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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라카미 하루키 장편소설 해변의 카프카 / 내면적 자아의 미스터리 추적

    ‘상실의 시대’로 우뚝 솟아 세계적 작가로 입지를 굳힌 무라카미 하루키가 신작 장편 ‘해변의 카프카’(문학사상사)로 한국 독자를 찾아왔다. ‘태엽 감는 새’ 이후 7년 만에 내놓은 이 소설은 지난해 일본에서 출판돼 100만부가 팔리며 그의 인기를 다시 입증했다.“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염두에 두고 집필했다.”고 의욕을 밝힌 것도 두고두고 화제가 되고있다. 소설은 15세 소년 나(다무라 카프카)와 지능 장애인이지만 고양이와 대화가 가능한 특이한 능력의 노인 나카타를 중심으로 펼쳐진다.작가는 두 사람의 과거와 현재의 사연을 촘촘하게 겯는다.그 과정에 다무라를 도와주는 오시마,다무라가 사랑하는 사에키 등의 인물이 등장한다. 하루키는 이 등장인물들을 그리스 신화와 일본 고전 등의 얼개에 실어 현실인 듯 비현실인 듯 이야기를 이어간다.특유의 빠른 진행과 감각적 문체에 미스터리와 스릴러,팬터지 등의 내용을 적절하게 버무리면서 읽는 이의 눈길을 빨아들인다. 소설의 색깔은 두 가지다.다무라를 따라가면 오이디푸스 신화를 연상케 하는 성장소설로,나카타를 좇아가면 폭력에 대한 경고로 읽을 수 있다.당연히 두 사람이 떠도는 이유가 중요하다.다무라는 “너는 언젠가 그 손으로 아버지를 죽이고,언젠가 어머니와 관계를 맺게 될 것이다.”(389쪽)라는 아버지의 저주에 가까운 예언과 싸우고자 집을 나왔다.하지만 비록 초현실적으로 다루었지만 아버지는 살해되고 그 피는 다무라의 옷에 묻음으로써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시사한다. 또 어머니 같은 사에키의 과거 모습을 한 여자와 사랑에 빠져 나머지 반의 ‘불길한 예언’도 실현된다. 나에키 노인의 삶은 폭력에 대한 비판을 은연중 보여준다.그의 기억을 잃게 하고 지적 능력을 멈추게 한 어릴적 사고가 폭력에 의한 것을 암시하거나,고양이를 잔혹하게 살해하는 조각가 조니 워커(다무라의 아버지)의 부탁대로 조니 워커를 살인하는 장면 등은 폭력이 몸에 스며든 인간의 비극과 그에 대한 저항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해변의 카프카’는 이렇듯 다양한 문제 의식을 품고 있다.하루키는 자기 작품이 어느 한 방향으로 읽히지 않도록 하려는 듯이 다양한 장치를 숨겨놓았다. 주인공 다무라의 나이가 15세인 것은 소년과 어른의 경계를 나타낸다.‘해변’이 육지와 바다의 접점이고 ‘카프카’의 일본음이 ‘가(可)후카(不可)’로서 두 가지 뜻을 담고 있음도 의미심장하다.뿐만 아니라 작품내용도 꿈과 현실을 넘나들면서 생사,선악,어른과 아이,남자와 여자,의식과 무의식 등의 경계를 다루고 있다. 문학평론가 권택영 경희대교수는 “삶의 이해할 수 없는 신비함을 존중하고 타인을 아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평가한다. 소설가 장석주는 “내면적 자아의 미스터리를 추적한 작품”이라고 말한다. 이종수기자 vielee@
  • 21세기 한국을 읽는다/문학지성들의 진단과 예언

    대한매일은 창간 99주년을 맞아 다양한 시리즈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먼저 ‘21세기 한국을 읽는다’라는 제목으로 문학 지성인들과의 릴레이 인터뷰를 마련합니다.‘혼돈과 격변의 시대,한반도와 한국인은 어디에 와 있으며 미래는 어떤 그림을 그려나갈까.’라는 담론을 놓고,시대정신을 온몸으로 호흡하며 살아가는 그들에게서 해답을 구합니다.문학평론가인 방민호(38·국문과)국민대교수가 주 1회 생생한 목소리를 전해 줄 것입니다.지면에 등장할 문학 지성인들의 면면과 대화의 주제(가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최인훈> 냉전 해체 후 세계사의 전개와 한반도 ●김윤식 한국문학 100년과 한국문학의 향방 ●현기영 남북한에서의 민주주의와 통일의 현단계 ●조동일 한국의 학문,학문의 탈(脫)식민화를 위하여 ●이청준 문학의 본원적인 기능을 회복하자 ●김지하 새로운 시대,새로운 세대,새로운 시 ●이어령 세계사의 새로운 조류와 한국 지성인의 활로 ●김우창 격변기 지성의 의미와 기능 ●신경림 새로운 국가독점과 민중의 새로운 발견 ●박경리물질문명 시대,생명의 가치 회복 대한매일은 중국 대륙에 휘몰아치는 거대한 변화의 바람을 다루는 기획 ‘中國 서부 대개발 현장을 가다’시리즈와,‘수평사회를 만들자’캠페인의 제3부인 ‘경찰과 시민’시리즈도 시작합니다.
  • “역사 되돌릴 수 있다면 대통령 암살 막았을것”사다트 암살사주범 옥중인터뷰

    |카이로 연합|1981년 안와르 사다트 전 이집트 대통령을 암살한 이슬람 급진 운동단체 자마아 이슬라미아(이슬람 그룹) 지도자 카람 조흐디의 옥중 참회 인터뷰가 공개돼 관심을 끌고있다. 사다트 암살 주모죄로 25년형을 선고받고 아직 복역중인 조흐디는 아랍어 일간지 아샤르크 알 아우사트와 가진 회견에서 사다트 대통령의 죽음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사다트는 ‘순교자’라고 말했다. 그는 “사다트는 내란 과정에서 순교했다.”면서 이집트 역사를 되돌릴 수 있다면 자신은 사다트 대통령 암살을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며 오히려 이를 막으려 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조흐디는 또 1990년대 절정에 달했던 이슬람 단체원들과 경찰간 충돌에서 희생된 모든 이들이 순교자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또 자신이 이끄는 자마아 이슬라미아는 군·경과 공무원 조직들을 더이상 타도해야 할 반항단체로 간주하지 않으며 코란과 예언자 무함마드(마호메트)의 관행(순나)만이 신성한 가르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코란과 순나를 제외한 모든 것이 논의 대상이돼야 하며 기존의 모든 파트와(이슬람법 해석)는 재검토,수정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마아 이슬라미아가 1997년 폭력 중지를 일방적으로 선언한 것은 정부의 반응에 상관없이 아직까지도 이 단체의 지적 토대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사다트 대통령은 1981년 10월6일 카이로에서 군사 퍼레이드를 참관하던 중 자마아 이슬라미아 단원 칼리드 알 이슬람불리가 쏜 총에 숨졌다.
  • [길섶에서] 새 식구

    ‘새 식구’는 언제나 신선하다.새롭기 때문에 희망을 상징한다.어느 집이나 때가 되면 새 식구를 맞이하게 된다.자식을 시집·장가 들이면 며느리나 사위가 새 식구가 된다.갓 태어난 생명도 새 식구일 테고,신입사원과 신병도 그럴 것이다.자리를 옮겨 일을 새로 하는 사람도 분명 같은 처지다. 새 식구에 거는 기대는 ‘옛 식구’와 달라 각별하다.기대치는 옛 식구들이 변화를 바라는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변화를 원치 않는 곳에서는 분위기를 훼손치 말아 줄 것을 바라며,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분위기 혁파를 염원한다.기대치의 강도가 극과 극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얘기다. 새 식구는 정확한 판단의 눈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선입견이 그 눈을 흐리게 할 수 있다.선입견은 으레 지레짐작을 낳게 한다.‘예언자’로 유명한 레바논의 작가 겸 구도자인 칼릴 지브란은 “우리가 저지르는 가장 나쁜 잘못은 남의 잘못에 대해 선입견을 갖는 것”이라고 외쳤던가. 새 식구가 선입견을 갖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문제는 이를 ‘얼마나 빨리 떨쳐버리는가.’하는것이다. 이건영 논설위원
  • [열린세상] 자본주의 천민화와 통일문제

    경제 발전으로 국민들에게 물질적인 풍요와 신체적인 만족감을 높여주는 것으로는 자본주의적 시장 경제론이 적어도 인류가 지금까지 이루어 낸 결과로는 최상의 제도임에 틀림없다.마르크스는 이미 1900년대 꿈같은 이상 사회는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예언했다.자본주의 사회는 발전되면 될수록 자체의 내부 모순이 증폭되면서 자연히 붕괴되고,세계사는 새로운 사회주의 사회 제도가 도래되면서 노동자 중심의 무계급,무착취의 평등 사회가 된다고 했다.심지어 다음 단계인 공산사회로 진입하면 노동이 놀이로 변하면서 ‘아침에는 낚시하고 낮에는 목장에서 일하다가 밤에는 난로 가에서 정치 담론을 하는…’ 사회가 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러한 변증법적 유물사관의 예언적 이상 국가는 마르크스 사후 117년 만에 사회주의 종주국 소련이 붕괴하면서 하나의 시행착오로 평가되었음을 우리는 잘 알게 되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자본주의적 가치 체계가 인간들의 삶과 질을 완수하면서 마르크스가 그렇게도 분노하고 비판하던 부정적 측면을 오늘날극복하고 있는가에 대한 대답은 그렇지 않다는 데 자본주의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가 있다.그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인간성의 상실인 것이다. 다시 말해 자본주의의 생리는 ‘장사만 된다면 지옥에라도 찾아간다.’는 말처럼 인간 자존심의 최후의 보루라고도 볼 수 있는 성(性)마저도 상품화하는가 하면,레닌의 말처럼 자본가의 노동자에 대한 노동력의 착취는 이제 인간에 의한 자연 착취에까지 이르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의 성은 자아 정체성의 기본인 것이다.이러한 성 질서나 도덕적 타락은 곧 개인으로서는 자존심의 포기로 스스로 하나의 인격체를 사물화로 전락시킬 뿐만 아니라 사회와 국가의 존엄성과 쇠퇴 그리고 멸망을 야기시키고 만다는 것은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우리는 흔히 성경의 ‘소돔과 고모라성’을 예로 들기도 한다.이와 같은 관점에서 자본주의 사회의 발전 역사에서는 반드시 성적 타락의 단계를 거치게 됨을 예외없이 보게된다.인간은 본능적으로 배가 부르면 다음으로 쉽게 추구하는 것이 불건전한 성적 욕구로 향하게 마련이다.미국이 그랬고 일본도 그랬으며 이번엔 우리가 그렇다.건전한 윤리관을 가진 개인이나 고급 문화의 사회에 성문화가 침투하게 된다.이것이 곧 성의 상품화이며 저급 문화의 출발인 것이다. 앞으로 남북 통일을 앞두고 지금 남한 사회의 물질적 풍요만으로는 북한을 반드시 패배시키고 우위의 위치에서 그들을 포용할 수는 없는 것이다.우리 사회가 건전한 성질서와 북한보다 수준 높은 정신 문화를 갖췄을 때만이 북한을 우리들이 압도하고 성공적인 통일의 명분과 실리를 갖추게 된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어쩌면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는 명언처럼 남한의 배부른 물질 문명보다 북한의 배고픈 정신 문명이 더 강한 힘과 지구력을 나타낼 수 있음을 명심하고 지금부터라도 통일의 기본은 육체 건강보다 정신 건강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따라서 정부는 올바른 인생관과 수준높은 고급 문화의 창출과 보급에 힘 쓰는 것이야말로 성공적인 남북 통일의 힘을 키우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물론 일부의 사례이긴 하나 19살의 소녀가 동거하는 남자 친구와 결혼비 마련을 위해 매춘 행위를 하는 현실,어느 회사원이 노래방에 가서 주인더러 같이 놀 여자를 요구하자 자기 부인이 왔더라는 거짓말 같은 이야기의 사회에서 우리들은 무엇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떳떳하게 내세울 수 있겠는가.사실 이러한 것보다 더 무서운 일은 최근 인터넷을 통한 음란물이 무차별적으로 각 가정과 어린이 세계에까지 침투되면서 심지어 초등 학생의 성 매춘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이 우리들의 현주소이다.각 가정과 학교 교육에서는 자녀들의 건전한 인격 교육에 눈을 돌릴 때이다. 김 동 규 고려대 교수 북한학
  • “공초 자유정신 내 문학과 상통”/ 대한매일 제정 제11회 공초문학상 수상 김지하 시인

    공초문학상 수상작 ‘절,그 언저리’가 표제시로 수록된 수묵시화집은 시인으로 되돌아온 김지하(62)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의 작품이다. 지난해 시인이 사상의 숲에 젖어있다가 8년 만에 시집 ‘화개’를 들고 나오자 문단은 대산·만해문학상 등으로 반겼다.홀로 복잡한 사유의 강을 훌쩍 건너가 ‘시인’으로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세인의 우려를 말끔히 가시게 했다.‘공초 문학상’에는 그에게 시인으로서 세상을 위해 더 노래해 달라는 당부의 뜻이 담겼다. “공초 선생은 세속에 얽매이지 않고 훨훨 날아다니며 정신의 자유를 추구한 비범한 분이었습니다.그의 시는 허무에서 역설적인 힘을 발견하려는 의지를 노래한 것이어서 제 생각이랑 맥이 통하는 면이 있습니다.”김 시인은 고교시절 고궁에서 열렸던 어느 백일장에 참가했다가 심사위원으로 참석하신 빡빡머리의 공초 선생을 본 기억담을 전해주며 “평생 자기를 바치듯 살다 간 공초의 삶은 제가 최근 소망하는 ‘모시는 태도’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그런 분의 시정신을 기리는 상을 받게 됐으니 고맙고 좀더 ‘모심’의 마음으로 시를 쓰라는 격려의 뜻으로 알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수묵시화집 ‘절,그 언저리’는 2001년부터 2년동안 절을 순례하면서 쓴 34편의 시에 수묵화를 덧붙인 것.개인적으로도 사상의 무게에 눌렸던 그에게 다시 ‘시의 소리’를 냈다는 확신을 준 작품집이다. “‘중심의 괴로움’이후 8년 동안 시를 못 쓰다 지난해 ‘화개’로 입을 열었지요.사실은 그동안 시를 안 쓴 게 아니라 매일 썼습니다.그런데 매일 2∼3줄만 쓰면 여백이 허옇게 텅 비었습니다.그렇게 빛만 남아서는 시가 안 됩니다.어두움도 있어야 합니다.그래서 절을 다니며 순간순간의 느낌을 휙휙 갈긴 것이 이번에 낸 ‘절,그 언저리’입니다.마음에 차지 않는 작품도 있지만 ‘삶의 소리’가 돌아와 개인적으로 무척 기쁜 시집입니다.” 수식어를 붙이는 게 번잡할 정도로 김지하 시인은 늘 세상의 중심에 있었다.70년 ‘사상계’에 시 ‘오적’을 발표하여 반독재 투쟁의 선봉이 된 뒤 민청학련을 배후조종한 혐의로 사형을 언도받았다.유신시대를 “죽음”이라 노래하고(시 ‘1974년 1월’),“타는 목마름으로/민주주의여 만세”를 외치면서(‘타는 목마름으로’) 70년대와 80년대를 투쟁과 감옥생활로 보냈다.세계 각국 지성인들의 구명운동으로 출옥한 뒤에는 사상가로서 개벽·동학·율려·생명운동 등을 천착하고 유불선의 통합을 모색하는 시기를 거쳐,민족주의와 세계 보편적 사상의 통합에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박수를 받건,손가락질을 받건,늘 ‘중심’에 있었다. 늘 앞서간 길이어서 평탄하지 않았다.남보다 세상을 먼저 보고 맞이하려 했기에 혹독한 시련을 겪어야 했다.그 모습은 길고 긴 겨울을 참은 뒤 막바지 추위가 절정에 이르는 2월에 첫 꽃을 피우며 봄을 알리는 ‘꽃의 예언자’ 매화를 닮았다.정서적으로 친화력을 느껴서인지는 몰라도 그는 최근 매화를 배우는 데 푹 빠져있다.(인터뷰를 한 18일 아침에도 매화 그림이 잘 되지 않아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수상작 ‘절,그 언저리’에는 시인의 사상 탐험이 고스란히 들어있다.“절,/그 언저리 무언가/내 삶이/있다”고 운을 뗀 시인은 자신의 삶을 “쓸쓸한 익살/달마 안에”(불교)서 찾거나,“외로운 예언을 하는 한매(寒梅)”나 “서너 촉 풍란(風蘭)”(유교)에서 그리기도 한다.이윽고 시인은 “세 거룩한 빛과 일곱별”과 “살풋 숨어있는 풍류”(선도)를 발견한다.그러나 그의 자화상은 ‘절 언저리’에 있다.창대한 숲을 떠올리는 사유의 체계를 산책했지만 늘 그의 마음은 세상을 걱정하고 있기에 절 속으로 들어가지는 못했는지 모른다. “절에 가면 내가 숨쉬고 살 곳이 있습니다.그곳엔 불교(대웅전)라는 세계적 종교가 가진 보편성과 환인신화(환웅전·칠성각)라는 민족적 요소가 습합되어 있습니다.이 기가 막힌 결합에서 ‘뭔가’가 나오지요.” 그는 기독교·유교·주역의 숲을 보여준 뒤 들뢰즈와 가타리 등 현대 철학자의 이론으로 돌아오는 등 동서고금의 사상을 비교 분석하면서 불교와 선도의 통합에 대해 역설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빽빽한 숲을 연상케 하는 복잡한 사유체계를 듣다가,동서고금의 철학 미학 종교 문학을 아우르려는 그 창대한 숲을 가로지르는 공통의 정신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한마디로 ‘모심’(侍)이라고 할 수 있어요.사람과 사람,사람과 뭇 생명,사람과 자기 안에 있는 신령한 마음,심지어 컴퓨터 같은 기계와 인간의 관계도 모시는 태도가 있어야 합니다.한때 합리적 사유 이른바 운동권의 논리를 중요시한 적이 있는데 이는 세상에 좋은 영향만이 아니라 나쁜 흔적도 남겼지요.윤리적 태도의 모자람이나 폭력성 같은 것인데 그동안 싸우느라 잊었던 내면적인 평화,모심을 회복해야 합니다.” ‘모심’의 사상을 강조하면서 마지막 꿈도 그것을 주제로 한 시적인 산문 ‘모심’(그가 미리 정해놓은 제목)을 내는 것이라고 전했다.“얌전하고 알기 쉬운 글로만 채운 뒤 마지막 가는 길에 세상에 드리고 싶다.”며 “그 뒤 시골로 훌훌 내려가겠다”고 말했다.누가 뭐래도 문사철에 능한 전통적 의미의 ‘시인’일 수밖에 없는 그는 세상에 대해 갈수록 자신을 낮추고 있다.‘절,그 언저리’에서. 이종수 기자 vielee@ ■심사평 ‘황톳길’(1969)로 등단한 이후 김지하의 시력(詩歷) 34년은그 어느 영혼의 항구에도 정박하지 않고 사상사의 나침반에 시혼을 내맡긴 채 표류하는 미학적 항해사였다. 출항 때의 저 뜨거운 열정과 불굴의 투지로 다져진 저항시들이 받았던 지지와 갈채와 성원은 세계문학사상 희귀한 혁명시의 성공사례였다.그는 언어의 마술사로 군부독재에 단독자로 맞서,민주주의를 타는 목마름으로 견인해냈다.유신통치가 끝나는 지점에서 김지하 시인은 ‘저항시인’에서 ‘사상시인’으로의 변신을 시도했으며,이후 오늘까지도 그의 지적 편력의 허기증은 지속되고 있다.그는 변혁의 사상사적 원동력을 토착적인 민중신앙에서 탐구하면서 밥,생명사상,율려(律呂)사상 등등을 창출,전개해 왔다.그는 저항시를 뒤로 자리바꿈시키고도 끊임없이 변혁(개벽)에의 이상을 포기하지 않고 세계사와 민족사를 응시하면서 간헐적인 발언으로 사회적인 관심을 유도해 냈다.그의 행동과 작품은 당대의 민중이 원하든 않든 상관없이 어떤 식으로든 파장을 일으키게 되어있다.설사 반역사적인 발언일지라도 그에 대한 비판 여론이 야기되어 역사적인 진보에 도움을 주는 역기능까지 가진 이 미묘한 시인의 역할은 다른 누구로도 대신할 수 없는 바로 김지하 시인의 몫이다. ‘절,그 언저리’는 시인 자신의 표현에 따르면 “슬픔의 정치학”인 ‘화개’에 이은 “새로운 문화정치학의 가능성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인 방향전환의 시도이다.절에 가서도 절의 모습을 못 찾는 이 시인의 처절한 궁극적인 시대정신의 갈구 자세가 바로 이 시집을 이루고 있다.어쩌면 김지하의 긴 항해 앞에 곧 새 미학적 항구가 보일 듯한 예감이 든다.아마 그것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평범한 ‘시경(詩經)’의 세계로의 귀환일지 모른다. ●심사위원 임헌영(문학평론가) ‘절,그 언저리’ 절, 그 언저리 무언가 내 삶이 있다 쓸쓸한 익살 달마(達摩) 안에 한매(寒梅)의 외로운 예언 앞에 바람의 항구 서너 촉 풍란(風蘭) 곁에도 있다 맨끝엔 반드시 세 거룩한 빛과 일곱별 풍류가 살풋 숨어 있다 깊숙이 빛 우러러 절하며. ■김지하(본명 金英一)연보 ▲41년 전남 목포 출생 ▲59년 서울대 미학과 입학 ▲63년 필명 지하(芝河)로 시 ‘저녁이야기’ 발표 ▲64년 대일굴욕외교 반대투쟁으로 4개월간 투옥 ▲69년 ‘시인’지에 ‘황톳길’‘녹두꽃’등으로 등단 ▲70년 ‘사상계’에 담시 ‘오적’ 발표,첫 시집 ‘황토’ 간행 ▲73년 소설가 박경리의 외동딸 김영주와 결혼 ▲74년 ‘민청학련사건’ 배후조종 혐의로 사형선고 받은 뒤 무기징역으로 감형 ▲75년 3월 출옥 한달뒤 재구속,옥중에서 ‘로터스 특별상’수상 ▲80년 12월 석방 ▲시선집 ‘타는 목마름으로’(82년),이야기모음집 ‘밥’(84년),‘남녘땅 뱃노래’(85년),시집 ‘애린’(86년),‘검은 산 하얀 방’(86년),‘화개’(2002년) ‘김지하전집’(2002년)‘김지하의 화두’(2002년) 수묵시화집 ‘절,그 언저리’(2003년) 등 출간
  • 美 “알카에다 이란 은신”

    미국 정부에 중동 테러 비상이 걸렸다.이라크 전 이후 사우디 아라비아와 레바논 등 친미적 중동 국가로 ‘테러기지’가 옮겨갈 조짐이기 때문이다. 최근 34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우디 수도 리야드 연쇄 폭탄 테러 이후 레바논에서도 미국 대사관을 상대로 한 테러기도가 적발됐다.레바논 군 당국은 15일 자국내 미 대사관을 공격하고 각료 납치를 기도한 테러 용의자 9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번지는 테러,불끄는 미국 미 국무부는 14일 사우디 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연쇄 차량폭탄 테러가 발생한 데 이어 제다에서도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공격이 예상된다는 첩보가 입수됐다고 발표했다. 사우디 리야드에서는 최근 연쇄 공격에 이어 추가 테러가 예상되자 미국인과 유럽인들이 서둘러 귀국하는 바람에 일부 항공기가 초만원을 이루고 있다고 여행사 관계자들이 전했다. 스콧 매클레런 백악관 대변인은 15일 이와 관련,“사우디가 미국의 대테러 전쟁에 지금까지 잘 협력해왔으나 지금보다 더 힘을 써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이는 로버트 조던사우디 주재 미국대사가 지난달 말 테러범들의 공격계획이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는 정보에 따라 대책 마련을 사우디 당국에 요청했지만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힌 데 이어 나왔다. 이런 가운데 리야드 폭탄 테러를 수사할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들과 영국 경찰팀이 이날 리야드에 도착했다.사우디 주재 미국 대사관측은 “FBI가 사우디 당국과 공조하에 테러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며 수사 기한은 정해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테러의 뿌리와 장단기 대책 미 정부가 이처럼 바짝 긴장하고 있는 것은 최근 일련의 사건들이 우연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미국측은 특히 9·11테러 이후 이라크전을 계기로 숨죽이고 있던 알 카에다 등 중동테러조직이 적극적 보복에 나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CNN방송은 15일 이와 관련,한 사우디 재야지도자의 말을 인용해 이번 리야드 자살테러가 오사마 빈 라덴의 지시를 받은 것이라고 추정했다.사이드 알 파기는 “이번 리야드 테러는 사우디 내에서의 알 카에다의 작전 개시의 분명한 신호탄”이라고 후속 테러가 일어날 것으로 ‘예언’했다. 미국 등 서방 정보기관들은 알 카에다는 9·11 이후 조직 소탕,추적 작전으로 전세계적 네트워크는 상당히 와해됐다고 본다.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는 지휘부가 붕괴되면서 알 카에다는 지역내 이슬람단체 혹은 이슬람 게릴라 등과 연계,지역화되면서 오히려 테러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16일 9·11테러 이후 지금까지 잡히지 않고 있는 알 카에다 지도자들은 이란이나 그 인근의 특정정부의 손이 닿지 않는 지역에 은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이날 국방부 기자회견에서 이번 테러의 주체로 보이는 알 카에다 지도자들을 왜 찾지 못하는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알 카에다 지도자들이 이란이나 이란정부의 통치권이 미치지 않는 인근지역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이란측에 화살을 돌렸다. 구본영기자 kby7@
  • 스크린 명대사

    #“선택은 힘있는 자가 힘없는 자에게 심어준 환상이야.”-‘매트릭스2’에서.인간의 행동이 선택의 문제라고 말하는 모피어스에게 매트릭스의 정보브로커가. #“힘을 가진 자는 뭘 원할까? 더 큰 힘!”-‘매트릭스2’에서.예언자 오라클이 네오에게,매트릭스가 마지막 인간도시를 습격할 거라고 예언하며. #“세상 모든 언어 중에 프랑스어가 욕하기 제일 좋아.실크로 밑을 닦는 느낌이랄까.”-‘매트릭스2’에서.매트릭스의 정보브로커가 네오에게 프랑스산 와인을 권하며. #“남자란 선사시대의 야생동물같다.마치 자신이 정글의 왕인 것처럼 뻐기고 다닌다.그런데 그게 섹시해 보인다.”-‘베터 댄 섹스’에서.조시가 벗은 몸을 자랑하자 이를 지켜보는 신의 독백.
  • 청남대·대청호 나들이

    ‘대통령 별장에나 한번 가볼까.’ 최근 일반인들에게 개방된 청남대와 인근 대청호에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다. 충북 청원군과 대전시에 걸쳐 있는 대청호는 맑은 금강 줄기와 호안의 섬들이 어우러져 한려수도를 연상시킬 정도로 경관이 뛰어나다.그러나 그동안 보안구역인 청남대로 인해 일반인들은 상당 부분 접근이 어려웠는데,이제야 수려한 대청호를 제대로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셔틀버스로만 이용… 예약 두달 밀려 청남대는 청원군 문의면 신대리 대청호 뒤 편에 자리잡고 있다.아직 승용차를 타거나 걸어서 직접 접근할 수는 없고,반드시 문의 파출소 앞 셔틀버스 승강장에서 청남대행 셔틀버스를 타야만 들어갈 수 있다.충북도 관광사이트(www.cbtour.net)를 통해 셔틀버스를 예약해야 한다. 당분간 청남대 관람료나 셔틀버스비는 무료이나 관련 규정이 마련되면 요금을 받을 예정이다.하루 1000명만 셔틀버스 이용이 가능한데,이미 2달 이상 예약이 밀려 있어 지금 신청해도 한 여름은 돼야 청남대 구경을 할 수 있다.문의 청원군 안내소(043-251-3801). 지금 청남대는 온통 꽃에 파묻혀 있다.본관 앞 뜰엔 연분홍 진달래와 철쭉,새하얀 배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잘 다듬어진 조경수들은 마치 초록물을 들인 듯 빛깔이 곱다. ●지금 청남대엔 철쭉·야생화 만발 본관 진입로 옆으론 소박한 야생화들이 손님들을 반긴다.청남대엔 특히 구석구석 금낭화가 많이 피어 정겨운 분위기를 낸다. 배밭길로 이어지는 산책로는 꼭 한번 가볼 만하다.길 옆으로 노송들이 알맞은 밀도로 자라고 있고,그 밑엔 다양한 야생화와 철쭉이 화사한 분위기를 낸다. 보통 셔틀버스에서 내리면 가이드의 안내로 돌탑∼양어장∼본관∼정원∼골프장 등을 둘러보게 된다. 9홀 규모의 골프장은 역대 대통령들이 거의 사용을 안하다가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사용해 화제가 됐다.미들홀(파4) 코스 하나에 5개의 그린을 만들고 9개의 티잉그라운드를 두어 9홀을 소화할 수 있도록 꾸민 초미니골프장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보다 많은 관람객들을 위해 라운딩은 허용치 않을 계획”이라고 밝혀 골프장으로서의 기능은 사실상 마감됐다고 할수 있다. 셔틀버스 승강장에서 대청댐 방면으로 500m 정도 가면 문의문화재단지가 나온다.80년대 초반 대청호가 생기면서 수몰지역 문화재를 옮겨 복원했다.3만3000여평 부지에 지방문화재 49호인 문산관을 비롯한 전통가옥과 기와박물관,민속자료전시관 등 고 가옥 10여채와 연자방아,성황당 등 옛사람들의 생활 터전을 재현했다.기와박물관엔 백제시대 이후 기와 200여점이 전시돼 있다. 이곳은 문화재 관람보다는 단지내 이곳저곳에서 내려다보는 대청호 경관 감상이 포인트.특히 단지의 맨 위쪽에 서면 초가와 기와지붕 넘어 펼쳐진 호반 풍경이 그림처럼 한 눈에 들어온다.관람료는 무료.(043)251-3545. 문화재단지 뒤엔 역사와 전설이 깃든 양성산(350m)이 자리잡고 있다.삼국사기에 의하면 신라 자비왕 때 화랑도 출신의 승려 화은대사가 양성산을 보고 ‘중이 발(鉢)을 들고 시주를 구하는 형세라 양승지(養僧地)로 흠잡을데가 없구나!’라고 하여 승병 300명을 제자로 삼아 불경과 무예를 익히게 했다는 전설이 전해내려 온다. ●문의단지는 수몰지역 문화재 복원 보통 문의문화재단지∼독수리바위∼정상∼삼거리봉 코스를 이용하는데,2시간30분 정도 잡으면 된다. 드라이브를 즐기려면 대전광역시 역내에 속하는 대청호 남쪽의 신탄진에서 오동동까지 강을 따라가는 코스가 좋다.미호동에서 비룡동까지의 용호가도,신상동부터 화남대교까지 신호가도가 이어지는데,호수의 푸른 물결과 연초록 물이 들어가는 산 사이로 시원하게 뻗은 도로를 달리는 기분이 제법 상쾌하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인근 구봉산(370m) 아래 현암사에 가보자.8세기 초 신라 성덕왕 때 창건한 고찰.원효대사가 “천년 후 절 앞에 세개의 호수가 생겨 ‘임금왕(王)’자 지형이 만들어지면 국왕이 이주하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고 한다. 대청호가 생기면서 항공촬영한 사진을 보면 실제로 청남대가 임금왕 자 형세를 하고 있다고 한다.아름다운 대청호의 모습을 제대로 보려면 현암사에 올라와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망이 뛰어나다. 청원 글·사진 임창용기자 sdargon@ ●가는 길 경부고속도로 청원 IC에서 빠져야 편하다.고속도로에서 나와 만나는 17번 국도에서 좌회전해 1㎞쯤 가면 왼쪽으로 죽암리 가는 길이 나온다.여기서 좌회전해 10분정도 달리면 두모삼거리가 나오는데,우회전해 ‘문의’가 표기된 이정표를 따라 20분 정도 달리면 문의문화재단지를 지나자 마자 문의파출소 앞의 셔틀버스 승강장에 닿는다. 대중교통수단은 청주에서 문의행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숙박 미원면 운암리의 옥화자연휴양림의 ‘숲속의집’에 묵어보자.5∼9평형 통나무집과 벽돌집,흙집 등 18동과 등산로,자전거 도로 등을 갖추고 있다.숙박료는 5평 2만5000원,7평 3만원,9평 4만원.청원군청 산림축산과(043-251-3424)에 예약해야 한다. ●인근 가볼 만한 곳 밤에 시간이 있다면 문의문화재단지 주차장내 자동차야외극장에서 영화를 즐겨보자.가로 22m 세로 12m의 초대형 스크린을 갖추고 있다.현재 상영작은 ‘대한민국 헌법 제1조’.관람료는 자동차 1대당 1만2000원.(043)250-0770∼1. 내수읍 형동리의 ‘운보의 집’에도 들러보자.운보 김기창 화백의 사저로,운보미술관,우향미술관,도예전시관,운보공방,운보찻집 등을 갖추고 있다.운보의 작품 감상뿐만 아니라 운보의 그림을 넣은 각종 도자기를 구입할 수 있다.입장료 1500원.(043)213-0570. ●맛집 청원 IC에서 문의방향으로 가다보면 문의문화재단지 못미쳐 길 오른편에 시골묵집(043-222-5012)이 나온다.이집의 시골묵밥 맛이 별미다. 인근 산에서 나온 도토리로 직접 쑨 묵을 새끼 손가락 크기로 썰어 묵은 김치와 몇가지 양념,물을 적당히 섞어 따끈하게 끓여낸다. 보통 밥을 말아먹는데,얼큰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4000원.미나리 등 야채를 넣어 무쳐내는 묵무침 맛도 좋다.5000원. 대청호 남쪽 끝 부분에 있는 ‘평양숨두부집’(042-284-4141)의 순두부도 맛있다.‘숨두부’는 순두부의 황해도식 방언.콩을 맷돌에 갈아 솥에 안쳐 끓인 뒤 간수를 넣을 때 ‘숨을 돌린다’고 표현하는데서 나왔다고 한다.말하자면 ‘숨을 불어넣는다’란 뜻이 담겨 있다.국산 콩으로 매일 직접 순두부를 만들어 내는데,양념을 얹어 밥과 함께 먹는다.부드러우면서 고소한 맛이 입맛을 돋운다.공기밥 포함 4000원.
  • [열린세상] 가장 아름다운 나라

    서울 효창공원 한쪽에는 독립운동가이며 임시정부의 주석을 지낸 백범 김구(1876∼1949) 선생님의 묘지와 동상이 서 있다. 마치 참된 지도자는 온갖 세파에 시달리면서도 한결같은 모습으로 서 있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 주는 듯하다. 우리 주위에는 지도자로 자처하는 사람들은 많이 있지만 안타깝게도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지도자는 너무나 적다. 이처럼 혼탁한 시대에 그의 한결같은 삶과 높은 사상을 담고 있는 가르침은 한줄기 빛과 같은 역할을 한다. 백범이 쓴 글 가운데서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가 있다.이 글은 그가 서거하기 불과 몇 년 전에 작성한 것으로서 우리나라와 우리 민족에 대한 깊은 사랑이 곳곳에 스며있다. 그는 조선말기와 일제시대,광복 이후의 암울했던 시기를 고난 속에서 살았지만 인간의 삶에 있어서 문화의 가치가 무엇보다도 소중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이 짧은 글 안에는 문화와 관련된 내용이 어떤 것보다도 많이 언급되어 있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가장 부강한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지금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무력도 아니요 경제력도 아니다.…인류가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마음만 발달이 되면 현재의 물질력으로 이십억이 다 편안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인류의 이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다.” 백범이 살았던 시대는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오늘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웠던 시기였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인간의 삶에 있어서 그 어떤 것보다 정신과 문화의 가치가 소중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단순히 경제적으로만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바란 평범한 지도자가 아니었다.사람들의 배를 채워주는 것만이 지도자가 해야 할 모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사람들이 육체만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건강하기를 바라면서 높은 문화의 힘을 바탕으로 하여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를 만들기를 원했다. 오늘날 사회의 지도자들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제문제가 인간 삶에 있어서 전부인 것처럼 여기는 듯하다. 이런 현실에서 삶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정신적 가치나 문화에 대한 인식은 점점 약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는 지금 경제와 문화의 균형 잡힌 삶을 가꾸지 못하고 있다.문화에 대해 언급을 하는 사람들조차도 문화를 통해서 어떻게 경제적인 부를 창출해 낼 것인가에 대해 더 큰 관심을 기울이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보다 더 잘 먹고 잘 사는 것에 대해서만 관심이 있을 뿐,어떤 삶이 인간으로서 참되고 올바른 것인지에 대한 성찰은 매우 부족하다. 이처럼 문화에 대한 인식이나 이해가 허약한 틈에서 온갖 향락문화가 온 국토 곳곳을 뒤덮고 있다.사람들은 그 안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다가 서서히 침몰하고 있다. 높은 문화의 힘으로 가장 아름다운 나라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 백범,인의와 자비와 사랑을 통해서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를 바랐던 그의 사상은 당시뿐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전히 소중한 가르침으로 빛을 발하고 있다. 그는 예언자처럼 우리보다한발 앞서 가면서 따라 오라고 손짓하는 듯하다.그의 사상과 철학은 무덤에 갇혀있지 않고 동상 주변에 있는 나무들처럼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푸르게 자라고 있다. 백범 김구 선생님처럼 정신과 문화의 가치에 대해서 소중히 여길줄 아는 지도자들이 많아 질 때,우리나라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로 변화될 수 있을 것이다. 정 웅 모 천주교 서울대교구 성미술 감독
  • 책 / 마르크스의 복수

    90년대초 국가사회주의의 사멸 이후 자본주의는 지구상의 ‘유일한’ 생산양식으로 전례없는 역동성을 과시하고 있다.자본주의는 정보기술의 발달,세계무역기구(WTO)의 출현,자본이동의 탈규제 등 새로운 기술적·제도적 혁명을 통해 여전히 거대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줬다.영국 노동당 상원의원이자 런던정경대학(LSE) ‘전지구 관리 연구소’ 소장인 메그나드 데사이는 이렇게 주장한다.이 모든 것은 마르크스가 이미 예견했던 것이며,마르크스주의자들 역시 마르크스를 제대로 공부했더라면 처음부터 자본주의의 승리를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메그나드 데사이의 ‘마르크스의 복수’(김종원 옮김,아침이슬 펴냄)는 마르크스 사상에 덧씌워진 오해를 밝히고,마르크스의 업적은 진정 무엇인지 그리고 그의 이론은 우리에게 어떤 현재적 의미를 갖는지를 규명한 책이다. 저자는 ‘마르크스주의자’를 ‘마르크시안(Marxian)’과 ‘마르크시스트(Marxist)’ 두 부류로 나눈다.마르크시안은 마르크스의 저작,그 중에서도 특히 자본주의의 역동성에 관한 분석적인 저작을 연구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반면 마르크시스트는 20세기에 출현한 볼셰비즘과 파시즘을 포함,같은 신념의 지반을 공유하는 일파를 일컫는다. 마르크스는 일찍이 독일 사회민주당의 강령을 접하고 “나는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그러나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종말을 주장하고 사회주의의 도래를 내다본 예언가가 아니다.그는 누구보다 자본주의의 역동성을 이해했으며,예순다섯 생애의 절반 이상을 자본주의의 동력을 연구하는 데 바쳤다.그런 만큼 마르크스를 올바로 이해하려면 그의 경제학 저작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견해다. 1920년대 ‘자본론’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의 필독서 목록에 들어 있지 않았다.당시 마르크스주의자들의 교과서는 ‘제국주의’와 ‘공산당 선언’이었다.이윤율 하락 같은 마르크스의 경제학적 논쟁은 거의 모두 ‘따분한 학문’으로 간주돼 논의에서 배제됐으며,‘공산당 선언’이 장엄한 문체로 고무하는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천년왕국 사상만이 사람들을 움직였다. 그러나 청년기의 ‘열띤’ 시절을 보낸 마르크스가 반평생 몰두했던 것은 바로 ‘자본론’이었다.‘자본론’은 선전선동이나 원대한 역사이론 없이 순수하게 분석적인 글이다.마르크스는 ‘자본론’ 1권에서 제시된 문제를 그 후속편에서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죽었고,2ㆍ3권은 엥겔스에 의해 그의 유고가 정리돼 사후 출간됐다.‘자본론’ 3권에는 유명한 ‘이윤율 저하 경향의 법칙’이 나온다.저자에 따르면 마르크스는 “당혹스럽게도” 이 법칙에서 자본주의 체제의 해체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자본론’은 자본주의의 최종 붕괴를 예언하는 데는 실패한 것이다.그렇다고 자본주의는 결코 한계에 도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마르크스가 주장했다는 뜻은 아니다. 마르크스주의와 경제사상의 전 역사를 아우르는 이 책은 애덤 스미스 이래 200여년간의 정치경제사를 포괄한다.마르크스·레닌주의 역사에 대한 도발로 가득한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마르크스에 관한 ‘놀랄 만한’ 사실들을 발견한다.마르크스는 국가가,심지어는 ‘사회주의’ 국가가 노동자의 처지를 개선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마르크스는 자유무역의 옹호자였으며 관세장벽에 대해 조금도 호의적이지 않았다.일당 지배를 주장하지도 않았고 공산당,즉 마르크스·엥겔스 당이 프롤레타리아를 이끌 것이라고 말하지도 않았다.권력 획득을 위한 테러나 파벌적인 당의 배타적 지배는 그에게 일종의 저주였다. 저자는 지금도 계속되는 자본주의의 역동성은 마르크스가 마르크스주의자들에게 내리는 ‘복수’라고 말한다.그동안 마르크스의 이름으로 저질러진 수많은 실책과 범죄,교조주의에 대한 마르크스의 반격이라는 얘기다.저자는 이 책에서 마르크스에게 ‘사회천문학자(social astronomer)’라는 색다른 칭호를 부여해 눈길을 끈다.고전 경제학을 창시한 애덤 스미스와 마찬가지로 역사상 존재한 여러 사회의 운동을 주재하는 법칙을 작성한 인물이라는 뜻에서 붙인 말이다. 스탈린의 소련에서 마르크스는 신이 됐다.하지만 서구에선 그를 악의 근원으로 매도했다.20세기 역사를 만든 신화 속의 성자이자 악마.마르크스를 어떻게 보아야할까.중국의 전 총리 저우언라이는 언젠가 프랑스 대혁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최종 평가를 내리기엔 아직 이르다.”고 답했다.마르크스 사후 120년.그에 대한 평가 역시 미완의 과제인지 모른다.다만 저자가 지적하고 있듯이 현대 사회를 바로 이해하기 위해선 고전적인,즉 전 레닌주의적인(pre-Leninist) 마르크스를 읽어야 함은 분명하다.1만 8500원. 김종면기자 jmkim@
  • 책꽂이

    ●영원회귀의 신화(미르치아 엘리아데 지음,심재중 옮김,이학사 펴냄) 루마니아 태생의 종교학자 엘리아데의 대표작.엘리아데 종교학의 핵심 주제는 우주와 역사이다.인간의 삶은 그 역사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초월을 지향하고 수용하는 데서 궁극적 가치를 확보한다고 믿는 엘리아데는,이 책에서 우주적 질서(신,초월자,영원함)와 역사(현실,유한)를 동시에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의 모순적 삶의 방식을 해명한다.1만원. ●세계 프랑스어권 지역연구(김승민 등 지음,푸른길 펴냄) 프랑스어는 약 5억의 인구가 사용하는 국제적 언어이며,55개국이 프랑스어를 공용어 또는 중요한 통용어로 사용하고 있다.‘세계화=미국화=영어화’현상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 프랑스는 최근 ‘프랑스어권 국가연합(La Francophonie)’을 창설,이 국제협력체를 정치·경제협력체로 전환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1만5000원. ●잠수함토끼와 함께 하는 오늘의 발견(잠수함토끼 지음,하늘연못 펴냄) 인류의 지난 행보가 보여주는 우행·협잡·야만·진보·평화·전쟁 등의 기록을 연대기식으로 정리.잠수함토끼는 시인·영화인·출판기획자 등이 모여 만든 순수 문화포럼.1만3000원. ●거짓말 참말 그리고 침묵(이규호 지음,말과창조사 펴냄) 한국 언어철학계를 이끈 저자의 글모음집.저자는 모든 인간적 삶의 현상을 ‘말놀이’로 규정한다.‘언어의 틈새론’‘포스트모던의 말놀이’‘중간세계로서의 언어’ 등의 글이 실렸다.9000원. ●예언자(칼릴 지브란 지음,오강남 옮김,현암사 펴냄) 화가이자 시인,철학자,신비주의자였던 칼릴 지브란(1883∼1931)이 열다섯 살에 구상하기 시작해 마흔 살이 돼서야 완성한 평생의 역작.사랑,결혼문제 등 평범하지만 너무도 근원적이어서 정의 내리기 어려운 질문에 대해 구체적인 목소리로 답한다.9000원. ●토끼전(이혜숙 글,김성민 그림)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우리고전 시리즈.한글필사본 ‘토처사전’과 ‘토공전’을 바탕으로 판소리 ‘수궁가’의 몇 대목을 삽입해 쉽고 재미있게 구성.초등고학년 이상.창작과비평사 8000원. ●코코,네 잘못이 아니야(비키 랜스키 글,제인 프린스 그림,이경미 옮김) 이혼가정의 자녀에게 들려주는 따뜻한 조언 55가지.다시 생각하는 가족의 의미.5세 이상.친구미디어 7000원.
  • “”용기·인내·관대·지혜로 살아라”” 인디언 영웅의 외침

    “백인의 자식들이 인디언 옷을 입는 날이 올 것이다.그 때가 되면 그들은 긴 머리를 하고,구슬을 달고,머리띠를 할 것이다.인디언들은 처음으로 진정한 백인 친구를 얻게 될 것이다.” 미국 애리조나주 북부에 사는 푸에블로 인디언 호피족의 예언은 적중했다.인디언과 백인의 본격적인 영적 만남은 이미 1960년대 후반,물질문명에서 벗어나 삶과 세계를 전체적인 시각에서 이해하고자 한 미국의 새로운 세대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그들에게 전통적인 인디언이 끼친 영향은 엄청난 것이었다.반전·반권력·반체제·반공해에 대한 그들의 외침은 그대로 인디언의 사랑·평화·자유·단순한 삶의 정신과 통한다.그 인디언 정신은 전쟁으로 갈갈이 찢긴 오늘날 우리에게 더욱 절실히 다가온다. ‘인디언의 전설,크레이지 호스’(마리 산도스 지음,김이숙 옮김,휴머니스트 펴냄)는 그런 점에서 만만찮은 시의성을 지닌다.책은 백인과 인디언의 상반된 문명과 가치관의 충돌을 피정복민의 고단한 삶을 통해 보여준다. 서부개척이라는 미명아래 저질러진 백인들의 잔인한약탈과 그에 맞서 싸운 인디언들의 눈물겨운 투쟁,그리고 비운의 멸망 과정은 오늘의 전쟁상황을 꽤 닮았다.백인들이 인디언 땅을 점유하고 그들을 ‘거주지역’이라는 황폐한 땅으로 몰아넣은 지 100여년이 흐른 지금,백인들은 인디언에게서 금을 빼앗았던 것처럼 수차례의 전쟁을 치르며 아랍인의 석유를 빼앗고 있다. 전기이지만 픽션의 형식을 띤 이 책은 인디언의 고난사를 생생하게 전해준다.미국의 서부 개척사를 뒤집으면 곧 인디언 멸망사가 된다.1492년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이래 북미 원주민 인디언과 초대받지 않은 개척자 백인 사이의 갈등과 전쟁은 1890년 인디언의 운명을 결정지은 운디드니 전투에 이르기까지 400년동안 이어졌다.백인들은 한편으론 ‘선교사’를 통해 다른 한편으론 ‘군대’와 뇌물을 동원해 인디언을 분열시켰고 수많은 조약을 어기면서 인디언의 비옥한 땅을 차지했다.19세기 중반,대륙의 동쪽과 서쪽을 점령한 백인들은 마지막 남은 지역인 중부 대평원마저 손에 넣으려는 야심을 노골화했다.1866년 남북전쟁이 끝나고인디언 부족이 많이 살고 있는 중부 대평원,특히 인디언의 정신적 고향인 ‘검은 언덕’에 “풀뿌리에도 금이 묻어 있다.”는 소문이 돌자 백인들은 메뚜기떼처럼 몰려들어 땅을 파고 금을 캐기 시작했다.남북전쟁의 영웅 커스터의 보급마차가 링컨요새에서 ‘검은 언덕’까지 뚫어놓은 길은 ‘도둑의 길’이 됐다. 책의 주인공인 크레이지 호스(Crazy Horse,성난 말)는 바로 이 시기에 용맹을 떨쳤던 수(Sioux)족의 전사.인디언 역사상 길이 남을 리틀빅혼 전투에서 라코타족의 추장 시팅불과 함께 최전방에서 커스터의 군대를 격파한 인디언의 영웅이다.백인과의 전투에서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고 단 한 발의 총알을 맞은 적도 없었지만,그는 결국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부족민의 배신 때문에 죽는다.크레이지 호스는 시팅불과 함께 수족이 가장 중요하게 여긴 네가지 덕목인 용기,인내심,관대함 그리고 지혜를 완벽하게 구현한 인물로 꼽힌다. 인디언들은 누구보다 자신들의 역사와 전통을 보존하는 데 힘을 기울인다.사우스 다코타주 ‘검은 언덕’의 러시모어 산에는 지금도 크레이지 호스의 조각상이 세워지고 있다.러시모어 산에 미국 역대 대통령의 얼굴을 조각한 보글럼의 조수 지올코프스키는 이 크레이지 호스를 새기는데 한 평생을 바쳤다.크레이지 호스 조각상은 5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대를 이어 만들어지고 있다. 현재 미국에는 700만명의 원주민 후손들이 살고 있다.이 가운데 140만명은 스스로를 순수 아메리카 인디언 이라고 주장한다.여기엔 285개의 연방 혹은 주립 인디언 거주지역에 살고 있는 40만명이 포함된다.인디언 거주지역은 자체적으로 운영되지만 토지는 연방정부의 인디언 관리국이 관리한다.미국 정부는 지난 30년동안 거주지역을 철폐하기도 하고 인디언들이 미국 사회에 동화하도록 하는 등 변화를 모색해 왔지만,아직 주 정부에서 인디언 거주지역을 관리하고 있다.이 책에는 죽어가는 인디언 문화에 대한 안타까움이 담겨 있다. 오늘날 사람들은 지식만 찾지,지혜는 찾으려고 하지 않는다.지혜를 잊은 현대인에게 영적 스승 크레이지 호스는 새겨둘 만한 메시지를 던진다.땅과 생명을짓밟으면 영혼까지 빼앗을 수 있는가.인디언의 수난사는 무자비한 폭력과 죽음과 일방적인 희생으로 이뤄진 거대한 나라 미국의 역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인디언의 삶과 철학이 현대문명에 대한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은 무엇보다 평화와 자연을 사랑하는 정신에 있다.“내 형제들보다 위대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장 큰 적인 나 자신과 싸울 수 있도록 내게 힘을 주소서.”라는 수족 인디언의 기도가 서늘한 울림을 준다.1 만8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詩 안으로 끌어들인 ‘醜의 미학’/김지하 수묵시화첩 ‘절, 그 언저리’

    민주투사,시인,사상가,동양화가….이런 수식어보다는 그저 ‘예술가’란 말이 어울리는 김지하.그가 새 봄 두가지 모습으로 속내를 내비쳤다.하나는 계간 문예지 ‘시작’과의 신춘대담이고,다른 하나는 창작과비평사에서 펴낸 수묵시화첩 ‘절,그 언저리’(창작과비평사)이다. 시화첩은 2001년 봄부터 지난해 가을까지 문예지에 발표한 절 순례 시 32편에다 매화·난초·달마를 소재로 “만날 먹장난”한 수묵화를 보탠 것이다.가는 곳마다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상상의 나래 속에 선인들을 불러들여 민족의 앞날을 사색한 힘겨운 기록들이다. 그는 “지난해 시집 ‘화개’의 애잔함·슬픔을 넘어 선(禪)적 생명의 숭고함에로,불(佛)적 영성의 심오함에로 나아가고자 했고,그 과정에서 ‘괴(怪)’와 ‘기(奇)’와 ‘추(醜)’를 도리어 시 안으로 끌이들이고자 했다.”고 말한다. 선문답처럼 들리는 설명을 이해하려면 ‘신춘대담’을 읽는 게 도움이 된다.홍용희 경희사이버대 교수와의 대담에서 김지하는 지난해 ‘붉은 악마와 촛불 행진’으로 터져나온 민족의 역동성을 “역사적 전환기에 나타나는 민중적 힘”으로 바라봤다.이 힘을 문학적 추동력으로 전환시켜야 하는데 이를 위해 이론화 이전에 추,괴,기,축제성,골계에 근거한 이미지네이션을 통한 작품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의 논리에 따르면 흔히 비정상적이고 열등한 것으로 간주되는 추,괴,기 등에 당대 문화논리를 전복할 수 있는 힘이 잠재돼 있다.대담에서 그는 김정희의 예를 들면서 그가 당대에 유행하던 우아하고 귀족적인 글씨를 부정하는 그릇을 ‘괴와 기의 미학’에서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그 정점을 김지하는 눈 속에서 봄을 예언하는 매화로 비유한다.“유생들은 꽃에만 집착했지만 구부러진 줄기와 몸체,거기에 진짜가 있다.”며 이것이 서구의 ‘추(醜)의 미학’과 통한다는 것.이 미학이 문예부흥·문화혁명을 관통하며 추진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절,그 언저리’는 이런 그의 주장을 시와 그림으로 모색한 것이다.환웅·단군의 얼굴을 붉은악마에 연결하는가 하면(시 ‘삼성각’),‘백정의 스승이 되고/민중의 참벗이 된’(‘백정의 난’)동학당소년 접주 김도야가 독학한 수묵기법을 통해 가능성을 찾기도 한다. 이종수기자
  • [대한포럼] 분식회계는 계속된다

    SK글로벌이 어제 열린 주주총회에서 2조원대의 분식회계를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임원을 재선임했다.같은 날 그 임원은 서울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해 자신의 죄를 추궁당했다.한편에선 분식회계의 죄를 묻는 재판이 열리는데 다른 편에선 그 당사자를 임원으로 재선임한 것이다. 이것은 시장에 대한 만행이다.시장이 잘 발달한 자본주의 선진국에서는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일이다.그것이 위법이어서가 아니라 ‘시장의 보복’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선진국 시장에서는 분식회계를 한 기업은 그 사실이 공개되는 순간 주가가 폭락해 그냥 파산해버리기 때문에 임원을 연임시키느니 마느니 하는 문제가 애당초 논란거리가 되지 못한다.엔론도 그랬고,월드컴도 그랬다.시장이 배척하는 사람에게 굳이 경영을 계속 맡기겠다는 것은 한마디로 시장을 졸(卒)로 보는 것이다. 분식회계에 관한 한 우리 시장은 죽어 있다.시장(기업주와 경영진,투자자를 모두 포함해서)의 감시와 견제 기능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그 원인을 좀더 깊이 생각해보자. 최근에 한국과 미국에서는 대형 분식회계 사건들이 잇따라 터졌다.그런데 분식회계를 보는 시각과 대응은 양쪽이 너무 다르다.먼저 4년전의 대우그룹 예를 보자.무려 42조원의 분식회계가 드러나 사회적 물의를 빚자 김우중 전 회장은 “업계의 관행인데 억울하다.대우그룹을 죽이려는 음모가 있다.”고 주장했었다. 분식회계를 자행한 임원을 재선임한 SK의 시각도 이와 다르지 않다.우리 기업들은 분식회계에 대해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최근 3년간 국내 10대 재벌 가운데 7개 재벌이 분식회계를 하다 금융감독원에 적발됐다. 이는 분식회계가 상습적이고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감독당국은 업계의 이런 실태를 누구보다 잘 안다.그러나 국민 여론이 비등할 때만 잠시 부산을 떨다가 시간이 흘러 여론이 잠잠해지면 적당히 땜질만 하고 넘어간다.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어떤가.엔론에 이어 미국 굴지의 컴퓨터 기업인 월드컴이 지난해 여름 회계부정으로 파산했다.당시 영국의 저명한 정치경제학자인 니얼 퍼거슨 교수(옥스퍼드대)는 파이낸셜 타임스 기고문에서 “자본주의에 대한 카를 마르크스의 예언이 아직도 유효하다.”고 경고했다.그는 분식회계를 탐욕스러운 CEO들이 회계법인과 짜고 소액 투자자들의 재산을 착취하는 행위로 규정한다. 그래서 분식회계를 뿌리뽑지 못하면 자본주의는 붕괴한다고 본다.미국의 주요 언론들도 엔론사태가 9·11 테러보다 미국경제에 더 깊은 상처를 남겼다고 평가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7월 회계개혁법(Sarbanes-Oxley Act)을 제정했다.▲회계법인의 감사와 컨설팅 업무 동시 수행을 금지하고,▲회계부정행위를 한 자는 해당기업은 물론 다른 기업의 임원도 할 수 없도록 한 것이 골자다.전자는 기업과 회계법인간의 유착관계를 끊기 위한 것이고,후자는 분식회계 관련자를 시장에서 영구 추방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정부가 최근 발표한 ‘회계제도 선진화’ 방안은 회계법인의 감사와 컨설팅업무 동시 수행을 폭넓게 허용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기업과 회계법인간의 유착 고리였다는 사실이 미국의 엔론사태에서 여실히드러났는 데도 말이다.그럼에도 그 고리를 남겨두겠다는 것은 당국이 진정으로 회계제도를 개혁하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소수의 기업주와 경영진이 짜고 다수의 투자자들을 속여 재산을 착취하는 행위를 당국은 언제까지 방관할 것인가. 자본의 부도덕성을 방치하는 한 자본주의는 꽃피울 수 없다.당국의 박약한 개혁의지와 무딘 정책대응이 지속되는 한 뿌리 깊은 분식회계 관행은 계속될 것이다. 염 주 영yeomjs@
  • 책꽂이/설득,마음을 움직이는 전략 외

    ●설득,마음을 움직이는 전략(게리 스펜스 지음,이순주 옮김,세종서적 펴냄) 가장 훌륭한 설득의 무기는 ‘나 자신’이다.어떻게 하면 설득에 카리스마와 힘을 더할 수 있을까.미국 최고의 변호사로 꼽히는 저자는 맘대로 울고 웃는 어린애처럼,구구대는 비둘기처럼,반가워 꼬리치는 강아지처럼,있는 그대로를 표현하는 것이 설득의 요체라고 말한다.1만 2000원. ●한·일 국가기구 비교연구(정용덕 지음,대영문화사 펴냄) 198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한국과 일본의 국가기구를 실증적으로 비교 분석한 연구서.다원주의적 시각·엘리트론적 시각·개인주의적 시각·자본주의적 시각 등으로 나눠 접근한다.1만 6000원. ●이야기 고사성어(장연 엮음,동방미디어 펴냄) 중국 3000년의 역사와 지혜가 녹아있는 고사성어의 유래를 풀어 썼다.초패왕 항우와 한나라 유방의 싸움의 승패를 결정지은 사면초가.진시황의 법치주의와 수구세력의 갈등이 빚은 분서갱유,초나라 한신의 이야기에서 나온 토사구팽,공자의 도덕정치 실현에의 꿈과 좌절을 말해주는 상가지구,당송팔대가중 첫째가는 한유의 기백을 나타낸 태산북두 등 300여개를 대상으로 했다.9000원. ●미디어와 쾌락(강준만 등 지음,인물과사상사 펴냄) 넷세대에게 미디어는 존재 그 자체다.그들은 ‘미디어제국’에 파묻혀 산다.휴대전화 알람으로 눈을 떠 인터넷 서핑을 끝으로 잠자리에 든다.이 책은 넷세대의 ‘미디어소비’에 대한 기록이자 그들의 삶의 실상을 보여주는 사회사다.1만원. ●엥케이리디온(에픽테토스 지음,김재홍 옮김,까치 펴냄) 스토아 철학자 에픽테토스의 가르침은 제자이자 역사가인 아리아노스에 의해 모두 8권의 ‘담화록’이란 책으로 정리됐다.그러나 지금은 네 권만 전한다.이 책은 그 ‘담화록’을 한 권으로 간략하게 압축한 도덕교본이다.기독교적인 금욕주의와 도덕주의가 일치하는 점이 많아 특히 기독교인들 사이에서 널리 읽혀온 책이다.1만 1000원. ●중국 근현대 사상의 탐색(조경란 지음,삼인 펴냄) 중국 근대 30년의 사상은 서양이 300년에 걸쳐 이룬 근대사상의 압축판이다.그런 만큼 그것은 일상으로 경험한 것이라기보다는 주의로서만 경험한 측면이 강하다.이 책은 중국 근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논쟁의 전선을 형성하며 긴장을 연출해온 이들의 사상을 살핀다.캉유웨이,량치차오,리다자오,리쩌허우,옌푸,첸무,후스,장둥쑨,장빙린,덩샤오핑 등이 그들이다.1만 2000원. ●포커 MBA(그레그 딘킨 등 지음,송대범 옮김,럭스미디어 펴냄) 포커는 인생과는 달리 제로섬 게임이다.돈을 버는 사람이 있으면 누군가 돈을 잃는다.이 책은 비즈니스를 위한 교육방법으로 포커게임만한 게 없다고 말한다.포커게임은 사업과 마찬가지로 위험을 측정하고 초를 쪼개는 순간적인 판단능력이 관건이다.1만원. ●사람이 중요하다(홍성민 지음,바움 펴냄) 한 문제 때의 이광은 적진에서 주인처럼 행세해 위기를 모면했고,제나라의 전단은 적뿐만 아니라 아군까지 속임으로써 상황을 역전시켰다.이렇듯 사람을 움직이려면 먼저 그 사람이 뭘 원하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저자는 “성공의 공식 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다른 사람과 잘 지내는 방법을 아는 것”이라는 미국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말을 인용,인간관계의중요성을 역설한다.9000원. ●노빈손의 남극 어드벤처(박경수 지음,뜨인돌 펴냄) 고대 그리스 철학자 파르메니데스가 “지구 남쪽에 몹시 추운 거대한 땅덩이가 있다.”고 예언한 지 2500여년.그러나 남극은 200여년 전에야 비로소 그 모습을 드러냈다.이 책은 미지의 땅 남극에서 벌어지는 모험담이다.시간여행을 통해 주인공 노빈손은 100여년 전 ‘영웅시대’의 남극에 도착,목숨 걸고 남극을 탐험한 섀클턴,아문센,스코트와 동행하며 좌충우돌 모험을 펼친다.7900원. ●독일 담시론(안진태 지음,열린책들 펴냄) 독일의 시문학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담시문학.담시는 민담이나 동요,또는 특기할 만한 사회적·역사적 사건을 주로 다룬다.게르만 민족의 민족성과 역사에서 비롯된 문학으로 매우 관념적인 것이 특징이다.담시(譚詩)에 대해 학문적으로 정리했다.1만 6000원. ●한국의 이공계는 글쓰기가 두렵다(임재춘 지음,마이넌 펴냄) 영어는 한 문장에 16∼20개 이상의 단어를 쓰지 말라고 권한다.한 번의 숨으로 무리없이 읽을 수 있는 길이가 적당하다는 것이다.우리도 신문은 한 문장을 40∼60자 이내로 쓸 것을 권하니 영어와 비슷한 길이다.과학기술부 원자력실장을 지낸 저자는 특히 이공계 출신들을 위해 실제적인 글쓰기 방법론을 제시한다.8000원.
  • [열린세상] 왜 파격을 두려워하는가

    새 정부의 조각을 가리켜 언론에서 ‘파격’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그 말의 뉘앙스는 일단 ‘놀라움’ 그리고 조금은 걱정이 된다는 듯한 부정적인 함축을 담고 있다.그러나 이번 조각에 관하여 ‘파격’으로 보는 시각 자체에 문제점은 없을까? 많은 고정관념이 우리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성,세대,지역,학력 등과 같은 ‘범주’에 가려 ‘사람’ 자체의 참 가치가 잘못 판단되는 경우가 허다하다.지금까지 ‘나이 지긋한 남성들’이 주로 차지해 왔던 위치에 여성이,그것도 상대적으로 ‘젊다고 여겨지는’ 여성이 서게 되었다는 것을 아주 염려스럽게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한 사람을 그의 능력보다는 그의 외적 범주에 의해 판단하려는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에서 나온다. 획일적 사고의 틀을 가진 사람은 거부 영역이 넓다.자기 안에 수용할 수 있는 폭이 좁아,그 틀에 어긋나는 것은 모두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반대로,수용 영역이 넓은 사람은 예기치 않았던 결과로 인한 ‘놀라움’의 경험이 적다.웬만한 일은 모두 자신의 넓은 그릇 안에 포용하여 그리 놀랄 일이 없기 때문이다. 다양성에 대한 수용의 폭이 넓을수록 놀라움의 경험은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다.한국 문화의 위계조직 안에서 획일성에 길들여져 온 기간이 길수록 그 위계조직의 틀에서 벗어나는 ‘참신함’을 수용할 만한 영역은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새로운 것을 위험하게 바라보는’ 시각은 한국 문화의 ‘불확실성 회피’ 성향에서 나온다.낯선 것을 호기심 있게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일단은 익숙하지 않아 두려워하는 성향은 우리 문화의 집단주의 성향과 어우러져 각종 내 집단 편애와 연줄 문화의 부작용으로 나타난다.사람을 고용할 때에도 ‘객관적으로 능력은 검증되었으나 자신이 잘 모르는’ 사람보다는 ‘객관적인 능력은 뒤처져도 자신이 잘 아는’ 사람을 고용하는 것을 더 안전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새로움’에 대한 어느 정도의 도전이 없이는 발전이 불가능하다.우리는 끊임없이 변화를 겪어 오고 있으며,21세기 들어 모든 영역에서 그 변화의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것을계속 위험하게만 바라보고 새로움의 수용을 탐탁지 않게 여길 때,그 사람이나 사회는 발전과정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는 지금 무엇보다 ‘새로운 것을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거부 영역을 좁히고 수용 영역을 넓혀야 한다. 획일적 고정관념과 타성을 버리고,다양성을 끌어안을 수 있는 포용력을 지녀야 한다.조직은 서서히 ‘서열’보다는 ‘기능’ 중심으로 재편되어야 효율성을 회복할 수 있다. 또 한 가지,‘놀라움’ 속에 등장한 젊은 여성 장관,또는 수석을 다른 장관 또는 수석들과 달리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시각도 줄여야 한다.언론에서 선정적으로 기사를 다루기 시작하면 업무의 정상적인 진행에 방해가 된다.예컨대,어떤 사람이 ‘여성이라서,행정 경험이 없어서,혹은 너무 젊어서 이러이러한 일은 잘 못할 것이다.’라고 예단을 하면,그 부정적 예단이 은연중에 전달되어 실제로 부정적 결과를 낳을 수 있고,그렇게 되면 ‘역시 처음의 예상이 맞았다.’는 식으로 원래의 신념을 강화시키게 된다. 이와 같은 과정을 ‘자기 충족적 예언’이라고 한다.교사가 ‘이 아이는 공부를 못할 것이다.’라고 기대하면 정말 공부를 못하게 되는 것이다. 원래의 고정관념에 꼭 들어맞는 인물이 내각에 들어가도 실수가 있을 수 있고,의외의 인물이 발탁된 경우에도 실수가 있을 수 있다.그런데 문제는 전자의 경우보다 후자의 경우가 언론을 통해서든 주변 사람을 통해서든 훨씬 더 크게 부풀려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그만큼 집중 조명을 받기 때문이다. 이제 여성이,혹은 젊은 사람이 중요한 일을 맡게 된다고 해서 이상한 시각으로 바라보면,그렇게 바라보는 사람 자신이 적자생존의 대열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이 시대의 ‘적자’는 바로 새로운 시도에 대한 포용력과 열린 마음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 은 영 서강대교수 신문방송학
  • 책꽂이/동아시아 여성의 기원 외

    ●동아시아 여성의 기원(김종미 등 지음,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 펴냄) 중국 최초의 여성 전기집이자 여성 교육서인 ‘열녀전(列女傳)’에 대한 연구서.‘열녀전’이 씌어진 중국 한대는 중국의 정체성 확립과 더불어 유학이 전면에 부상한 시기로,이 무렵 가부장적인 여성관이 확립됐다.상고시대의 활달하고 개성적인 여성 대신 규수·현모로서의 유교적 여성 이미지가 각인된 것.저자들은 ‘열녀전’ 각 편에서 예로 드는 주요 여성유형을 비판적으로 고찰한다.1만 3000원. ●음악가의 만년과 죽음(이덕희 지음,가람기획 펴냄) 슈베르트는 비록 티푸스로 생명을 잃긴 했지만 이 병이 아니었더라도 매독의 급격한 진행으로 죽음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차이코프스키는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자살을 ‘강요’받은 탓에 노년의 작품을 기대하기가 힘들었다.반면 음악가로서 치명적인 장애를 안고 살 수밖에 없었던 베토벤은 운명과 화해하고 운명을 긍정함으로써 음악의 완성을 볼 수 있었다.음악천재들이 걸어간 마지막 길을 살폈다.1만 2000원. ●투탕카멘의 예언(모리스코트렐 지음,양은모 옮김,한국방송출판 펴냄) 투탕카멘은 고대 이집트 제18왕조의 12대 파라오.9세에 즉위해 9년 동안 통치하다 18세의 젊은 나이에 죽었다.투탕카멘의 무덤이 발견된 뒤 75년 동안,수많은 전문가들이 불가사의한 파라오의 유물을 설명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그러나 1989년 태양의 흑점 주기를 성공적으로 계산한 저자는 고대 마야인들이 이와 같은 숫자를 ‘금성의 신화적인 탄생일’로 숭배한 것에 주목,마야의 코드를 해석해내고 고대 보물에 숨겨진 비밀정보를 밝혀냈다.1만 2000원. ●20세기 중국 회화의 거장 리커란(완칭리 지음,문정희 옮김,시공사 펴냄) 평생 중국 전통회화의 혁신을 추구한 화가 리커란(1907∼1989)의 삶과 예술을 조명.20세기 중국 회화는 전통주의와 개량주의의 양대 흐름으로 발전했고,리커란은 이 둘을 함께 아우른 전무후무한 화가다.그의 명성은 1970년대부터 확고했지만 그에 관한 본격적인 평론이나 연구는 1980년대 후반부터 나오기 시작했다.저자는 구전과 추측으로 왜곡된 리커란의,먹빛보다 짙고 혁명보다 치열했던 삶을 전해준다.1만 5000원. ●성경 속 數의 신비(연합공보 편집부 지음,연합공보 출판부 펴냄) 성경에는 하나님의 구속사적인 비밀을 풀 수 있는 여러 방편이 있다.그 중 하나가 성경에 기록된 숫자들이다.이 책은 성경 속의 숫자에도 하나님의 특별한 영적 상징과 구원의 메시지가 담겨 있음을 밝힌다.예컨대 구약성경에서 3은 거룩한 완전수이자 완성수로 처음과 중간과 끝의 뜻이 있으며,성부·성자·성령 삼위일체인 하나님을 가리킨다.9800원. ●천 개의 거울(김용희 지음,생각의 나무 펴냄) ‘기호는 힘이 세다’란 저서로 문화평론의 한 장을 펼친 저자의 영화평론집.현실 너머 판타지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시각이 독특하다.저자는 “저항담론적이고 욕망표출적인 판타지 영화는 필연적으로 이데올로기적”이라고 말한다.1만 2000원. ●역사를 바꾼 이인자들(송은명 지음,시아출판사 펴냄) 고려의 최충헌은 60년 최씨 무신정권을 연 장본인으로,자신의 대에 왕을 두 번 폐위시키고 네 명의 왕을 옹립하는 등 권세를 누렸다.김춘추를 왕위에 올리고 삼국통일의 초석을 닦은 김유신처럼 일인자와 함께 전면에 나선 이인자도 있고,최승로나 황희처럼 임금을 충실히 보필한 이인자도 있다.대표적인 2인자 19명의 삶을 다뤘다.1만원. ●관절염 헬프북(케이트 로리그 등 지음,장기언 등 옮김,푸른솔 펴냄) 관절염은 당뇨나 다른 만성질환처럼 환자 스스로 관리하는 병이다.완치는 어렵지만 환자의 노력에 따라 삶의 질과 고생하는 정도가 달라진다.연골이 닳아 생긴 골관절염,류머티즘 관절염,섬유근육통 등 각종 통증을 다스리는 법을 소개.1만 8000원. ●세계의 교양을 읽는다(최병권 등 엮음,휴머니스트 펴냄) 바칼로레아는 우리의 수능시험에 해당하는 프랑스 대학입학시험.그 중에서도 철학시험은 가장 비중이 높을 뿐 아니라 문제 그 자체만으로도 사회적 이슈가 된다.바칼로레아 철학시험이 있는 날은 ‘생각하는 날’이다.‘예술작품은 반드시 아름다운가.’‘진실에 저항할 수 있는가.’ 등 10여년 동안 출제된 문제중 64개를 골라 실었다.1만 2000원. ●부모가 아이의 능력을 발견하고 키우는 비결(히라이 노부요시 지음,은미경 옮김,오늘의책 펴냄)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모차르트는 일곱 살 때부터 작곡을 했다.그리고 죽기 전까지 그의 천재적인 재능은 사라지지 않았다.그러나 이것은 극히 드문 예다.어릴 땐 신동으로 불렸던 사람이 어른이 된 후 보통 사람이 된 경우가 더 많다.중요한 것은 개성을 발견하고 키워주는 것이다.9000원.
  • 이런 책 어때요

    ***2003년 세상보기 세상 좀 알고삽시다/진중권·김병준 등 지음 하이비전 펴냄 요즘은 10년이 아니라 1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한다.그만큼 세상은 빠르고 복잡하게 돌아간다.때문에 현대인들에게는 특히 세상의 흐름을 읽고,앞서 살아가는 지혜가 요구된다.이 책은 국내의 지식인 29명이 정치·경제·사회·문화·정보통신·과학 등 6개 분야별로 사회적 이슈가 될 만한 문제들을 진단한 시사문화교양서다.한국정치는 증오를 먹고 사는 정치요,공공성이 결여된 정치였다.한국정치가 고쳐나가야 할 점은 한 둘이 아니다.책은 그 한 예로 1인2표에 의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정당투표제)를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9800원. ***지허스님의 차(茶) 지허스님 지음 김영사 펴냄 한국의 차는 백제시대 불교 전래에 맞춰 들어와 전라도 일대에 퍼진 이래 오늘날 문화 명품으로 자리잡았다.한국 전통차는 야생 차나무에서 난 잎을 일일이 손으로 비비고 덖어 만든 것으로,데쳐서 말린 일본 차와는 완전히 다르다.근대 선승 10인 가운데 하나인 선암사 주지 지허스님은 50여년 동안 다각(茶角:절에서 차밭을 가꾸고 차를 만들며 다례를 올리는 등 차에 관한 일체의 일을 하는 사람)일을 맡아온 다인.‘선다일여(禪茶一如)’라는 차와 선의 진정한 관계,선암사에서 전통차 다맥이 살아남게 된 사연 등을 들려준다.1만 2900원. ***너무나 인간적인 거장 미켈란젤로 로제마리 슈더 지음 전영애 등 옮김 / 한길아트 펴냄 16세기 종교개혁과 반종교개혁 시대의 이탈리아 반도는 권력암투와 전쟁으로 얼룩져 있었다.미켈란젤로의 고향 피렌체에서는 전제군주와 부패한 성직자들에 맞서 싸운 사보나롤라가 공화국을 세웠지만 그는 곧 화형당하고 공화국은 붕괴한다.이런 시대 배경 아래서 미켈란젤로는 아버지를 비롯해 형제들을 전적으로 부양해야 했으며,그의 예술작업은 예술품의 주된 주문자인 교회가 정해놓은 규칙과 권력자의 뜻에 구애될 수밖에 없었다.혹독한 삶의 조건에서도 꿋꿋하게 제 길을 걸어간 한 예술가의 모습을 소설 형식으로 그렸다.전2권 각권 1만 8000원. ***만화의 역사 로저 새빈 지음 김한영 옮김 / 글논그림밭 펴냄 예술계에서는 만화를 ‘쓰레기 아이콘’으로 격하하곤 한다.그러나 만화는 어엿한 ‘대중문화의 꽃’이다.이 책은 만화라는 매체가,아이들을 위한 만화신문에서 1960년대와 70년대 반체제 만화인 ‘코믹스(comix)’운동을 거쳐 오늘날 그래픽 소설로 발전하기까지의 역사를 다룬다.유럽에서 대중을 위한 그림이 생산된 것은 인쇄술의 발명 덕분.만화전단을 만드는 인쇄소 망이 출현했고,1820년대에는 이른바 ‘풍자산업’이 런던에 기반을 두고 영국의 주요 도시에서 지점을 운영했다.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만화의 역사를 살핀다.4만 5000원. ***자살 토머스 브로니시 지음 이재원 옮김 / 이끌리오 펴냄 고대 그리스의 견유학파와 스토아학파는 자살을 받아들인 반면 에피쿠로스 학파는 자살을 인정하지 않았다.플라톤은 기본적으로는 자살을 반대했지만,‘파이돈’에서 치유할 수 없는 고통이나 피할 수 없는 치욕을 당한 사람의 경우에는 자살을 인정했다.이와 반대로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 윤리학’에서 자살이 공동체에 대해서는 부당한 행위이지만 스스로에게 부당한 행위는 아니라고 설명한다.점점 중요한 사회적 코드가 되어가는 자살.그것은 무기력한 도피인가,인간만의 특권인가.이 책은 자살에 관한 다양한 담론을 소개한 자살학 입문서다.1만원. ***수소혁명 제러미 리프킨 지음 이진수 옮김 / 민음사 펴냄 미국 워튼스쿨 교수인 저자는 전작 ‘소유의 종말’을 통해 ‘소유의 시대’는 가고 ‘시간과 체험의 상품화’라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한 바 있다.이 책에서는 석유 시대의 종말과 혁명적인 수소 에너지 시대의 도래를 예언한다.산업시대 초기에 석탄과 증기기관이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마련했듯이 미래에는 수소 에너지가 기존의 경제·정치·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란 설명이다.수소는 우주에서 발견할 수 있는 원소 가운데 가장 흔하기 때문에 ‘영구 연료’가 될 수 있으며,이산화탄소 같은 공해물질도 배출하지 않는다.1만 4000원.
  • 노벨상 작가 귄터 그라스 “부시는 세계평화에 위협적 존재”

    (베를린 연합) 독일의 노벨상 수상 작가 귄터 그라스(사진·75)가 조지 W부시 미 대통령을 “세계 평화에 대한 위협적 존재”라며 맹비난을 퍼붓고 나섰다.유럽을 대표하는 진보적 지식인 가운데 한명으로 평가받는 그라스는 일간 디 벨트 29일자에 실린 회견에서 부시 대통령이 가족의 경제적,정치적이해관계 때문에 제2차 걸프전을 획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9·11 테러를 비롯한 테러리즘의 발호는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간의 ‘충격적인 불평등’과 빈국들의 부국에 대한 ‘정당한 분노’가 원인이라면서 ‘새 세계질서’ 수립을 촉구했다.회견내용을 요약한다. ◇부시대통령에 대한 인상은. 나는 그를 세계평화에 대한 위험이자 위협적 존재로 여긴다.그는 제1차 걸프전쟁과 같은 위기를 고조시켜 2차 걸프전쟁을 획책한다.그런 행동은 개인적,가족적 동기에서 비롯됐다.이라크 전쟁 촉구 배경에는 석유산업에 깊숙이 개입된 부시일가의 정치적,경제적 이해관계가 있다.또 전세계의 유일하고 전능한 초권력적인 미국의 지위도 작용했다.이런 것이 부시를 정말 위험한 정치인으로 만들었다. ◇테러와 신자유주의간에 상호연관성이 있다는 뜻인가. 9·11 테러 직후 나는 이런 증오에 찬 끔찍한 공격은 부국들의 빈국에 대한 과도한 영향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뿌리깊은 이 정당한 분노를 근절하지 않는 한 테러는 계속된다.지난 1970년대에 빌리 브란트 전 독일 총리는 세계를 괴롭히는 불공평에 주목했다.그는 당시 만약 우리가 공평하고 새로운 세계질서를 창출하지 못하면 ‘폭력의 폭발’이 있을 것으로 예언했다.이 폭력이 현재 우리 앞에 테러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테러에는 당연히 문화적,종교적,역사적 배경이 있지만 충격적 불평등이 주 원인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나는 부유한 선진공업국과 가난한 나라들이 함께 앉아 세계의 천연자원과 기술,재원을 가장 공평하게 나누는 새로운 세계질서를 꿈꾼다.이꿈이 꿈으로 머무는 한 세계평화는 없을 것이다. ◇이런 현 상황에 누가 책임이 있는가. 부유한 북반구의 서방국가들이다.‘과잉의 세계’에 살고 있는 우리가 이기적 이유로 타자 보호 비용 지출을 거부하고 있다.이는 ‘접시의 가장자리를 돌보기를 거부하는’ 신자유주의적 이론과 실천의 결과다.부시 대통령이 아프간에서 한 실험을 세계의 다른 곳에서도 반복하고 그럼으로써 새로운 테러를 초래하는 것도 여기에서 비롯한다. ◇지금의 자본주의를 악의 근원으로 규정하는가. 물론이다.사회주의의 붕괴 이후 자본주의는 경쟁자가 없는 상태에서 탐욕스러우며 특히 자기파멸적인 힘을 행사하고 있다.자본주의가 마치 어떤 일도 할 수 있도록 허용을 받은 것으로 여기고 있다.현재 증권시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자본의 파괴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어떤 기업이 일자리 200개를 없애겠다고 밝히면 주가가 올라간다.미친 짓이다.시장에 눈먼 현 자본주의의 형태는 스스로 적(敵)과 프랑켄슈타인(괴물)을 만들어냈다.이런 체제는 언젠가 붕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안이 없어 보인다. 우리는 현재 대안을 갖고 있지 않고 가까운 미래에 갖게 될지 여부도 모른다.거대하고 우울한 진공상태에서 새로운 형태의 파시즘이 출현할 수 있다.이 파시즘의 얼굴을 우리는 아직 상상할 수 없으나 그 징후는 잘 보고 있다.나는 빛나는 유토피아가 있으리라는 끝없는 희망을 믿지 않기 때문에 유토피아를 안티테제로 제시하지 않는다.시지프스의 돌을 언덕 위로 끊임없이 올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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