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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 & 논쟁] 軍 가산점제 재추진

    [이슈 & 논쟁] 軍 가산점제 재추진

    헌법재판소는 7~9급 공무원 채용 때 제대 군인에게 과목별 만점의 3~5%를 얹어주는 ‘군 가산점’ 제도에 대해 1999년 위헌 결정을 내렸다. 평등권·공무담임권·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였다. 17~18대 국회에서 4차례나 개정안이 발의되고 폐기되기를 반복했던 군 가산점제 논쟁이 최근 재점화되고 있다. 새누리당 한기호 의원이 ‘정원 외 합격 방식’의 병역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국방부도 지원에 나섰다. 제대 군인에게 가산점을 주는 대신 정원 외로 뽑아 여성 및 군 미필자 등에 대한 차별 소지를 없애면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여성가족부와 국회 여성가족위 등 여성계는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정부, 여당은 물론 야당에서도 첨예하게 의견이 엇갈린다. ‘핫이슈’로 떠오른 군 가산점제 재도입 논란, 찬반 양측의 의견을 들어봤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일러스트 길종만 기자 kjman@seoul.co.kr ■贊 - 한기호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새누리당 의원 “군인들에 일방적 희생 강요 안돼…가산점 비율 낮춰 위헌소지 없애” 군 가산점 제도가 1999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폐지된 이후 14년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군 가산점 폐지 이후의 대안을 찾지 못한 채 국방 의무를 이행한 군인들에 대해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는 현실이다.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국가를 위한 병역의무 이행으로 학업중단, 사회진출 지연, 경제활동 중지, 육체적·정신적 고통 등 사실상의 불이익이 발생한다면 이들의 헌신과 희생에 대한 합당한 예우를 해주는 것이 국가의 기본 도리이다. 헌법 제39조 2항에는 분명하게 ‘병역의무 이행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군 복무로 인해 채용 시험에서 불이익이 발생하는 부분을 보전해 주지 않는다면, 이 점이 오히려 위헌이라고 할 수 있다. 헌재의 군 가산점제 위헌 결정은 가산점을 기간 제한 없이 과다하게 부여하는 것에 대해 판단했을 뿐이다. 헌재는 제도의 입법 취지 자체는 정당하다고 인정했다. 이에 새로 도입되는 군 가산점제는 위헌 소지를 없애기 위해 군 복무로 인한 피해와 손실을 최소화하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 가산점 비율을 2%로 낮추고, 가산점을 적용하는 채용 시험의 응시 횟수 및 기간을 제한하며, 가산점 적용으로 합격되는 인원 비율을 선발 예정 인원의 20%로 제한했다. 또 응시자가 가산점과 경력인정 가운데 하나를 택하게 함으로써 군복무로 인한 이중수혜를 방지했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도 지난 4월 인사청문회에서 “위헌 요소만 일부 제거된다면 제대군인의 공직 취업 시 가산점 부여에 동의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국가안보를 위해 개인 희생을 바탕으로 약 2년에서 많게는 3년을 보낸 사람과 온전히 취업 준비에 전력한 사람을 점수만으로 비교하는 것은 이기적인 발상이라고 본다. 물론 군 가산점 제도 논란은 남녀 간,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편가르기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이 문제는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 병역의무를 이행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의 문제다. 일부 여성·장애인들의 반대도 있지만 군 가산점제는 국민 대다수가 찬성하는 제도다. 2011년 국방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9.4%가 군 가산점제 재도입을 찬성했다. 국가보훈처가 지난 4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조사 대상 성인의 83.5%가 찬성 의사를 밝혔다. 국민 10명 중 8명은 군 복무자들이 국가를 위해 헌신한 시간과 기회의 손실을 보상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아직도 여성·장애인 등 소수자가 피해를 본다는, 예전과 같은 논리를 펼치며 군 가산점제를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소수의 인원만이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 병역법 개정안은 군 가산점제 적용 기관을 ‘취업지원 실시기관’, 즉 국가·공공기관, 지자체, 국·공립학교, 200명 이상 고용기업체 등으로 폭넓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군필자들은 대부분 혜택을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군 전역자 보상 대책과 관련, 일부만 혜택을 보는 제한적 보상이 아닌 군 전역자 모두가 수혜를 받는 보편적 보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취업은 군 전역자들에게 매우 절실한 사항이며 채용시험 자체에 대한 불이익은 직접 보상해주는 것이 타당하다. 국방의 의무는 남녀가 다르지 않고, 최근에는 여성의 군 입대자가 증가하는 현실에서 제대 여성들도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우리는 아직도 전쟁이 끝나지 않은 휴전국가에서 살고 있다. 내 아들·딸·친구·동생들의 희생으로 단잠을 잘 수 있는 우리들이 그들의 헌신과 희생에 대가를 부여하는 일을 정말로 못마땅하게 봐야 하는지 묻고 싶다. 군 가산점제를 놓고 찬성하는 쪽은 ‘착한 가산점’, 반대하는 쪽은 ‘나쁜 가산점’이라며 논란이 분분하지만 정당한 국가 의무를 수행한 이들의 피해를 방치하는 것은 성숙한 국민의 자세라고 볼 수 없다. ■反 - 김상희 국회 여성가족위원장·민주당 의원 “명백한 위헌…대안으로 부적합, 제대군인 지원금 등 실질 보상을” 1999년 군 가산점제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이후에도 10여년 넘게 내용과 이름만 조금씩 바뀔 뿐 본질은 그대로인 군 가산점제 논의가 반복되고 있다. 최근에는 국방부에서 “장병들의 국가를 위한 희생으로 인한 기회의 손실을 보상하는 차원에서 군 가산점제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군 가산점제는 병역 의무를 수행한 사람 모두에게 적용될 수 없고, 특히 일부 공무원 시험에서 극소수만 혜택을 받기 때문에 여성이나 장애인, 기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병역 의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지나친 차별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정책 수단으로서의 적합성과 합리성을 상실한 ‘위헌적 제도’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군 가산점제 논란이 오랫동안 반복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물론 병역 의무를 성실하게 마친 사람들에 대해서는 국가에서 그에 상응하는 지원과 배려를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중요한 것은 막대한 재원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방부는 재원 마련을 위한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예산 비용이 들지 않는 군 가산점 제도만이 마치 유일하고 최선의 지원책인 양 ‘군 가산점 카드’만 반복해서 내밀고 있다. 도무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국방부가 제대 군인을 위해 최선을 다해 왔다면 위헌 결정이후 14년 넘게 보편적 보상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밝혀야 한다. 또 장기적으로 고려하는 지원책 등은 무엇인지 제시하면서 논란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 그럼에도 이를 방기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태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특히 논란이 거듭될수록 대다수 국민들은 군 복무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되고, 군 복무를 기피하려는 태도를 강화시킬 것이다. 제대 군인들은 병역 의무 이행에 따른 기회의 손실 등 상대적 박탈감과 피해의식이 증폭되고 있으며, 군 가산점 제도를 반대하는 사회 구성원에 대해 감정적 비난과 공격의 수위를 높이는 등 사회적 갈등과 분열만 초래하고 있다. 병역 의무는 일정기간 국가에 대한 공적 책임을 수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병역 의무를 수행한 자에게는 국민 간의 사적 이해가 충돌되지 않도록 하면서 합리적이고 타당한 사회적 지원을 제공해야 하며, 국가와 사회 공동체가 함께 부담해야 한다. 무엇보다 군 복무 기간 내에 병영 생활이 개선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점진적으로 군 복무 기간의 단축과 사병 급여의 인상 등의 직접적인 지원책과 다른 한편으로는 복무 기간에 대해 대학 학자금 융자 이자를 면제하고, 국민건강보험 가입 및 보험료 대납 등의 미비한 지원책이 보완돼야 한다. 또 병영 생활 중에서도 여가 시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직업 훈련이나 사회 적응을 위한 학습시스템을 구축하고, 제대 이후 일정기간 동안 취업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제대 군인이 모두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보편적이고 합리적인 지원책으로 확대돼야 한다. 앞으로 국회에서는 국민연금 혜택기간 확대, 제대군인 지원금, 군 복무 기간 경력 인정, 정년 연장 등 의무 복무자가 수개월 동안 군 복무로 인해 잃은 기회비용을 보상받을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민간기업의 참여를 위한 사회적 공감대도 필요하다. 더 이상 군 가산점제가 마치 병역 의무에 대한 가장 적절한 보상인 것으로 호도되어서는 안 된다. 군 가산점은 명백히 위헌으로 판명된 제도이기 때문에 대안이 될 수 없으며, 사회 통합을 위해서도 논란은 속히 중단돼야 한다. 분단된 국가에서 병역 의무는 헌법에 규정돼 있다. 제대 군인에 대해 국가는 무한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그 책임은 군 가산점제의 재도입이 아니라 보편적이고 합리적인 보상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돼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모병제로의 전환을 포함한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 공정위, 전관예우 부패 간주… 신고 의무화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당한 전관예우에 대한 신고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5급 이하 실무자급 퇴직자의 재취업도 제한된다. 공정위는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런 내용의 전관예우 공익신고제 등 내부 혁신 방안을 공개했다. 이달 중 윤리규정을 제정하고 행동강령을 개정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퇴직자가 전관예우 관련 규정을 위반하면 ‘부패 행위’로 간주해 신고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직무와 관련한 퇴직자 접촉, 변호사 소개, 청탁·알선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신고자의 신원은 철저히 보호하고 신고자 자신이 위반 행위에 가담했을 경우에도 징계를 경감하거나 면제해 주기로 했다. 퇴직 후 별도의 취업 제한이 없는 5급 이하 실무자급도 이직하는 직장이 직무와 관계가 있다면 퇴직 전 자체적으로 심사하기로 했다. 구직 활동 중인 공무원이 취업할 업체의 사건을 맡게 될 경우 1년간 해당 업체에 취업 자제를 권고하기로 했다. 이를 어기거나 위반하면 5년간 공정위 청사 출입 자체를 금지한다.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데스크 시각] 전관예우 근절 구두선에 그쳐선 안 된다/조현석 사회부 차장

    [데스크 시각] 전관예우 근절 구두선에 그쳐선 안 된다/조현석 사회부 차장

    법조계의 뿌리 깊은 전관예우 근절을 위해 지난 11일 법조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마련한 ‘전관예우 근절방안 모색을 위한 심포지엄’이었다. 이 자리에서 소속 변호사 761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전관예우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놀랍게도 응답자의 91%가 ‘전관예우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답했고, 83%는 ‘앞으로도 전관예우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검찰 수사단계나 형사 하급심에서 전관예우가 특히 심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결과는 그동안 전관예우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법조계의 다짐들이 구두선(口頭禪·실행이 따르지 않는 실속이 없는 말)에 불과했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다. 특히 응답자들은 2011년 5월부터 시행된 전관예우금지법(변호사법 제31조)도 62.5%가 전관예우를 근절하는 데 효과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전관 변호사들이 전관예우금지법을 피해 우회적으로 사건을 수임하고 있어 사실상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답했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법조인들은 전관예우를 법의 지배가 실현되는 선진사회로 나가는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하며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의견 중에는 기존에 꾸준히 제기됐던 재판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전관 변호사들의 수임내역 공개, 퇴직 후 일정기간 동안 변호사 개업 전면금지, 변호사 보수의 법정화 등이 제시됐다. 이 중 변호사들이 가장 많이 꼽은 것은 평생법관제·평생검사제 도입이었다. 이 제도가 판사와 검사가 도중에 그만두고 변호사를 개업하면서 발생하는 전관예우 현상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전관예우의 근절을 위해 금품수수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한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이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요즘 하루가 멀다하고 각종 비리와 부패, 권력남용 사건이 줄을 잇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이어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사법처리를 앞두고 있다.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유령회사)를 꾸며놓고 조세 포탈을 해온 사회 지도층의 명단도 잇따라 공개되고 있다. 또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선거법 위반 수사도 진행 중이다. 여기에 검찰의 4대강 비리 의혹 수사와 국제중 입학 비리까지 이어지고 있다. 국민들은 재벌가나 권력층 수사 때마다 여전히 ‘전관(前官)의 힘’을 의심하고 있다.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 이들의 구속영장이 기각되거나 수사가 지지부진할 경우 그 배경에 전관예우가 있다는 것에 더 힘을 실어주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이들이 전관 변호사와 대형 로펌 변호사들로 꾸리는 호화 변호인단에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1988년 10월 세상을 떠들썩 하게 했던 탈주범의 입에서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라는 말이 나온 지 25년이 흘렀지만 국민들의 법조계에 대한 불신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돈 많고, 힘 있는 사람들이 전관예우를 통해 혐의에서 벗어난다면 앞으로도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전관예우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다짐이 이번에도 구호에 그쳐서는 안 된다. 실효성 있는 전관예우 근절 대책이 마련돼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국민들의 뇌리에서 사라지길 기대해 본다. hyun68@seoul.co.kr
  • [주말 인사이드] 세계 체육계 새 황제 즉위 임박… 역시 유럽이냐, 이변의 아시아냐

    [주말 인사이드] 세계 체육계 새 황제 즉위 임박… 역시 유럽이냐, 이변의 아시아냐

    지구촌의 ‘스포츠 대통령’ 선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차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선출을 위한 후보 등록 결과 모두 6명이 도전장을 던졌다. IOC 119년 역사상 가장 많은 후보군이다. 지난 2001년 위원장 선거 때 나선 5명이 역대 최다였다. 당시 자크 로게(71·벨기에) 위원은 김운용 위원 등을 제치고 위원장으로 뽑혔다. 12년(8+4) 임기를 마치는 로게 위원장의 뒤를 이을 제9대 위원장 선거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IOC 총회 마지막 날(9월 10일) 치러진다. 선거는 무기명 비밀 투표로 진행되며 출석 위원의 과반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계속된다. 과반이 나오지 않을 경우 최저 득표자가 순차적으로 탈락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IOC 위원장은 꿈의 자리다. 막강한 권한으로 세계 체육계를 쥐락펴락하기 때문에 ‘세계 스포츠 대통령’으로 불린다. 무보수 명예직이지만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국가 원수에 준하는 극진한 예우를 받는다. 모든 국가에 무비자로 입국이 가능하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방문하는 나라의 최고 통치권자와 면담을 갖는다. 숙소에는 IOC기와 함께 위원장의 국적기가 함께 올려진다. IOC 위원장은 102명 IOC 위원들의 수장이며 최고 의결기구인 총회와 집행위원회의 당연직 의장을 맡는다. 각종 위원회를 설치할 권한도 갖고 있다. 위원장의 사전 승인이 없이는 위원회가 열릴 수 없으며, 모든 위원회에 참석해 회의를 주재할 수 있다. 가장 큰 임무는 동·하계올림픽 개최지를 선정하고 38개 올림픽 종목을 관리하는 것. 204개 회원국의 국가올림픽위원회(NOC)를 총괄하는 것도 IOC 위원장의 몫이다. 각국의 방송사, 기업 등 스폰서와 협력하면서 올림픽 운동을 더 확산시켜 나갈 책임도 있다. 1894년 6월 23일 IOC가 설립된 이후 현재 자크 로게 위원장까지 8명이 거쳐 갔다. 초대 IOC 위원장은 고대 올림픽 발상지인 그리스의 드미트리우스 비켈라스가 추대됐고, 2대는 근대 올림픽운동의 창시자 피에르 쿠베르탱(프랑스)이 맡아 최장기인 29년 동안 재임했다. 3대 위원장은 최초로 동계올림픽을 개최했던 앙리 라투어(벨기에)였고, 지그프리드 에드스트롬(스웨덴)이 그 뒤를 이었다. 최초의 비유럽인 애브리 브런디지(미국)가 5대 위원장을 맡았을 때부터 약물검사와 성검사가 도입됐다. 이어 로드 킬러닌(아일랜드)이 수장을 지냈다. 지난 1980년부터는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스페인)가 7대 위원장에 올라 올림픽을 상업적으로 크게 번성시켰다. 뒤를 이은 사람이 로게 위원장이다. 2001년부터 현재까지. 워낙 막강했던 권한 탓에 장기 집권에 따른 독재와 부패 가능성이 부각되자 지난 1999년부터 임기 8년에 한 차례에 한 해 4년 연장할 수 있는 규정이 생겼다. 이번 선거에는 토마스 바흐(60·독일) IOC 부위원장, 응 세르미앙(64·싱가포르) IOC 부위원장, 우칭궈(67·타이완) 국제아마추어복싱연맹(AIBA) 회장 겸 IOC 집행위원, 리처드 캐리언(61·푸에르토리코) IOC 재정위원장, 데니스 오스왈드(66·스위스) 국제조정연맹(FISA) 회장, 세르게이 붑카(50·우크라이나)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부회장 등이 나섰다. 이 가운데 2명의 아시아권 후보가 눈길을 끈다. 1894년 초대 IOC 위원장을 지낸 디미트리오스 비켈라스(그리스)부터 로게까지 역대 IOC 위원장 중 아시아 출신은 단 한 명도 없었다. 1952년부터 20년간 위원장을 지낸 브런디지가 유일한 비유럽 위원장일 정도로 IOC 위원장은 유럽의 전유물로 여겨지고 있다. 이번에도 가장 유력한 후보는 역시 유럽 출신인 바흐 부위원장이다. 그는 “국제스포츠뿐만 아니라 사업과 정치·사회 분야의 경험 면에서 (IOC 위원장이라는) 위대한 임무를 수행하기에 잘 훈련됐다”며 출사표를 올렸다.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펜싱 남자 플뢰레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바흐는 변호사를 거쳐 IOC에 입성했다. 1991년 IOC 위원에 선출된 이후 법사위원장, 징계위원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인맥을 탄탄하게 다졌다. 영어와 프랑스어에 능통하며 친화력도 뛰어나다. 2009년 베를린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IOC 위원 53명을 참석시키며 세를 과시하기도 했다. 아디다스 스포츠 법률 담당 고문으로 활동한 경력도 있어 스포츠 스폰서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부터는 독일올림픽위원회(DOSB) 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러나 표가 분산될 수 있는 만큼 유럽 후보가 셋이나 나온 건 불리한 요소다. 바흐의 대항마는 오스왈드 집행위원이 꼽힌다. 조정 선수로 1968년 멕시코시티 대회부터 3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한 그는 “20년간 IOC에 헌신하면서 얻은 지식과 경험은 올림픽 정신을 한층 발전시켜 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장대높이뛰기 금메달을 딴 붑카도 “육상과 올림픽은 나의 심장”이라며 “올림픽의 역사적 가치를 지키면서 새 변화에 적응해야 할 지금이야말로 위원장에 도전할 적기”라고 강조했다. 캐리온 재정위원장은 TV 중계권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IOC의 재정을 튼실히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머지 두 후보는 아시아권이다. 세르미앙 부위원장은 요트선수 출신이다. 싱가포르에서 대형 슈퍼마켓 체인을 운영하는 사업가이면서 주헝가리, 주노르웨이 싱가포르 대사를 지낸 외교관이기도 하다. 1998년 IOC 위원에 선출돼 2005년부터 집행위원으로 활동했고, 2009년 부위원장에 올랐다. 로게 위원장이 야심 차게 만든 유스올림픽을 3년 전 싱가포르에서 성공적으로 이끌어 눈도장을 받았다. 가장 늦게 선거전에 뛰어든 우칭궈 AIBA회장은 1988년부터 IOC 위원으로 활동해 온 터라 잔뼈가 굵어졌다. 2006년 AIBA 수장에 오른 뒤 뼈를 깎는 개혁작업에 나서서 비리, 부패로 얼룩졌던 연맹 이미지를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위원장 선거는 예상과 달리 접전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최근 AP통신은 “바흐 부위원장이 앞선 것으로 평가됐지만 6명의 후보가 난립한 것은 일치된 ‘우승 후보’가 없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스포츠전문매체 ESPN도 “역대 8명의 위원장 중 7명이 유럽 출신”이라면서 “오스왈드 회장이 유럽 출신인 만큼 유럽 표가 갈리면 바흐 부위원장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에서는 “‘안티 바흐’ 세력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특히 프랑스어권 위원들의 불만이 많다”고 전하기도 했다. 표심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IOC 위원장 선거에서 유럽 견제 목소리는 꾸준히 있었다. 하지만 이를 뒤집을 타지역 세력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이번에도 유럽에서 위원장이 배출될 가능성이 크다. 유럽 표가 갈린다면 12년간 IOC에서 ‘일가’를 일궈온 로게 위원장의 ‘입김’이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사설] 들쭉날쭉 참전 유공자 복지 정비하라

    참전 유공자들이 받는 의료혜택이 나이나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으로 드러났다. 재벌가 손자들까지 무상보육을 시키는 마당에 전쟁터에서 목숨을 걸고 싸운 참전 유공자들이 노년에 차등 대우를 받는다면 그야말로 ‘명예훼손’이 아닐 수 없다. 국가에 대한 건전한 의식과 애국정신의 함양을 위해서도 하루속히 시정해야 할 일이다. 보훈병원이 있는 지역에서는 참전 유공자들이 나이에 상관없이 병원 진료비의 60%를 감면받는다. 서울·부산·광주·대전·대구 등 5곳이다. 나머지 지역에서는 아플 경우 위탁병원을 이용한다. 그런데 보훈병원과 같은 수준의 감면 혜택은 75세 이상이라야 받을 수 있다. 그 이하는 혜택을 받지 못한다. 보훈병원이 없는 곳에 사는 참전 유공자들로서는 분통이 터질 노릇이다. 돈이 아까우면 보훈병원이 있는 곳으로 이동해서 진료를 받으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참전 여부가 지역이나 나이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면 보훈 혜택 또한 다를 이유가 없다.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참전유공자는 한국전 참전유공자 14만 5000여명, 월남전 참전 13만 3000여명 등 모두 27만 8000여명에 이른다. 한국전 참전 유공자들의 경우, 80세 이상의 고령자들이 대부분으로 해마다 1만명 정도 줄어드는 추세다. 국가보훈처는 인천에 보훈병원을 설치하는 문제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올해 중으로 실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수도권에도 보훈병원이 필요하다는 유공자들의 오랜 요청에 따른 것이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보훈병원 추가 설치뿐만 아니라 위탁병원에서 제공하는 질병별 감면 혜택 수준을 올리는 정책도 함께 추진하기 바란다. 지방자치단체가 조례에 근거해 보훈처와 별개로 제각각 지급하는 참전 명예수당에 대해서도 지원기준의 통일을 요청하기보다는 보훈 대상자는 나라에서 모두 책임진다는 자세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래야 품격 있는 국가다. 보훈 대상자를 단순한 원호 내지 구호대상자가 아닌 ‘명예로운 인물’로 예우하고 존경하는 분위기가 확산돼야 진정한 국민통합도 이뤄질 것이다. 차제에 차관급 부처로 돼 있는 보훈처의 위상을 제고하는 문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 조선시대 ‘국가유공자’ 후손, 군역 등 면제됐다

    조선시대 전쟁 공신들의 후손에 대한 보훈정책을 보여주는 고문서가 공개됐다. 경상대 한문학과 허권수 교수는 5일 “정구룡 장군의 13대손 정봉영(65)씨가 선조 때부터 보관한 ‘정사은 소지(所志)’에 이같이 기록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씨는 내용을 확인하려고 최근 허 교수에게 문서 해석을 부탁했다. 정구룡 장군은 임진왜란 때 왜군 토벌대장 정기룡 장군의 좌막(佐幕·무관 벼슬)을 지냈다. 1597년 정유재란 때 경상우도 의령, 함양, 진주, 사천 등지에서 왜적을 격파해 신임을 얻었다. 이듬해엔 거창에서 대승을 거뒀다. 고령·성주·합천·초계·의령 등을 탈환하고 경주·울산을 수복할 때도 선봉에 섰다. 정구룡 장군은 36세이던 1598년 10월 왜군을 토벌하고 돌아가다가 매복해 있던 적군의 조총을 맞고 별세했다. ‘평생 충의충용을 위해 살아온 충신’이란 장계를 받은 조정은 ‘호조판서’ 추증과 선무원종(무공훈장급) 1등 녹훈을 내렸다. 장군의 자손들은 ‘전쟁 공신의 후손을 예우한다’는 호국보훈 정책으로 부역·군역·조세·대동미 등 각종 신역을 면제받았다. 그러나 장군 사후 242년에 8세손 정사은이 양자를 들이자 함안군수가 양자에게 신역을 부과했다. 정사은은 신역이 부당하다는 내용의 진정서 ‘소지’를 군수에게 냈으나 거부됐다. 1842년 정사은의 진정서를 받은 암행어사는 군수에게 즉각 면제를 지시했다. 이후 정구룡 장군의 후손들은 1910년까지 312년에 걸쳐 정부의 각종 신역을 면제받았다. 정씨는 “전쟁공신의 후손을 대우하는 정책이 조선을 519년간 존속하게 한 힘인 것 같다”며 “대한민국 정부도 6·25 참전자 등에 대한 보훈 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주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올 20대그룹 신규 사외이사 권력기관 출신들 선임 봇물

    올 20대그룹 신규 사외이사 권력기관 출신들 선임 봇물

    올해 새로 선임된 20대 그룹 상장사 사외이사 94명 중 30%가 넘는 29명이 검찰,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3개 권력기관 출신인 것으로 조사됐다. 29일 기업경영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20대 재벌기업 149개 상장사가 올해 신규 선임한 사외이사 94명의 이력을 조사한 결과 30.9%인 29명이 검찰,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출신이었다.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등 부처의 관료 출신 사외이사까지 합치면 그 수는 절반을 넘는 51명(54.3%)에 달했다. 지난해 4분기 관료 출신 사외이사 비중 38.9%와 비교하면 15.4% 포인트 늘었다. 부처별로는 검찰, 법원 등 법조계 출신이 17명으로 가장 많았다. 국세청 9명, 공정위 3명 순이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법조계 출신 인사 비중은 3.8% 포인트, 국세청과 공정위 비중도 각각 3.5% 포인트, 1.2% 포인트 높아졌다. 청와대, 국무총리실, 국가정보원, 기재부, 감사원, 고용부, 금융감독원, 방송통신위원회, 경찰청 등이 1∼2명씩의 사외이사를 배출했다. 학계와 재계, 언론계 출신 사외이사 비중은 크게 줄었다. 학계 출신은 25명으로 여전히 가장 많았지만, 지난해 34.6%에서 26.6%로 비율이 크게 떨어졌다. 재계와 언론계 출신도 16명과 2명으로 각각 5.6% 포인트, 1.4% 포인트 낮아졌다. 20대 그룹의 총 사외이사 수는 지난해 509명에서 올해 489명으로 20명 줄었다. 경기침체에 따른 구조조정 여파로 일부 그룹의 계열사 수가 준 데다 한 명이 2개사 이상 사외이사를 맡을 수 없게 한 상법 개정도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그룹별로는 삼성그룹 사외이사가 58명으로 가장 많았다. 학계 인사가 35명이고 관료가 15명으로 뒤를 이었다. 관료 중에는 검찰 등 법조계 인사가 9명으로 압도적이었다. 현대차그룹은 사외이사 43명 중 관료 출신이 22명이었다. 이 중 세무와 공정위 출신이 각각 8명, 7명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학계 출신은 19명이었다. 롯데그룹도 학계 출신은 5명이지만 관료 출신은 법조계 7명, 국세청 5명을 포함해 총 17명에 달했다. 두산그룹은 65.3%(26명 중 17명), CJ그룹은 69.2%(26명 중 18명)가 관료 출신이었다. 신세계그룹은 무려 88.2%(17명 중 15명), 동부그룹도 65%(20명중 13명)가 관료출신 사외이사였다. 고위관료가 줄줄이 대기업 사외이사로 옮기는 현실에 대해 평가가 엇갈린다. 오랜 경험과 식견을 살려 대기업의 시스템 개선 등을 돕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있지만, 기업들이 이른바 ‘전관예우’를 기대, 사정기관 관료 출신들을 결국 방패막이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반대도 만만찮다. 김한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정책팀장은 “견제를 통한 균형이라는 사외이사의 본 취지와는 달리 관 출신 사외이사들은 특정 사건 등이 터졌을 때 이를 무마하는 로비스트의 역할을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국민경제자문회의 출범] 대표 경제학자·대학 총장…해당 분야 ‘베스트’ 결집

    [국민경제자문회의 출범] 대표 경제학자·대학 총장…해당 분야 ‘베스트’ 결집

    “경제원로회의가 아니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29일 30명의 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자문위원에 대해 이같이 말한 뒤 “해당 분야 베스트(최고)를 모시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일해 본’ 사람이 아닌 ‘일할 수 있는’ 사람으로 꾸렸다는 얘기다. 실제 자문위원의 평균 연령은 54.3세로, 청와대 실장·수석(61.1세)은 물론 국무총리·장관(58.7세)에 비해 젊다. 사실상의 수장 격인 부의장에 위촉된 현정택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청와대 경제수석과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등을 지낸 대표적인 경제학자로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의 싱크탱크 역할을 했던 국가미래연구원 회원이다. 현 교수를 비롯해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윤창번 김&장 법률사무소 고문,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등 9명이 미래연 회원이다. 손 교수와 윤 고문, 안 교수는 인수위원회에서도 활동했다. 인수위 출신 인사는 이들 3명을 포함해 신인석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등 모두 5명이다. 미래연과 인수위 출신 인사들은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 이해도가 높다는 점에서 ‘핵심’에 근접한 정책을 자문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제민주화를 주도하게 될 공정경제 분과위원장인 서동원 김&장 법률사무소 고문은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하지만 공직에서 로펌으로 갔다가 다시 준(準)공직으로 돌아와 ‘신(新)전관예우’ 논란도 제기된다. 거시금융 분과위원장인 정갑영 연세대 총장은 박근혜 정부 초대 총리 후보 등으로 거론됐었고, 민생경제 분과위원장인 안상훈 교수는 최성재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의 제자다. 창조경제 분과위원장은 미 프린스턴대 기계·항공우주공학과와 와튼스쿨 MBA 출신의 최원식 매킨지 한국사무소 대표가 맡았다. 한국계 미국인 최초로 미 연방 하원의원을 지낸 김창준씨도 자문위원에 위촉됐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美·미얀마 47년 만의 훈훈한 정상회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미국과 미얀마의 정상이 백악관에서 회담한 것은 47년 만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그동안 공식적으로 써온 ‘버마’ 대신 줄곧 ‘미얀마’라는 국호를 씀으로써 세인 대통령을 각별히 예우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미얀마를 방문했을 때 두 단어를 혼용한 바 있다. 따라서 이날 정상회담 분위기가 좋았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과 미얀마 간 긴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세인 대통령은 미얀마의 정치 및 경제 개혁을 이끌면서 강한 지도력을 보여줬다”면서 “지난 2년 간 아웅산 수치 여사를 포함해 정치범을 꾸준히 석방했고 민주적 절차의 선거도 정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세인 대통령도 “미얀마가 개혁을 이행하는 데 많은 도전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이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미얀마 방문 때 북한을 향해 “버마(미얀마)의 길을 따르라”고 촉구했으나 이날은 북한을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세인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에서 가진 미얀마 교포들과의 간담회에서 “과거 우리가 국제사회 제재를 받을 때 국방 분야에서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에 북한과 관계를 수립할 수밖에 없었지만, 북한에 새 지도부(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가 들어선 뒤로는 외교관계만 있을 뿐 군사관계는 전혀 없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북극 해운물류 확대로 실익 추구… 자원개발 참여는 장기 전략으로

    우리나라가 ‘북극이사회’ 정식 옵서버 진출에 성공하면서 북극 개발과 해운 물류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자원개발은 현실적으로 걸림돌이 많기 때문에 당장은 해운 물류 확대를 통한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부산항을 북극 해운 물류 전초기지로 키우는 동시에 러시아와의 해운협정 체결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현실적으로 북극의 자원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나라는 이사회 안에서도 북극에 국경을 두고 있는 러시아,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덴마크 등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우선 북극항로 개척에 치중하고 자원개발은 장기적인 차원에서 참여하는 것이 실익이 클 것으로 보인다. 삼성경제연구원은 북극항로가 개척되면 부산항이 기존 유럽 항로의 물류 중심지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부산항은 북극길과 아시아·태평양을 이어주는 길목에 자리하고 있다. 싱가포르나 상하이항이 유럽 뱃길을 잇는 중추 항만이었다면 부산항은 아시아·태평양 국가들과 북극을 잇는 환적화물 창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쟁국은 러시아와 일본. 러시아는 북극과 경계를 지고 있는 데다 블라디보스토크항 등 극동항을 이용, 아시아·태평양 진출을 넓히고 있다. 일본 역시 우리와 지리적으로 비슷한 입지를 지녔다. 하지만 부산을 북극 해운물류 중심항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우선 북극 연안 국가인 러시아와의 해운협정 체결이 필수적이다. 우리가 이용할 북극항로는 러시아에 붙어 있는 동쪽 길이기 때문이다. 박창호 국가해양정책연구회 운영위원장은 16일 “현재 북극항로 통행 허용을 받는 데 블라디보스토크 항구에서 일주일 또는 한 달 이상 걸린다”며 “러시아와 해운협정을 맺는 동시에 한·러 합작 해운사 설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러 합작사는 국적선 예우를 받아 통관이 쉽고 운임도 싸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수행원은 야간에 단독행동 금지” 대통령 訪美 매뉴얼 이미 있었다

    “수행원은 야간에 단독행동 금지” 대통령 訪美 매뉴얼 이미 있었다

    정부 내에 대통령 해외 순방 매뉴얼이 이미 존재하고 있으며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수행단 보안 및 안전을 감안해 수행원의 ‘야간 단독 행동’을 금지하는 지침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문 의혹과 관련해 재발 방지를 목적으로 대통령 해외 수행단의 ‘매뉴얼’을 만들겠다는 청와대의 대처 방안이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미 때 활용된 정부 매뉴얼은 모두 두 가지로, 외교부의 대외비 문서로 분류되고 있다. 외교부는 이번 방미도 이 매뉴얼에 따라 준비했으며 대통령 및 수행단의 세세한 일정과 동선, 의전, 상황별 세부 계획을 기술한 250여쪽 분량의 행사 책자도 수첩 형태로 별도 제작돼 수행단 전원에게 배포됐다. 15일 서울신문이 입수한 외교부 문서인 A4용지 크기 78쪽 분량의 ‘대통령 해외 방문 행사 준비 지침’과 ‘미국 방문 행사 책자’를 분석한 결과 대통령 수행단은 보고 없이 야간에 숙소를 벗어나는 등의 개별 행동이 금지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 대통령이 머물렀던 중간 기착지인 뉴욕과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워싱턴DC에서도 보안 및 안전을 위한 주의 사항으로 명시돼 있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해당 문서가 지난해 12월 대외비에서 해제됐다고 설명했다. 수행원은 외부인과의 접촉과 통화도 금지됐다. 이는 대통령의 일정 및 동선 정보가 1급 보안 기밀에 해당하기 때문이라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윤 전 대변인이 숙소인 워싱턴DC 페어팩스호텔을 벗어나 승용차로 10여분 이상 떨어진 W호텔 바에서 여성 인턴, 운전사와 술자리를 가진 행위는 수행단 지침 자체를 위반한 셈이다. 특히 윤 전 대변인에게 박 대통령이 참석하는 일정 및 장소, 이동 동선 등의 상세 정보가 담긴 책자가 제공됐다는 점에서 그의 ‘미스터리한 행적’은 대통령의 안전에도 영향을 주는 심각한 보안 위반으로 분류될 수 있다.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시점인 7일(현지시간) 밤 9시 30분에서 8일 0시 사이뿐 아니라 그가 외부 모처에서 숙소인 페어팩스호텔에 만취 상태로 들어오는 모습이 목격됐다는 새벽 4시 30분까지의 행적은 반드시 규명돼야 할 부분이다. 한국문화원이 윤 전 대변인에게 별도의 차량을 제공한 것 역시 매뉴얼을 위반한 ‘과잉 예우’였다. 대통령을 제외한 공식 수행원은 현지에서 이동 시 V1, V2, V3 등의 암호명으로 표시된 15인승 버스를, 실무 수행원과 기자단은 B1, B2, B3로 표시되는 55인승 버스에 탑승하도록 돼 있다. 매뉴얼에 따르면 청와대 대변인의 경우 통상 국방·외교보좌관과 외교부 북미국장 등과 함께 탑승한다. 정부 소식통은 “공식 수행원인 외교장관에게도 개별적으로 승용차가 배정되지 않으며 필요할 때만 임대한 승용차를 공식 수행원이 돌려 쓴다”며 “이번 방미에서 실무 수행원으로 편제된 윤 전 대변인에게 차량이 단독 배정된 건 의전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허태열 비서실장은 지난 13일 ‘비서실 직원에게 보내는 당부의 글’을 통해 방미 일정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지시했다. 그는 “민정수석실은 이번 방미단과 전 방미 일정을 리뷰하라”며 “그것을 바탕으로 매뉴얼을 만들어 대통령이 중국 등 해외 순방을 나갈 때 그 매뉴얼에 따라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하라”고 당부했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수행원은 야간에 단독행동 금지” 대통령 訪美 매뉴얼 이미 있었다

    “수행원은 야간에 단독행동 금지” 대통령 訪美 매뉴얼 이미 있었다

    정부 내 대통령 해외순방 매뉴얼이 이미 존재하고 있으며,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수행단 보안 및 안전을 감안해 수행원의 ‘야간 단독 행동’를 금지하는 지침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문 의혹과 관련해 재발 방지를 목적으로 대통령 해외 수행단의 ‘매뉴얼’을 만들겠다는 청와대의 대처 방안이 비판의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미 때 활용된 정부 매뉴얼은 모두 두 가지로 외교부의 대외비 문서로 분류되고 있다. 외교부는 이번 방미도 이 매뉴얼에 따라 준비했으며, 대통령 및 수행단의 세세한 일정과 동선, 의전, 상황별 세부 계획을 기술한 250여쪽 분량의 행사 책자도 수첩 형태로 별도 제작돼 수행단 전원에게 배포됐다. 15일 서울신문이 입수한 외교부 대외비 문서인 A4크기 78쪽 분량의 ‘대통령 해외방문 행사 준비지침’과 ‘미국 방문 행사책자’를 분석한 결과 대통령 수행단은 보고 없이 야간에 숙소를 벗어나는 등의 개별 행동이 금지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 대통령이 머물렀던 중간 기착지인 뉴욕과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워싱턴DC에서도 보안 및 안전을 위한 주의 사항으로 명시돼 있다. 수행원은 외부인과의 접촉과 통화도 금지됐다. 이는 대통령의 일정 및 동선 정보가 1급 보안 기밀에 해당하기 때문이라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윤 전 대변인이 숙소인 워싱턴DC 페어팩스 호텔을 벗어나 승용차로 10여분 이상 떨어진 W호텔 바에서 여성 인턴, 운전사와 술자리를 가진 행위는 수행단 지침 자체를 위반한 셈이다. 특히 윤 전 대변인에게 박 대통령이 참석하는 일정 및 장소, 이동 동선 등의 상세 정보가 담긴 책자가 제공됐다는 점에서 그의 ‘미스터리한 행적’은 대통령의 안전에도 영향을 주는 심각한 보안 위반으로 분류될 수 있다.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7일(현지시간) 밤 9시 30분에서 8일 0시뿐 아니라 그가 외부 모처에서 숙소인 페어팩스 호텔에 만취 상태로 들어오는 모습이 목격됐다는 새벽 4시 30분까지의 행적은 반드시 규명돼야 할 부분이다. 한국문화원이 윤 전 대변인에게 별도의 차량을 제공한 것 역시 매뉴얼을 위반한 ‘과잉 예우’였다. 대통령을 제외한 공식 수행원은 현지에서 이동시 V1, V2, V3 등의 암호명으로 표시된 15인승 버스를, 실무 수행원과 기자단은 B1, B2, B3로 표시되는 55인승 버스에 탑승하도록 돼 있다. 매뉴얼에 따르면 청와대 대변인의 경우 통상 국방·외교보좌관과 외교부 북미국장 등과 함께 탑승한다. 정부 소식통은 “공식 수행원인 외교장관에게도 개별적으로 승용차가 배정되지 않으며, 필요할 때만 임대한 승용차를 공식 수행원이 돌려 쓴다”며 “이번 방미에서 실무 수행원으로 편제된 윤 전 대변인에게 차량이 단독 배정된 건 의전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행단은 차관급인 이남기 홍보수석과 1급인 윤 전 대변인뿐만 아니라 최상화 춘추관장, 전광삼 선임행정관, 이미연 외신대변인과 행정관 등 총 10명에 이른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새달부터 공무원도 성폭력 예방교육”

    “새달부터 공무원도 성폭력 예방교육”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은 사람의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는 6월 19일부터 공공단체의 성폭력 예방교육이 의무화된다. 올해는 ‘성폭력 예방교육의 원년’이다.”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은 1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윤창중 성추행 사태’와 같은 일이 발생했을 때 여가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교육과 홍보라며 성희롱, 성매매, 성폭력 등 3가지 교육을 정부부처, 공기업, 공공기관 기관장부터 빠짐없이 받을 수 있도록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여가부는 성폭력방지법 개정에 따라 의무화된 성폭력 예방교육의 내용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동안 성폭력 예방교육은 어린이집, 학교 등에서만 실시되었지만 모든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단체로 교육 대상이 넓어졌다. 학교폭력은 한 반에 2~3명의 또래 상담 학생을 키워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또래 상담이란 상담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또래 친구를 돕고 소통하는 것으로, 현재 6만여명의 학생이 또래 상담자로 활동하고 있다. 학급당 0.4명 정도다. 조 장관은 “2017년까지 50만명의 학생을 또래 상담자로 육성해 학교폭력과 왕따 문제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군 가산점 부활 논란에 대해서는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났으므로 재론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군필자와 아이를 낳고 키우는 여성에 대해 사회적으로 예우하는 것은 ‘기성세대의 청년층에 대한 투자’라고 덧붙였다. 출산 여성의 재취업 시 가산점을 주자는 ‘엄마가산점제’에 대해서는 “국회 논의가 성숙하기 전에 관계부처 장관이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韓·美 주도 ‘동북아평화협력구상’ 제안

    韓·美 주도 ‘동북아평화협력구상’ 제안

    방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한·미 양국이 주도하는 ‘동북아평화협력구상’(서울프로세스)을 공식 제안했다. 우리나라 대통령으로는 6번째로 행한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서다.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은 통상 ‘국빈 방문’인 경우에 외국 정상 등에게 주어지는 의전 절차다. 박 대통령의 이번 방문이 ‘공식 실무방문’임을 감안하면 파격적 예우다. 박 대통령은 영어 연설을 통해 “미래 아시아의 새 질서는 역내 국가 간 경제적 상호의존의 증대에도 불구하고 정치·안보협력은 뒤처진 소위 ‘아시아 패러독스’ 현상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이러한 도전의 극복을 위한 비전으로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미국을 포함한 동북아 국가들이 환경과 재난구조, 원자력 안전, 테러 대응 등 연성 이슈부터 대화와 협력을 통해 신뢰를 쌓고 점차 다른 분야까지 협력의 범위를 넓혀 가는 ‘동북아 다자 간 대화 프로세스’를 시작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서울 프로세스는 북핵과 같은 경직된 주제에서 벗어남으로써 북한이 자발적으로 동북아 지역 국가들의 대화 테이블로 나오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하고, 이런 신뢰를 기반으로 자연스레 개혁·개방의 길에 들어서도록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박 대통령은 30분간 진행된 연설에서 ▲한반도 평화와 통일기반 구축 ▲동북아 지역의 평화협력체제 구축 ▲지구촌 평화와 번영 기여 등 3가지를 한·미 공동비전과 목표로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여기에는 북한도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저는 동북아 지역에서의 새로운 협력 프로세스를 만들어 나가는 데 한·미 양국이 함께할 것으로 굳게 믿는다”며 미국의 협조를 요청했다. 박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기반 구축’과 관련해 “굳건한 한·미 동맹을 토대로 한국경제의 튼튼한 펀더멘털과 한국 정부의 위기관리 역량이 지속되는 한 북한의 도발은 절대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 정착과 통일 기반 구축을 위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견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이 도발로 위기를 조성하면 일정 기간 제재하다가 적당히 타협해 보상해 주는 잘못된 관행이 반복돼 왔다”며 “그러는 사이 북한의 핵개발 능력은 더욱 고도화되고 불확실성이 계속돼 왔다. 이제 그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한·미 간 현안인 원자력협정 개정문제와 관련해 “앞으로 선진적이고 호혜적으로 한·미 원자력협정이 개정된다면 양국의 원자력 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미 의회의 협조를 요청했다. 이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유지해 나가면서 비무장지대(DMZ) 내에 세계평화공원을 만들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워싱턴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 [韓·美 정상회담] ‘특별한 의전’

    ‘싱글 대통령’에 대한 의전은, 독신이라는 사실을 의식하지 않게 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 의전은 잘 갖춰졌다고 할 수 있다. 이번 방문은 국빈방문이 아니라 실무방문이라서 정상 오찬만 있을 뿐 만찬이 없다. 미국 정부가 공식 주관하는 행사는 7일 한·미 정상회담이 유일하다. 8일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은 미 의회 행사이고 나머지는 동포간담회와 한·미 동맹 60주년 기념 만찬 등 우리 정부 자체 행사다. 싱글 대통령이라고 해서 행사 형식이 달라질 게 없다는 얘기다. 앞서 외교부는 “어차피 대부분의 공식 행사는 대통령 혼자만 참석하기 때문에 큰 틀에서는 달라질 게 없다”고 했다. 미국은 이번에 이례적인 ‘특별한 의전’을 선보이기도 했다. 뉴욕경찰은 JFK국제공항에서 숙소인 뉴욕 중심가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 이르는 동안 헬기 등으로 입체 경호를 했다. 국제적 VIP들의 단골 방문지인 뉴욕은 헬기를 띄우거나 교통 통제를 하는 식의 ‘적극적인’ 경호는 하지 않는다.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은 “우리 경호팀과 외교부 측은 이동에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교통 통제가 이뤄져 우리도 상당히 놀랐다”면서 “뉴욕에서 교통을 통제한 것은, 우리 외교부에 따르면 처음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보스턴 마라톤 테러가 있었던 데다 북한의 도발 위기가 계속되는 한반도 정세를 고려해 특별한 경호와 예우를 준비한 것 같다”는 게 청와대의 생각이다. 미 의회도 8일 박 대통령의 상·하원 합동연설에 앞서 상·하원 30여명으로 구성된 의원단이 영접을 나와 의사당 안까지 인도하는 등 이례적인 환대가 예정돼 있다. 워싱턴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 인사청문회 전관예우 자료 요구땐 제출 의무화

    국회는 30일 본회의에서 인사청문회 또는 국정조사에서 전관예우 관련 자료를 요구하면 제출을 의무화하는 변호사법 개정안을 비롯해 법률안 52건을 의결했다. 다음은 주요 개정법안 요지. ■변호사법 인사청문회 또는 국정조사에서 국회의 요구가 있을 때는 전관예우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의 제출을 의무화하고, 법조윤리협의회가 관계 기관 또는 단체에 사실 조회나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경우 이에 응하도록 함.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법 5만원 이하의 소액 통신 거래에 대해서도 소비자가 결제대금 예치를 이용하거나 통신판매업자의 소비자 피해 보상보험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함. ■환경범죄 단속 및 가중처벌법 환경오염, 환경훼손 시 가중처벌 등 특별한 보호를 취하는 환경보호지역에 낙동강·금강·영산강·섬진강 수계의 수변구역을 추가. ■방문판매법 다단계 판매원으로 등록하지 않았는데도 실질적으로 다단계 판매원으로 활동한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 ■허베이 스피리트호 유류오염사고 피해 주민의 지원 및 해양환경의 복원 특별법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은 피해 주민단체 대표의 의견을 유류오염사고 피해 지역 지원정책에 반영하도록 하고, 피해 지역 주민에 대한 건강조사 및 관리를 위한 지원 사업을 의무화.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법 가정폭력 보호시설에 입소한 피해자를 상대로 1개월 이내에 건강검진을 실시해 공동생활에 따른 질병 감염을 예방. ■청소년활동진흥법 국토대장정과 같은 이동·숙박형 청소년 활동에 대한 관할기관 신고를 의무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처벌법 범죄수익이 몰수·추징돼 국고로 귀속된 경우 신고자나 이에 공로가 있는 신고자에게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함. ■남북이산가족 생사확인 및 교류 촉진법 이산가족의 유전자 검사 및 보관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 ■10·27 법난 피해자의 명예회복법 10·27 법난 피해자 명예회복 심의위원회의 피해자 등에 대한 심사기간 및 법률의 유효기간을 각각 3년 연장. ■아이돌봄 지원법 아이돌봄 서비스를 맞벌이 가정에 우선 제공. ■일제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생활안정지원·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생활하는 보호시설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운영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함.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 천재 물리학자, 비키니 모델, 그리고 코카인 가방

    천재 물리학자, 비키니 모델, 그리고 코카인 가방

    산소의 존재를 처음으로 밝혀 낸 스웨덴 화학자 칼 셸레(1742~1786)는 모든 화합물의 맛을 확인하는 버릇이 있었다. 셸레는 결국 독극물인 비소의 맛을 보고 죽었다. 영국의 수학자인 고드프리 하디(1877~1947)는 수많은 난제를 풀어낸 당대의 꽃미남 천재였지만 거울 혐오증이 있었고 크리켓과 일광욕에 병적으로 집착했다. 역사상 위대한 업적을 남긴 과학자들의 삶을 좇다 보면 ‘광기 어린 천재’ 또는 ‘고독한 천재’로 표현되는 불행한 인생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수많은 천재들이 ‘괴짜’의 수준을 넘어 주변과 단절되면서 자신의 시대에 제대로 업적을 인정받지 못하고 단순히 ‘미친 사람’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헨리 캐번디시(1731~1810)는 자신과 얼굴을 마주친 하녀는 곧바로 해고할 정도로 여성 기피증이 심했고 연구실 서랍에 평생 연구 결과를 쌓아놓기만 했다. 아이작 뉴턴(1643~1727)은 남들이 자신의 연구 결과에 대해 물어보는 것을 귀찮게 여겨 만유인력의 법칙을 담은 ‘프린키피아’를 일부러 어렵게 썼다. 과학사 연구자들은 근본적으로 ‘남과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는 데 익숙하고 논리적이거나 의식적인 사고보다는 직관적이고 비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이들이 결국 인류사를 바꿀 업적을 만들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사회성이 결여된 천재 과학자’의 계보는 오늘날에도 진행형이다. 러시아 수학자 야코블레비치 페렐만은 2002년 ‘100년의 난제’로 불리는 ‘푸엥카레의 추측’에 대한 해답을 인터넷 논문 공개 사이트에 올렸다. 이 문제에는 100만 달러의 상금이 걸려 있었지만 페렐만은 상금을 거부하고 지금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노모와 함께 연금으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페렐만은 2006년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 메달 수상자로 선정됐지만 역시 나타나지 않았고 ‘은둔의 수학자’로 불린다. 최근 역사에 기록될 만한 해프닝을 겪고 있는 ‘기이한 천재’ 한 사람이 과학계와 외신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폴 프램튼. 18세에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올해 70세의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물리학과 교수이자 세계 최고의 입자물리학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살아 있는 학자 중 노벨상 수상자와 3편 이상의 공동 논문을 쓴 사람은 모두 11명으로 이 중 6명이 노벨상을 받았다. 프램튼은 나머지 5명 중 한 명이다. 이론적으로 프램튼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할 확률은 55%에 이른다. 프램튼은 최소한 14개의 ‘기념비적인’ 물리학 이론을 발표하기도 했다. 2011년 68세의 프램튼은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 ‘메이트1닷컴’에서 체코의 비키니 모델 데니스 밀라니를 만났다. 채팅창의 여성은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 D컵 사이즈의 가슴을 자랑하고 있었다. 당시 그는 첫 부인과 이혼한 상태였다. 강의와 연구 시간을 제외하고 둘 사이의 달콤한 인터넷 대화는 끊이지 않았다. 프램튼은 자신이 밀라니와 사랑에 빠졌다고 믿었다. 하지만 2007년 ‘미스 월드 비키니’인 밀라니는 “어떻게 나 같은 여자를 좋아할 수 있냐”면서 전화 통화조차 거부했다. 오랜 설득이 이어졌고 밀라니는 자신의 화보 촬영이 예정된 볼리비아의 라파스에서 만날 것을 허락했다. 2012년 1월 7일 프램튼은 라파스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프램튼은 돌아오는 길에 밀라니와 함께할 것으로 믿었고 행복한 미래를 꿈꿨다. 하지만 ‘신혼여행’은 시작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캐나다 토론토와 칠레 산티아고를 경유하는 일정 중에 밀라니가 그에게 보낸 티켓은 취소된 상태였고 4일이나 지나 라파스에 도착했을 때 밀라니는 다음 촬영을 위해 벨기에 브뤼셀로 떠난 뒤였다. 밀라니는 브뤼셀로 가는 새로운 티켓을 보내겠다고 약속했고 우선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가는 티켓이 도착했다. 밀라니는 메신저를 통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호텔에 가방을 놓고 왔다”면서 프램튼에게 가져다줄 것을 부탁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프램튼을 만난 물리학자 겸 변호사 존 딕슨은 곧바로 이상한 낌새를 챘다. 그가 프램튼에게 “그 가방에 마약이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했지만 프램튼은 웃어넘겼다. 다음 날 허름한 뒷골목에서 프램튼은 커다란 이민가방을 넘겨받았고 가방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밀라니를 만나자마자 노스캐롤라이나로 돌아올 것이라 믿었던 프램튼은 일정이 늦어지면서 그냥 집에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곧 미국으로 밀라니를 불러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공항에서 자신과 밀라니의 가방을 부친 프램튼은 카운터에서 자신을 부르는 다급한 목소리를 듣고 ‘세계적 학자의 좌석을 승급해 주려는 항공사의 배려’라고 여겼다. 하지만 잠시 후 프램튼을 둘러싼 것은 수많은 경찰이었다. 밀라니가 맡긴 가방 바닥에는 4㎏이나 되는 코카인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프램튼은 가방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아르헨티나 법원은 지난해 11월 프램튼에게 코카인을 미국에 밀반입하려 한 혐의로 4년 8개월의 금고형에 처했다. 데보토 교도소에 수감된 프램튼의 사건이 알려지면서 언론은 밀라니를 찾아나섰다. 실제 TV 화면에 등장한 비키니 모델 밀라니는 30대의 유부녀로, 프램튼을 알지도 못했다. 프램튼은 교도소 TV를 통해 자신이 철저히 속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전화 통화조차 하지 않은 비키니 모델과 68세 노인의 사랑.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프램튼은 어떻게 자연스럽게 빠져들 수 있었을까. 프램튼의 전처인 앤 마리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아주 훌륭한 과학자이지만 정신연령은 세 살에 불과했다”면서 “그는 다른 사람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항상 물리학 용어로 된 노래를 듣는 기분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 그가 어떻게 감옥에 들어갔는지를 들었을 때도 놀랍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프램튼의 기이함은 이혼 직후의 행적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당시 64세였던 그는 자신의 아이를 낳아줄 여성을 찾겠다며 인터넷에 “18~35세의 여성을 구함”이라는 광고를 올렸고, 중국에 살고 있는 한 여성을 고르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으로 간 그는 1시간 뒤 여성을 만난 다음 자신의 연구를 도와주는 다른 교수를 만나고 돌아왔다. 단지 “그 여자는 도망가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뿐이었다. 감옥에서도 프램튼의 기행은 계속됐다. 그는 자신이 교수직을 잃거나 연구비가 끊길 것을 끊임없이 걱정했고 이를 ‘교수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하는 메일을 지인들에게 보냈다. 또 변호사에게 “하버드대 총장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만나면서 자신의 석방을 강력히 요청하기로 했다”고 말했지만 실제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변호사조차 하루에 서너통의 전화를 하는 프램튼의 과대망상에 지칠 정도였다. 아르헨티나 법에 따르면 그가 미국으로 돌아가는 것은 내년 5월 이후에나 가능하다. 프램튼은 병보석을 허가받아 이 변호사의 집에서 남은 형기를 보내고 있다. 유일한 위안은 이제 그가 현실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물리학 연구를 위한 컴퓨터와 인터넷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세계 최고 英 물리학자, 아르헨티나 감옥에 갇힌 사연은

    세계 최고 英 물리학자, 아르헨티나 감옥에 갇힌 사연은

    산소의 존재를 처음으로 밝혀 낸 스웨덴 화학자 칼 셸레(1742~1786)는 모든 화합물의 맛을 확인하는 버릇이 있었다. 셸레는 결국 독극물인 비소의 맛을 보고 죽었다. 영국의 수학자인 고드프리 하디(1877~1947)는 수많은 난제를 풀어낸 당대의 꽃미남 천재였지만 거울 혐오증이 있었고 크리켓과 일광욕에 병적으로 집착했다. 역사상 위대한 업적을 남긴 과학자들의 삶을 좇다 보면 ‘광기 어린 천재’ 또는 ‘고독한 천재’로 표현되는 불행한 인생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수많은 천재들이 ‘괴짜’의 수준을 넘어 주변과 단절되면서 자신의 시대에 제대로 업적을 인정받지 못하고 단순히 ‘미친 사람’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헨리 캐번디시(1731~1810)는 자신과 얼굴을 마주친 하녀는 곧바로 해고할 정도로 여성 기피증이 심했고 연구실 서랍에 평생 연구 결과를 쌓아놓기만 했다. 아이작 뉴턴(1643~1727)은 남들이 자신의 연구 결과에 대해 물어보는 것을 귀찮게 여겨 만유인력의 법칙을 담은 ‘프린키피아’를 일부러 어렵게 썼다. 과학사 연구자들은 근본적으로 ‘남과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는 데 익숙하고 논리적이거나 의식적인 사고보다는 직관적이고 비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이들이 결국 인류사를 바꿀 업적을 만들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사회성이 결여된 천재 과학자’의 계보는 오늘날에도 진행형이다. 러시아 수학자 야코블레비치 페렐만은 2002년 ‘100년의 난제’로 불리는 ‘푸엥카레의 추측’에 대한 해답을 인터넷 논문 공개 사이트에 올렸다. 이 문제에는 100만 달러의 상금이 걸려 있었지만 페렐만은 상금을 거부하고 지금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노모와 함께 연금으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페렐만은 2006년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 메달 수상자로 선정됐지만 역시 나타나지 않았고 ‘은둔의 수학자’로 불린다. 최근 역사에 기록될 만한 해프닝을 겪고 있는 ‘기이한 천재’ 한 사람이 과학계와 외신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폴 프램튼(왼쪽). 18세에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올해 70세의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물리학과 교수이자 세계 최고의 입자물리학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살아 있는 학자 중 노벨상 수상자와 3편 이상의 공동 논문을 쓴 사람은 모두 11명으로 이 중 6명이 노벨상을 받았다. 프램튼은 나머지 5명 중 한 명이다. 이론적으로 프램튼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할 확률은 55%에 이른다. 프램튼은 최소한 14개의 ‘기념비적인’ 물리학 이론을 발표하기도 했다. 2011년 68세의 프램튼은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 ‘메이트1닷컴’에서 체코의 비키니 모델 데니스 밀라니(오른쪽)를 만났다. 채팅창의 여성은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 D컵 사이즈의 가슴을 자랑하고 있었다. 당시 그는 첫 부인과 이혼한 상태였다. 강의와 연구 시간을 제외하고 둘 사이의 달콤한 인터넷 대화는 끊이지 않았다. 프램튼은 자신이 밀라니와 사랑에 빠졌다고 믿었다. 하지만 2007년 ‘미스 월드 비키니’인 밀라니는 “어떻게 나 같은 여자를 좋아할 수 있냐”면서 전화 통화조차 거부했다. 오랜 설득이 이어졌고 밀라니는 자신의 화보 촬영이 예정된 볼리비아의 라파스에서 만날 것을 허락했다. 2012년 1월 7일 프램튼은 라파스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프램튼은 돌아오는 길에 밀라니와 함께할 것으로 믿었고 행복한 미래를 꿈꿨다. 하지만 ‘신혼여행’은 시작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캐나다 토론토와 칠레 산티아고를 경유하는 일정 중에 밀라니가 그에게 보낸 티켓은 취소된 상태였고 4일이나 지나 라파스에 도착했을 때 밀라니는 다음 촬영을 위해 벨기에 브뤼셀로 떠난 뒤였다. 밀라니는 브뤼셀로 가는 새로운 티켓을 보내겠다고 약속했고 우선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가는 티켓이 도착했다. 밀라니는 메신저를 통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호텔에 가방을 놓고 왔다”면서 프램튼에게 가져다줄 것을 부탁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프램튼을 만난 물리학자 겸 변호사 존 딕슨은 곧바로 이상한 낌새를 챘다. 그가 프램튼에게 “그 가방에 마약이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했지만 프램튼은 웃어넘겼다. 다음 날 허름한 뒷골목에서 프램튼은 커다란 이민가방을 넘겨받았고 가방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밀라니를 만나자마자 노스캐롤라이나로 돌아올 것이라 믿었던 프램튼은 일정이 늦어지면서 그냥 집에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곧 미국으로 밀라니를 불러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공항에서 자신과 밀라니의 가방을 부친 프램튼은 카운터에서 자신을 부르는 다급한 목소리를 듣고 ‘세계적 학자의 좌석을 승급해 주려는 항공사의 배려’라고 여겼다. 하지만 잠시 후 프램튼을 둘러싼 것은 수많은 경찰이었다. 밀라니가 맡긴 가방 바닥에는 4㎏이나 되는 코카인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프램튼은 가방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아르헨티나 법원은 지난해 11월 프램튼에게 코카인을 미국에 밀반입하려 한 혐의로 4년 8개월의 금고형에 처했다. 데보토 교도소에 수감된 프램튼의 사건이 알려지면서 언론은 밀라니를 찾아나섰다. 실제 TV 화면에 등장한 비키니 모델 밀라니는 30대의 유부녀로, 프램튼을 알지도 못했다. 프램튼은 교도소 TV를 통해 자신이 철저히 속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전화 통화조차 하지 않은 비키니 모델과 68세 노인의 사랑.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프램튼은 어떻게 자연스럽게 빠져들 수 있었을까. 프램튼의 전처인 앤 마리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아주 훌륭한 과학자이지만 정신연령은 세 살에 불과했다”면서 “그는 다른 사람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항상 물리학 용어로 된 노래를 듣는 기분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 그가 어떻게 감옥에 들어갔는지를 들었을 때도 놀랍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프램튼의 기이함은 이혼 직후의 행적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당시 64세였던 그는 자신의 아이를 낳아줄 여성을 찾겠다며 인터넷에 “18~35세의 여성을 구함”이라는 광고를 올렸고, 중국에 살고 있는 한 여성을 고르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으로 간 그는 1시간만 여성을 만난 다음 자신의 연구를 도와주는 다른 교수를 만나고 돌아왔다. 단지 “그 여자는 도망가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뿐이었다. 감옥에서도 프램튼의 기행은 계속됐다. 그는 자신이 교수직을 잃거나 연구비가 끊길 것을 끊임없이 걱정했고 이를 ‘교수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하는 메일을 지인들에게 보냈다. 또 변호사에게 “하버드대 총장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만나면서 자신의 석방을 강력히 요청하기로 했다”고 말했지만 실제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변호사조차 하루에 서너통의 전화를 하는 프램튼의 과대망상에 지칠 정도였다. 아르헨티나 법에 따르면 그가 미국으로 돌아가는 것은 내년 5월 이후에나 가능하다. 프램튼은 병보석을 허가받아 이 변호사의 집에서 남은 형기를 보내고 있다. 유일한 위안은 이제 그가 현실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물리학 연구를 위한 컴퓨터와 인터넷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지역인재 키운 장학금 기부자 성동구청 로비에 명단 게재

    성동구청 로비에 장학금 기부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명예의 전당이 설치됐다. 성동구는 장학금을 기부한 사람들을 예우하고, 기부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구청 1층 로비에 ‘성동장학회 명예의 전당’을 열었다고 29일 밝혔다. 로비에 설치된 현판에는 ‘사랑이 사람을 키운다’는 글씨 아래 장학금을 기부한 사람들의 명단이 담겨 있다. 현판은 장학금 기부액수에 따라 성동, 무지개, 미소, 개나리, 참매, 느티나무, 초록 등으로 구분했으며, 17개 동에 있는 풀뿌리 장학회의 이름도 넣었다. 지난 26일 오후 3시 30분 구청 1층 로비에서 기부자와 학부모, 학생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명예의 전당 제막식도 가졌다. 구는 제막식을 마친 뒤 3층 대강당에서 학교장과 동장의 추천을 받은 학생 90명에게 장학증서를 수여했다. 조현석 기자 hyun68@seoul.co.kr
  •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법사위 논의 진통

    재계가 경제민주화법 처리에 반발하는 가운데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의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29일 하도급법 개정안에 가로막혀 ‘정년 60세 연장법’과 ‘4·1 부동산대책’ 법안 등은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이 법안들은 4월 임시국회 내 처리 여부도 불투명하다. 납품단가 후려치기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강화하는 내용의 하도급법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논의에서 진통을 겪으면서 이날 본회의 처리가 무산됐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이날 뒤늦게 법안 처리 쪽으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30일 법사위 전체회의와 본회의에서 처리될지 주목된다. 경제민주화의 핵심법안으로 꼽히는 하도급법 개정안은 기존의 기술유용 행위뿐 아니라 하도급 대금의 부당 단가인하·부당 발주취소·부당 반품 행위에 대해 3배 범위 내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토록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여야 6인협의체가 합의한 내용이라는 점을 들어 조속한 처리를 주장한 반면 새누리당은 신중한 검토를 위해 일단 법안소위로 회부하자고 맞섰다. 하지만 정부가 도입을 찬성하고 있고, 경제민주화의 상징성이 큰 법안이라는 점을 감안해 새누리당이 처리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일부 경제민주화 법안들은 진통이 불가피하다. ‘정년 60세’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정년 60세 연장법과 유해물질 배출기업에 대해 매출의 10%를 과징금으로 매기는 ‘유해화학물질 관리법 개정안’ 등은 이날 법사위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특히 정년 60세 연장법은 격론 끝에 지난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재계에서 기업부담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어 막바지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안은 공공·민간 부문 근로자의 ‘정년 60세 의무화’ 조치를 2016년부터 사업장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5억원 이상 등기임원의 연봉을 공개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 개정안’도 상정만 된 채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공휴일과 일요일이 겹치면 이어지는 평일 하루를 더 쉬는 대체휴일제 도입 법안에 대해서 표결처리를 시도했지만, 여야 간 이견을 보이면서 두 차례나 정회되는 등 진통을 겪다 결국 처리하지 못했다. 이 밖에 법사위는 전관예우를 막기 위해 퇴임 공직자의 수임자료를 국회에 의무적으로 제출토록 하는 변호사법 개정안과 2016년까지 한시적으로 공공기관 및 지방공기업이 매년 전체 정원의 3%에 해당하는 청년 미취업자를 의무적으로 고용하도록 하는 청년고용촉진특별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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