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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30 자신감에 尹과 대립각…훗날 비수 될 수도

    2030 자신감에 尹과 대립각…훗날 비수 될 수도

    6개월여 전 이준석(36)이 가수 임재범의 노래 ‘너를 위해’의 한 구절을 뜬금없이 연설문에 차용했을 때만 해도 그 의미를 제대로 해석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알 것 같다. 지난 6월 11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대표로 뽑힌 뒤 수락연설을 위해 단상에 오른 이준석은 이렇게 말한다. “제가 말하는 변화에 대한 이 거친 생각들, 그걸 바라보는 전통적 당원들의 불안한 눈빛,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국민들에게 우리의 변화에 대한 도전은 전쟁과도 같은 치열함으로 비쳐질 것이고 우리는 승리할 것입니다.” 이준석의 ‘예언’은 적중했다. 대선이 80일도 안 남은 지금 그의 거친 생각은 거친 언행으로 드러나고 있고, 당원과 지지층의 눈빛은 불안에 휩싸여 있으며, 그는 전쟁과도 같은 치열함으로 싸우고 있다. 문제는 싸움의 상대가 자기 당의 윤석열 대선후보 측이라는 것이다. 이준석 대표는 지난달 30일 윤 후보와의 갈등 끝에 사실상 당무를 거부하고 지방으로 내려가 버렸다. 윤 후보가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등에서 이 대표를 ‘패싱’했다는 게 이유로 회자됐다. 이유야 어떻든 대선 국면에서 대표가 대선후보와 싸우는 것은 한국 정치 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어서 충격을 줬다. ‘잃을 게 많은’ 윤 후보가 결국 무릎을 꿇음으로써 보이콧은 4일 만에 끝났다. 그 후로 양측은 잠시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 21일 이 대표는 윤 후보 측 조수진 의원과 정면충돌한 끝에 상임선대위원장직을 사퇴했다. 당대표가 대선 선거운동에서 손을 떼겠다는 것으로, 역시 헌정 사상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경우다. 이 대표가 이처럼 ‘벼랑 끝 정치’를 불사하는 데는 물론 윤 후보 측의 책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근저에는 다른 이유들도 복합적으로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캠프 선거전략을 ‘구닥다리 꼰대’로 인식 우선 자기 중심적인 사고방식이다. 헌정 사상 첫 30대 유력 정당 대표라는 기록을 쓴 이 대표는 ‘올드 보이’들을 영입해 세를 불리는 윤 후보 측의 선거전략을 ‘구닥다리 꼰대 전략’으로 보고 자신의 전략이야말로 유권자의 욕구에 부합한다고 보는 것 같다. 이런 확신은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얻은 승리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다. 당시 온라인으로 모집한 청년들의 즉석 유세차 연설 등 자신이 기획한 캠페인이 화제가 됐다. 이 대표가 스스로 급을 낮춰 선대위 미디어홍보총괄본부장을 자처한 것도 그때의 승리 기법을 이번 대선에 적용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올드한’ 이미지의 국민의힘 내에서 이 대표가 가진 독보적 상품성도 그의 벼랑 끝 정치를 부추긴다는 분석이다. 실제 당무 거부 파문 때 윤 후보가 이 후보에게 고개를 숙이고 화해를 요청한 것도 30대인 이 후보가 2030세대의 표를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윤후보와 신뢰도 약하고 ‘윤핵관’과 마찰 이 대표와 윤 후보 사이에 신뢰가 박약하다는 점도 문제다. 상대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지 않은 가운데 윤 후보를 둘러싸고 있는 핵심 관계자(윤핵관)들과 이 대표의 구원(舊怨)이 신뢰 형성에 방해 요소로 꼽힌다. 권성동·장제원 의원과 김성태 전 의원 등은 2017년 대선이 한창이던 시기에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를 떠나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게 갔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개혁 보수 정당 창당에 뜻을 모았던 이들은 당시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표현을 빌리자면 ‘야반도주’했고, 이 대표를 비롯한 남겨진 사람들은 상처를 입었다. 이 대표와 함께 당시 선거를 치렀던 한 인사는 “그랬던 사람들이 홍준표가 아닌 윤 후보를 도운 것도 이 대표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고, 그 사람들이 선대위 주축이 된 데 대한 불신이 상당할 것”이라고 했다. ●“10년 뒤에도 40대” 여의도는 어린애 취급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윤 후보의 당선, 즉 국민의힘의 집권보다 자신의 정치적 미래에 더 관심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의원은 “이준석은 10년 뒤에도 40대다. 현재 국민의힘 의원들로 따져도 가장 어린 축에 든다”며 “윤석열은 현찰, 이준석은 어음을 갖고 장사를 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이 대표가 유리한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과학고, 하버드대 컴퓨터학과 학사를 거친 이 대표의 정치를 두고 ‘개발자의 문법’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 대표를 지켜본 한 청년 정치인은 “준석이형은 정치를 공학자 느낌으로 일종의 게임을 하는 것 같다”며 “일단 코딩을 해 놓고 계속 테스트하며 빠르게 바꾸고, 시뮬레이션을 하는 느낌”이라고 표현한다. 측근들도 입을 모아 이 대표가 장기적 노림수나 전략을 갖고 벼랑 끝 전술을 펼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자신을 어린애 취급하며 은연중에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선배 정치인들에 대한 반항이 이 대표의 거친 정치를 양육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 대표가 26세이던 2011년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에 의해 영입됐을 때 전여옥 전 의원은 ‘아이들까지 정치하나’라는 글을 통해 “26살에 집권정당의 최고위원급인 비대위원이 되어 버린 이 청년이 소년 급제의 비극을 겪지 말라는 법이 없다. 아무리 급해도 아이들까지 정치에 끌어들여야 하나”라고 썼다. 지난 21일 이 대표가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의 사과를 거부하자 조 의원이 “제가 (이 대표보다) 나이가 몇 살 더 위다. 나이 먹으면 지혜가 많아져야 하는데 이유 막론 제가 정말 송구하게 됐다”며 나이 얘기를 가장 먼저 꺼낸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멘털 갑’ 李, 한강 러닝 시간 늘리기로 하지만 이 대표는 올해로 정치 구력 10년을 꽉 채웠다. 웬만한 재선 국회의원 이상의 경력이다. 그의 머릿속에 ‘정치 경력은 내가 윤 후보보다 선배다’라는 생각이 없으리란 법이 없다. 하지만 이 대표의 보이콧 정치는 훗날 그에게 비수가 될 수도 있다. 만약 윤 후보의 대선 결과가 잘못되면 내부 분열을 빚은 그의 책임론이 불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선대위 직에서 사퇴한 날 이 대표는 연말 저녁 약속을 모두 취소했다. 다시 저탄수·고단백 식단에 돌입하고 최근 시작한 한강 러닝 시간을 늘릴 예정이다. 화제가 됐던 이 대표의 가상화폐 투자는 여전히 수억원의 수익을 내고 있다고 한다. 그는 ‘멘털’이 강하다.
  • 2030 자신감에 벼랑끝 정치…훗날 비수될 수도

    2030 자신감에 벼랑끝 정치…훗날 비수될 수도

    6개월여 전 이준석(36)이 가수 임재범의 노래 ‘너를 위해’의 한 구절을 뜬금없이 연설문에 차용했을 때만 해도 그 의미를 제대로 해석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알 것 같다. 지난 6월 11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대표로 뽑힌 뒤 수락연설을 위해 단상에 오른 이준석은 이렇게 말한다. “제가 말하는 변화에 대한 이 거친 생각들, 그걸 바라보는 전통적 당원들의 불안한 눈빛,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국민들에게 우리의 변화에 대한 도전은 전쟁과도 같은 치열함으로 비쳐질 것이고 우리는 승리할 것입니다.” 이준석의 ‘예언’은 적중했다. 대선이 80일도 안 남은 지금 그의 거친 생각은 거친 언행으로 드러나고 있고, 당원과 지지층의 눈빛은 불안에 휩싸여 있으며, 그는 전쟁과도 같은 치열함으로 싸우고 있다. 문제는 싸움의 상대가 자기 당의 윤석열 대선후보 측이라는 것이다. 이준석 대표는 지난달 30일 윤 후보와의 갈등 끝에 사실상 당무를 거부하고 지방으로 내려가 버렸다. 윤 후보가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등에서 이 대표를 ‘패싱’했다는 게 이유로 회자됐다. 이유야 어떻든 대선 국면에서 대표가 대선후보와 싸우는 것은 한국 정치 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어서 충격을 줬다. ‘잃을 게 많은’ 윤 후보가 결국 무릎을 꿇음으로써 보이콧은 4일 만에 끝났다. 그 후로 양측은 잠시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 21일 이 대표는 윤 후보 측 조수진 의원과 정면충돌한 끝에 상임선대위원장직을 사퇴했다. 당대표가 대선 선거운동에서 손을 떼겠다는 것으로, 역시 헌정 사상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경우다. 이 대표가 이처럼 ‘벼랑 끝 정치’를 불사하는 데는 물론 윤 후보 측의 책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근저에는 다른 이유들도 복합적으로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캠프 선거전략을 ‘구닥다리 꼰대’로 인식 우선 자기 중심적인 사고방식이다. 헌정 사상 첫 30대 유력 정당 대표라는 기록을 쓴 이 대표는 ‘올드 보이’들을 영입해 세를 불리는 윤 후보 측의 선거전략을 ‘구닥다리 꼰대 전략’으로 보고 자신의 전략이야말로 유권자의 욕구에 부합한다고 보는 것 같다. 이런 확신은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얻은 승리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다. 당시 온라인으로 모집한 청년들의 즉석 유세차 연설 등 자신이 기획한 캠페인이 화제가 됐다. 이 대표가 스스로 급을 낮춰 선대위 미디어홍보총괄본부장을 자처한 것도 그때의 승리 기법을 이번 대선에 적용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올드한’ 이미지의 국민의힘 내에서 이 대표가 가진 독보적 상품성도 그의 벼랑 끝 정치를 부추긴다는 분석이다. 실제 당무 거부 파문 때 윤 후보가 이 후보에게 고개를 숙이고 화해를 요청한 것도 30대인 이 후보가 2030세대의 표를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윤후보와 신뢰도 약하고 ‘윤핵관’과 마찰 이 대표와 윤 후보 사이에 신뢰가 박약하다는 점도 문제다. 상대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지 않은 가운데 윤 후보를 둘러싸고 있는 핵심 관계자(윤핵관)들과 이 대표의 구원(舊怨)이 신뢰 형성에 방해 요소로 꼽힌다. 권성동·장제원 의원과 김성태 전 의원 등은 2017년 대선이 한창이던 시기에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를 떠나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게 갔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개혁 보수 정당 창당에 뜻을 모았던 이들은 당시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표현을 빌리자면 ‘야반도주’했고, 이 대표를 비롯한 남겨진 사람들은 상처를 입었다. 이 대표와 함께 당시 선거를 치렀던 한 인사는 “그랬던 사람들이 홍준표가 아닌 윤 후보를 도운 것도 이 대표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고, 그 사람들이 선대위 주축이 된 데 대한 불신이 상당할 것”이라고 했다. ●“10년 뒤에도 40대” 여의도는 어린애 취급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윤 후보의 당선, 즉 국민의힘의 집권보다 자신의 정치적 미래에 더 관심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의원은 “이준석은 10년 뒤에도 40대다. 현재 국민의힘 의원들로 따져도 가장 어린 축에 든다”며 “윤석열은 현찰, 이준석은 어음을 갖고 장사를 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이 대표가 유리한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과학고, 하버드대 컴퓨터학과 학사를 거친 이 대표의 정치를 두고 ‘개발자의 문법’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 대표를 지켜본 한 청년 정치인은 “준석이형은 정치를 공학자 느낌으로 일종의 게임을 하는 것 같다”며 “일단 코딩을 해 놓고 계속 테스트하며 빠르게 바꾸고, 시뮬레이션을 하는 느낌”이라고 표현한다. 측근들도 입을 모아 이 대표가 장기적 노림수나 전략을 갖고 벼랑 끝 전술을 펼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자신을 어린애 취급하며 은연중에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선배 정치인들에 대한 반항이 이 대표의 거친 정치를 양육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 대표가 26세이던 2011년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에 의해 영입됐을 때 전여옥 전 의원은 ‘아이들까지 정치하나’라는 글을 통해 “26살에 집권정당의 최고위원급인 비대위원이 되어 버린 이 청년이 소년 급제의 비극을 겪지 말라는 법이 없다. 아무리 급해도 아이들까지 정치에 끌어들여야 하나”라고 썼다. 지난 21일 이 대표가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의 사과를 거부하자 조 의원이 “제가 (이 대표보다) 나이가 몇 살 더 위다. 나이 먹으면 지혜가 많아져야 하는데 이유 막론 제가 정말 송구하게 됐다”며 나이 얘기를 가장 먼저 꺼낸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멘탈 갑’ 李, 한강 러닝 시간 늘리기로 하지만 이 대표는 올해로 정치 구력 10년을 꽉 채웠다. 웬만한 재선 국회의원 이상의 경력이다. 그의 머릿속에 ‘정치 경력은 내가 윤 후보보다 선배다’라는 생각이 없으리란 법이 없다. 하지만 이 대표의 보이콧 정치는 훗날 그에게 비수가 될 수도 있다. 만약 윤 후보의 대선 결과가 잘못되면 내부 분열을 빚은 그의 책임론이 불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선대위 직에서 사퇴한 날 이 대표는 연말 저녁 약속을 모두 취소했다. 다시 저탄수·고단백 식단에 돌입하고 최근 시작한 한강 러닝 시간을 늘릴 예정이다. 화제가 됐던 이 대표의 가상화폐 투자는 여전히 수억원의 수익을 내고 있다고 한다. 그는 ‘멘탈’이 강하다.
  • ‘보이콧 정치’ 이준석, 충심인가 야심인가

    ‘보이콧 정치’ 이준석, 충심인가 야심인가

    6개월여 전 이준석(36)이 가수 임재범의 노래 ‘너를 위해’의 한 구절을 뜬금없이 연설문에 차용했을 때만 해도 그 의미를 제대로 해석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알 것 같다. 지난 6월 11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대표로 뽑힌 뒤 수락연설을 위해 단상에 오른 이준석은 이렇게 말한다. “제가 말하는 변화에 대한 이 거친 생각들, 그걸 바라보는 전통적 당원들의 불안한 눈빛,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국민들에게 우리의 변화에 대한 도전은 전쟁과도 같은 치열함으로 비쳐질 것이고 우리는 승리할 것입니다.” 이준석의 ‘예언’은 적중했다. 대선이 80일도 안 남은 지금 그의 거친 생각은 거친 언행으로 드러나고 있고, 당원과 지지층의 눈빛은 불안에 휩싸여 있으며, 그는 전쟁과도 같은 치열함으로 싸우고 있다. 문제는 싸움의 상대가 자기 당의 윤석열 대선후보 측이라는 것이다. 이준석 대표는 지난달 30일 윤 후보와의 갈등 끝에 사실상 당무를 거부하고 지방으로 내려가 버렸다. 윤 후보가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등에서 이 대표를 ‘패싱’했다는 게 이유로 회자됐다. 이유야 어떻든 대선 국면에서 대표가 대선후보와 싸우는 것은 한국 정치 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어서 충격을 줬다. ‘잃을 게 많은’ 윤 후보가 결국 무릎을 꿇음으로써 보이콧은 4일 만에 끝났다. 그 후로 양측은 잠시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 21일 이 대표는 윤 후보 측 조수진 의원과 정면충돌한 끝에 상임선대위원장직을 사퇴했다. 당대표가 대선 선거운동에서 손을 떼겠다는 것으로, 역시 헌정 사상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경우다. 이 대표가 이처럼 ‘벼랑 끝 정치’를 불사하는 데는 물론 윤 후보 측의 책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근저에는 다른 이유들도 복합적으로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캠프 선거전략을 ‘구닥다리 꼰대’로 인식 우선 자기 중심적인 사고방식이다. 헌정 사상 첫 30대 유력 정당 대표라는 기록을 쓴 이 대표는 ‘올드 보이’들을 영입해 세를 불리는 윤 후보 측의 선거전략을 ‘구닥다리 꼰대 전략’으로 보고 자신의 전략이야말로 유권자의 욕구에 부합한다고 보는 것 같다. 이런 확신은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얻은 승리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다. 당시 온라인으로 모집한 청년들의 즉석 유세차 연설 등 자신이 기획한 캠페인이 화제가 됐다. 이 대표가 스스로 급을 낮춰 선대위 미디어홍보총괄본부장을 자처한 것도 그때의 승리 기법을 이번 대선에 적용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올드한’ 이미지의 국민의힘 내에서 이 대표가 가진 독보적 상품성도 그의 벼랑 끝 정치를 부추긴다는 분석이다. 실제 당무 거부 파문 때 윤 후보가 이 후보에게 고개를 숙이고 화해를 요청한 것도 30대인 이 후보가 2030세대의 표를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윤후보와 신뢰도 약하고 ‘윤핵관’과 마찰 이 대표와 윤 후보 사이에 신뢰가 박약하다는 점도 문제다. 상대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지 않은 가운데 윤 후보를 둘러싸고 있는 핵심 관계자(윤핵관)들과 이 대표의 구원(舊怨)이 신뢰 형성에 방해 요소로 꼽힌다. 권성동·장제원 의원과 김성태 전 의원 등은 2017년 대선이 한창이던 시기에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를 떠나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게 갔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개혁 보수 정당 창당에 뜻을 모았던 이들은 당시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표현을 빌리자면 ‘야반도주’했고, 이 대표를 비롯한 남겨진 사람들은 상처를 입었다. 이 대표와 함께 당시 선거를 치렀던 한 인사는 “그랬던 사람들이 홍준표가 아닌 윤 후보를 도운 것도 이 대표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고, 그 사람들이 선대위 주축이 된 데 대한 불신이 상당할 것”이라고 했다. ●“10년 뒤에도 40대” 여의도는 어린애 취급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윤 후보의 당선, 즉 국민의힘의 집권보다 자신의 정치적 미래에 더 관심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의원은 “이준석은 10년 뒤에도 40대다. 현재 국민의힘 의원들로 따져도 가장 어린 축에 든다”며 “윤석열은 현찰, 이준석은 어음을 갖고 장사를 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이 대표가 유리한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과학고, 하버드대 컴퓨터학과 학사를 거친 이 대표의 정치를 두고 ‘개발자의 문법’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 대표를 지켜본 한 청년 정치인은 “준석이형은 정치를 공학자 느낌으로 일종의 게임을 하는 것 같다”며 “일단 코딩을 해 놓고 계속 테스트하며 빠르게 바꾸고, 시뮬레이션을 하는 느낌”이라고 표현한다. 측근들도 입을 모아 이 대표가 장기적 노림수나 전략을 갖고 벼랑 끝 전술을 펼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자신을 어린애 취급하며 은연중에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선배 정치인들에 대한 반항이 이 대표의 거친 정치를 양육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 대표가 26세이던 2011년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에 의해 영입됐을 때 전여옥 전 의원은 ‘아이들까지 정치하나’라는 글을 통해 “26살에 집권정당의 최고위원급인 비대위원이 되어 버린 이 청년이 소년 급제의 비극을 겪지 말라는 법이 없다. 아무리 급해도 아이들까지 정치에 끌어들여야 하나”라고 썼다. 지난 21일 이 대표가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의 사과를 거부하자 조 의원이 “제가 (이 대표보다) 나이가 몇 살 더 위다. 나이 먹으면 지혜가 많아져야 하는데 이유 막론 제가 정말 송구하게 됐다”며 나이 얘기를 가장 먼저 꺼낸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멘털 갑’ 李, 한강 러닝 시간 늘리기로 하지만 이 대표는 올해로 정치 구력 10년을 꽉 채웠다. 웬만한 재선 국회의원 이상의 경력이다. 그의 머릿속에 ‘정치 경력은 내가 윤 후보보다 선배다’라는 생각이 없으리란 법이 없다. 하지만 이 대표의 보이콧 정치는 훗날 그에게 비수가 될 수도 있다. 만약 윤 후보의 대선 결과가 잘못되면 내부 분열을 빚은 그의 책임론이 불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선대위 직에서 사퇴한 날 이 대표는 연말 저녁 약속을 모두 취소했다. 다시 저탄수·고단백 식단에 돌입하고 최근 시작한 한강 러닝 시간을 늘릴 예정이다. 화제가 됐던 이 대표의 가상화폐 투자는 여전히 수억원의 수익을 내고 있다고 한다. 그는 ‘멘털’이 강하다.
  • [이종수의 헌법 너머] 의심스러울 때는 법률가에게 유리하게/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종수의 헌법 너머] 의심스러울 때는 법률가에게 유리하게/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인 두비오 프로 레오’(in dubio pro reo).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라는 뜻을 지닌 유명한 라틴어 법 격언인데, 로마법에서 유래해 지금도 대다수 나라들에서 형사법의 대원칙으로 강조되고 있다. 그래서 형사재판에서는 피고인의 범행에 합리적 의심이 존재한다면 법관은 쉽사리 유죄를 선고해서는 안 된다. 찾아보니 동양에서도 ‘죄의유경’(罪疑惟輕), 즉 “의심스러운 죄는 가벼이 한다”는 비슷한 문구가 있었다. 나치의 불법국가를 겪고 반성하는 가운데 전후 서독에서는 기본권 보장과 법치주의를 확립하는 과정에서 ‘인 두비오 프로 리베르타테’(in dubio pro libertate), 즉 “의심스러울 때는 자유에 유리하게”라는 문구가 자주 회자돼 왔다. 국익과 공익을 우선시하면서 개인의 자유를 경시했던 과거의 국가주의 사고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다. 전후에 처음으로 설치된 독일연방헌법재판소도 이 원칙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한 개인은 헌법상 보장되는 자신의 기본권을 전체 국민을 상대로 주장하고 관철하는 셈이다. 이로써 민주주의는 다수에게 소수에 대한 지배를 부여하는 게 아니라 개인의 기본권을 우선해서 보호하고, 다수에게는 이 기본권에 의해 형성된 헌법질서 속에서 단지 제한된 재량을 허용할 뿐이다.” 개인의 자유와 기본권에 대한 이렇듯 진지한 성찰이 나름 경청할 만한데, 특히나 독일에서 보수적으로 분류되는 법학자가 이렇듯 토로하는 게 더욱 흥미롭다. 분단 국면과 경제성장 일변도인 사회에서 여전히 국가주의 사고가 팽배한 가운데, 우리 헌법재판소도 그동안 이와 같이 ‘의심스러울 때는 자유에 유리하게’ 사안들을 판단해 왔는지에 의문이 없지 않다. 사법농단 관련 재판과 법관탄핵, 최근 불거진 고발사주 의혹 사건 및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등 전현직 판검사들이 연루된 사건에서는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라는 원칙이 유독 엄격하게 적용되는 듯하다. 누가 봐도 뻔한 사안인데도 당사자들은 뻔뻔하게 부인으로 일관하거나 재판을 마냥 지연시키고, 법원은 “범죄의 소명이 충분하지 않다”,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번번이 관련자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곤 한다. 특히 직무상의 권한 행사 범위로 좁혀 해석하는 법원의 직권남용죄 무죄 법리는 더욱 수긍하기 어렵다. 직무상 해당 권한이 없는 고위직 판사가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한 게 오히려 비난 가능성이 더 크다. 그렇다면 부하 직원은 상사의 지시나 명령이 직무상의 권한 범위에 속하는지를 매번 판단해야 하는데, 어디 그러기가 쉽겠나. 이로써 ‘인 두비오 프로 이우디체’(in dubio pro iudice), 즉 “의심스러울 때는 법률가에게 유리하게”라는 원칙이 사실상 통용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하니 사법에 대한 불신의 골이 더욱 깊어 간다. 비단 우리만 이런 게 아니라는 사실이 그나마 위안이 될지는 모르겠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프랑스에서는 비시 정부와 나치에 협력한 이들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 작업이 있었는데, 유독 법률가들에게는 관대했다. 오히려 전후의 어수선한 시국에서 범죄 발생 건수가 많아졌다는 이유로 처벌은커녕 대부분 현직에 복귀했다. 해방 이후 우리의 사법체계도 이와 비슷했다. 전후 서독에서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탈(脫)나치화를 표방하고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치 불법국가에 봉사했던 판검사들의 대다수가 다시 현직에 자리잡았다. 설령 그것이 악법이었더라도 이들은 그저 법률에 충실했을 따름이라는 논리였다. 그래서 이후 독일에서는 “섬뜩한 법률가들”, “법률의 시녀”라는 표현으로 당시의 사법 현실이 강하게 비판됐다. 검찰의 위상이 우리 같지 않은 독일에서도 ‘검찰공화국’이라는 말은 없지만 ‘법률가국가’(Juristenstaat), ‘법관국가’(Richterstaat)라는 비판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미국의 민주주의’를 쓴 알렉시스 드 토크빌은 다수의 폭정에 맞서는 사법권의 역할을 한편 옹호하면서도 법률가들에게는 영혼의 밑바닥에 귀족적인 성향과 대중이나 인민의 지배에 대한 반감이 내재해 있는데, 그것이 이들의 계급적인 이해관계에서 비롯한다는 결론을 끝내 외면하지 못했다. “대한민국 사법 패밀리가 사는 법”이라는 부제가 붙여진 ‘불멸의 신성가족’이 출간되고 10년이 훌쩍 지났는데도 그새 바뀐 게 별로 없고, 요즘 특히나 이 책이 마치 예언서처럼 느껴지는 게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성싶다.
  • [권성우의 청파동 통신] 도스토옙스키를 다시 읽으며/숙명여대 한국어문학부 교수

    [권성우의 청파동 통신] 도스토옙스키를 다시 읽으며/숙명여대 한국어문학부 교수

    지난달 초에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 기념판 컬렉션을 덜컥 구매했다. 올해가 작가가 세상에 태어난 지 200년이 되는 뜻깊은 해라는 점에 덧붙여 드물게도 멋진 책 장정에 내 마음이 움직였다. 내친김에 두문불출한 채 약 2주 동안 장편소설 ‘죄와벌’,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 ‘악령’을 독파했다. 앞의 두 작품은 어언 30년이 넘게 흐른 뒤에야 다시 읽은 셈이다. 20여년 전에는 미처 마치지 못했던 ‘악령’을 이번에는 드디어 완독했다. 신뢰할 만한 고전 읽기가 그러하듯이 마치 처음 접한 것처럼 여러 장면과 구절이 참으로 새롭게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모든 고전이 시대적 맥락에서 재해석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고려하더라도 다시 읽은 도스토옙스키의 대표작에는 지금 이 시대에 관한 예언서라 해도 무방한 생생하고 현실적인 문장이 편편이 박혀 있었다. 가령 ‘죄와벌’과 ‘까라마조프…’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혐오’와 ‘비열’이다. 이 작품의 주요 등장인물들은 수시로 타인에 대한 혐오감을 느끼며, 때로는 자신의 비열함을 문득 깨닫기도 한다. 이런 대목은 생각을 달리하는 타인에 대한 혐오가 만연하고, 대선후보들을 둘러싼 비호감이 팽배한 이즈음의 현실을 그대로 되비춘다. 자신의 삶을 엄정하게 되돌아보는 이라면 누구나 자기혐오나 자신의 비열함을 둘러싼 착잡한 마음에 빠진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정치적 상황에서 자신의 비열함을 섬세하게 인식하는 사람은 정치에 발을 담그기가 쉽지 않다. 정치의 세계에서 그런 태도는 미덕이 아닐 수도 있다. 정직함 이면에 스며 있는 자신의 비열함을 인식하는 것은 문학이나 예술이 한층 적극적으로 감당해야 할 영역에 가깝다. “우리 중에 가장 견고한 지성을 가진 사람들도 이제 와서는 어떻게 그때 그런 과오를 범했는지 스스로에게 놀라고 있다”는 ‘악령’의 구절이나 “‘사람들은 의인의 타락과 그의 수치를 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라는 ‘까라마조프…’의 한 대목은 우리 시대 정치적 사건과 욕망의 어떤 풍경에 그대로 부합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놀라운 통찰력이 아닌가. 1866년에 발표된 ‘죄와벌’의 에필로그에는 주인공 라스콜니코프의 꿈 내용이 다음과 같이 서술돼 있다. “병중에 그는 이런 꿈을 꾸었다. 전 세계가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번지는 어떤 전무후무하고 무시무시한 전염병의 희생물이 돼야 할 운명에 놓여 있었다. … 어떤 새로운 섬모충이 나타났는데, 이것은 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는 존재로 사람들의 몸속에 기생했다. … 온 마을이, 온 도시가, 모든 사람들이 감염되어서 미쳐 갔다. 모두들 불안에 빠졌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며, 오로지 각자 자기 속에만 진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무엇이 악이고 무엇이 선인지 의견의 일치를 볼 수 없”고 “어떤 무의미한 증오심 속에서 서로를 죽여” 가며, “저마다 자신의 생각과 대책을 제안했지만, 의견의 일치를 볼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라스콜니코프의 꿈은 작품이 발표된 지 155년이 지난 지금의 현실, 즉 코로나19와 강고한 진영 논리로 대변되는 이 시대의 병리학적 상황과 정치·문화적 대립을 섬뜩할 정도로 정확하게 예언하고 있다. 이런 깊은 통찰력과 예지가 고전의 힘이 아닐까 싶다. 장구한 세월이 흐르고, 기술 문명이 발전하며, 정치·문화적 현실이 변화해도 인간을 둘러싼 근본적 욕망과 권력욕, 인간의 비열함과 고결함은 여전하다는 사실을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은 새삼 일깨운다. 아무리 정치의 세계가 후안무치하다 해도 조금이라도 자신의 비열함과 불안, 부족함을 인식하는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하고 싶다. 고전을 읽으며 인간의 모순과 아름다움을 직시하고 스스로 성장하는 후보를 지지하고 싶다. 마지막 청파동 통신을 쓰면서 들었던 생각이다.
  • [이보희의 TMI] ‘지옥’에 갈 사람은 누구인가/온라인뉴스부 기자

    [이보희의 TMI] ‘지옥’에 갈 사람은 누구인가/온라인뉴스부 기자

    “착한 일을 한 사람은 죽어서 천국에 가고 나쁜 짓을 한 사람은 지옥에 간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통용되는 말이다. 물론 이를 믿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그 지옥이 실제로 눈앞에서 펼쳐진다면? 내 가족 혹은 지인들 중 누군가 지옥에 간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오징어 게임’에 이어 전 세계를 강타한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은 그러한 질문들로 시작한다. 어느 날 갑자기 지옥의 사자가 찾아온다. “너는 ○시 ○분에 죽는다”고 예언을 하고 사라진다. 몇 년 후일 수도, 몇 분 후일 수도 있다. 그리고 정확히 그 시간에 지옥의 사자들이 사형을 집행하러 온다. 그들이 지옥으로 가는 장면은 너무 잔혹해 차마 두 눈 뜨고 보지 못했다. 그들은 왜 그토록 처참하게 지옥에 가게 되는 걸까? 죄를 지었기 때문이라고 신흥 종교단체인 새진리회 정진수(유아인 분) 의장은 말한다. 그러므로 “너희는 더 정의로워야 한다”고 외친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에게도 지옥의 사자가 찾아왔다. 새진리회는 그에게 제안했다. 자신들의 교리를 증명하기 위해 그가 지옥에 가는 장면을 생중계하고 싶다고. 그리고 30억원을 제시했다. 엄마는 자신이 죽은 뒤 남을 두 아이를 위해 이를 수락했다. 수많은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는 지옥에 갔고 새진리회는 확장한다. 광신도들의 집단인 ‘화살촉’은 자신들이 직접 신의 뜻을 수행하기에 나섰다. 그들은 인터넷 방송 등을 통해 자신들의 뜻을 거스르는 사람들에게 죄를 지었다는 낙인을 찍고, 폭력을 행사하고 처단했다.그의 죄는 무엇일까. 새진리회가 추궁하는 과정에서 그가 미혼모이며, 두 아이의 아빠가 각각 다르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곧이어 그의 신상 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퍼지고, 대중들의 심판이 시작된다. 미혼모라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죄를 만들어 낸다. “불륜을 통해 낳았다”, “아이의 아빠를 죽였다” 등 온갖 추측을 쏟아내고 “아님 말고”라고 말한다. 지옥행 고지를 받은 사람들은 자신의 죄를 고하며 참회했고, 지옥에 간 사람의 가족들은 ‘죄인의 가족’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 했다. 그리하여 지옥에 갈 사람들은 아무도 없는 곳으로 숨어 들어가 홀로 지옥의 사자를 맞이하기를 택했다. 그러나 갓 태어난 아기에게 지옥의 사자가 찾아온 순간 우리는 알게 된다. 지옥의 사자는 죄의 유무와 관계없이 무작위로 찾아온다는 것을. 세상의 편견과 ‘아님 말고’ 식의 가짜뉴스가 죄인을 만들어 냈다는 것을. 정 의장은 인간을 참회하게 만드는 건 법이 아닌 공포라고 말한다. 그래서 지옥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진짜 지옥은 서로를 불신하고 편견으로 가득찬 세상이다. 거짓 정보로 누군가의 인격을 쉽게 말살하고도 수치심을 가지지 않는 세상이다. 우리는 더 정의로워야 한다.
  • “신성모독 용서 못 해”…파키스탄 무슬림, 남성 산 채로 불태워 살해

    “신성모독 용서 못 해”…파키스탄 무슬림, 남성 산 채로 불태워 살해

    파키스탄의 이슬람교도들이 스리랑카 국적의 노동자를 산채로 불태워 살해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AP 통신의 3일 보도에 따르면 이날 동부 펀자브주에서는 이슬람교도 무리가 현지의 한 스포츠공장에서 일하는 스리랑카 국적의 관리인을 납치한 뒤 끔찍하게 살해했다. 현지 경찰 당국의 조사 결과, 희생된 쿠라마라는 이름의 스리랑카 관리인은 최근 이슬람교 예언자인 무하마드의 이름이 적힌 포스터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공장 노동자들에게 비난을 받은 일이 있었다. 이 소식이 알려진 뒤 무슬림 사이에서는 쿠라마의 행동이 신성모독에 해당한다며 분노했고, 일부 극단적인 무슬림이 모여 그를 직접 처벌한 것으로 추측된다.현재 SNS를 통해 퍼지고 있는 영상은 폭도들이 심하게 폭행당한 상태의 희생자를 공장 밖으로 끌어낸 뒤 불태우는 끔찍한 모습을 담고 있다. 영상에서는 신성모독의 이유로 그를 직접 ‘화형’에 처한 폭도들을 찬사하는 군중의 모습도 볼 수 있다. 경찰 측은 “군중들이 희생자를 공격한 정확한 이유를 조사 중이며, 현재 그의 시신은 부검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수게스와라 구나라트네 스리랑카 외교부 대변인은 “스리랑카는 파키스탄 당국이 수사와 정의 실현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공장에서 발생한 끔찍한 공격과 살아있는 스리랑카 국적의 남성을 불태운 오늘은 파키스탄 수치의 날”이라고 비난하면서 철저한 수사와 엄벌을 약속했다. 현재 경찰은 관련 용의자 100명을 체포하고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코란 불태운 자, 똑같이 화형에 처해야” 한편 이번 사건은 이스람교도 폭도 수천 명이 신성 모독죄로 체포된 사람을 자신들에게 넘기라며 경찰서를 습격한 사건이 발생한 지 불과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발생했다. 지난달 28일 북서부 카이베르파크툰크와주의 한 마을 경찰서에 약 3000명의 이슬람 신도가 들이닥쳤다. 이들은 경찰서와 인근 검문소에 불을 지르며 경찰에게 신성 모독죄로 체포된 사람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다음날인 29일에도 약 2000명이 경찰서 앞으로 몰려와 경찰 제복을 태우는 등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당시 경찰서를 습격한 이들은 이슬람교 경전인 코란을 불에 태운 뒤 신성 모독죄로 체포된 남성을 산 채로 화형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이베르파크툰크와 주정부에서 시위대를 막기 위해 군대를 출동시키기까지 했지만, 결국 차량 30대가 불타는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이처럼 파키스탄에서 신성 모독은 매우 예민한 사안으로 꼽힌다. 파키스탄은 인구 2억 2000만명 가운데 97%가 무슬림이고, 국교가 이슬람교다. 신성 모독죄가 유죄로 인정되면 사형 또는 종신형이 선고될 수 있다. 그러나 유죄 판결이 나기도 전, 일부 과격한 무슬림은 신성 모독 피의자를 총살하거나 집단 구타 또는 불에 태워 살해하기도 한다. 신성 모독죄 관련법은 나이와 관계없이 대다수의 파키스탄 국민에게 적용된다. 지난 8월에는 파키스탄 힌두교 마을의 8세 소년이 종교 서적이 보관된 이슬람 도서관 카펫에 소변을 봤다는 이유로 ‘신성모독’ 혐의로 기소됐다. 신성 모독죄는 소수 종교에 대한 탄압의 수단으로 활용돼왔으며, 1990년 이후 파키스탄에서 신성 모독죄 논란과 관련해 최소 75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12월에도 이슬람 군중이 100년 이상 된 힌두교 사찰을 부수고 불태우기도 했다.
  • “산채로 불태운 끔찍한 사건”…무함마드 포스터 훼손했다며 수백명 몰려와

    “산채로 불태운 끔찍한 사건”…무함마드 포스터 훼손했다며 수백명 몰려와

    파키스탄서 ‘신성모독’ 집단 난동외국인 불태워 죽여총리 “파키스탄 수치의 날” 파키스탄에서 신성모독에 분노한 일부 이슬람 신자들이 외국인을 집단 폭행하고 불태워 살해했다. 4일 돈(DAWN) 등 파키스탄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전날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남동쪽으로 200㎞ 떨어진 시알콧의 스포츠용품 공장 근로자와 주민 등 무슬림 남성 수백 명이 집단 난동을 일으키는 사건이 발생했다. 임란 칸 총리는 “스리랑카인 관리자를 산 채로 불태운 끔찍한 사건으로 파키스탄 수치의 날이 됐다”며 “철저히 수사해 모든 책임자가 법의 엄중한 처벌을 받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공장 관리자인 스리랑카인 프리얀타 쿠마라가 이슬람교 예언자 무함마드의 이름이 적힌 포스터를 훼손했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그들이 주장하는 죄는 ‘신성모독죄’. 파키스탄에서 ‘신성모독’은 매우 예민한 사안이다. 파키스탄은 인구 2억2000만명 가운데 97%가 무슬림이고, 국교가 이슬람교이다. 신성모독 죄가 유죄로 인정되면 사형이나 종신형이 선고된다. 하지만 유죄 판결을 받기도 전에 성난 주민들이 신성모독 피의자를 총살, 집단 구타해 죽이거나 산채로 불에 태워 죽이는 일이 빈번하다.“신성모독”이라는 구호 외치고, 셀카까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된 동영상을 보면 폭도들은 쿠마라를 공장 밖으로 끌어내 마구 때린 뒤 몸에 불을 붙였다. 불타는 시신 앞에서 “신성모독”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셀카를 찍는 등 자신들의 얼굴을 숨기지 않았다. 한편 경찰은 현장에서 50여명을 체포했고, 총 100여명이 직접적으로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 “마술은 뇌과학! 심리학·빅데이터로 판타지를 현실로”

    “마술은 뇌과학! 심리학·빅데이터로 판타지를 현실로”

    마법 같은 시간이 어느 때보다 간절한 시기 마법 같은 무대가 열린다. 올해로 프로 데뷔 25주년을 맞은 마술사 최현우(43)가 3일부터 내년 1월 2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멘탈매직’ 시리즈 ‘더 브레인’(The Brain)으로 관객들을 초대한다. 3년 만에 다시 갖는 무대에서 최현우는 심리학, 뇌과학, 행동과학 등 과학 전문 지식을 융합해 더욱 치밀한 마술을 펼친다. 지난달 30일 화상으로 만난 최현우는 “많은 분들이 마술이라고 하면 트릭(속임수)이나 도구로 이뤄지는 현상이라 생각하지만, 마술 자체가 뇌과학과 심리학 등 정교한 지식들을 응용한다는 걸 소개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지각 능력, 연속의 법칙, 기억력의 법칙, 서브리미널 효과(돌발적 학습) 등을 주제로 구성된 공연에서 스마트폰 컨트롤 마술, 예언 마술, 채팅 마술 등이 흥미진진하게 이어진다. 특히 “모든 장면이 관객들이 참여하고 결정하기 때문에 회차마다 마술의 방향성과 결과도 다르다”고 그는 귀띔했다. 마지막엔 마술사가 앞선 마술들의 ‘비밀’도 공개한다. “비밀을 알려드리면 ‘엥? 그거였어?’ 하고 심드렁할 것 같지만, 결국 모든 내용들이 마술사가 이야기하는 대로 흘러갔음을 깨닫고 기립박수를 치고 더 놀라곤 한다”고도 덧붙였다. 고교 시절 데이비드 코퍼필드 마술 영상에 흠뻑 빠져 프로 마술사의 길을 걷게 된 그의 지난 시간 동안 마술도 크게 변했다. 갈수록 마술사 손에서 도구가 사라지고 맨몸으로 관객과 함께하며 그들의 생각을 맞히는 마술이 각광받는다. 최현우는 “유튜브 등 영상 매체가 발달하면서 더이상 마술 트릭이나 비밀이 유지되기 어려운 시대”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사람을 자르거나 사라지게 하는 단편적 마술은 이제 ‘도구로 속이는 것’이라 생각하니 결국 남은 건 ‘내(관객) 마음’을 맞히는 게 됐다”는 얘기다. 로또 1등 당첨번호를 두 차례나 맞히는 등 그의 멘탈매직은 특히 인기와 화제를 끌었다. 그는 멘탈매직에 대해 “사람의 마음을 읽어 내는 마술은 관객 스스로 트릭이 되는 거라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믿을 수 없다”면서 “그걸 믿게끔 이야기하는 게 마술사”라고 소개했다. 이어 “굳어 있는 사고를 깨뜨리는 자체에서 신기함이 오기 때문에 성인들이 마술을 더 신기해한다”고도 했다. 카드 색깔과 모양을 맞히는 마술을 할 때 검은색을 뽑고 싶으면 남성에게, 빨간색을 뽑으려면 여성에게 카드를 고르게 하는 트릭에도 심리학과 빅데이터가 숨어 있다. 어느덧 25주년, 국내외 무대를 누빈 프로 마술사인 그는 여전히 “마술이 재미있고 신기하다”며 “직업보단 취미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기술이나 방법이 달라졌어도 코퍼필드를 선망하던 때부터 지금까지 그가 생각하는 마술의 힘은 그대로다. “팍팍한 삶이 달라졌으면 좋겠다는 판타지를 마술사는 눈앞에서 그대로 현실화해 주죠. 그런 재미있는 이야기를 계속, 새롭게 하고 싶어요.” 
  • 회차마다, 관객따라 마술 결과가 달라진다…뇌과학·심리학 접목한 최현우의 ‘멘탈매직’ 세계

    회차마다, 관객따라 마술 결과가 달라진다…뇌과학·심리학 접목한 최현우의 ‘멘탈매직’ 세계

    마법 같은 시간이 어느 때보다 간절한 시기 마법 같은 무대가 열린다. 올해로 프로 데뷔 25주년을 맞은 마술사 최현우(43)가 3일부터 내년 1월 2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멘탈매직’ 시리즈 ‘더 브레인’(The Brain)으로 관객들을 초대한다. 3년 만에 다시 갖는 무대에서 최현우는 심리학, 뇌과학, 행동과학 등 과학 전문 지식을 융합해 더욱 치밀한 마술을 펼친다. 지난달 30일 화상으로 만난 최현우는 “많은 분들이 마술이라고 하면 트릭(속임수)이나 도구로 이뤄지는 현상이라 생각하지만, 마술 자체가 뇌과학과 심리학 등 정교한 지식들을 응용한다는 걸 소개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지각 능력, 연속의 법칙, 기억력의 법칙, 서브리미널 효과(돌발적 학습) 등을 주제로 구성된 공연에서 스마트폰 컨트롤 마술, 예언 마술, 채팅 마술 등이 흥미진진하게 이어진다.특히 “모든 장면이 관객들이 참여하고 결정하기 때문에 회차마다 마술의 방향성과 결과도 다르다”고 그는 귀띔했다. 마지막엔 마술사가 앞선 마술들의 ‘비밀’도 공개한다. “비밀을 알려드리면 ‘엥? 그거였어?’ 하고 심드렁할 것 같지만, 결국 모든 내용들이 마술사가 이야기하는 대로 흘러갔음을 깨닫고 기립박수를 치고 더 놀라곤 한다”고도 덧붙였다. 고교 시절 데이비드 코퍼필드 마술 영상에 흠뻑 빠져 프로 마술사의 길을 걷게 된 그의 지난 시간 동안 마술도 크게 변했다. 갈수록 마술사 손에서 도구가 사라지고 맨몸으로 관객과 함께하며 그들의 생각을 맞히는 마술이 각광받는다. 최현우는 “유튜브 등 영상 매체가 발달하면서 더이상 마술 트릭이나 비밀이 유지되기 어려운 시대”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사람을 자르거나 사라지게 하는 단편적 마술은 이제 ‘도구로 속이는 것’이라 생각하니 결국 남은 건 ‘내(관객) 마음’을 맞히는 게 됐다”는 얘기다. 로또 1등 당첨번호를 두 차례나 맞히는 등 그의 멘탈매직은 특히 인기와 화제를 끌었다. 매일 “로또 당첨번호를 알려달라”는 SNS 메시지를 받거나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부탁을 받을 만큼 후폭풍도 거세다.그는 멘탈매직에 대해 “사람의 마음을 읽어 내는 마술은 관객 스스로 트릭이 되는 거라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믿을 수 없다”면서 “그걸 믿게끔 이야기하는 게 마술사”라고 소개했다. 이어 “굳어 있는 사고를 깨뜨리는 자체에서 신기함이 오기 때문에 성인들이 마술을 더 신기해한다”고도 했다. 마술은 어린이들만 보는, 단순한 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멘탈매직으로 더욱 분명히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카드 색깔과 모양을 맞히는 마술을 할 때 검은색을 뽑고 싶으면 남성에게, 빨간색을 뽑으려면 여성에게 카드를 고르게 하는 트릭에도 심리학과 빅데이터가 숨어 있다. 어느덧 25주년, 국내외 무대를 누빈 프로 마술사인 그는 여전히 “마술이 재미있고 신기하다”며 “직업보단 취미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피아노를 치기 전 ‘하농’으로 손을 풀듯 요즘도 매일 하루를 시작할 때 카드 마술을 먼저 연습한다. 그리고 기술이나 방법이 달라졌어도 코퍼필드를 선망하던 때부터 지금까지 그가 생각하는 마술의 힘은 그대로다. “팍팍한 삶이 달라졌으면 좋겠다는 판타지와 상상을 마술사는 눈앞에서 그대로 현실화해 주죠. 그런 재미있는 이야기를 계속, 새롭게 하고 싶어요.”
  • 빌 게이츠 “내년 중반엔 코로나19, 독감보다 순해질 것”

    빌 게이츠 “내년 중반엔 코로나19, 독감보다 순해질 것”

    ‘더 위험한 새 변이 등장 안할 경우’ 전제“사망률, 감염률 매우 급격히 떨어질 것”중국 우한서 발발 후 2년째 계속 확산2년간 2억 5천명 감염, 513만명 사망전 세계적으로 독감처럼 중증 환자 위주로 코로나19를 관리하는 단계적 일상회복 ‘위드(with)코로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보건 자선사업가이자 전염병 전문가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내년 중반에 코로나19가 계절 독감보다 덜 위험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게이츠는 18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블룸버그 신경제 포럼’에 참석해 더 위험한 새 변이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이렇게 예상했다. 게이츠는 자연 감염, 백신 접종으로 면역력이 높아지고 치료제가 등장하는 사이에 “사망률, 감염률이 매우 급격하게 떨어지는 쪽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 시점이 되면 글로벌 백신 보급의 과제가 공급부족 해소에서 효과적 배분법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했다. 게이츠는 “내년 중반이 되면 공급 제약이 크게 풀리는 반면, 시행 세부계획과 수요에서 (백신보급이) 제약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를 비롯해 많은 나라에서 수요가 어떤 수준인지 불명확하다고 설명했다.게이츠, 2015년 전염병 팬데믹 예언“바이러스로 1천만명 이상 죽는 사태” 게이츠는 글로벌 전염병 대처를 위해 설립된 자선단체 빌앤드멀린다게이츠 재단을 통해 코로나19 대유행을 억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그는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발발을 수년 전부터 예견하고 경종을 울려 주목을 받았다. 그는 2015년 테드(TED) 강연에 나와 “몇십년 내 1000만명 이상이 죽는 사태가 있다면 전쟁이 아닌 전염성이 높은 바이러스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코로나19는 2019년 12월 31일 중국 우한에서 처음으로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된 뒤 2년째 계속 확산하고 있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날 현재 누적 확진자는 2억 5576만여명, 누적 사망자는 513만 9000여명으로 집계된다. 질병관리청은 국내에서도 이날 0시 기준 40만 6065명이 감염됐고, 3187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 [조영학의 번역과 반역] 어느 날 번역가가 모두 사라진다면/번역가

    [조영학의 번역과 반역] 어느 날 번역가가 모두 사라진다면/번역가

    2014년 더이상 번역을 하지 않겠다고 공개 선언한 적이 있다. 거래하던 출판사에서 형편이 어렵다며 번역료를 깎겠다고 나선 것이다. 출판사 사정이야 모르는 바 아니라 “어쩔 수 없죠, 뭐.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라고 대답은 했지만 전화를 끊고 나자 울컥 설움이 복받쳐 올랐다. 번역을 시작한 지 15년. 그간 출간한 번역소설도 60여권이니, 이 바닥에선 어지간히 뼈가 굵었건만 번역료가 오르기는커녕 이런 식의 후려치기에 속절없이 당하기만 하다니. 더욱이 믿을 만하다는 이유로 점점 어려운 원서만 맡기는 바람에 번역료 수입도 줄어들던 터였다. 결혼한 지 20년. 이놈의 번역에 목을 매다가는 평생 남편 노릇도, 아버지 노릇도 변변히 못하겠다 싶었다. 나는 다음날 거래하는 출판사를 돌아다니며 책을 돌려주고 작별 인사를 했다. 그 후 세월은 흐르고 난 여전히 책을 번역하면서 지낸다. 애초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면 모를까 나이 들어 어디 취직하기도 어렵고 목구멍은 포도청이라 은근슬쩍 은퇴를 번복하고 만 것이다. 난 그나마 형편이 나은 경우다. 지금껏 일거리가 끊긴 적은 없고 그 이후 번역료가 오르지는 않아도 더이상 깎이지도 않았다. “죽어라 일하면 자기 몸 하나 버틸 수 있어도 가정을 꾸리고 가족을 먹여 살리는 건 포기해야 하는 직업, 번역가”가 정설이 된 지는 이미 오래전이다. 전문, 전업으로서의 직업이 못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대부분 과외로 다른 일을 하든가, 아니면 나처럼 가족의 수입에 기대어 살고 있다. 최고 수준의 외국어와 우리말 능력, 풍부한 전문 지식과 상식을 갖추어야 가능하다는 직업치고는 참으로 초라하기가 짝이 없는 성적이다. 2018년 잡코리아의 설문조사는 10년 내에 사라질 직업 1위로 ‘자랑스럽게’ 번역가를 선정했다. 인공 번역기의 눈부신 발전이 그 이유란다. 내가 보기에 인공 번역기로 출판 번역을 대체하려면 100년은 기다려야겠지만 그것도 번역과 번역가에 대한 상당한 투자가 선행될 때 얘기다. 구글의 번역 최고 담당자 마이크 슈스터도 “보통 기계한테 한 쌍의 언어 번역을 훈련시키는 데 1억개의 학습 사례가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사실 번역기가 제구실하기 전에 번역가들이 굶어서 멸종할 가능성이 더 크다. 번역이 중요하다는 얘기는 누구나 한다. 중세는 번역을 통해 휴머니즘에 눈을 뜨고 일본은 메이지유신의 꽃을 피웠다. ‘채식주의자’와 ‘기생충’, ‘오징어 게임’의 성공은 좋은 번역이 한몫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좋은 번역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고민을 하지 않는다.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이 “왜 우리나라에선 닌텐도를 만들지 못하느냐?”며 관료들을 야단치고, 국감장에서는 “왜 KBS는 ‘오징어 게임’ 같은 콘텐츠를 만들지 못하느냐”고 힐난하듯 “왜 번역이 개판이냐?”고 번역가를 욕하고 따질 뿐 그간의 사정과 이유에는 다들 고개를 돌리고 만다. “번역청을 설립하라”는 우석대 박상익 교수의 애원도, “번역가를 전문가로 여기고 정신적ㆍ물질적 대우를 해 주는 사회 환경을 조성하라”는 한국출판마케팅 연구소 한기호 소장의 호소도 그저 업계의 한탄에 그치고 만다. 출판 번역이 왜 자꾸 뒷걸음질치는지는 나를 보면 안다. 20년 동안 90권 넘게 번역을 했지만 지금도 한 달 수익이 200만원에 미치지 못한다. 그나마 제법 잘나간다는 내가 그럴진대 누가 이 일을 직업으로 삼으려 하겠는가. 날림 번역으로도 먹고살기 어려운 판에 어느 누가 소명의식을 갖고 작업에 임하겠는가. 번역도 출판의 일부이니 출판사가 어려우면 어쩔 도리가 없지 않으냐고 되물으면 나도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이따금 잡코리아의 예언대로, 10년 후 번역가가 모두 사라지고 난 후의 세상을 떠올리곤 한다. 그런 세상이 오면 난감해지는 건 그저 출판사뿐일까. 이 나라의 현재와 미래는 무고할까. 그런 세상을 상상할 때마다 슬며시 미소 짓는 것은 순전히 내 심술 탓만일까.
  •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두려워하면 실제 나타날 수도”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두려워하면 실제 나타날 수도”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을 지레 겁내면 접종 후 실제 부작용이 나타나 이른바 ‘자기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 실현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자기충족적 예언’이란 사회심리학적 현상으로 어떤 일이 발생하리라고 예측한 것이 실현되는 것을 말한다. 그 이유는 순전히 자신이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고 그 믿음에 따라 행동을 맞춰가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는 효과가 전혀 없는 약을 효과가 있다면서 주면 환자에 따라 실제로 효과가 나타나는 수가 있는 플라시보(위약) 효과(placebo effect)와도 비슷하다. 미국 털리도(Toledo) 대학의 앤드루 지어스 심리학 교수 연구팀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은 성인 55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헬스데이 뉴스(HealthDay News)가 8일 보도했다. 연구팀은 이들에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공표한 코로나19 백신의 7가지 대표적인 부작용(주사 맞은 부위 통증, 열, 오한, 두통, 관절통, 오심, 피로감)을 알려주고 백신을 맞으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걱정이 어느 정도인지와 우울증세가 있는지를 평가했다. 연구팀은 그로부터 3개월 사이에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들을 추적해 어떤 부작용이 나타났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백신 맞기 전에 예상했던 것과 실제 경험한 것 사이에 분명한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특히 주사 맞은 자리 통증, 두통, 피로감 같은 부작용은 이를 예상했던 사람에게 나타날 가능성이 예상하지 않았던 사람보다 훨씬 컸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심리적인 요인이 백신에 대한 반응과 이처럼 연관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코로나19 백신의 부작용에 대해 느끼는 방식의 틀을 바꾸면(reframe) 백신 접종 후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줄어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이 연구 결과는 ‘정신요법과 심신의학’(Psychotherapy and Psychosomatics) 최신호에 실렸다.
  • [여기는 남미] “내 무덤에 트럭 넣어줘” 유언 ‘이룬’ 멕시코 남성 사연

    [여기는 남미] “내 무덤에 트럭 넣어줘” 유언 ‘이룬’ 멕시코 남성 사연

    유족들은 고인의 뜻을 받든 것뿐이라고 했지만 하관식은 큰 화제가 됐다.  최근 사망한 멕시코의 한 남자가 생전에 사랑한 자동차와 함께 안장됐다. 유족은 고인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하관식에 크레인까지 동원해야 했다.  멕시코 바하 칼리포르니아 수르의 코문두라는 곳에서 한 남자가 사망한 뒤 벌어진 일이다.  평생 어업에 종사했다는 남자는 수개월 전 아들로부터 자동차 선물을 받았다. 평소 타고 싶어 한 트럭이었다.  아들은 "강한 남자에게 가장 어울리는 자동차는 역시 픽업 트럭이라는 말씀을 하시곤 했다"면서 "아버지의 꿈을 이뤄드리고 싶어 픽업 트럭을 선물했다"고 말했다.  그토록 갖고 싶어 했던 픽업 트럭이지만 남자는 자동차를 즐기지 못했다. 건강이 악화되면서다.  젊었을 때 배를 타며 몸을 혹사한 탓인지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진 그는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사실을 직감한 듯 "건강 때문에 만끽하지 못한 픽업을 무덤에 넣어다오. 꼭 부탁한다"고 자식들에게 유언을 남겼다.  그의 말은 예언처럼 적중했다. 남자는 픽업 선물을 받은 지 몇 개월 되지 않아 결국 생을 마감했다.  남다른 하관식은 그가 사망하자마자 준비되기 시작했다. 고인의 뜻을 따르기로 한 유족들은 픽업을 부장품으로 넣어주기로 했다.  자동차를 부장품으로 함께 묻으려다 보니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다. 아들들은 장비를 동원해 픽업이 들어갈 만큼 큰 무덤을 팠고, 일꾼들을 투입해 사방에 벽을 쌓았다.  묏자리가 완성되자 진행된 하관식에는 대형 크레인이 동원됐다. 크레인은 남자가 즐기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면서 잔뜩 아쉬움을 표한 픽업을 묏자리에 내려놨다.  이어 남자가 누운 관은 픽업 뒤쪽 짐칸에 올려졌다. 생전에 픽업을 즐기지 못한 채 떠난 고인이 픽업 위에서 영면에 든 셈이다. 관에 부장품을 넣는 건 멕시코의 오랜 관습이다. 고인이 평소 아끼던 물건, 또는 즐기던 술이나 담배 등을 넣어주는 게 보통이다. 남자의 하관식에 참석한 조합관계자는 "자동차가 무덤에 들어가는 건 난생 처음 봤다"면서 "그런 유언을 남긴 사람도 대단하고, 유언을 지킨 가족들도 대단하다"고 말했다.  사진=아스테카 TV 
  • 쉽게, 가볍게, 그림으로 도스토옙스키 풀어 읽기

    쉽게, 가볍게, 그림으로 도스토옙스키 풀어 읽기

    4대 장편소설 묶은 기념판 세트 출간여성→남성 존댓말 없애는 등 현대화‘카라마조프 형제들’ 문장 엄선 축약본‘죄와 벌’ 그래픽노블 번역본 등 눈길러시아 대문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1821~1881)의 작품 세계는 인간에 대한 깊은 고찰과 치밀한 심리 묘사가 압권이나 어두운 분위기와 방대한 분량 탓에 선뜻 다가가기 어려운 고전으로 여겨진다. 오는 11일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에 앞서 출판계는 독자들이 그의 문학 세계에 좀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다양한 번역본과 연구서, 만화 등을 잇달아 출간하고 있다.열린책들은 최근 4대 장편소설 ‘죄와 벌’(1866), ‘백치’(1869), ‘악령’(1872),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1880)을 총 8권에 달하는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 기념판’ 세트로 펴냈다. 그동안 경음이나 파열음이 많이 들어간 전통적 러시아어 표기법이 사용됐으나 젊은 독자들이 불편해하는 점을 고려해 인명·지명 등을 국립국어원 표준 규정에 맞췄다. 여성이 남성에게 일방적으로 존댓말을 사용하게 한 번역 관례도 탈피하는 등 여성 혐오적 어법도 일부 수정했다. 신진 화가 김윤섭이 표지화를 그렸다. 도스토옙스키의 문학 세계는 독실한 그리스도교 신앙과 자연과학에 대한 혜안이 뒷받침됐다고 분석한 석영중 고려대 교수의 연구서 ‘도스토옙스키 깊이 읽기’와 주요 걸작의 주요 장면을 추려 짤막한 해석을 붙인 입문용 책 ‘도스토옙스키의 명장면 200’도 열린책들에서 나왔다.뿌쉬낀하우스는 ‘가볍게 읽는 도스토옙스키 5대 걸작선’의 일환으로 ‘카라마조프 형제들’ 축약본을 냈다. 완역본의 방대한 분량이 부담스러운 독자들이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문장들을 엄선해 한 권에 담았다.새움출판사는 국내에서 덜 주목받았던 ‘가난한 사람들’(1846)을 선보였다. 중년 하급관리와 고아 소녀의 비극적 사랑을 다룬 이 소설은 사회적 불평등을 고발해 무명 작가이던 도스토옙스키를 ‘무서운 신인’으로 각인시킨 출세작이다. 앞서 민음사도 러시아를 뒤흔들던 광기와 폭력을 비판해 작가 최고의 정치 소설로 꼽히는 ‘악령’(전 3권)을 김연경 박사의 번역으로 펴냈다. 2000년 열린책들에서 내놨던 역자의 기존 번역본을 읽기 쉽도록 전면 개역했다.이 밖에 프랑스 작가 바스티앙 루키아가 ‘죄와 벌’을 각색한 동명의 그래픽노블(2019)이 미메시스에서 번역돼 주목된다. 강렬한 색채와 생생한 선으로 그려 환상과 현실이 어우러지는 듯한 장면들이 재미를 더한다. 김현택 한국외국어대 러시아어과 명예교수는 “도스토옙스키는 부친 살해같이 19세기에는 드물었으나 오늘날 종종 볼 수 있는 사건을 소재로 다룬 예언적 작가”라며 “인간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 그의 작품은 기술과 인간의 연결이 중요해진 21세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 200주년 맞은 도스토옙스키...이젠 쉽고 가볍게 풀어서 읽자

    200주년 맞은 도스토옙스키...이젠 쉽고 가볍게 풀어서 읽자

    러시아 대문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1821~1881)의 작품 세계는 인간에 대한 깊은 고찰과 치밀한 심리 묘사가 압권이나 어두운 분위기와 방대한 분량 탓에 선뜻 다가가기 어려운 고전으로 여겨진다. 오는 11일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에 앞서 출판계는 독자들이 그의 문학 세계에 좀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다양한 번역본과 연구서, 만화 등을 잇달아 출간하고 있다.열린책들은 최근 4대 장편소설 ‘죄와 벌’(1866), ‘백치’(1869), ‘악령’(1872),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1880)을 총 8권에 달하는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 기념판’ 세트로 펴냈다. 그동안 경음이나 파열음이 많이 들어간 전통적 러시아어 표기법이 사용됐으나 젊은 독자들이 불편해하는 점을 고려해 인명·지명 등을 국립국어원 표준 규정에 맞췄다. 여성이 남성에게 일방적으로 존댓말을 사용하게 한 번역 관례도 탈피하는 등 여성 혐오적 어법도 일부 수정했다.신예 화가 김윤섭씨가 표지화를 그린 이 기념판은 각각 홍대화(경남대), 김근식(중앙대), 박혜경(한림대), 이대우(경북대) 교수가 번역을 맡았다.도스토옙스키의 문학 세계는 독실한 그리스도교 신앙과 자연과학에 대한 혜안이 뒷받침됐다고 분석한 석영중 고려대 교수의 연구서 ‘도스토옙스키 깊이 읽기’와 주요 걸작의 주요 장면을 추려 짤막한 해석을 붙인 입문용 책 ‘도스토옙스키의 명장면 200’도 열린책들에서 나왔다.뿌쉬낀하우스는 ‘가볍게 읽는 도스토옙스키 5대 걸작선’의 일환으로 ‘카라마조프 형제들’ 축약본을 냈다. 러시아 정교에 대한 이해가 깊은 허선화 한남대 교수가 번역한 이 책은 러시아 소도시의 지주 카라마조프가 살해된 뒤 세 아들에게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아 인간 존재를 탐구한다. 완역본의 방대한 분량이 부담스러운 독자들이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문장들을 엄선해 한 권에 담았다.새움출판사는 국내에서 덜 주목받았던 ‘가난한 사람들’(1848)을 선보였다. 중년 하급관리와 고아 소녀의 비극적 사랑을 다룬 이 소설은 사회적 불평등을 고발해 무명 작가이던 도스토옙스키를 ‘무서운 신인’으로 각인시킨 출세작이다.앞서 민음사도 러시아를 뒤흔들던 광기와 폭력을 비판해 작가 최고의 정치 소설로 꼽히는 ‘악령’(전 3권)을 김연경 박사의 번역으로 펴냈다. 2000년 열린책들에서 내놨던 역자의 기존 번역본을 읽기 쉽도록 전면 개역했다.이 밖에 프랑스 작가 바스티앙 루키아가 ‘죄와 벌’을 각색한 동명의 그래픽노블(2019)이 미메시스에서 번역돼 주목된다. 강렬한 색채와 생생한 선으로 그려 환상과 현실이 어우러지는 듯한 장면들이 재미를 더한다. 김현택 한국외국어대 러시아어과 명예교수는 “도스토옙스키는 부친 살해같이 19세기에는 드물었으나 오늘날 종종 볼 수 있는 사건을 소재로 다룬 예언적 작가”라며 “인간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 그의 작품은 기술과 인간의 연결이 중요해진 21세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 치사율 95% 감염병 잠재운 토종 슈퍼 히어로, 참 예쁜 한라벌

    치사율 95% 감염병 잠재운 토종 슈퍼 히어로, 참 예쁜 한라벌

    인류가 코로나19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토종벌들도 10년 넘게 끈질기고 잔인한 팬데믹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09년 발생한 바이러스성 감염병 ‘낭충봉아부패병’이 바로 그것이다. 치사율이 90%에 달하고 전염성도 강하다. 서양종 꿀벌은 감염돼도 치유가 가능하지만 활동 반경이 넓은 토종벌은 감염되면 반경 5~6㎞의 일벌 10만 마리를 전멸시킬 정도로 위협적이다. 코로나19처럼 마땅한 치료제와 예방약이 없어 격리해 확산을 차단하거나 살처분하는 방법밖에 없다. 이 때문에 토종벌은 95% 이상 궤멸했고, 토종 생태계까지 위험에 빠졌다.●꿀벌들의 코로나 ‘낭충봉아부패병’ 확산세 잠재운 한라벌 ‘한라벌’은 토종벌의 희망이다. 2019년 농촌진흥청이 육종한 저항성 토종벌 한라벌은 토종벌 사육 농가들과 전문가들이 힘을 합친 결과다. 끊임없이 사육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농가에 적극적으로 보급하면서 지금은 낭충봉아부패병 확산세가 잡혔다. 특히 눈에 띄는 인물이 ‘청토청꿀’의 김대립(48) 대표다. 김씨는 낭충봉아부패병 퇴치에 힘쓰고, 토종벌 사육기술을 체계적으로 정립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달 농촌진흥청이 인증하는 ‘2021 대한민국 최고 농업기술 명인(축산분야)’에 선정됐다. 명인은 지역 농업·농촌 발전에 기여한 최고 농업기술자로 식량작물, 채소, 과수, 화훼·특작, 축산분야에서 각 1명이 선정된다. 축산부분은 그동안 소나 돼지 같은 큰 규모의 종목만 선정됐었기에 이번 결과는 더 의미 있다. 충북 청주시 낭성면 추정리 메밀꽃밭은 그가 토종벌을 위해 직접 메밀 씨를 뿌려 가꾼 곳이다. 1만 4000여평에 달하는 규모로 타지 관광객들도 찾는 명소가 됐다.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토종벌꿀을 만들고 있는 김씨는 아홉 살 생일선물로 벌통을 받았을 만큼 벌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관련 특허만 9건인 그에게도 낭충봉아부패병은 큰 난관이었다. 한라벌이라는 새 품종이 개발됐어도 ‘순종 교배’를 위해 외딴 지역에서 이들을 길러 다시 육지로 옮기는 작업이 중요하다. 김씨는 이 작업을 위해 대부분의 생활을 전남 보길도·노화도, 제주도 등에서 지내고 있다. 그는 “타지에서 고립된 생활을 한다는 게 쉽진 않지만 토종벌과 함께할 미래를 꿈꿀 수 있어 행복하다”고 미소 지었다.●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는 4년 내 멸망… 25년간 야생꿀벌종 25% 감소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는 4년 안에 멸망한다.” 아인슈타인의 예언으로 알려진 이 말은 사실 프랑스 양봉업자들의 주장이라는 설이 있다. 하지만 그만큼 인류의 생존에 벌이 중요하다는 사실만은 거짓이 아니다. 올 초 세계생물다양성정보기구는 지난 25년간 야생 꿀벌종의 25%가량이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5월 20일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벌의 날’이다. 세계 야생식물 번식과 식량 생산에 필수적인 매개체인 꿀벌을 지킬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때다.
  • [여기는 동남아] 점쟁이 말 믿고 11살 친딸 성폭행한 비정한 아빠

    [여기는 동남아] 점쟁이 말 믿고 11살 친딸 성폭행한 비정한 아빠

    처녀와 성관계를 해야만 생명을 위협하는 사고를 피할 수 있다는 점쟁이의 말을 믿고, 11살 된 친딸을 성폭행한 싱가포르 남성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싱가포르 언론매체 더스트레이츠타임스는 18일 친딸을 성폭행한 혐의로 50살 남성 A씨가 징역 23년을 선고받았다고 전했다. A씨는 지난 2018년 9월 점쟁이로부터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사고를 피하기 위해서는 처녀와 잠자리를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점쟁이는 650 싱가포르달러(한화 약 57만원)를 내면 처녀를 소개해 줄 수 있다고 제안했지만, A씨는 이를 거절하고 11살 된 친딸과 성관계를 갖기로 계획했다. 그의 범행은 지난 2018년 10월에서 12월 사이에 발생했다. 침실 4개가 있는 아파트에서 아내, 아들, 두 딸과 함께 살던 A씨는 지난 2018년 10월부터 12월 사이 막내딸이 안방에서 자고 있던 틈을 타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딸에게 "절대 아무에게도 말해선 안 된다"고 강요했다. 이후에도 그는 아내와 큰딸이 장을 보러 외출한 사이 안방으로 가서 막내딸에게 몹쓸 짓을 저질렀다. 어린 딸은 부모가 이혼하는 것을 원치 않았고, 엄마에게 혼이 날까 봐 피해 사실을 숨겨왔다. 하지만 마음 둘 곳 없던 딸은 술, 담배에 손을 댔고, 학교 상담사가 아이와 상담하는 과정에서 A씨의 범행 사실이 드러났다. 학교 상담사는 즉각 이 사실을 경찰에 신고해 A씨는 경찰에 체포됐다. 재판에서 변호사는 "A씨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으며, 예언된 비극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고통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사는 "A씨는 딸을 성적 대상으로 보았을 뿐 아니라, 자신을 위험에서 구할 수 있는 값싼 대안으로 여겼다"면서 "그의 범행은 처음부터 계획적이었다"고 지적했다.
  • [강희정의 아시아의 美] 나는 황제로소이다/서강대 동아연구소 교수

    [강희정의 아시아의 美] 나는 황제로소이다/서강대 동아연구소 교수

    이슬람교는 기본적으로 우상 숭배를 금지한다. 형체가 있는 사람이나 동물을 만들지 않는 게 원칙이라 생명체가 묘사되는 일이 드물다. 그에 따라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다른 지역보다 건축물이나 평면 장식 디자인이 발달했다. 하지만 회화의 경우는 왕조에 따라 예외도 있다. 우마이야 왕조와 아바스 왕조, 투르크인은 예언자 마호메트와 성직자들의 초상을 그리게도 했고, 왕가의 초상화를 용인하기도 했다. 이슬람 미술 중에는 평면적이고 화려하게 채색된 세밀화가 손꼽을 만하다. 처음 페르시아에 소개된 세밀화는 왕자와 귀족들의 후원을 받았고 인도 무굴제국과 오스만튀르크에서 더욱 발전했지만 이슬람 문화권에서 제약이 클 수밖에 없었다. 초상화나 인물화를 용인했던 이슬람의 왕실이라 해도 화가들을 불러 그림을 그리게 했다가 금세 이들을 추방하는 변덕을 부리곤 했다. 인도 무굴제국의 세밀화는 이란 역사서에 나오는 설화나 초상화, 풍속화와 매우 비슷하다. 중앙아시아 페르가나에서 일어난 무굴제국이 이슬람의 인도 전파를 촉진하는 한편 지배층은 페르시아 문화를 유지했기 때문에 세밀화의 유사성은 당연한 일이다. 이 그림의 주인공은 무굴제국의 황제 자한기르(1569~1627)이다. 유명한 악바르 대제의 아들이고 샤 자한의 아버지이다. 아버지나 아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인물이다. 술과 마약에 중독돼 악바르에 의해 감금당하기도 했지만 국민들에게는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자한기르는 감수성이 높았던 황제였다. 자연과 인간에 대한 섬세한 감각과 예술적 감성을 지니고 페르시아 문화를 장려했던 그가 무굴의 세밀화를 적극적으로 후원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정원의 자한기르’는 화려하게 채색된 세밀화이다. 필선은 가늘고 섬세하며 정직하다. 중국이나 한국의 회화와 달리 붓의 굵기가 일정하고 변화가 없으며 붓놀림에 강약이 없다. 대신 자한기르를 둘러싼 사람들의 옷과 터번에 밝고 화려한 색으로 엷게 칠한 것이 눈길을 끈다. 황제를 둘러싼 모든 인물이 미동도 하지 않고 자한기르와 그의 아들 파르비츠를 쳐다보고 있다. 모든 이가 옆모습으로 그려졌다. 어깨와 신체는 정면, 얼굴과 발은 측면을 향한 인물들의 자세가 묘한 통일감을 준다. 움직임이 전혀 묘사되지 않아서 그림 속 장면은 영원히 지속될 것 같다. 오늘날의 증명사진 같다. 인물들의 개성은 분명하다. 피부색과 얼굴 생김새, 수염이 제각각 다르게 그려졌다. 결이 고운 옷과 화려한 터번, 귀걸이를 보면 실제 모델이 있었던 것 같다. 옷깃이나 허리띠에는 페르시아 글자로 아주 작게 이름이 쓰여 있다. 비스듬하게 모여 선 사람들의 위치와 그들의 자세는 화면 전체를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며 자연스럽게 보는 이의 시선을 중앙에 앉은 자한기르로 인도한다. 꺾어진 담장 뒤로 보이는 바위산도 여기 한몫을 한다. 모든 사람이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황제를 응시한다. 누구의 어떤 시선이든 감당해야 한다. 그것이 황제의 숙명이다.
  • 신선함 잃은 유럽 문학 대신 세계 울린 탈식민주의 문법

    신선함 잃은 유럽 문학 대신 세계 울린 탈식민주의 문법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탄자니아 출신 작가 압둘라자크 구르나(73)가 선정되면서 최근 국내에서 번역 출간된 아프리카나 중남미 등 제3세계 탈식민주의 문학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서구 문학에 밀려 변방으로 취급받았지만 인류 보편적 가치에 대해 통찰력 있는 작품이 많아 예의주시할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2018년 대안 노벨상으로 불린 ‘뉴아카데미’ 상을 받은 마리즈 콩데(84) 작가의 에세이 ‘울고 웃는 마음’(1999)이 최근 문학동네에서 나왔다. 카리브해의 프랑스령 과들루프섬 출신인 콩데는 흑인이자 여성, 식민지인으로 유년기에 겪었던 인종·계급·성별 간 격차의 문제를 조명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묻는다. 다음달엔 콩데가 2017년에 낸 장편소설 ‘이반과 이바나의 경이롭고 슬픈 운명’(문학동네)도 독자를 만난다. 과들루프의 쌍둥이로 태어났지만, 성향이 달라 다른 길을 걷게 되는 주인공 남매를 통해 작가는 인종차별, 식민지화, 이슬람 근본주의 테러의 본질을 되묻는다. 앞서 콩데는 소설 ‘나, 티투바, 세일럼의 검은 마녀’(2019년 번역·은행나무)에서 17세기 말 마녀로 몰렸던 미국의 흑인 여성 노예 티투바의 삶을 통해 인간적 연대와 공감의 희망을 보여 줬다.은행나무는 최근 나이지리아의 젊은 천재 작가로 주목받는 치고지에 오비오마(35)의 장편소설 ‘어부들’(2015)을 펴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데뷔소설상 등 5개 문학상을 받은 이 책은 출입이 금지된 저주받은 강에서 낚시하던 벤저민과 형제들이 마을 광인의 예언을 듣고 파멸하는 과정을 그렸다. 1990년대 중반 나이지리아의 빈곤과 혼란한 사회상을 담아 사소한 믿음에서 비롯된 균열이 어떻게 거대한 비극으로 점화되는지를 보여 줬다. 2019년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오비오마의 또 다른 소설 ‘마이너리티 오케스트라’(은행나무)는 사랑에 빠진 젊은이가 연인과 미래를 함께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모든 것을 잃게 되는 내용을 다뤘다. 소수자들의 고난 서사를 신적인 존재의 연민 어린 목소리로 들려줬다는 평가를 받았다.구르나에 앞서 아프리카 출신 노벨문학상 후보 1순위로 거론된 케냐의 거장 응구기 와 티옹오(83)의 작품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케냐 근현대사를 다룬 대표작 ‘한 톨의 밀알’(은행나무)은 독립을 앞둔 식민지인들의 복합적 심리를 묘사해 서구인의 제국주의적 사고와 케냐 기득권층의 민중 억압을 꼬집는다. ‘십자가 위의 악마’(창비)는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케냐 사회의 모순을 여성 주인공의 시각에서 풀어냈다. 이 밖에 민음사는 영국 식민지 트리니다드섬에서 인도계 이주민 3세로 태어난 2001년 노벨상 수상자 비디아다르 수라지프라사드 나이폴(1932~2018)의 소설집 ‘자유 국가에서’를 펴냈다. 1971년 부커상 수상작인 이 책은 식민지를 둘러싼 다양한 방랑자들의 굴곡진 삶을 제시하며 정체성을 둘러싼 이방인의 고뇌를 다룬다. 아프리카문화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이석호 카이스트 연구교수는 “제3세계 문학은 식민지 잔재를 소재로 하지만 과거사에 대한 분노와 저항에 그치지 않고 인종, 성차별, 환경문제 등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 21세기에도 유효한 시대정신을 담았다”며 “세계를 주도하던 유럽 문학이 최근 신선함을 보여 주지 못하는 반면 3세계 문학은 지구촌 전체의 관점에서 영향력 있는 문학으로 발돋움하고 있어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왕은철 전북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도 “영문학에서도 남아공, 케냐처럼 과거 식민지 출신 작가들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며 “한국처럼 식민통치에 대한 후유증이 남아 있는 국가에선 인종, 종교, 난민 등 인류 보편적 가치를 다룬 탈식민주의 문학이 유효한 가치를 갖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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