한에 있는 국군 전사자 유해 4만구에 대해 한 번도 포기한 적이 없으며 매년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며 “매년 이를 공동발굴할 수 있도록 불용액이 될 줄 알면서도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단장은 이어 “이번에 봉환된 12구의 유해는 미국이 북한에 발굴비용을 주고 들여온 유해일 수 밖에 없으나 최대한 예우를 갖춰 모실 것”이라며 “이번을 계기로 북한 지역 전사자 유해를 찾겠다는 열망을 전 국민적 의지로 결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종훈기자 artg@seoul.co.kr
  • [65년만의 귀향] 일병에게 경례한 대통령… 최고 예우로 영웅을 맞이하다

    [65년만의 귀향] 일병에게 경례한 대통령… 최고 예우로 영웅을 맞이하다

    62년 만의 귀향길은 외롭지 않았다. 25일 오전 8시 40분 경기 성남시 서울 공항. 군악대 연주로 ‘고향의 봄’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국군 전사자 유해 12구를 실은 공군 특별수송기가 활주로에 미끄러지듯 안착했다. 공항 청사 앞 활주로에 일찌감치 나와 있던 이명박 대통령은 부동자세로 특별기가 도착하는 모습을 말 없이 지켜봤다. 이 대통령의 옆에선 김관진 국방장관, 김상기 육군참모총장, 제임스 서먼 한미연합사령관 등도 이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조용히 자리를 지켜 엄숙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들 앞에는 전사자 중 신원이 밝혀진 김용수 일병과 이갑수 일병의 영정을 가슴에 안은 육·해·공군 후배들이 도열했다. 이 대통령은 목숨을 던져 나라를 지킨 국군 전사자들에게 최고의 예우를 갖추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착륙한 공군 특별기가 완전히 멈춰 서자 이 대통령과 김 장관 등은 여전히 입을 꾹 다문 채 앞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이 대통령이 특별기 뒤편으로 다가가자 수송기 후문이 열리면서 태극기에 싸인 12개의 유해를 담은 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두 개의 관에는 ‘고 일병 김용수의 영’, ‘고 일병 이갑수의 영’이라고 적혀 있었다.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나머지 유해 10구의 관에는 각각 ‘호국용사의 영’이라고 쓰여 있었다. 애국가가 연주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이 이들 12명의 호국용사에 대해 거수경례를 하자 조포 21발이 차례로 발사됐다. 이어 구슬픈 조곡이 흐르는 동안 영현 봉송대가 비행기 트랩을 올라가 조심스레 한 구씩 운구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12구 모두 온전히 조국 땅을 밟자 묵념으로 다시 한번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봉송대가 운구차까지 천천히 움직이자 이 대통령도 엄숙한 표정으로 그 뒤를 따랐다. 공항에 도착한 지 25분 만에 국군 전사자 유해가 운구차에 실려 국립묘지로 떠나가자 이 대통령은 다시 한번 거수경례로 이들이 영면의 길에 오르기를 기원했다. 앞서 국군 전사자의 유해가 봉환되기 전 이 대통령은 공항에 나온 유족들을 만나 위로했다. 이 대통령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은 끝까지 찾아야 하고 유해라도 찾아야 한다.”면서 “가장 큰 국가 공로자”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아직도 북한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찾는 노력은 계속할 것”이라면서 “통일이 되면 여러 가지 해야 될 일이 있지만 아마 통일 되면 (유해를 찾는 일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유족들에게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서 돌아가신 분들인 만큼 여러분들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게 좋다.”면서 “국가도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해야 하고, 스스로 그런 생각을 더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갑수 일병의 며느리인 이수기(59)씨는 “국가에서 힘을 써 주시고, 개인적으로 우리나라가 복을 받은 나라가 됐구나 생각했다.”면서 “열심히 수고해 주신 덕분에 결과가 있어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하와이를 거쳐 오는 유해를 미국 측에서 봉환해 주겠다고 했지만 우리 정부가 직접 나서기로 하는 등 각별하게 예우했던 점을 소개하기도 했다. 서먼 사령관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미국 합참의장을 대신해 조의와 감사를 표한다.”면서 “여러분의 헌신과 전쟁 영웅들의 헌신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사설] 62년만의 국군 전사자 유해 봉환 환영한다

    북녘 땅에 묻혀 있던 국군 전사자 유해 12구가 어제 봉환됐다. 지난 2005년 미국의 유해발굴팀에 의해 수습된 이후 유전자 감식에 극적으로 성공하면서 이뤄진 한국전 전사자의 첫 귀환이다. 이들이 62년 만에 돌아와 고국의 품에서 영면하게 된 것은 여간 다행스럽지 않다. 하지만 미군에 배속된 한국군, 즉 카투사가 아니었다면 봉환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분단의 현실이 더없이 안타깝다. 역사가 일천한 다민족국가인 미국은 참전용사를 극진히 예우하는 전통이 있다. 과거나 현재 적성국인 베트남과 북한에서도 상당한 반대급부를 주면서까지 유해 발굴 작업을 해 왔다. 특히 1996년부터 2005년 북핵 위기로 잠정 중단할 때까지 226구의 미군 유해를 발굴했으며, 북한은 그 대가로 2500만 달러를 챙겼다. 어찌 보면 이번에 국군 전사자 유해가 돌아오게 된 것도 미국의 강한 보훈 의지와 한 푼의 외화도 아쉬운 북한의 이해 관계가 요행히 맞아떨어진 결과일지도 모른다. 우리로서는 씁쓸한 노릇이지만, 여기에서 몇 가지 교훈을 찾으면 다행일 게다. 무엇보다 전세계 격전지 어디에서나 펄럭이는 미국의 ‘합동 전쟁포로·실종자 확인사령부’(JPAC) 깃발의 구호를 상기해 보라. 즉, ‘조국은 당신을 잊지 않는다…집으로 돌아올 때까지’라는 슬로건이다. 국가 유공자들의 뼛조각 하나까지 찾아내 예우하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실려 있지 않은가. 이런 ‘국가 신념’이야말로 미국이 강대국의 명맥을 이어가는 비결일 듯싶다. 우리도 조국을 위해 헌신한 희생자들이나 유공자들을 각별히 대접해야 할 이유다. 그런 맥락에서 어제 서울공항에서 열린 고 김용수·이갑수 일병 등 국군 전사자 유해 봉환 행사는 평가할 만하다. 이명박 대통령 등 정부 고위 인사들이 다수 참석했다는 점에서다. 과거 군통수권자가 이런저런 이유로 1, 2차 연평해전 희생장병 장례식조차 외면한 적도 있었다. 그런 일이 되풀이된다면 어느 국민인들 유사시에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바치겠는가. 이 대통령은 북한 내 6·25 전사자 발굴사업을 “통일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전에라도 경제적 반대급부를 주는 미국식 유해 발굴 방식으로 북측과 협상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 62년만에 조국 품으로

    62년만에 조국 품으로

    사방에는 중공군뿐이었다. 앞도, 뒤도, 좌우도. 한 발짝 나갈 틈도 보이지 않았다. 영하 30도를 넘나드는 12월의 혹한에 손발은 이미 얼어붙은 지 오래다. 총탄은 빗발쳤다. 그리고 어디에선가 포탄이 날아들었고, 번쩍이는 섬광 속에 짧은 삶을 내려놓았다. 산화되던 순간, 그는 부산에 두고 온 7살짜리 어린 딸의 해맑은 표정을 떠올렸을까. 지난 1950년 12월 5일 함경남도 장진 하갈우리에서 미 7사단 소속 카투사 이갑수 일병은 34년간의 짧은 생애를 그렇게 끝마쳤다. 그리고 그 자리에 그냥 묻혔고, 흐르는 시간 속에 육신만이 아니라 그가 조국을 지키기 위해 싸우다 쓰러졌다는 사실도, 그의 이름도, 그렇게 묻혔다. 함께 전사한 미 7사단 장병 2500여명과 더불어 조국은 서서히 그를 잊어갔다. 강산이 여섯 번 변했을 62년이 흘렀고, 2012년 5월 25일 그는 함께 생을 마감했던 11명의 전우와 더불어 저승에서도 자신을 잊은 줄로만 알았던 조국의 품에 다시 안겼다. 1950년 12월 함경남도 장진호 전투 등에서 전사한 이 일병과 김용수 일병(당시 17세) 등 국군 유해 12구가 전날 공군 C130 수송기 편으로 하와이에서 출발해 이날 오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북한 지역 국군전사자 유해를 국내로 봉환한 것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처음이다. 서울공항에 안착한 이들 12명의 순국용사는 도열해 있던 이명박 대통령과 김관진 국방장관, 김상기 육군참모총장, 제임스 서먼 한미연합사령관의 거수경례를 받았다. 참석자들은 태극기와 국방부기, 육군기, 유엔기, 성조기 등으로 구성된 기수단이 늘어선 가운데 최고의 예우를 갖춰 전사자들을 맞이했다. 전사자 유해 12구는 6·25전쟁 당시 국군으로 입대해 미군에 배속됐던 카투사로, 미국이 북한지역 유해를 발굴하는 과정에서 찾아냈다. 이갑수 일병의 유해는 인식표와 함께 발굴됐다. 발굴 당시 많은 미군 유해와 섞여 있어 유해 개체분류 과정에서 미군 유해의 일부로 오인돼 미국으로 반출됐다. 이후 한·미 군 당국이 합동으로 실시한 감식과정에서 채취한 12구의 유해 DNA샘플과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6·25전쟁 전사자 유가족들로부터 채취해 보관 중인 1만 9000여개의 유가족 DNA샘플과 비교 검사를 통해 올해 5월 최종적으로 한국군의 유해로 확인한 것. 이들 12구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이갑수 일병과 김용수 일병의 유해는 유가족과 협의를 거쳐 6월 중 대전현충원에 안장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나머지 10구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신원확인 작업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1916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난 이갑수 일병은 34세의 늦은 나이에도 사랑하는 아내와 각각 4살, 7살이던 아들과 딸을 뒤로하고 전장에 뛰어들었으며 이후 함경남도 장진호 인근 하갈우리 전투에서 전사했다. 이날 서울공항에서는 아들 이영찬(65), 딸 이숙자(68) 씨가 헤어진 지 62년 만에 그리던 아버지를 맞이했다. 1933년 부산에서 출생한 김용수 일병은 만17세의 어린 나이에 학도병으로 자원입대했다. 이후 7사단에 배속되어 북진하다가 장진호 전투에서 전사했다. 이날은 부산에 거주하는 큰조카 김해승(54) 씨가 유해를 맞이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유족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은 끝까지 찾아내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지금 북녘 땅과 비무장지대(DMZ)에는 4만여구의 국군 용사 유해가 조국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하종훈기자 artg@seoul.co.kr
  • 5·18 단체 통합 또 무산

    5·18 32주년을 맞은 올해도 5월단체의 통합이 사실상 무산됐다. 5·18구속부상자회(회원수 1400~1500명), 부상자회(200~250명), 유족회(100~150명) 등 3개 단체의 내부 갈등이 해소되지 못한 탓이다. 그 결과 시민들은 ‘5월’에 등을 돌리고 있다. ‘대동 화합’이란 ‘5월 정신’이 관련 단체 간 ‘밥그릇 싸움’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회원수가 가장 많은 구속부상자회가 ‘5·18유공자회공법단체설립추진위원회’(공추위)를 구성했다. 공추위는 지난해 총회에서 ‘5·18유공자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안’(개정안)을 마련하고, 같은 해 12월 의원 입법 형태로 국회에 제출했다. 유족회와 부상자회는 공추위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구속부상자회는 ‘선 공법단체 구성, 후 3단체 통합’을 내세웠다. 나머지 유족회 등은 ‘공추위 해산’과 ‘선 통합, 후 입법’으로 맞섰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장관 외부강의료 40만원 못 넘는다

    공무원 외부강의료의 상한선이 정해진다. 24일 국민권익위원회는 공직자가 과다한 외부강의 대가를 받지 못하도록 중앙공무원교육원의 강의비 지급 범위를 넘지 않는 자체기준을 만들 것을 전 공공기관에 권고했다. 현재 중공교 지급 기준에 따르면 강의 한 건에 장관은 40만원, 차관은 30만원, 과장급 이상은 23만원, 5급 이하는 12만원 이상을 받을 수 없다. 권익위의 이번 권고는 중앙행정기관을 비롯해 지방자치·교육자치·공직유관단체 등 모든 공공기관에 적용된다. 권익위는 “민간기업이나 산하기관 등에서 강의한 일부 공무원들이 통상적 기준 이외의 단서조항 등 예외기준을 적용받아 과다한 대가를 받는 행태가 문제로 지적돼 왔다.”면서 “중공교의 지급기준 이상을 받지 못하도록 자체규정을 만들어 공무원이 직무 관련 기관에서 강의한 뒤 고액 사례를 받는 ‘현관예우’ 관행을 없애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구체적 기준이 없어 한번 강의에 100만원이 넘는 고액을 받더라도 제재할 근거가 없었던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처벌장치를 마련할 것도 주문했다. 권익위는 “공공기관들의 외부강의료 기준안 마련 여부를 파악해 연말에 실시하는 반부패 경쟁력 평가에 적극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김병일 사람과 향기] 시대와 지역도 뛰어넘은 사제의 정

    [김병일 사람과 향기] 시대와 지역도 뛰어넘은 사제의 정

    이달 중순 한국국학진흥원에서는 수백명의 유림이 운집한 행사가 열렸다. 유림단체인 도운회(陶雲會) 학술강연회이다. 많은 유림단체가 있지만 도운회는 그 성격이 특별하다. 2001년 퇴계선생 탄신 500주년 때 퇴계선생 제자의 후손들이 결성한 사은(師恩) 모임이기 때문이다. ‘도운회’는 ’도산급문제현운잉지회’(陶山及門諸賢雲仍之會)의 준말이다. ‘운잉’은 8세손과 7세손을 아우르는 말로, 먼 후손을 통칭하는 용어이다. 따라서 회의 명칭은 곧 ‘도산의 퇴계선생 문하에서 배운 여러 선현의 후손들 모임’이라는 뜻이 된다. 일설에는 퇴계선생이 학문을 가르쳤던 도산서당과 제자들의 기숙사였던 농운정사(?雲精舍)에서 한 자씩 따 스승과 제자를 상징하였다고도 한다. 공식명부에 실려 있는 퇴계선생 제자는 모두 309명이다. 여기에는 영남지역은 물론이고 서울, 경기, 호남 등 전국 각지 유림의 이름도 많이 올라 있다. 이런 전통은 도운회에도 이어져 온다. 현재 모임을 이끌고 있는 문재구 회장은 전남 장흥 출신인 풍암(楓庵) 문위세 선생의 후손이다. 광주의 고봉(高峯) 기대승, 보성의 죽천(竹川) 박광전 등 호남지역 선현의 후손들과 남명학의 영향 아래에 있는 서부 경남지역의 후손들도 많이 참가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개별 후손들 모임 간에도 교류가 활발하다. 고봉선생 후손 모임인 백우회(白友會)와 죽천선생 후손 모임인 청죽회(靑竹會)가 대구지역의 퇴계선생 후손 모임인 청수회(靑樹會)와 함께 격년마다 번갈아 교류를 주관하며 우의를 다지는 것이 좋은 예이다. 시대는 물론 지역까지 뛰어넘는, 요즘 보기 드문 사은의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올해도 어김없이 스승의날이 지나갔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스승의날을 마음에서 우러나는 기념일로 맞이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나 요즘에는 학교폭력 문제로 선생님들 처지가 더욱 어려워져 있다. 스승의날을 맞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스승의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로 우리 선생님들은 ‘부담’(33.7%)을 꼽은 반면, ‘제자’(32.5%)나 ‘보람·긍지’(19.7%)는 그 다음이었다고 한다. 450년 전의 ‘스승과 제자’와 지금의 ‘선생과 학생’ 사이는 어떤 차이가 있길래 이런 모습이 연출되는 것일까?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아마 사제간에 오가는 정의 차이가 아닐까 한다. 퇴계선생은 과거 급제나 지식 많은 사람보다 ‘사람다운 사람’을 기르고자 노력하였다. 때문에 제자들을 가르칠 때 늘 말보다는 실천을 앞세웠고, 손아래 사람이더라도 결코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잘 알려진 고봉선생과의 8년에 걸친 사단칠정 논쟁이 대표적이다. 당시 퇴계선생은 58세로 요즘의 서울대 총장 격인 성균관 대사성이었고 고봉선생은 갓 급제한 32세의 소장학자였다. 그럼에도 퇴계선생은 논쟁 내내 고봉선생을 동학(同學)으로 예우하며 예를 차렸다. 자신을 가리킬 때는 낮추어 ‘황’(滉)이라고 이름을 칭한 반면, 고봉선생에 대해서는 깍듯이 ‘공’(公)이라 부른 것이 전형적인 사례이다. 그뿐만 아니라 후배의 주장도 타당한 것은 기꺼이 받아들여 자신의 견해를 두번이나 수정하였다. 끊임없이 자신을 낮추는 퇴계선생의 이런 모습에 감읍하여 고봉선생은 자발적으로 제자의 예로 모셨다. 후일 퇴계선생의 제자 명부에 고봉선생이 등재되게 된 배경이다. 결코 그 실천은 쉽지 않지만 ‘낮출수록 존경을 받는다’는 덕(德)의 본질이 오늘날 도운회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앞의 설문에서 선생님들이 제자로부터 가장 듣고 싶어하는 말은 ‘존경합니다’였다고 한다. ‘존경’은 상하 관계에서 자동적으로 발생하는 덕목이 아니다. 윗사람이 제 역할을 할 때 아랫사람의 마음에서 자발적으로 우러나는 덕목이다. 450년 전 한 스승과 제자들의 연(緣)을 오늘도 소중히 이어오고 있는 도운회의 존재가 이를 웅변한다. 어려운 환경에서 애쓰고 계시는 우리 선생님들의 노고에 감사를 드리면서 조그마한 바람 하나를 더 보태본다.
  • [프로야구] 6탈삼진·3실점… ‘핵잠’ 선발 상륙작전 성공

    [프로야구] 6탈삼진·3실점… ‘핵잠’ 선발 상륙작전 성공

    ‘핵잠수함’ 김병현(33·넥센)의 국내 첫 선발 등판을 앞둔 18일 오후 서울 목동구장. 넥센과 삼성의 더그아웃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선배인 김시진 넥센 감독에게 “용 고아 잡쉈습니까. 왜이리 잘해.”라며 농담섞인 견제를 했다. 최근 3연승을 달리는 넥센인 데다 김병현 같은 묵직한 투수의 등판은 아무래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병현이 때문에 오더를 빡세게 짰습니다.”라며 류 감독은 파격적인 라인업을 선보였다. 1~5번을 모두 좌타자로 내세운 것. ‘잠수함’ 투수는 좌타자에게 약하다는 점을 십분 활용했다. 류 감독은 “상대가 김병현이니 우리도 강하게 맞서야 하지 않겠나. 초반에 승부를 보려면 왼손 타자들이 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그보다 투구수를 걱정했다. “아무리 잘해도 투구수 90~95개에서 내릴 것이다. 오늘 결과를 봐서 회복이 늦으면 선발 로테이션도 한두 번 미루겠다.”고 했다. 승리보다는 에이스의 몸관리가 더 중요했다. 김병현에게는 좌타자와 투구수 관리라는 두 가지 과제가 주어진 셈이었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김병현은 4와3분의2이닝 동안 6피안타 6탈삼진 2볼넷 3실점(3자책)을 기록했다. 아웃카운트 하나만 더 잡으면 승리투수 요건을 갖출 수 있었지만 96개라는 투구수가 발목을 잡았다. 김병현은 1회 이승엽에게 던진 147㎞짜리 직구가 3루타로 연결된 뒤 최형우의 적시타로 먼저 실점했다. 3회 선두타자 박한이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한 이후 2사 만루의 위기를 맞았지만 박석민을 유격수 땅볼로 잡아내며 위기를 모면했다. 문제는 투구수가 80개를 넘어간 5회였다. 이승엽은 삼진으로 돌려세웠지만 2사 3루에서 채태인에게 1타점 적시타를 허용해 추가 실점을 했다. 김시진 감독은 예우 차원에서 마운드에 직접 올라 김병현의 의사를 물은 뒤 강판시켰다. 김병현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뒤를 이은 김상수가 박석민, 진갑용, 신명철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추가 2실점, 4-4 동점이 됐다. 넥센은 6회 런다운에 걸렸지만 재치있게 홈을 밟은 서건창의 주루플레이와 7회 박병호의 솔로홈런, 8회 이택근의 1타점 적시타에 힘입어 삼성을 7-6으로 누르고 4연승, 시즌 첫 2위에 올랐다. 이승엽은 8회 7호 솔로포를 터뜨렸지만 팀의 패배로 빛이 바랬다. 김병현과의 해외파 맞대결에서는 3루타-몸에 맞는 공-삼진으로 대등했다. 김병현은 “5회를 채우고 싶었지만 감독님이 길게 보자고 해서 내려왔다.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 70점 정도 주고 싶다. 변화구로 스트라이크 잡는 것을 보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잠실에서는 LG가 두산을 3-2로 꺾었다. 롯데는 홈에서 KIA를 5-4로 제압하고 4연패를 끊었다. 대전에서는 SK가 한화를 9-3으로 눌렀다. 한편 이날 4개 구장에는 모두 7만 6803명이 입장, 역대 최소인 126경기 만에 200만 관중(200만 6043명)을 돌파했다. 이는 155경기 만에 200만 관중을 돌파한 1995년 기록을 29경기나 앞당긴 것이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2012 여수세계박람회] 개장 5일째 관람객 3만 2500명

    여수박람회 개장 나흘째인 지난 15일 관람객이 4만명에 육박해 ‘관람객 없는 박람회’ 우려가 다소 해소되고 있다. 최종 입장객은 3만 9379명으로 기록됐다. 이는 개장 첫날인 12일 3만 6000명, 13일 2만 3000명, 14일 2만 5000명 이후 최대 인파다. 개장 5일째인 16일은 3만 2500여명으로 상승세가 다소 주춤했다. 조직위는 개장 초기 혼잡을 우려해 방문을 미뤄 온 단체 단위 학생과 일반인 등이 본격적으로 박람회장을 찾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수엑스포 조직위는 앞으로 수도권 등지 원정 관람객의 방문 러시가 예상되면서 평일 5만명, 주말·휴일 10만명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날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날 국가행사를 비롯해 감비아 궁정음악 연주, 아르헨티나 탱고 가무 공연 등이 이어졌다. 또 광장 등 여유 공간에서 틈틈이 벌어지는 거리문화공연에 인디밴드 ‘넘버원코리아’와 ‘그랑드페르손느’ 등이 출연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귀빈 예우로 박람회장 내 아쿠아리움을 방문하기도 했다. 여수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 수치 “교육 중요성 한국과 공감… 자유·번영 함께 가야”

    수치 “교육 중요성 한국과 공감… 자유·번영 함께 가야”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오전(현지시간) 미얀마 양곤에 있는 세도나 호텔에서 아웅산 수치 여사를 만났다. 지난 2010년 11월 21년간의 가택연금에서 해제된 수치 여사는 민족민주동맹(NLD)을 이끌고 지난달 1일 치러진 재·보궐 선거에서 전체 45석 가운데 43석을 휩쓸며 압승을 거뒀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 등 최근 미얀마를 방문했던 인사들은 모두 수치 여사의 양곤 자택에서 면담을 가졌지만, 이 대통령은 시내 호텔에서 수치 여사와 면담을 가졌다. 이 대통령은 국가원수이고 수치 여사는 이미 가택연금에서 풀려난 상태로 야당 지도자로서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는 만큼 예우상 수치 여사가 이 대통령이 머무는 호텔을 찾아와서 면담을 가진 것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이 대통령과 수치 여사의 이날 회동은 공동기자회견을 포함해 55분간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수치 여사와 대화를 하는 가운데 미얀마가 어떻게 나가야 할지에 대해서도 많은 도움이 되는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미얀마에서도 경제 성장의 중요한 과제도 있지만 민주화가 함께 이뤄지는, 그런 변화를 맞을 수 있도록 한국 국민들도 깊은 관심을 가지겠다고 말씀을 드렸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오늘 수치 여사가 교육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해 주셨다. 교육을 통해 한국은 성장했다. 미얀마 교육의 현실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를 살리는 만큼 민주주의 또한 중요한 과정이라고 얘기했고 그것에 대해 수치 여사도 전적으로 공감했다.”고 소개했다. 수치 여사는 “한국과 버마(미얀마의 옛이름)는 서로 유사한 공통점이 많다. 그중 하나가 정의와 자유, 번영을 추구한다는 공통점이 있고 아울러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양국은 동일한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정의와 자유, 그리고 번영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고 둘이 같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이 대통령과 버마의 실상에 대해 얘기를 나눴고 (이 대통령이) 버마의 실상을 이해하신 것이 우리에게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수치 여사와의 면담이 끝난 뒤 아웅산 국립묘지를 전격 방문했다. 미얀마의 건국 영웅이며 수치 여사의 아버지인 아웅산 장군의 유해가 안치된 이곳은 1983년 10월 9일 당시 미얀마를 방문 중이던 전두환 대통령 및 수행원들에게 북한 공작원이 폭탄 테러를 가했던 아픔이 남아 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당시 17명이 사망했고 1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 대통령의 참배에는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 김대기 청와대 경제수석,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 등이 동행했다. 이 대통령은 묘역에 도착해 ‘17대 대한민국 대통령 이명박’이라고 쓴 조화를 앞에 두고 묵념을 한 뒤 조화를 손으로 어루만졌다. 이 대통령은 “이곳이 17명의 고위관료들이 희생된, 역사에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던 곳이기 때문에 방문한 것”이라면서 “(희생자) 가족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폭탄 테러의 악몽이 있던 양곤을 29년 만에 다시 방문하는 만큼 경호에 극도의 신경을 썼다. 청와대 경호처 소속 암살대응팀(CAT) 요원들은 전용기에 탑승, 이 대통령이 양곤공항에 도착해 트랩을 내리는 순간부터 수치 여사와의 면담, 아웅산 국립묘지 방문에 이어 귀국길에 오를 때까지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채 ‘밀착경호’를 펼쳤다. 이 대통령의 해외순방 때 암살대응팀 요원들이 동행한 것은 처음이다. 양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플레이어스챔피언십] “PGA 8승했지만 이런 대접 처음”

    ‘탱크’ 최경주(42·SK텔레콤)가 ‘골프황제’에 버금가는 대우를 받았다. 10일 밤 막을 올린 ‘제5의 메이저 대회’ 플레이어스챔피언십(총 상금 950만 달러) 개막을 앞두고서였다. 최경주는 지난 9일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 소그래스TPC 스타디움코스(파72·7220야드) 클럽하우스에서 미프로골프(PGA) 투어 관계자,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해 우승 기념 동판을 2층에 마련된 ‘챔피언의 벽’에 걸었다. 이 자리에는 최경주의 미국인 팬클럽 ‘초이스 보이스’(Choi’s Bois)가 초청받아 감격의 순간을 함께 했다. 이 대회는 디펜딩 챔피언에 각별한 예우를 하는 것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골프장 정문에는 최경주의 얼굴과 지난해 우승 스코어가 새겨진 현판이 걸렸고, 기자들의 출입증에도 최경주의 샷 모습이 배경 그림으로 실렸다. 최경주는 “지금까지 PGA투어에서 8승이나 수확했지만 이렇게 극진한 대우를 받은 것은 처음”이라며 놀라워했다. 지난주 웰스파고챔피언십에서 깜짝 우승한 ‘오렌지 골퍼’ 리키 파울러(24)가 타이거 우즈(37)와 함께 티오프, 대회 최고의 흥행카드임을 증명했다. 파울러는 10일 밤 9시 39분 10번홀에서 우즈, 헌터 메이헌(30상 미국)과 함께 2주 연속 우승을 위한 대회 첫 티샷을 날렸다. 2라운드에서도 셋은 동반플레이에 나설 예정. 특히 메이헌과 파울러는 힙합밴드인 ‘골프 보이즈’의 멤버로 절친한 관계라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우즈가 둘의 틈바구니에서 얼마나 기량을 회복할지가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조현오 “盧 전대통령 차명계좌 발언 송구”

    조현오 “盧 전대통령 차명계좌 발언 송구”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백방준)는 9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 계좌’ 발언에 대해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을 피고소인 신분으로 소환해 발언의 경위와 신빙성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조 전 청장 소환조사는 고소당한 지 1년 9개월 만이고 경찰청장에서 물러난 지 9일 만이다. 검찰은 조 전 청장이 노 전 대통령 금품수수 의혹을 수사했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수사 자료 중 노 전 대통령 차명계좌 관련 기록을 갖고 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청장은 검찰에서 차명계좌 명의 및 계좌 개설 은행, 계좌번호 등을 진술하고 관련 자료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진술을 검토한 뒤 2009년 당시 수사팀 자료를 건네받아 신빙성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7시간에 걸쳐 조사를 받은 뒤 오후 9시 30분쯤 청사를 나온 조 전 청장은 취재진에게 “(사실 여부를 떠나) 2년 전 발언에 대해서 후회한다.”면서 “제가 (차명계좌)이야기를 함으로써 저 자신도 그렇고 노 전 대통령님과 유족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차명계좌와 관련한 증거자료 제출 여부나 차명계좌 소유주 공개 문제에 대해서는 답변을 피했다. 조 전 청장은 앞서 오후 2시 검찰 출석 당시에도 “유족들에게 심려를 끼쳐 정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검찰 조사에 대한 질문에는 입을 닫았었다. 한편 이날 조 전 청장 경호를 위해 간부급 경찰 10여명을 비롯해 형사와 전투경찰 1개 중대 등 80여명의 경찰이 출동, 과잉 충성 논란을 빚기도 했다. 서초서 관계자는 “과잉 경호나 과잉 충성이라는 비난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전에 모시던 경찰총수였기 때문에 예우 차원에서 왔다.”고 말했다. 노무현재단 회원 10여명도 검찰청사 앞에 모여 조 전 청장의 검찰 소환에 환영의 뜻을 밝히고 수사팀에 ‘조 전 청장 소환 기념’ 떡을 전달했다. 조 전 청장이나 대기하던 경찰들과 충돌은 없었다. 조 전 청장은 서울지방경찰청장 재직 시절인 2010년 3월 31일 기동부대 지휘요원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에서 “노 전 대통령이 무엇 때문에 사망했나. 뛰어내리기 전날 거액의 ‘차명 계좌’가 발견되지 않았느냐.”고 말해 같은 해 8월 노 전 대통령 유족으로부터 고소당했다. 김승훈·홍인기기자 hunnam@seoul.co.kr
  • [공직열전 2012] (2) 행정안전부 (중)국장급 역할과 면면

    [공직열전 2012] (2) 행정안전부 (중)국장급 역할과 면면

    행정안전부 국장급 간부들은 크게 두 갈래다. 인사·조직 등 한 분야에 전문적으로 매달린 전문 행정가이거나 서울시 출신 또는 청와대 등의 근무 경험이 풍부한 공무원이다. ●공무원 인사행정의 쌍두마차 행안부 김동극(행시 29회) 인사정책관은 인사 분야에서 잔뼈가 굵었다. 20년 이상 인사행정을 다룬 전문가다. 민간 경력자 채용을 확대해 민간 분야의 우수한 인력을 받아들이는 등 인사제도 혁신의 성과를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승호(행시 28회) 인사기획관 역시 중앙인사위원회를 거쳐 청와대 인사수석실, 인력개발관 등을 거친 자타 공인의 인사 전문가다. 황서종(행시 31회) 정보화기획관은 중앙인사위 등에서 인사 업무를 전문적으로 챙기다가 새로 맡은 정보화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전직 정보기반정책관을 맡을 때는 개인정보보호법을 제정해 사생활 보호 및 정보 인권의 토대를 닦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한경호(국방대학원 파견) 전 윤리복무관은 공직자윤리법을 개정, 공직자의 전관예우를 근절할 수 있도록 했다. 입지전적인 간부도 있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정정순 제도정책관은 국장급 중 유일한 7급 공채 출신이다. 청주부시장, 과천청사관리소장을 지내는 등 하위직 공무원들에게 희망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인사와 조직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이지헌(행시 30회) 의정관은 총무처와 내무부가 합쳐져 행정자치부로 조직이 개편되자 스스로 지자체 경험을 원했다. 경기도 교통국장, 김포·부천시 부시장 등을 지낼 정도로 업무 열의가 높다. ●서울시 출신, 청와대 파견자 약진 서울시 출신과 청와대에 파견됐던 전·현직 국장들의 약진도 눈에 띈다. 목영만(행시 25회) 국정원 기조실장은 서울시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현 정부 출범 직후 행안부로 건너와 요직이라는 지방행정국장을 지냈다. 이어 기획조정실장, 차관보 등을 거쳐 국정원으로 옮겼다. 정태옥 인천시 기획조정실장 역시 서울시 공무원 출신으로 대통령실, 행안부 행정선진화기획관 등을 역임했다. 전성수(행시 31회) 대변인이 그 맥을 잇는다. 서울시 출신으로 대통령실 기획관리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거쳐 지난해 초 행안부로 와 노사협력관을 맡았다. 원만한 품성과 합리적인 일처리로 아래위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조직의 변화를 이끄는 선봉에는 40대의 젊은 간부들이 있다. 정윤기(행시 33회) 정보기반정책관은 조직 분야 전문가로 중앙공무원교육원과 미국 연방고위공무원교육원에서 교수요원을 지냈다. 김장주(행시 34회) 지역녹색정책관를 비롯해 송석두 재난안전관리관·김석진 윤리복무관·김현기(이상 행시 32회) 지방세제관은 지방자치 현장과 중앙정부 행정 경험을 두루 갖춘 정통 내무관료의 명맥을 잇는 선두 주자들이다. 류순현(행시 31회) 자치제도기획관은 사무관 시절 부산시에서 근무한 경험을 살려 지방자치·지방분권 업무 등 지방자치제도의 발전에 대한 열의가 높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저축은행 4곳 영업정지] 사기행각 드러난 김찬경 미래저축銀 회장…첩보영화 같은 ‘횡령·도주·검거’ 4시간

    미래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되면서 저축은행의 ‘크렘린’으로 불리던 김찬경(56)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실체가 드러났다. 회사 돈 200억원을 빼돌려 해외로 밀항하려던 일은 그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보여준 단적인 사건이다. 그가 돈을 인출하는 과정에서 금융정보 보고 체계의 허술함이 그대로 드러났고, 고객들과 저축은행 직원들은 혼자 도망가려던 그의 행태에 분통을 터트렸다. 6일 금융감독원과 해양경찰청 등에 따르면 김찬경 회장은 지난 3일 은행 영업이 끝난 오후 5시쯤 직접 거래하던 우리은행 서초동 지점에 나타났다. 현금 130억원, 수표 70억원 등 200억원을 인출했다. 저축은행은 다음 날의 영업자금을 은행에서 인출하긴 하지만 평소 영업자금보다 훨씬 많은 돈을 인출한 것에 대해 우리은행 측은 의심을 품었어야 했다. 더구나 저축은행의 영업정지 보도가 줄을 잇는 상황에서 본점에 보고했어야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김 회장이 3일 인출을 하겠다고 이날 낮부터 몇번이나 알려와 예우상 마감시간 후에 인출을 해 주었다.”면서 “지점에서 200억원을 마련하기 힘들어 사전에 연락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마감 시간 이후 우리은행에서 인출이 가능했던 점을 포함해 조만간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미래저축은행에 나와 있던 금감원 감독관은 김 회장이 아침부터 보이지 않아 이상하게 여겨 금감원에 보고하고 검찰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5개월여간 휴대전화 위치 추적 등을 통해 이들의 동향을 줄곧 파악하다 지난 2일 밀항 브로커 박모씨 등 알선책 4명이 서울의 모처에 함께 있는 것을 확인, 3일쯤 중국으로 밀항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해경은 여러 루트를 통해 이들이 밀항 지역으로 택한 곳을 경기 화성시 서신면 궁평항 선착장으로 파악하고 3일 오전부터 잠복했다. 검거 당일 저녁 해경은 김 회장과 밀항 알선책들이 차량 2대에 나눠 타고 궁평항으로 이동하는 것을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통해 확인했다. 이어 현장에 잠복해 있던 형사팀이 선착장에서 오후 9시쯤 알선책 3명을 체포한 뒤 어선에 승선해 선실에 숨어 있던 김 회장과 알선책 오모씨를 붙잡았다. 김 회장은 검거 당시 간소복 차림에 모자를 쓴 채 가방을 메고 있었다. 해경은 김 회장이 체포되었을 때 밀항 혐의 자체를 부인했다고 전했지만 검찰은 사건 정황상 밀항을 시도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김 회장이 배를 타려던 궁평항 선착장은 밀항 장소로 사용되던 곳이 아니다. 김 회장은 어선을 타고 나가 공해상에서 화물선으로 옮겨 타고 중국으로 나가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체포 당시 5만원권 240장(1200만원)을 소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김 회장이 인출한 200억원 가운데 130억원은 찾아내야 한다. 저축은행 직원들은 “지금 패닉 상태로 김 회장이 횡령을 했다는 사실을 아직도 믿기 힘들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해경은 김 회장 신병을 대검 중수부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에 인계했으며, 밀항을 알선한 박씨 등 4명에 대해 밀항단속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인천 김학준·서울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매파 가고 비둘기파가 왔다”

    “매파 가고 비둘기파가 왔다”

    “(물가를 중시하는) 매파가 가고 (성장을 중시하는) 비둘기파가 왔다.” 13일 새 금융통화위원 내정자 발표를 접한 한 대학 교수의 얘기다. 하성근(66) 연세대 명예교수, 정해방(62) 전 기획예산처 차관, 정순원(60) 전 현대차 사장, 문우식(52)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신임 금통위원으로 내정됐다. 금통위원 추천권을 가진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대한상공회의소, 한국은행은 이같이 금통위원 후보를 각각 추천했다고 밝혔다. 오는 20일 임기가 끝나는 김대식, 최도성, 강명헌 위원의 후임이다. 상의 추천 자리는 비어 있는 상태다. 연봉 3억원에 차관급 예우를 받는 금통위원은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하 내정자는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금융감독위원회 비상임위원, 한국경제학회장 등을 지냈다. 관료 출신으로 현 건국대 교수인 정해방 내정자는 행시 18회로 대표적인 예산통으로 꼽힌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법학 석사학위를, 미국 벤더빌트대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대한상의가 2년 간의 ‘장고’ 끝에 추천한 정순원 내정자는 현대경제연구원 부사장, 현대·기아차 사장, 삼천리 사장 등을 거쳐 현재 삼천리 고문을 맡고 있다. 기업인 출신으로는 첫 금통위 입성을 앞두고 있다. ‘무늬만 추천’이라는 비판을 희석시키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경제학 박사(미국 인디애나대)다. 내정자 가운데 가장 젊은 문 후보는 프랑스 파리1대학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7년 한국인으로는 처음 유럽연합(EU)이 주는 ‘장 모네 상’(EU 통합 연구에 기여한 사람에게 주는 상)을 받기도 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와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전문성과 국제감각은 물론 학교, 지역, 나이 안배에도 신경 썼다.”는 게 추천기관들의 설명이지만 내정자 4명 가운데 3명이 서울대 출신이다. 김 총재가 유난히 강조하는 ‘경제학 박사’도 3명이나 된다. 화려한 ‘스펙’과 달리 벌써부터 자격 시비도 나온다. 하 내정자는 정부가 2003년 외환은행을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에 팔 때 금융위원(비상임)을 지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잘못된 결정의 당사자가 통화정책의 책임자가 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대학의 교수는 “하 교수가 통화금융 전문가이기는 하지만 학문보다는 대외활동에 좀 더 열심이었고 재정부와 한은이 부딪칠 때면 비교적 정부 편을 많이 들었다.”면서 “문 교수도 국제금융 전문가이긴 하지만 그동안 통화정책과 관련해 거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외”라고 말했다. 문 내정자는 2007년 대선 때 당시 이명박 후보의 정책자문을 맡았다. 백용호 대통령 정책특별보자관과 가깝다는 후문이다. 정순원 내정자는 이 대통령의 친정인 ‘현대가’ 사람이다. “친(親)정부 인사들로 도배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 채권 딜러는 “다음 달 금통위가 열려봐야 새 위원들의 성향을 짐작할 수 있겠지만 대표적인 두 매파(김대식, 최도성 위원)가 빠진 만큼 앞으로 (통화정책 결정 때) 성장 쪽 목소리가 커지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한편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동결했다. 10개월째다. 동결 배경에 대해 김 총재는 “경제 성장세가 완만하게 회복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물가 불안요인이 여전히 잠복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화제의 당선자] ‘불출마 해프닝’ 딛고 4선 고지 깃발

    [화제의 당선자] ‘불출마 해프닝’ 딛고 4선 고지 깃발

    새누리당 정갑윤(61) 후보가 울산 중구에서 당선돼 4선의 영예를 안았다. 정 후보는 당초 야권 단일후보로 나선 민주당통합 송철호(62·전 국민고충처리위원장) 후보와 경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으나 낙승을 거뒀다. 정 후보는 새누리당 공천을 앞두고 선거 불출마 해프닝까지 빚었다. 정 후보는 2010년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해 당을 탈당한 반대 세력의 반발 및 중앙당 진정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선거 불출마 해프닝도 이 때문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이처럼 정 후보는 보수진영 내부의 반발을 사는 듯했으나 끝내 승리했다. 정 후보는 이번 선거 당선으로 울산 지역 유일의 4선 의원 입지를 굳히게 됐다. 친박계로 알려진 정 후보는 앞으로 울산 지역 새누리당 좌장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 후보는 18대 국회 예결위원장을 맡아 중진으로서 역학을 톡톡히 했을 뿐 아니라 울산 지역의 각종 현안을 해결하는 데도 상당히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정 후보는 상권 쇠락으로 정체된 구도심에 혁신도시를 유치해 새로운 중구 발전의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다. 정 후보는 ▲중소상인 및 전통시장 상권 보호와 생존권 강화 ▲일자리 복지 실현 ▲국가 유공자 의료혜택 등 예우 개선 ▲장애인 복지 향상 ▲울산교육대학교 신설 ▲울산과학기술원 설립 등의 공약으로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았다. 정 후보는 “4선 의원으로서 지역 국회의원들과 힘을 합쳐 울산과 중구 발전을 이끌겠다.”면서 “혁신도시의 성공적인 안착을 통해 중구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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